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정책동향

<인천시 주요사업>

국립해양박물관 건립 숙원 이뤄지나
인천시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 자문위원회의 평가에 따른 결과로, 이르면 다음 달부터 예타 조사를 받는다. 해양박물관 건립사업은 2023년까지 인천 월미도 갑문매립지에 총면적 2만2천588㎡, 4층 규모로 시설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 디자인 결정
인천 송도국제도시 내에 건립되는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의 디자인이 결정됐다. 국립세계문자박물관은 전 세계 문자 자료를 수집·전시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연수구 송도동 센트럴파크 내 부지 1만9천418㎡에 총면적 1만5천650㎡ 규모로 들어선다. 2021년 개관되며, 사업비로 총 705억 원이 투입된다.
↳ 국립세계문자박물관 건립 국제설계공모 당선작 선정

올해 안에 인천시 새 캐릭터 탄생
인천시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인천의 상징물을 캐릭터로 만드는 디자인 개발을 진행한다. 디자인 작업 대상이 되는 후보는 인천을 상징하는 새, 점박이 물범, 등대이다.

차질빚는 인천 ‘세종학당 유치’
해외 한국어 보급을 총괄하는 세종학당 국내 거점을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설립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고 있다. 내년 정부 예산안에 세종학당 관련 사업비를 반영해 달라는 인천시 요구가 담기지 않았다.

인천시 ‘문화시설 유치’ 힘겹다
국립 박물관과 문화시설 유치에 잇따라 뛰어든 인천시가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다른 지역과의 경쟁 혹은 더딘 속도로 좀처럼 결과물을 받아들지 못하는 형편이다.
↳ 국립한국문학관 ‘인천 유치’ 어려울 듯
그동안 부지 선정 문제를 놓고 논란을 빚어 온 국립한국문학관 유치 사업이 이르면 이달 말 윤곽을 드러낸다.
  ↳ “국립문학관 인천유치 못해도 동급 시설 자체 육성
  국립한국문학관 인천 유치가 사실상 어렵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인천시는 막판 반전을 노리는 동시에 인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한국근대문학관을 ‘국립’에 준하는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이다.

인천의 순수예술 제물포로 총집합
다양한 장르별 순수 예술가들이 참가하는 인천의 대표적 예술제인 ‘제35회 제물포예술제’가 6일동안 인천문화예술회관 소·중·대 전시실에서 개최된다.

인천의 노래’ 새롭게 탄생하다!
인천시는 가치재창조 선도사업을 통해 경인방송과 함께 ‘300만 인천시민과 함께 만드는 인천의 노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 섬마을 주민들이 주인공인 밴드음악축제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은 8월 26일 오후 5시 30분 대이작도 해양생태관 야외무대에서 ‘섬마을 밴드 음악축제’를 연다고 알렸다.
↳ 섬마을 음악 동호인들이 만드는 음악축제 열린다.

유정복 인천시장, 문화재단 직원과 대화시간 가져
유정복 인천시장이 8월 3일 인천문화재단을 방문해 재단 임직원과 함께 시정발전과 문화도시 인천을 위한 강연과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소통의 자리를 가졌다.

 

<영상‧콘텐츠>

인천시, AI를 활용한 문화콘텐츠산업 산학협력 추진
인천시는 인하대학교 하이테크관에서 ‘인공지능 콘텐츠창작 연구센터(ITRC 연구센터)’가 개소됐다고 전했다. ITRC 연구센터 개소로 대학과 지자체, 기업이 상호 협력을 통한 연구수행으로 관련분야의 핵심기술개발과 전문가를 양성하는 산학협력체계가 구축되었다.

가상현실 세계로의 초대, 국내 최대 규모 VR 테마파크 오픈
인천 송도에 국내 가상현실(VR) 산업의 놀라운 성장을 한 눈에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도심형 VR 테마파크인 <몬스터 VR>이 8월 4일 문을 연다.

5회 인천독립영화제 in – Film ‘오래달리기’ 시작합니다
인천독립영화협회(이하 협회)는 오는 18~20일 남구 영화공간주안에서 ‘5회 인천독립영화제 in-Film 2017 오래달리기’를 진행한다.

 

<지역 문화>

사업자 못찾은 연수문예회관…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재추진
인천 연수구가 민자사업으로 추진하던 연수문화예술회관 건립 사업을 국·시비 등 재정사업으로 전환해 재추진한다.

인천시 3개년간 지역 민속문화 발굴한다.
국립민속박물관 공동추진, 2019 인천민속문화의 해 선포식 개최

2017밴드페스티벌 10월 13~14일 부평아트센터에서 개최
부평구문화재단은 10월 13일부터 14일까지 부평아트센터에서 <2017 부평밴드페스티벌>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16일 중구서 인문학 네트워크 축제
‘2017 인문학 네트워크 축제’가 16일 오전 10시30분 인천시 중구 칠통마당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 주최, 인천일보 후원으로 펼쳐진다.

해 거듭할수록 풍성해지는 ‘화랑북로 골목축제’
지난 9일 5회째 열린 이 골목축제는 점차 쇠퇴하고 있는 골목상권을 살리고 주민과 상인이 함께 어우러지는 자리를 마련해 지역공동체를 살리고자 시작했다.

2017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2차 좌담회 자료집
생활문화진흥원의 생활문화공동체만들기 사업 소개 및 생활문화공동체의 중요성에 관한 다양한 발제자의 자료가 담겨 있음.

2017 문화정책논총 제31집 2호
한국문화관관연구원이 발행하는 등재학술지 문화정책논총 31집-2호

발행일: 2017. 10. 10
인천문화재단은 문화정책 관련 국내외 주요 이슈를 정리하여 격월간으로 문화정책동향을 발행합니다.
본 자료는 공익적 용도로 제작되었으나, 저작권 침해 소지에 대해 알려주시면 시정하겠습니다.
문의 :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 032-455-7136




근현대베스트셀러 특별전 – 소설에 울고 웃다

근현대베스트셀러 특별전 – 소설에 울고 웃다
일시 : 2017.09.26(화)~12.10(일)
장소 : 한국근대문학관
촬영,편집,구성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유라




동네방네 아지트 이야기 2: 시간이 멈추는 책방, 국자와 주걱

일상적으로 쉽게 접하고 만나는 책방, 갤러리, 카페들과 동아리를 연계한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 아지트로 함께하고 있는 인천의 공간 이야기를 전합니다.

 

* ‘책방, 국자와 주걱’은 어떤 곳?
25가구 80여 명이 사는 강화의 한적한 시골 마을의 유일한 동네 서점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며칠간 머물면서 독서할 수 있는 북스테이를 인천에서 유일하게 운영하고 있다. 전시와 공연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되는 동네 주민들의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구불구불 한적한 골목길을 따라가면 고향집을 연상시키는 작은 책방이 나타난다. 별도의 간판 없이 흰 벽에 ‘책방, 국자와 주걱’이란 붓글씨가 써져 있다. 함민복 시인이 선물한 이름 ‘국자와 주걱’은 음식을 나누는 도구인 국자와 주걱처럼 책을 통해 지식과 마음을 나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숟가락과 젓가락이 개인을 위한 도구라면, 국자와 주걱은 다른 사람과 함께 나누기 위한 도구라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한다. 강화 도장리 대흥마을의 유일한 동네 서점인 국자와 주걱은 이름 그대로, 이 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내면적 양분과 특별한 추억을 듬뿍 퍼주고 있다.

국자와 주걱은 책방을 여는 것이 꿈이었던 김현숙 대표님이 가정집을 책방으로 꾸민 공간이다. 그래서인지 국자와 주걱을 처음 찾은 사람들도 내 집인 것처럼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앉아 책을 읽고 여유를 즐긴다. 책방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는 책꽂이에는 유명한 서적부터 대형서점에서는 판매하지 않는 특별한 책까지 다양한 서적들이 꽂혀 있다. 여행, 환경, 과학 등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는 책들을 찬찬히 살펴보고, 종이냄새를 맡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이 국자와 주걱의 매력이다.
특히 도시에서 바쁘게 살던 이들이 국자와 주걱에 들어오면 마치 다른 세상에 온 듯 시간이 멈춰있는 느낌을 받는다. 특유의 여유와 평온함 때문에 국자와 주걱은 김현숙 대표님도 모르는 사이 힐링장소로 입소문이 났고, 동네 주민들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하루종일 책에 둘러쌓여 있고 싶은 책쟁이라면, 국자와 주걱에서 며칠 머물고 갈 수도 있다. 국자와 주걱은 전국에 있는 10개의 북스테이 네트워크 중 하나이며,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북스테이를 제공하는 공간이다. 북스테이는 ‘Book’과 ‘Stay’가 결합된 단어로, 책과 연계한 방식의 숙박을 의미한다. 책방에서 하루를 머물며 독서와 함께 다양한 문화체험까지 동시에 할 수 있는 것이 북스테이의 특징이다. 국자와 주걱은 인원에 관계없이 하루에 한 팀만 예약을 받고 있어 조용하고 한적한 분위기 속에서 마음껏 독서할 수 있고, 책을 읽다가 문득 잠이 오면 그대로 잠들 수 있다. 김현숙 대표님은 직접 텃밭을 가꾸시기도 하는데, 북스테이 이용자들에게는 아침으로 손수 제철밥상을 차려주기도 한단다.
북스테이는 특히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많은데, 혼자 찾아와서 2박 3일씩 책을 읽으며 머물다 가기도 한다. 고즈넉한 분위기와 정겨운 시골집, 좋은 책과 따뜻한 밥상이 어우러지는 국자와 주걱은 한 번 방문한 사람이라면 두 번, 세 번 계속해서 찾아오는 특별하고 푸근한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이와 더불어 책을 구매했을 때, 국자와 주걱의 상징인 부엉이 도장을 책 앞면에 받을 수 있는 것도 국자와 주걱만의 소소란 재미라 할 수 있다.

국자와 주걱은 유일한 동네 서점인 동시에 북 콘서트, 공연, 전시 등 다양한 문화행사가 진행되는 복합문화공간이기도 하다. 올해 1월에는 <우리가 사랑한 빵집 성심당>의 김태훈 작가를 초청해 북 콘서트를 진행했고, 2월에는 김연희 시인과 인디밴드 한받이 국자와 주걱을 찾아 시 낭송과 공연을 선보였다. 4월에는 동화 <티베트의 아이들>을 그린 김진수 작가의 원화 전시회가 열리는 등 국자와 주걱은 문화적으로 소외된 시골마을 사람들에게 새로운 활력과 자극을 불어넣고 있다.
지난 8월 22일에는 ‘동네방네 아지트 위크’를 맞아 국자와 주걱 뒤뜰에서 정영효, 이병국 시인의 시 낭송과 싱어송라이터 정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시와 노래를 들으면서 강화 시골의 푸른 하늘과 자연을 만끽할 수 있어, 함께 한 사람들 모두가 정취를 즐기고 몸과 마음을 충전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최근 국자와 주걱은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을 통해 ‘책들은 다 일가친척’이라는 동아리를 운영하는 중이다. 매달 짝수 주 목요일에 모임이 진행되는데 다양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읽을 책을 선정하고, 책과 함께 보면 좋을 자료를 서로 추천해준다. 독서 후에는 책에 대한 토론과 이야기를 나누며, 공부한 내용은 블로그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
지난 달에는 광주 5.18 민주화 운동을 다룬 그림책 <운동화 비행기>의 홍성담 작가를 초청해 ‘<운동화 비행기>와 나의 삶’을 주제로 북 콘서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홍성담 작가의 첫 그림책인 <운동화 비행기> 원화에 담긴 이야기와, 5.18을 온몸으로 겪었던 작가의 경험 등 책에서 못다한 이야기를 동아리원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처럼 책을 통한 활동들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채식 식사 모임이나 동네 숲 산책길 만들기 등의 이벤트도 함께 진행되고 있다.

책을 읽으려 찾아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있는 국자와 주걱.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계속 드나들고 누구나 편안하게 쉬어갈 수 있는 국자와 주걱은 앞으로도 즐겁고 의미 있는 일들로 이 공간을 채워나갈 것이다. 책에 둘러쌓인 채 무엇인가를 집어들고 읽다가, 사색하다가, 간혹 멍을 때리다가, 잠시 일어나 산책하다가 시간을 보내면 해가 어떻게 지는지도 모를 만큼 호흡이 길고 짙은 하루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안성맞춤의 독서 아지트가 되어줄 국자와 주걱을 방문해보는 것이 어떨까.

· 주소 : 인천 강화군 양도면 강화남로 428번길 46-27
· 연락처 : 010-2598-3947
· 페이스북 (바로가기▶)

사진, 글 / 생활문화팀 김효주




보는 도시 인천, 느끼는 도시 인천.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그 자체, 혹은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한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의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어린시절 국민학교 사회 시간을 기억해보면, 3학년 한 학기는 각자의 고장에 대해서 배웠습니다. 우리 마을, 우리 구, 우리 시. 인천에 대해서 처음으로 배웠던 때, 인천을 설명하던 표현은 정확한 기억은 아니지만 아마도 ‘수도권의 관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새롭게 사용되고 있는 인천의 브랜드는 “All ways INCHEON”입니다. 1883년 개항 이후 약 150년 가까이 인천의 아이덴티티는 교통의 시작점이자 수도권의, 나아가서 우리나라의 입구와 같은 역할에서 정의되는 것 같습니다. 21세기 들어서 공항이 이러한 이미지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만, 전통적으로 인천의 아이덴티티를 만든 것은 역시 항구와 바다일 것입니다.

누구나 아시다시피 인천의 바다는 여러 의미가 있었습니다. 일제강점기와 산업화를 거쳐오며 바다는 해안가를 따라 생겨난 공장의 차지였고, 수출의 통로였습니다. 경기만의 수많은 섬들과 태안, 서산에 이르는 여객선 운항의 중심도 인천의 연안부두였습니다. 그리고 북쪽으로 접경이라는 점 때문에 오랜 시간 동안 해군 제2함대가 인천에 있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해안가가 철책이 둘러있어, 인천에 산다 하더라도 인천의 바다를 느끼고 즐기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바다의 도시 인천에 정작 바다가 없다는 지적을 받았습니다. 지난 2014년에는 인천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사진공간 배다리가 주최한 ‘해안선은 없다’라는 사진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 바다와 해변의 얘기를 하는 이유는, 바다가 우리의 도시에서 쉽게 접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감각의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바다에서 그러한 감각의 경험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서구 회화에서 원근법을 발명한 이래, 오랫동안 서구의 도시와 그를 본받은 다른 세계의 도시들은 직선의 잘 정리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것이 더 이성적이며, 더 아름답다는 믿음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근대건축의 아버지인 르 코르뷔제는 사람의 몸을 통해 ‘모듈러’라는 너무나 인간적인 길이 체계를 고안하고도 그것을 통해 ‘살기 위한 기계’인 ‘유니테 다비타시옹’을 건설하고, ‘빛나는 도시’를 그려냈습니다. 1800년대 중반 파리 시장 오스망의 파리 대개조나 1871년 시카고 대화재 이후 도시 재건에 영향을 준 도시미화운동 등 무수한 도시 계획이 주는 선명함과 명료함 또한 이러한 믿음의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선명함과 명료함은 도시를 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그 도시를 위에서 내려다보고, 모형으로 바라보며, 지도로 관찰하는 통치자의 더 쉬운 통치를 위한 것이었습니다. 더 쉬운 통치를 위한 더 쉬운 관찰, 즉 ‘가독성(legibility)’의 확보는 권력을 가진 자가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습니다. 그래서 정치가들은 도시의, 그리고 국가의 모든 것들, 인구, 사회, 자연의 모든 측정 가능한 것들을 숫자와 지도로 만들어 냈습니다. 근대 국가가 지도와 통계의 확보에 골몰한 것은 그들의 통치 대상을 한 눈에 더 잘 ‘보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최근의 도시는 권력자의 목적을 넘어서 스스로 시각화를 촉진하고 있습니다. 고도로 자본주의화 된 도시는 이제 소비의 공간이 되어 도시 속 사람들에게 소비를 권장하는 거대한 간판이 되어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건축가 로버트 벤츄리는 건축물을 ‘Duck(오리)’와 ‘Decorated Shed(장식된 창고)’로 구분합니다. 그는 건축물에서 장식을 걷어내기 위해 결국은 건물 전체가 거대한 상징이 되어버린 모더니즘 건축을 오리를 파는 오리모양 건물로 비유하면서 경직성을 비판하고, 창고와 같이 도로에 면하는 앞면을 적합하게 디자인한다면 어떤 용도로든 쓸 수 있는 건물의 유용함을 주장했습니다. 그것이 더 상업적인 건축물에도 어울리고, 급변하는 자본주의 사회에도 더 적합하다는 것입니다. 정말로 우리시대의 건축과 도시 공간은 평범한 네모진 건축물의 파사드와 공공 교통과 광장과 거리를 빠짐없이 간판과 조명과 각종 상징들로 장식하여 도시 사람들의 눈을 끊임없이 유혹해 왔습니다. 더 많은 소비를 위해서 말이죠.

그런데 최근의 어떤 흐름은 도시의 삶을 ‘보고 소비하는 것’에서 벗어나도록 이끄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바로 ‘걷는 것’ 입니다. 제주의 올레길에서 시작한 걷기 문화는 이제 도시 안으로 스며들어 있습니다. 강화군처럼 지자체들이 자체적으로 둘레길을 조성하기도 하고, 구도심의 새로운 여가문화는 차량을 통한 접근보다는 골목을 걷도록 유도합니다. 도시의 일상적 삶에서 벗어난 공간에서 더 느린 이동을 통해서, 도시 사람들은 시각 외의 다른 감각을 더 많이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어떤 공간의 경험이 보는 것뿐 아니라 소리와 촉감, 냄새로 기억되는 것입니다. 또 도시 내에서의 자전거 사용의 증가와 전동휠과 같은 퍼스널 모빌리티의 보급은 속도를 포기하지 않고서도, 또 더 많은 일상적 도시 공간에서도 사람들을 자동차라는 폐쇄된 공간에서 해방시킴으로써 도시 공간을 더 많은 감각으로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바다는 이런 의미에서 우리가 특별히 무엇인가를 더 찾아내지 않더라도 시각 외의 모든 감각들을 더 적극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처음 해변에 도착하면 넓은 시야와 푸른 색깔이 사로잡지만, 그 바다와 해변에 더욱 오래 머물게 하고, 기억에 남는 것은 냄새와, 소리와 촉감이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인천은 그동안 인천의 바다를 시민들로부터 분리해 둠으로써, 인천에서 만날 수 있는 어떤 중요한 경험과 기억의 권리도 막아 두었던 것은 아닐까요.

관광지가 아닌 곳으로의 여행이 늘어나는 것은 시각 이외의 감각의 경험이 더 공간을 체험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바다를 시민들에게 되돌려 줌으로써 다양한 감각으로 도시를 경험하는 것은 정말 시작일 뿐입니다. 도시 공간들은 서로 저마다 다른 냄새와, 소리와, 촉감과 맛을 가지고 있고, 그것들을 하나씩 찾아낼 때 인천은 더 많은 색깔과 개성을 가진 도시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것이 지금까지의 도시 공간을 만들어 온 방식과는 역시나 조금은 달라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지금까지 더 깨끗한 도시, 더 보기 좋은 도시, 시각적으로 풍성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동안 많은 다른 감각은 악취나 소음으로 취급받으며 도시에서 배척받았습니다. 또 지키고 싶은 어떤 소리나 맛은 잘 지어진 공연장 건물이나 음식 문화의 거리 입간판 같은 것을 통해 시각적 요소로 흡수되어 왔습니다. 최근의 도시 계획의 추세도, 사람들의 취향도 그렇듯 어떤 냄새나, 소리, 맛과 촉감은 위로부터의 계획 없이도 그냥 존재함으로써 더 가치있고 사람들이 찾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오히려 모든 공간에서 또 다른 감각을 만들어 내려는 공간 계획이 도시 공간을 더 밋밋하게 만들 것입니다.

저는 종종 관광(sightseeing)과 여행(travel)이라는 두 단어가 주는 미묘한 차이를 생각하곤 합니다. 언젠가부터 단체 관광보다 개인 단위의 여행이 더 선호되고, 에어비앤비나 게스트하우스 같은 숙박 방식이 유행하고, 여러 도시를 하루 이틀씩 여행하는 것보다 한 도시에 오래 머무는 여행이 각광받는 것은 우리가 원하는 어떤 장소에 대한 기억이 단순히 보는 것만으론 충족되지 않기 때문이란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 인천으로 여행을 온다면, 우리가 인천을 보여줄 것인지, 인천을 느끼게 해줄 것인지 생각해보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비단 여행뿐 아니라 일상의 인천을 사는 우리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우리 도시 공간에서 눈을 감고 있어도 행복한 공간은 얼마나 될까요.

 

글/ 김윤환 도시공간연구자

[참고문헌]
J. Scott. 전상인 역. 2010. 국가처럼 보기. 에코리브르
R. Venturi et al. 이상원 역. 2017. 라스베이거스의 교훈. 청하.
김윤식. 1994. 항도 인천의 모습. 황해문화. 3
박상문. 1999. 인천에는 바다가 없다. 황해문화. 25
김미영, 전상인. 2014. ‘오감(五感) 도시’를 위한 연구방법론으로서 걷기. 국토계획. 49(2)




전세계가 멍때릴 날! 멍때리기 대회, 세계로 나아가다.2

6월1일 발행되었던 인천문화통신3.0 22호의 지구별문화통신에 실렸던 <전세계가 멍때릴 날! 멍때리기 대회, 세계로 나아가다.> 후속편으로 8월 2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개최된 <제4회 국제 멍때리기 대회>를 소개합니다. 본 행사는 인천문화재단의 2017 국제교류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2017년 8월 27일, 네덜란드 로테르담에서 제 4회 국제 멍때리기 대회가 개최되었다.

유럽에서의 첫 대회라는 타이틀처럼 어쩌다 이 대회가 유럽에까지 건너가게 되었는지 새삼스럽게 놀랍다.

비영리 공공미술 단체인 로테르담의 Frank foundation(프랭크 파운데이션)이 우리를 로테르담에 초대한 주최다.

로테르담은 실험적인 퍼포먼스가 많이 열리는 도시로, 멍때리기 대회 역시 그러한 부분에서 로테르담에 소개되는 것이 의미가 있다는 것이 그들의 의견이었다. 풍차와 치즈로만 알고있는 낯설고 동화같은 나라의 이미지만 가지고 있던 터라, 실험적인 퍼포먼스가 많이 열리는 도시라는 로테르담의 소개는 설레이고 기대하기에 충분했다.

인천문화재단의 국제교류지원 사업을 통해 주춤하던 진행은 급물살을 타고 빠르게 진행되기 시작했다.

프랭크파운데이션도 멍때리기 대회를 위해 팀을 꾸렸고, 우리도 한국에서 준비할 것들을 준비해 나갔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이 순풍에 돛을 단 듯 마냥 쉬이 흘러간 것은 아니었다.

각자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문화에다가 그 동안 대회에 사용한 물품을 현지 조달 가능한 것으로 대체하기 위해 적당한 것들을 찾아내는 것은 생각보다 녹록치 않았다.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종종 발생했고, 일은 느리게 진행되곤 했다.

더욱이 시차때문에 이곳에서 한참 일할 시간이면 그들은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어서 고작 하루에 4-5시간정도 제대로 소통을 하고, 나머지는 이메일을 통해 천천히 진행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시간은 흘러갔고 진행은 속도가 붙지를 않았다.

해외에서 진행되는 멍때리기 대회 업무를 도와주고 있는 사부장(사승현)과 나는 8월 16일 출국해서 17일부터 열흘가까이 대회를 위한 준비를 현지에서 하게되었다.

실제 함께 진행하던 현지 스텝들과의 만남은 이메일과 메신저로 소통하던 때보다는 조금 덜 답답했지만, 현지에서 겪어야 할 또 생각지도 못한 문제들이 생기기도 했다.

현지에서도 우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4회 국제 멍때리기 대회 홍보물을 꾸준히 업로드하고, 홍보를 위해 현지 스텝들과 플라이어를 뿌리기도 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 전국방송 인기 라디오 프로그램에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을 때에는 정말 뛸 듯이 기뻤다.

게다가 생방송 인터뷰였기 때문에, 해당 시간 전까지 몇개의 문장을 외워서 짧게 인터뷰에 응했다.

대회명 ‘Space-out competition’은 우리말 ‘멍때리기 대회’처럼 제목 자체로 사람들이 쉽게 대회의 의미를 파악하고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사람들 신기하고 재미있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는데, 그러면서 대회가 가지고 있는 메세지에 대해서는 대체로 공감하고 있었다.

대회를 치루기 전, 대회 전반에 대한 설명을 하고 스텝들에게 각각의 역할을 지정하고 역할에 대한 설명을 해야하는 전체 스텝회의에는 한국어, 영어, 네덜란드어, 이란어가 난무하는 다소 복잡한 상황에서 진행이 되었었다. 이 또한 유럽에서나 경험할 수 있는 웃기고도 험난한 상황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롤러코스터같은 열흘을 보내고 마침내 대회 당일이 되었다. 긴장감, 불안감, 기대감이 뒤섞인 복잡한 마음으로 아침을 맞았다. 현지 스텝들도 이른 시각부터 대회 준비로 분주했다. 주문한 물건들이 하나둘 대회 장소인 Schowburgplein(스카우부르크플레인)이라는 광장으로 도착했고, 우리도 한국에서부터 준비해온 물품들을 챙기고 무대를 만들고 경기장을 만드느라 정신없이 없었다.

대회는 오후 3시부터 시작이지만 2시부터 이미 출전 선수들은 현장에 많이 와 있었고, 대회를 즐기려는 모습들이었다.

‘각자 자신의 직업에 관련된 의상’을 입고 오라는 공지에 충실하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말해주는 의상들을 입고 왔다. 대학 졸업의상을 입은 사람, 안전모를 쓰고온 건설업자 또 곤충을 채집을 하는 도구를 챙겨 온 사람들을 포함해 여러 코스튬을 장착하고 왔다.

그들의 모습을 보니 대회는 무리 없이 잘 진행 될 것이라는 안도감이 생기기도 했다.

롤배너를 통한 소리없는 진행을 하는 퍼포먼스와 멍때리기체조라는 사전 행사를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대회가 시작이 되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진지했고, 우승을 하려는 목표보다는 즐기는 모습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바라보는 관객들도 광장의 인조잔디 위에서

편하게 앉거나 누워서 대회를 관전했다. 관객도 선수도 모두 멍때리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가 잡히고 화창한 날씨는 그런 무드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다. 90분간의 멍때리는 시간이 지나고 사람들은 종료를 알리는 휘슬소리에 요가매트위에 드러눕거나 만세를 부르기도 했다. 멍때리는게 쉽지 않았었다는 의미였을까.

유럽에서의 대회답게 수상자들도 다양했다. 1위와 스페셜상은 네덜란드 현지인에게 돌아갔고, 2위는 한국인 예술가 그리고 3위는 아프리카 출신의 여성에게 돌아갔다. 1위에게는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 모양의 황금색깔 트로피와 다음 대회 개최지에 초대권(항공권 및 숙박권)이 주어진다.

특히 초대권을 수여하는 이유는, 다음 우승자에게 전 대회 우승자가 직접 트로피를 전달해주는 ‘전통’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해서이다.

그리고 4회 대회 우승자는 10월에 개최 될 제 5회 국제 멍때리기 대회를 위해 대만 타이페이 초대권이 주어졌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 트로피를 주고, 항공권과 숙박권으로 다른 나라에 초대되어지는 것이 그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그 또한 이 대회가 가진 매력일 것이다.

멍때리기 대회는 바쁜 도심의 공간에서 개최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는 멍때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집단과 바쁜 사람들의 시각적 대조를 만드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이다. 즉, 참가 선수들은 가장 요란한 장소에서 아이러니하게 아무것도 하지 않는 모습을 대회장 밖 사람들에게 보여주게 된다. 선수들은 대회 자체를 위해 열심히 멍때리는 경기를 치루지만 한편으로는 관객에게는 멍때리는 퍼포머로 보여지게 된다.

경기장 안과 밖에서 각자 다른 시선으로 이 대회를 보고 느낄 수 있다. 그 모든게 하나로 엮여 멍때리기 대회를 완성하는 것이다.

대회가 끝나고 참여했던 선수 중 몇몇은 이 대회가 가진 의미에 대해 크게 공감하고 격려하는 말을 건냈다.

굳이 긴 설명이 뭐가 필요할까. 멍때리기 대회는 그 이름 자체로 모든게 설명되어지고 있었다.

지난 호 <멍때리기 대회 세계로 나아가다> 다시 보기 ▶

글/ 웁쓰양
사진제공/ 웁쓰양컴퍼니

웁쓰양은 <도시놀이개발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에서 예술과 결합된 소비없이 놀이할 수 있는 방식을 실험하고 있다.




1. 일본の요코하마の감상기에서 적응기로

지구별 문화통신은 인천문화재단이 지원하는 다양한 국제교류사업을 통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소개하는 다른나라 문화소식입니다. 이번 호 부터는 인천아트플랫폼의 국제교류사업으로 일본의 요코하마 뱅크아트1926, 인도의 산스크리티재단과의 교류 사업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소식을 격호로 싣습니다.

가마쿠라(鎌倉)는 요코하마에서 전철로 20분 거리로 아주 가깝다. 절과 영화촬영지로 유명한 바닷가가 있어서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사진ⓒ노기훈

일본 레지던시에서의 생활. 당신이 만약 작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일본 레지던시의 매력은 어디까지일까? 지금 일본 레지던시에 있는 나는 이 방대하고 활기찼던 경험들을 단지 글과 사진으로만 풀어내야만 하는 고욕이 눈앞에 있다. 벌써 2달이 거의 다 되어버린 10월 중순에 펜을 집어 들었다. 일본에 온 이후로 일기는 하루하루 고행처럼 계속해서 써왔지만 그걸 그대로 까내서나의 생활을 남들에게 일일이 간증하는 수치스러움과 차별을 두고자 여기 ‘지구별 통신’ 페이지에는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이 은밀하게 조합된 실용적인 글쓰기를 하고자 한다. 여기 있었던 일들을 자랑하자니 벌써부터 흥분해서 어느정도 과잉상태이다. 심장이 뛰기 시작한다.

 첫 문장을 고심하다가 ‘눈앞에 있다’라는 형용으로 마무리 지었다. 보이는 것과 관련된 미사여구는 시각예술을 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신중한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렇지만 그런 경솔함 따위를 상쇄할 정도의 이미지가 이번 요코하마 뱅크아트1926 NYK레지던시(이하 뱅크아트레지던시)에 참여함으로 인해 생겨버렸다.

뱅크아트1926 NYK레지던시에서 바라본 요코하마. 인천으로 치자면 송도인 미나토미라이가 멀리보인다. 사진ⓒ노기훈

2017년 8월 15일에 시작된 일본 생활이 추석을 지나 11월을 바라본다. 소위 기억이라는 것이 온전하게 이미지로 치환될 수 있는 유통기한을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대개 보존력은 비일상적인 경험의 수효에 따르고 이미지의 형태는 사진적이다) 일본 레지던시 생활은 당장 주머니 속 화첩처럼 꺼낼 볼 수 있는 이미지로 남아 있다. 정말 사진집이 머리 속에 저장되어 있다. 과거를 평가하는 출제위원이 와서 문제지를 내주고 ‘2017년 당신은 뱅크아트레지던시에 있었다. 2017년 8월 15일부터 2017년 10월 10일까지의 하루하루를 사건 순으로 낱낱이 서술해 보라’고 하면 정답에 버금가는 오답은 간단히 적을 수 있다. 지금까지 일본에서 겪은 생활은 현재진행형으로 쭉 이어져가고 있어서 기억으로 용해되기에는 너무도 생생한 현실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언제고 지금 눈앞에만있을 것 같다. 이번 글이 일본 레지던시 생활을 풀어내는 첫 장이다. 그러므로 좀 과장되게 들리겠지만 이것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존중을 담아 일본 생활에 대한 감격을 기록해 나가고 싶다.

나는 이 글을 누군가가 아주 오랜 후에라도 봤을 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작가가 작업을 실행해 나가는 과정은 인지와 수용 그리고 결과물이라는 과정을 거친다. 요코하마에 있는 뱅크아트가 아니더라도 일본에서 작업하고자 하는 누군가가 필히 당면할 문제가 있다면 이 ‘지구별 통신’이라는 기획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요코하마 미나토미라이 일대는 쇼핑의 천국이다. 주말에는 다양한 공연과 행사가 열려 가족단위 관광객이나 젊은 커플들이 많이 찾는다. 사진ⓒ노기훈

나는 수치스럽지만 일본인과 한국인이 비슷하다고 한다면 외향적인 유사성을 제외하고는 전혀 다른 발달 단계라고 생각한다. 키가 자연스럽게 커진 성인과 병원에서 수술을 받아 다리뼈를 이어 붙인 애어른이 같은 속도로 달릴 수는 없다. 일본에게는 근대로 서서히 변화해 간 과정이 있어서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이야기 할만한 기억의 추이가 있다. 그게 나쁘든 좋든 공동의 기억은 한 국가를, 한 사람을 지탱해 주는 내적인 힘이 된다. 하지만 기억상실을 한 이후에 자기도 모르게 부잣집 도련님이 되어 있다면 개인적으로 봐서는 지극히 황송한 일일 테지만 남들 앞에서 좋은 자가용을 타고 즐기는 것이 유일한 낙일 뿐, 기억을 불러 올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 1926~1991) 같은 건 애당초 받아들이지 못한다. 어른들과도 항상 사이가 좋지 못하다. 언젠가 다리가 아파와 병원에 가봤자 아버지를 원망하며 다시 떼어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우리에게 그 기간은 마치 프로포폴에 취해 기억나지 않는 시간이다.

하지만 국가를 바라보는 관점과 별개로 인천과 요코하마라면 문제는 달라진다. 나라를 비교할 때는 크게는 중세나 근대, 현대로의 이행과정 작게는 전체적인 환경에서 비롯되는 깨끗한 느낌이나 버스 줄서기를 할 때의 질서정연함과 같은 것들이 평가 되는데 도시를 비교하자면 얘기가 좀 달라진다. 도시는 도시마다 천차만별이어서 개별적인 비교 단위로 삼는 것도 엄청나게 위험한 일이 된다.

그 많은 도시 중에 인천과 요코하마. 인천과 요코하마는 둘이서만 속삭이는 공통된 기억이 있다. 그 기억은 하인천을 걸어 다녔을 때 보았던 그 기시감과 다르지 않다. 인천에서 생활을 한 사람이면 뱅크아트를 가기 위해 간나이 지역에 오면 데자뷰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시간의 축이 난장판이 돼버린다. 잃어버린 오래된 형을 찾아와 흔적을 뒤쫓는 기분으로 요코하마는 인천에게 있어 평행이론에 근접한 도시상을 만들어 낸다.

인천과 요코하마라는 두 도시는 카페에 앉아서 서로의 과거를 이야기 하며 맞장구 칠 수 있는 요소가 너무도 많아 몇 시간이고 수다를 즐길 수 있는 반죽이 잘 맞는 선후배다. 타지에서 인천에 도착하여 인천이라는 도시가 주는 압박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나로서는 요코하마 역시 도쿄와는 다른 힘이 있다는 것을 마치 인천을 경유하여 다다른 끝판 대장에 선 것처럼 느낄 수 있었다. 다른 장소에서 커왔지만 같은 조건에서 잉태한 기억을 요코하마와 인천은 손위아래처럼 공유하고 있다.

요코하마 바샤미치 거리의 오래된 카페 앞에 있는 수반마우(水飯牛). 거리에 말과 소를 물 먹이던 곳이 남아있다. 바샤미치는 말 길을 뜻한다. 사진ⓒ노기훈

이렇게 수도의 변방에 위치한 두 도시가 악수를 하고 작가를 교환했다. 나는 2017년 8월 15일 요코하마에 도착했다. 일일이 열거하기에도 힘들 정도로 유달리 비슷한 두 지역에서 자신들이 선정한 작가를 보내는 것을 보면   단지 좋은 작업만을 해오라는 의미는 아닐 것이다. 나는 유심히 고민을 해봤다. 어떤 교류라는 측면에서 나라 대 나라도 아니고 도시 대 도시도 아닌, 정말 개인으로서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 부딪히며 내가 무언가를 대변하여 유익하게 작용하는 지점이 어디에 있을까. 불면의 나날들을 이기고 나서 나는 몇 가지 유사점에 주목했다. 최초의 개항지라는 점, 그로 인해 최대의 중국인 마을이 있다는 점, 야구에 환장하지만 정작 야구를 잘하지 못하는 팀을 가지고 있고 광역시 내부의 각 지역마다 분별된 입지차이가 있어 경제적으로나 인적 구성이나 편차가 심하다는 점. 도쿄와 서울의 변방이라는 이미지가 족쇄처럼 따라다닌다는 점. 생각나는 것들 몇 개만 추려보아도 이 모든 것이 너무나도 비슷했다. 처음에는 몸이 이것들을 다 소화하지 못해서 이상한 곳에 엉겨 붙으며 도처에 널린 작업거리들을 물색하고 다닌다고 거의 방전상태에 빠졌다. 인천에서 본 20세기 초의 풍경들이 요코하마에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었는데 그것을 지키고 다듬는 방법에는 좀 미세한 차이가 있었다. 미리 밝혔다시피 나에게 그것은 20세기 중반과 후반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우리는 여기에 서 있는가라는 물음으로 남았다. 아마 그걸 알고 싶은 욕구가 작업을 추동하는 일부분이라고 생각이 되었다. 그러한 면에서 인천을 경험한 작가에게는 무한한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작업의 원천이 그야말로 널리고 널려 있었기에 매일 약에 취해 사는 기분이었다.

그러나 작업은 하이(high) 보다는 로우(low)에서 진척되는 법. 정신을 가다듬고 매일 끄적거려 내려간 작업리스트를 분별하고 여과하니 남은 건 역시나 처음에 기획하였던 ‘일본 1호선(가제)’이었다.

신주쿠 공원은 넓이 58만3,000제곱미터, 주변 둘레 3.5킬로미터에 이르는 신주쿠 일대가장 큰 공원이다.  뱅크아트 스튜디오와 인접한 미나토미라이선 바샤미치역에서 전철을 타면 신주쿠까지 환승 없이 50분만에 도착한다.  급행을 타면 40분도 안되어 도착한다. 인천하고 참 비슷하지 않은가? 사진ⓒ노기훈

인천역에서 노량진역까지의 거리가 32.94km이니까 요코하마 사쿠라키초역(桜木町駅)에서 도쿄 신바시역(新橋駅)까지 거리는 29.40km 정도로 엇비슷했다. 중간에 부천시와 가와사키시가 동일하게 전통과 근대로의 완충지대 역할을 하는 점도 비슷했다. 뱅크아트의 실무를 맡아보는 츠자와 상의 도움으로 1호선에 관한 책상 앞 리서치를 완료하고 직접 경험해 보기 위해 거의 망가지다시피 한 크림색 자전거를 뱅크아트로부터 빌렸다.
안장은 조절이 안되고 타이어도 힘이 빠져 있었지만 뭔가 큰 기대가 되었다. 이건 느낌으로 알 수 있는 것이었다. 책상 앞에 붙여져 있던 작업리스트들이나 레퍼런스를 모두 떼어내고 ‘저는 지금 작업기간입니다’라는 문장만 붙여 놓았다. 요코하마와 인천에서 발견했던 유사성을 한국 1호선과 일본 1호선이라는 직선적 동선에서도 발견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나의 시각에서 비롯된 유사성들이 물론 누구에게나 동일한 시각에서 비롯되는 것은 아니지만 도시라는 생태가 비슷한 경로를 통해 지금의 요코하마와 인천으로 변모해 왔듯이, 도시의 단위가 아니더라도 철도라는 긴 여정에서 발견 하게 되는 역사적인 기시감과 같은 것이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마음은 이미 신바시역에서 첫 기차가 출발하기 기다리는 1872년 10월 14일 어느 누군가가 느꼈을 시공간의 압축감을 그대로 이어받으며 저만치 노량진을 바라보고 있었다.

 

글,사진/ 노기훈 작가

 

노기훈은 2017년 인천아트플랫폼-뱅크아트 스튜디오의 국제교환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8월부터 11월까지 일본에 체류한다. 사진카메라와 영상카메라로 주로 찍어 내는 활동에 관심이 많으며 사진과 기행문을 동시에 써서 글로 찍기도 한다. 인천역에서 출발하여 노량진역까지 최초의 철도 경인선을 따라서 사진 찍었으며, 지금은 일본 1호선인 사쿠라키초역에서 신바시역까지 걷고 있다. 




정아롱

정아롱은 연금술사가 평범한 돌을 금으로 변신시키듯 예술작품이 지닌 신비롭고 마술적인 힘을 믿으며 개인사적 이야기와 현실 너머에 있는 기억, 환상, 또는 상상이 뒤섞인 세계를 그린다. 회화를 비롯하여 에그 템페라와 메탈 포인트 드로잉과 같은 고전기법을 이용해 신비로운 세계의 단편들을 그린다. 최근에는 과거 마녀술(witchcraft)에 사용되었던 상징 기호들에 관심을 갖고 그에 관한 도상과 기호를 회화적 이미지와 결합한 일련의 추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2017년에 있을 개인전과 여러 그룹전 준비에 전념할 계획이다. 기존 회화 양식과 함께 에그 템페라 기법을 활용한 작업, 현재 진행 중인 40여 개의 마녀술 상징 기호에 관한 일련의 추상적 회화 작업, 그리고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이야기를 설치 작업을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숲길과 유니콘, 캔버스에 유채, 91×91cm, 2016

숲 속의 오필리아와 유니콘, 캔버스에 유채, 130×162cm, 2016

원초적 세계, 캔버스에 유채, 130×162cm, 2016

밝고 빛나는 무엇, 캔버스에 유채, 130×97cm, 2016

마녀술과 마술, 캔버스에 유채, 194×390cm, 2016

이프타 야 심심, 종이에 순금 드로잉, 29×52cm, 2016

14개의 수집된 유니콘 뿔들, 혼합매체, 가변크기, 2016

숲 속의 산책, 에폭시 몰딩 컴파운드에 에그 템페라, 14×15cm, 2016

 

작가노트

“숲에는 구불구불한 길들이 쭉 이어진다. 그 길들이 뚫고 들어갈 수 없는 덤불 속에서 갑자기 끝나버리기 전까지” -하이데거 <숲길> 서문에서서

숲은 회화적 행위를 보여주기에 적합한 그림의 소재가 된다. 나를 압도시키는 무수히 많은 나무와 나뭇가지, 꽃과 수풀, 흙과 돌 등을 캔버스 화면에 밀착해 그리고 있노라면 내가 그리고 있는 대상, 숲속에서 길 잃은 플라네르 마냥 나는 손에 쥐고 있는 붓과 물감으로 화면 속을 헤맨다. 나는 내가 찍어 바르는 색들의 병치, 여러 면과 선들의 얽힘, 겹치고 쌓여가는 물감들의 숨김과 드러남 등의 시각적 현상들이 눈앞에서 바로 만들어져가고 있는 모습을 본다. 이렇게 그려진 나의 숲 그림들은 일상으로부터는 떨어져 존재하는 마술적이고 신비로운 세계이다. 그곳은 현존하지만, 일상 속의 장소가 아닌 현실 너머에 있는 다른 차원에 속한 세계의 장소이다. 그곳은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세계이며 신비로운 예술의 세계이자 나의 회화적 행위를 보여주기 위한 원초적 세계이다.
예술은 한때 주술적인 용도로 활용됐었고 영혼을 담기 위한 도구였으며 일상을 넘어선 삶 그 자체와 밀접한 관계를 지닌 어떤 것이었다. 예술은 신비의 영역 속에서 작동하는, 즉 자연과 인간과 신을 연결하고 우주 속에 있는 미시적 존재들에 다른 차원의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는 마술적인 힘이 있었다. 예술행위는 연금술사가 평범한 돌을 금으로 변신시키고자 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와 같은 예술의 유래는 과거의 대가들이 합목적적이고 절대적인 아름다움을 믿고 찾고자 했던 태도를 가능하게 했을 것이다. 나는 이러한 예술의 원초성을 복원시키고자 회화작업뿐만이 아니라 에그 템페라와 은 드로잉 같은 고전 기법을 연구하게 되었다.
숲길 위에 있다는 말은 잘못된 길을 가고 있는, 아무 곳도 아닌 곳으로 가고 있을 때 사용하는 흔한 독일식 표현이다. ‘사유하다’를 숲길 속을 걷는 것이라는 표현을 썼던 하이데거는 결국 아무 곳도 아닌 곳이 어디인가가 될 수 있다고 역설하고 있다. 나에게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어쩌면 숲길 속을 걷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숲을 그리고 여러 기법들을 사용하면서 아무 곳도 아닌 곳으로 가고 있을 수 있으나 결국엔 어디인가로 향하게 될 수 있길 바라며 그러한 노력이 ‘예술’이 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소개합니다.

[소식1] 인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축제
‘꿈다락 올라와!’ 개최

10월 21일(토), 중앙공원 조각원지구에서 <2017 인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축제> “꿈다락 올라와!”가 개최됩니다.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아동‧청소년과 그 가족이 참여할 수 있는 학교 밖 주말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운영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로 지정된 인천문화재단이 2012년부터 인천 내 문화예술교육 역량을 가진 공공 기관, 단체를 지원해왔으며, 2017년에는 일반공모와 기획공모를 통해 총 37개의 토요문화학교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0월 21일(토) 하루 동안 열리는 <인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축제> “꿈다락 올라와!”는 올해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하고 있는 단체와 어린이들이 만든 축제로, 그동안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에 참여하여 춤추고, 노래를 만들어 부르고, 영화를 찍고, 연극을 만들고, 지역을 탐방하고, 공간이나 상상하는 물건을 만드는 등 다채롭게 경험한 문화예술을 시민과 함께 나누는 자리입니다.
축제에 찾아가면 아동, 청소년이 직접 만든 공연과 영상, 미술작품을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기 손으로 직접 인형이나 전래놀이도구인 죽방울을 만들고, 전통 한지를 뜨고, 나무로 비밀가방을 만들고, 가족과 함께 가족퍼즐을 만드는 등 상상과 표현을 담는 여러 가지 체험부스가 준비되어 있어 토요문화학교에서 운영되었던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습니다. 스트링 댄스, 그림동화책 만들기, 음악 만들기 워크숍에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문화예술교육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으며, 축제가 열리는 중앙공원은 인천 도심의 근린공원으로, 조각원 지구는 인천지하철 인천시청역 6번과 7번 출구로 나와 걸어서 3분이면 갈 수 있습니다. 전체 축제는 10월 21일 토요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까지 진행되며, 프로그램별 세부 일정은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홈페이지(바로가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문의 :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032-455-7175

문화교육팀

 

[소식2] 캐비넷 아트 페어 CABINET ART FAIR
작고 진귀한 작품과 물건들이 가득한 빈티지 샵으로 초대합니다.

인천에서 시각 예술 창작과 기획매개의 새로운 장이 될 다른 아트 페어 < 캐비넷 아트 페어>가 10월 18일 선보입니다. < 캐비넷 아트 페어>는 지역 미술 시장의 다른 유통망을 위한 시도로 송도 국제 신도시에서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합니다. 또한, 기존 아트페어의 공간 형식에서 벗어나, 조용하고 따스한 빈티지샵을 컨셉으로 작가들의 작품과 프리프로덕션, 포스트프로덕션, 굿즈와 애장품을 함께 판매합니다. 판매 수익 모두를 작가들에게 돌려주는 이번 아트 페어는 기획매개의 장으로 시장과 유통을 위한 오픈 포럼과 다양한 퍼블릭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1. 개요
캐비넷 아트 페어 CABINET ART FAIR

일시: 2017.10.18. WED – 10.22. SUN
장소: 송도 트라이보울
운영시간: 평일 13:00-20:00 / 주말 13:00-22:00

초대 및 오프닝 행사가 없습니다.

www.cabinetartfair.kr
www.facebook.com/cabinetartfair
www.instagram.com/spaceimsi

2. 구성
<캐비넷 아트 페어>
회화, 드로잉, 사진, 조각, 공예 등 작품들과 제작 과정 전후의 자료, 드로잉, 도구, 재료, 오브제 및 프로덕션 등을 빈티지샵 같은 공간에서 보면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참여 작가 : 송광찬, 고등어, 곽종범, 국동완, 김보민, 김장프랙티스!!,엄윤나,윤대희, 이재훈, 김태균, 변상환, 서지형, 손승범, 장희진, 조성연, 최선, 최현석, 한아름, 홍수연, 박혜민, 박수지, 김태연, 변상환

<토킹 캐비넷>
참여 작가 포트폴리오, 미술사 및 컬렉팅 관련 자료를 보거나 퍼블릭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기획 채은영
협력 송희정
진행 곽유진, 안다혜
그래픽 디자인 봉우곰 스튜디오
공간디자인 TEAM HUKUMI

주관, 주최 임시공간
후원 문화체육관광부, 예술경영지원센터, 작가미술장터, 인천광역시

3. 캐비넷 아트 페어 의미
캐비넷 아트 페어는 동시대 한국현대미술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고 진귀한 작품들과 함께, 제작 전 에스키스, 드로잉, 참고 자료, 제작 과정의 도구, 물건, 재료, 제작 후 도록, 굿즈, 프로덕션 그리고 애장품 등을 함께 경험하는 아트 페어입니다.

캐비넷 아트페어는 기존 사각형의 화이트큐브 아트 페어를 벗어나, 조용하고 따스한 빈티지 샵을 모델로 합니다. 오래전부터 우리 곁에 있었지만 잊고 있었던 빈티지가 현대 시공간에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 듯이, 낯설고 어려운 예술가의 작품이 아닌 오랫동안 삶의 공간에 함께 할 예술가와 작품을 만나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4. Cabinet의 미술사적 의미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박물관과, 뮤즈 여신들에 봉헌된 연구 교육센터인 뮤제이온(mouseion)을 박물관으로 시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중세 이후 유럽에선 교회, 성당 등에서 종교적 유물을 수집 소장했습니다. 16세기에 캐비넷(cabinet of curiosities)과 갤러리(gallery)에 예술작품이나 진귀한 물품을 보관했는데, 화려한 살롱이었던 갤러리는 예술품으로 장식적 구성을 했지만 차분한 캐비넷은 진귀품과 골동품, 회화, 그리고 작은 예술품 또는 오브제들을 보관, 소장, 전시하는 의미를 가진 가구 또는 장소를 의미했습니다. 17-18세기 미술품과 자연물의 사적 컬렉션인 ‘캐비넷(cabinets)’와 ‘분데르카메르(wnuderkammers)’는 기이함, 진귀성, 흥미를 중심으로 하되, 예술품을 수집하는데 집중되었습니다. 이러한 소장 행위와 소장품은 르네상스의 인본주의와 18세기 계몽주의, 19세기 민주주의를 거쳐 근대적 박물관, 미술관이 수집, 보존, 전시, 교육 등의 의미를 갖게 합니다.

“미술에 투자한다는 것은 색다른 태도, 어떤 것을 바라보는 새로운 방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브루노 브루넷(아트 딜러)

5. 퍼블릭 프로그램
10월 21일 토요일 트라이보울 야외
14:00 ~ 17:00 이야기 만물상
박혜민 작가
자신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긴 물건을 팔 수 있는 움직이는 만물상
참가비 무료

10월 22일 일요일 토킹 캐비넷
13:00 ~ 16:00 펠트 컵받침 만들기
김태연 작가
가족, 연인, 친구와 펠트 컵받침 만들기, 2인용 키트 지급
참가비 1인당 5000원

17:00 ~ 19:00 콜렉팅 가이드 ABC
송희정 스페이스 소 대표
현대 미술 콜렉팅에 관한 기본 정보 및 방법
참가비 무료

* 모든 프로그램은 현장 참여 가능합니다.
* 세부 일정 및 내용은 변경 될 수 있습니다.

5. 문의
전화번호 010-8644-2127
이메일 cabinetarfair@gmail.com
담당자 곽유진

임시공간

 

[소식3] 문화예술정책연구논문 2차 공모전 실시
선정작 대상 200만원 시상금 지급 및 전문가 콜로키움 제공
11월7일(화)까지 접수가능

지역 문화정책 개발을 위해 ‘인천 문화정책 논문공모전’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번 공모전은 인천 문화예술 정책에 관련된 주제면 누구나 지원 가능합니다.
지난 상반기 1차 논문 공모를 통해 총 3편의 논문을 선정한 인천문화재단은 상금 지급형식의 공모전의 형태에서 나아가 선정된 논문이 발전될 수 있도록 전문가 콜로키엄을 진행했습니다. 하반기 진행되는 2차 논문공모전 역시 상금 지급, 전문가 콜로키엄의 특전과 더불어 인천문화포럼 등의 재단 주최 사업을 통해 논문제안 발표 및 성과보고의 기회가 제공할 예정입니다. 재단은 앞으로 해당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유능한 문화 전문가를 발굴·육성하고 인천 문화 발전에 관심을 갖도록 지원할 계획입니다. 연구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문의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032-455-7136)

정책연구팀




우현 고유섭 선생 발자취를 기리며…2017 우현상

인천이 낳은 한국 최초의 미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우현 고유섭(又玄 高裕燮) 선생의 학문적 업적을 기리고, 우현 선생의 정신을 창조적으로 계승하기 위하여 인천문화재단이 수여하는 우현상 수상자가 발표되었다. 2015년부터 2016년까지 지난 2년간의 공적기간을 기반으로 제30회 우현학술상에 한국 근대의 미술시장과 수장가에 대한 최초의 본격적 연구서인 『미술품 컬렉터들-한국의 근대 수장가와 수집의 문화사』의 김상엽 미술사학자를 선정하였다. 제11회 우현예술상에는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개인전 – L’Homme Debout(서있는 사람)>의 정현 작가를 선정하였다. 인천 태생인 정현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올해의 작가상’(2005), 김종영미술관 ‘오늘의 작가’ 선정(2004) 등 다수의 수상경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소마미술관 등 유수의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2017 우현상 시상식은 오는 9월 27일(수) 오후2시, 인천아트플랫폼 A동 칠통마당에서 개최된다. 올해의 우현예술상 수상작인 정현 조각가의 <한․불 수교 130주년 기념 개인전 – L’Homme Debout(서있는 사람)>에 대한 리뷰를 이번 호에 담았다. 

 

< 리뷰 >
서 있는 사람들 혹은 침묵의 메아리

루브르박물관 북쪽에 자리 잡고 있는 팔레 루아얄(Palais Royal)은 루이13세 시대에 재상을 지낸 리슐리외의 대저택이었으나 그가 죽은 후 루이 13세에게 기증되었고, 훗날 루이 14세가 루브르에서 이곳으로 옮겨왔기 때문에 왕궁으로 불리게 되었다. 건물의 주요공간은 프랑스 문화성의 여러 부서와 최고행정법원, 헌법재판소, 국립극장 등이 입주해 있지만 회랑을 따라 각종 상점과 카페, 갤러리가 도열해 있기 때문에 파리시민들에게도 친숙한 장소이다. 또한 이 건축물의 중정에는 다니엘 뷔랑의 장소특정적인 작품인 <두 개의 기둥>과 폴 부리의 분수조각이 설치되어 있어서 예술공간으로서 명성도 높다. 이 중정의 북쪽으로 길게 펼쳐진 정원에는 동시대 미술가들의 야외전시도 개최되고 있다.
작년 3월 30일부터 6월 12일까지 이 팔레 루아얄 정원에 정현의 <서 있는 사람>이 설치되었다. 정현의 전시는 5년 전부터 파리 이부(Ibu) 갤러리가 추진하였으나 역사적인 공간에 무거운 조각작품을 설치하는데 따른 프랑스 문화부와의 협의를 거치느라 계속 연기되다 한불 수교 130주년을 맞아 마침내 개막하기에 이르렀다. 면적이 2만㎡에 이르는 정원의 한 부분은 분수와 화단, 작은 정원조각이 여기저기 놓인 휴식공간이 있고 아케이드와 평행하여 좌우로 나무들이 도열한 중앙 공간에 침목으로 만든 47여점의 조각을 설치하니 보행로나 산책로로 사용되던 장소가 새로운 의미를 발산하는 공간으로 재맥락화된 느낌이 들었다. 철로에 놓였던 침목은 기차의 육중한 무게를 버팀은 물론 기름과 먼지 등 온갖 세월의 풍상을 받아들이고 견뎌내었기 때문에 그 자체로도 인고(忍苦)와 함께 ‘날 것’의 싱싱함을 지닌 견고한 물체라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전기톱으로 자르고 켜는 과정에서 생긴 상처를 간직한 침목의 속살과 피부는 자연현상에 노출되면서 원래의 피(기름)와 땀(때)에 의해 원래상태로 환원된다. 그것은 질곡의 시간을 버텨낸 인간의 역사를 반추함과 아울러 소리 없는 아우성을 안으로 삼키고 있는 인간을 상징한다고 볼 수 있다. 대지 위에 두 발을 딛고 선 모습은 구체적인 인간의 형상을 지시한다기보다 인체를 연상시키는 것에 그치고 있으나 이러한 추상성이 이 침목을 둘러싼 나무들과 조응하며 작품이 놓인 장소를 침묵과 사유의 장이 되도록 유도하고 있다. 검은 실루엣으로 드러나는 군상의 숲 사이를 걷노라면 이 조각이 주변의 역사적인 건물들과 분명하게 대비되면서도 마치 오래 전부터 이 자리에 뿌리내리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환경 속에 녹아들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게 만든다. 이런 느낌은 아직 쌀쌀한 날씨에 비까지 내렸던 3월 말의 개막식 때보다 마치 작품을 호위하듯 좌우로 늘어선 나무들의 녹음이 우거진 8월말에 더 강하게 다가왔다. 사실 나로서는 개막식에 이어 7월부터 이 작품이 철수되기 직전인 9월 말까지 파리에 체류할 기회가 있었던 덕분에 여러 차례 이 정원을 찾아가서 작품이 환경 속으로 녹아드는 과정을 즐겁게 바라보았다. 사람들은 이 작품 사이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한참 올려다보며 의미를 해석하는가 하면 가장자리에 있는 벤치에 앉아 무심한 듯 바라보기도 했다. 나는 그들의 진지한 표정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그들은 이 군상 조각의 숲에서 침묵의 메아리를 듣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서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역사 속에 스러져간 무수한 사람들의 소리를 듣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내가 파리를 떠나는 날 정현은 작품의 이동을 위해 파리로 왔다. 팔레 루아얄 전시에 대한 좋은 반응으로 기간을 3개월이나 연장하였으나 이 전시를 기획, 진행했던 씨릴 에르멜(Cyril Ermel) 디렉터의 노력으로 파리 근교의 고성과 정원으로 유명한 생 클루(Saint Cloud)국립공원에서도 연장전시를 하게 된 것이다. 시월 초에 개막한 생 클루 전시는 올해 초까지 이어졌다.
정현의 팔레 루아얄 정원과 생 클루에서의 전시는 한국의 조각가가 파리의 역사적인 장소에서 작품을 발표했다는 데 큰 의미가 있지만 무엇보다 버려진 재료에 생명을 부여한 그의 독특한 상상력과 방법이 대단한 호소력을 가지고 프랑스인들의 마음을 움직였다는데 더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글 : 최태만/미술평론가
사진 : 작가 제공




임경은 세 번째 듀오 콘서트 <올 어바웃 듀오>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시 : 9월 16일 19:00
장소 :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