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케이스 공연 <핵 잼>

2018. 10. 6 (토)요일
@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주최·주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인천문화재단, 인천공연예술연습공간

영상. 시민기자단 김유라




완벽해요 신기하리만큼

독일인들의 작은 일탈, 크리스마스 마켓

“승연! 드디어 뮌스터(Münster)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렸어.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은 정말 유명하거든. 꼭 가봐야 한다고!”

쉐핑헨 레지던시의 사무실 직원 우타(Uta)가 상기된 표정으로 말한다. 우타는 쉐핑헨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뮌스터에 산다. 최근 우타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뮌스터 크리스마스 마켓 이야기를 계속 들었기에 마켓이 열리면 뮌스터에 나가 봐야지 하고 생각하던 차였다.
사실 크리스마스 마켓이라고 뭔가 특별한 게 있을까 의아했다. 이미 런던 유학 시절 화려한 크리스마스 마켓을 여러 번 본 터라 아마 독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온 거리는 아름다운 조명으로 장식되어 화려하고 사람들은 한껏 들떠 쇼핑하러 쏟아져 나오는 모습이 그려졌다.
어쨌든 심심하고 건조한 독일인들이 이토록 신나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뭔가 색다른 게 있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게다가 독일 크리스마스 마켓의 역사는 600여 년이나 되었다고 하니, 흠… 덩달아 기대가 된다.

스산하게 비가 내리던 어느 날 쉐핑헨에서 S70번 버스를 타고 뮌스터로 향했다. 쉐핑헨에서 뮌스터까지 버스로 1시간이 걸리고 왕복해서 12유로다. 저렴한 독일물가와 비교하면 꽤 비싼 편이다.
어쨌든 뮌스터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고 싶어 아침 일찍 버스에 올랐다. 버스 아저씨가 크리스마스 쿠키를 건넨다. 흩날리는 비를 뚫고 뮌스터에 도착했다. 뮌스터에선 11월부터 크리스마스 마켓 다섯 곳이 열린다. 도시 곳곳에 붉은 장식품이 눈길을 끈다. 거리 한쪽에 작은 통나무집 모양을 한 상점이 줄지어 섰다. 힐끗힐끗 살펴보니 작은 수공예품과 털모자, 장갑, 컵 등을 거리에서 소소하게 판다. 한쪽에선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 따뜻하게 데워진 글루바인(Glühwein)을 홀짝홀짝 마신다. 음식이라고는 커리브로스터(Currywurst) 와 감자튀김이 전부다.

뮌스터 크리스마스 마켓

달걀에 끼워 준 크리스마스 초콜릿

뭐지? 우리나라 명동의 길거리 마켓보다 훨씬 한산해 보이는데… 이게 특별하다고?’ 

 심드렁하니 주변을 둘러보니 사람들 표정은 평소보다 훨씬 밝다. 어떻게 보면 아주 소박한 크리스마스 마켓에 잔뜩 들떠 있는 독일인들이 참 귀엽다. 한국에 사는 나에게는 그다지 특별하지 않지만 1년에 한 번 있는 크리스마스에 길거리 노점상을 즐기는 독일인들에겐 작은 일탈이었다.
크리스마스 전통은 독일에서 시작됐다던데, 크리스마스를 독일에서 보낸다고 하니 유럽의 다른 친구들은 전통 크리스마스를 보겠구나 하며 부러워했다. 그런데 막상 독일에서 보내는 크리스마스는 참 소박하고 간소하다. 평소와 다르게 길에서 따뜻한 글루바인을 마시며 음식을 먹고 소소한 물건을 팔러 나와 사람들을 만난다.
이렇게 작은 이벤트가 독일인들에겐 크리스마스마다 해 오던 특별한 일이 아니었을까? 누군가에게는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날이고 누군가에겐 종일 쇼핑만 할 수 있는 날이며, 누군가에겐 글루바인이나 쿠키와 커리부로스터가 있는 날이다.
크리스마스는 ‘크리스마스라는 사실 그 자체로 설레는 것 같다. 화려하고 눈부셨던 런던의 크리스마스와 달리 소소하고 심심한 독일의 크리스마스 마켓을 지나 뮌스터의 구시가지를 걸어갔다.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인기 있던 감자튀김과 커리부러스트

비스킷으로 치장한 뮌스터 

뮌스터의 구시가지는 참 예쁘다. 정말 너무 완벽해서 이상하리만큼 예쁘다. 건물 못지않게 도시 바닥도 예쁘다. 만질만질한 돌바닥을 보니 수백 년 전 이곳에서 마차를 타고 다니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그 오래된 돌바닥 위로 젊은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볍게 달린다. 런던처럼 거리에서 술을 마시고 소리를 지르는 사람도 없고 파리처럼 지저분한 쓰레기가 굴러다니지도 않는다. 적어도 내 눈에 보이는 모든 것은 차분하게 정리돼 있다. 얼마 전 크리스마스 마켓에 테러가 일어났다는 사실만 빼면 마치 세트장처럼 모든 게 완벽하다.  

뮌스터 거리

그런데 자세히 둘러보니 도시 전체가 꼭 얇은 비스킷으로 둘러싸인 것 같다. 구시가지의 건물 앞면은 아름다운 건축물이 찍힌 비스킷 같기 때문이다. 알고 보니 뮌스터의 구시가지 거리는 모두 새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후 뮌스터는 도시의 반 이상이 전부 부서졌다.
이후 사람들은 원래 건물을 바탕으로 도시를 재건했다. 뮌스터 구시가지엔 건물 48개가 새로 지어졌다. 말이 구시가지이지 사실 새로 지어진 거리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시가지를 걷다 보면 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무색할 만큼 오래전 거리를 잘 살렸다.
몇몇 건물의 앞면은 뒤쪽에서 철봉으로 받쳐 놓았다. 건물마다 문양도 찍혀 있다. 유럽의 오래된 가문들처럼 건물마다 문양들이 새겨져 있어 꽤 인상 깊다. 각 건물에 이야기가 담긴 오래된 로고가 하나씩 있는 셈이다. 나도 언젠가 집을 짓게 된다면 꼭 이런 문양을 만들어 새기고 싶다. 게다가 건물의 지붕 형태도 전부 제각각이다. 뾰족하기도 하고 둥글기도 하고 층층이 나뉘어 있기도 하다. 가끔 건물 꼭대기에 사람이 조각돼 있다. 멍하니 건물 하나하나 바라보다 보니 어느덧 해가 넘어간다.

2차 세계대전 후 부서진 뮌스터 거리

 
건물 앞면을 철봉으로 비스듬히 받쳐 놓은 모습   비스킷 같은 뮌스터 건물 앞면

건물에 새겨진 문양

해가 지자 건물에 하나둘 불이 들어왔다. 물론 예쁘다. 뮌스터에서 만난 가이드 아네트는 구시가지 쇼핑거리에서 파는 물건들을 계속 설명한다. 그런데 나는 가게에서 파는 화려한 물건들보다 건물에 더 호기심이 간다.

알다시피 뮌스터는 10년마다 열리는 조각전으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거리 곳곳에 예술작품이 남아 있다. 조각들이 도시 일부로 너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전혀 이질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오래된 것과 새것이 정겹게 도시에 어우러진다. 너무 예쁘고 완벽해서 마치 트루먼 쇼를 보는 듯 비현실적인 느낌을 준다. 온 도시가 아름다운 비스킷으로 둘러싸인 듯한 환상을 준다. 뮌스터의 밤이 깊어 간다.

뮌스터 거리

뮌스터 조각전이 끝난 후 거리에 남은 공공예술작품

LWL로 오세요

독일에 온 후 특히 쉐핑헨에 머물며 독일 현대미술을 접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 매일 쉐핑헨에서 자전거를 타고 동물들을 만나며 시골생활에 흠뻑 취했다. 그렇기에 뮌스터 거리를 걷다 만난 새하얀 건물 엘베엘 미술관(LWL)을 사실 큰 기대 없이 들어갔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산타클로스(세인트 니콜라스)가 나를 맞이한다. 그런데 그동안 많이 보던 산타클로스가 아니다. 삐뚤빼뚤 우스꽝스러운 얼굴이다. 설명을 읽어 보니 어린이 드로잉을 바탕으로 작가가 다시 만든 조각 작품이다. 왼쪽에는 착한 일을 한 친구에게 줄 선물 보따리를, 오른쪽에는 익살스러운 블랙 피터(까만 얼굴과 복장을 한 채 회초리를 들고 세인트 니콜라스를 따라다님)를 데리고 있다.

LWL미술관 미술관 입구에 놓인 산타클로스 작품

산타클로스를 지나 LWL미술관 전시장으로 향했다. 1층에는 백남준의 작품을 비롯해 현대 미술품이 전시돼 있다. 새하얀 벽에 걸린 현대미술 섹션을 지나 2층으로 올라간 순간 나도 모르게 “아…!” 하고 탄성이 나왔다. 건물 전체가 하나의 작품이며 신전처럼 느껴진다.
밖에서 봤을 땐 모던한 건물이었는데 2층 내부는 너무 멋지게 르네상스 시대의 장식이 그대로 남아 있다. 건물 바닥에 놓인 어느 작가의 설치 작품이 눈길을 끈다. 다름 아니라 A4 종이다. A4 종이를 깔아 바닥이 갈라지는 듯한 느낌을 표현했다. 건물 자체의 아름다움과 바닥에 깔린 종이 설치작품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
LWL미술관은 현대미술뿐 아니라 르네상스 시대와 바로크 시대의 작품들도 소장하고 있다. 게다가 미술관 건물 자체가 참 우아하다. 이곳은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의 본부로 더욱 유명해진 미술관이라고 한다.

A4 종이를 사용한 설치작품과 미술관 내부

모던한 LWL미술관 내부

결국 시간에 쫓겨 LWL미술관을 다 둘러보지 못하고 나왔다. 기대하지 않고 들어갔다 뭔가에 홀린 듯 몇 시간을 보내고 나온 것이다. 뮌스터와 참 잘 어울리는 미술관이란 생각이 들었다. 새하얀 자태를 뽐내는 모던한 건물의 외형에다 잘 정리된 미술작품 콜렉션과 세련된 건물 내부 한쪽은 오래된 르네상스 형식의 건물 형태를 그대로 살렸다.
오래된 것과 새로운 것이 오묘하게 잘 어우러진 곳이다. 공공장소에 어색하지 않게 어우러진 예술작품들과 깨끗하고 차분하게 정리된 뮌스터 거리의 모습이 미술관과 정말 닮았다.

뮌스터는 내게 이상하리만큼 완벽한 도시로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비스킷처럼 달콤하고 맛있지만 쉽게 부서질 것 같은 도시이기도 하다. 너무 완벽해서 어느 순간 쉽게 부서질지도 모르는 그런 도시 말이다. 그렇지만 2차 세계대전으로 부서진 도시를 이토록 멋지게 재건한 독일인들을 생각하면 이 환상적인 도시가 쉽게 사라질 것 같진 않다. 이런 도시에 사는 독일인들에게는 크리스마스 시즌 거리에서 사람들과 소소하게 와인을 마시고 연주를 하고 음식을 나눠 먹는 게 특별한 일이라니…. 참 신기할 뿐이다.
아마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할 수 있는 그들의 작은 일탈이기 때문일까? 그렇기에 이곳에서 만나는 독일인들마다 뮌스터의 크리스마스를 설레는 목소리로 이야기 해준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3일간 머물던 뮌스터를 떠나 쉐핑헨으로 돌아오는 버스를 탄다.

글 / 이승연
사진 / 저기요 스튜디오

이승연(Seung youn LEE)
고대사와 신화, 또는 상상의 극한을 보여 주는 기이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고대’라는 재료를 갖고 미래를 얘기한다. 최근에는 물리학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드로잉을 기반으로 철과 나무, 패브릭,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작업한다. 2012년에서 2017년까지 영국인 알렉산더와 ‘더 바이트 백 무브먼트’아티스트 듀오로 활동했다. 당시의 신화적·종교적·사회적 관심은 개인작업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영국 서머싯 하우스, 국립 광주 아시아 문화전당, 문화역 서울 284, 영은 미술관,
켄 파운데이션, 베를린 ZK/U, 등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벽화처럼 영원히 남을 작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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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헌 LEE Yangheo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이양헌은 미술사와 미술 이론을 전공했으며, 동시대 예술의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특히, 비평적 수행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해외에서 생산되는 텍스트를 번역해 공유하는 플랫폼 ‘호랑이의 도약(www.tigersprung.org)’을 운영하고 있으며,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세실극장, 2018), 《비평실천》(산수문화, 2017) 등을 기획했다.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 전시전경, 세실극장, 2018

#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주홍콩한국문화원에서 주최하는 «GRAY NAVY BLACK»는 한국의 젊은 작가들을 홍콩 미술계에 소개하는 ‘Korean Young Artist Series’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전시는 ‘동시대 회화가 도착한 곳은 어디인가?’라는 질문으로부터 출발해 유구한 미술사 방법론을 통해 동시대 회화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보여준다. 박정혜, 장다해, 정희민의 작품을 선정하고 이들에게 각각 회색(GRAY), 남색(NAVY), 검은색(BLACK)이라는 색채를 부여함으로써 16세기 베니스 르네상스와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그리고 다비드와 앵그르를 거쳐 도달하는 위대한 모더니스트 회화의 전개를 떠올리게 한다. 이는 동시대 회화에 대응하는 미술사 자체가 더 이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확증하고 동시에 그 실패의 지점에서 역설적으로 드러나게 될 회화의 공백을 가시화하려는 시도이다. 전시는 10월 10일부터 11월 23일까지 주홍콩한국문화원 갤러리에서 진행된다. 

 

《GRAY NAVY BLACK》, 주홍콩한국문화원, 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처음 미술계에 진입했을 때, 비평 자체에 관해 논의할 공유지를 상상했다. ‘비평의 위기’라는 다소 진부하지만 유의미한 문제의식 아래 젊은 비평가들과 함께 ‘사건’을 만들고 파라-텍스트(para text)를 생산하면서 비평의 위상과 역할, 유효성 등을 고민하였다. 이후 연구 방향은 큐레이팅과 전시모델로 확장되었으며, 특히 광활한 영토로 편재된 전시의 특정성을 어떻게 재구축할 것인가에 집중하였다. 비전시(non-exhibition)와 반전시(anti-exhibition)의 요소를 포괄하는 중층 구조 위에 큐레이터들의 수행성을 실험할 수 있는 일종의 무대를 가설해 본 것이다. 현재는 예술과 이론이 맺는 관계적 형상을 드러낼 ‘이론의 시학’에 관해 탐구하고 있다.

《비평실천》, 산수문화, 2017

 # Q&A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연구 활동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할 당시 동시대성으로부터 분화된 시간 모델에 관심을 두고 있었다. 예술을 넘어 우리가 거주하는 세계자체를 인식하는 선험적 상수로서 시간을 상정한 것이다. 동시대는 모더니즘 이후 역사주의로 대표되는 선형적인 시간성이 붕괴하고 복수의 다종-시간이 산출되고 있으며, 이는 특정한 사회구조와 테크놀로지의 발달, 담론적 전환에 의해 추동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구체적인 실천의 가능성을 고민하기 위해 비선형적인 시간들을 넘어 다시 공통 시간이 가능한지 질문하고자 한다. 보편적 시간관을 보존하는 동시에 개방하는 고전전인 서사이론과 픽션(Fiction)의 형식적 가능성이 중요한 전거가 되어줄 것이라 믿고 있다.

<호랑이의 도약(www.tigersprung.org)>, 국립현대미술관, 2017

# Q&A
Q. 연구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헤겔의 역사주의는 언제나 중요한 원천이 되어준다. 여기에 푸코의 에피스테메(episteme) 개념과 동시대 미술에 대한 집중된 연구를 보여주는 테리 스미스(Terry Smith)의 논의가 참조되고 있다. 보이스 그로이스(Boris Groys), 피터 오스본(Peter Osborne) 같은 학자들의 이론 역시 서로 공명하고 대립하는 쟁점으로부터 흥미로운 의제를 도출할 수 있었으며, 이를 경유해 현재 관심을 두고 있는 의제는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역사철학 테제이다. 조르조 아감벤(Giorgio Agamben)과 조르주 디디-위베르만(George Didi-Huberman)이 생산적으로 재독해하는 벤야민의 이론을 거쳐 새로운 시간 개념들을 가설하고 있다.

《No Curator: Object, Image, Theory》, 아카이브봄, 2017

# Q&A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평등주의나 관객참여, 저자성의 해체 등은 동시대 예술에서 여전히 주요한 경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이는 예술이 사회적 실천이나 프로파간다와의 상동성 등 정치적 의제와 결합하고 동시에 예술의 효용성을 욕망하는 동시대적 조건과 관계된다. 또 다른 요인은 형식적 범주를 지속해서 확장한 동시대 미술의 곤궁에 있다. 형식화된 범례와 배타적 위계를 통해 예술의 가치를 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으나, 그럼에도 예술을 재귀적으로 정의할 수 있는 특정성을 세우는 일이 긴급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다.

큐레이팅 심포지엄 <큐레이터로서의 큐레이터(Curator as curator)>, 2018

# Q&A
Q.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동시대에 생산되는 다성적인 예술실천들을 보다 세심하게 관찰하고 이를 통해 유의미한 비평의 형식을 생산하고자 한다. 또한, 미술-생태계 안에서 긍정적인 피드백이 가능한 체계를 고민하고 예술과 세계 사이에 놓인 깊은 심연을 매개하는 이론의 시학을 구축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hibition of Exhibition of Exhibition》, 세실극장, 2018

# Q&A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자세한 내용 보기 ▶)




이아람⨯조은희 LEE Aram⨯CHO Eunhee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클래식에서 출발하여 전자음악과 미디어아트를 넘어 즉흥연주에서 비롯된 공동창작을 해 오고 있는 ‘조은희’와 음악에서 동시대성을 고민하며 <살아가다> <Wood & Steel> <Electro-대금> 시리즈를 이어가는 ‘이아람’은 공동창작 및 사운드와 연주를 넘나드는 부분에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서양음악에서 출발한 ‘조은희’는 음악에서 공간을 중요하게 생각하여 영감을 얻고 있으며, 인간 목소리의 가능성을 확장하고 실험하는 보이스 퍼포먼스 작업을 만들어 오고 있다. 전통악기인 대금을 연주하며 시간에 대한 이슈를 음악에 접목해 온 ‘이아람’은 전통을 동시대와 분리하지 않고 녹여내는 작업을 하며 대금에서 출발하여 사운드와 테크놀로지 영역까지 확장해 간다. 이와 같이 비슷한 지점에서 둘은 상호작용하며 때론 충돌한다.

# 예정 공연 소개

‘네우마와 정간보’는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9기 공연예술 분야로 활동하고 있는 이아람과 조은희의 협업공연이다. 두 작가가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의 스튜디오 E22와 야외공간 및 C동 공연장을 관객들과 함께 이동하면서 감상하는 프로젝트이다. 그리고 민요 소리꾼 성슬기와 타악·소리의 조한민이 함께한다. 동·서양 음악의 흐름을 동시대 음악언어로 재해석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공연 두 번과 오픈 리허설, 세미나를 통해 관객과 만나게 될 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예술단체 창‧제작 프로젝트 <네우마와 정간보>
– 공연일정
 ‧ 오픈 리허설: 2018년 11월 9일 오후 2시
 ‧ 세미나(작가와의 대화): 2018년 11월 9일 오후 3시 30분
 ‧ 퍼포먼스 공연 : 2018년 11월 10~11일 오후 2시
– 공연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스튜디오 E22 및 C동 공연장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우리가 연주하는 대금과 피아노는 전통악기와 서양악기를 넘어 구조와 체계가 많이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함께 작업할 때는 서로의 영역을 존중하며 본인의 소리를 찾는 것에 목적을 둔다. 그리고 연습을 하며 전체적인 구조를 잡는다.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연주자로 참여하기도 하고 함께 작곡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형태의 협업은 우리 두 사람이 ‘창작할 수 있는 음악가’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조은희_<나머지는 침묵이다>_공연장면_2016   이아람_<Electro 대금>_공연장면_2017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A. 
우리가 처음 만나 함께 작업한 <2015년 수원화성 소리지도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 작업은 조은희의 레퍼토리 작업인 ‘소리지도 프로젝트’의 시작이기도 하다. 이후 <2016 수원화성 소리지도> <2017 사운드 맵 프로젝트>와 같이 각 공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공연들을 함께했다. 현재까지도 즉흥과 전통, 연주에 집중하여 국악연주자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원화성 소리지도>__2016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우리는 음악 취향이 비슷하다. 닐스 프람(Nils Frahm)이나 올라퍼 아르날즈(Olafur Arnalds) 같은 음악가를 좋아하고 음악을 공유하며 이야기할 수 있기에 함께 상상하고 지향할 수 있다. 또한 서로의 영역을 잘 모르기에 같이 공부하며 알아가는 자체가 큰 영감이 되고 있다.

<사운드 맵 프로젝트>_2017

Q. 예술, 그리고 관객의 소통에 대하여
A. 이아람은 궁극적으로 예술은 “나도 좋고 남도 좋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조은희도 좋은 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우리 둘은 관객과 소통하며 예술을 바라보는 관점이 비슷하다.

<이아람⨯조은희 쇼케이스>_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각자 가진 음악적 정통성이 팀으로 함께 만들어 내는 음악에 내재되어 있다. 이에 우리가 실현하는 음악은 갑자기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예술사적과 음악사적으로 내려오는 흐름 안에서 발현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이아람⨯조은희 쇼케이스>_공연 포스터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생활예술의 선구자, 전석환 선생님의 이야기를 만나다

같이 노래 부르는 사람들 ‘sing along’

sing along(싱어롱, 같이 노래 부르기). 참 오랜만에 듣는 말이다. sing along은 필자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많이 듣던 말이었다. 교회에서 주로 들었다. 복음성가를 함께 부르는 시간, 악기를 다루는 사람들은 악기를 다뤘고 함께 노래하며 간단한 율동도 하는 시간이었다. 비단 교회뿐 아니라 학교나 사회에서도 종종 sing along 시간을 만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여러 사람이 함께 부르니 부담이 없었고 다 함께 아는 노래여서 더 좋았다. 그게 왜 좋았을지 지금도 잘 모르겠지만, 그 시간을 통해 우리는 많은 노래를 ‘함께’ 불렀다.
그 시간에 우리는 ‘어두운 밤에 캄캄한 밤에…….’로 시작하는 ‘실로암’을 불렀고, ‘가방을 둘러맨 어깨가 아름다워…….’ 라고 시작하는 노래나 ‘조개 껍질 묶어 그녀에 목에 걸고…….’같은 후크송들을 신나게 불렀다. 국민가요라고 불리진 않았지만, 그 시대를 거친 사람들 대부분은 그 노래를 알고 있었다. 우리는 언제 그 노래들을 다 배운 것일까?

오랜만에 그런 자리를 보았다. 인천음악플랫폼 1층에 나이 지긋하신 분들 50여 명이 모여앉아 함께 노래를 부르고 계셨다. 앞에서는 전석환 선생님께서 키보드 하나를 가지고 노래 부르기를 이끄셨다. 노래는 대부분 짧고 알려진 노래였고, 모두 따라 부르기에 쉽게 큰 글씨의 악보로 되어 있었다. 선생님은 여성들이 많다며 키를 낮게 조정해주기도 하셨고 잘 모르는 노래는 좀 틀려도 된다고 하셨다. 익숙한 노래들은 후렴을 반복하거나 빠르기를 조정해 멋있게 마무리하기도 했다. 종종 화음 소리도 들렸다. 모두의 표정이 편안해 보였고 평화로웠다.

인천음악플랫폼에서 열린 <sing along, 인천> 공연

sing along의 처음, 전석환

전석환 선생님에 대한 자료를 몇 개를 미리 읽었을 때 내가 접한 정보는 sing along을 만든 사람이라는 설명이었다. 음악을 전공했지만, 교회에서 많은 사람이 한목소리로 찬송가를 부르는 것에 감명을 받아 많은 사람과 함께 노래하는 운동을 하셨다. 통기타 하나 들고 많은 사람과 노래를 했다. ‘좋은 노래’를 불러야 ‘좋은 삶’을 살 수 있다고 믿으셨던 선생님은 군부대, 학교, 방송을 통해 좋은 노래를 함께 부르는 일에 집중하셨다.

” 체육회에서 얘기하지만, 생활체육이 성공했잖아요. 체육생활 타이틀을 생활체육으로 바꿨거든요. 내가 얘기하는 게 오늘 이거야. 생활 음악을 하라는 얘기야. 음악 생활이 아니라. 신앙도 생활신앙을 하라는 거예요. 신앙생활 하라고 하지만, 난 그런 말을 안 써요. 목사님에게 바꾸라고 말하죠. 신앙생활이 아니라 생활신앙을 할 수 있도록 설교를 해달라고 부탁하죠. 문화예술인들한테도 자꾸 생활 속에서 들어간 작곡을 하라고 하죠.  노래를 불러도 따라부르기 어려운 노래는 갈 때가 되었다는 거야. “

누군가 잘하는 사람이 노래하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이 생활 속에서 예술을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자리가 없는 것을 안타까워하셨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듣고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생활예술은 우리가 처음 발견한 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생활체육에서 영감을 얻어 생활예술이라는 단어를 생각한 것처럼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신 분이 있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오신 분을 만나게 된 것이 기뻤다.

2018.10.18 <sing along> 공연을 마치고 전석환 선생님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민주적인 방식으로 구현된 노래부르기

“공개방송하면 찬조 출연(게스트 공연이 있는게)하는 게 단일지사거든요. 근데 나는 다 함께 노래하거나 삼천만이 합창하는 거지. 누구 한 사람만 독창하는 게 아니었단 말이야. 학교나 직장에 가면 직원 중 노래를 좋아하는 사람이 있어. 그 사람 데려다가 마이크 주고 같이 부르게 하기 위한 게 목적이지. 누군 혼자 남아서 솔로 부르고, ‘와, 잘한다’는 게 아니란 말이지. 그게 찬송가에서 얻은 거야. 교회에서는 예배가 기도와 찬송, 설교인데요. 그중에서 찬송을 무시하는 목사들 많은데, 이거는 내가 일본 가서도 얘기했지만, 찬송을 열심히 하는 교회는 잘 돼요. 단합이 잘되거든요. 공동체 의식이 좋아지거든. 그런 거를 어렸을 때부터 터득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동네에서 연극을 하거나 청년들이 뭐 한다고 하면 나는 솔로를 안 시켰거든요. 예를 들어 내가 창영교회에서 성가대 지휘할 적에 4시간 전곡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중 헨델의 메시아에 솔로 부분이 있지만, 나는 솔로를 안 시켰어. 소프라노 파트도 전부 같이 불렀죠. 어떻게 보면 좀 이단적인 행동을 한 거예요.”

내가 인터뷰 당일 목격한 노래 교실에서도 그랬다. 모두 즐겁고 편하게 부르는 노래로 1시간이 꽉 채워졌다. 절대 가르치지 않았고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선생님은 ‘리더’이기를 바라셨다. 리더는 ‘인도자’이지 ‘지도자’가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인도자가 되어 sing along 시간을 편하게 이끌었다.
하지만 그는 새로운 시도도 끊임없이 했다. 당시에는 교회에서 통기타를 치는 것을 이단시 해왔지만, 그는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했다. 신디사이즈도 처음으로 도입했다. 교회나, 클래식을 전공한 사람들은 선생님의 그런 행보를 싫어했지만, 그는 생각이 달랐다. 나쁜 악기가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노래가 있다는 것이었다는 것이다. 좋은 노래를 부르는 것이 더 중요하고 거기에 어떤 악기도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생활문화가 통기타, 오카리나, 우쿨렐레, 하모니카 등 대학에 전공이 없는 악기로부터 시작했고 공예도 캘리그라피, 바느질, 뜨개질 등에서 시작되었다.이처럼 우리는 고급문화 저급문화를 구분해 저급문화를 ‘아마추어’ 또는 ‘예술적인 것이 아닌’ 것들로 취급했었다. 그러나 생활예술이 부상되면서 그런 경계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전석환 음악가 인터뷰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 장충체육관에 전국대회로 사람들이 모였어요. 거기서 독창곡 <보리밭>을 시작하는데, 옛 생각이라는 노랫말에서부터 눈물이 터져 나온 거예요. 이 장충체육관이 뜨는게 아니라 내 몸이 뜨는 것 같았어요. 옛 생각에서부터 음이 올라가는데 내 몸이 붕 뜨는 것 같았다니까요.  ···(중략)··· 그게 슬로우 락이라서 소리만 크게 부르면 딱 뭉쳐지거든. feeling이 부딪히는 게 아니라 꼬아지니까 이건 무서운 거야. 내가 거기서 감명을 많이 받았어요. 막 신나게 부르는 게 아니고 슬로우 락이라서 감정 세계가 느껴졌어요. 그게 묶어지면서 꼬아지는 거죠. 내가 그래서 핵폭탄이 터져도 그건 부서지지 않을거 라고 얘기를 했어. 노래가 그만큼 무기보다 무서운 거라고.  ···(중략)··· 같이 노래를 부르면서 감동을 하듯이 그런 데서 오는 엔도르핀은 대단하죠. 그건 돈 주고도 못 사고 의학적으로도 해석을 못 해. “

인터뷰하기 전에 전석환 선생님에 대한 선입관이 있었다. 그는 군인 출신이기도 했고, 클래식 전공자였다. 이북이 고향이었고, 월남해서 조국을 위한 일에 관심이 많았고, 군대, 새마을 운동 등 관 주도의 일에도 많은 역할을 하셨다.
한국 현대사를 고스란히 관통한 그분의 역사가 나와 너무 달라서 혹시 말이 통하지 않거나 너무 다른 생각이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대화하면서 그 걱정은 없어졌다. 오히려 나는 생활예술을 가르쳐 주실 선배님을 너무 늦게 만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예술이 예술가만의 것이 아니라고 평생을 피력했다. 모든 사람이 예술을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해왔다. 좀 더 대중적인 악기를 도입하고, 많은 사람이 ‘함께’ 노래 부르기를 원했던 그는, 예술이 주는 감동을 되도록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그의 오랜 노력 때문에 지금 생활예술이 공론화 되는 시기가 온 것은 아닐까?
그의 ‘함께 노래 부르기’는 지금 ‘누구나 어디서나 예술하기’로 발전했고, 통기타와 신디사이저의 실험은 우쿨렐레, 오카리나, 하모니카가 되었다. 그의 원칙이었던 ‘좋은 노래, 부르기 쉬운 노래’는 아직도 우리의 숙제이다.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늘 자신 없는 것이 사실이지만, 모든 사람이 예술이 자신의 것이라고 여기는 시대는 분명 지금과는 다른 세상일 것이다.

인터뷰 진행 정리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사무처장 최경숙

사진 / 정책연구, 개항장플랫폼




“지역에서 재밌게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어요.”
<추르추르판판 인터뷰>

인천은 지리적으로 서울과 인접하고 교통이 편리하다. 이것은 문화적으로 봤을 때 다양한 문화를 소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대로 인천에서 ‘문화’를 이야기하면 자연스럽게 서울을 떠올리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인천에서 문화 활동을 위한 씬(Scene)이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다. 

“우리나라 문화예술활동이 서울에 유독 집중되어 있잖아요. 근데 생각해보면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서울에 자리 잡은 것은 아니에요. 대부분 가까운 인천, 경기도에서 사는 사람들이 올라가거나 아니면 지방에 올라와서 자리를 트는 사람이 많아요. 서울의 문화를 소비하는 사람 중에 물론 서울 사람들이 있지만, 인천 경기도 사람들도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해보면 중요한 것은 그곳에 누가 있기보다 거기서 누가 무엇을 하는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다들 그곳에 흥미로운 무엇인가가 있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인천에도 그런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고 이곳을 좀더 조명해보고 싶었어요.”

추르추르 판판의 진나래 작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정말 공감되는 내용이 많았다. 태어나고 자란 인천사람들의 동질감이랄까. 인천에서 새로운 씬을 만들고자 노력하는 추르추르판판팀과 그들의 프로젝트 <새러데이 인천>에 대해 알아보자.

안녕하세요. ‘추르추르판판’ 팀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사실 ‘추르추르판판’은 추르추르가 하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이름이에요. 현재는 <새러데이 인천> 프로젝트를 진행 하는데, 인천 예술가들을 직접 찾아가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공간을 소개하는 독립출판형 관광잡지를 제작해요. 

<추루추르 판판 팀>구성원은 어떻게 이루어졌나요?  
‘추르추르판판’은 제가 대표로 있는데, 박가인, 이지혜, 최수진 씨와 만나 <새러데이 인천> 팀을 꾸렸어요. 일단 박가인 작가는 <새러데이 인천>에서 인터뷰와 사진을 담당하고 있고 여성과 가부장적 제도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으세요. 이번에도 이주민 패션매거진 펀딩도 진행하셨어요. 최수진 씨는 개인 작업 활동을 활발히 하시는데 주로 문화예술행정과 기획 쪽으로도 일을 해오셨어요. 여기서는 주로 에디터로서 참여하고 계시고요. 마지막으로 이지혜 씨는 디자이너이자 사진작가로 활동하고 계세요. 
저희들은 각자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별적으로 만났지만 다 연결이 되었어요. 예를 들어 가인 씨와 수진 씨는 저랑 인천에서 활동하니깐 자주 보던 사이에요. 지혜 씨는 인천에 살지는 않지만 가인 씨 작업을 할 때 디자인을 도와주면서 소개를 받았어요. 그러면서 <새러데이 인천>을 같이 한 거예요. 저는 이 프로젝트의 총괄을 맡고 있고요. 

 
추르추르판판 <새러데이 인천>프로젝트팀 발족식

<새러데이 인천>외에 ‘추르추르판판’ 에서는 어떤 일을 하고 계신가요? 
‘추르추르판판’은 작년에 출판사 등록을 올해부터 조금씩 활동하고 있어요. ‘추르추르’에서 는 출판을 담당한다면 판판은 스튜디오에서는 다양한 것들을 시도하려고 하죠. 이곳에서 기획도 하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뭔가 자신을 내어 볼 수 있는 게 있으면 좋겠어요. 추르추르 프레스에서는 주로 종이책을 제작하고 있고 굿즈가 되었으면해요. 

‘책이 굿즈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은 어떤 의미인가요?
요즘에는 좋은 굿즈에 책을 끼워 팔게 되는 경우도 꽤 있는 것 같더라고요. 안타깝게도 책 자체만으로는 소비가 안 되니까 굿즈가 메인이고 책이 부록으로 딸려와서 판매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책을 굿즈처럼 만들고 싶어요. 그리고 사람들이 책을 신성시하는데, 책이 무겁게 다가오기보다는 가볍게 소비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고 여기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런 인식이 바뀌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어요. 5-6천 원 짜리 커피는 잘 사 마시지만, 같은 가격이라도 책은 잘 보지 않잖아요. 사람들이 마시고 먹을 때 쉽게 사듯 책도 쉽게 소비하고 친숙해졌으면 좋겠어요. 

추르추르판판은 커피테이블북처럼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고 싶다.
출판물 <피아노를 위한 소곡>에서 편안한 그림체는 책에 대한 작가의 마음을 반영한 것 같다.  

다양한 지역에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인천의 예술가를 대상으로 잡지를 제작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제가 서울과 경기도에서도 여러 활동을 했어요. 대부도에 경기창작센터와 창동창작 스튜디오, 인천아트플랫폼 등 여러 곳을 다녔는데, 경기나 창동은 왕복으로 6시간 걸리거든요. 매일 길에서만 대 여섯시간을 버리는 거예요. 여러 곳을 다니면서 내가 문득 ‘왜 이래야 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어요. 곰곰이 생각해 보았는데 인천에 사는 작가들은 꽤 있어도 같이 작업을 할 수 있는 씬(Scene)이 없어서 그런 것 같아요.

인천에 작가들이 많은데 씬이 없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인천에 사는 작가들이 이곳을 내가 활동하는 곳이라고 생각 안 하고 계속 외부로 나가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왕 집 근처에서 활동할 기회가 많아져서 제가 굳이 멀리 나가지 않았으면 좋겠고, 이러한 활동들이 커져서 인천의 씬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도 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다 더 조명되고 더욱 다양한 씬이 생겼으면 해요. <새러데이 인천>도 이러한 저희 바람이 녹아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고요. 

출판물 <새러데이 인천>

추르추르판판이 출판물 <새러데이 인천>에 담으려는 예술가의 기준이 있나요?
기획 회의를 할 때도 이 부분이 제일 어려웠어요. 정말 마음 같아서는 많은 예술가를 담고 싶었지만, 중철로 제작하다 보니 몇몇 분들만 소개할 수밖에 없었죠. 작가 한 명 소개할 때마다 서너 페이지 지면이 차지하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호에는 시각예술 분야에 계시는 분들만 다루고 있어요. 시각예술에도 많은 작가분들이 활동하시는데, 첫 회라 제가 잘 아는 작가들 중심으로 하게 되었고요. 앞으로도 여러 장르의 작가를 지속해서 다루고 싶고 매 회마다 7~8명씩 소개하고 싶어요.

 

<새러데이 인천> 내지 시안 

<새러데이 인천>의 내용은 어떤 식으로 구성하실 계획이신가요?
현재 팀까지 포함해서 7명 정도 생각하는데 우선 작가소개를 최대한 많이 다루려고 해요. 인터뷰 내용은 조금 가벼워요. 그들의 작업소개와 지역에서 활동한 이유를 물어보고 활동하는 공간이나 자기만 아는 공간을 소개해달라고 하기도 해요. 작가와 관련된 것 외에 인천의 관광도 담으려고 생각 중이에요. 일반적인 관광잡지가 아니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관광지는 아니에요. 예를 들면 인천에서 공장지대가 관광지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천만의 미감이 녹아있죠. 이처럼 작가들이 자기가 섭외하고 싶은 장소를 선정해서 저희가 담아내고 있어요.

소개받은 장소도 직접 방문하시나요?
다 아는 지역이라 방문까지는 아니지만 필요하면 찾아가죠. 근데 예상처럼 잘 나오지는 않더라고요. 의외였어요. 제 생각으로는 인천에 특별한 곳이 많이 나올 줄 알았는데, 작가들은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되는 부분을 콕콕 집어서 이야기해 주시더라고요. 근데 그것이 오히려 솔직하게 다가와서 담백한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자유공원의 LED 다리를 소개하시는 거예요. 근데 생각해보면 뭔가 인천스럽기도 한 것 같더라고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관광지는 어떻게 다루고 계시나요?
동화마을을 소개해주신 작가님도 계셨는데 처음에 어떡해야 하나 싶었어요. 근데 작가가 소개하는 맥락은 완전히 다르니깐 괜찮겠다 싶었죠. 아, 백인태 작가님은 본인이 다니는 조 깅코스를 소개해주셨는데(웃음) 가장 기억에 남아요.

<새러데이 인천>에는 다루지 못했지만, 꼭 널리 알리고 싶은 인천의 예술가를 추천한다면요?
저는 시각예술분야 이외의 분들을 추천하고 싶어요. <오늘도 평화로운>의 백승기 영화감독이나 김찬기 감독님이요. 또 음악 하는 이권형 작가님. <올해의 작가상 2018> 수상자 옥인콜렉티브팀, <Make up Dash, 꾸밈노동 메이크업>을 선보이고 계신 치명타 작가님을 소개하고 싶어요. 승기 감독님은 영화계에서 많이 알려지긴 하셨지만, 대중적으로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흥미롭게 보았던 것이 찬기 감독님과 승기 감독님 영화였던 것 같아요. 예상지 못한 줄거리가 정말 좋고 재미있어요. 권형 씨는 인천 로컬 담론의 의미를 고민하고 실천하시는 싱어송라이터인데 안티 젠트리피케이션 활동도 굉장히 많이 하셨어요. 치명타 작가님은 최근에 인천에 오셨는데, 사회적 이슈를 담은 메이크업 영상을 찍으시고 계세요.

특정 소비자를 염두에 둬서 <새러데이 인천>을 제작하셨는지 궁금해요.
만약 타켓팅을 했을 때 독자의 취향이 우리가 하는 취지와 거리가 멀면 아예 할 수 없잖아요. 비록 대중적이지는 않지만, 적어도 문화예술과 인천에 관심 있는 일반인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분들에게 인천의 문화예술을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매개체가 되면 좋고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사람들이 자기가 살고 있는 곳 근처에 이렇게 잠재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좀 알게 됐으면 좋겠어요. 우리 근처에 재미있는 예술가들이 많이 있고, 그들의 활동이 더 많이 소개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취지이고 목표에요.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포부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새러데이 인천>은 아직 두 작가 정도만 샘플페이지처럼 나와 있어요. 이제 나머지 작업을 진행해서 12월에는 인쇄본으로 제작할 계획이에요. 매년 새로운 작가들을 소개할 수 있는 지면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츠루츠루판판은 앞으로 좀 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창작물을 제작하고 싶어요. 종이책뿐만 아니라 출판이라는 영역을 확장하는 거죠.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좀 더 다양한 매체를 활용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도 지금처럼 창작활동을 계속할 수 있기를 바라요.

 
<새인천 환타지아>인천의 캐릭터들을 편집하여 만든
새인천 캐릭터 이미지
  <새인천 마스코테 네오>인천의 캐릭터들을 편집하여 만든
캐릭터 조형물

인터뷰 진행·정리 / 김지연
사진 / 정책연구팀




2018 한중일 동아시아문학포럼 작가와의 만남

일시 : 2018. 10. 19. 금요일 16:00-17:30
장소 : 인천아트플랫폼 H동 2층 다목적실
주최 : 동아시아문학포럼 한국·중국·일본 조직위원회
주관 : 교보 대산문화재단
후원 :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 문화체육관광부, 서울시립청소년문화교류센터, 교보문고

사진 시민기자단 민경찬 




베일에 가려졌던 창작공간…아트플랫폼 작업실의 문이 열렸다

지난 19일 ‘2018 플랫폼 오픈스튜디오’ 개최
입주 작가들의 작업실 공개…작가들의 작품과 작업과정 관람
작가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기회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베일에 가려졌던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작가들의 작업실이 공개됐다. 지난 19일 ‘2018 플랫폼 오픈스튜디오’가 개최되면서 단 3일간 입주 작가들의 창작활동이 이루어지는 작업실의 관람이 허용된 것이다.
오픈스튜디오에는 인천아트플랫폼 24개의 작업실이 개방되며 관람객들이 작가별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를 감상하고 작가들의 창작세계에 대해 대화를 나눠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지난 2009년에 개관한 인천아트플랫폼은 2010년부터 매년 시각예술을 비롯해 연극, 공연예술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와 연구자를 대상으로 포트폴리오 심사와 인터뷰 심의를 통해 입주 작가를 모집해 작업실을 제공해왔다. 모집을 통해 선정된 작가들은 자신만의 작업공간에서 자신의 창작세계에 대해 마음껏 탐구하고 실험할 수 있다.
입주 작가들은 작업실 외에 전시장과 공연장, 공동작업장을 사용할 수 있고 다양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는다. 오픈스튜디오나 결과보고전 등 창작발표의 기회도 얻고 예술교육 및 창작교육 프로그램도 제공받을 수 있는 것이다.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올해 오픈스튜디오에 참여한 입주 작가는 총 24팀으로 아트플랫폼 E동 건물에서 창작의 둥지를 틀고 있다. 오픈스튜디오가 진행되면서 이들의 사적이면서도 고유한 작업실은 관람객들에게 활짝 공개됐다. 작가에 따라서 작업실은 전시장이나 공연장으로 재정비되기도 했다. 평소의 작업공간을 꾸밈없이 내보이기도 한 작가들도 있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작가들의 독창적인 창작세계는 많은 관람객으로부터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아냈다. 관람객들은 작업실에 있던 입주 작가들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의 창작세계에 대해 능동적인 탐구를 할 수 있었다. 작가와 관람객 사이에 끊임없는 소통은 작가들에게는 또 다른 새로운 영감을, 관람객들에게는 작가들의 창작지향점에 대한 해답을 주고받는 시간이 됐다.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이날 관람객들의 호기심 어린 눈길을 끈 것은 작가들의 작품만이 아니었다. 작업실이라는 공간 자체도 관람객들의 흥미를 끌었다. 안방 정도 크기의 작업실에는 작은 화장실과 주방이 하나씩 딸려 있었다. 각각의 작업실에는 전기와 수도, 냉·난방, 와이파이 시설이 갖추어져 있었다. 별도의 공동작업실과 주방·라운지, 세탁실도 따로 설치돼 있었다.

 
출처 : 취재기자 정해랑

작가들의 작업실에서의 생활과 애용하는 작업 도구에 대한 관람객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작업실 내부에는 작가들의 손때가 묻은 작업 도구들과 재료, 책자들도 고스란히 공개됐다. 숨김없이 드러난 그들의 창작활동으로 인한 흔적도 관람객들에게는 하나의 전시물이었다.

인천아트플랫폼의 입주 작가 정기모집은 보통 10~11월에 진행된다. 지원대상은 만 25세 이상의 창작활동이 활발한 국내외 예술가이며 국가와 지역, 성별의 제한은 없다. 입주 기간 11개월간이며 시각 분야 국외 예술가는 3개월로 제한된다.

정해랑 프리랜서 기자
blog.naver.com/marinboy58
marinboy58@naver.com

 




2018 생애전환 예술특강 <전환을 위한 삶의 방법>

10월 18일 목요일 오후 7시, 인천 중구 제물량로에 있는 카페 까미노에서는 특별한 특강이 열렸다. 바로 생애전환 예술특강으로 2018년 10월 4일부터 시작하여 12월 22일까지 총 13주간의 커리큘럼을 가지고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된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전에 따라 우리의 평균 수명은 이전보다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제는 환갑잔치라는 말이 어색할 정도로 여든을 넘기는 것이 특별한 일이 아니다. 하나 여전히 정년과 은퇴를 맞이하는 시기는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이다. 불가피한 경우가 아닌 이상, 조금 과장해서 말하자면 살아온 만큼을 더 살아야 한다. 40년도 넘게 살았는데, 생을 더 사는 것이 뭐가 어렵고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평생 해온 일들을 그만두거나 자식들이 모두 장성하여 부모의 품을 떠난 후에 겪는 시간을 어색하거나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꽤 많다. 어떻게 보면 2회차 인생의 시작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앞으로의 시간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변화는 누구에게나 어렵다. 가족들로부터 눈을 살짝 돌려, 자기 자신을 바라보면서 살아간다는 것이 이상하리만치 어렵다. 그런 사람들에게 제 2의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마련한 특강이 바로 <생애전환 예술특강>이다.

어디에 가도 이제 막내라는 칭호가 조금 어색하지만, 그날 그곳에서만큼은 확실한 막내였다. 나의 부모님과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7시 정각이 되기 전부터 천천히 자리를 채워갔다. 카페 까미노는 1층과 2층으로 구성된 공간이다. 1층은 좋은 커피향기가 나는 카페공간이었고 2층은 소회의실과 스터디룸이 함께 있었다. 이날은 3주 차 강연이 있는 날이었는데, ‘민중의 소리’에서 일하고 계시는 ‘이완배’ 기자가 이날 강사로 오셨다. 강의 제목은 ‘경쟁을 넘어서는 연대와 협동의 가치’이다. 경제와 관련된 특강으로 알고 있었는데, 강연 시작에 앞서 강사님은 경제학에 관한 지식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연하게 생각하는 경제 관념의 재고’를 위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강연하는 시간에는 어떤 권위나 나이, 직책, 성별 등을 버리고 평등하게 보내는 시간이라는 말 또한 덧붙였다.

특강은 ‘경쟁’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강사님은 자녀들을 교육하는 방법을 찾다 보니 어른들이 성과중심으로 아이를 키우고, 그렇게 자란 아이들이 자신이 배웠던 방법으로 아이를 키우면서 소통과 본인의 생각이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칭찬으로 얻는 성과들. 경쟁에서 이기라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살아가는 학생들. 이 나라를 움직이는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돈과 권력, 그리고 보상이라는 것이다. 

‘메기효과(Catfish Effect)’란 강한 경쟁자로 인해 활동수준이 높아져 전체 분위기가 활성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오래전 북유럽 사람들이 환경에 예민한 청어를 운반하기 위해 찾은 방법에서 파생된 효과다. 동서를 막론하고 문명이 생기기까지는 대략 7000년의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그 7000년간 사회를 이루고 문명을 이루면서 어떠한 사회에서도 깨지지 않던 불문율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서로 돕고 사는 것’이다. 그러나 어느 날부터 작은 공장들이 생기더니 그 불문율이 깨지고 만다. “돕지마, 너희끼리 경쟁해서 승자와 패자를 갈라봐, 승자는 살고 패자는 죽게 될 거야.”

 

이렇게 경쟁이 주류를 이루면서 확실히 경제는 눈에 띄게 발전했다. 80년대, G.E(General Electric Company)의 잭 웰치 사장이 도입한 하위 성과자 10%를 해고하는 ‘10% 룰’은 실제로 비약적인 성과를 냈다고 한다. 인간을 자원으로 보고, 경쟁을 유도하여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사회 이념들이 당연하게 여겨졌다. 그 시대에는 그런 생각들이 필요했을지 모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다. 옆 사람을 불신하고 질투하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이 무얼 원하는지는 잘 모르지만 인정받기 위해서 누군가를 밟고 올라가야 하는 이 통념들만을 몸과 머리로 익혔다. 사람을 점수나 어떠한 잣대로 평가하고 등급을 분류할 수 없지만, 아이들은 19살이 되면 성적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이런 경쟁 시스템이 당연하게 자리 잡을 수 있던 이유는 경쟁에서 승리한 사람들을 무의식적으로 나보다 더 나은 사람이라고 여기고 자신이 더 아래라고 여기게 되는 ‘경쟁의 신격화’ 때문이라고 한다. 경쟁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줄 것이라고 하는 생각. 과연 성공과 승리는 무엇일지 의문이 들었다.

강사님은 과연 경쟁은 인간을 효율적으로 만들어줄까? 라는 질문은 아직도 논의되는 문제라고 하며,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라는 ‘호모 에코노미투스’라는 단어를 던져주었다. 검색해보니,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사고를 해 자신에게 최대 이익이 되는 것만을 선택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말에는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든 주지않든 이라는 말이 생략되어있지는 않을까. 모든 인간은 이기적이다. 인간은 태초에 매우 경제적이지도 협동적이지도 않고, 그 어디 중간쯤에 있었으나 대체로 협동적으로 갈 수 있도록 유도하는 생각이 요즘 경제학의 방향이라는 말씀을 하셨다. 생애전환 문화예술특강의 방향은 새로운 창업이나 기술을 배우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살아가는 세상과 사회, 그리고 나의 삶을 똑바로 다시 바라보고 나의 가치를 세우는 것이다. 이런 방향에 맞춰 3주 차 특강은 협력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었다. 큰 가시고기는 무리 앞에 항상 보초가 선다. 목숨을 걸고 보초를 서는 그 물고기는 동료가 자신을 따라오지 않으면 절대 앞으로 가지 않는다. 강사님은 나의 굴레를 깨고 새로운 것에 도전하거나 모험하기 가장 좋은 시기는 내 옆에 좋은 친구가 있을 때라고 하며 많은 사람을 만나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동료를 모으라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내가 살아본 적 없는 삶을 가늠해보기는 어렵다. 그래서 27살의 나로서 함께 특강을 들었다. 강의 시작 전, 경제학 이야기라고 해서 겁먹은 내게 ‘정말 재미있을 거예요’라고 말해주신 담당자님의 말씀처럼 3주 차 특강은 너무나 멋진 이야기들로 넘쳤다. 글로 모두 담을 수 없어 최대한 줄이고 줄였지만, 나는 속으로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한 문장이라도 놓칠까 봐 메모장에 빼곡히 줄글을 남겼다. 내가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있다. 이 세상에 사람이 한두 명도 아니고 여럿인 이유는 사람이라는 존재가 절대로 혼자서는 살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람의 가장 큰 힘은 함께할 때 나오지 않을까. 경쟁을 이용해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이루어 냈다. 그런데도 우리가 모두 풍요롭지는 않다. 더군다나 행복한 사람은 더더욱 적어지고 있다. 7, 80년대를 몸소 살아온 우리 부모님 세대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경쟁이라는 시스템. 시대에 따라 의식이 바뀌고 경제적 노동방법도 바뀐다. 두 번째 삶을 살아가는 여러분들이 성공적으로 생애전환을 이루기 위해 잠깐 멈추어 세상을 들여보고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급하지 않고 천천히 자신을 돌아봤으면 했다. 정말 자신에게 중요한 가치는 무엇이고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 어떤 일을 해야 하고, 어떤 방법이 앞으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지. 이 13주간이 그런 시간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 그리고 나는 분명 그런 시간이 될 것을 고작 2시간 만에 확신할 수 있었다. 생애전환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청년들을 위한 특강도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는 이런 특강이라면 발 벗고 달려가 다시 눈을 빛내며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있다.

글 사진 / 시민기자단 이은솔




선선한 바람과 흐르는 낭만을 느끼며
<인천 개항장 예술축제>

‘음악과 춤, 낭만이 흐르는 <인천 개항장 예술축제>’가 인천아트플랫폼과 신포동 일대 문화공간에서 10월 12일부터 14일까지 3일간 개최되었다. 인천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예술인들의 클래식, 재즈, 뮤지컬, 무용 등 다양한 공연 프로그램을 관람할 수 있었다. 또한,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부스와 음악 및 무용 체험 등도 마련되어 있어 축제에 즐거움을 더했다.

14일 오후 5시, 해가 지고 날이 서늘해질 즈음 부평올스타빅밴드의 공연 시작을 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빅밴드’라는 단어는 음악에 관심이 많지 않은 사람에게 생소하다. ‘빅밴드’는 15명 이상의 연주자로 구성된 재즈 오케스트라를 일컫는 말로, 트럼펫 (4~5명), 트롬본 (3~4명), 색소폰 (5명), 리듬 섹션 (4명-건반, 기타, 베이스, 드럼)으로 편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부평올스타빅밴드ⓒSihoonKim   ⓒ양극모

부평올스타빅밴드는 2005년 부평에서 활동하던 연주인들을 중심으로 창단하여,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한 예술단체이다. 오랫동안 재즈를 연구해 온 것을 증명하듯, 우리에게 익숙한 곡을 본인들의 스타일로 편곡하여 화려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연주를 들려주었다. 특히 뛰어난 표현력과 독창적인 스타일로 연주하는 트럼펫·기타 솔로가 인상적이었다. 이 밖에 스윙 재즈, 스윙으로 편곡된 가곡, 스승과 초등학생 제자의 트럼펫 합주 등 다양한 곡을 선사하였다.

재즈는 작곡된 곡에 따라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연주자가 개성을 살려 즉흥으로 연주한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다. 하지만 K-POP이 음악 시장을 주도하는 시대에 재즈 공연장을 찾지 않는 한 재즈를 접하기 쉽지 않다. 부평올스타빅밴드의 무대는 요즘 좀처럼 보기 쉽지 않은 빅밴드 재즈를 마음껏 즐길 수 시간을 선사하였다.

극단아토 ⓒ 양극모

극단 아토 ⓒ양극모

인천은 우리나라 최초 개항도시이다. 또한, 일제강점기의 아픔을 간직한 도시이다. 1939년 부평공원 일대에 한반도 최대규모의 병기창인 ‘조병창’이 세워지고, 많은 조선인이 이곳에 강제 징용되었다. 극단 아토는 조병창에 머물렀던 당시 조선인들의 분노와 고통을 담아 뮤지컬 <조병창>을 선보였다.

극단 아토는 6시가 되자, 본격적인 공연 전에 무대 위 화면을 통해 일제강점기 때 인천의 아픔을 보여주었다. 약 1분 정도의 짧은 영상이 끝난 후, 그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삶
에 회의감을 느끼며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는 인물과 현실에 타협하여 사랑하는 이의 죽음조차 슬퍼하지 않고 순응하는 인물을 보며, 내가 간접적으로 느낀 그 시대에는 세상에서 가장 짙은 어둠이 드리웠다.

30분 동안 진행된 극단 아토의 무대는 탄탄한 시나리오, 그 시대 아픔을 잘 나타내는 대사와 좌중을 압도하는 연기력으로 보는 이들을 무대 안으로 빨아들이는 듯하였다. 30분이 3분처럼 느껴지는 공연이었지만, 공연을 본 후의 여운은 밤이 되도록 가시지 않고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었다.

 

야외무대 옆 C동 주변으로 플랫폼 마켓이 열렸다. 간단히 요기할 수 있는 푸드트럭 몇 대와 미술작품, 공예작품 등 예술가들의 작품을 판매하는 부스가 마련되었다. 이 밖에도 다양한 악세사리, 생활용품, 디저트 등을 판매하였는데, 마지막 날 오후쯤에 도착하여 그런지 이미 물품을 소진하고 마켓을 정리하고 있는 테이블이 많았다. 이른 시간에 둘러보았다면 더욱 많은 물품을 볼 수 있었을 듯하다.

인천 개항장 예술축제는 인천 시민들이 지역 내에서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리고, 인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과 소통할 수 있는 축제이다. 앞으로도 인천에서 지역 특성을 살린 축제들이 많이 개최되어, 다른 지역이 아닌 인천에서 지역 아티스트들이 예술 활동을 하고 인천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마음껏 향유할 수 있길 바라본다.

글 사진 / 시민기자단 김다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