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의 깊이 만큼 그곳을 마주하다

3월이 시작되자마자 봄이 온 듯 기온이 올랐다. 따뜻한 봄기운을 맞으며 방문한 곳은 우리미술관 전시관이었다. 마을의 작은 미술관. 지도를 찍고 찾아갔지만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 마치 집을 찾아가듯 좁은 골목으로 한 걸음 다가가서야 보이는 작은 동네 미술관이었다.

이곳에서 류성환 작가의 <부두-도시인물>을 주제로 2019년 첫 기획전시를 하고 있었다. 만석동 주민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마련한 이번 전시회는 초상화와 풍경화 등 총 22여 점이 전시되어 있었다.

인천은 익숙하면서도 만석동은 낯설다. 전시를 둘러보고 나면 ‘익숙하면서도 낯설다’는 감정이 어떤 것인지 느끼게 될 것이다, 주변에 있는 그래서 자세히 보지 않는 나의 할머니, 할아버지, 동네의 풍경을 이렇게 자세히 본 적이 있었던가.

이번 전시의 류성환 작가는 인천 동구에서 무료 초상화를 그리는 일로 이곳 만석동과의 인연을 이어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만석동 골목길 이곳저곳을 다니며 주민들의 생생한 모습을 담고자 했던 그의 마음이 그림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듯했다,

할머니의 굽은 어깨와 세월의 흔적이 그대로 느껴지는 할아버지의 깊이 파인 주름이 마음에 콕 박혔다. 아마도 초상화의 모델은 처음일 그분들의 수줍은 모습까지 그대로 전해져왔다. 그런가 하면 전시관 가장 안쪽 가장 큰 공간을 할애하여 걸려있는 부두를 찾은 사람들의 모습은 다른 그림과 달랐다. 작가가 전시장에서 캔버스를 걸어두고 챠콜로 작업해서인지 그 생생함이 진하게 전해졌다.

이번 전시는 3월 29일까지 진행한다고 한다. 글과 펜은 필요 없다. 인물의 얼굴에서 눈빛에서 고스란히 느껴지는 지역의 역사와 삶을 마음으로 이해하면 충분하다. 퇴근하다, 집에 오는 길에, 버스정류장 가는 길에 들어가 숨 한 번 고르고 갈만한 우리 동네 사랑방, 그야말로 작고 알찬 동네 전시관이었다.

글 · 사진  임중빈(문화통신3.0 시민기자단)

<부두-도시인물> 류성환 전
전시 기간 : 2019.02.22.-3.29.
관람시간 : 화, 수, 금, 토, 일 10:00~18:00 / 목 14:00~18:00
장소 : 우리미술관
주최 · 주관 : 인천문화재단, 우리미술관




독립의 횃불, 인천에서 타오르다

3·1운동 100주년 인천 만세운동 재현행사

올해는 3·1운동이 100주년 되는 의미 있는 해이다. 인천시도 3월 곳곳에서 격렬한 만세 시위가 벌어졌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처럼 3·1운동에 있어서 인천지역은 빼놓을 수 없다. 100년 전 서울에서 시작된 항일독립운동이 인천을 비롯한 전국으로 퍼졌듯이 올해 그 뜻과 의미를 기리기 위해 서울에서 시작된 3·1 만세운동 재현 전국 릴레이<독립의 횃불>은 3월 2일 인천으로 이어졌다.

독립의 횃불 카드뉴스 – 인천
출처 : 국가보훈처 공식포스트

조선시대 소시장으로 유명했던 황어장터는 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드는 인천지역의 대표 시장이었다. 장날이었던 기미년 3월 24일 오후 2시경 이곳 황어장터에서는 심혁성 애국지사를 비롯한 600여 명이 일제에 항거하며 태극기를 흔들며 만세운동을 시작하였다. 친일기관을 응징하고 일본 경찰과 대치하는 투쟁을 이어갔는데 이는 강서지방에서 벌어진 가장 대대적인 만세운동이었다.

황어장터 만세운동 기념탑
© 이정민

독립의 횃불
© 이정민

100년이 지난 이곳 오후 2시에는 선열들의 고귀한 정신이 담긴 횃불이 도착한다. 독립의 횃불이 행사장으로 오는 동안 계양구 청소년들이 직접 기획한 3·1 만세운동 <기억> 퍼포먼스가 벌어졌다. 퍼포먼스를 보며 어린나이임에도 만세운동에 참여했었을 조상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하였다.

3·1 만세운동 <기억> 퍼포먼스
© 이정민

이날 행사에는 무엇보다 심혁성 애국지사의 직계손이 참여하여 그 의미를 더했고 인천시민 300여 명과 계양구청장, 계양문화원장 그리고 인천보훈지청장 등이 참석하여 행사의 뜻을 기렸다.

독립의 횃불 인수
© 이정민

서울에서 시작된 독립의 횃불은 행사장에 참여한 모든 시민과 함께 행진하였다. 흰색 복장을 한 사람부터 그 뒤를 잇는 평상복 차림의 일반 시민까지. 긴 행렬 속에서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모습은 정말 뭉클한 광경이었다.

인천 만세행진
© 이정민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인천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지역이라는 것을 다시금 생각하며 인천지역에 있는 보훈시설에 방문하기를 추천하며 글을 마친다.

※ 인천지역의 독립운동 관련 현충시설
– 3.1독립만세운동인천지역발상지기념비 (현 창영초등학교)
– 3·1독립만세기념비
– 강화3.1독립운동기념비 (용흥궁 공원 내)
– 기미 3.1독립만세 기념비 (덕적초등학교 옆)
– 황어장터 3·1만세운동 기념관 (장기동)

글 · 사진 이정민(문화통신 3.0 시민기자단)

 




[큐레이션 콕콕] 또 하나의 기적

수학에서 1 더하기 1은 2입니다. 사회, 경제적 현상에서는 어떨까요? 하나 더하기 하나가 숫자 2로 딱 떨어질 수 있을까요?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는 1+1=2가 아닌 1+1>2의 혁신과 변화를 설명합니다. 각기 다른 분야의 요소들이 결합할 때 각 요소의 에너지 합보다 더 큰 에너지를 분출하게 되는 경우를 이르죠.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The imitation game)’은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은 수학자, 고전학자, 언어학자, 과학자 등 전문가들로 팀을 꾸려 독일 해군의 암호 이니그마(Enimga)를 해독할 수 있는 콜로서스(Colossus)를 제작합니다. 이를 통해 노르망디 상륙작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끌죠.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인문학과 이공학의 교차점에서 소설을 집필해 본인만의 장르를 개척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개미』, 『나무』, 『인간』, 『파피용』 등에는 작가의 과학적 사고가 짙게 깔려 있습니다.

건축가 믹 피어스(Mick Pierce)는 전기가 부족한 아프리카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 ‘에어컨 없는 시원한 쇼핑센터’를 지었습니다. 흰개미 집 환기 구조를 건축에 적용하여 섭씨 40도가 넘는 아프리카에서 서늘한 온도를 유지하는 건물을 완공한 겁니다.
흰개미 집은 바닥에 있는 구멍에서 산뜻한 공기가 들어오고, 더운 공기는 위로 빠져나가는 시스템입니다. 하라레의 쇼핑센터는 실내온도 24도를 유지하는데 크기가 비슷한 다른 건물에 비해 에너지 소비량은 적습니다. 전기는 85%, 가스는 87%, 물 사용은 28%나 감소시킨 겁니다. 아프리카 흰개미를 연구하는 생물학자와 환경주의 건축가가 그동안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에너지 절약 체계를 만들어낸 거죠.

 
흰개이집(좌)과 이스트게이트 쇼핑센터 구조(우)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다양성이 핵심이자 주요 키워드가 된 현대사회에서 융합과 혁신은 필수입니다. 이미 ‘메디치 효과’를 적용했거나 적극적으로 주장하고 있죠. 디즈니와 나이키 등의 글로벌 기업에서는 서로 다른 부서의 팀원들이 한 공간에 모여서 일합니다. 디자이너와 수학자가 뒤섞여 앉는 경우도 있고요.  프라다폰은 LG전자와 프라다가, 아르마니폰은 삼성전자와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만나 혁신을 이룬 사례입니다. 전자 회사와 명품 디자인 회사가 손잡은 거죠.
슈베르트가 1815년에 작곡한 ‘마왕’은 괴테의 시에 곡을 붙였습니다. 이전의 가곡에서 피아노는 단순 반주 역할에 불과했으나 ‘마왕’에서는 말발굽 소리, 천둥소리 등으로 등장인물의 캐릭터를 표현합니다. 시와 노래, 반주의 섬세하고 긴밀한 연결을 추구한 거죠.

메디치 효과는 이탈리아의 메디치 가문에서 유래했습니다. 메디치가(家)는 14세기부터 17세기까지 약 350년 동안 피렌체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는데요, 세 명의 교황(레오 10세, 클레멘스 7세, 레오 11세)을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혼인을 통해 프랑스와 영국 왕실의 일원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미술, 음악, 건축, 문학, 철학 등 여러 방면에서 학문과 예술에 대한 후원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미켈란젤로를 양자로 받아들여 세계 최고의 예술가로 길러냈으며, 갈릴레이 갈릴레오를 후원해 천문학 발전에 기여하기도 했습니다. 메디치가에 모인 예술가, 철학자, 과학자들은 자기 분야의 벽을 허물고 저마다의 재능을 융합했습니다. 창조적 역량이 커지면서 르네상스라는 역사적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고요.

『메디치 효과(medici effect)』의 저자 프란스 요한슨은 효과적인 창조와 통섭을 위한 7가지 실천을 제안합니다. 내 안의 벽을 허물고, 다양한 문화를 접하고 배우며, 기존의 가설을 뒤집어보고, 여러 각도에서 상황을 바라봅니다. 일부러 불편한 환경을 조성해 해결책을 찾도록 노력하고, 그 선에서 뜻밖의 통찰력을 발견하거나 기발한 생각을 만납니다.
저자는 다수의 아이디어를 쏟아내라고 제안합니다. 베토벤은 650곡을, 피카소는 천8백여 점의 유화, 천2백여 점의 조각, 1만2천 점의 드로잉을 완성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248편의 논문을 썼고, 에디슨은 천 건 이상의 특허를 신청했고요.

한상형 칼럼니스트는 메디치 효과와 같은 창의성을 생각하는 방법중 하나로 ‘리버스 엔지니어링(Reverse Engineering)’을 소개합니다. ‘역설계 과정’이라고도 하는데 훌륭한 프로그램이나 신제품이 나오면 완성품을 해체해 그것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분석하는 일을 뜻합니다.

초등학교 미술 시간 이야기입니다. 교사는 아이들에게 목장 풍경을 그려보라고 한 뒤 돌아다니면서 아이들의 그림을 칭찬합니다. 그런데 한 아이의 스케치북은 백지상태 그대로네요.
“넌 어떤 그림을 그린 거니?”
“풀을 뜯는 소의 그림이요.”
“그런데 풀은 어디 있니?”
“소가 다 먹었어요.”
“그럼 소는?”
“선생님도 참! 소가 풀을 다 먹었는데 거기 있겠어요?”

한 씨는 아이의 ‘백지 그림’을 소가 풀을 뜯어 먹은 후 사라진 완성된 작품으로 설명합니다. 역설계, 즉 거꾸로 되짚는 과정에서 새것의 실현과 가능성을 꿈꿀 수 있음을 강조합니다.

인문학 열풍이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됩니다. 한때의 유행이 아닌, 필요로서의 공부가 된 겁니다. 기존의 학문과 서로 다른 분야의 조합이 가져다줄 신선한 결과에 대한 기대가 반영됐다고 볼 수 있겠죠. 진정한 혁신을 원한다면 특정 분야만 키울 게 아니라 다양한 학문과 문화 사회적 요소들이 함께 성장하고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사회경제, 문화 예술, 그리고 교육에서도 메디치 효과는 삶을 자극하고 긍정적 변화를 유도하는 유용한 도구가 됩니다. 좀처럼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조합이 최고의 결과물을 탄생시킵니다.

2019 뉴스 큐레이션, 올해도 잘 부탁드립니다.

글·이미지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서로 다른 것이 만나 만드는 융합과 혁신 ‘메디치 효과’
기획재정부 블로그, 2018.1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카드뉴스] 전혀 다른 두 개가 만나 이룬 하나의 기적 ‘메디치 효과’
브릿지경제, 2017.3.1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음악이 보인다! 보이는 클래식!
우버人사이트, 2018.10.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칼럼] 연결과 융합, 해체와 분석으로 창의성을 발휘하라
한국강사신문, 2018.4.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서로 다른 존재들의 융합이 만들어내는 시너지 ‘메디치 효과’
시선뉴스, 2016.6.1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궁궐 조정에 깔린 석모도 박석 이야기

경복궁 근정전 마당에 깔린 박석

조선시대 궁궐 정전이나 어도(御道)에는 두께가 얇고 넓적한 박석(礡石)이 깔려있다. 박석은 건물 외부 바닥을 포장하는 부재로, 경복궁 근정전의 마당인 조정(朝廷)에 깔린 박석은 거칠게 다듬어져 햇빛으로 인한 눈부심을 줄여주었다. 또한 표면이 거칠어 미끄러운 가죽신을 신은 대신들이 미끄러지지 않게 해주었으며, 비가 오면 자연스럽게 배수가 되도록 하였다. 박석의 자연스러운 형태와 여러 기능들은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던 조선의 건축에 어울리는 훌륭한 부재였다.

조선시대 궁궐 공사 때 사용된 석재는 돌의 중량 때문에 가까운 곳에서 채석하려 했다. 1667년 종묘 영녕전 수리 때는 서울 외곽의 조계산에서 채석하였고. 18세기 궁궐 공사 때는 창의문 밖이나 남산 아래 인근에서 채석했다고 한다. 또는 민간에서 석재를 구입하거나 민간의 가옥 철거 시 나온 석재를 사용했다고 하는데 민간의 석재는 대부분 작고 열악해서 궁궐 등에 사용하기는 부적합했다고 한다. 궁궐 공사 때 사용한 다양한 용도의 석재들은 서울 가까운 곳에서 얻었지만, 바닥에 깔리는 박석은 인천의 강화 석모도와 해주에서 채석한 것만 사용하였는데, 특히 강화 석모도 박석을 사용하였다.

1647년(인조 25) 창덕궁 공사 때 사용된 박석은 모두 강화도에서 채석되었고, 1906년 경운궁 중건을 비롯해 20세기 초 대한제국 시절에 진행된 공사에도 석모도에서 채석한 박석을 사용하였다.

강희언, <돌깨기>, 18세기. 국립중앙박물관

채석작업은 먼저 암석을 덮은 표토를 괭이와 삽, 가래 등으로 걷어낸 뒤, 돌을 떠낼 위치를 먹줄로 선을 그어 표시했다. 그리고 정(釘)으로 구멍을 뚫고, 정보다 굵은 비김쇠[쐐기]를 그 구멍에 끼워 쇠로 만든 큰 망치로 내려쳐 돌을 떠낸다. 돌을 떠내는 과정은 18세기에 제작된 강희언(姜熙彦, 1738-1784)의 〈돌깨기〉를 통해 확인된다. 그림을 통해 보면 두 명의 석공이 한 조가 되어 작업을 진행한다. 좌측의 석공이 돌을 떠낼 위치에 정을 세워 위치를 잡고, 파편이 튈까 봐 얼굴을 돌리고 있다. 맞은편 젊은 석공이 쇠망치로 내려치는 모습이다.

채석된 석재는 석공으로 하여금 떠낸 곳에서 다듬어 무게를 줄여 실어 나르도록 했다. 일정한 형태의 크기로 다듬는 초련, 정교한 형태의 부재로 다듬어 모양을 내는 재련을 거쳤다.

석모도에서 채취된 석재들은 어떻게 도성까지 갈 수 있었을까.

강화도의 서쪽에 위치한 석모도에서, 수운을 통해 한강 유역을 비롯해 한반도 중앙부까지도 접근할 수 있었다. 석재는 용산강(龍山江, 용산)에 하역하여, 수레에 싣고 남대문을 통과하여 도성의 공사장에 이르렀다.
겨울에는 얼음 위에서 썰매로 운송하였고, 육지에서는 마차를 사용하거나 소가 끄는 달구지를 이용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중량이 많이 나가는 석재는 높은 마차에 싣기가 어려워 바퀴가 낮은 수레를 이용했다. 육로 운송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도로의 상태 점검이었다. 운송이 이루어지기 전 도로를 점검하고 요철이 있는 부분을 보수한 후 운송이 시작되었다. 궁궐의 출입문과 요철이 있는 길은 문턱 부분에 흙이나 모래를 부어 길을 평탄하게 한 뒤 이동하였다. 이동된 석재들을 해당 장소에 배치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다듬어 공사를 완성하였다.

박석은 궁궐 정전처럼 위상이 높은 건축공간에 한정한 부재였다. 심지어 경회루에 박석을 까는 것조차 꺼렸다고 하니 박석이 깔린 곳이 얼마나 중요한 곳이었는지 가늠할 수 있다. 이밖에도 석모도 박석은 궁궐뿐 아니라 강화 돈대축조에도 사용이 되었다. 그리고 1960년대까지 구들장에 사용되었으며, 오늘날 문화재수리에 사용되는 박석도 석모도에서 채석됐다. 2008년 광화문 복원공사, 2009년 숭례문 복구공사가 바로 대표적인 경우이다. 석모도 채석장 위치는 인천광역시 강화군 삼산면 매음리의 해명산이다. 한 번쯤 방문하여 채석하던 옛 모습을 그려보면 어떨까.

해명산 표지석

글·사진 이정화(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




3.1절 100주년 기념전시 <잊혀진 흔적>

-류은규 사진 및 아카이브전-

전시 기간: 2019. 2. 28~3. 31 (월요일 휴관)
관람 시간 : 12:00 – 18:00
@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 윈도우 갤러리

영상 시민기자단 장유하




문화예술정책동향

<인천>
인천시/재단 주요정책·사업

인천문화재단-하나금융TI, 미디어아트 협업 [2018.12.05.]
인천문화재단은 하나금융TI 메세나 사업을 통해 문화예술 분야 사회공헌 사업 등 공공과 민간의 파트너십을 통한 예술과 기업의 상생모델이 되고 있다.

“생활 속에서 즐기는 문화와 여가”
2018년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성과보고회
 [2018.12.06.]
인천광역시(시장 박남춘)는 6일 인천문화예술회관 국제회의장에서 문화공간 운영주체 57명과 자문단, 권역별 매니저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성과보고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인천시, 117개 원도심 지역 재정비…철거 대신 동네 문화 살려 재생한다 [2018.12.10.]
인천시 148개 읍·면·동에서 인구 감소, 사업체 이전, 건축물 노후 현상을 보이고 있는 117개 원도심 지역 재생사업이 본격 추진된다. 일방적인 철거에 의한 개발을 지양하고 각 동네 문화콘텐츠를 살리는 재생에 방점을 뒀다.

지하철 인천시청역 ‘예술정거장 프로젝트’…미술관으로 변신 [2018.12.12.]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시청역이 미술 전시관 같은 문화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인천문화재단 2019년 키워드] 서해평화·예술인 역량 강화… 문화·예술 꽃 피운다 [2018.12.19.]
재단법인 인천문화재단이 2019년도 주제를 인천아트플랫폼 10주년, 서해평화, 예술인 역량지원을 중점적으로 할 계획을 밝히며 시민들의 기대감을 사고 있다.

인천, 문화유산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수립 최종보고회 18일 개최 [2018.12.22.]
인천시(시장 박남춘)는 18일 오전 10시 시청 중회의실에서 시 문화관광체육국장, 자문위원단, 관계자 등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문화유산 중장기 종합발전계획 수립」최종보고회 및 자문회의를 개최했다.

인천시·인천관광공사, 중국 현지 유치 네트워크 복원 시동 걸다 [2018.12.23.]
인천광역시(시장 박남춘)와 인천관광공사(사장 민민홍)는 한국관광공사 상해지사와 공동으로 중국 현지 여행사 및 MICE 관계자를 대상으로 ‘한국&인천 MICE·관광 설명회’를 개최했다고 23일 밝혔다.

인천서 ‘한·중·일 문자교류’ 행사 개최 가능성 [2018.12.25.]
인천에서 ‘한·중·일 3개국 문자 교류’ 행사가 열릴 가능성이 커졌다. 24일 인천시에 따르면 최근 열린 ‘2019 동아시아 문화도시 인천’ 추진위원회 회의에서 ‘한·중·일 문자교류’ 행사가 제안됐다.

동아시아문화도시 2019 인천 슬로건 선포식 [2018.12.26.]
인천시는 2019년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여 25일에 인천시청에서 선포식을 개최했다.

인천 신포동일대 개항장 활성화 ‘컨트롤타워’ 만든다 [2018.12.31.]
인천시는 대표적인 구도심인 중구 신포동 일대 개항장 활성화를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한다고 30일 밝혔다.

문화시설·공간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이마트 뒤 상업지구 매각 나서 [2018.12.05.]
인천시가 공유재산인 동춘동 이마트 뒤편 상업용지의 매각에 나섰다. 매입을 원하는 투자자가 나타나면 500억 원 내외의 세외수입을 확보할 수 있으면서 특약을 통해 문화공간 조성 등을 약속하고 있어 시민들 만족할 수 있을 거라는 예상이다.

인천 부평역 광장 새단장 마쳐…시민 위한 문화·휴식공간으로 거듭나 [2018.12.06.]
인천 부평구(구청장 차준택)는 오는 7일 ‘부평역 광장 정비사업’을 준공한다고 밝혔다. ‘부평역 광장 정비사업’은 광장 내 낡은 시설을 개선하고, 많은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광장의 기능을 되살리고자 추진됐다.

인천평생교육진흥원-인천교통공사 1호선역무
안전센터 업무협약 체결
[2018.12.16.]
이번 업무협약은 인천지하철 1호선의 유휴공간을 인천시민들의 평생학습 공간이자 문화교류 공간으로 활성화하여, 지하철 역사 내 공간을 평생학습 체험의 장이자 시민의식 향상 및 평생학습 문화 진흥의 장으로 조성하고자 추진되었다.

옹진 옛 백령병원에 문화숨결 불어 넣는다 [2018.12.20.]
옹진군 백령면 옛 백령병원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문화시설로 다시 태어난다.

문체부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배다리 ‘나비날다’ 선정 [2018.12.20.]
배다리 나비날다책방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작가회의가 진행하는 ‘2018년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에 선정됐다.

아트센터 인천, 3백만 시민 품에 안겼다…IFEZ 지속 노력해 완공 후 기부채납 받아 [2018.12.26.]
NSIC, 포스코는 내부 갈등으로 인해 기부채납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아트센터 인천’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지속적인 노력으로 드디어 완공 2년5개월여만에 인천시민의 품에 안겼다.

인천북구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 문체부 장관상 수상 [2018.12.27.]
인천 북구도서관이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2018년 도서관 육성발전 ‘공공도서관 개관시간 연장사업’ 유공자로 선정됐다.

역사·문화

인천-개성 학술교류 마중물 ‘임진·예성포럼’ 열려 [2018.12.06.]
고려역사를 매개로 인천-개성 학술교류 마중물인 제1회임진·예성포럼이 지난달 28일 중국 연변대학교 과학기술청사 제 3회의실에서 열렸다. 주제는 ‘고려의 대외교류와 세계유산 개성역사지구 유적 비교’로 정했다.

인천에 새겨진 백범의 발자취 문화 콘텐츠화 [2018.12.06.]
인천시 중구는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는 내년부터 지역에 남겨진 김구 선생의 흔적을 보존해 발굴하는 ‘독립운동 역사문화 콘텐츠 개발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관련 용역을 발주했다고 5일 밝혔다

‘인천 검단의 고고학’학술대회 14일 개최 [2018.12.10.]
인천도시공사는 문화재조사기관 5개사와 함께, 지난 2013년 부터 시행된 인천 검단신도시 문화재 발굴조사의 성과를 검토하는 학술대회를 14일 검단신도시 홍보관(서구 원당대로 929 소재)에서 개최한다.

인천 문화재 상시 관리·긴급 복구… 市, 보존사업단과 업무협약 체결 [2018.12.26.]
인천시는 사단법인 인천문화재보존사업단과 ‘2019~2021 문화재 돌봄사업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지역 문화

인천대, 인천 서구 역량강화 교류협력 협약 눈길 [2018.12.02.]
인천 서구(구청장 이재현)는 지난 29일 국립대학법인 인천대학교(총장 조동성)와 지역사회 발전, 우수 전문인력 양성 및 상호 공동발전 등 역량강화를 위한 관·학 교류협력 협약을 체결했다.

인천 미추홀구 주안미디어문화축제, 국무총리상 수상 [2018.12.02.]
미추홀구는 최근 행정안전부가 실시한 ‘국민디자인단 성과공유대회’에서 주안미디어문화축제가 본선에 진출해 최우수상인 국무총리표창을 받았다고 2일 밝혔다.

이영훈 인천 부평구문화재단 대표이사 업무 시작 [2018.12.05.]
인천 부평구문화재단 신임 대표이사로 이영훈(59)씨가 선임됐다. 이 대표이사는 지난 3일 부평구청에서 임용장을 받고 4일부터 본격적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인천 연수문화재단 설립준비 첫 걸음 [2018.12.10.]
인천 연수구가 민선7기 공약사항으로 추진해 온 연수문화재단 설립을 위한 준비 과정에서 첫걸음을 뗐다.

인천시 중구, 개항장 문화지구 활성화 주민과 머리 맞대 [2018.12.13.]
인천 중구가 개항장 문화지구 활성화를 위해 주민과 머리를 맞댔다

연수구 • 인천서점협동조합 독서문화 진흥 MOU체결 [2018.12.20.]
연수구가 20일 구청 영상회의실에서 인천서점협동조합과 지역서점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천 서구문화재단 지역 문화예술 기반 닦아 [2018.12.22.]
인천 서구의 예술진흥과 주민의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해 올해 초 출범한 인천서구문화재단이 지역 곳곳에 문화예술을 공급해 문화도시 기반을 닦았다는 평을 받았다.

부평구문화재단, 인천교통공사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 [2018.12.23.]
인천 부평구문화재단은 최근 부평아트센터 회의실에서 인천교통공사 1호선 역무안전센터와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인천시 문화예술 조례관련

인천문화재단 적립기금조성 관련 조례 개정안 논의 [2018.12.28.]
인천문화재단 적립기금조성 목표액이 목표 시점을 불과 2년 남기고 무려 460여억원이 부족한 만큼 적립 대상을 확대해야지만 반대로 기금처를 한 곳으로 한정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인천광역시 독서문화진흥 조례 [제정]

인천광역시 생활문화 지원 조례 [전문개정]

인천광역시 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 [개정]

기타

인천시, ‘2018년 제36회 문화상’ 수상자 발표 [2018.12.03.]
인천광역시는 “제36회 인천광역시 문화상 수상자로 문학·미술·공연예술·체육 4개 부문의 수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인천공항 제2터미널 청년예술가들의 무대 성료 [2018.12.11.]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정일영)는 재능 있는 청년예술가를 발굴, 지원하기 위한 음악 축제인 ‘아트포트 유스 페스티벌'(Artport Youth Festival)을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7일까지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서 개최했다고 11일 밝혔다.

인천시립미술관 콘텐츠 구입 기금 마련 전시회 [2018.12.21.]
‘2018 인천미술협회전’이 22일부터 27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전시실에서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인천시립미술관 컬렉션 구입 기금 마련전으로 기획됐다.

‘원로 예술인 예우’ 전통 만드는 인천 [2018.12.24.]
2018년 세밑, 인천에서도 어른을 어른으로 대우하는 풍토가 전통으로 이어질 수 있는 터전이 마련돼 눈길을 끈다.

전국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에 안중원 씨 임명
[2018.11.26.]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는 11월 26일(월) 자로 재단법인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이사장에 안중원(安仲源, 1954년생) 씨를 임명했다.

제10기
이야기할머니 460여 명 활동 준비 마쳐
[2018.11.27.]
올해는 이야기할머니 2,500여 명이 유아교육기관 7,300여 개소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2,700여 명의 이야기할머니가 전국 유아교육기관을 방문해 우리 아이들에게 선현들의 미담을 들려줄 계획이다.

문체부,
여가친화기업 인증으로 일과 삶의 균형 실현
[2018.12.04.]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위원장 박종관, 이하 문예위)와 함께, 근로자가 일과 여가생활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도록 모범적으로 지원·운영하고 있는 39개 기업(신규 인증 31개, 재인증 8개)을 ‘2018년 여가친화기업’으로 선정해 발표했다.

일상을 바꾸는
‘삼삼오오 청년 인문실험’ 착수
[2018.12.05.]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가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원장 김수영, 이하 진흥원)과 함께 선정한 ‘삼삼오오 청년 인문실험(이하 삼삼오오 인문실험)’ 활동 100건이 12월부터 내년 1월까지 본격적으로 진행된다.

전통문화예술
전문 채널 생긴다
[2018.12.10.]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전통문화예술 텔레비전(TV) 설립을 위한 예산 24억 원을 확보했다고 밝혔다.

2017년
공연시장 규모 8,132억 원, 전년 대비 8.7% 증가
[2018.12.12.]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도일)와 함께 국내 공연시설 및 단체의 운영 현황과 실적을 조사한 ‘2018 공연예술실태조사(2017년 기준)’ 결과를 발표했다.

「서예진흥에
관한 법률」 제정 및 시행
[2018.12.12.]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서예진흥에 관한 법률」(이하 「서예진흥법」) 이 11월 23일(금) 국회를 통과하여, 12월 11일(화)에 제정되었다고 밝혔다.

공연 기술지원
제작진 권리 증진과 공정한 계약 문화 조성 추진
[2018.12.14.]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12월 19일(수) 오후 2시, 서울 고궁박물관 별관 강당에서 ‘공연예술 분야 기술지원 표준계약서 도입을 위한 공개토론회’를 개최한다.

2018년
‘문화가 있는 날’ 무엇을 했나요?
[2018.12.17.]
‘문화가 있는 날’ 2018년 국민 인지도 68.9%, 전국에서 3,700여 개 기획사업 진행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 점자발전기본계획(2019-2023) 발표
[2018.12.17.]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12월 17일(월) ‘제1차 점자발전기본계획(2019~2023)’(이하 제1차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0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순천시 선정
[2018.12.20.]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지난 12월 14일(금)에 열린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 심사위원회’를 통해 순천시를 ‘2020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선정했다.

2018년 전국
9개 비엔날레, 총 164만 명 관람
[2018.12.20.]
비엔날레의 해였던 2018년 총 164만 명이 비엔날레를 관람했다.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이하 예경, 대표 김도일)와 함께 진행한 2018년 비엔날레 평가 결과, 부산·광주·대구 비엔날레가 우수 등급을 받았다.

2017년
미술시장 규모 4,942억 원으로 크게 성장
[2018.12.27.]
(재)예술경영지원센터(대표 김도일)의 발표에 따르면,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2017년 기준 4,942억 원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에 정성숙 씨 임명
[2018.12.28.]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도종환, 이하 문체부)는 2018년 12월 29일(토) 자로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하 재단) 이사장에 정성숙(鄭誠淑, 60세) 제주국제대 실용예술학부 특임교수를 임명한다고 밝혔다. 신임 이사장의 임기는 3년이다.

추천 자료

기초문화재단 설립 및 운영매뉴얼 [인천문화재단]

2018 인천시 생활문화 운영 및 발전방안 연구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예술교육계획(2018~2022) 수립을 위한 연구보고서 [인천문화재단]

IDI도시연구_14_거리공연과 생활문화 활성화 정책의 연계 필요성 연구_최영화
[인천연구원]

2020 문화예술 트렌드 분석 및 전망_김혜인, 김연진 [한국문화관광연구원]

2018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 성과사례집 [지역문화진흥원]




선(線)의 환상

움직이는 산, 이슬람 여인들

아이고, 리아드(Riad)에서 나온 지 열 걸음도 못가서 질문 공세에 시달린다. 매일 아침 머무는 모로코 전통가옥인 리야드의 문을 열자마자 마주치는 풍경이다. 

“차이나? 자포네? 코레?” (‘한국사람입니다’)
“어디로 가세요?” ( ‘가는 길 알아요. 물어보지 마시라고요’)
“광장은 저쪽이에요. 저쪽” (‘난 광장에 안 간다니깐요’)

신발은 먼지와 흙으로 뒤범벅이 됐다. 말과 당나귀, 오토바이와 자전거, 마차와 자동차, 그리고 사람이 함께 뒤섞인다. 수천 개의 좁디좁은 골목이 뒤엉켜 있는 마라케시(Marrakech) 메디나 구시가지에서 구글맵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민트가 꾹꾹 눌러 담긴 알라딘에 나올법한 주전자에서 차를 따른다. 내 몸이 겨우 들어갈 만한 좁디좁은 골목도 이리저리 걷는다. 거리엔 온갖 쓰레기로 넘쳐났고 지릿내가 진동하지만 낯선 이국적인 풍경속을 걷는 게 그저 신난다. 게다가 모로코 전통복장인 젤라바(Jellaba)를 입고 전통신발을 신은 채 수염을 기른 남자들이 거리를 걸어 다닌다. 마치 중세시대로 시간여행을 온 듯 하다. 특히 내 눈길을 사로 잡는 건 모로코의 이슬람 여인들이다. 길을 걷는 여성의 대부분이 머리를 감추고 있다. 젊은 여자 대부분은 히잡으로 머리만 가리고, 아이가 있는 엄마나 할머니들은 망토 같은 차도르나 눈만 빼고 얼굴을 다 가린 부르카나 니캅을 쓰고 다닌다. 종종 아이 손을 잡고 가는 니캅을 쓴 여인들을 보는데, 아이가 엄마를 잃어버리면 다들 똑같아 보여 어떻게 찾을까 싶다. 발목까지 내려오는 젤라바에서 부르카까지 온몸을 감싸고 다니는 모습이 거추장스러워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모두가 이렇게 다니니 왠지 나도 이들처럼 히잡을 멋스럽게 둘러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모로코 거리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갈 만한 메디나 골목   길에서 마주친 이슬람 여인들

 

이들의 모습은 꼭 움직이는 산처럼 느껴진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단색으로 뒤덮은 천이 스멀스멀 움직인다. 머리와 몸을 모두 분홍색으로 휘감은 화사한 산과 온몸을 검은색으로 휘감은 어둠의 산도 보인다. 뒷모습만 보면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영락없이 꿈틀꿈틀 움직이는 산이다. 이슬람 여인은 얼굴을 숨기니 수줍음이 많을 것 같다고 상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이들은 니캅으로 눈만 내놓고 얼굴을 가린 채 아이를 업으면서 장사를 한다. 길가에서 외국인의 손목을 잡아끌며 헤나를 강제로 해주고 돈을 요구한다. 제마 엘프나(Jemaa El Fnaa) 광장에 있는 모자 가게 여인은 우악스럽게 내 머리에 모자를 씌웠다. 반면 우아하게 30분에 120디르함(만 이천 원)인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여인들도 있으며 단 돈 5디르함(오백 원) 하는 먹다 만 빵을 달라며 테이블 앞에 찾아온 작은 여자아이도 만난다.

문득 처음 아프리카 대륙에 왔다는 설레임과 함께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에서 긴 시간을 처음 보낸다는 두려움에 이들을 낯선 시선으로 바라본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사실 얼굴만 가렸을 뿐이지 사실 내게 그들의 모습은 우리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지 않나? 그들이 부르카에 자신을 감추듯, 우리 역시 자기 안에 갇혀 있지 않은가? 미래의 이슬람 여인들을 상상한다. 내가 상상한 이슬람 여인들은 온갖 화려하고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한 부르카를 입는다. 꽃이 만발한 동산 같다. 이슬람 여인의 모습을 통해 누에 꼬치 안에 갇힌 나와 우리의 이야기를 그려본다.

움직이는 산, 이슬람의 여인들

순진한 바람

이국적인 모로코 모습에 설레던 시간은 생각보다 그리 길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거리에서 지겹도록 말을 건네는 모로코인들에 의해 지쳐 마음껏 뜨거운 물로 샤워하고 싶어졌다. 제발 힘들게 흥정하지 않고 물건을 사며 깨끗한 곳에서 조용하게 식사하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처음엔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 보였다. 가난하지만 집마다 모두 다른 창문과 문을 보며 화려하고 풍요롭다고 생각했다. 돌로 장식된 왕궁의 모습에 감동하며 길에서 우연히 사 먹은 양꼬치에 행복해했다.
그러나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가는 좁은 골목에는 햇빛을 받지 못하고 사는 이들이 있었고 또 다른 한쪽엔 고급스러운 리야드를 지내러 오는 관광객들이 있었다. 모로코 전통 방식으로 가죽을 다듬는 테너리(tannery)에선 구경 갈 때마다 여행객들에게 강제로 나눠주는 민트를 받아야 했다. 테너리에선 지독한 냄새가 나니 민트가 필요하다는 게 이유다. 테너리엔 맨발로 비둘기 똥을 밟아가며 가죽을 만드는 모로코인들과 이를 강제로 보여주고 설명하며 돈을 받는 또 다른 모로코인, 다른 한 쪽엔 민트를 코에 대고 얼굴을 찌푸린 채 이들을 바라보는 관광객이 있다. 고작 대여섯 살 밖에 안되는 어린아이들이 거리에 나와 크리넥스 몇 개, 쿠키 몇 개를 들고 종일 앉아 있는 모습은 흔하디흔한 모습이었다. 왜 이렇게 가난해야만 하고 왜 그렇게 처절한지. 왜 그렇게 절박해야 하며 또 왜 그렇게 질리도록 호객행위를 해야만 하는지 가슴이 답답했다. 사하라 하실라비드 마을에선 비가 내릴 때마다 진흙으로 짓는 전통 방식의 집이 쉽게 무너졌다. 과연 이렇게 적은 비에도 무너져버리는 집에 사는 방식이 옳은 것인지도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도 하루에 다섯 번 이슬람 아잔이 울릴 때마다 기도하는 모로코인을 보며 우리와 전혀 다른 문화를 이해한다는 건 과연 내 순진한 바람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로코 왕궁의 화려한 돌장식

전통방식으로 가죽을 만드는 모로코 테너리

사하라 하실라비드 마을의 아이들

한달 여간 지낸 모로코는 가난하지만 화려했고, 화려하지만 또 단조로웠다. 10년 후, 더 나아가서 100년 후에 모로코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움직이는 산처럼 보이던 이슬람 여인들은 여전히 같은 모습일까? 몇 백년 전 질라바와 전통 신발을 아직도 신고 다니는 모로코인들처럼 100년후에도 이 모습은 계속 지켜질까?

모던 이슬람 국가라고요?

작년 겨울 모로코에 이어 이번 겨울엔 말레이시아에 두 달여간 머물렀다. 우연히도 두 나라 모두 이슬람 국가였기에 어떻게 다를지 호기심이 생겼다. 게다가 말레이시아는 인도인과 중국인, 말레이인이 모여 사는 다민족 국가가 아닌가. 심지어 모던 이슬람 국가로 불린다고 하니 어떤 나라일지 무척 궁금했다.
말레이시아는 한 거리에 힌두사원과 모스코, 그리고 절이 공존한다. 이슬람 국가이지만 다른 종교를 인정하는 개방적인 국가다. 말레이시아에서 난 신들이 만찬을 한다면 이곳에 올 거라고 상상할 만큼 다양한 음식에 흠뻑 빠져들었다. 중국, 말레이, 인도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모두 맛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적어도 영국처럼 다민족 국가에서 보이는 문화의 다양성이 보이지 않아 의아했다.

 
말레이시아의 중국 사원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음식들

말레이시아에서 인도사람이 운영하는 빵집

이들은 서로 섞이지 않으며 사는 지역도 다르다. 심지어 학교마저도 중국인과 말레이인, 인도인으로 구분해서 다닌다. 한 국가에 세 가지 교육 시스템이 있다는 게 나로선 미스테리하다. 중국인은 돼지고기를 좋아하지만, 이슬람인 말레이인은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 그리고 힌두계인 인도인은 소고기를 먹지 않는 대신 돼지고기는 먹는다. 한편 이런 다양성을 이용해 여러 음식이 발달했을 법하지만, 서로 배려할 뿐 융화하지는 않는다. 내가 바라본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J는 자기 나라임에도 소수민족의 삶을 사는 것처럼 보였다. 꼭 말레이시아 땅을 조심히 빌려 쓰는 것처럼 느껴진다. 말레이시아의 인구에서 60% 차지하는 말레이인은 겉으로는 주류로써 말레이시아의 주인처럼 보인다. 심지어 나라 이름조차 말레이(말레이 족)와 시아(그리스 어로 땅)가 합쳐진 말레이의 땅 아닌가. 정부는 편파적으로 말레이인에게만 유리한 정책을 편다. 이들은 나라의 지원을 받아 집을 쉽게 살 수 있고 모든 대학시험은 이슬람어로 치러진다. 그런데도 말레이인은 경제권을 중국인에게 빼앗겨 무기력해 보인다. 정부에서 ‘깨어나라  말레이인이여’ 외친다지만 과연 이들이 쉽게 변화할까?

문명과 문명화

두 달여의 시간을 말레이시아에서 보냈지만, 여전히 뭔가 허전하다. 조호바루에선 신시가지를 만들어서 그곳에 아파트를 짓고 외국인에게 팔아 경제를 살리려고 한다지만 과연 가능할지 의문이다. 도시가 과연 아파트와 쇼핑몰, 국제학교만으로 살아날 수 있을까? 조호바로의 신시가지에는 여전히 횡단보도와 인도가 보이지 않는다. 길을 걷는 사람들에 관한 배려는 당연히 없다. 로컬 카페 혹은 작은 서점, 갤러리 혹은 작은 상점 등 흥미로운 어떠한 장소도 찾기 힘들다. 모든 건 거대한 체인점 혹은 호커센터 뿐이다. 물론 호커센터에서 저렴한 가격에 다양한 음식을 맛보는 건 즐겁다. 그런데 과연 이게 전부인가? 음식 쓰레기를 바닥에 버리지 않고 먹을 수는 없을까? 음악을 밤늦게까지 크게 틀어놓지 않으면 안 되는 걸까? 왜 항상 냅킨을 가지고 다녀야 할 정도로 테이블은 더러워야만 하는 걸까? 왜 화장실을 갈 때마다 인상을 찌푸려야만 할까? 식당 한가운데 거대한 음식 쓰레기통이 있는 건 비위생적이라서 생각하지 못하는 걸까? 또 그 옆에 앉는 게 과연 자연스러운 일인가? 과연 이런 의문들이 문화 차이일 뿐인 건가 아니면 문명, 내가 그토록 싫어하는 단어인 ‘문명화’의 차이인 걸까?

수많은 아파트가 지어지고 있는 조호바루 거리

조호바루 길거리 음식점

말레이시아에선 사람들이 계속 싱가포르에 다녀오라고 했다. 왜? 말레이시아엔 없는 게 싱가포르에 있기 때문에? 아니면 단순히 옆나라라서? 내가 만난 말레이시아인들은 다들 싱가포르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고 말한다. 경제적 여유가 있더라도 싱가포르에서 살고 싶지는 않다고 한다. 이들에게 싱가포르는 물가가 비싼 나라, 깨끗한 나라, 수많은 룰이 있는 답답한 나라로 느껴지는 듯하다. 싱가포르에서 본 말레이시아의 다양한 문화적 풍요로움이 이곳 사람들에겐 필요 없을 수도, 어쩌면 보이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문명’, 유럽인들이 타국을 여행하며 가끔 이곳은 아직 ‘문명화(civilization)’ 되지 않아 순수하다, 또는 이곳은 꽤 문명화가 되었다고 말하는, 식민지배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단어가 떠올랐다. 그들이 농담으로나마 이런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난 버럭 화를 냈었다. 그런데 내가 말레이시아를 여행하며 문명이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무척 당혹스러웠다. 내가 그토록 경계한 서양인의 시각으로 바라본 ‘문명’을 결국 나도 똑같이 바라보고 있는 걸까? 작년 모로코와 사하라 여행을 통해 느낀 이슬람 문화를 떠올려본다. 그리고 이번 겨울 아시아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바라본 또 다른 모던 이슬람 문화, 아울러 이런 고민 속에서도 내 안에서 슬며시 쌓아가기 시작한 또 다른 편견들, 과연 타문화를 이해하는 건 가능한 걸까?

경계에 서서

난 아이러니하게도 모던 이슬람 국가라고 알려진 말레이시아에서 보수적인 이슬람 문화를 느꼈다. 오히려 니캅을 쓴 채 아이를 업고 쿠키를 파는 모로코 이슬람 여인들의 삶의 모습에서 왠지 모를 동질감을 느꼈다. 적어도 가난하지만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모로코인들이 좋았다. 그들을 따라 재래시장에서 젤라바를 사 입었고 얼굴을 가린 아주머니들 틈에서 젤라바를 꺼내며 어떤 크기가 맞는 거냐고 물었다. 사하라 사막을 걸으며 이곳에선 젤라바가 역시 최고의 옷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젤라바 패션에도 관심이 생겼고 머리에 두르는 다양한 방식의 히잡도 멋스럽다고 느끼기 시작했다. 페즈(Fez)에서 머물던 숙소 옥상에서 아잔 소리를 듣는 순간엔 마치 내가 이슬람 신자가 된듯한 착각에 사로잡혔다. 분지 지형인 페스에선 저 멀리서 시작된 아잔 소리가 이어지고 이어져 웅장하게 메아리쳤기 때문이다. 천상의 콘서트를 보는 환상에 사로잡혔다. 페즈 전체가 엄청난 울림을 가진 하나의 콘서트장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웅장한 아잔 소리를 들었던 페즈에서

매일 젤라바를 입고 다녔던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

오히려 동남아에서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는 말레이시아에선 많은 부분이 불편했다. 전통이라곤 찾기 힘든 거리풍경, 조호바로에서 수없이 본 높게 솟은 아파트와 대형 쇼핑몰, 말라카(Melaka)에서 관광 상품화가 되어버린 식민시대의 유적들, 동시에 개성 있다고 느낀 건물 모두가 식민시대의 흔적이란 게 씁쓸했다. 말레이시아는 다민족 국가로 알려졌지만 적어도 나에겐 다민족 국가에서 보이는 문화의 다양성은 찾기 힘들었다. 겉으론 개방을 외치지만 속으로는 오히려 굉장히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로 느껴진다. 말레이시아에선 인종끼리 섞이는 경우는 드물다. 물론 이슬람이라는 특수성 때문이다. 이슬람인은 이슬람인과 혼인해야 한다. 타 종교인이 이슬람인과 결혼하면 자연스럽게 이슬람인이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영국 식민지시절에 생긴 바바뇨냐 문화를 홍보하는 말레이시아인들이 아이러니하다. 현재 이슬람인들이 이슬람이기를 포기한 뇨냐여성들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그렇다고 내가 모로코를 더 개방적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다. 얼마 전 내가 사하라 사막으로 가는 길목이었던 아틀란스 산맥에서 북유럽 여인 두 명이 급진 모로코 이슬람인들에게 살해당했다. 끔찍한 일이다.

말라카의 포르투갈 유적지

결국 문명, 문명화(Civilization)란 과연 뭘까? 난생처음 이슬람 국가인 모로코에서, 그리고 또다시 모던 이슬람 국가인 말레이시아에서 두 달여의 시간을 보내며 이런 의문은 점점 더 깊어진다. 결국 문명이란 무엇일까. 사람들의 순진한 바램과 달리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건 애당초 불가능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결국 나는 작가로서 내가 보고 느낀 환상을 작품에 담을 뿐이다. 

이승연, ‘세가지 경계’, 150x150cm, 타피스트리 가변설치, 2018, SeMa 창고
모로코 자립형 레지던시(?)여행을 마치고 만든 타피스트리 작품

글 이승연
사진 이승연, 저기요 스투디오

이승연(Seung youn LEE)
고대사와 신화, 또는 상상의 극한을 보여 주는 기이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고대’라는 재료를 갖고 미래를 얘기한다. 최근에는 물리학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드로잉을 기반으로 철과 나무, 패브릭,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작업한다. 2012년에서 2017년까지 영국인 알렉산더와 ‘더 바이트 백 무브먼트’ 아티스트 듀오로 활동했다. 당시의 신화적·종교적·사회적 관심은 개인작업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영국 서머싯 하우스, 국립 광주 아시아 문화전당, 문화역서울 284, 영은 미술관, 켄 파운데이션, 베를린 ZK/U, 등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처럼 영원히 남을 작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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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송이 SON Songyi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손송이는 철학과 미술이론을 전공하였다. 한겨울 야유회를 떠나 가상의 사회와 그 사회의 언어를 고안하여 시를 쓰는 프로젝트 <현대시작법>(2013)을 시작으로, 화(火)라는 감정의 작동기제에 관한 《이상한 가역반응》(2014)과 예술학교라는 공간 속에서 사물들을 다룬 전시《비인칭적 삶》(2016)을 기획했다. 그리고 <분더캄머 :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의 방>(2016), 필리핀 두테르테 정권의 ‘마약과의 전쟁’을 다룬<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2017) 등 동남아시아 영화를 중심으로 한 스크리닝 및 토크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작년 10월에 진행한 ‘2018 플랫폼 오픈스튜디오’에서 인천아트플랫폼 9기 입주 작가들이 스튜디오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촬영한 후 편집하여 가상의 하루를 만들어 보려는 영상 <어떤 날>을 선보인 바 있다. 이는 일종의 혼성적 미술 비평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능성의 실험이었다.

<2018 플랫폼 아티스트> 전시전경 어떤 날_단채널 비디오, 30분, 2018

# Q&A
Q. 전반적인 활동에 대하여
A. 전시 및 상영 기획을 하고, 주로 전시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학부 때 철학 공부를 좋아했지만 다른 분야에 대한 호기심이 늘 있었다. 대학 재학 중에는 강홍구 선생님의 ‘미술사’ 수업을 인상 깊게 들었다. 그러다 졸업 후 우연한 기회로 2012년 부산비엔날레에서 ‘배움위원회’로 활동하다가, 자연스럽게 비엔날레의 교육프로그램 기획 및 진행 일을 하게 되었다. 당시 비엔날레 총감독이었던 로저 브뤼겔(Roger M. Buergel)은 전시 준비과정 전체를 부산 시민들로 구성된 ‘배움위원회’에 공개했다. 그 덕분에 여러 참여 작가들의 작업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볼 수 있었으며, 때로는 그들과 협업해서 작업을 만들기도 했다. 그 후 현대미술에 대해 조금 더 깊이 공부를 해보고 싶어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이론과 전문사 과정에 입학했다. 그 이후로 몇 차례의 전시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Q. 대표적인 연구/기획 활동 소개
A. 보조로 참여했던 프로젝트를 포함하여 진행했던 모든 프로젝트에 애증 비슷한 감정이 있다. 그래서 대표 프로젝트로 무엇을 꼽아야 할지 모르겠다. 가장 최근에 기획했던 스크리닝은 《분더캄머: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의 방》(2016)이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에서 제작된 실험적인 영상 작업을 관객 상호 간, 혹은 관객과 감독 간에 대화를 나누면서 보다 상호주관적이고 입체적인 방식으로 이해해보고자 했다. 그런 다음, 상영작과 감독에 관한 정보, 해당 국가의 사회 정치적 상황, 토크 녹취록, 영화 리뷰 등을 엮어 단행본으로 출간하였다. 이 책은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부산 시내 공공도서관과 일부 대학 도서관, 영상 관련 기관 내 자료실에 소장되어 있으며 몇몇 온라인 및 오프라인 서점에 입고되어 있다.

 
분더 캄머: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의 방(Wunderkammer: Room of Southeast Asian Experimental Films)_상영 및 출판기획_2016

복잡한 시점과 방향성을 취하며 작동된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종의 잠정적 완충지대로서 전시를 구성할 필요가 있었다. 살과 피와 생각의 회로가 끓어오르는 순간, 말하자면, 화에 너무도 몰두한 나머지 다른 판단을 할 여지가 없어지는 그 순간에 우리 스스로 그 감정 자체를 잘 설명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분노라는 감정은 본질적인 자아를 무너뜨리고 흩뜨려놓는 이성적 통제 밖의 영역으로, 자신에 대한 타자의 개입이 극적으로 드러나는 한 장면이다. 이 전시는 그 한계지점을 노출하는 한 단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노출된 한계지점은, 만연한 분노나 적의의 감정이 고정된 실체를 가진 이항구도와 처벌의 기제로 환원되는 것을 경계하게끔 하는 어떤 기점이 된다.

<이상한 가역반응(Strange Reversible Reaction)> 전시 기획_B104갤러리,_2014

Q. 연구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대학 재학 중에 조한혜정 선생님의 ‘지구촌 시대의 문화인류학’이라는 수업을 들었다. 그 수업에서는 매주 정해진 주제에 따라 ‘쪽글’을 써야 했다. 예민하게 자기 주변을 관찰하고, 자기 생각을 글로 정리하여 다른 이들과 공유하는 일은 살아나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훈련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주로 음악을 들으면서 에너지를 충전하는 편이다. 음악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듣는다. 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신포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차밍요가’ 수업을 규칙적으로 들으며 뭔가를 해나갈 체력을 키워나갔다. 이 수업에서는 트로트나 유행 지난 가요들을 크게 들으면서 에어로빅과 요가, 체조, 춤, 런지와 플랭크 등을 자연스럽게 모두 할 수 있다. 이러한 획기적이고 유연한 결합에서 배우는 바가 많다.

 
분더 캄머: 동남아시아 실험영화의 방(Wunderkammer: Room of Southeast Asian Experimental Films)_상영 및 출판기획_2016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예술은 그 자체로 어떤 위계나 권력 구조를 내재화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예술작품에 관한 개인의 주관적인 입장들 각각이 다르고 의미가 있으므로, 미적 판단에서는 어떤 합의에 이르기가 불가능하다는 식의 극단적인 상대주의에 관용적이지도 않다. 감각적인 요소들, 미술사적 맥락, 작가의 의도 등 작품 감상 시 고려 가능한 요소들을 자세히 살핀 다음에 그 작업이 성공적인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판단을 이끌어낸 과정이 충분히 논리적이라면, 타인들과 공유 가능한 어떤 잠정적인 미학적인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술의 궁극적인 의미는 ‘자유’를 새로이 정의하는 방식을 고민하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때 ‘자유’란 허공에 발이 떠 있는 기분 같은 것이 아니라, ‘-로 부터의 자유’, 즉, 벗어나거나 넘어설 기존의 무언가를 상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보세요, 그의 눈은 진주로 변했어요  Those are pearls that were his eyes. Look!  (co-organized by Neo Maestro)> 스크리닝 & 토크_인천아트플랫폼_2017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앞으로의 일들은 아직 잘 모르겠다. 어디서 뭘 하든 되도록 내게 없는 것을 있다고 부풀려 말하지 않으면서 담백하게 살고 싶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이윤이 YI Yunyi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해 활동할 2018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새로운 주인공들이 뽑혔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연구와 창작활동을 극대화 시킬 수 있도록 창작지원 프로그램과 발표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2018 레지던시 프로그램 입주 작가를 소개합니다.

 

이윤이는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에서 한국 문학을 공부하고, 뉴욕 헌터 컬리지에서 통합매체 석사를 마쳤다. 작가는 여성적 말하기, 상이한 감각들의 동시성, 특정한 장소에 반응하는 인간 기억의 다층성 등을 주제로 설치, 퍼포먼스, 출판의 형태를 실험한다.

 

 

 

 

작가는 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인천이라는 낯선 도시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배경의 집단과 이들과의 관계 내에서 시작하여 영상을 위한 특정한 ‘상황’으로 설정하여 카메라 바깥/작업 바깥에서 관계를 조율하고 맺는 작업방식이 이질적인 환경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실험하였다. <2018 플랫폼 아티스트>에서 경기도 근교의 골프클럽에서 일하는 여성의 예지몽과 전생 리딩을 통해 무의식 세계를 구현한 영상작업 <샤인 힐(Shine Hill)>을 선보인 바 있다.

샤인힐_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9분 47초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내 작업에는 파트너나 친구들, 동료들이 일종의 초상으로 등장한다. 이런 거울 이미지는 불완전한 자아와 관계 맺기의 욕망 같은 것에서 기인한다. 그들과의 일시적인 기억은 창작을 위한 과정으로 치환하면서 서로에 대한 긴장과 의심을 떨쳐내는 시간과 공간을 공유하는 것에서 작업의 의미를 찾는다.

 
O And I_HD 비디오(컬러, 사운드, 연속 재생),
디지털 프린트(12×9cm), 2017
  전시⟪XOXO⟫ 설치 전경_2017


Q.
대표적인 작업 소개
A. 나의 대표작은 <메아리 Hearts echo like mercury>(2016)라고 이야기할 수 있겠다. 이 작품은 자신을 바라보듯 타자와 환경을 떠올린다. 관찰하고 감시하며 감탄하기도 하는 자기 자신과의 관계는 수수께끼다. 의문들은 부딪혀 배가 된다. 서로가 거울이어서 한없이 부끄러운 표면에 입김을 불어 넣는다. 애틋한 마음이 서린다. 

 
 
메아리(Hearts echo like mercury)_영상스틸_2016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대학에서 김혜순 시인과 한국 현대시를 공부하면서 여성으로서 글을 쓴다는 것의 의미와 카오스적인 몸의 상상력, 분열적이고 다성적인 여성성에 관심을 가져왔다. 영상 안에서 이미지와 사운드를 매개로 한 글쓰기를 구현하고 설치에서 요소들을 배치할 때, 마치 시어를 구조화하듯 공간 안에서 작업을 다층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Men is port Women is Boat)_2채널 영상(사운드, 흑백, 연속재생), 드럼, 회전판, 유리, 가변 설치_2014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개인적인 고백으로서의 1인칭 서사에서 조금 비켜나서 일상적이거나 지적인 방식으로 대화하지 않을 때, 오직 기억과 감각을 접합한 순간만이 존재할 때 나타나는 변화와 차이를 기록하려고 한다. 

《2018 플랫폼 오픈스튜디오⟫ 전경 -작약도_2018

Q. 앞으로의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작업하기와 생활하기’에서 자아를 확립하기 위해 타자의 목소리를 탈취하는 필연적 과정을 영상 속 인물들과의 충분한 대화와 협업을 통해 극복하고자 한다. 이는 관계의 변화와 우정, 신뢰, 불가능성, 우연 등을 포함하여 나 자신의 변화까지도 작업의 일환으로 삼을 것이다.

 
《2018 플랫폼 아티스트⟫ 전시전경
샤인 힐_HD 비디오, 컬러, 사운드, 19분 47초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행성적 사랑(Planetary Love)’을 위한 실험의 장

-2018 예술정거장 프로젝트 리뷰-

2018 예술정거장 프로젝트 ‘언더그라운드 온 더 그라운드(Underground On the ground)’는 지하철 역사에 예술작품이 전시되는 일종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다. ‘공공미술(public art)’이란 예술작품이 화이트 큐브의 전시장을 벗어나 공공의 장소에 놓이게 되는 것을 말하는데, 1967년 영국의 미술행정가 존 윌렛(John Willett)의 저서 『도시 속의 미술 Art in a City』에서 처음 사용된 개념이다. 공공미술이 처음 시행된 초기에는 기념비적 조각 작품이 야외에 놓였고 이후에는 도시계획에서 예술이 작품이 위치하는 장소를 고려한 까닭에 ‘장소 특정적 예술(site-specific art)’라는 특징이 있다. 최근에는 커뮤니티아트(community art)처럼 예술가와 관객이 함께 소통하며 완성하는 ‘뉴 장르 퍼블릭 아트(new genre public art)’의 형태로 진화해 왔다. ‘언더그라운드 온 더 그라운드(Underground On the ground)’는 이러한 공공미술의 변화과정 가운데 한 발자국 더 나아간 모습으로 펼쳐 보이며, 미술관의 전시가 공공의 공간에서 선보이는 다채로운 실험을 시도한다.

최은동, 아톰, 120×70×240cm, F.R.P, 2011

혼종성의 공간 연구와 다층적인 서사들
이번 프로젝트에는 국제적으로 활발하게 활동하는 한국, 미국, 프랑스 출신 29팀(30여 명)의 30여 작품이 선보인다. 기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인천이라는 지역성과 인천시청역사의 특성을 자세히 연구하며 지하철이라는 공간적 특성을 주목해, 평면, 조각, 설치, 미디어 아트, 아카이브 전시 등 현대미술의 다양한 장르를 구성했다. 전시 기간은 2018년 12월 13일부터 내년 10월 3일까지인데, 언사이트(Unsite)를 비롯한 4개 팀의 작품이 인천시청역에 영구적으로 설치되어 시민들에게 일상에서 예술작품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언더그라운드 온 더 그라운드(Underground On the ground)’는 총 다섯 개의 소주제를 구성하며 현대 사회와 인천이 지닌 ‘혼종성(hybridity)’의 특성을 담아내었다. 공적 공간에서 만나는 현대미술 전시라는 의미로 ‘언더그라운드 아트 뮤지엄(Underground Art Museum)’과 한국 현대미술에서 실험예술을 선도한 원로들의 자료를 아카이빙 형태로 전시하는 ‘언더그라운드 필름타임즈(Underground Film Times)’, 도시의 패러다임 변화로 인해 지하 공간에 대한 잠재력을 살리고 예술과 일상이 만나 친숙한 공간을 조성하는 ‘아트 로드 언더그라운드(Art Road Underground)’, 지하 공간의 새로운 탈바꿈을 통해 정서적 환기를 제공하는 ‘언더그라운드 어메니티(Underground Amenity)’, 지하철이라는 장소 특정성과 어우러지는 ‘언더그라운드 온 더 그라운드(Underground On the ground)’가 그것이다. 이 다섯 개의 개념 안에 녹아든 작품들은 각각의 고유한 다름(alterity)과 차이를 수용하면서 함께 어우러진다. 동시에 식물의 뿌리, 혹은 그물망처럼 얽혀 있는 지하철노선같이 개별 작품들은 서로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다층적인 서사를 펼쳐낸다.

이병찬, 소비생태계, 600×450 ×450cm, 에어모터, ledrgb, led, 필름, 비닐, 광섬유, 미러볼 등, 2018

예술가들의 예술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즈(Felix Gonzalez Torres)
프로젝트 안으로 들어가 개별 작품들을 살펴보자. 2018 예술정거장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작품구성으로 볼거리가 많은데, 그중 눈에 띄는 것은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즈의(Felix Gonzalez Torres, 1957-1996) 참여다. 40세의 나이로 일찍 세상을 떠난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즈는 쿠바 출신의 난민으로서 미국 사회에서 성 소수자로 살면서, 혐오와 차별의 시선에 매몰되지 않고 예술적 정체성을 확보해 많은 울림을 전했다. 그는 만남, 이별, 삶과 죽음 등을 주제로 한 개념미술작품을 선보이며, 사후에도 많은 현대미술작가에게 창작의 영감으로 회자되고 있다. 자신은 “죽음 이후에도 활동할 것”이라는 자조적 예언처럼 그의 작품은 사후에도 수차례의 전시와 다양한 프로젝트로 여전히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출품된 토레즈의 <무제(The New Plane), 1991>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작품으로 인천시청역을 비롯해 총 6개의 공간(인천시청역, 간석역, 인천예술회관역, 인천종합버스터미널역, 원인재역, 인천아트플랫폼)에 설치되어 화제를 모았다. 이러한 그의 작품은 주류든 주변부든 모든 존재는 평등하며, 가치가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펠릭스 곤잘레스 토레즈, 무제(새로운 계획), 가변설치, 빌보드, 1991 인천아트플랫폼

한국 실험예술의 재조명
‘언더그라운드 필름 타임즈(Underground Film Times)’는 기획팀에서 준비한 섹션이다. 지하철 역사 한편에 6개의 전시 부스를 설치하고, 한국 현대미술에서 실험예술을 이끈 6명의 원로작가 김구림, 이강소, 이건용, 이승택, 성능경, 윤진섭의 자료를 아카이빙 형태로 전시했다. 김구림은 한국 전위미술의 선구자로서 초창기 행위예술의 도입기에 가장 중요한 활동을 한 작가로 평가되며, 이강소는 대구 현대미술의 발전을 주도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해오면서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실험적인 작업을 펼쳤다. 이승택은 물, 불, 바람, 연기 등 비미술적인 재료를 사용해 현대조각의 영역을 확장하고, 기존 예술에 대한 반개념적 정신과 새로운 도전으로 미술개념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방식의 미술을 전개했다. 또한 이건용은 미술계 주류와 관계없이 개념미술, 행위미술, 설치작업 등에서 실험적 시도를 감행해 전위미술 부문에서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성능경은 개념적 퍼포먼스의 독보적인 존재로 평가된다. 윤진섭은 회화, 판화, 설치, 오브제, 퍼포먼스 등 전위적이며 실험적인 작업에 주력했으며, 이후에는 활발하게 비평 활동을 해오고 있다. 이처럼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아방가르드 미술을 주도한 6명의 사료로 구성된 ‘언더그라운드 필름 타임즈(Underground Film Times)’는 저항과 실험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기회를 제공했다.

언더그라운드 필름 타임즈

언더그라운즈 필름 타임즈

에필로그
인천시청역사에는 이외에도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주목받은 육근병, 김승영 등 국내 정상급 작가들과 주로 장소의 특성을 활용한 설치예술을 하는 프랑스 출신 피에르 파브르(Pier Fabre)의 작품이 전시된다. 또한 한국의 도시화로 농촌의 현실을 그려낸 이종구, 도시생태계의 스펙타클한 이미지를 새로운 생명체로 번안한 이병찬, 사용된 장난감 완구를 이용해 ‘업사이클링(up-cycling)’의 선순환의 가치를 살려낸 김용철, 통일된 한국의 미래 풍경을 제시하는 홍원석 등의 작품들은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는, 혹은 전지구화된 세계가 지닌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담아낸 것들이기도 하다.
‘언더그라운드 온 더 그라운드(Underground On the ground)’는 인천이라는 지역성과 세계 속의 인천이라는 글로컬(Glocal) 한 사유를 담아냈다. 여기에는 지구라는 행성의 평화와 공생을 위한 실천 전략으로서 가까운 이웃과 타자에 대한 환대를 주요 개념으로 삼고, 지구가 공통으로 껴안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다층적인 시각을 구성해냈다. 또한 우리가 안고 있는 다양한 문제와 글로컬한 생각을 예술적 행동으로 어떻게 보여줄 수 있을지 실험하는 장이 되었다. 인천시청역사라는 일상의 공간에서 마주하게 되는 다양한 현대미술작품을 통해 관람객들은 동시대 시각예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가늠해 보는 동시에 공동체에 대한 개방과 포괄의 원을 확장해보길 기대한다.

이종구, 대지의 손, 105x70x10cm, 종이부조와 오브제(), 2005대지의 손, 113x75x15cm, 종이부조와 오브제(), 2005

홍원석, 컬러풀 아시아 하이웨이, 가변설치, 혼합재료, 2018

·사진 고경옥 Ko Kyongok 高敬玉

고경옥 Ko Kyongok 高敬玉
홍익대 대학원에서 예술학을 전공하고, 쿤스트독미술연구소 연구원, 이랜드문화재단 수석큐레이터, 수원시미술전시관 책임큐레이터를 역임했다. 미술현장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고 여러 작가론을 썼다. 현재 인천문화재단에서 주최한 <2018 예술정거장 프로젝트>의 수석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예술과 사회에 대한 연구로써 다양한 인문학 공부에 힘쓰고 있다.
curatorko@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