동시대예술의 흐름을 타기위한 신진 예술가들의 실험, 모색, 시도 <동시대맥잡기>

[출처] 플레이스막 홈페이지

레트로 감성이 유행인 요즘 동인천 개항로에 젊은이들의 관심과 발걸음이 부쩍 늘고 있다. 과거 일제 식민시대의 흔적과 현재의 다양한 변화가 공존하는 박물관과 같은 거리인 개항로. 이곳에는 동시대 예술의 실험공간과 같은 작은 문화공간 <플레이스막>이 있다. 11월 6일부터 11월 24일까지(휴관 없음, 오후 12시~7시) 이곳에서 진행하고 있는 전시 <동시대맥잡기>는 동시대예술의 흐름을 타기 위한 신진 예술가들의 실험, 모색, 시도를 담고 있다. 기존 주류에 편승하거나 끌려가지 않고 자신들만의 흐름을 지켜나가겠다는 젊은 예술가들의 시도는 생각보다 유쾌하고 흥미로웠다. SNS 세대답게 많은 사람들과 함께 소통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 작품과 전시 기획에 고스란히 담긴 점도 상당히 신선했다.


[출처] 직접촬영

신진예술가들의 당당하고 새로운 예술적 시도
한국 사회에서 맥(脈)이란 어떠한 기운이나 흐름을 의미한다. 이 흐름은 시대, 상황, 환경 또는 다른 범위에서 텍스트 등 다양한 곳에 적용될 수 있다. 이번 전시 명에서 말하는 ‘맥 잡기’란 동시대 예술의 흐름을 타기 위한 신진 작가들의 실험, 모색, 시도를 의미한다.
이번 전시는 인천문화재단 신진예술가 지원사업인 <바로 그 기획>에 선정된 팀 ‘호피셜’이 진행하는 전시로 같은 사업 <바로 그 지원>에 선정된 김인영, 오헬렌&최솔을 비롯한 유망한 신진예술가 팀들이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식의 전시를 선보이고 있다. 팀 호피셜은 유튜브의 알고리즘 시스템을 그들만의 음악세계로 선보이는 2인조 그룹 오헬렌&최솔, 글라데스코를 사용한 회화를 선보인 김인영, 특색 있는 주제를 담은 회화의 강태구몬, 개개인의 다양한 역할에 대해 질문하는 김수광, 사운드 매체를 통한 개성 있는 작업을 펼치는 조승호, 디지털 매체에 관심을 갖고 작업하는 백성, 도시의 이미지로 조형적 언어를 만들어 내는 윤목이 함께 참여한다.
이곳에 함께 모인 신진예술가들은 청년세대로 유튜브, SNS와 같은 온라인매체를 기반으로 대중과 소통하며 예술 활동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이와 같은 소통의 방식은 예술을 생산하고 소비하는 모두에게 매우 친숙하고 효율적이며 보편적인 수단이다.


[출처] 직접촬영

지류화폐 최소단위, 단돈 ‘천 원’으로 작품을 사가세요
<동시대맥잡기> 전시를 방문한 관객이라면 여느 전시처럼 훑어보고만 나가서는 절대 안 되겠다. 2층으로 이루어진 자그마한 플레이스 막 공간에 다양하게 자리 잡은 이들의 작품 옆에 작게 적힌 작품 설명을 주의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그저 평범한, 조금 친절한 작품 설명만을 기대했다면 예상치 못한 문구를 발견하게 될 텐데, 바로 ‘천 원’으로 본 작품들의 일부를 살 수 있다는 것! 보통 전시에서 작품을 살 때는 온전한 작품 그대로를 비싼 가격에 사는 것이 일반적인 모습이지만, 본 전시에서는 이러한 방식마저 탈피하고 만다. 지류화폐 최소단위로 작품을 판매하는 유통방식을 통해 빠르고 가볍게 소비되는 온라인 매체 사용자들의 정보 소비특징을 표현하고, 참여 예술가들은 각자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 예술계 흐름을 타는 방법을 모색하여 이러한 방법을 강구했다고 한다. 단돈 ‘천 원’으로 작가들의 작품 일부를 소유할 수 있다니 이렇게 부담 없이 의미 있는 소비라면 충분히 가치가 있다. 혹시 온전한 작품 일부를 훼손(?)하게 되고 이렇게 싼 가격에 미술 작품을 사고파는 것이 조금 불편한 누군가가 있다면 새롭게 탄생할 예술의 흐름을 따라갈 수 있도록 조금은 더 열린 마음을 가져야 할인지도 모르겠다.

언젠가는 주류가 될 그들의 ‘맥 잡기’에 응원의 박수를!
운 좋게도 이번 전시를 기획한 윤 목 작가를 만나 전시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들을 수 있었다. 이제 막 학교를 졸업하고 예술을 업으로 삼고자 나선 이들 중 이번 전시 기획의도와 뜻이 맞는 신진예술가 7팀이 호피셜이란 이름으로 모여 이번 전시를 함께하였다고 한다. 예술이라는 알다가도 모를 심오한 세계로 발을 내딛게 된 이들이 이미 자리를 잡은 이 세계의 주류에게 이끌리거나 혹은 그들의 세계로 편승하고자 하지 않는다. 아직은 부족하고 미흡한 그들이지만 자신의 맥을 스스로 잡기 위해 많은 고뇌와 시도를 하면서 진정한 예술가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또한 그들의 이러한 행보를 보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소통하고자 한다. 이번 전시를 시작으로 호피셜은 앞으로도 꾸준한 전시를 이어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조금은 불안하고 부족하지만, 그런데도 꿋꿋이 당차게 부딪혀 나아가는 것이 바로 ‘젊음’이 누릴 수 있는 최고의 사치이자 당연한 의무가 아니겠는가. 작지만 꾸준한 시도들이 모여 언젠가는 동시대의 주류가 될 그들의 ‘맥 잡기’에 아낌없는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글 · 사진 / 시민기자단 김지인




트라이보울 라이브클럽 <남몰래 부르다>

일시 : 2019. 10. 19. ~ 11. 16( 매주 토요일, 5회)
@트라이보울 공연장, 전시장

주최·주관 :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예술공간 트라이보울
시민기자단 김유라




친환경 가족 체험극 <우주로 간 토끼>

일시 : 2019. 11. 03. (토) 13:30, 15:30
@ 용비도서관 다목적홀

연출 · 출연 : 김미선 조민영
제작 : 극단 우주선
음악 : 서민준
후원 :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

영상 / 시민기자단 장유하




인천문화재단 우리미술관 <Ready-Made Manseok>

인천 동구에 작은 미술관 ‘우리미술관’에서 <Ready-Made Manseok> 전시회가 개최되어 다녀왔다. 10월 25일부터 11월 24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인천을 중심으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탈 작가의 개인 전시회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채만식의 소설「레디메이드 인생」과 미술용어 ‘레디메이드’에서 착안했다. 소설「레디메이드 인생」은 산업화의 시작과 함께 취업전선에 뛰어든 인간의 모습을 그렸는데 이때 레디메이드는 스펙을 쌓는 기성화 된 인간을 지칭한다. 한편, ‘레디메이드’는 예술가의 선택으로 하나의 작품이 된 기성품과 산업물을 내포하기도 한다. 작가는 레디메이드라는 이 두 가지 맥락을 전시장에 그대로 녹여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영상과 반복적인 기계의 움직임이 조금 무섭고 차가운 인상을 풍긴다. 전시는 공단 노동자의 생활, 만석동의 방직회사, 적산가옥 등 역사성을 지닌 마을 만석동이 사라져 가는 것들을 담아내고 있다.

사라져 가는 것은 비단 공장만이 아닐 것이다. 학교에서, 군대에서, 회사에서 가르친 대로 규율에 맞춰 행동하다 보면 나의 몸은 사회에 맞는 도구에 지나지 않게 된다. 살아있는 나의 몸이 사라지는 것. 작가는 마임 공연을 통해 몸이 사라지는 것이 죽음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인형과 같은 의미 없는 움직임 역시 살아있지 않았음을 말한다.

작은 전시장에서 전해지는 울림이 크다. 우리는 모두 소중하고 정해진 것에 맞게 움직이는 도구가 아니며, 물건처럼 다루고 버려져서는 안 된다고 작품 곳곳에서 얘기하는 것 같다.

회사 책상 앞에 앉은 내 모습이 권태롭고 취업에만 매달려 있는 삶이 답답하다고 느껴진다면 이번 <Ready-Made Manseok> 전시에서 숨 한번 고르고, 위로받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무료관람이니 편한 시간에 꼭 한번 들러보자.




열려라 캠프마켓!
제2회 부평캠프마켓 시민생각찾기 (부평미군기지 오픈행사)

부평 도심 한가운데에는 외딴 ‘섬’, 캠프마켓(Camp Market)이 있다. 부평 미군기지라고도 부르는 캠프마켓의 시작은 일제가 1939년 부평에 건립한 일본 군수공장 ‘인천일본육군조병창(이하 조병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 아시아태평양전쟁 수행에 필요한 무기제조공장 역할을 하던 조병창에 1945년 9월 미군 제24군수지원단이 들어오고, 1973년 애스컴시티가 해체되어 7개 부대 중 6개 부대가 차례로 이전하였다. 부대가 빠져나간 곳에는 아파트가 들어섰지만, 일부 부지는 빵공장 등 군수보급품 저장 및 지원기능을 수행하며 여전히 도심 속 섬으로 남아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미군기지 반환을 위한 10만 명 서명운동’이 펼쳐졌고, 2002년 정부는 캠프마켓 반환 결정을 발표하게 된다. 하지만, 발표 이후에 평택 미군기지 건설 지연과 토지오염 문제, 토지매입예산 마련 등 다양한 돌출 현안으로 십 년 넘게 반환하지 못하여 부평 주민들이 애를 태웠다. 올해 중반부터는 캠프마켓 내에서 토지오염 정화작업이 진행 중이고 마지막으로 남아 있는 빵공장도 평택미군기지로 조만간 이전할 예정이다. 이제부터 실질적인 반환절차에 돌입했다고 볼 수 있겠다.

2011년 인천시는 캠프마켓 반환부지의 활용방안을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기 위해 ‘인천광역시 캠프마켓(부평미군기지) 반환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이하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를 구성하여 현재 제4기까지 위원회(2018년 8월 출범)를 운영하고 있다. 1990년대 중반부터 캠프마켓 반환운동을 벌여온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인천 정치인과 문화․환경․건축 분야 전문가, 부평 주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있는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는 캠프마켓이 온전하게 시민의 품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함께 의사결정 하는 민관 거버너스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2019년 인천광역시와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는 캠프마켓의 미래를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11월 2일에 『제2회 부평캠프마켓 시민생각찾기 – 열려라 캠프마켓! (미군기지 오픈행사)』를 개최했다. 캠프마켓 내 야구장에서 열린 이 날 미군기지 오픈행사에는 1700여 명의 시민들이 캠프마켓의 굳게 닫힌 ‘빗장’을 열기 위해 동참했다.
캠프마켓 경내로 진입하기 위해 잠깐 출입을 허락한 캠프마켓 후문에 도착해 보니, 토요일 이른 아침인데도 행사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많았다. 11월 초 쌀쌀한 날씨로 인해 시민들이 많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11시에 오픈하는 캠프마켓 후문 앞에서 9시부터 줄을 서며 대기하던 분들도 계셨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캠프마켓 후문 주위에는 이곳이 일반인들에게는 출입이 금지된 곳임을 짐작할 수 있는 시멘트 담벼락을 볼 수 있다. 그곳 주변으로 도심 한가운데에서 보기 어려운 뾰족뾰족한 철조망이 처져 있다. 담벼락에는 ‘불평등한 SOFA 협정 개정하라’, ‘시민이 함께 가꾸는 평화 꽃밭’, ‘평화공원의 조성’, ‘온전한 환경정화’, ‘꽃이 시들고 있나요? 물주기에 동참해 주세요’ 등 캠프마켓의 반환을 염원하는 시민들의 간절한 마음이 담긴 노란띠와 꽃다발 등이 빛이 바랜 채 놓여 있다. 캠프마켓 반환을 기다리는 부평 주민들이 이 지역에 관심을 쏟아온 그동안의 긴 시간을 말해주는 듯하다.

<시민생각찾기> 행사 스탭들이 캠프마켓 후문에서 시민들을 맞이하는 모습 ⓒ공규현.

캠프마켓 후문 철조망에 시민들이 매달아 놓은 문구들.
‘시민이 함께 가꾸는 평화 꽃밭’, ‘평화공원의 조성’,
‘온전한 환경정화’라는 문구가 보인다. ⓒ공규현

행사장에 들어서자 탁 트인 캠프마켓 야구장 잔디밭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투박한 시멘트 담장 너머에 이렇게 평화로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입장하면서 뾰족뾰족한 철조망의 위엄에 오그라들었던 마음이 조금씩 펴지는 느낌이다. 행사장 경내에는 시민체험부스들과 공연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조금 지나자 시민들은 하나둘 돗자리를 꺼내어 잔디밭에 깔고 앉아 오순도순 도시락을 먹는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곳이 머나먼 태평양 건너 세계 최강대국이 차지하고 있는 미군 부대 안이라는 것을 잠시 잊어버리게 된다. 캠프마켓이 인천 시민의 품으로 온전히 돌아오고 이곳에 공원이 조성되었을 때 이러한 평화로운 모습이 우리들의 일상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가슴 한구석에서 무언가 울컥 올라오는 느낌이다.

 

<부평캠프마켓 시민생각찾기>가 열리는 행사장 내에서
공을 차는 시민. ⓒ공규현

 

<부평캠프마켓 시민생각찾기가 열리는 행사장> 내에
돗자리를 펴고 휴식하는 시민들 ⓒ공규현

행사장 초입에 캠프마켓 홍보부스와 함께 마련된 시민참여위원회 역사문화분과 부스에서는 ‘캠프마켓 역사 설명회’가 운영되었다. 10월 31일에 캠프마켓 현장투어를 운영하여 시민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박명식 부평문화원 이사님은 이날도 ‘조병창’과 ‘캠프마켓’에 대해 열띤 설명을 해 주셨다. 공중파 예능 프로그램에 자막으로 삽입된 것을 계기로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문구-단재 신채호 선생님이 하셨던 얘기라고 나왔지만 신채호 선생님 저서에는 이런 표현이 직접적으로 나와 있지는 않다는 말이 중론이다-가 유행한 적이 있다. 과거의 아픔과 쓰라린 역사를 기억하고자 노력하지 않는 자에게 어찌 희망찬 미래가 찾아오겠는가. 과거를 기억하여 후대에게 교훈을 일러주는 분들이 계시기에 느리더라도 역사는 오늘도 조금씩 전진하는 것이 아닐까.

행사장을 방문한 시민들에게 조병창과 캠프마켓의 역사를 설명해 주시는
박명식 부평문화원 이사(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역사문화분과위원) ⓒ공규현

이번 행사 홍보기간에는 캠프마켓의 새로운 이름을 찾는 공모가 함께 진행되었는데, 캠프마켓 홍보부스 옆에 시민들이 응모한 새로운 공원 이름을 엽서로 만들어 설치해 놓았다. 부평문화마켓, 뮤직파크, 행복찾기마켓, 드림마켓, 해피마켓, 최고마켓, 누리마켓, 온누리마켓, 꿈마켓, 드림캠프, 부평컬쳐드림, 어울림마당, 와글와글마켓, 소담마켓, 청년문화실험기지, 내일마켓, 온누리마켓, 새꿈마켓, 소통장터, 누구나마켓, 고고마켓, 미래누리마켓, 부평갤럭시, 부평문화파크 등 시민들의 다양하고 기발한 아이디어가 가득 담긴 문구들을 보면서, 시민과 함께 캠프마켓의 미래를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한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위원들의 결정이 올바른 방향이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캠프마켓의 새이름 공모에 응모한 시민들의 아이디어를 써놓은 엽서들. ⓒ공규현

체험부스 한쪽에서는 캠프마켓에 대한 시민들의 바람을 적는 ‘I LOVE 애스컴 시티’ 부스가 운영되고 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적어놓은 엽서에는 어떤 소망이 담겨 있을까 들여다보니 순간 가슴이 아련해진다. 캠프마켓이 하루빨리 반환되어 우리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 모두가 한마음 한뜻일 거라는 생각에 갑자기 마음이 울컥해진다. “엄마 아빠 효도할게요.”라는 귀여운 문구도 보여 킥킥 웃음이 난다.

「어서 우리의 땅으로 다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부평안에 고립된 미국기지가 빨리 구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함께 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시작이다. 새롭게 출발 파이팅!」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만세! 고태율」
「캠프마켓 사랑합니다! 어여 우리 품으로 돌아오세요.」
「PEACE. 평화로운 나라, 살기좋은 나라, 우리들의 나라
「편안한 시민들의 쉼터로 얼른 거듭나길 바래요~ 도심속 허파 역할 기대해요~」
「안녕 미군기지」
「마음의 평화, 부평의 평화」
「캠프마켓이 사람들의 기억 한자리 속에 영원히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킥보드 타고 싶어-희경」
「아이들과 어른들이 쉴 수 있는 곳을 만들어 주세요!!」
「야구장 만듭시다」
「시민 야구장」
「사람들이 캠프마켓을 잊지 않고 기억했으면 좋겠어요!」
「대한민국 파이팅!」
「캠프마켓 반환 환영. 생태계 되돌리기.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 역사를 잊지 말자」
「워터파크를 만들어 주세요.」
「엄마 아빠께. 엄마 아빠 저 때문에 많이 힘드시죠. 이제 제가 효도할게요.」
「사랑이 넘쳐 흐르는 애스컴 시티를 만들어 주세요.」
「캠: 캠프마켓아
프:프리마켓인줄 알았어
마:마! 긴장 풀고
켓: 켓(고양이) 사!
「체험할 수 있는 걸 많이 만들어 주세요. 화이팅~」

시민들이 캠프마켓 반환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적어놓은 엽서들. ⓒ공규현

캠프마켓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적어 놓은 엽서. ⓒ공규현

캠프마켓에 대한 시민들의 생각을 적어 놓은 엽서. ⓒ공규현

행사에 참석한 시민들이 도시락도 먹고 각종 체험부스에서 참여를 마친 후, 3시부터는 문화공연이 이어졌다. 이날 공연에는 정유천 블루스밴드와 뮤지컬 ‘언노운’ 갈라 콘서트가 이어졌다. 뮤지컬 언노운은 ‘조병창,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라는 주제로 엄혹한 조병창 안에서 독립에 대한 꿈을 잃지 않았던 우리 선조들의 꿈과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이날 무대에서는 갈라 콘서트 형태로 선보였으며, 11월 7일부터 9일까지 부평아트센터에서 본 공연을 개최했다.

우리의 삶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과 함께 변화한다. 시간이 흘러 공간의 흔적은 남지 않을 지라도 우리 마음속에는 울고 웃으며 함께 했던 기억들이 남는다. 조병창과 캠프마켓의 시작은 우리가 원하지 않았으나, 우리네 조상들은 때로는 울고 웃으며 그 안에서 서로 부대끼며 삶을 영위했다. 좋던 싫던 우리의 역사일 수밖에 없는 조병창과 캠프마켓. 이제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는 아이들이 뛰노는 평화로운 시민 공원을 그 안에 만들게 될 것이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써내려간 “어서 우리의 땅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요.”라는 소원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면서, 엄마 손을 잡고 뾰족뾰족 철조망과 무시무시한 담벼락을 통과해 캠프마켓을 나서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쳐다본다.

캠프마켓 파이팅! 부평 파이팅! 대한민국 파이팅!

 

열려라 캠프마켓! 공식행사에서 인사말을 하는 박남춘 시장과 홍영표 국회의원

 

열려라 캠프마켓! 무대공연. 
(왼쪽) 정유천 블로스밴드 (오른쪽) 뮤지컬 언노운 갈라콘서트 ⓒ공규현

【 캠프마켓 현황 】

명 칭 : Camp Market
위 치 : 인천광역시 부평구 산곡동 292-1번지 일원
면 적 : 445,921㎡
현 황 : 군수 보급품 저장 및 지원(빵, 분식품 제조공장 등)
공여일 : 1951. 8. 31. (일제조병창 1939)

 

【 캠프마켓 반환 추진경과 】

2002.3.   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LPP)에 따라 이전계획 확정
2011.7.   기지 내 DRMO 시설 경북 김천으로 완전 이전
2011.10.   캠프마켓 반환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시민참여위원회 운영조례 제정
2012.4.   제1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2013.6.   국유재산 관리ㆍ처분을 위한 협약 체결(인천시↔국방부)
2014.2.   제2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2014.7.   1단계 반환구역 경계 확정(SOFA 시설분과위)
2016.5.   제3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2017.2.   1단계 반환구역 환경협의 착수(SOFA 환경분과위)
2017.8.   SOFA 「환경위」 ⇒ 「특별위」로 “환경협상” 이관
2018.8.   제4기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구성
2018.12.   캠프마켓 “조기반환 건의문” 제출(국회, 중앙 부처)
2019.6.   DRMO 지역 복합오염토양 정화용역 착수(국방부)
2019.8.   오수정화조 부지(5,921㎡) 반환 승인 (2019. 8. 21.)

글 · 사진 / 공규현
추계예술대학교 예술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2004년 12월 인천문화재단에 입사하여 15년 동안 인천의 문화예술단체 지원과 문화정책연구 및 각종 문화사업을 수행하고 있다. 문화예술은 사회에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 활동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으며,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도시문화분과위원, 캠프마켓 시민참여위원회 등의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




‘배다리에는 많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인천 동구 배다리는 오래전 작은 배가 철교 밑까지 드나들었다는 데서 유래하였습니다. 일제 시절에는 일본인들에게 개항장 일대를 빼앗긴 조선인들이 모여 살던 마을이기도 합니다. 현재 배다리를 구경 오는 많은 사람들은 드라마로 유명해진 서점 앞에서 인증샷을 남기고 코스모스가 활짝 핀 텃밭을 산책하지만, 이 공간을 두고 구청과 주민들 간에 얽혀있는 여러 복잡한 일을 알게 되면 가볍게 즐길 수만은 없는 곳이기도 합니다.

헌책방 거리가 있고, 카페가 있고, 세월과 함께 늙어버린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는 동구 배다리에서 <첫 번째 이동캠프 프로젝트 – 이뿌다 인천>을 개최했습니다. 지난 9월 28, 29일 양일간 공연과 캠프를 시작으로 10월에는 배다리 초입에 있는 ‘카페 멀씨’에서 상품 및 작품 등을 선보이는 전시회가 진행됩니다.

<이뿌다 인천>은 우리의 이웃들의 문제를 들여다보고, 참여하는 작가마다 그 문제를 자신의 통찰로 브랜딩 하는 작업을 선보이는 프로젝트입니다. 인천의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진행하는 이동 캠프 형식으로 첫 장소를 배다리로 선정하였습니다.

‘문제 브랜딩 아카이브 멀씨’라는 타이틀로 10월 3일부터 18일까지 진행하는 <이뿌다 인천> 프로젝트 전시는 영상, 사진, 설치물 등 다양한 작업형태로 선보이기 때문에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잔과 함께 여유를 갖고 둘러보시기에 좋습니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는 말처럼 각자 삶의 문제들을 가까이서 들여다보고 그것을 예술의 형태로 표현했다는 것에 굉장히 뜻깊은 작업인 듯 보였습니다. 문제의 해결이 아닌 표현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는 행사인 만큼 작품을 보고 있자니 예술이라고 해서 가지고 있는 막연한 어려움을 탈피하여, 조금은 직접적이고 직선적인 형태로 문제를 표현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나와는 다른 삶은 사는 사람들이 모두 같은 문제를 껴안고 있고 결국 사람 사는 것이, 삶이란 것이 똑같은 것이 아닐까를 생각하게 하는 상당히 인간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첫 번째 장소인 배다리를 거쳐 인천의 두 번째, 세 번째 소리도 들어볼 예정이니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글 · 사진 / 임중빈 시민기자단




자신의 생태계를 지켜나가기 위한 한 작가의 멈추지 않는 꿈틀거림, 백인태 개인전 <고라니>

[출처] 인천문화큐 아이큐 홈페이지

10월 10일부터 10월 31일까지 인천 아카이브까페 빙고 옆의 갤러리 옹노에서 진행되고 있는 백인태 작가의 개인전 <고라니>를 관람했다. 2019년 인천문화재단 인천형예술인지원사업 공모에서 인천예술인 생애주기 맞춤형지원 중진예술가로 선정된 백인태 작가는 이번 개인전에서 그간 발표하지 못한 작업 회화, 텍스트, 그림책과 10년간의 작업물을 모은 작품집 <고라니>를 동시에 출간할 예정이다. 백인태 작가만의 색깔이 느껴지는 짧은 에피소드 식 이야기와 시, 드로잉이 주를 이루는 작품들로 꾸며진 전시에는 사회를 바라보는 작가의 냉소적이고 염세주의적인 생각들이 관객들에게 웃음을 자아내면서도 세상을 향한 날카로운 시선을 전하고 있다.

[출처] 직접촬영

‘보호받아야 하지만 퇴치 대상이 된 고라니, 나의 생태계는 나 스스로 지켜나간다.’
이번 개인전의 제목이자 작품집의 제목인 <고라니>. 왜 이런 제목을 붙였는지 의문스러웠는데, 전시장에 걸려 있던 이번 개인전을 위한 고경표 독립큐레이터의 글을 통해 그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세계적으로는 멸종 위기 동물로서 보호받아야 할 고라니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유해조수로 분류되어 보호는 커녕 퇴치의 대상으로써 취급당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고라니를 지킬 수 있는 것은 고라니 자기 자신밖에 없을 터. 작가 역시 다양한 예술 활동이 이뤄져야 하는 오늘날의 세상 속에서 이 세상을 살아가는 수많은 젊은이들처럼 그의 예술 활동을 자유롭게 펼치기에는 여러 가지 제한점과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술 활동만으로는 녹록지 않아 생계를 위해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도 그는 자신의 예술세계가 아직 진행 중임을 입증하기 위해 꾸준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전시장 2층의 나무 바닥에서 발견한 ‘꿈틀대지 않으면 죽은 줄 알더라.’라는 그의 문구처럼, 다양한 형태의 꿈틀거림을 통해 백인태라는 작가의 예술세계가 살아 있음을 이번 전시를 관람하는 이들에게 외치고 있다.

[출처] 직접촬영

‘웃기다가 씁쓸하기도 하고, 가볍다가 무겁기도 하고, 자꾸 곱씹으면 무섭기도 슬프기도.’
다소 투박하고 거칠어 보이는 전시 공간(전시 공간과 작품의 분위기가 잘 어울리는 것 같다)에서 만난 백인태 작가의 작품들은 다양한 형태로 관객들을 만나고 있는데 전체적으로 다소 음울하거나 냉소적인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회화 작품들은 어둡고 무채색의 계열에 힘없이 늘어지거나 괴기스러운 그림의 형태들도 많았다. 한 가지 관람 팁을 전한다면 전시장 나무 벽 곳곳에 구멍이 뚫려 있는데 그 구멍 안을 꼭 살펴보도록 하자. 단순하게 뚫린 구멍이 아니라 그 안에는 백인태 작가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냥 관람하기보다 작은 구멍 사이로 바라보는 회화 작품들은 왠지 작품에서 전하고자 하는 분위기를 더 고조 시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것 같다. 좀 더 직접적으로 작가의 생각을 전달하는 짧은 텍스트는 전시장 벽과 바닥 곳곳에 작가가 낙서한 느낌으로 마주 할 수 있다. 웃기고 재치 넘치다가도 결말 부분에서는 세상의 어두운 단면을 여과 없이 마주한 것 같은 씁쓸함과 찝찝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볍게 쓴 짧은 문구들도 자꾸 곱씹으면 무섭거나 슬프기도 한데 툭툭 관객들에게 다가오는 작가의 작품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어렵지 않았고 낯설지 않았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들을 누구나 표현할 수 없는 방법과 결과로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 또한 예술의 한 모습이 아닐까. 오늘도 각자 생태계를 고군분투하며 지키고 있을 고라니를 위해 그들의 내면에 담긴 세상을 향한 작은 투쟁을 한 예술가의 꿈틀거림으로 대신 전달한다. 가벼운 마음으로 고라니를 만나러 가보길 추천해본다.

글·사진 /
김지인 시민기자단




일상의 보람, <예술 한 점, CLASS 닻>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동아리 지원을 받은 ‘CLASS 닻’이 인천 생활 문화센터 칠통 마당에서 열렸다. 예술 한 점이 시민의 일상이 흔들리지 않도록 잡아주는 ‘닻’이 되고, 생활문화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이자 마침표인 ‘dot(가치)’이 될 수 있다는 의미인 이 프로그램은 10월 12일부터 20일까지의 일정으로 진행된다. 성악을 시작으로 무용, 연기, 촬영, 창작, 전시 장르를 만나볼 수 있으며 예술 전문가의 강의를 통해 생활문화 역량을 강화할 기회가 주어진다. 시민이 직접 예술 활동을 할 때 동아리나 개별적으로 초빙이 어려운 예술 전문가를 재단이 섭외해 강연 참여 기회를 마련함으로써 문화 확산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날 12일은 10시부터 14시까지 국내외 오페라에 출연하며 후학 양성에 힘쓰고 있는 유명 성악가에게 발성을 배울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단순히 곡을 노래하는 클래스가 아니라 참신하게 느껴졌다. 성악의 근간이 되는 ‘발성’이 주제여서 성악을 처음 접하는 사람이나 성악에 평소 관심이 있었던 시민들에게도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주말 오전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이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강의 공간을 가득 채웠다. 자리에 앉아 악보를 미리 들여다보며 수업을 기다리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설렘이 느껴졌다.

발성 강의에 들어가기에 앞서, 우주호 강의자는 활동 주제인 성악을 본인의 취미 생활인 탁구와 비교하였다. 처음 탁구를 접한 뒤 매력을 느껴 현재 열중하게 되기까지의 일화는 시민 수강생들의 관심을 끌 수 있었다. 그리고 탁구를 꾸준히 하자 신체에 변화가 생겼다는 점을 이야기하며 예술을 즐길 때도 생활 아티스트로서 반복적인 연습과 관심이 필요하다는 의사를 밝혔다. 또한 오늘 배울 성악은 생활 속의 문화로서 인생의 역전으로서 배우기보다 일상의 보람으로서 배우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서 강의자는 이태리 창법의 창시자인 성악가 ‘엔리코 카루소’와 아름다운 노래라는 뜻을 가진 이태리 창법 ‘벨칸토’를 소개하며 시민들이 직접 소리를 내기에 앞서 이론 정보를 제시하였다. 추가로, 호흡은 인간이 태어나자마자 낼 수 있는 소리라고 알려주며 예술 활동과 관련된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하였다.

우주호 강의자는 발성의 세 단계인 “호흡을 마신다. 성대를 울린다. 공명을 시킨다.”를 천천히 알려주며 소리를 처음 접하는 시민들도 부담 없이 소리를 낼 수 있도록 격려했다. 아울러 경식호흡, 복식호흡, 흉식호흡을 직접 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다소 생소하고 어려울 수 있는 전문 호흡을 자리에서 직접 일어나 여러 가지 자세를 취하며 배웠기 때문에 활기찬 분위기가 계속 이어졌다. 이런 활동적인 강의에 시민들은 부끄럽기도 하지만 즐거워하는 표정을 내비쳤다.

강의자는 발성 강의 중에도 질의 답변 시간을 끊임없이 가지며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강의자가 서 있는 장소로 직접 나와 앞에서 소리를 내볼 수 있는 시간을 주는 등 한 명 한 명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배려가 돋보였다. 또한 “성악은 학문이다.”라고 말하며 타고나지 않아도 노력하면 지식을 갖출 수 있는 것처럼 열심히 공부하는 습관을 지니면 좋은 실력을 얻을 수 있다고 응원하기도 했다.

끝으로 시민들에게 익숙한 아리랑과 춘향전의 사랑가를 부르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그리고 남녀 각각 성부별로 자리를 나누어 서로 마주 보며 합창 활동을 진행하였다. 강의 시간에 배웠던 이론과 발성, 자세를 활용함으로써, 수강자들은 생활문화 활동에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고, 집에 가서도 평소 어떻게 노래하면 좋을지 복습하는 방법을 공유하였다. 강의자는 특히 반복적인 연습이 중요하다며 이번 시간을 통해 시민들이 노래 가사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얻었을 것이라 확신했다.

우주호 강의자는 이번 강의를 통해 시민들이 행복을 느꼈기를 기대하며 예술에 대한 관심과 사랑도 중요하지만 먼저 시간을 투자하기를 원한다고 하였다. 예를 들어 주변에서 예술을 배울 기회가 있으면 꾸준히 참여하는 것처럼 적극적인 생활문화 활동을 하기를 바란다는 것이었다. 앞으로도 인천 시민들이 생활문화 활동을 통해 문화 다양성의 삶을 즐길 뿐 아니라 이를 통해 일상에서도 활력을 얻기를 바라본다.

글·사진 / 김다혜 시민기자단




청년 문화기획자들의 귀염뽀짝한 기획, <추억이 방울방울>

인천아트플랫폼이 자리한 인천 중구에는 인천시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이 있다. 무료 대관이 가능하고 다양한 공연/전시 등이 이뤄지는 곳으로 특히, 시민들의 생활문화와 관련한 강의와 동아리 모임공간으로 이용된다. 여러 형태의 공간으로 구성되었으나, 사람들에게 익히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공간이 있다. 바로 칠통마당 A동 3층 옥상마당이다. 안전상의 이유로 막혀있던 공간이지만, 확 트여있는 천정과 작은 텃밭은 소규모 행사를 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날씨가 청명했던 10월 12일, 이 공간에서 ‘추억이 방울방울’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추억이 방울방울에 오신걸 환영합니다

<추억이 방울방울>은 2030청년을 위한 뉴트로 루프탑 파티이다. 흘러나오는 추억의 BGM을 들으며 8090년대 드라마, 게임, 만화영화를 주제로 빙고 게임을 하고 추억에 관한 내용을 드로잉 하는 등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는 프로그램을 진행하였다. 공간 한쪽에는 요즘 찾기 어려운 불량식품과 어린 시절 향수가 묻어나는 누군가의 사진, 그리고 학예회 발표영상이 담긴 CD가 놓여있었다. 참여자들이 불량식품을 자유롭게 먹으며 각자 학창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이번 행사는 지난 8월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에서 모집한 청년기획단 ‘통키’가 기획한 첫 프로그램으로 생활문화센터 내에 방치한 공간을 활성화하기 위해 뭉쳤다. 인천에서 문화기획자를 꿈꾸는 청년들이 모인 청년기획단 ‘통키’의 이야기와 <추억은 방울방울>을 기획하게 된 계기까지 간단하게 인터뷰를 진행했다.

옥탑파티를 위해 준비한 추억의 물건과 그리기도구
출처 :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

 Q. 청년기획단 ‘통키’는 어떻게 모이게 되었나요?
담당자: 저는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 직원이자 ‘통키’의 담당자입니다. 지역문화진흥원사업 담당을 맡게 돼서 이번에 청년기획단 ‘통기’ 사업을 기획하게 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도 청년기획자를 꿈꿨었지만, 인천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기가 너무 버거웠어요. 현재 재직하고 있는 문화재단에서는 문화를 기획하기에는 제약이 있었고 갈증이 계속 남아 있었어요. 그래서 비록 할당된 예산은 적지만 같은 꿈을 꾸는 친구들이 모여서 함께 프로그램을 기획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통키’라는 이름으로 청년들을 모집하게 되었어요.

Q. 각자 ‘통키’에 어떻게 지원하게 되셨나요?
펭쇼: 저는 문화경영학과에 다니고 있고 앞으로도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해보고 싶어요. 마땅히 이곳에 할 만한 활동이 없었던 ‘통키’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일단 취지가 너무 좋았고, 제 또래인 그들과 함께 직접 기획해보고 싶어서 지원했어요.

리즌: 중학교 때부터 공연 기획에 관심이 있었지만, 점점 공연을 보는 데 흥미를 잃더라고요. 그런데도 문화예술계에 종사하고 싶은 꿈이 마음 한 쪽에 계속 남아 있었어요. 고등학교 들어와서 비로소 문화예술교육 분야로 조금 구체화 되었지만, 대학에 들어와서도 여전히 진로에 대한 고민이 있었어요. 현재는 대학교에서 도시농업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데, 도시농업에서 문화를 접목하는 기획을 언젠가 하고 싶어요. 그걸 ‘통키’에서 실현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했어요.

록시: 어릴 때부터 예술가가 되고 싶어서 예술고등학교에 다녔고 이후에 예술대학교에 진학했어요. 영상과 영화를 전공했지만, 창작활동을 하는 것보다 문화활동을 알리고 사람들과 기획하는 게 더 재밌더라고요. 부모님께서는 제가 취업하기 전에 관련된 활동을 해보라고 먼저 제안해 주셔서 이번 기획에 망설이지 않았던 것 같아요. 또 공간을 기반으로 청년들이 모여서 무언가를 해본다는 게 흥미로웠고요. 영화제나 축제 기획은 해보았는데 프로그램에는 처음 도전해보는 거라서 재밌더라고요.

소피: 저는 마케팅에 관심이 많아요. 이전 회사에서 행사 기획과 관련된 일을 했었고 기획 관련된 활동을 비슷하게 찾다가 지원하게 되었죠.

Q. <추억이 방울방울>이라는 주제는 어떤 과정을 거쳐 기획하게 되었나요?

펭쇼: 처음에는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했어요. 텃밭 얘기부터 시작했던 것 같아요. 3층에 텃밭이 마련되어 있으니까 빨리 자라는 상추를 심고, 거기서 나온 상추로 다음 기획 장소인 주방에서 샌드위치를 만들어보자는 얘기를 나눴어요.

리즌: 결론부터 말하면 팀원들과 ‘그림을 그리자’로 시작했어요. 요즘 유행하는 레트로로 컨셉을 두고 연상되는 추억의 장면을 그림을 그려서 힐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는 과정을 거친 것 같아요.

록시: 좀 더 자세하게 말씀드리면 ‘그림 그리자’라는 이야기를 시작한 게 처음에 텃밭 가꾸기 얘기를 했잖아요? 리즌이 활동하는 동아리에서 식물을 선정하고, 식물과 함께 이야기하는 시간을 갖는다고 하더라고요. 이러한 활동이 저희는 좋다고 생각했고 이번 기획에 큰 모티브가 되었어요. 그래서 옥상에 천이나 그림판을 놓고 함께 핸드페인팅을 해보자고 이야기했던 것 같아요. 뉴트로가 트렌드이고 90년대를 그리워하는 청년들이 많다 보니 이 부분을 함께 접목하면 좋을 것 같더라고요.

‘통키’ 기획 회의
출처 :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

Q.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리즌: 기획하는 데 충분한 논의는 이뤄졌지만, 기간이 짧다 보니 홍보가 늦어져서 참여자 모집이 어려웠어요.

록시: 저는 예산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풍족하고 퀄리티 있는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아쉬움이 있더라고요.

리즌: 이 공간을 좀 더 분위기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는데, 그러지 못해서 아쉬웠어요.

출처 :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

Q. 청년기획단 ‘통키’에서 추가로 준비하고 있는 기획이 있나요?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리즌: 10월 20일에 <사진세끼>를 준비하고 있어요. 요즘 사람들이 식사하기 직전에 사진 찍고 인스타그램에 올리잖아요. 흔히 이러한 현상을 사회적 문제라고 보는 경우가 많은데, 저희는 우리가 공감하는 문화의 한 면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오히려 그런 분들을 위해 프로그램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펭쇼: 시간이 지나고 나면 남는 게 사진이잖아요. 그리고 사진을 볼 때 그때의 추억과 이미지가 연상되고요. ‘아, 이 음식을 찍을 때 그랬지’ 하고 같이 식사를 했던 사람들과 기억을 남겨주고 싶었어요. 추억을 회상하고 남기면 좋으니까요.

Q. ‘통키’활동이 끝나고 나서 계속 문화기획 활동을 하고 싶은 의향은 있으신가요?

모두: 네!

소피: 다만 이런 활동이 많이 없어서 아쉽고, 함께할 수 있는 인원도 더 많으면 좋겠어요. 이참에 활동 기간과 비용도 조금 더 늘었으면 좋겠어요.

이번 프로그램에 관심을 가졌던 이유는 평소에 공개되지 않은 장소를 둘러볼 수 있으며, 트렌디한 소재를 기반으로 프로그램을 기획한 것 자체가 인상 깊게 남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나 청년들의 기획이었다.
사실 인천에서 문화를 기획하고 활동하는 청년들은 많지 않다. 문화 분야에 종사하면서 생계를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화를 기획하고 급여를 책정하는 곳은 거의 없고, 지원을 받더라도 인건비 사용은 제한적이다.
인천의 문화를 활성화하기 위해 이미 있는 공간들을 활용하는 방안도 좋지만, 시대의 트렌드에 맞게 움직이는 청년들이 문화를 이끌어갈 수 있도록 판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비록 청년기획단 ‘통키’의 활동은 마무리되겠지만, ‘추억이 방울방울’처럼 시대를 반영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통키’와 같은 청년들의 기획을 앞으로 더 많이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출처 :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

글 · 사진 / 시민기자단 김지연
사진 /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센터




작업실, 훔쳐보다.

인천의 유명한 문화예술 창작공간, 이곳 인천아트플랫폼은 근대 개항기 건축물을 2009년에 리모델링하여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실로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든 곳입니다. 지난 주말인 9월 27일부터 3일 동안은 작가들에게 창작공간을 내어주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 지 1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하여 ‘2019 오픈스튜디오’를 개최했습니다.

10기 입주 예술가 중 현재 활동 중인 21팀의 예술가가 참여한 ‘2019 오픈스튜디오’. 아트플랫폼 E동에 있는 입주 작가들의 스튜디오는 평소에 오픈하지 않기 때문에 궁금해도 볼 수 없는 곳이었는데요. 그러므로 1년에 단 3일, 작가의 공간을 훔쳐볼 수 있는 매력적인 행사이기도 합니다.

1층부터 3층까지 총 21개의 스튜디오마다 작가의 신작이나 미공개작과 함께 작업 과정을 그대로 보여주는 다양한 자료가 모두 공개되어 있어 기존 전시회의 느낌보다 한층 깊숙이 작가의 세계로 들어온 기분을 느끼게 해줍니다.

작가가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Artist-run-space 행사인 만큼 공간마다 작가가 대기하여 자신의 작업을 직접 소개하니 예술을 모르거나 관심 없던 분들도 쉽게 예술의 공간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습니다.

전시 형태도 다양해서 비디오 아트, 퍼포먼스형, 관객참여형 등 보는 예술을 넘어 느끼는 예술로의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완성된 하나의 작품을 보기보다는 작가가 현재 작업하고 있던 미완성작, 도전적으로 처음 시도한 작업 등 작가의 고뇌를 거칠게 보여주는 공간이 작품의 화려함 뒤에 존재하는 괴로움을 여실히 드러낸 것 같아 감정적으로 더 와닿기도 합니다.

1층에는 느긋하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고, 전시장을 지나가는 2층 골목에는 간단한 케이터링이 준비되어 있어 오랜 시간 공들여 관람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 느껴집니다. 스튜디오를 관람하며 찍은 작품, 셀피 등을 SNS 인증하거나 각 스튜디오 방문스티커를 모으면 기념품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너무 진지하거나 무거운 분위기를 탈피한 예술행사라는 점에서 재미를 더합니다.

넓은 공간에 퍼져있는 온 스튜디오를 도느라 숨이 차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작가의 공간을 훔쳐보듯 고양이 발걸음으로 몰래 들어가 전시를 관람해서인지 이유 모를 두근거림과 흥분이 가시지 않았던 전시. 내년에도 단 3일,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김없이 방문하고 싶어지는 특별한 행사였습니다.

글 · 사진 / 임중빈 시민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