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에서 이집트 예술가가 전하는 이야기1.
중구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Notes by an Egyptian resident artist in Jung-gu1
Welcome to Jung-gu

약 한 달 전, 나는 중구에 첫발을 디뎠다. 그리고 인천아트플랫폼의 아름다운 건물들을 마주했다. 첫날부터 중구는 나에게 사뭇 익숙하면서도 낯선 느낌을 선사했다. 이런 익숙함은 내 고국인 이집트의 관습과 비슷한 면을 발견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혹은 한국의 현대 가정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된 모습이나 중구문화회관에서 본 이미지 때문에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낯설다는 이 감정은 어디에서 온 걸까. 나는 언어장벽에서 비롯되었으리라고 추측했다. 사실 지금까지 방문했던 나라는 모두 내 모국어인 아랍어나 로마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글자를 읽을 수조차 없는 장소를 방문해보는 경험은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고요한 분위기도 내가 느꼈던 낯선 감정의 또 다른 이유였음을 알았다. 내가 기억하는 이집트는 갈수록 악화된 생활환경 때문에 언제나 억압된 분노를 품고 있었다. 캐나다의 경우, 특히나 지금 사는 토론토는 부조리한 틀로 인해 시민들이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압박감에 시달리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인천은 달랐다. 나에게 인천은 평화로운 환경의 대명사였다.

중구처럼 풍부한 문화와 역사로 가득 찬 곳에 도시와 함께 숨 쉴 때 나는 안정감이 차오르는 걸 느낀다. 문화와 역사가 공간을 구석구석 층층이 감싸 안으며 발산하는 온기야말로 캐나다로 온 뒤 진정 그리워하고 있는 부분이다. 중구를 떠난 후 내가 가슴으로 기억하는 것들이 있음을 깨달았다. 자유공원에 올라 항구를 바라보거나 제물량로를 걸어 내려갈 때, 곳곳의 작은 요소들은 언제나 내 시선을 붙잡고 영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나는 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고 사람들에게 인사하다가 모퉁이를 돌아 닭국수집에 들렀고, 식사 후에는 닭국수집 맞은편의 카페로 향했고, 꽃집 맞은편의 교통경찰관에게 인사했고, 중구에 도착한 첫날 나에게 소고깃국을 끓여주었던 술집 주인과 그의 딸에게 잠깐 들렀다. 그리고 마침내 내 목적지로 향했다. 이 모든 것들이 이곳, 중구에서의 내 삶을 구성하는 중요한 일부였다.

I arrived to Jung-gu a little over a month ago to the beautiful architecture of Incheon art platform. Since the first day, I encountered a familiar yet foreign feeling. Perhaps the familiarity stems from the similarity I find in some of the customs we have in Egypt. Or perhaps in the visuals I came across in the contemporary household in Korea, or the images I saw in the museum of culture in Jung-gu. The foreign feeling however, I believe comes from the Language barrier. It is the first time I visit a place where I can’t read the alphabet. All countries I visited before either spoke Arabic, which is my first language, or used Latin alphabet. The other reason for those foreign feelings stems from the serenity I detect here. Egypt for as long as I can remember has been filled with suppressed anger due to the deteriorating living conditions. While Canada, which is my current place of residence, seems to burden its residents with an unjustifiable stress pattern, especially in the city of Toronto, where I reside. However, Incheon for me is the definition of a peaceful environment.

I find comfort in being in a culturally rich and historical place such as Jung-gu. It provides layers and layers to explore and encompass the space with warmth, something that I really miss in Canada. When I take a walk up Freedom Park and look at the port or when I take a walk down Jemullyang-ro which I now know by heart, new details catch my attention every time and stir thoughts in me. I now walk around and greet people, I first stop by the chicken noodle place around the corner, then the café opposite from it, then the traffic policeman across from the flower shop and the bar owner and her daughter who made me a beef stew the first day I arrived, and afterwards I head to my destination. Each one of them has become part of my life here in Jung-gu.


인천과 개항장
언어 장벽으로 인해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을 어떻게든 채우고 싶었던 나는 인천의 문화에 대해 배우고자 했다. 하지만 이 도시에 대한 문학 서적 중 영어로 된 책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시각자료를 대신 이용하거나 영어로 말할 수 있는 소수의 사람과 대화하며 도시와 문화에 대해 배워나가기 시작했다. 이 공간이 지켜온 유구한 역사에 대해 알아갈수록 나는 스스로 겸허해짐을 느꼈다.

나는 바다에 특별한 애착이 있다. 덕분에 어느 장소를 가더라도 바다와 호수와 강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었다. 나의 아버지는 지중해의 한 도시에서 자랐고, 나는 이집트의 카이로에서 성장했다. 카이로를 가로지르는 대교를 건너며 나는 매일 나일강을 떠올렸다. 하지만 왠지 인천의 항구는 가깝지만 멀게 느껴졌고, 사실 지금까지도 가까이 갈 수 없는 존재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에서 탁 트인 전경의 항구를 볼 수 있는 장소를 찾아내는 걸 아직은 포기하지 않았다.

Incheon and the open port
I wanted to learn about the culture in Incheon, to get a better understanding of what I am lacking because of language, but I was unable to find any English literature about the city. So, I began to read the city and the culture though the visuals and through talking to the few people who speak English. There is a sense of humbleness that I feel here, which I believe comes from the fact that this place has witnessed so much history.

I have this connection to water that compels me to seek the view of the sea, ocean, lake or river, wherever I am. My father is from a city of the Mediterranean, and I grew up in Cairo where the image of the Nile River while crossing the main bridge above Cairo was a daily encounter for me. However, the port here seems so close yet so far away, inaccessible to me till now. Still, I am in search for a clear and close viewing point.


강화도로의 여행
크게는 인천, 구체적으로는 중구에서의 내 삶에 대해 시각적인 이야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덕분에 중구에서만 나는 직물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고 소창이라는 이름의 섬유를 알게 되었다. 소창은 100% 면직물로 강화도에서만 나는 특산품이다. 200개의 공장 중 10개만 남아 다음 세대로 물려온 소창 직물 산업은 시간과 현대의 소비패턴을 거스른다.

수리(Suri)는 문화 이벤트를 기획하고 강화도 장인의 작품을 홍보하는 청풍이라는 팀에 소속된 코디네이터로, 이번 여행 전반에 걸쳐 동행하며 지역에 대해 안내해주었다. 우리는 강화도 외포항젓갈수산시장에서 여정을 시작했는데 그곳에서 매우 맛있는 일본식 밴댕이 피자를 먹어볼 기회를 얻었다. 밴댕이 피자는 보통 고대 이집트의 달력에 따라 춘절을 축하하며 이집트에서 먹곤 했던 젓갈을 연상시켰다. 다음 목적지로 우리는 소창체험관을 방문했다. 강화도의 토종 새와 특산품이 새겨진 스탬프를 직물에 찍기도 하고 소창의 역사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시청하며 체험관을 마음껏 즐겼다. 쑥차를 마신 후 기념품을 한 아름 선물 받기도 했다. 체험관을 나와서는 안내에 따라 자동차를 타고 오늘날까지 4대에 걸쳐 소창을 생산해온 공장으로 향했다. 생산 과정의 정교함은 물론이거니와 직조기의 아름다운 형태와 주변 풍경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절로 감탄을 자아냈다. 소창의 다양한 사용처에 대해 열정적으로 설명해주던 거주민들의 모습도 매우 인상 깊었다. 공장 견학 후에는 나의 거주지 프로젝트를 위해 많은 면직물을 두 손 가득 들고 인천 아트 플랫폼으로 돌아왔다.

A trip to Ganghwa Island
I began to compose a visual story for my project at the residency about Jung-gu specifically and Incheon in general. I was in search for fabric that is made in the area, and I found out about the So-Chang fabric, a 100% cotton fabric, that is local to Ganghwa Island. With about 10 factories out of 200 left that have carried on from one generation to the other. The So-Chang industry, defies time and our modern consumerist patterns.

Suri, a coordinator from Cheongpoong team (a team that organizes cultural events and promotes the work of Ganghwa Island artisans) guided and accompanied me throughout the whole trip. First, we began at the salted fish market, where I was treated to a tasty Japanese Sardinella(UM) Pizza, which reminded me of the salted fish we eat in Egypt (usually in celebration of Spring time as per the Ancient Egyptian calendar.) Then we visited the So-Change experience center, where I played with stamps they have of local birds and products on the fabric and watched a documentary about the history of So-Chang. Then after having ‘Mugwort’ tea (ssook) and given so many souvenirs (Seon-mool.) I was driven to the factory, where the center gets their So-Chang. The factory has been working for four generations. The meticulousness of the steps of production, the visual of the beautiful well-crafted machines along with the surrounding landscape and the eagerness of the residents to tell me about the many uses of the So-Chang fabric was overwhelming. I returned back to Incheon Art Platform with so much fabric for my project at the residency.



중구의 모습
중구에서의 내 경험은 사람과 나누었던 교류와 결코 잊지 못할 다양한 중구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지하철에 앉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읽고 다음 식사 장소를 고르기 위해 돌아다녔던 기억. 한국 고유의 음식과 다양한 퓨전 음식을 체험하던 기억. 거리의 상인들이 호객하는 모습을 보며 아침에 내 잠을 여러 번 깨우곤 했던 카이로의 전통 가구 상인을 떠올리던 기억. 한국어를 못해서 손짓, 발짓을 동원하는 외국인을 인내심 있게 기다려주고 알고 있는 한 두 마디 영어를 써서라도 소통하고자 노력해주던 사람들. 지하철로 가는 길목의 나무에 걸려있던 그물을 바라보며 알렉산드리아의 나무 사이에서 그물을 짜는 어부의 모습을 떠올리던 기억. 이 모든 추억과 중구에서의 또 다른 기억들은 앞으로도 내 생각의 일부가 되고 진한 향수로 남아있을 것이다.

Images from Jung-gu
My experience in Jung-gu is based mostly on simple interactions with the people and on a variation of visuals that I will not forget. Sitting in the subway reading Han Kang’s, ‘The Vegetarian’and walking around to select my next dining experience. Exploring the Korean cuisine and the different fusions. Listening to the street vendorscalling for their merchandise and thinking of the Robabekya (old furniture) vendor that I have so many times woken up to in the morning in Cairo. Talking to the people with my hands and one or two English words that they know and appreciating their patience in dealing with a non-Korean speaker. Watching the fishing net hung between the trees on my way to the subway station and remembering the image of fishermen weaving their nets between the trees in Alexandria. All those memories and many more shall become part of my thoughts and future reminiscences.

글/사진
라미스 하가그(Lamis Haggag)
작가정보 자세히 보기 ▶
번역/ 공서윤




소설에 대한 독특한 욕심, <동아일보> 연재 장편 『이순신』

일제강점기 소설은 대개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된 후 단행본으로 간행되는 것이 일반적인 출판 풍습이었다. 신문이나 잡지는 출판 자본이 열악했던 당시 문단의 거의 유일한 작품 발표 지면이었는데, 신문사 · 잡지사가 문학 작품을 실었던 이유는 독자 획득/배가를 위함이었다. 신문잡지 연재를 거쳐 나온 문학 단행본은 일반인들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웠다. 판매 가격이 비쌌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학(소설)을 좋아하지만, 경제적으로 넉넉지 못한 사람들은 처음 발표된 신문이나 잡지를 구독·애독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번에 소개하는 문학관 소장품은 당시 독자들의 소설에 대한 독특한 애정과 욕심을 잘 보여주는 자료이다. 이광수가 1931년 6월 26일부터 1932년 4월 3일까지 총 178회에 걸쳐 연재한 장편 역사소설 이순신이다. 작가 춘원은 당시 <동아일보> 편집국장으로 있으면서 군상의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삼봉이네 집 연재를 마친 뒤였다. <동아일보>는 충무공의 묘지 문제 등 이순신에 대한 커다란 관심을 표명하는데, 1930년 5월 편집국장 이광수로 하여금 충무공 이순신 유적지 순례에 나서게 한다. 이순신은 이러한 취재 여행을 거쳐 탄생한 작품으로 발표 이후 커다란 인기를 얻었다.

한국근대문학관이 소장한 것은 <동아일보> 연재를 스크랩한 이순신이다. 보통 신문연재소설 스크랩은 연재분이 가로로 긴 만큼 B4 정도 크기의 스케치북 등에 오려 붙이는 것이 일반적인데, 문학관 소장본은 일반 단행본 크기이다. 가로로 긴 소설을 스크랩북에 맞춰 오려 붙인 것이다. 본문만 74장 144쪽으로 된 이 자료는 매 쪽 양면에 소설이 빈틈없이 들어차 있다. 소설을 빈 스크랩북에 담기 위해 소설이 연재된 신문을 여러 조각으로 오려 붙였는데, 여러 조각임에도 불구하고 그 모습이 질서정연하고 깔끔한 것은 독자의 정성의 정도를 짐작하게 한다.

 

한국근대문학관 학예 연구사 함태영




임영주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임영주는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산수문화, 2017),⟪돌과 요정⟫(더 북 소사이어티, 2016),⟪오늘은편서풍이불고개이겠다⟫(스페이스 오뉴월, 2016) 등의 개인전을 비롯하여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며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작가는 무엇인가를 믿게 되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 작가는 작업을 위해 사람을 만나거나, 지역을 둘러보거나, 자료를 조사하며 믿음의 근원을 먼저 알아본다. 그리고 미신과 같은 종교적 경험을 언어, 미디어, 과학 현실의 여러 징후와 연결해 영상, 회화, 책 등의 방식으로 배분하여 작업한다.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무엇인가를 믿게 되는 과정에 관심이 많다. 그것은 종교적 믿음일 수도, 과학적 신념일 수도 있고, 일상적인 미신일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종교를 제외한 일상적이고 통속적인 믿음에 대해서 주로 작업을 해왔다. 특히 2016년 돌에 대한 작업에서 시작해 2017년에는 불, 우주, 별, 불, 날씨 등 자연현상에 대한 작품이 이에 해당한다. 이런 작업들을 진행하며 최근 나는 ‘육체의 수련’에 대한 작업에 새롭게 관심을 두게 되었다.

작업을 시작하기 전에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 그것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갖는다. 관심 있는 주제와 관련된 소문의 근원지를 방문하여 그곳 사람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으며 현장의 모습과 이야기를 확인한다. 직접 가는 것이 어려운 경우에는 기사나 인터뷰 논문 등 관련 자료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이 자료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주제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주제 속의 구조와 관계를 연구하여 그림, 영상, 책 등의 결과물로 적절히 배분하여 작업한다.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A. 최근에 작업한 <돌과 요정> 프로젝트는 돌이 자신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같은 이름의 영상, 설치, 회화 형태의 작업이다. 2016년에 동명의 영상 작업을 완성하고, 스페이스 오뉴월(서울)과 산수문화(서울)에서 각각 ⟪오늘은편서풍이불고개이겠다⟫(2016)와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2017)이라는 전시를 비롯해 3권의 책인 돌과 요정 1 괴석력』(오뉴월 출판, 2016), 『돌과요정 2 오늘은편서풍이불고개이겠다』(서울시립미술관, 2016),『돌과 요정 3, 오메가가 시작되고 있네』((미디어 버스, 2018)을 통해 괴석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출발하여 괴석과 그것이 속해있는 풍경에 대한 이야기
로 확장하고 이를 순서대로 선보였다.



내가 처음으로 돌에 대해 리서치를 시작한 것은 1999년에 건설된 대구의 한 아파트 ‘미래빌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면서였다. 이 아파트는 풍수지리적으로 음기가 강한 지형에 지어진 아파트 단지로 남근석을 설치하여 음양의 조화를 이루었다는 소문이 존재하던 곳이었다. 나는 이 소문을 접한 후 그 지역과 주변인들을 탐방하였고, 이것이 오래전부터 내려온 음양 사상이 현대 사회의 세속적 믿음과 결합하는 현상인 동시에 단순한 물질이 기이한 능력을 획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나는 이 현상과 과정에 대한 상관관계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연구가 계속되면서 돌에 대한 관심은 운석과 금을 찾는 동호회에 대한 관심으로 확장되었다. 이 동호회들은 금과 운석을 찾기 위해 휴일을 헌납하고 수입이 되지 않는 행위를 계속하는 모임으로, 나는 자연 사물과 관련한 동호회 활동이 현대 사회의 문화가 아닌 민간신앙이 계승된 대안적 유사 자연종교로서 역할을 한다는 가설을 세웠다. 이 동호회에 주목하게 된 것은 미신과 과학의 경계에 걸친 특수한 ‘믿음의 구조’를 이들 내에서 발견했기 때문이다.

‘돌과 요정’ 영상은 이 연구의 결과물로, 즉 이 작업은 단순한 취미로 돌을 찾는 것이 아니라 돌에 영험함이 서려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행위를 담아낸 것이다. 지난 세기 과학은 세계를 좀 더 합리적인 차원에서 이해하도록 만들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자연 세계에 대해 완전하게 확신하지 않는다. 나는 이것이 합리성을 기초로 과학 문명을 선택해온 현대 사회에도 미신이 여전히 존재하는 이유라고 보았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돌이라는 보편적 물질에 관련된 초자연적 현상으로부터 민간 신앙의 흔적을 발견하고 우리 사회 깊이 내재한 독특한 믿음의 구조를 이야기한다.

나는 무엇인가를 검색하고 그것을 계속해서 보고 또 보는 것을 좋아한다. 나의 이러한 습관은 줄곧 작업으로 확장된다. 책의 한 구절, 옆자리의 누군가에게 들은 이야기의 조각, 영화나 드라마의 한 장면 등에서 작업이 시작되는 것이다. 그리고 작업의 시작에서 나와 만나는 이야기와 과거의 경험, 다른 사람들의 판타지를 거치면서 작업을 확장해 나간다.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몇몇 구체적인 관객을 염두에 두고 작업을 진행한다. 이 구체적인 관객의 대부분은 동료작가나 미술 관계자들이지만 그렇다고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들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작업을 완성하기 전까지 나는 이들에게 작업과정을 공유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소통하는 시간을 자주 갖는다. 내가 이런 과정을 거치는 것은 전시가 시작되면 만나게 되는 관객의 입장을 부분적이지만 미리 알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이 나의 작업을 마주하는 관객들의 모든 입장을 예측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아니다. 전시가 시작되고 만나게 되는 관객들은 언제나 뜻밖의 질문을 던진다. 이 질문들은 나를 당황스럽게 하지만 다음 작업에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나는 지금까지 다양한 매체를 통해 나의 주제를 드러냈다. 이제부터는 개별적으로 선보였던 매체들 즉, 회화와 영상매체를 함께 작업해 보는 것을 시도하고자 한다. 이는 매체에 대한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물론 그동안 회화, 설치, 영상 등의 다양한 매체를 동시에 시도하며 작업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그 매체들을 함께 전시해서 보여주는 것에 대해서는 소극적이었다. 같은 시기에 같은 주제를 가지고 진행한 작업을 함께 전시하는 것은 다양한 매체가 동시에 보이는 것이 무리가 없는지에 대한 시도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하나의 전시 혹은 작업이 다른 방향의 작업을 시작하는 계기가 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 내가 계획한 작업을 마치면 또 다른 계획이 생길 것이다. 나의 작업의 큰 주제가 바뀌지는 않더라도 그때 그때 내가 직면한 상황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에 따라 작업은 언제든지 변할 가능성이 있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자세히 보기 ▶




이은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이은실은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보고 싶어 하는 것들만 보여주고 이야기하며, 그렇지 않은 것은 언급조차 불편해하는 사회의 단면에 흥미를 느낀다. 그것을 작품으로 표현하는 것은 작가에게 또 다른 쾌감이자 영감을 주는 행위이다. 금기를 드러내고 이야기 하는 것은 문화가 변화하고 진보하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외면된 이야기에 대해 고민해온 작가는 앞으로도 그 고민을 안고 직간접적인 방법을 통해 우리의 삶 저변으로 밀려난 것들을 열린 공간으로 끄집어내고자 한다.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우리 삶 속에 존재하지만 외면당하거나 직접 말하기 꺼려져 잘 보이지 않는 곳으로 밀려난 일들을 작업에서 다룬다. 그리고 이를 한국화 재료에 담아낸다. 얇은 종이에 수없이 쌓이는 붓질과 무한한 표현 기법에 매료되어 대학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한국화 재료를 다루기 시작하여 현재까지도 탐구하는 중이다. 먹과 안료로 종이 위에 수십 번의 채색을 올린 후, 밑그림 스케치를 하고 그 위에 계속되는 붓질로 구체적 형상을 만들어낸다.

‘욕망’은 나의 작업을 함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개념이다. 나의 작업이 가능한 것은 욕망이 존재하기 때문이며, 따라서 내 작업에서 드러나는 이야기들도 욕망을 다루는 작업이 많다. 나의 작업을 통해 내가 욕망이라는 주제를 파고드는 것은 욕망으로부터 다양한 것들이 파생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Q.
대표적인 전시 소개
A. 2013년 말 ⟪부합(不合)⟫이라는 전시를 꼽고 싶다. 고상한 풍경 안에서 어울리지 않는, 금기시되는 이야기를 다루는 나의 작업을 전시 공간 자체에 대입하려는 시도였다. 공간과 작업이 대비를 이루는 것을 전시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 이를 위해 권위적인 외관과 보수적인 내부를 가진 건물을 찾았고, 오래된 사무실 건물이 밀집한 지역에 전시 장소를 마련했다. 이 공간을 20일간 단기 임대하여 생경한 공간 속에 불편한 삶의 이야기가 담긴 작업들을 전시했다.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는 사람 그리고 사람을 둘러싼 문화와 사회 등으로부터 작업의 영감을 받는다. 구체적으로는 같이 작업을 해 나가는 수많은 작가에게 자극을 받고, 고전적인 문화에서도 영향을 받는다. 그중에서도 나에게 언제나 영감을 주는 것은 뒤틀어진 사회의 이면이다. 기이한 사회 구조 속에서 살아가며 느끼고 생각하는 모든 것이 작업의 소재가 되고 고민의 대상이 된다.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에게 작업의 궁극적인 의미는 삶의 표현에 있다. 작업을 진행할 때 내가 예술을 대하는 태도는 ‘모나게 바라보기’이다. 이를 둥글지 않게 다루는 것이 나의 작업 방식이다.

나만이 느낀다고 생각했던 즐거움을 인정해주는 타인을 발견할 때, 우리는 반가움과 고마움을 느끼듯이, 누군가 나의 작품을 통해 기성사회를 다른 각도 바라볼 수 있게 되거나, 또 새로운 시각의 기회를 갖는다면 나에게 큰 의미가 될 것이다. 나의 작품이 자유로운 담론을 소통할 수 있게 만드는 역할을 하길 바란다.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지금 시도해보고 싶은 시리즈들을 확장하여 진행하고자 한다. 아트플랫폼에 입주기간 동안 ‘주저앉음’에 관한 작업 진행할 예정이다. 사회적이고 개인적인 이유로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하게 되는 인간의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현 시대 상황의 주변에 많은 모습들을 작업에 다룸으로써 생을 탐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예술가로서 나의 목표는 정말 좋은 작업을 하는 것이다. 그 지점에 도달하기까지 수많은 벽에 부딪히겠지만 이런 과정 역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통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작업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에게 정말 좋은 작업을 하는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다.

Q.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소개합니다.

[소식 1] 인천문화포럼 청년문화분과, 정책제안 컨퍼런스 개최


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최진용)은 오는 7월 21일 정책제안 컨퍼런스 “환상의 청년문화 정책쇼”를 통해 인천 청년문화의 의제를 발굴하고 정책을 제안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민-관 협력 문화정책 네트워크 ‘인천문화포럼 청년문화분과’가 기획한 이번 행사는 인천 청년 100여명이 한자리에 모여 현재 마주한 문화예술 분야의 고민, 방향 등을 함께 나눠보고 정책제안으로 발전해갈 수 있도록 논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이번 컨퍼런스 “환상의 청년문화 정책쇼”에서는 인천 지역 청년들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지속가능한 인천 문화예술 발전 방향의 아이디어를 공유하기 위해 누구나 발언할 수 있는 ‘내가 원하는 환상적인 청년문화’, 인천지역 문화예술 의제를 다른 지역 사례와 비교하여 토론하는 ‘청년문화정책이란 무엇인가?’ 등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 <환상의 청년문화 정책쇼> 안내
– 일 시 : 7월 21일 13:30~
– 장 소 : 제물포스마트타운 유유기지
– 신 청 : 재단 홈페이지(바로가기 ▶)

정책연구팀(032-455-7133)

[소식 2] 우리미술관 기획전시 <냥이와 함께>

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최진용)이 운영하는 우리미술관이 전시를 개최한다. 7월 18일부터 8월 10일까지 열리는 <냥이와 함께>이다. 고양이를 주제로 한 오현주 작가의 회화작품과 임기웅 작가의 영상작품을 전시한다. 또한 고양이 관련 도서 등을 함께 전시한다.
이번 <냥이와 함께>전시는 고양이를 주제로 한 회화 작품과 영상, 도서 등을 모아 우리미술관에서 준비했다. 이번 우리미술관 전시에서는 우리미술관이 위치한 만석동 일대의 동물(고양이)를 영상으로 담은 임기웅 작가의 영상작품 1점과 오현주 작가의 서양화 작품 1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또한 방학을 맞이하여 우리미술관을 방문하는 어린이와 청소년들을 위해 고양이 관련 서적과 문화상품(견본용) 전시를 함께 준비하고, 고양이를 그릴 수 있는 시간도 마련할 예정이다.

○ 전시 정보 및 기타 사항
– 관람시간: 화, 수, 금, 토, 일10:00~18:00 / 목14:00~18:00
(입장은 관람시간 종료 20분 전까지 가능)
– 휴 관 일: 매주 월요일 및 법정공휴일 다음날
– 주 소: 인천광역시 동구 화도진로 192번길 3-7,9,11
– 홈페이지: 바로가기 ▶
– 주최/주관: 우리미술관 (재)인천문화재단
– 후 원: 인천광역시 동구청

우리미술관(032-764-7664)

[소식 3] 인천시민문화대학 하늬바람 8월 문화예술특강 <파토의 과학하고 앉아있네>

(재)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최진용)은 8월 16일(목) 오후 7시 30분, 송도 트라이볼 공연장에서 인천시민문화대학 <하늬바람>의 일환으로 원종우 작가 특강을 개최한다.
이번 특강에서 작가 원종우(일명 파토, 現과학과 사람들 대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한 관심이 삶에 어떤 확장을 가져올 수 있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철학, 음악, 역사, 그리고 과학에 이르기까지 그간 작가 자신의 삶과 함께해 온 많은 분야들이 지금 자신의 모습을 어떻게 빚어내었는가에 대해 이야기할 예정이다.

○ <환상의 청년문화 정책쇼> 안내
– 일 시 : 8월 16일 19:30~
– 장 소 : 송도 트라이보울 공연장
– 신 청 :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바로가기 ▶), ‘하늬바람’ 페이스북 페이지(바로가기 ▶)

문화교육팀(032-760-1097)




힐라리스 스트링 오케스트라 제 2회 정기 연주회

일시 : 2018.07.15.(일)요일, 오후 4시
장소 : 예술공간 트라이보울
주최/주관 : 힐라리스

사진. 민경찬 시민기자단




인천 속 근대 음악사를 따라가며, 합창의 발자취를 찾아보는
<인천합창의 궤적> 기획전

인천문화재단 개관기념 기획전 <인천합창의 궤적>은 합창음악을 공연이 아닌 역사적 관점으로 풀어낸 최초의 전시이다. 인천은 개항기 근대 문물이 유입되며, 서양음악도 교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전해졌다. 5음계의 우리 고유 전통음악에 익숙했던 사람들이 8음계의 서양음악을 접했을 때 그 충격과 새로움은 어땠을까? 선교사 아펜젤러의 찬송가 연주가 최초로 인천에 울려 퍼졌을 때를 한번 상상해 보라

한국 최초의 근대식 초등학교인 ‘영화여학당’은 바깥출입도 어려웠던 당시 여성들에게 김영의, 김활란 같은 한국의 1세대 여성 지도자를 배출한다. 영화학당을 다녔던 여성들이 선교사의 추천으로 서울에 있는 중학과정의 이화학당에 입학하기도 하였으니 인천의 교육이 얼마나 앞섰는지 짐작이 된다. 아울러 내리교회를 중심으로 결성된 청년단체인 엡웟(Epworth)청년회도 민족의식과 애국정신을 고취하는 교육, 강연회, 음악회 등을 열었다. 

가곡 ‘그리운 금강산’ 작곡가로 널리 알려진 최영섭은 인천 출신이다. 그는 내리교회에서 한국 최초로 오케스트라 반주 헨델의 메시아 전곡을 연주한다. 이 당시 등사원지에 철필로 직접 그려 등사기로 인쇄한 악보를 사용하였는데 이번 전시에서 그 실물자료를 볼 수 있다. 작곡가 최영섭은 인천구국학생합창단, 인천해군경비부정훈합창대의 지휘도 하면서 1963년까지 인천에서 활동한다

오늘날 인천이 ‘합창음악의 도시’로 명성을 얻은 것은 1950년대부터 활동하였던 다양한 합창단에 기반한다. 1958년 창단된 고등학생들로 이루어졌던 ‘호산나 합창단’을 필두로 인천남성합창단, 인천여성합창단, YWCA합창단, YMCA합창단 등 합창단들의 행렬이 시작된다. 남녀칠세부동석이었던 우리 문화의 영향으로 여성, 남성으로 나누어져 있던 합창단은 1968년 샤론합창단을 시작으로 로고스합창단, 인천합창단 등의 혼성합창단이 창단된다. 합창제와 음악제를 통해서 합창단들의 교류와 활동이 많아지면서 1970~1980년대에는 초등, 중등, 고등학교 합창단도 합창제와 합창대회에 참여한다.

1981년 인천시립합창단이 생기고 1995년 윤학원 예술감독이 오면서 합창단의 활동범위와 레퍼토리가 다양해진다. 인천시립합창단이 재창단되며 가장 주목할 점은 전속 작곡가를 두어 창작 합창곡을 무대에 올린 점이다. 이후 합창의 “세계적, 한국적, 창의적” 목표를 둔 인천시립합창단의 행보는 한국 합창음악의 우수성을 알리는데 큰 기여를 했다. 특히 ACDA (American Choral Directors Association, 미국합창이사회)에서 세계 4대 합창단으로 초청되어 연주한 것은 그 정점을 찍었다고 할 수 있다. 2015년 김종현 예술감독 부임 이후 합창 지휘세미나, 합창대축제 등을 통해 지역 합창단과의 소통과 융합을 추구하고 있는 인천시립합창단의 활동이 기대된다.

이번 ‘인천합창의 궤적’ 기획 전시를 통해 인천의 역사적, 음악적 가치를 알리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인천은 서양음악에 대한 노출이 빠르고 교육과 근대화에 앞장선 도시로 신여성들도 많이 배출되었다. 개항기 때 음악가들이 유독 인천 출신이 많은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특히 교회에서 시작된 성가대의 합창음악은 1950년대부터 일반 합창단들의 활발한 활동으로 오늘날 인천이 합창음악의 도시로 기반을 잡을 수 있었던 뿌리이다.

유구한 역사를 기반한 인천합창이 앞으로 어떻게 인천을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잡을지 인천시립합창단을 중심으로 한 사립, 구립 합창단의 활동이 기대된다. 이번 전시가 “근대 음악의 도시”, 인천을 “현대 음악의 도시”, 인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비와 계획의 준비로 기억되길 바란다.

 

글/ 이지영
이화여자대학교 음악대학교 학사, 동대학원 석사학위 취득
미국 위스콘신대학 음악대학 음악학 박사( D.M.A.)
YTN “이지영의 뮤직톡톡” 진행
이화여대, 추계예대. 세종대 출강
(주)이지영 음악연구소 대표
홈페이지 바로가기 ▶
페이스북 바로가기 ▶

사진
한용훈




“나의 일상 참사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이면 좋겠어요”
<앤드씨어터> 전윤환 대표

“젊음이 무기일 수도, 독일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2013년 서울연극제에서 한 수상자의 소감이 강한 인상으로 뇌리에 스쳤었다. 바로 전윤환 연출가다.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인의 꿈을 꾸었지만 녹록치만은 않은 연극계의 현실은 당시 젊은 나이였던 그를 단단히 만든 계기가 된 것 같았다. 5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그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장마가 시작되었던 주말 오전, 짖궂은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시작했던 인터뷰에서 그의 무늬를 찾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젊은 나이에 극단 <앤드씨어터>를 창단한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앤드씨어터는 2008년도에 창단했는데, 당시 제가 대학교 3학년이었어요. 연기를 잘한다고 생각했던 주변 선배들이 졸업 후 좋은 극단에 입단하지만, 배우로 무대에 오르기가 어렵더라고요. 무대에 오르는 그 시간 동안 많은 선배가 다른 일로 전향하거나 어렵사리 연극을 포기하는 모습을 흔히 보기도 하고요. 극단의 현실을 지켜보면서 대학교 3학년 때 지속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위해서 극단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동문과 함께 사업자등록을 냈어요. 그때부터 일 년에 한 번씩 대학로 소극장을 대관해서 공연을 했어요.

서울 대학로에서 극단 연출뿐만 아니라 ‘혜화동 1번지’ 동인으로도 활동하고 계시는데. 인천으로 시선을 돌린 이유가 있는가요?
인천에서 작업해야겠다는 생각은 막연히 가지고 있었어요.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학과를 가야겠다는 꿈을 꿨던 곳이 바로 인천이었기 때문에 언젠가 고향에 가서 작업을 진행하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2013년에 ‘인천아트플랫폼 초이스’에 <미래도둑> 작품이 선정되면서 인천에서 공연할 첫 기회가 생겼었죠. 때마침 그 작품이 서울연극제 ‘미래아 솟아라’에서 연출상을 받았는데 저한테는 의미있는 작품을 인천에서도 선보일 수 있었어 뜻깊었었던 시간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그 공연의 출발점으로 인천을 본거지로 두면서 활동한 것 같아요.

인천아트플랫폼의 어떤 부분이 그곳에서 작업하고 싶은 마음을 생기게 했나요?
아무래도 공연장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었어요. 블랙박스씨어터였던 공간이었고 아무것도 없는 공간이라서 충분히 변형해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창고를 개조한 공연장이라서 층고도 높을 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이색적이고요. 인천에서 첫공연을 한 후에는 2015년부터 인천에서 레지던시 활동을 3년 동안 시작하게 되었죠.

인천으로 오신 후, 과거와 비교할 때 작품이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시나요.
지역에 대한 생각을 앞서 말씀드렸던 <미래도둑> 작품을 하면서 시작한 것 같아요. 서울에서 공연할 때 매진사례를 이뤘던 작품이 인천에서는 4,5명의 관객만 오니까 배우들이 너무 힘들었거든요. 그 이후로 인천에서는 관객을 어떤 작품으로 만나야할지를 다양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었어요. 서울에서는 작업할 때는 주로 하고 싶은 실험을 했다면 인천에서는 기획의 측면을 더 강하게 고민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2013년 이후로 2년 동안에는 연구가, 예술가, 지역주민, 문화 활동가들과 인천에 대해 리서치를 했고 그 결과, <터무늬있는연극 X 인천>공연을 두 차례나 진행했죠.

<터무늬있는연극X 인천>에 대해서 자세히 말씀해 주실 수 있나요?
<터무늬있는연극X인천>은 손에도 지문이 있듯이 땅에도 지문이 있다는 생각에 착안해서 기획했어요. 여러 아티스트들이 영감을 받은 장소에서 장소가 지닌 역사성과 고유한 무늬를 바탕으로 공연을 만드는 작업이죠. 2015년도에 인천시가 관광도시로서 부상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러한 과정 속에서도 인천시가 갖고 있는 고유한 무늬가 쉽게 사라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실제로 관광버스를 타고 4곳을 돌아다니며 작업을 진행했었죠. 2017년도에는 인천역을 향하는 지하철 1호선에서 40명의 관객들과 새로운 형식으로 작업을 해보았어요.

“저는 항상 이 전철을 타요. 1호선 전철을. 그래서 이 전철타고 (잠실에서) 엔드씨어터 연습실이 있는 인천역으로 가요. 제가 출근 할 때 사람들은 서울로 출근을 타고, 제가 퇴근할 때는 인천 사람들은 인천으로 돌아와요. 마치, 밀물이 갈 때 썰물이 오는 것처럼. 근데 더 재밌는 것은 인천역 개찰구가 맨 앞에 있었어 종착지에 도착할 때에 사람들이 맨 앞으로 몰려와요. 한번은 사람들이 앞으로 오는데, 괜히 거꾸로 가고 싶어서 마지막 칸 까지 가본 적이 있어요. 다같이 일어나서 마지막 칸으로 가보실까요?” – <터무늬있는연극X인천>에서 사용된 배우의 음성

관객들의 반응이 어땠나요?
인천 관객들이 많이 좋아하셨어요. 본인이 익숙한 장소를 걷고, 그 장소에 대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고, 알았던 이야기가 나오면 더 반갑게 느껴지고요. 사실은 <터무늬있는연극 X 인천>은 관객과 퍼포머(performer)의 경계가 명확하지 않아요. 관객들이 직접 장소를 찾아가는 모습은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할 수 있죠. 이러한 면에서 관객은 퍼포머가 되기도 하는데 마치 어렸을 때 보물찾기를 하듯이 그러한 경험을 되새길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올해 <터무늬있는연극>을 부평으로 선정한 이유가 있나요?
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서 3년정도의 시간을 보내고 다른 방법을 모색해 보고 싶었어요. 아트플랫폼 극장과 중구의 관객들을 중심으로 만나다 보니깐 다른 환경에 놓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거죠. 게다가 장편 연극을 선보이고 싶었다는 목표가 있었는데, 이번 공연장상주단체를 신청하면서 1년 동안 래퍼토리를 공연할 수 있게 되었죠.

젊은 지역 기획자를 많이 배출하는 상황에서 지역 기획자가 가장 고려해야 하는 사항은 무엇일까요?
사실 자기가 속해있는 곳이 지역이기 때문에 활동하는 모두가 지역기획자라고 생각해요. 다만 분명한 것은 그 기획을 통해 과연 어떤 분을 만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하죠. 연극 할 때는 주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하고 싶은 방법론에 중점을 두어 작업 했다면, 인천에서 기획할 때는 내 작업이 누구를 만나고 어떻게 만날 것인지에 대해 굉장히 중요하게 느껴졌거든요.

2018년 7월 6일에 부평센터에서 <도처의 햄릿>을 공연하십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4주년이 된 시점에서 인천 지역민들에게 <도처의 햄릿>을 선보이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혜화동 1번지’에서는 세월호 참사가 있던 해부터 지금까지 세월호 연극제를 계속하고 있어요. 그중 <도처의 햄릿>이 세월호 연극제에 출품했던 작품 중 하나에요. <도처의 햄릿>은 세월호 사건이 한해가 지난 2015년부터 공연을 했는데 그때마다 느꼈던 것은 왜 인천은 세월호의 당사자성을 안 가지는지 대한 의문이었어요. 인천에서 떠난 배인데 왜 인천에서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하는지 궁금했었죠. 때마침 올해 신재훈 연출가께서 세월호 연극제 출품작으로 공연했던 <비온래 라이브>를 인천아트플랫폼에서 공연했었어요. 그래서 그 작업의 연장선상으로 저희 팀도 세월호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자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되었죠.

고전 <햄릿>에 ‘도처’라는 단어가 붙었는데, 원작을 어떻게 각색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처음 배우들에게 세월호 사건은 감히 다가갈 수 없는 고백의 과정이었어요. 세월호 연극을 1년에 한편씩 하는 배우도 연극이 끝나면 일상으로 돌아가는데, 과연 내가 세월호에 대한 이야기를 정말 할 수 있는지에 확신이 서지 않았죠. 단원들도 세월호 연극마저 어떤 미학을 추구하는 것이 도의적으로 맞는지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더라고요. 그래서 세월호 사건에 어떻게 도달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을 했고, 결국 ‘나의 일상의 참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협의를 했죠. 누구는 미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어떤 이는 예술가로서 검열당했던 이야기를 고백하죠. 이런 일상의 참사를 고백하며 햄릿이 다르게 보이는 지점을 골랐고, 그 장면을 재현하는 형식으로 기획했어요. 그리고 이러한 일상의 참사가 한 곳이 아닌 도처 곳곳에 있을 수 있어 ‘도처’라는 말을 앞에 붙였죠.

각색하는 과정에서 배우들과 많은 얘기가 오갔을 것 같습니다.
저희 팀은 몇 년간 뉴 다큐멘터리 연극을 하고 있어요. 어떤 배역으로 무대에 서기보다는, 전윤환이라면 전윤환 자체로 무대 위에서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자신의 가장 사적이고도 작은 이야기를 통해서 보편성을 획득하는 거예요. 이번 <도처의 햄릿> 작업은 자신의 상황을 재현하는 작품이기 때문에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죠.

<햄릿>의 명대사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가 <도처의 햄릿>에서는 어떤 의미로 해석되었나요?
‘To be or not to be’가 ‘이대로냐 이대로가 아니냐로’도 해석할 수 있더라고요. 내가 일상에서 겪은 참사들이 여전히 바뀌지 않은 채 그대로인 상황에서 그것을 그대로 내버려 둘 것인가 혹은 그대로 두지 않을 것인가에 대한 의미로 재해석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관객이 이 작품을 어떻게 이해해주시길 바라는가요.
본인의 일상 참사에 대해서 한번 감각 할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

 

글| 이진솔(정책연구팀)
사진| 김규환
사진 제공| 앤드씨어터 서현민




문화가 있는 날 2018 트라이보울 시리즈

일시 : 2018.06.27.(수)요일, 오후 8시
장소 : 예술공간 트라이보울
주최/주관 : 문화체육관광부,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 인천문화재단, 트라이보울

사진. 민경찬 시민기자단




학교에 갤러리를 만들다…문화공간의 저변 확대

2018 인천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시 <발칙한 그림, 그림의 기술들>
학교 내 갤러리서 순차적 전시
그림 같은 사진, 사진 같은 그림…관람객들에게 발칙한 일침

빈 곳 또는 여백이 있다면 어느 곳이든지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마는 요즘이다. 폐가나 폐공장에서 인디가수들이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지하철역의 지하보도 벽면에 그림이 걸리기도 한다. 덕분에 우리는 종종 일상생활 중 예기치 못한 곳에서 맞닥뜨리는 문화향유의 기회에 신선한 충격을 받곤 한다.
혁신적인 공간과 여백의 활용은 최근 학교에서도 두드러진다. 학교 안의 일부 공간을 문화공간으로 활용하며 학생들에게 더욱 자주 문화생활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인천문화재단은 2018 인천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시 <발칙한 그림, 그림의 기술들>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를 시작으로 인천만수고등학교, 인천의료원, 미추홀외국어고등학교, 인천여자고등학교, 인천 신현고등학교를 순회하며 6개월간 진행될 예정이다.
인천의료원 한 곳을 제외하고는 개최지가 모두 학교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누구에게나 친숙한 공공기관이지만 문화공간으로써의 학교는 우리에게 생소하기 마련이다. 현재 이번 전시가 진행 중인 인천만수고등학교로 어색하면서도 설레는 발걸음을 옮겼다.

만수고등학교 A동의 홈베이스에서 지하주차장으로 이어지는 층계의 벽면을 따라 이번 전시의 작품들이 선보였다. 텅 비었던 벽면에 그림이 걸리면서 지상과 지하를 이어주던 층계는 더 이상 물리적·기능적 공간만이 아니었다. ‘반디갤러리’라는 명확한 목적성이 담긴 이름 아래 문화공간으로도 활용되고 있는 것이었다. 공간의 새로움과 의외성에서 문화공간의 저변이 확대됐다는 평이다.
학교 안에 갤러리가 생기자 학생들은 학교생활 중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적 소양을 키울 수 있게 됐다. 인근 지역주민들도 더욱 쉽게 문화생활을 접할 기회를 얻으면서 문화향유의 기회를 보장받게 됐다.

이번 인천미술은행 소장품 기획전시 <발칙한 그림, 그림의 기술들>은 장난기 어린 듯한 기만적인 회화기법이 관람의 흥미로움을 만들어냈다. 사진인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극사실주의적인 그림과 회화적 기법을 가미한 사진들이 혼재돼 있어 그림과 사진을 육안으로 구분하는 재미가 있던 것이다. 그림과 사진을 번갈아 보는 전시는 두 장르의 특성과 기법을 보다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거의 실재와 같이 재현된 그림들은 오히려 피사체가 갖고 있는 본연의 민낯을 더욱 가까이 느끼게 해줬다. 반면 노출 시간이나 인화 방법 등을 달리해 회화적 요소를 입힌 사진들은 오히려 시선을 압도하는 회화적 미가 짙었다. 육안으로 보는 것을 진실이라고 믿는 우리에게 발칙한 일침을 가하는 듯했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blog.naver.com/marinboy58
marinboy5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