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유쾌한 건달들 『이것이 남자의 인생이다』

이것이 남자의 인생이다
천명관 지음 / 예담 / 2016. 10. 발행

한 때, 건달(조폭)을 다룬 영화들이 유행한 적이 있다. 영화 속 건달들은 대개 영남이나 호남 출신이었고, 두 지역이 아니면 서울이었다. 인천의 건달들이 인천에서 활동하는 작품은 매우 드문 것이 사실인데, 이 작품은 이번에 우리 시대의 탁월한 이야기꾼 천명관이 인천을 배경으로 인천의 건달들을 등장시킨 작품이다. 건달의 이야기를 그렸지만, 작품은 무겁거나 심각․잔인하지 않고, 어디까지나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고 ‘허당’으로 가득차 있다. 무려 35억짜리 종마와 20억원 어치의 다이아몬드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이 작품에서 ‘후까시’만 잡을 뿐 실제로는 ‘허당’인 건달들이 자신의 솔직한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맹활약’을 펼치는 곳은, 주안역 뒷골목과 연수동 뒷골목, 제물포역 근처 여관방, 문학동 당구장, 송도 등 인천이다. 인천의 최대의 조직 ‘연안파’를 중심으로 포복절도하게 펼쳐지는 ‘건달’들의 리얼한 이야기는 밤이 훌쩍 길어진 겨울 밤을 보내는 매우 유익한 읽을거리가 틀림없다.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함태영




[큐레이션 콕콕] 키워드로 보는 ‘2018 코리아’

매년 대한민국의 소비 흐름을 전망해온 ‘트렌드 코리아’가 2018년 10대 트렌드를 발표했습니다. 

1.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추구하는 ‘소확행’ 2. 불안한 사회에서 나만의 휴식공간을 찾아나서는 ‘케렌시아 현상’ 3. 대면 접촉이 필요 없는 ‘언택트 기술’ 4. 새로운 부가가치와 수요를 창출하는 ‘만물의 서비스화’ 5.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Work-life-balance)’ 세대 6. 자신의 취향과 정치사회적 신념을 커밍아웃하는 ‘미닝아웃’ 7. 기능적 관계나 반려동물이 대체하는 ‘대안 관계’ 8. 가성비를 넘은 만족을 주는 ‘플라시보 소비’ 9. 같은 성능, 같은 가격이라면? ‘매력 자본’ 10.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는 노력’이 그것입니다. 

Wag the dog는 일종의 정치 속어로, 권력자가 불미스런 행동이나 부정행위 등으로 지탄 받을 때 그 비난을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해 연막 치는 행위를 뜻합니다.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일은 일상에서도 자주 발견되는데 1인 방송이 주류매체보다, SNS가 대중매체보다, 사은품이 본 상품보다, 거리의 푸드트럭이 백화점의 푸드코트보다 각광 받는 현상이 그 예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약자인 언더독underdog의 약진이 두드러진다고 볼 수 있겠네요. 2018년 대한민국을 지배할 트렌드를 자세히 살펴볼까요.

– 작지만 확실한 행복, 소확행
소확행에는 작은, 사소한, 일상, 보통, 평범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집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조용한 삶을 즐기는 프랑스의 ‘오캄’, 소박하게 자신의 공간을 채워나가는 스웨덴의 ‘라곰’, 따듯한 스웨터와 장작불 옆 핫초콜릿을 떠올릴 때 느껴지는 편안함을 상징하는 덴마크의 ‘휘게’처럼 찰나의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정신이죠.

소확행은 일본의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1990년대에 만든 신조어입니다. 그는 한 수필집에서 행복을 이렇게 묘사했습니다. “갓 구운 빵을 손으로 찢어서 먹는 것,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 돌돌 말은 속옷이 잔뜩 쌓여 있는 것, 새로 산 정결한 면 냄새가 풍기는 하얀 셔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쓸 때의 기분, 겨울밤 부스럭 소리를 내며 이불 속으로 들어오는 고양이의 감촉.” 행복은 멀리 있지도, 거창하지도 않으니 일상에서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는 겁니다.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최근 대만에서 동명의 책과 영화가 관심을 받으면서 우리나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습니다. 공부, 취직, 결혼, 연애 등 어느 것도 녹록하지 않은 현실에서 사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찾아나서는 거죠.

성공, 꿈, 재력, 사치보다 커피, 인디음악, 반려 동물, 맥주, 요리 등에 주목하고 드물게 멀리 가는 여행보다 자주 가까운 곳으로 떠나는 여행을 꿈꿉니다. 집을 최고의 휴식처로 삼는 ‘홈루덴스(집home+유희ludens)’, 집 근처 호텔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호캉스(호텔+바캉스)’ 등도 인기라고 하네요.

불안한 사회에서 나만의 휴식처를 찾아나서는 케렌시아 현상
케렌시아는 투우장의 소가 마지막 일전을 앞두고 숨을 고르는 자기만의 공간입니다. 현대인들에게도 혼자만의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케렌시아 공간이 절실하죠. 단순한 쉼을 넘어 취미와 창조 활동을 위한 영역. 수면힐링 카페의 산소캡슐에 들어가거나 만화카페에서 어릴 적 만화방의 추억을 소환합니다. 한방 카페에서 안마와 찜질을 하고, 책맥 카페에서는 맥주를 마시며 책을 읽죠. 도심의 케렌시아는 창조적 예술 활동과 결합하기도 합니다. 휴대폰 케이스를 직접 만들고, 팔찌를 제작하고 미니어처를 만들며 자신을 표현하죠. 

산업화, 도시화에 따른 생산과 소비의 결과로 가정과 직장은 제1, 제2의 공간으로 분리됐습니다. 그리고 현대인을 위한 ‘제3의 공간’이 등장했죠. 제3의 공간은 여가와 자유의 장이며 일터와 가정에서 쌓인 근심을 더는 곳입니다. 격식과 서열은 없지만 수다와 음식은 있는 곳입니다. 홀로 고독하지만 고립되지 않을 수 있는 카페, 버스 맨 뒷자리, 혼술하는 이자카야, 동네 책방, 코인 노래방 등이 나만의 케렌시아가 될 수 있죠. 제3의 공간이 다양하면 다양할수록 인간은 더 많은 행복을 느낀다고 하네요. 

– “직장이 나의 전부가 될 수 없다” ‘워라밸(Work-life-balance)’ 세대
워라밸은 ‘Work and Life Balance’에서 온 영어로 1970년대 말 영국에서 처음 등장했고 미국에서는 1986년부터 사용했습니다. 정부의 인구정책 대안, 기업의 경쟁우위 정책, 개인의 삶의 질 제고방안으로 국가-기업-개인이 상생할 수 있는 전략으로 인식됐죠. 우리나라에서 워라밸은 적당히 벌면서 잘 살기를 희망하는 젊은 직장인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뜻합니다. 

워라밸 세대는 서울올림픽이 개최된 1988년생 이후부터 이제 갓 사회에 진입한 1994년생까지의 세대를 직장생활의 관점에서 규정하는 명칭입니다. 개인의 생활보다 직장을 우선시했던 과거세대와 달리 워라밸 세대는 일 때문에 자기 삶을 희생하지 않습니다. 불완전함을 수용하고 긍정 마인드로 자존감을 높이며 돈보다 스트레스가 적은 삶을 바랍니다. 연봉보다는 ‘내가 얼마나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죠. 

워라밸 세대는 자신의 행복을 위해 퇴근 후 본업과 무관한 취미활동을 합니다. 그림, 피아노, 태권도 등을 다시 배우는 성인도 늘어, 성인층을 겨냥한 맞춤형 수업도 늘고 있다고 하네요. 교육부는 성인 대상의 예능(미술, 음악, 무용 등) 학원 수강자가 2013년 4만 2,462명에서 2016년 10만 3,258명으로 매년 급증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구몬학습의 성인 회원 수는 2013년 1만 8천여명에서 2017년에는 5만 여명으로 증가했습니다. 공부=시험이었던 학창시절에서 벗어나 사회인이 된 뒤에 공부의 즐거움을 발견한 거죠.

가성비에 가심비를 더하는 플라시보 소비
가성비는 가격 대비 성능, 가심비는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뜻합니다. 가심비는 가성비에 주관적, 심리적 특성을 반영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죠. 가성비가 상품의 가격과 성능을 중시한다면 가심비는 그 상품에서 소비자가 무엇을 얻었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이러한 자기주관적 판단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수치로 객관적 기준을 정할 수 없죠. 플라시보는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 위약이지만 환자가 믿음을 갖고 약을 복용하면 좋은 치료제가 될 수 있습니다. 플라시보 소비는 플라시보 효과와 맥락을 같이 합니다.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마음의 힘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특정 인물이나 콘텐츠가 담긴 물건이나 이미지를 소유하고 싶어하는 굿즈 열풍은 아이돌, 게임, 영화, 대통령 굿즈로 확장됐죠. 굿즈는 상품보다 의미에 대한 투자 성격이 강하며 이는 가심비를 높이는 역할을 합니다. 반대로 스트레스를 풀거나 재미를 찾을 때도 가성비보다 가심비를 따지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탕진잼(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써버리는 탕진+재미), 시발비용(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사용하는 비용) 같은 신조어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플라시보 소비는 삶을 위로하는 방편이자 시대에 적응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그 과정에서 위안비용과 시발비용이 필요하죠. 가심비 중심의 소비는 물질적인 결핍 충족을 넘어 주체의 만족을 요구합니다. 조금 더 행복해지고 싶은 인간의 욕망이 택한 길이죠.

– 매력, 자본이 되다
매력(魅力)의 매魅는 ‘도깨비 매’입니다. 단지 예쁜 것을 뜻하는 게 아니라 부족한 점이 있어도 도깨비에 홀린 듯, 마법에 빠진 듯, 비이성적인 힘에 의해 사람을 끄는 힘이 바로 매력입니다. 단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끌리는 것. 매력은 단 하나의 특별한 장점, 친근한 귀여움, 반전, 능숙한 밀당 등에서 발생합니다.

오래된 스테디셀러가 표지를 바꿔 입고 베스트셀러로 부활합니다. 여성 패션 브랜드 키이스KEITH가 디자인한 표지를 입힌 민음사의 ‘키이스 콜라보레이션 에디션’은 ‘내용이 바뀐 것도 아니고, 드라마에 나온 것도 아니고, 특별한 상을 받은 것도 아닌데’ 소비자의 구매욕을 자극합니다. 개성만 있으면 못생겨도 오케이. ‘못난이 스니커즈’는 예쁘지 않아서 더 눈이 가는 운동화입니다. 사람들은 친근하고 귀여운 캐릭터에 무장해제되고, 근육질 배우의 귀여운 반전에 마력을 느낍니다. 특이성을 매력으로 승화시키는 전략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전망한 올해의 10대 트렌드는 1. 지금 이 순간 ‘욜로 라이프’ 2. 새로운 ‘B+ 프리미엄’ 3. 나는 ‘픽미세대’ 4. 보이지 않는 배려 기술 ‘캄테크’ 5. 영업의 시대가 온다 6. 내 멋대로 ‘1코노미’ 7. 버려야 산다, 바이바이 센세이션 8. 소비자가 만드는 수요중심시장 9. 경험 is 뭔들 10. 각자도생의 시대이었습니다. 얼마나 빠져드셨나요? 세상의 흐름을 느끼셨나요?

 

* 위 글은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로 작성했습니다.
1. 『트렌드 코리아 2018』 김난도 외, 미래의 창, 2017.
2.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2018년도 소비트렌드 ‘웩더독(WAG THE DOGS)’
   rbs농어촌방송. 2017.10.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2018 트렌드) 일·삶의 균형 중요시 여기는 젊은 직장인 ‘워라밸’ 세대
   조선Pub 2017.1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나홀로 즐기는 휴식’…케렌시아(Querencia) 열풍
   KBS NEWS 2017.11.2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 이미지 / 이재은 뉴스큐레이터




문화예술정책동향

<인천시 주요사업>

인천시, 국립한국문학관 유치 ‘들러리’에 그칠까
국립한국문학관 건립을 둘러싸고 정부의 갑작스러운 사업 중단과 재개에 이어 부지 선정과 관련된 독단적 진행 지적까지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문체부는 16개 지자체서 26곳의 신청을 받은 뒤 돌연 사업 중단한 상황이다.

인천의 문화가치가 담긴 대표공연 콘텐츠
인천의 가치와 문화가 담긴 대표공연 콘텐츠 쇼케이스 공연을 선보인다. 올해 시놉시스 공모를 통해 선발된 두 작품 <두 여자의 집>, <조병창>을 쇼케이스 공연으로 제작한 이번 무대는 전문가 평가와 함께 시민참여자를 모집하여 두 작품에 대한 시민의견과 평가로 진행할 예정이다.

내년 문열 북부교육문화센터… 부평시설관리공단 위탁 운영
내년 부평구 산곡동에 문을 여는 ‘북부교육문화센터’를 부평구시설관리공단이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위탁해 운영한다. 시교육청과 부평구시설관리공단은 관련 내용의 ‘북부교육문화센터 위·수탁 관리 운영 계약’을 체결했다.

인천문화재단, 중국 충칭 예술기관과 업무협약
인천문화재단은 최근 중국 충칭(중경)에 있는 ‘사천미술학원’과 ‘십방예술센터’ 등 2곳의 예술기관들과 예술가 교류를 포함한 ‘문화예술 협력과 교류에 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주민단체 갈등에… ‘청년예술가 지원’ 끊길 판
문화체육관광부의 국비를 지원받아 진행되고 있는 인천지역 청년예술가 지원 축제가 주민단체 간 갈등으로 없어질 처지에 놓였다.

인천경제청, 65억 ‘아트센터 운영비’ 떠안았다
인천경제청이 ‘아트센터 인천’에 대한 운영비에 시민의 세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내년도 예산안에 아트센터 콘서트홀의 운영비로 89억3천만 원을 편성했다.

 

<문화시설‧공간>

근대산업유산 ‘코스모화학’… 문화복합공간으로 ‘탈바꿈’
40여 년 만에 인천을 떠나는 코스모화학 공장 일부가 외형 그대로 보존된 채 시민들을 위한 ‘문화복합공간’으로 탈바꿈한다.

훈맹정음 고장에 점자도서관 문 연다
인천의 첫 점자도서관인 송암점자도서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다. 남구 시각장애인복지관 부지에 조성된 송암점자도서관은 7개월의 공사기간을 걸쳐 연면적 766㎡ 규모의 지상3층 건물로 증축해 새 단장했다.

 

<역사 · 문화>

성공회 강화성당의 제대·세례대…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지정 예고
문화재청은 ‘대한성공회 강화성당 제대와 세례대’를 비롯한 7건의 등록문화재 지정을 예고했다. 강화군 강화읍에 있는 대한성공회 강화성당은 1900년에 지은 우리나라 최초의 한옥성당으로, 사적 242호로 지정돼 있다.

인천 중·동구 ‘역사 자산’ 정체성 스토리텔링
인천 중·동구가 역사, 인물, 문화 자산으로 관광 자원을 개발하고 지역 정체성을 되새기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역 문화>

인천 부평미군기지, 문화공원 변신… 환경오염 문제는 정부와 논의
인천 부평미군기지(캠프마켓)가 인천 시민들의 품으로 돌아온다. 인천시는 역사문화적 가치가 있는 건축물은 존치시켜 문화공원으로 조성하고, 최근 불거진 환경오염 문제는 정부와 해결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2017년 인천시 문화예술 조례관련>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 제정안
지역서점을 살리기 위해 인천시의회가 조례 제정을 진행하였다.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제정한 시의회는 인천지역 공공도서관과 학교까지 지역서점과의 협력을 확대하는 조례안을 내놨다. 이 조례안은 독서 문화를 퍼뜨리고, 지역서점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교육청이 행정적으로 지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지원 조례
‘장애인 문화예술 활동 지원 조례 제정안’은 장애인들의 문화예술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사항을 확실히 규정하고 있다.이는 인천지역 장애인의 문화예술이 활성화되고 문화적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을 것이다.

 

<기타>

인천 청년예술가들의 열정 대폭발!
인천시와 인천문화재단은 ‘새인천 대축전 – 우리는 광역청년이다’라는 주제로 인천의 청년예술가들이 직접기획하고 참여하는 ‘열정의 대제전 2017 인천청년문화대제전’을 개최한다.

문화누리카드 이용기간 마감 임박!
인천시는 문화소외계층에게 문화 향유를 위하여 지원되는 2017년 문화누리카드의 이용 기한이 연말로 종료됨에 따라 미사용분에 대한 사용을 당부했다.

“文 정부 ‘문화정책’ 지역·수요자 중심돼야“
인천문화재단 및 경기·부천·성남·화성시문화재단 등 5개 재단은 ‘수도권 포럼’을 개최하고 “새 정부의 문화정책은 국가 중심이 아니라 지역과 수요자 중심의 풀뿌리 문화정책으로 전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우리 문화의 해외 진출 지원을 위한 유관 기관 협업 체계 구축
‘제1차 해외 진출 활성화 추진 협의회’를 개최하고, 우리 문화의 해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새 정부 문화정책, 문화의 뿌리인 지역에서 찾는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우리 문화의 뿌리이자 토양인 지역의 생생한 문화현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전국 7대 권역별로 지역 문화재단 등과 함께 ‘모두가 함께하는 문화청책(聽策)포럼’을 개최한다. 이번 문화청책(聽策)포럼은 ‘국민 누구나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를 열어 나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각 지역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이를 통해 새 정부 문화정책의 방향성과 실천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중앙정부와 지역이 함께 하는 정책숙의 과정의 하나로 진행된다.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 가이드라인 제작·배포
여성가족부는 문화예술계 성폭력 피해자 가이드라인을 제작해 배포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문화예술계 성폭력의 특수성을 파악해,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고, 지원기관 종사자들에게 실질적 도움이 되는 법률적 지식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뒀다.

 

<추천자료>

2017 독서진흥에 관한 연차보고서
「독서문화진흥법」제15조 규정에 의하여 독서진흥 시책의 시행결과 및 시행계획에 관한 주요 사항을 국회에 제출하기 위하여 작성한 것으로, 독서진흥 정책의 기조와 주요 사업, 국민독서실태 및 독서환경 등이 담겨 있음.

2017 예술경영 컨퍼런스 자료집
2017 예술경영 우수사례 공모에 선정된 10개 전문예술법인단체가 를 통해 사례발표를 한 내용을 구성한 자료집임.

콘텐츠 4.0 : 4차 산업혁명과 콘텐츠의 미래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력이 콘텐츠로 구현되는 데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VR‧AR 등 다양한 기술이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살피고, 그 현상의 본질에 대한 전문가의 통찰을 담음.

인천시 문화다양성 지표 개발 연구
인천시의 문화다양성 실태를 파악하여 인천시 여건에 부합되는 문화다양성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표를 개발하는데 목적이 있음.

인천 지역 예술대학 설립 방안 검토
인천시민의 행복을 위하여 문화성시를 이루겠다는 인천광역시의 정책기조와 연계하여 문화예술 전문가를 양성하는 전문교육기관 부재는 문화도시로서의 인천 위상을 격하시키는 요인이라는 점에 착안, (가칭)인천예술종합대학 설립 필요성, 설립과 관련한 법률 및 예산을 검토하였고, 설립 가능 방안 등을 검토함

영상문화플랫폼 조성 기본방향과 고려사항
전국에서 가장 오래된 산업단지를 보유한 인천시의 폐산업시설과 유휴시설을 문화예술을 통해 기능을 재활성화하고 지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문화공간 조성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보고서.




제1회 인천생활문화박람회

<동네방네 동아리>
· 일시 : 2017.12.09(sat) 12:00~18:00
· 장소 :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일대

촬영, 편집 /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유라




2017 섬예술프로젝트

· 일시 : 2017.11.10~2017.12.17
· 장소 : 대이작도 외 4개 섬
· 기간 : 2017년 7월 ~ 8월
· 주최/주관 : 인천광역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천문화재단
· 진행 : 인천문화재단 축제문화팀, I-신포니에타, 협동조합 꿈꾸는 문화놀이터 뜻, 크로키 예술인 협동조합 문화발전소, JS String




인생에 색을 입히는 <부평공예마을>

“내가 좋아하는 것을 똑같이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서 함께할 수 있다는건 정말 큰 즐거움이에요.”
– 부평공예마을 김광자 대표 –

* ‘부평공예마을’은 어떤 곳?
공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수공예품을 제작하고 판매하는 곳이다. 2015년 행정안전부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지역공동체를 활성화시키는 마을기업으로 지정하였다. 포크아트, 냅킨공예, 비즈공예, 홈패션 등 다양한 공예교육과 체험의 기회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요즘 SNS에서는 내 손으로 직접 만드는 핸드폰 케이스, 팔찌, 소이캔들 등이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다. 도안을 구매해 직접 색칠하는 컬러링북이나 DIY 캔버스 페인팅도 재작년부터 하나의 트렌드가 되었고, 현재까지도 다양한 테마와 배경으로 제작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처럼 사람들에게는 내 손으로 직접 무엇인가를 만들고 싶은 욕구가 있다. 책에서 오는 즐거움, 음악에서 오는 즐거움이 있는 것처럼 작업과정에 집중하면서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갖고, 마침내 새로운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뿌듯함도 맛볼 수 있는 ‘공예만의 즐거움’이 있는 것이다. 인천 부평에는 이처럼 공예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다양한 공예품을 제작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교육과 체험으로 나누는 마을기업이 있는데 바로 ‘부평공예마을’이다.

부평공예마을의 첫 시작은 엄마들의 동아리 모임이었다. 육아와 가사로 인해 경력이 단절되거나 나만의 시간을 갖지 못했던 엄마들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방과후에 할 수 있는 활동으로 선택한 것이 바로 공예였다. 문화센터에서 페인팅을 배우면서 동아리가 시작되었고, 손으로 무엇인가 만드는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현재의 마을기업으로까지 발전하게 되었다. ‘마을기업’이란 주민들이 지역자원을 활용한 수익사업을 통해 지역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주민에게 소득 및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주민들이 자발적인 참여로 함께 만들어가는 행복 공동체인 셈이다.
부평공예마을의 활동은 부평구 시장로에 위치한 ‘손오공’이란 공간을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손오공은 ‘손으로 오만가지를 만드는 공간’이란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이 공간에서 부평공예마을은 지역사회에 공헌하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내 손으로 직접 무엇인가 만드는 일에 관심이 많다면, 부평공예마을의 손오공은 그야말로 천국이나 다름없다. 수작업을 위해 커다란 테이블과 의자가 여럿 세팅되어있고, 정성들여 만든 다채롭고 아기자기한 공예품들이 손오공에 가득 전시되어 있다. 퀼트제품, 홈패션생활용품, 천가방, 봉제인형, 악세사리 등 손오공에서 볼 수 있는 공예의 세계는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공예의 종류가 다양한 만큼 손오공을 찾는 사람들도 각자의 관심분야나 특기가 있는데, 여기서 나오는 콜라보레이션과 시너지도 매우 흥미롭다. 여러 분야 중에서도 미싱을 제일 좋아한다는 김광자 대표님이 직접 에코백을 만들어내면, 페인팅을 제일 좋아하는 강사님이 에코백에 딱 맞는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다. 이처럼 부평공예마을은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함께 모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관심사를 나누면서 더 큰 행복을 만들어가고 있다.

부평공예마을은 모든 사람들에게 열려 있는데, 특히 아이들과 선생님들에게 인기가 높다고 한다. 학교 미술시간에 시도할 수 있는 활동들은 재료나 환경의 여건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부평공예마을에서는 포크아트, 냅킨공예, 가죽공예, 비즈공예 등 학교에서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영역의 공예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기 때문에 부평공예마을을 찾는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익을 창출하기보다는 지역공동체에 기여하는 일을 추구하고 있어,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재능기부도 적극 실천하고 있다. 특히 장애인 단체의 경우에는 소규모로 수업이 진행되고, 이동이 어려운 경우도 많아 공예 수업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편이다. 부평공예마을은 이러한 장애인 단체들을 위해 소규모 인원으로 수업을 실시하고, 필요한 경우에는 직접 찾아가서 교육을 진행하기도 한다. 위 사진은 장애 아동들이 자신의 모습을 봉제인형에 그린 것인데, 아이들이 스스로의 작품에 뿌듯해하는 모습을 보며 부평공예마을도 더 큰 에너지를 얻는다고 한다. 그외에도 동아리 방과후 활동, 복지관과 문화센터 강의, 지역축제의 체험행사 등을 통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공예활동의 즐거움을 나누고 확산시키고 있다.

올해 7월부터 부평공예마을은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으로 ‘색을 입다! 페인팅 세상’이란 동아리를 진행해왔다. 매주 월요일마다 ‘손수건 염색’, ‘패션 페인팅’, ‘장어가죽 동전지갑에 데이지꽃 그리기’ 등 다양한 분야의 공예수업이 이루어졌고, 함께 했던 멤버들은 자신이 배운 것을 교육이나 체험행사를 통해 다른 사람들과 나누며 재능기부를 실천할 예정이다.
여기서 ‘색을 입다’라는 표현은 나의 소중한 인생 하루하루에 색을 입힌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바쁜 일상 때문에 취미생활을 하기 힘들었던 엄마들이 동아리가 모이는 날에는 육아와 가사 대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해보며 나를 위한 하루를 재미나게 채우는 것이다. 내 손에서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는 즐거움도 크지만, 나 자신을 위한 시간에 집중하면서 나의 하루를 특별하게 색칠하는 시간이 무척이나 소중하다고 한다. 페인팅 세상을 통해 동아리원들은 나와 같은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여 뜻을 함께할 수 있게 되었고, 육아와 가사로 바쁜 일상 속에서 나만의 시간을 정규적으로 낼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시민들을 모집하여 조직한 ‘동네방네 아지트 산책단’이 부평공예마을을 방문했다. 어르신부터 어린 아이까지 다양한 구성의 동네주민들이 손오공에 모여앉아 ‘압화 책갈피 만들기 활동’을 체험했다. 책갈피 틀에 물감을 칠하고, 압화꽃을 직접 골라 조심스레 붙이는 사람들의 표정은 사뭇 진지했다. 간단한 과정만으로도 나만의 예쁜 책갈피가 완성되자 사람들은 모두 뿌듯함을 감추지 못했다. 엄마들이 동아리 활동을 통해 인생에 색을 입히고 있듯이, 아지트 산책단에 함께한 사람들도 ‘내가 직접 책갈피를 만들어본 날’이라는 특별한 색을 입히는 하루가 되었다. 

부평공예마을은 평소 공예가 취미였던 사람 뿐만 아니라 공예를 전혀 해본적 없지만 새롭게 배우고 싶은 사람, 나만의 무엇인가를 직접 만들고 싶은 사람 모두에게 열려 있다. 이 곳에서 공예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나만의 작품을 만들다보면 늘 비슷비슷했던 나의 일상이 특별하고 다채로운 색으로 물들어가는 마법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주소 : 인천광역시 부평구 장제로 217 3층
전화번호 : 032-506-2241
홈페이지 : 바로가기 ▶

사진, 글 / 생활문화팀 김효주




주어진 인천의 풍경들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그 자체, 혹은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한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의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은 ‘우리 동네’ 혹은 ‘인천’라는 말에 첫 번째로 떠오르는 풍경은 무엇인가요. ‘우리 동네’는 아마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 살고 계시는 각자의 공간들이 생각나실 것입니다. 그렇지만 ‘인천’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공간은 조금 다를 것 같습니다. 어쩌면 두 단어에서 같은 공간을 떠올리시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다른 공간을 떠올리시는 분들이 더 많지 않을까, 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오늘은 인천의 풍경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풍경’이라는 단어에서 생각나는 이미지는 보통 사람의 손때가 묻지 않은, 거대하고 평범하지 않은 독특한 자연, 이를테면 깎아지른 듯한 바위 산이나 지평선까지 이어지는 깊은 숲 속에서 쏟아지는 폭포, 끝을 알 수 없는 산의 이어짐이나 초원, 또는 운해 같은 것들일 것입니다. 큰 검색사이트에서 ‘풍경’ 혹은 ‘landscape’로 검색을 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풍경’이 어떤 느낌의 이미지인지 조금은 감이 오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일상적으로 겪지 못하는, 때로는 상상보다 더 비현실적인 것 같은, 거대하고 신비로워 압도되는 공간들을 ‘풍경’ 이라는 말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래 전, 위대한 철학자 칸트는 무수한 자연 중에 어떤 것이 ‘풍경’이 되는 것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중요한 단서를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칸트는 ‘아름다움’과 ‘숭고함’의 개념을 구분했습니다. ‘아름다움’은 “즉각적으로 감각에 쾌미를 가져다 주는” 것이라면, 숭고함은 “절대적으로 거대한 것”, “모든 비교를 넘어서서 거대한 것”, “그것과 비교하면 나머지는 모두 작은 것”, “감각을 초월하여 있는 것” 등으로 정의합니다. 이것에 덧붙여 숭고는 “자연의 사물에서는 찾아질 수 없는 것이며, 단지 우리의 관념에서만 찾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사회학자 김홍중 교수는 이것을 이렇게 풀이해 줍니다. “자연 자체가 숭고한 것이 아니라, …(중략)… 주체의 세계 구성적 차원과 결합하여 인간화 될 때 숭고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중략)… 풍경은 문화에 의해 번역된 자연, 인간에 의해 재현된 숭고한 자연이라는 위상을 획득한다.” 이로써 ‘풍경’은 어떤 놀라운 형태의 자연이라면 가질 수 있는 이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우리의 문화적 토대 속에서 우리를 감싸고 있는 거대한 자연의 어떤 부분에서 숭고함을 끌어냈을 때, 그 장면은 비로소 풍경으로 주어집니다.

20세기 독일의 미술사학자 마르틴 바른케는 ‘정치적 풍경’ 이라는 책을 통해서 고전적인 풍경의 개념을 더 넓혀냅니다. 바른케는 자연이 풍경이 되는 것을 넘어서서, 거대한 기념물과 건축물, 성채, 정원과 같이 인간이, 권력이 만들어내는 풍경을 제시하고, 태양과 같은 자연물을 권력의 상징으로 치환하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주어지는 풍경이 정치적인 선택의 결과물임을 보여줍니다. 이제 어떤 사회가 공유하는 풍경은 그 사회의 권력이 선택해서 보여주는 풍경일 수도 있는 것입니다.

19세기 후반 영국은 산업화와 도시화로 인해 도시 공간이 급격히 피폐해지면서, 대조적인 농촌의 전원을 이상적인 영국의 모습으로 추구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남부 잉글랜드의 농촌으로 표상되는 영국적인 전원은 단순히 농촌 공간을 넘어서 ‘영원한 지속의 공간, 계급 없는 사회, 공동체, 조화로움’ 등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합니다. 이러한 목가적 전원을 그려온 컨스터블과 같은 화가는 런던의 미술계를 통해서 국민 화가로 치켜세워집니다. 20세기 전반기를 휩쓴 두 번의 세계대전 속에서 농촌 풍경은 영국의 이상향이자, 지켜야 하는 조국의 이미지가 됩니다. 1차 대전에서 많은 영국의 군인들은 그들이 지킨 조국을 “시냇물이 흐르고 버드나무가 드리운 녹색 초원”으로 묘사합니다. 그들이 리버풀의 공장지대에서 자랐건, 스코틀랜드의 거친 산악지대가 고향이던, 그들이 지키는 영국은 목가적인 농촌 풍경으로 이해된 것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빨리 공업국가가 된 영국이 스스로의 풍경을 이렇게 정의하고 받아들인 것은 영국 사회가 스스로 어떤 한 자연을 풍경으로 선택해서 받아들였음을 보여줍니다.

비슷한 시기의 미국에서도 ‘미국의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미국은 19세기 전체를 관통하는 기나긴 서부 개척의 시기를 걸치면서 그들의 모체였던 유럽과 다른 아이덴티티를 찾아냅니다. 그것은 바로 ‘프런티어’입니다. 아직 개척하지 못한 경계지역을 뜻했던 이 단어는 서부의 황량한 땅을 지속적으로 프런티어로 바꾸고, 다시 앞으로 전진하며 정착지로 바꾸어 온 미국인들의 진보와 변화, 그것에 대한 적응의 역사를 상징하는 단어로 변모합니다. 그리고 이것은 유럽의 다양한 국가에서 바다를 건너온 모두 다른 배경의 미국인들이 공통적으로 가질 수 있는 아이덴티티가 됩니다. 프런티어는 유럽과 다른 미국의 특성을 만들었고 미국인에게는 영국 출신, 이탈리아 출신, 아일랜드 출신 대신에 미국인이라는 정체성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미국인들도 프런티어를 이미지로 재현하며 하나의 풍경을 만들어 냅니다. 그들이 찾아낸 것은 그들이 만들어낸 정착지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야할 황량한 미개척의 땅입니다. 누구의 손도 닿지 않은 자연의 이미지는 미국이, 미국인이 더 나아가야할 지평이 남아있음을 웅변하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요세미티, 그랜드 캐년과 같은 자연이 사진작품으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합니다. 이 시대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안셀 아담스의 작품은 컨스터블의 그림과는 달리 생명이 없는 불모지를 압도적으로 보여줍니다. 비어있는 불모지가 여전히 남아있고, 미국인의 프런티어 정신이 여전히 유효한 것이죠. 이러한 풍경의 이미지 속에서 서부에 존재하던 인디언의 존재, 인디언을 핍박한 미국인의 역사는 철저히 외면됩니다. 사진 속 프런티어의 풍경은 장엄하고 성스러운, 미국인들이 다함께 나아가야 하는 지향점이 됩니다.

오늘의 사회는 앞에서의 영국과 미국의 과거보다 훨씬 다원적이고, 국가나 도시적 차원에서 공유되는 풍경을 생각하기 어려울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인천이 우리에게 꾸준히 보여주고, 내면화 시키고 싶은 인천의 풍경은 분명히 어느정도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도시 마케팅이 강조되면서, 우리나라 모든 도시들이 저마다 각자의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인천도 “All ways Incheon”이라는 새로운 슬로건을 올해부터 사용하고 있죠. 이 슬로건을 이용한 영상 홍보물들을 보면, 전체를 관통하는 공통점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인천의 여러 곳들을 담아서 홍보를 하는 듯 하지만, 대부분의 동영상에서 많은 시간을 송도국제도시의 모습을 강조하는데 할애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센트럴파크를 중심으로 하는 공간을 집중적으로 제시합니다. 다양한 공간을 비교적 균형있게 보여주는 영상에서도 마지막 슬로건과 함께 제시되는 풍경은 송도국제도시입니다.

인천의 위상은 오랫동안 서울과 연결되어 정의되어 왔습니다. 세계최고의 공항이라는 인천국제공항마저도 수도권의 관문, 나아가 대한민국의 관문이라는 상징성이 워낙 커서, 온전히 인천의 정체성으로 소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습니다. 송도국제도시는 인천이 서울에 종속된 정체성, 수도권의 일부분으로서의 정체성을 넘어서 세계적인 도시의 이미지를 갖게 하는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시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인천이 우리에게 제시하는 풍경이 송도국제도시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시각적으로 독특한 센트럴파크 주변에 집중함으로써 우리에게 인천에서의 삶이나 여행의 경험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미래적이고, 그래서 독특하고 새로울 것이라고, 그래서 다른 나라의 도시들과 비견될 만한 도시라고 강조합니다. 인천의 미래지향적 풍경에 대한 집착은 한때 인천의 브랜드 로고에 페이퍼 플랜에 불과했던 송도 인천타워를 사용할 만큼 적극적이었습니다. 인천타워는 끝내 삽 한 번 뜨지 못하고 사라졌지만 말입니다.

인천의 도시계획은 최근 약간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전히 경제자유구역의 개발에 매진하면서도, 과거에는 철저히 재개발의 대상이었던 구도심을 역사문화지구 등을 비롯해서 기존의 도심의 작은 공간들을 재발견하고, 도시재생을 통해서 도시공간을 유지·보수하는 국가적인 흐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전세계로 열린 도시, 가장 미래적인 도시로서의 인천의 풍경이 조금은 바뀌거나 다양해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앞으로 인천이 보여주는 풍경들을 통해서, 인천이 갖고 싶은 정체성은 무엇인지, 인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갖길 바라는 정체성은 무엇인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글, 사진제공/ 김윤환 도시공간연구자

[참고문헌]
박지향(2006). 영국적인, 너무나 영국적인. 도서출판 기파랑
마르틴 바른케. 노성두 역(1997). 정치적 풍경. 일빛
김홍중(2005). 문화사회학과 풍경의 문제. 사회와 이론. 6
주은우(2003). 19~20세기 전환기 자연 풍경과 미국의 국가 정체성. 사회와 역사. 63
Youtube ‘라이브소셜방송온통인천’(바로가기▶)




3. 자전거로 사쿠라기초에서 신바시까지 달리기 2편

지구별 문화통신은 인천문화재단이 지원하는 다양한 국제교류사업을 통해 해외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소개하는 다른나라 문화소식입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의 국제교류사업으로 일본의 요코하마 뱅크아트1926, 인도의 산스크리티재단과의 교류 사업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소식을 격호로 싣습니다.

다마강(多摩川)은 가나가와현(神奈川県), 도쿄도(東京都)의 경계를 가르며 흐르는 강이다. 주말이면 도쿄 쪽 강변에서 골프연습을 한다. 사진ⓒ노기훈

시장을 빠져나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마음 맞는 이가 있다면 자리를 깔고 앉아 나마비루(生ビール)라도 한 잔 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남아있는 일정 따위는 아무렇게나 되어버리자 하는 식이라 신바시(しんばし)까지 가지는 못할 일임을 알지만, 그래도 짧은 기간 일본을 체감하기에는 이곳에서 살아온 인간과의 관계를 통해 얻는 깊이와 넓이만큼 알찬 과외도 없을 것입니다.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그러한 이를 찾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며칠 전의 경험으로 이끌어 보건대 구하던 일은 예상치 못한 연으로 닿게 되어 평생의 기억에 남기게 되었습니다.

그날은 덥고도 습하기까지 하더니 저녁 무렵부터 여름비가 내렸던 날이었습니다. 나는 우산도 없이 초저녁부터 요코하마 이세자키초 어디에선가 알코올에 조금씩 젖어 들었습니다. 일본어 틈에서 태풍이라는 말을 찾기 쉬웠던 야키도리집의 텔레비전은 연신 히로시마의 상황을 보여주면서 곧이어 도쿄로 향해 닥칠 것임을 예고했습니다. 태풍이 오기를 기다리면서2차로 고가네초에 있는 스탠딩바를 선택했고 그곳에서 한 일본인을 만났습니다. 자세히 코를 기울이면 미소된장보다 오래 묵은 곰팡이향이 나는 한국식 된장의 냄새가 호두나무에 배어, 닦아도 닦아도 닦아 낼 수 없던, 테이블을 힘주어 닦을 때의 인상이 표정으로 굳어버린 한국인 아주머니가 운영하는 무뚝뚝한 바였습니다. 노래의 절정에서 굵고 단단해지는 복성을 가진 이미자의 보이스를 그대로 닮은 미소라 히바리(美空ひばり)의 ‘흐르는 강물처럼’이 일단락을 지나 숨을 고르는 틈을 타서 그 일본인은 저에게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칸코쿠진?”
“하이, 와따시와 칸코쿠진”

취기가 오른 우리에게 현해탄을 가르는 국적도, 아버지뻘이라는 나이차도 별반 문제가 되지 못했습니다. 서로 건배하고 또 건배하고, 술기운에 입에서 나온 서로 다른 말들은 의미를 만들지 못하는 열악함을 극복하고 어딘가의 다른 세계에서 만나 무난히 수긍되고 있었습니다.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이 허례허식처럼 하는 말로 그는 나에게 물어왔습니다.

“어떤 일본 음식을 제일 좋아하냐”

‘스시(すし)’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텔레비전을 보며 두어 시간을 북한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북한의 미사일을 요격하지 못했다는 대대적인 뉴스가 끝나고 볼품없는 연예인이 케이크를 먹으며 품평하는 오락 프로그램을 견디고 나서 그는 회전초밥이나 먹으러 가자고 제안했고 저는 흔쾌히 따랐습니다. 

스시가 아무리 한국에서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꽤나 비싸게 마음먹어야 시도하게 되는 음식입니다. 소문을 듣고 일본에서는 현지음식으로 싸게 맛보겠다는 기대와는 달리 일본에서도 역시나 스시는 ‘김밥천국’에서 맛볼 수 있는 가벼운 음식이 아니었습니다. 일본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들어간 스시 집은 일본의 물가를 폭탄처럼 투하했습니다. 그 안 좋은 경험 때문에(혀는 덕분에 호강했습니다) 모르는 음식점을 찾아 들어가기 전 메뉴판을 보고 꼭 가격부터 확인하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이보다 더 쓸모 있는 요령은 바깥에서 노렌(暖簾)이 처진 틈 사이로 손님들의 옷매무새를 확인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는 그럴 필요도 없이 이국에 놓인 혼자라는 전제를 떼버리고 마음껏 스시를 시켜 먹었습니다. 원하는 종류의 스시를 소리쳐 주문하는 일은 발음이 익숙하지 못한 외국인에게 늘 곤혹이었는데 이곳 사장님은 한국어 기초반 수준의 한국어를 조금 할 줄 아셨습니다. (후에 안 일이지만, 사장님은 서울에 사는 50대 여성을 정부로 두고 있었습니다) 옆에 일본어가 모국어인 사람이 있다는 안도감은 성대 끝에 걸린 빗장을 소리나게 꽝하고 열어젖혔습니다. 우리는 술에 좀 취해 있다고 생각이 들어 나마비루 대신 손이 닿기 좋게 초밥레일 위에 배치된 녹차티백과 찻잔을 집었습니다. 다음 스텝을 어찌할 줄 몰라 망설이던 나의 컵을 가로챈 노구치 상은 컵을 버튼에 가져다 대어 압력을 주면 자동으로 뜨거운 물이 나오는 시스템을 이용하여 능숙하게 차를 우렸습니다. 저에게 그것은 소변기에서나 보던 꺼림칙한 일이었습니다. 당시를 회상해보면, 취기가 올라 있었지만 상온에서 적당히 숙성된 마구로(まぐろ)의 질감을 입은 메마른 혀에 닿던, 그 진한 녹차의 씁쓰름한 감촉을 잊지 못하겠습니다.

자전거는 일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교통수단이다. 한국과 다르게 방범등록이 의무화되어 있어 도난당했을 때 다시 찾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대중교통수단이 매우 비싸 자전거 이용이 보편화되어 있다. 사진ⓒ노기훈

한국에서 일본에 도착한 지 열흘 밖에 지나지 않은 청년이 탄 자전거는 요코하마에서 출발하여 츠키지(築地) 시장을 지났습니다. 자전거의 주인은 시장을 빠져나오며 얼마 전 우연히 합석한 일본사람을 생각했고, 그러는 동안 도쿄와 요코하마의 중간지대인 가마타역(蒲田駅)에 도착했습니다. 생각을 했기 때문에 풍경은 생각의 대상이 되지 않았습니다. 가마타역에 왔다는 것은 오늘 왕복할 구간의 4분의 1정도를 오게 되었다는 뜻입니다. 역 인근에는 맛깔스러운 음식점들이 너무나도 많았습니다. 뭔가 먹어야 한다면 이곳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몸을 너무 혹사시켜서 그런지 한참을 비어있던 위는 괜찮은 식당을 찾아 먹을 여유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자전거를 세워 놓고 근처 소바 집에 들어가서 메뉴를 슬쩍 보고 A세트를 주문했습니다. 운 좋게도 가츠동과 차가운 소바였습니다.

밥을 먹으며 두리번거렸습니다. 창가 자리를 골라 앉아 역을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살펴보았습니다. 가와사키역(川崎駅)에서도 생각한 것이지만 가마타역을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이 사람들은 어디 가서 자신을 도쿄 사람이라고 소개할지 아니면 요코하마 사람이라는 정체성을 어필할지 궁금해졌습니다. 중국이나 일본처럼 국토가 큰 나라의 선술집에 가면 다른 지방에서 온 낯선 사람들이 한자리에서 만나는 광경을 보게 됩니다. 그들이 흔히 처음에 나누는 대화는 ‘너는 어디 출신이냐’ 혹은 ‘다른 어느 지방을 가봤냐’를 서로 공유해 가면서 진행되고는 합니다. 가령 중국에서는‘저는 내몽고에서 왔습니다’라고 운을 떼는 북방사람이 멀리 광저우 출신과 비즈니스를 하기 위해 상하이에서 만나 청도 맥주를 들이켜는 광경을 상상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저는 훗카이도 하코다테에서 시덴을 타고 1시간 정도 남쪽으로 가면 있는 야치가시라라는 곳에 삽니다. 간혹 바이어를 만날 때면 JR을 타고 삿포로에 가서 단골 칭기스칸 집의 양고기 안심과 삿포로 맥주를 즐깁니다’라고 말하는 일본식 낭만도 가능합니다. 이렇게 말하는 일본 사람이라면 요코하마를 비롯한 도쿄일대를 간토(関東)라고 엮어서 부릅니다.

그럼 시야각을 좁혀보자면, 가와사키에사는 사람은 요코하마와 도쿄의 자기장 안에서 휘둘리며 유행처럼 요코도쿄라고 불러야 하는 정체성이 입혀질 수도 있겠습니다. 대개는 도쿄에 빨려 들어가고 싶은 기분일 것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부천사람이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적이 없습니다. 깊게 생각할수록 이런 경계라는 것들이 허무하게만 느껴집니다. 자전거를 타고 가고 있는 제가 도시를 볼 수 있는 것은 빌딩의 높이가 달라지는 추이를 바라보는 것이 다 일지도 모릅니다. 이마저도 정확하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부천(富川)과 가와사키(川崎市)가 바다를 두고 강물을 불러일으키고 요코하마(橫濱)와 인천(仁川)은 바다를 마주보는 관문이 되며 도쿄(東京)와 서울(京城)은 육지와 바다에서 사람들을 불러모아 오랜 세월을 한 나라의 수도로 번성해 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는 점입니다.

서울과 도쿄는 같은 표준시를 쓰지만 경도가 12.8도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일출과 일몰이 한 시간 정도 차이가 난다. 사진ⓒ노기훈

그런 이치로, 도쿄로 가까워질수록 거리를 가득 채운 사람들을 피해서 달려야만 하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오후 느지막한 시간대로 접어들수록 거리의 사람들은 각자의 탈 것을 이용하여 이동했습니다. 오랜만에 자전거를 타서 자세가 아직도 불안했지만 슬쩍이라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튀고 싶지 않은 마음에 그들의 속도감에 맞춰 천천히 달렸습니다. 저는 일본사람의 일원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솔직히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강한 나라의 일원으로도 손색이 없는 것 같아 비로소 근대시민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난여름, 파리 중심가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프랑스인의 일본사람이냐는 물음에 한국사람이라고 답하자 실망하던 그의 미간의 주름들이 떠오르며, 국제무대에서 일본과 한국과의 차이는 극복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고작 자전거를 타면서 질서와 법칙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하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이 서로의 편의를 돕는 나라에 머물고 있다는 안도감이 들고 있는 것입니다. 사람이 각기 다른 신분에 살고 있다는 중세의 유물이 조금은 남아 있기는 하지만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는 환상으로부터 벗어나서 더 인간적이고 실리적인 듯했습니다. 어설프게 민주적이지 않아 오히려 편리했습니다. 집에서 벗어나면 누군가로 인해 기분 나쁜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한 한국의 거리는 민감한 이가 아니더라도 기분 나쁘지 않고는 사는 일이 인내가 돼버렸습니다. 더군다나 여성들은 매일같이 마그마가 튈지 모르는 지옥 언저리에서 근근이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독이며 살아가야 합니다. 여태까지 지켜본 바로 일본에서 그런 일을 겪는 일은 ‘정말 네가 오늘 더럽게도 재수가 없었구나’하는 상황으로 재난을 당했다고 밖에 설명이 되지 않습니다.

도쿄의 놀이터는 대부분 검은 흙으로 땅이 이루어져 있다. 놀이터마다 기구의 생김새가 달라 구별해서 보는 재미가 있다. 사진ⓒ노기훈

가츠동을 먹고 다리는 힘을 얻었습니다. 잘 정돈된 보도블록을 따라 자전거 무리들의 흐름에 역행하지 않도록 왼쪽 방향으로 자전거를 탔습니다. 다리에 힘에 빠지면 도쿄 쪽으로 고개를 들어 힘을 얻었습니다. 열차들은 동서남북으로 빠르게 스쳐지나 갔습니다. 날이 점점 어두워져 가면서 주인 몰래 헤드라이트를 켠 부지런한 자전거들도 보았습니다. 하늘은 아직도 맑았습니다. 조도만 옅어져 빌딩 숲 안을 조금 어둡게 만들었을 뿐입니다. 하늘을 대고 스포이드툴로 찍으면 하늘색 표본으로도 삼아도 손색없었던 하늘이 점점 분홍색으로 변해가기 시작했습니다. 검은 흙으로 땅을 삼은 놀이터에서 뛰어놀던 아이들도 피곤한 눈으로 벤치에 걸터앉아 부모님을 기다리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빌딩 속에 은신해 있던 신사(神社)들이 조금씩 빛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모르는 신사 앞에서 손뼉을 쳤습니다. 일본 곳곳에 있는 8만여 개의 신사 중 저와 부합하는 하나의 신을 떠올리면서 기도했습니다. 이곳이 그곳이기를 바라는 예의도 잊지 않았습니다.

신사(神社)의 입구에는 경내와 속계의 경계를 나타내는 도리이(鳥居)가 있어 신전까지 참배 길이 통한다. 사진ⓒ노기훈

기도를 떠올리며 신이 옆에 있다고 생각하니 어둠도 무섭지 않게 되었습니다. 오늘 안으로만 돌아가자는 일념으로 도쿄를 헤쳐나갔습니다. 지형지물이 많아 인도로는 도저히 다닐 수 없는 지경이 되어서 자동차가 다니는 옆으로 신세를 좀 졌습니다. 자동차 보다 빠른 사이클이 신경질적으로 저의 옆을 스치며 지나갔습니다. 오히려 차들이 저를 비호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시나가와역(品川駅)으로 가는 고가도로 위에서 멀리 소실점이 보이는 요코하마 쪽을 바라보았습니다. 자전거에서 내려 사진을 찍고 좀 오랜 시간을 들여 생각을 했습니다. 녹슬어 보이는 철로의 쇳가루들을 보면서 역설적이게도 부식되지 않는 강인함을 보았습니다. 경인선을 만든 똑같은 재료일까도 잠시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열차들은 레일을 따라 아주 세밀한 간격으로 번갈아 지나갔습니다. 멀리 도쿄 쪽을 보니 오다이바(お台場)의 풍경이 보일 것 같기도 했습니다. 저곳에서 일본의 젊은이들이 데이트하며 한껏 즐기고 있겠지라는 생각에 이르자 자전거에 올라 있는 힘을 다해 페달을 밟았습니다. 고통에 다르면 생각은 멈추게 됩니다. 이윽고 건물들이 수직으로 솟아 있고 호텔이 비일비재한 시나가와역에 도착했습니다. 시나가와역에서 신바시로 가는 길은 일본식 아파트쯤으로 되어 보이는 연립주택이 많았습니다. 시나가와구가 일본에서 인구가 제일 많다더니 그 영역이 오타구인시나가와역까지 미치고 있나 봅니다. 베란다 크기로 집의 크기가 손쉽게 예측되는 일본식 연립주택을 지나 더욱 어두워진 도쿄의 중심부로 들어왔습니다. 구글맵을 켜 지도를 봤습니다. 30분만 더 달리면 신바시역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와 도시를 잇는 열차를 기점으로 거의 5시간을 도로를 따라 달렸지만, 가래는커녕 기침 한번 하지 않았습니다. 코막힘도 없었습니다. 일본의 전자제품이 발달한 이유가 먼지가 없고 공기가 좋아서라는 어머니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큰 구름처럼 확연히 보이는 미세먼지가 서서히 사람을 죽이고 있는 한국 보다 차라리 방사능의 위험이 있어도 지금의 일본이 더 살만한 가치가 있는 곳 같았습니다. 어릴 적 했던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에서 나오던 장면들이 한국과 일본에서 재현되고 있었습니다. 타국에 머무른 지 불과 한 달도 안 된 한국 사람에게는 한국이 아닌 어떤 곳이라도 지옥에서 벗어난 쾌감만이 있는 환상의 공간처럼, 순진하게도 그리 보였습니다.

시나가와역(品川駅)은 1872년 도카이도 본선(東海道本線) 첫 개통 당시 개업한 역이다. 신바시역(新橋駅)이 기점이지만 지금의 JR신바시역은 구신바시역의 역사를 이어받지 못한 관계로, 시나가와역은 일본 최초의 철도역 중에서 가장 기점에 가까운 역이다. 사진ⓒ노기훈

도쿄의 빌딩 숲에 있으니 그저 달리는 것밖에 할 일이 없어졌습니다. 사진을 찍고 주변을 둘러볼 틈이 없었습니다. 그때 미명만이 남아있는 도쿄의 하늘을 대신해 새로운 불빛들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아니 그 불빛은 이미 나타나 있었습니다. 거대한 해가 떨어져야만 보였던 것입니다. 빛들의 시간이 점차 시작되었습니다. 도시의 표면을 밝히는 조명들이 빛의 속도로 어딘가에 맞붙이치고 다시 어디론가 가서 부딪치고 해서 끝까지 사그라지지 않고 엉키고 엉켰습니다. 자전거를 몰아 도쿄의 중심지로 들어갈수록 나는 빛에 이끌려 더 어두운 곳을 향해 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완연한 어둠이 된 도쿄의 중심을 따라가면서 이쯤이면 거의 다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래지 않아 오래된 건물이 멀리 보였습니다. 저는 본능적으로 멀리서도 뭔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신호가 걸리지 않기를 바라며 그곳을 향해 단번에 달려갔습니다. 도착하여 건물의 주변을 돌았습니다. 건물의 뒤편에서 아주 오래되어 보이는 철로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글,사진/ 노기훈 작가

 

노기훈은 2017년 인천아트플랫폼-뱅크아트 스튜디오의 국제교환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8월부터 11월까지 일본에 체류한다. 사진카메라와 영상카메라로 주로 찍어 내는 활동에 관심이 많으며 사진과 기행문을 동시에 써서 글로 찍기도 한다. 인천역에서 출발하여 노량진역까지 최초의 철도 경인선을 따라서 사진 찍었으며, 지금은 일본 1호선인 사쿠라키초역에서 신바시역까지 걷고 있다. 




황경현

황경현은 사회구조 안에서 마주하는 대상과 사건을 다양한 시각 매체를 통해 재구성하여 동시대의 풍경을 재해석하는 작업을 한다. 주요 작업으로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 안에서 고립과 유랑을 반복하는 현대인들의 군상을 모티브로 한 <역마>, SNS에서 발견한 여러 현상과 미술계의 부조리를 엮어 가상의 홍보영상으로 제작한 <지라스: 찌라시>, 도시의 유흥 장소를 전시공간으로 가져와 관객 참여형 프로젝트로 재구성한 <노래방 프로젝트>, 자전적으로 추출한 이미지의 파편들을 공간에 재구성한 <방주> 등이 있다. 

드로잉(역마), Drawing(stroller), 40×103cm, conte on paper, 2016

드로잉(역마), Drawing(stroller), 150×300cm, conte on paper, 2015

드로잉(역마), Drawing(stroller), 150×240cm, conte on paper, 2017

황경현의 <역마>시리즈는 자본주의 사회 구조 안에서 고립과 유랑을 반복하는 현대인들의 군상을 모티브로 한 작업이다. <Drawing(stroller)>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산책(목적 없는 보행)’이라는 뜻으로 19세기 보를레르가 선취했던 ‘산책자(Flàneur)’의 시선을 투영한다. 작가는 <역마> 시리즈에서 ‘21세기의 산책자(Flàneur)’가 되어, 현대의 풍경을 해석한다. 콩테(conté)를 사용해 연출한 흑백 풍경은 장소성을 유추할 수 있는 정보를 최대한 배제하여, ‘익명성(anonymity)’을 드러냄과 동시에, 종이 위에 완전히 고착되지 않고 겉도는 재료의 특성을 통해 정착하지 못하고 부유하는 현대인들의 군상을 은유한다. 

드로잉(아치형태 드로잉), Drawing(Arch), 150×600cm, conte on paper, 2016

드로잉(‘ㄴ‘자 드로잉), Drawing(L-Shape), 800×150cm, conte on paper, 2017
Installation view at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ㄴ자 드로잉(L-Shape)>은 형식적 탐미주의 접근법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를 가지고 가장 일반적이고 형식적인 ‘보는 방법’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2차원(환영) 이미지에 둘러싸인 동시대적 환경에서 화가는 어떤 그림을 그려야 하고, 관객은 어떤 그림을 봐야 할까?’ 작가는 회화를 벽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는 ㄴ형태로 설치하여 관람객이 작품을 밟거나 바닥에서 벽으로 시선을 옮길 수 있게 하였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관조의 대상으로만 존재하던 회화의 존재 조건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방주, Ark, 330×550×191.5cm, space installation, 2016
Installation view at Gyeonggi Creation Center

평(㎡), Squaremeter(㎡), 330×330cm, space installation, 2017
Installation view at AramNuri Arts Center

지라스(散らす), Scatter, 12:00, video Installation, 2016

Drawing XXX, Slang Market Project, 2017

황경현은 지난 6월 일상에서 사용하는 비속어들을 일반인을 대상으로 수집하고 심사를 통해 매입하는 <비속어 매입공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였다.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 오픈스튜디오에서 작품 및 굿즈 판매를 위한 공간으로 구성하여 <Drawing xxx>를 진행했다. <Drawing xxx>에서는 매입된 비속어들을 프로젝트에 참여한 5명의 심사위원과 함께 작품으로 재가공하여 이를 관람객에 재판매했다. <비속어 매입공고>는 작가가 어느 미술기관의 ‘소장품 매입’ 시스템을 차용한 프로젝트로,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소비를 근간으로 한 인간의 욕망과 자본의 한계를 실험해 보고자 한다.

 

작가노트

얇은 막에 반복적으로 ‘그리는 일’은 표면에서부터 좀 더 안쪽 세계로 접근하기도 하고, 바깥으로 나오기도 하며, 구현된 세계의 안과 밖의 경계를 오간다. 이러한 행위 중에 중요한 것은 검은 입자들이 있을 위치를 찾는 것이었다. 특히 모르는 부분에 대해 처리를 할 때 가장 집중하게 되는데, 이 작업은 파노라마 사진을 찍으며, 기계가 시공간의 뒤틀림을 ‘검정’상태로 출력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곳을 모르니까 상상해서 채우거나 검게 칠 할 수 있었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때때로 예술과 무관해 보인다. 무수한 다차원의 공간을 어떻게 얇은 막에 끼워 넣을까? 혹자는 평면에 싸인 물감 덩어리들을 현실과 연관 짓는 것은 눈속임일 뿐이라고 못 박기도 한다. 회화는 그려낸 화면을 통해 어떠한 사건을 소환하거나, 미지에 놓이게 만들며, 노동성(정신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혹은 ‘회화’라는 형식 자체를 부정하는 방법으로서의 ‘회화’를 통해 끊임없이 이야기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회화는 죽었다가 다시 살아나기도 한다. 실은 이 모든 과정들은 예술이 현실 속에서 어떠한 유효성을 갖고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에 대한 논쟁이었다. 예술의 ‘선구적 역할’에 대한 논쟁에서 회화는 그 자체만으로 어떤 것도 증명할 수 없는데, 실상 즉시성의 오늘날 어떤 미술이 그 자체로 ‘선구적’일 수 있을까? 무엇인가를 소환하여, 그것을 통해 미래가 아닌, 또 다른 동시대를 복제해내거나 재창출하는 현장을 목격하면, 이렇게 개개인이 각자의 다른 시공을 만들고 살아가는 동시대에서 회화의 유효성을 따지는 일이 무의미해 보이기도 한다. 그것이 당장의 ‘그림 그리기’에 안도감과 불안감을 동시에 안겨줬다. 거대한 스크린 앞에 웅크려 앉아 무엇을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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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합니다.

[소식 1] 우리미술관 <아주 많은 것들의 시작과 끝>
구본아 개인전 개최

우리미술관에서 12월 20일부터 12월 27일까지 한국화 작가 구본아의 전시 <아주 많은 것들의 시작과 끝>이 개최된다.
초대작가 구본아는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다수의 전시회를 열며 한국화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2015년에는 우리미술관 개관전<집과 집사이-철, 물, 흙>에 참여하여 5명의 작가들과 함께 작품을 선보였었다. 이번 <아주 많은 것들의 시작과 끝>展에서는 서정적 시각 언어로 표현한 현대 수묵화 및 채색화 40여점과 설치작품 1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작가는 본 전시 작품과 연관하여 “시간은 ‘흐르지(전진)’ 않고 ‘돈다(순환).’ 꿈과 현실이 한 공간에서 벌어지고 의식과 무의식, 삶과 죽음이 공존한다. 생명체를 은밀히 품고 있는 잉태의 공간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자신의 전시 작품-현실과 꿈,의식과 무의식이 공존하는 공간-<아주 많은 것들의 시작과 끝>에 대하여 아래의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태엽 감는 새』의 글로 설명을 대신한다.

-세상 사람들은 모두 훌륭하고 복잡하고 거대한 장치가
빈틈없이 세계를 움직인다고 생각하오. 하지만 그렇지 않소,
사실은 태엽감는 새가 여러 장소로 가, 가는 곳곳마다에서
조금씩 조그마한 태엽을 감아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거요(태엽 감는 새 본문中)-

○ 전시 정보 및 기타 사항
– 관람시간: 화, 수, 금, 토, 일10:00~18:00 / 목14:00~18:00
                 (입장은 관람시간 종료 20분 전까지 가능)
– 휴 관 일: 매주 월요일 및 법정공휴일 다음날
– 문 의: 우리미술관(032.764.7664)
– 주 소: 인천광역시 동구 화도진로 192번길 3-7,9,11
– 주최/주관: 우리미술관 (재)인천문화재단
– 후 원: 인천광역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천광역시 동구청, (재)인천문화재단

입장료는 무료이며, 누구나 관람할 수 있다.

공간문화팀

 

[소식 2] 인천시민문화대학 <하늬바람> 시민대상 체험형 공연 개최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

인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인천시민문화대학 <하늬바람>에서는 관객참여형 감성치유 공연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를 개최한다.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는 연극과 뮤지컬에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중견배우 강애심과 무용가 장은정(장은정 무용단 대표), 최지연(창무회 예술감독), 김혜숙(댄스리서치그룹 대표)로 구성된 프로젝트 그룹 ‘춤추는 여자들’의 작품이다. 2012년 서울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초연한 이래 6년째 상설공연 진행과 다양한 페스티벌 초청을 통해 마니아층을 형성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바비레따’는 여름 끝 무렵에서 초가을로 들어서는 2주간의 시기를 말하는 러시아어로 인생에 가장 화려한 시간을 ‘바비레따에 살고 있다’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관객들이 일상 속에서 자신이 어떠한 존재인지, 무엇을 꿈꾸는지를 뜨겁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관객 참여형 감성 치유 프로젝트’를 표방하며, 보통의 공연 형태를 벗어나 춤인 듯, 노래인 듯, 연극인 듯, 수다인 듯 관객과 함께 호흡하는 것이 큰 매력이다.
12월 27일 저녁 7시 30분에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에서 진행되며 사전 접수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 공연 정보 및 신청 안내
– 공 연 명: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
– 출 연: 춤추는 여자들(강애심, 장은정, 최지연, 김혜숙)
– 일 시: 2017. 12. 27.(수) PM 7:30
– 장 소: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1호선 도화역 2번 출구 도보 10분)
– 관 람 료: 무료
– 신청방법: 온라인 및 전화접수(선착순 100명)
1) 네이버 폼 링크 접수(바로가기 ▶)
2) 전화 접수 032-455-7176, 7174
– 문 의: 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032-455-7176, 7174)
– 주최/주관: (재)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문화교육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