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노래하다, 스칼라 소년소녀 합창단

지난 10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스칼라 소년소녀 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왔다. 트라이보울에서 공연한 스칼라 소년소녀 합창단은 2014년 설립이후 매년 정기연주회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인천지역 기반의 소년소녀합창단이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스칼라 소년소녀합창단 힐링콘서트>, 학산가족 음악회 <초여름 밤에 만나는 우리가곡 이야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등에서 공연하며 많은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스칼라 소년소녀 합창단은 임병욱 합창 지휘자와 강태숙 반주자의 지휘와 조율아래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한 이번 공연은 마당을 나온 암탉 ost, 포카혼타스의 ost「바람의 빛깔」, 이원수와 홍난파가 작사 작곡한 「고향의 봄」 등의 총 9곡으로 구성되었다. 공연 도중 귀여운 실수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아이다운 순수한 공연이었던 것 같다. 관람 내내 소위말하는 엄마미소를 지으며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내내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우리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희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들려주기도 하고 사랑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공연 중 불렀던 노래 가사처럼 아이들은 사랑에 대해 ‘사랑이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는 것’,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속상한 일이 있는 친구를 꼭 안아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주는 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전부를 다 주겠다’는 등의 화려한 미사여구의 말들로 가득 찬 어른들의 사랑노래보다 훨씬 더 진실하다. 공연을 보고나오니 문득 언젠가 나에게 “동요를 듣고 울컥했어” 라고 했던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사랑에 대해 누구보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어린이들의 진실함, 진정성이 묻어난 동요들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스칼라소년소녀합창단이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계속해서 노래해주길 바란다.

 

글,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최승주




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축제 꿈다락 올라와

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축제
꿈다락 올라와

일시 : 2017.10.21.(토)
장소 : 중앙공원 조각원지구
촬영,편집,구성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유라




우현상 시상식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시 : 9월 27일 14:00
장소 : 인천생활문화센터 이음마당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우리가 만드는 청년문화정책

인천청년 오픈컨퍼런스

지난 9월 23일 토요일,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 앞에는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는 내용의 요상한 포스터들이 나붙었다. 인천문화포럼 청년분과의 첫 행사 ‘인천청년 오픈컨퍼런스’가 열렸던 당일은 소행성 ‘니비루’가 지구와 충돌한다는 루머가 떠돌던 날. ‘오늘 지구가 멸망해도 청년 문화 정책을 만들겠다.’는 청년들의 포부가 담겨있었다. 인천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허심탄회한 이야기들을 들어보았다.

이날 행사는 밴드 경인고속도로의 공연으로 문을 열었다. 청춘들의 심정을 노래한 가수 김광석의 노래 메들리를 연주했다. 1부에서는 인천문화포럼 청년분과 백지훤 위원장이 기조발제를 통해 인천문화포럼 청년분과에서 기획한 포럼들을 소개하고, 포럼을 기획하게 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진 ‘오픈마이크’ 순서에서는 공개발언을 신청한 청년 8인이 각 2분씩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다. 

2부는 오픈컨퍼런스의 형식으로 똑똑도서관 김승수 관장이 진행했다. 처음 만난 청년들이 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낼 수 있도록 서로의 눈을 마주보고 얼굴을 그려주며 알아가는 소개 시간으로 2부를 시작했다. 본격적인 오픈컨퍼런스에서는 전체 참가자가 동그랗게 둘러앉아 논의할 주제를 도출했다. ‘인천의 청년들이 활발하고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활동을 하기 위해 필요한 것’에 대해 각자의 생각을 포스트잇에 적은 뒤 돌아가면서 발표하고 비슷한 주제들을 연결했다.

첫 번째 주제는 청년 자치 위원회를 만들어 정책이나 지원제도를 만들 때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해당 테이블에서 논의를 나눈 이영은 씨는 ‘지원사업을 받아서 진행하다보면 컨설턴트가 와서 조언을 해주는데, 그 컨설턴트조차도 우리가 정할 수 없고 이미 정해져 있는 사람에게 컨설팅을 받아야 한다. 아무 접점이 없는 사람에게 컨설팅을 받으니 필요한 조언을 받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시험관 앞에 선 기분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한 ‘표준계약서 없이 담당자의 임의로 인건비가 책정되는 부분도 제대로 된 의사결정 구조를 만들고 명확한 기준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번째 주제는 단계별 지원 사업을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대부분의 지원사업, 특히 문화예술교육의 경우 청년과 기성세대를 동일선상에 올려놓고 심사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높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많은 청년들이 본인들의 기획을 실행하기보다 기성세대가 기획한 사업의 실무를 맡으며 소모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청년들이나 입문자를 위한 지원 사업을 만들고 기획서와 정산 절차를 간소화하며 행정의 언어를 익힐 수 있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세 번째는 논스톱 지원체계, 가칭 ‘슈퍼스타 인천’을 만들자는 주장이었다. 다소 파격적인 이 주장은 예술가를 지원하는 단체나 기관이 많지만 한 곳에서 지원을 받으면 다른 곳에서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제약에서 출발했다. 백승기 감독은 ‘영화를 예를 들면 기획단계, 제작단계, 촬영과 상영까지 다양한 기관들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그 모든 지원을 끊임없이 받을 수 있는 지원 사업은 없다. 조금 더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시범사업을 제안했다. 논스톱 지원을 원하는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경쟁에 참여하고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도록 하고, 선정된 예술가에게 모든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다. 백승기 감독은 ‘이러한 시범사업으로 시나 행정이 합심하여 아티스트를 성장시키는 경험을 하게 되며, 청년들도 인천에서의 작업 가능성을 인지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주장했다.

네 번째 주제는 청년 예술가와 대중의 소통이었다. 이선빈 씨는 ‘인천에서 많은 예술가들이 작업을 하고 행정에서 재정적인 지원도 많이 하지만 대중이 작업을 알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주장했다. 주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고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인천에서 활동하며 인천의 지형을 잘 알고 있는 기획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도 말했다.

인천문화포럼 청년 분과는 이번 오픈컨퍼런스에서 도출된 주제들을 중심으로 10-11월 각 주제에 대해 연구하는 소모임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한 연구하고 논의한 내용들을 12월 인천청년문화포럼에서 다른 청년들과 공유하고, 이를 정리된 정책의 형태로 시에 제안할 계획이다. 인천문화포럼 청년분과에서 제안하는 정책에 더 많은 청년들의 목소리가 담기고 더 많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인천 청년 문화예술인들의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글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인천문화포럼 청년분과 위원 김진아




그때 그 시대, 베스트셀러

오늘날 서점에 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풍경은 분야별 베스트셀러가 전시되어있는 코너에 사람들이 붐비는 모습이다. 베스트셀러는 옛날부터 그 시기 대중들의 감수성, 꿈, 욕망을 반영하고 충족시켜왔다. 19세기 말 근대부터 지금까지 한국문학의 베스트셀러는 어떤 작품들이었을까? 지난 26일 오픈한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진행된 한국 근현대 베스트셀러 특별전에 다녀왔다. 전시 작품들은 한국의 근대 계몽기부터 1980년대 무렵까지의 소설을 중심으로 구성되어있다. 19세기 말부터 근대까지의 한국문학의 베스트셀러는 어떤 작품들이 있는지 살펴보자.

계몽 열망이 베스트셀러를 만들다.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우리 현실은 외세의 침입과 이에 무력한 집권 계층, 민중들의 개혁 요구 등 혼란과 격동의 시대였다. 나라의 운명이 기울어갔던 혼란한 시대였던 만큼, 이때의 시대적 화두는 ‘계몽’이었다. 이인직의『혈의누』와 역사전기소설 『월남 망국사』, 안국선의 『금수회의록』은 계몽을 주장하면서 대중들의 큰 관심을 받은 대표적 작품들이다.

그중 소개할 작품은 『만세보』의 주필 이인직이 1906년 7월 22일부터 집필한 『혈의 누』이다. 이 소설은 우리나라 신문에 연재한 첫 신소설로 10월 10일까지 50회에 걸쳐 실렸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 연재소설이며 현대 소설을 태동시킨 초석이기도 하다. 신소설이란 20세기 초에 나온 새로운 양식의 소설로서 고소설 혹은 구소설과는 다른 새로운 형식의 소설이란 의미로 이인직이 『혈의 누』를 연재하면서 붙인 데서 유래했다.『혈의 누』는 1907년 광학서포에서 나온 뒤 1926년까지만 해도 각각 다른 출판사에서 300여 종이나 발간됐다. 이 소설의 중심 이념은 유교적 질서에 반대하고 신문명과 신교육을 추구하는 개화사조이다. 『혈의 누』에서 나타난 이념들 때문에 그 시대 많은 사람들의 대화에 화두에 오르며 비난받기도 했는데 이은호는 “새로운 문물만 받아들이면 나라가 부강해질 것이라는 소박한 낙관주의는 외세를 끌어들이고 우리 민족을 그 아래 굴복시킨 측면이 없지 않다. 이인직이 외세, 특히 일본에 대한 환상에 빠져 이완용의 수족 노릇을 한 것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라며 비판했다.

『혈의 누』에서 이런 비판이 나오는 까닭은 책에 작가가 의도한 일본의 찬양적인 면모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소설의 내용 중에는 어머니 최 씨 부인이 청일 전쟁으로 쑥대밭이 된 시내를 헤매다가 어떤 남자한테 겁탈 당하려는 찰나 일본 헌병이 이 부인을 구해준다. 또한 주인공이 가족을 다 잃고 헤맬 때에도 매번 일본 군의관이 도움을 준다. 이러한 내용들은 일본을 찬양하는 작가의 의도가 숨겨져있는 것이라며 비판받았다. 이렇게 이 소설은 일본 찬양, 낙관적 개화주의에 빠져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다른 한편 대중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구어체 문장을 사용했다는 점에서는 높이 평가되고 있다. 또 상투적인 한문구를 배제한 것도 이 소설의 성과이다. 이처럼 쉬운 문장은 훗날 우리나라에서 현대 소설을 태동시키는 초석이 되었다.

긴 이야기 읽기가 대중화되다.
일제의 강제병합과 3.1운동을 각각 시대의 출발점으로 삼는 1910년대와 1920년대는 나라는 비록 일제 식민지로 전락했지만, 근대적 책의 출판과 문학을 전문으로 하는 작가의 등장, 책을 판매하고 유통하는 서점과 출판사의 출현이 본격화되는 시대이기도 했다. 이 시기에는 울긋불긋한 표지로 된 ‘딱지본’들이 크게 유행했는데, 대개가 주인공들의 뜻하지 않은 이별과 만남, 박해와 고난 등 기구한 운명을 겪는 이야기들이었다. 또한 당시 젊은이들의 연애와 사랑 이야기, 외국 작품의 번역물도 큰 인기를 끌었는데 이는 청년 학생들이 근대적 독서층으로 출현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장한몽』과 『추월색』, 『무정』, 『사랑의 불꽃』등이 대표작이다.

그 중 조중환의 번안소설은 한 시대를 풍미한 이인직, 이해조의 신소설이 멈춰 선 자리에서 출발했다. 신소설은 소설의 분량과 규격이 고정되면서 상상력의 확장을 감당할 만한 융통성과 대응력을 상실했다. 그러다 보니 신소설은 복잡하고 유기적인 힘과 매력을 잃은 채 마치 줄거리를 요약해 전달하듯 구성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반해 조중환의 번안 소설은 장편 소설에 걸맞은 입체적인 구성과 밀도 높은 심리 묘사, 다양한 표현 기교 등을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조중환을 필두로 하는 전문 번안 작가들이 이끌어 간 ‘순 한글의 한국어 문장’으로 새로운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번안 소설의 시대는 사실상 근대소설의 시대를 의미한다. 번안 소설을 통해 독자들은 서구적인 장편 양식에 대한 감각을 익히고 근대적인 독서훈련을 거쳤다. 책 속에는 근대 한국 사회의 흥미로운 풍경들이 펼쳐지고 있다. 서양인 고리대금업자, 교회 전도사, 대보름 윷놀이 판이 벌어지는 서울 부촌 골목의 기와집에서 애급 궐련을 피우며 맥주와 카레라이스를 먹는 요릿집까지 신혼여행이라는 외국 풍속에서 광기, 멜랑콜리아. 정신병 등의 근대 의학 용어까지 번안 소설의 주인공들과 그들의 삶을 에워싼 온갖 군상들은 그대로 근대 한국의 만화경이었다. 조중환의 번안 소설『장한몽』은  3권 2책의 활자본으로 1913년 유일서관에서 간행하였다. 주인공 이수일과 심순애의 비련을 그린 이 작품은 물질적 가치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랑의 힘을 작품 속에서 보여준다. 작품은 순수한 한국적 배경과 유형으로 개작되어 수많은 개화기의 독자를 얻었다. 당시에 크게 유행하였던 신소설과 고소설을 압도하고 소설과 연극으로 신문학 최초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따라서 이 작품은 신소설의 퇴조와 함께 이후의 통속적 애정소설의 등장을 재촉했으며, 연극에서도 이후 신파극의 대명사가 될 정도로 그 파급효과가 컸던 작품이다. 

고단한 현실을 견딘 힘이 되다.

1930년대는 한국 근대문학이 화려하게 꽃 핀 시대였다. 일반 단행본은 물론 다양한 문고본과 전집류도 인기리에 발간되었으며 사회주의 내용을 가진 작품들까지 잘 읽히는 등 근대 출판시장이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었고, 또한 동시에 이들 작품들을 사서 읽어 줄 독자층도 안정적으로 자리 잡아갔다. 일제 통치가 점점 군국주의로 바뀌게 되는 1930년대 후반에는 수십 판을 찍는 초 거대 베스트셀러가 등장했다. 춘원의 『흙과 사랑』 이기영의 『고향』, 박계주의 『순애보』와 김말봉의 『찔레꽃』, 김내성의 탐정소설 『마인』 등이 대표작이다. 그중 지고지순한 사랑과 희생을 그린 박계주의 『순애보』는 판단 1천 부에서 급기야 해방 직전에는 5천 부를 발행하는 등 폭발적 인기를 끈 작품이다. 박계주의『순애보』는 1938년 매일신보의 장편소설 현상모집에 당선되어 1939년 1월 1일부터 6월 17일까지 연재되었고, 같은 해 10월 매일신보사에서 단행본으로 간행된 작품이다. 작품은 고귀한 품성을 지닌 주인공들의 자기희생적인 애정을 다루고 있다. 소설의 주된 줄거리는 최문선이라는 청년과 윤명희라는 처녀의 애정담이다. 이 작품이 대중적인 독자층의 열렬한 반응을 불러일으켰던 까닭은, 작가가 의도한 지순한 사랑의 요구가 그 시대 독자층의 갈망과 부합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독자들은 이런 소설들을 읽으며 점점 극심해지는 일제 탄압의 현실을 견뎠다.

전후 복구 현실에서 소설에 열광하다.
해방은 격렬하게 민족의 문제를 대중들에게 각성시켰으며 곧이어 터진 전쟁은 전 국토를 황폐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씻기 어려운 상처를 남겼다. 한편 전쟁은 한국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분단이 고착화되었고 미국을 대표로 하는 새로운 대중문화가 한국인의 일상을 바꿔놓는다. 미국이 모범이었고 미제 물건은 상류층을 상징하는 문화적 코드였다. 자유연애 일하는 여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시간이 점차 흘러가고 전쟁의 상흔도 이겨내면서 다시 우리의 근대사를 돌이켜보는 작업이 시작된다. 민족의 문제를 거시적 차원에서 그리고 진지하게 성찰하는 노력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청춘극장』과 『자유부인』, 『광장』, 『토지』 등이 이 시기를 대표하는 베스트셀러이다.

전후 한국 사회는 서구 문물과 외래 사조가 도입되면서 문화적 정체성에 혼란이 일고 있었다. 1954년 1월 1일부터 <서울신문>에 작가 정비석이 연재한 소설 『자유부인』은 그런 세태를 잘 반영해준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정비석과 황산덕 사이의 논쟁으로 인해 더욱 유명해졌는데, 대학교수 부인의 불륜을 그린 이 작품에 대해 황산덕은 (<대학신문>54년 3월 1일 자)을 통해 자유부인이 대학교수를 모독했다고 비난했다. 그 이유는 자유부인의 그 시대에는 받아들이기 힘든 선정적인 장면과 자극적인 내용 때문이다. 자유부인의 내용 중에는 주인공 장태연 교수가 아내를 찾아온 이웃집의 미군부대 타이피스트 반은미양을 맞아들일 때 ‘감색 스커트 밑으로 드러나 보이는 은미의 하얀 종아리에 별안간 가슴이 설렜다’는 내용 등은 그 시대 상상하지 못할 선정적인 장면이 적나라하게 싣고 있었다. 이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저자 정비석은 전혀 소설에 대한 몰이해에서 나온 것이라고 대응하며 논쟁했다. 그 밖에도 치안기관들은 정비석을 불러 ”이북과 관련이 없는가?“ 그리고 ”불순 세력의 공작비를 받고 쓴게 아닌가?“라고 추궁하기도 하며 『자유부인』은 사람들의 비난과 평가에 시달렸다. 정비석의 회고에 따르면 

“『자유부인』을 쓰면서 서울시경 특무대 등 수사기관에 안 붙들려 간 곳이 없었어요.  일부독자들은 이적행위라고 몰아붙였고 여성단체들은 여성모독이라고 고발했고 그런가 하면 이북에서는 또 자유부인을 남조선의 부패상을 그린 교양자료로 사용했다나, 그걸 모르고 동네 사람들은 금테 두른 모자를 쓴 경찰관이 차로 나를 연행해 가는 것을 ‘저 양반이 언제 저렇게 출세했나’ 그랬대요” (<정비석의 회고 중>) 

이렇듯 자유부인은 갖가지 화제와 논란을 일으켰지만 그 시대의 소설의 80%가 남녀 간의 사랑을 담고 있었던 만큼 자유부인의 자극적인 내용들과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주제는 전 국민적인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밀리언셀러와 전업 작가가 탄생하다.
1970년대는 유신으로 대표되는 독재체제의 긴 터널이 시작되는 한편으로 산업화가 이뤄낸 달콤한 풍요가 어두운 터널 속의 조명처럼 반짝반짝 빛나던 시대였다. 대중문화와 소비사회가 형성되면서 소설가도 소설로만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사례가 출현한다. 도시에서는 청년들이 청바지 차림에 통기타로 상징되는 청년문화가 유행했지만 밤에는 시골에서 상경한 누이들의 아픔도 병존했다 정의사회 구현이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등장한 제5공화국은 그 구호가 결국 구호에 그쳤음을 당시 작품들은 보여주었다. 그리고 민주화가 진행되면서 분단 문제도 작품화되어 독자들의 커다란 사랑을 받은 작품들이 등장한다. 최인호의 별들의 고향과 조선작의 영자의 전성시대, 조해일의『겨울여자』, 김홍신의『인간시장』, 조정래의『태백산맥』등이 대표작이다.

그중 최인호의『별들의 고향』은 1972년 9월 5일부터 1973년 9월 14일까지『조선일보』에 연재되고 이후 1973년 예문관에서 상·하 두 권으로 출간된 소설이다. 이 작품은 한 젊은 여성의 성적 편력을 통해 1970년대 소비문화의 문제점과 1970년대 한국 사회가 지닌 산업화 과정의 병폐, 참된 사랑이 결여된 인간의 소외, 개인의 행복만을 위해 줄달음치는 현대의 상황이 신선한 문장과 날카로운 감성으로 형상화되어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다.
근대계몽기부터 1980년대까지의 베스트셀러들을 살펴보며 베스트셀러는 그 시대 군중들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기도 하고 그 시대의 사회문제, 사랑, 사람들의 삶에 항상 맞닿아 함께 고민하며 삶의 위안과 욕망을 충족시켜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베스트셀러를 읽어보면 그 시대의 역사가 고스란히 보이듯 앞으로 쓰이는 베스트셀러들도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삶의 발자취가 고스란히 적히는 역사의 한 페이지일 것이다.

 

글,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최승주




근현대베스트셀러 특별전 – 소설에 울고 웃다

근현대베스트셀러 특별전 – 소설에 울고 웃다
일시 : 2017.09.26(화)~12.10(일)
장소 : 한국근대문학관
촬영,편집,구성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유라




임경은 세 번째 듀오 콘서트 <올 어바웃 듀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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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9월 16일 19:00
장소 :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단 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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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 : 9월16일
장소 : 북극서점, 손오공
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민경찬




달을 만지는 아이들 <토끼전>

지난 9월 2일 부평문화센터 달누리 극장에서 열렸던 <토끼전> 공연을 보고 들었던 생각이다. 아이들은 작품의 주제나 의미 따위를 강조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그저 경험하고 느끼며 웃고, 잠들기 직전 일기에 “참 재미있었다.”라고 쓴다. 아마 어떤 예술 작품에 대한 평도 아이들이 쓴 일기보다 더 적절할 순 없을 것 같다. 아이들의 ‘재미있다’라는 말은 매우 두텁다. 오히려 아이들보다 더 높은 눈으로 작품을 마주하고 그걸 세세하게 뜯어내고 평가하는 어른들의 말이 더 얄팍하다. 산타는 원래 없는 게 아니라, “울어도 돼. 사실 산타는 없거든.”(<쇼미더머니6>)이라는 말 때문에 없어진다.

<토끼전>은 문화공작소 세움과 극공작소 마방진이 만나 고전 우화를 재해석한 음악극이다. 지난 인터뷰에서 세움의 유세움 대표는 “<토끼전>이 재밌는 게, 대부분의 우화들은 선악관계라든가 갈등관계라는 게 다 있잖아요. 근데, <토끼전>에는 그런 게 모호해요. 누가 나쁜 놈인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라고 말했다. 사실이다. 별주부는 못나게 생기고 느릿느릿해 매번 다른 물고기들에게 무시당한다. 그래서 토끼 간을 찾아오면 보건복지부장관 자리를 주겠다는 용왕의 말에 혹하고 마는 별주부의 모습은 매우 ‘인간적으로’ 보인다. 한편, 무서운 동물들에게 쫓기곤 했던 토끼는 별주부에게 속아 용궁으로 간다. 그리고는 기지를 발휘해 용왕을 속이고 별주부를 자라탕으로 만들어버리려고 한다. 토끼는 약삭빠르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 우화에는 그다지 나쁜 놈도 착한 놈도 없다. <토끼전>은 구태여 권선징악 같은 걸 찾지 않는다. 그냥 재밌게 놀아보자고 말한다.

달누리 극장의 무대는 물고기와 동물들이 뛰노는 최적의 상태였다. 수영장을 본뜬 세트 위에 미끄럼틀, 사다리, 튜브, 목마가 설치되었고, 동물들은 시종일관 그걸 타고 논다. 스크린에는 뭍과 용궁의 배경이 영사되고 있고, 그 뒤에서 세움의 아티스트들이 가야금, 기타 첼로, 트럼펫, 타악 등을 연주한다. 그 음악에 맞춰 별주부는 보드빌(vaudeville)처럼 노래하고 춤춘다. 독수리 삼형제는 훌륭하게 고꾸라진다. 고래는 변사처럼 극을 이끌고, 새우는 탭댄스를 추고 랩을 한다. 악어는 장난감 칼을 휘두르고, 용왕은 욕조에 누워 거대한 츄파춥스를 휘두른다. 아이들은 토끼와 대화하고 고래의 지휘에 맞춰 ‘산토끼’ 노래를 부른다.

그래서 유세움 대표는 “풍자와 해학”을 모두 이야기한 것 같다. 풍자는 부정밖에 알지 못한다. 풍자 속에서 별주부는 그저 못생기고 아둔한 것일 따름이다. 반면, 해학은 긍정을 안다. 해학은 별주부를 이해하려 노력한다. 토끼에게 속아 토끼 간은커녕 ‘토끼 똥’ 밖에 구하지 못한 별주부를 좌절 속에 파묻어 두지 않는다. 그렇게 우리가 비관하지 않도록 돕는다. 적대의 대상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토끼와 별주부가 서로를 속이고 속게 만든 건 누구였던가? 용왕이다. 그렇다고 <토끼전>이 용왕에게 죽음이란 벌을 내리는 건 아니다. 별주부가 토끼 간을 구해오지 않자, 용왕은 아픈 배를 부여잡고 300년을 산다. 그리고 마침내 별주부를 찾아내고, 그가 들고 있던 ‘토끼 똥’을 토끼 간으로 오해한 채 집어삼킨다. 마법처럼 용왕의 병이 낫는다. 권력자와 통치자는 항상 뭔가 심각한 일이 일어날 거라며 우리에게 겁을 준다. 그러나 그 심각한 일에 대한 처방은 ‘똥’으로도 충분하다. 

그러나 이 음악극의 클라이맥스는 토끼가 기지를 발휘해 용궁을 빠져나오는 순간이나, 용왕이 치유되는 순간이 아니다. 어른들은 매번 가르치려고만 한다. 하지만 아이들이 잠들기 직전 동화책을 읽어달라고 하는 건 공부를 더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그저 그게 재밌기 때문이다. 혹시 꿈속에서 토끼와 별주부를 만나게 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음악극의 클라이맥스는 물고기 친구들이 아이들에게 말을 거는 순간, 무대에서 내려와 아이들의 손을 잡는 순간, 무엇보다 커다란 풍선으로 만든 달들이 객석 이곳저곳을 날아다니게 되는 순간이다. 아이들이 까르륵 웃고, 의자를 박차고 일어난다. 아이들은 달을 만지고 달을 가지고 논다. 

 

글/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박치영
사진/ 문화공작소 세움 제공




오에 겐자부로, 인간의 파렴치한 욕망을 속시원히 폭로하다.

지금 당신의 눈앞에 한 가지 과제가 주어졌다. 당신이라면 다음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당신은 학원 강사로 일하고 있는 30대 남성이다. 내년에 사직할 예정이며 결혼한 상태이다. 아내는 아이를 출산했다. 하지만 아이는 무뇌아에 가까운 기형아이며 의사는 수일 내에 사망 가능성이 높다는데 아이는 죽지 않고 버틴다. 이 과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 아이를 포기하고 자신의 생활을 지키는 방법과 두 번째 아이를 살리면서 자신의 생활을 희생하는 방법이다. 이 문제에는 생과 사의 윤리적인 문제와 자신을 삶을 지키기 위한 인간의 본능이 뒤섞여있다. 노벨문학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는 이 상황을 자신의 삶에 직접 맞닥뜨렸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자신의 파렴치한 욕망, 자기 억압과 같은 우리가 그동안 마음 깊은 곳에 숨겨두었던 검은 욕망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었다. 

지난 5일 한국근대문학관에서 도쿄대 심원섭 교수가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소개하는 프로그램의 첫 시간으로 1994년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오에 겐자부로의 책과 인생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인간의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오에 겐자부로의 『개인적인 체험』에서 인간의 파렴치한 욕망, 자기 억압과 같은 검은 욕망들이 잘 드러나는데 다음 장면은 아이의 죽음을 소망하면서 양심과 갈등하는 주인공의 대화 장면이다.

“당신은 이 아이가 수술을 받아 회복하는 걸, 말하자면 내심 회복을 바라지 않는 거요?”
버드는 스스로 듣기에도 거북한 비열한 목소리로
“수술을 해도 정상적인 아이로 자랄 가능성이 희박하다면……”
버드는 지금 자신이 비열로 내려가는 비탈길로 한 발을 내딛었다는 것을, 비열함의 눈덩이가 최초의 회전을 시작했음을 느꼈다.
그러나 그 중에도 그의 열띤 눈은 의사에게 간절하게 빌고있는 것이다.
“직접 손을 대서 애기를 죽일 수는 없소.”
의사는 버드의 눈을, 혐오의 색깔을 띤채 거만하게 말했다.
-의사와 버드의 대화 장면-

“버드, 너 어젯밤 아기 꿈 꿨지?…….” 네가 갓난아기처럼 몸을 웅크리고 주먹을 꼭 쥐고 입을 잔뜩 벌리더니 응애, 응애 하고 울었었어. 잠든 채로“
“설마 그럴 리가 없어.”
“무서웠어. 그 상태로 네가 원래 상태로 돌아오지 않는 게 아닌가 생각했어.”
-아내와 버드의 대화 장면-

오에 겐자부로, 『개인적인 체험』

오에 겐자부로는 아이를 죽이고 싶은 소망을 서슴없이 의사에게 내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거북함과 비열함에 몸서리를 느끼면서도 자신의 욕망을 스스럼 없이 있는 그대로 폭로한다. 두 번째 장면에서 그는 아이의 생과 사를 선택하는 상황에서 양심의 고뇌에 시달리는 인간의 내면을 잠든 채 갓난아기의 행동을 하는 자신의 모습으로 표현해낸다. 그리고 자신이 현재 처한 아이의 생과 사를 선택해야 하는 끔찍한 고통에서 해방되기 위해 가미코와 하룻밤을 보내며 욕정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으로 자기 자신을 치유하기도 한다. 오에 겐자부로는 작품에서 이와 같이 더럽고 추악하다고 생각해 숨기려만 했던 인간의 본능, 검은 욕망들을 거칠고도 단조로운 만연체의 문체로 폭로한다. 그리고 그것으로 치유를 받기도 하고 고통받기도 하며 인간과 추악한 욕망은 떨어질 수 없는 존재임을 인식한다. 오에 겐자부로의 폭로는 어쩌면 현대사회에서 우리가 감추려고만 해 곯았던 욕망들의 속 시원한 분출이다. 오에 겐자부로의 책들을 보며 감정, 욕망을 숨기는 것에 익숙해 결국 메마른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깊은 수면 아래에 가두워놓았던 욕망에 귀 기울이고 솔직하게 털어놓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학이 있는 저녁 <인천에서 노벨문학상을 만나다> 특강은 11월 7일까지 매주 화요일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진행된다. 노벨문학상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작가들의 삶과 문학의 정수를 느끼길 바란다.

 

글, 사진/ 인천문화통신 3.0시민기자 최승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