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싱어송라이터 ‘엘사 코프’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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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일/ 2017년 5월17일 (수)
장소/ 버텀라인
사진/ 민경찬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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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일/ 2017년 5월17일 (수)
장소/ 버텀라인
사진/ 민경찬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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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일/ 2017년 5월27일 ~ 28일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사진/ 민경찬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처음 오셨나요? 반갑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나요? 아, 괜찮아요. 우리도 지난주에 배운 거 하나도 기억 안 나요. 같은 곡을 4개월 째 연습하죠.”
“모임은 두 시간, 뒤풀이는 네 시간. 오늘 만나서 내일 헤어지는 우리.”
동호회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무언가를 연습한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이 말은 시민창작뮤지컬 ‘소우주환상곡 시즌 2’에 등장하는 노래 가사이다. 이 뮤지컬이 이토록 공감 가는 솔직담백한 가사를 담을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생활문화예술동아리연합 ‘놀이터’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데에 있다. ‘놀이터’는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조직한 노래, 연극, 합창, 통기타, 오카리나, 우쿨렐레 등의 동아리 연합으로, 매주 1회 활동 중이다. 지난 5월 13일과 14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상연한 이번 공연은 전문가들과 시민배우들이 6개월 간 함께 작업하며 만든 공연으로, 많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소우주 환상곡 시즌 2’는 계속되는 취업 실패로 엄마와 갈등을 겪으며 지루한 일상을 살던 취업준비생 수빈이 시민 합창단에 가입하여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단원들은 일에 치여 연습시간이 끝나고 뒤풀이 시간이 되어야 도착하고, 연습실 아래 식당 주인에게 시끄럽다는 잔소리를 들어도 함께 연습하며 울고 웃고 위로하며 공연을 준비한다. 공연을 한 달 앞두고 지휘자가 사라져 위기에 처하지만 연습 때마다 핀잔을 주던 식당 주인을 설득해 지휘자로 데려와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다.
기타를 치는 시간만큼은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기타동아리 회원들, ‘이 세상에 내 자리는 없는 것 같다’며 슬퍼하는 취업준비생, 만년 과장 신세로 만날 직장 상사에게 깨지기만 하는 직장인처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노래로 들려준다. 시민배우들은 함께 노래하며 “평범하고 작고 약해보이는 우리지만 모두가 그 무엇보다 귀한 하나의 소우주”라며, “소우주들이 함께 손을 잡고 신나고 멋지게 살아보자”고 말한다.
‘놀이터’에서 생활예술팀장을 맡으며 본 공연의 기획총괄을 맡은 최진숙 씨는 “처음에 공연을 함께 준비했지만, 직장의 이직이나 건강상의 문제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끝까지 완주를 하지 못한 분들이 많이 생각나 아쉬운 마음이다. 각자의 일상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공동 작업을 하며 최선을 다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 매일을 열심히 살고 있지만 두근거리지 않아”라는 가사처럼 먹고 사는 데 쫓겨 치이기만 하던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했던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이지만 이제는 문화예술을 통해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하는 시민배우들. 어쩌면 완벽하거나 뛰어난 배우들이 아니라 힘든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친근한 시민배우들이기에 관객들에게는 더욱 큰 응원과 위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취미와 취향을 가진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동아리들의 연합인 ‘놀이터’는 올해로 20년째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에 활동 중인 동아리 이외에도 직접 동아리를 결성하여 ‘놀이터’의 모임공간에서 활동을 진행할 수도 있다.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의 카페에서 ‘놀이터’(자세히보기 ▶)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김진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치유의 힘이 있는 그림, 감동이 있는 빛깔
지난 5월 13일, <소설, 애니메이션이 되다> 기획전시의 부대행사로 애니메이션 <봄봄> 감상과 안재훈 감독과의 대화를 나누고 왔다. 문학 소나기의 한 장면처럼 굵은 빗방울의 둔탁한 소리가 영상관 지붕에 쏟아지던 날,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학의 정겨운 이야기를 들으러 찾아왔다.
원작 김유정의 『봄봄』은 1935년 12월 <조광>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3년 동안 혼례를 명목으로 머슴살이를 시키는 장인과 데릴사위인 ‘나’와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장인의 욕심과 횡포에 휘둘리는 주인공 ‘나’는 바보스럽고 순진한 인물로 묘사된다. 이 작품은 ‘나’와 장인의 갈등을 통해 순진하고 우직한 인간에 대한 작가의 연민을 잘 보여준다. 인간관계를 희화화하여 작가 특유의 해학미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김유정 문학의 백미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봄봄』을 제작한 안재훈 감독은 대한민국 스튜디오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여 ‘치유의 힘이 있는 그림, 감동이 있는 빛깔’이라는 가치 아래 작품을 만들고 있는 ‘연필로 명상하기’의 애니메이터이자 감독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연필로 명상하기’는 안재훈, 한혜진 감독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을 갖춘 스튜디오이다. 자신들만의 신조로 꾸준히 작품을 제작하며, 관객과의 소통을 넓혀가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 있다. 애니메이션 <봄봄>은 근대문학 김유정 작가의 『봄봄』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연필로 명상하기’ 애니메이터들의 한국의 정서를 그림 속에 녹여내고자 했던 노력, 따뜻한 그림체 그리고 <봄봄>의 데릴사위와 장인의 관계에 판소리를 입혀 정겨움과 재미를 더했다.
애니메이션 <봄봄> 상영이 끝나고 안재훈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진행되었다. 감독과의 대화의 한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Q. 감독님은 학생 시절에도 책을 가까이하셨나요? 어떻게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에게는 운명 같은 동기가 생깁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저 초등학교 국어 선생님께서 책 읽는 것을 칭찬해주셨는데 그거 하나로 그때부터 책 읽는 것만큼은 집착 같이한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에 학교 도서관은 낡은 냄새와 책 냄새가 근사한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다 읽으면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Q. 애니메이션 감독과 스튜디오가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애니메이션은 그림으로 연기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소품, 배경 하나도 우연히 나오는 것이 없이 사람의 손으로 생각되고 의지대로 그려진 영화를 애니메이션이라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감독과 다르게 실사영화감독은 스텝을 지휘한다는 느낌이라면 애니메이션 감독은 지휘라는 것보다 각각이 가진 재능이 어떻게 조화롭게 한 장면을 통해서 보여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공유, 소통이라는 것이 있다는 점에서 실사영화와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 이끌고 계신 스튜디오 이름이‘연필로 명상하기’인데 어떻게 해서 이런 이름을 스튜디오가 가지게 되었나요?
스튜디오에서 단편 작업을 할 때 그 단편이 조금 유명해져서 젊은 스텝이 홈페이지를 만들자 해서 ‘연필로 명상하기’라고 생각나는 대로 적은 게 스튜디오 이름이 되었습니다. 지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연필이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많은 도구들이 있어서 관객들이 최종의 그림을 보고 판단하시는 것이지 도구의 중요성을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도구로 작업을 하던 어떤 시작을 펜이라는 것을 통해 끄적인다는 의미로 ‘연필로 명상하기’라는 이름을 바꾸지 않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전 근대문학작품을 필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스텝들이 같이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감독님이 먼저 하시는 작업인가요?
저 같은 경우는 창작 애니메이션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단편문학을 할 때는 저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다는 것은 제가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사후세계라는 것이 있다면 이효석 선생님, 현진건 선생님, 김유정 선생님이 “자네가 그린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참 좋았어”라는 이 정도 말쯤은 꼭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박물관 가서 선생님들의 펜을 보고 원고지에 한자 한자 만년필로 쓸 때는 선생님들의 느낌이 저한테 온전히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작업을 통해 단편문학만큼은 관객들이 큰 감동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오늘 감상한 <봄봄>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의 영감을 어디서 받으셨나요?
<메밀꽃 필 무렵>을 할 때에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아버지 친구를 보면 생기신 모습이 비슷합니다. 그런 쪽으로 중심을 두고 생각하고 캐릭터화합니다. <봄봄>은 해학이라는 것이 김유정 선생님의 특징인데 저는 해학이라는 느낌을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일까라고 고민하며 삶 속에서 재미난 요소들이 나올 때 캐릭터가 해학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방향으로 캐릭터를 구체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Q. <봄봄>의 애니메이션의 장인어른 캐릭터를 어떻게 디자인하게 되셨나요?
장인어른 캐릭터는 사위, 점순, 시골이라는 배경에서 나오는 해학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수염은 소설의 지문에 있는데 안경을 넣은 까닭은 <봄봄>의 배경이 아주 조선시대는 아니라는 것 즉 시대감을 연상시킬 수 있게끔 장치한 것입니다.
Q. <봄봄>애니메이션에서 판소리를 사용하신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알다싶이 김유정 선생님은 국악 명창 박록주 선생님을 사랑하셨습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은 자신의 삶속에 그 사람이 은은하게 배여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김유정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고수가 장단을 맞추는 판소리 느낌이 납니다. 그러한 것이 문체에 있었기 때문에 판소리 중에 도창이라는 부분을 애니메이션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Q.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잘생기고 예쁜 얼굴은 아닌데 의도하신 것인지 이것에 대해 궁금합니다.
캐릭터에 제가 느끼는 우리나라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 아빠 얼굴 같네’,‘우리 엄마 얼굴 같네’라고 공감할 수 있으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Q. 근대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것이 소중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에 대해서 감독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사회의 교과서에서 『메밀꽃 필 무렵』, 『운수 좋은 날』, 『봄봄』이 사라진다면 여기 있는 아이 분 들이 책을 읽을 이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분들이 읽을 이유가 없어지면 앞으로 30년 후에는 한국 사람들을 연결하는 끈이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학작품이 계속 이어져서 식탁에서도 부모 아이 간의 이야기가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한국문학을 다시 읽어보게 되고 한국 사회의 뿌리의 근간이 되는 것들이 은은하게 쌓였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근대문학과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찰에 대한 감독과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끝나고 한국 근대 문학관에서 ‘연필로 명상하기’스튜디오 애니메이터들이 한국 근대문학 캐릭터 그려주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연필로 명상하기’스튜디오와 안재훈 감독의 근대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일은 그 일 자체도 큰 의미가 있지만 『봄봄』, 『메밀꽃 필 무렵』 과 같은 작품들을 애니메이션화 함으로써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 즉 뿌리의 근간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담고 있다. 한국 영화산업의 불리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근대문학작품들을 관객들이 계속해서 찾아주는 것은 아직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고 이어나가려 하는 노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2017년 하반기에는 ‘연필로 명상하기’스튜디오에서 한국 단편문학 시즌 2 <소나기, 무녀도>를 개봉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우리의 정겨운 이야기를 들으러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상영관을 찾아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글, 사진/ 최승주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행사일/ 2017.05.27~28(만국시장), 2017.05.26~30(디아스포라영화제)
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촬영,편집,구성/ 김유라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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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일/2017년 4월20일 (목)
장소/ 한국근대문학관
사진/ 민경찬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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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일/2017년 5월06일 (토)
장소/ 인천콘서트챔버 제3회 정기연주회
사진/ 민경찬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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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일/2017년 4월22일 (토)
장소/ 트라이보울
사진/ 민경찬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지난 4월 23일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송도의 복합문화예술공간 트라이보울에선 시인 정호승과 가수 재주소년(박경환)을 초청해 ‘봄, 다시 희망’이란 주제로 인문예술아카데미를 열었다. 필자도 본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트라이보울을 찾았는데, 세계 최초 역쉘(shell) 구조로 지어진 건축물의 오묘한 아름다움이야 이미 알고 있었지만, 내부의 모습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었다. 내부는 『비극의 탄생』에서 니체가 말하던 고대 그리스의 원형극장을 축소한 것 같았다. 여기서 혹자는 희망을 주제로 한 아카데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데, 왜 비극을 슬며시 꺼내는가하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정호승의 강연이 그랬다. 그는 ‘희망’에 말 걸기 위해 ‘절망’을 꺼내놓고 있었다.
정호승은 자신의 시 몇 개를 소개하면서 강연을 시작했다. 정호승이 말하듯 시는 역설과 반어, 더 나아가 침묵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를 설명하기란 불가능한 법이다. 그러나 설령 그것이 불가능하더라도 우리는 시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각자의 경험을 끌어오거나, 또 다른 레퍼런스를 경유해 볼 수 있다. 필자가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끌어오는 것도 그 이유 때문이다. 물론 철학자의 몇 마디 말로 시를 재단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원형극장을 닮은 트라이보울과 희망에 말 걸기 위해 절망을 꺼내든 시인의 모습이 필자에겐 그저 우연처럼 보이지만은 않았다. 정호승의 시로 곧바로 들어가기 보다는, 우선 니체가 소개하는 미다스 왕과 현자 실레노스의 유명한 일화를 경유해보자.
어느 날 미다스 왕은 현자 실레노스를 불러 인간에게 가장 좋은 것, 가장 훌륭한 것은 무엇이냐고 물었는데, 실레노스가 호탕하게 웃으며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가련한 하루살이여, 우연의 자식이여, 고통의 자식이여, 왜 하필이면 듣지 않는 것이 그대에게 가장 복될 일을 나에게 말하라고 강요하는가? (…) 태어나지 않는 것, 존재하지 않는 것, 무로 존재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네. 그러나 그대에게 차선의 것은 – 바로 죽는 것이네.” 이 지독한 염세주의에 대한 니체의 처방은 그야말로 훌륭하다. 그는 그리스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그리스인들은 삶의 무가치성과 의미 없음에서 오는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 고통스러운 실존의 문제에서 출발해 생기 넘치는 올림포스 신들의 세계를 창조했다. 그것이 바로 비극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그곳에서 신들은 스스로 인간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인간의 삶 그 자체를 정당화했다. 그러므로 니체는 이제 실레노스의 말을 거꾸로 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가장 나쁜 일은 곧 죽는다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나쁜 것은 언젠가 죽는다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비극의 탄생』, 이진우 옮김, 책세상, 2007, 41쪽, 43쪽 인용]
절망으로부터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비극처럼 정호승의 시는 희망을 이야기하기 위해 절망을 꺼내놓는다. 그는 희망을 위한 희망은 마치 물거품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지 않은가? 우리는 제정자들의 입에서, 수많은 텔레비전 채널에서, 즐비한 사회 캠페인 속에서 정체 없이 밝은 미래와 눈부신 희망을 본다. 그것들은 마치 하늘에서 포도주 눈이 내리고, 치킨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언했던 생시몽주의자들의 환상처럼 한순간 아스라이 질 운명에 처해있다. 그래서 정호승은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고 단호히 말한다. 그는 강연 내내 절망을 소중히 품에 안을 것을 강조했다.
나는 절망이 없는 희망을 거절한다
희망은 절망이 있기 때문에 희망이다
희망만 있는 희망은 희망이 없다
희망은 희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보다
절망의 손을 먼저 잡는 것이 중요하다
-정호승,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 중 인용
여기서의 희망과 절망의 의미는 그저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는 것 정도로 축소될만한 성질의 것이 아니다. 그는 (비록 강연에서 소개되지는 않았지만) 「희망의 밤길」에서 “희망은 무엇을 딛고 서 있는가”라고 묻는다. 희망은 무엇을 딛고 서 있는가? 만약, 희망이 절망을 딛고 서 있다면 그 절망이란 무엇인가? 그의 시 「바닥에 대하여」는 이러한 질문에 명쾌한 답을 건넨다.
바닥의 바닥까지 갔다가 돌아온 사람들은 말한다
더 이상 바닥은 없다고
바닥은 없기 때문에 있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기 때문에 보이는 것이라고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라고
-정호승, 「바닥에 대하여」 중 인용
바닥은 있거나 없거나 “그냥 딛고 일어서는 것”이다. 절망과 바닥은 절벽이란 메타포로 이어진다. 정호승은 「절벽에 대한 몇 가지 충고」를 이야기하면서, 우리 모두는 마음속에 절망의 절벽 하나씩은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절벽 그 자체를 받아드려야 한다고 말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절벽 그 자체가 되고, 그 밑에 있는 바닥이 되고, 거기에 뿌리 내린 나무가 되며, 그 나무 끝에 앉아 망망대해를 바라보는 새가 될 수 있다. 디오니소스는 천의 얼굴(가면)을 갖고 있다. 희망은 불확정성을 딛고 선다.
정호승은 강연을 계속해 나가면서 우리에게 사진 하나를 보여준다. 거기엔 토성에서 바라본 지구의 모습이 담겨 있었지만, 그것은 우주 한 가운데에 좁쌀만큼 작게 자리하고 있었다. 이처럼 우주적 스케일에서 바라보면, 우리의 존재란 일천할 뿐이고, 덧없고 허무할 뿐이다. 이는 앞서 실레노스가 말한 고통이며, 세계의 불확정성 속을 허우적대고 있는 존재자의 고통이다. 우리는 이 지구라는 작은 별에서 희망을 찾기 위해 여행을 하고 있는 여행자들이다. 그런데, 여기서 정호승은 우리가 절망의 여행만을 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우리에겐 절망 말고도 또 다른 가치가 필요하다. 그가 요구하는 것은 ‘사랑’이다. 여기서 희망은 존재론적 문제에서 윤리적 문제로까지 나아간다. 정호승은 「여행」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시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계속한다.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 정호승, 「여행」 중 인용
우리는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사랑을 찾아서 인생이란 여행을 하고 있다. 우리는 사랑이란 가치를 통해서 희망을 발견한다. 그래서 정호승은 이러한 여행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말하며, 이 시에서 여행을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라고 강조해 말한다. 이는 윤리적 행위를 촉구하는 타자의 명령에 가깝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찾아나서는 일은 우리가 알 수 없는 타자를 마주하는 것과 같다. 그래서 정호승은 그 여행이 “설산”과 “오지”로 떠나는 것처럼 힘든 일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그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서 “눈물 없는 사랑이 어디 있는가”라고 반문한다. 우리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상처를 받는 것처럼, 사랑과 고통이란 결국 같은 말이라는 것이다. 절망과 고통은 희망과 사랑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사랑할 것인가? 사랑이 고통을 동반한다면, 그것은 연인들의 배타적 사랑에 한정되지 않을 것이다. 그 사랑의 대상은 나의 시야 앞에 놓여 있다고, 그래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 순간 기다란 팔로 내 뒤통수를 후려치는 자이고, 재주소년의 음악을 들으면서 내 옆에서 손뼉을 치고 있는 자이다. 연꽃은 진흙 속에서 피어난다는 틱낫 스님의 말처럼 절망이란 타자는 희망에 있어 필수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줄곧 절망을 희망의 반대급부처럼 여기고 그것을 소외시키려했다. 희망을 위한 희망엔 절망이란 타자가 없다. 타자를 제외한 희망은 불가능하다.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의 마지막 구절처럼, 우리는 “희망의 절망이 희망이 될 때” 서로를 사랑한다.
글/ 박치영 인천문화통신3.0시민기자
매월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 숭의평화시장에서는 복작복작한 정겨운 사람 냄새가 난다. 문화체육관광부의 문화가 있는 날 지역 특화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된 행사인 <숭의평화시장 대모험>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와 상인기획단, 거주 예술가, 주민들이 함께 기획한 지역특화프로그램이다.
숭의평화시장은 1971년 4월 12일에 남구 숭의 1,3동에 개설된 48년의 역사를 지닌 남구의 대표적 재래시장으로 1960년대 산업화 단계에서 인구가 증가하면서 인천광역시 남구 숭의동 일대는 숭의 자유 시장, 숭의 깡 시장, 목공예 점포가 들어서 함께 성장했다. 숭의 평화 시장 건너편에는 인천에서 처음 건설된 숭의 공설 운동장이 있어 전국 체전 등 각종 스포츠, 종교, 문화, 정치 행사가 모두 이곳에서 개최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 그러나 지금은 옛날의 호황을 누렸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개설된 지 오래되어 시설이 낙후되고, 상인들의 연령은 고령화되어 1990년대 들어 활기를 잃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따른 시장의 쇠퇴에 가장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은 시장의 상인들이었다. 그들은 옛날의 활기찬 시장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 본인들의 의지로 시장 상인, 주민들로 구성된 <숭의평화시장대모험> 기획단을 만들었다. 그리고 숭의평화시장에 어울리는 복작복작하고 사람 냄새나는 여러 프로그램들을 기획하게 되었다. 시장을 아끼는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진 주민, 상인들의 마음이 모여 만들어진 <숭의평화시장대모험>은 ‘어른’과 ‘아이’ 모두 놀 수 있는 공간이자 ‘시장’, ‘과학’의 문화예술적 만남을 주제로 하고 있다. 단순히 사고파는 시장이 아니라, 놀러 가는 시장 즉 체험, 공연 판매 등의 행사를 즐길 수 있다. 이 밖에도 원예, 농업, 목공, 에너지, 자원재활용 등 다양한 주제가 월마다 놀이, 과학, 문화예술로 어우러져 모든 체험이 무료 행사로 진행된다.
지난 4월 26일은 ‘꽃놀이 대모험’이라는 주제로 꽃 조명탑 만들기, 게릴라 가드닝, 무료체험, 아트마켓, 오픈마켓, 시장 콘서트 등의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졌다.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 작은 시장규모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체험행사를 즐기러 이곳에 모여있었다. 부모와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소정의 경품을 낚는 시장 낚시에서부터 게릴라 가드닝 등의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게릴라 가드닝은 버려지고 황폐된 공간을 정원으로 가꾸는 활동으로 소규모의 화분에서 게릴라 가드닝이 진행되었다. 직접 화분에 식물을 심으며 무분별한 쓰레기 투기, 황폐화된 환경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이밖에도 행사장 한 편에 캘리 공방 <다락>가게가 마련되어있었다. 이곳에서는 캘리그래피 전문가와 함께 직접 캘리그래피를 체험해볼 수 있다. 어버이날을 앞둔 아이들이 캘리그래피로 부모님께 사랑을 표현하고 있다.
시장 한구석에서는 도깨비 책방이 열리고 있었다. 책을 구매하고 싶은 주민들은 이곳에서 어른 책, 어린이 책을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또한 가죽공예, 규방, 우드아트, 클레이, 천연비누, 석고 방향제 등 다양한 수공예 제품들도 판매되고 있어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오후 6시 30분부터는 시장 콘서트가 진행되었다. 다문화 가족의 어머니들로 구성된 공연팀부터 레노바기, 인천에 거주하는 어르신 합창단 등의 다채로운 공연으로 모든 숭의평화시장 <꽃놀이 대모험> 행사가 끝마쳐졌다.
이번 행사를 진행한 최경숙 사무처장님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Q. <숭의평화시장대모험>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무엇이었나요?
이번 프로그램은 인천 남구청에 있는 시장 살리기 프로그램으로 문화체육관광부에 응모해 당선된 지역 특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거주 예술가, 지역주민, 상인들이 직접 하나부터 열까지 기획에 참여한 만큼 주민들의 시장살리기 프로그램에 대한 의지가 높다. 이러한 시장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지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된 계기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Q. 숭의평화시장만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숭의시장은 다른 시장들과는 달리 시장 중앙이 세모 모양을 이루고 있는 예쁜 모양을 가진 시장이다. 이 공간이 문화예술을 통해서 색다른 공간 즉 문화예술공간으로 바뀌었다는 것에 큰 장점이 있는 것 같다. 또 앞으로도 진행될 5개의 행사에도 많은 시민들이 참여해주셨으면 좋겠다.
<숭의평화시장대모험> 행사를 체험하며 작은 부분에서까지 시장에 대한 상인, 주민들의 애정과 사랑이 느껴져서 관람객의 입장에서 행복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또한 시장을 살리기 위해 지역 상인들이 직접 기획에서 진행까지 행사에 모든 부분에 노력을 투자했다는 것이 이 시장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 같다. <숭의평화시장대모험>에서부터 시작된 상인, 주민들의 작은 노력들이 계속해서 모인다면 시장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열리는 5개의 행사들, 5월 31일에 열리는 <뚝ᄄᆞᆨ나라 대모험>, 6월 28일 <100명의 페인트공이 떳다!>등 많은 무료체험, 오픈마켓, 시장 콘서트가 진행된다. 매월 마지막 수요일 숭의평화시장으로 모험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글, 사진/ 최승주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