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노벨문학상이 없다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없습니다. ‘미투 파문’으로 69년 만에 선정되지 않은 겁니다. 라르스 하이켄스텐 노벨재단 사무총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림원이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지 못하면 2019년 노벨문학상 수상도 허락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노벨문학상은 매년 10월 스웨덴 한림원 종신 위원들의 투표로 수상자가 결정됩니다. 종신 위원은 모두 18명.

지난해 11월, 한림원은 미투 파문으로 논란에 휩싸였습니다. 다수의 여성이 프랑스계 사진작가 장 클로드 아르노로부터 20여 년간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는데, 아르노는 한림원의 종신회원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의 남편이었습니다. 노벨문학상 위원 18명 중 7명이 줄줄이 사임했고, 11명만으로는 수상자 선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여 한림원은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뽑지 않았습니다.

출처 : 연합뉴스

한림원은 난리가 났고, 칼 16세 구스타브 왕에게도 보고가 됐습니다. 국왕은 철저한 조사를 지시했고, 2016년 수상자인 밥 딜런을 포함해 최소 6명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사전 유출됐다는 혐의까지 드러났습니다. 사태는 더 심각해졌죠.

카타리나 프로스텐손은 바로 사임하지 않았고 다른 종신 위원들의 사퇴 요구도 쉽게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한림원 최초의 여성 사무총장 사라 다니우스가 사건을 책임지고 물러난 뒤 프로스텐손도 사의를 표하면서 노벨문학상 선정에 위기감이 돌았습니다.

엎친 데 덮쳐 미투 사건 피의자 장 클로드 아르노가 스웨덴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빅토리아 공주의 엉덩이까지 더듬었다는 기사가 보도됐습니다. 빅토리아 공주는 수년 안에 여왕이 될 사람이었습니다. 뉴스를 접한 스웨덴 시민들은 ‘아르노는 완전히 돈 놈’이라고 성토했고 노벨문학상의 신뢰는 바닥까지 떨어졌습니다. 시민들은 한림원 해체를 요구했습니다.

감라스탄(Gamla stan)의 옛 증권거래소 건물. 이 건물 2층이 스웨덴 한림원이다
출처:데일리안

1786년 구스타브 3세가 설립한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을 선정, 발표하는 스웨덴 최고의 학술 단체입니다. 스웨덴 한림원이 세 들어있는 건물은 스웨덴을 찾는 여행자라면 반드시 들리는 곳이죠. 건물 1층에는 노벨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노벨 재단의 라르스 하이켄스텐 사무총장은 “스웨덴 아카데미가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우리는 다른 기관에 노벨문학상 선정을 책임지도록 할 수 있다”며 “한 번 선정권을 잃으면 이를 회복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노벨문학상 선정권의 영구 박탈을 시사했습니다. 스웨덴 아카데미는 지난 1901년부터 100년 넘게 노벨문학상을 선정해왔죠.

전통과 권위를 인정받은 노벨문학상은 영국의 맨 부커상, 프랑스의 공쿠르상과 더불어 세계 3대 문학상 중 하나입니다. 노벨문학상은 국제적으로 가장 명성이 높고 상금도 800만 크로나(약 13억 원)로 맨 부커상의 5만 파운드(약 8,500만 원), 공쿠르상의 10유로(약 1만 5000원)보다 월등히 많습니다.

해마다 전 세계의 작가 중 한 사람에게 주며 대개는 작가의 작품 전체를 평가합니다. 후보는 비공개가 원칙이며 세계 곳곳의 관련 단체로부터 1월까지 후보를 추천받아 최종 5인을 심사에 올립니다. 10월 초에 수상자를 발표하고, 시상식은 노벨이 사망한 날인 12월 10일에 열립니다. 노벨문학상은 문학적 성취 외에도 장르와 지역,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해서 주어지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수상자를 내지 못한 것이 올해가 처음은 아닙니다. 1914년, 1918년, 1935년, 그리고 1940년부터 1943년까지 총 일곱 번 수상자가 없었죠. 수상작을 찾지 못했거나 1, 2차 세계대전으로 말미암은 것이었습니다. 수상이 거부된 해도 있었습니다. <닥터 지바고>를 쓴 러시아 작가 보리스 파스테르나크는 1958년 정부의 압력으로 상을 받지 못했습니다. 프랑스의 장 폴 사르트르도 1964년 문학상 발표 후 “자신은 언제나 공적으로 주어지는 상을 거절해 왔으며, 제도권에 의해 규정되기를 원치 않는다”며 수상을 거부했습니다.

지난 5월 4일 올해 노벨문학상을 선정하지 않기로 한 스웨덴 한림원의 결정을 보도한 신문 기사(캡처)
출처:데일리안

스웨덴 문화예술계 인사 100여 명은 노벨문학상 대안으로 ‘뉴아카데미’를 설립했습니다. “문학은 특권과 편향으로 인한 오만과 성차별 없는 민주주의, 투명성, 공감, 존중을 증진해야 한다는 점을 상기시키기 위해 이 단체를 설립했다”며 노벨문학상을 대신해 ‘뉴아카데미문학상’을 주겠다고 나선 거죠. 도서관 사서들이 후보를 선정하고 일반 시민의 인터넷 투표를 거쳐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편집자, 대학교수, 사서로 구성된 심사위원단은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되는 10월에 ‘뉴 아카데미 문학상’ 수상자를 공표할 예정입니다.

출판계 거물 앤 폴슨이 이끄는 뉴아카데미는 일반 시민을 수상자 선정 과정에 참여시켜 노벨상의 폐쇄적인 선정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고 전했습니다. 전문가들이 47명의 후보를 추천하고 3만 명 이상의 온라인 투표를 거쳐 최종 후보 4명이 선정됐으며 이 중에는 최근 노벨상 후보에 자주 오르던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있습니다. 이밖에 프랑스령 과들루프 출신 작가 마리즈 콩데, 베트남 출신 킴 투이, 영국 장르소설 작가 닐 게이먼이 올랐습니다. 시상식은 12월 19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립니다. 참고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후보 선정에 감사를 전하면서도 집필 전념을 이유로 사퇴했다고 하네요.

올해 노벨문학상 시상이 내년으로 연기된 가운데, 라르스 헤이켄스텐 노벨재단 사무총장은 2018년 9월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웨덴 한림원의 구조적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노벨문학상을 영구 폐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출처 : 조선닷컴

역대 노벨 문학상 수상자는 1901년 쉴리 프뤼돔 시인을 시작으로 토마스 만(1929), 헤르만 헤세(1946), 오엔 겐자부로(1994), 존 멕스웰 쿳시(2003), 그리고 파트릭 모디아노(2014)가 있습니다. 국가별로는 프랑스 작가 15명, 미국 작가 12명, 영국 작가 10명, 독일 작가 8명, 스웨덴 작가 8명, 스페인 작가 6명, 이탈리아 작가 6명, 폴란드 작가 4명, 아일랜드 작가 4명 등이 있고요. 언어권으로 분류하면 영어권 27명, 불어권 16명, 독일어권 13명, 스페인어권 11명, 스웨덴어권 7명, 이탈리아어권 6명, 러시아권 5명, 폴란드어권 4명, 노르웨이권 3명 등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2016년 노벨문학상은 ‘밥 딜런’이 수상했습니다. 앨범〈The Freewheelin’ Bob Dylan>을 통해 저항 운동계의 음악가로 더 알려졌죠. 열 살 때부터 시를 썼으며 그의 가사에서 엿볼 수 있는 시적인 면모는 대중음악 가사를 문학의 경지로 끌어올 인정을 받았습니다. 1997년에 처음 노벨문학상 후보로 추천됐으며 지난 수상 과정에서 “위대한 미국 음악 전통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작했다”는 평을 받았습니다.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는 일본 태생의 영국 소설가 가즈오 이시구로입니다. 그의 작품 중 <나를 보내지 마>는 영화로도 제작돼 화제를 일으켰는데 ‘정상인’에게 장기를 공급하기 위해 태어나고 사육된 복제 인간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출처 : 이투데이

온라인 서점 예스24는 지난 1~10일 독자들을 대상으로 ‘2018 노벨문학상 작가’를 선정하는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총 16만17명의 독자가 참여한 이번 투표에서 한강이 3만2528표(20.3%)로 1위로 뽑혔습니다. 2위는 <개밥바라기별>, <바리데기>의 소설가 황석영, 3위부터 5위는 각각 <기사단장 죽이기>의 무라카미 하루키(10.2%),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의 밀란 쿤데라(9.7%), <로드>의 코맥 매카시(5.4%)입니다.

글·이미지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문무학의 문화읽기] 노벨문학상과 뉴아카데미문학상
영남일보, 2018.10.10(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노벨문학상… 올해는 없습니다
연합뉴스, 2018.10.8(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한림원도 고은 시인도 미투로 구설…노벨문학상 사라진 이유
이데일리, 2018.10.3(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노벨상 주간, 그러나 노벨문학상이 사라졌다
데일리안, 2018.10.7(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노벨재단 사무총장 “노벨문학상 영구 폐지도 고려”
조선닷컴, 2018.9.29(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한강, 독자들이 선정한 ‘2018 노벨문학상 작가’
이투데이, 2018. 10.11(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문화예술정책동향

<인천>
인천시/재단 주요정책·사업

인천시, 2019년 동아시아문화도시 선포식 참석 알려 [2018.09.03.]
2018년 동아시아문화도시 하얼빈(8월30일~31일)에서 내년도 한・중・일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인천(한국)과 시안(중국), 동경 도시마구(일본)를 개최도시로 선포했다.

인천 가을축제 풍성, 골목골목에서 주민 중심의 축제 열려 [2018.09.05.]
올가을 동인천 낭만시장, 개항장, 문학산 정상 등 인천 골목골목에서 주민 중심의 축제가 열린다.

인천시민 합창으로 하나되다, ‘인천합창대축제개최 [2018.09.10.]
인천 지역 합창의 저변확대와 활성화를 위하여 인천시립합창단이 특별 기획한 “인천합창대축제” 가 3년째를 맞이하면서 더욱 풍성한 모습으로 인천시민들을 찾아간다.

인천시, 2회 인천생활문화축제 생동감 개최 [2018.09.11.]
인천시는 오는 15일 인천아트플랫폼 일원(중구 제물량로 218번길 3)에서 인천지역 생활문화동아리 100여 팀 1,000여 명이 참석하는 ‘제2회 인천생활문화축제 생동감’ 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아시아음악도시 인천국내외 전문가들 머리 맞댄다 [2018.09.14.]
인천관광공사는 14일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루빅홀에서 ‘2018 아시아뮤직스팟컨퍼런스’를 개최한다.

인천시, ‘살고 싶고, 가고 싶은도서지역 만들기 공청회 개최 [2018.09.17.]
인천광역시(시장 박남춘)는 오는 20일 오후 2시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도서지역 경관(관리)계획(안)에 대한 공청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인천시 경인아라뱃길 리딩보트공동 개최 [2018.09.17.]
인천시는 제4회 경인아라뱃길 리딩보트(Reading Boat)를 한국수자원공사와 다음달 11일 공동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인천시청역 전시작품 지원 프로젝트 진행 [2018.09.18.]
인천문화재단은 오는 30일까지 2018 예술정거장 프로젝트를 공모한다.

[300만의 인천특별시대] 도시재생 사업 5개 진행 낙후된 원도심, 창업·문화 단지로 탈바꿈 모색 [2018.09.20.]
인천시는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으로 5년간 20개소 사업 추진을 목표로 세웠다. 청년창업, 복합문화, 대학 및 상권 등 각 지역의 생태계를 되살리는 맞춤형 원도심 혁신지구를 중심으로 추진한다.

 

문화시설·공간

한국이민사박물관 오늘 재개관 [2018.09.04.]
인천시 한국이민사박물관은 상설전시장을 새롭게 단장하고 4일 재개관한다.

막사 리모델링 문학산 역사관문 열어 [2018.09.04.]
인천과 문학산의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문학산 역사관’이 시범운영 기간을 거쳐 문을 열었다.

송도국제업무지구 개발사 교체…’아트센터 인천개관 속도 [2018.09.12.]
포스코건설은 송도국제업무단지 개발사업자를 기존 미국 게일인터내셔널에서 홍콩에 본사를 둔 ACPG(Asia Capital Pioneers Group), TA(Trolka Advisory)로 변경한다고 11일 밝혔다.
아트센터 인천내달 개관 이상무 [2018.09.27.]

인천문화재단 오늘 송도 트라이보울서 청년문화창작소 사업설명회 [2018.09.19.]
인천문화재단은 19일 송도 트라이보울에서 가칭 인천청년문화창작소 사업설명회를 연다. 설명회에서는 청년문화창작소 내부 공간 조성계획 및 기본 운영 방안에 대한 설명과 함께 앞으로 가져야 할 방향성과 운영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인천파라다이스시티에 17일 아트스페이스 개관 [2018.09.19.]
파라다이스문화재단이 대중과 예술의 거리를 좁히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펼치는 가운데, 지난 17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내 아트 스페이스를 기획해 눈길을 끈다.

높이 93m’ 인천 OCI 공장굴뚝 역사속으로문화 인프라 건립 박차 [2018.09.20.]
인천에 60여년 간 자리했던 93m높이의 OCI(전 동양제철화학)전 인천공장 굴뚝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 자리에는 시립미술관과 박물관, 문화산업시설들이 건립될 예정이다.

 

역사·문화

고려 강화도 흥왕리 이궁터 첫 학술발굴 시작 [2018.09.05.]
고려 건국 1천100주년을 맞아 고려사에 대한 관심이 커진 가운데 강화도 흥왕리 이궁(離宮)터에 대한 학술발굴이 처음으로 이뤄진다.

[평양정상회담] 인천시, 남북회담 계기로 강화·고려역사 등 교류사업 박차 [2018.09.21.]
남북 경제협력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인천시가 한반도 평화의 출발점으로 나아가기 위한 남북교류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인천 5.3 민주항쟁 정신 계승 법안 발의 [2018.09.26.]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위원장인 윤관석(인천 남동을) 의원은 민주화운동에 인천 5·3민주항쟁을 포함하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 했다고 26일 밝혔다.

 

지역 문화

인천 서구, ‘서울 도시재생 엑스포참여 [2018.09.16.]
인천 서구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서울광장 일대에서 열린 ‘2018 서울 도시재생 엑스포’에 참여하여 전국 지자체 도시재생 우수성과 중 하나로 상생마을 도시재생 사례를 공유했다.

인천 서구, 청라 공동주택서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 [2018.09.17.]
인천 서구는 인천시와 함께 관내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문화예술 공연을 친근감 있게 접근하고 입주민들의 정서함양을 위해 ‘공동주택 찾아가는 작은 음악회’를 개최한다고 17일 밝혔다.

인천 중구, 문화재 공모사업 대거 선정지붕없는 박물관 도시로 우뚝 [2018.09.26.]
인천시 중구(구청장 홍인성)가 문화재청의 “2019년 지역문화재 활용 공모사업”에 인천 개항장 문화재 야행 등 프로그램 3건이 선정되며 지붕없는 박물관 도시로 우뚝 섰다.

 

인천시 문화예술 조례관련

인천광역시 생활문화 지원 조례 전부개정조례안 입법예고

인천광역시 근로자문화센터 설치와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입법예고

 

기타

문화 적폐 청산, 정책 질적 전환 나서야 [2018.09.03.]
사)인천민예총은 지난달 31일 ‘박남춘 시장은 시급히 문화 적폐의 그림자를 지우고, 인천문화정책의 질적 전환을 위해 나서야 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이같이 촉구했다.

[‘인천 A&C 포럼송도서 창립식]지역예술 발전 더 높이회원 연대감 더 가까이 [2018.09.14.]
인천지역 첫 문화예술 포럼인 ‘인천 A(art) & C(culture) 포럼’이 발족하여, ‘인천 A & C 포럼’ 창립식이 13일 오전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개최됐다.

인천문화재단 기금 ‘1000억 조성물거품 [2018.09.06.]
인천문화재단 1000억원 기금 적립 목표가 사실상 물거품 됐다.

인천문화예술회관 홈페이지 공연·전시 검색서비스 등 개선해 제공 [2018.09.06.]
인천문화예술회관이 시민들에게 보다 편리한 공연·전시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홈페이지(art.incheon.go.kr)를 개선했다고 6일 밝혔다.

이병욱 지휘자, 인천시향 지휘봉 잡는다 [2018.09.12.]
인천시립교향악단(이하 인천시향) 제8대 상임지휘자 겸 예술감독에 지휘자 이병욱씨가 선임됐다.

[한국문화정책학회 하계학술대회]’문화예술 지방분권재정 확충체계를 [2018.09.18.]
지방분권 시대에 걸맞은 문화예술 분야의 지방자치를 위해서는 지역 문화재단의 지역 밀착화와 문화 재정 확충 체계 마련 등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북한 가을이 왔다공연 시민추진위 관 공동 추진제안인천공연은 서해평화의 상징 [2018.09.19.]
인천시민들이 ‘가을이 왔다 인천시민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북측 예술단의 공연을 인천에서 개최하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시민추진위는 인천시에 민관 공동 추진을 제안했고, 시는 긍정적으로 답했다.

 

전국

2018 비엔날레 통합이용권(패스) 3종 출시 [2018.09.03.]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미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을 높이고 국민들의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고자 국내 미술 행사와 연계한 ‘2018 비엔날레 통합패스’ 3종을 출시한다.

2018 우수문화상품 신규 지정 발표 [2018.09.05.]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개호, 이하 농식품부)와 함께 공예, 디자인상품, 한복, 한식, 식품, 문화콘텐츠 등, 6개 분야, 69점을 ‘2018년 우수문화상품’으로 지정했다.

2018 인문정신문화 실태조사 결과 [2018.09.05.]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한국문화관광연구원(원장 김정만)과 함께 우리 사회의 인문정신문화 인식 수준 등을 파악하는 인문정신문화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온 가족이 함께하는 국내 최대 어르신 문화예술축제 개최 [2018.09.07.]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원연합회(회장 김태웅)가 주관하는 ‘2018 실버문화페스티벌’이 ▲ 9월 8일(토)~9일(일) 어린이대공원과 ▲ 9월 11일(화) 유니버설 아트센터에서 열린다.

48개국 주한외교단, ‘비무장지대 평화관광함께하다 [2018.09.07.]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9월 7일(금), 48개국 외교단과 함께 비무장지대(DMZ) 일대와 평화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는 판문점을 방문한다.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조성 지역 설명회 개최 [2018.09.10.]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국회 손혜원 의원실과 함께 9월 11일(화) 오전 10시 마포구 합정동 주민센터 강당에서 ‘당인리 문화창작발전소 조성계획’ 설명회를 개최한다.

낙산과 동망봉을 품고 흐르는 행복마을 창신숭인, ‘2018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수상 [2018.09.11.]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2018 대한민국 공간문화대상’의 대상(대통령상) 수상작으로 ‘낙산과 동망봉을 품고 흐르는 행복마을 창신숭인’을 선정했다.

현장 주도로 예술인 지위와 권리 보장 논의 [2018.09.11.]
새문화정책준비단(단장 이동연), 문화민주주의실천연대, 성희롱·성폭력 예방대책위원회(위원장 변혜정)가 공동으로 주최하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와 한국예술인복지재단(대표이사 정희섭)이 후원하는 ‘「예술인의 지위 및 권리 보장에 관한 법률(가칭)」(이하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가 9월 11일(화) 대학로 이음센터에서 개최된다.

2018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사업 추진 [2018.09.12.]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사)한국도서관협회(회장 이상복)와 함께 2018년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에 참여하는 기업들을 선정하고 9월부터 ‘찾아가는 직장인 인문학’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일상과 문화의 만남, 2018 전국생활문화축제 개최 [2018.09.14.]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가 주최하고 지역문화진흥원(원장 나기주)이 주관하는 ‘2018 전국생활문화축제’가 오는 9월 14일(금)부터 16일(일)까지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일대에서 열린다.

예술의전당 이사장에 손숙 씨 임명 [2018.09.17.]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9월 17일(월), 예술의전당 이사장에 손숙(孫淑, 1944년생) 씨를 임명했다. 신임 이사장의 임기는 2018년 9월 17일부터 2021년 9월 16일까지 3년이다.

꿈의 오케스트라합동공연 개최 [2018.09.17.]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원장 양현미)과 함께 ‘2018 꿈의 오케스트라 합동공연’을 9월 28일(금)과 29일(토) 이틀간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개최한다.

미술로 좋은 날’ 2018 미술주간 실시 [2018.09.18.]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센터)와 함께 10월 2일(화)부터 14일(일)까지 13일간 ‘미술은 삶과 함께(Art in Life)’라는 주제로 ‘2018 미술주간*’을 실시한다.

9. 20. 국립중앙도서관에서 한식의 인문학 심포지엄개최 [2018.09.19.]
한식을 인문사회학적 관점에서 논의하는 ‘한식의 인문학 심포지엄’이 9월 20일(목) 오전 10시 국립중앙도서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다.

성평등 문화를 만들기 위한 문화·예술 현장의 소리를 듣다 [2018.09.20.]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가 후원하고 한국여성재단(이사장 이혜경)이 주최하는 ‘2018 성평등 문화·예술 정책 1차 포럼’이 9월 28일(금), 국립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열린다.

인문학 프로그램부터 야외공연까지, 가을로 물든 9월 문화가 있는 날 [2018.09.21.]
매달 마지막 수요일과 그 주간은 국민들이 일상에서 문화를 더욱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가 지정한 ‘문화가 있는 날’이다.

()국립합창단 이사장에 김원길 씨 임명 [2018.09.21.]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9월 21일(금) 자로 (재)국립합창단 비상임 이사장에 김원길 씨를 임명했다고 밝혔다. 신임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태국 수교 60주년 기념 문화교류 프로그램 진행 [2018.09.21.]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재)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원장 김용락, 이하 진흥원) 및 주 태국 한국문화원과 함께 한국과 태국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공연, 한-태국 공통 다큐멘터리 제작 등 문화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한다.

사물놀이와 힙합이 한자리에 [2018.09.27.]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회 사무처와 함께 9월 30일(일) 오후 5시 30분, 국회 잔디마당에서 ‘사물놀이 40주년 기념 공연(All for One, One for All)’을 개최한다.

 

추천 자료

강화지역 자원의 융합적 활용 위한 에코뮤지엄 모델 적용 방안, 최영화김창수 [인천연구원]

인천 박물관들 속 기억의 정치와 정체성 만들기, 권용석 [인천연구원]

인천문화재단 제62회 목요문화포럼 발제 자료 [인천문화재단]

문화도시 지정 및 지원 방안 연구 [문화체육관광부]

성평등 문화정책 현황 및 발전방안, 류정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지역문화기반시설의 수급 현황 분석 및 개선에 관한 기초연구, 김홍규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젠트리피케이션 대응정책의 실효성 제고 방향: 도시재생사업을 중심으로. 이진희 [국토연구원]

 

 




2018 트라이보울 초이스 1 선정작

2018.10. 6(토)~21(일)요일
@ 트라이보울 3층 전시실
주최·주관 인천광역시, (재)인천문화재단, 예술공간 트라이보울

영상. 시민기자단 김유라




지식의 전당의 내일 – 인천의 도서관들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자체나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하게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날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청나라에서 강희제의 명으로 1782년 ‘사고전서’라는 3,500권이 넘는 방대한 양의 백과사전을 편찬했을 때, 청나라 황실은 이 책들은 소실을 우려해서 여러 사본을 만들어 보관했다고 합니다. 마치 조선이 실록을 여러 사본으로 만들어 전국 각지에 보관한 것과 같지요. 그런데 청나라는 이 사본을 단 8부만 만들어 보관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자금성 내, 혹은 황실의 행궁이나 정원과 같은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조선의 정조는 사고전서가 제작된 사실을 알고 어떻게든 한 부를 구입해 규장각에 두기 위해서 갖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청나라 황실은 40여 년에 걸쳐 단 8부만 만든 백과사전을 절대 조선에 내어주지 않았다고 하지요.

어릴 때부터 글을 익히고, 책을 읽는 것이 당연시 된 동양의 사회에서도 이렇게 집대성된 지식은 황실의 것이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책에 접근하는 것이 제한되었습니다. 서구 성당의 화려한 스테인드글라스가 그저 장식이 아니라 글을 배우지 못했고, 글을 알더라도 함부로 성서를 읽는 것조차 허락 받지 못한 중세의 평민들에게 예수의 삶을 가르치기 위한 도구였던 것을 떠올려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책을 통해 지식과 진리에 접근하는 것은 권력을 가진 자만이 누릴 수 있는 혜택이었던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서구가 근대로 접어들며 국가 권력을 귀족과 성직자의 손에서 ‘국민’에게로 가져왔을 때, 귀족과 성직자의 지혜가 모인 서고는 ‘공공’도서관이 되었고, 그들의 컬렉션이었던 미술품은 ‘공공’미술관에 전시되어 모든 사람들 앞에 놓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지식과 예술에 평등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는 것, 이것은 권력이 모두에게 평등하게 있다는 것의 상징입니다.

모두에게 열린 지식의 궁전은 점차 즐거움의 공간이 되고, 문화의 공간이 되었습니다. 도서관 서가에 소설이 꽂힌 것은 19세기의 일입니다. 책으로 진리와 지혜를 구하는 것을 넘어, 즐거움과 상상을 얻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시대의 필요에 맞추어, 지역의 요구에 부합하여 도서관은 다양한 문화 행사와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무수히 늘어난 ‘작은 도서관’은 책을 보는 공간을 넘어, 도서관이 지역 커뮤니티를 위한 공간으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21세기에 들어서 도서관은 지식의 보관이 ‘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형태로 남겨질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도서관은 지역과 공공의 문화기반시설의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도 받아들였습니다. 그래서 책과 열람실 위주의 모습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을 시작했습니다.

2001년, 일본 센다이 시에 도요 이토가 설계한 ‘센다이 미디어테크’ -‘도서관’이라는 이름조차 사용하지 않은- 도서관이 문을 열었을 때, 건축계에서는 독특한 구조의 해결 방법이나, 자유로운 평면 구성, 도시로 열린 투명한 외피에 감동했습니다. 또한 이 도서관은 주차장을 제외한 지상 7개 층 중 단 세 층에만 열람실과 서가를 할애했습니다. 그 중에는 디지털 도서관도 있어서, 비디오 테이프, CD, DVD 등으로 제작된 영상자료나 전자책 등을 비치해 두었습니다. 4개 층은 공연장, 갤러리, 스튜디오, 녹음실 등을 계획했습니다. 1층 로비에는 한 가운데에 이벤트를 열 수 있는 오픈 스퀘어를 만들었습니다. 제가 처음 이 곳을 방문했던 2006년에는 오픈스퀘어에서 일본 전통 연극을 공연하고 있었지요. 센다이 미디어테크는 책을 모으고, 읽는 곳 이상으로, 센다이 시의 문화적 중심의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하여 시애틀에 문을 연 시애틀 중앙도서관의 서가는 매우 독특합니다. 서가는 일반적인 건물처럼 여러 층으로 구분되지 않고, 거대한 램프(Ramp, 경사로)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책이 늘어날 때 램프 공간의 밀도를 조절해서 공간을 늘리지 않아도 지속적으로 책을 보관할 수 있고, 전자책이나 DVD같은 형태로 변화하더라도 능동적으로 공간 구성을 바꾸어 대응할 수 있게 하는 것입니다.

 
<그림1> 센다이의 문화적 중심공간이 된 센다이 미디어테크(좌), 완만한 경사로로 서가를 배치한 시애틀 중앙도서관(우)

도서관은 지식 저장의 수단이 책으로부터 전자책, 영상매체 등으로 다변화 되는 것을 받아들였고, 도서관의 기능이 책을 보관하고 읽는 공간에서 공공의 복합문화거점이 되는 것도 받아들였습니다. 그것에 맞추어 조금씩 지속적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도서관은 어떤 변화에 반응해야 하고, 어떻게 변모해야 할까요.

최근 수 년간, 정보와 지식의 전달에서 책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는 것은 인터넷입니다. 일상 생활에 밀착된 정보는 블로그를 통해 얻고, 일반적인 검색 자료는 위키피디아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인터넷 세계에서 구하기 어렵다던 전문가 수준의 자료도 이제는 간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대학은 인터넷을 통해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고, 구글 스칼라를 통해서 해외에 게재된 논문을 무료로 다운받을 수도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강조된 인터넷을 통한 지식과 정보의 전달을 최근에 더 유심히 보게 되는 이유는 인터넷의 컨텐츠들이 텍스트에서 사진과 영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많은 일상 정보는 인스타그램과 같은 이미지 중심 SNS를 통해서 주고 받습니다. 뉴스 또한 이미지 중심의 카드뉴스의 형태로 제작됩니다. 더욱 중요하게 보이는 것은 유튜브로 대표되는 동영상 서비스입니다. 단순한 일상적 지식을 넘어, 유명 석학의 강연도 유튜브를 통해 전달됩니다. 더 어린 세대일수록, 더 이상 정보검색을 위해 네이버나 구글 대신 유튜브를 이용한다고도 하지요.

이런 변화는 지식이 생산되어 일반 대중에게 전달되는 시간을 현격하게 단축시켜 주고, 지식에대한 접근성에서는 책의 형태를 압도합니다. 아직은 여전히 종이로 된 ‘책’의 필요성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점점 더 많은 지식이 책의 형태에 의존하지 않고 만들어지고, 확산될 것입니다. 이미 수 년 전 우리는 ‘TED’의 유행을 통해서 이런 현상을 경험했습니다. 사람들은 책이 아닌 유튜브로 TED 영상을 봄으로써 세계적 석학이나 경영인, 예술가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다른 중요하게 생각되는 점은 인터넷에 기댄 지식의 생산과 전달이 방향성이 없다는 점입니다. 책을 쓴 사람이 읽는 사람에게 단방향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것과는 다르게, 최근의 인터넷 공간은 모든 사람들이 지식을 생산하고, 소비하고, 다른 사람의 지식에 덧대고, 수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과정 또한 개정판을 기다려야 했던 책과 달리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고 있지요.

우리가 도서관을 그저 책의 보관소로 여기지 않는다면, 도서관은 언젠가 이러한 지식의 생산과 전달의 양상을 반영할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단지 인터넷 접근을 위해 더 많은 PC를 설치하는 정도로 끝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미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통해서 세상 모든 곳에서 인터넷에 접근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도서관은 그 단계를 넘어서, 사람들이 모여서 지식을 생산하고, 수정하고, 전달하는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라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연관이 없어 보이지만, 저는 도서관의 미래를 최근 부각되는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발견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그림 2>공유업무공간을 넘어서 창조의 인큐베이터로 변화하고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좌). 을지로 위워크(우)

혼자서도 노트북 하나면 창업할 수 있는 시대에 독립 사무실을 갖추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여러 시설과 장소를 제공하는 코워킹 스페이스는 최근 2~3년 사이 공유경제의 부각과 맞물려 대단히 주목받고 있습니다. 코워킹 스페이스는 단순히 책상과 프린터, 인터넷을 제공하지 않습니다. 이용자들에게 필요한 강의를 마련하기도 하고, 서로 멘토링을 할 수 있도록 소개해주기도 합니다. 사람들은 그 안에서 각자의 생각을 보완하고, 발전시키고, 때로는 협업과 동업자로 발전하기도 합니다. 코워킹 스페이스가 가능성을 인정받는 이유는 그저 새로운 형태의 임대업으로서의 가능성이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시너지에 있습니다.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생각과 지식을 공유하며 더 많은 것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도서관은 이미 같은 공간에서 같은 책을 나누어 보면서 기초적인 공유경제의 형태를 띠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누적된 책과 지식은 미래 지식을 만드는데 중요한 기반과 참고자료로서의 가능성을 갖고 있습니다. 또 책으로 만들어지지 못한 지역사회의 사람들이 갖고 있는 오래된 지식과 기억들이 다양한 형태로 재생산될 수도 있습니다. 지역사회를 대상으로 한 교육프로그램 운영의 경험은 새로운 지식창조자들에게 필요한 교육과 도움을 주는 수단이 될 수 있습니다. 지역단위로 연결된 공공도서관의 네트워크는 다른 도서관 이용자들과의 연결의 가능성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공공이 운영하는 도서관은 민간의 코워킹 스페이스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 낮은 문턱의 공간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미래의 인천의 도서관이 인천 사람들의 모든 지식과 지혜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는 이유입니다.

 

글·사진 김윤환 도시공간연구자

[참고문헌]

강숙희(2010). 인천광역시 공공도서관 상호협력 활성화 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도서관·정보학회. 41(3)
노영희(2016). 공유경제의 도서관 적용에 관한 연구. 한국비블리아학회지. 27(3)
윤희윤(2017). 공공도서관 정체성의 혼란과 극복방안.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48(3)
홍소람,박성우(2015). 코워킹 스페이스로서의 공공도서관 무한창조공간 개념 분석. 한국도서관·정보학회. 46(4)




Yaloo Castle Site at Fukuoka 3

이번 연재는 후쿠오카에서 처음 열린 ‘얄루파크, 예스! 세범(Yaloopark, Yes! Sebum)’전시와 인천재단의 후원이 함께하여 마이즈루 공원에서 열린 ‘얄루 성터(Yaloo Castle Site)’ 전시 과정을 좀 더 자세히 나누려고 한다.

 
네브래스카 시티 길거리에 쌓여 있는 옥수수 더미   산책 중 찍은 사진
 2017년 봄에는 레지던시에 참여하며 미국 네브래스카에서 보냈다. 길거리에는 사람보다 주차된 형형색색의 개인용 트럭이 많았다. 도시의 스카이라인은 마른 옥수수 더미를 거대하게 형성하는 곳이었다. 이슥해질 무렵 도착한 후쿠오카는 별천지였다. 수많은 관광객이 바쁘게 지나가고 현지인들의 편의와 욕구를 자극하는 상점들로 가득한 거리가 익숙하지만 신선하고도 충격으로 다가왔다.

저녁에 도착해 집 앞 지하상가로 장을 보러 갔는데 약국과 슈퍼마켓의 입구가 연결돼 있었다. 자연스럽게 약국을 통해 슈퍼마켓으로 향했다. 약국에는 자극적인 삽화와 사진으로 무장한 갖가지 피부미용 상품들이 약보다 더 빼곡하게 진열돼 있었다. 신기하게도 여드름 관리제가 부위별로 있었다. 많은 상품 패키지에 혐오스럽기까지 한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게 재미있어 한참 동안 살펴봤다.

 
사과, 유자레몬 콘셉트 모델링

미로처럼 설치된 진열대를 지나자 슈퍼마켓 입구가 나왔다. 입구부터 완벽하게 흠집 없는 형태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과일이 종류별로 분리돼 낱개로 포장돼 있었다. 네브래스카에서는 상처 가득하고 못생긴 사과들이 포장되지 않은 채 한가득 쌓여 있었는데. 표면에 드러나는 욕구와 그에 대한 태도가 이렇게 아름답고 완벽하게 일상적인 소비공간에서 표출된다는 게 재미있었다. 이 경험이 ‘얄루파크, 예스! 세범(Yaloopark, Yes! Sebum)’의 소재가 됐다. 

‘얄루파크, 예스! 세범 Yaloopark, Yes! Sebum’ 협업 회의 중

사과와 딸기·유자·복숭아·매실 등 보편적인 과일과 여드름, 머핀톱 등 미용 관심사를 연결지어 VR을 통해 3D 로 조형하고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쇼핑공간을 놀이공원에 비유해 표현했다. 규슈상교대학교 조형학과와 협업해 프로젝션용 나무 스크린을 짰다. 전시장 입구에서 도장을 찍고 동전을 받아 입장한다. 전시내용을 예견하는 비디오 게이트를 통해 들어가면 각 과일 영상이 대형 과일 모양 스크린에 투사되고 있다.

 
‘얄루파크, 예스! 세범 Yaloopark, Yes! Sebum’ 설치 사진

과일점 뽑기 캡슐에 들어갈 스티커

모든 3D 애니메이션은 VR을 이용해 제작됐다. 딸기코에서 화이트헤드와 블랙헤드가 끊임없이 차오르고 유자에서 여드름이 터져 나온다. 각 영상에서 특유의 과일향과 음향이 함께한다. 모든 사운드를 후쿠오카 출신 프로듀서 시노스케 마쓰미 (Breezesquad)가 담당했다. 전시 끝에는 입구에서 받은 동전으로 뽑기 머신을 사용한다. 캡슐 안에는 미래 과일·피부미용점을 쳐 주는 과일실이 들어 있다. 본래 미니어처 과일 토이를 만들려고 했으나 시간과 예산이 부족해 아쉽게도 스티커로 대신했다.

얄루파크 예스 세범 전시 사진

이번에 처음으로 대형 스크린 제작이 필요한 작업 일곱 점을 한 번에 전시했다. 분업을 위한 전시 도면을 처음 그려봤다. 재료비를 줄이기 위해 미술관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과일 스티커 수백 개를 직접 자르기도 했다. 레지던시 팀의 신뢰와 희생이 아니었다면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신인 작가로서 평생 남을 귀중한 경험이다. 이 지면을 빌려 한 번 더 감사의 뜻을 전한다. 전시 기간은 짧았지만 다행히 관객이 많이 다녀갔고 좋은 피드백을 얻었다. 이 경험을 통해 2018년 벚꽃축제와 함께 열린 후쿠오카성재건축 기념 아트전에 참여하게 됐다.

 
얄루의 콘셉트 포스터   도착하자마자 받은 전시 안내서와 출입증

앞에서 언급했듯이 마이즈루 공원 후쿠오카성에 직사각형 형태의 방이 낮고 좁게 일렬로 이어져 있다. 내가 입구부터 방 일곱 칸까지 전시를 하고 일본의 오카모토 미쓰히로 작가가 뒤를 이어 작업으로 전시를 한다. 얄루파크 예스 세범 전시를 공간에 맞게 변형하는 것도 고민해 봤지만 유적지나 캐슬을 소재로 작업하고 그 건물 안에서 전시할 기회가 언제 또 있을까 싶어 새롭게 작업하기로 했다.

후쿠오카성 전시장 외부 풍경

 
설치하러 가는 길에 만난 벚꽃을 이와모토 큐레이터가 감상하고 있다   문화재 보존을 위해 커스텀 제작한 프로젝터 마운트를
마츠라 큐레이터가 조심스럽게 설치하고 있다.

후쿠오카 성에 처음으로 답사 갔을 때를 떠올려 본다. 같은 모양의 방이 일렬로 이어져 한 방향으로만 이동할 수 있는 건물 형태가 시간 흐름과 닮았다. 과거에 지어진 성은 시간 흐름의 증거이자 현재와 과거를 잇는 관문이다. 유적은 과거의 한 조각이면서 미래의 파편이기도 하다. 후쿠오카성은 내가 태어나기 전부터 존재했고 아마 내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존재할 것이다. 시간의 파괴성과 영속성을 함께 내재하는 역설이 재미있다. 과거 속 후쿠오카성의 전성기를 상상하면서 내가 없을 미래 세상의 이 유적지를 투영해 본다. 그 유적지 속을 걷고 있는 내 먼지 같은 서사와 옥수수 알보다 작은 소우주도 투영해 본다. 후쿠오카에서 분야마다 다양하게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구체화된 질문 중 하나인 시대서사와 개인서사의 미묘한 경계에 대한 고민을 유적과 시간 역설의 틈새를 벌려 비디오 아티스트로서 조심스럽고 명량하게 표현해 보기로 한다.

 
스튜디오에서 카마치,마츠라 큐레이터와
프로젝션 시험중
  전시팀과 안전모 테스트 셀피

2017년 여름 후쿠오카에서의 시간을 전시 공간 속에 펼쳐질 소우주의 경계로 삼고 기억의 파편을 비디오 조형의 형태로 빚어 투영(projection)하기로 한다. 대체 우주로의 입장을 예견하는 성곽의 문과 바닥에 떨어진 샹들리에, 고장난 텔레비전 타워 탑 시리즈 등 지난 연재에서도 다양하게 조금씩 다뤘던 경험과 소재들을 섞어 살아 숨 쉬는 상상의 유물로서 비디오 조형 시리즈로 표현했다. 인천재단 지원으로 가능했던 마지막 방에는 VR 체험 전시로 관객들이 앞서 경험한 상상유물들이 부유하고 있는 가상 공간을 만들었다. 전시 정황과 설치 사진은 다음 연재에 더 소개하겠다.

전시팀 퇴근길 야마키, 마츠라, 카마치 큐레이터

글·사진 / 얄루

얄루(Yaloo)
얄루 작가는 인천에서 태어나 사랑받고 자랐다. 미국 시카고 예술학교에서 학부를 마치고 동대학원에서 비디오 아트를 공부했다. 현재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활발히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비디오 아트 계에서 권위 있는 프로그램인 비디오 데이타 뱅크에서 린블루멘탈 장학금을 수상하였으며2016년 뉴욕한인예술재단이 주최하는 비쥬얼 아트 어워드에서 금상을 받았다. 벨기에 리지 비엔날레, 퀘벡 비엔날레 등 전세계 크고 작은 도시에서 다수의 전시 경험이 있다. 후쿠오카 아시안 아트 뮤지엄, 샌프란시스코 해드랜드 아트센터, 퀘백 라반데 비디오 등에서 레지던시 작가로 활동하면서 역량을 쌓는 중이다.

 




구나 GuNa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구나 작가는 조소를 전공하고 회화로 석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작가는 ‘창작’을 언어로 표현하기에 항상 부족함이 앞서는 지점(이해의 공백들)을 매번 실패의 장소로서 천천히 번역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작가에게 실패의 장소는 매번 반복 행위가 다르게 이뤄지는 장소로, 긍정과 부정의 의미가 겹쳐지는 공간이다. ‘무엇을 그릴까, 무엇을 만들까’가 아닌 ‘텅 빈 곳(하얀 캔버스와 비워진 벽 그리고 바닥)에 어떠한 (빈)공간을 물어야할까’를 늘 고민한다. 작가는 그 고민 안에서 천천히 번역하는 과정으로 창작을 이어오고 있다.

<소년들>. 캔버스에 유채. 144.5x147cm, 2018

# 현재 전시 소개
<친애하는 사례에게, 진정으로 부끄러움과 함께(Dear case, Sincerely, with ashamedness)는 2018년 10월 14일(일) 인천아트플랫폼 윈도우갤러리에서 입주 작가 구나의 개인전이 진행된다. 전시제목은 엽서 형식에서 차용한 것으로서 엽서는 수신인에게 도착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노출될 가능성과 도착하지 못할 가능성을 품고 있다. 작가는 노출된 채 목적지로 향해 이동 중이거나 행방불명이 될 수 있는 불명확한 상황에 놓인 엽서를 윈도우 갤러리로 설정하여 전시를 구성하였다. 발신인은 공간에서 부끄러움을 써 내려가고, 부끄러웠던 수많은 사례들에게 발송을 한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부끄러움에 관한 고백의 전달이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의미의 확보가 아닌 실패의 반복을 통한 물음의 과정으로 전시를 준비하였다. 본 전시는 인천아트플랫폼 B동 및 창고갤러리에서 진행되는 <2018 플랫폼 아티스트> 展과 함께 11월 18일(일)까지 진행된다.

 
《친애하는 사례에게, 진정과 부끄러움과 함께》 전시 포스터 이미지   《친애하는 사례에게, 진정과 부끄러움과 함께》 전시 전경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페인팅과 입체작업을 해오고 있습니다. 작품설명은 곤경에 빠진 것처럼 늘 어렵고 그런 저의 모습에 반성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물리적으로 작업이 완료된 상황에서조차 당사자임에도 불구하고 의도를 파악하기가 어려울 때가 많습니다. 방관임을 기억하고 연루된 자로서 느리지만 오래도록 번역을 하고자 합니다. 저는 언어로 표현하기에 항상 부족함이 앞서는 이해의 공백들을 매번 실패의 장소로서 그림을 그리고 입체를 만들어 왔습니다.

<더블>, 캔버스에 유채, 135x165cm, 2016

대부분 페인팅은 이미지에서부터 출발합니다. 사적으로 포착된 이미지들은 짧은 순간에 감정이 넘쳐흐르는 것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작품에서 넘쳐흐른다는 의미는 한 이미지에서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겹쳐져 어찌할 수 없는 멜랑콜리(melancholy)를 얘기합니다. 멜랑콜리를 무엇으로 정의 내리기가 불가능하며 이러한 혼란스러움을 캔버스라는 장소에 옮겨 놓았습니다. 그저 옮겨 놓는다면 사적으로만 머물 수 있기에 그 불가능함이 증후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고민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나의 검은 갈색>, 썩고 건조해진 채소 및 과일과 빵, 종이 롤, 라텍스, 흙, 비닐, 테이프, 스펀지, 나무, 폴리스티렌, 가변크기, 2016

입체 작업은 ‘형체’와 ‘제스처(gesture)’의 발견에서 시작됩니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다 남겨진 것들, 원래의 자리에서 벗어난 것들, 그리고 인물 각자의 특유한 자세 등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이처럼 발견된 장면은 페인팅 작업 이미지와 역할이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흐르는 멜랑콜리를 입체로 옮겨 놓습니다. 옮기는 과정은 각기 다른 상황과 장소에서 발견된 형체(제스처)를 시간에 맡긴 채 곁에 두고 지켜봅니다. 어느 한 시점에서 그들을 조합하고 추상적인 심상을 드러냅니다.
제 작업이 이미지와 물체라는 실질적인 물질에서 시작되기 때문에 그것들과 일치하는 부분과 동시에 엇나가는 부분들이 또렷해진 채 무언가로 놓이게 됩니다. 포착과 발견 그리고 무언가로의 재구성은 폭력성과 유약함이 수시로 교차함을 알게 됩니다. 그것이 이해의 공백들을 만들고 저는 실패의 반복을 통해 명중함의 찰나를 경험하려고 합니다.

 
<나의 검은 갈색> 설치 일부, 썩고 건조해진 채소 및 과일, 종이 롤, 라텍스, 흙, 비닐, 테이프, 나무, 가변크기, 2016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A. 2017년 겨울에 진행한 《비스듬한 뼈와 늘어진 말(Askew Bone and Stuttering)》 개인전은 나와 상대 즉 얼굴과 얼굴의 만남이 실종된 채, 그 사이를 메우는 공허한 것들을 더딘 말의 건넴으로 구성하였습니다. 그 중 <나비를 생각하며 잠 못 이룬 밤들>이라는 작업에 관하여 얘기하려 합니다.
개인전을 준비하는 공간에서 길고양이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늦여름 한 길고양이는 만삭이 되어서 배가 땅에 닿을 정도였습니다. 그 고양이는 사실 몇 개월 전부터 저의 공간에 자리를 잡고 싶어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만삭의 고양이를 끝내 저의 공간으로 환대하지 못했습니다. 몇 개월 동안 밤마다 우는 고양이 소리에 죄책감에 시달려 마음과 몸을 움켜쥐게 했습니다. 조금 생소한 전환일 수 있지만, 저는 노숙자 앞에 놓인 깡통에 무리 없이 돈은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를 포옹하고 초대할 용기는 언제나 없었습니다. 환대의 공간은 상처받을 가능성이 널려있고 서로의 위치가 뒤바뀔 위험성 등으로 인해 망설임이 가득해집니다. 이러한 환대의 어려움을 사적인 고백을 통해 작업으로 내놓았습니다. 고백으로 끝낸 이 작업을 통해 환대의 실패가 무엇을 초래할 수 있는지, 그런데도 환대는 중요한 것인지에 대하여 다음 작업의 간격을 좁혀 나가려 합니다.

나비를 생각하며 잠 못 이룬 밤들(Nights that Can Not Sleep with Her Worries), 2017
(회화) 캔버스에 유채, 164x64cm, 2017 (입체) 돌, 나무, 인체 뼈 모형, 인조 머리, 비닐, 흙, 유토, 과슈, 87(w)x44(h)x32(l)cm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시각 예술가, 영화감독, 소설가, 철학가, 뮤지션 등 좋아하는 작가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많은 영감을 받습니다. 영감이라는 표현보다는 그들을 통해 놀라고(suspense) 감탄한다는 표현이 더 가까울 것 같습니다. 그것이 바로 공감이라는 것일 텐데요. 그들을 통해 익숙하지 않거나 누군가에게 혐오스러운 부분들을 세심하게 말을 건넨다면, 보는 이들은 결국 발견하게 되고 그것은 확장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아나가게 됩니다.

걸어가는 이웃을 바라보는 눈, 세라믹, 라텍스, 인조머리, 흙, 유토, 천, 철사, 나무, 과슈, 30(w)x145(h)x30(l)cm, 2017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저에게 예술은 끊임없는 자기반성입니다. 사소한 일상에서도 그것이 왜 사소하고 정말 사소한 것인지에 대해 스스로 의문을 가지며 다시 생각해보는 과정의 연속입니다. 그런 과정들이 아직도 익숙하지 않고 무섭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예술을 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작은 확신으로 재차 시작합니다.
이러한 과정들을 통해 저는 기어코 무언가를 만들며 기어코 그것을 보이게 하려고 합니다. ‘보이게 한다,’는 이 능동적인 말 앞에 책임감을 먼저 세우려고 노력합니다. 아직 실천이 부족하여 이러한 말의 앞섬이 부끄럽습니다.
관객들에게 저의 작업을 통해 배제되어 미처 생각되지 못했던 부분들을 다시금 바라볼 수 있는 유연함과 그 안에서 각자의 미적 요소를 찾을 수 있도록 하고 싶습니다.

코코아를 마시는 남자, 캔버스에 유채, 162x97cm, 2017

안나, 캔버스에 유채, 104.5×111.5cm, 2018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너의 작업은 잘 모르겠어.” 그러면 저는 한때 속으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예술이라는 것이 다수에게 설득할 필요가 있나.’ 그러나 그 대답에는 회피가 숨겨져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내가 느끼는 것을 사실 나 자신도 무엇인지 잘 몰랐음을. 그래서 모른 채 표현하고 그러기에 그것을 보는 이는 당연히 모를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예술을 정확하게 표현하고 전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위험요소라 생각합니다. 저는 정확하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심하게 말하며 전달하는 것입니다. 비록 세심하게 표현해도 그 틈은 늘 가까이 있으며 공감이라는 것을 무의미로 무마시키고 싶을지라도 말입니다. 세심하고 예민하게 반복하고, 그리고 다른 반복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것이 예술을 하는 저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축제를 한다는 것

축제를 하나 새로 만들기 위해서는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왜 축제가 필요한지, 누구를 위한 축제인지, 축제를 통해 무엇을 얻는지 등 사람마다 다른 생각들이 표출된다. 이렇게 사람마다 생각이 다양한 것은 바꿔 말하면 그만큼 축제에 애정과 관심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10월 12일(금)~14일(일) 아트플랫폼과 신포동 공간에서 개최된 2018 인천개항장예술축제도 복잡한 과정을 겪었다. 기존 지역주체들과의 관계성은 어떠한지, 기본적으로 지원의 역할이 큰 재단에서 왜 직접 축제를 열어야 하는지, 짧은 시간 안에 축제를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등을 논하는 간담회와 자문회의가 몇 차례 이어졌고 다양한 주체들과 비공식적인 자리도 많았다. 순조롭게 의견이 일치하기도 했고 그렇지 못한 부분도 적지 않았다. 이렇게 논의와 과정을 무수히 거쳐 축제를 열게 됐다.

 
<2018 인천개항장 예술축제> 포스터   2018 인천개항장 예술축제 간담회 진행

이번 축제는 ‘지역에서 활동하는 주체와 함께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그런 만큼 의견이 일치하지 못한 부분도 있지만, 가급적 의견을 많이 수렴하고 반영해 축제라는 그릇에 담으려 노력했다. 이 부분은 저마다 관점에 따라 다르게 평가될 수 있겠지만, 적어도 그렇게 하려 했다고 자평한다.

따라서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다양한 장르의 주체들이 함께했다. 크게 음악과 무용으로 구성됐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클래식과 합창·재즈·뮤지컬·록·힙합·포크·현대무용 그리고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무용·스트리트댄스·타악·전통연희 등 프로그램이 아주 많았다. 장르가 다양한 만큼 신진예술가와 오랜 시간 활동해 온 중견 예술가 단체 등 참여 주체의 폭도 넓었다.
이를 두고 혹자는 백화점 나열식의 프로그램 구성이라 말할 수 있다. 100퍼센트 부인할 수 없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백화점에서 쇼핑할 때 갖는 기분을 이번 축제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예를 들어 아빠는 클래식을, 엄마는 뮤지컬을, 자녀들은 스트리트댄스를 좋아하는 가족이 축제를 찾았을 때 모두가 만족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특정 주제로 구성된 연극 또는 영화 축제도 의미와 재미가 있지만, 축제들에는 저마다 일장일단이 있다고 하겠다.

타악 퍼포먼스 아작

극단 십년 후

프로그램들을 간략히 들여다보면 첫째 날에는 화려한 연출과 힘 있는 무대를 보여주는 ‘타악퍼포먼스 아작’의 공연을 시작으로, 근대양악과 인천이라는 두 가지 소재로 짜임새 있는 공연을 보여주는 ‘인천 콘서트 챔버’, 정상급 성악가와 오케스트라 및 오페라단의 무대, 인천의 성냥공장을 주제로 한 대표적인 뮤지컬 갈라 콘서트가 이어졌다.
둘째 날에는 ‘재즈와 스윙’ 그리고 ‘클래식과 무용’을 주제로 했다. 각각 야외와 실내로 구분해 야외에서는 신진 재즈밴드와 관록 있는 연주자들로 구성된 재즈오케스트라, 대중적으로 사랑받고 있는 록 밴드, 멀리 뉴욕에서 건너온 빈티지 재즈 팀이 함께 공연했다. 또 실내에서는 실내악 4개 단체와 무용 공연이 펼쳐졌다.

프로젝트 반

마지막 날에는 ‘인천의 젊은 예술’이라는 주제로 여러 단체가 참여했다. 특히 실내에서는 인천의 젊은 무용인들 공연이 한 무대에 올랐다. 평소 접하기 힘든 현대무용 공연과 인천을 대표하는 실내악 단체 공연을 한자리에 모았다. 신포동에서는 이 밖에 적게는 몇 년 많게는 35년이나 된 멋스러운 공간에서 포크와 재즈, 록을 중심으로 클럽공연도 열렸다.

축제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장(場)이기도 하지만 사람들이 축제에 참여해 여러 의견을 낼 수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참여와 의견은 많을수록 좋다. 새롭게 만든 축제들은 상대적으로 신도심보다 원도심에서 힘든 과정을 겪는다. 왜 그럴까? 애정을 가진 사람들의 많고 적음 때문일 것이다. 땅을 일구어 새롭게 조성된 아파트단지 주변에서 열리는 축제를 보고 뭐라 하는 사람은 드물다. 하지만 다양한 정서와 오랜 시간을 간직하고 있는 원도심에서 열리는 축제나 행사는 시작부터 조심스럽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길고 어려운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고, 당연히 그렇게 진행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축제에는 많은 사람이 참여해 다양한 의견을 내야 한다. 단 한 사람의 의견과 추진력으로 만든 축제는 그 생명력이 그다지 길지 않다. 앞으로도 이어질 인천개항장예술축제도 절대 재단만의 의지와 추진력으로 되지 않는다. 일단 판(板)을 만들었으니 그 판 안에서 함께해야 한다. 지지고 볶으며 머리를 맞대고 언성을 높여 내 주장을 펼치면서도 타인의 주장 또한 들어줘야 한다. 시작과 과정에 부족함이 있었지만 이러한 판의 역할을 인천개항장예술축제가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축제문화팀




“사람들이 자연에 관심을 가지면, 개발 때문에 사라지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지킬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조화로운>인터뷰

연수구에 위치한 세종문고 한켠에는 모임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다. 이 공간은 동네 주민을 위한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는 공간이자 조화로운 강서경님의 작업실이다. 수작업한 자수들과 스케치 그림 등을 보여주며 그림 속 새의 특징을 설명하는 두 분의 모습을 보며 깊은 애정이 느껴졌다. 자연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된 인천채집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세종문고 : 강서경님의 작업실

 

조화로운 팀 활동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 부탁드립니다.
 : 저희는 인천 지역에 동식물을 같이 탐사하면서 사진 촬영을 하고, 그 채집한 내용(사진)으로 친구는 그림 작업을 하고, 저는 핸드메이드 작업(자수나, 뜨개 등)을 하고 있어요. 앞으로는 조금 더 다양하게 활동해보려고 여러모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어떻게 만나 함께 작업하게 되셨나요?
: 저희는 중학교 때부터 친구예요. 지현이는 그림을 계속 그려왔고, 저는 일반 회사에 다녔는데 손으로 만드는 것을 예전부터 좋아해서 취미로 하고 있었어요. 따로 지내도 항상 공통관심사가 있어서, 어떤 얘기든 서로가 호감을 보이곤 했는데, 친구가 이 프로젝트(청년예술인 레지던스)가 있으니 같이 해보자고 먼저 제안했어요. 저는 원래 아기가 아직 어리고 육아 때문에 다른 일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도 작년부터 아기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시부모님이 운영하시는 서점(세종문고)을 활성화하는 방안도 생각해보고, 앞으로의 제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는데, 마침 제안을 받아서 함께 시작하게 됐어요.

조화로운 팀명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나요?
: 저희는 사실, 팀이라는 명칭이 어색해요. 저희는 오랜 친구이고, 이 팀명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만든 거예요. ‘인천채집’이라는 프로젝트명은 친구가 생각한 거고, 저희가 주로 새와 꽃을 좋아해서 제가 새 조(鳥)와 꽃 화(化)를 써서 ‘조화로운’이라는 팀명을 만들게 되었죠.

: 저희가 원래 동식물 보러 가는 것을 좋아해서, 프로젝트를 하기 전에도 둘이 같이 매화 축제도 가고, 동백꽃 축제도 가고 했었어요.

: 20대 초반부터 그랬어요. 어르신들과 어울리면서 관광버스 타고 가고, 정말 사소한 것들을 좋아했어요.

: 둘 다 예전부터 꽃은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저는 새에 관심이 가면서 그다음부터 새를 조금 더 집중하게 됐어요.

: 그래서 ‘인천채집’과 이 ‘조화로운’이 합쳐진 게 저희 주제인 것 같아요.

계양산에서 인천의 생태자원의 풍부함을 알게 되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이전부터 자연에 관심을 가지고 계셨었나요?
: 제가 원래 생태 그림책 작업을 계속하고 있어요. 처음에 ‘호박이랑 넝쿨째’라는 작업을 하면서 식물에 관심을 두다가 그다음에 받은 원고가 딱따구리 원고였어요. 저는 딱따구리가 가까이 있을 거라고 생각을 못 했는데, 작가 선생님과 다니다 보니까 생각보다 계양산에도 딱따구리가 굉장히 많이 살고 있더라고요. 그 때부터 계양산에 딱따구리가 짝짓고, 둥지 틀고, 새끼 낳고, 이소시키는 것까지 보면서 그 주변 새들을 계속 관찰하게 되었어요. 계양산은 저에게는 새를 처음으로 자세히 관찰하게 된 곳이죠. 그래서 계양산에서 찍은 사진이 제일 많고 작업이 제일 많은 편이에요.

이지현님이 작업한 그림책

수작업으로 한 땀 한 땀 작품을 만드시는데, 작품은 예쁘지만 그만큼 손이 많이 가니 힘드실 것 같아요. 사진으로도 충분히 작품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핸드메이드를 제작하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이 : 제가 사진을 찍으면서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활동도 하고 그 안에서도 사진 전시를 해요. 하지만 전시만으로는 깊이 있는 경험을 하기가 힘들고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전시를 직접 찾아가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사진보다는 그림이나 친숙한 물건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더 좋을거라고 생각해요. 사진은 상당히 전문성이 필요하고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오거든요.

: 저희는 사진 기능이 별로 좋은 카메라가 아니라서(웃음) 그냥 사진만 봤을 때는 단조롭잖아요. 핸드메이드로 하면 저처럼 비전문가도 작업할 수 있어요. 이 작업물이 카드 케이스나 파우치가 될 수 있는데, 이런 걸로도 인천에서 이런 동․식물이 살고 있다는 것을 알릴 수 있죠. 예쁜 그림이나 엽서를 보면서 이곳에 어떤 동식물이 있구나를 알게 될 수 있거든요. 지금 저희가 작업하는 곳은 소래습지 생태공원인데, 지현씨가 그림까진 완성했어요. 제가 거기에 사는 백로나 지칭개라는 식물 등을 자수로 작업해서 패키지 상품으로 제작할 수도 있겠죠.

: 제가 사진 찍으면서 인천야생조류연구회 활동도 하고, 그 안에서도 사진 전시를 해요. 하지만 전시만으로는 깊이 있는 경험을 하기가 힘들고, 일회성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요. 전시를 직접 찾아가야 한다는 문제도 있고요. 그렇기 때문에 사진보다는 그림이나 예쁜 물건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더 좋을거라고 생각해요. 사진은 상당히 전문성이 필요하고 딱딱한 느낌으로 다가오거든요.

 
소래습지생태공원 배경이미지   소래습지생태공원 동식물

혹시 지금까지 제작한 작품 중에서 애착이 가는 그림이나 핸드메이드가 있으신가요?
: 딱 생각은 안 나는데, 다 엄청 열심히 해서… 제가 사실 자수가 처음이나 마찬가진데, 계속 똑같은 새를 수놓고 하다 보니까 조금 요령도 생기긴 하더라고요. 음.. 얼마 전에 팔렸던 작품이 생각나는데, 지현씨가 굉장히 좋아하는 ‘물까치’가 있어요. 그 새 사진을 보고 지현씨가 그림을 그리면, 저는 그 그림을 보고 수를 논 게 생각이 나요.

물까치 작업

새에 관련해서 두 분이 스터디도 함께 하시나요?
: 같이 스터디를 하는 건 아니고, 저는 친구랑 얘기하면서 많이 알게 되요. 서점을 하니까 가끔 관련 책이나 도감도 보고요.

: 작년에 인천시에서 ‘인천광역시 탐조 가이드 양성교육’을 했어요. 저는 그 초급 과정과 심화과정을 대략 7개월 정도 들었었어요. 그래서 그때 처음으로 인천의 새에 관심을 가졌어요. 근데 좀 아쉬웠던 점은 저만 일반인이었고, 대부분 인천녹색연합이나 환경연합 같은 기관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이더라고요. 일반인들도 충분히 와서 들을만한 수업이었는데, 홍보가 잘 이루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어요. 그리고 작년에 한 번 하고 끝난 점도 안타깝고요.

인천광역시 탐조가이드 양성교육에서는 주로 어떤 것을 배우셨나요?
: 비슷한 새들을 가려내는 것을 ‘동정’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새 이름을 알아내는 포인트를 알려주세요. 그리고 인천에서 탐조할 만한 장소들과 거기서 볼 수 있는 새들을 배우면서 새 사진을 찍는 방법도 익히기도 하고요. 두세 번 탐조하러 섬에 갔는데, 영종도랑 남동 유수지 등을 같이 돌기도 했죠.

인천의 자연 중에 주로 새를 주제로 만든 작품이 많이 있는 것 같아요.
: 저는 대학교 때 부터 풀꽃에 관심이 많아서 보이는 대로 예쁜 풀꽃들을 그렸어요. 대학교 졸업작품으로 100호짜리 화판에다가 풀로만 가득 채웠거든요. 그때는 사실 이름도 모르고 예뻐서 그렸어요. 졸업하고 나서는 생태 세밀화 쪽으로 작업하기 시작했고요. 계속 식물에 관심이 있다가 새는 정말 원고 때문에 했어요. 사실 새에 관련된 원고를 받고 나서 멘붕이 왔어요. ‘새가, 정말 그렇게 많아? 딱따구리 보려면 설악산에 가야 하는 거 아냐?’ 그렇게 생각을 할 정도로 되게 무지했거든요. 근데 알고 보니 계양산에 가도 딱따구리 종류가 많이 서식하고 있고, 계속 보니까 어느새 잘 보이더라고요. 저는 나중에 전통초상화(비단에 섬세하게 그리는 그림)로 새를 그리고 싶어요. 이때까지 수채화나 한국화로 그린 식물 작업은 많은데, 새는 많지 않거든요. 새를 세밀하게 한국화로 그려보고 싶기도 하고 새가 많이 멸종하고 있기 때문에 기록으로 남기고 싶어요.

박새그림

계산동 및 승기천 등 작업을 위해 다양한 곳들을 방문하셨는데, 혹시 장소 기준이 있으신가요?
: 제가 관심 있는 분야는 생태계에서 위협받고 있는 쪽인데, 처음부터 그런 방향으로 가기에는 서경씨가 관심이 적은 상태이고 다른 일반인들의 관심을 끌기가 조금 어렵지 않을까 싶었어요. 그래서 일단은 주변에서 사람들이 쉽게 갈 수 있는 곳을 중심으로 먼저 작업할 예정이에요.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면 이렇게 예쁜 것들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거든요. 계양산을 가도 등산 하시는 분들은 많은데, 제가 새보고 있는 모습을 보시면, 저게 무슨 새냐고 묻는 분들이 많거든요. 그곳에 뭐가 있는지 모르고, 산에 다니는 분들이 많은 거죠.

생각해보면 저도 제가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만 해도 다양한 새를 보는데, 어떤 새인지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 사실, 번식 때가 되면 아파트 쪽에서 새들이 번식을 많이 해요. 제 생각에는 천적들이 사람한테 가까이 안 오니까 그런 것 같아요. 제가 사는 계산동 아파트에도 물까치나 지빡구리, 박새 같은 새들이 번식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리고 번식을 하고 나면 없어져요. 산으로 날아가는 것 같아요. 아파트뿐만 아니라, 산에서도 사람들이 다니는 길 주변에서 번식을 많이 해요. 그래서 생각보다 아파트에서 새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는데, 신경 쓰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거죠.

앞으로 작업하고 싶은 새가 있으신가요?
: 요즘에 관심이 있는 곳은 영종도 쪽이에요. 원래 영종도가 있고, 주변에 여러 섬이 있었는데, 공항이 생기면서 하나가 되었잖아요. 거기서 분명히 많은 새가 살았을 텐데, 그 새들이 터전을 잃고 어디로 갔을지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있죠. 그래서 이런 문제 의식을 느끼고 작업을 해볼까 생각을 하고 있어요. 지금 공항 문제가 많이 화두가 되고 있잖아요. 공항으로 인해 섬과 새의 생태계에 관한 문제를 작업해보고 싶어요.

이지현님 사진

주변 환경과 연관해서 새를 그리고 싶은건가요?
: 네, 환경에 영향을 받는 새의 문제에 대해서 하고 싶어요. 새 하나하나가 예쁘고 좋고 새 하나씩 그려보고 싶지만, 지금 제가 인천에서 새를 보고 가장 충격받았던 게 환경 문제와 새 관계이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작업을 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11공구(송도매립구역)에 가보면 이미 매립된 곳인데도, 지금 검은머리물떼새라든가 검은머리갈매기들이 거기서 번식을 해요. 거기에 건물이 들어서면 그 새들이 갈 데가 없어지는 거죠.

<인천채집>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어려운 점이나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으신가요?
: 도요새 보러 영종도에 갔었어요. 무리를 보려고요. 원래는 진짜 많거든요.

: 이번 여름에 진짜 너무 더웠잖아요. 저희가 면허가 없어서 차도 없이 힘들게 영종도에 갔는데, 물때가 안 맞아서 결국 아무것도 못 찍고 온 거예요. 진짜 아무것도 없는데, 3시간 동안 밥도 못 먹고 너무 힘들었어요. 그때 땡볕에 살 탄 자국이 아직도 있어요.

: 물이 조금씩 들어와서 새들이 우리한테 가까이 오면 많은 무리를 볼 수 있는데, (물이) 쫙 빠져있었어요. 그러면 새들이 여기저기 다 먹이를 먹을 수 있잖아요. 그래서 다 흩어져 있었어요.

: 그런 상황들이 어려워요.

청년 레지던시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계신데, 좋은 점이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 있을까요?
: 저는 일단 취지가 굉장히 좋았어요. 인천에서 할 수 있는 작가들을 모집하고 다른 사업들 비해서 예산 쓰는 것도 편하고 좋았거든요. 다만 작업을 완성하는데 주어진 기간이 너무 짧다는 점이 아쉬운것 같아요. 저희 같은 경우는 한여름에 시작해야 하니까 작업하기 너무 힘들더라고요. 그런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취지 자체는 정말 좋은 거 같아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일반 사람들이 이 근처에 어떤 생물이 산다는 것, 그 정도만 알 수 있게 되면 좋겠어요. ‘참새 말고도 이렇게 많은 새들이 있구나.’라고 관심을 조금씩 기울면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작년에 수업에서 인상 깊게 들었던 내용이 있었는데, 계양산에 골프장 문제가 논란이 많았잖아요? 모 기업에서 계양산에 골프장을 짓겠다고 그랬었는데, 사실 그런 일은 시민들이 막기가 굉장히 힘들어요. 근데 그곳에 사람들이 많이 가고 관심을 가지기 때문에 국회에서 골프장 건립을 적극적으로 막을 수 있었거든요.
사실 인천에는 개발 때문에 사라져 가는 곳들이 분명히 곳곳에 있을 테고, 우리가 관심만 가지고 잘만 찾아가면 지킬 수도 있거든요. 자신이 사는 곳 근처에 어떤 동식물이 서식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관심이 없어서 점점 더 사라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이 주변 자연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에요.

<인천채집> 포스터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김지연
사진 / 조화로운팀 제공
이진솔(정책연구팀)

 




제4회 거문고앙상블 라미(藍人) 정기연주회 인천, 거문고로 물들이다 “뿌리 깊고 샘이 깊게”

일시 : 2018년 10월 6일 오후 5시
장소 : 인천서구문화재단 소공연장
주최/주관 : 거문고앙상블라미(藍人), 사랑의국악챔버
후원 :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사진 시민기자단 민경찬 




2018 문학페스티벌 <신바람, 동네책방>

일시 : 2018. 9. 29. 토요일 오전 11시
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야외광장 & 한국근대문학관
참여 동네책방 : 나비날다책방, 말앤북스, 책방모도, 책방산책,
딸기책방, 국자와주걱, 연꽃빌라,북극서점, 세종문고
주최 : 인천문화재단
주관 : 한국근대문학관

사진 시민기자단 민경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