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공연장을 찾아서

부평올스타빅밴드 정유천 대표 인터뷰
“스윙재즈는 음악도시 부평의 정체성이에요”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공연콘텐츠 강화, 공연장과 예술단체의 교류 활성화, 지역 우수 공연프로그램 향유 기회 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부평올스타빅밴드는 4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이 모여 스윙재즈공연을 하는 부평아트센터의 상주단체이다. 이 단체의 음악적 기원은 부평 미 8군 클럽에서 연주되던 스윙재즈에 있는데, 정유천 대표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왜 부평이 음악 도시인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인터뷰에 자세히 나와 있지만, 해방 이후 한국에 주둔한 미군 부대와 그 주변에서 스윙재즈를 연주하던 밴드들은 부평의 혼종적인 동시에 활력이 넘치는 음악적 계보를 만들어 냈다. 이는 과거에만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다. 한류라는 글로벌 기류를 타고 세계를 훨훨 날아다니는 케이-팝의 기틀을 만든 것이 바로 미군 부대와 그 주변 클럽에서 활동하던 밴드들이었다는 점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이는 미 8군 클럽에서 케이-팝까지 이르는 시간 동안 우리가 잃어버린 게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일이기도 하다. 정유천 대표와의 인터뷰는 마치 보물 상자를 열어보는 기분이었다. 그 보물들은 어떻게 다시 닦아서 사용할지는 우리의 몫이다. 정유천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1.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상주단체로 참여하고 계신다. 부평올스타빅밴드에 대해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부평올스타빅밴드는 2005년 창단된 단체로, 해방 이후 스윙재즈를 기반으로 미 8군부대에서 활동했던 하우스밴드들에 기원을 두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해방 이후에 부평엔 애스컴(ASCOM)이란 미군수지원사령부가 있었는데, 지금은 물론 캠프 마켓(Camp Market) 하나만 남았지만, 당시에는 그에 몇 배나 되는 미군 부대가 주둔해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내의 미 8군 클럽을 비롯해 영외에 수많은 클럽들이 생겼는데, 그 클럽들에서 주류를 이루던 음악이 스윙재즈였어요. 이러한 부평의 음악적 정체성을 이어받아 스윙재즈를 연주하는 밴드를 만들고 싶어 부평올스타빅밴드를 창단하게 되었습니다.

2. 우선, 11월 11일에 <스윙플러스 콘서트>라는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고 하던데 어떤 공연인지 소개 부탁드린다.
작년에 저희가 옛날 부평의 미군 부대 애스컴과 그에 따른 음악사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스윙&애스컴 토크 콘서트>를 연적이 있어요. 그땐 현미 선생님이나 당시 활동했던 가수분들이 오셔서 옛날 미군 부대에서 나온 음악들에 관한 이야기를 했어요. 올해는 11월 11일에 부평아트센터 해누리 극장에서 <스윙플러스 콘서트>라는 공연을 합니다. 이전에는 과거의 것을 재현했다면, 이번엔 재현뿐만 아니라 보다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을 찾아보자 해서, 다른 장르의 뮤지션들과 콜라보레이션하는 형태로 진행할 계획이에요. 한국블루스음악의 디바라는 별칭을 얻고있는 강허달림, 전자바이올린으로 활동하시는 제니유, 우즈베키스탄의 ‘기작’이란 전통 악기를 연주하는 아크 마리아라는 우즈베키스탄 연주자 아크밀 등과 함께하면 어떠한 소리가 날지 협연해보려 해요. 말하자면 빅밴드 형태에서 좀 더 발전적인 시도를 해보는 음악회에요. 그래서 ‘스윙’에다 ‘플러스’를 붙여 <스윙플러스 콘서트>라는 제목을 지은 거죠.

3. 당시 주둔해 있던 미 8군부대가 부평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많다고 알고 있는데, 각각의 지역마다 차이가 있고, 부평 쪽에선 특히 스윙재즈가 많이 연주되었다고 말씀하시는 것 같다. 
큰 도시엔 거의 다 미군 부대가 주둔해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부산, 경기도 평택, 파주, 의정부, 동두천 등등이 다 그렇죠. 인천만 해도 월미도에 있었고. 제가 부평올스타빅밴드를 만들면서 궁금했던 게 있었어요. 전설적인 로큰롤의 대부 신중현 선생님의 경우 미 8군부대 공연을 많이 했는데, 그분 자서전을 보면 부평 얘긴 거의 없어요. 어떻게 보면 당시 부평엔 엄청난 규모의 미군 부대가 있었는데도, 부평에서는 활동을 거의 하지 않으셨더라고요. 왜 선생님께서는 여기서 공연을 하지 않았을까?, 그게 제 의문이었어요. 그래서 제가 나름대로 유추를 해봤는데, 그게 부대 특성 때문이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의정부나 동두천 같은 쪽의 미군 부대에는 주로 보병들이 많았어요. 당시 보병들은 주로 생활이 어려워 돈을 벌기 위해 한국으로 자원입대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 사람들에겐 로큰롤이 익숙했던 거죠. 반면, 부평에 있는 애스컴의 특징은 그게 군수 지원 사령부였다는 거예요. 여기엔 보병들이 아니라 직급이 높았던, 지금으로 치면 화이트컬러 쪽 사람들이 주둔해있었던 거죠. 듣는 음악이 달랐던 거예요. 미 8군 클럽에서의 음악은 사실 미군들을 위한 음악이잖아요. 그 사람들의 취향에 맞추다 보니 자연스럽게 스윙재즈가 부평의 지역 특성으로 자리 잡았던 거죠. 당시 활동했던 선배님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거의 기타, 드럼 베이스 등 리듬악기에 트롬본 색소폰 등 브라스악기가 추가된 형태의 6~8인조를 구성해 연주했더라고요.

4. 수용자층의 차이가 음악 장르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얘긴 거 같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밴드 연주자들이 많이 모였을 것 같다. 
 얘기를 좀 더 해보자면 지금으로 따지면 부평2동과 3동인데, 당시엔 이 두 지역 간에 연결고리 같은 게 있었어요. 부평3동의 경우는 주로 클럽과 주점, 그리고 양부인들이 많았던 동네인데, 그래서 예술가들이 거기서는 살 수 없었죠. 그래서 그곳과 가까운 부평2동에 음악가들이 한 백여 명씩 모여 살았던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60~70년대에는 교통이 지금처럼 편하지 않았잖아요. 뭐 70년대에는 통행금지까지 있었던 시절이니까. 그런데 각 미 8군 클럽으로 출퇴근하기 좋았던 곳이 바로 부평2동(삼능)이었던 거예요. 왜 그랬냐면 미군에서 직접 이곳까지 와서 밴드들을 픽업해서 각 부대의 클럽으로 데려갔던 거예요. 당시 미군 부대가 밴드들을 픽업하던 장소가 지금의 동수역 2번 출구 당시 삼부약국 인근이었는데 그곳에서 미군클럽에서 연주하는 밴드들을 실고 가고 실고 오고 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면 밴드가 그걸 타고 이 부대 저 부대로 흩어졌다가 다시 미군트럭을 타고 이쪽으로 퇴근을 했죠. 이런 걸 보면 역사적인 사실들이 좀 더 구체적으로 조사되어야하는데, 이 지역에서 활동했던 예술가들을 하나하나 만나서 그들이 어떻게 음악을 해왔는지 집중적으로 조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부평엔 역사적으로 음악적 특성이 분명히 있어요.

5. 왜 부평이 ‘음악도시’라 불리는지 알 것 같다. 부평올스타빅밴드 내부에 당시에 활동하셨던 분들도 있다고 알고 있다. 재밌는 에피소드 같은 것도 많을 것 같은데.
 제가 직접 경험한 건 아니라, 구체적인 에피소드는 들려드리기 힘들지만 한 가지 재밌는 게 있어요. 당시 미 8군부대에서 음악을 하려면 꼭 오디션을 봐야 했어요. 지금 우리나라도 오디션 프로그램이 열풍이 불고 있지만, 사실 그 원조는 미 8군 오디션이라 할 수 있죠. 오디션을 미군 차원에서 관리했던 거예요. 당시 얘기를 들어보면, 보통 3명의 심사위원과 무대가 있고, 연주하기 원하는 연주자들이 거기서 자기들 레퍼토리를 적어낸 후 몇 번째 곡 해보라 하면 연주하는 방식으로 오디션을 봤는데, 미군 부대에서 그걸 들어보고 클래스(등급)를 매겨요. 예를 들면, A, B, C, D이런 식으로요. 그게 밴드들이 받을 수 있는 공연료로 산정됐던 거죠. 재밌는 게 이게 전국에서 통용되었던 거란 점이에요. 그렇게 받은 클래스를 가지고 밴드들이 전국에 있는 미군 클럽에서 쇼 비즈니스를 했던 거죠. 대표적으로 현미, 한명숙, 최희준, 패티김 등이 다 미 8군 출신들이에요. 그들의 특징이 뭐냐면, 음악을 굉장히 잘했다는 점이죠. 미 8군 클럽에서 일하려면 백프로 실력 없인 안 됐어요. D 클래스를 받으면 공연을 못 했죠.

6. 미군 말고 일반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도 있었는지 궁금하다. 
있었죠. 근데 당시 미군 부대에서 하는 공연에 비해 규모가 매우 작았어요. 60년대 당시 미군 부대에서 공연해서 벌어들인 돈이 120만 달러였는데, 그해 우리나라가 수출해서 벌어들인 것이 100만 달러 정도에 불과했어요. 미군 부대에서 벌어들인 게 더 많았죠. 당시 일반 공연 같은 경우는 무대도 작고 퀄리티도 떨어졌어요. 미 8군 클럽에서 연주한다는 건 미군들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거잖아요. 그 수준에 맞추려면 웬만한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었죠. 엄청난 연습이 필요했어요. 미 8군 출신 가수나 밴드들이 우리나라 대중음악사의 기틀을 거의 다 쌓았다고 봐도 무방해요. 해방 이전 우리나라 음악의 주류가 트로트 음악이었는데, 당시엔 그럴 수밖에 없었죠. 일제강점기 이다보니 일본 음악 엔카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죠. 이건 역사적으로 사실이죠.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형태는 트로트 음악이 아니라 미 8군 밴드 음악과 비슷해요. 엔카는 5음계를 쓰는 데 반해 지금의 대중음악은 대부분 8음계를 쓰죠. 이런 식으로 대중음악 판이 8음계로 바뀌고 거기서부터 케이-팝(K-POP)이 나올 때까지 그 기틀을 미군  8군 클럽 무대 출신 음악가들이 만든 거라 할 수 있죠. 당시 미군 8군 클럽 무대 출신 작곡가분들이 쓴 곡을 보면 다 팝(POP)스러워요. 특히 한명숙 선생님의 「노란셔츠 입은 사나이」 같은 경우는 완전 컨츄리음악이에요. 우리나라 대중음악의 거의 획기적인 전환기였던 거죠.  

7. 과거 얘기를 하다 보니, 최근의 대중음악계나 후배 밴드들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실지 궁금해진다. 
제가 부평올스타빅밴드 단장이지만, ‘락캠프’라는 라이브클럽을 20년째 운영하면서 수많은 인디밴드들을 보고 있는데, 슬픈 마음이 들어요. 인디밴드에 개성 있는 음악과 연주도 좋고, 곡도 잘 쓰는 뛰어난 뮤지션들이 너무 많은데, 빛을 못 보고 있어요. 우리나라 음악 시장이 너무 편협하게 되어 있는 건 아닌지. 이렇게 모든 대중음악시장이 아이돌음악으로 채워지는 게 대중음악의 다양성이란 면에서는 지루함도 가져올 텐데, 왜 이게 그대로 묵인된 채 2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을까, 슬프죠. 똑같이 평등하게 기회를 줘야 하는 건데, 왜 대형기획사에서는 시시때때로 아이돌들이 툭 튀어나오고, 반면 인디밴드는 10~20년을 어렵게 음악 해도 라디오에서 음악 한 번 안 틀어줄까. 나라에서 정책적으로 뭔가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스크린 쿼터제 처럼 대형기획사소속 가수나 연예인들의 방송출연 횟수를 어느 정도 제한하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해봅니다.  인디 씬들은 밴드뿐만 아니라 레이블이나 기획자들도 영세하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기는 힘들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정부나 문체부 방통위등에서 어떤 대안을 만들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8. ‘주니어빅밴드예술학교’라는 퍼블릭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계신다고 들었다. 어떤 프로그램인가? 
주니어빅밴드예술학교는 상주단체 퍼블릭 프로그램으로 사업계획을 세운 건데, 작년 9월부터 시작됐어요. 인천 관내 초등학생 중 신청받아서 현재 18명 정도 악기를 배우고 있어요. 지금 우리나라 음악의 전반적인 환경을 보면, 브라스 연주자들이 많이 부족해요. 제 어린 시절엔 각 학교마다 밴드부가 있어서 브라스 악기(금관악기)를 배울 기회가 많이 있었는데, 지금은 기타나 드럼은 많이 배우는데 브라스를 배울 데가 없어요. 대중음악이든 클래식이든 다 브라스 연주가 필요한데, 이러다간 앞으로 우리나라 음악 시장 전체에 문제가 많이 생길 수도 있을 거에요. 그래서 이걸 누군가는 청소년 교육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아직은 그런 것이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서 일단 저희라도 브라스 연주자들을 키우기 위해 학생들을 모아 일주일에 한 번씩 악기강습을 하고 있어요. 이걸 계기로 훌륭한 연주자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그게 아니더라도 학생들에게 어릴 때부터 이런 체험을 통해 악기의 멋있는 소리를 많이 경험하게 해주고 싶어요.

9. ‘주니어빅밴드’말고도 앞으로 ‘시니어빅밴드예술학교’라는 프로그램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들었다. 
지금은 아무래도 예산을 많이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라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어요. 지원사업뿐만 아니라 인천의 기업들과 메세나를 통해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면 하고 싶은 사업이에요. 지금 제가 58년생인데, 제 주변 나이들은 이제 은퇴할 나이가 되고 있어요. 근데, 이 친구들을 보면 사실 아직 굉장히 젊어요. 지금 100세 시대라는데, 그렇게 보면 앞으로 40년을 더 살아가야 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제일 문제가 뭐냐면 소일거리, 심심풀이로라도 뭔가 할 게 없다는 거예요. 그런 은퇴한 분들을 모아서 주니어 빅밴드처럼 악기를 가르쳐 취미 생활을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어요. 서로 모여서 악기도 같이 배우고 공연하고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면서 술도 한잔하면서 인생을 즐기는 거죠. 요새 마을공동체 얘기가 많은데, 악기를 배워 자연스럽게 자신이 사는 아파트나 공원을 무대로 마을 연주회를 열면 이런것도 마을공동체의 한부분이 되는 거죠.

10. 벌써 한 해가 다 가고 있다.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 사업에 참여하면서 느꼈던 장점이나 보완할 점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린다. 
상주단체가 되기 전과 지금이 완전 달라요. 상주단체가 되기 전에는 지속성을 갖고 활동하기가 힘들었어요. 1년에 한두 번 정도 자력으로 공연을 했는데, 연습장도 없어서 제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클럽에서 테이블 다 치우고 연습을 했죠. 지금은 상주단체 프로그램 때문에 많은 혜택을 보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희 같은 경우엔 부평을 기반으로 활동하는데, 부평아트센터의 상주단체라는 게 편리함을 주죠. 공연장 담당자들과도 지역을 공통으로 나눌 수 있는 이야기들이 많기도 하고요. 부평이 음악도시가 되는 데 저희가 협조를 많이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반면에, 행정적인 부분에서 상주단체 사업이 보완되어야 할 점도 있는 것 같아요. 지금은 1년 단위로 상주단체를 선정하잖아요. 그러다보니 단체 입장에서는 장기적인 사업계획을 못 세우게 돼요. 예를 들면, 시니어빅밴드를 만들고 싶은데 내년에 저희가 상주단체로 선정될지 아닐지는 모르는 거기 때문에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기획하기엔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4월이나 5월 중에 상주단체 발표가 나는데, 그러다 보니 상반기 사업을 잘 못 한다는 것도 문제예요. 공연단체 입장에서 급하게 할 수 있는 게 공연밖에 없게 되는 거죠. 더 좋은 중장기적인 프로그램이 있어도 그걸 실행하기에 시간적인 제약이 있는 것 같아요.

11. 앞으로의 활동계획과 함께, 부평올스타빅밴드의 공연을 관람하러 올 시민들께 한 마디 부탁드린다. 
부평의 음악적 정체성인 스윙재즈를 보다 많이 홍보하는 걸 통해 부평이 음악도시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보다 노력하려해요. 지역의 역사와 가치를 좀 더 잘 알리고 싶어요. 또한, 인천 지역의 문제가 될 수있는 은퇴하시는 시니어들의 문제들을 음악적으로 풀 수 있을지 더 고민하려 해요. 11일 공연에 대해선, 저희 공연은 분명 흔하게 볼 수 있는 공연은 아니에요. 저희는 MBC, KBS 악단이나 전국노래자랑 악단에서 활동할 정도로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분들이 모인 단체에요. 정말 훌륭한 공연 볼 수 있는 기회니까 오셔서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스윙재즈는 신나고 가벼운 맛도 있어요. 즉, 스트레스 하나 안 받으면서 볼 수 있는 공연이란 거죠(웃음). 이런 게 스윙재즈 음악이구나, 경험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오셔서 많이 즐겨주세요.

 

글, 인터뷰 정리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박치영
사진 제공 / 부평올스타빅밴드




사운드 바운드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자 : 2017.10.28~29
장소 : 버텀라인, 흐르는물, 플레이캠퍼스, 빙고, 낙타사막, 극장앞, 다락소극장,
인천아트플랫폼, 인천여관x루비살롱, 파란광선, 한중문화관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지역사회와 소통하는 청년문화

청년인력소 아트박람회

지난 10월 21일과 22일, 부평 문화의 거리 한복판에 설치된 부스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어린 아이들부터 어르신들까지 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붙잡은 것은 다름 아닌 청년들. 힙합부터 마술, 캘리그라피, 포토샵, 칵테일, 드로잉 등의 다양한 예술 체험 부스가 가득한 아트박람회를 준비한 청년인력소의 청년들을 만나보았다.

첫 번째로 눈에 띈 부스는 바로 캘리방. 바디페인팅과 우체통, 두 가지의 체험을 할 수 있는 캘리그라피 부스였다. 마음에 드는 문구를 선택하면 캘리그라피 아티스트가 손이나 얼굴, 팔 등에 페이스페인팅 물감을 이용해 문구를 새겨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우체통이었다. 자신을 위로해준 문구를 말해주면 아티스트가 엽서에 예쁘게 문구를 적어주고, 그 엽서를 우체통에 넣는다. 참여자들은 우체통 옆에 자신의 주소를 적는데, 서로 다른 참여자들이 꺼낸 위로의 문구를 랜덤으로 참여자들에게 발송해준다고 한다. 엽서에 문구를 적어 넣던 아티스트는 “어제 한 참여자가 엽서에 써 넣을 문구로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어.’라는 말을 해주었는데, 그 말을 듣고 적으면서 큰 위로를 받는 느낌이라 눈물이 날 뻔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보인 부스는 ‘시.대.읽.다’. ‘시 대신 읽어드립니다.’의 줄임말로 힙합 뮤지션들이 준비한 부스였다. 김소월의 진달래꽃 등 교과서에서 자주 접하던 시를 뽑아 중간에 들어간 단어들을 지우고, 참여자들이 자신만의 시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했다. 참여자들이 적은 시를 즉석에서 힙합 뮤지션들이 랩으로 읽어준다. 시를 랩과 같이 역동적으로 읽어내는 포이트리 슬램인 셈이다. 참여자들은 즉석에서 자신이 쓴 시가 가사가 되어 하나의 음악이 되는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음에 방문한 부스는 ‘우주초상화’. 색 심리테스트를 통해 참여자들에게 상담을 해주고, 참여자들이 고른 색을 가지고 즉석에서 엽서로 만들어 주는 부스였다. ‘식상하지 않은 시상식’ 역시 참여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칭찬받고 싶은 내용으로 상장을 만들어 전달하며 포토존에서 시상식까지 진행할 수 있는 부스였다. 많은 참여자들은 문화, 예술 장르를 체험할 뿐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지친 마음을 위로받을 수 있었다.

이외에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그리는 ‘블라인드 컨투어 드로잉’, ‘술로 푸는 인문학’, ‘알아주면 쓸때있는 신비한 마술’ 등 다양한 장르의 다채로운 행사 부스들이 준비되어있었다. 대부분의 부스들이 한참을 기다려야 참여가 가능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올해 1월부터 청년인력소를 운영하며 인천의 문화예술계 청년들을 모으고, 각자의 기획을 발전시켜 아트박람회를 연 정예지 씨는 “부평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지만, 아직까지는 문화적인 부분이 부족해 보인다. 술과 유흥만 있을 뿐이었다. 청년들이 문화예술을 즐기기 위해서 자꾸만 서울로 향하는 것이 아쉬웠다. 부평 문화의 거리에서 진짜 문화를 펼쳐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청년인력소 아트박람회의 많은 부스들은 청년들을 타겟으로 준비한 것처럼 보였다. 캘리그라피 우체통, 우주초상화 등 지친 청년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위로해주는 기획이 많았으며, 힙합, 파티 등 청년들이 주로 즐기는 장르로 구성되어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청년들만 참여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다르게 다양한 연령대의 지역주민들이 참여했다. 길을 가던 어르신들이 캐리커쳐 부스에서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고,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부모들도 함께 참여했다. 

이처럼 청년인력소의 아트박람회는 비단 청년들만의 행사로 지역주민을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소통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하고 확대되고 있었다. 청년들의 문화를 무작정 이질적인 것으로 여겼던 기성세대가 청년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작은 기회가 되지 않았을까. 청년들의 모임이 더 이상 청년들만의 모임이 아니라 지역사회로, 다양한 세대에게로 퍼져나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청년인력소의 앞날을 더욱 기대해본다.

 

글,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진아




사랑을 노래하다, 스칼라 소년소녀 합창단

지난 10월 마지막 주 문화가 있는 날,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스칼라 소년소녀 합창단>의 공연을 보고 왔다. 트라이보울에서 공연한 스칼라 소년소녀 합창단은 2014년 설립이후 매년 정기연주회와 함께 방송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는 인천지역 기반의 소년소녀합창단이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스칼라 소년소녀합창단 힐링콘서트>, 학산가족 음악회 <초여름 밤에 만나는 우리가곡 이야기>,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극장 등에서 공연하며 많은 활동을 계속해오고 있다. 스칼라 소년소녀 합창단은 임병욱 합창 지휘자와 강태숙 반주자의 지휘와 조율아래 공연이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의 떨리는 목소리로 시작한 이번 공연은 마당을 나온 암탉 ost, 포카혼타스의 ost「바람의 빛깔」, 이원수와 홍난파가 작사 작곡한 「고향의 봄」 등의 총 9곡으로 구성되었다. 공연 도중 귀여운 실수도 있었지만 그래서 더 아이다운 순수한 공연이었던 것 같다. 관람 내내 소위말하는 엄마미소를 지으며 공연을 관람했다. 

 공연 내내 아이들은 노래를 부르며 우리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희망이란 무엇인지에 대해 들려주기도 하고 사랑에 대해서도 말해주었다. 공연 중 불렀던 노래 가사처럼 아이들은 사랑에 대해 ‘사랑이란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건네주는 것’, ‘엄마가 그랬던 것처럼 속상한 일이 있는 친구를 꼭 안아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주는 것,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주는 것은 어쩌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전부를 다 주겠다’는 등의 화려한 미사여구의 말들로 가득 찬 어른들의 사랑노래보다 훨씬 더 진실하다. 공연을 보고나오니 문득 언젠가 나에게 “동요를 듣고 울컥했어” 라고 했던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사랑에 대해 누구보다 솔직하게 표현하는 어린이들의 진실함, 진정성이 묻어난 동요들이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스칼라소년소녀합창단이 아이들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계속해서 노래해주길 바란다.

 

글, 사진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최승주




임경은 콘서트: 올 어바웃 듀오 (2017)

재즈 보컬리스트 임경은은 2015년부터 보컬과 악기와의 듀오 컨셉의 공연을 해오고 있다. 첫 회는 <Just Duo>란 제목으로 열렸고, 2016년에는 <The Art Of Duo>란 제목으로 열렸다. 올해는 그 세 번째 공연으로 <All About Duo>란 제목을 붙였다. 2015년의 <Just Duo>는 각각 피아노, 기타, 베이스와 스테이지 별로 듀오를 편성해 선보였고, 2016년의 <The Art Of Duo>에서는 새로운 뮤지션뿐 아니라 드럼을 추가로 구성해 색다른 질감을 선보이기도 했다. 올해 공연에는 피아노와 색소폰, 클라리넷, 비브라폰과 밴드 셋을 선보였다. 매회 공연을 거치며 「재즈」에 근거를 둔 형식적 실험을 이어온 셈이다. <All About Duo> 공연의 1부는 피아노와 색소폰, 비브라폰과의 듀오 연주로, 2부에서는 드럼과 베이스가 가미된 밴드 셋으로 공연이 진행되었다. 

1부 공연은 토크쇼와 닮았다. 보컬의 듀오가 아닌 악기와 보컬의 대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사실 재즈의 듀오, 듀엣은 다른 장르에서 관습적으로 진행되듯 엄정한 룰을 따르기보다는 즉흥에 가까운 상호 교감을 전제로 한다. 형식과 질서 바깥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음악이 복무하는 방식. 임프로바이제이션(improvization), 애드립(ad-lib), 훼이크(fake) 등의 프리 재즈의 용어와 용법을 몰라도 그 순간의 감각으로 인지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All About Duo> 공연이 프리재즈 공연인 것은 아니지만, 요소요소에 그런 임프로바이제이션의 순간들이 존재했고 그것이 공연을 감상하는데 주요한 포인트였던 건 분명하다.

첫 순서는 피아니스트 송영주와의 듀오로 시작되었다. 스탄 게츠의 1981년 발표곡 「The Dolphin」으로 시작한 공연은 곧바로 거슈윈의 「Fascinating Rhythm」으로 이어졌다. 이 두 곡에서 임경은과 송영주는 미묘하게 피아노와 목소리를 주고받으며 때때로 앞서고 뒤따르면서 관객을 미지의 장소로 인도했다. 특히 빈틈없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빈틈을 만드는 구성에서 조용히 음계를 뒤따르던 관객들은 기대하지 못한 풍경을 만난다. 3분 가까운 피아노 솔로가 이어지는 부분에선 예측을 비껴나는 진행으로 내내 듣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맞다. 이토록 듣는 행위 자체에 집중할 수 있는 공연은 오랜만이었다. 새삼, 좋은 음악이란 관객 혹은 청자의 기대를 보기 좋게 배반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요컨대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들려주는 행위란 연주자와 관객이 모종의 힘겨루기라는 것이다. 그 팽팽한 긴장이 충만한 순간이었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음악으로 관객을 이끄는 공연은 곧이어 색소폰/클라리넷 연주자 여현우와의 무대로 이어졌다. 여기서는 몽크의 「파노니카(Pannonica)」와 임경은의 신곡 「듀엣」을 선보였는데, 「듀엣」은 사실상 이 공연을 위해 만들어진 곡이기도 하다. 「파노키아」가 낭만적인 색소폰 음색을 배경으로 여성 보컬이 나비처럼 우아하게 비행하는 곡이라면, 「듀엣」은 보컬과 색소폰의 교감이 좀 더 적극적으로 진행되면서 서로가 서로를 탐닉하는 곡이다. 색소폰의 묵직한 사운드가 가벼운 보컬을 쓰다듬는다 싶으면 보컬이 그 소리를 타고 허공으로 뛰어오른다. 이런 긴장과 이완이 반복되면서 상당한 텐션을 만드는데, 그럼에도 전체적으로 약간의 우울감을 가미한 아름다움이 흐르는 곡이다. 마치 찰나에 타올랐다 사라지는 저녁노을 같은 곡. 공연장에 있던 관객들 모두 이 순간적인 비장함에 압도당했을 것이다.

세 번째는 크리스 바가의 비브라폰 연주와 임경은의 보컬이 어울리는 무대였다. 앞서 「듀엣」 공연은 토크쇼와 같다고 말한 바, 크리스 바가의 경우엔 이런 특징이 훨씬 도드라졌다. 그는 빌 에반스의 「My Bell」과 「No More」 두 곡을 연주했는데, 이 곡은 비브라폰의 영롱하고 신비로운 음색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공연 중 임경은이 언급한 대로, 크리스 바가의 신비로운 회색 눈동자와도 어울리는 곡이기도 한데, 앞서의 스테이지가 통제와 자율, 소통과 교감이 교차할 때 분출되는 에너지가 주도했다면, 크리스 바가의 스테이지는 말로 전환되지 않는 모호함과 신비함이 주도했다. 언어가 아닌 감각에 기댈 수밖에 없는 공연, 이 10여 분의 무대에 대한 여운이 꽤 오래 갔던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 3개의 무대가 끝난 뒤, 2부에서는 송영주, 여현우, 브리스 바가가 모두 무대에 위치하고 베이시스트 김호철과 드러머 신동진이 착석해 밴드 셋의 공연을 선보였다. 1부가 연주자와 보컬리스트의 상호교감에 집중하며 내면적인 무대를 선보였다면 2부의 밴드 셋은 외향적인 사운드를 주로 선보였다. 이런 구성이 무대에 적당한 긴장감을 부여하며 관객과의 교감을 더 발전시킨 것도 당연하다. 1부의 관람을 통해 객석과 무대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다가 2부에서는 긴밀하게 밀착되는 경험은 꽤 신선했고, 기획 재즈 공연을 촘촘하게 설계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공연이란 결국 무대 위에 선 음악가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자, 객석에 앉은 관객들과의 소통이라는 점을 새삼 환기시키는 구성이었다.

2부는 김호철이 이 공연을 위해 새로 작곡한 「Invisible Things」로 시작했다. 묵직한 무게감보다는 가볍고 경쾌한 산책 같은 느낌의 곡으로, 중반부에 이른 공연의 흐름이 반전되었는데, 곧 이어진 빌 에반스의 「Five」에서 이런 경쾌함은 더욱 강화되며 공간을 그야말로 「재즈적인 사운드」로 채웠다. 우리는 자유분방하면서도 무질서한 규칙, 일견 모순적이지만 감각에 집중할 때 자연스레 알 수밖에 없는 분위기를 재즈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음악이야말로 애초에 규격화되지 않은 미학이 지배하는 분야이고, 그 자유로움은 규칙을 깨면서 새로운 규칙을 만드는, ‘규칙 없는 규칙’에 가까운 것이다. 소위 원초적인 쾌락이야말로 음악의 본질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환기하는 공연이었다.

이어 모두에게 익숙한 스탠다드 명곡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과 빌 에반스의 「Blue In Green」을 절묘하게 결합한 연주와 보컬, 색소폰, 드럼, 비브라폰, 피아노와 베이스가 겹겹이 쌓이는 「No wonder」를 끝으로 공연은 마무리되고, 앵콜로는 「Tangerine」이 연주되었다. 전반적으로 잘 설계된 공연이었고, 신곡을 두 곡이나 접할 수 있어서 의미가 깊었던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임경은이라는 보컬리스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스타일의 재즈 연주를 들려주는 기획이 돋보였다. 결과적으로 이 공연은 재즈를 소재로 삼은 토크쇼이자 큐레이션이자 컴필레이션인데, 이런 형식적 실험이 재즈를 즐길 만한 것, 다시 말해 팝처럼 만만한 음악으로 여겨지게 하는 거란 생각도 들었다. 무엇이든 우리에겐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관객, 대중, 혹은 소비자들과 음악이 만나는 더 많은 접점이 요구되는 시대에 <All About Duo>는 재즈를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도 완성도와 친근함을 높이는 공연을 성사시켰다. 이 점이야말로 이번 공연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일 것이다.

 

글/ 차우진 평론가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큐레이션 콕콕] 오, 나의 굿즈(goods)!

굿즈(goods)는 상품입니다. 그냥 상품이 아니라 연예인이나 스포츠 팬을 대상으로 디자인한 ‘특별한’ 제품이죠. 아이돌·영화·책․스포츠․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문화 장르에 소속된 특정 인물이나 작품, 브랜드의 정체성이 ‘굿즈’를 통해 나타납니다. 셔츠, 가방, 배지, 책갈피, 담요, 머그컵, 인형, 식품, 가전제품 등 갖가지 형태로 제작되는 굿즈가 취향과 관심사 등의 욕구를 충족시키며 새로운 소비문화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별 헤는 밤 텀블러’. 윤동주 시 별 헤는 밤의 구절을 각각 단어로 세분화해 별자리 모양 타이포그래피로 표현했다.

우리나라의 굿즈는 팬덤을 기반으로 한 ‘덕후 문화’에서 시작됐습니다. 일본어 ‘오타쿠’의 한국식 표기 ‘오덕후’에서 온 ‘덕후’는 ‘광팬’ 또는 ‘마니아’라는 뜻입니다. 초기에는 연예인이나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광팬을 가리켰던 ‘덕후’가 시간이 지나면서 개성 있고 가치 있는 소비를 즐기는 젊은 세대라는 의미로 확장됐습니다. 이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상품을 수집하면서 소비 트렌드를 이끌어왔는데 그 예가 바로 ‘굿즈’입니다.

시작은 아이돌 ‘팬덤(fandom)’입니다. 아이돌을 좋아하는 사람(혹은 무리)들은 가요계의 음원 시장과 공연 매출뿐만 아니라 아이돌과 관련한 모든 상품을 사들입니다. 아이돌 굿즈 시장은 연간 1000억 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하는데, 음원 수익이 턱없이 부족한 가요계에 굿즈가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된 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매력 있는 굿즈를 내놓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예쁜 디자인과 높은 퀄리티 때문에 ‘굿즈를 사니, 책이 왔네.’라는 주객전도된 상황도 발생합니다. 독자들의(?) 성원에 알라딘은 홈페이지에 굿즈 항목을 따로 만들었습니다. 일정 금액 이상 도서를 구매하거나 이벤트 도서를 사면 받을 수 있었던 굿즈를 원하는 순간 언제든지 구매할 수 있게 된 거죠.

“굿즈로 주는 유리잔이 너무 예뻐서 제 책을 산 적이 있어요.” 베스트셀러 작가 김영하가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두고도 자신의 책을 직접 구매한 이유도 굿즈 때문이었습니다.

출판계의 굿즈 열풍에 우려를 나타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기호 한국출판마케티연구소장은 책값보다 더 비싼 사은품을 끼워 팔아야했던 여성잡지 시장의 포화와 몰락을 지금의 굿즈 팬덤과 연결 짓습니다. 그는 “굿즈의 팬덤은 알라딘의 팬덤이지, 책의 팬덤이 아님을 빨리 깨달아야 할 것이다. (중략) 출판은 오로지 콘텐츠로 승부를 보아야 한다. 지금 출판시장의 굿즈는 한때 잡지의 사은품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가.”라고 반문합니다.

정치권에서도 굿즈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표지에 등장한 아시아판 타임지는 인터넷서점 알라딘에서 분당 16.6권씩 팔리며 일간 최다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문재인 타임지’에 이어 ‘문재인 넥타이’, ‘문재인 등산복’ 등 이른바 ‘문재인 굿즈’가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문재인 굿즈는 ‘문템(문재인 대통령 아이템)’이라고도 부른다네요.

야당 원내대표와 회동할 때 착용한 일명 ‘강치넥타이’는 ‘이응크레이션스’가 112주년 독도 주권 선포의 날을 기념해 만들었고, 기자들과 북악산 산행 때 입었던 오렌지색 등산복도 찾는 이가 많아 블랙야크는 단종 됐던 점퍼를 재출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선거 기간 동안 후보의 굿즈를 활용하는 일이 흔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후보 등은 모자와 티셔츠 등을 제작해 후원금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선거 기간 내 굿즈 제작을 법적으로 금지합니다. 지금 선풍을 일으키고 있는 ‘문재인 굿즈’는 모두 문 대통령이 즐겨 사용하는 물건들이 굿즈 역할을 한 거죠.

예전에는 팬덤 문화가 인기 가수나 운동선수 등에 국한됐다면 요즘은 범위가 한층 넓어지고, 다양화되고 있습니다.

서울 시내 여자대학에서는 학교를 상징하는 이미지를 굿즈로 제작하는 ‘굿즈 열풍’이 한창입니다. 덕성여대는 교화인 무궁화를 마스코트화한 ‘듀롱이’를 제작했습니다. 학교 측에서 만든 것이 아니라 커뮤니티 ‘듈립’의 학생들이 공개했다고 하네요. 동덕여대는 목화를 마스코트화한 ‘솜솜이’ 굿즈가 인기입니다. 솜솜이도 커뮤니티 ‘동감’에서 만들었네요.

이화여대는 배꽃과 곰돌이를 활용한 굿즈를 판매합니다. 배지부터 스노우볼, 찻잔세트까지 그 수가 많아 ‘다이소를 방불케 한다’는 말도 있네요. 숙명여대는 ‘세상을 바꾸는 부드러운 힘’이라는 학교 슬로건에 맞춰 ‘눈송이’ 캐릭터를 만들었습니다. 늘 깨어있는 학생들을 소리 없이 내리는 눈의 자태로 상징화했다고 합니다.

2015년 10월 세종문화회관에서는 작가미술장터 ‘굿-즈’가 열렸습니다. 미술이 여전히 ‘고급 예술’에 머물러있다는 반성과 한계에서 출발한 행사는 ‘아트페어’가 아닌 ‘굿-즈’를 표방해 생산물의 스펙트럼을 넓히고자 했습니다. 자신들 역시 서브컬처 굿즈의 소비자이기도 한 젊은 작가들은 영상, 설치, 퍼포먼스 등 고정되지 않은 형태의 작업을 상품화해 현대미술의 영역으로 ‘굿즈’를 끌어 왔습니다. 이들이 말하는 ‘굿즈의 방식’은 스스로 서로의 소비자가 되고, 예술문화 생산자들과 예술과 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여러 계층 사람들을 구매층으로 상정해 그들이 ‘굿즈를 소비하듯 현대미술을 소비하길’ 기대하는 것을 말합니다. ‘굿-즈’는 페어, 전시, 프로젝트, 이벤트 등 하나로 규정할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 실천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지난 10월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열린 ‘캐비넷 아트 페어’ 역시 ‘현대미술의 굿즈’ 양식을 기대어 안았습니다. 회화와 드로잉, 사진, 조각, 공예 등의 ‘작가 작품’ 외에 제작 과정 전후의 참고자료, 도구, 재료, 오브제 및 프로덕션 등을 선보이면서 기존의 화이트큐브형 아트페어에서 벗어나고자 했죠. ‘캐비넷 아트 페어’가 추구한 공간은 조용하고 따듯한 빈티지 샵 모델이었습니다. 작가는 완성품(혹은 그와 동일시되는 작품) 뒤에 가려져 있던 과정품(작업의 파생물)을 관객(소비자)과 공유하면서 새로운 소통의 기회를 마련했습니다. 그들 스스로 또 다른 ‘굿즈’를 창발해낸 거라고 할 수 있겠죠.

지금 이 시대에 굿즈 열풍이 부는 이유가 뭘까요. 이향은 성신여대 서비스디자인공학과 교수는 ‘가치에 대한 투자’와 ‘의미를 함께하는 사람들에 대한 동참’을 이야기합니다. “잊힐 수 있는 경험과 가치를 기억하고 싶기 때문에 그 기억에 대한 투자로 ‘굿즈’를 사는 것”이라고요. 또 굿즈는 ‘나도 이 사람을 좋아한다’, ‘나도 이것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는 동감의 표시이자 참여의 중요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 위 내용은 다음과 같은 글을 참고해서 작성했습니다.
1. 유통가 휩쓰는 ‘문재인 굿즈’ 문블렌딩(커피)·이니티콘(이모티콘)·강치 넥타이 판매 불티
    매일경제 2017.6.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소비자 ‘덕심’ 자극하는 굿즈의 세계
    한경비즈니스 2017.6.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나는 굿즈 때문에 책 산다?
    <호수가 보이는 도서관> 2017년 09월호, 한기호
4. 18일 인천 송도 트라이보울서 ‘캐비넷 아트 페어’ 개막
     인천일보 2017.10.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굿-즈] 지속가능한 구조를 위한 작은 움직임, 그리고…
    <월간 미술> 2015년 11월호, 신혜영
6. 여자대학은 ‘굿즈시대’…인형 등 관련 아이템 입소문
     조선일보, 2017.8.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7. 여대들의 독특한 굿즈문화
     다음 카페 ‘쭉빵카페’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 이미지 / 이재은 뉴스큐레이터




문화예술정책동향

<인천시 주요사업>

올해 안에 인천시 새 캐릭터 탄생
인천시는 국립인천해양박물관 건립사업이 정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대상 사업에 최종 선정됐다고 밝혔다. 이는 기획재정부 재정사업평가 자문위원회의 평가에 따른 결과로, 이르면 다음 달부터 예타 조사를 받는다. 해양박물관 건립사업은 2023년까지 인천 월미도 갑문매립지에 총면적 2만2천588㎡, 4층 규모로 시설을 조성하는 내용이다.

인천시, 전문예술법인·단체 지정 공모 안내
인천시는 전시, 공연 관련 창작 활동을 활성화 하고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도모하기 위해 인천에 소재한 문화예술 단체 등을 대상으로 ‘2017년도 전문예술법인·단체 지정 신청’을 받는다.

인천 역사·문화·관광지 소개 ‘달리는 홍보대사’
인천시는 교통연수원에서 ‘올 웨이즈 인천(all ways Incheon) 택시 홍보단’ 업무 협약식과 발대식을 개최했다.

책의 수도 인천, 리딩보트 타고 경인아라뱃길 유람한다.
인천시는 서구, 한국수자원공사와 함께 2017 세계 책의 수도 인천 2주년 기념행사로 제3회 경인아라뱃길 ‘리딩보트(Reading Boat)’행사를 연다고 전했다.

문화·관광·체육분야 주민참여예산 정책토론회 개최
인천시는 내년도 문화관광체육분야 예산편성을 위한 ‘2017년 주민참여 예산정책토론회’를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시민과 관계전문가 등 정책수요자와 함께 개최한다고 밝혔다.

인천시, 내년 상반기 시민문화헌장·문화도시 조례 제정
인천시가 문화 주권 실현을 위해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시민문화헌장 및 문화도시 조례를 제정한다.

 

<영상‧콘텐츠>

인천시, AI를 활용한 문화콘텐츠산업 산학협력 추진
인천시는 인하대학교 하이테크관에서 ‘인공지능 콘텐츠창작 연구센터(ITRC 연구센터)’가 개소됐다고 전했다. ITRC 연구센터 개소로 대학과 지자체, 기업이 상호 협력을 통한 연구수행으로 관련분야의 핵심기술개발과 전문가를 양성하는 산학협력체계가 구축되었다.

가상현실 세계로의 초대, 국내 최대 규모 VR 테마파크 오픈
인천 송도에 국내 가상현실(VR) 산업의 놀라운 성장을 한 눈에 보고 체험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도심형 VR 테마파크인 <몬스터 VR>이 8월 4일 문을 연다.

5회 인천독립영화제 in – Film ‘오래달리기’ 시작합니다
인천독립영화협회(이하 협회)는 오는 18~20일 남구 영화공간주안에서 ‘5회 인천독립영화제 in-Film 2017 오래달리기’를 진행한다.

 

<지역 문화>

인천 서구문화재단 내년 1월 출범 예정
인천 서구가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재단법인 인천시 서구문화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전국>

예술인 자율성 보장하고 복지 사각 지대 없앤다
정부가 블랙리스트로 피해를 입은 예술인들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예술인 권익 향상에 힘을 쏟기로 했다.

예술인 복지금고 내년부터 시동…문예기금 500억원 투입
문화체육관광부는 예술인 창작권 보장을 위한 ‘예술인 복지금고’ 조성을 위해 내년부터 15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본격적인 운영 준비에 나선다.

2017 우수문화상품 신규 지정 발표
공예, 한복, 한식, 식품, 디자인상품 등 5개 분야 총 62개 상품 지정

문체부, 국정과제의 본격 추진 위한 예산 편성한다
내년부터 국민의 문화생활을 지원하고 예술인의 안정적인 창작권을 보장하기 위한 사업이 중점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문체부, 조직 개편 대규모 시행
문화체육관광부는 신속한 의사 결정 체계를 마련하고 책임행정 기반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문화 균형 발전과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의 성공적 개최 등의 정책과제를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조직을 대규모로 개편한다.

「국제문화교류 진흥법 시행령」 국무회의 통과
문화체육관광부 제40회 국무회의에서 <국제문화교류 진흥법 시행령>이 의결되어 9월 22일부터 시행된다고 밝혔다.

민관 협력을 통해 저작권 침해에 신속하게 대응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불법복제물의 유통경로와 플랫폼 다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함께 ‘민관 협력 침해 대응 체계’를 구축하고 ‘권리자 보호요청에 따른 침해사실 통지 절차’를 시행한다.

 

<추천 자료>

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의 해법 ‘도시재생·문화재생’ 토론회 자료집
‘자치분권’을 통한 지역의 권한과 역할의 제고, ‘도시재생’을 통한 지역공동체의 발전과 문화정책에 관련된 토론회의 자료집

서울시민 문화향유 실태조사 개선연구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회원 및 사업 참여자를 대상으로 문화·여가활동의 관심도와 참여도, 만족도 등 문화향유 실태의 전반을 파악하였으며, 조사에 대한 전반적인 진단을 통해 개선 방안을 연구함.

콘텐츠산업 재정정책의 진단과 개선 방안
2001년 이후 본격화된 문화콘텐츠산업에 대한 재정정책을 검토하고, 새로운 재정정책의 방안을 설계함. 개별 사업에 대한 평가를 하기 보다는 콘텐츠 재정정책의 변화와 콘텐츠산업 동향의 변화를 파악하여 여기에 적합한 콘텐츠 재정정책의 변화 방향과 방안을 제시함.

발행일: 2017. 10. 10
인천문화재단은 문화정책 관련 국내외 주요 이슈를 정리하여 격월간으로 문화정책동향을 발행합니다.
본 자료는 공익적 용도로 제작되었으나, 저작권 침해 소지에 대해 알려주시면 시정하겠습니다.
문의 :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 032-455-7136




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축제 꿈다락 올라와

2017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축제
꿈다락 올라와

일시 : 2017.10.21.(토)
장소 : 중앙공원 조각원지구
촬영,편집,구성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유라




동네방네아지트 이야기3. 아프리카 목공소

일상적으로 쉽게 접하고 만나는 책방, 갤러리, 카페들과 동아리를 연계한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 아지트로 함께하고 있는 인천의 공간 이야기를 전합니다.

 

“아이들이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히히덕거리면서 마음껏 그리고 놀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 아프리카 목공소 김영수 대표 –

* ‘아프리카 목공소’는 어떤 곳?
목공품을 만드는 곳인 동시에, 아이들이 부담없이 찾아와 그림을 그리고 마음 편히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꾸물꾸물문화학교 동네예술대학의 목공 수업,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활동 등 시민과 아이들을 대상으로 의미 있는 사업을 하는 다양한 곳에서 재능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1900년대 초반에 지어진 인천의 명물 홍예문을 끼고 있는 자유공원로 근처, 유독 지나가는 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곳이 있다. 바로 아이들의 그림 합판으로 가득 채워진 담벼락을 마주하고 있는 아프리카 목공소이다. 목공소스러운 나무색과 붉은 색감으로 꾸며진 독특한 외관, 문 너머로 보이는 내부의 목자재와 공구들이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아프리카 목공소의 첫 시작은 김영수 대표님의 숙소였다. 앞 쪽의 전망이 좋아 이 공간을 숙소로 임대한 것이다. 당시에는 주변이 지저분했기 때문에 직접 공구를 사서 꾸미기 시작했는데, 대표님도 모르는 사이 주변에서 목공소라고 불리고 있었다. 이전에 철근 관련 일을 해본 덕분에 공구사용이 익숙했고, 탁자와 책상 등 사람들이 원하는 목공품을 만들면서 4년 동안 아프리카 목공소가 이어져오게 되었다.

아프리카 목공소의 내부 또한 외관 만큼이나 색다르고 흥미롭다. 안으로 들어서면 시선이 닿는 곳마다 목공에 쓰이는 자재와 공구들이 가득하다. 아프리카 목공소에 방문한 사람이라면 다들 한 번씩은 신기한 공구 근처를 맴돌며 구경하게 된다. 또 돋보이는 것은 대표님이 직접 그리신 다양한 그림들이다. 대표님이 그림을 좋아하시는 덕분에 벽마다 다채롭고 개성 있는 그림이 걸려 있고, 이젤과 물감도 한 켠을 차지하고 있다. 나무를 연상시키는 붉고 노란 조명과 그림들이 어우러진 아프리카 목공소의 분위기는 편안하고 익숙하면서도 특별하고 새롭다.

아프리카 목공소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아이들을 위한 아지트라는 점이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하다는 대표님의 활동은 아이들을 위한 것들이 굉장히 많다. 아프리카 목공소는 지속적으로 찾아오던 아이든, 지나가다 내부가 궁금해서 처음 들어온 아이든 누구라도 들어와서 자유롭게 이야기하고 그림 그리며 말 그대로 ‘놀 수 있는 공간’이다.

요즘엔 아이들이 학교 외에도 다양한 곳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데, 중간에 모든 것을 내려놓고 쉴 수 있는 곳은 사실 많지 않다. 아프리카 목공소가 이런 아이들에게 규칙이나 시스템을 눈치보지 않아도 되는 공간, 동네 가까운 곳에서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이 되어주고 싶다는게 김영수 대표님의 생각이다. 아이들에게는 ‘모여서 놀 수 있는 군’이 형성되어야 하는데, 아이들이 많이 모이는 학원은 성적 향상이라는 목표와 경쟁의 여지가 있는 곳이다. 아이들이 무엇인가 잘할 필요 없이 마음껏 웃으며 오롯이 놀 수 있기를 바라는 아프리카 목공소는 수업료도 재료비도 받지 않는다. 아이들을 예뻐하는 대표님의 마음은 아이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아이들 사이에서 대표님의 호칭은 편하게 ‘아저씨’로 통한다.

아프리카 목공소 맞은 편의 길다란 담벼락 전시회도 아이들에 대한 대표님의 애정과 배려로부터 시작되었다. 이 공간에 처음 자리잡았을 때만 해도 근처에 쓰레기가 많고 지저분해서 담벼락에 그림을 걸어놨더니, 아이들이 여기에 낙서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담벼락에 그림그리는 아이들이 하나둘씩 늘어갔고, 그 중에는 정말 진지한 태도로 그림을 그리는 아이들도 있었다. 그런 아이들의 그림에 시간이 지나도 덧칠을 하지 않기 위해 아이들에게 스케치북이 되어줄 합판을 건네주기 시작했다. 대표님이 잘라놓은 합판에 아이들이 그림을 그리면, 그 합판을 담벼락에 걸어 전시하기 시작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 담벼락의 그림이 빛을 바래도 대표님은 그대로 놔두신다고 한다. 나중에 아이들이 찾아와 자신이 그렸던 그림을 찾아보기 때문이다. 작은 낙서까지도 이름을 써서 붙여주는 대표님의 배려 덕분에 이 담벼락은 많은 이들에게 한 켠의 추억이 담긴 곳이자, 나중에 되돌아와 예전의 흔적을 더듬을 수 있는 곳이 되었다.

매년 할로윈 데이에는 ‘구미호데이 여우야 놀자’라는 파티를 대표님이 직접 기획하고 준비한다. 구미호라는 테마는 이 골목이 갖고 있는 개항장 동네만의 역사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이다. 아프리카 목공소 근처의 홍예문에는 걷다가 뒤를 돌아보면 아이 귀신과 눈이 마주친다는 전설이 있었다. 이로부터 골목 여기저기서 구미호가 나타나는 스토리를 떠올려 외국의 문화를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구미호데이에는 아이들을 분장시켜주고 재즈공연 등 풍성한 즐길거리도 마련해 아이들을 위한 축제의 장을 열어주신다고 한다.
또한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에서 <아프리카가 아프리카를 만나다! 김영수 개인전>을 열어 그림과 조각을 전시하기도 했는데, 여기서 발생한 수익금은 모두 아프리카 아이들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잠바브웨 아트센터에 기부했다. 최근에는 인천시 중구청에서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목공에 대한 멘토링도 진행하는 등 아이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다양한 곳에서 아프리카 목공소가 추구하는 가치를 실현하고 있다.

아프리카 목공소는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도 참여하는 중인데, 청소년과 청년들을 대상으로 매주 토요일 오전 11시~오후 1시에 진행된다. ‘옷에 그림 그리기’ 활동을 메인으로 하여 자유롭게 그림을 그리고, 톱질하고 용접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그리고 만들 수 있는 시간이다. 아이들이 드로잉 기술을 익히기보다는 다양한 색감을 쓸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아이들을 지도할 때는 다양한 색을 사용하도록 유도하고 칭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예쁜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 없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 시간이다.
최근에는 ‘동네방네 아지트 위크’를 맞아 이설야, 박세미 시인과 싱어송라이터 이권형이 아프리카 목공소를 찾았고, 시가 있는 작은 콘서트를 통해 바쁜 일상 속의 여유를 만끽하는 시간을 가졌다. 시민들을 모집해 조직한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단’도 아프리카 목공소를 방문했는데, 공간 내부를 구경하고 대표님이 건네준 합판에 그림을 그려 자신의 그림을 담벼락에 전시하기도 했다. 결과물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그리고 색칠하는 시간은 어른들에게도 동심으로 돌아가 활짝 웃고 즐거워할 수 있는 추억을 선물했다.

아이들을 향해 한껏 열려있는 아프리카 목공소. 김영수 대표님은 아이들이 자신에게 오아시스 같은 존재라고 말하지만, 아프리카 목공소 역시 점점 더 바쁘고 삭막해져가는 아이들의 생활 속에서 진정한 쉼터를 제공하는 오아시스가 되어주고 있다. 스스로의 힐링을 위해 멀리까지 갈 수도 있고, 돈을 지불할 수도 있는 어른들과 달리 나만의 휴식처에 대한 접근 기회 자체가 적을 수밖에 없는 아이들에게 아프리카 목공소는 그야말로 ‘아지트’ 그 자체인 곳이다.

· 주소 : 인천 중구 내동 1-1

 

사진, 글 / 생활문화팀 김효주

 




여신과 여성

지구별 문화통신은 인천문화재단이 지원하는 다양한 국제교류사업을 통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소개하는 다른나라 문화소식입니다. 이번 호 부터는 인천아트플랫폼의 국제교류사업으로 일본의 요코하마 뱅크아트1926, 인도의 산스크리티재단과의 교류 사업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소식을 격호로 싣습니다.

델리의 전철역 – 여자들 만 탈 수 있는 칸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처음엔 혼자 밖에 나가지 못했던 내가 이제는 지하철을 타고 델리(Delhi)의 시내를 누빈다. 그러나 나는 가방에 항상 페퍼 스프레이를 가지고 다닌다. 레지던시에는 해가 떨어지기 전까지 꼭 돌아오고, 거리에서 남성과는 이야기를 하거나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 단지 여성이기 때문에 나 스스로에게 통행 금지시간을 적용시켰다. 옷은 헐렁한 긴바지에 긴팔을 입는다. 델리의 지하철은 서울의 지하철 같이 깨끗하고 연결이 잘 되어 있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기 전에 보안 검사를 꼭 지나가야 한다. 비행기를 타듯이 가방을 엑스레이 기계에 통과시키고, “Ladies” 라고 씌여진 줄을 따라 가면여자 경찰이 몸 수색을 한다. 이런 보안 경비는 지하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슈퍼마켓, 영화관, 쇼핑몰, 박물관, 심지어는 거리의 시장에서도 보안 검사를 한다.

지하철 안 여성 전용 칸

보안 검사를 지나서 드디어 지하철 플랫폼에 도착하니 여성 전용 칸을 표시해둔 팻말이 보인다. 최대한 보수적이게 옷을 갖춰 입은 나의 걱정과는 달리 지하철 안의 여성 전용 칸에는 민소매 티셔츠와 스키니 청바지를 입은 여성들이 보인다. 그러나 전통 사리(인도의 전통의상)를 입은 여성들도 절반 이상 된다. 여성 칸과 혼용 칸 사이엔 문이 없어서 그 너머로 서있는 남성들이 보인다. 여성 전용 칸의 전체적인 색상이 밝고 풍부하다면 혼용 칸의 색상은 이와 대조적으로 칙칙하다. 어떤 남성들은 두 칸을 잇는 연결 부위에 앉아있다. 공중 화장실에서와 같이 사회적으로 규정된 남녀의 분리된 공간을 여러 공공 장소에서 경험할 수 있다. 레스토랑에서는 여성이 혼자 온 경우 가족을 위한 구역에 자리를 잡는 것이 좋다. 이렇게 남성과 여성의 공간을 나누게 된 것은 전통적인 관습에 의한 것이기도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된 인도에서의 여성에 대한 범죄 때문이기도 하다.

쇼핑몰 입구의 보안 검사

인도에 간다고 말했더니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말렸다. 여자가 혼자 여행하기엔 너무 위험한 나라 아니냐고. 그렇다. 2010년도 이후로 가장 눈에 띄는 인도에 관한 뉴스 기사들은 죄다 성폭행 사건에 대한 것들이다. 그래서인지 델리에 도착하는 첫날부터 내가 가장 인상 깊게 관찰하게 된 것은 여성에 대한 사회적 제도와 여성의 권리, 그리고 인도 신화와 종교 간의 연관성이다. 인도는 거대한 나라이고, 그 인구의 숫자가 중국과 맞먹는다. 그에 반면 면적은 중국의 1/3밖에 되지 않는다. 땅덩이가 크고, 인구 밀도가 높은 만큼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고, 다양한 종교와 문화가 공존하고 있다. 또 인도는 가까운 미래에 중국 다음으로 큰 경제력을 가지게 될 것이다. 인도의 수도인 델리는 한국이 개발도상국이었을 때와 같이 현대적인 삶이 빠르게 전근대적인 삶의 모습을 대체해 나가고 있다. 여성에 대한 범죄는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일어나는 전통사회와 현대사회의 마찰이라고 생각한다. 

지하철 역의 광고 : 여자아이를 버리지 마세요. 여자아이를 존중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남녀의 성비가 5대 1이 될 것입니다.
* 이 광고는 인도에 아직 남아선호사상이 존재하고, 여자아이를 시집 보낼 때 예물을 차려야 하는 관습의 부작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들의 뿌리는 오랫동안 남성우월주의를 지지해온 전통사회의 악습에서 찾을 수 있다. 이슬람교를 믿는 중동의 국가들에서도 여성에 대한 범죄는 계속해서 일어나고 있다. 기독교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그 외에 델리와 같은 대도시에 현저한 빈부격차도 이러한 범죄에 일조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종교에서 묘사하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는 나는 이 문제를 종교와 연관시켜 생각해 보고자 했다. 인도는 힌두교 신자가 거의 80%이고, 그 다음으로 이슬람교(14.2%), 기독교(2.3%), 시크교(Sikh, 1.7%), 불교(0.7%), 자이나교(Jaina, 0.4%) 등의 종교 신자들이 있다. 이 글에선 인도에서 가장 많은 신자가 있는 힌두교를 다루도록 하겠다.

힌두 종교에서 여성은 남성에게 종속된 존재로 묘사된다. 여성의 가치는 그녀의 신체적 미와 정절에 의해 평가되고, 결혼은 여성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가장 중대한 결정으로 표현된다. 힌두교의 중요 세 신들(Trimurti)인 브라마(Brahma, 창조자), 비슈누(Vishnu, 수호자)와 시바(Shiva, 파괴자)는 모두 남성으로 묘사되고, 그들의 배우자인 사라스바티(Sarasvati), 락슈미(Lakshmi) 그리고 파르바티(Parvathi)는 그들의 반쪽이자 여신들이다. 기독교에서와 마찬가지로 힌두교에서도 최초의 여성은 남성의 욕구에 의해 그의 몸의 일부분을 추출해서 태어나게 된다. 이러한 창조설은 여성의 자율성을 상징적으로 남성에게 가둔다. 모든 인간이 여성의 자궁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고려해보면 종교의 이러한 창조설들은 다분히 정치적이고 인위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인도 힌두교는 두 가지의 성스러운 신화, <마하바라타(Mahābhārata)>와 <라마야나(Ramayana)>가 그 내용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힌두교에서 섬기는 다양한 신과 여신들은 모두 이 두 가지 서사에 등장한다. 인도의 전통화와 조각들에 묘사되는 인물들은 모두 이 신화들의 등장 인물들이다. 어떤 면에서는 이 서사 신화들의 내용을 알지 못하면 인도의 전통미술과 문화를 이해하기 어렵다고 생각된다. 이 신화들은 그리스 신화가 그렇듯이 상징적이고, 고대 사회의 철학과 사회 관습, 정치적 상황을 표현하고 있다.
이 신화들은 <리그베다(Rigveda)>나 <우파니샤드(Upaniṣad)>와 같이 좀 더 형이상학적인 성서와 달리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쓰여진 듯 하다. 그래서 그런지 현재까지도 <마하바라타>와 <라마야나>의 내용과 인물들은 춤과 연극, 미술의 주제로 다루어지고 있다. 힌두 종교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음양오행설과 비슷하게 여성과 남성의 조화가 우주를 이루고 있고, 이는 시바와 샥티(Shakti)라는 신과 여신으로 상징화 된다. 이 세가지 신화들에 등장하는 신과 여신들은 모두 시바와 샥티의 아바타(Avatar. 권화, 부활한 존재)들이다. 여기까지는 우주와 세계에 대한 조상들의 이해가 상당히 철학적이고, 사실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두 개의 신화들 각각 그것들이 구전되고 기록되는 과정에서 당시 기권 세력에게 유용하게 내용이 덧붙여지고 수정되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한다.

이 신화들의 세계에는 신과 인간 그리고 악령들이 존재한다. 높은 지위에 태어난 인간들은 신과의 관계에 의해, 혹은 정신적 수양을 통해 신적인 능력과 지위를 획득하기도 한다. 이렇게 수양을 통해 신적인 능력을 획득하는 사람들은 거의 남성들이다. 그들은 모두 어린 시절의 교육과 결혼, 그리고 가정을 이루는 과정을 거친 후 출가하여 수양의 길을 떠난다.이 신화들에서 여성은 사랑과 정절을 통해 아내와 어머니의 자리에, 그리고 남성은 정신적 완성의 길을 갈 것을 제시한다.

신화에서 주로 묘사되는 사건들은 여러 왕권들과 부족 사회들이 결혼과 교혼을 통해 자신들의 혈통을 유지하고, 영역과 영향력을 획득하거나 잃는 과정들을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러한 전쟁들은 선과 악의 싸움이기도 하다. 신화에서 다루어지는 인간 여성들은 남성들의 싸움의 원인을 제공하거나 싸움 끝에 교환되는 전리품이다. 그들은 누군가의 부인이거나 딸로서, 그 아름다움과 정절이 항상 강조된다. 여성이 자신의 남편에 대한 정절을 죽음을 무릅쓰고 지켰을 때 그녀는 신들에게도 존경을 받게 된다. (한국 설화에도 이러한 이야기들을 찾아볼 수 있다) 또, 일부다처제가 자주 언급되는데, 이것은 왕가의 혈통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제도로 제시된다. 남자아이의 출생은 이렇게 혈통을 유지하는데 온갖 신경을 쓰는 고대 사회에선 최고로 중요한 일임이 당연하고, 이는 이 두 가지 신화에서 번복해서 발견되는 요소들이다. 예외적인 경우로는 드라우파디(Draupadi)라고 불리는 공주가 다섯 명의 형제들과 결혼한 부분이다. 이에 대한 설명을 찾아본 결과, 이는 인도에 존재하는 여러 부족들 중에 일처다부제를 시행하는 부족이 있었고, 이 부족의 관습을 대변할 수 있는 여신이 드라우파디라고 한다.

인도에서 가장 많이 숭배되는 라드하와 크리슈나(Krishna). 크리슈나는 그의 헌신적인 추종자들인 고피(양 혹은 염소 치기의 부인)들을 모두 받아들인다. 라드하(왼쪽)는 크리슈나의 아내로 고피들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한다.

유디쉬트라가 두르요다나의 도박에서 그의 아내인 드라우파디를 잃자, 승자는 드라우파디의 옷을 벗길 것을 요구한다. 크리슈나 신이 드라우파디의 기도를 듣고, 그녀의 옷이 영원히 벗겨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다 몸져 누운 공주

라드하가 목욕하는 것을 훔쳐보는 크리슈나

결국 다신교인 힌두교는 이렇게 다양한 부족과 종족들을 인도라고 하는 한 나라에 포용시키는 지혜로운 장치였다고 여겨진다. 내가 인도의 종교 관습에 대해서 높이 사는 점은 바로 이 유연성이다. 사회가 변화하면 종교와 전통 관습도 그에 따라 변하는 것이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점점 교육 받은 여성들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인도는 세계의 다른 나라들처럼 남성 우월주의에서 벗어나 남녀평등주의로 이동해 가야 할 것이다. 종교 또한 이러한 사회적 방향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인도는 개정된 서사 신화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는 인도에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세계의 종교들은 과거의 관습을 현대적인 눈을 통해 다시 재해석하고 개정해야 할 것이다. 

파괴의 여신 칼리(Kālī)

파괴의 여신 칼리-2

번영과 부의 여신 락슈미와 그의 남편 비슈누

12년 전, 그러니까 2005년에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났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이 나도 류시화 시인의 『지구별 여행자』를 읽었었고, 동양의 사상과 종교, 인류 7대 문명의 발원지인 인도에 가면 인간의 역사에 대해 좀 더 알 수 있게 될 것 같았다. 실제로 그때 잘 모르고 떠난 인도여행은 지금까지도 내 인생에서 가장 특별한 여행으로 기억한다. 처음 인도를 접했을 때의 느낌은 감춰졌던 이 세상의 일부분을 목격한 듯한 ‘센세이션(sensation)’이였다. 서양의 문화와 도시적인 삶에만 익숙했던 나에게 인도는 사람이 사는 모양새가 이렇게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최초의 나라이다. 또한 서양식 미술교육을 주로 받아온 나에게 인도의 미술과 건축은 전혀 다른 미의 기준점을 제시해 주었고, 이것이 유럽 중심주의 적인 관점의 가치가 사물과 세계를 이해하는 하나의 방법이지,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 주었다.

다시 찾은 인도는 12년 전과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나는 이곳에서 내가 여성이라는 사실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인도는 너무도 다양한 얼굴을 가진 나라임에는 변함이 없다. 10월 초엔 두르가(Durga, 전쟁의 여신)라는 여신을 섬기는 축제가 열린다. 여신을 숭배하는 만큼, 여성을 존경하고 여성이 남성과 같은 권리와 지위, 그리고 자유를 가질 수 있는 날이 곧 오기를 바랄 뿐이다. 

파르바티의 또 다른 아바타 전쟁의 여신 두르가

 

글, 사진 / 이영주 작가

 

이영주는 2017년 인천아트플랫폼-산스크리티 레지던시의 국제교환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9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인도의 델리와 자이푸르에서 한달 반 간 체류했다. 인도 전통미술에서 묘사되는 종교적 상징과 체계에 관심을 가지고 출발한 이 여정은 30미터 가량의 두루마리 그림으로 기록했다. 이영주는 신화와 꿈의 서사구조를 이용하여 개인의 역사와 정체성을 애니메이션 영상 설치와 퍼포먼스로 재해석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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