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이 있는 저녁 – 자유부인을 만나다
한국근대문학관 <한국 현대문학 명작 특강>

지난 4월 20일 목요일 저녁,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H동 2층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이 날은 한국근대문학관의 <한국 현대문학 명작 특강>이 시작되는 첫 날로, 문학을 사랑하는 시민 70여 명이 강연을 찾았다. <한국 현대문학 명작 특강>은 2014년과 2015년에 이어 세 번째로 진행하며 매 회마다 수강인원을 훌쩍 뛰어넘는 인원이 강연을 신청해 대기번호를 받아야 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자랑한다.

진행을 맡은 함태영 학예연구사는 강연에 앞서 ‘인천에서 진행하는 강연은 왠지 모르게 서울보다 수준이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한국근대문학관의 특강은 이 분야에서 가장 뛰어난 분들을 엄선하여 시민들이 좋은 강의를 접하고 문학과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준비했다’고 말했다.

총 8회로 구성된 특강은 195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각 시대를 대표하는 문학작품 하나씩을 선정해 소개한다. 작품을 미리 읽어오면 더욱 좋지만, 그렇지 않고도 충분히 강의를 따라올 수 있도록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강의를 진행한다. 첫 번째 시간은 1950년대에 큰 인기를 얻었던 정비석의 <자유부인>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으로, 한양대 김현주 교수의 강연으로 진행되었다.

정비석의 <자유부인>은 1954년 1월부터 8월까지 서울신문에 연재된 작품으로, 연재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당초 150회로 계획되었던 연재가 200회로 연장되었다는 것으로 그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유추할 수 있다. 요즘으로 말하자면 TV 드라마 ‘아내의 유혹’처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대중문학이라는 인식이 강해 한동안 학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 받았지만, 50년대의 사회, 문화상을 그대로 보여주며 사람들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는 점에서 최근 재조명되고 있다. 이날 강의를 맡은 김현주 교수는 묻혀있던 정비석의 소설들을 학계와 독자에게 소개하기 위해 유족들을 설득하여 몇 해 전 책으로 발간했다.

작품은 1950년대 전후를 배경으로 한다. 당시는 여성의 사회적 진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며 자유와 부에 대한 욕망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려는 움직임이 생기던 시기였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뒤 일상으로 돌아온 남성들이 잃어버린 일자리와 사회적 지위를 되찾으려는 과정에서 다양한 사회적 갈등이 생겨났다. 또한 사랑에 대한 규범이 느슨해지면서 다양한 욕구가 공적 담론화 되기도 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통속 연애소설, 대중소설로만 보일 수 있지만, 당시의 윤리관, 사회문화적 풍토 등을 예리하게 묘파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부와 자유에 대한 당대 여성들의 욕망, 그리고 윤리적 잣대를 내세우며 여성들의 욕망을 억누르려는 남성들의 심리, 그러면서도 역시 타락한 욕망을 쫓는 당대 남성과 가부장적 이데올로기의 모순까지. 작품은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엿보는 것처럼, 당대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조명했다.

<자유부인>이 쓰였을 당시를 기억하는 할아버지부터 <자유부인>과 같은 해에 태어난 참여자, 그리고 그 시절을 역사로만 접했던 청년들까지, <한국 현대문학 명작 특강>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시민이 모여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70대의 한 참여자는 당대 거리의 모습에 대한 회상을 들려주며 작품을 더욱 생생하게 읽을 수 있도록 하였으며, 젊은 참여자는 강사가 소개한 당대의 유행가를 스마트폰으로 틀어 함께 들을 수 있도록 했다. 강연은 시민들의 참여와 소통으로 더욱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한국 현대문학 명작 특강>은 오는 6월 29일까지 진행되며 황석영, 박완서, 한강 등 각 시대를 대표하는 작가와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한국근대문학관은 올해 거점문학관으로 선정되어 인천, 서울, 경기 지역의 문학관을 지원하며 더욱 폭 넓은 사업을 진행한다. 또한 ‘개항문화플랫폼’의 일환으로 조성되는 ‘북플랫폼’으로 재편성되어 시민들이 문학을 더욱 가까이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다.

‘사진으로 만나는 현장’을 통해 그날의 모습 소개를 대신합니다. ( 이미지 보러가기▶ )

 

글/ 김진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낯선 음악으로의 편안한 여행
소파사운즈 인천 (Sofar Sounds Incheon)

지난 4월 27일 목요일 저녁, 소파사운즈 인천(Sofar Sounds Incheon)의 다섯 번째 공연이 열린다는 구월동의 공간 쿠니를 찾았다.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공연을 찾을 때면 언제나 낯선 기분이 들지만, 소파사운즈의 공연을 찾는 건 조금 더 낯설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법한 공간이 아닌 새로운 공간에서 공연을 연다는 것과, 그 날 공연할 뮤지션이 누구인지 모른 채 공연장으로 향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자주 다니던 길을 따라 공연장을 찾으면서도, 멀리 낯선 곳으로 여행을 온 것 같은 설렘이 함께했다.

공연장에 도착하자 상상한 것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따뜻한 조명 아래 기타를 매고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했지만, 공연장은 캄캄했고 입구에서는 야광 팔찌를 나눠주고 있었다. 청년들만 공연을 보러오겠다고 생각했지만 40, 50대 관객들도 꽤 눈에 띄었다. 이 날 공연의 장르는 일렉트로니카 음악. 일렉트로닉이라고 하면 무한도전에서 박명수가 외치던 EDM만 떠오르는 내게는 너무나도 생소한 장르였다. 하지만 공연이 시작되고, 악기가 아닌 기계를 만지며 노래하는 가수, 그 옆에서 음악에 맞춰 영상을 만드는 VJ, 자유롭게 먹고 마시며 공연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낯설지만 왠지 모르게 편안한 분위기에 홀린 듯이 빠져들었다.


소파사운즈는 런던에서 처음 시작한 공연으로, ‘Songs From a Room’의 줄임말이다. 런던의 한 디렉터가 펍에서 음악을 듣다 너무 시끄러워 음악에 집중을 할 수 없자, 누군가의 집에 뮤지션을 초대하는 형식의 공연을 만든 것에서 시작했다. 소파사운즈가 여타 공연과 가장 다른 점은 바로 ‘시크릿 라인업’이다. 당일 공연할 뮤지션의 라인업을 당일 공연에 와서 확인할 수 있다. 매번 비슷한 음악을 찾는 관객에게 새로운 장르의 음악과 뮤지션을, 매번 비슷한 관객을 만나는 뮤지션에게 새로운 관객들을 만나게 해주기 위함이다. 이날 두 번째 순서로 공연을 선보인 YESEO는 ‘공연에서 나를 모르는 관객들과 만나는 것이 처음이라 어떻게 들릴까하는 걱정이 컸지만 오히려 더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소파사운즈 인천의 공연을 관람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하나, 매달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올라오는 소파사운즈 인천의 공연 소식을 찾는다. 둘, 공연 소식과 함께 올라오는 신청 링크를 통해 공연 초대를 신청하고 초대장을 기다린다. 셋, 초대장이 날아오면 보증금 만 원을 입금하고 공연에 참여한다. 보증금은 무료 공연을 신청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No-Show)관객을 막고 더 많은 관객에게 공연을 관람할 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공연 당일 돌려받을 수 있다. 공연 초대를 신청한 모두에게 초대장이 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해당 공연을 꼭 관람하고 싶다면 유료 티켓을 구매하여 초대를 확정할 수 있다.


이날 공연을 찾은 김지은 씨는 페이스북의 홍보를 통해 소파사운즈 인천을 찾았다. 평소 소규모 공연을 좋아해 자주 보러 다닌다는 그는 부천에 살며 인천의 공연을 자주 찾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형식에 흥미를 느껴 공연 초대를 신청했다고 말했다. 공연 중간 쉬는 시간, 소파사운즈 인천의 스태프 한 명이 그에게 맥주 한 캔을 건넸다. 혼자 공연을 찾은 함께 온 사람들과 음식과 술을 즐기며 공연을 관람하는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홀로 공연을 찾은 관객이 혹시 불편하지는 않을까 맥주 한 캔과 함께 말을 건네며 어색함을 풀어주려는 운영진의 배려였다.


소파사운즈 인천은 기존의 소파사운즈 공연 형식에 인천만의 색깔을 녹여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천의 특색을 나타내거나 알려지지 않은 공간과 인천에서 주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를 찾아 관객에게 소개한다. 매 공연마다 소량으로 판매하는 유료 티켓과 드물게 들어오는 기부금이 수익의 전부인 비영리단체이기 때문에 매달 새로운 공간과 아티스트를 찾아 공연을 꾸리는 것이 쉽지는 않다. 이번 공연의 경우 아마추어 아티스트를 위한 대관 사업을 운영하는 쿤컴퍼니에서 공간을 제공하고 실비를 지원했다. 소파사운즈 인천의 한명화 총괄팀장은 ‘공연을 만드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관객들에게 새로운 공간과 음악을 소개하고 아티스트에게 새로운 관객을 만나게 해준다는 공연의 취지가 보람을 느끼게 한다’고 답했다.


낯선 공간에서 만나는 낯선 음악. 하지만 내 집 안방에서 콘서트를 즐기는 듯한 편안한 분위기. 소파사운즈 인천의 공연은 계획 없이 떠난 여행에서 멋진 풍경을 마주한 것처럼 들뜨고 서프라이즈 선물을 받은 것처럼 설레는 공연이었다. 소파사운즈 인천은 여섯 번째 공연을 5월 27일 토요일 저녁 일곱 시, 상상카페에서 진행하며 공연초대 신청은 5월 21일까지 가능하다. 자세한 내용은 페이스북 페이지( 바로가기▶ )를 참고하면 된다.

 

글/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진아
사진/ 소파사운즈 인천 페이스북




당신의 가정은 안녕하신가요?
하나만프로젝트 연극 <대안 가정 생태 보고서>


지난 4월 16일, 학산 소극장에서 하나만프로젝트가 <대안 가정 생태 보고서(박서혜 작, 연출)>를 상연했다. 대산 대학 문학상을 수상하고 두산 아트랩 쇼케이스 공연으로 선정되어 낭독극으로 상연된 바 있는 작품은 이번에는 ‘보고서’의 형식을 취했다. 가정의 형태에 대해 연구하는 연구자들이 여러 가정의 형태를 차례대로 소개하는 방식의 극중극으로 진행되었다. 가정을 주제로 ‘가부장제’, ‘N포 세대’, ‘1인 가구’, ‘반려견’ 등 최근 우리 사회의 쟁점으로 떠오른 주제들을 폭넓게 다루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다.


대안, 해결안이 아니라 ‘대신’ 해 보는 안
작품은 총 4개의 에피소드가 나열된 옴니버스 형식의 공연으로 각 에피소드는 ‘6, 3, 2, 1’이라는 소제목을 달고 있다. 각 장의 제목은 등장하는 인물 수를 가리키며, 이는 각 장에 등장하는 가정의 구성원 수이기도 하다. 첫 번째 장에 등장하는 인물은 여섯 명이며, 가정은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빠, 딸, 그리고 기러기 아빠로 얹혀 지내는 고모부로 이루어진다. 이는 3대가 한 집에 함께 사는 전통적인 가정의 형태인데, ‘대안 가정’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품은 전통적인 가정의 형태가 이상적이지 않음을 되풀이해서 말한다.

‘6’장은 온 가족이 한 자리에 모이는 아침 식사 풍경을 보여준다. 모두가 자리에 앉아 밥을 먹지만 한 사람만은 자리에 앉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을 한다. 며느리이자 아내이자 엄마인 A이다. “드릴 말씀이 있는데요.” 번번이 말을 꺼내지만 나머지 인물들은 A의 말을 끊고 자신의 말만 한다. 각자의 말은 A에게 무언가를 요청하거나 명령하는 말로, A는 아침 내내 식구들의 시중을 든다. ‘6’장의 말미에서 A는 드디어 하려던 말을 꺼낸다. 이혼하겠다는 폭탄선언과 함께 그동안 쌓아두었던 말들을 쏟아낸다. A의 반격은 가부장적인 가정을 사실적으로 재현한 것에 공감하던 관객들로 하여금 통쾌함을 느끼며 뒤이어 등장할 ‘대안 가정’의 모습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이어서 등장한 ‘대안 가정’은 세 가지 형태로 등장한다. ‘3’장은 아빠와 딸, 새엄마로 구성되는 재혼가정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며 ‘2’장은 생계 보조 지원금을 받기 위해 가짜로 혼인신고를 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1’장은 홀로 살지만 반려견과 함께 사는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3’장과 ‘2’장은 모두 ‘대안 가정’이 구성되는 첫날의 모습을 보여준다. 혈연이나 사랑으로 묶이지는 않았지만 ‘잘 살아보자’고 말하며 함께 사진을 찍는 인물들의 모습은 불완전한 가정의 형태여도 ‘6’장의 완전한 형태의 가정보다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엿보게 한다. 하지만 이어서 등장한 ‘1’장은 반려견의 죽음으로 또 다시 혼자가 되어 절망하고 결국 자살을 택하는 비극적인 결말을 담는다.

결국 ‘대안 가정’의 모습은 전통적인 가정의 형태를 대신해서 한번 살아보는 새로운 형태의 가정일 뿐 모든 문제가 해소된 행복한 가정은 아니다. 작품을 집필하고 연출한 박서혜 연출은 ‘사는 것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대안 가정은 어떤 해결점이나 해소점,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카타르시스를 추구한다기 보다 우리 주변의 현상을 과장하거나 왜곡하고, 또는 축소하여 담아내고자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너진 가부장, 살아있는 가부장제
작품에 등장하는 남성들은 모두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가부장과는 거리가 멀다. ‘6’장에서 등장하는 할아버지는 치매에 걸려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으며, 출판사에 다니는 아버지는 똑똑한 딸의 뒷바라지를 제대로 해주지 못하고 시어머니로부터 아내를 감싸지 못하는 무능력한 인물이다. 세전 700의 수입을 자랑하는 고모부 역시 말로만 떵떵거릴 뿐, 아내와 딸을 해외에 보낸 기러기 아빠로 처가에 얹혀 사는 인물이다. 남성이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가장의 권위를 유지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전히 가정 안에는 가부장제는 유지된다. 할머니가 권위적인 가부장의 역할을 맡아 대신 며느리를 억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며느리가 떠나고 난 뒤 할머니는 가부장의 수발을 드는 여성의 위치로 또 다시 전락한다. 며느리가 하던 집안일을 모두 떠맡게 된 것이다.

‘3’장에 등장하는 아빠 역시 눈치 없고 철없기만 한 모습으로 권위라고는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엄마가 떠난 빈 자리를 채워 음식을 차리고 집안일을 하는 것은 아빠가 아닌 딸이며, 딸의 학업을 챙겨주고 돌봐주는 것 역시 아빠가 아닌 새엄마가 맡는다. 가정의 형태가 바뀌더라도 가부장제의 틀은 그대로 유지된다. ‘대안 가정’은 전통적인 가정이 가지는 가장 큰 문제였던 가부장제를 전복하지 못하며, 가부장제 안에서 버티지 못하고 탈출한 피해자를 대신할 또 다른 피해자를 찾는 모습으로 가부장제를 답습한다.

‘1’장에 등장하는 아빠는 딸의 뒷바라지를 위해 외롭고 불행한 생활을 감내한다. 그에게 걸려오는 전화라고는 용돈이 필요한 딸의 전화뿐이다. 유일한 가족인 반려견만이 그에게 위로가 된다. 반려견마저 죽고 사람들에게 외면당한 뒤 자살을 결심한 아빠는 연탄불을 피우지만 또 다시 걸려오는 딸의 전화로 인해 죽음을 선택할 자유마저 빼앗긴다. 가부장 역시 가부장제의 피해자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작품은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한 가부장제의 단면을 보여주며, 제목이 ‘대안’이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음에도 문제가 해소되지 않고 오히려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 것 역시 가부장제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채로 구성된 ‘대안 가정’이 가지는 한계를 보여준다. ‘2’장의 가정만이 유일하게 가부장제와 거리가 먼 구성원들로 채워져 있지만, 이들 역시 취업난과 경제난으로 인해 전통적인 가정의 구성을 포기한 것일 뿐 가부장제에서 벗어나기 위한 자발적인 움직임은 아니라는 한계를 보인다.


네 가지 에피소드의 나열은 짜임새 있게 구성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현실 속 다양한 형태의 가정이 처한 각기 다른 문제점을 보여주고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너무나도 일상적이기에,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이기에 각자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있는 것들을 사회적 문제로 연결하며 관객들로 하여금 함께 고민할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기성세대가 구성한 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고민한 젊은 극단 하나만 프로젝트가 앞으로 또 어떤 작품을 가지고 등장할지 기대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글/ 김진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사진 / 하나만프로젝트 제공




2017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 <소설,애니메이션이 되다>

행사일/ 2017.05.02~09.10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실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촬영, 편집, 구성/ 김유라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지역공동체 1. 아파트에 대한 편견을 넘어서.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그 자체, 혹은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한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의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마을만들기, 지역공동체 또는 마을공동체, 주민자치, 도시재생. 대규모 철거 재개발 방식의 도시 정비 방식에 대한 반성 이후로 최근 몇 년 간 자주 들을 수 있는 단어들입니다. 뉴타운으로 대표되는 철거 재개발 방식에서 드러난 문제점-원 거주자들의 낮은 재정착 비율과 그에 따른 기존 지역 사회의 해체 등이 있습니다.- 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것이죠.

서울시는 뉴타운 지정 구역을 해제하고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고, 국토부에서도 도시재생 사업을 통해 지방도시의 낙후된 원도심 지역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천시도 2014년부터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를 운영 중이고, 원도심 지역에 도시재생사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강화군의 경우에는 이미 도시재생지원센터가 설립되어 있지요. 사업지역의 공통적인 특징이라면, 대체로 도시기반시설이 낙후되고, 오래된 단독주택이나,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밀집한 곳들입니다. 이렇게 마을만들기나 도시재생에서 특히 중요하게 여겨지는 부분은 지역 주민들의 공동체를 재건하는 것입니다. 지역 주민 참여를 기본적인 원칙으로 하기 때문에, 사업 진행에 있어서 많은 주민들의 높은 이해와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지역 공동체와 관련된 많은 연구에서는 공동체의 형성과 주민들의 공동체 의식에 유리한 조건으로 시간적으로는 오랜 거주기간을, 공간적으로는 단독주택을, 소유형태로는 자가 소유를 꼽습니다. 이것은 다시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한 지역의 주민 구성이 자주 바뀌지 않으면서, 접촉 빈도가 높을수록 유리하다는 것이지요. 이 관점에서, 공간적으로 단독주택과 대비되는 아파트는 오랫동안 지역 공동체 형성의 훼방꾼으로 인식되어 왔습니다. 과거에는 아파트의 획일적인 디자인과 배치가 ‘병영’에 비교되기도 하고, 주차장 위주의 외부 공간과 주민간 접촉이 줄어드는 동선계획 등으로 인해 주민 간 관계가 익명화, 파편화 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많았습니다. 최근의 아파트는 고급화 되는 과정에서 단지 외부와의 교류를 단절하는 ‘빗장 도시(Gated Community)’가 되는 것에 대한 비판이 주를 이룹니다. 과거에나 현재나 아파트 단지는 지역에 섬처럼 존재하며, 단지 밖 마을과 소통하지 않는 존재로 여겨지는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아파트 단지가 이러한 취급을 받는 것에는 일면 억울한 부분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하나는 앞에서 이야기 한 ‘주민 구성의 안정성’의 측면에서 그러하고, 또 하나는 주민 자치와 협력의 경험적인 측면에서 그렇습니다.

인천에 대기업에서 분양한 고층의 대단지 아파트가 건설되기 시작한 역사가 어느덧 30년이 넘었습니다. 전국적으로도 전체 주택 숫자 중 아파트의 숫자는 60%에 육박합니다.[1]  지역 공동체를 이야기 함에 있어서, 아파트와 아파트 거주자들을 배제하고 논의할 수 없어졌습니다.


위의 그래프는 2015년 인천시민들이 ‘어떤 형태의 집을 어떤 형태로 소유하고 있는지, 또 현재 살고 있는 집에서 얼마나 오래 살고 있는지’를 정리한 것입니다.[2] 인천은 전체 인구의 절반이 5년 이내에 이사 경험이 있는, 주거 이동성이 큰 도시입니다. 40% 이상이 자가 소유를 하지 못하고 임대 기간에 맞추어 이사를 해야 하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마을만들기, 도시재생사업 등이 수 년간에 걸쳐 주민참여를 이끌어내는 점진적인 것임을 떠올려보면, 이렇게 짧은 거주 기간은 주민들이 지역에 대해 애착을 갖기도 어렵게 하고, 참여의 결실을 맺기 전에 이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도 합니다.

반면 전체 인천시민 가구 중 50% 이상이 아파트에서 거주하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가구는 5년 이상 현재 거주지에서 꾸준히 머물러 온 사람들입니다. 또한 아파트 가구 중 전체의 68%는 현재 거주 중인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스스로 도시에 대한 애착을 갖고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다른 주거 종류에 비해서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아파트 거주자들은 다양한 형태로 이미 주민자치의 경험을 갖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입주자 대표회의, 아파트 부녀회와 같은 주민 모임은 단지 내 문제를 거주하는 주민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주민자치의 경험이 됩니다. 마을만들기사업, 도시재생사업에서 많은 부분이 지역 주민들에게 공동체 형성의 필요성을 재인식시키고, 지역주민을 ‘조직화’하는 역량을 만드는 데에 투자되는데, 아파트의 이러한 주민자치의 경험은 이러한 역량을 미리 갖추도록 돕습니다. 최근 단지 주민에게 회의를 공개하는 등 투명성을 높이는 노력이 늘어나는 것 또한 긍정적입니다.
최근 아파트 외부 공간에서 지상에 주차장을 없애는 기법이 보편화 되면서, 건설회사들은 이공간에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을 공급하기 시작했습니다. 피트니스 센터나, 보육시설, 북카페 등을 넘어 최근에는 애견 놀이터를 마련하기도 합니다. 아파트 거주자들은 이런 공간을 활용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아파트의 문제로 지적되어 온 ‘주민 간 접촉 빈도’를 늘릴 수 있게 되고, 새로운 주민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커뮤니티 공간을 주민들이 스스로 운영하도록 한다면 공간 자치의 경험 또한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인천의 아파트 역사가 30년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 단지, 노후화된 아파트에 대해서 리모델링과 재건축의 눈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도시재생의 눈으로 아파트 단지를 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아파트가 가지고 있는 공동체 형성을 위한 여러 이점이 있는 만큼, 아파트 단지의 마을만들기, 아파트 단지와 인근 지역이 함께 꾸려가는 도시재생과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늘어날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1] 2015년 현재 전국 총 주택 재고 중 아파트의 비율은 59.91%, 인천은 55.24% (2015 주택총조사. 통계청)
[2] 필자는 인구총조사 상 소유 형태 중 ‘전세’, ‘보증금이 있는 월세’, ‘보증금이 없는 월세’, ‘사글세’를 ‘임대’로 정리. 주거 형태 중 ‘연립주택’과 ‘다세대주택’을 ‘연립/다세대’로, ‘비거주용 건물 내 주택’과 ‘주택이외의 거처’를 ‘기타’로 정리. 거주 기간 중 ‘1년 이내’, ‘1년-3년’, ‘3-5년’을 ‘5년 미만’으로 정리. (2015 인구총조사. 통계청)

글/ 김윤환(도시공간연구자)

[참고문헌]
– 발레리 줄레조(2007), 아파트 공화국, 후마니타스.
– 박인석(2013), 아파트 한국사회, 현암사.
– 곽현근(2013), 지역사회 사회적 자본의 주거관련 영향요인에 관한 연구, 한국공공관리학보, 27(1).
– 김성수,김경준(1998), 지역사회 주민의 공동체의식에 관한 연구, 지역사회개발연구, 23(2).
– 김순은,권보경(2016), 도시공동체의 주민자치와 사회자본, 지방행정연구, 30(1)
– 이종수(2015), 주거공동체에 대한 애착과 신뢰의 영향요인 분석, 한국주거학회 논문집, 26(1).
– 신중진,정지혜(2013), 지역공동체 회복을 위한 마을만들기의 역할과 과제, 정신문화연구 36(4)

 




베를린의 쾌락동산

평평한 지구보다 더 기이한 상상
베를린을 걷다 말문이 턱 막히는 세상을 만났다. 갤러리, ‘알트 문즈(Alte Münze)’에서 열린 <BOSCH. VISIONS ALIVE> 전시다. 세상에나,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히에로니무스 보쉬(Hieronymus Bosch)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화가다. 거리에서 우연히 발견한 포스터를 보자마자 그에게로 달려갔다. 입장료는 비쌌고, 전시 공간은 허름한 창고 같았지만 나는 꿈꾸듯 그에게 빠져들었다. 중세 시대의 그림이 멀티미디어 이미지로 변신했다. 쿠션에 기대 몸을 누이고 그림을 바라본다.
코끼리와 기린은 새하얗다. 물가의 유니콘은 물을 마신다. 사람들은 벌거벗은 채 딸기와 블루베리를 정신없이 집어 먹는다. 집채만 한 딸기와 블루베리다. 마음 같아선 나도 그들 사이에 달려들어 거대한 딸기를 먹고 싶지만 다가갈 수는 없다. 그들처럼 옷을 홀딱벗고 게걸스럽게 먹을 자신이 없다.


딸기는 포기하고, 하늘을 본다. 사람들은 거대한 새를 타고 파닥파닥 날아다닌다. 거대한 유리구슬이 연못에 둥둥 떠있다. 가만 보니 남녀가 구슬 안에서 사랑을 나눈다. 연못에 둥둥 떠 있는 유리구슬 안의 사랑이라니… 심지어 금이 쩍쩍 갔다. 금방 구슬은 깨져버리고 물 속으로 가라앉을지 모르는데 남녀는 개의치 않는다. 문득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는 부엉이 눈과 마주쳤다. 심장이 덜컹거린다. 보면 안될 것이라도 보았나? 고작 부엉이 눈빛에 흔들리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구슬과 부엉이를 지나 걷다 보면 히에로니무스 보쉬도 만난다. 깨진 달걀껍질 같은 몸이다. 달걀껍질 안에서는 손가락만한 사람들이 술을 벌컥벌컥 마신다. 보쉬 몸 안에 들어간 사람들을 보자니 갑자기 내 몸 속에서도 사람들이 기어다니는 것 같다. 갑자기 온몸이 간질거린다.



보쉬는 1500년경 사람들이 지구를 평평하다고 생각하던 시절 이런 그림을 그리고, ‘쾌락의 동산’ (Tuin der lusten)이란 제목을 붙였다. 하지만 내가 지금 보는 건 움직이는 영상이다. 그것도 하나의 화면이 아닌 여러 개의 다발적 화면이다. 영상으로 바뀐 보쉬의 그림은 좀 더 기괴하고 자극적이다. 눈 앞에서 수녀옷을 입은 돼지, 하늘을 나는 물고기, 칼이 꽃힌 거대한 귀가 날아다니고 기묘한 노래가 흘러나온다. 보고 있자니 정신이 혼미해진다. 전혀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는 상황을 바라보는데 나는 엉뚱하게도 마음이 설렌다. 난 왜 마음이 두근거릴까? 내가 늘 그리고 싶었던 기이하지만 유머러스한 그림과 닮았기 때문이다. 엉덩이에 장미꽃이 꽃힌 남자가 내 주변을 둥둥 떠다닌다. 엉덩이와 장미꽃이라니… 남자는 고통을 느끼겠지만 나는 웃음을 참을 수 없다. 질투가 날만큼 보쉬의 엉뚱한 상상력이 부럽다. 더욱 놀라운건 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시대를 살았다는 사실이다. 그는 중세에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보쉬는 죽음 후의 세계가 무척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사후 세상을 이렇게 집요하게 그려낼 수 있나? 그의 상상대로 죽음 후에는 과연 이런 세상이 펼쳐질까? 내가 죽으면 나도 ‘쾌락의 동산’에 가게 될까?

축 처진, 뭉뚝한 어깨 위의 슬픔보쉬 그림을 보다 보니  베를린 홈볼트 대학 근처, 노이에 바헤(Neue Wache)에서 만난 케테 콜비츠(Kethe Kollwitz)가 떠오른다.


1867년 독일 출생의 케테콜비츠는 1,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아들과 손자를 연이어 잃은 후 ‘죽은 아들과 엄마’(Pietà)’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제목 그대로다. 엄마가 어깨를 주욱 늘어트리고 죽은 아들을 안고 있는 모습이다. 아들을 잃은 엄마라고 하기에는 너무 담담한 모습이라 가슴이 더 먹먹하다. 세상을 원망하며 절규할 법도 한데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그저 아들을 바라볼뿐이다. 그녀를 만난 곳은 홈볼트 대학 인근의 거리다. 혼잡한 거리 한 복판에 있는 노이에 바헤 건물에 우연히 들어섰을 때 ‘죽은 아들과 엄마’와 마주쳤다.


넓은 실내에는 오직 엄마와 아들, 그리고 나뿐이다.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느닷없이 작품과 마주했다. 당황스럽다. 게다가 짐작하기도 힘든 슬픈 이야기인 탓에 더욱 곤혹스럽다. 실내는 시끄러운 바깥 거리와 다르게 엄숙하고 고요하다. 엄마와 아들을 다시 찬찬히 바라본다. 고개를 숙인데다 머리를 감싼 스카프 때문에 표정은 잘 보이지 않는다. 슬픔에 빠진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축 처진, 유난히 뭉뚝해보이는 어깨에 모든 슬픔을 올려놓은 것 같다. 아들의 바짝 마른 종아리도 눈에 띈다. 전쟁의 화염 속에서 얼마나 고생이 많았을까? 아들의 마른 몸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엄마 머리 위의 동그란 천창에서 햇살이 내리쬔다. 마치 천국에서 떨어지는 빛 같다. 햇살이 그들에게 위로가 되기를…
내가 ‘죽은 아들과 엄마’를 혹은 느닷없이 만난 것처럼 케테 콜비츠는 아들, 손자를 갑작스레 떠나보냈을 것이다.
보쉬가 죽음 후 세상을 그려냈다면 케테 콜비츠는 아들과 손자를 떠나보낸 엄마의 슬픔을 담담하게 표현했다. 아들과 손자는 어떤 마음으로 전쟁에 나갔을까? 자발적인 참전일까? 참전해야만 했을까? 나라면 어땠을까? 베를린 거리 한복판에서 어머니의 축 처진 어깨에 놓인 슬픔을 마주하며 살아남은 자, 그리고 떠난 자들의 심정을 헤아린다.

따뜻한 노란색 천으로 감싸진 누에고치의 심정 전쟁의 아픔을 보여주는 또 다른 공간이 있다.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Jüdisches Museum Berlin)이다. 위에서 바라본 건물도, 대각선으로 과감하게 뚫려있는 창문도 칼로 베어놓은 모양이다. 건물의 유명세 때문에 내가 너무 큰 기대를 했나? 칼집을 내어 박물관 전체를 잘라 놓은것 같아 나는 좀 섬뜩하다. 박물관 내부 전시를 보려면 정해진 동선으로만 이동해야 하는 것도 다소 강요처럼 느껴진다. 수용소에 끌려가기 전 유대인들이 남긴 편지와 물건을 살펴보고, 음성으로 흘러나오는 이야기를 들었다. 갖가지 사연을 읽다보니 마음이 아프지만 너무 세련되게 슬픔을 포장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편, 정해진 동선으로 걷다 보면 유대인의 역사를 시대별로 살펴보게 되는데 이를 통해 당시 유대인들의 상황을 잘 이해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그들의 입장에서 지나치게 슬픔을 강요받는 기분이다.


홀로코스터 타워에 들어가니 캄캄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이 벽을 타고 내려온다. 어둡고 고요한 곳에서 한줄기 빛을 바라보고 있으니 아이러니하게도 천국으로 가는 입구 같다. 너무나 비극적인 사건을 너무나 은유적으로 표현한 공간 탓에 나로선 조금 불편하다.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비극을 세련되게 포장해 죽음을 홍보하는 듯한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박물관의 대대적인 상설전시보다 내게 더 와 닿은건 지하에서 전시 중인 스페인 작가 요그질(Jorge Gil)의 크리살리다스(Crisalidas)라는 작품이다. 크리살리다스는 스페인어로 번데기, 누에고치다. 제목 그대로 노란색 누에고치 안에 사람이 꽁꽁 묶인 채 거꾸로 매달려 있다. 노란색 담요 같은 천이 몸을 감쌌으니 따뜻할 법도 하지만 거꾸로 매달려 있다는게 마음에 걸린다. 그 옆에는 누에고치 허물뿐이다. 사람은 어디로 갔을까? 누에고치를 계속 보고 있으려니 내가 꼭 거꾸로 매달린 채 꼼짝달싹 못할 것 같은 기분이다. 몸이 꽉꽉 조여 너무 답답하고, 여기서 떨어지면 어떡하지 불안하고, 피가 머리쪽으로 쏠려 힘들어, 엄마, 도와달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이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날아오를 수 있을까? 그런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지? 수많은 목소리가 아우성친다. 수용소에 끌려간 유대인들 심정이 크리살리다스를 봤을 때 내 기분과 조금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마치 영원히 죽지않을 듯
다시 보쉬의 ‘쾌락의 동산’을 떠올린다. 물가에선 괴기스러운 물고기가 뭍으로 걸어 나온다. 물고기에 잡아 먹히는 사람들, 생전 많이 먹은 죄로 음식을 토해내는 사람들, 엉덩이에 꽃힌 나팔 때문에 괴로운 사람들, 하프에 온몸이 감겨 고통받는 사람들을 바라본다. 보쉬가 살았던 시대에는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음악을 연주하는 게 죄악시 되었을까? 그는 왜 악기로 고문당하는 사람을 그렸을까? 보쉬가 상상한 세계는 몽환적인 동시에 기괴하며,  삶은 악으로 둘러쌓여 있다. 과연 그럴까? 인간은 사악하기에 전쟁을 하고, 케테 콜비츠는 아들과 손자를 잃어야만 했을까? 미래에 또 다시 홀로코스터 같은 비극이 일어날까?


햇살 좋은 어느날, 베를린에서 마주한 세 가지 죽음이 내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훗날 나는 과연 어떤 죽음을 맞을까? 나 또한 보쉬가 그린 쾌락 아닌 쾌락의 동산에 가게 될까? 나는 보쉬 아닌 내가 상상한 세상으로 가고 싶다. 그곳이 어떤 세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내가 죽음에 대한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다. 쉽지 않다. 하지만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서 하루하루를 의미있게 살려고 애쓰다 보면 그 세상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지 않을까? 영원히 죽지 않을 듯 살다보면 말이다.

글ㆍ사진/ 이승연

나는 사라져도 내 이야기가 이야기로 남는다면? 나는 이런 상상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미래의 이야기를 담은 상상의 작업으로 현재를 신화로서 기록하는 것, 이것이 기이한 듯 보이지만 명랑한 내 작업이다. 서울 및 런던, 독일에서 활동 중이며 현재 영국 작가 알렉산더 어거스투스와 함께 ‘더 바이트백 무브먼트’ 라는 이름의 아티스트 듀오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베를린 ZK/U 레지던시에 입주 중이다. 이승연




김순임

설치기간 동안 작가가 전시공간에서 자신의 꿈의 기록과 이미지를 드로잉 하여 날립니다. 전시기간 동안 관람객은 전시장 바닥에 떨어진 작가의 꿈(종이비행기)을 펼쳐서 원하는 곳에 전시합니다. 또한 자신의 꿈의 기억을 테이블 위에 있는 흰 종이에 드로잉 해서 비행기를 접어 날려주세요. 반드시 꿈 주인의 이름과 날짜를 꿈 그림 종이에 기록해 주세요.”

김순임은 각 지역의 자연과 그로 인한 사람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그 지역의 질퍽하고 깊게 쌓인 결들을 그곳의 자연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에서 찾으려 관찰하고 발견하며 작업하는 작가이다. 그녀는 스스로 작가이자 직조자(weaver)라고 이야기한다. 발견된 이야기들을 각 지역 특유의 자연 오브제 및 공간과 엮어 설치, 조각, 영상, 사진, 퍼포먼스, 드로잉 등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김순임의 작업은 이렇게 그녀가 거주하는 지역에 기반을 둬 그곳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성장한다. 거주하는 곳의 내외부 환경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흡수하여 표현하기 때문이다. 받아들인 이야기와 발견한 현상, 지역의 자연과 환경에 따라 소재를 선택하고 작업의 표현 방식을 결정하는 것이다.

그녀는 인천에 정주하게 된 2017년, 기존에 실험했던 인천의 자연재료와 이야기를 심도 있게 발전시키는 것 이외에, 새로운 발견을 위한 관찰을 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2016년 처음 발표한 <땅이 된 바다 Landed Ocean> 작업의 표현방식 어떻게 확장할 것인지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며, 인천의 염전과 다양한 지역에서의 자연미술 워크숍 또한 계획하고 있다. 김순임은 작가의 작업이 노동과 그를 둘러싼 자연현상 또는 환경이 어우러지고, 다시 관객의 행위와 반응으로 표현되어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생각하므로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계속 실험을 할 것이다.

 

작가노트


나는 자연재료로 나의 삶에서 만난 지역과 사람을 주관적인 방식으로 해석하고 설치, 조각, 평면 등으로 표현하는 비주얼 아티스트(Visual Artist) 입니다. 주로 내가 존재하는 또는 했던 곳, 그 장소와 그곳을 떠올리게 하는 사람들을 대상의 감성과 잘 맞는 오브제를 선택해 바느질의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이는 소백산이라는 자연환경에서 나고 성장하면서 산과 들에서 놀이 대상을 찾았던 나의 어린 시절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또 대가족 하에서 성장하며 내 어머니와 할머니에게 자연스레 실과 바늘로 연결하고 조합하는 것을 익숙하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나는 나와 대상과의 ‘만남’, 그 만남에 의해 생성되는 ‘기억’이 각 대상을 얼마나 특별하게 하는가에 관심이 있고, ‘여행’은 이 호기심을 채우고 또 다른 호기심을 만들어 가는데 가장 중요한 나의 작업방식입니다.

작가정보 자세히 보기

 


 

 




소개합니다

[소식1] 경인방송 300만 인천시민과 함께하는 ‘인천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

– 나도 해볼까? 나의 이야기가 노래로 탄생한다!

노래 한 곡으로 여수의 밤바다를 전국에 알리고 관광객을 폭발적으로 늘린 버스커버스커의 ‘여수밤바다’. 이제 당신의 이야기를 통해 인천을 새롭게 알릴 ‘인천 노래’가 탄생된다.

경인방송이 인천광역시와 함께 300만 인천시민과 함께 만드는 새로운 인천의 노래를 만드는 ‘인천 노래 만들기’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300만 인천시민과 함께하는 인천 노래 만들기는 기존의 인천과 관련된 곡을 젊은 뮤지션들이 현대적인 감각으로 리메이크하고 또한 인천에 대한 다양한 시민들의 이야기로 새로운 인천의 노래를 만드는 프로젝트이다.

대표적인 인천 노래로 알려진 ‘연안부두’(김트리오), ‘이별의 인천항’(박경원) 등이 리메이크 되고, 또한 인천과 큰 연관이 없어 보이는 송창식의 ‘담배가게 아가씨’ 역시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담배가게 아가씨’는 가수 송창식이 인천 배다리에서 국화빵 굽던 젊은 시절, 옆 담배가게 아가씨를 모티브로 만들어진 노래이다.

새로운 인천의 노래를 만들기 위해, 시민들의 이야기를 가사로 접수한다. 가사로 채택될 경우 새로운 인천의 노래로 탄생한다. 인천과 관련된 추억이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작품이 선정될 경우에 상금 100만원과 함께 노래에 대한 저작권도 가질 수 있다. 접수는 오는 6월 30일까지 사연과 가사를 경인방송 게시판(게시판 바로가기▶)에 올리거나 우편으로 접수할 수 있다.

음원듣기▶

경인방송 (문의:032-830-0402)
 

[소식2] 인천의 창조적 문화 가치를 찾아서
인천문화재단 「문화정책 논문 공모전」


도시 이미지를 구축함에 문화예술의 잠재적인 영향력은 무한하다. 지자체에서도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도시’를 꿈꾸지만, 창조적으로 문화예술의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천은 개항장·관문 도시로서의 개방성과 다양성, 다수의 역사문화유산, 168개의 섬으로 구성된 해양문화, 10개의 자치구별 특색 있는 지역 문화, 송도·청라 신도시 등 경제자유구역이 공존하는 도시이고 이러한 복합적 환경 속에서 인천이 가진 문화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인천시 역시 ‘문화주권’ 실현을 위해 시민들과 문화예술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문화재단은 이에 작금의 인천 문화정책의 점검해 보고 ‘문화 성시 인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개발 확립을 위한 『2017 문화정책 논문공모전』을 실시한다.

기존 논문 공모전의 경우, 상금 지급에 머물렀던 것에 반해 인천문화재단의 논문 공모는 선정 시 200만 원의 상금지원뿐 아니라 논문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가 콜로키엄을 진행하고, 여타 학술지에 게재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 예정이다. 또한, 목요문화포럼, 문화정책토론회 등 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토론회를 통해 정책 제안 발표 및 성과보고의 기회도 제공된다. 인천의 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므로 인천 시민 모두가 문화예술 감성을 꽃피울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제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

 

[소식3] 인천아트플랫폼 국외작가 티모 라이트 결과보고전시 <엑스 니힐로 – 무(無)로 부터>

인천아트플랫폼 2017년 국외 단기 입주작가 티모 라이트(핀란드)의 개인전 <엑스 니힐로 – 무(無)로 부터>가 5월16일(화)부터 5월26일(금)까지 인천아트플랫폼의 창고갤러리에서 개최된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부터 18시까지로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핀란드 출신의 티모 라이트(Timo Wright) 작가는 사진과 영상 매체를 다루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2017년 인천아트플랫폼 8기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올해 3월부터 5월까지 인천에 머물며 연구 및 창작 활동을 펼쳤다. 이번 전시는 작가가 자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그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이다.

전시에는 11분 남짓의 흑백 고화질 3채널 영상 설치 작품이 출품된다. 작품의 제목은 전시 제목과 동일한 <엑스 니힐로 – 무(無)로부터>이다. 영상에는 3가지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첫 번째는 노르웨이와 북극 사이에 있는 스발바드라는 곳의 ‘세계 씨앗 은행’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는 한국의 카이스트에서 개발 중인 휴머노이드(인간의 신체와 같은 구조의) 로봇 ‘휴보HUBO’에 관한 것이며, 마지막 영상은 미국 오레건 주에 있는 죽은 사람의 뇌를 냉동보관하는 시설에 관한 것이다. 세 가지 영상은 교차 편집 되어 새로운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작품 제목 ‘엑스 니힐로(Ex Nihilo)’는 라틴어로 ‘무(無)로부터’, ‘무(無)의’, ‘무(無)에서’ 라는 뜻이다. 작가는 인간의 생명과 우주 자체가 무(無)에서부터 출발했다는 것을 나타내기 위해 이 같은 제목을 붙였다고 한다. 하지만 작품에서 보듯이 인간은 끊임없이 죽음에 대항하고, 세계의 종말에 대비하며, 영생을 갈구한다. 이를 위해 최첨단 과학 실험 및 창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아이러니한 상황을 비장한 음악과 함께 흑백의 담담한 영상으로 표현한다.

한편, 티모 작가는 한국에서 E-스포츠라 불리는 프로게임 산업에 대해서도 착실히 연구 및 조사를 진행해 왔다. 현재로서는 미완의 프로젝트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지속하여 관련 작품을 완성시켜 갈 예정이라고 한다.

 전시 개요
전시제목 : 2017 인천아트플랫폼 국외 단기(3~5월) 입주작가 티모 라이트 결과보고전 <엑스 니힐로 – 무(無)로부터>
⋅ 작품정보 : 엑스 니힐로(Ex Nihilo) – 무(無)로부터_11분 19초_3채널 싱크 4K 영상_2017
전시기간 : 2017년 5월 16(화) ~ 5월 26일(금)(월요일 휴관)
오픈시간 : 오전 11시 ~ 오후 18시 
전시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E동 창고갤러리
관 람 료 : 무료

 

인천아트플랫폼




시민과 함께 역사에서 미래를 찾는 강화역사문화센터

지난 2017년 3월 1일 인천문화재단과 강화고려역사재단이 하나가 되었습니다. 기존 강화고려역사재단의 업무는 강화역사문화센터에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역의 역사를 연구하고,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는 강화역사문화센터의 2017년 주요 사업을 소개합니다.

2017년 강화역사문화센터의 사업은 기본적으로 지난 3년여간 강화고려역사재단이 꾸준히 진행해 온 성과와 목표의 연장선에 있다. 센터의 사업영역은 크게 강화역사의 원형을 확인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조사연구사업과 그렇게 조사된 내용을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기 위한 교육홍보사업으로 나뉜다.

조사연구사업 중 <고려시대 강화 도읍 공간구조 연구>는 고려의 강화 도읍 시기 궁궐의 위치와 범위를 조사하는 사업이다. 사적 133호로 지정된 고려궁지는 20여년에 걸쳐  발굴했으나 고려궁궐 흔적을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넓은 범위에서 고려궁궐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런 의견을 수용하여 2016년에 제작한 강화읍 3D 입체지형도를 바탕에 두고 자연환경, 지형변화, 고고학 조사 성과를 종합하여 궁궐의 위치를 추정해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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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관방유적 조사연구>는 지적․지형관련 국내 최고 전문기관인 한국국토정보공사(LX)와 협력하여 조선후기 강화의 방어체제 구축을 위해 만들어진 관방유적, 그중에서도 돈대(墩臺)를 정밀 실측하는 것이다. 2016년 3개소에 이어 올해는 오두, 굴암, 망양 등 돈대 7개소의 실측도면, 3D 입체영상, 항공촬영사진을 확보하여 학술연구와 유적의 보존․관리 등을 위한 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며, 향후 세계유산 등재 관련 자료로도 폭넓게 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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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해양도서문화 학술조사>는 강화의 부속도서로 구성된 교동, 삼산, 서도 등 3개 면의 역사문화자원을 각 1년씩 조사하는 것으로 올해는 교동면이 대상이다. 교동의 고대에서 근대에 이르는 ‘관방(關防)’을 주제로 센터 연구원들이 직접 조사하고 집필하여 그동안 발간된 교동 관련 지역사 자료와 차별성을 드러낼 것이며, 센터의 조사연구역량을 발전시켜 나가는 계기로 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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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2017년에는 두 건의 정책연구를 센터 자체로 수행할 계획인데, 하나는 2018년이 태조 고려 고종 홍릉(강화읍 국화리) 왕건이 즉위하여 고려를 연지 1100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 주목하여 강화를 포함한 인천에서 실행하거나 제안할 만한 사업을 구상하고 제안하는 <고려 개국 1100주년 기념사업 방안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강화의 대표적 고려 유산인 왕릉급 능묘 6기를 2013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북한 개성역사유적지구의 연계/확장 유적으로 등재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강화 고려왕릉 세계유산 등재 방안 연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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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과 함께 강화의 역사를 공유하는 교육홍보사업으로는 시민들이 자율적으로 센터에서 제시한 유적을 골라 답사하고 그 감상을 센터 홈페이지와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상․하반기 <강화역사 서포터즈>, 강화 역사 중에서 흥미로운 주제를 골라 상반기에는 강화에서, 하반기에는 인천에서 각 6회의 강좌를 진행하는 <강화역사 아카데미>, 유관기관과 함께 고등학생 대상 인천역사과거대회를 개최하고 수상자의 강화답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과 주로 문화소외계층의 강화답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 등으로 구성된 <청소년 강화역사 바로알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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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강화고려역사재단의 소식지를 이어 6월과 12월에 2차례 발간하며, 인천의 중요한 역사적 사건을 소개하여 시민들이 다각도로 인천의 역사문화를 알 수 있도록 돕기 위한‘인천역사 달력’제작, 강화해양관방유적에 대한 시민 참여 사진 공모전으로 마련될 사진전, 사진집 발간 등도 진행 예정이다.

강화역사문화센터는 강화고려역사재단의 성과를 센터의 사업과 내용에 온전히 반영하여, 2017년이 더 많은 시민들과 역사를 주제로 이야기나누는 해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다.

글/ 강화역사문화센터




기부와 나눔, 그 이상의 기쁨을 얻는 투자입니다.

송암복지재단 김득린 회장
인천문화재단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천지부와 함께 인천에서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을 만나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클럽으로 지역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뜻을 몸소 행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시간으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92번째 아너, 김득린 송암복지재단 회장님을 만나봅니다.

인천공동모금회의 초대 회장이었던 김득린 회장님은, 사회복지계의 원로로서 우리나라의 기부와 나눔 문화 발전에 지대한 역할을 하고 계십니다. 아동복지고아원을 설립하신 어머님부터 사회복지계의 후학을 양성하는데 힘쓰는 자녀분들까지. 온 가족이 대를 이어 실천하는 나눔의 삶, 그 철학을 만나봅니다.


Q. 안녕하세요, 김득린 회장님. 우리나라 사회복지계의 큰 어르신으로서 많은 분들의 존경을 받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소중한 시간 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회장님과 재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송암복지재단의 김득린입니다. 저는 인천사회복지협의회 회장을 14년 동안 역임하였고, 지금은 인천 원로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송암복지재단은 ‘사랑, 믿음, 소망’이라는 설립 정신 아래 현재 아동복지시설, 어린이보육시설, 노인요양시설, 장애인종합복지관,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1953년도에 군산 아동복지시설로 시작하여 1958년도에 인천으로 옮겨 오게 되었고, 올해 64주년을 맞이합니다. 복지가 무엇인지도 몰랐던 시절, 어려운 사람을 돕겠다는 마음에서 시작한 일이 제 한평생의 결실이 되었습니다.

Q. 아동보육시설을 설립하신 어머님을 이어 평생을 사회복지계에 몸담고 계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가르쳐주신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닌데, 나눔의 삶에 일평생을 바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저는 고향이 이북입니다. 625사변 때 군산으로 피난을 갔을 때, 아버님이 도립병원 원장이셨고 어머님이 시 부녀과장이셨습니다. 관사가 굉장히 커서 부모님께서 전쟁 이후 갈 곳 없는 고아들을 데려다가 함께 생활하던 것이 점점 그 규모가 커졌지요. 법과를 전공하고, 고등고시를 준비했었는데 몇 차례 낙방하면서 하늘이 나에게 주신 사명은 다른 곳에 있다고 생각했지요. 어려운 사람들을 계속해서 도와주는 것이 저의 길이자, 부모님이 하던 것을 계승·발전 시켜야 할 의무가 있을 것이라 보았습니다.

Q. 그 길이 아동복지에서 나아가, 노인, 장애인으로 점점 수혜의 폭을 넓혀오게 된 것이군요.
A. 전쟁 후에는 복지라는 개념도 없었지요. 그저 배고픈 아이들, 잘 곳 없는 이들에게 그것을 제공해주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전쟁고아는 사라지고, 미혼모가정, 결손가정 등 가정파괴나 아동학대 등의 연유로 이 곳에 아이들이 찾아옵니다. 만나는 순간부터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것이죠. 이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주고자 여러 가지 고민을 하다 보니, 장애인 복지 사업까지 영역을 넓히게 되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 꿈을 주기 위해 어린이 보육시설까지 운영하게 되었고요. 요양원은 지금까지 자식들, 나라와 민족을 위해 희생한 어르신들을 위해 노후를 잘 보살펴 드려야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습니다.

Q. 송암재단이 2016 인천사회복지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고 들었습니다. 늦었지만, 수상 축하드립니다. 인천을 대표하는 복지재단의 대표로서, 회장님께 인천이 갖는 의미는 남다를 것 같습니다.
A. 저는 직원들에게 항상 1등해야 한다. 라고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시민들에게 존경받고, 열심히 최선을 다해보자고 얘기하지요. 나의 분야는 사회복지이니 이 분야에서 인천의 꿈, 인천 시민의 행복을 위해 희생할 수 있는 밀알이 되길 항상 소망할 따름입니다.

1958년도에 왜 인천으로 오게 되었는지 묻는 질문이 종종 있어요. 당시, 인천의 땅값이 조금 싸기도 했었지만, 인천 부평에 8군 애스컴이 있었습니다. 미국사람들은 전쟁고아들에게 상당히 마음을 썼었지요. 음식도 주고 옷도 주고 하니 부평에 고아원이 많이 생겼습니다. 고아들이 제겐 형제와도 같으니 제게 인천은 제2의 고향입니다. 나는 인천이 다른 도시들과 차별성이 높다고 봐요. 땅과 바다, 하늘을 갖고 있는 이 도시의 문화자원을 굉장히 다양합니다. 이제 인천인구 300만 시대까지 도래했으니, 그 미래가 더욱 기대해볼 만 하겠지요.

Q. 사회복지를 통해 인천의 자양분이 되고 싶다는 말씀이 인상 깊네요. 이러한 나눔의 실천에 함께하는 이들이 점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기부, 나눔을 머뭇거리는 이들에게 해주시고픈 말씀이 있을 것 같아요.
A. 우리나라에서는 기부할 때 나의 것을 뺏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다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부는 그 이상의 기쁨을 느낄 수 있는 투자라고 생각합니다. 뺏기는 것이 아니라 더 얻는 거지요. 그래서 기부문화도 중요하지만 나눔문화가 더욱 중요하다고 봅니다. 기부는 기부로 끝나고, 모인 정성을 잘 배분하는 것을 고심해야지요. 나눔문화는 곧 인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연계될 것입니다. 요즘 사회는 모두의 마음이 닫혀 있습니다. 서로 간에 놓여져 있는 이 칸막이들을 철거해주는 것. 그게 바로 나눔 문화입니다. 그리고 난 이 지점에서 문화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봅니다.

Q. 인천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인천문화재단의 중요한 역할을 해내야 할 사명감이 생깁니다. 송암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양한 사업 중에도 단순히 소외계층을 도와주는 것을 나아가 문화적인 활동을 진행하는 것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A. 우리 노인요양원과 복지관에서 많은 예술 팀들이 찾아와 공연을 해주곤 합니다. 와서 좋은 공연을 보여주는 것도 좋지만 잠시 왔다가 가는 일회성으로 그쳐 아쉬움이 항상 있어요. 그래서 직접 시설 내에서 예술단을 꾸려 우리 아이들과 장애우들에게도 스스로의 예술성을 키울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해줍니다.


특히, 아동복지 시설의 파인트리핸드벨콰이어는 각종 행사에 초청받을 정도로 그 실력이 대단해요. 아이들이 무언가를 성취해 나가면서 자립심을 키워갑니다. 장애인복지관 내에도 해밀합창단이라고 있는데, 이곳저곳 초대받고 공연을 다니고 있어요. 뿐만 아니라 ‘나를 노래하자’라는 슬로건으로 1년에 한 번씩 전국 장애인 노래 경연대회를 개최합니다. 장애인들은 불편할 뿐이지 불행한 게 아니거든요. 전 이렇게 문화활동을 통해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다양한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가는 송암문화재단과 회장님의 향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문화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살아가는 것이 힘들다보면 이러한 것들을 내려놓게 됩니다. 전 복지 안에 문화, 기부, 나눔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이 삼박자가 맞아야겠지요. 이제 복지는 단순히 배고프고 잘 곳 없는 이들을 도와주는 것을 넘어섰습니다. 장래의 생명을 살리는 일, 꿈을 꾸게 하는 일이 바로 복지가 되었어요. 내 평생을 다해왔듯이 앞으로도 봉사와 나눔을 계속해야겠지요. 이러한 정신을 바탕으로 참교육을 행하는 것. 그것이 내 향후 목표가 되겠습니다.

김득린 회장님과 대화를 통해 문화, 기부, 나눔에 대한 고민과 열정의 순간들을 만나보고, 우리 사회복지의 역사와 인천이라는 도시가 품고 있는 또 다른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긴 시간 함께 나눈 대화를 통해 문화예술에 남다른 애정과 삶 속에 자리하고 있는 기부 철학 등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봄을 알리는 단비가 내리는 날, 바쁘신 와중에도 인자하신 미소로 반겨주신 김득린 회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인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찾습니다.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 아트레인은 인천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개인 혹은 법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기업 후원의 경우, 기업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문화예술로 함께 만들어드립니다.
아트레인 참여 문의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032-455-7114, artrain@ifac.or.kr

인터뷰 정리 / 인천문화재단 유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