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천 개의 생활문화동아리 지원사업 성과공유회

일시 : 2018. 12. 10(월) 오후 4시-8시
장소 : 하버파크호텔 2F 그랜드볼륨
주최/주관 : 인천문화재단, 인천광역시  

사진 시민기자단 민경찬 




인천시립합창단 163회 정기연주회 <캐롤의 축제>
인천시립합창단&원주시립합창단

일시 : 2018. 12. 13(목) 오후 7시 30분
장소 :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사진 시민기자단 민경찬 




보구곶에 갈 지도展

우리미술관에서 만난 김포의 <작은미술관 보구곶>
민방위주민대피시설이 미술관으로 재탄생…평화의 상징
농업과 예술이 공생하는 보구곶 마을
우리미술관 ‘보구곶에 갈 지도展’ 27일까지 진행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지난 13일 인천문화재단 우리미술관에서 작은미술관 인천-김포 교류전 <보구곶에 갈 지도>전이 개최됐다. 이번 전시는 작은미술관 간의 교류 전시로 김포의 ‘작은미술관 보구곶(이하 작은미술관)’에서의 전시작품을 우리미술관으로 옮겨와 진행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답례로 우리미술관은 오는 12월 27일부터 1월 26일까지 김포의 작은미술관과 ‘부두의 흔적’ 전시를 교류할 예정이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김포 보구곶은 지리적으로 특별함을 지닌 지역이다. 이곳에서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고 또 갈 수 없는 풍경이 있다. 지척에 보이는 북한의 산등성이와 삭막함을 자아내는 철책선 아래로 아름답고 평화로운 보구곶 마을의 풍경이 공존하며 극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풍경인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인정 넘치는 마을 사람들이 어우러진 보구곶 마을이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는 늘 분단의 긴장으로 인한 경직된 분위기가 흐르기 마련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보구곶 마을주민들에게 편안한 안식처 같은 작은미술관 보구곶이 마을 한곳에 자리하고 있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2017년 김포문화재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모사업을 통해 건립한 작은미술관은 접경지역에 만들어진 170여 개의 민방위주민대피시설 중 한 곳을 이용해 개관했다. 민방위주민대피시설은 유사시를 대비해 지는 건물인 만큼 두꺼운 콘크리트 벽에 흙을 덮어 만든 은폐한 구조물이다. 창작과 예술의 자유를 토대로 하는 미술관이 들어서기에는 아이러니한 장소라고도 볼 수도 있지만, 작은미술관은 그로 인한 간절한 소망이 하나 생겼다고 한다. 분단의 아픔이 사라진 훗날 평화의 상징으로 남고자 하는 소망을 품게 된 것이다. 북한이 보이는 지리적 특성과 상징성에 어울리는 다양한 창작자들이 이곳에 터를 잡고 농업과 예술이 공생하는 마을이 되길 바란다고 한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현재까지 작은미술관에서 열린 전시는 총 7회. 지난해 12월 보구곶의 익숙한 모습을 담은 개막전시 ‘보구곶 풍경’을 시작으로 전시의 첫발을 디뎠다. 그 뒤로 보구곶의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사물을 그린 회화와 이웃 사람들의 평상시 모습을 찍은 사진을 전시하기도 했다. 마을에 거주하는 故 문영태, 홍선웅, 백광숙, 김종정, 홍정애 등 5명의 마을작가전도 진행됐다. 그리고 최근의 보구곶 내 사연과 먹거리를 통해 보구곶의 보물을 발견해낸 일곱 번째 전시 ‘보구곶 보물전’까지 작은미술관에서의 전시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이번 우리미술관의 교류전 ‘보구곶에 갈 지도전’은 위에 언급한 작은미술관의 전시 중 가장 예쁘고 재밌고 신나는 작품들만 모아서 기획된 전시이다. 작은미술관에서 개최된 지난 일곱 번의 전시를 하나의 전시로 농축해서 관람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우리미술관이 위치한 만석동과 김포 보구곶은 다른 것 같으면서도 닮았다.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산업화된 만석동의 부둣가와 접경지역으로 지정된 보구곶은 분단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공통으로 근간에 두고 있다. 여기에 문화생활의 불모지라 불리는 낙후된 지역에 문화향유의 여유를 불어넣고자 세워진 두 미술관의 공통된 개관취지까지 더해지며 두 곳의 전시작품들은 유사함을 자아낸다. 덕분에 우리미술관에서 열린 작은미술관의 교류 전시는 전혀 어색하지 않다. 평소 우리미술관에서 만났던 작품들과 비교했을 때 친근하고 익숙한 느낌을 자아내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이번 우리미술관에서 작은미술관 인천-김포 교류전 <보구곶에 갈 지도전>은 오는 12월 27일까지 계속된다. 우리미술관의 운영시간은 화~일 오전 10시~오후 6시이며(목요일 오후2시~오후6시) 관람료는 무료이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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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boy58@naver.com




인천시립미술관 작가연구 – 양유연 작가 <보는 것 만으로 들을 수 있다면>

인천 중구에 있는 임시공간은 1층 미용실이 있는 2층 공간에 자리하고 있다. 지도를 검색하면 해당 위치가 나오지만, 그 주변을 몇 번 두리번거려야 찾을 수 있었다. 공간의 절반은 전시를 진행하지만, 그 나머지는 서재와 같은 집무실이었다. 이번에 내가 찾아가 본 전시 ‘인천시립미술관人千始湁美述觀 : 작가연구’는 인천의 신생 공간인 임시공간에서 원로작가와 청년작가 사이에 있는 미드-커리어 작가 연구다. 2016년 아트플랫폼 입주작가였던 양유연 작가의 전시로 이전에 전시되지 못했거나 전시하지 않은 작품을 선별하여 전시를 진행한다. 인물을 대상으로 작업하는 가운데, 작업의 초기와 중기, 그리고 최근 작품들을 전시한다. 조금 민망한 이야기를 하자면, ‘인천시립미술관’이라는 전시명을 보고 나서 이 전시가 ‘인천시립미술관’에서 진행하는 것으로 생각하여 ‘인천시립미술관’을 검색해 보았다. 그러나 인천시립미술관은 없었다. 전시 관련 내용을 자세히 보니 한자가 다른 것이 아닌가. 민망하기도 했지만 재미있는 동음이의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과연 어떤 전시일지 더 궁금해졌다.

미술 전시를 많이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에는 작품을 전시할 때 작품의 배치 또한 중요하다. 어떤 액자를 사용하고. 어떤 벽에 어느 정도의 간격으로 작품을 배치할지. 또는 작품을 세워 놓을지, 눕혀 놓을지, 걸어 놓을지 등 말이다. 공간이 넓다면 좋겠지만, 사실은 작은 공간이어도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작품을 효과적으로 전시할 수 있다. 임시공간에 발을 들이고 제일 처음 본 것도 그것이다. 하얀 벽에는 총 7개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다. 좋은 작품에서는 고민이 느껴진다. 무엇을 보여줄까, 어떻게 보여줄까. 좋은 전시도 똑같다. 무엇을, 어떻게 보여줄까. 작품을 전체적으로, 그리고 하나하나 가까이 볼수록 그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좋은 작품과 좋은 전시를 보여주고 싶어서 몇 번이고 고민하지 않았을까?

양유연 작가의 작가노트에는 초기, 중기, 그리고 가장 최근 작업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적혀있었다. 시작은 일기 같은 그림이었다고 한다. 자신 안에서 항상 끓어오르는 무언가를 그저 밖으로 쏟아내기만 하면 되는 것. 작품의 시작과 끝은 비록 어렵지 않더라도 다음에 그것을 보는 순간 그 당시에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너무 선명해서 숨기고 싶었다고. 그래서 작가는 자신의 감정을 전부 보여주는 것이 아닌 선택적으로 감추며 조금씩 드러내기도 한다. 우회의 방식이 도리어 작품을 바로 마주할 수 있었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작품의 톤과 채도는 굉장히 낮고 어두운 편인데, 실제로 작가의 초기 작품은 비교적 색도 선명한 편이고 표현이 직접적이다.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할 시간을 준다기보다는 ‘아, 이런 느낌이었구나!’라고 확 느껴지는 작품들이었다. 취향에 따라서는 그 이후의 작업보다 초기의 작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 같았다. 조금 더 대중적인 색이었다.

작업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수많은 인물들을 그렸다. 그러나 어느 누군가를 지시하는 그림은 그리지 않으려고 했다. 그 인물이 갖고 있는 뉘앙스만으로 하려는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때로는 그림자로, 명암으로, 닮아있는 다른 어떤 사물들로, 또 한편으로는 있는 것을 지워내는 방식으로 다양하게 시도했다. 그동안 작업의 결들이 생겼고 시기별로 내가 무엇에 주목했었는지, 어떤 것들을 보고 무엇을 느꼈는지 알게 되었다.’ – 작가의 글 중

작가의 글처럼 인물을 그린 여러 점의 작품들은 전체적으로 안개가 낀 듯 모호하다. 그림을 그려놓고, 그 위에 살짝 먼지를 뿌린 느낌이었다. 햇빛 아래로 연기를 옅게 깔아놓는다고 해서 빛이 완전히 가려지지는 않는다. 그림에서 느껴지는 인상은 그랬다. 그리고 조금은 어둡고 우울하다. 그런데 그 우울이라는 것이 눈물이 날 것 같고 무기력해지는 우울은 아니었다. 차가운 새벽에 혼자 밖에 나와 있을 때의 우울함. 차가운 공기가 낮게 깔려있고, 캄캄하지는 않으나 어슴푸레하며, 사무치듯 외롭지는 않으나 어쩐지 쓸쓸하다. 몸부림쳐서 떨쳐버리고 싶은 우울함이 아니라 혼자 가만히 곱씹을수록 잠잠해지는 우울함이었다. 아크릴과 분채를 같이 사용하는데, 동서양이 섞인 재료에서 나오는 분위기도 좋았다. 최근 작품일수록 작품과 그것을 보는 사람 사이에 거리감이 느껴진다. 내가 지금 이런 기분이라고 말하기보다는 너는 지금 기분이 어때라고 물어보는 것 같았다. 작가가 작업해온 시간 안에서 처음에 쏟아내던 감정들은 여러 번 감수하고 절제된 채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우리는 많은 예술 속에서 살고 있다. 숨 쉬며 살아가기에 예술이 필수는 아니다. 그럼에도 많은 예술가가 계속 배출되고, 사람들은 자꾸만 예술을 영위하고 싶어 한다. 사람은 밥만 먹고 숨만 쉬면 살아간다고 말할 수 있는 생물이 아니기 때문은 아닐까? 그림을 그리는 것과 그림을 보는 것도 그렇다. 어떤 이는 무언가를 그리면서 자신을 찾아간다면, 또 다른 이는 그것을 보면서 자신을 찾아가기도 한다. 폭넓게 좋은 작품들을 자주 보여주는 것이 임시공간에서 하고 싶은 일 중 하나라고 한다. 우리는 그저 발걸음을 돌려 찾아가면 된다. 요번에는 너무 멀리 밖으로 나가지 말고 근처 카페에서 커피도 한잔할 겸 친구의 팔짱을 낀 채 임시공간의 문을 두드려보자. 유리창 너머 1층 미용실도 한번 구경해주고. 생각보다 더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글 · 사진 시민기자단 이은솔




2018 우현상 시상식

제 31회 우현학술상 수상자 이선옥
제 12회 우현예술상 수상자 장석남

일시 : 2018. 12. 20(목) 오후 3시
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A동 이음마당
주최/주관 : 인천문화재단

사진 유창호




2018 예술정거장 프로젝트 <언더그라운드, 온 더 그라운드>

전시 기간: 2018. 12. 13~2019. 10. 23
@ 인천시청역 1호선 역사

참여작가
강용면, 김구림, 김승영, 김용철, 김원근, 김유석, 김창겸, 러봇랩,
박기진, 박종영, 배성미, 설총식, 성능경, 언사이트, 육근병, 윤진섭
이강소, 이건용, 이민수, 이병찬, 이승택, 이재형, 이종구, 조권익,
최은동,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 피에르 파브르, 홍원석, 황문정

주최•주관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인천교통공사,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문화수리공

영상 시민기자단 김유라




인천서점 오픈기념 북콘서트

일시 : 2018. 11. 23 (금)요일, 오후 3시
장소 : 아트플랫폼 A동 1층
주최 : 인천문화재단
주관 : 인천서점

사진 시민기자단 민경찬 




기술로 예술을 창조하다 <사운드 코드 비주얼>

12월을 시작하는 날이었다. 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에서는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특별한 강의가 열렸다. <사운드 코드 비주얼 – 창조적 숫자에서 시작되는 오늘의 음악>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강의는 코딩을 통한 사운드 및 영상 제작을 배운다. 요즘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코딩을 배운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하지만 아직 ‘코딩’은 많은 사람에게 생소하다. 나 또한 사운드와 비주얼은 친숙하나 중간에 툭 껴있는 ‘코드’는 낯설다. 코드에 대해 궁금증을 품은 채 아트플랫폼으로 향했다.

 

공연장으로 들어가자마자 보인 풍경은 15명 남짓한 학생들이 테이블 위에 각자 한 개씩 노트북을 펼쳐놓고 강의를 듣는 모습이었다. 지금까지 인천문화재단에서 열어온 다양한 강의에 참관했지만, 개인마다 PC를 한 개씩 두고 하는 강의는 처음이었다. 이번 특강의 강사님은 ‘그레이코드’라는 예명으로 활동 중인 아티스트 조태복 님이다. 다양한 활동을 하셨지만, 그 중 아트플랫폼 레지던시 7기 입주작가이기도 하셨다. 활동보고 전시회에서 그의 작품을 본 적이 있었는데, 빨간색에 해당하는 사운드와 함께 미디어 아트가 같이 전시되어 있었다. 강사님의 작품을 통해 사운드예술을 접해보고 코딩을 통한 사운드/미디어 제작의 기초를 배운 뒤 그것을 통해 자신만의 사운드X비주얼 인터랙션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이 본 강의의 커리큘럼이었다.

참관한 당일에는 ‘사운드’를 주제로 강의를 하고 있었다. 음악과 산수, 미술의 세 가지 과목을 합쳐 표현해내는 것이 코딩을 통한 사운드X미디어 아트였다. 사운드가 음악과 미술이라면, 비주얼 코딩이 산수에 해당한다. 컴퓨터를 통해 무언가를 표현해내기 위해서는 이에 해당하는 숫자, 즉 코드들이 필요하다. 우리가 눈으로 직접 보는 빨간색 물감이나 눈앞에 있는 사람은 보는 그대로지만, 컴퓨터를 통해 보게 되는 빨간색과 사람은 결국에는 어떤 숫자에 해당한다. 그리고 그 숫자(코드)들을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코딩이다. 그런 의미에서 산수, 음악, 미술 모두를 각각 다르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굉장히 어려운 개념이라고 느껴졌는데, 의외로 학생들은 더 쉽게 이해하는 모습이었다.

MAX 프로그램으로 소리를 만드는 기본적인 방법들과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 여러 박스를 이용해서 그 안에 명령어를 넣고 각각의 박스를 연결하여 자신이 원하는 소리를 만들어내는 방식이었다. 명령어들의 순서와 계산이 무엇보다 중요해서 명령어와 박스를 사용하는 방법을 기억하고 익히는 것이 핵심 같았다. 코딩을 통해서 무언가를 표현해야 하므로 우리가 실제로 행하는 행동들을 컴퓨터 언어로 바꿔 생각해보아야 답이 보였다. 예를 들어 앰프를 통해 기타 소리를 내고 싶다면 기타에 연결선을 꽂고 그 선을 다시 앰프에 꽂아야 한다. 그리고 음향의 볼륨을 조절하며 어떤 음과 박자로 연주할지를 선택해서 소리를 낸다. 실제로 그렇게 하려면 내가 손으로 직접 선을 연결하고 앰프의 전원을 켜고 기타를 원하는 대로 연주하면 되지만, 컴퓨터를 통해 원하는 소리를 내려면 그 모든 행동을 코드를 입력하고 연결해야 한다. 컴퓨터 자체가 악기와 앰프가 되어 학생들이 연주(코딩)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방법을 설명하고 학생들이 직접 체험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강의의 내용을 만약 책으로 접했다면 머리가 굉장히 아파 진도를 얼마 나가지 못하고 덮어버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직접 컴퓨터로 소리를 내고, 하나씩 차근차근 배워가며 중간중간 퀴즈와 게임을 통해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을 즐거운 고민으로 바꿔버렸다.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얼굴은 흥미로움으로 가득했다. 학생들이 생각보다 쉽게 소리를 낸다고 느껴지는 찰나에 강사님은 중요한 한마디를 던졌다. 소리를 내는 것 자체는 쉽지만, 그 소리를 이용해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가 더욱 중요하다는 말이었다. 사실 무언가를 창조할 때 보다 중요한 것은 ‘왜’ 혹은 ‘무엇’이라고 되묻는 것이다. 만약 누군가 종이비행기를 접는 방법을 알려주었다고 해서 바로 비행기를 접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앞으로, 뒤로, 대각선으로, 반으로, 4등분으로 접었다 폈다를 여러 번 시도해보며 비행기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종이를 접는다’는 것은 프로그램 사용 방법이라면 ‘종이비행기’는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이고, ‘종이비행기를 접는 방법’이 바로 코딩이다. 코딩을 통한 사운드 예술은 내가 표현하고 싶은 사운드를 낼 수 있는 코딩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 과정은 어렵지만 중요한 사항이다.

잭슨 폴락(Jackson Pollock)의 작품을 보면 그냥 마구잡이로 붓을 흔들어 물감을 여기저기 어지럽게 뿌려놓은 것 같다. 혹자는 ‘에이, 저걸 누가 못해’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물감을 마구 뿌려서 작품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누군가 옆에서 그렇게 해보라고 알려주지 않는 이상 먼저 떠올리기 힘들다. 그런 ‘생각’이 잭슨 폴락 작품의 가치를 만든 것이다(물론 미적인 가치도 있다). ‘코딩’을 통한 예술도 마찬가지 아닐까.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까. 이것이 전부다. 과학기술과 예술 사이의 경계선만 무너뜨린다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입체적인 생각과 상상력,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섬세한 계산들. 학생들은 이번 강의를 통해 새로운 ‘표현방식’을 배우게 되었을 것이다. 바로 창조적 숫자에서 시작되는 오늘의 예술을 말이다.

글 시민기자단 이은솔
사진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희귀 초판본으로 살펴보는 근대문학사…한국근대문학관 ‘한눈에 보는 한국근대문학사’

근대문학 유명작가 희귀 초판본 50종 전시
감각적·입체적 전시구성 돋보여
11월 23일 개막…내년 상반기까지 전시 예정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희귀 초판본을 통해 우리나라 근대문학사를 한눈에 훑어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지난 11월 23일 인천문화재단의 한국근대문학관에서 2018년 기획전시 ‘한눈에 보는 한국근대문학사’가 개막한 것이다.
시 20종, 소설 22종, 수필 및 비평 8종 등 총 50종의 도서가 자리한 이번 전시는 우리나라의 근대문학사를 대표하는 유명작가들의 초판본이 전시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근대문학의 주옥같은 명작들을 당시 모습 그대로 만나볼 수 있는 것. 그간 교과서나 인쇄물을 통해서만 접할 수 있던 근대문학 작품들의 살아있는 실체를 직접 눈으로 관람할 뜻깊은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이번 전시에서 1925년 출판사 ‘매문사’에서 간행된 김소월의 시집 ‘진달래꽃’의 초판본은 가장 주목을 받는 전시물 중 하나이다. 당시 매문사에서는 ‘진달내’와 ‘진달내꽃’ 두 종으로 책을 출간했다고 전해진다. 내용은 같지만, 앞표지와 속표지, 판권지 등에서 차이가 나는 이 두 책은 2011년 등록문화재로 인정받았다. 문학사적으로 가치를 입증된 두 책이 동시에 전시가 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다. ‘진달래꽃’의 두 가지 첫 얼굴이 나란히 등장한 모습은 많은 관객의 관심을 끌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그 외에도 근대문학사의 큰 획을 그은 것으로 평가받는 유명작가들의 초판본들도 다수 공개됐다. 이인직의 ‘혈의 누’, 백석의 ‘사슴’, 김동인의 ‘감자’, 한용운의 ‘님의 침묵’,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이상의 ‘날개’ 등의 원본들이 전시된 것이다.
전시된 초판본 중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신소설 이인직의 ‘혈의 누’는 현재까지 네 권만 확인되는 희귀본 중의 희귀본이라고 할 수 있다. 백석의 시집 ‘사슴’의 경우 백석의 자비로 100부에 한정돼 출판된 작품이다. 당시에도 워낙에 구하기 힘든 희귀본으로 윤동주가 이 책을 구하려다 끝내 구하지 못해 필사하는 것으로 백석의 시집을 손에 넣었다고 한다. 한용운의 시집 ‘님의 침묵’ 역시 몇 권 안 될 것으로 추정되는 희귀본이다. 하지만 새 책과 다름없을 정도로 보관상태가 좋은 초판본이 전시돼 있다.

출처: 취재기자 정해랑

이번 전시의 또 다른 의의는 기존에 우리가 익힌 알던 전시의 틀을 깼다는 점이다. 시각 위주의 평면적인 구성으로 꾸려지는 전형적인 전시형식에서 벗어나 다감각적이고 입체적인 전시를 선보인 것이다.
초판본의 표지를 그대로 옮겨놓은 책 전시물이 전시장 한가운데 놓이기도 하고 작가들의 서재 같이 꾸며진 입체적인 공간이 꾸려지기도 했다. 이상의 소설 ‘날개’에서는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각종 소재들에 관한 이미지들도 함께 전시됐다. 주인공이 부인한테 매일 받았던 수면제 ‘아달린’의 당시 광고 이미지와 소설 속 하나의 공간적 배경이었던 경성 미츠코시백화점의 층별 안내도가 함께 제시된 것이다. 또한 입체 안경을 통해 주인공이 백화점 옥상에서 내려다본 경성 시가지의 모습을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외에도 김동인의 소설 ‘감자’에서는 당시의 공간적 배경을 담은 사진을 덧붙여 공개하기도 하고 백석의 시 ‘멧새 소리’에서는 많은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했던 멧새 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한국근대문학관 1층 기획전시실에서 진행되는 2018년 기획전시 ‘한눈에 보는 한국근대문학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전시가 지속될 예정이다. 관람 시간은 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관람료는 무료이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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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boy58@naver.com




한 남자의 죽음을 둘러싼 엇갈린 진술, 연극 <사방팔방>

지난 11월 30일, 송도 트라이볼에서 연극 <사방팔방>이 막을 올렸다. 12월 2일까지 3일간 진행한 공연은 전 좌석 무료로 관람할 수 있었다. 공연을 선보인 극단 위로는 ‘위로해주다.’와 ‘위로 올라가자 혹은 성장하자.’라는 의미를 지닌 공연단체로서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의 조화를 통해 우리의 것을 간직하고 동시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

 

연극 <사방팔방>은 일본 유명 소설 아쿠타가와 류노스케의 ‘덤불 속’을 원작으로 하여, 동서남북을 수호하는 사신들이 인간 세상의 한 살인사건을 풀어나가는 것으로 재구성되었다.
청, 백, 적, 흑 사신들은 가무를 즐기며 조용하고 평화로운 날을 보내다 반복되는 일상에 무료함을 느낀다. 그들은 새로운 놀잇감을 찾던 중 인간 세상에서 풀리지 않은 하나의 살인사건에 호기심을 느끼고 자세히 파헤쳐보기로 한다. 인간의 탈을 쓰고 인간의 시선으로 사건을 들여다보기로 하고, 이로써 진실을 마주하기 위한 사신들의 가면 놀이가 시작되었다.

 

이 사건에는 시신으로 발견된 무사와 그의 아내 그리고 산적, 이렇게 세 사람이 등장한다. 죽은 자를 제외하고 산적과 아내는 서로 본인이 범인이라고 주장하며 엇갈린 진술을 한다. 사건은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사신들은 세 명의 탈을 쓰며 각각의 입장에서 사건을 풀어나간다.
그러던 어느 날, 살인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하는 이가 나타난다. 그는 나무를 하러 숲속을 지나다 우연히 현장을 보게 되었다고 한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죽어가는 무사의 옆에 값이 비싸 보이는 칼을 발견하고, 칼만 챙겨서 곧바로 그 현장을 빠져나왔다고 진술한다. 과연 그는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극 중 사신들이 추는 춤은 공연단체 위로에서 우리나라 전통춤을 모티브로 하여 새롭게 창작한 춤이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중간중간에 선보이는 춤은 특별한 무대 장치 없이도 무대가 전환되는 효과를 준다. 더욱이 음악 효과를 위해서 음원 파일을 재생하는 것이 아닌, 현장에서 악사들이 연주하는 것으로 갈음하였다. 라이브 연주를 통해 극적인 효과 연출과 더불어 또 하나의 즐길 거리를 선사하였다.

사신들은 사건을 풀어나가며 마주한 인간의 탐욕과 이기심을 꼬집는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타인과 비교하여 누가 더 선한지 논할 수 없으며, 저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만 무던히 애쓴다. 심지어 사건과 관련이 없었던 나무꾼마저 개인의 욕심 때문에 사건에 연루하게 된다. 이처럼 세상사 모든 일이 한 개인이 아닌 우리 모두의 행동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원작 소설과 이 연극에서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개인의 욕심으로 한 사람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것이 이 이야기의 진실은 아니었을까?

글 시민기자단 김다솔
사진 차민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