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아이들, 서커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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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목), 오전 9시 인천여객터미널. 짙은 안개로 인해 모든 배가 출항대기 상태였고, 터미널은 배가 뜨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두 시간 후 안개가 걷히고 겨우 배가 떴다. 어렵사리 덕적도에 도착해서 만난 프로그램 담당자와 강사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기약 없이 몇 시간씩 배를 기다리다 결국 결항되어 집으로 돌아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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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주 5일제가 시행되고 토요일에 학교를 가지 않게 된 아이들이 문화예술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2012년부터 운영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빠르게 확장되어 전국에서 867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덕적도를 비롯한 옹진군의 섬들은 하루에 두 번밖에 배가 뜨지 않고 그마저도 안개로 인해 결항되는 일이 잦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진행되기 어려웠음은 물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도 전문 예술강사가 아닌 담임교사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에서 토요문화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정구섭 씨는 지역적 여건 탓에 문화예술교육의 테두리 밖에 놓인 섬 지역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4년 동안 담당하면서 토요문화학교를 인천 전역에서 벌어지는 난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강화도나 옹진군에서는 기획 공모에 단 한 팀도 지원을 하지 않았어요. 강사 분들이나 단체들이 30주라는 긴 시간 동안 매주 섬에 들어와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니까요. 단체가 어려움을 감수하지 않으면서도 섬 지역의 아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난해 강화도에서 처음 캠프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올해는 옹진군의 덕적도, 연평도, 대청도까지 확장해서 섬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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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도에는 초,중,고등학교가 각각 하나씩 있고, 학교들은 한 울타리 안에서 운동장을 비롯한 여러 시설들을 공유하고 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소나무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학교 운동장에는 높은 장대 차이니스 폴이 서있었고, 아이들은 클럽(곤봉)을 던지고 받으며 뛰놀고 있었다.

“맨 길바닥을 걸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걷지만, 땅에서 1미터만 높이 올라와도 우리의 정신과 마음, 그리고 몸은 아주 달라지죠. 도전정신과 용기의 마음이 있어야만 우리의 몸도 움직일 수 있어요. 서커스가 바로 그런 거예요. 일상생활에 아주 작은 변화만 주면 새로운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죠.” 7년째 공중퍼포먼스를 연구하고 공연하는 단체 <프로젝트 날다>(대표 김경록)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하는 학교순회사업으로 체험프로그램 ‘수직, 날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본격적으로 서커스를 이용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서커스라고 하면 아직 사람들은 동춘 서커스나, 중국의 기예단을 떠올리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서커스라는 장르는 볼거리 위주의 공연 이외에 교육프로그램으로 활용되기에도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유럽에서는 저소득층이나 사회 적응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서커스를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학생들에게 신체적으로 우월한 부분을 발견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서 사회에 진출하고 적응하는 것을 도와주는 거죠.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는 신체에 활력을 주고 창의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보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바닥 바라보지 말고 친구 바라보세요, 배에 힘주고, 엉덩이 빼지 말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노란색 줄(슬랙라인)이 연결되어 있고, 선생님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외줄에 올랐다. 긴장한 모습으로 줄에 올랐던 아이들은 맞은편에서 출발한 친구와 악수를 나누기도 하고, 줄에 앉았다가 눕기도 하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자신들의 키보다 세 배는 더 긴 차이니스 폴(중국 장대)을 보며 무섭다고 안 하겠다고 몸을 빼던 아이들도 선생님의 도움으로 장대에 오르자 금세 씩씩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양 팔을 벌려 멋진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일상 생활에서는 쓰지 않던 감각들을 곤두세워 균형을 잡고 각기 다른 새로운 동작들을 만들어 냈다.

“친구를 믿으면 하늘을 날 수 있어요. 손을 꼭 붙잡고 친구에게 기대보세요.”
비가 오자 체육관 안으로 들어간 아이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다양한 동작을 배웠다. 등을 마주대고 옆으로 걸어보기도 하고, 한쪽 다리를 맞대고 한 명씩 하늘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서로를 믿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동작들. 아이들은 서커스 동작을 통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방법을 배워갔다. 선생님의 다리 위에 올라서서 두 팔을 펼치는 고난이도 동작도 해냈다. 밑에서 지지해주는 선생님을 믿고 양 손을 놓자 멋진 서커스 동작이 완성되었다.

“힘내라! 힘내라!”
체육관 안에서 서커스 올림픽이 열렸다. 앞구르기, 곤봉체조, 공 던지고 받기, 평행봉 건너기 등 지금껏 배웠던 동작들을 활용한 이어달리기였다. 두 명씩 짝을 지어 누가 빨리 도착하나 시합을 하면서, 아이들은 승부욕보다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배웠다. 둘 중 한 명이 먼저 도착한다고 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를 도와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임. 말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서로를 기다리고 도와주며 게임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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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기서 엉덩이춤을 출 거예요.”
마지막 시간은 우리만의 서커스를 만들어보는 활동. 아이들은 사흘 동안 배운 동작들을 떠올려 공연을 만들었다.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선생님과 함께 동작을 구상했다.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하고 싶은 동작들을 순서대로 이어붙였다. 여러 번의 연습 끝에 음악에 맞춰 선보인 서커스 공연. 관객은 없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만든 서커스를 함께 즐기고 뿌듯해했다.

하루에 여섯 시간씩 사흘간의 프로그램을 마친 아이들은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재미있었다고 대답했다. 눈으로 보기만 했던 서커스 공연, 할 수 없을 것처럼만 보였던 서커스 동작들을 하나하나 직접 경험해보고 만들어보면서 아이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수업 중간 중간 10분씩 주어진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공을 던지고 받으며, 곤봉을 손에 올려놓고 걸으며 놀았다.

“공연을 하는 단체이고, 서커스를 중심으로 교육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아쉬운 점도 많이 있어요. 아직까지는 공연 단체와 교육 단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기도 해요.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변수가 생겨 힘들기도 했구요.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서커스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거리에 놓인 파이프를 평행봉처럼 걸어보는 등의 활동을 기획했는데, 안전성을 이유로 학교 측에서 반대해 활동을 변경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나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김경록)”

새로운 시도에는 언제나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변화하려는 시도, 새로운 도전 없이는 발전도 있을 수 없다. 섬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확장시키려는 토요문화학교 담당자의 시도와 서커스라는 장르를 문화예술교육에 가져오려는 <날다>의 도전이 만나 이루어진 이번 프로그램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는 그들이 날아 꿈에 닿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글/시민기자 김진아, 사진/시민기자 민경찬




서커스놀이터 ‘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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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살아남은 자들의 아름다운 연대-12회 인천여성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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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과 연길을 잇는 10년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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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밟자마자 ‘변강도시 수려연변(중앙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도시, 아름다운 연변에 취하다)’라는 한글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분명 중국에 도착했는데 가장 먼저 마주치는 글자가 한글인 상황인 셈. 입국심사를 거쳐 짐 찾는 곳을 지나자마자 출국장으로 연결되는 작고 아담한 공항 밖으로 나오면 한자와 한글이 병기된 ‘연길’이라는 커다란 글자가 위풍당당하다. 시내로 이동하는 내내 중국어를 몰라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한글은 거의 모든 곳에 병기되어 있었다. ‘연길이 조선족 자치주의 심장부’라는 말이 그때서야 실감났다. 소수민족의 언어를 한자와 병기하도록 아예 법으로 못 박았다는 중국의 포용력(?)도 함께. 물론 연길에 조선족만 사는 것은 아니다. 한글을 모르는 한족들이 구글 번역기에 기계적으로 돌려 표기하는 경우가 많아서, 한글로는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말이 안 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한다. 실제 연길에서는 중국어를 전혀 몰라도 큰 불편함은 없었지만, 어디에서나 한국어가 통하는 것은 아니었다. 영어로 말을 걸면 “한국어 모른다”고 대답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한글 간판들에 취해 외국이라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쯤이면 곳곳에 나부끼는 계도성 현수막이 이곳이 사회주의 국가이며, 엄연한 외국이라는 현실을 일깨워주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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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금), 길림신문사가 주최하고 인천문화재단이 후원하는 ‘제10회 인천문화재단컵 중국조선족중학생사이버백일장’ 시상식이 중국 연길시 국제호텔에서 열렸다. ‘인천문화재단컵 사이버 백일장’은 2006년부터 해마다 열려온 ‘인천컵 인성교육 글짓기 공모’로 시작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2012년에는 한국 보리출판사와 중국 흑룡강신문사가 이 공모작 수장작들을 선정해 『엄마가 한국으로 떠났어요』라는 제목의 책을 출판하기도 했다. 길림신문은 중국 정부에서 공인하는 대표적인 한글 언론매체로, 길림성에서 규모가 가장 크며 중국 내 뉴스는 물론 해외 곳곳에 흩어져 사는 200만 조선족들의 생활상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 신문사다. 조선족이 누구인가? 일제 시대, 생활고로 중국에 건너갔거나 독립운동을 하다가 광복이 되자 그곳에 자리잡았던 사람들의 후예가 아닌가. 실제 이 지역(도문, 화룡, 안도, 돈화 등)은 항일 독립운동이 활발하게 전개됐던 곳으로, 곳곳에서 민족학교와 기념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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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나눔’을 주제로 진행된 올해 백일장 공모에는 총 325편의 작품이 접수되었고, 산재지역 학생들의 작품이 84편, 연변지역 학생들의 작품수가 261편으로 산재지역 학생들의 참여율이 26%로 높은 편이었다. 평심(예심)과 본심을 거쳐 총 16명의 수상작이 뽑혔는데, 연길시조양천 제1중학 3학년 강해연, 흑룡강성 목단강시조선족중학교 3학년 리해횡 등 10명 학생이 동상(상금 300위안)을, 연길시실험중학 2학년 김정흔, 룡정시룡정중학 2학년 박수진 등 3명 학생이 은상(상금 500위안)을, 심양시조선족 제1중학교 2학년 김진희, 연길시 제2고급중학교 1학년 서영혜 2명 학생이 금상(상금 1,000위안)을, 용정시용정중학 1학년 차은주 학생이 영예의 대상(상금 2,000위안)을 수상했다. 16명 학생 수상자 외에도 10명의 선생님이 우수교원상을, 학생들의 적극적인 백일장 참여를 독려한 3개 학교가 조직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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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장에는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아이들과 교사, 학부모들이 가득했다. 중국 전역에서 시상식에 참여하기 위해 달려온 사람들이다. 하루 먼저 와서 연길에서 숙박하고 참석한 수상자도 있고, 한복을 미처 준비하지 못해 부랴부랴 한복을 빌려 입고 왔다는 수상자도 있었다. 아이들이 수상하는 경우 부모가 함께 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떠들썩하고 큰 규모의 시상식은 분명 아니었다. 아리랑이 울려퍼지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길림신문사의 김영화 기자가 낭랑한 목소리로 사회를 보기 시작했다. 이날 행사에는 흑룡강신문, 연변일보, 연변TV, 연변라디오방송, 해란강닷컴 등 길림 지역의 주요 언론매체들이 참석해 높은 관심을 보였으며, 연변주교육학원 초중조선어문교연실 허애란 주임, 연변인민출판사 중학생잡지사 주필 등도 참석했다. 경과보고에 이어 시상이 이어지고, 길림신문사는 행사 10주년을 기념해 “조선족교육의 번영과 발전을 위하여 지난 10년 동안 변함없이 조선족 중학생 인성교육상과 사이버백일장을 후원해준 재단의 공로를 높이 기린다”며 인천문화재단에 감사패를 증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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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사를 맡은 연변주교육학원 조선어문교연실 허애란 주임은 “항상 이때쯤이면 길림신문사에서 언제 ‘선물’을 보내주나 고대한다”면서 “이 백일장은 민족 청소년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추억으로 담을 수 있는 앨범과도 같은 존재이며 이 글들을 심사하는 우리로서는 젊은 피들과 함께 뛸 수 있는 심장을 선물받은 것 같다”고 심사 소감을 밝혔다. “백일장에 오른 다수의 작품들을 보면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형제자매, 친척친구 등 가까운 주변사람들 사이의 따뜻한 사랑이야기는 물론 학교 선생님, 이웃, 그리고 낯모를 사람들까지 글 속의 주인공으로 등장해 글 주제의 폭이 넓고 컸으며 특히 진솔한 감정세계를 잘 드러냈기에 설득력이 있었다”는 심사평도 뒤따랐다. 10년을 진행해오면서 길림신문의 이 백일장은 조선족 사회의 현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실제 백일장에서 수상한 학생들이 우수한 성적으로 상급 학교에 진학하는 등 좋은 성과를 계속해서 내고 있다고 한다. 올해 시상작 제목 중에는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태양의 후예’가 포함되어 있었다. 한국과 중국이 얼마나 가깝게 연결되어있는지를 알 수 있는 단면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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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한국에는, 그리고 이곳 인천에도 많은 조선족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대부분 젊은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한국으로 돈을 벌러 가고, 연길에 남아있는 조선족은 아주 어리거나 아주 나이가 든 사람들이다. 이렇게 수십 만 명의 조선족이 한국에 나가 있다보니, 결혼식도 아예 한국에서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남과 북을 자유로이 오갈 수 있고, 한국인은 아니지만 세계 어느 나라의 사람들보다 조선이라는 역사를 공유한 남북의 발전을 바라마지않는 사람들이 사는 곳, 그곳이 바로 연길이었다. 연길 TV에서는 중국 방송과 연길 방송(자체 제작하는 뉴스와 중국 뉴스를 더빙한 프로그램이 동시에 나온다), 실시간 한국 방송(KBS, SBS 등)까지 한꺼번에 볼 수 있었다. 한국에서 오늘 유행한 아이템이 내일이면 연길에서도 화제가 될 정도다. 하지만 한국에서 같은 동포로서 역사와 문화, 언어를 공유하고 있는 조선족을 이해하려는 노력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족 사회에 일시적인 지원이나 후원은 있어도, 이 백일장처럼 꾸준하게 진행된 행사를 찾기 어렵다는 현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그럼에도 오고가는 비행기가 모두 만석일 정도로 한국(인천)과 연길은 생각보다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 연결고리가 잘 보이지 않을 뿐. 이 백일장만 해도 중간에 예산이 50%로 삭감되면서 규모가 축소되면서 중단 위기를 맞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2006년부터 꾸준하게 진행되어 왔고, 양 측이 함께 의지를 모아온 것만으로도 의미는 충분하다. 10년간 이어진 이 작은 백일장이 인천과 연길의 인연을 이어가는 한편, 활발한 교류로 이어질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

글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정지은

<2016 백일장 수상작 읽으러 가기>
대상 – 오빠에게 보내는 편지(용정시용정중학 1학년 차은주)
http://tuney.kr/8pAdHI

금상 – 태양의 후예(심양시조선족 제1중학교 2학년 김진희)
http://tuney.kr/8pByQz

금상 – 사랑해 또 고마워(연길시 제2고급중학교 1학년 서영혜)
http://tuney.kr/8pC6cK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해법을 모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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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포동이 수상하다.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며,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린다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문화재단은 지난달 30일(목) 오후 2시 인천아트플랫폼 H동 2층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주제로 55회 목요문화포럼을 열었다.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은 뜨거웠다. 4시간 여에 이르는 긴 포럼 내내 대부분 청중이 자리를 지켰고,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의 삼청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이 이미 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적어도 인천에서만큼은 이를 막아내야 한다는 참석자들의 바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김하운 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 고선근 서울시 성동구 지속가능정책팀장,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 박경호 경인일보 기자 등 4명이 발표자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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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첫 발제자로 나온 박경호 기자는 개항장 일대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신의 취재 후기를 소개했다. 그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3곳과 일대 상인들을 만나고 인터뷰한 결과 “상가 임대료가 30% 이상 오르고, 매매가격 또한 3.3㎡당 호가가 20~30% 상승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가격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건물을 내놓는 건물주가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수인선 개통’, ‘내항 재개발’, ‘개항창조도시 사업’ 등 완료됐거나 예정된 개발사업이 건물주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하지만 인천시는 담당 부서조차 기본적인 실태 파악이나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개념도 없는 상황”이라며 “관이 정책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례 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4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개관으로 둥지 내몰림 현상을 겪은 주변 동네와 지난 2009년 개관한 인천아트플랫폼 주변 신포동 상황의 유사점도 거론했다. 그는 “예술회관 개관 후 만화가, 화가, 밴드 등 많은 예술인이 작업실과 연습실을 얻으며 몰려들었지만,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임대료가 상승하며 이들이 하나둘 떠났고 관교동은 현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먹자 골목이 돼 버렸다”며 “인천아트플랫폼 개관 이후 신포동에 갤러리와 북카페, 소규모 공방 등의 공간이 들어서며 활력을 찾고 있는데, 관교동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2경제 전문가인 김하운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의미와 원인, 진행 과정 등을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지역사회에서 실천 가능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외부효과’와 그에 따른 ‘외부불경제’와 ‘시장실패’의 순으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흐름을 통해 설명했다. 마을 주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도시환경 변화가 발생할 때 도시환경 변화로 인한 주인 없는 이익(공유자원)이 생겨나고, 그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며 물가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등의 ‘외부 불경제’가 나타나고 결국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시장 실패’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 둬야 할 개인 간의 문제로 취급할 일이 아니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명확한 근거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도시환경 변화(외부효과)가 정부 때문에 일어나고 시장실패로 이어지는데, 이는 변화를 예측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시장실패는 시장이 스스로 책임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개입할 논리적 근거가 되며, 젠트리피케이션은 국가가 나서서 치유해야 할 시장 실패의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지방정부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인천시가 서울 성동구의 경우처럼 더 늦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심화 지역에서의 노점상 확대, 인천에 산재한 지하철 역사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으로, 상가를 충분히 공급한다면 일정 수준 통제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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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서울시 성동구의 발표도 이날 포럼의 주요 관심사였다. 성동구는 지난해 9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인 ‘성동구 지역공동체 상호렵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결실을 얻어냈다. 상위법도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정책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 조례의 핵심은 이해 당사자로 구성된 주민협의체가 입점해선 안 되는 신규 업종(업체)를 걸러낼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입점 제한 업체는 지역공동체와 지역상권 파괴가 우려되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유흥주점 등이다. 성동구는 지난 연말, 대상 지역인 성수동 255개 건물주 가운데, 141개 건물주와 상가 임차인이 참여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하며 지역 내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기 위한 모습을 보이는 한편, 올해 초 한시적이지만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전담 부서를 구청 내에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4급 단장과 5급 과장 3명, 6급 팀장 8명 등으로 꾸려진 ‘지속가능도시추진단’은 앞으로 5년 동안 이 업무를 전담할 계획이다. 고선근 팀장은 “성동구가 아직 성공했다고 보긴 이르다. 조례의 근거가 되는 법률도 제정하기 위해 국회를 설득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다른 지방정부와 힘을 모아 함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건축재생 전문가인 이 대표가 발표한 ‘쿠라시키 이야기관 주변지역 정비사업’도 일본의 전통마을 만들기 사례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방법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제발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도 1시간 이상 이어졌다. 임대료를 40% 올려달라는 건물주의 요구를 겨우 설득해 20%를 올려주고 2년 후에 상점을 비워주기로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한 임차인의 사연과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어느 누가 먼저, 어떻게 나서야 하느냐는 질문 등도 나왔다.
임대인·임차인을 비롯하여 정치권과 인천지역의 원로들까지도 참여하는 민·관 협치 기구를 구성하는 한편, 그전까지 이 일대에 ‘외부효과’를 가져온 인천문화재단이 당분간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 등이 큰 틀에서의 결론으로 제시됐다.

이날 포럼의 사회를 맡은 손동혁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장은 “앞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이끌어갈 주체들은 신포동을 중심으로 한 개항장 일대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인천문화재단도 역할을 찾고 역할을 하기 위해 더 고민하고 준비하겠다”며 이날 포럼을 마무리했다.

정리 : 김성호 경인일보 문화체육부 기자
사진 : 시민기자 민경찬




7월의 어느 멋진 토요일-만국시장&사운드바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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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덕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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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덕은 1936년 <산허구리>로 등단 <동승>, <무의도기행>, <고목> 등 빼어난 희곡을 쓴 한국근대극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하지만 그는 한동안 잊혀진 작가였다. 해방 직후 월북하여 활동하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 선무반 일원으로 참전하여 전사했기 때문이다.그는 1988년 납․월북작가 해금 조치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작가였다. 해금 이후 함세덕에 대한 연구논문들이 활발하게 발표되었고 1991년에는 연우무대가 기획한 한국현대연극의 재발견 시리즈에서 대표작 <동승>이 공연되면서 함세덕은 관객들에게도 한국근대극의 대표적 작가로 각인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함세덕은 문제적 작가다. 식민지 시기 활동한 많은 작가들이 그런 것처럼 그 역시 훼절한 작가다. 1940년대 그가 일본 제국주의 정책을 선전하는 희곡을 다수 발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1991년에는 친일극으로 분류되어 온 <에밀레종>의 희곡과 대본이 발견되면서 그의 친일극 양상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함세덕은 근대희곡사의 중요한 성취를 이룬 빼어난 작가이면서 그의 행보와 작품들에는 식민지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정치적 상황이 오롯이 새겨있다.

02.

지난 6월 7일(화) 문학시어터에서 열린 제1회 인천예술의 뿌리 포럼 “연극인 함세덕과 인천 – 함세덕과 인천연극의 미래”(주최/주관 (사)한국예총인천광역시연합회, 문학시어터)에서도 함세덕의 이러한 문제적 지점은 중요한 쟁점이었다.

이날 포럼은 함세덕의 작품세계와 작가적 위상, 인천에서의 활동 등을 살피는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김만수(인하대 교수)의 “함세덕과 인천연극”, 윤진현(인하대 강사)의 “덕진의 가출을 격려하며”라는 두 발제문이 모두 함세덕의 아동극을 주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논의는 그간 함세덕에 대한 논의가 축적되어 온 만큼 함세덕의 작품 세계에 대한 논의를 더 넓히고자 하는 것이면서, 함세덕의 현대성에 대한 검토와 이어진다.

03김만수는 함세덕 중기 아동극, <심원의 삽화> <서글픈 재능> <감자와 족제비와 여교원> <닭과 아이들> 등에는 기성세대의 편견, 신세대의 고민 등이 원형질로 녹아 있다고 지적했다. 게오르그 루카치가 말한 ‘더이상 아닌 세계’와 ‘아직 아닌 세계’의 충돌이라는 현대성에 주목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진현은 경성방송국 편성표에서 인천의 ‘꽃섬 동인회’ 활동을 발굴하여 함세덕의 인천에서의 활동을 밝혔다. 또한 윤진현은 <닭과 아이들>에 드러나는 현재성을 분석하는데, 현대 아동문학에서 가출이 “‘가정으로의 귀환’ ‘가정의 가치’를 환기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는 데에 비해 이 작품은 덕진이 가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친구들은 물론 동리 어른들도 이를 축복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가정’이 아동에게 폭력이고 위협인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고 “가정이 생존을 위협한다면 차라리 도망쳐서 이곳으로 오라고” 말하는 문제해결 방식은 오늘날에도 주목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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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토론은 이희환(시민과 대안연구소 연구원), 전성희(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 김진국(인천일보 편집국 부국장)이 참여했다.  이희환은 함세덕을 비롯하여 인천예술인의 문화적 기반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성희는 함세덕 희곡에서 소년과 청년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 데 그 창작배경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진국은 함세덕 작품의 빼어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구에만 머물러 있는 현실에서 그의 작품이 대중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함세덕의 극작가로서의 위상만이 아니라 그에 대한 연구와 기념사업이 근대문학연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근대문화사로 넓혀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포럼의 시작에서 사회를 맡은 김학균(인천예총 사무처장)은 포럼 직전 함세덕의 누이인 함성희와의 만남을 소개하면서 함세덕의 아버지 함근욱과 송암 박두성이 사돈관계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근대예술인들의 연구는 근대문화사연구로 확장되는 것이다.

04그러나 이날 포럼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 쟁점은 함세덕 연구나 기념사업이 친일이라는 그의 행적 때문에 답보상태에 있다는 점이었다. 지난해가 바로 함세덕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지만 그의 친일 행적 때문에 기념사업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안타까움에 대해 윤진현은 “함세덕의 친일극은 사실이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물론 식민지라는 극단적인 정치적 상황을 살아야 했던 작가에게 깊은 연민을 느낀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이날 토론에서는 친일행적이 있다고 해서 그에 대한 연구나 기념사업을 중단하는 것 또한 우려된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되었다. 과오의 역사라 해서 지우거나 덮는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하게 사실을 발굴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함세덕이라는 한 극작가에 국한된 것도, 근대문학사에 국한된 것도 아닌, 식민지라는 경험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오늘의 현실을 위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관점이다.

“인천예술의 뿌리”라는 제목처럼 이날 포럼은 함세덕의 작품과 인천에서의 활동이 주요하게 논의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함세덕의 작품과 인천이라는 장소의 연관을 강조하는 데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점이다. 함세덕 연구에서 많은 논자들이 지적하듯이 그의 작품들은 어촌 문학으로서의 독보적인 점이 있다. 이는 그의 작품이 인천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만이 아니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의 지리적 위치에서 그의 작품이 한국문학에서 갖는 독보적인 위상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함세덕의 작품 연구에서 인천이라는 특정한 장소성을 한국문학의 보편성으로 진전시키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하겠다. 이는 인천에서의 그의 활동에 대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천에서의 활동이 인천의 근대문화사가 아닌 한국근대문화사의 보편성과 연결될 때 인천 연극인으로서의 함세덕 연구가 한국연극, 한국문학, 한국근대 연구의 중요한 장이 될 것이다. 함세덕은 현재진행형의 작가다.

김소연 / 연극평론가




땀흘려 연습하고 신나게 즐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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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지 않는 발언, 계속되는 연극 – 심포지엄 『포럼연극에 묻는다!』

0102 막이 오르고 무대에 조명이 들어온다. 관객은 헛기침도 삼킨 채 최대한 정숙한 자세로 관람 매너를 준수하며 극을 ‘수용’한다. 무대 위에선 말하고 무대 아래에선 듣는 것,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공연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아무리 무대 위에서 드러나는 모방된 허구가 더 현실같이 느껴지더라도,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진행되는 연극예술은 무대와 관객 간의 소통에 한계를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눈앞에서 인물 간에 갈등이 펼쳐질 때, 등장인물들로서는 알 수 없지만 관찰자로서는 차마 보기 힘든 운명의 고난이 전개되려는 순간에 무대로 뛰쳐들어가 개입하고 싶은 충동을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등장인물에 몰입했거나 그가 처한 상황이 나와 분리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즉 ‘나의 문제’ 로 와 닿는다면?

극중 상황에 대해 관객의 의견을 요청하는 연극, 관객을 수동적인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주체로서 연극에 참여하여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직접 말과 행동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포럼연극”에 대해 이야기하는 심포지엄 『포럼연극에 묻는다』가 부평구문화재단 주최로 지난 5월 13일 부평문화사랑방에서 열렸다. 김병주 서울교육대학교 교수가 <포럼연극의 이해 및 흐름>으로, 김현정 ‘극단 해’ 부대표와 원성원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 대표가 <지역사회에서 포럼연극의 확장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으며, 이혜경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장과 손미선 인천여성의전화 사무국장,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이 토론을 맡아 진행했다.

03 
아직 우리에게 낯선 개념과 형식으로 다가오는 포럼연극은, 관객들이 극에 직접 참여하여 연극행위를 하게 함으로써 현실문제에 대한 자각과 실천의 토대를 마련하게 하는 목적으로 창안되었다. 포럼연극의 창시자 아우구스또 보알(Augusto Boal)은 1950년대 말 고국인 브라질 상파울루의 Arena Theatre를 이끌며 유럽 고전극 등을 주로 연출하다가 극심한 빈부차의 문제, 독재정권과 고질적 부정부패, 각종 사회문제에 신음하는 민중들의 고통을 목격하고, 이들을 결속시켜 적극적인 변혁의 주체로 계몽하는 정치적, 사회적, 교육적 도구로서의 새로운 연극이론을 고안하게 된다. 1974년에 발표된 그의 책 『억압받는 이들의 연극(Theatre of the Oppressed(1))』은 “인간의 모든 행위는 사회적이며, 따라서 모든 연극행위 역시 정치적이다”라는 선언으로 시작되며, 포럼연극의 사상과 방법론이 집대성되어 있다. 억압받는 이들은 바로 사회적 부조리에 고통받는 우리, 관객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다.
(1)한국에서는 1985년에 『민중연극론』(창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포럼연극에서는 관객과 배우가 분리된 관계가 아니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연극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극중에 직접 피력하고, 경우에 따라 자신이 배우들을 도와 내용을 수정하거나 자신이 배우의 역할을 넘겨받아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배역을 통해 직접 표현한다. 대단히 적극적이고 실천중심적인 이 기법이 지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효과를 발휘했을까? 발제로 참여한 ‘극단 해’와 ‘프락시스’에서는 그동안 진행했던 포럼연극의 사례들을 풍부하게 소개했다. 학교폭력, 진로, 환경, 외국인노동자 인권, 미혼모, ‘워킹맘’이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문제 등 이 사회 전반에 걸쳐진 보편적인 문제들을 포럼연극을 통해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사례들이 대부분이었다. 공연 후 관객들의 답변 내용을 살펴보면 대체로 만족감도 크고 주변에 추천 의향도 높은 것으로 드러나 있으나, 두 극단과 부평문화사랑방 모두 모객의 어려움을 공통적으로 토로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①관객의 참여에 따라 매회 다른 구성이 될 수밖에 없는 형식, ②관람보다는 참여와 토론에 방점이 있어 이벤트적 성격을 띄게 되는 점, ③토론을 부담스러워하는 관객 성향 등을 그 원인으로 분석했다. 또한 관객 본인과 연계되는 지점이 없다고 판단해 버리면 공연에 대한 관심을 점화시키는 것조차 쉽지 않겠다는 진단에도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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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문화사랑방은 지난 3년간 꾸준히 포럼연극을 개최해왔다. 이미숙 부평구문화재단 사랑방운영팀장은 “보통 사랑방에서는 상업적인 레퍼토리 공연들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다른 곳과 프로그램을 차별화하면서 지역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포럼연극을 주목했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이곳 지역 주민들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로 같이 만들어 보는 게 꿈이라는 그는, 포럼연극이 지역사회의 변화와 소통의 장으로서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포럼연극이 아직 한국에서 보편적인 공연 형식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지난 5월 26~28일 내한 공연한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극장의 연극 <민중의 적(An Enemy of the People)>이 한국 관객들을 무대로 이끌어 열띤 토론의 광장을 만들었던 것처럼, 포럼연극의 발생은 오래되었으나 우리를 둘러싼 정치․사회문제들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며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의 ‘발언’ 역시 결코 마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 : 노수연(재단 예술지원팀장) , 사진제공 : 부평문화사랑방




제 19회 인천예술고등학교 예술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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