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날 100주년! 아주 특별한 2022 아시테지 in 인천 BOM나들이!

어린이날 100주년! 아주 특별한 2022 아시테지 in 인천 BOM나들이!

김영배 (극단 자유마당 대표, 아시테지 BOM나들이 in 인천 예술감독)

<어른들에게>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어린이에게 경어를 쓰시되 늘 부드럽게 하여 주시오.
이발이나 목욕 같은 것을 때맞춰하여 주시오.
잠자는 것과 운동하는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산보와 원족 같은 것을 충분히 하게 하여 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자세 타일러 주시오.
어린이들이 서로 모여 즐겁게 놀만 한 놀이터나 기관 같은 것을 지어 주시오.
대 우주의 뇌 신경의 말초는 늙은이에게 있지 아니하고
젊은이에게도 있지 아니하고 오직 어린이 그들에게만 있는 것을 늘 생각하여 주시오.

이글은 100년 전에 발표된 어린이 인권선언문의 일부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지금도 새겨들어야 하는 이 글의 내용들. 소파 방정환 선생은 동지들과 함께 100년 전인 1922년 어린이날을 제정했으며 1923년 위와 같은 어린이 선언문(어린이 인권선언문)을 공표했습니다. 제네바 국제연맹 회의에서 아동 권리에 대한 제네바 선언 5개 항을 채택한 것이 1924년이니 그보다 1년 앞섭니다. 우리의 선조들께서는 어린이 인권의 중요성을 전 세계보다 한발 앞서 인지하고 계셨던 것입니다.

올해는 그런 소중한 어린이날이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사실, 최초의 어린이날은 5월 1일 노동절이었습니다. 소파 방정환 선생님께서 번역 동시 ‘어린이 노래: 불을 켜는 아이’를 발표하면서 ‘어린이’라는 단어가 사용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만 해도 어린이는 그저 어른들의 소유물로 여겨졌으며 인격체로서 인정받지 못 했습니다. 방정환 선생님은 ‘젊은이’ 그리고 ‘늙은이’와 대등한 인격체로서 ‘어린이’를 처음 인정하셨습니다. 방정환 선생이 어린이문화운동가로서 그 의미를 가지고 있는 부분은 어린이를 노동 인력의 하나로 봤던 그 옛날에 어린이를 한 명의 독립된 인격체로 세웠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어린이날이 아직도 어른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를 돌아봐야겠습니다. 어디선가 어린이의 인권이 유린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리들의 인식 속에 어린이는 미숙하고 부모의 소유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무언가 미숙하고, 초보이며 실수투성이인 사람을 ‘○린이’라고 사용하는 것처럼 우리 의식 속에 어린이에 대한 차별이 자라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이미 자라버린 것은 아닌지 살펴봐야 합니다.

어린이 인권선언이 전 세계보다 2년이나 앞선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과연 우리나라의 어린이들은 얼마만큼 어른들과 동등한 인격체의 대우를 받고 있는지, 그들이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가 실행되고 있는지, 도리어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섰다는 지금의 대한민국의 삶에서 절망스러울 만큼의 낮은 출산율은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린이가 마음껏 상상할 수 있는 사회를 어린이들에게 제공하고 있는지 어른들이 다시 생각해 볼 때입니다.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하는 이 뜻깊은 해, 2022년 5월에 인천광역시에서는 아주 특별한 행사가 있습니다. 인천광역시 내 10개의 문화예술 공공기관과 한국을 대표하는 어린이 • 청소년을 위한 공연예술협회인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 (이하 아시테지 코리아 International Association of Theatre for Children and Young People)가 5월 18일 (수)부터 5월 28일(토)까지 인천 어린이를 위한 특별한 무대를 꾸미게 된 것입니다. 인천 어린이와 가족들을 위한 공연 네트워크, 아시테지 in 인천 봄나들이 행사는 각 조직의 성격이 다른 여러 기관들과 ‘아시테지 코리아’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인천 어린이들에게 양질의 공연을 보여 주고자 기획된 행사입니다. ‘아시테지 코리아’가 공모를 거쳐 엄정하게 선정한 국내 15개 예술단체들의 대표 공연들이 상상 가득한 무대구성으로 인천 어린이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서커스 <해피 해프닝>
4명의 서커스 요정이 펼치는
유쾌한 해프닝의 연속,
상상력으로 빛나는 판타지 세상
(공연단체: 공간 서커스 살롱)
2022.5.28.(토) 청라블루노바홀 공연 예정
(제공: 아시테지 코리아)

그림자극 <늙은 개>
더불어 살아가는 삶의 참된 의미,
주인 할머니를 찾아 떠나는
늙은 개의 여정을 그린 그림자극
(공연단체 : 극단 나무)
2022.5.21.(토) 청라블루노바홀 공연 예정
(제공: 아시테지 코리아)

이번에 선정된 작품들은 연극, 뮤지컬, 오브제극, 그림자극, 서커스, 미디어극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으며 인천의 어린이들이 다양한 작품들을 가까운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무엇보다 이번에 선정된 작품들의 공통점은 ‘어린이성’입니다. 표현의 양식과 장르는 다양하지만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연을 제작하는 예술단체 안에는 그 ‘어린이’가 있습니다. 아시테지가 바라보는 어린이는 어른을 제외한 모두로서 이런 어린이를 중심에 놓고 있는 창의적인 공연들로 인천 어린이들을 만나고자 합니다. 서울에서만 개최되었던 아시테지 대표축제인 1월 ‘서울 아시테지 겨울축제’, 7월 ‘국제 아시테지 여름축제’를 이제 내가 살고 있는 인천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판타지 뮤지컬 인형극 <안녕! 도깨비>
도깨비와 흥이의 특별한 우정,
소중한 가족 이야기가 돋보이는 인형 음악극
(공연단체 : 극단 로.기.나래)
2022. 5. 21(토) 인천중구문화회관 공연 예정
(제공: 아시테지 코리아)

뮤지컬 <수상한 외갓집>
한국 고유의 문화유산을 무대에서 만나다,
3대가 함께 볼 수 있는 뮤지컬!
(공연단체 : 문화예술협동조합 아이야)
2022. 5. 21(토) 남동소래아트홀 공연 예정
(제공: 아시테지 코리아)

올해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기념하는 문화예술 행사가 전국 각지에서 열립니다. 어린이 문화예술 기관 60여 곳이 참여하여 ‘어린이날 100주년 기념 사업단’을 발족했고 ‘어린이가 행복한 나라’라는 주제로 한 해동안 풍성한 문화예술 행사가 열리는 가운데 이번 ‘아시테지 in 인천’ 사업 또한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 주시오’

이 외침은 100년 전 어린이가 어른들에게 드리는 글입니다. 이 글은 현재에도 반복됩니다. 과거 어린이였던 우리는 지금 어린이들을 얼마나 존중하는지, 어린이가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올해에 이어 2023년은 방정환 선생의 아동극이 ‘어린이’ 잡지에 실린지 100년이 되어, ‘어린이 청소년극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입니다. 연극인 방정환, 여러분은 잘 모르실 겁니다. 배우이자 연출가 그리고 극작가(동극)였던 방정환. 문화예술의 힘으로 어린이들을 일으키고자 했던 방정환을 기억하며, 어린이날 100주년을 축하하는 ‘아시테지 in 인천 봄나들이’가 새로운 100년을 준비하는 인천의 어린이들을 위한 꿈과 희망의 대표적 축제로 성장하기 바랍니다.

글/사진 김영배(金永培, KIM YUNG BEA)

– 극단 자유마당 대표/위(WE)연기모델아카데미 대표

–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 한국연극협회 고양시지부 부회장/ASSITEJ(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부이사장

– 소나기, 별자리이야기, 버스안에서, 내가 만약 사람이라면, 어린왕자를 꿈꾸다, 첫사랑 증후군, 뮤지컬 행주대첩 등 40여개 작품 연출

주요 활동연혁

○ 2014년 7월 한국-덴마크 55주년 수교기념 합작 프로젝트 “안데르센의 나이팅게일” <각색/연출> 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 KOREA) 국제여름축제 개막작 선정
○ 2015년 3월 전국연극제 경기도대회 창작극 “어린왕자를 꿈꾸다” <극작/연출> -금상(경기도의회 의장상), 무대예술상 / 우수연기상 수상
○ 2015년 4월, 세계최대의 아동·청소년 연극축제인 덴마크 [4월축제 April Festival]에 한국 최초로 공식 초청되어 ‘Andersen Project-The Nightingale’ 작품으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큰 호평을 받음 <각색/연출>
○ 2016년 10월~11월 <중국 연극협회에 공식 초청> 영상뮤지컬 “피터팬! 아주 특별한 이야기” <각색/연출> (베이징 해정공인문화관) 광저우 국제연극제 개막작 선정 ○ 2017년 제27회 경기연극올림피아드 대회 창작극 “별자리 이야기” <극작/연출> -우수작품상 수상
○ 2017년 제29회 경기예술대상 –공로상 수상
○ 2018년 제36회 전국연극제 경기도대회 “첫사랑 증후군” <극작/연출> -희곡상 수상
○ 2021년 제39회 전국연극제 경기도대회 “어린왕자를 꿈꾸다” <연출> -연출상 수상
○ 2021년 8월 고양문화재단 디지털씨어터 스테이지 공모 선정 융복합공연 “내 마음 속 어린왕자” <극작/연출>
○ 2021년 12월 제33회 경기예술대상 –대상 수상




인천에 찾아오는 작은 물결 – 아시테지 BOM 나들이 – 서구문화회관

인천에 찾아오는 작은 물결– 아시테지 BOM 나들이 – 서구문화회관

공영지(인천서구문화재단 공연전시팀)

코로나가 발생한 지 2년, 우리의 일상은 급격하게 변화하였다. 우리의 삶이 변화하듯 공연장의 풍경 또한 변하였다. 바이러스로 인한 재난으로 해외예술가를 만날 기회가 사라졌고 관객들은 멀찍이 거리를 두어야만 했으며 공연의 뜨거운 감동을 환호성 없이 박수만으로 표현해야 했다. 변해버린 상황에 익숙해지며 소통은 단절되고 공동체의 연대는 무너져갔다.

이처럼 변해버린 환경 속에서 공공극장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끊임없는 고민 속 인천 10개의 공공극장 기획자들이 찾은 해답은 ‘연대’와 ‘화합’을 통한 ‘공공성’의 확장이다. 코로나로 인해 단절된 소통을 연대를 통해 회복하고 예술을 통해 지역사회의 화합을 이끄는 것이다.

인천 아동청소년 공연예술 네트워크 7차회의
(2022. 03. 29.)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인천 아동청소년 공연예술 네트워크 8차회의
(2022. 04. 19.)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공공극장은 지역문화진흥이라는 목적 아래 운영된다. 그러나 공연장의 규모, 재정, 인력상황, 주변 환경, 입지조건 등 각각의 극장이 처한 상황에 따라 접근하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다. 방식은 다르지만, 인천지역 10개의 공공극장은 예술을 통해 공연장만이 가지는 고유한 사회적 가치를 제고하고자 2021년 하반기부터 긴 시간 머리를 맞대어 고민했다. 그 긴 고민의 결과로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하여 인천 10개의 공공극장은 어린이들이 인천 곳곳에서 다양하고 우수한 공연예술을 즐길 수 있는 “아시테지 Bom 나들이”를 함께 개최하기로 하였다. 그리고 “아시테지 Bom 나들이”에 참여할 공식 초청작을 공모하고 작품선정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공정하고 엄격한 심사를 거쳐 총 15편의 어린이 작품을 선정했다. 인천 서구에서는 창작집단 탈무드의 <재주 많은 세 친구>, 극단 나무 <늙은 개>, 작은극장H <무니의 문>, 공간 서커스살롱의 <해피 해프닝> 총 4개의 작품이 펼쳐진다.

창작집단 탈무드 <재주 많은 세친구>
2022. 5. 18(수) 인천서구문화회관 공연예정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극단 나무 <늙은 개>
2022. 5. 21(토) 청라블루노바홀 공연 예정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작은극장H <무니의 문>
2022. 5. 21(토) 서구가정생활문화센터 공연예정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공간 서커스살롱 <해피 해프닝>
2022. 5. 28(토) 청라블루노바홀 공연예정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이야기꾼들이 들려주는 생생한 옛이야기를 들으며 공연 속 주인공이 되어보고 배우와 친구들과 함께 움직이고 신나게 즐기는 체험 놀이극 창작집단 탈무드의 <재주 많은 세친구>, 늙은 개 누렁이의 주인 할머니를 찾아 떠나는 여정을 그림자를 통해 리듬감 있고 서사적인 이미지로 구현한 극단 나무의 <늙은 개>, 주인공 ‘무니’의 내적 성장 이야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방식과 마음을 여는 용기를 보여주는 작은극장H의 테이블 인형극 <무니의 문>, 일상의 소재를 순간의 집중과 신체의 감각 서커스로 만나보는 공간 서커스살롱의 <해피 해프닝>까지 유쾌하고 감동적인 4개의 작품이 인천 서구에서 어린이 관객들과 만난다.

“부인, 내 호가 왜 소파(小波)인지 아시오? 나는 여태 어린이들 가슴에 잔물결을 일으키는 일을 했소. 이 물결은 날이 갈수록 커질 것이오. 훗날에 큰 물결 대파(大波)가 되어 출렁일 테니 부인은 오래오래 살아서 그 물결을 꼭 지켜봐 주시오.” – 소파(小波) 방정환

‘어린이날’은 1923년, 방정환 선생과 일본 유학생들이 만든 아동문화단체인 `색동회`가 어린이에 대한 사랑과 보호의 정신을 높이고자 제정한 것이 오늘날까지 이르고 있다. 어린이의 권리를 존중하고 어린이의 행복을 도모하기 위해 시작된 이 작은 물결은 100년이 지난 오늘, 큰 물결로 변화하여 우리의 마음에 출렁이고 있다.

2022년 5월, 인천 10개 공공극장 기획자들의 긴 고민에 대한 해답이 지역의 어린이들을 만나난다. 함께 힘을 합쳐 만든 이 작은 물결도 날이 갈수록 커져 공공극장이 가지는 공공성을 통해 지역을 변화시키는 큰 물결로 출렁이길 바란다.

글/사진공영지(Kong Youngji, 孔瑛智)

인천서구문화재단 공연전시팀




5월, 다시 반짝이는 트라이보울 – 아시테지 BOM나들이 – 트라이보울

5월, 다시 반짝이는 트라이보울– 아시테지 BOM나들이 – 트라이보울

박정주(인천문화재단 트라이보울 운영팀장)

트라이보울이 위치해 있는 송도는 인천의 어느 곳보다도 바람이 강하고 평균 기온도 낮은 편이다. 4월 말에도 아침, 저녁으로는 닭살이 오소소 돋을 만큼 서늘하다. 5월이 되어서야 비로소 진짜 봄이 온다. 2022년 4월 27일, 2년간 긴 겨울잠을 자고 깨어난 듯, 트라이보울에서 함성과 떼창이 들려왔다. 공연 1시간 전, 관객들은 눈을 반짝이며 입장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 거리두기 객석으로 공연을 오픈했을 때도 설레는 마음으로 공연장을 찾아주셨지만, 이번 공연은 또 달랐다. 객석을 채운 관객들에게서 공연을 기대하는 에너지가 온몸으로 전해졌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트라이보울 전경
(제공: 인천문화재단 트라이보울)

트라이보울 기획공연 ‘트라이보울 시리즈’
<윤딴딴 : April Fool>
(제공: 인천문화재단 트라이보울)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 가족과 함께하는 공연장 나들이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인천의 공연장 곳곳에서 어린이를 위한 공연축제 ‘아시테지 in 인천 BOM 나들이’가 5월 18일(수)부터 28일(토)까지 진행된다. 한국을 대표하는 영유아,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공연의 대명사, 아시테지 코리아(정식 명칭 :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와 인천 10개의 공공기관이 지난 1월 업무협약을 맺고, 여러 차례 머리를 맞대며 고심한 결실을 본 것이다.

‘아시테지 in 인천 BOM 나들이’는 5월 18일 수요일 트라이보울에서 뮤지컬 <삼양동화>로 축제의 시작을 알린다. 뮤지컬 <삼양동화> 공연은 5. 18(수) ~ 19(목) 양일간 진행되며, 저녁 7시 30분부터 70분간 어린이 관객들뿐만 아니라 함께하는 가족들의 생각도 깨우게 된다. 제목에서 느낄 수 있듯이 기존의 고전동화 ‘헨젤과 그레텔’, ‘백설공주’의 원작을 뒤집은 스토리로, ‘2022 서울아시테지 겨울축제’ 대표공연 초청작이자 제30회 서울어린이연극상 단체부문 관객인기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헨젤과 새엄마’, ‘거울을 깬 왕비’ 편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은 고전 동화 속의 편견과 고정관념을 뒤집은 이야기 전개로 어린이가 세상에 맞서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아시테지 in 인천 BOM 나들이’ 공연은 트라이보울 이외에도 인천문화예술회관, 부평아트센터, 청라블루노바홀, 서구문화회관, 중구문화회관 등에서 5월 28일(토)까지 계속해서 우리를 즐겁게 해 줄 다양한 공연이 진행된다. 27일(수)에는 기획공연으로 ‘트라이보울 시리즈’ <새판소리, 마당을 나온 암탉>도 진행된다. 국내 창작동화로 첫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황선미 작가의 작품과 지기학 예술감독의 연출이 만나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아시테지 in 인천 봄나들이 참가작
극단 해의 아이들 _ 뮤지컬 <삼양동화>
5월 18일(수) ~ 19일(목) 트라이보울 공연 예정
(제공: 인천문화재단 트라이보울)

트라이보울 기획공연 ‘트라이보울 시리즈’
<새판소리, 마당을 나온 암탉>
5월 25일(수) 19:30 트라이보울 공연 예정
(제공: 인천문화재단 트라이보울)

코로나19 이후, 일상의 회복을 넘어 새로운 일상으로

2020년 3월에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이후, 지역의 공연장들은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방지를 위해 참으로 고군분투 해왔고(물론 우왕좌왕하기도 했다), 본격적인 공연이 펼쳐지는 것은 무려 2년 1개월 만이다. 2022년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되어 공연장은 이전처럼 함성과 떼창이 가능해지며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코로나 시국에 많은 온라인 콘텐츠가 생성되었다. 공연뿐만 아니라 전시, 문화예술교육 등도 마찬가지이다. 비대면 온라인 콘텐츠는 예술 현장을 대체해 왔을까?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포스트 코로나를 예견하는 논문, 칼럼 등 전문가들의 글을 수집해보아도, 여전히 오늘의 현실이 얼떨떨하다.

공연장에서 일하는 우리 실무자들은 코로나19 재난 시대에 예술가들의 활동 공백기를 타개할 방안을 고민하고, 비대면 ‘무대’를 만들어 실시간 온라인 생중계로 진행하고, 녹화영상을 유튜브로 상영하는 등의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최첨단 영상기술을 선보이는 TV의 각종 음악프로그램과 인터넷에서 언제든 손쉽게 볼 수 있는 온라인 콘텐츠에 이미 적응된 시민들에게, 공연장에서 제공하는 비대면 무대와 온라인 영상은 많은 점에서 부족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이러한 현실에 발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라이브 공연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는 최첨단 장비를 갖추거나, 메타버스 형식의 공연을 시도하는 공연장들이 등장하고 있다. 트라이보울은 ‘2009 인천세계도시축전’을 기념하기 위해 2010년에 기념관으로 건립되었고, 2012년부터 인천문화재단이 위수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2016년에 공연장으로 정식 등록한 후, 트라이보울은 전문 공연장으로 거듭나기 위해 변모해왔고, 어느 정도 공연장으로서의 입지를 다지게 되었으나, 태생적인 부분과 여러 가지 행정적 요인들로 인해 코로나19 이후 급박하게 흘러가는 공연예술의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에는 다소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라이보울 운영 인력들은 현실적 여건에 부단히 적응하고 변화하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 중이다. 앞으로도 트라이보울이 인천의 예술인, 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즐거운 프로그램으로 더 자주 소통하고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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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사진 박정주(朴貞珠, Park Jung Joo) 인천문화재단 트라이보울 운영팀장

트라이보울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예술공간과 네발 달린 동물 친구를 좋아한다.




간절하게 기다린 만큼 더 부푼 설렘 – 아시테지 BOM나들이 – 부평아트센터

간절하게 기다린 만큼 더 부푼 설렘– 아시테지 BOM나들이 – 부평아트센터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연초록의 풀이며 나뭇잎이 여간 예쁘지 않다. 5월이다. 흔히 말하는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잇따라 있으니 자라나는 모든 어린이들과 이들을 키워낸 모든 세대의 어버이들이 희망과 감사를 기쁜 마음으로 나누어 마땅하다.
마침 2년이 넘게 우리의 삶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코로나19로부터 서서히 벗어나는 게 아닌가 싶어 여간 다행스러운 게 아니다. 보이지 않는 감염병 탓에 낯선 이들은 물론이고 가까이 지내는 이웃들과 친구들, 심지어 가족 사이에도 서로를 경계할 수밖에 없는 공포에 몸과 마음이 짓눌린 채로 견뎌온 꽤나 길었던 시간이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어서 마음 한켠에는 찜찜한 기분이 여전하지만 이만큼이라도 견뎌낸 모든 이들과 감사를 나누고 싶은 심정이다.

공연장 문을 활짝 열다

‘거리두기’는 감염병이 유행하는 동안 마스크 쓰기와 함께 우리가 지켜야 했던 대표적인 의무사항이다.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는 식당이나 공연장, 학교 교실에 이르기까지 실내외를 불문하고 거리를 두어야 했고, 아예 문을 닫아거는 일이 심심찮게 벌어지기도 했으니 서먹하다 못해 삭막하기까지 한 살풍경이기도 했다.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하지는 못했지만 이제 우리는 코로나19 이전의 일상으로 조금씩 회복해가는 중이다. 무엇보다 공연장 문을 활짝 열 수 있어서 반가움이 크다. 한 칸 띄기, 동반자 외 거리두기 등으로 공연장 기준 객석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관객만 겨우 입장하거나 심지어 관객 없이 이루어진 공연도 적지 않았다. 덕분에 온라인 공연이라는 새로운 형식이 등장하면서 공연의 틀이 바뀔 수도 있다는 섣부른 기대도 일었지만 안타깝게도 무대공연의 현장성을 온라인으로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에는 한계가 분명했다. (코로나19 이전에도 이미 무대공연에 대한 영상화가 일부분 진행되어 공연장을 직접 찾지 못한 관객들에게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코로나19로 공연장 관람이 제한된 상황에서 온라인 영상으로 공연장 관람과는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 사례가 없지 않으나, 대부분은 영상작업에 필요한 인력이나 장비 등의 추가 비용을 충분히 들이기보다는 단순히 영상으로 전환하는 데 그친 경우가 많았다.)

부평구문화재단은 부평아트센터의 공연장과 전시장, 세미나실, 생활문화센터 등의 운영 공간을 관객과 이용자들에게 활짝 열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공연과 전시 등의 준비과정은 모든 입장객들의 체온을 확인한 다음에야 진행했으며, 관람이 끝나고 관객이 돌아갈 때까지 혹시나 하는 불안감으로 노심초사했던 데에 비하면 올해 5월에 준비한 여러 공연과 전시는 공연자든 관객이든 부담 없이 만날 수 있게 됐다.

5월이어서 더 특별한 공연장

공연장이 어렵사리 정상 운영에 들어가면서 공연장을 운영하는 기관은 물론이고 무대에서 실연을 펼치는 공연자와 이들을 만나려는 관객들까지 반가움과 기대가 크다. 그 시기가 5월이어서 더욱 특별하다.
대부분의 공연장은 5월에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하는데, 어린이날을 앞뒤로 진행하는 공연과 축제가 첫 번째로 손꼽힌다. 어버이날을 포함해 5월 전체가 가정의 달이니 아이나 어른을 가리지 않고 공연과 전시가 풍성하다.

부평아트센터에는 가족들이 함께 즐길만한 프로그램을 여럿 준비하고 있다. 백희나 작가의 원작을 뮤지컬로 제작한 판타지 가족뮤지컬 <장수탕 선녀님>을 시작으로 어린이 클래식과 미술교육을 연계한 야외 프로그램 <보통날>, 오전에 만나는 클래식 <브런치 콘서트>,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특별전시 <우주를 건너서> 등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가족뮤지컬 <장수탕 선녀님>
2022. 5. 5 ~ 5. 8. 부평아트센터 공연예정

기획특별전 <우주를 건너서>
2022. 4. 13. ~ 5. 25. 부평아트센터 전시중

올해로 100주년을 맞은 어린이날을 기념한 <아시테지 BOOM나들이> 행사도 특별하다. 이 행사는 인천의 10개 공공극장이 아시테지코리아와 협업으로 5월 내내 인천 전역에서 15개의 다양한 공연을 선보인다. 부평아트센터는 어린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그려낸 <낱말나라공장>과 소설가 황순원의 ‘송아지’를 인형극으로 재탄생시킨 <내 친구 송아지>를 공연한다.

이야기꾼의 책공연 <낱말공장나라>
2022. 5. 19(목) 부평아트센터 공연예정
(사진: 부평아트센터 제공)

인쳔극연구소 인스 <내 친구 송아지>
2022. 5. 21(토) 부평아트센터 공연예정(사진: 부평아트센터 제공)

* 부평아트센터 5월 공연 일정

공연 일시 장소 비고
장수탕 선녀님 5일(목)~8일(일) 해누리극장 뮤지컬
보통날 14일(토) 잔디 광장 체험형
리본 14일(토), 21일(토) 생활문화센터 외 가족 워크숍
낱말나라공장 19일(목) 달누리극장 연극
내 친구 송아지 21일(토) 달누리극장 인형극
브런치 콘서트 26일(목) 해누리극장 클래식
우주를 건너서 ~25일(수) 갤러리꽃누리 외 크로스 장르전

코로나블루를 치유하는 문화와 예술

공연장 운영이 정상화되면서 조심스럽기만 했던 무대와 객석이 코로나19 이전으로 가까워졌다. 알게 모르게 쌓인 코로나블루를 떨쳐내고 일상을 회복하는 데에는 문화와 예술이 매우 유효한 수단이다.

부평아트센터는 올 연말까지 공연장과 전시장 일정이 거의 채워질 정도여서 관객들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있는데, 인천의 공공 공연장과 지역 극단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뮤지컬도 눈여겨볼 공연이다.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가 지원하고 부평구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회관, 서구문화재단, 남동소래아트홀과 극단 십년후가 제작하는 뮤지컬이 4개 공연장에서 순회공연을 갖는다.

시민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프로그램도 여럿 진행 중인데, 부평구문화재단은 부평구민들이 배우로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구민들의 이야기로 대본을 구성하여 5개월의 연습과정을 거쳐 관객들에게 선보인다.
예술교육과 생활문화 프로그램도 문화예술의 체험과 감동을 시민들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영유아 대상의 <배 안에서>부터 시니어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구성된 예술교육은 거리를 두고 ‘보던 예술’을 시민들이 직접 ‘하는 예술’로 변화시킨다. 아울러 동아리 활동을 중심으로 한 생활문화 프로그램들도 주체적인 문화 활동이다.

비단 부평아트센터뿐만 아니라 인천 전역의 문화예술 관련 기관과 시설에서 다양한 문화예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시민들이 문화와 예술에서 치유의 시간과 함께 삶의 여유와 풍요를 누리길 소망한다.

글/사진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 극작가
– 전 인천연극협회 부회장
– 전 한국연극협회 이사




코로나 ‘블루’를 치유하는 우리의 처방전 – 아시테지 BOM나들이 – 연수아트홀

코로나 ‘블루’를 치유하는 우리의 처방전– 아시테지 BOM나들이 – 연수아트홀

김용진 (연수문화재단 시민문화팀장)

초유의 팬데믹(pandemic)이 닥친 지난 2년간은 모든 순간이 얼어붙은 빙하의 나날들이었다. 마스크 안에 갇힌 얼굴만큼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흐려졌고, 그 가운데서도 삶을 풍부하게 밝혀 왔던 문화적, 예술적 활동이 빈약해 졌다. 동면에 들어간 곰처럼 사람들은 깊은 동굴 속 심연 속에서 잔뜩 웅크린 체 희미한 빛을 더듬으며 바깥세상으로 나갈 순간만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그 긴 기다림의 응답일까. 조금씩 조금씩 팬데믹의 그늘이 옅어져 가고,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기나긴 우기의 빗줄기가 가늘어질 즈음 우리는 건조해져 부서질 듯 바스락거리는 삶을 마주하게 되었다. 이쯤에서 던지게 되는 가볍지 않은 질문은, 우리의 파괴된 정서를 복원하고 부드럽게 하는 원천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찾을 것인가이다.

흐려진 사람과 사람의 관계를 다시 선명하게 잇고, 삶의 회복 탄력성을 갖는 원동력으로 많은 해법이 제시될 수 있겠지만, 놀랍게도 우리는 다채로운 예술 활동과 향유에서 그 간절한 답을 찾게 된다. 사람들은 배부른 돼지도 원하지만,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더라도 정서적(정신적) 위무 또한 바라기 때문이다.

지역문화재단의 역할이 이토록 소중해지는 것은 지역문화재단이 정서적 피폐의 복구를 위한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를 풀어 놓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인천광역시 연수구에 자리 잡은 연수문화재단은 그 구체적 실행의 처방전 중 하나로 연수문화재단의 공연브랜드 <#플레잉연수>을 통해 코로나 블루를 치유해 보고자 한다.(때마침 사회적 거리 두기 제한이 풀리면서 좌석 간 거리 두기도 없어졌다.)

연수문화재단 공연브랜드 <#플레잉연수>는 2022년 ‘IN&OUT’이라는 틀에서 다채로운 실내공연과 실외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이 가운데 실내공연은 「금요예술무대」의 이름으로 연수구청 연수아트홀을 중심으로 당 해의 이슈와 공연 장르의 다양성을 특화한 시리즈 공연을 선보이려 한다. 지면의 제약으로 다 풀어 놓을 순 없지만 실외공연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어 간단하게 옮겨 보자면, 기존 실외공연 테마인 「토요문화마당」에 주민참여예산 사업이 더해져 「공원둘레길버스킹」, 「송도특별한콘서트」, 「이동형무대」 등 여러 결의 공연이 「금요예술무대」와 더불어 연수구의 다양한 실외 장소와 공간에서 함께 한다.

실내공연을 중심으로 하는 「금요예술무대」는 어린이날 100주년이라는 올해의 이슈에 주목해, 4월부터 7월 초까지 어린이 공연콘텐츠가 중심이 되는 “동심에 풍덩” 특별시리즈를 마련했다. 8월에는 “에너지 발산”을 주제로 뜨거운 여름 한바탕 관객과 호흡하며 억눌린 감정을 즐거운 퍼포먼스와 난장에 실어 보내고자 하고, 10월부터 12월까지는 가을의 낭만과 겨울의 매혹을 담은 클래식과 대중음악 그리고 크로스오버재즈를 시리즈로 묶어 지친 마음을 차분하게 다스리는 ‘감성이 출렁’을 준비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넌버벌 오브제극 – 네네네
2022. 4. 29. 연수아트홀 공연(종료)
(제공: (주)문화공작소 상상마루)

매직드로잉 가족극 – 두들팝
(공연 예정)
(제공: 브러쉬씨어터)

이 가운데서 상반기 주요 공연으로 풀어낼 어린이 공연 특화 시리즈 “동심에 풍덩”이 더욱 특별해진 이유는 국내외 어린이공연콘텐츠 전문단체인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ASSITEJ KOREA)(이하 아시테지)와 인천 지역의 10개 기관 공연장이 함께 의기투합해 ‘아시테지 IN 인천 BOM 나들이’를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 10개 기관이 운영 중인 공연장들이 네트워크 형태로 결합한 것은 전례가 없는 것으로, 인천 공연장들이 서로 간 활성화될 계기를 찾던 중 ‘어린이날 기념 100주년’의 이슈가 기관 간 공감대를 만들었고, 이 공감대는 쉽지 않을 것이라 예상했던 인천 지역 공연장들을 묶는 매개가 되었다. 여기에 아시테지 측의 제안이 더해 지면서 인천 공연장 네트워크는 실행으로 가시화되었고, 아시테지가 공모로 엄선한 국내 우수 어린이 공연 14개 작품을 5월 한 달간 릴레이 방식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음악극 – 오필리아의 그림자 극장
아시테지 in 인천
2022. 5. 27(금) 연수아트홀 공연예정
(제공: 은세계씨어터컴퍼니)

14개의 공연 작품 중에 연수문화재단은 은세계씨어터컴퍼니의 음악극 ‘오필리아의 그림자극장’을 품게 되었다. ‘오필리아의 그림자극’은 우리에게 ‘모모’의 작가로 널리 알려진 독일의 작가 ‘미하엘 엔데’의 동화작품을 각색한 작품으로, 그림자놀이를 활용해 극 중의 등장인물들을 관객이 직접 만들면서 참여하는 이른바 ‘이머시브’ 공연의 형태를 지니고 있어, 온 가족이 즐겁게 공연에 관여하며 몰입할 수 있는 공연이라 할 수 있다.

본 공연은 아시테지 측과의 협의를 통해 문화소외계층을 대상으로 문화나눔을 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공연 개최의 의미를 더할 수 있게 되었다. 2003년 초연을 시작으로 일본 순회공연 등 국내외에서 호평을 받은 검증된 어린이 공연콘텐츠를 문화나눔을 통해 다양한 지역민들과 공유할 수 있다는 것은 각별한 시도라 할 수 있다. 예술이 갖는 조용한 치유의 힘을 속 깊게 전파하는 소중한 기회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리스어 ‘카타르시스(catharsis)’는 극 중 주인공의 비극적 상황에 타자의 지위에 머물러 있던 관객들이 자신의 감정을 극 중 주인공에게 밀어 넣음으로써 마음에 쌓여 있는 우울감, 불안감, 긴장감 등이 해소되는 극적인 감정 변화의 감지를 의미한다. 즉, 심리적 안정화 상태인 ‘마음의 정화’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코로나 블루”가 지극히 정서적인 공황을 의미한다고 할 때, 예술이 줄 수 있는 이 ‘카타르시스’야 말로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필요한 정서적 공황 극복의 처방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병증을 다스리는 처방전이 다르듯 공연예술을 포함한 여러 갈래의 예술작품과 예술 행위는 팬데믹으로 인해 가중된 정서적 수유의 결여로부터 여유와 숨 쉴 수 있는 삶의 빈틈을 열어줄 것이라 확신하며, 모두가 이 예술 처방전을 받을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

글/사진 김용진(金容眞, Yong Jin Kim)

철학을 공부하다 미학이라는 우물에 빠져 지역 현장을 기반으로 하는 전시기획자를 꿈꾸게 되었다. 미술관의 어설픈 학예연구사로 머물뻔하다가 현재, 고향인 인천으로 다시 돌아와 지역 기초문화재단에서 삶이 예술이 되고 예술이 삶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실천방법을 고민하고 묻고 있다.




중구문화회관 Goes On: 우리 사이 아직 안 변했네 – 아시테지 BOM나들이 – 인천중구문화회관

중구문화회관 Goes On우리 사이 아직 안 변했네
– 아시테지 BOM나들이 – 인천중구문화회관

김혜원(인천중구문화재단 공연전시팀 대리)

처음엔 어색하고 억울하기만 했던 ‘공연 집관(집+직관의 합성어, 공연을 집에서 본다는 의미)’도 이제는 익숙해진 요즈음, 오페라 글라스가 없어도 공연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달까. 2022년 5월, 여느 공연장들과 같이 중구문화회관도 27개월 만에 객석 100% 수용으로 다시 출발한다. 소원해진 관객과 공연장의 사이. 어떻게 다시 극복할 수 있을까? 중구문화회관은 온라인 공연 관람에 익숙해진 관객들을 다시 공연장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차별화된 공연으로 채우려고 한다.

이건 공연장에서 들어야 해!

온·오프라인을 병행해도 꼭 현장에서 보고 싶은 공연은 뭘까. 우리는 먼저 ‘자연음향’에서 답을 찾았다. 음향기술이 발전하면서 스피커를 통해서도 풍부한 사운드를 감상할 수 있지만, 연주자가 현장에서 직접 만드는 소리와 공간의 울림마저 느낄 수는 없다. 관객들이 자연음향 공연장, 음향기기 없는 야외공연장을 지속적으로 찾는 이유도 이와 같을 것이다. 인천중구문화회관은 2022년 첫 공연으로 30인조 오케스트라와 5인의 성악가가 함께 가곡음악회를 선보였고, 5월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의 리사이틀로 공연장에서만 가능한 경험을 선물하려 한다.

인천중구문화회관 전경
ⓒ인천중구문화재단

가곡음악회 <사랑, 그리움... 그대>
ⓒ인천중구문화재단

저기야 저기! 저기에 있어!

공연장에서만 가능한 또 하나의 요소는 ‘참여’다. 온라인 상에서는 아무리 댓글과 하트를 보내도 소통에 참여해도 시간차가 있는 반면, 공연장에서는 관객들이 “도깨비, 저기 있다!”라고 외치면 주인공에게 바로 도움을 줄 수 있다. 5월 21일에 열리는 판타지 뮤지컬 인형극 <안녕! 도깨비>는 관객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공연으로, 함께 노래하고 춤추고 사건을 풀어가며 도깨비와 친구가 되는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공연장에 들어설 때부터 도깨비 미니어처들과 마주하고, 색칠놀이를 통해 나의 최애 도깨비를 마음속에 정하고 들어가 더욱 몰입감을 선사할 예정이다.

뮤지컬 인형극 <안녕! 도깨비>
2022. 5. 21(토) 중구문화회관 공연예정
ⓒ인천중구문화재단

인천 어린이를 위한 공연 네트워크
<아시테지 in 인천> 회의
ⓒ인천중구문화재단

인천 전역에서 만나는 아시테지

앞서 설명한 <안녕! 도깨비>는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이하여 인천의 10개 공공극장과 (사)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아시테지 코리아)가 모여 만든 인천 어린이를 위한 공연 네트워크 <아시테지 Bom나들이 in 인천>의 참여작이다. <아시테지 Bom나들이 in 인천>은 아시테지코리아, 아시테지코리아 인천지회, 인천중구문화재단, 남동구도시관리공단, 미추홀학산문화원, 부평구문화재단, 연수문화재단, 인천광역시 계양구시설관리공단, 인천광역시 동구, 인천서구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회관, 인천문화재단까지 무려 12개 기관, 10개의 인천 공공 공연장이 함께 한다.

2021년 하반기부터 준비한 이번 네트워크는 인천서구문화재단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공연장 10개소가 다 같이?’ 이게 가능할까 싶었지만 실현됐다. 중구문화회관이 참여를 결정하게 된 계기는 단순했다. “인천의 어린이들에게 우수한 즐거움을 줄 수 있으니까.”
아동·청소년 공연을 선정할 때는 재미와 교훈의 사이에서 항상 고민하게 되는데, 이번 공연은 아시테지코리아에서 공모를 통해 작품을 선정하여 대중성과 예술성을 모두 담보할 수 있어 중구 구민들에게 자신 있게 소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한 가지의 목적으로 참여한 이번 네트워크가 갖는 의미는 보다 더 많았다. 지역 간의 자본 편차 해소로 연극과 뮤지컬을 넘어 오브제극, 그림자극, 미디어연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편성해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을 넓혔다. 장기간의 준비와 운영위원, 작품선정위원들의 노고 끝에 열리는 <아시테지 Bom나들이 in 인천>이 공연장 간의 교류와 협력의 우수모델이 되길 바라며, 무엇보다 공연장 안팎으로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길 기대한다.

밴드릴레이 <데이브레이크>
ⓒ인천중구문화재단

사스, 메르스에 이어 코로나까지. 우리는 새로운 시대를 계속 맞이하고 있다. 그때마다 잠시 쉬어갔지만 우리는 어떻게든 이겨낸다. 이번에도 관객들은 기다려주었다. 공연장의 맞이에 대답해주듯 공연장에 나와 객석을 채워주고, 우리의 의도대로 맘껏 감상하고 참여하고 있다. 2020년 11월 발매한 방탄소년단의 곡 의 가사 한 구절처럼 ‘다행히도 우리 사이는 아직 여태 안 변했네’라고 외칠 수 있어 다행이다.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하지 않은 우리 사이에 무한한 감사함을 느끼며 박수에서 함성을 넘어 눈빛에서 미소까지. 꼭 다시 표정으로 소통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란다.

글/사진 김혜원(金惠媛, Kim Haewon)

(재)인천중구문화재단 공연전시팀 대리




문화 선진국을 북돋는 예산 정책

문화 선진국을 북돋는 예산 정책

임승관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

지방분권과 주민자치에 이어 문화자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문화기본법에 따른 ‘문화권’은 자율성과 창조성, 다양성, 평등성을 품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최근 들어 지역의 문화진흥기관들은 문화정책 생산과 실행에 있어 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정부가 앞으로는 중앙에서 세운 정책을 지역에 넘겨 실행하던 기존 방식을 더 이상 유지하지 않겠다는 방향을 세웠기 때문이다. 이제 지역에서 정책 이해당사자들이 문화공동체의 주체로서 직접 정책을 만들고 시행하고 평가하고 수정해 가며 성장을 도모해야 하는 때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아직 문화정책에 대한 시민의 참여는 수동적이고 형식적이며, 정부는 시민 의지나 역량을 신뢰할 만한 경험을 충분하게 축적하지 못 한 상태이다. 정부를 사적 이익에 얽매이지 않고 사회 전체의 이익, 즉 공익을 추구하며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조직으로 바라보는 기존 정책 생산 방식을 선호하는 가장 큰 이유다. 이런 이유로 인해 ⑴‘거버먼트’는 가장 합리적인 정책 수행방식으로 인식되어 왔고, 사회적 통념이 되었다. ‘거버먼트’를 유지하는 이유는 또 있다.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라는 주류 경제학 이론이다. 하딘(Garrett Hardin)은 1968년 『사이언스』지에 실린 논문에서 ⑵‘공유지의 비극 ’을 통해 인간의 본성은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이기심이라고 밝혔다. 이는 공공재인 예산 집행에 대한 기획은 정부가 통제해야 한다는 사고로 이어진다. 이러한 경제학 이론은 정부 정책 수립과정에 중요한 준거가 되었다.

*⑴거버먼트(government ; 통치)’는 정책결정이 특정개인이나 소수집단에 의해서 행해지며, 강제력을 배경으로 하여 사회의 질서와 안정을 도모하는 통합의 방식을 뜻한다. 이념적으로는 자치와 대립되며, 오늘날 보통 협치(協治)로 해석되는 거버넌스(governance)와 구별된다.

*⑵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자원은 사람들의 남용으로 쉽게 고갈될 수 있다는 이론이다.
개인의 사리사욕을 극대화하면 공동체나 사회 전체는 물론 자연까지 파괴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미국의 생물학자 가레트 하딘(Garrett Hardin)은 날로 증가하는 인구의 수와 다르게 지구의 자원은 유한하다고 보았다. 따라서 인류가 공공재인 천연자원을 남용한다면 지구에 엄청난 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견해를 1968년 12월 13일 논문 〈공유지의 비극〉을 통해 세상에 알렸다.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하지만 현대 과학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다양한 정보에 접근이 가능하며 공간 제약 없이 이슈들을 논의하고 공유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부 중심의 하향식 통치나 계몽 방식이 어려워지는 이유다. 또한 점점 복잡해지고 그 원인도 알 수 없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대응에서도 ‘거버먼트’ 시스템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정부도 주민이 참여하는 다양한 분야의 공론장을 통해 민원을 효과적으로 해결하고 정책에 대한 만족도 향상을 기대하며 협치의 방식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보통 거버넌스 협의체는 기득권 완장 효과를 일으키기도 하고 예산을 획득한 주민이 배타적인 사업 주도권을 요구하기도 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 이런 이유로 인해 ‘거버넌스’는 비교적 문제 발생 여지가 적은 정책자문위원회나 심의위원회의 역할로 한정되는 경우가 많다.

하딘(Garrett Hardin)의 이론이 발표된 지도 40년이 지났고, 이제 정치학자인 엘리너 오스트롬(Elinor Ostrom)은 ‘공유의 비극 이론’의 오류를 지적한다. 그는 공유지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이를 보존하고 유지할 방안을 논의하여 새로운 규칙을 합의하고 준수를 약속하는 것이다. 무임승차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감시와 제재 방식도 신뢰할 수 있게 마련한다. 결국 ‘공유지 비극’의 원인은 당사자들의 의사소통 부재에 있었다. 공동체 구성원들이 민주적 의사소통이 가능하여 논의와 합의를 이루고 무임승차 없이 자치적으로 관리하는 공유지는 얼마든지 지속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1989년에 참여예산제도를 처음 시작한 브라질 뽀루뜨 알레그레 시(Porto Alegre 市)의 사례는 예산의 효율적 사용과 정책에 대한 만족도에 대해 큰 영감을 준다. 물론 인천광역시는 7대 광역시 중 최하위인 문화예술 예산을 높여야 한다. 문제는 집행 방법이다. 정책 이해당사자가 최대한 모두 참여하여 정책을 직접 제안하고 모아, 우선순위를 합의하여 예산에 맞게 정책을 결정하는 것이다. ‘오병이어’와 같은 공유지인 예산에 대한 주인의식과 효율적인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요즘 한국 드라마와 노래, 음식 문화는 세계적으로 매우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문화 강국을 이루는 요소는 다양하며,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제 문화정책도 변화할 것을 요구받고 있다. 문화정책은 문화 선진국을 안정적으로 북돋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문화 선진국에 어울리는 예산 지원 제도가 되기 위해서는 정치적 성향이 다른 정부가 들어서더라도 흔들리거나 퇴보하지 않아야 한다. 바로 문화현장에서 이룬 성과와 경험을 안정적으로 키우고 전수할 수 있는 민주적이고 자율적인 협치 제도 마련이 중요한 이유다. 그런 의미에서 인천광역시는 지난 몇 년간 중요한 시도를 해 왔고, 나름의 성과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인천에서는 인천대학교 문화대학원이 10기를 맞이했고 인천문화포럼이 다양한 실험과 변화를 모색하며 4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20년 전 인천의 젊은 문화 활동가들은 이제 나름의 위치에서 문화 리더로 전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제 이 흩어진 이 점들의 역량을 연결하여 창발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야 한다.

글/사진 임승관(林承寬, SoungKwan Lim)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 인천에서 20년 동안 생활문화 활동가로 지냈다. 대학과 대학원에서 생활예술과 지역 공동체 문화 강의를 하고 다른 지역을 다니며 컨설팅과 글을 쓰고 있다.




따로 또 같이, 도약하는 문화도시 연수 – 임고은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을 만나다

<기획 인터뷰: 유쾌한 소통 1>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따로 또 같이, 도약하는 문화도시 연수임고은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을 만나다

류수연(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임고은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 약력

2004년 인천연구원이 잠시 송도에 머물던 시절, <인천문화지표 조사연구>의 연구보조원으로 처음 인천에, 연수구에 왔다. 이후 인천문화재단에 근무하며 <인천문화통신>을 창간하고 <인천문화지표 조사연구>, <인천문화예술연감> 발간 등 인천의 문화정책 연구사업 및 문화사업을 담당해왔다. 2008년 연수구로 이사한 후,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여성으로 활약하다 2011년 <연수구 문화도시 중장기 발전계획 연구>를 계기로 연수구청 문화체육과에서 근무하며 연수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했다. 2020년 연수문화재단 사무국장을 거쳐 올 3월부터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장으로 근무 중이다.

임고은 센터장을 만나기에 앞서 그의 약력을 먼저 보았다. “임신·출산·육아로 인한 경력단절여성으로 활약”하다 연구를 계기로 연수구청과 인연을 맺으며 현재 문화도시센터장으로 근무하게 되었다는 문구가 가장 눈에 띄었다. 대부분의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그의 이력 속에서 그가 겪었을 고뇌와 함께, 어떤 상황에서도 꺾이지 않았던 그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고뇌를 함께해왔던 든든한 동지를 얻은 것처럼 반갑고 고마운 순간이었다.

“연수구가 키운 여성 인재”

이것은 임고은 센터장을 설명할 수 있는 첫 번째 키워드인 것 같다. 그는 대학원생 시절 인천발전연구원에서 진행된 인천문화지표연구의 보조원으로서 인천과의 인연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후에 인천문화재단에 입사했고, 인천의 문화정책 연구사업 및 문화사업의 담당자가 되었다. 본 인터뷰의 지면인 <인천문화통신>의 창간을 직접 담당하기도 했기에 그 감회가 새로움을 강조하기도 했다.

고비 없는 인생은 없다 했던가? 다른 기관에 비해 비교적 여성에 대한 지원과 배려가 탄탄했던 인천문화재단에서 근무했음에도 육아에 따른 현실적인 어려움 앞에서, 그는 자신의 경력을 내려놓는 힘든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십 수 년 전의 사회적 인프라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리라.

비록 육아로 인해 스스로 경력을 내려놓겠다는 선택을 했지만, 인천과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았다. 연수구 문화도시 중장기 계획에 참여하면서 다시 문화기획자로서의 삶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육아와 병행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지만, 점차 연수구의 활기차고 도전적인 정책과 분위기 속에서 점차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이 ‘어공(어쩌다 공무원)’으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인재에게 개방적인 연수구의 진취적이고 문화적인 분위기 덕이 크다고 강조했다.

(제공: 연수문화재단)

(제공: 연수문화재단)

“문화로 잇고 채우는 동행 도시 연수”

그는 현재 연수구의 가장 큰 과제는 원도심과 신도시의 균형발전이라고 말한다. 특히 두 지역이 따로 떨어져 교량으로만 연결된 구조라서 다른 지역보다 지리상의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연수문화도시센터가 내세우고 있는 “문화로 잇고 채우는 동행 도시 연수”라는 캐치 프레이즈는 원도심과 신도심 사이의 ‘차이’에 대한 긍정이면서, 그것을 통해 어떻게 서로를 잇고 채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고민을 담아내고 있다.

그 중심에 놓인 것은 바로 ‘문화다양성’이다. 연수구는 인천 내에서도 일찍부터 문화다양성의 문제가 구정의 중심에 놓여 있던 곳이다. 이제는 대외적으로 잘 알려진 고려인·러시아·우즈베키스탄 이주민들이 원주민과 함께 어울려 사는 ‘함박마을’을 필두로, 송도유원지 자동차 매매단지의 중동·중남미 이주민을 비롯해 국제도시인 송도 신도시에는 정말 다양한 외국인들이 살고 있다. 원주민과 이주민이 하나의 공동 생활권을 이루어 살아가고, 살아가야 한다는 당위는 연수구를 그 어떤 도시보다 열린 행정으로 이끌어왔다. 서로 다른 인종·국적·종교·이념을 가진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가장 좋은 매개는 문화라는 점에서 연수구가 문화정책에 강점을 갖게 된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것일지도 모른다.

“연수구는 그 자체로 시민들의 요구를 통해 만들어진 도시라고 할 수 있어요.”

임고은 센터장은 문화도시로서 연수구의 강점을 이렇게 말한다. 잘 알고 있는 대로 연수구의 원도심은 처음부터 계획도시로 만들어진 곳이다. 매립지였던 곳에 1990년대 중반 대규모 신도시가 들어서면서 현재의 연수구가 되었기 때문이다. 계획도시인 신도시 초기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화적 인프라를 조성해 가는 과정이었다. 새롭게 도시로 이주해온 시민들의 요구가 구의 행정 전반을 바꾸어 온 것이다. 그러한 시민력이 현재 연수구의 원도심을 만들어온 요체였다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연수구 원도심 내에 있는 여러 종합사회복지관들이 지역민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가지고 좋은 프로그램들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될 수 있다. 연수·세화·선학 종합사회복지관이 연수구의 역사와 함께 하며 주민과 함께하는 열정적인 프로그램들을 이끌어왔고, 새로 생긴 함박 종합사회복지관은 함박마을의 재생적 문화다양성 노력들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거점으로 거듭나고 있다. 문화도시의 진정한 동력이 결국 지역민의 시민력에 있다는 점에서 연수구는 이미 그 오랜 역사를 증명하고 있는 도시라고 할 수 있다.

(제공: 연수문화재단)

(제공: 연수문화재단)

“지역의 문화정책 패러다임과 매커니즘을 바꾸는 성과로서의 문화자치”

임 센터장은 연수문화재단의 문화도시 사업 추진 성과를 이렇게 정리한다. 2020년 설립된 기초문화재단인 연수문화재단은 연수구가 가진 문화적 자생력을 연결하는 허브이자 거점으로서 문화도시 연수의 가치와 가능성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현재 연수문화재단의 사업 중 돋보이는 것은 바로 레지던시인 ‘아트플러그 연수’ 개관과 ‘꿈꾸는 예술터’ 사업이다.

얼마 전 ‘아트플러그 연수’는 정규1기 작가 모집을 마쳤고, 현재 프리뷰 전시가 진행 중이다. 연수구에 자리 잡고 있는 가천대학교 가천학원이 10년 간 건물을 무료로 임대해 주면서 레지던시가 성공적으로 개관할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어린이·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전용공간인 ‘꿈꾸는 예술터’가 리모델링을 예정하고 있다. 이것은 연수구에 사는 지역민이라면 누구나 가장 현장의 예술을 접하고 그것을 향유하는 것이 ‘일상적으로 누릴 수 있는 문화’가 될 수 있는 든든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연수구는 또한 지속적으로 연수구 곳곳의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계획도시인 만큼 연수구는 인천 내에서도 가장 많은 공원을 가지고 있는 구이다. 그러한 곳곳의 공원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는 ‘토요문화마당’은 지역민과 문화재단이 함께 만드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코로나 방역 지침이 변화함에 따라 잠정적으로는 ‘굿바이 코로나’를 선언할 수 있는 콘서트를 기획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업이 주민들의 자치를 통해 이루어지고, 거기에 따른 예산 또한 주민자치에 기대어 편성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연수구 주민참여예산 안에 문화도시분과가 설치되어 있는 것이 주목할 만한 강점이다. 주민자치를 통해 문화도시 사업을 발굴하고 그것을 예산에 적극 반영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이처럼 그는 연수문화재단과 문화도시센터가 주민들과의 밀착도와 애정 면에서 최상을 유지하고 있다고 자부하였다. 물론 하나의 사업을 주민과 함께 만들어 나가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일일 것임은 분명하다. 문화적 니즈에 대한 생각 차이가 늘 현장에서 부딪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게 부딪치고 논쟁하는 시간들이야말로 연수를 가장 연수답게 만드는 원동력일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제 송도도 변화해야죠. 현재의 경제자유구역이라는 아젠다에 예술자유구역이라는 가치가 더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현재 연수문화재단의 가장 큰 목표는 바로 신도시 송도에 문화적인 저변을 넓혀가는 일이다. 사실 송도는 경제논리에 몰두해서 개발된 도시이다. 국제도시와 스마트도시라는 가치에 맞추어 고층건물과 대규모 전시관들이 들어서 있지만, 아직까지도 문화적으로는 척박한 상황이다. 실제로 인천아트센터와 트라이보울 빼고 송도를 기억할 만한 문화적 공간들이 별로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따른다.

무엇보다 아쉬운 것은 일상생활에서 누릴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가 아직 부족하다는 것이다. 덩그러니 놓여 있는 공원이 시민들의 문화적 요구를 모두 채워줄 수 없다. 더구나 국제도시라는 네이밍은 경제자유구역이라는 가치만으로는 충족되기 어렵다. 따라서 임 센터장은 그에 걸맞은 문화콘텐츠들이 절실함을 역설한다.

현재 연수문화도시센터가 새롭게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바로 이 점이라고 한다. 모든 신도시는 필연적으로 언젠가 구도시가 된다. 그래서 필요한 것이 한 도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 수 있는 문화적 인프라이다. 현재의 연수구 원도심은 그것을 성취하면서 발전해 왔다. 그리고 이제 송도에도 그러한 노력들이 더욱 요구된다. 고층건물뿐인 도시가 아니라 그 사이 사이에 사람과 문화가 숨 쉬는 도시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송도의 강점을 최대한 활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송도에는 공항과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항만과 여객터미널, 크루즈터미널 등이 같이 존재한다. 이것은 경제뿐만 아니라 예술에 있어서도 엄청난 강점이다. 국내외 예술가들이 가장 쉽고 편리하게 모여들 수 있는 제반조건이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교통상의 편의를 최대한 이용해서 임 센터장은 송도가 혁신적인 예술이 가능한 도시로 전환되기를 꿈꾸고 있다고 한다. 예술가들에게 규제를 최대한 완화하고 지원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송도에서는 1년 내내 최첨단의 새로운 예술들을 만날 수 있도록 ‘예술자유구역 송도’를 형성하고자 하는 것이다.

“대한민국 모든 신도시의 롤모델이 될 연수구를 꿈꿉니다.”

임 센터장에게 마지막 포부를 물었다. 그는 연수구가 대한민국 모든 신도시의 롤모델이 되기를 꿈꾼다고 답하였다. 연수구는 구 전체가 ‘신도시’에서 시작된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계획도시로서 모든 신도시가 가진 장단점을 끌어안고 발전한 도시이며, 그것으로부터 스스로 가치를 발굴해온 도시이다. 그러므로 연수구가 문화도시로 도약하는 일은, 결국 다른 대한민국 도시들과 그 문화적 대안을 나누는 일이 될 것이라고 그는 역설하였다.

‘문화’는 그대로 ‘삶’이다. 그것은 계획만으로 구현되기 어려운 가치이다. 연수구는 지역민과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가장 자생적으로 문화도시의 가치를 일구어낸 도시이며, 그 안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꿈꾸고 있다. 이 당연하지만 그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안고 있는 담당자에게서 그보다 큰 열정을 발견하는 것은 기쁘고 든든한 일이다. 더 뜨거운 열정으로 꿈을 실천하기 위해 현장을 누비는 임고은 센터장의 포부를 응원한다.

인터뷰 진행/글 류수연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계간 『창작과비평』의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 현재 인천문화재단 이사이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재즈의 영혼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최윤미 재즈피아니스트 (한국 New York Art Production(주) 대표)

<기획 인터뷰: 유쾌한 소통 1>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재즈의 영혼을 시민들과 공유하고 싶어요”… 최윤미 재즈피아니스트 (한국 New York Art Production(주) 대표)

장지혜 (인천일보 기자)

최윤미 프로필

현, 한국 New York Art Production(주) 대표

현, 한국 미래재즈협회 회장

현, 미국 Velcanto Opera Inc. Jazz Department 음악 감독

현, 뉴욕 Girl behind the curtain Production Musical 음악감독

전, 그래미어워드 보컬리스트 Concha Buika 음악감독

전, 뉴욕 Aaron Theatre Production 음악감독

숙명여대 학사

Prince Claus Conservatory 학사

Queens College 석사

인천문화재단 시민문화협의회 의원

네덜란드 2014 Leiden International Jazz award 1위

이탈리아 2017년 국제 Virtual Jazz 콩쿨 4위

길고 구불거리는 머리칼 한쪽에 정열의 코르사주를 단 그녀. 최윤미 재즈 피아니스트의 화려하면서도 묵직한 연주가 보는 이를 사로잡는다. 마치 한순간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듯 빈틈없는 주법이 여백을 채운다. 3살부터 피아노를 시작한 최윤미는 인천예술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숙명여대에서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했다. 클래식 피아노 신동이었던 그가 어떻게 지금은 재즈 피아니스트로 세계 유명 무대를 휩쓸게 됐을까. 얼마 전 미국에서 귀국해 지금은 인천 청라에 거주하고 있는 그를 만나 그동안의 예술 여정을 들어봤다.

처음엔 엄마가 시켜서, 지금은 내 인생 그 자체

“엄마가 어느 날 피아노와 관련된 꿈을 꿨대요. 그때부터 ‘윤미야 너 피아노 해야겠다’고 말씀하셨고 그냥 그렇게 모든 게 시작됐죠.”

최 씨에게 엄마는 늘 말씀하셨다. “너는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될 거야.” 뭣도 모르고 출발한 피아노이지만 그에게 소질이 있었다. 좋은 성적으로 인천예고와 숙명여대를 졸업했다. 하지만 그 뒤 그에게 혼돈이 찾아왔다.

“졸업하고 나니 ‘잘 될 거야’라는 엄마의 격려가 ‘이제 돈 벌어야지’라는 쪽으로 바뀌더군요. 피아노로 어떻게 돈을 버나 생각하다가 피아노 학원 강사를 알아봤는데 20년 전 당시 일주일에 나흘 일하고 받는 월급이 70만원이었어요. 너무 적었죠.”

최윤미 재즈 피아니스트
(사진: 장지혜 기자)

연주회에서의 모습
(사진: 최윤미 제공)

클래식밖에 몰랐던 그녀가 실용음악에 발을 들인 건 교회에서 피아노 반주를 할 때였다. “드럼이나 기타를 치는 다른 분들이 나와 리듬이 다르더라고요. 그 리듬을 알려고 실용음악을 배웠어요.”

실용음악 학원에서 재즈 기법을 알게 되면서 최 씨는 재즈의 자유로움에 매료됐다. 언제나 다양했고 누구나 어울릴 수 있는 음악이었다.

“클래식은요 하나라도 틀리면 전체가 오류인 거에요. 하지만 재즈는 다르죠. 코드 안에서라면 자유로워요. 틀린 음으로 변형할 수 있고 순발력을 발휘하면 틀린 게 아니라 다채로운 거거든요.”

재즈를 만난 그의 연주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커진 스펙트럼 안에서 그 역시 자유자재로 유영했다.

세계적 재즈 아티스트의 탄생

그는 어느 날 네덜란드로 떠났다. 더 넓을 가능성,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자 유학의 길로 들어선 것이다.

“네덜란드 음악 학교에서 더 깊이 있는 재즈 피아노를 공부했죠.”

2학년이 되던 해 그는 자칫 무모할 수도 있는 도전을 한다. 창작곡으로 데모를 만들어 유럽 전역의 재즈 페스티벌 관계자를 찾아 이메일을 일일이 보낸 것이다.

“웹사이트에서 프로그래머 메일 주소를 검색하고 데모를 보냈죠. 100개였어요. 그 개수가.”

100명 중 90명은 메일 자체를 읽지 않았다. 10명이 읽었고 그중 2명이 답장을 보내 연주해 달라고 했다. 단 2건을 시작으로 조금씩 관계를 넓혀가는 방식으로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그는 많은 페스티벌에 초청을 받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을까 두려웠어요. 적극적으로 나를 알리니 제 열정과 실력을 알아주는 곳이 생겼죠.”

이 모든 게 네덜란드 학교 재학 중 벌어진 일이다. 하지만 최 씨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다시 미국으로 건너가 석사 과정을 밟는다.

이후 최윤미 트리오를 결성한 그는 네덜란드, 벨기에, 독일, 러시아 한국, 미국, 이탈리아에서 300회 이상 활발한 연주를 하는 명실공히 세계적 재즈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했다.

2014년엔 ‘Netherlands Leiden’ 국제 재즈 콩쿠르에서 우승하는 한편 국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인천 Wave Jazz 페스티벌, 울산 재즈페스티벌, 북촌 음악 축제, 춘천 아트페스티벌 등에 초청받아 음악적인 발판을 넓혔다.

“미국에서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발탁된 것은 저의 음악 인생에 큰 전환점이었어요.”

2015년 미국 ‘타임스퀘어 Swing 46’에서 진행하는 ‘Girl Behind the Curtian’ 프로듀서와 브로드웨이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발탁되는 성과가 있었다. 한국인으로서 드문 사례일 뿐 아니라 아무런 연고나 발판이 없던 그가 스스로 일궈낸 결실이었다.

이후 2019년 그래미 어워드 보컬리스트 ‘Concha Buika’의 피아니스트이자 음악감독으로 선정되며 카네기홀, ‘New Port Jazz festival’, ‘Red Sea Jazz festival’, ‘NYC Summer stage’, ‘SF Jazz center’, ‘Coliseu Theater’ 등 세계 유명 음악 공연장과 페스티벌 무대에서 공연하는 등으로 국제적 활약을 하고 있다.

뉴포트 재즈 페스티벌에서 공연하는 모습
(사진: 최윤미 제공)

뉴욕 섬머 스테이지에서
(사진: 최윤미 제공)

아무도 못 말리는 예술혼

‘신들린 듯 고풍스러운 연주.’ 최윤미의 재즈 연주는 흔히 이렇게 평가된다. 막상 피아노 앞에 앉으면 오로지 본인과 음악만 존재한다는 그가 가장 아끼는 무대는 관객 50명 안팎의 작은 무대다.

“관객들의 표정이나 움직이는 모습들이 생생하게 보이거든요. 그들과 호흡하며 내가 만들어내는 소리에 몰두하다 보면 관객들도 어느새 저와 같은 세상에 들어와 있죠.”

작곡도 하는 그는 여행하거나 예술 작품을 보면서 영감을 얻는다.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방향으로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낸 음악가들의 곡을 들으면 머릿속도 활발해지죠. 여러 악기가 가상의 공간에서 합주하며 악상이 떠올라요. 그게 어느 정도 정리가 되면 피아노에 앉아서 곡으로 옮기는 것이죠.”

2021년에 발매한 ‘7 days’ 정규 앨범은 이탈리아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그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를 보고 영향을 받았다. “어떻게 인간이 저런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을까 감동하며 곡을 쓰기 시작했고 성경에 나오는 천지창조 7일을 가지고 7개의 곡을 만들 수 있었어요.”

재즈의 영혼 시민들과 공유했으면

한국에 들어와 그는 서울에 뉴욕아트프로덕션이라는 기획사를 차렸다. 여러 뮤지션과 공연을 기획하고 그가 리더로 있는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 장르도 왈츠, 가곡, 클래식, 재즈로 여러 가지다. 솔로로 혹은 그룹으로 그는 서울과 인천, 전국을 오가며 종횡무진 한다. 특히 재즈의 일상화를 위해 앞장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재즈가 원래 미국의 금주령 시절부터 시작해 자유를 갈구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장르였죠. 하지만 점점 어렵고 복잡한 방식으로 바뀌더니 우리나라에 특히 쉽지 않은 형식으로 알려졌어요.”

최 씨는 쉬운 재즈, 누구나 노래하는 재즈를 주창한다. 바로 기본 스윙재즈다.

“인천 청라에서 스윙 댄스 페스티벌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반나절 누구나 스윙재즈를 익히고 어둑해질 무렵에 모두 나와 재즈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것이죠. 이렇게 새로운 문화를 인천에서 만드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최 씨의 꿈이 인천에서 오롯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인터뷰 진행/글 장지혜 (인천일보 기자)




영종도의 신생 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카고’ – 3.5m×7.5m 컨테이너를 닮은 공간과 예술, 그리고 비평

영종도의 신생 문화공간 ‘아트스페이스 카고’3.5m×7.5m 컨테이너를 닮은 공간과 예술, 그리고 비평: 아트스페이스 카고 기획자 유세훈, 양수진 인터뷰

홍봄 (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코스모스 룸 전시 이미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아트스페이스 기획자 양수진(좌), 유세훈(우)
(사진: 홍봄 기자)

‘덜컹, 삐그덕’ 손잡이를 꼭 쥔 손과 함께 몸이 좌우로 움직인다. 영종대교를 지나는 전철 안, 청라부터 저 멀리 송도까지 인천의 해안선이 차창을 가득 채운다. 선으로 점으로 멀어지는 바다를 보며 생각한다. ‘아, 여행가는 것 같다!’ 때 마침 들려오는 역내 방송은 설렘에 감흥을 더한다. “이 열차는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을 거쳐 2터미널로 가는 열차입니다.” 목적지인 ‘아트스페이스 카고(Cargo)’에 닿기 전, 이미 양 손 가득 여행 가방을 들고 선 기분이다.

아트스페이스 카고는 인천 영종도에 새로 생긴 비영리 문화공간이다. 영어로 수화물을 뜻하는 공간의 이름 ‘카고 (cargo)’는 공항과 공항화물청사(Airport Cargo Terminal)가 위치한 영종도의 특성으로부터 출발했다. 보관되고 배달되는 화물처럼 좋은 예술과 비평을 장르를 가리지 않아 저장하고, 또 새로운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영종도의 첫 신생 공간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목표다.

3.5m와 7.5m.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이 공간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예술경영과 출신 문화기획자 유세훈, 양수진씨가 2022년 3월에 설립했다. 신진 기획자와 비평가, 예술가를 중심으로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선보이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아트스페이스 카고에서 만난 2000년생 동갑내기 두 기획자는 이 공간의 시작을 ‘지역 문화 불균형 해소’라는 단어로 풀어냈다.

아트스페이스 카고

기획자 유세훈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아트스페이스 카고

기획자 양수진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유 대표는 “부모님이 공항에서 일하시면서 어린 시절을 이곳 영종도에서 보냈어요. 여긴 공연장도 미술관도 뭐 하나 없어서 친구들과 날 잡고 서울로 나가야 했죠. 한국에서 유일한 국립 예술기관 한예종에 진학해서 수업을 듣고, 직접 공연도 제작하면서 어느 순간 느끼게 됐어요. ‘내가 부족함을 느꼈던 건 살았던 공간인데 왜 서울에서 계속 작업을 하고 있지?’하고요. 이런 의문점에서 내가 살았던 동네에서 뭔가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공간을 시작했어요.”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두 기획자는 이곳에 살면서 서울에 나가야만 볼 수 있었던 양질의 예술 작품들을 직접 공급하고, 지역 주민들의 문화 복지를 위해서 노력을 해보자고 뜻을 모았다. 특히 서울출신 양 대표에게는 인천 영종도에서 공간을 함께 만들자는 유 대표의 제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양 대표는 “서울은 전시 공간이 상당히 많고 쉽게 지하철을 타고 30분 이내 거리에서 전시 공간을 찾을 수가 있어요. 그런 게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 시작하면 좀 어떨지 저도 도전 정신을 느껴 같이 하게 됐어요.”라고 말했다.

프리오픈 파일럿 전시 포스터
(22.3.15. ~ 05.06)

[한자연] “철거 불가능의 풍경”
(22.03.15. ~ 03.25)

코스모스룸 “푹 자요! Sleep with me :)”
(22.03.29. ~ 04.08)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엄지은 “머리 풀고 온 놈”

전시회 포스터

(22.04.19. ~ 04.29)

손희민 “마이크로 진화 조각

– 베타 테스트”

(22.05.03. ~ 05.13)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양질의 미술과 비평을 여기서 보관도 하고 관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실어 나르겠다.’는 카고의 지향점은 프리오픈 파일럿 전시에서부터 잘 드러난다. 아트스페이스 카고 프리오픈 파일럿 전시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는 회화, 시노그라피, 조형, 영상 등으로 서로 장르가 다른 한자연, Cosmosroom, 엄지은, 손희민 작가의 작품을 10일 간격 릴레이식으로 선보인다.

이날은 엄지은 작가의 <머리 풀고 온 놈>을 만날 수 있었다. 영종도는 매립 이전 네 개의 섬으로 나뉘어 있었다. 현재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자리는 과거 삼목도와 영종도 사이의 간척지에 있다. 이곳에서 바람과 파도에 관한 세 개의 영상을 상영한다는 공간성이 태풍과 바다, 해일의 이미지들을 사무치게 한다. 작품에 지역성을 담아달라는 것은 기획자들의 주문이기도 했다.

엄지은 작품 <줍는 배 3>

사진 ⓒ윤호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엄지은 작품 전시 모습

사진 ⓒ윤호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코스모스룸 전시이미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한자연 전시이미지

(제공: 아트스페이스 카고)

양 대표는 “저희가 작가들한테 제시했던 게 이 공간을 단순히 전시 공간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걸 다 보여줬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이 공간이 놓여 있는 위치 지리적인 위치도 괜찮고, 아니면 이 공간 아예 개인적인 공간을 바꿔도 되고. 이 공간의 공간성이 변화하는데 집중해서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어요. 그래서 어떤 지역성에 맞춘 영상 작업물을 갖고 오시게 됐고, 전시장의 전체적인 배치도 해안선처럼 이렇게 모래를 깔아놓고 바다를 이렇게 형상화하는 걸 만들었어요.”라고 설명했다.

오는 5월 13일까지는 테스트 플라이트 네 번째 전시인 손희민 작가의 <마이크로 진화 조각-베타 테스트>가 진행된다. 이 전시에서는 키틴으로 구성된 미생물에 집중한다. 키틴을 구성 성분으로 하는 대표 미생물에는 갑각류 유생이나 요각류 등이 있다. 작가는 생물의 구조학적 강도 및 재질의 특성을 조각적 차원에서 변환하여 창작한다. 5월 21일 예정된 인천영상위원회 별별씨네마 이란희 <휴가>와 6∼7월의 개관전부터 연말 <오원배전>까지 매달 특별한 전시들이 카고를 채우고 시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이다.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존재 이유는 예술의 장르나 매체를 가리지 않고, 그것을 다양한 루트를 통해 관람자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관람객들이 카고를 찾을까? 이 궁금증은 카고에 머무는 짧은 시간동안 문을 두드린 관객들로부터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었다. 태권도복을 입고 과자를 꼭 쥔 9세 아이들부터 궁금증이 가득한 표정의 청소년까지. 카고는 기획자들도 예상치 못한 모양새로 이미 지역주민들에게 스며있었다.

유 대표는 “조금 자랑 아닌 자랑이지만 이 공간을 기획하면서 두산아트센터라든가 리움 미술관이라든가 이런 곳에서 활동하는 작가님들, 서울에서도 사람들이 직접 찾아가서 보는 작가님들과 컨택을 하고 모셔왔어요. 그래서 당연히 20~30대의 전시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당연히 많이 찾아오겠지 라고 생각을 했죠.”라고 말했다.

양 대표는 이어 “하지만 카고를 찾는 사람들은 20∼30대 뿐만 아니라 학원을 가던 아이들, 옆 부동산에서 커피 한 잔 하시던 어르신들, 외국인도 있었어요. 지나가던 동네주민들이 들어오기도 하고요. 서울 전시 공간에서 흔히 보는 관람객들과 완전히 달랐어요.”라고 덧붙였다.

공간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지역성을 깨닫게 된 두 기획자는 이에 맞춰 기획의도를 조금씩 수정하고 있다. 처음에는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 전시 공간에서 그림 등을 거는 전시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아동 청소년을 위한 미술 전시까지 기획했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공간이 생겨서 너무 좋고 반갑다고 말해주는 주민들 때문이다.

아트스페이스 카고가 앞으로 진행할 레퍼토리 전시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신인 기획자와 예술가를 1대 1로 매칭하는 기획 전시다. 비평가와 기획자가 미술계 내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면 하는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고, 이를 지지하는 의미에서 매칭 기획전시를 진행할 예정이다. 또 서울에 나가야 볼 수 있는 전시, 중견 작가들의 전시를 연간 한 번씩 겨울 시즌에 열 계획이다.

양 대표는 “서울에 있던 사람들이 영종도로 넘어와서 볼 수 있는 전시회를 한번 해보려고 해요. 이번 전시 같은 경우에도 실제로 작가를 알고 계신 어떤 분들이 인스타그램이나 그런 걸로 연락을 주시더라고요. 저녁에 와서 볼 수 있냐고, 자기 이 전시를 꼭 봐야겠다고. 역으로 수출하는 느낌으로 찾아오게끔 한번 만들고 싶은 게 목표”라고 힘주어 말했다. 궁극적으로는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시작인 지역 문화예술 불균형 해소를 이루고 싶다는 두 기획자의 최종 바람이다.

양 대표는 “결국 최종적인 목표가 저희 처음, 시작과 맞닿아 있는 것 같아요. 영종도라고 하면 ‘섬인가?’하는 느낌이 들지만, 영종도가 인천이라고 하면 ‘수도권이지’라고 생각하게 되잖아요. 영종도가 행정상으로는 수도권이고 바로 서울 옆에 붙어 있는 거지만 저희가 첫 전시 공간이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연말까지 운영하고, 또 내년에도 잘 운영해서 정말로 이 지역에서 문화예술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하나의 사례로 남으면 좋겠어요.”라고 바람을 얘기했다.

인터뷰 진행/글 홍봄(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 아트스페이스 카고 공간소개 】

○ 주소: 인천 중구 흰바위로 35, 1층 아트스페이스 카고 / 공항철도 운서역 약 5분 거리

○ 대표자: 유세훈 양수진

○ 공간소개
– 아트스페이스 카고(Cargo)는 인천 영종도의 비영리 신생공간입니다. 문화예술기획자 유세훈, 양수진이 2022년 3월에 설립했으며, 신진 기획자와 비평가, 예술가를 중심으로 전시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예술행사를 선보입니다. 영어로 수화물을 뜻하는 공간의 이름 “카고 (cargo)”는 공항과 공항화물청사가(Airport Cargo Terminal) 위치한 영종도의 특성으로부터 출발했습니다. 보관되고 배달되는 화물처럼, 좋은 예술과 비평을 장르를 가리지 않아 저장하고, 또 새로운 방식으로 관람객에게 전달하는 것이 영종도의 첫 신생공간 아트스페이스 카고의 목표입니다.

○ 공간 전시 이력
* 2022.03.15.~2022.05.13. 프리오픈 파일럿 전시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
– 2022.03.15.~2022.03.25. 한자연 <철거 불가능의 풍경>
– 2022.03.29.~2022.04.08. 코스모스룸(김경인, 고민주) <푹 자요! Sleep with me :)>
2022.04.19.~2022.04.29. 엄지은 <머리 풀고 온 놈>*진행중
2022.05.03.~2022.05.13. 손희민 <마이크로 진화 조각 – 베타테스트> *예정
2022.05.21. 인천영상위원회 별별씨네마 이란희 “휴가” *예정
– 2022.06~2022.07 개관전 *예정
– 2022.09~2022.10 정경빈 *예정
– 2022.10 어린이 미술교육 프로그램 <캠프 카고 x 카카오같이가치> *예정
– 2022.11~2022.12 오원배전 *예정

* 아트스페이스카고
email: artspacecargo@gmail.com
유선전화: 032-751-2019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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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유세훈

대표 양수진

artmarkdown@gmail.com

cargo.cheetah@gmail.com

○ 유세훈

– SEHUN YU / 柳世勳

– 2000 년 출생 / 인천 출신

– 현 문화예술기획자, 아트스페이스 카고 디렉터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술경영과 재학

– E-mail : artmarkdown@gmail.com

○ 주요 활동경력

– 아트스페이스 카고,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 2022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낭독 뮤지컬 “라스 올라스”, 2021
– 제4회 페미니즘 연극제, “사라져, 사라지지 마”, 2021
– 서울문화재단, 극작가 동인 <괄호> 오디오북, 2020(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트 체인지업상 수상작)
– 남한산성아트홀, “3인이 할 수 있을까?!”, 2020
– 현대무용 꾼 프로젝트, 2020

○ 양수진

– SUJIN YANG / 梁修盡

– 2000 년 출생 / 서울 출신

– 현 문화예술기획자, 아트스페이스 카고 큐레이터

–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예술경영과 졸업예정

– E-mail : argo.cheetah@gmail.com

○ 주요 활동경력

– 아트스페이스 카고, <테스트 플라이트: 날과 날의 사고>, 2022
–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낭독 뮤지컬 “라스 올라스”, 2021
– 과천 국립현대미술관, 교육 전시 “공상 수업”, 2021
– ㈜뉴튠 론칭 프로모션 기획, 2021
– 융합예술센터 유튜브 콘텐츠 <0의 모험>, 2020
– 서울문화재단, 극작가 동인 <괄호> 오디오북, 2020(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트 체인지업상 수상작)
– 아르코 대본공모 선정작, 낭독 뮤지컬 “드림레코더”, 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