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지요 지긋지긋하게

대문짝만한 열쇠

200년도 더 된 집에서 살았다고? 아이고, 깜짝 놀란 나는 엘리자에게 되물었다.

“응, 잘 모르겠지만 1800년대 중반쯤…? 아빠의 아빠의 아빠가 샀을려나? ”

200년쯤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그녀는 무심하게 말한다. 200년… 우리 할머니가 여든다섯이니 할머니가 살아온 시간보다 두 배 이상 오래됐다. 30년마다 재건축 한다고 들썩거리는 한국 아파트를 얘기를 하면 그녀는 뭐라 할까?
엘리자와 나는 런던에서 학교를 같이 다녔다. 틈만 나면 그녀는 이탈리아의 집 사진을 보여주며 자랑을 하곤 했다.

“우리집은 세상에서 가장 예쁜곳이야. 나중에 승연을 꼭 데려가고 싶어.”

그런데 문제가 있다. 엘리자의 고향은 너무 예쁜데, 엘리자 표현에 따르면,  주변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러니까 ‘미들오브 노웨어(Middle of Nowhere)’다. 정말? 그럴 수가 있나?

엘리자의 집자랑을 2011년부터 장장 6년 넘게 듣다 얼마전 드디어 그녀의 집에 가게 됐다.
밀라노 공항에 내려 엘리자 집까지 가는 길은 차로 한 시간 거리다. 간질간질한 햇살을 맞으며 그녀 집으로 향한다. 차는 어느새 산길로 들어섰다. 길 밑으로 거대한 호수가 내려다 보인다. 사실 엘리자의 말을 듣기 전까지는 영락없이 바다인줄 알았다. 엄청나게 큰 호수다. 마조레 호수 (Lago Maggiore)다. 이탈리아 말로 ‘커다란 호수’란 뜻이다. 마조레 호수를 사이에 두고 북쪽은 스위스, 남쪽은 이탈리아다.

“우리 동네사람들은 아침이면 북쪽 스위스로 일하러 갔다가 오후가 되면 이탈리아 집으로 돌아와.”

엘리자 말로는, 스위스 사람들은 이탈리아 사람들을 싫어한다. 스위스에서 월급을 받아 상대적으로 물가가 저렴한 이탈리아에서 생활하니 배라도 아픈건가? 뭐, 두 나라간에 복잡한 신경전은 그들 사정이고, 나로선  매일 호수를 건너 스위스로 출근하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부러울 따름이다. 

해안도로 아닌 ‘호수도로’를 따라 산으로 올라가니 아기자기한 집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집 앞에 널린 빨래를 보니 새삼 이탈리아에 왔다는 게 실감난다. 런던의 색이 회색이나 벽돌색이고, 프랑스 낭트의 색이 하얀색 같은 무채색이라면 이곳은 노란색이거나 주황색이다.
엘리자 집은 구릉 위에 자리잡았다.

마을로 들어선 후에도 한참을 더 올라갔다. 노란색 삼층집이다. 햇빛에 바랜 노란색이 정겹다. 대문에는 ‘마니니(magnini)’라 쓰인 문패가 걸렸다. 고풍스러운 중세를 떠올리게 하는 글자체다. 집 앞에 도착은 했는데 웬걸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게 쉽지 않다

일단 문을 걸어 잠근 묵직한 철 막대기를 옆으로 밀어내야 했다. 다음에는 키덮개를 올리고
비밀번호를 누르는 게 아니라, 손바닥만한 열쇠를 큼직한 열쇠구멍에 넣는다. 이렇게 말하면 간단한 듯 보이지만 이게 간단한 일이 아니다. 일단 손으로 잘라 만든 듯한 열쇠는 투박하다. 한 마디로 열쇠구멍과 잘 안맞는다. 박물관에서나 보던 골동품이라 해도 이상할게 없다. 잘 돌아가지조차 않는 열쇠로 이리저리 낑낑거리며 문을 여는 엘리자를 보니 마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가는 문 앞에 서 있는 것 같다. 햇살이 너무 뜨겁다. 문은 계속 안열리고 땀은 계속 흐른다.
번호키를 누르고 바로 집안으로 들어가는게 익숙한 나로선 이 모든 상황이 어색하고 신기하다.

“아….이 열쇠가 아닌 것 같아.”

엘리자는 아빠에게 전화를 걸고, 엘리자를 바라보는 나는 엉뚱한 공상에 빠진다. 그래,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데 이 정도 노력은 해야겠지.
열쇠로 문을 열 수 없는 엘리자는 이내 문을 이리저리 흔들어댄다. 문이 덜컹덜컹 흔들렸다. 엘리자는 다시 열쇠를 구멍에 끼워넣는다. 끼기긱… 이리도 돌려보고 저리도 돌려본다. 시간이 얼마쯤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삐거걱… 드디어 열쇠가 돌아갔다. 드디어 문을 열 수 있게 되었다. 이탈리아 시골집의 요란한 환영식이다.

 

다른 시간

세상에나, 밖은 한낮인데 집안은 캄캄하다. 쿵쾅쿵쾅, 엘리자가 계단을 올라가 창문을 여니 환한 햇살이 집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이건 또 뭐람? 환한 햇살을 받은 집안은 따뜻한 고향집이 아니라 왠지 스산하다. 집을 너무 오래 비웠나? 어쩌면 우리 때문에 집이 방금 잠에서 깨어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계단을 오르내리며 부엌, 방, 거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신기하다. 방문은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잠긴다. 그럼 딱 갇히기 십상 아닌가? 집에서 누굴 가둬야만 했던 일이라도 있었나? 엄마가 외출할때 아이를 방에 두고 나가야 했나? 문이 왜 이래? 엘리자에게 묻자 그녀는 시큰둥하다. 무슨 그런 질문을 하냐는 듯. 그녀도 왜 안팎에서 잠기는지는 자기도 모르겠다고 한다. 바닥은 돌바닥이다. 바닥 역시 오래되고 낡아 반질반질하다. 벽의 칠은 벗겨졌다. 도대체 이집에선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나를 놀래킨 건 방문과 돌바닥뿐만이 아니다. 윗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옆, 방, 부엌과 거실 곳곳에는 인물 사진이 가득하다. 딱 미술관에 걸린 초상화 같은 포즈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게 아니라 노려보는 것 같다.
집에 무슨 초상화가 이렇게 많담? 집안 곳곳에서 그들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나는 깜짝 놀라 갑자기 몸이 자꾸 움츠러들었다. 이 사람들이 다 누구야? 엘리자에게 물었다.

“아하하. 웃기지. 나도 몰라. 아마 여기 살았던 친척이겠지. 가끔 보면서 나도 놀래. ”

엘리자도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웃는다. 수녀복을 입은 여자, 드레스와 정장을 입은 커플. 빛바랜 아기 얼굴…
이들은 웃고 있는데 나는 뭔가 스산한 기분이다. 온 집안이 모르는 사람들 사진으로 가득하다니… 누군지 기억도 못하는 사람들 사진, 그러니까 초상화 같은 사진을 걸어 놓은 것도 신기한데 이걸 지금까지 치우지 않고 내버려둔 건 더 신기하다. 부엌에 가니 더 놀랍다. 할아버지의 아버지쯤이 쓰지 않았을까 싶은 숫가락, 나이프까지 모든게 다 그대로 있다. 엘리자는 부엌에서 ‘달걀 스탠드’를 보더니, 어이없다는 말한다.

“아이고, 이게 아직도 있네!” 

난 가족들이 일부러 고히 물건을 간직해온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다. 모든 물건이 옛날 그대로 다 남아있는 모습이 과거 이 집에 살았던  사람들이 돌아와 다시 살기 시작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것 같다. 난 마치 박물관에 온 마냥 사진을 이것저것 찍었다.

“승연, 여기로 내려와봐!”

갑자기 엘리자가  뒤뜰에서 나를 불렀다. 빛바랜 노란색 벽에 달린 수도꼭지에서 물이 콸콸콸 쏟아진다.

 “마셔봐. 산에서 흘러온 물이야”

혹 배앓이라도 하지 않을까 싶어 머뭇거리는데 엘리자는 괜찮다며 자꾸 권한다. 서울 아파트에서만 살았던 나는 산에서 흘러온 물을 먹는 게 낯설었다. 

한 모금 샘물을 넘겨본다. 얼음물 같다. 수도꼭지 양쪽엔 백년도 더 되보이는 국자가 걸렸다. 사진 찍기엔 예쁘지만 좀 쓸쓸하다. 녹이 슨 채 같은 자리에 걸려있던 국자를 보니 좀 처량하다. 좀 전까진 오래된 물건이 여지껏 남아있는게 신기하고 부러웠는데 지금은 그냥 버려진듯 그 자리에 남아 있는게 아닌가 싶어 좀 씁쓸하다.
밤이 되니 졸졸졸 물 흐르는 소리가 더욱 가깝게 들린다. 몇년이 됬을지도 모르는 커다란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니 내가 도대체 어디에 와있나 싶다. 엊그제까지는 베를린에 있었는데 어느새 비행기를 타고 밀라노에 왔다. 그리고 차를 타고 한시간, 이름 모를 작은 마을에 와 200여년 된 집, 그리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 사진이 걸린 방에 덩그러니 누웠다. 낮에는 집안의 가구와 식기를 보며 시간이 멈춘 곳 같았는데, 이렇게 물소리를 듣고 있으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다행이다. 여기서도 시간이 흐르긴 흐르고 있다.

 

노 비지니스 월드

런던에서 엘리자가 수없이 말한 그대로다. 참 예쁜 동네다. 집앞 골목에 피어난 꽃, 오래된 집, 넓은 호수, 저 멀리 보이는 산에서부터 심지어 마당의 작은 벌레까지 너무 예쁘다. 집 바로 앞에 호수가 있고 이곳에선 언제든지 사람들에게 부대끼지 않고 수영을 한다. 방에서 창문을 열면 하늘, 호수, 산이 넘실거린다. 집에는 방이 열 개쯤 있다. 방마다 고가구가 가득하다. 집이 너무 오래되어 페인트칠이 벗겨지고 여기저기 수리를 해야하는것만 빼면  참 고풍스럽다. 한국 같으면 어땠을까? 200여년간 집을 팔지 않고 계속 자식들이 물려받아 관리하는게 가능했을까? 집을 개조해 다르게 쓰거나, 팔거나, 아니면 게스트하우스 같은 식으로 사용하진 않았을까? 여기서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집을 다른 방식으로 쓸 수 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이집을 처음 산 엘리자 아빠의 아빠의 아빠가 쓰던 물건이 그대로 남아있고 그들 사진까지 그대로 걸려있다. 그렇게 200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낡은 벽을 살피던 엘리자가 말한다. 

“벽이 많이 낡았지? 우리 삼촌이 내년에 다시 칠한다고 했어. 벽이 바뀌면 다시 한번 놀러와”

그런데 왜 이게 일년식이나 걸린담? 한국같으면 하루이틀이면 끝날텐데…

“어휴, 아니야 아니야! 벽을 다시 칠하는게 얼마나 복잡한데…벽의 문양 있잖아? 삼촌이 직접 만들었어. 모든 재료를 여기까지 가져 오고, 또 칠해야 하잖아. 어휴, 생각만해도 힘드네… 아마 내년 여름에 또 고치지 않을까 싶은데… 내년엔 뭐 다 끝나겠지?” 

휴우, 그렇구나. 모든게 이런식이다. 이탈리아 시골에선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 모든게 천천히 이루어진다. 불편하게 살고 느리게 산다. 와이파이가 없으면 핸드폰 인터넷을 쓰면 되고, 난방이 안되면 겨울엔 사용하지 않으면 괜찮다고 한다. 냉장고가 없으면 차가운 샘물에 과일을 담가둔다. 먹을만큼 장을 봐서 그때그때 요리하면 된다고 말한다. 나는 답답하다. 동네엔 수퍼 한 개, 미용실 한 개, 그리고 동네 카페 한 개가 전부다. 다른 가게가 하나둘씩 더 생길법도 한데 사람들은 필요성을 못 느낀다. 나는 잘 모르겠다. 200년 된 집에서 인터넷, 냉장고 없이 샘물을 떠다 먹는 생활. 집안에는 오랜 친척들이 쓴 물건이 그대로 남아있다. 그들은 더이상 이 세상 사람들이 아니다. 한편 여름마다 이곳에 와 집을 고치고 사는 삶이 낭만적이면서 여유로와 보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왜 엘리자가 밀라노에서 대학을 졸업 후 왜 그렇게 런던으로 오고 싶어했는지, 런던에서 살고 싶어 했는지 이해가 된다.  그녀에게 물었다. 엘리자, 근데 넌 여기서 살고 싶진 않아?

“아니. 여기서 살 순 없지. 내가 여기서 뭘 하겠어. 하하하. 정말 눈물 날 정도로 난 우리집이 좋아. 아름다운 곳이야. 그치만 여기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아. 내가 할일이 아무것도 없어.”

미스테리다. 그렇게 좋은데 여기서 왜 일을 만들어 보지 않을까? 요즘 한국에서 유행이 되어버린 마을 살리기 같은 공동체 사업이 여기선 필요가 없나? 사람들은 동네슈퍼에서 장을 보고 집을 가꾸고 집앞 호수에서 수영을 하며 오래전부터 살아온 방식 그대로 살아갈 뿐이다. 그렇게 몇백년을 묵묵히 살았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겠지… 변하지 않아도 즐거워 보인다.
의심도 든다. 정말인가? 내가 본게 전부일까? 궁금한게 아직 많다. 내년에 다시 한번 와야겠다.

 

글, 사진 / 이승연

클릿슈즈를 신고 북악스카이를 달리는 꿈을 꾸는 여자. 나는 사라져도 내 이야기가 이야기로 남는다면? 나는 이런 상상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서울 및 런던, 독일에서 활동 중이며 개인활동 외 영국 작가 알렉산더 어거스투스와 함께 ‘더 바이트백 무브먼트’ 라는 이름의 아티스트 듀오로도 활동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국제교류프로그램인 베를린 zk/u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했다.
(웹사이트 바로가기▶)




장서영

장서영은 텍스트를 이용한 영상, 이 영상과 연결되는 입체 작품을 통해 ‘존재감’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주로 사회 구조 안에서 ‘(존재하지만) 없는 것처럼 취급되는 것’ ‘비가시적이기에 무효화되는 것’들의 존재 형태와 형식에 주목한다. 고유한 실체와는 무관하게 외부 조건에 의해서 존재의 양과 형태가 다르게 측정되고,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애매하게 진동하는 주체들을 다룬다. 그녀의 작품은 ‘있음을 없으므로’, 또 ‘없음은 있음’으로 전환시키며 사회적 인식과 인정, 사회적 가시성과 관계한다. 입주 기간에는 예술가의 작품 생산의 의미를 사회 안에서의 생산성이라는 개념과 연결지어 탐구해보고자 한다. 노동하지 않는, 따라서 사회에서 비가시적인 신체에 대한 탐구가 주를 이룬다. 사회의 구성요소이지만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회를 구성하지는 않는, 있지만 없는 신체가 간신히 존재하는 형식과 형태에 대해 작업하고 있다.

Circle, 싱글채널영상, 8분, 2017

Keep Calm and Wait, 싱글채널영상, 루프, 2017

Until Your Name is Called, 싱글채널영상, 26분 23초, 2017

블랙홀바디, 영상설치, 혼합매체, 가변크기(영상10분), 2016

이름없는병, 2채널영상, 루프, 2016

통증이 발현되는 순간 신체는 감각의 폐쇄회로 같은 것이 된다. 바깥 세계의 일들은 차단되고 오로지 신체 내의 통증만이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통증의 언어는 개인의 신체 안에서만 유효한 것이라서 신체 밖으로 말해질 수 없고 타인과 나눠질 수도 없다. 온갖 매체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전달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얇아지기도 하고) 있지만 통증/고통/아픔/병 만큼은 공유되거나 전달될 수 없는 폐쇄적인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 영상은 육체로부터 탈출하는 ‘나’의 이야기다. 텍스트가 써지고 지워지면서 병든 몸에 갇힌 ‘나’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영상 안에서 육체는 입고 벗을 수 있는 의상으로 표현된다. 이 의상들은 ‘나’를 구속함과 동시에 특정 모양의 행위를 유도한다. (장서영 작가노트 중)

납작한 세계의 구체, 영상설치, 가변크기(영상5분), 2016

레아는 누구인가?, 싱글채널영상, 3분30초, 2015

영원히 반복해서 익사하는 곰 이야기, 싱글채널영상_16분, 2013

북극곰 역할을 맡은 배우가 병풍 뒤에서 걸어 나와 어떻게 자신이 매번의 삶에서 익사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각각의 삶에는 그가 알지 못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준수했어야 하는 어떤 규칙들이 있었다. 그는 주어진 기준을 만족하게 하지 못했고 그 벌로써 매번 익사했다. 배우가 대사를 틀리거나 특정 규칙을 위반하면 경고음이 울리고, 배우는 이야기 속의 북극곰과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배우는 벌로써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 한다. (장서영 작가노트 중)

 

작가노트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조건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불안하고 애매한 것들에 관심이 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정받지 못해서 없는 취급 받는 것들, 바깥으로부터의 인식 없이는 끝없이 비가시적인 것들,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 방식과 형태를 영상과 입체로 만든다. 텍스트, 나레이션, 움직이는 신체(의 특정 동작), 규칙과 조건 등이 작업 재료로 주로 쓰인다. 최근 작업은 사회에서 비가시적인 신체와, 그 신체가 속한 시간에 대한 것이었다. 생산 라인에 서지 못하는 신체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기다림으로 소비하는 시간, 시간 바깥의 시간, 어떤 것이 끝나고 나서 다음 시작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비어있는 시간을 원, 나선, 거울, 모니터 표면, 버퍼링, 병풍 등의 요소로 표현하였다. 특정 목적에 사용되지 않는 나머지 시간에 대해서 더 작업해보고자 한다. 나는 양감을 가진 것보다는 그것의 나머지 영역, 혹은 구멍 같은 것에 더 관심이 있다. 있다고 말하기도 그렇다고 없다기도 말하기도 모호한 상태를 포착해서 잘 표현하는 것이 작업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작가정보 자세히 보기

[8기 장서영 개인전]
《블랙홀 바디 Black Hole Body》
– 전시장소 : CR Colle-ctive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120 일심빌딩 2층)
– 전시기간 : 2017.09.05(화) – 10.12(목)
– 관람시간 : 12:00 – 18:00 / 일,월요일, 10.03(화) – 10.06(금) 휴관
-자세한 전시 정보 : 자세히 보러가기 ▶




소개합니다.

[소식1] 하림의 여행일기
인천시민문화대학 <하늬바람>특강

‘길은 어디에도 없어 누군가 먼저 간 흔적이 있을 뿐야
나는 나의 길을 가자 내 발자국 그 흔적들은 지워 진다.’
-하림 <푸른 낙타>중에서.

 
여행, 소박하게 떠나는, 때로는 혼자, 때로는 소중한 누군가와 함께하는 여행 속에서
우리는 다시금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됩니다.
잠시의 일탈이 주는 소중한 경험.

하림은 말합니다.
세계로 떠난 여행 속에서 사람이 그리 대단치 않은 존재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보다 현재가 더 중요하다고.

이제는 작업실로 향하는 발걸음도 그에겐 여행이라고 말합니다.
그가 예술을 통해 기록한 여행일기를 통해
우리도 잠시나마 일상에서의 여행 그리고 일상으로의 여행을 떠날 수 있지 않을까요?

·  강연명 : “하림의 여행일기”(Hareem’s travel diary)
·  강연일시 : 2017년 9월 22일(금) 저녁 8시
·  강연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
·  강연자 : 하림(싱어송라이터)
                 – 가수, 싱어송라이터, 공연 기획자, 제3세계 음악 연주자
                 – 현)EBS FM “일요음악여행 – 세계음악, 하림입니다” 진행자
                 – 주요 공연 : ‘하림의 아프리카 오버랜드’, ‘하림과 집시앤피쉬오케스트라-집시의 테이블’
·  강연내용 : 삶에 안주하지 않고 음유시인처럼 세계를 여행하고 다양한 악기를 배우고 연주해 온 하림에게 ‘일상의 의미’, ‘여행의                     의미’, ‘배움의 의미’등을 그의 음악과 함께 듣는 특별한 시간.
·  문의 : 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 032-455-7176, 7174

문화교육팀

 

[소식2] 모든 것이 가능한 누구나 기획자가 되는 우주인 프로젝트

누구나 기획자가 되는 우주인 프로젝트의 우주인을 모집합니다.
생활문화의 폭넓은 기획으로 기발하고 재치있는 상상력을 더한 기획을 찾고 있습니다.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생활문화에 대한 질문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짜여진 판이 아닌 정말로 나에게 도움이 되는 기획을 할 수는 없을까?’
‘우리가 TED 해볼까?’
‘가로수에 더 예쁜 꽃이 있다면?’
‘중앙선을 밤에도 잘 보이는 형광색으로 바꾼다면?’
‘인천 버스도 ’타요버스’처럼 재미있게 바꿀 수 없을까?’
‘인천의 ’수요미식회’를 열어본다면?’
‘유치원생들이 촬영한 사진으로 전시회를 열어본다면?’
‘우리가 캠페인을 열어본다면?’

가끔은 너무 엉뚱해서 기획서를 내밀 용기조차 없고,
전문가가 아닌 나를 받아 줄까 하는 의구심이 들고 있지만
함께하는 시민들의 삶의 만족과
생활의 예술화, 예술의 생활화를 위해 같이 나아갈 마음이 있다면,

무엇이든지
누구든지
전 부

환영합니다!

· 문의 032-760-1032

생활문화팀

 

[소식3] 우리가 만드는 청년문화정책
청년문화정책 오픈 컨퍼런스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오는 9월 23일 오픈컨퍼런스 “우리가 만드는 청년문화정책”을 통해 인천 청년문화의 의제를 발굴하는 자리가 열립니다. 민-관 협력 문화정책 네트워크 ‘인천문화포럼 청년문화분과’가 기획한 이번 행사는 인천 청년들이 한자리에 모여 현실에서 마주한 문화예술 분야의 문제나 고민들을 논의하고 해결책에 대해 논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됩니다.

이번 오픈컨퍼런스 “우리가 만드는 청년문화정책”은 인천 지역 청년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인천의 문화예술 발전 방향에 대해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오픈마이크’, 인천지역 문화예술 의제를 심도 깊게 토론하는 ‘주제별 논의 테이블’ 등의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모든 진행은 똑똑도서관 김승수 관장이 맡아 행사를 이끌어 갑니다.

인천문화포럼 청년문화분과는 지난 5월 출범 이후 3달간의 기획회의를 통해 “청정지대(청년문화정책 지금 대안을 만들다)”라는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으며, 이번 오픈컨퍼런스 행사를 기점으로 인천청년포럼, 의제별 분과활동 등을 진행할 계획에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지속적으로 인천청년들의 문화예술과 관련된 문제를 논의하고 다듬어 정책으로 인천시에 제안할 예정입니다.

행사는 9월 23일(토) 오후 3시부터 인천아트플랫폼 C동에서 진행되며 인천 청년문화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가 가능합니다. 청년 문화예술 현장의 의견이 실효성 있는 정책으로 반영될 수 있는 기회이자, 제도권 밖 문화사각지대에서 어려움을 겪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이번 오픈컨퍼런스에 많은 참석 바랍니다. 오픈컨퍼런스 참여자 사전 신청은(사전신청 바로가기▶)에서 가능합니다.

인천문화포럼 청년분과

 

[소식4] 2017년 하반기 강화역사 아카데미


(재)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최진용) 강화역사문화센터에서 인천시민들을 대상으로 ‘2017년 하반기 강화역사 아카데미’를 개최합니다.
검단선사박물관(관장:김성호)과 공동으로 마련한 이번 강의는 10월 24일부터 11월 28일까지 6차례 동안 검단선사박물관 1층 2전시실에서 매주 화요일 저녁 7시부터 9시까지 진행됩니다.
“강화와 전쟁”라는 주제아래 「병자호란, 자초한 전쟁인가?」(우경섭 인하대 교수), 「고려말 왜구와 강화」(이형우 인천대 교수), 「몽골은 왜 강화도를 공격하지 못했나」(윤용혁 공주대 교수), 「개성부원록으로 본 병인양요」(임용한 KJ&M 인문경영연구원 대표), 「운요오호 사건과 강화도조약」(이영호 인하대 교수), 「한국전쟁과 강화지역 유격대의 활동」(박동찬 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연구원)으로 구성되었으며, 주제별로 국내 최고 전문가가 강연합니다.

무료로 진행되며 인천시민이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습니다. 9월 11일(월)부터 홈페이지와 전화를 통해 선착순 70명을 모집합니다.

– 검단선사박물관 홈페이지(홈페이지 바로가기▶)
– 문의 : 032-440-6796

강화역사문화센터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인천 남구 온마을학교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아프리카 속담이라는 이 말은 한 아이가 온전하게 성장하도록 돌보고 가르치는 일은 한 가정만의 책임이 아니며, 이웃을 비롯한 지역사회 또한 관심과 애정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한 말이다. 농경사회였던 과거에는 마을의 이웃끼리 두레나 품앗이를 통해 서로의 일을 도우면서 자연스레 서로의 가정과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함께 돌보는 것이 가능했다. 하지만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사람들의 생활모습이 각기 달라졌고, 이웃의 개념 또한 변했다. 한 마을이 정으로 끈끈하게 뭉치던 과거와는 다르게 현대 도시에서는 이웃끼리의 교류도 극히 드물어졌다. 한 동네에 사는 사람들끼리 얼굴을 마주할 시간조차 부족한 사회에서 마을의 아이들을 서로 돌봐주고 관심을 갖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진 것이다. 또한 대가족이 한 집에 모여 함께 살던 전통적인 가족의 형태에서는 가족구성원 내에서 아이들을 돌보고 교육하는 것이 가능했지만, 핵가족이 보편화되고 맞벌이 부부가 많아지면서 혼자 남겨지는 아이들도 많아졌다. 자연스레 아이들에게 선생님이 되고 학교가 되었던 가정과 마을이 시대의 변화로 인해 그 모습을 잃은 셈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을학교를 만들려는 노력이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정과 학교로 한정되었던 교육의 주체를 지역사회로 확대하여 지역 주민들이 직접 지역의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인천 남구에서는 2년째 <남구온마을학교> 사업을 통해 마을이 함께 마을 아이들을 길러내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지자체와 교육청(학교), 그리고 마을 주민이 연계하여 운영하는 이 사업에는 남구 전역의 33개 마을학교가 참여하여 35개의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남구에서는 다양한 주체가 다양한 교육내용과 관점을 가지고 마을의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만큼 아이들이 다양성을 포용하는 성인으로 자라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지난 8월 5일 <남구온마을학교>의 프로그램 중 ‘생태숲환경교실’과 ‘사랑팡만들기’ 프로그램을 방문했다. ‘생태숲환경교실’은 인천환경운동연합에서 운영하는 수업으로, 수봉공원에서 20명의 아이들을 데리고 생태탐사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올 여름 가장 더운 날, 초등학교 2, 3학년으로 구성된 스무 명의 아이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잠자리채를 들고 숲속을 누비고 있었다. 숲 해설가로 활동하며 프로그램의 강사를 맡은 김도연 씨는 ‘이전에는 인천환경운동연합 소속 회원들의 자녀들을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생태탐사 소모임을 운영했는데, 남구온마을학교 수업을 통해 더 많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어 좋다.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임에도 주변에 어떤 나무가 있고, 어떤 곤충이 살고 있고, 계절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알지 못한 채로 아이들이 성장하는 것이 안타까웠는데, 온마을학교를 통해 마을의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다’고 말하며 ‘더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사업비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 예산이 부족하여 프로그램을 짧게 진행하고, 더 많은 아이들을 모을 수 없는 것이 아쉽다.’고 <남구온마을학교>에 더 바라는 점을 밝혔다.

‘생태숲환경교실’에 아이를 보내고 있다는 학부모 천미정 씨는 “학교나 학원만 가기 때문에 뛰어놀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밀폐된 공간이 아닌 야외에서 수업하는 것을 아이가 굉장히 좋아한다. 곤충을 무서워하던 아이가 집에 와서 매미를 잡은 이야기를 하면서 수컷 매미와 암컷 매미의 차이점을 설명하더라. 평상시 가족들과 수봉공원을 찾았을 때는 산책만 하고 흙놀이만 조금 하는 것이 전부였는데, 수업을 들은 이후에는 가족들에게 직접 곤충들에 대해 설명을 한다. 직접 손으로 매미를 잡더니 작은 매미는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주어야 한다고 말하는 모습에 가족들이 모두 놀랐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을 실감했다. 유익한 프로그램인데 너무 짧게 구성되어 아쉽다. 상반기에는 신청자가 많아 참여하지 못했는데, 하반기에 참여하게 되었다. 이러한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회적 협동조합 ‘사랑팡’에서도 역시 온마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방과후학교 또는 동아리를 통해 청소년들에게 진로체험과 봉사체험을 제공했던 ‘사랑팡’의 이기욱 강사는 더 많은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남구온마을학교>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다. 중, 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수업시간에 만든 빵과 쿠키를 지역의 보육원에 보내고 있다. 학생들이 지역의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진로를 체험하고, 이것이 봉사활동으로 이어지며 지역사회에 또 다시 기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사랑팡 만들기’에 참여하는 노상우 학생은 “온마을학교에 참여하기 전까지는 학교를 가지 않는 주말 시간에는 시간을 허비하는 느낌이 컸다. 하지만 주말에 온마을학교에 나와 제과제빵을 배우고, 봉사활동도 할 수 있어 뿌듯하다. 빵을 만드는 기술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빵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마무리하는 과정을 모두 함께 경험하며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하지만 수업을 듣고 있는 남구청소년수련관에는 제과제빵을 위한 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어있지 않아 아쉽다. 더 좋은 시설이 생긴다면 수업이 진행되지 않는 날도 매일 나오고 싶다.”고 말했다.

물론 온마을학교도 개선해야 할 한계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온마을학교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은 여타 사회문화예술교육이나 방과후학교 등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들과 큰 차별점을 가지고 있지 않다. 사업의 본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온마을학교만이 가지는 변별성에 주목하고 그를 특화해야 한다. 온마을학교가 가지는 가장 큰 특징은 여타 공모사업과는 달리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주체를 단체나 기관으로 한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조직한 동아리까지로 확대한 것이다. 멀리서 전문가를 섭외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기술을 전달하는 데에 목적을 두는 게 아니라, 이웃의 평범한 어른들이 각자 자신이 가진 특기와 재능을 살려 삶의 지혜를 전수한다.

실제로 올해 온마을학교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인 ‘그림으로 만나는 마을여행’을 기획하고 운영 중인 ‘독서치료연구회’는 교육프로그램을 통해 독서치료를 알게 된 마을의 주민들이 스스로 동아리를 조직하여 지속적인 학습모임을 가지고, 교육의 수혜자였던 그들이 새로운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여 아이들의 교사가 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의 공모가 별도로 운영되는 것이 아니라 단체나 기관과 같은 기준으로 심사에 오르기 때문에 전체 35개 프로그램 중 4개의 프로그램만이 주민참여형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이 사업비 정산과 같은 행정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도 하다.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일반 주민들을 마을강사로 육성할 수 있는 별도의 양성과정을 마련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가정과 학교의 돌봄이 부족한 아이들을 마을이 돌본다는 본래 취지와는 다르게, 프로그램들이 입소문을 타고 큰 인기를 얻으면서 소위 말하는 ‘치맛바람’을 일으키는데 일조할 수도 있다는 위험을 안고 있다.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선착순 접수를 받고 있어 실제로 일부 프로그램은 빠른 시간 안에 접수가 마감되고 수많은 대기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정보력이 뛰어난 학부모들이 발 빠르게 나서야만 수혜를 선점할 수 있다는 점은 사업의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마을의 모든 아이들이 온마을학교의 수업을 들을 수 있도록 온마을학교를 확대하고, 마을의 돌봄이 더 많이 필요한 아이들을 찾아 교육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도록 연계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더 필요하다.

몇 가지 아쉬운 부분은 있지만, <남구온마을학교>는 존 듀이의 ‘경험중심 교육과정’과 일리치의 ‘학습망’을 실현한다는 점에서 현재 공교육이 가지고 있는 한계를 보완하고 있다. 경험중심 교육과정에서는 지역사회를 교수학습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것을 강조하는데, 학생들이 경험을 통해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유용한 지식을 획득할 수 있도록, 교재보다는 생활을, 지식보다는 행동을 중시하는 것이다. 학교 안에서 교과서를 통해 지식을 획득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에서 실생활을 경험하고 사회적 활동을 하며 성장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남구온마을학교>는 학교 교실에서 빠져나와 자연 속에서 또는 삶의 현장에서 살아가고 있는 지역의 어른들을 만나고, 직접 생활을 경험하는 경험중심 교육과정 그 자체이다.
또한 일리치는 학교교육이 지니는 병폐를 완화하기 위해 학습망을 만들어 배우기를 원하는 사람은 언제든지 교육적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기 원하는 사람에게는 언제든지 이를 제공해줄 수 있도록 하여 언제든 필요한 것을 가르치고 배울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구온마을학교>는 주민참여형 프로그램을 열어두어 전문 강사가 아니더라도 주민들이 스스로 가진 재능과 특기를 살려 마을의 아이들을 교육할 수 있도록 하며, 지역사회 안의 수많은 삶의 터전을 학습의 공간으로 만들고 마을교육공동체를 형성함으로써 ‘학습망’을 조직하고 있다.

<남구온마을학교>는 교육혁신지구사업으로 운영 된 만큼 중구, 계양구, 부평구에서도 이를 벤치마킹한 마을학교 사업을 구상중이라고 한다. 인천 전역에 마을학교가 번져 온 마을이 마을의 아이들을 길러내는 모습이 실현되기를 기대해본다. <남구온마을학교>에서 진행 중인 프로그램들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남구온마을교육공동체> 홈페이지 ( 바로가기 ▶ )에서 확인할 수 있다.

 

글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김진아
사진 / <남구온마을학교> 제공




인천의 공연장을 찾아서

문화공작소 세움 유세움 대표 인터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만날지 고민하는 중이에요”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공연콘텐츠 강화, 공연장과 예술단체의 교류 활성화, 지역 우수 공연프로그램 향유 기회 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2011년 문화공동체로 출발한 문화공작소 세움은 본 사업에 2년째 참여중인 부평아트센터의 상주단체로 국악과 양악 분야의 아티스트와 함께 공연예불 분야를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주요 공연으로는 <태평성대가 여기로구나!>, <아곡은 여곡헐제, 여곡은 아곡허니>, <환타지아(煥打之我)> 등이 있으며, 음악공연 뿐만 아니라 시각예술분야와 문화예술 연구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다양한 활동들 때문인지, 유세움 대표와 인터뷰를 하고 난 후에도 문화공작소 세움이 어떠한 단체인지 쉽사리 정의내릴 수 없었다. 이는 세움이 하는 활동들이 잡다한 것이어서가 아니라 ‘입체적’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호기심이 들었다. ‘무엇’을 보여줄지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만날지’에 대한 세움의 고민이 다양한 스펙트럼의 예술 작품으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세움은 앞으로의 행보가 무척 기대되는 상주단체였다. 유세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상주단체로 참여하고 계신다. 문화공작소 세움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문화공작소 세움은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예술단체입니다. 처음에는 음악을 기반으로 시작했다가, 최근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예술 장르들을 포괄하고 있어요. 대중예술보다는 순수예술, 기초예술에 중점을 두되 좀 더 콘텐츠화해서 제작하고 활동하는 단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공연예술 뿐만이 아니라 연구 역시도 같이하고 있죠. 연구라는 게, 사실 거창한 것은 아닙니다만 토속음악을 수집하고, 그걸 바탕으로 재창작하고 있습니다.

Q) <인천 리와인드&리버스>와 같은 프로젝트가 말씀하신 연구의 일환인 거 같다.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한 궁금증, 호기심, 이런 것들로부터 시작된 프로젝트가 <인천 리와인드&리버스>에요. 예를 들어, 많이 알려진 강원도 민요, 남도 민요, 경기도 민요처럼 “내가 알고 있는 인천의 음악은 뭐가 있지?”라고 자문해봤는데, 하나도 없는 거예요. 있어도 한 두 개 정도? 하지만 인천에 살았던 사람들이 생활하며 불렀던 노래들이 없을 리 만무하고 훨씬 더 풍부한 소스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토속 음악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싶어서 바로 실천에 옮겼어요. 그런데, 음악은 표현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시각예술은 눈으로 보면 확실하게 다가오는데 말이죠. 그래서 핸드 레코더랑 캠코더를 같이 챙겨나갔어요. 섬을 돌아다니면서 구슬 채록을 하고, 책과 영상을 만들었죠. 그 결과물로 앨범을 냈어요. 하나는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부르셨던 원본 소스이고 나머지는 그걸 재창작한 작품이에요. 얼마 전에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다시 뵐려고 백령도와 연평도를 간 적이 있는데, 몇몇 분들이 돌아가셨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그 토속 음악의 마지막 채집자가 된 거죠. 이렇게 계속 활동하다보니 2014년부터 지금까지 섬을 왕복한 횟수만 40회가 넘어요.

Q) 재밌는 에피소드가 많을 것 같다.
한 번은 연평도에서 일주일정도 발이 묶인 적이 있어요. 그러던 중 어촌 계장님께 나가야된다고 했더니, 어선을 타고 가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밤 10시 정도에 어선을 타고 연안부두까지 왔던 적이 있어요. 재밌는 건 그 다음부터에요. 얼마 뒤 백령도를 가려고 다시 인천항여객터미널을 찾았는데 해양경찰분들이 오시더니 조서를 써야한다는 거예요. 제가 이전에 연평도에 들어간 기록은 있는데 나온 기록이 없다는 거죠. 사실 이전에 어선을 타고 들어왔을 때, 수산물공판장으로 들어왔거든요. 따지고 보면 밀항이 된 거죠. (웃음)

Q) <신나는 예술여행>이라는 프로젝트도 있는 거로 알고 있다.
이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하는 주관처 사업인데, 쉽게 말하면 관객들을 발굴하는 거예요. 예를 들어 소외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이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수 있게, 세움뿐만이 아니라 다른 팀들을 모듈링해서 좋은 작품들을 들고 찾아가는 거죠. 저희는 바닷소리 바람노래라는 주제를 갖고 활동하고 있는데, 작년에는 탈북자들이 교육을 받는 하나원이란 기관에서 뮤지컬, 연극, 음악 등의 공연을 했어요. 올해는 서해 5도를 돌아다니고 있어요. 서해 5도가 소청, 연평, 대청, 백령, 우도거든요. 근데 아마 우도는 잘 들어보지 못하셨을 거예요. 민간인 통제구역이거든요. 거기엔 군인들 60명 정도만 살아요. 그분들도 문화활동을 할 수 있도록 공연을 하고 오는 거예요.

Q) 관객을 발굴한다, 라는 표현이 신선하다.
사실 <신나는 예술여행> 때문에 여러 가지 고민들을 하고 있어요. 문화소외지역에서는 사람들이 예술을 되게 수동적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요. 사람들이 원하는 문화예술들은 다양한데, 담당자의 취향이 더 많이 반영되는 거죠. 예를 들어서, 소외지역 사람들이 영화나 연극을 좋아하는데 담당자가 음악을 좋아해서 공연을 올리면, 이 사람들은 그냥 그걸 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지금은 너무 일방향적인 소통만 되고 있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예술을 선택할 기회를 우리가 제한하는 건 아닌가하는 미안한 생각이 들어요. 아직 구상에 그치기는 하지만, 그래서 천막극장이나 유랑극단 같은 걸 생각하고 있어요. 천막을 치고 몇 주 정도 동안 다양한 공연프로그램을 열댓 개를 펼쳐놓는 거죠. 거기에 영화, 연극, 교육, 음악, 심지어는 트로트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놓는 거예요. 앞으로는 이런 예술활동을 해야 될 것 같아요.

Q) 9월 2일에 <토끼전>을 공연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어떤 공연인지 소개 부탁드린다.
<토끼전>은 극공작소 마방진에 있는 배우들과 세움에 있는 아티스트들, 그리고 음악감독 들이 모여서 만들고 있는 일종의 음악극이에요. 음악도 일반화된 것들 보다는 세움 색깔이 배여있는 음악으로 약간 색다르게 구성하고 있어요. 저희가 인천에서 활동을 하고 있지만 전국단위의 활동을 할 수 있는 킬러콘텐츠를 만드는 게 주요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게 <토끼전>이에요. <토끼전>이 재밌는 게, 대부분의 우화들은 선악관계라든가 갈등관계라는 게 다 있잖아요. 근데, <토끼전>에는 그런 게 모호해요. 누가 나쁜 놈인지 잘 모르겠다는 거죠. 사실 별주부도 나쁜 놈이죠. 용왕의 하수인으로 와서 토끼 간을 빼먹으려는 거잖아요. 토끼도 그 위기를 모면하려고 거짓말을 하고 말이죠. 그래서 토끼의 지혜에 초점을 맞추고 다른 캐릭터들을 풍자적으로 그렸어요. 용왕이 별주부에게 토끼 간을 빼오면 장관 자리를 주겠다고 하거나, 악어, 문어, 돌고래 등이, 우리나라로 따지면 국회의원 같은 사람들로 나와요. 예를 들어 ‘토끼’를 잡아 오라고 하는데, ‘도끼’를 잡아오거나 하는 식이죠. 욕망에 눈이 먼 자라의 모습, 블로장생을 원하는 통치자의 모습, 그런 위기를 모면해가는 소시민의 모습을 풍자와 해악을 통해 표현하고 싶었어요.

Q) 소속 아티스트들은 누가 있는가?
우선, 최근 <사물광대>가 소속 아티스트로 들어와서 내년 사업을 준비하고 있어요. <사물공대>의 경우에는 저희 선생님뻘 되는 팀이에요. 멤버변경 한번 없이 창단 30주년을 맞이했죠. 사물놀이의 역사 같은 분들로, 전통음악의 오리지날리티를 강조하는 팀이죠. 그리고 <SE:UM>과 같은 팀은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다양한 음악장르들을 접목시켜 활동하고 있어요. 국악과 재즈가 갖고 있는 즉흥연주를 기반으로 했죠. 단순히 동떨어져 있는 것들을 묶는 게 아니라, 그 음악이 갖고 있는 색채들을 자연스럽게 풀어내 연주하는 거죠. 주변에서 유로피안 사운드의 느낌이 난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SE:UM>이 강렬한 사운드들을 모아서 시너지를 만드는 팀이라고 한다면, <G:on>같은 경우에는 <SE:UM>이 갖고 있는 무거운 것들에서 좀 벗어난 음악을 하는 팀이에요. 원래 초창기에는 <다나루>라는 팀이 있었는데, 그게 발전해 전략적으로 구성된 팀이 <G:on>이라고 보면 되요. 이 팀이 추구하는 건 이지 리스닝, 쉽게 말해 힐링음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래서 <SE:UM>에는 러닝타임이 7~8분짜리인 대곡들이 많다면, <G:on>같은 경우엔 3~5분짜리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음악이 많아요.

Q) 음악을 기본적인 베이스로 하지만, 비주얼적인 작업에도 무척 신경을 쓰시는 것 같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가.
훌륭한 작품이나 아트워크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이걸 소개하고 표현하는데 좀 어려움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예술단체들한테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면 아마 이러한 부분이지 않을까 해요. 좋은 작품들인데 포장을 잘 못해서 세일즈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굉장히 많으니까요. 저는 세움의 콘텐츠를 대외적으로 많이 알리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요. 이전에 2014년 <태평성대가 여기로구나!>를 지나고 <환타지아(煥打之我)>의 포스터작업을 하면서 그런 욕심이 생겼어요. 저희 세움이 갖고 있는 아이덴티티를 2~30초 안에 표현할 수 있는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죠. 어떤 사람이 세움이 어떤 단체인지 물었을 때 바로 우리를 표현할 수 있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거죠.

Q) 음악을 하는 팀에서 비주얼 작업까지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어렵지만, 그 어려운 일을 계속 고민해야하는 게 창의적인 작업을 하는 사람들의 일이라고 생각해요. 공연을 준비하기에도 바쁜 상황에서 그런 작업을 할 여유가 없는 게 사실이죠. 그런데 여유를 찾기 보다는 그 안에서 계속 할 일을 해내야한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사실 저한테도 해당되는 말일수도 있는데, 후배들을 만나면 이런 말을 하곤 해요. 비용이, 시간이, 여유가 없다고 말하는 건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죠. 조건이 충족치 않은 상황에서도 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거예요. 또 충분히 여유가 있을 땐 더 잘할 수 있는 거고요. 기말고사를 생각해보세요. 보통 시험 1~2주전에 벼락치기로 준비하잖아요. 학기말에 기말고사가 있다는 건 누구나 아는데, 그러면서도 준비를 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러면서 시간이 없다고, 큰일 났다고 그러잖아요. 좀 길게 보고 우리가 필요한 do it 리스트를 잘 만들어가는 것들이 중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Q) 작년에 이어 올해도 공연장 부평아트센터와 함께하고 계신다. 상주단체로서 공연장에 대해 느끼는 특색이나 장점은 무엇인가?
일단 저는 부평아트센터를 이전부터 원하고 있었어요. 인천에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는 기반이 가장 잘 갖춰져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무대, 조명, 음악 감독님들과의 협업도 굉장히 잘 이루어지죠. 또 공연장 시스템과 같이 하드웨어적인 부분들도 상당히 마음에 들어요. 아마 인천지역에서는 이만한 공연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와서 콘텐츠도 많이 만들고 관객개발도 많이 했어요. 최근에는 내년도 사업을 좀 협의하고 있어요. <G:on>이 갖고 있는 동화 같은 음악들이 있는데, 아트센터에서 저희가 앨범을 만들고 종합사회복지곤이나 보건소 등과 협력해서 다문화, 한부모, 차상위와 같은 계층들이 자신의 아이들을 데리고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보려고 해요. 여태까지의 노력들을 통해 세움의 아티스트들이 어느 정도 자생력을 가지게 되었으니, 문화적 복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려는 거예요.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공연을 못 보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런 것들을 지역과의 연계 속에서 해결해야 된다는 생각을 하는 거죠. 이렇게 지역, 공연장, 예술단체, 관객들의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게 공연장상주단체지원사업이라고 생각하고, 그 안에서 상주단체가 해야 할 몫이 있는 것 같아요. 저희 세움은 이 지원 사업에 참여한 게 2년째에요. 사실 거의 새로 진입했다고 봐도 무방한데, 이 사업 안에서 예술단체가 갖고 있어야할 철학이 바로 이런 게 아닌가 깨닫고 있어요.

Q) 앞으로의 계획과 함께, 공연을 관람하러 올 시민들께 한 마디 부탁드린다.
최근 UAE에 계속 사업을 전개하고 있고, 아프리카 투어나 말레이시아 투어도 준비하고 있어요. 문화예술은 정세에 따라 영향을 많이 받아요. 때에 따라서는 공연중단이나 취소와 같이 타격을 받는 경우도 있죠. 이런 것들을 극복하기 위해서 시장을 좀 다른 시각으로 보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국시장도 마찬가지에요. 유니크한 사업들이 필요하죠. 이런 것들을 고민하고 있어요. 무언가를 풀어내는 것들은 이제 알겠는데, 언제 어디서 어떻게 누구와 만날 것인가에 대해 아직까지도 물음표가 계속 달리고 있어요. 세움은 올해가 전환기인 것 같아요. 공연을 관람하러 올 시민 분들에게 우리가 잡다한 게 아니라 다양한 것들을 한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저희 예술 하나하나가 완성도 있게 구축되었을 때, 시민 분들도 세움이 정말 다양하고 입체적으로 문화예술을 하고 있구나, 라고 생각해주실 거라고 봐요. 무조건 잘 봐달라고 말하기보다는, 시민 분들과 저희가 함께 생각들을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하고 싶어요.

 

글, 인터뷰 정리/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박치영




인천시티발레단 <장화신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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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일 : 8월18일(금)~19일(토)
장소/ 인천중구문화회관
사진/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민경찬




동네방네 아지트 위크-시가 있는 작은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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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일 : 8월22일~25일
장소/ 인천 강화 국자와 주걱 외
사진/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민경찬




2017 트라이보울 재즈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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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일 : 8월25일~27일
장소/ 트라이보울
사진/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민경찬




섬마을 밴드 음악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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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명 : 섬마을 밴드 음악축제
일자 : 8월 26일
장소 : 대이작도 해양생태관 야외광장
사진 : 김시훈 / 사진작가




권력을 제압하는 무술

제5회 인천독립영화제 “오래 달리기”

제5회 인천독립영화제에서 만난 한 작품의 제목처럼, 오늘날의 세계화 시대는 진화를 거듭하고 있는 듯하다(물론 <세계화 시대의 진화>(2016)에서 ‘진화’는 주인공의 이름이다). 지난해, 한국을 공포에 도가니로 물들였던 <곡성>(2016)의 제작사는 ‘폭스 코리아’였으며, 조선총독부를 다이너마이트로 폭파하기 위해 비장한 각오를 다졌던 <밀정>(2016)의 제작사는 ‘유니버셜 코리아’였다. 그리고 봉준호 감독의 <옥자>(2017)는 ‘넷플릭스’를 통해 제작되어 웹을 통해 전 세계에 유통되었다. 자본이 제시하는 환상은 날이 갈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그러나 다행히도 거기에 담기는 민중의 집단적 열망 역시도 여전히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듯하다. 최근 우리는 몇 번이고 반복해서 이러한 이미지들의 뭉치를 보았다. <덩케르크>(2017), <군함도>(2017), <택시운전사>(2017), <혹성탈출: 종의 전쟁>(2017)과 같은 ‘탈출서사’가 그것이다. 이는 ‘상품경제’ 안에서의 부족한 해방이지만, 분명 민중이 꿈꾸는 유토피아가 배어있다.

그러나 이러한 탈출서사를 구성하기 위해 무엇이 승인되고 있으며, 무엇이 거절당하고 있는가는 좀 더 살펴볼 문제다. 가령, <덩케르크>와 <혹성탈출>은 제외한다 하더라도, <군함도>와 <택시운전사>는 매우 아이러니한 박스오피스 통계치를 그리고 있다. 이 두 영화는 가르는 경계는 무엇인가? 이는 매우 긴 단락들을 필요로 하지만, 표면적으로 그것은 두 가지로 요약되는 것 같다. 하나는 혀를 내두를 정도의 비정상적인 상영관 독점이며, 다른 하나는 스펙터클의 문제이다. 전자는 영화산업의 민낯을 까발린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후자의 예후는 좋지 못하다. 민중의 에너지는 언제까지 ‘이념’에 묶여있어야만 할까? <군함도>가 국뽕과 친일 사이를 오간다는 이 모순적인 결합이 아마 우리가 처한 세태일 게다. 이걸 확정하는 건, 역시 <택시운전사>이다. 이 둘의 차이는 희망과 분노의 차이, 더 정확히는 팔리지 않는 상품과 팔리는 상품의 차이이다. 슬로모션기법에 의한 적나라한 고통의 전시는 ‘분노’라는 교환가치를 충족시키지만, 여기서 희망은 희망 없는 자들의 몫이 되지 못한다. <택시운전사>에서 광주는 이미 결말이 나버린 과거이다. <혹성탈출>을 본 사람들 중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몇몇이 가장 먼저 꺼내는 말은 “지루하다”인데, 이 점은 스펙터클의 가장 큰 무기가 ‘전쟁’이기보다는 ‘죽음’(민족의 그 숭고한 죽음)이라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듯하다. <군함도>의 식민시기, <택시운전사>의 군부독재시기, 그리고 현재의 정치경제적 유사성은 여전히 주목받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가 탈출해야할 현재의 조건 역시도 대체로 불투명한 상태에 놓여있다.

서두가 길었던 것 같다. 이렇게 블록버스터급 영화, 소위 말해 ‘상업영화’들을 참조하고 글을 시작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독립영화에서의 ‘독립’이 의미하는 바가 다소 모호하기 때문이다. 독립영화는 무엇으로부터 독립된/되려하는 영화인가? 독립영화를 상업영화에 대한 ‘카운터 시네마’로 위치시키면서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너무 손쉬운 해결책이다. 무엇보다 ‘자본 없는 영화’라는 전제 자체가 가능한 것인지 의심스럽다. 1998년 한국독립협회 창립식에서의 선언 역시도 그렇게 말하고 있지 않다. 

독립영화의 ‘독립’이란 흔히 말하듯 검열을 거부하고 자본을 적게 쓰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립은 ‘그 무엇을 위한’ 일일 때 그 의미가 완성된다. 화려하고 기름진 화면보다는 치열하고 정직한 장면들로 새로운 영상언어를 만들기 위해, 우린 상투적 영화공식에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한 사람의 인권, 소수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우린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 – 1998. 9. 18. 한국독립영화협회 창립식에서 독립영화인 일동

위 글에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독립이 “그 무엇을 위한” 일, 보다 구체적으로는 “한 사람의 인권, 소수의 자유”를 위한 일이라는 점이며, 그것을 완성해내기 위해서 독립영화가 “상투적 영화공식”과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한다는 것이다. 즉, 독립영화는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본에 대해 정당하게 우리의 몫을 주장하고, 자본의 꿈에 배어있는 민중의 유토피아를 자신의 양분으로 삼는다. 무엇보다 승리자의 개선행렬에 동참하면서 파국을 이미 지나간 것으로 제시하는 상투적인 영화공식, 즉 스펙터클에 저항한다. 그럼으로써 독립영화는 억압받은 자들의 관점에서 오늘날 예외상태가 상례가 되었음을 폭로한다(벤야민). <군함도>의 노동착취와 <택시운전사>의 백색테러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자, 이제 제5회 인천독립영화제에서 만났던 독립영화들을 살펴보자.

 

파국의 알레고리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2016)는 이번 영화제에서 만난 작품들 중 아마도 가장 예쁘면서 동시에 가장 답답한 영화가 될 것 같다. 영화는 경북 영해의 한 시골 마을을 배경으로 평범한 고등학생 정호(류성록)의 이야기를 다룬다. 카메라는 시종일관 서정적인 이미지들을 제시한다. 아련한 때깔을 머금은 논 풍경과 그곳을 미끄러져 달리는 자전거, 창문 사이로 노을이 드는 교실풍경과 그 속의 소년소녀, 해질녘 부둣가에 서있는 소년과 그의 등 너머로 보이는 광활한 수평선 같은 것 말이다. 이 이미지들은 일종의 클리셰이다. 일본의 청춘물과 아니메를 즐겨보는 사람들에게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는 굉장히 친숙하게 다가올 것이다. 이러한 친숙함 속에서 영화가 이끌어가는 서사 역시도 그것 이상을 하지 않는다. 예컨대 정호는 은희(지우)를 짝사랑하지만, 그 소녀의 옆에는 이미 진규(이서원)이라는 멋진 소년이 있다. 이를테면, 청춘물의 흔한 삼각관계 같은 것 말이다. 그러나 우리가 주목해야할 것 역시도 바로 이 영화가 일본의 청춘물과 아니메를 참조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윤태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어린 시절 자신이 수첩에 적어놓았던 일본의 아니메 가사를 자주 꺼내보았다고 한다. 영화의 제목인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는 1995년 안노 히데아키에 의해 연출되었으며 일본 TV도쿄를 통해 인기리에 방영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오프닝곡 ‘잔혹한 천사의 테제’에 나오는 가사이다. <에반게리온>은 아포칼립스 이후의 세기말적 테마와 그 안에서 파국을 마주하는 자폐적인 성격의 소년을 그리고 있다. 자세히 파고들 수는 없지만, 우선 <에반게리온>의 열풍이 일본을 ‘폐허’ 상태로 전락시켰던 당시 버블경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점과 이러한 현상이 단지 일본에 한정된 것만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해보자. 예컨대, 한국에서 일본 대중문화가 개방된 것은 1998년 ‘21세기 새로운 한일 파트너십 공동선언’에 이르러서이지만, 한국은 그 이전부터도 이미 은밀한 통로를 통해 일본의 대중문화를 흡수하고 있었다. 그리고 1998년은 한국이 IMF외환위기를 맞닥뜨렸을 때이기도 하다. 최윤태 감독은 ‘어린 시절’ 보았던 <에반게리온>의 파국을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를 통해 현재로 소환한다.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가 답답한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영화는 정호의 유일한 친구인 형국(조성하)의 가족이 서울로 ‘야반도주’를 하면서 일어나는 곤란한 상황을 묘사한다. 정호는 이해할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린다. 그러나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이 사건이 무엇인지 말하지 않는다. 민정(문수형)의 엄마는 빚쟁이들에게 시달리고, 국어선생은 자살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버지는 정호에게 관심이 없고, 어머니는 부재중이다. 정호는 홀로 파국을 맞닥뜨리는 중이다. 이 사건이 정호가 형국이 어디 있는지를 말하지 않아서 생긴 게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하자. 형국이 서울로 떠난다고 말했을 때, 정호는 왜 그래야하냐고 물었다. 정호가 받은 답은 “요즘 상황이 그렇잖아”라는 모호한 것이었다. 정호는 거대하고 이해할 수 없는 파국 속에 놓여있다. <가슴의 문을 두드려도>는 파국을 바라보는 시점 숏이다.

한편, <기쁜 우리 젊은 밤>(2017)은 좀 더 직설적이다. 잔심부름센터의 라이더(김희), 연극 배우를 꿈꾸는 대리기사(김해나), 자동기계 안마기를 설명하는 영업사원(권오성)은 오늘날 한국을 살아가는 보통의 청춘들이다. 그래서 이들은 ‘이름’이 없다. <기쁜 우리 젊은 밤>은 하나의 ‘접촉사고’를 중심으로 이들을 묶는다. 사건의 전말은 다음과 같다. 말단 영업사원이 접대자리에서 술에 취한 거래처 상사를 집까지 모셔다드리라는 중대한 임무를 맡는다. 그 상사는 술에 취하면 가위바위보를 시키고 이긴 순서대로 과장, 차장, 사원을 결정한다. 대리기사가 호출되어 그들을 태우고 길을 나선다. 그러나 골목길에서 라이더가 모는 오토바이와 ‘접촉사고’가 난다. 라이더, 대리기사, 영업사원이 합의를 보려하지만 서로의 책임을 물으면서 합의가 불발된다. 그때 차에서 상사가 내린다. “가위바위보 해!”라고 소리치고는 차를 타고 떠난다. 라이더, 대리기사, 영업사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그 뒤를 쫓는다. 앞서 달리는 권력자는 ‘술에 취해 있고’, 그 뒤를 따르는 이들은 서로의 책임을 묻기에 바쁘다. 후에 이어지는 암전. “끼이익!”소리와 함께 자동차 전복사고가 일어난다. 한국의 근현대사를 단숨에 요약하는 파국의 알레고리.

 

파국의 기원
왜 안마기 영업사원이 ‘자동기계’가 되었는지 물어야할 것 같다. 자그마한 노력으로는 도저히 컨베이어벨트에 브레이크를 잡을 수 없는 시대 속에서, 우리는 자동기계처럼 살고 있으니까 말이다. <순환소수>(2017)는 ‘도박’에 문제 걸고 있지만, 실상 우리가 자동기계가 된 이유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듯하다. 영화는 한 가족의 삶을 보여준다. 엄마 란희(이란희)는 가족을 떠나 망향 휴게소에서 설거지 일을 한다. 현정(윤서형)은 치킨집에서 오토바이 배달을 하며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 고등학생 현웅(김사무엘)은 친구들과 스포츠 도박으로 한탕을 치려고 궁리중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건 란희의 노동, 현정의 취업, 현웅의 도박이 정확히 같은 계열처럼 보인다는 사실이다. 그들의 얼굴은 하나같이 잿빛이다. 란희는 창가에 기대 담배를 태우고, 현정은 짜증이 나있는 상태다. 무리하게 배팅을 건 도박에서 진 현웅은 울기 일보 직전이다. 그들은 지쳐있다.

얼핏 보면 도박, 취업, 노동은 무관한 것, 심지어는 완전히 대칭점에 있는 것처럼 보일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러나 도박에서의 한탕 한탕이 매번 그 이전과 이후의 판과 무관한 것처럼, 기계를 조작하는 노동자의 노동 역시도 똑같은 동작을 반복할 뿐, 매번 그 이전과 이후의 노동과는 관련이 없다(벤야민). 쉽게 말해 도박과 노동 둘 모두 작업의 내용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취업도 마찬가지다. 매순간의 구직활동은 성공하지 못하면 아무런 내용도 갖지 못한다. 성공 후에도 기다리는 건 노동이다. 그래서 도박, 취업, 노동 모두 마치 순환소수처럼 일정한 패턴으로 무한히 반복된다. 순환소수는 예를 들어, ‘0.57575757…’처럼 소수점 아래의 숫자가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것을 말한다. <기쁜 우리 젊은 밤>에서 술에 취한 권력이 매번 과장, 차장, 사원의 직급을 손쉽게 가위바위보 게임으로 재편할 수 있는 것처럼, 노동의 내용을 결정하는 건 생산관계를 재편하는 자들의 몫이지 순환하는 소수들의 몫이 아니다. 취업난 때문에 현정은 지방직 공무원 시험을 보기 원하고, 그것에 성공한다면 현정은 란희처럼 지방으로 떠날 것이다. 현웅은 영화의 마지막에 와서 현정이 했던 오토바이 배달 일을 물려받는다. 만약 ‘0’이 자본주의와의 조우라는 시작점을 찍는다면, 에이젠슈타인의 <파업>(1925)을 상기시키는 <군함도>의 노동착취는 그 안에서 순환하는 ‘57’ 중 하나일 것이다. ‘군함도’는 란희가 묶여있는 ‘망향 휴게소’와 무관치 않다.

 

파국에서 벗어나기
<밀정>에서 그리는 독립운동의 목표는 다이너마이트를 식민지 조선 내부로 가지고 들어와 조선총독부를 폭파시키는 것이었다. 우리 모두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순환소수’ 속 삶을 살고 있다면, 우리는 그 반복의 고리를 끊어 버려야할 것 같다. 5와 7 또는 7과 5 사이에 다이너마이트를 설치하기. 혹은 0을 폭파하기. <무방향버스>(2017)가 지시하는 게 바로 그 지점일까? 표면적으로 보면, <무방향버스>는 갑자기 사라진 엄마를 찾으려는 가족의 고투를 그리는 추리극 같다. 적어도 주인공을 따라 엄마가 사라진 ‘이유’를 탐색하는 한에서는 그렇다. 그러나 이것은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이다. 엄마의 외상장부를 찾아낸 주인공은 엄마가 외상값을 받아내려 떠났다고 생각하고 장부에 적힌 사람들을 찾아간다. 여기서 주인공이 얻는 건 욕지거리밖에 없다. 그보다는 엄마가 사라진 곳이 어디인지를 묻는 게 더 낫다. 빈 손으로 돌아온 후 주인공은 장부 속에서 이상한 숫자들을 발견한다. 무작위로 쓰여진 버스의 고유번호들. 그렇게 찾아간 버스회사에서 주인공은 이상한 소리를 듣는다. 엄마가 ‘무방향버스’를 타고 떠났다는 것. 류인서의 시 <봄, 무방향버스>에는 이를 다음과 같이 쓴다. “저만 아는 노선들을 외상 장부처럼 품고 돌보지 않는 언덕 넘고픈, 달달한 악몽의 향기 가득한 길 / 당신도 나도 아직 가보지 않은 방향이어서 하마터면 방황하는 근원이라 부를 뻔했다” 버스는 종점과 종점 사이를 반복 운행한다. <무방향버스>는 여기에 “없음의 방향”을 추가하자고 말한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버스 회사를 찾아 ‘도나스’를 팔았던 엄마와 매일 같은 시간 같은 길을 오가던 버스가 사라진 곳, 우리가 갖고 있던 기존의 ‘노선도’에 그곳은 표시되어 있지 않다.

혹, <세계화 시대의 진화>(2016)와 <야간근무>(2017)는 계속 같은 노선도만을 그리고 있는 게 아닐까? 이주노동자여성과 결혼이주여성의 억압받는 삶은 디아스포라영화의 단골 메뉴이다. 물론, 억압적인 정치경제적 질서가 계속되는 세상 속에서 이러한 문제제기는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만약 영화의 힘이 다른 삶의 가능성을 ‘시뮬레이션’해보는데 있는 것이라면, <세계화 시대의 진화>와 <야간근무>는 기존의 디아스포라영화에서 몇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과장이긴 하지만, 고통의 전시는 때때로 위안부의 기억을 꺼내오는 <군함도>의 황당한 플래시백이나 극사실적으로 죽음을 묘사하는 <택시운전사>의 슬로모션처럼 상품으로 전락하곤 한다. 상업영화가 환상으로 비약하면서 억압받은 자들을 이용해 먹는 동안, 몇몇의 다른 영화들은 <기쁜 우리 젊은 밤>의 대리기사처럼 “예술은 독립운동 같아요.”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 옆에 탄 사람은 이미 잠들어 있다. 차라리 때에 따라서는 <여자답게 싸워라>(2017)처럼 ‘백초크’를 걸어버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그래, 한판 붙어보자고!” <여자답게 싸워라>에서 윤영은 단순히 ‘남성’과만 싸우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녀가 싸우는 대상은 갑질의 멜로디가 반복되는 전화기, 수동적인 여성상, 무엇보다 고시원의 어둡고 비좁은 공간 그 자체다. <여자답게 싸워라>의 고시원 복도를 통과하는 핸드핼드 쇼트에서 <악녀>(2017)의 도입부 시퀀스를 떠올리게 되는 건 우연이 아니다. 비폭력담론이라는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기 전에, 이 두 영화가 보여주는 해방적 제스처가 무엇인지를 먼저 이야기해보자. <악녀>는 여성의 투쟁을 가시화하지만, 이는 전적으로 ‘조선족’을 괴물로 부각시키는 황당무계한 스펙터클이다. 반면, <여자답게 싸워라>는 이러한 스펙터클에서 민중들이 꿈꾸는 열망만을 정수로 취한다. 그럼으로써 ‘여성’이 처한 제반 사회문화적 조건들을 탐색하고, 시종일관 전복의 기회를 노린다. 주짓수는 약자가 강자를 이길 수 있는 무술이라고 한다. 권력으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는 독립영화가 하고 있는 게 정확히 이러한 무술이지 않을까?

 

글/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박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