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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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일/ 2017년 5월27일 ~ 28일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사진/ 민경찬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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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일/ 2017년 5월27일 ~ 28일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사진/ 민경찬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처음 오셨나요? 반갑습니다. 아무 것도 모르나요? 아, 괜찮아요. 우리도 지난주에 배운 거 하나도 기억 안 나요. 같은 곡을 4개월 째 연습하죠.”
“모임은 두 시간, 뒤풀이는 네 시간. 오늘 만나서 내일 헤어지는 우리.”
동호회나 동아리 활동을 통해 무언가를 연습한 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공감할 이 말은 시민창작뮤지컬 ‘소우주환상곡 시즌 2’에 등장하는 노래 가사이다. 이 뮤지컬이 이토록 공감 가는 솔직담백한 가사를 담을 수 있었던 비밀은 바로 생활문화예술동아리연합 ‘놀이터’에서 활동하는 시민들의 실제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데에 있다. ‘놀이터’는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문화예술 활동을 경험할 수 있도록 조직한 노래, 연극, 합창, 통기타, 오카리나, 우쿨렐레 등의 동아리 연합으로, 매주 1회 활동 중이다. 지난 5월 13일과 14일 부평아트센터에서 상연한 이번 공연은 전문가들과 시민배우들이 6개월 간 함께 작업하며 만든 공연으로, 많은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소우주 환상곡 시즌 2’는 계속되는 취업 실패로 엄마와 갈등을 겪으며 지루한 일상을 살던 취업준비생 수빈이 시민 합창단에 가입하여 동아리 활동을 하게 되는 이야기로 시작한다. 단원들은 일에 치여 연습시간이 끝나고 뒤풀이 시간이 되어야 도착하고, 연습실 아래 식당 주인에게 시끄럽다는 잔소리를 들어도 함께 연습하며 울고 웃고 위로하며 공연을 준비한다. 공연을 한 달 앞두고 지휘자가 사라져 위기에 처하지만 연습 때마다 핀잔을 주던 식당 주인을 설득해 지휘자로 데려와 성공적으로 공연을 마친다.
기타를 치는 시간만큼은 누군가의 엄마나 아내가 아닌 나 자신으로 살 수 있다고 말하는 기타동아리 회원들, ‘이 세상에 내 자리는 없는 것 같다’며 슬퍼하는 취업준비생, 만년 과장 신세로 만날 직장 상사에게 깨지기만 하는 직장인처럼 주변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이 각자의 사연을 노래로 들려준다. 시민배우들은 함께 노래하며 “평범하고 작고 약해보이는 우리지만 모두가 그 무엇보다 귀한 하나의 소우주”라며, “소우주들이 함께 손을 잡고 신나고 멋지게 살아보자”고 말한다.
‘놀이터’에서 생활예술팀장을 맡으며 본 공연의 기획총괄을 맡은 최진숙 씨는 “처음에 공연을 함께 준비했지만, 직장의 이직이나 건강상의 문제 등 불가피한 사정으로 인해 끝까지 완주를 하지 못한 분들이 많이 생각나 아쉬운 마음이다. 각자의 일상이 있기 때문에 시간을 따로 내야 하는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공동 작업을 하며 최선을 다한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 매일을 열심히 살고 있지만 두근거리지 않아”라는 가사처럼 먹고 사는 데 쫓겨 치이기만 하던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작했던 문화예술 동아리 활동이지만 이제는 문화예술을 통해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네기도 하는 시민배우들. 어쩌면 완벽하거나 뛰어난 배우들이 아니라 힘든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친근한 시민배우들이기에 관객들에게는 더욱 큰 응원과 위로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같은 취미와 취향을 가진 시민들이 직접 만들고 운영하는 동아리들의 연합인 ‘놀이터’는 올해로 20년째 그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에 활동 중인 동아리 이외에도 직접 동아리를 결성하여 ‘놀이터’의 모임공간에서 활동을 진행할 수도 있다.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의 카페에서 ‘놀이터’(자세히보기 ▶)에 대한 더욱 자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글,사진/ 김진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치유의 힘이 있는 그림, 감동이 있는 빛깔
지난 5월 13일, <소설, 애니메이션이 되다> 기획전시의 부대행사로 애니메이션 <봄봄> 감상과 안재훈 감독과의 대화를 나누고 왔다. 문학 소나기의 한 장면처럼 굵은 빗방울의 둔탁한 소리가 영상관 지붕에 쏟아지던 날,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학의 정겨운 이야기를 들으러 찾아왔다.
원작 김유정의 『봄봄』은 1935년 12월 <조광>에 발표된 단편소설이다. 3년 동안 혼례를 명목으로 머슴살이를 시키는 장인과 데릴사위인 ‘나’와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장인의 욕심과 횡포에 휘둘리는 주인공 ‘나’는 바보스럽고 순진한 인물로 묘사된다. 이 작품은 ‘나’와 장인의 갈등을 통해 순진하고 우직한 인간에 대한 작가의 연민을 잘 보여준다. 인간관계를 희화화하여 작가 특유의 해학미로 이끌었다는 점에서 김유정 문학의 백미로 평가되는 작품이다.
애니메이션 『봄봄』을 제작한 안재훈 감독은 대한민국 스튜디오 제작 시스템을 도입하여 ‘치유의 힘이 있는 그림, 감동이 있는 빛깔’이라는 가치 아래 작품을 만들고 있는 ‘연필로 명상하기’의 애니메이터이자 감독이다. 그가 몸담고 있는 ‘연필로 명상하기’는 안재훈, 한혜진 감독을 중심으로 독립적인 애니메이션 제작 시스템을 갖춘 스튜디오이다. 자신들만의 신조로 꾸준히 작품을 제작하며, 관객과의 소통을 넓혀가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장편 애니메이션 <소중한 날의 꿈>, <메밀꽃>, <운수 좋은 날>, 그리고 <봄봄>이 있다. 애니메이션 <봄봄>은 근대문학 김유정 작가의 『봄봄』소설을 원작으로 각색해 만든 작품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연필로 명상하기’ 애니메이터들의 한국의 정서를 그림 속에 녹여내고자 했던 노력, 따뜻한 그림체 그리고 <봄봄>의 데릴사위와 장인의 관계에 판소리를 입혀 정겨움과 재미를 더했다.
애니메이션 <봄봄> 상영이 끝나고 안재훈 감독과의 대화 시간이 진행되었다. 감독과의 대화의 한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Q. 감독님은 학생 시절에도 책을 가까이하셨나요? 어떻게 그림 그리는 일을 시작하시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사람에게는 운명 같은 동기가 생깁니다. 저 같은 경우는 저 초등학교 국어 선생님께서 책 읽는 것을 칭찬해주셨는데 그거 하나로 그때부터 책 읽는 것만큼은 집착 같이한 것 같습니다. 학창시절에 학교 도서관은 낡은 냄새와 책 냄새가 근사한 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도서관에 있는 책들은 다 읽으면서 지냈던 것 같습니다.
Q. 애니메이션 감독과 스튜디오가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애니메이션은 그림으로 연기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소품, 배경 하나도 우연히 나오는 것이 없이 사람의 손으로 생각되고 의지대로 그려진 영화를 애니메이션이라고 합니다. 애니메이션 감독과 다르게 실사영화감독은 스텝을 지휘한다는 느낌이라면 애니메이션 감독은 지휘라는 것보다 각각이 가진 재능이 어떻게 조화롭게 한 장면을 통해서 보여질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공유, 소통이라는 것이 있다는 점에서 실사영화와 차이점이라고 생각합니다.
Q. 지금 이끌고 계신 스튜디오 이름이‘연필로 명상하기’인데 어떻게 해서 이런 이름을 스튜디오가 가지게 되었나요?
스튜디오에서 단편 작업을 할 때 그 단편이 조금 유명해져서 젊은 스텝이 홈페이지를 만들자 해서 ‘연필로 명상하기’라고 생각나는 대로 적은 게 스튜디오 이름이 되었습니다. 지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연필이라는 것에 집착하지 않습니다. 지금은 많은 도구들이 있어서 관객들이 최종의 그림을 보고 판단하시는 것이지 도구의 중요성을 집착하지는 않습니다. 어떤 도구로 작업을 하던 어떤 시작을 펜이라는 것을 통해 끄적인다는 의미로 ‘연필로 명상하기’라는 이름을 바꾸지 않고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애니메이션을 만들기 전 근대문학작품을 필사하신다고 들었습니다. 모든 스텝들이 같이 하시는 건가요 아니면 감독님이 먼저 하시는 작업인가요?
저 같은 경우는 창작 애니메이션을 많이 합니다. 하지만 단편문학을 할 때는 저의 태도가 달라집니다. 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그려낸다는 것은 제가 어릴 적부터 하고 싶었던 애니메이션이었습니다. 사후세계라는 것이 있다면 이효석 선생님, 현진건 선생님, 김유정 선생님이 “자네가 그린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참 좋았어”라는 이 정도 말쯤은 꼭 듣고 싶습니다. 그래서 박물관 가서 선생님들의 펜을 보고 원고지에 한자 한자 만년필로 쓸 때는 선생님들의 느낌이 저한테 온전히 오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런 작업을 통해 단편문학만큼은 관객들이 큰 감동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오늘 감상한 <봄봄>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의 영감을 어디서 받으셨나요?
<메밀꽃 필 무렵>을 할 때에는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아버지 친구를 보면 생기신 모습이 비슷합니다. 그런 쪽으로 중심을 두고 생각하고 캐릭터화합니다. <봄봄>은 해학이라는 것이 김유정 선생님의 특징인데 저는 해학이라는 느낌을 다가갈 수 있는 것이 어떤 것일까라고 고민하며 삶 속에서 재미난 요소들이 나올 때 캐릭터가 해학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런 방향으로 캐릭터를 구체화시키는 것 같습니다.
Q. <봄봄>의 애니메이션의 장인어른 캐릭터를 어떻게 디자인하게 되셨나요?
장인어른 캐릭터는 사위, 점순, 시골이라는 배경에서 나오는 해학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수염은 소설의 지문에 있는데 안경을 넣은 까닭은 <봄봄>의 배경이 아주 조선시대는 아니라는 것 즉 시대감을 연상시킬 수 있게끔 장치한 것입니다.
Q. <봄봄>애니메이션에서 판소리를 사용하신 이유가 있나요?
우리가 알다싶이 김유정 선생님은 국악 명창 박록주 선생님을 사랑하셨습니다. 우리가 사랑했던 사람은 자신의 삶속에 그 사람이 은은하게 배여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김유정 선생님의 글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의 고수가 장단을 맞추는 판소리 느낌이 납니다. 그러한 것이 문체에 있었기 때문에 판소리 중에 도창이라는 부분을 애니메이션에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Q. 애니메이션 캐릭터들이 잘생기고 예쁜 얼굴은 아닌데 의도하신 것인지 이것에 대해 궁금합니다.
캐릭터에 제가 느끼는 우리나라 사람의 얼굴이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이 작품을 보면서 ‘우리 아빠 얼굴 같네’,‘우리 엄마 얼굴 같네’라고 공감할 수 있으면 성공했다고 생각합니다.
Q. 근대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것이 소중한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에 대해서 감독님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한국 사회의 교과서에서 『메밀꽃 필 무렵』, 『운수 좋은 날』, 『봄봄』이 사라진다면 여기 있는 아이 분 들이 책을 읽을 이유가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아이 분들이 읽을 이유가 없어지면 앞으로 30년 후에는 한국 사람들을 연결하는 끈이 없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문학작품이 계속 이어져서 식탁에서도 부모 아이 간의 이야기가 활발해졌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만든 애니메이션을 통해서 한국문학을 다시 읽어보게 되고 한국 사회의 뿌리의 근간이 되는 것들이 은은하게 쌓였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근대문학과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찰에 대한 감독과의 생각을 나누는 시간이 끝나고 한국 근대 문학관에서 ‘연필로 명상하기’스튜디오 애니메이터들이 한국 근대문학 캐릭터 그려주는 행사가 진행되었다.
‘연필로 명상하기’스튜디오와 안재훈 감독의 근대문학을 애니메이션으로 옮기는 일은 그 일 자체도 큰 의미가 있지만 『봄봄』, 『메밀꽃 필 무렵』 과 같은 작품들을 애니메이션화 함으로써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 즉 뿌리의 근간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하는 것에 더 큰 가치를 담고 있다. 한국 영화산업의 불리한 구조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근대문학작품들을 관객들이 계속해서 찾아주는 것은 아직 우리의 뿌리를 잊지 않고 이어나가려 하는 노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2017년 하반기에는 ‘연필로 명상하기’스튜디오에서 한국 단편문학 시즌 2 <소나기, 무녀도>를 개봉할 예정이다. 이번에도 우리의 정겨운 이야기를 들으러 많은 사람들의 발걸음이 상영관을 찾아갈 것이라고 기대한다.
글, 사진/ 최승주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아이들의 외침이 비에 쓸려가다.
무대에 덧입혀지는 영상은 여름 한낮의 아파트, 별이 빛나는 한밤의 아파트, 상가 앞 거리, 대형 마트, 교회 앞에서 흔들리는 나무, 경찰서 앞, 소방서 앞, 문 닫은 시장 등으로 바뀐다. 무대 가운데는 배우들이 주로 연기하는 공간으로 단을 쌓아 올려 높낮이를 활용한다. 공터 혹은 광장과도 같은 곳이다. 음악은 서민들이 전기 없이 살아가는 암울한 상황을 담은 듯 우울한 곡조다.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에서 5월 17일(수)에 시작한 연극 <블랙아웃>은 한여름을 살아야 하는 도시에 전기가 끊긴 후 시민들의 하루하루가 날씨와 마찬가지로 푹푹 쪄가는 상황을 그리고 있다. 이 상황을 동희와 동민이라는, 고등학생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청소년의 시선으로 그려서 아이들이 처음 맞이하는 암울한 세상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극단 십년후의 연극 <블랙아웃>은 박효미 작가의 동화 「블랙아웃」이 원작이라고 한다. 필자는 공연 첫날인 17일에 본 연극의 내용과 형식에 국한하여 이 리뷰를 쓴다.
공터로 사람들이 모인다. 거리 전광판에 ‘전기가 끊겼지만 원자력발전소 등을 점검 중이고 곧 복구할 예정’이라는 뉴스가 뜬다. 복구할 거란 걸 사람들은 일단 믿기로 한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상황은 심상치 않다. 마트는 일찍 문을 닫기 시작하고 경찰이 나타나 고압적인 태도로 줄을 서라고 한다. 소방서에서는 급수 중단을 알리며 문을 닫는다. 나중에는 소방관과 시민이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한다. 부모님이 중국 광저우로 출장을 가셨다는 동희, 동민 남매는 어른들의 틈바구니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려고 하지만 마트에서 어렵게 구한 물건을 두 번이나 도둑맞는다.
처음에는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모르고 동희와 동민은 서로 냉장고에서 흘러나온 물을 닦으라고 티격태격한다. 또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기도 한다. 하지만 더 이상 다이어트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온다. 물과 먹을 것이 떨어져가는 것이다. 이웃집 아주머니가 마트에 같이 가자며 신경을 써주지만 마트에도 물건이 떨어지는 급박한 상황이 이어지자 이웃 아주머니는 남매의 엄마가 전에 꿔간 돈을 쌀로 가져가겠다며 남매의 집에서 쌀 포대를 들고 나가려고 한다. 슈퍼맨 옷을 입은 아주머니의 가족(아이들이 삼촌이라고 부르는)은 차마 못할 짓을 했다며 남매에게 쌀을 돌려준다. 구직 중인 이 청년은 유약하지만 극에서 유일하게 양심이 살아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예수천국 불신지옥’이라는 말을 몸에 두른 교인들은 전기도 물도 없이 지쳐가는 사람들 가운데 나타나 예수님이 이 상황에서 당신을 구원하시리라는 맹목적인 메시지를 퍼뜨렸다. 지친 남매는 평소 다니지 않던 교회까지 찾아가지만 교회 관계자는 신자들에게만 물을 준다며 손에 쥔 안내 봉으로 동희의 가슴팍을 밀어 줄 밖으로 밀쳐버린다. 동민에게는 윽박지른다. 신자라는 이유로 맨 앞줄에 서 있던 아주머니는 새치기하는 아들의 자리까지 맡아 놓고 있었다. 남의 자식을 모른 척 하고 자기 자식만을 위하는 어른의 모습이다. 어른들은 위기 상황에 닥치자 아이들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폭력을 행사한다. 자기만 살겠다는 거다. 이 장면은 이웃을 돌보라는 성경의 말씀은 아랑곳하지 않는, 바로 교인들 스스로 ‘불신지옥’에 빠진 모습을 그리고 있다.
마트에서 산 물건을 도둑맞았다고 신고를 해도 경찰은 지금 그 정도 일은 별 일도 아니라는 식으로 남매를 건성으로 대한다. 동희는 ‘블랙아웃이 되니 국가가 국민을 버린다!’고 경찰서 앞에서 외친다. 부당하고 무기력한 공권력에 저항하는 여학생의 마지막 외침이다. 그 소리를 들은 경찰은 시끄럽게 구니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동희에게 언덕 너머 시장 끝에 있는 마트에서 아침 일찍 2시간만 물건을 판다는 정보를 알려준다. 경찰들이 시민들에게는 쉬쉬하며 자기들끼리만 알고 있는 정보가 있었던 거다.
경찰에게서 들은 마트의 위치 정보를 동희는 끝까지 마을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는다. 마을 사람들이 경찰 병력을 뚫고 대형 마트로 돌진할 만큼 급하고 흥분해 있는 상황에서도 말이다. 물론 시장 쪽 마트 주인이 아이들에게 다시는 마트 근처에 얼씬거리지 말라고 협박했고 또 그 근처에서 도둑을 만나 폭행을 당하기까지 했으니 ‘아이들’의 입장에서는 ‘말 못할’ 이유가 있긴 하다. 하지만 극의 전체적 구조를 놓고 보자면 ‘경찰은 문을 여는 마트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며 동희가 사람들을 불러 모아 사회의 부조리한 상황과 대면할 수 있는 바로 그때! 극의 절정을 코앞에 두고서 ‘데우스 엑스 마키나’처럼 큰 비가 내려 이 상황을 종결시켜 버린다. 극의 절정에 이르러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정보가 비를 맞고 그냥 사라진 것이다.
사회가 어지러워지자 마트는 손님들에게 현금만 요구하고, 물건은 없는데 CCTV는 돌아가고, 거리에는 똥오줌이 흘러넘치는 등 생활 속에서 벌어질만한 일들의 디테일이 살아있다. 다만 이러한 디테일 역시 극 구조 안에서 상승선을 탈 수 있다면 더 빛을 발할 것이다. 재난 속에서 어떤 일상이 펼쳐지는지 사건들은 죽 이어지지만 극의 긴장감을 상승시킬 만큼 충분히 서로 연결돼 있지 않아서 에피소드가 반복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격앙되어가는 동희와 동민의 감정선에 이야기를 얹기보다는 각색 과정에서 극의 구조를 더욱 선명히 한다면 작품 전체가 탄력적으로 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연극 <블랙아웃>이 더 완성도 높은 좋은 공연으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극단 십년후에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 동화 원작을 각색해서인지 아이들의 시선으로 재난 속 세상의 변화를 그리고 있는데 연극에서는 아이의 시선에 사건들이 갇혀버리는 형국이 되어서 다른 인물군의 일상이 좀처럼 입체적으로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현재는 성인들이 보기에는 ‘아이들’이라는 인물의 시선에서 그린 사건의 톤이 애매하다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고, 그렇다고 아동청소년극으로 보이는 것도 아니다. 어른과 아이가 함께 볼 수 있는 연극을 만들려다가 공연의 성격이 모호하게 된 것은 아닐까. 동화라는 좋은 씨앗에서 출발한 연극인만큼 아동청소년 관객에게 초점을 맞춰보면 어떨까.
열 명 이상의 배우들이 이리 저리 마트로 우르르 몰려가는 상황을 다 함께 종종걸음 치며 이동하는 것으로 표현하거나 군중 속에서 두 명의 배우들만 움직이고 나머지는 멈추는 등의 표현은 재미있었다. 연극적인 표현 방법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불 꺼진 아파트 단지에서는 별빛을 볼 수 있다는 걸 표현하는 영상에도 여러 번 눈길이 가 닿았다. 전기가 끊긴 아수라장의 상황뿐만 아니라 전기가 없다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영상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극의 마지막에는 계절이 바뀌어 눈이 내린 한겨울이다. 슈퍼맨 옷을 입고서 쌀 포대를 되돌려주던 이웃 삼촌도 옷을 갈아입었다. 삼촌과 마주친 동민의 장바구니 안에는 그때처럼 또 햇반과 물이 들어 있다. 동민은 자라는 중이고 삼촌은 구직 중이다. 관객들은 ‘취직…?’이라며 뒷걸음질 치는 삼촌을 보며 웃었다. 악다구니를 쓰던 어른들은 마지막 장면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전기가 끊긴 후 동요하는 군중뿐만 아니라 어른과 아이들의 대비랄까, 그 갈등 또한 <블랙아웃>의 한 축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른들이 겪었던 혼란과 이기심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눈이 덮어버렸을까.
글 / 김혜진(공연비평가)
사진/ 극단 십년후
플리마켓(flea market), 벼룩시장은 오래된 물건이나 중고용품을 직접 사고파는 시장을 말합니다. 쓰지 않는 물건을 공원 등에 가지고 나와 매매나 교환 등을 하는 시민운동의 하나로 시작됐죠.
벼룩시장은 유럽 야시장에서 유래했습니다. 19세기 말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했는데(‘마르셰 오 뿌쎄’), 시장에는 일정한 자리를 할당받은 ‘정규 벼룩’과 ‘무허가 벼룩’이 섞여 있었습니다. ‘무허가 벼룩’들은 한쪽 귀퉁이에 물건을 내놓고 팔다가 경찰이 단속을 나오면 감쪽같이 없어졌고, 경찰이 가면 원래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이 모습이 벼룩이 튀는 것 같다고 해서 ‘벼룩시장’이라는 이름이 붙었다는 설이 있습니다. 또 프랑스어 ‘뿌셰(Puces)’가 ‘벼룩’이라는 뜻 외에 ‘암갈색’의 의미도 있어 암갈색의 오래된 가구나 골동품을 파는 데서 유래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혹자는 ‘벼룩이 들끓을 정도의 고물을 판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네요.
프랑스 외에 유럽 대륙에서 망명해 온 사람들이 모여 살기 시작한 영국 런던의 소호 지구도 노천 벼룩시장으로 유명합니다. 벼룩시장은 기존의 관광자원 외에 도시가 보여줄 수 있는 일상의 내면으로 인정받았고, 갖가지 물건들로 작지만 이색적인 세계를 만들어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 청계천8가 주변 시장에 삼지창(三枝槍)을 비롯해 호랑이 잡는 덫, 엿장수 가위, 요강, 족두리 같은 골동품에서부터 중고 전자제품에 이르기까지 없는 것이 없었습니다. 시장은 한국전쟁 후에 형성됐고, 벼룩시장, 개미시장, 만물시장 등으로 다양하게 불렸죠. 지금은 황학동과 동묘공원에서 옛 흔적을 만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벼룩시장은 중고품을 사고파는 형태의 플리마켓(flea market)과 직접 만든 창작물을 판매하는 프리마켓(free market)이 결합된 형태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출발은 홍대 앞이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문화행사 일환으로 첫 문을 열었고, ‘벼룩시장’과 ‘아트’가 결합한 ‘예술 벼룩시장’은 다른 지역으로 급속도로 퍼져 나갑니다. 이른 바 ‘아트 벼룩시장’은 중고품이 아닌 ‘아트’를 판매했습니다. 아트는 순수미술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수공예작품 모두를 포함하는 용어로, 직접 제작한 물건(작품)이면 누구나 그 물건(작품)을 판매할 수 있었습니다.
세종문화회관 예술정원에서 열리는 ‘예술시장 소소’는 올해로 5년째 열리고 있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의 신선한 아이디어와 열정의 만남’을 표방한 ‘소소’는 첫 해, 참여작가와 관람객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실험적인 미술가의 퍼포먼스, 싱어송라이터 연주, 야외영화상영회, 북 콘서트 등 공연과 예술, 문학이 어우러진 복합적인 문화예술축제로 운영됐으며 올해도 사전공모를 통해 선정된 95팀이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합니다. 독립출판물, 드로잉, 일러스트, 디자인 소품, 사진, 예술 아카이브 등 소소한 예술품을 주로 출품했다고 하네요.
시민들은 일상에서 예술을 만나고, 작품을 감상하고, 마음에 드는 물건을 구입할 수 있어서 만족합니다. 참여작가들은 “일반인들에게 작품을 직접 보여줄 기회가 없는데 이런 자리가 있어서 좋다”, “마주 앉아 얼굴을 마주보고 육성으로 소통하는 행위에 대해서 집중하고 싶었다”고 고백합니다. 소소시장이 특히 젊은 예술가들의 마음을 끄는 이유는 관람객들과 쉽게 소통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제주의 플리마켓은 이제 하나의 문화 아이콘이자 필수 여행코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제주 전역에서 열리는 플리마켓 중 상시 장터만 20여 곳이나 됩니다. 매주 토요일 세화포구에서 열리는 ‘벨롱장’은 길게 뻗어난 방파제를 따라 노천 장터가 형성됩니다.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마법 같은 장터가 펼쳐지죠. 제주어로 ‘멀리서 불빛이 반짝이는 모양’을 뜻하는 ‘벨롱’. 벨롱장이 서는 시간은 두 시간뿐입니다. 평소엔 갈매기들만이 날아다니는 조용한 방파제이지만 장이 서는 날에는 어디선가 몰려온 사람들로 북적거립니다. 날씨가 좋을수록 사람이 넘쳐나죠.
‘소랑장’과 ‘아라올레 지꺼진장’은 금요일에 장이 섭니다. 소랑장은 서귀포 법환포구 앞에 있는 제스토리 카페 2층에서 열리는데 실내 장터라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덕분에 사계절 내내 폐장 없이 운영되죠. ‘소랑’은 제주어로 ‘사랑’이라는 뜻이라고 하네요.
‘아라올레 지꺼진장’은 제주 농부들이 주축이 된 토박이 장터입니다. 땀 흘려 키운 제철 농산물을 함께 나누고자 시작한 직거래 장터로 기존의 시장에 플리마켓 개념을 도입하면서 풍성하고 재미난 시장으로 거듭났습니다. 친환경 농산물이 있는 농부장을 비롯해 먹거리장, 예술장 등 다양한 분야가 서로 어우러진다고 하네요. (한국관광공사 2016.9. 자세히보기 ▶ )
인천의 만국시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월 첫째 주 토요일, 아트플랫폼 일대에서 열리는 만국시장은 매달 주제가 바뀌는 색다른 플리마켓입니다. 지난해에는 예술창작, 나눔, 생활이 함께 어우러진 ‘별난마켓’, 각양각색의 개성을 가진 뮤지션을 만날 수 있는 ‘만국음악살롱’, 동네방네 자랑하고 싶은 영화를 상영하는 ‘별별극장’으로 진행했고, 올해는 마켓과 음악살롱으로 이어갑니다.
인천의 플리마켓은 다양한 문화가 뒤섞였던 개항장을 상징하는 대표공간인 자유공원의 옛 이름을 따 ‘만국시장’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중구 송학동에 위치한 현재의 자유공원은 1888년 ‘만국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문을 연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공원입니다. 인천의 개항과 함께 한국으로 건너온 외국인들의 향수를 달래기 위해 만들어졌죠.(경인일보. 2016.10.20. 자세히보기 ▶)
각국공원(1888), 서공원(1914), 만국공원(1945), 자유공원(1957)으로 이어진 공원 명칭의 변천사는 인천뿐만 아니라 한국 근현대사의 파노라마입니다. 개항의 현장으로 여전히 이국적인 근대풍경을 담고 있고, 근대 인천의 독립운동과 청년운동의 베이스캠프로도 인식됩니다. 전쟁과 분단의 그늘을 생생하게 증언하는 장소 역시 지금의 자유공원입니다.
‘만국시장’은 인천의 문화사와 경제사를 복원하는 키워드로서의 만국공원을 지역의 문화콘텐츠로 확장했다는 데에도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플리마켓의 확산을 온라인 중고거래와 연결 짓는 시각도 있습니다. 불경기와 불안정한 일자리 등으로 말미암아 온라인 중고물품 거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진행된다고 하네요. 적은 돈으로도 쓸 만한 물건을 구매하려는 수요층과 적은 돈이지만 경제적 보상을 원하는 공급층이 든든한 균형을 이루고 있습니다.
플리마켓 장터의 상업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시장이 성장하면 많은 셀러들이 참여를 원하는데, 단지 돈을 벌기 위한 목적의 셀러들도 모여듦으로써 순수성이 옅어져가는 경향을 보인다는 겁니다. 셀러들 간의 반목이나 호스트의 권력이 방문객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제주레저신문 2014.8.26. 자세히보기 ▶)
한국의 플리마켓은 중고거래라는 플리마켓 역사성에 충실한 형태라기보다 한국의 특성에 맞게 재해석한 기념품을 제작해 판매하는 아트마켓의 특성이 강합니다. 세상에 하나뿐인 수공예 작품, 실험적이고 대안적인 물건, 마음이 담긴 서비스를 소개하고 판매하죠. 슬로푸드, 욜로라이프, 히피문화 등의 삶의 방식도 이곳에서 공유됩니다. 그래서 플리마켓의 분위기는 리버럴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은 그 나라와 사회의 생활양식 이상을 확인할 수 있는 곳입니다. 다양한 사람과 물품의 만남을 넘어 문화와 예술이 즐거움과 가치의 이름으로 스며드는 자리, 앞으로 플리마켓이 어떻게 변화하고 진화할지 기대해봅니다.
글/ 이재은 뉴스큐레이터
행사일/ 2017.05.27~28(만국시장), 2017.05.26~30(디아스포라영화제)
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촬영,편집,구성/ 김유라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2014년 10월, 서울 시청 앞 잔디광장에서 첫 멍때리기 대회를 개최할 당시만 해도 이 대회가 몇 회를 더 개최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저 재미삼아 <제 1회 멍때리기 대회>라는 타이틀을 붙였을 뿐이었다. 그런데 올해까지 6번의 대회가 개최가 되었으니 앞날은 모를 일이다.
멍때리기 대회를 기획할 당시 나는 소위 ‘번 아웃(Burn out)’이라고 하는 소진증후근에 시달리고 있었다. 매일 나가던 작업실에서 붓을 들고 뭘 그려야 할지도 모른 채 허둥댔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정쩡하게 일상을 보내지 말고 차라리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어보기로 결심을 했다. 그러나 쉬기로 결심하기 전과 후에도 여전히 초조함과 불안감이 괴롭혔다. 쉬는 것도 제대로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던 여러 날 중 문득 이런 단어가 떠올랐다. “멍때리기 대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때리는 집단을 등장시키는 모습을 상상하니 묘한 흥분감이 생겼다.
멍때리기 대회는 그야말로 그렇게 멍 때리던 어느 날 머릿속에 불현듯 떠올랐다. 바쁜 도심 속에 한가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집단을 등장시키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목적이다. 바쁘게만 살고 있는 사람들을 조금은 약올리려는 생각과 멍때리는 집단과의 시각적 대조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대회를 다듬어 나갔고 현재의 멍때리기 대회가 완성이 되었다.
2014년도 첫 홍보물을 SNS에 개시하며 참가자들을 모집하기 시작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온라인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성황리에 첫 대회를 치르게 되었다.
그 해 겨울, 중국에 사는 텐텐이라는 분에게 메일한통을 받게 되었는데, 그녀는 이 대회를 북경에서 개최하고 싶다고 했다. 그들 역시도 고도성장을 하는 도시로 여느 바쁜 도시인의 삶과 다를 바 없었고 대회가 가진 의미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있었다. 그리고 첫 이메일을 주고받은 지 8개월 만에 China Newsweek와 Oh, Not Galley의 주관으로 <제 2회 북경 국제 멍때리기 대회>라는 이름으로 2015년 7월 북경시내 한복판에서 대회를 치뤘다.
북경대회의 경험을 통해 이 대회의 국제대회로의 가능성을 알게 되었고, 실제로 더 많은 나라의 여러 도시에서 매년 국제 대회를 개최하는 상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이후 2016년 봄까지 국내에서 조차 대회를 다시 개최할 수 있을지 조차 불투명했다. 몇몇의 공공기관에 제안서를 보내보았지만 다들 시큰둥한 반응이었다. 그러다 수원문화재단을 통해 겨우 <제 3회 국제 멍때리기 대회>를 치르게 되었고 곧바로 한강사업본부와 함께 한강 이촌 청보리밭 일대에서 <2016 한강 멍때리기 대회>를 개최할 수 있었다.
특히 <2016 한강 멍때리기 대회> 개최 이후 갖은 Vice magazine과의 인터뷰는 세계 다른 나라 네티즌들의 반응을 더 크게 끌어냈고 이후로도 여러 세계 유명 매체를 통해 보도가 되었다.( 자세히보기 ▶ )
이후 루마니아, 호주, 슬로바키아, 콜롬비아, 미국, 캐나다, 러시아, 독일, 프랑스, 카타르, 방콕, 대만 등등 여러 나라의 매체와 인터뷰를 하거나 대회 개최 의뢰를 물어오는 메일을 받았다. 그 중 가장 적극적으로 대회 개최를 원했던 곳은 루마니아의 수도 부크레슈티의 한 사업가의 제안이었는데, 제법 오랜 시간 공들여 제안서를 만들고 서로 스폰을 찾기 위해 대사관과 연락하거나 여서 기업들을 찾아보았지만 아쉽게도 개최할 여건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마침내 올 8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유럽에서의 <제 4회 국제 멍때리기 대회> 개최를 앞두고 있다. 작년 말 비영리 공공미술 단체인 FRANK Foundation의 Erwin Nederhoff씨의 제안으로 네덜란드 개최를 준비하게 되었는데 이 단체도 역시 비영리 단체이다보니 재원을 마련하는 길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인천문화재단의 국제교류 사업을 통해 사업비 일부를 충당하게 되면서 준비에 속도가 붙게 되었다.
멍때리기 대회는 몇 개의 층위로 이루어져 있다. 퍼포먼스이면서, 시각 예술이면서 스포츠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것이다.(자세히보기 ▶) 참가자들에게는 각자 자신의 직업을 대표하는 옷을 입고 오게 함으로써 그들이 모두 모였을 때 작은 도시로 보이게 계획했고, 참여자들의 멍때리는 모습은 단순히 대회 선수일 뿐 아니라, 대회 밖 바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향해 메시지를 던지는 퍼포머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공정한 경쟁을 통해 예술점수와 기술점수를 합쳐 우승자를 가리기까지 한다. 즉, 어떤 관점에 주목해서 이해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시각도 차이가 생기게 된다. 특히 FRANK Foundation은 실험적인 퍼포먼스로써의 가치와 대회가 가진 의미, 이렇게 두 개의 시선을 중심으로 멍때리기 대회를 이해하고 있다. 아직 대회 준비를 위해 갈 길이 멀지만, 유럽에서 이 대회가 어떻게 읽히고 받아들이게 될지 무척 궁금하고 설렌다. 이렇게 매년 세계 여러 도시에서 이 대회가 개최된다면 머지않아 전 세계가 멍 때릴 날도 오지 않을까 하는 상상을 다시 하게 된다. 물론 나는 점점 멍때릴 시간이 부족해지겠지만 말이다.
글/ 웁쓰양
사진제공/ 웁쓰양컴퍼니
웁쓰양은 <도시놀이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에서 예술과 결합된 소비없이 놀이할 수 있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올해는 일제강점기 한국 근대소설을 대표하는 명작 채만식의 『탁류』가 발표된지 80년이 된다. 채만식은 일제 식민지 시기의 자본주의의 여러 문제점을 사실적이고 세밀하게 그려낸 작가로 이름이 높다. 1937년 <조선일보>에 연재된 장편소설 『탁류』는 『태평천하』와 함께 채만식의 대표적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정초봉이라는 한 여인의 기구한 인생을 줄거리로 하는데, 이는 식민지 자본주의가 만들어 낸 슬프고 비참한 결과물이다. 군산 미두취인소 앞의 드잡이에서 시작하는 이 작품은 미두장을 둘러싼 투기와 은행자금의 횡령, 사문서 위조, 성적 문란, 사기결혼과 자식 매매, 살인 등 자본주의 일상 속의 인간들의 추한 욕망들이 숨막히게 그려져 있다. 하지만, 초봉으로 수렴되는 이런 인간의 욕망과 비극들을 바라보는 작가 채만식의 시선은 결코 동정적이거나 동조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냉철하고 담담하다.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이 작품은, 해방 후 1949년 민중서관에서 상하 두 책으로 발행된 책으로 판수를 헤아리면 3판에 해당한다. 우리 근대소설에서 몇몇 작가를 제외하면 초판 이상을 발행하는 것이 극히 드물었는데, 『탁류』는 세 번이나 다시 찍었다는 점에서,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갖춘 매우 ‘이례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글 / 함태영(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범진용은 지난 몇 년간 꿈을 기록하고 관찰하며, 그것을 일기로 재현하고 그림으로 각색해 왔다. 그는 꿈속의 다중적인 인물들과 관계가 모호하고 경계가 불분명한 서사들을 조립하거나, 일관성 없는 사건들을 나열하여 밑도 끝도 없이 연이어지는 서사의 연쇄들을 만들어낸다.
그의 최근 작업은 일상에서 만난 풍경들을 마음 속에 응축된 심리적인 에너지와 밀착시키고 환각적인 장면이나 꿈속의 풍경을 중첩하여 표현한 것이다. 따라서 실재하면서 부재한, 객관적이면서 주관적인, 현실도 꿈도 아닌 둘이 교차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직조된 풍경이 나타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진행할 작업들은 버려진 공원과 도시 하천을 무대로 하고 있다. 인적이 드문 산책로는 관리가 부족한 탓에 잡초들이 무성하게 ‘잘’ 자라있다. 방치되어 황량해진 공간과 공존하며 억척스럽게 질긴 생명력으로 성장해나가는 풀들이 온통 꿈틀대며 출렁이고 진동하는, 생이 가득한 풍경을 연출할 계획이다.
작가노트
황량한 장소에 꿈틀대며 일렁이는 풍경을 표현한 풀 시리즈는 버려진 공원, 도심하천 등이 배경이다. 사람들이 머물다 떠나가 버린 공간은 폐허가 되어, 녹슬고 기울어진 구조물 위에 잡풀들만 무성하다. 시간흐름에 따라 색과 모양을 바꾸며 자라나는 잡풀들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와 같다.
꿈을 기록하고 관찰하여, 꿈속의 다중적인 인물들과 관계가 모호하고 경계가 불분명한 서사들을 조립하거나, 일관성 없는 사건들을 나열하여 밑도 끝도 없이 연이어지는 서사의 연쇄들을 만드는 꿈 시리즈 두 개의 연작들은 분리되어 진행되기도 하고 서로 섞여 현실도 꿈도 아닌 둘이 교차되어 하나의 이야기로 직조되어지기도 한다.
[소식1] 트라이보울에서 문화로 놀자 “문화예술마당”
트라이보울 공연이 있는 주말 아트마켓 장터 열려
(재)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최진용)이 운영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 트라이보울의 야외광장에서 문화예술을 주제로 오는 6월 17일, 7월 15일, 8월 26일 ‘2017 트라이보울 문화예술마당’을 진행한다.
지난해 10월 지역 예술 활성화를 위한 공모사업<트라이볼 초이스-호구포 효자 호랑이 이야기> 야외 공연과 함께 아트마켓을 진행하여 시민들의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올해는 ‘트라이보울 문화예술마당’으로 확장하여 지역에서 활동하는 생활예술창작자와 미술작가, 시민들이 자유롭게 소통하고 교류하는 일상예술의 장을 연다.
지역의 예술 창작자들의 핸드메이드 공예, 드로잉, 인테리어 소품 등 창의적이고 다양한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아트마켓과 신진예술가들의 거리 공연이 트라이보울 야외광장에서 펼쳐진다. 특히 <작은 갤러리> 부스는 갤러리, 미술관까지 찾아가지 않아도 미술가들의 작품을 관람하고 착한 가격(30만 원 이하)으로 구매도 할 수 있다.
다채로운 행사들도 방문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인천가톨릭대학교 조형예술대학 학생회와 함께 하는 희망나무 만들기, 연수구지역아동센터연합회와 함께 하는 어린이 마켓 등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여 축제를 즐기고, 예술마당을 펼친다. 또한 목판화로 나만의 손수건 만들기 워크숍, 에이드·커피 시음, 캘리그라피, 페이스페인팅 등의 다양한 무료 체험프로그램도 준비되어 있다.
트라이보울 문화예술마당은 6월 17일, 7월 15일, 8월 26일, 토요일 오후 12시부터 6시까지 트라이보울 야외광장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행사일정 안내 및 공연 예약은 홈페이지( 자세히보기 ▶)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인천문화재단 공간문화팀
[소식2] 조각 콘테스트 ‘점핑 이얍! Jumping IAP!’ 작품공모인천아트플랫폼은 예술을 매개로 시민들과 보다 적극적으로 소통하고자 조각콘테스트 <점핑 이얍! Jumping IAP!> 작품 공모와 <개방형 창작공간 IAP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조각 콘테스트 <점핑 이얍! Jumping IAP!>의 작품 공모를 진행한다. 본 사업은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신진예술가에게 작품제작 및 발표의 기회를 마련해주고자 전국의 (만 39세 미만) 신진작가를 대상으로 진행한다.
<점핑 이얍! Jumping IAP!>은 인천아트플랫폼이 제공하는 볼트 · 너트를 주재료로 사용해 제작할 환경조각 또는 설치작품을 선발하는 조각 콘테스트이다. 이 볼트 · 너트는 2016년 진행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플랫폼 퍼블릭 아트 프로덕션’에서 기업 메세나 후원을 통해 (주)평산기공으로부터 기부받은 것이다.
본 공모는 오픈 형태의 프레젠테이션 심사방식을 도입해 전문가와 예술가, 공모 참여자가 모두 심사에 참여한다. 심사를 통해 총 3작의 제작 후보를 선정하며 1등상인 인천시장상에 한해 볼트너트를 활용한 실재 작품 설치의 기회를 준다. 작품제작 및 설치를 위해 작품제작비 700만원을 지원하고, 2등(대표이사상), 3등(관장상)은 각각 수상금 70, 30만원을 수여한다.
작품공모는 2017년 6월 5일(월) ~ 6월 14일(수), 18시까지 이메일을 통해 접수 가능하며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에서 신청서를 내려 받아 함께 제출하면 된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새로운 상징적 아이콘을 제작할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신진예술가들의 많은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점핑 이얍! Jumping IAP!>의 볼트너트 제공내역 및 설치 제안 장소, <개방형 창작공간 IAP 커뮤니티아트 프로젝트>의 진행 일정 등 자세한 내용은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자세히보기▶)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인천아트플랫폼
[소식3] 인천의 창조적 문화 가치를 찾아서
인천문화재단 「문화정책 논문 공모전」
도시 이미지를 구축함에 문화예술의 잠재적인 영향력은 무한하다. 지자체에서도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도시’를 꿈꾸지만, 창조적으로 문화예술의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천은 개항장·관문 도시로서의 개방성과 다양성, 다수의 역사문화유산, 168개의 섬으로 구성된 해양문화, 10개의 자치구별 특색 있는 지역 문화, 송도·청라 신도시 등 경제자유구역이 공존하는 도시이고 이러한 복합적 환경 속에서 인천이 가진 문화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인천시 역시 ‘문화주권’ 실현을 위해 시민들과 문화예술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문화재단은 이에 작금의 인천 문화정책의 점검해 보고 ‘문화 성시 인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개발 확립을 위한 『2017 문화정책 논문공모전』을 실시한다.
기존 논문 공모전의 경우, 상금 지급에 머물렀던 것에 반해 인천문화재단의 논문 공모는 선정 시 200만 원의 상금지원뿐 아니라 논문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가 콜로키엄을 진행하고, 여타 학술지에 게재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 예정이다. 또한, 목요문화포럼, 문화정책토론회 등 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토론회를 통해 정책 제안 발표 및 성과보고의 기회도 제공된다. 인천의 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므로 인천 시민 모두가 문화예술 감성을 꽃피울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제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