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근대문학사를 대표하는 초호화판 시집 『춘원시가집』

한국 최초의 창작 장편소설의 작가 춘원 이광수는 흔히 소설가로 알려져 있다. 『흙』과 『사랑』, 『원효대사』 등 대표작 대부분이 소설이지만, 춘원의 문필활동은 소설에만 머물지 않았다. 그는 시인이자 수필가였으며, 비평가·평론가·번역가이면서 한국 최초의 근대 희곡으로 평가되는 「규한」의 저자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하면 이광수는 우리 근대문단의 ‘올라운드 플레이어(all round player)’라고 할 수 있다.

이번에 소개하는 문학관 소장자료는 1940년 2월 박문서관에서 발행된 춘원시가집이다. 문학관이 소장한 방대한 희귀 근대문학 컬렉션 중에서도 특히 손꼽을 만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작가의 문단 생활 30년 기념으로 출판된 이 시집은, 장정이나 종이 재질, 케이스 등 ‘초호화판’이다. 또한 딱 500부만 찍은 한정판이며, 책 표지 안쪽에는 작가의 친필 서명과 작가 사진 원본이 붙어 있다. ‘호화판 오백부 한정’임을 명기한 판권면에는 이 책이 몇 번째인지가 붉은 글씨로 표시되어 있는데, 한국근대문학관이 소장한 이 책은 ‘限定 五百部之 第 參○七 號’, 즉 307번째 책이다. 표지는 하드커버인데, 당시의 두꺼운 종이로 된 일반적 하드커버가 아닌 고급 천으로 감싼 ‘클로스 하드커버’이다. 또한 속지도 파란색인데 촉감이나 강도, 탄성 등 약 80년 전의 책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고급이다. 이 책만을 위해 도쿄까지 가서 용지를 구해왔다고 하는데, 출판사에서도 각별히 신경 썼음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중일전쟁과 그로 인한 용지난으로 인해 조선·동아가 폐간되었던 해에 이 책이 간행되었음을 생각하면, 이 책의 발행과 존재 자체가 놀라울 따름이다.

책 앞쪽에 있는 작가의 친필 서명은 멋들어진 초서로 되어 있다. 탈초를 해보면 ‘朝令暮令佛’인데, ‘아침에도 저녁에도 오로지 부처님’이란 뜻이다. 일제 말기 불교-법화경에 심취해 있던 작가의 면모를 잘 보여준다. 298쪽의 이 시집에는 세 부에 걸쳐 총 149수의 시가 실려 있다. 1~2부 89편은 시조이고 3부 60편은 자유시이다. 이 중 두 편이 번역이다. 1부는 1937년 12월부터 8개월간 입원했을 때 그의 문하생 박정호가 받아쓴 시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1부의 서(序)는 박정호가 썼다. 작가는 이 책의 출간을 위해 애써준 노성석과 최영주, 박정호 3인을 특별히 기리고 있다. 노성석은 책이 발행된 박문서관의 2대 사장이며, 최영주는(본명 최신복) 일제강점기를 대표하는 전문 편집자로 수필잡지 『박문』의 편집인과 발행인을 지낸 인물이다.

책 맨 앞 ‘축원(祝願)’이란 제목의 일제 통치와 천황을 미화한 글은 이 시집의 뚜렷한 한계를 보여주지만, 책의 장정과 재질 등 여러 외적 형태는 당시 문단의 최고 권위를 가졌던 춘원의 위상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로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한국근대문학관 학예 연구사 함태영




전병구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전병구는 계원조형예술대학 매체예술을 공부하고,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과를 졸업했다. 작가는 일상생활에서 마주한 대상과 풍경을 스냅사진처럼 표현한다.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한 장면을 포착하여 간접적인 방식으로 자신의 감정이나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직접 찍은 사진을 비롯해 영화나 인터넷, 뉴스, 온라인 등에서 직‧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는 수많은 이미지를 수집하고, 선택하여 캔버스에 옮긴다. 작품을 감상하다 보면 가볍게 그려진 유채 물감의 두께, 전반적으로 다운된 톤의 색감 등을 통해 차분하면서도, 쓸쓸하고 우울한 분위기를 느끼게 된다. 작가는 작업을 통해 동시대를 살아가느라 바쁘고 지친 현대인들에게 각자의 주변 환경을 새로운 눈으로 돌이켜볼 기회를 제공한다.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일상에서 찍은 가벼운 스냅사진부터 영화를 보고 기억나는 장면, 인터넷상에서 접한 자료 또는 지인의 사진 등 다양한 범위에서 이미지들을 수집하고, 그중 일부를 그림으로 그린다. 수집된 이미지들을 부분적으로 확대하기도 하고, 임의로 자르거나 생략하는 등의 편집과정을 거친다. 그 후에 형태를 단순화하고 주관적으로 선택한 색을 붓질해가며 사진의 사실적인 속성을 덜어낸다. 물감의 물성과 우연성 그리고 붓 자국(스트로크)을 살리기 위해 젖은 물감 위에 그림을 한 번에 빠르게 그린다.

기본적으로 작품에서는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 같지만, 대상의 리얼리티를 추구하진 않는다. 또한 이미지를 즉흥적이고 감정적으로 선택하되, 나의 상태나 감정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자 한다.

Q. 대표전시 소개
A. <Afterimage>(스페이스 윌링앤딜링, 2017)를 대표전시로 꼽고 싶다. 활동을 시작한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작품들로 구성된 전시로, 내게는 첫 개인전이자 한 번에 많은 작품을 발표할 기회였다. 전시 제목 ‘에프터이미지(Afterimage)’는 내게 남은 잔상들을 회화를 통해 표현하고, 동시에 오랫동안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주변에서 보는 모든 것이 작업의 영감이 되어준다. 매일 마주치는 주변 풍경이나 사람들, 온라인에서 접한 자료들, 영화, 스포츠 등.

또 평소에 국내외 회화작가 리서치를 틈틈이 하는 편이다. 새롭게 발견하는 이미지도 매력적이지만, 그들의 인터뷰에서 밝힌 사소한 작업 습관이나 과거 작업에서 겪은 경험 이야기가 많은 도움이 된다.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비교적 작은 사이즈의 그림을 그리는 편이다. 작은 그림은 관람자가 가까이 다가와 그림 안으로 들어와야만 감상을 온전히 할 수 있다. 그 몰입의 순간, 관람자는 무한한 크기로 확장된 세계를 경험하게 된다고 믿는다. 나의 작품이 오래 들여다볼 수 있는 그림, 단순한 현실의 투사가 아니라 그 너머의 세계를 가늠하게 하는 그림이 되길 바란다.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현재 6월에 OCI 미술관에서 개인전 ⟪Letters⟫가 진행중이다. 하지만 다음 계획들은 아직 불확실한 부분이 많다. 외부적인 조건이나 환경은 늘 유동적이고, 지금 누리고 있는 기회들이 다음에도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외부적인 환경과 내부적인 상태를 만들어 나가는 것, 그리고 작년보다 더 많은 그림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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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합니다.

[소식 1] 2018 트라이보울 클래식 시리즈

27일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벤 킴의 독주회가 준비되어 있다. 뮌헨 ARD 콩쿠르 1위, 라인가우 국제 페스티벌 심사위원 만장일치 “젊고 유능한 음악가” 선정 등 세계 무대에서의 주목과 함께 독일의 주요 일간지인 쥐트도이체 차이통(Süddeutsche Zeitung)에서 “희열과 활력이 가득한 공연”으로 평가받은 그의 연주에서 이번에 선보이는 공연은 드뷔시 서거 100주년을 기념하여 진행되는 공연으로 낭만 가득한 드뷔시의 다양한 음악들이 준비되어 있다.

○ 공연 정보
– 일시: 2018-06-27 20:00
– 장소: 2층 공연장
– 관람료: 초등학생 이상 1,000원 단체 1,000원
– 주최/주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인천문화재단, 트라이보울
– 입장연령: 만7세이상
– 관람시간: 70분

 

트라이보울(032-831-5066)

 

[소식 2] 음악플랫폼 개관 기획전 <인천 합창의 궤적>

 

인천문화재단 인천음악플랫폼(대표이사 : 최진용) 2018년 개관 기획전 <인천 합창의 궤적>이 6월 28일 인천음악플랫폼 음악홀에서 시작된다. 인천음악플랫폼은 지난 1월, 옛 조선상업은행 터인 (舊)동인천 등기소 건물에서 제막식을 가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기념하여 많은 음악인이 활동하며, 전국적인 명성을 쌓은 인천 합창의 역사와 합창단을 조명한다. 인천 음악의 현주소를 찾고, 합창 콘텐츠를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3개의 섹션에서 60여 점의 합창 관련 자료가 선보인다. 1부에서는 근대 음악의 시작을 확인할 수 있는 「찬미가」(1897, 내리교회 소장), 「초등창가 제6학년용」(1935, 삼성출판박물관 소장)이, 2부에서는 전국 최초로 합창된 헨델의 「메시아」(1954, 내리교회 소장) 악보, 최영섭의 「그리운 금강산」 합창곡 악보(1962년곡, 1980년 재편곡, 최영섭 소장)가 전시되며, 3부에서는 인천시립합창단의 「창단 공연」 프로그램(1981, 인천시립합창단 소장), 인천시립합창단이 재창단 되며, 창작곡으로 발표되었던, 「인천 Mass(미사)」(1995, 인천시립합창단 소장) 음원과 악보가 주요 컬렉션으로 공개된다.

 

개항장플랫폼팀(032-455-7178)

 

[소식 3] 2018 한국근대문학관 작가와 만나는 토요일 <인천, 시인과 만나다 : 김민정 x 강경석>

○ <인천, 시인과 만나다> 프로그램 안내
– 프로그램 : 작가와 만나는 토요일
– 주 제 : 인천, 시인과 만나다
– 일 시 : 6월 30일 17:00~18:30
– 장 소 : 한국근대문학관 2층 로비
– 신 청 : 재단 및 문학관 홈페이지(바로가기 ▶), 전화

 

한국근대문학관(032-773-3801)




기억 소환소 스페이스 빔

2년 전 지인이 술 빚는 법을 배운다며 봄에는 이화주를 가을엔 연엽주를 마셔보라며 선물했다. 탁한 막걸리를 정수기를 통해 맑게 만든 듯한 이화주의 부드러움에 반했다면, 연엽주의 은은한 향과 달지 않으면서도 부드러운 맛은 당장이라도 술 빚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 욕심이 들게 했다. 배다리 전통주 학교에 입학하기 위해 알게 된 곳이 스페이스 빔이다. 2018년 사단법인 인천마을넷의 정기총회에 처음 참석했을 때 총회를 진행하는 사람이 능숙하게 진행하는 것은 아니지만 편안하고 참석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때가 민운기 이사장님과의 첫 만남이었다.

해가 진 5월의 마지막 날 네비양의 안내에 따라 낯선 동구의 골목길을 두리번거리며 술을 빚는 학교, 마을공동체가 아닌 문화예술공간으로 스페이스빔에 찾아갔다. 도착했을 때 도로 양쪽으로 빼곡히 주차된 차에 가려서 유명한 ‘고뇌하는 깡통 로봇’이 보이지 않아 잘못 찾아왔나 싶어 당황했다. 밝게 비춰주는 조명도 없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눈에 반대쪽 벽이 보일 정도로 빈 공간과 무언가를 만들고 있는 듯 물건이 널려 있는 1층의 어둡고 은은한 불빛이 오히려 공간에 대한 불편함보다 편안함으로 다가왔다.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아서, 오히려 굳이 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은 나른해진 저녁의 몸이 쉴 곳을 찾은 안도감을 준 채 2층으로 향하는 계단에 올랐다. 계단 중간쯤 나풀거리는 커튼 사이의 ‘쿵’ 글씨는 절대로 부딪히지 않을 높이의 키를 가진 사람도 절로 고개 숙이게 만들어 인사성을 발휘하게끔 했다. 키 큰 이들이 머리를 빳빳이 들고 당당하게 걸어갈 수 없게 한 ‘쿵’ 글씨에 웃었다.

도착 후 들어서기 바빴던 1층에 비해 2층에서는 일행들이 모이길 기다리는 동안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구경을 했다. 고두밥실, 주모실, 발효실, 시음실, 숙성실의 방에 붙여진 이름을 보고 ‘아 이곳이 옛날에는 양조장이었지’를 상기시켜 줬다. 인천의 길고 긴 시간을 품었던 건물들이 주차장으로 쓰기 위해 허물어져야 했던 것과는 다르게 시간의 흔적들로 채워진 방에서 옛 기억을 더듬으며 나와의 관련성을 찾으려 했다. 하지만, 91년~92년에 잠깐 머물던 인천과 2000년부터 정착해 살아온 인천살이에서는 관련성을 찾을 수는 없었다.

그런데 시음실에서 아주 희미하게 맡은 어떤 냄새 한 조각은 어린 시절에 우리 마을 양조장으로 데려갔다. 국민학교 때 막걸리를 받기 위해 양조장 문턱 위로 피어오른 시큰한 막걸리 냄새를 맡아가며 양은주전자를 들고 기다렸었다. 이 시큼한 냄새가 주는 익숙함과 해가 길에 늘어진 시골길을 터덜거리며 걸어가다 주전자 입구에 입을 대고 홀짝 거리는 내가 보였다. ‘아~! 우리 동네에도 양조장이 있었는데…’ 하는 기억이 갑자기 소환됐다. 좋았다. 잊고 있었는데. 더운 여름날에 막걸리에 사이다를 타서 우리 집 일을 도와주시는 동네 아줌마들에게 한 잔씩 드리면 고맙다며 칭찬해주시던 반가운 얼굴들이 순간 휙 지나갔다. 지금은 모두 돌아가신 동네 분들의 모습과 술을 못 드셔서 미숫가루 한 사발을 들이키시던 엄마까지. 벽에 걸린 9시 45분에 멈춰버린 시계처럼 내 마음속 깊이에서 우리 동네의 산과 밭, 또랑, 서낭당 느티나무까지 순간 내 주위에 잠깐 머물다 간 고향의 모습에 울컥해졌다.

일행과 함께 민운기 대표님께 스페이스 빔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궁금했던 것을 묻고 이야기를 들었다. 생산형 도시를 지향하는 인천, 그중에서도 유별난 동구에서 생활형 도시를 만들어 가고자 하는 스페이스 빔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 할 때 문득 철커덕 거리며 일정하게 들리는 전철의 바퀴 소리가 귓가에 스쳤다. 시계가 없던 어린 시절에 지나가는 충북선의 느린 화물 기차는 우리들의 시계였다. 기관사를 향해 우리 손목을 치면 기관사는 손가락으로 시간을 알려줬다. 기찻길은 놀이터였고 먼 학교에 빨리 도착할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긴 못을 철길에 놓아뒀다가 기차가 지나가면 납작해져서 칼 대용으로 쓰기도 하였고 기차 바퀴에 눌러 넓어지게 만든 십 원짜리 동전을 기찻길 주변에 살지 않던 옆 동네 친구에게 백 원에 팔기도 했다. 그렇게 기찻길을 우리들의 장난감을 만들어냈다.

많은 사람이 스페이스 빔을 이야기할 때 대안지역문화공간이라고 하지만 내게 다가온 스페이스 빔은 잊고 있었던 기억의 소환장소가 됐다. 키 작은 어린 시절의 열등감을 유머코드로 웃어넘길 수 있는 여유로움을 주는 곳이 됐고, 잠깐이나마 고향마을을 다녀올 기회를 줬다. 그래서 또 가고 싶은 곳이 됐다.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스페이스 빔은 어떤 공간으로 다가올지를 생각했다. 어떤 특별한 기억을 심을 수 있는 곳이면 또 찾아가지 않을까 싶다. 매일 사람들을 만나 전래놀이를 하는데 스페이스 빔에서 숨박꼭질이나 런닝맨 놀이로 공간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니면 참 재밌겠다는 발칙한 생각을 한다. 뜨거운 태양이 이글거리는 여름날에는 고뇌하는 깡통로봇의 배꼽을 꾸욱 누르면 사이다가 섞인 달달한 막걸리 한 잔이 나와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의 목을 축여주는 스페이스 빔은 어떨까 싶다.

 

김영남(金永男, Kim Young Nam), 노리데기
현)창의인성공감연구소장
현)나눔이있는교육협동조합 사무국장
나눔놀이단원




“언젠가 바다가 보이는 거리에서 공연하고 싶어요”
극단 <나무> 기태인 대표

공연과 행사로 활기가 넘쳐났던 5월. 그 여운을 잠시 뒤로한 채 이번 6월에는 부모와 자녀가 함께 교감하는 공연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는 6월 14일 남동소래아트홀에서는 할아버지가 손자 손녀에게 들려주고 싶은 인생 이야기 <이야기 하루>의 공연이 시작한다. <이야기 하루>를 통해 전달되는 그분들의 이야기에는 아이들이 모두 헤아리기 어려운 삶의 깊이와 짙음이 묻어있다. 

극단 명을 <나무>라고 지은 계기가 있는가요.
예전 ‘사다리’극단에서 배우로 활동했을 때 일본 어린이 극단과 교류 사업을 했던 적이 있었다. <만남>이라는 작품으로 모인 한국과 일본팀 6명이 자그마한 초등학교에 방문했었는데 공연을 마치고 출발하려고 할 때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묘하게 푹 파인 나무에 앉아 함께 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들에게 그 좁은 공간이 놀이터였던 것이다. 그 당시 아이들을 감싸고 있던 나무의 모습이 인상 깊어 예술단체를 만들면 ‘나무’라는 이름을 지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극단명의 의미에 친환경을 크게 표방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폐기물로 작품을 창작하는 것은 극단 <나무>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우리는 환경에 중점을 두기보다 생활에서 익숙하게 쓰이는 물건을 다른 방식으로 보여주길 원한다. 쉽게 말하면 재활용품을 하나의 오브제로 보고 있다. 재활용품은 일상에서 가까운 소재이기 때문에 쉽게 지나치지만, 한편으로는 그 안에서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믿는다. 예를 들면 <벨로시랩터의 탄생>이라는 작품은 신문지를 활용하여 멸종된 공룡을 표현하는 거리 공연이다. 관객은 공연을 통해 즐거움을 얻지만, 공연이 끝나고 돌아갈 때 ‘왜 신문지로 공룡을 만들었지?’라고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기를 기대한다.

오브제로 쓰이는 물건을 신중하게 선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도 명확해야 하지만, 물건의 선택도 중요하다. 표현하려는 이야기와 오브제 사이에 간극이 좁을수록 좋다. 아무거나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에 맞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국자로 공연을 하면 그것은 ‘부엌에서 쓰는 물건’, ‘우리 엄마가 항상 잡는 물건’ 등의 서브 텍스트들이 있다. 이러한 부분을 살려서 작품을 만들어간다.

6월 14일에 공연하는 작품 <이야기 하루>에서 종이를 오브제로 선정한 계기가 있는가요?
빈 우유병으로 로켓을 만들어 달나라에 다녀오는 4명의 광대 이야기 <상상놀이 얘들아! 같이놀자>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이야기 하루>작품이 떠올랐다. 어느 날 우연히 종이를 보았는데 종이의 질긴 질감을 사용해서 인생 이야기를 표현하면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을 다루는 이야기를 아이들이 공감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출가의 입장에서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고,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요?
어린이들에게 ‘인생’ 이야기를 어떻게 전하면 좋을지 고민했다. 그러다 문득 우리 옆집 사는 할아버지가 자신의 인생 이야기를 들려주듯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공연할 때 좌석에 앉은 아이들의 표정은 물음표일 때가 많다. 그러나 아이가 공연 내용을 전부 이해하지 못해도 괜찮다는 전제로 이 작품을 시작했다. 공연이 끝나고 아이와 부모가 작품에 대해 묻고 답하며 둘 사이에 새로운 만남을 기대할 수 있다. 그리고 당시 작품에 대해 공감하기 어려운 아이들도 먼 훗날에 그 이야기를 회고하는 날이 언젠가 올 것이다. 궁극적으로 작품에서 ‘삶은 아름답다’, ‘삶은 즐겁고, 좋은 추억의 연속이다’를 전달하고 싶다. 계몽적이거나 교훈적이기 보다는 넌지시 던질 뿐이다. 너희들의 인생이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겠지만, 이 이야기가 너의 삶에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드러내려고 한다.

어떤 과정을 거쳐서 작품을 제작하는가요?
우리 작품의 대부분은 공동창작이다. 단원들과 주제 하나를 제시하고 파생되는 아이디어를 함께 그려가며 이야기를 구성한다. 특정 대본을 가지고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신(Scene)을 구성하고, 그 안에서 이야기를 통해 신을 정리하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매번 진행되는 공연이 하나의 대본을 완성해가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연기는 굉장히 창의적인 작업이라 생각하는데, 대본이 배우들의 상상력을 가로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의 <이야기 하루>는 2013년 초기에 제작한 작품과 비교했을 때 큰 차이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됩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할아버지의 감정선이 섬세해졌고 작품에서 표현하려는 텍스트가 명확해졌지만, 안타까운 점도 있다. 공연 초기에 총 네 분의 배우와 아코디언을 연주하는 악사 분이 계셨는데 도중에 연주자께서 지병으로 돌아가셨다. 당시에 아코디언은 이 작품을 아우르면서 할아버지의 향수를 자극하는 중요한 장치였다. 게다가 연주자께서 배경음악을 직접 작곡, 편곡하면서 부산국제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받는 쾌거도 이뤘다. 그 분이 떠나기 3개월 전 이 작품을 계속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분이 문득 생각나면서 이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그 분의 음악을 최대한 살려서 국악으로 진행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그 분의 빈자리를 채우지 못하는 부분이 너무 강하다. 앞으로 그 역할을 대신할 누군가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한 번쯤 그 부분에 대해 다시 고민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 극과 달리 인형극이 주는 매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요?
배우가 표현할 수 없는 부분을 인형이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형은 관객에게 상상력을 자극하고 다른 여지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매력을 찾아볼 수 있다. 무엇보다 그들이 표현하는 이미지는 굉장히 효과적이다. 물론 결과적으로 이러한 부분의 표현이 인형이 아닌 창작자의 몫이기에 충분한 훈련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Robot PEPUM>과 <벨로시랩터의 탄생> 등 거리공연도 선보이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공연하는 느낌은 공연 무대와 매우 다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연장이라는 문턱을 부스고 관객과 가까이 공감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관객에게 더욱 현실감 있는 작품을 선보여야 하고 환영이라는 장치에 더 큰 노력을 기울인다. 공룡을 완벽한 모습으로 제작하기보다 특징을 살려 제작할 때 비로소 공룡 안에 있는 배우의 까만 다리가 보이지 않게 되며, 관객들은 공룡이 살아있다고 느낀다. 이것이 바로 환영이라는 장치인데 공룡의 실제 무게감을 살리기 위해 입과 다리의 움직임, 목의 각도 등을 짐작하면서 몇 차례 수정작업을 거친다.

여러 지자체에서 거리공연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객관적인 입장에서 거리공연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은 어떤가요?
2006년 <Robot PEPUM>이라는 거리 퍼포먼스를 했고 이후에도 거리공연에 흥미가 생겨 신문지 공룡을 만들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손꼽히는 몇 개 팀 정도밖에 없었는데 현재는 무용, 미술 등 다양한 장르들이 거리공연을 채우고 있다.

인천에서 진행되는 거리공연에서 인천만의 특수성이나 보완해야 할 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천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도 거리공연 수요는 많이 늘어났다. 하지만 수요를 충족할 수 있는 콘텐츠가 현저히 부족하여 매번 비슷하다는 인상을 받는다. 과거보다 거리공연을 펼칠 기회는 확실히 많아졌다. 그러나 공연장과 별개로 콘텐츠 제작을 위한 환경들이 빠른 시일 내로 구축되어야 거리축제를 다양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거리공연을 펼칠 때 거리의 상징성을 고려할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공연하고 싶은 특정 거리가 있는가요?
언젠가는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싶다. 비록 어떤 식으로 관객에게 다가가야 할지 구체적인 구상은 없지만, 그곳이 바다가 보이는 거리였으면 좋겠다.

 

사진/글
이진솔(정책연구팀)




만국시장 <지구별 여행자X디아스포라 영화제> 스케치

장소: 인천 생활문화센터, 인천 아트플랫폼
일정: 2018.5/19/20/22, 6/2(토), 7/7(토), 9/1(토), 10/6(토), 11/3(토)
주최: 인천문화재단
주관: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공간달이네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2018년 한국문학포럼 <디아스포라 문학과 이미륵의 작품 세계>

일시: 2018. 5. 20. (일), 오후 2시~6시
장소: 한국근대문학관 3층 교육연구실
주최/주관: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DIAFF 2018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제6회 디아스포라 영화제 개막식

일정: 2018.05.18.(금)-22.(화)
장소: 인천아트플랫폼 일대
주최: 인천광역시,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주관: 인천광역시영상위원회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민경찬




‘고려’하면? 고려청자! 천하제일 고려비색

2018 인천시민대학 고려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강좌 ‘고려의 역사와 문화 재조명’ 열려

역사 이래 한반도에 성립된 국가 중 ‘고려’는 태조 왕건에 의하여 918년 7월 25일에 건국되어 1392년 이성계에 의해 공양왕이 폐위되기까지 474년 동안 존속하였다. 건국 후 919년에 송악을 개경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수도로 삼았는데, 이 지역은 현재 북한지역에 속해있는 개성에 해당한다. 이후 고려는 고종 19년(1232년)에 몽골의 침략에 대항하기 위해 도읍을 천혜의 요지인 당시 ‘강도’라 불린 강화도로 옮긴다. 이때 강화에 세워진 도읍 터 고려궁지는 고려 원종 11년(1270년) 개경으로 환도할 때까지 39년간 사용되었다. 현재 강화와 개성은 남한과 북한에서 고려 유산이 가장 많이 남은 곳이다. 그리고 강화군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이 되는 해를 맞아 ‘2018년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되었다. 

이에 고려건국 1100주년을 기념하는 다채로운 행사들이 인천과 강화에 열린다. 이 중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는 인천대학교 사범대학, 강화도서관과 함께 <2018년 인천역사시민대학: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 특별 강좌, 고려의 역사와 문화 재조명>을 열었다. 이번 특별강좌는 A강좌(인천)과 B강좌(강화)로 나누어 진행된다. A강좌(인천)는 ‘시대를 빛낸 고려 명품 7선’을 주제로 지난 5월 8일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6월 26일 까지 대장경, 나전칠기, 고려청자, 금속활자, 고려불화, 묘지명, 고려지에 대한 강연이 열린다. B강좌(강화)는 ‘고려 건국 1100주년, 고려는 어떤 나라였나’를 주제로 고려의 역사에 대하여 살펴본다. 하반기에는 A강좌와 B강좌가 장소를 바꾸어서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 5월 29일(화) 인천 대학교 미추홀 캠퍼스 B관 601호에서는 <고려청자, 천하제일 고려비색>이라는 주제로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장남원 교수의 강연이 열렸다. 직장인과 학생을 고려하여 저녁 7시부터 강좌가 시작되었는데, 9시까지 이어지는 늦은 시간에도 상당히 많은 시민들이 청강하였다.

아마 사람들에게 “고려, 하면 떠오르는 것이 무엇인가요?” 하고 묻는다면, 그중의 최고는 ‘고려청자’일 것이다. 고려를 대표하는 명품 중에 금속활자, 고려불화, 나전칠기 등 다양한 것들이 있지만 그중에 일반 시민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것은 청자가 아닐까? 고려청자가 고려의 대표적인 명품으로써 ‘천하제일 고려비색’이라는 별칭으로 기억되는 것은, 중국 송나라의 문헌에 고려청자가 소개된 이후이다. 송나라 태평노인은 〈수중금(袖中錦)〉에서 “고려청자는 천하제일의 비색”이라 말했다. 또 북송의 유명한 문장가 소동파는 천하명품 10가지를 언급하며 그중 하나로 고려청자를 꼽았다. 이는 동시대에 중국으로 고려의 자기가 유입되었고, 중국 사람들이 고려의 자기를 접했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중국으로 유입된 당대의 고려청자는 당시 이슬람 지역은 물론 아프리카까지 퍼졌다. 세계 각지로 도자기를 수출하던 중국에서도 명품으로 여겨질 정도로 그 실력과 아름다움을 인정받았던 것이다. 이후 천년 가까운 세월 동안 사람들의 뇌리에는 ‘고려’하면 청자로 각인되었다.

청자의 대부분은 식기로 만들어진 것이며, 여러 가지 기물들은 일반 서민용이라기보다는 왕국이나 귀족, 사찰 등이 주요 소비층이었다. 특히 왕실의 사용이 많았을 것이다. 청자에는 고려 불화의 화려함이나 나전칠기, 금은 입사, 비단 같은 고려의 정교함과 세련된 공예적 조형이 상당부분 반영되었는데, 이는 고려의 고급스러운 생활문화의 일면을 나타낸다. 고려인들은 중국에서 관련 기술을 전하여 받았지만 이미 당대에 중국을 뛰어넘는 기술로 국제적 조류에 뒤지지 않은 청자를 생산하였다. (2018 인천시민대학 강좌 자료집 ‘고려청자, 천하제일 고려비색’ 부문 인용. 장남원, 이화여대 미술사학과)

현대 일본이 도예 강국으로 인정받는 것은 전통을 기반으로 다양한 청자를 만들며 도예의 수많은 분야에 골고루 우수한 작가들이 많아서 이들이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두각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고려 건국 1100주년을 맞아 고려청자에 대해 알아갈수록, 세계적으로 뒤지지 않는 청자를 만들었던 고려인의 피를 이어받은 우리가 과연 이 땅에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된다. 천하제일 고려 비색이라 불리던 고려청자를 만들 정도로 우수한 고급문화를 지녔던 고려인의 다른 명품 이야기도 한층 기대된다.

 

글 사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김경옥
(수필가, 옥님살롱 블로그 바로가기 ▶)




<문화예술 감상교육 ‘꿈꾸라’>

꿈꾸라! 여러분이 생각하는 모든 것들을

5월 26일 화창한 어느 날, 송도 트라이보울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익숙하면서도 생소한 ‘문화예술 감상교육’이라는 단어에 이끌렸다. ‘꿈꾸라’ 프로그램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2018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예술 감상교육’ 운영사업으로, 학교에 가지 않는 토요일에 학생들이 문화예술을 감상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에게 정해진 수업 이외에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굉장히 의미 있고 뜻깊은 시간이라 생각한다. 학교에서 학습뿐만 아니라 스펙이 중요해진 요즘에는 아이들이 예술을 ‘감상’하기보다는 ‘학습’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물론 이러한 것들이 중요하지 않다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예술’이란 맛있게 감상하는 것이고, 자신의 감상을 표현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그 취지에 들어맞는 교육이 바로 ‘꿈꾸라’이다.

즐겁게 배우고 즐겁게 표현하기

 ‘꿈꾸라’는 OT, 사전 이론 교육, 공연 감상, 갈라쇼 수업 강좌가 연이어서 열릴 예정이다.(5/19,5/26,5/30,6/2) 초등학교 3~6학년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이번 교육은 트라이보울 공연장의 특성을 살려서 ‘공연예술’을 주제로 다룬다.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였고 뮤지컬 배우이자 공연 연출가로 활동한 강사 두 분은 아이들과 함께 놀이를 하듯 수업을 진행한다. 아이나 어른이나 처음 만난 사람과 낯을 가리고 어색해하는 것은 똑같다. 즐거운 게임을 하면서 서로 이름을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거리는 차츰 가까워졌다. 본 수업에서는 예술을 즐기고 느낀 점을 자유롭게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편한 수업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사실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과 정해진 규칙은 없다. 본인이 느끼는 것이 정답이다. 그러나 누가, 왜 만들었는지에 대한 작품의 기본배경을 알게 되면 풍부한 감상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 스테이크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먹기 좋게 썰어서 적절하게 굽고 좋아하는 소스에 곁들이면 더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과 비슷한 이치이지 않을까?

첫 번째 시간 – 나만의 그림 악보 만들기!

‘윌리엄 볼컴(Bolcom, William)’ 작곡가에 대해 간단히 설명을 들은 아이들에게 과제가 주어졌다. 모두가 함께 볼컴의 곡을 듣고, 느낀 점을 그리는 작업이었다. 곡의 원제목과 상관없이 각자의 느낌을 바탕으로 만든 그림 악보에 제목을 스스로 짓고 표현하는 과정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앞서 말했던 ‘자유롭게’ 감상하고 표현하는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는 셈이다. 다양한 색채 도구를 가지고 흰색 도화지에 색을 입히는 과정은 간단해 보이지만 어떻게 첫 시작을 할지 망설이는 수강생도 있었다. 그런데도 선생님의 격려와 주변 친구들의 도움으로 한 명도 빠짐없이 자신만의 그림 악보를 만들었다. 선생님의 피드백이 오가면서 아이들은 더욱 자신 있게 표현하는 듯했다.
생각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든 사람이 힘들어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일상에서 예술을 접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무언가를 감상하고 나서 글과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아이들도 마찬가지로 어떤 주제를 명확히 던져주기보다는 마음껏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보라고 했을 때 굉장히 난감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했던 경험이 없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느낌에 확신하고 정답이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아이들의 표현력과 상상력은 놀랍도록 커졌다.

두 번째 시간–OST가 뭘까?

흔히 듣는 단어지만, OST가 정확히 무슨 뜻을 지니는지 아는 사람은 적을 수 있다. 오리지널 사운드트랙(Original sound track)을 뜻하는 OST는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을 위해 만들어진 음악을 의미한다. 한참 대중에게 인기를 끌었던 ‘태양의 후예’나 ‘도깨비’, 그리고 모든 아이들이 신나게 열창했던 ‘겨울왕국’ 배경음악을 들으면서 OST의 정의에 관해서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배경음악에 따라 영상의 분위기가 좌우되는 것을 느껴보고 영상에 어울리는 배경음악이 무엇인지를 고민해보았다.

사실 공연과 영상에서 음악은 굉장히 중요한 일부분이다. 음악 감독이 괜히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음악은 연출의 정점을 찍기도 하며 장면의 감정선을 최고로 고조시키는 것에 일조하기 때문이다. 우연히 어떤 영화의 OST를 듣게 될 때 영화의 장면이 연상되고 감정이 전달되는 것은 음악이 가진 힘이라고 생각한다.

OST의 중요성을 아이들과 충분히 인지하고, 무작위로 선택된 OST에 어울리는 상황극을 펼치는 활동이 이어졌다. 어른들도 어렵게 느꼈을 과제를 아이들이 잘 해낼 수 있을지 염려했지만 이내 그 걱정이 무색해졌다. 처음에 소극적이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던 아이들은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면서 직접 연기를 선보였다. 서로 포용하고 인정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의 표현력도 과감해지고 풍부해졌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예술을 감상하는 방법-즐기기

과거에는 먹고 살기가 힘들었다. 살아가는 데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의식주’가 열악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먹고 사는 데에만 급급할 수밖에 없었다. 삶이 점차 풍요로워지면서 사람들은 ‘행복’이라는 가치를 추구했다. 사실 예술은 살아가는데 필수요소는 아니다. 누군가는 예술이 사치이거나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술’은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누군가 만들어낸 창작품을 오감으로 느끼고, 그 안에서 전달된 함축된 메시지를 공감하는 과정은 ‘행복’의 문턱으로 향하는 지름길이라 생각한다.

앞으로 남은 수업을 통해 아이들이 진정한 행복을 이룰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길 기대해본다. 이번 공연예술 수업이 끝나면 ‘꿈꾸라’는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또 다른 예술문화 감상 교육이 준비되어 있다. 아이들의 온전한 성장을 다지기 위해 문화예술과 가까워질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글/사진 문화통신 3.0 시민기자단 이은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