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욱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양정욱은 주변의 사람들과 일상을 관찰한다. 그리고 그 모습을 읽고 수집하여 얻은 감정과 생각들을 연결하여 만든 하나의 문장이나 작은 이야기로부터 작업을 시작한다. 야간 경비원, 주차 안내원, 아버지, 친구 등 한 개인에 대한 관심은 작가의 감성을 통과함으로, 보편적이고 일반화된 이야기로 변화한다. 이 이야기들은 나무와 실, 모터를 이용해 유기적인 구조물로 만들어진다. 구조물의 움직임 속에 이야기들이 투영된다. 작가가 만드는 움직임과 소리는 프로그래밍이 된 어떤 첨단 기술의 결과가 아니라, 단순하고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준다. 하나의 움직임과 또 다른 하나의 움직임이 서로 연결되고 반복되면서 전체를 만든다.
서로 다른 주기의 움직임들은 구조적인(의도적인) 불완전성으로 매번 조금씩 다른 움직임과 소리를 만든다. 움직임을 만드는 가장 기본적인 구조인 나무와 모터만을 남겨두고, 외형의 모든 것들이 배제된 모습의 작품에는 비어있는 공간이 무수히 많다. 이 반복적이지만 완벽하지 않은 움직임과 빈 공간이 쌓아놓은 층 사이사이에는 작가의 이야기가 깊숙이 담겨, 우리를 그 앞에 잠시 멈추게 하고, 일상의 작은 것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너와 나의 마음은 누군가의 생각_나무,모터_500×500×400cm_2015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의 작업은 대부분 나 자신에게 들려주는 동화 같은 것이다. 나는 나의 모자란 부분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채울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그 이야기를 다듬고 조금씩 줄여가는 과정에서 제목이 정해지기도 하고, 어떤 구조를 발견하기도 한다. 그런 구조에 어울리는 적당한 재료나 효과 등을 떠올리며 작품을 제작한다.

 
그는 선이 긴 유선 전화기로 한참을 설명했다 _나무, 모터, 철, PVC, LEX, 실_350×300×250(h)cm_2016   그는 수술을 앞둔 어느 가장이다_500×500×400cm_2015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A. 아직 대표적인 작업이나 전시는 없는 것 같다. 아마도 작업이나 전시들이 어느 정도 연결이 되어야 하나의 무엇이 될 것 같다.

Roland I Need It_나무, 모터, 철, 조명, 실, PVC, 가변설치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것들을 통해 자신을 스스로 바라볼 시간을 많이 갖게 되었다. 이 시간은 습관이 되었고, 어느 순간 이것 또한 직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특별하지 않게, 또 심심하게 지낼수록 작업에 도움이 된다.

서서 일하는 사람들 No.10_600×900×2,000_2015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작가가 정한 작업의 의미가 관객에게 항상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각자에게 의미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작가의 몫이고, 현재의 중요한 부분이다. 다양한 삶의 모습에 붙어도 어울리는 무엇이 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어느가게를 위한 간판 #12_나무, 모터, 철, 조명_60×40×170(h)cm   어느가게를 위한 간판 #9_나무, 모터, 철, 수정, 실_30×40×60(h)cm

고난은 희망이라고 속상인다_나무, 모터, 철_450x100x160(h)_2012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올해에는 형식적인 실험을 준비하고 있다. 기술은 빼고, 기본에 충실한 것을 생각하고 있다. 내가 작가의 일과 보통의 일을 구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하지만 전시를 위해 만들어내는 과정을 보통의 일이라고 정의한다면, 그것을 하기 위한 사전의 모든 과정이 작가의 일라고 할 수 있겠다. 아마도 나는 작가가 해야 할 일들에 조금 더 충실해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언제나 피곤은 꿈과 함께_나무, 모터, 실, 플라스틱_250x330x250cm_2013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민성홍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민성홍은 추계예술대학교와 샌프란시스코 아트 인스티튜트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첫 개인전 《The Island: Garden》(디에고 리베라 갤러리, 2002)을 시작으로 뉴욕, 로스엔젤레스, 몬태나, 서울 등에서 개인전을 선보였고, 국내외 다수의 그룹전, 프로젝트에 참여해오고 있다. 작가는 버려진 사물과 공간 설치 작업을 통해 외부의 자극과 변화로 인해 갈등하고 고민하는 현대인의 처지와 갈등을 해결해나가는 과정 그리고 다양한 관계성에 관해 이야기한다. 최근에는 사람들이 버린 가구나 생활 집기, 옷걸이 등에 바퀴를 달고, 그것들을 무대 위로 이동시켜 움직임을 주는 방식으로 작업해오고 있다. 연출된 무대 공간과 각 사물은 작가와 대상, 재료와 시각적 결과물 등과 같이 작게는 미술, 넓게는 사회 속에 존재하는 다양한 관계를 보여준다. 작가는 이처럼 재료를 활용하거나, 행위 하는 제작과정을 전면에 드러내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Overlapped Sensibility: Carousel>_Ceramic, acrylic on wood, steel, FRP, wood, motor, fabric, light_340x340x310(h)cm_2015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 개인의 상황적 변화, 경험에 집중하는 나의 모습 혹은 주변인의 기록, 그리고 사물들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그 안의 상호관계성에 주목하여 의미적 확장과 시간적 공간적 층위를 다양하게 구성하는 방식의 작품 활동을 해왔다.
2014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진행 중인 <Overlapped Sensibility> 시리즈는 ‘익숙한 것이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인식되는 것’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다. 첫 작업인 <Overlapped Sensibility (Lamp, Tape)>는 어두운 공간에서 시야가 확보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어느 날 나는 어두운 공간에서 주변의 사물과 공간 그리고 내 생각에 평소보다 더 집중하는 경험을 하였다. 나는 이 경험을 작업으로 보여주기 위해, 낯선 어두움에서 눈이 차츰 적응해갈 때, 사물과 공간의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는 순간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 인쇄된 사진을 찢고, 이를 다시 투명 테이프로 붙여나가는 과정으로 보여주었다. 이 시리즈의 다른 작업인 <Overlapped Sensibility (U-HAUL Box, Photos)>는 내가 새로운 곳으로 이사할 때마다 사용했던 종이상자에 관한 작업이다. 상자에서 발견된 옛날 사진들을 잘게 찢어 재조합하여 이 사진들이 보관되었던 상자의 외형을 표현하였다. 이 작업은 나의 주변 사물들이 그저 사물로 존재하는 것을 넘어서 나의 모습으로도 표현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다.

<Overlapped Sensibility: Carousel>_Ceramic, acrylic on wood, wood, mirror, light, color-ice_240x 240×320(h)cm_2016

이렇듯 나는 내가 생활하는 주변의 변화 혹은 주변의 영향을 받아 작업을 만들어 낸다. 최근에는 불공정한 시스템으로 인해 개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버려야만 했던 물건들을 다루는 작업을 진행했다. 나는 이 작업을 통해 보이지 않는 상호관계와 정체성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나는 내가 살던 곳 주변이 재건축되고, 그로 인해 사람들이 이주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를 바탕으로 버려진 오브제를 변형하고 재조합하여, 물건들에 바퀴를 달아 이동이 가능한 구조로 만들어가는 작업을 진행했다. 보통 남겨진 물건들은 개개인의 기억과 기능을 상실한 허물로 여겨진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사물들을 수집하고 변형하여 재조합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 삶 속에 갈등을 가져오는 현실의 제약까지도 소중한 삶의 일부임을 피력하려 한다.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A. 2015년에 발표한 <중첩된 감성: 카로셀 (Overlapped Sensibility: Carousel)>은 나의 대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작품을 구성하는 주요 부분인 새의 형상들은 환경적 영향에 따라 변화를 경험하는 나 자신 또는 사회를 구성하는 것을 대변하는 비유적 표현이다. 나는 여러 나라와 도시로의 수차례 이사를 반복하며, 매번 낯선 환경과 충돌하고 적응하며 살아왔다. 이런 과정을 통해 개인과 환경 사이의 관계, 그리고 관계가 형성될 때의 인식 과정에 관심을 두고 작업으로 확장했다. 새의 머리는 도자기를 깨트리고 다시 붙이는 과정을 거쳐 완성되었다. 깨지기 쉬운 도자기는 상처받기 쉬운 인간의 감성을 재조합 과정을 거쳐 만들었다. 완성된 형상은 중첩된 나의 기억과 감성을 상징한다. 새의 머리를 지지하는 기하학적인 나무구조는 주변에 버려진 가구나 옷걸이 등의 일상용품을 활용하여 만들었다. 기하학적인 형태와 새의 머리 형상이 대비되어, 개개인의 고유 정체성을 추상적으로 형상화하여 보여준다.

<Overlapped Sensibility: Carousel>_Ceramic, acrylic on wood, steel, FRP, wood, motor, fabric, light_340x340x310(h)cm_2015

각기 다른 30여 개의 새 형상들은 약 지름과 높이가 3m 정도 되는 회전무대 가운데에 자리한다. 일 분에 한 바퀴를 도는 원형의 무대는 회전목마, 즉 카로셀(Carousel)을 연상시킨다. 카로셀은 새의 형상으로 표현된 개별존재들이 ‘종속될 수밖에 없는 인생’을 살아감을 보여주기 위해 차용한 공간적 형태이다. 우리는 의지와 상관없이 태어난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죽음이라는 종착역을 향해가며 겪게 되는 인생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은 일정 방향으로 끊임없이 돌면서 수직으로 움직이는 회전목마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Overlapped Sensibility: Carousel>_Ceramic, acrylic on wood, steel, FRP, wood, motor, fabric, light_340x340x310(h)cm_2015

이 작업은 기존에 나의 조각 작업을 무대와 연결했다는 점에서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다. 또한 이 작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사람들이 이주하면서 남겨놓고 떠난 사물들을 가지고 작업을 진행했다. 이를 통해 나의 상황적 변화 그리고 사회적 시스템과 개인의 관계 형성에 주목하게 되었다.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는 목적 없이 혼자서 주변을 돌아다니는 것을 즐긴다. “작업의 영감이 어디에서 시작될까?”라는 질문에 나 스스로는 소극적 움직임으로부터 라는 답을 내리곤 한다. 그리고 이는 수집된 사물들을 변화시키는 작업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최근 나는 작업 과정 그리고 작업을 통해 세상과의 관계성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Rolling on the ground> 전시 전경_Found object, landscape painting, wood, wheel, mirror_2017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시각 언어’를 통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이야기로 만들어나가는 것이 작가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작품 형식이 주는 ‘낯선 느낌’ 보다는, 재료가 가지고 있는 고유적 특성, 기능, 제작 과정에서의 상징성과 작가의 신체적 접근이 작업을 어떻게 만들어나가는지가 더 중요하다고 본다. 작가란 이러한 과정의 결과물을 통해 관객의 경험을 고려하고,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Overlapped Sensibility: Imbued>_ 나무, 수집된 지붕재료, 모터. 아크릴 거울, 형광등, 흙(Green ware)
_435x435x233(h)cm_2015

  <난청지역: 안테나 새>_나무 파렛트, 바퀴, 안테나, 라디오, 아크릭 채색, 세라믹_가변설치_2016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예술 작업에는 정답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술은 재미있는 일이다. 다양한 방법으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과정 그 자체도 나에겐 즐거운 일이다. 최근 나는 연극성에 관심이 있다. 그리고 이를 조금씩 내가 사용할 수 있는 형식의 도구로써 확장해보려 한다. 나는 작업을 하며 세상을 좀 더 알아가고 싶다. 그리고 나의 생활과 예술적 세계관이 일치하는 작가로 남고 싶다.

<다시락(多侍樂 / Playing with everyone)> 전시 전경_Found object, ceramic, acrylic on wood, wheel, light, mirror, curtain_800x800x350(h)cm_2016

 
<다시락(多侍樂 / Playing with everyone)> 전시 전경_Found object, ceramic, acrylic on wood, wheel, light, mirror, curtain_800x800x350(h)cm_2016   <다시락(多侍樂 / Playing with everyone)>_Found object, ceramic, acrylic on wooden beads, wheel, paper flower_dimension variable_2017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소개합니다.

[소식 1] 올 가을 트라이보울로 문화 나들이 오세요. <트라이보울 가을 프로그램 안내>

(재)인천문화재단(대표 최진용)이 운영하는 예술공간 트라이보울에서 다양한 공연, 강연, 아트마켓 등 문화예술 행사를 진행한다.
10월 6일부터 4주간 매주 토요일에는 성인 대상으로 워크숍 ‘라이브 클럽’을 진행한다. 싱어송라이터 시와(본명 강혜미)와 함께 일상에 대해 짧은 글을 쓰고, 자신의 노랫말로 만들어본다. 시 공연과 함께 참여자도 노래 해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공간문화팀(032-455-7185)


[
소식 2] 시민의 열정과 참여로 만들어가는 예술축제 <2018 인천개항장예술축제>

인천 중구 신포동 일대는 ‘개항장’으로 불리던 곳으로, 90년대 초까지는 인천의 대중문화를 이끌던 곳이었으나 이후 부침을 겪었다. 2000년대 후반 들어 젊은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는 중년층과 독특한 취향의 카페와 맛집을 찾는 젊은이들의 방문이 이어지면서 추억과 낭만을 느낄 수 있고 소소한 재미가 있는 동네로 조명되고 있다.
(재)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최진용)은 10월 12일(금)~14일(일) 3일간 2018 인천개항장예술축제를 개최한다. 인천개항장예술축제는 앞서 말한 개항장 일대를 배경으로 과거의 낭만, 동시대의 청춘과 열정, 미래의 희망을 키워드로 하는 종합예술제이다. 인천아트플랫폼과 신포동의 문화공간을 중심으로 열리는 이번 축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음악, 연극, 무용 등의 문화예술단체와 신진예술가들의 공연프로그램이 펼쳐질 예정이다.

축제문화팀(032-455-7187)


[
소식 3] 인천아트플랫폼 2017 올해의 입주작가전 : 안상훈 <모두와 눈 맞추어 축하인사를 건네고>

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최진용)에서 운영하는 인천아트플랫폼이 ‘2017 올해의 입주작가전’을 9월 10일(월)부터 9월 28일(금)까지 B동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전시 개막행사는 9월 13일(목)요일에 진행되며, 시상식이 진행될 예정이다.
인천아트플랫폼은 매년 공모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예술가를 선발하여 작업공간과 창작 프로그램을 지원해오고 있으며, 전시와 공연, 교육프로그램 등을 통해 예술을 매개로 시민과 소통해오고 있다.
《2017 올해의 입주작가전》은 작년 10월 아트플랫폼에서 개최되어 예술가들이 창작의 결실을 선보였던 <플랫폼 아티스트> 전시와 더불어 예술가의 작업실을 3일간 개방하여 창작 과정을 보여주는 <오픈 스튜디오> 행사 기간 중 시민과 전문가의 투표로 ‘다시 만나고 싶은 작가’를 선정하고, 개인전 개최를 지원하는 시상 프로그램이다.

전시기간 : 2018년 9월 10일(월) ~ 9월 28일(금)
※ 추석당일(9월 24일)만 휴관
개막행사 : 2018년 9월 13일 목요일, 오후 5시
관람시간 : 오후 11시 ~ 오후 6시
전시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
관 람 료 : 무료

아트플랫폼(032-760-1005)


[
소식 4] 생애전환 문화예술특강 <전환을 위한 삶의 방법>

(재)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최진용)에서 만 50세부터 64세의 생애전환 세대를 대상으로 “생애전환 문화예술특강: 전환을 위한 삶의 방법” 참여자를 모집한다.
이 사업은 신규 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의 시범사업인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의 일환으로 운영되며, 인천을 포함한 전국 5개 지역이 함께 추진, 운영 중에 있다.
생애전환 문화예술특강 <전환을 위한 삶의 방법>은 새로운 삶의 방법을 만나고 탐구하는 과정으로 총 13주에 걸친 특강과 워크숍, 커뮤니티 활동 등을 통해 아직 절반밖에 달리지 않은 인생에서 삶의 전환점을 마련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예정이다.
주요 강사로는 『돈의 인문학』, 『나이 들어도 괜찮을까?』의 저자 김찬호 교수와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의 대표 김영옥 교수 등이 있으며, 인문학연구실 오만가지의 대표이자, 문학박사 윤진현 교수가 “두 번째 삶”을 위한 동행자로 전 과정에 함께할 예정이다.

○ 강 좌 명 : 생애전환 문화예술특강 <전환을 위한 삶의 방법>
○ 운영기간 : 2018년 10월 4일(목) ~ 12월 22일(토)
○ 운영일시 : 매주 목요일 오후 3시(A반), 저녁 7시(B반) / 총 13주 과정
○ 운영장소 : 두 번째 삶 Cafe <까미노> (인천광역시 중구 제물량로 166번길 14-1 2층)
○ 참 가 비 : 무료
○ 신청기간 : 2018년 9월 12일(수) ~ 10월 1일(월) / 선착순 접수
○ 신청방법 :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www.ifac.or.kr) 온라인 링크
○ 문 의 : 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 032-760-1097

문화교육팀(032-760-1097) 




인문·예술로 함께하는 열린 학습 플랫폼, 하늬바람

지난 4월 인천시민문화대학 <하늬바람>이 김애란 작가 특강 ‘제 자리는 어디입니까’로 한해를 열었다. 예술이라는 것이, 혹은 우리 삶 전반을 둘러싼 모든 것을 지칭하는 문화라는 말이 보통 아주 멀게 느껴지곤 하지만, 여전히 마음 한구석 쓰린 기억들로 가득한 봄의 한가운데서 작가 김애란이 말했다. 글쓰기와 글 읽기가 그렇듯 예술은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 중 하나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말이 이제 겨우 한 해의 모든 계절을 겪고 넘긴 하늬바람이 품은 취지이기도 하다.

.. 그래서 어쩌면 글쓰기와 글 읽기는 직업이기 이전에, 교양이기 이전에, 스펙이기 이전에, 우리 모두의 삶의 방식 중에 하나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저도 여러분과 같은 시대에 같은 언어로, 글을 쓰고 글을 읽는 동시대 작가, 동시대의 독자라는 것을 앞으로도 기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 김애란(2018년 4월 19일_봄, 한가운데서)

모든 사람을 위한 문화예술교육
인천시민문화대학 하늬바람은 지난해 상반기, 사업 전반에 대한 운영 준비 과정을 거쳐, 2017년 가을부터 2회의 특강과 체험 워크숍을 비롯하여 12개의 상설 강좌로 본격 개설되었다. ‘반려동물과 문화예술’, ‘한국 대중음악 100대 명반 따라잡기’, ‘알고 보면 쉬운 클래식’ 등 친근한 주제들로 구성되었던 지난해 하늬바람은 그간 문화예술교육이 유아와 청소년, 노인 등 일부 세대에게 집중되어 왔던 것에서 나아가 전 연령, 특히 일반 성인에게까지 참여 범위를 확대하여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을 제공하는 데 의의를 두고 출발하였다. 이는 ‘생애주기별 문화예술교육 확대’라는 중앙정부의 정책, 그리고 인천광역시 ‘문화시민 3.0’ 정책 등에 발맞추기 위한 까닭이기도 하지만, 인천문화재단이 시민교육을 통해 인문, 예술로 인천시민을 더욱 가깝게 만나가고자 하는 의지도 반영되었다고 할 수도 있겠다.

2018 새롭게 만나는 <하늬바람>
첫해이자 시범사업이었던 2017년을 넘어가며, 하늬바람은 학기제(상·하반기)라는 연간 운영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신청자가 각 강좌의 성격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내용과 형식에 따라 특강과 일상예술, 지역 연계, 인문사회 등으로 범주화하는 작업을 진행하였다. 이중 문화예술 특강은 인문·사회, 예술 분야의 명사와 함께 사회적 화두를 나누고, 예술과 인문이 가져오는 삶의 변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으로 매 학기가 시작되는 봄과 늦여름, 그리고 한 해를 정리하는 겨울, 총 3번에 걸쳐 운영된다. 지난해에는 월드뮤직의 세계를 구도하고 있는 음악가 하림의 공연을 비롯하여 심리학과 교수 최인철 선생님의 ‘행복을 위한 삶의 조건’ 강연,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와 같은 체험형 공연을 선보이기도 하였다.

 
[여름 특강] 하림의 여행일기   [체혐형 공연] 당신은 지금 바비레따에 살고 있군요
 
[일상예술 프로그램] 그림으로 옮겨가기   [일상예술 프로그램] 야근 대신 바느질

하늬바람 강좌들 중 모든 이가 가장 쉽고도, 편안하게 참여할 수 있는 강좌가 있다면, 아마도 ‘일상예술 프로그램’일 것이다. 일상예술 프로그램은 일종의 예술 입문 과정으로 강의 형식뿐만 아니라 실제 예술가와 함께 예술 창작의 과정과 기술을 경험할 수 있는 강좌들로 구성되어 있다. 무엇보다 하늬바람의 일상예술 프로그램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것에서 출발하지 않는다. 오히려 내가 스스로 표현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가에서 출발해, 그에 필요한 창작 기술을 익히는 과정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만약 올해 당신이 하늬바람의 일상예술 프로그램을 함께했다면, 조금은 서툴고 어색할지도 모르지만, 내가 부르고 작곡한 노래 한 곡이, 내 이름이 수놓아진 손수건 한 장이, 어쩌면 오늘 내 하루가 오롯이 담긴 시 한 편이 생겨났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에 덧붙여 무언가 덤으로 생기는 것이 있다면, 일주일에 단 한번 아무 생각 없이 손을 움직이며 이야기를 나눌, 나이를 떠난 다양한 친구일지도 모르겠다.

인천 곳곳에서 만나는 <하늬바람>
인천 최초의 재즈클럽에서는 재즈 칼럼니스트 황덕호 선생님과 함께하는 재즈 강좌를, 1960년대 지어진 여관을 개조한 카페인 ‘인천여관×루비살롱’에서는 불금의 디제잉 파티가, 버려진 건어물 창고를 개조한 커뮤니티 공간에서는 전국의 동네 책방을 만날 수 있다.

2018 하반기 프로그램 <그 남자의 재즈일기> with 재즈클럽 버텀라인

인천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문화 공간들과 함께하는 ‘지역연계 프로그램’은 더욱 다양한 공간에서 더 많은 분과 만나고자 기획·운영하는 강좌들이다. 지난 상반기에는 ‘여행인문학도서관 길위의 꿈’, ‘신나는 여성주의도서관 랄라’, ‘콘서트하우스 현’ 등과 함께 여행과 페미니즘, 클래식 등을 주제로 함께한 바 있으며, 하반기에는 올해 35주년을 맞이한 인천 최초의 재즈클럽인 버텀라인의 ‘그 남자의 재즈일기’를 시작으로 더욱 멋진 공간들과 다양한 형식의 강좌로 만날 예정이다.

세상을 보다 깊이 있는 사유와 문화적 관점으로 바라보고자 한다면
인문사회 아카데미는 철학과 예술, 사회분야 연구자들과 함께하는 강좌로 시민들의 비판적 세상 읽기와 삶과 예술, 문화에 대한 탐구를 돕고자 기획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면 안에서 읽혔을 세간의 떠들썩한 이슈가, 혹은 무심코 지나쳤을 예술 작품이나 문화적 현상이 인문사회 아카데미 안에서는 각 주제를 오랜 시간 고민하고 공부해온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재해석된다. 상반기 총 6회에 걸쳐 ‘한국 문화예술의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묻다’라는 강좌를 통해 다양한 문화예술 장르의 성별을 질문했다면, 오는 10월에는 현상학(phenomenology)이라는 가교를 통해 도시를 바라보는 법을 탐구할 ‘현상학과 건축: 삶의 시선에서 도시 읽기’ 강좌가 준비되어 있으며, 다소 생소할지 모르지만, 여전히 우리 삶의 전반을 가로지르는 주제로서 ‘디아스포라’를 이야기할 예정이다.

인문·예술로 더욱 풍요로운 하루를
사실 무언가를 다시 공부하겠다고 마음먹기가 쉽지만은 않다. 보통은 나를 다시 채우기도 전에 내가 소박하게 가진 것조차 비워내려는 것들에 온종일 시달리니 말이다. 일주일에 꼭 하루는 내가 하고 싶은 공부를 하겠다고 강좌를 신청하지만, 갑작스러운 출장과 야근이 내 발목을 붙잡기도 하고, 오늘만큼은 일찍 와서 아이를 봐주겠다던 남편이 회식이라는 이유로 자꾸만 늦는 핑계를 대기도 한다. 하물며 비가 옴팡지게 쏟아지면, 그냥 어서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지기도 하고, 오늘 하루쯤은 친구들과 술 한잔 하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내가 생각하던 그 강좌가 아니어서 곤혹스럽기도 하다. 그러니 그 수많은 난관과 유혹과 곤혹스러움을 헤치고 오늘 저녁, 공부하러 온 당신에게 무한한 지지와 응원을 보낸다. 부디 하늬바람과 함께 인문·예술이 당신의 하루를 더욱 풍요롭게 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

[붙임] 하늬바람 강좌 수강 신청 시 유의 사항 안내
아래 하반기 프로그램 안내를 보시고, 강좌 수강을 원하시는 분은 부디 한 번 더 고민해 주시길 바랍니다. 하늬바람의 강좌는 대부분 대기자가 많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수많은 난관과 유혹, 곤혹스러움을 뒤로하고 함께 배움의 장을 열고자 하시는 분들만 신청해 주시기 바랍니다.

[2018 하늬바람 하반기 프로그램 안내]
○ 신청 기간 : ~ 각 강좌 정원 마감 시까지 / 선착순 접수
○ 신청 방법 :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 온라인 링크(바로가기 ▶)
○ 참 가 비 : 무료
○ 문 의 : 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 032-760-1097

구분

강의명

운영 일시

장소
일상예술
프로그램
[신청 마감] 연극하는 인간: 우리 삶이 연극이다! 매주 월요일 19시 30분
8강(9. 3 – 10. 29)
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신청 마감] 야근 대신 바느질: 두 번째 이야기 매주 목요일 19시 30분
6강(9.6 – 10.11)
숨과 쉼 매주 금요일 11시 30분
6강(10. 5. – 11. 16)
평범한 사람의 노래 매주 일요일 14시
6강(10. 21 – 12. 2)
지역 연계
프로그램
[신청 마감] 그 남자의 재즈 일기 매주 수요일 19시 30분
4강(8. 29 – 9. 19)
버텀라인
나를 움직이게 하는 것들 매주 토요일 15시
6강(10. 13 – 11. 17)
인천시청자 미디어센터
Book·복덕방: 이색 동네 책방을 소개합니다. 매주 화요일 19시
6강(10. 16 – 11. 20.)
요일가게
불금의 뮤직피플 양성 과정 매주 금요일 19시 30분
6강(11. 2 – 12. 7)
루비살롱
×인천여관
인문사회
프로그램
현상학과 건축: 삶의 시선에서 도시 읽기 매주 월요일 19시
7강(10. 8 – 11. 19)
한국근대문학관
디아스포라: 이동하고 관계하는 삶 매주 금요일 19시 30분
8강(10. 5 – 11. 23)
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

 

글/ 장문정(문화교육팀)




“자체적으로 콘텐츠 기획 역량을 갖춘 팀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청년 문화기획자 <화수분 제작소> 인터뷰

바쁜 일상에서 한해를 되돌아볼 때가 있다. 주로 계절이 변하거나 연말이 다가오는 시점이다. 그리고 어떤 막중한 과제를 무사히 마치게 되었을 때가 아닐까?
무더운 여름이 막 지나가려는 9월 초에 <화수분>팀을 만났다. 첫 기획으로 선보일 ‘인천모던’ 보드게임 출품을 2개월 앞두고, 그동안 험난했던 그들의 여정을 하나씩 되짚어 보았다. 처음 만나자마자 스스로를 초보문화기획자라고 소개했지만, 능숙한 문화기획자 못지않게 콘텐츠에 대해 고민하는 그들의 진지함을 인터뷰 내내 느낄 수 있었다.

 

화수분 제작소에서 주로 하는 일은 무엇인가요?
: ‘화수분 제작소’는 <모던인천>이라는 첫 기획을 시작으로 구성된 팀이에요. 다만 앞으로 이곳에서 역사적인 것, 혹은 특별한 공간이나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가공해서 문화콘텐츠로 꾸준히 만들고 싶어요. 이번 프로젝트를 기회로 어떤 콘텐츠를 제작하더라도 잘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아요.

화수분 제작소 로고

이번에 <모던인천> 보드게임을 제작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 개화기 근대를 먼저 접한 인천 상인들의 활동을 소재로 삼았어요. 새로운 문물이 끊임없이 유입되던 인천에서 세계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교류가 활발히 이루어진 근대의 현장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제작된 보드게임이에요.

세분이 어떻게 인천 중구에서 이 일을 시작하게 되셨나요?
: 저희 셋이 개항장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관동 갤러리에 들어갔어요. 마침 도다 이쿠코 관장님의 남편이자 사진작가인 류은규 선생님을 뵙게 되었는데, 선생님께서 “인천은 캐도 캐도 이야깃거리가 끊이지 않는 화수분”이라고 말씀하셨죠. 그 때 나눈 대화가 워낙 인상 깊어서 개화기 인천을 소재로 한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화수분’이라는 이름을 짓게 되는 계기도 되었고요.

: 저는 인천 중구에 몇 번 놀러 온 적이 있어요. 그때마다 중구의 숨어있는 매력을 하나, 둘씩 발견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특히, 근대건축물이 매력적이어서 인천 역사에 대해 알고 싶었죠. 때마침 인천문화재단에서 청년문화 레지던시 공고가 나서 문화콘텐츠 기획에 첫 도전을 해 보았는데, 그때 이후로 인천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고민한 것 같아요. 실제로 돌아다니면서 인천 중구가 서울보다 역동적이고 개방적인 지역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유홍준 작가 선생님께서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한다.”고 하셨잖아요. 그래서인지 인천을 더 많이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전생에 인천에서 장사하던 청나라 상인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요.

: 울산에 살다가 서울에 온 터라 인천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어요. 이번<모던 인천> 프로젝트를 통해 인천이 바다를 통해 서울로 진입하는 관문으로써 근대화의 핵심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무척 흥미로웠어요. 개항기 인천의 역동성과 여러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보드게임의 형식과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해요.

맨 왼쪽부터 오른쪽 순서대로 <화수분> 팀원인 윤자형, 김현우, 전민지 씨. 리더 김현우 씨는 팀원 관리와 회계를 맡고 있으며 윤자형씨는 기획과 리서치를 담당하고 있다. 근대건축물에 대해 작업을 해오던 전민지 씨는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책임진다.

<모던인천>을 제작하면서 인천 중구에 대해서 알게 된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 네 맞아요. 작업하면서 근대 인천을 주제로 삼은 도서나 논문 등을 주로 찾아보는데요. 생각지 못한 이야기가 정말 화수분처럼 쏟아지더라고요. 아무래도 근대에 미지의 문물과 사람들이 쉴 새 없이 밀려왔었고, 국내외 정세도 시시각각으로 급변하는 현장이었으니까요.

: 중구는 원래 근대 역사의 현장이라고 알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건물과 장소들이 현존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저는 서울 종로구에 살고 있는데 거기서는 근대보다도 조선 시대의 역사를 관찰할 곳이 많았거든요. 반면 인천 중구는 우체국, 구락부, 인천 제 1은행 등 지금 우리가 사는 시대의 첫 모습을 보여주는 공간이 많아서 흥미롭게 다가왔죠.

<모던인천>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가장 고민한 부분이나 심혈을 기울인 부분이 있으신가요?
: 게임을 실제로 진행할 수 있는지가 중요했어요. 플레이어 간에 균형을 맞춰가면서 큰 오류 없이 엔딩을 볼 수 있게 설계해야 했죠.

: 가장 고민한 부분은 개항기의 역사적 사실을 게임으로 표현하는 방법이었어요. 요코하마의 경우 일본 개항장이었기 때문에 인천과 역사적으로 유사한 면이 많은 도시에요. 그런데 보드게임 ‘요코하마’(*히사시 하야시 작가가 제작한 보드게임)를 했을 때 역사의 특수성을 전혀 느낄 수 없었죠. 아마,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추상화를 많이 입혔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우리 게임에서는 동학농민운동, 갑신정변, 김구 선생님의 탈옥 같은 역사적 사건이 인천 상인들의 활동에 영향을 주었다고 상상하면서 우연적인 요소를 녹여내려고 노력했어요.

 : <모던인천>을 설계하기 위해 시중에 출시된 여러 보드게임을 시도 해보았어요. 게임을 할 때 몰랐던 특징이 게임을 마치고 팀원들과 대화하면서 정리가 되더라고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모던 인천>의 뼈대를 잡았고, 게임을 하면서 재밌거나 지루한 부분을 생각하며 살을 붙여 나갔어요.

11월에 출품될 <모던인천>을 제작하는 화수분팀. 화수분 작업실에 방문했던 9월 초,
보드게임의 형식을 인천의 스토리에 접목하고자 메커니즘 설계를 하고 있다.

역사 자료를 수집하면 잘못된 정보나 왜곡된 사실도 많을 것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확인을 어떻게 하셨나요?
: 전문가에게 자문을 요청해서 역사적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부분을 수정하려고 해요. 게임이라서 거짓된 정보를 그냥 넘길 수도 있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어떤 게임 참여자에게는 자칫 심각한 흠으로 남겨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 하지만, 한편으로는 역사적 사실만 담게 되면 게임의 재미가 덜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요. 게임에 필요한 상상력과 역사적 사실 사이에서 줄타기하듯 균형을 맞춰가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화수분에서 지역 콘텐츠를 기획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는 무엇인가요?
: 솔직함이라고 생각해요. 남들이 하는 이야기를 답습하는 게 아니라 내가 직접 만나고 느껴야 콘텐츠로써 힘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야 만든 사람도 재밌고요.

: 논의가 많이 되지 않았지만, 외국작가 블라스트 씨어리(Blast Theory)의 작업을 보면서 동네 주민이 참여하는 보드게임을 잠깐 떠올린 적이 있어요. ‘참여할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주로 생각했었고, 기획 초기에 만들려고 했던 인천 소상공인 인터뷰집에서도 참여의 가치를 담으려고 했었죠. 결론적으로는 책이나 그림이 아닌 게임을 제작하긴 했지만, 플레이어가 직접 게임을 하면서 개항기 역사의 역동성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참여’의 가치가 실현될 수 있을 거라고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역사성?

 

 
보드게임 <모던인천> 에서 선보이는 제물포 구락부(좌)와 인천해관(우) 그림

이번에 제작된 <모던 인천>에서 보완하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 일단 아직 제작 중이라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요.

: 테스트 버전이라서 보완하기에는 이른 것 같아요. 이번에 처음으로 보드게임을 디자인해서 ‘맨땅에 헤딩한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어요. 그렇지만 다음 프로젝트도 보드게임이라면 좀 더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아요.

: 유명 인사를 거론하거나 특산품을 내세우지 않는 이상 지역 콘텐츠는 그 지역 안에서만 향유되는 것 같아요. 지역 콘텐츠이기 전에 콘텐츠 자체의 생명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모던 인천>을 보드게임으로서 손색없는 게임으로 만들려고 하죠. 여러 자리에 선보일 수 있으면 더욱 좋겠고요!

<모던인천>을 설계하는 화수분팀

청년예술인 레지던시 사업공모에서 <모던인천>이 선정될 때 기분이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 저와 현우 씨는 문화기획자의 꿈을 가지고 있었고, 민지 씨는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었어요. 근데 셋 다 경력 칸에 마땅히 쓸 만한 게 없었어요. 프로젝트를 했던 경력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연극공연이나 전시했던 경력마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었거든요. 그래서 결국 공백으로 두고 서류를 제출할 수밖에 없었죠. 그럼에도 오직 ‘기획의 참신성’만 믿고 지원해주신 인천문화재단에 많이 감사했었죠. 왜냐하면 <모던인천>을 계기로 저희 팀은 앞으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할 단초를 얻게 되었거든요. 그래서 한편으로 어깨가 더 무겁기도 해요.

현우씨와 자형씨는 어떤 문화기획자가 되고 싶으세요?
: 현재 박사 수료인데, 주변 사람들과 진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면 주로 교수나 어떤 연구원에 들어갈지 묻곤 했었어요. 하지만, 막상 내가 진짜로 그 일을 하고 싶은지 몇 번씩 되돌아보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예전에 사람들과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함께 작업했던 경험이 있었고, 이러한 프로젝트를 몇 번 하다 보니 흥미가 생기면서 계속 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지게 되었죠. 기획 과정도 이와 비슷하다고 생각이 들어요. 되도록이면 현재 공부한 것을 논문도 좋지만 다른 형태로 작업하고 싶거든요. 보드게임이 그 중 하나이고요.

: 저는 자체적인 기획이 가능도록 역량을 갖춘 팀이 되는 게 우선인 것 같아요. 저희도 비록 지원을 받고 첫 프로젝트를 시도하긴 했지만 공공지원을 받는 경우에 한계에 부딪히는 것 같았어요. 일시적인 행사에 그치는 경우도 많고, 지원금이 없는 경우에는 작업 자체가 어렵기도 하고요.

아쉽게도 아직은 여러 지역 콘텐츠가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화수분에서는 기획한 <모던 인천>이 지속성을 갖기 위해 구체적인 아이디어가 있으신가요?
: 저희는 <모던인천>이 공공기관에서 만들어지는 상품과 차별성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어요. 사실 공공기관에서 기획한 상품은 대부분 홍보나 교육용으로 생각하기 쉽잖아요. 그것도 좋지만, 하나의 보드게임으로서 완성도도 갖추고 싶었어요. 그래서 보드게임의 재미를 우선순위에 두고, 다음으로 인천 개항장의 소재와 줄거리를 찾으면서 발전시키고자 노력했던 것 같아요.

앞으로 화수분에서 새로이 도전하고 싶은 지역이나 프로젝트가 있으신가요?
: 음, 심각하게 논의해본 프로젝트는 아직 없지만, 재미 삼아서 선거를 주제로 한 보드게임을 제작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잠깐 해보았어요.

: <밤의 마녀들>이라는 스토리텔링 보드게임이 있어요. 소셜 펀딩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매우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희도 기회가 되면 한국의 여성 독립 운동가를 주인공으로 한 스토리텔링 게임을 제작해보고 싶어요. 계속 게임 구상만 하는 것은 왜일까요?

: 우리 세 명 모두가 취미인 타로를 ‘산업혁명’과 ‘기계시대를’ 주제로 디자인해보고 싶어요.

인터뷰 진행 / 정리 이진솔(정책연구팀)
사진 화수분 제작소

 




Summer Music Island <섬마을밴드 음악축제>

일시 : 2018.8.25.(토)요일 오후 6시 30분
장소 : 대이작도 해양생태관 야외무대
주최/주관 : 인천문화재단

사진 시민기자단 민경찬 




TRIBOWL ART CLASS <예술 아카데미>, 제임스 후퍼

일시 : 2018.09.04.(화)요일 오후 8시
장소 : 트라이보울 2층 공연장
주최/주관 :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예술공간 트라이보울

사진 시민기자단 민경찬 




조해진 작가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통해 본 제주도 예멘난민

인천문화재단 2018년 교육프로그램 ‘작가가 사회를 만났을 때’
벨기에 탈북난민이 등장하는 조해진 작가 <로기완을 만났다>
작가의 눈에 비춰진 제주도 예멘난민들

2004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조해진 작가는
<로기완을 만났다>, <한없이 멋진 꿈에>, <아무도 보지 못한 숲> 등의 대표작을 갖고 있다.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지난 25일 한국근대문학관 3층 교육연구실에서 인천문화재단이 주관한 2018년 교육프로그램 ‘작가가 사회를 만났을 때’가 진행됐다. 이번 프로그램은 난민, 농촌의 다문화, 주거권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들과 관련된 도서를 선정하고 작가와 함께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눠보기 위해 마련됐다.
첫 회였던 이날 프로그램에는 벨기에 탈북난민의 내용을 다룬 조해진 작가의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를 바탕으로 현재 우리 사회에 이슈화되고 있는 ‘제주도 예멘 난민들’에 대해 이야기해보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진행은 시인 겸 ‘네시이십분 라디오’ 팟캐스트 진행자 장혜령 씨가 맡았다.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최근 제주도에 유입된 예멘난민들에 대한 수용여부가 연일 뜨거운 감자이다. 이들의 수용을 반대하는 국민청원에 70만 명 이상이 참여하며 제주도 예멘 난민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날로 높아만 가고 있다.
난민문제가 우리 사회에 처음으로 이슈화된 가운데 조해진 작가의 <로기완을 만났다>는 현재 사회적 이슈와 맞물려 주목을 받게 됐다. 그녀의 두 번째 장편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는 한 방송작가가 벨기에 브뤼셀로 밀입국한 탈북인(로기완)이 난민으로서 살아간 3년의 행적을 좇는 과정을 풀어냈다.
조해진 작가는 “소설 <로기완을 만났다>는 7년 전에 출간됐는데 당시에는 우리나라에 난민문제가 전혀 거론된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지 많은 독자분들께서 탈북난민을 소재로 다뤘다는 점을 신선하게 봐주셨다”며 출간 당시의 소감을 밝혔다.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탈북난민을 소재로 삼은 계기는 무엇일까? 이에 조 작가는 “이 소설을 집필할 당시 폴란드에 살고 있었다. 한 기사를 통해 벨기에의 한 탈북난민에 대한 사연을 접했는데 같은 이방인으로서 그에 대해 강한 호기심이 들었다. 그러면서 해당 기사의 기자를 만나러 무작정 벨기에로 떠났다. 기자와의 이야기를 통해 탈북난민들의 불분명한 정체성과 열악한 삶을 알게 되면서 탈북난민에 대해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강렬한 욕구가 들었다”고 집필 계기를 설명했다.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이날 프로그램에서는 참여자들과 <로기완을 만났다>의 일부 발췌문을 다 함께 읽어봤다. 발췌된 내용은 주로 로기완이 벨기에서 탈북난민으로 살아가는 부분이었다. 정독을 통해 로기완을 삶을 느껴보며 현재 우리 사회의 제주도 예멘 난민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제주도 예멘 난민을 바라보는 그녀의 생각도 들어볼 수 있었다. 조 작가는 “난민 관련 소설을 쓴 작가로서 착잡했다. 굉장히 이질적으로 느껴지는 예멘 난민들에 대해 절대다수가 적대감을 드러내더라. ‘우리들의 정체성을 증명하는 테두리가 그토록 단단했던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테두리는 임시적이고 가변적이다. 좀 더 유연하게 생각해서 그들과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출처 : 한국근대문학관 홈페이지

프로그램 ‘작가가 사회를 만났을 때’는 앞으로 3회 차가 더 남아있다. 10월 27일, 11월 3일과 24일 오후 5시부터 약 90분 동안 한국근대문학관 3층 교육연구실에서 진행될 예정이다.누구나 무료로 참여할 수 있으며 홈페이지(lit.ifac.or.kr)를 통해 신청하면 된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blog.naver.com/marinboy58
marinboy58@naver.com




춤으로 풀어낸 작은 이야기들

인천 1호선에는 ‘예술회관’이라는 역이 있다. 인천을 가로지르는 여러 전철역의 이름은 이렇게 직설적인 경우가 종종 있다. 예술회관역에 내려서 6번 출구로 나가면 인천문화예술회관이 나온다. 아는 사람은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지만, 인천 사람이라면 한두 번쯤은 꼭 방문했으리라고 생각되는 곳이다. 실내 공연장에서도 다양한 공연들이 펼쳐지지만, 야외 공간에서도 여러 행사가 진행되고 있으니 홈페이지를 찾아보기를 권한다.
내가 관람한 공연의 제목은 <Inside Out :산-64번지>다.  인천시립무용단이 선보이는 이번 공연은 N포세대를 위로하는 댄스-쓰루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내걸고 있다. 댄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말하자면 뮤지컬의 세 가지 요소인 춤, 연기, 노래 중 노래를 제외하고 춤과 연기로만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공연이다. 대사 없이 노래로만 이루어진 뮤지컬을 흔히 송-쓰루 뮤지컬이라고 하는데, 대사 없이 춤만 선보이는 이 공연은 댄스-쓰루 뮤지컬이다. 필자는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장르였기 때문에 설레는 마음이 반, 어색한 마음이 반이었다. 공연을 보러 온 꽤 많은 인파로 입구가 북적이고 있었다. 초등학생부터 나이가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관객의 연령 폭이 넓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사실, 대사와 공연을 접하기 전까지는 노래가 없다는 점이 공연에 상당한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노래가 감정을 극대화하기 때문에 연극보다 뮤지컬을 조금 더 선호하는 나로서는 과연 노래가 빠졌을 때 어떤 느낌의 무대가 될지 궁금했다.

인천 시립무용단 제공

산-64번지의 사람들
무대의 배경은 어느 허름한 산-64번지 동네. 아기를 업은 여인 한 명이 한껏 멋부리고 손님을 기다리는 허영심 가득한 부동산 업자에게 길을 물어본다. 부동산 업자는 반가운 얼굴로 여인을 맞이하지만, 손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는 얼굴에 대놓고 실망한 티를 내며 굉장히 불친절한 태도로 산-64번지에 들어가는 길을 가리킨다. 이 산-64번지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고 있다. 노처녀, 백수, 할머니, 그리고 희망이 별로 없어 보이는 청년들. 세간에서 흔히 ‘루저’라고 여겨지는 그들은 각자의 고민을 안고서 낡아빠진 작은 동네에 모여 산다. 한 건 올릴 생각만 하는 부동산 업자는 부유층 사모님의 재개발 계약에 침을 흘리며 동네 사람들을 유혹하고, 결국 산-64번지는 사라질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암시를 주며 막을 내린다. 진중하기도, 웃기기도, 슬프기도 한 장면들로 이뤄진 무대는 무언가 큰 메시지를 던지지는 않는다. 다만,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어떤 감정을 이끌어내는 힘이 있었다. 재개발로 살던 곳이 철거되어 떠나야 하는 아픔을 모든 사람들이 겪는 건 아니지만, 그만큼 큰 실의에 빠지거나 슬픔을 겪는 감정은 모두가 같다. 다만 상황이 다를 뿐. 사람들이 산-64번지를 볼 때에는 각자가 겪었던 상황들이 뇌리 속에 떠오를 것이다. 절망스럽더라도, 내 곁에 있는 사람들과 의지하면 그 상황을 견뎌낼 수 있고, 더 큰 절망스러운 일이 닥치더라도 삶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그리고 사람들은 절망에 빠지는 대신, 앞을 향해서 걷는 것을 선택한다.

인천 시립무용단 제공

음악과 춤, 춤과 음악
<산-64번지>에서는 창작된 음악뿐만 아니라 흔히 많이 들어보았을 법한 ‘담뱃가게 아가씨’ 같은 대중음악을 사용했다. 관객들은 자신이 아는 익숙한 음악에 맞춰 배우들이 춤을 출 때 감정이 더욱 많이 이입될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사도 노래도 없는 무용극은 불친절한 장르일 수 있다.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는 부분을 산-64번지는 친숙한 음악으로 커버했다고 생각한다. 무대와 관객 사이에 어색한 분위기가 한번 깨지는 순간 무대에 몰입하는 속도는 훨씬 빨라진다. 대사가 없기 때문에 배우들의 표정 연기와 섬세한 손짓과 발짓이 극대화되는 것으로 느껴졌다. 발레, 현대무용, 비보잉 등을 적절하게 섞은 창작 무용에서는 대사를 넘어선 어떤 힘이 있었다. 그들이  말을 전혀 하지 않아도 관객들은 그들의 몸짓에 웃거나, 탄식하거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춤에 이런 힘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들은 이 표현력을 보여 주기 위해서 얼마나 열정적으로 연습했을까. 그들의 노력에 감동을 느꼈다. 특히, 몇 번을 거절당해도 하염없이 부동산 업자에게 자신의 마음을 어필하는 노처녀가 마지막으로 크게 바람을 맞고 괴로워하는 독무 장면이 마음에 들었다. 큰 무대를 휘어잡으면서 바닥을 구르기도 하고 머리를 쥐어뜯기도 하는 그녀의 몸짓은 놀랍도록 애절하고 슬펐다. 어떻게 보면 기괴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섬세하고 날카로운 춤이었다.

인천 시립무용단 제공

N포세대, 앞으로 갈 수 있을까?
앞서 말했지만 산-64번지의 사람들은 살짝 어딘가 ‘루저’와 같은 기운을 풍긴다. N포세대. 무엇을 포기했는지는 다 나열할 수 없지만 살아가면서 무언가를 몇 가지는 포기하며 살아가야 하는 세대. 왜 우리는 살기 위해서 포기할 수밖에 없을까. 아마도, 이제는 포기하는 것이 지겹도록 익숙할 것이다. 산-64번지. 4와 6은 5보다 조금 적거나 많은 숫자다. 64번지에 나오는 인물들과 비슷하다. 어떤 평범함보다 조금 낫거나 조금 덜한 사람들. 하지만 역시나 앞서 말했던 것처럼 삶은 계속된다. 무자비하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건 이것대로 어마어마한, 어떤 버릴 수 없는 선물인 것이다. 우리는 죽기 전까지는 살 것이고, 시간은 모두에게 동일하게 흘러간다. 때로는 그 자리에 주저앉아 잠시 뒤를 돌아볼 수도 있지만, 우리는 다시 일어나서 앞으로 걷게 된다.

인천 시립무용단 제공

“life goes on”

내가 산-64번지를 보며 느낀 메시지다. 아주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이 산-64번지는 춤으로만 구성되어 있는 댄스-쓰루 뮤지컬 형식이다. 관객들도 느꼈으리라. 대사 대신 춤으로 뿜어낸 그들의 열기를. 이런 열기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우리에게 다가오는 수많은 밝고 어두운 일들도 춤추듯 매끄럽게 우리의 삶을 쓰다듬고 가지 않을까.

인천 시립무용단 제공

 

글/ 이은솔 시민기자단
사진/ 인천 시립무용단




[큐레이션 콕콕] TMI

현대사회에서는 정보가 중요한 자원이 되죠. 그런데 정보의 과잉이 우리를 괴롭힙니다.

TMI를 아시나요. Too Much Information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말 그대로 너무 많은 정보, 즉 정보 과잉을 뜻합니다. 영미권에서는 2000년대부터 인터넷 용어로 사용됐으며 국내에서는 지난해부터 SNS를 통해 퍼지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는 “그거 TMI다”라는 식으로 일상대화에서도 소통의 단어로 인식됩니다.

TMI 이전에는 ‘TMT’가 있었습니다. ‘투 머치 토커(Too Much Talker)’의 약자로 과도하게 말을 많이 하는 사람을 지칭했죠. TMI와 TMT 모두 원하지 않는 정도를 넘은 정보에 노출됐다는 의미가 담긴 용어입니다.

12월 19일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생일이자 결혼기념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량은 소주 2잔,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은 키스데이인 6월 14일이고, 유승민 의원은 딸기케이크를 좋아한다는 내용은 한 누리꾼이 올린 ‘TMI 모음’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이걸 꼭 알아야 할까요?

 
‘별별TMI’라는 타이틀을 단 연예계 카드뉴스
출처:비주얼 다이브

SNS를 통해 그날그날의 상황이나 기분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개인이 감당하지 못하는 감정, 즉 내면의 고통과 사회적 불만을 토로하는 거죠. 그런 자기 독백이 적정 수준을 넘어 ‘자기 고백의 과잉공간’, ‘감정의 배설구’로 전락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타인에게 말할 필요가 없는 일까지 알린다든가 개인적인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는 내용이 흘러넘친다는 겁니다.

미국의 경제 전문 미디어 <아이엔시닷컴>은 ‘예의 바른 사람들이 꼭 지키는 8가지 규칙’의 하나로 ‘SNS를 감정의 배설구로 이용하지 않는 것’을 들었습니다. “할 말 못 할 말의 구분이 중요하다”면서 “과거 자신이 올린 게시물 중 낯 뜨거운 글이 있다면 반성의 시간을 갖자”고 요청하기도 했네요.

출처: 서울문화사

우리는 하루에 얼마나 많은 정보를 소비할까요? 수시로 메시지를 확인하고, 틈날 때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을 일별합니다. 친구나 동료에게 온 이메일과 전화 등에 대응해야 하기도 하고요. 이런 습관이 인포매니아(Informania)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네요. 옥스퍼드 사전은 인포매니아를 ‘모바일 기기나 컴퓨터를 사용해 뉴스나 정보를 확인하고 축적하려는 강박 욕구’라고 정의했습니다.

미국 성인의 미디어 소비 시간은 1일 평균 12시간이라고 합니다. 뉴욕 라디오 방송국의 ‘Note to self’는 정보과잉 이슈를 개선하는 ‘Infomagical 프로젝트’를 진행했는데 60%가 매일 올라오는 정보에 노력을 쏟는 것이 부담된다고 답했습니다. 80%는 정보과잉이 학습능력을 저하시킨다고 했고요. 정보과잉 상태가 연인과 가족, 친구와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고백한 사람도 30%가량 됩니다.

출처:명지대방송국(MBS)

‘안물안궁’, ‘설명충’, ‘알빠야 쓰레빠야’ 등은 TMI와 비슷한 뉘앙스를 가진 표현입니다. 하지만 TMI의 경우 최근 긍정적인 의미가 부각되며 새로운 소통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노션 월드와이드는 지난 8월 27일, ‘TMI: 정보과잉 시대의 자유로운 소통 트렌드’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발표했습니다.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1년간 주요 블로그 및 카페, SNS 등을 통해 생산된 약 40만 건의 TMI 관련 데이터를 분석했는데요, ‘몰라도 되는 것까지 굳이 알려준다’는 의미의 부정적인 신조어로 등장한 TMI에 대중의 관심이 쏠리면서 소셜 버즈량 뿐만 아니라 네이버 검색량 또한 증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TMI 관련 주요 키워드는 좋아한다, 재미있다, 궁금하다 등으로 쓸데없다, 귀찮다, 피곤하다 등의 무기력한 키워드를 앞섰습니다. 이노션 관계자는 “TMI가 TV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후 온라인에서 일상적인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며 “부담만 갖지 않는다면 사적이고 시시콜콜한 내용도 재미있고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TMI의 긍정적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출처: 일간투데이

TMI는 팬덤형, 자기독백형, 지식수다형의 3가지로 나타납니다.

팬덤형은 팬심을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인증하는 방법으로 정보공유를 넘어 굿즈를 구매하거나 모방하는 유형입니다. 자기독백형은 소소한 일상을 형식, 소재, 내용에 구애받지 않고 공개하고, 지식수다형은 배낭여행 후기, 특정지역 가성비 최고 술집 top3 등 자신이 경험하거나 다녀온 장소에 대한 개인적 느낌이나 정보를 공유합니다. 당장 쓸 데는 없지만, 호기심을 충족하거나 상황에 따라 유용하게 쓸지도 모르는 잠재 정보로 유연하게 받아들이는 거죠.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서는 ‘내가 알고 있는 TMI를 말해보자’라는 식의 게시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사소해서 딱히 말할 필요가 없었던 이야기에서 공통점을 발견하면서 소통하고, 그 과정에서 흥미를 느끼는 겁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생활 정보가 범람하는 과잉 연결 시대에 어떤 정보를 선별해야 하는지 가리기 어려워진 사람들이 피로감을 느껴 TMI를 외치게 되는 것”이라면서도 “시공간의 제약을 떠나 자신과 잘 통하는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는 SNS의 특성 때문에 TMI 공유 놀이가 유행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인기 팟캐스트 ‘지대넓얕’은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궁금해 하지만 아무도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 주제를 다룹니다. 이른 바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죠. tvN 예능 ‘알쓸신잡’의 타이틀은 ‘알아두면 쓸데없는 신기한 잡학사전’으로 풀이됩니다. 작가와 건축가, 과학자 등의 출연진이 정답이 없고 돈벌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 인간과 사회,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죠. TMI의 주목은 시험에 나오는 내용을 지식 전부로 습득하고, 취업에 필요한 정보만 유용한 것으로 여기며 살아온 동시대인이 당장 쓸모없더라도 지금 재미있으면 그만인 지식 유희를 만끽하는 유별난 현상인지도 모릅니다. ‘쓸데없는 것’이 가치를 갖는 시대, 정보 과잉의 역설이 아닐 수 없네요.

* 다음과 같은 자료를 참고했습니다.

1. [4차산업혁명] “부담없이 재밌게 정보 공유” TMI, 새 소통 트렌드로
 일간투데이, 2018.8.27(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정보과잉으로 지친 나를 도와줄 5가지 방법
슬로워크, 2016.3.23(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타인에 대한 과한 정보
서울문화사, 2018.8.28(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정보과잉 시대의 ‘지식’에 대하여
브런치, 2018.6.11(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트랜드지식사전6』 김환표, 인물과사상사,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