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합니다.

[소식 1] 제 6회 디아스포라영화제

다채로운 문화가 살아 숨 쉬는 ‘디아스포라의 땅, 인천을 대표하는 영화 축제, 제6회 디아스포라영화제가 개막한다. 60여 편의 국내외 영화 상영과 아카데미 프로그램, 전시는 물론 인천문화재단과의 협력으로 진행되는 플리마켓 ‘만국시장 in 디아스포라영화제’까지. 5일간 진행되는 영화 축제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참여가 기대된다. 

영화제의 꽃이라 할 수 있을 제6회 디아스포라영화제의 개막작은 ‘주거’라는 삶의 기본 조건조차 확보할 수 없는 이 땅의 수많은 청년 세대와 이주민의 현실, 그리고 타자를 향한 차별과 혐오의 결과를 담담하게 그려낸 최병권 감독의 <복덕방>이 선정되었다. 특별히 영화를 연출한 최병권 감독과 배우 윤미경, 브레넌 클리브렌드가 함께 참석해 자리를 빛내줄 예정이다.

제6회 디아스포라영화제는 봄과 여름이 만나는 5월, 18일부터 5일간 다양한 층위의 디아스포라를 다룬 전 세계 33개국 65편의 작품을 상영하며 관객들과 함께 환대의 의미를 재조명하고, ‘환대를 넘어’ 공존하는 삶에 대해 함께 성찰하는 시간을 마련한다. 특히 영화를 통해 관객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해외 감독들이 직접 영화제 방문 의사를 밝혀 눈길을 끈다. 특히 동시대 사회 문제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작품들을 연출하며 칸 영화제, 베니스국제영화제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가 가장 사랑하는 감독 중 한명으로 손꼽히는 마하마트 살레하룬이 <프랑스에서의 한 철>로 영화제를 찾고,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서 상영돼 큰 화제를 모은 다큐멘터리 <엠파이어 오브 더스트>의 감독 브람 반 파에센은 신작 <이방인>의 상영일에 맞춰 내한한다. 뿐만 아니라 난민 문제에 대한 우리의 사유를 확장할 수 있는 작품 <폴이 바다를 건널 때> 감독 제이콥 프레우스 등이 영화제 기간에 직접 방문해 함께 관객들과 소통할 예정이다.

그뿐만 아니라, 2017년 인도 최고의 영화 중 한 편으로 꼽힌 <바라나시>의 주인공이자 인도를 대표하는 배우 아딜 후세인 역시 직접 영화제를 방문한다. 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의 주인공이기도 한 인도 대표 배우 아딜 후세인이 영화제를 방문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많은 언론과 관객들의 관심이 디아스포라영화제에 집중되었다. 또한 아시아 나우 섹션에서 공개될 <바라나시>의 상영 후 진행되는 사이토크(GV)에서는 배우 아딜 후세인과 인천영상위원회의 운영위원장이자 영화감독 임순례 감독이 함께 참석할 것으로 전해져 큰 화제를 모은다. 

제6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관계자는 배우 조민수와 김환 아나운서의 환상적인 호흡과 스윗소로우의 감미로운 음악으로 시작될 5일간의 영화 축제에 많은 기대 부탁드리며, 분명 역대 최대의 개막식이 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영화 상영은 물론 다양한 문화 예술의 장르 안에서 디아스포라의 의미를 보다 폭 넓게 만나보고 이를 향유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제6회 디아스포라영화제는, 인천 중구에 위치한 아트플랫폼 일대에서 5월 18일부터 5일간 계속되며, 모든 프로그램은 무료로 진행된다. 사전 신청이 필요한 부대 프로그램들의 신청은 5월 중, 디아스포라영화제 공식 홈페이지(바로가기 ▶)를 통해서 진행될 예정이다.

 

생활문화팀(032-760-1033)
제 6회 디아스포라영화제 사무국(032-435-7172)

 

[소식 2] 트라이보울 미디어 아트 전시 <이미지를 거닐다>

트라이보울 3층 전시실에서는 6월 29일까지 미디어 전시 ‘이미지를 거닐다’가 진행된다. 미국, 홍콩, 중국 등에서 꾸준히 전시를 진행 중인 김창겸 작가와 이재형, 씨리얼타임즈(c.realTimes) 등의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조형물과 비디오 설치작품으로 진행되어 관람객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공간문화팀(032-455-7185)

 

[소식 3] 한국근대문학관 <2018 한국문학포럼>

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최진용)은 <2018년 한국문학포럼: 디아스포라 문학과 이미륵의 작품 세계>를 5월 20일(일) 한국근대문학관 3층에서 개최한다. 이번 한국문학포럼의 주제는 디아스포라와 문학이며, 제6회 디아스포라 영화제(5.18.~5.22. 인천영상위 주최)와 함께 진행될 예정이라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2018 한국문학포럼은 재일조선인 디아스포라 작가 서경식과 신예 소설가 백수린의 대담이 예정되어 있어 주목을 끈다. 도쿄게이자이대학(東京經濟大學) 교수인 서경식은 재일조선인 인권활동가이자 디아스포라 에세이스트로 잘 알려져 있으며, 백수린은 제8회 문지문학상(2018)과 제6회(2015) 및 제8회(2017) 문학동네 젊은작가상 수상으로 최근 가장 주목받는 작가 중 하나다. 대담의 진행은 광운대 고명철 교수가 맡았다.

이번 포럼에는 서경식-백수린 대담 이외에도 디아스포라를 주제로 한 학술발표가 예정되어 있다. 학술발표에서는 3·1 운동 이후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이나 중국, 러시아와 구미로 이주해 겪은 이방인의 삶에 대한 심도 있는 설명이 기대된다. 3·1 운동 이후 독일로 망명해 『압록강은 흐른다』를 써낸 작가, 이미륵에 대한 소개 역시 예정되어 있다.

한국근대문학관은 2019년 3·1 운동 100주년을 맞아 관련 기획전시를 준비 중이다. 이번 포럼에서 디아스포라를 통해 3·1 운동을 새롭게 조명함으로써 해당 전시에 대한 사전 점검 역시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장은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디아스포라’를 어렵게 생각하곤 하지만, 2018 한국문학포럼이 흩어져 살아야 했던 사람들의 삶과 문학을 쉽게 설명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며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일 정: 2018년 5월 20일(일요일) 14:00 ~ 18:00
장 소: 한국근대문학관 3층 교육연구실
참가비: 무료
접 수: 2018년 5월 4일 ~ 5월 18일까지, 선착순 50명 이메일로만 접수
접수 및 문의: gangjwa01@naver.com, (032)773-3805

 

근대문학관(032-773-3805)




시민 손에서 꽃으로 피어나는 생활문화 “우주인 프로젝트”

▶ 우주인 프로젝트? “우리가!주최한다!인천에서!”
“우주인 프로젝트”라고 하면 사람들은 무엇을 떠올릴까?
나사(NASA)에 보내주려나? 우주를 탐구하나? 이런 막연한 우주에 대한 질문이 먼저 떠오를 것이다. 설마 누가 “우주인 프로젝트”가 생활문화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을까. 한 번 들으면 절대 잊히지 않는 이름 “우주인 프로젝트”는 2017년 인천문화재단에서 시작되었다.

▶ 나 그리고 네가 주인공이야! ‘우주인 프로젝트’ 탄생기
생활문화에서 주인공은 문화전문가도 예술가도 아니다. 주인공은 누구나이다. 현재 ‘생활문화’하면 대부분 동아리라고만 생각하는 인식의 한계에 닿아있다. 생활문화의 발전을 위해서는 기존 동아리 지원의 프레임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그렇다면 생활문화를 어떻게 지원하는 것이 생활문화의 본질에 더욱 다가갈 수 있을까?
시민이 주체가 될 수 있는 장을 만드는 것이 답이라고 보았다. 공급과 수요가 모두 시민의 손에서 나온다면 더할 나위 없는 생활문화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서 어떻게 시민의 자발성과 주체성을 끌어올 수 있을까? 시민이 스스로 주인이 되어 신나게 참여할 수 있는 열린장을 마련해야 한다. 모든 걸 포용할 수 있는 생활문화 범위에서는 어떤 기획이라도 가능해야 시민들이 만족할 수 있다고 믿었다. 기존에는 기획자의 주도하에 정해진 틀 안에서 움직이는 구조였다. 그래서 다른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정해진 주제, 정해진 이야기를 탈피하고 시민의 개인적인 취향을 아우를 수 있도록 연결고리를 찾아 헤맸다. 사실 이렇게 공급자와 수요자 모두 시민이어야 하고, 관리자는 최소한의 개입만 해야 한다는 이상적인 구조로 인해 우주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힘들었던 순간들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 수요자와 공급자가 자발적인 시민으로 구성된다는 것이 앞으로 생활문화가 나아갈 방향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매일 밤낮으로 끝없는 질문을 던졌다.

“심의자의 개입 없이 선정할 방법이 없을까?”
“지원금도 펀딩으로 가능할 수 없을까?”
“매일매일 선정할 수 없을까?”
“누구나, 언제든지 접할 수 있는 생활문화 플랫폼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지원 규모도 제한하지 않으면 안 될까?”

이 치열한 고민과 질문의 끝에 홈페이지도 개편하면서 드디어 우리가 주최하는 “우주인 프로젝트”가 탄생했다.

▶ 누구나 참여가 가능한 “우주인 프로젝트”의 시작
고심 끝에 ‘우주인 프로젝트’는 많은 제한 조건을 풀었다. 시민 누구나 손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서류를 최소화했다. 또한, 기획실행을 인천에서 하는 조건이라면 인천 뿐 아니라 타 도시 시민, 심지어 외국인도 참여할 수 있도록 신청 대상자를 확대했다. 예산 작성에 대한 별다른 형식도 두지 않았다. 오직 하고 싶은 것이라면 그 무엇이라도 좋다는 폭넓은 모집이 시작되었다. 이런 열린 구조를 통해 이 사업의 의미와 취지를 이해하는 멋진 기획이 단 한 건이라도 실현된다면 이것이야말로 정말 생활문화 본질에 맞는 생활문화 활성화 지원이 아닐까 하는 기대감과 흥분감이 함께 했다. 

그렇게 시민이 참여하는 프로젝트에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지원서류를 기다렸다.
“이것도 되나요?” “저도 가능하나요?”
기다리면서 가장 많이 받은 종류의 문의 전화이다. 처음에는 예상과 다르게 오히려 다양한 범위,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말이 오히려 지원자를 당혹스럽게 했던 것 같다. 이러한 자율성에 지원자 역시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이 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처음 접수된 서류에는 재미있고 웃음이 나는 기획, 실현할 수 있을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드는 기획, 그리고 뿌듯한 마음에 미소가 나오는 기획까지 정말 다양하고 기발한 기획이 담겨있었다.
그중 우주인 프로젝트가 지향하는 방향에 맞는 지원자를 마주하기 위해 꽤 오랜 시간 동안 심의를 거쳤다. 심의위원은 먼저 기존 지원사업을 고려해 우주인에서만 가능한 기획을 간추렸고, 시민들의 열의를 놓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그렇게 정말 구현이 가능할까에 대한 의문이 드는 기획, 신청금액이 단 40만 원인 기획, 기획서 작성 방법을 몰라서 두 줄만으로 내용설명을 끝낸 가정주부의 기획까지, 우주인에서만 선정될 수 있는 기획이 모였다.

기획에 선정된 시민은 사실 전업 예술가가 아니라 본업이 따로 있는 분들이었기에 진행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예산 기획부터 집행과 정산까지 쉬운 과정 하나 없는 진행이었지만 지원자의 애초 기획의도와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밤낮없는 통화와 질문에도 열과 성의를 다했다. 우리도 지원자도 처음인 ‘우주인 프로젝트’를 통해 이렇게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배워가며 성장해나갔다.

▶ “우주인 프로젝트”를 통해 곳곳에 퍼진 생활문화의 씨앗
작년 한 해 동안 시행된 모든 ‘우주인 프로젝트’가 의미 있었지만, 특히 두 기획이 가장 기억에 남아 소개하려 한다.

김태오 씨는 평범한 아빠이자 공학을 전공한 일반 회사원이다. 오리엔테이션 날 김태오 씨는 “외국에서 평상시 대중교통을 이용하면서 버스나 전철을 기다릴 때 책 일부분을 자판기처럼 뽑는 기계를 보았어요. 우리나라에도 있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 신청했습니다.”라며 기획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처음에는 몇 군데의 정류장에 기계를 설치하는 기획이었지만, 우선 시범적으로 생활문화센터에 설치하는 방향으로 정리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진행해 나가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회사원이 이 일만 매달려서 할 수도 없었고, 기계도 생각대로 잘 만들어지지 않는 실패가 거듭되었다. 결국, 우리는 예상보다 2개월이나 늦게 김태오 씨의 ‘조각 글 자판기’를 만날 수 있었고, 고생한 만큼 결과는 값졌다. 칠통마당에 들어와 설치되는 첫날, 벅차오르는 마음으로 몇십번을 눌러보았는지 모르겠다.

이날 김태오 씨는 “인천문화재단을 사실 몰랐어요. 아내가 우주인 프로젝트 포스터를 보여주어서 알게 되었어요. 고생은 했지만 내가 시민들을 위해 재미도 줄 수 있고, 책의 좋은 내용을 담아낸 조각 글을 함께 나눌 수 있어서 기쁘네요. 과정 자체도 너무 즐겁고 의미 있었어요. 저를 믿고 기다려주고 실현할 수 있게 해주어서 정말 고맙습니다.”라며 환한 미소를 함께 남기셨다.

이은혜 씨는 경기도 이천에 살면서 간호사를 준비하던 학생으로 우주인 프로젝트에서 책을 만들고 싶다고 신청했다. 단순하게 책을 만드는 것은 아니었고,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자서전을 만들며 나 자신을 돌이켜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기획이었다. 선정된 후 이은혜 씨는 자신이 직접 포스터를 만들어 사람을 모집했다. 하지만 진행 과정에서는 생각과는 달리 자발적으로 하는 활동이라 낙오자도 생겼고 예상치 못한 변수도 많이 일어났다. 그럴 때마다 기운 없는 목소리로 “저 어떻게 해요 사람들이 잘 안 따라 와줘요.”라며 힘들어했지만, 곧 다시 기운 내서 모임을 가졌고 꿋꿋하게 원고를 써 나갔다. 그렇게 담당자인 나와 가장 많이 통화했던 은혜 씨는 처음 계획과 많이 바뀌긴 했지만 끝내 완성된 몇 권의 책을 가지고 왔다. 순수한 마음과 열정이 가득했던 기획이었기 때문에 끝까지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그런 은혜 씨는 나에게 “선생님 덕분에 할 수 있었어요! 간호사 시험 치고 연락할게요. 공부하느라 지쳤는데 덕분에 원동력이 생겼어요.”라는 말을 전했다.

그리고 그 후 2018년 4월 우주인 공모에서 낯익은 이름을 발견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사람들과 함께 먹방을 찍어 아프리카 방송 활동을 하고 싶다는 제안서에 이은혜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간호사가 되어서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에서 일하며, 정신과에 대한 편견을 깨고 이 사람들도 일반 시민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방송이라는 매체를 이용해서 소통을 도와주고 싶다는 기획이었다. 이은혜 씨의 이 두 번째 기획은 심의를 거쳐 한 번 더 선정되었다. 은혜 씨는 “감사해요! 우주인 프로젝트 아니면 못 했을 거예요. 환자분들도 생활문화로 삶을 즐길 수 있고 조금만 배려해주고 이해해주면 일상적인 생활이 가능한데, 제가 도와주고 싶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어서 기뻐요!” 설렘 가득한 목소리가 수화기 넘어서까지 전해져 왔다.
시민의 삶에서 하고 싶은 일을 실현할 수 있게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것. 그것을 통해 삶의 행복감이 더 해지는 것. 어쩌면 이것이 생활문화가 가진 힘이 아닐까.

▶ 2018년, 올해도 ‘우주인 프로젝트’는 시민과 함께!
우주인 프로젝트를 위해 했던 수많은 질문의 답은 오직 하나였다.
생활문화를 시민들의 손에서 꽃피우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7년 우주인을 겪으면서 가장 크게 깨달은 것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시민을 믿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주인은 앞으로 생활 속 모든 생각을 존중하기 위해 2018년에는 한 번이 아닌 4월~10월까지 월 1회씩 공모가 진행된다. 접수는 ‘우주인 프로젝트’가 생활문화의 새로운 플랫폼을 여는 창구가 되기 위해 항시 진행한다.
시민들이 주최하고 주인이 되어 활동하는 생활문화가 가장 필요한 기본은 담당자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과 사업의 가이드라인을 시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앞으로도 쉬운 과정은 아니겠지만 이러한 중심을 가지고 한 발 한 발 나아간다면 분명 생활문화의 꽃이 모두에게 만개할 것이다.

 

글/사진
‘우주인’ 프로젝트 담당자 손유민




극단 <미르> 이재상 대표 인터뷰
“제게 연극의 목표는 한 발자국씩 함께 성장하는 것입니다.”

극단 <미르>가 창단 10주년을 맞이했다. 대표 이재상에게 10주년은 <미르>가 어떤 색을 간직하고 있는지를 돌이켜 보는 시간이다. 올해 4월, 그는 <미드나이트 포장마차>를 시작으로 앞으로 2년에 걸쳐 극단 레퍼토리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극단의 색깔을 되짚어 보기 위한 그의 긴 여정을 이제 시작하려 한다.


Q.<미르>가 창단한 지 10주년이 되었지만, 연극인의 삶은 살아온 것은 자그마치 30년입니다. 연극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연극을 시작한 계기는 조금 우스워요. 처음에는 시가 잘 안 써져서 연극을 3년만 해보자고 결심을 했죠. 책상 앞에서 고민만 하다가는 글이 나오지는 않더라고요. 때마침 합창단에서 만났던 선배님이 극단을 만든다는 소식에 그 문을 두드렸어요. 그때 이후로 연극이 저랑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서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틀었죠.

Q. ‘미르(MIR)’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MIR에는 세 개의 의미가 담겨 있어요. 하나는 우리나라의 옛말인 ‘용’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죠. 두 번째는 러시아어로 ‘평화로운 세계’라는 의미가 있어요. 마지막으로는 ‘Moving Island on the Road(길 위에 움직이는 섬)이라는 약자예요. 저는 인간 자체가 하나의 섬이라고 봅니다. 인간은 길 위에서 온전하게 자신의 세계를 지키면서 걸어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세 가지를 종합적으로 정리하면 ‘위로 하늘의 뜻을 살피고, 주변을 보살피고, 인간 개인은 자신의 세계를 지키며 묵묵히 길을 걷자’는 의미를 전달합니다. MIR에는 제가 생각하는 인생의 가치관이 모두 담겨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Q. <미르>를 10년 동안 운영하시면서 가장 큰 변화나 전환점이 있으셨나요?
<미르>는 신중히 생각해서 창단한 두 번째 극단이기 때문에 큰 변화는 많지 않았어요 다만, 처음에 레퍼토리 시스템을 목표로 한 달에 3~4개의 작품을 연속 공연한 적이 있는데 관객이 늘지 않는 거예요. 한 달에 2편 이상 연극을 보는 일이 일반적으로 어려웠던 거죠. 그래서 전용 극장이 생기기까지 레퍼토리 시스템은 무리라는 생각을 했죠. 이번에 10주년이라 레퍼토리 시스템을 다시 점검하지만, 여전히 전용 극장에 대한 아쉬움은 큽니다. 언젠가는 전용 극장에서 관객들과 함께 레퍼토리가 발전, 성장, 소멸하고 재탄생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는 날이 곧 다가올 거로 생각해요.

Q. 10년의 세월이 말해주듯 그동안에 굵직하고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셨습니다. 이번 10주년을 기념하여 <미드나이트 포장마차>,<보이체크>,<현자를 찾아서> 작품을 선정한 이유가 있으신가요? 작품마다 선생님께 어떤 의미가 있나요?
MIR레퍼토리는 기본적으로 제가 만든 작품과 고전작품을 공연하겠다는 생각을 토대로 만들었습니다. 다른 작가의 작품을 다루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외부 연출을 하므로 굳이 다른 작가의 작품을 MIR에서까지 하고 싶지는 않았죠. 지금도 이 생각에는 큰 변화는 없습니다. 만약 MIR에서 다른 작가의 작품을 공연한다면 다른 사람이 연출하거나, 그 작품이 고전만큼이나 큰 의미를 가진다는 뜻이겠죠. 이번 10주년 창단도 제 작품 2개와 고전작품 1개를 묶어서 시즌 별로 준비해 보았습니다. <미드나이트 포장마차>는 가족의 의미와 사회의 정을 그렸고, <보이체크>는 현대사회에서 인간의 소외 문제, <현자를 찾아서>는 자신의 길에 대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적절한 앙상블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택한 작품의 양식으로나, 형식 면에서도 조화를 이루었다고 생각합니다.

Q. 포장마차에서 실제로 <미드나이트 포장마차>공연을 펼쳐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드나이트 포장마차>야 말로 조명 없이도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연극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제는 공연 도중에 창문 틈새로 소음이 들렸는데도, 객석 입장에서는 위화감 없이 관람할 수 있었어요..

Q. 인천과 일본을 넘나들면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인천에서 활동한다는 것은 선생님과 극단 <미르>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나요?
인천은 제가 백일 때부터 자라왔던 곳이고, 연극인으로 성장할 수 있던 베이스캠프였습니다. 기본적으로 예술가에게는 ‘활동하는 지역보다’ ‘무엇을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렸을 적 인천에서 연극 수업을 할 때 여건상 어려움이 있어 친구들이 서울로 많이 떠났었죠. 그러나 그 와중에 인천에서 몇몇 좋은 선배님들을 만나서 연극에 대한 공부 방향과 태도를 꾸준히 잡을 수 있었어요. 여전히 저의 경험과 책이 제 스승이라고 생각하지만, 연극에 대한 방향성과 태도는 그 당시 선배들로부터 배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인천에서 그런 선배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인천에 계속 머무르고 있습니다.

Q. 지역 극단으로 꾸준히 나아가기 위해 지향하는 가치가 있을까요?
연극은 인간에 대한 이야기인데 지역성이 모호한 현시대에서 지역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단지 서울의 물리적인 인접함이 인천의 특성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듯합니다. 서울이 가까우니 인력 유출이 심각한 수준이죠. 하지만, 그 반대로 인력유입도 매운 쉬운 환경이라 인천의 배우들이 다른 지역의 배우들로부터 기회를 박탈당할 수 있는 우려도 있죠. 현재, MIR의 바람직한 모습은 기본을 닦고 성장한 선배들이 후배양성을 도와주고 여러 지역, 여러 나라에서 공연을 펼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아직 선배들도 삶에 여유가 있지는 않지만, 조금씩 좋은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Q. 오랫동안 극단을 유지할 수 있던 원동력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에게 연극은 제가 살고자 하는 삶의 목표나 방법과 가장 근접한 방식이기 때문에 그만두려는 생각은 없습니다. 그리고 극단이란 연극적 철학이 같은 사람들의 모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극단을 처음 창단했을 때도 단원모집을 따로 하지 않았죠. 그리고 우리 극단은 탈퇴가 매우 쉬운 극단이기도 해요. 단 가입할 때는 연수과정을 우선 거치는데 서로 어울리는지 판단하는 데 약 1년이라는 시간을 갖습니다. 또한, 조금 다른 길과 꿈을 갖고 극단에 들어와도 별로 문제를 삼지 않지만, 극단에 있을 때는 극단의 규칙과 정신을 따라야만 합니다.
그렇게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보니 재미있는 구성이 되었습니다. 단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룹, 연기를 배우러 들어온 그룹, 들락날락 하는 객원들이 있죠. 가끔 본인들을 ‘정신적인 단원’이라고 말하는 그룹도 있습니다. 세월이 지나면 MIR와 함께한 많은 이들이 크게 평가되리라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태지윤
글/사진 이진솔




김애란 작가가 들려주는 바깥은, 여름 <제 자리는 어디입니까?>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시: 2018. 04. 19 (목)요일
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C동 공연장
주최/주관 :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사진: 인천문화통신3.0 민경찬




인천 도시발전의 발자취를 따라서 <지역연구리서치 투어>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일시: 2018. 04. 18. (수)요일
장소: 인천도시역사관, 삼릉 줄사택 유적지, 동일방직(구 동양방직)
주최/주관: 인천아트플랫폼

사진: 인천문화통신3.0 민경찬




예술적 담론의 시간

2018 인천아트플랫폼 <플랫폼 살롱>

처음 <플랫폼 살롱>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는 대체 무엇을 하는 행사인지 궁금했다. 플랫폼이 인천아트플랫폼을 뜻하는 것이라면, 플랫폼에서 여는 살롱이란 어떤 살롱일까? 사전에서 설명하는 살롱이란 17~18세기 프랑스 상류사회에서 성행했던 귀족과 문인들의 정기적인 사교모임을 말한다(두산백과 참조). 귀족 부인들이 일정한 날짜에 자기 집 객실을 문화계 명사들에게 개방하고 음식을 제공하면서 문학이나 도덕에 관한 자유로운 토론과 작품 낭독 및 비평의 자리를 마련하던 풍습을 말하는데, 미술가들도 함께 모여서 자신의 작품을 공개하며 감상, 비평하고는 했다.

직접 방문한 2018 인천아트플랫폼 <플랫폼 살롱>도 이와 같았다. 살롱을 연 주최 측에서는 샌드위치와 커피, 차, 과일 등을 비롯한 간단한 다과를 준비했고,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입주한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과 그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곁들였으며, 전문가, 시민, 학생, 전문가 등의 참여자들은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비평하고 대화했다.

첫 번째 발표자는 구나 작가. 구나 작가는 회화와 조형작업을 함께 아우르는 작품을 선보이고 있는 작가이다. 작가는 천천히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선보이며 자신의 작품세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모든 예술은 분야를 막론하고 통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듯 작가가 영감을 받았던 문학 작품들의 구절을 작가가 직접 필사하여 참여자들에게 나눠주었다.

참여자들은 구나 작가의 목소리와 함께 작가의 작품을 감상했고, 그의 작품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 했다. 구나 작가의 회화 작품에서는 얼굴이 지워짐은 무엇을 상징하는 것인가? 존재, 자아에 대한 확신이 불분명 하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인가? 작가의 작품 속에 문학과 철학이 함께 숨쉬고 있음을 우리는 이야기 했다.

김정모 작가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설명하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그것은 아마 왠지 모르게 유쾌함이 스며있는 그의 작품들 때문일 것이다. 그는 작품에서 완결된 오브제를 선보이는 것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그의 작품의 많은 부분은 관객들의 참여로 완성되는 것들이다. <Berlin, street of art 2015>에서는 마치 설치미술처럼 보이기도 하는 길거리의 다양한 풍경들을 사진으로 찍고 이를 관람하는 관객으로 하여금, “이것이 예술인지, 아닌지”에 대하여 관객 자신이 결정하도록 했다.

작가는 사라지는 공간들이 아쉬워서 그 공간들에 크리스마스 전구를 이용해서 <Good-Bye>라는 작품을 설치하는 작업을 시도하기도 했고, 자신이 머물렀던 공간을 그냥 떠나는 것이 아쉬워서 형광등을 LED 전구로 바꾸고 그 안에 작가의 사인을 적어 넣는 프로젝트인 <I was here>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런 작가를 두고, 우리는 그에게서 마치 쓸쓸함, 고독함, 외로움이라는 것을 느낀다고 이야기를 나눴다. 짐짓 아주 개인적인 감정일 것 같지만, 실은 많은 부분이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쓸쓸함, 고독함, 외로움을 표현하는 작가, 김정모. 작가는 사회적인 조건 속에 형성되는 현재 한국의 사회적 고독을 표현하는 것이다.

박문희 작가의 작품에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자연이 혼합되어 나타내 있다. 각각을 쉽게 예상하기 힘든 방식으로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을 통해서 우리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인식의 세계를 벗어나서 상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실과 머리카락 걸레 등을 통해서 강아지, 어린아이 비너스 상 등을 표현하기도 하며, 디너 테이블을 천으로 덮어서 낙타의 형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의 작품 속에서 관객들은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것들을 보게 된다. 덮어 가림으로써 우리는 역설적으로 새로운 형상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이다. 작가의 작품은 한 걸음만 더 나아가면 새롭게 정의되는 이러한 세상에서 우리가 ‘지금’ 정의하는 것들은 과연 불변하는 진실일 것인가? 에 대한 질문을 하게 한다.

네덜란드 국적의 모 시라(Mo Sirra)작가는 탐구하고 실험하는 과정을 중시하는 작업방식을 선호하는데, ‘리허설’이라는 개념을 작업의 핵심으로 삼는다.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 머무르는 동안 인천시라는 범위 내에서 다양하고 다면적인 시각을 담은 프로젝트를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는 사실이 꽤 흥미로운 시간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눈다. 

 아, 이런 살롱이라니! <플랫폼 살롱>이란 유쾌하고 유익한 경험으로 인해 앞으로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진다.

* 2018 인천아트플랫폼 <플랫폼 살롱>은 2018년 4월 24일부터 5월 10일까지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총 6차례 진행됩니다.
자세한 내용은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
바로가기 ▶)을 통해서 확인 가능합니다.

 

글/사진 인천문화통신 3.0 기자 김경옥
(수필가, 옥님살롱 http://expert4you.blog.me/)




근현대 베스트셀러를 통해 본 그때 그 시절…

한국근대문학관 근현대 베스트셀러 특별전 ‘소설에 울고 웃다’

우리나라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소설들이 한국근대문학관으로 소환됐다. 지난해 2017년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한국근대문학관 기획전시실에는 근현대 특별전 ‘소설에 울고 웃다’가 진행됐다. 이번 전시는 전시된 소설들을 통해 과거 우리가 살아온 시대를 일별해보고 작가의 숨결을 느껴보고자 기획됐다.
전시에는 근대계몽기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대중의 사랑을 받은 24개의 ‘베스트셀러’ 소설이 전시돼 관람객들에게 80년의 세월을 조망할 뜻깊은 기회를 제공했다.

전시를 보기에 앞서 이번 전시에서의 ‘베스트셀러’는 어떤 의미일까? 베스트셀러(best –seller)의 사전적 의미에서는 어떤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을 베스트셀러라고 말하고 있다.
물론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이라고 해서 무조건 예술적 가치나 문학적 가치가 높다고는 평가할 수 없다.
그러나 의외로 이번 전시 ‘소설에 울고 웃다’에서는 말 그대로 당대 시장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을 전시대상으로 삼았다.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한 고비마다 어떤 소설이 많이 읽혔는지 알아보는 것은 우리의 삶을 되짚어보는 데 의미 있는 기준점이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소설에 울고 웃다’의 전시를 기획하는 데 있어 전반적으로 작용했던 관점은 ‘현실반영론적 관점’이다. 이는 문학작품에는 당시의 현실이 반영된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번 전시는 소설의 내용을 통해 소설이 쓰인 당시의 시대 현실을 역으로 추정하는 관점을 기반으로 한다.
근현대 베스트셀러의 계보는 계몽 열망이 담긴 ‘혈의 누'(이인직·1906)와 ‘금수회의록'(안국선·1908) 등의 근대계몽기 작품으로 시작한다. 뒤이어 이수일과 심순애의 러브스토리가 담긴 ‘장한몽'(조중환·1913)과 탐정소설 ‘마인’(김내성·1948) 등의 장편소설이 등장하며 근대문학이 화려하게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해방 후 전후 복구 현실을 배경으로 하는 ‘청춘극장'(김내성·1949~1952)과 ‘자유부인'(정비석·1954)에서는 당시 격렬하게 대두되는 민족 문제와 선망의 대상이었던 미국의 사상과 가치관이 투영됐다. 대중사회와 소비사회가 형성된 7~80년대에는 ‘별들의 고향'(최인호·1972)과 ‘인간시장'(김홍신·1981) 등 전업 작가의 밀리언셀러 작품들이 탄생했다.

이번 전시에는 작가들이 소설 집필에 사용한 펜과 안경, 도장, 비디오테이프, 육필원고 등 문학적 가치가 담긴 추억의 산물 60여 점도 함께 만날 수 있었다. ‘자유부인’의 작가 정비석이 취재 시 사용한 녹음기와 국어사전, 박경리 작가가 사용한 호미, 김홍신 작가가 ‘인간시장’ 집필에 사용한 만년필과 인지에 찍었던 도장 등 작가들의 손때가 묻은 애장품이 함께 전시돼 있다.
직접 쓰는 육필원고보다는 각종 첨단 전자기기를 통해 글을 쓰는 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작가들의 과거 산물은 아날로그 문학적 감성을 자아내는 또 다른 관람 재미를 선사했다.

 

글·사진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정해랑
marinboy58@naver.com




낯설게 보는 일상의 오래된 것들

이호진 작가의 사진 전시회 <앤티크 강화도>

아트플랫폼 E1 창고 갤러리에 전시되는 이호진 작가의 사진 전시회 [앤티크 강화도]를 보러 비가 오는 한산한 거리를 걸었다. 창고 갤러리는 작지만 천장이 높은 전시공간이다. 벽은 사진으로 둘러싸여 있고 바닥에는 몇 점의 작품이 펼쳐있으며 이젤에도 사진이 놓여있다. 사진들이 공간을 감싸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강화도에 가본 적이 없어 강화의 풍경이라고 확답을 내릴 수 없지만, 갤러리가 아닌 다른 공간에 들어온 기분이다. 입구 왼쪽의 사진 비평을 읽고 사진을 둘러보았다.

사진에서 낯설게 하기란?

‘낯설게 하기’는 사실 처음 접하는 말은 아니다. 무언가를 창조해내는 일을 하는 내가 평소에도 자주 떠올리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념 자체는 낯설지 않았다, 하지만 ‘사진’이라는 매체를 이용한다는 것이 새로웠다. 우선 벽면에 있는 사진 비평의 내용을 천천히 읽어본다. 처음에는 굉장히 ‘낯선’ 사진이 우리를 둘러싸면서 그것을 ‘당연히’ 느낀다. 이는 사진이 우리의 감각을 길들이면서 사진으로부터 무언가를 판단하는 지각 작용이 둔감해졌다는 이야기다. 그것참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래서 작가는 우리가 잘 아는 ‘익숙한’ 피사체를 무엇인지 알아보기 힘들어지도록 만들면, 새롭게 느낄 것이라는 생각에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 그럼 어떻게 그 피사체들을 새롭게 보이도록 할 수 있을까? 너무 많은 이미지가 범람하는 시대에 아무리 특별한 구도로 촬영을 해도, 촬영기법만으로는 누군가에게 ‘낯선’ 이미지를 만들기란 어렵다. 그래서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바로 ‘어둠’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어둠은 어느 때 보다 날카롭게 감각을 세운다. 날이 선 감각으로 이미지를 더듬으면, 익숙한 것들도 새롭게 느껴진다. 감탄과 함께 작품으로 눈을 돌렸다.

밤의 앤티크 강화도

‘앤티크 강화도’라는 이번 전시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오래된 곳이라는 의미일까? 빛이 바랠 만큼 오래되어서 더 가치가 있는 곳이라는 뜻일까? 작가의 작업 노트에 ‘앤티크(Antique)’라는 단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골동품’으로 번역되는 앤티크는 오래되어 희소가치가 있는 물건이라는 뜻과 오래되어 가치가 없어진 물건이라는 상반된 의미가 공존하는 단어라고 한다. 작가는 강화도에 있는 수많은 오래된 문화유산들과 그 외에 우리가 마주하는 오래된 것들이 어떤 가치가 있는지 질문을 나누고 싶다는 내용을 남겼다. 실제로 사진에 담겨있는 피사체들은 형체를 잘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운 곳에서 촬영되거나, 민가 속에 덩그러니 남겨져 있다. 강화도를 가본 적이 없기에 이곳이 낮은 돌담인지 혹은 문화유산인지 구별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사진에서 느껴지는 이질감 때문인지 작품을 더 지그시 바라본다. 마치 내가 모르는 어떤 곳의 밤 풍경을 산책하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산책을 돌고 난 뒤, 작가와 함께 한 번 더 사진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전시는 재미있어야 해요

“벽에 붙어있는 흑백사진은 낮에 촬영하신 건가요? “라는 질문으로 시작해 이호진 작가와 두 번째 산책을 시작했다. 내가 질문한 흑백 사진은 밤에 촬영된 다른 사진과 겹쳐 전시되어 있는데, 이는 같은 장소를 낮에 찍은 것과 밤에 찍은 것이라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 정말로 그랬다. 이렇게 사진으로만 봐도 같은 장소가 시간에 따라 이질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고 생각하며 천천히 이야기를 들었다. 강화도에는 고인돌, 돈대, 성곽, 고목 등 수많은 문화유산이 있다고 한다. 멀리 사는 사람들도 이것을 보기 위해 차를 타고 올 정도로 가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너무 많아서 이미 그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집 앞의 나무 같은 느낌일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은 무너져 있는 채로 있기도 하고, 어떤 것은 재건되어 있기도 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그곳에 오래오래 머무르고 있다는 것이다. 주변이 바뀌든, 누가 지나가든, 그곳에 있는 것들. 의미를 가진 것들은 변하지 않는다. 그래서 문화유산이 된 것일까? 오랫동안 그 자리에 남겨진 것들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작품과 작가의 말에서 느껴졌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었지만, 산책이 끝날 즈음 왠지 모르게 문화유산에 정감이 간다. 바닥에 있던 사진들에 발자국이 나 있다. “이거 이렇게 밟아도 되나요?” “네. 그러라고 해놓은 거예요. 실제로 이곳을 걷는 기분이 들게요.” 작가의 대답이 사뭇 마음에 들었다. 사진도 작가의 생각도 좋지만, 무엇보다 이 작은 공간을 가득 채운 배치가 좋았다. “배치가 재미있어요”라는 말에 작가는 “저는 전시는 재밌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대답했다. 그 대답 역시 마음에 들었다.

이번 이호진 작가의 사진 전시 <앤티크 강화도>는 오는 4월 26일까지 전시된다. 비도 그치고 오늘부터는 해가 맑을 예정이니 나들이로 아트플랫폼 창고 갤러리에 가보는 것은 어떨까? 강화도까지 가지 않아도 친절한 작가의 아름답고 낯선 강화의 사진들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글/사진 문화통신3.0 시민기자단 이은솔




[큐레이션 콕콕] 쓰레기는 쓰레기다?

중국이 재활용 쓰레기 수입을 중단하면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지구촌 전체가 쓰레기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3.0’ 제38호 ‘큐레이션 콕콕’은 쓰레기는 ‘버리고 없애는 것’이라는 기존 관념에서 탈피해 생활의 자리와 예술작품으로 스며든 몇몇 사례를 살펴봅니다.

업사이클은 향상을 뜻하는 ‘업그레이드(Upgrade)’와 재활용을 뜻하는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입니다. 버려진 것을 가치 있는 무엇으로 재생산하는 작업을 말하죠. 한 번의 소비로 끝나지 않고 또 다른 쓰임과 중요성을 발견하는 의미에서 업사이클 예술은 굿 아트(착한 예술)로 전달되기도 합니다.

올해 여든한 살인 존 노우드 씨는 폐플라스틱과 담배꽁초 등으로 작품 활동을 합니다. 폐플라스틱, 납 조각으로 아파트에 모여 사는 현대인들의 회색빛 삶을 재현하고 수백 개의 담배꽁초로 이라크 참전용사의 얼굴을 형상화합니다. 건축 설계사였던 그는 만 점이 넘는 작품을 보관하고 있어 집은 흡사 갤러리 같습니다. 관광지로 소개될 정도로 유명하죠. 노우드 씨는 자신의 결과물을 즐겁게 공개하는 한편 사람들에게 환경 보호의 실천을 강조하는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출처: KBS뉴스 캡처화면  영상보기 ▶

브라질 출신 비쥬얼 아티스트 빅 뮤니츠(Vic Muniz)는 독특한 재료를 사진 속에 담아냅니다. 장난감, 흙, 설탕, 철사, 못 심지어 방안에 날리는 먼지도 재료로 사용하죠. 단연 돋보이는 것은 쓰레기로 그린 작품입니다.

브라질 외곽 ‘자르딤 그라마초(Jardim Gramacho)’에는 하늘에 닿을 듯 우뚝 솟은 산이 있습니다. 일명 쓰레기 산인데요, 뮤니츠는 이곳에 스튜디오를 열고 오가는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2년 동안 쓰레기를 작품으로 탈바꿈시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쓰레기 매립지가 창작 무대가 된 거죠. “물질은 존재 자체로 의미를 보인다.”는 그의 말처럼 일상적이고 의미 없어 보이는 사물도 어떻게 인식하냐에 따라 전혀 다르게 변하네요.

출처: Vik Muniz 홈페이지
테드 영상 보기▶ ‘철사와 설탕으로 예술을 만들다’

소비 중심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간편하게 구매하고 쉽게 소모되는 물건이 넘쳐납니다. 가볍고 편한 것을 찾는 현대인의 욕망은 수많은 1회용 물품을 만들어냈습니다. 스티로폼, 알루미늄 캔, 유리, 플라스틱, 비닐 같은 소재는 생활에 두루 쓰이지만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꼽히기도 하죠. 지난 4월 17일 영국 포츠머스대 연구팀은 플라스틱을 먹는 박테리아의 구조를 분석, 분해 능력을 이전보다 20% 향상한 효소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효소를 넣은 물질로 플라스틱을 제조하면 그대로 완벽한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지난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열린 ‘쓰레기X사용설명서’는 쓰레기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된 전시회입니다. PART1은 대량 생산, 대량 소비 시대에 우리가 만들어낸 쓰레기에 관해 문제제기하는 공간으로, PART2는 그에 대한 우리의 대안을 만나는 공간으로 구성됐어요.

전통 농경사회는 지금처럼 쓰레기가 많지 않았습니다. 살림도구는 더는 사용할 수 없을 때까지 고쳐 썼고, 땅에서 나온 것을 다시 땅으로 돌리는 순환의 미를 실천했습니다. 분뇨를 자원으로 활용하고, 전깃줄로 바구니를 짜기도 하고요. 쓰레기의 2차 활용과 업사이클링의 역사도 시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동시대인들은 폐현수막으로 가방과 구두를 만들고, 군용 담요로 바지를 만들고, 담뱃값으로 자리를 만듭니다.

출처: 네이버블로그(꿈책맘) 

서울시 성동구에는 ‘서울새활용플라자’라는 업사이클링 문화공간이 있습니다. 지하2층, 지상5층 규모의 건물은 연면적 5천평으로 국내 업사이클링 관련 시설 중 가장 규모가 큽니다. 폐품을 이용한 설치미술, 업사이클링에 관해 공부할 수 있는 전시와 체험 공간, 업사이클링 기업을 위한 사무실을 갖추고 있네요.

업사이클링은 폐기물이 본래의 성격과 다른 부가가치를 창출한다는 점에서 재활용과는 개념이 조금 다릅니다. 폐품을 재료의 형태로 되살리고 그 재료를 다시 제품으로 만드는 과정에서의 비용이나 환경오염을 무시할 수 없죠. 효용을 따져 업사이클링 본연의 가치를 유지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고 하네요. 버린 것을 재사용한다는 명분을 넘어 다양한 각도와 폭넓은 이해로 접근하는 시선이 요구됩니다.

 

현대미술가 최정화 씨는 별스러울 것 없는 일상의 재료로 조형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로 1990년대부터 한국 미술계에서 주목받았습니다. 그의 대표작인 ‘알케미(Alchemy·연금술)’는 플라스틱 그릇, 소쿠리, 솔, 깨진 병 등으로 제작되는데 독특하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쓰레기와 예술의 차이가 어디있겠나”라고 반문하는 작가는 천박하고 야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겸비한 ‘키치의 미학’을 즐깁니다.

환영무를 추는 무용수의 옷자락, 빙글빙글 도는 꽃잎이 겹겹의 원을 만듭니다. 똑똑 떨어지는 물방울의 잔그림 같은 원이 끝없이 펼쳐집니다. 성화가 타오르는 백자 항아리, 오륜기의 오륜, 휠체어의 바퀴 모두 둥근 것들입니다. 원 안에서 하나로 공존합니다. 최정화 작가는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개폐막식의 무대감독으로 활약했습니다. “사뮈엘 베케트가 ‘낡은 나사의 새로운 회전’을 이야기했죠. 나는 버려진 쓰레기, 옛사람들의 유물, 동양사상의 근본···그런 것들만 들여다볼 뿐입니다.”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고민해온 작가는 자신의 철학을 유무형의 예술품으로 선보이고 있습니다.

청소도구를 소재로 한 설치작품 ‘청소하는 꽃’ 앞에 선 최정화 작가
출처: 서울경제

양말목을 아시나요. 양말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양말 앞코의 마감을 위해 잘리는 부분으로 가위밥이라고도 불립니다. 서울 도봉구의 동네예술가와 마을활동가, 주민 들이 그 용도를 발견하기 전까지 양말목은 섬유 폐기물이었죠. 대안주거문화공동체 ‘황새둥지’는 쓰레기로 소비되는 자원과 주민들의 도움, 예술적 아이디어로 새로운 마을문화를 만들었습니다. 양말 제조공장이 많은 도봉구 방학동의 특성을 살려 양말목으로 컵받침, 가방, 냄비받침, 바닥깔개 등의 생활용품을 제작했죠. ‘못 쓸 것’으로 치부됐던 의자를 약간의 수리 후 양말목 방석을 입혀 ‘쓸모 있는 것’으로 탈바꿈시켰습니다.

 출처: 서울 시민청 제공

광주시 남구 양림동 펭귄마을은 ‘쓰레기의 손때’가 가득 묻어있는 곳입니다. 누군가와 삶을 함께 했던 쓰레기들은 폐기되거나 소각되는 대신 삶의 증거로 소환됩니다. 시작은 이렇습니다. 골목 주택가에 불이 나 흉해진 자리에 주민들이 벽화를 그리고 생활 소품을 가져다 놓습니다. 원래 있던 곳에서 자리를 옮기자 물건은 이전과는 다른 사물이 되고 마을은 어느새 ‘골목 박물관’으로 변합니다.

부챗살처럼 퍼진 골목을 따라 가면 소박한 시와 그림을 감상할 수 있고, 곳곳에 오래된 시계, 신발, 그릇이 걸려 있습니다. 이제는 불필요한 물건들이 시간의 물결을 타고 그 자체로 작품이 됩니다. 빈터와 텃밭에는 작은 TV와 라디오, 장독, 의자, 바구니, 가스통, 솥 등이 모여 있습니다. 그야말로 쓰레기 박물관이죠. “멈춰버린 당신의 꿈이 지금 시작됩니다”, “유행 따라 살지 말고 형편 따라 살자”고 적힌 문구는 액자 안에 담겨 텍스트 이미지의 한 장면이 됩니다.

출처: 광주시 제공

 

* 다음과 같은 기사를 토대로 작성했습니다.
1. 쓰레기로 예술작품, 뉴욕 명물이 되다
    KBS 뉴스9, 2018.4.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쓰레기를 이용한 예술작품
    아트리셋, 2017.11.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쓰레기로 세상을 만드는 예술가, 빅 뮤니츠(Vik Muniz)
    매일경제, 2018.3.2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골목 300m에 과거가 거니는… 광주 펭귄마을 골목
    조선일보, 2018.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역발상으로 뻔한 것도 새롭게 쓰레기와 예술, 차이 어딨겠냐”
    서울경제, 2018.3.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쓰레기, 다시 쓰면 애장품!
    브런치(그리미), 2017.8.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7. 방학동 양말목으로 알록달록 얘기 나눠요
    내 손안에 서울, 2016.2.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 이미지 / 이재은 뉴스큐레이터




제2회 인천원로작가회전 스케치

전시 장소: 인천문화예술회관 중,소 전시실
전시 기간: 2018.04.17 – 04.23
주관/ 주최: 인천광역시원로작가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