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기술과 도시공간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자체나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하게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날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지난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세계가전전시회)에서는 지난 전시와는 다른 모터쇼를 선사하였습니다. 많은 자동차 생산업체들이 지난 몇 해 동안 자율주행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에는 운전자가 필요 없는 자동차뿐 아니라, 그 안에서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자율주행 기술에서 가장 앞섰다고 평가되는 구글이나 독일의 자동차 제조사들처럼 우리나라의 자동차 제조사와 통신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 자율주행 연구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는 서울대 연구진이 개발한 자율주행차가 여의도 일반 도로에서 시험 운행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출시된 자동차에는 대부분 레벨2와 레벨3 사이의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해 있습니다. 단거리에서 일부분 조향과 속도 조절, 주변의 상황을 온전히 자동차에 맡길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한 것입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얼마 전 한 통신회사는 레벨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을 테스트하기 위해 인천 경제자유구역에서 자율주행 인프라를 구축하기로 하였습니다. 여기서 레벨4는 스티어링 휠과 페달이 사라지는 레벨5 수준의 완전 자율주행에 조금 미치지 못하지만, 대부분 사람이 운전에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기술을 말합니다.

<그림 1> 이제 자동차 제조사는 자율주행 자동차의 작동 방법보다 사용자가 누릴 수 있는 환경에 중점을 둡니다.
CES 2019에서 기아자동차가 출품한 R.E.A.D 시스템에 운전석 탑승자의 얼굴을 분석하여 감정 정보를 추출하고,
운전자의 상태에 맞게 내부 환경을 조절합니다. 
(사진 출처: 스마트경제 _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인천에서 추진되는 자율주행 인프라는 아직 레벨5 수준에 미치지는 못하지만, 자율주행 자동차의 대중화는 그리 먼 미래가 아닙니다. 또한 이것은 운전자 개인에게 편안한 환경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도시 공간에 큰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자동차 수의 증가는 주차 공간의 면적을 증가시킵니다. 거의 모든 건축물은 면적에 비례하여 주차장을 만들어야 합니다. 자동차가 늘어나며 필요한 주차면 수는 점점 늘어났고, 자동차 크기가 커지면서 자동차 1대당 주차장 면적도 넓어졌습니다. 늘어나는 주차 수요는 야외 주차장들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서, 이제 주차장도 지상과 지하 여러 층으로 켜켜이 쌓아 올려야만 합니다. 10년쯤 전부터 아파트 단지 계획에서는 보편적으로 주민들의 안전과 쾌적한 생활을 위해 지상에는 공원의 형태를 조성하고 지하는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과거 단층 야외 주차장 방식으로는 고층 아파트에 사는 거주자들의 소유 차량을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완전자율주행 차량의 대중화는 주차장 조성을 다시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까지 운전자는 이동할 때마다 자동차 주차 문제를 우선 생각했지만, 완전자율주행 차량은 그럴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완전자율주행은 운전자 없어도 스스로 자동차가 움직일 수 있으니, 자동차는 운전자-완전 자율주행차량에서는 아무도 운전하지 않으니 그냥 ‘사용자’라고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만-가 이동할 때 달려오고, 그렇지 않을 때 더 먼 곳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직장인을 출근을 시키고 집에 되돌아간다거나, 가족을 놀이공원에 데려다주고 자동차는 30분쯤 떨어진 한적한 곳에서 기다릴 수도 있습니다.
연료를 소모하면서까지 승용차 주차가 운전자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가정한 이유는 번화한 도시일수록 토지의 가격이 그만큼 상승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의 경우, 공영주차장 1개의 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이 대략 8천만 원에서 2억 원까지 추산하고 있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값비싼 업무용 토지를 아침 출근부터 저녁 퇴근까지 주차공간으로 사용하는 것은 공간의 효율성이 상당히 떨어집니다. 건축물에서 주차장이 차지하는 면적이 줄어든다면, 해당 공간만큼 사람들이 사용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아예 현재의 지하주차장이나 주차타워와 비슷한 양식의 건물을 짓지 않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이는 현재의 건축 비용을 절감할 뿐만 아니라 건축자재를 사용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감소시킬 수 있습니다. 도심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든, 녹지를 확보하여 탄소 발생을 줄이든 주차장이 감소한다면 혼잡한 도시도 조금 숨통 트일 수 있습니다.

완전자율주행 차량의 보편화는 ‘개인적인 대중교통’의 수요를 좀 더 증가시킬 수 있습니다. 간단히 설명하면, 자가용에 준하는 택시 서비스가 보편화할 수도 있습니다. 도시 대중교통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보편화하면서 ‘무인버스’, ‘무인택시’가 활성화될 것입니다. 현재 기관사 없이 운행하는 인천지하철 2호선처럼 말이지요. 버스는 노선이 이미 정해져 있어 큰 차이가 없겠지만, 택시는 지금과 다른 형태로 운영될 수 있습니다. 카카오택시나 티맵택시 사례와 같이 콜택시 애플리케이션이 많이 보급되어 있으나, 여전히 빈 택시가 승객을 찾아 헤매는 방식은 비효율적입니다. 무인택시는 공공이나 민간 사업자들이 마련한 몇 군데의 거점에서 대기하다가 승객이 택시 탑승을 원하면 가까이 위치한 곳에 승객을 태워 도착지에 내려주고 다음 거점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운영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굳이 자동차를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됩니다. 운전자 없이 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자신의 자가용에 탑승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죠. 점차 상승하는 자동차 구입 및 유지 가격으로 인해, 자가용 구매보다 무인 택시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것입니다. 또한 특정 시간대에 승차 거부와 택시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며, 심야에는 승객이 없는 빈 택시가 도로를 메우는 일도 없어질 것입니다.

<그림2> 미국의 유통회사 아마존은 지속적인 연구개발의 결과로
2016년에 30분 이내에 상품을 배송하는 무인배송시스템 Prime Air의 시범 운영을 진행했습니다.

(사진 출처: 아마존_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자율주행의 기술이 가져올 수 있는 또 하나의 변화는 도시가 더 입체화된다는 점입니다. 이것은 자율주행이 자동차뿐 아니라, ‘드론’이라 불리는 무인항공기 기술과 연결되었을 때 가능합니다.

이미 2013년에 미국의 유통회사 아마존에서는 드론으로 개별 가정에 상품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시험했습니다. 여전히 아마존, DHL, 알리바바 등의 유통기업들은 무인항공기를 통한 배송 시스템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물류 수송이 도로 교통에서 완전히 해방되면서 신속한 수송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은 이 기술의 현실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드론 기술은 제도적으로 사생활 침해와 보안, 해킹을 통한 범죄 이용 등을 완화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인천의 경우, 공항 주변과 휴전선 부근 등에서 드론 이용이 금지되었고, 서울의 경우 허가받지 않은 대부분 시가지에서는 날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드론 배송 기술이 향상된다면, 도시 공간도 지금과 같은 규제에서 벗어나 이에 적합하게 변화되어야 합니다.

도시의 하늘에는 상업적인 물류 배송을 위한 드론 경로가 제일 먼저 지정될 것입니다. 마치 비행기 항로가 평면적인 이동경로와 이동고도가 정해져 있듯이 무인 항공기 도로를 구획하게 될 것입니다. 대부분 기존 도로의 상공을 이용하겠지만, 산이나 강과 같은 지형에서는 기존의 도로와는 별개로 하늘길이 정해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건축적으로는 개별주택의 옥상이나 마을 단위로 드론 착륙장이 생길 것입니다. 아파트의 베란다도 마찬가지로, 어쩌면 현재 아파트 평면에서 많이 계획되는 에어컨 실외기실이 드론 착륙대로 활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행정적으로는 무인항공기를 위한 하늘길을 법적으로 규정하기 위해서는 입체 지적에 대한 논의가 확대될 것입니다. 현재 지적제도에서 대지, 전, 답 등으로 구분하는 지목은 하나의 평면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도시가 발달하면서 단일 토지를 복합용도로 이용하는 사례가 매우 빈번해졌고, 한 토지를 여러 지적 용도로 사용하거나 지목과 실제 이용이 달라지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행정기관이 토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지상과 지하를 구분하는 입체지목의 필요성이 제기되었고 꾸준히 연구가 진행되었습니다. 무인항공기 이용이 활성화되면 이러한 입체 지목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행정기관의 토지관리가 더욱 용이해질 수 있다고 예상됩니다.

자동차 자율주행 기술과 무인항공기의 보편화는 굉장히 먼 미래처럼 보이지만, 생각보다 훨씬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이 기술로 산업, 일자리, 일상생활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면서 도시공간도 바뀔 것입니다. 앞으로 어떤 공간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하는지에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글/ 김윤환(도시공간연구자, 건축사)

[참고문헌]
김순자 외(2016). 드론 택배 도입을 위한 각국의 정책과 발전방안에 대한 연구. 물류학회지, 26(1).
김영수,지종덕(2014). 입체지적 도입을 위한 지목세분화에 관한 연구. 한국지적저보학회지, 16(1).
김영수,지종덕(2013). 한국 입체지적을 위한 지목체계 개선방안에 관한 연구. 한국지적정보학회&서울특별시 춘계학술대회 논문집.
이승준(2017). 자율주행자동차의 도로 관련법상 운전자 개념 수정과 책임에 관한 시론 –독일의 논의를 중심으로-. 형사법의 신동향, 56.
“SKT, ‘인천경제자유구역’에 5G 자율주행 인프라 구축한다”. 로봇신문. 2019.4.2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박경률 PARK Kyungryul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박경률은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영국 첼시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회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가지고 여러 가지 형식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문학에서의 형식 실험 방법론을 채택하여 시각화된 회화를 보여주는 구조와 내러티브 생성으로 전유하는 방식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작가는 직관적으로 그려낸 다양한 이미지를 하나의 화면에 구성하여 그림의 내러티브를 결정짓는 구조를 탐구한다. 전형적인 회화에서 벗어난 이러한 형식의 실험을 통해, 작가는 예술이 보여주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A Meeting Place_Oil on canvas, oil on paper, wrapped painting, glazed ceramic, wood, sponge, plaster, paper tape, orange, acrylic tube, clay, toy, wooden frame, Dimensions variable_Songeun Art Space_2017-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회화를 구성하는 여러 요소를 가지고 다양한 형식의 실험을 진행해오고 있다. 나의 주된 관심사는 ‘그리기’ 혹은 ‘그리기 행위’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은 작가로서의 감성적인 접근이라기보다는 본능에 가깝게 나오는 이미지들, 그리고 그것을 그리는 행위가 어떻게 예술로 규정될 수 있는지를 찾기 위한 실험이다. 그래서 ‘연약한 회화’, 다시 말하면 일종의 드로잉에 가까운 회화 형식을 기초로 하며 그림의 ‘내러티브(이야기)’ 자체보다 그것을 결정짓는 구조에 주목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For You Who Do Not Listen to Me_Oil on canvas_140x150cm_2017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회화에서 설치작업으로 확장하는데 기점이 되었던 2017년 영국 런던의 사이드룸(SIDE ROOM) 갤러리에서 열렸던 개인전 《New paintings》를 말할 수 있겠다. 그곳은 전형적인 화이트 큐브가 아니라 오래된 벽돌 건물에 벽을 세우고 자연광으로 조명을 해결하는 등 독특한 조건으로 전시를 만드는 공간이다. 이러한 복잡한 공간에 그림을 거는 순간 그 공간 안에 외부적인 요소들(벽돌, 오래된 낙서, 실금 등)이 회화 내부의 요소로 느껴지면서 그림이 걸린 공간 자체가 하나의 화면으로 느껴졌다. 이는 회화에 대한 관념이 깨지게 된 경험이었다. 그 후 나는 그림을 어떻게 걸든지 상관이 없었고, 화면에 칠해진 붓질이 하나의 오브제이듯이 완성된 회화도 하나의 오브제로써 보이기 시작했다.

New Paintings_Installation view at SIDE ROOM Gallery_London_2017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기간 동안 서울과 뉴욕에 있을 개인전 준비에 많은 시간을 들일 계획이다. 이 두 전시에서 나는 ‘읽는 행위’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내러티브를 연결 짓는 구조에 주목하면서 공간 자체를 작품( 구조의 일부)으로 활용하는 기존의 ‘조각적 페인팅’ 개념에 조형적 실험을 추가해서 보다 적극적인 재료적 물질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A Meeting Place_Installation view at Madame Lillie gallery, London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최근 일련의 작업은 실제 작품의 내러티브와 관람객이 받아들이는 내러티브 사이에서 오는 간극에 대한 경험에서 비롯하여 19세기 시인 스테판 말라르메(Stephane Mallarme, 1842-1898)의 ‘한 권의 책’이라는 개념에서 다루는 ‘비워진 내러티브’를 배경으로 한 ‘시각적 읽기 행위’에 대한 실험들이었다. 이미 미술사 안에서 (그리고 동양에서는 더 일찍이) 이미지와 텍스트 사이에 많은 실험이 있었으나, 내가 주목하는 지점은 문학에서 내러티브가 다뤄지는 방식, 즉 구조적으로 생략과 함축, 도치 등 무의식적 글쓰기 방식을 실천했던 작가들이다.
영국의 소설가 로렌스 스턴(Laurence Sterne, 1713-1768)은 그의 저서 『신사 트리스트럼 섄디의 인생과 생각 이야기(The Life and Opinions of Tristram Shandy, Gentleman)』(1759)에서 시차와 시점을 넘나드는 자유 기술적(무의식적) 서사구조를 통해 결과적으로는 소설의 제목에서 연상될 법한 주인공의 일생이 아닌 직관적인 글쓰기와 사용하는 언어의 형태(위치와 구성)에 주목하였다. 미국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는 자신의 글쓰기를 빙산에 비유하며, 불필요한 어구가 없는 문체로 억제된 표현을 사용하면서 언어의 함축과 그에 따른 무의식의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처럼 문학에서 언어가 다뤄지는 실험적 방식들은 내 작업에서 이미지가 다뤄지는 방식의 레퍼런스가 되면서 동시에 인류사와 함께 존재해오던 말과 글, 이야기(내러티브), 이미지가 예술의 영역에서 어떻게 다루어지는가를 탐구하는 데 있어 배경이 된다.

 

Finding a Triangle Through a Square_Oil on canvas, plaster, light, wooden plinth, Dimensions variable_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관객에게 질문을 던지는 방식으로 소통한다. 한 예로 《송은미술대상전》(송은아트스페이스, 2018)에서 전시했던 작품〈예쁜 얼굴(A pretty face)〉(2018)과 〈제목미정(Not titled yet)〉(2018)으로 설명할 수 있다. 전자는 완결된 내러티브를 가진 작품으로써, ‘무제(Untitled)’ 혹은 ‘진행 중(In progress)’이 아닌 확장된 내러티브의 단서로서 의미를 갖는다. 반면 후자의 작품은 ‘예쁜 얼굴‘이라는 형상적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고 감수성을 자극하는 제목을 붙이었다. 사실 작품명만으로도 경계가 없는 두 작업을 통해 나는 관객이 어떻게 다르게 읽는지를 관찰하고, 또한 관객 스스로는 예술작품에서 무엇을 볼 것인가를 묻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Not Titled Yet_Oil on canvas, oil on paper, glazed ceramic, Dimensions variable_Songeun Art Space_2018

A Pretty Face_Oil on canvas, oil on paper, wrapped painting, glazed ceramic, plaster, paper tape, orange, spray on thread, clay, wooden stick, Dimensions variable_Songeun Art Space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큐레이션 콕콕] 쓸모없이, 대충 사는 ‘무민세대’

직장인 박모 씨는 지난 연말 모임에서 짚신을 선물 받았습니다. 송년회 주제를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으로 정했기 때문입니다. 쓸모없는 선물의 단골 아이템은 한물간 제품들입니다. 2019년을 앞두고 2018년 달력이나 다이어리를 주거나 주차금지 표지판, 보도블록, 인공 잔디, 업소용 현관 발판, 버스 손잡이 등 일상에서 쓰지 않는 물건을 건네는 식이죠.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휴대전화 충전기, 짚신, 굴렁쇠 등 시기가 지난 제품도 ‘쓸모없는 교환식’에서는 쓸모가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쓸모없는선물’ 해시태그를 검색한 모습
출처:MNB

청년들은 왜 쓰지 못하는 선물에 열광할까요. 값지거나 유용한 것을 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재미 때문입니다. 경제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저렴하면서도 폼 나는 ‘가성비 갑’인 선물은 좀처럼 찾기 어렵기 때문에 ‘쓸모를 버리는 방식’을 택하는 겁니다. 이들은 선물의 상한선을 정한 뒤 해당 가격대에 맞는 것을 골라옵니다.

전문가들은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을 ‘무민세대’의 놀이 문화로 분석합니다. 무민세대는 무(無‧없을 무)와 민(mean‧의미하다)의 합성어로 무의미한 것에서 의미를 찾는 젊은 층을 지칭하는 신조어입니다. 극심한 경쟁과 피로에 지친 청년들이 의미 없는 행위에서 위안을 얻는 거죠. 이들 세대는 선물의 가치가 쓸모에만 있는 것이 아니며 실용성은 떨어져도 웃음과 즐거움을 준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다고 말합니다.

직장인 A씨의 ‘쓸모없는 선물 교환식’ 모습
출처:MNB

무민세대는 지난해 유행한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도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방향은 사뭇 다른데, ‘소확행’이 일상을 유지한 채 경험과 물건으로 삶의 질을 높인다면, ‘무민세대’는 생활의 일부 혹은 전체를 내려놓거나 버리겠다는 모양새를 취합니다. 전자가 삶의 질을 높이는 부가가치라면 후자에는 마이너스적인 삶을 통해 지향점을 바꾸겠다는 반전의 메시지가 담겨 있죠. 무민세대는 한국 사회에 지상 명제처럼 자리 잡은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문장을 정면으로 거부합니다.

이런 맥락에서 탄생한 생각이 ‘대충 살자’입니다. 최근 2, 30대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가치관으로 너무 열심히, 지나치게 경쟁하지 말고 그저 ‘복세편살(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하자는 겁니다. 이런 태도가 유머와 대중문화의 일부로 활용되면서 젊은 세대의 달라진 생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대충 살자’ 시리즈는 높은음자리표를 지나치게 축약해 그린 베토벤의 악보를 보고 “대충 살자, 베토벤의 높은음자리표처럼”이라고 하거나 관자놀이에 헤드폰을 낀 캐릭터 아서를 보고 “대충 살자, 귀가 있어도 관자놀이로 노래 듣는 아서처럼”이라고 말합니다. 이밖에 “대충 살자, 숫자 풍선 들기 귀찮아서 머리에 낀 황정민처럼” “대충 살자, 걷기 귀찮아서 미끄러져 내려가는 북극곰처럼”, “대충 살자, 하우스 지붕에 누워서 자는 고양이처럼” 등 수많은 ‘짤’이 있습니다.

 

출처:다음 카페 ‘안밤 TV가 빛나는 밤에’

카카오톡에서는 대충 그린 듯한 이모티콘이 인기입니다. 이런 걸 돈 주고 사다니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낙서 같은 것도 있습니다. ‘대충하는 답장’ 묶음은 그림판으로 그린 듯한 얇은 선으로 사람의 상반신을 그리고 표정만 다르게 한 것이 특징입니다. 이를 출시한 범고래 작가는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은 수억 연봉의 스타 작가가 됐죠.

서점가에도 변화는 찾아왔습니다. 김신회의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김수현의 『나는 나로 살기로 했다』, 손힘찬의 『오늘은 이만 좀 쉴게요』 등이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완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는 출간 6개월 만에 14쇄를 찍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 외에도 『아무것도 안 해도 아무렇지 않구나』, 『힘 빼기의 기술』, 『빵 고르듯 살고 싶다』, 『한 번 까불어보겠습니다』 등이 열띤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대충’의 가치관은 드라마 소재로도 등장합니다. 웹드라마 ‘사랑병도 반환이 되나요?’는 세상의 부조리에 발끈하며 열정을 갖고 사는 먹방 BJ 발끈 언니와 의욕 없이 사는 대충살자 TV 운영자 슈렉을 다룬 작품입니다. tvN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의 박선호는 여전히 ‘대충 살자’는 캐릭터로 출연하고 있고요.

출처:세계일보

20·30세대에 만연한 ‘대충 살자’는 자신의 힘으로 바꿀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좌절과 체념에서 탄생했습니다. 어떻게 해도 위로 올라갈 수 없는 세계, 끝없는 열정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일종의 포기를 선택한 거죠. 이룰 게 없으니 아무것도 하지 말자는 허무주의로 비칠 수 있지만, 이들 세대의 ‘대충’은 사회의 틀에 억지로 자신을 맞추기보다 다른 삶을 좇는 재충전에 더 가깝습니다.

책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로 인기를 끈 하완 작가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운이 좋은 시대를 사는 세대가 있는 반면, 지금처럼 운이 없는 시대에 태어난 세대가 있기 마련이다. 그들은 자신이 살아야 할 힘든 시대를 자신들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애를 쓰며 살아 내고 있다. 그들 스스로 행복을 찾으며 살아가고 있으니 그들에게 맞는 희망이 바로 거기에 있다.”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에 베트남, 라오스, 태국, 말레이시아, 미국, 멕시코, 쿠바, 아이슬란드, 스페인 등을 여행한 손모 씨(31.여)는 “대충 살지 않기 위해 떠났다, 지금은 꿈을 다시 찾았다”고 고백합니다.

“결혼을 생각해야 하는 나이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런 나이가 정해져 있는지 의문이 생겨요. 누구랑 만나서 어떻게 사느냐가 더 중요하지 않나요? 누군가에게는 대책 없이 대충 사는 것처럼 보여도 결코 대충 살기 위해 떠난 여행은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죠. 지금까지 바쁘게 살아온 날들이 힘들기는 했어도 헛된 시간들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시간들이잖아요. 그런 것처럼 이 여행 또한 나를 만든 날들의 연장선일 뿐이에요. 잘하거나 잘못했다고 평가할 만한 가치가 될 수는 없죠.”

직장인 최모 씨는 “한 번도 대충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야말로 대충 살자 시리즈를 보고 진심으로 웃을 수 있다”며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열심히만 살아왔는데 완벽하지 않은 사진이나 상황을 보면 ‘조금은 대충 살아도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어 조금 위안이 된다”고 털어놓습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의 2,30대는 슬라임을 주물럭거리며 마음의 안정을 느낀다.
출처:한국일보

전문가들은 대충 살자 시리즈가 청년 세대의 새로운 언어라고 분석합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로 대표되는 위로 담론과 달리 대충 살자 시리즈는 젊은이들의 자조나 해학에 가깝다며 “요즘 청년들은 몇 년 전 청년들보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다. 부조리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풍자 등의 방식으로 꼬집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종렬 계명대 교수(사회학)는 “열심히 살아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얻어낸 게 결국 ‘생존’뿐이란 걸 깨달은 청년들이 자신을 경쟁 밖에 위치시킴으로써 작은 행복이라도 찾으려 하는 시도”라고 평가합니다.

올해 초 취업포털 사람인이 성인남녀 1,189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2030 세대 절반 정도가 자신을 무민 세대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20대는 그 비율이 47.9%, 30대는 44.8%였죠. 무민 세대가 된 이유로는 ‘취업, 직장생활 등 치열한 삶에 지쳐서’(60.5%·복수 응답)란 응답이, 무민 세대 등장 원인으로는 ‘수저 계급 등 개선 불가능한 사회구조’(57.4%·복수 응답)가 가장 많았습니다.

출처:세계일보

올 7월 글로벌 헬스 서비스 기업 시그나그룹은 한국인의 삶의 만족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스트레스는 주요국 최고 수준이라는 조사 결과를 내놨습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스페인, 독일, 중국, 인도 등 23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한국의 웰빙지수는 51.7점으로 23개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ASMR을 들어야만 잠을 자고, 장난감을 손에 쥐어야 안정을 느끼는 이들이 많아지는 것은 우리 사회의 ‘슬픈 열풍’일지 모릅니다.

글·이미지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대충 삽시다] ① ‘무민(無mean)세대’ 새로운 가치관…“대충 살자”
헤럴드경제, 2019.1.3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대충 삽시다] ③ 허무주의 vs 재충전, ‘대충 살자’의 진짜 의미
헤럴드경제, 2019.1.3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경쟁에 지친 청춘들을 응원합니다”
파이낸셜뉴스, 2019.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무민세대’의 놀이문화… 쓸모없는 선물 교환하며 “해피뉴이어”[줌인톡]
머니S MNB, 2018.12.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아프니까 청춘’ 언제까지?…무민세대의 외침 ‘대충 살자’ [S스토리]
세계일보, 2018.10.2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한국 2030 절반이 ‘무민 세대’인 이유
한국일보, 2018.10.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강화 돈대(墩臺), 340년 역사의 흔적

강화도에는 다양한 시대의 문화유산이 산재해 있다. 그래서 강화도에 오면 한국사를 파노라마처럼 경험할 수 있다. 그런데 강화의 다양한 문화유산 중에서도 강화를 상징하고, 강화의 역사적 특성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있다면 돈대(墩臺)를 꼽고 싶다.
강화를 방문해서 해안 근처를 지나다 보면 곳곳에서 돈대와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돈대는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 경관 좋은 곳에 있는 경우가 많아 관광객들에게 사랑받는 사진 촬영 장소이기도 하다.
올해는 강화에 돈대가 축조된 지 340년이 되는 해이다. 지금으로부터 340년 전인 1679년(숙종5) 조선왕조는 강화도에 돈대를 쌓았다. 중국에서 기원한 군사시설인 돈대는 강화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남한산성 등 다른 방어시설에서도 돈대를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강화 돈대는 다른 어느 곳의 돈대보다 역사적, 군사적으로 특별하고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
조선왕조는 두 차례의 치욕적인 호란을 거치면서, 왕조의 보장처이자 국가 방어의 요충지인 강화도의 중요성이 부각되었고 강화도 방어 시설 정비에 나선다. 특히 조선 숙종 대에 큰 노력이 이루어졌는데, 지금 우리가 강화읍을 방문하면 볼 수 있는 강화산성이 수축한 것도 숙종 대이다. 돈대 역시 강화도의 방어를 강화하는 차원에서 축조한 시설이다.
강화를 사방으로 둘러싼 돈대는 강화가 전략적 요충지이며, 국가방어의 중요한 보루임을 상징한다. 강화의 읍치에 산성을 쌓고 해안가에 돈대를 축조함으로써 강화도는 요새의 섬이 되었다. 이처럼 섬 하나를 요새화하기 위해 섬 주변에 조밀하게 돈대를 쌓은 경우는 강화가 유일하다.

강화돈대 위치도

돈대의 축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은 당시 병조판서였던 김석주(金錫胄, 1634~1684)였다. 김석주는 왕실의 외척으로서 숙종 초 대단한 권력을 누린 권신이자 공작 정치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1680년 남인이 대거 숙청되고 서인이 권력을 잡은 경신환국(庚申換局)의 중심인물이기도 하다.
김석주는 병조판서로서 1678년 10월 강화도를 살피고 돌아와 숙종에게 지도와 서계(書啓)를 바친다. 그는 강화도의 지세를 살피고서 49곳에 돈대를 설치할 것을 건의한다. 실제 돈대의 축조는 이듬해에 이루어진다. 당초 김석주가 건의한 49돈대 중 불은평(佛恩坪)을 제외한 48개의 돈대가 만들어졌다.
기록에 따르면 돈대의 축조에는 어영군(御營軍) 4,262명과 승군(僧軍) 8,900명이 동원되었다. 축조에 걸린 기간은 80일이었다고 한다. 돈대의 성첩(城堞)을 쌓는 데에는 강화도 옆 매음도(현재 석모도)의 해명산 박석이 사용되었다. 해명산 박석은 조선시대 궁궐의 마당에 깔기도 한 석재이다. 해명산에서 박석을 캐서 강화로 옮겨 실제 축조 장소까지 운송하는 작업은 전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석모도 해명산

강화 돈대는 우리 역사의 고난과 아픔이 담겨 있는 장소이기도 하다. 19세기 후반 미국, 일본 등 제국주의 열강의 침입 당시 강화의 돈대에서 수많은 사람이 나라를 지키다 희생당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찾는 유적지이자 관광지인 광성보, 덕진진, 초지진이 바로 그 장소이다.
48개가 처음 만들어진 후에 6개가 추가 설치되어 강화의 돈대는 모두 54개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전부 온전하게 남아 있지는 않다. 보수나 복원이 이루어진 곳도 있지만, 돌무더기만 남은 곳도 있고 아예 흔적조차 찾을 수 없는 곳도 꽤 있다. 강화의 돈대를 어떻게 관리하고 보존해야 할지 심도 있는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광성보의 손돌목돈대

광성보(광성·손돌목·용두돈대), 덕진진(덕진돈대), 초지진(초지돈대) 등은 일찍이 신미양요, 운요호 사건 등의 전적지로 개발되어 많은 사람에게 잘 알려져 있다. 강화에 오는 관광객들이나 학생들의 필수 방문 코스이기도 하다. 하지만 유명 관광지인 곳 외에도 강화 해안 곳곳에는 다양한 돈대들이 산재해 있다. 아름다운 동막해변이 한눈에 들어오는 초승달 모양의 분오리돈대, 바다 건너 북한 땅을 접할 수 있는 월곶돈대, 오랜 세월의 풍상이 그대로 담겨 있어 신비감마저 주는 초루돈대 등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찾아보면 각양각색 다양한 느낌의 돈대를 경험할 수 있다.

분오리돈대

초루돈대

송곶돈대

나들이하기에 좋은 계절 5월이 왔다. 이번 달 주말에는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강화 돈대를 한 번 찾아가는 것은 어떨까? 그곳에서 따뜻한 봄볕을 맞으며 340년 역사의 향기를 느껴보기를 권한다.

글 · 사진  안홍민(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




나의 바다, 나의 그랜드투어

황토빛 아시아

“아시아 대륙의 끝이라고?”
말레이시아 친구 제이슨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다.
“싱가포르가 아니고?”
제이슨은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재차 묻는다. 의심을 거두지 못하는 제이슨에게 말했다.
‘싱가포르는 섬이잖아, 섬!

제이슨과 말레이반도 최남단 탄중피아이(Tanjung Piai)에 가는 날이다. 대륙의 끝에 간다는 비장한 마음도 잠시, 그의 차를 타고 조호바루에서 80km를 달려 너무나 편안하게 탄중피아이에 도착했다. 문득 지난겨울에 갔던 유럽대륙의 끝이라 알려진 포르투갈 호카곶(Cabo da Roca)이 떠오른다. 이때도 관광버스를 타고 편안하게 도착했었지….피식 웃음이 난다. 대륙의 끝, 세상의 끝일지도 모르는 곳에 가는데, 이렇게 쉽게 가도 되는지 마음이 어수선하다. 엄청난 바람이 몰아치던 호카곶과는 다르게 탄중피아이는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힐 지경이다. 외국인은 20링깃, 현지인은 5링깃이라는 입장료 때문일까? 국립공원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사방에 떨어진 쓰레기와 조악한 조형물이 신경을 거슬린다. 바다를 향해 길게 뻗은 나무다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경주하듯 걷는다. 빨리 건너가서 일단 좀 앉고 싶은 마음뿐이다.

탄중피아이 조형물

바다를 향해 뻗은 나무다리

우리에겐 아시아 대륙의 끝이지만, 과거 유럽인들에겐 아시아 식민지배의 관문, 새로운 대륙의 시작이었을 탄중피아이에 드디어 도착했는데 왠지 좀 시시한 것 같아 기운이 빠진다. 대륙의 끝 혹은 시작, 어쩌면 세상의 끝과 시작이라는 낭만적인 감상에 빠지기엔 팔토시를 입고 소리치는 제이슨과 버려진 쓰레기들이 자꾸 나의 감상을 방해하기 때문일까? 문득 꼼지락거리는 다리 달린 물고기 비슷한 것이 시선을 잡아끈다. 물고기도 아닌 것이 육지 동물도 아닌 것이 지느러미 같은 다리로 빠르게 진흙 위를 걸어 다닌다. 말뚝 망둥(mudskipper)이다. 말뚝망둥이는 360도로 볼 수 있는 눈을 가졌다고 한다. 이런, 온 사방을 다 볼 수 있으면 앞으로 걸어야 하나 뒤로 걸어야 하나…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눈을 가진 이 망둥이는 어쩌다 진흙 속에서 살게 되었을까? 잠시나마 이들처럼 전지전능한 눈이 달리면 어떨까 하는 짜릿한 상상에 빠진다. 주변엔 거대한 뿌리를 가진 맹그로브(mangrove) 나무가 가득하다. 나무 몸통의 옆 가지가 주욱 뻗어 나가 뿌리로 합쳐진다. 이 나무들은 옆의 나무뿌리와 얽히고 또 그 옆의 나무뿌리와 합쳐진다. 맹그로브 나무는 이렇게 옆의 나무뿌리와 얽히고설켜 쓰나미를 막는 역할을 한다. 중생대 백악기 말기부터 존재했다고 하니 이들은 공룡이 왜 사라졌는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맹그로브 나무

말뚝망둥이

탄중피아이의 바다는 황토빛이다. 작년 겨울 유럽대륙의 끝이라 불리는 포르투갈 호카곶에서 본 검푸른 대서양 바다와는 영 다르다. 누런 황토 바다가 눈앞에서 넘실거린다. 호카곶처럼 세상의 끝이라면 떠올릴 법한 가파른 절벽, 혹은 거대한 파도가 휘몰아치는 깊은 푸른색의 바다가 아니다. 아시아 대륙의 끝에서 만난 바다는 탁한 황토빛이다. 거센 바람 대신 뜨거운 햇볕이 내리쬔다. 전망대 바닥엔 친절하게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의 방향을 표시한 화살표가 붙어있다. 끝, 종착지가 아니라 경유지 같다. 바다 곳곳엔 엄청난 기계 소음을 낼법한 거대한 배가 유유히 떠다닌다. 게다가 그 옆에는 커다란 건설현장도 보인다. 수백 년 전 유럽의 제국주의자들이 거친 대서양을 건너 말라카 해협을 따라 탄중피아이에 도착했을 것이다. 제국주의자들에게 탄중피아이는 베트남, 캄보디아, 필리핀 등으로 갈 수 있는 동남아의 관문이었다. 그들에게 새로운 대륙의 발견, 곧 식민시대의 시작이 바로 이곳 탄중피아이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탄중피아이의 황토빛 바다

거대한 배가 떠있던 탄중피아이의 황토빛 바다

나에게 탄중피아이는 대륙의 시작과 끝이라기보다 경계의 장소, 처음과 끝으로 가기 전 잠시 머물다 가는 곳으로 느껴진다. 땅과 하늘 사이, 바다와 육지 사이, 그 어딘가의 공간에선 황토 빛 바다가 출렁인다. 바다와 육지 사이에서 자라는 맹그로브 나무, 서로의 뿌리를 얽히고설켜 거대한 쓰나미를 막는 맹그로브 나무에서 함께 역경을 헤쳐가는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신비한 맹그로브 나무와 말뚝망둥이, 대륙의 끝에서 만난 또 다른 건설 현장, 살이 타들어 갈듯한 뜨거운 날씨, 황토빛 바다, 숨어있는 원숭이들,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들, 이곳은 마치 신비하고 영험한 장소 같으면서 또 혼란스러운 현실 세계다. 과거나 미래로의 공상에 빠지기엔 눈앞의 어지러운 현실이 자꾸 나를 붙잡는다. 난 지금 어디에 서 있나. 말레이시아의 끝인가 시작인가, 싱가포르의 오른쪽인가 왼쪽인가, 인도네시아의 위인가 아래인가. 내가 서 있는 이곳은 땅 위인가 바다 위인가. 혼란스러운 이곳이 마치 아시아의 얼굴, 어쩌면 우리 모두의 얼굴처럼 느껴진다.

전망대 바닥에 붙어있던 방향표시

탄중피아이에 도착한 수백 년 전 유럽인들을 떠올리니 시간은 어느새 그들이 처음 출발했던 곳으로 돌아간다. 거대한 바람과 파도가 휘몰아쳤던 유럽대륙의 끝, 포르투갈 호카곶으로 다시 돌아간다.


검푸른 유럽

우르릉 쾅쾅, 샤아아아~

파도 소리가 마치 천둥번개처럼 요란하다. 생각지도 못한 거대한 소리에 덜컥 겁이 난다. 비가 부슬부슬 내려 스카프로 머리를 감싼 데다 바람까지 불어 꼴이 말이 아니다. 타박타박 바다를 향해 걷는다. 하필 오늘따라 운동화가 아닌 단화를 신고 나와 산길을 걷기가 영 불편하다. 얼마나 걸었을까? 탁 트인 절벽 아래로 대서양이 펼쳐진다. 구름 틈새로 빠져나온 빛이 바다에 툭 떨어진다. 빛이 떨어진 바다가 하얗게 반짝인다. 하얀 바다를 본 적이 있었나… 반짝이는 하얀 바다는 계속해서 점점 더 넓어진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지 거대한 대서양 어딘가에서부터 밀려오는 파도가 이상하리만큼 천천히 움직인다. 모든 게 가짜 같다.
한참을 바라보고 있으니 포르투갈인들이 말하는 ‘사우다테(슬픔)’가 어떤 건지 조금은 알 것 같기도 하다. 결국 나는, 내 인생은, 우리는, 저 바닷속으로 모두 사라져버리는 게 아닌가. 대항해 시절 포르투갈인들은 이 거대한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그 시절 그들이 바라본 바다는 한번 떠나면 돌아올 수 없는 세계가 아니었을까? 저 수평선 넘어 무엇이 있다고 생각했길래 무모하리만큼 용감한 항해를 시작했을까? 그들에겐 정말 이곳이 세상의 끝이었을까? 끝이었기에 시작을 향해 나아간 걸까?

포르투갈 호카곶

호카곶에서 바라본 바다

사실 이곳이 ‘세상의 끝’이라는 말은 참 자기중심적이다. 이곳은 유럽대륙의 최 서쪽이라는 이유로 세상의 끝이라고 알려졌다. 또한 포르투갈의 시인 카몽이스(Camoes)는 ‘땅이 끝나고 바다가 시작되는 곳(Aqui Ondi a Terra se Acaba e o Mar Comeca)’이라 말한 곳으로 매우 유명하다. 수많은 관광객이 몰려든다. 심지어 버스를 타면 친절하게 ‘세상의 끝’ 바로 앞까지 데려다준다. ‘세상의 끝’이라는 말에 너무 큰 환상을 가졌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자기를 중심으로 정한 끝이 아닌가. 그들이 정한 시작과 끝. 그리고 내가 정한 시작과 끝, 결국엔 내가 가는 곳, 우리가 가는 모든 곳이 각자의 시작이자 끝이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이곳은 과연 나에게 끝일까? 아니라면 과연 그곳에 언제 갈 수 있을까?

포르투갈에서 바라본 다양한 수평선

포르투갈에서 바라본 다양한 수평선

나에게 이곳은 거대한 대서양 바다를 만난 곳, 바다 넘어 다른 세상을 상상하게 한 곳, 하얀 바다를 본 곳, 무거운 파도를 느낀 곳, 그리고 리스본에 머무는 동안 한 번도 생각지 못한 포르투갈인들의 ‘사우다테’를 느낀 곳이다. 세상의 끝, 포르투갈 호카곶을 다녀와 2018년 세마(SeMa) 창고 개인전에서 선보인 드로잉 시리즈 ‘수평면 환상’의 일부를 소개한다.

이승연, 수평면 환상(14개의 드로잉 시리즈), 28x28cm, 펜드로잉, 2018
세상 끝에 도착하니 수평선이 차곡차곡 쌓여있다. 수평선이 아니라 수평면이다.

내게 이곳은 세상의 끝, 누군가에겐 세상의 시작, 누군가에겐 오줌싸는 곳, 물론 나도 덤불속에

2018 세마창고 개인전 설치사진

우연일지 필연일지 2년에 걸쳐 아시아 대륙의 끝과 유럽대륙의 끝을 가볼 수 있었다. 눈 앞에 펼쳐진 황토빛 바다와 검푸른 바다를 바라보았다. 이제 나의 여정은 다시 아시아로 돌아간다. 시간은 다시 호카곶에서 말라카로 넘어간다. 수백 년 전 포르투갈인들이 폭퐁 같은 이 대서양 바다를 건너 도착한 말라카 해협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바다 위를 걷다

바다 위를 걷는다. 바다 위에서 뛰기도 하고 음식도 먹고 커피도 마신다. 게다가 공연도 보고 수영도 하고 잠도 잔다.
우연히 크루즈를 타게 되었다. 망망대해 바다에 나만의 공간이 생겼다. 싱가포르에서 출발하는 겐팅 드림 크루즈다. 말레이반도를 따라 피낭, 푸켓, 랑카위, 포트클랑, 6일간 4개의 기항지, 싱가포르, 태국, 말레이시아 3개국을 지나가는 여정이다. 바다 한가운데서 다섯 밤을 잔다니…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내가 탄 겐팅드림호가 지나갈 말레이 해협은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본 대항해 시대를 기념한 동상의 주인공들이 지나간 길과 겹치기도 한다. 몇백년 전 그들이 지나간 바닷길을 직접 지나간다고 하니 기분이 묘하다. 호카곶에서 바라봤던 거대한 대서양 바다가 떠오른다. 지구가 터질듯한 엄청난 파도 소리를 들으며 눈앞의 바다를 건너기로 결심했던 포르투갈인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그 옛날, 이 망망대해를 배 타고 몇 달을 걸쳐 항해해왔던 사실이 한편 경이롭다. 그들이 탄 배는 지금처럼 호화롭지도, 튼튼하지도 않았을 텐데 말이다. 바다를 건너며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어갔을까? 거대한 배에 잠시 탔다고 탐욕스러운 식민주의자들의 감정을 헤아리는 내 모습이 놀랍다. 한편 이들이 대서양 바다를 건너와 첫 식민지로 삼은 말라카 말레이인들의 심정도 동시에 떠오른다. 포르투갈에 이어 네덜란드, 영국, 일본까지 말라카 해협을 통해 들어온 이들에게 식민지배를 받아야 했던 그 당시 말레이인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포르투갈에서 본 대항해 시대 동상

겐팅드림크루즈

오늘날 말라카 해협은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항로이다. 이곳을 지나지 않고 우회하면 3일이 더 걸리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선박이 실어 나르는 화물의 ¼정도가 이곳을 지나간다고 하니 현대의 실크로드로 불릴만하다. 실크로드이지만 동시에 해적 출몰이 전 세계에서 가장 번번한 곳 역시 말라카 해협이라고 한다. 수심이 얕아 배가 천천히 지나가기 때문이다.
어쨌든 크루즈에서 보내는 3일째, 크루즈 안 시간은 바깥세상(?)과는 다르게 흘러간다. 어제 내린 기항지 태국 푸켓은 싱가포르보다 한 시간이 느리다. 다만 크루즈 안에서의 시간은 출발지인 싱가포르 시각을 따르기에 배에서 나오는 순간, 한 시간을 버는 셈이다. 망망대해를 항해하다 보니 디지털 핸드폰 시계는 계속 오류가 난다. 전자시계는 믿을 수 없기에 아날로그 시계로 시간을 확인한다. 초호화 배를 타고 3000여명의 승객이 여행하는 거대한 배이지만 바다 한가운데서, 어쩌면 지구 한가운데서 전자기기는 아무런 힘을 못 쓴다.
이곳에선 3000여명, 30여 개국 사람들이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는데 웨스턴, 아시아, 하랄, 인디언 음식까지 정말 다양하다. 한쪽에선 인디언 가족이 손으로 카레를 먹고, 다른 한쪽에선 히잡을 쓴 이슬람 여인들이 하랄 뷔페 앞에 줄을 선다. 또 다른 한쪽에선 싱가포르, 혹은 홍콩 관광객들이 아이들과 함께 접시를 여러 개 쌓아놓고 식사를 한다. 아침부터 요가, 시네마, 모노폴리부터 각종 게임, 수영장, 스파, 저녁엔 공연과 주크클럽 등 크루즈 안은 잠시도 한가할 시간이 없다. 크루즈는 부유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조용히 여행하는 거라 생각했다. 비싸고 심심하고 느린 여행이 내 머릿속 크루즈였다. 실제 와본 크루즈는 내 상상과는 반대의 세계다. 크루즈를 타기 전엔 말레이반도를 따라 항해하는 2200킬로의 거대한 여정과 이 길에 얽힌 이야기를 상상했다. 크루즈는 별세계다. 거대한 역사적 사실을 되새기며 상념에 빠지기엔 크루즈 안은 너무 바쁘다.

크루즈 내부

그러나 움직이는 바다를 보고, 움직이는 수평선을 보고, 힘차게 나아가는 뱃길을 보니 바다가 더는 쓸쓸히 바라만 보는 곳이 아니라고 느낀다. 선미에 서서 바다에 새겨졌다 사라지는 거대한 뱃길을 바라보는 건 이곳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다. 바다 위에선 금방 사라져 버리는 이 뱃길처럼 우리는 매 순간을 붙잡아야 하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인가? 크루즈 안에선 1분 1초가 바쁘다. 그런데도 매 순간에 뱃길처럼 계속 사라진다.

선미에서 바라본 뱃길


전진하는 지구

크루즈는 움직이는 지구 같다. 단 매일 자전하는 지구가 아닌 매일 전진하는 지구다. 지구가 매일 한 바퀴씩 도는 걸 느끼지 못하는 것처럼 크루즈 안에선 배가 움직이는지 잘 알지 못한다. 바다에는 수많은 길이 숨어있다. 바다에 들어와 바다를 바라보니 반짝이는 바닷길이 보인다. 햇빛이 바다를 내리쬐는 찰나의 순간 바다엔 길이 난다. 때로는 배가 지나갈 만큼 넓게, 때로는 가느다란 실처럼, 때로는 미로처럼 바다에 길이 생긴다. 빛이 사라지면 길도 사라진다.

햇빛이 만든 바닷길

햇빛이 만든 바닷길

바다에는 움직여야만 보이는 길도 있다. 양 갈래로 갈라지는 길이다. 배가 나아갈 때 선미에 서면 바닷길이 갈라지며 생기는 마술 같은 길을 볼 수 있다. 마치 모세의 기적처럼 바닷길이 갈라지며 길을 만든다. 움직이지 않으면 길은 곧 사라진다. 작년 겨울 포르투갈 라고스에서 지내며 바라본 검푸른 대서양 바다에선 길을 보지 못했다. 바다 밖에서 바라본 바다는 쓸쓸했다. 눈앞의 파도보다 저 멀리 갈 수 없는 수평선을 바라봤다. 존재하지 않는 수평선, 수평면 너머의 세상을 상상하고 그렸다. 아마 영원히 갈 수 없는 곳이기에 수평면을 바라보며 본 환상을 그리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아시아 탄중피아이에서 바라본 바다는 황토빛이었다. 세상 끝 어수선한 모습에서 현재 우리의 모습을 보았다. 대륙의 끝, 세상의 끝이 아니라 다른 세상으로 가기 위한 기항지처럼 느껴졌다.
이번 겨울 말라카 해협에 들어와 바라본 바다에선 더는 수평선을 바라보지 않는다. 이곳에선 매일 바다 위에서 길을 찾는다. 매일 아침 문득 나타났다가 금방 사라지는 마법 같은 길이 나타나길 기다린다.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 길을 기록하기 위해 배 안을 바쁘게 걸어 다닌다. 거대한 바다에, 거대한 지구에 잠시 흔적을 남겼다 사라지는 이 길은 결국 우리의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마법처럼 나타났다가 곧 사라져버리는 이 길처럼 내 찰나의 순간도 빛이 나길 꿈꾼다.

말라카 해협을 항해하는 여러 배들이 만든 작은 바닷길

말라카 해협을 항해하는 여러 배들이 만든 작은 바닷길

글 / 이승연
사진 / 저기요 스튜디오

이승연(Seung youn LEE)
고대사와 신화, 또는 상상의 극한을 보여 주는 기이하고 신기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고대’라는 재료를 갖고 미래를 얘기한다. 최근에는 물리학과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드로잉을 기반으로 철과 나무, 패브릭,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해 작업한다. 2012년에서 2017년까지 영국인 알렉산더와 ‘더 바이트 백 무브먼트’ 아티스트 듀오로 활동했다. 당시의 신화적·종교적·사회적 관심은 개인작업까지 꾸준히 이어진다. 영국 서머싯 하우스, 국립 광주 아시아 문화전당, 문화역서울 284, 영은 미술관, 켄 파운데이션, 베를린 ZK/U, 등지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구석기 시대의 동굴 벽화처럼 영원히 남을 작업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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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소현 MOON Sohyu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소현은 경희대학교 미술학부에서 조각을 전공하였고,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비디오아트 전공으로 전문사를 취득하였다. 작가는 2006년부터 스톱모션 방식을 이용한 애니메이션 및 비디오아트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대표작으로는 <불꽃축제>(2018), <공원생활>(2015-2016), <텅>(2012), <없애다…없어지다>(2009), <빛의 중독>(2007)이 있다. 이 작업들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프랑스 낭트3대륙영화제, 자그레브 국제 애니메이션 페스티벌 등에 초청되어 상영되었으며, 그 외에 백남준아트센터, 일현미술관, 스페이스오뉴월 등에서 다양한 설치 형태로 전시되었다.

<공원생활(Life in the Park)>, 12채널 영상 설치, 스페이스 오뉴월, 2016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지금까지 제작한 작업을 연도별로 소개하며 나의 창작과정을 설명하고자 한다. 먼저 2007년부터 2013년까지 제작한 작업은 주로 스트레스 상황에 마주한 개인의 태도를 호기심 있게 연구하고 이를 스톱 애니메이션 형태로 제작하였다. 관련 작업으로는 먼저 <빛의 중독(Poisoning of Light)>(2007)이 있다. 다양한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인해 사적 영역이 축소되고, 개인정보의 유출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현재 상황을 빛과 그 빛에 쫓기는 남자의 이야기로 풀어낸 작업이다. 또한 상처를 빠르게 없애고 싶어 하는 주인공이 상처를 칼로 잘라내다가, 자신의 존재까지도 없애버리는 <없애다…없어지다(Make it Vanish… Vanishes)>(2009)와 추억에 얽매여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소지품을 들쳐 매고 다니는 여자가 등장하는 <You can’t leave me>(2009) 가 여기에 해당한다. 또한 2012년에 제작한 <텅(The Black Flesh in the Mouth)>은 혀의 주요 기능인 언어를 상실하고, 혀를 그저 입안에 가득 차 있는 근육으로만 인식하는 인물이 이 근육을 자극하는 상황을 묘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2013년에 제작한 <눈 가리고 아웅>에서는 건물주가 가구 수를 늘리기 위해 얇은 합판으로 쪼개놓은 원룸촌에 사는 세입자의 신체가 어떤 상태인지를 영상 설치를 통해 표현하였다.

 

빛의 중독(Poisoning of Light), 단채널 영상, 7분 6초,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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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이후로는 개인의 상황보다 집단, 공동체, 사회의 시선으로 확장해나갔다. 공동체에서 발생한 위기와 폭력이 어떤 장치로 인해 폭발 혹은 방향전환 되는지 관찰하는 과정에서 <공원생활(Life in the Park)>을 진행하게 되었다. 도시 속의 자연은 어떤 형태이고 그 안에서 인간은 자연을 어떻게 대하는지, 또한 실제로 도시인들이 자연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도시 속 공원들을 2년 동안 돌아다니면서 기록하였다. 그 뒤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그로테스크한 공원의 풍경과 상황들을 퍼펫(Prppet, 주로 인형극에서 사용하는 인형, 꼭두각시 등을 뜻하는 용어) 애니메이션으로 재현하여, 12채널 비디오 설치 작업으로 풀어내었다.
<공원생활>을 완성하고 나서 2016년부터 더 넓은 범위의 지역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이후 도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이나 풍경들을 촬영하고 이를 변형하는 작업도 시도하고 있다. 도심에서 1시간 정도 떨어진 자연 휴양지와 관광지를 직접 방문하여, 그곳에 도착한 사람들이 어떤 행위를 하고 주말에 어떻게 여가를 보내는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그 장소에 모인 군중들을 더 결속시키는 장치의 역할을 하는 각종 축제도 함께 관찰하였는데, 이는 2018년에 제작한 작업 <불꽃 축제>와 <낙원으로>으로 이어진다. 나는 주로 앞서 이야기한 인형극 형식과 스톱모션 방식을 활용하지만, 전시에서는 주로 영상 설치 형태구현 한다.

 

없애다…….없어지다(Make it Vanish… Vanishes), 단채널 영상_6분 31초_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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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작업의 핵심 단어 혹은 개념을 이야기한다면 ‘폭력의 방향 전환’이라고 생각한다. 대표작으로는 <공원생활>이 있다. 이 작품은 도시인의 스트레스 해소, 여가, 오락 등을 목적으로 하는 도시 속 공원들을 지속해서 관찰한 결과로, 반복적으로 발견되는 사람들의 행동 패턴과 기괴하게 변모해가는 공원의 풍경을 애니메이션으로 재해석하였다. 

“오리에게 화살이 없는 활을 진지하게 겨누고 있는 남자. 휠체어를 끌고 힘겹게 산책하는 사람. 샘솟고 있는 검은 물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 지지대로 연결된 힘없이 흔들리는 나무숲. 흙먼지를 내고 사라지는 덤프트럭. 목줄에 묶인 채 서로에게 다가갈 수 없어 울부짖는 개들.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려고 줄을 서고 기다리는 사람들과 그 먹이를 더는 먹을 수 없어 토해내는 동물. 활활 타는 불을 보며 쉴 새 없이 고기를 굽는 사람들······.”

영상 속의 등장인물들은 정확한 심리 상태를 드러내지 않는다. 그들의 행위는 원인과 결과가 삭제되어 있고. 시작과 끝도 부재한다. 여러 인물이 등장하지만 서로 관계 맺지 못하고, 그들이 있는 시간은 어디에도 귀착되지 않는 듯 불분명하며, 되풀이된다. 영상 속 공간은 그들의 의지로는 벗어날 수 없는 고착 되어 있는 상태에 놓여있다. 이러한 풍경과 행위는 위기 단계에 머물 뿐 결코 절정과 해소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 위기의 상태에서 더 나아가지도, 새롭게 시작하지도 못한 채 끊임없는 오류의 상태에 걸려 있는 것이다.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 않은 채 한없이 반복되는 행위들은 12채널 비디오로 설치되어 전시되었고, 싱글채널로 편집하여 영화관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9_먹이주는 시간(04: 25)   #11_물놀이(03:57)

 
#5_튼튼한 다리(01:02)   #10_화살 없는 활(05:20)

공원생활(Life in the Park), 12채널 영상 설치, 2015-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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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생활>을 제작할 당시에 나는 작업에 대한 확신이 없는 상태였고, 삶의 만족도도 낮았으며 나를 둘러싼 환경에 불만이 가득했다. 그러던 중 ‘행복한 이미지’를 상징하는 도시 속 자연환경에 들어가서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했으나 실패하였고, 그 실패에서 얻은 감정들을 <공원생활>에 쏟아 내었다. 이전 작업에 비해 무대의 크기가 커졌으며 처음으로 1명이 아닌 10명이 넘는 인형들을 제작하고 컨트롤해야 했다. 또한 머릿속의 이미지들을 구현해 내기가 쉽지가 않았다. 혼자서 제작, 촬영, 편집을 진행하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금전적으로 힘에 부쳤고, 불이 나오는 장면을 촬영할 때는 작업실에 불이 옮겨붙기도 했다.
2012년 <텅>을 완성한 이후로 3년 이상의 시간을 <공원생활>을 완성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그 결과 처음으로 레지던시에 입주하게 되었고 기금도 받게 되었으며, 영화제의 국제 경쟁 섹션에 참여하여 관객상도 받았다. 힘들게 시작하고 완성한 작업은 결국 작업을 지속하게 해주는 힘이 되었다. 현재는 공원이라는 장소보다 더 광범위한 장소를 관찰하고 있으며, 학부 때부터 관심 있었던 주제를 심화하여 작업하고 있다.

 

텅(The Black Flesh in the Mouth), 단채널 영상, 11분 47초,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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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인천아트플랫폼이 위치한 인천역 주변은 도시와 관광지, 공항이 인접해 있어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하고 영상 촬영을 하기가 좋은 장소라고 생각한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기존 작업인 <불꽃 축제>나 <낙원으로>의 연속성을 갖는 신작을 제작할 예정이다. 나는 이전 작업 <빛의 중독>을 시작으로 도시 속의 빛에 계속 관심을 두었다. 그리고 그 관심은 또 다른 작업 <텅> 안의 색이 현란하게 바뀌는 모니터로 변모하였고, <공원생활>에서는 빨간 고깃덩어리를 태우는 불로 표현되었다. 또한, <불꽃 축제>와 <낙원으로>에서는 도시에서 볼 수 있는 빛을 추적하고 수집하여 재편집하였다. 이번에 계획하는 신작을 통해서는 휘황찬란한 빛 속에 놓인 인체의 상황을 재현하고자 한다.

 
#1_빛나는 밤   #2_순한 짐승

낙원으로, 2채널 영상 설치, 20분 17초,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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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조소과를 다니던 시절, 나는 영상 작업을 배우고 싶었지만, 어떻게 영상을 제작하고 장면을 연출하는지, 그리고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알지 못했다. 이를 배울 수 있는 수업이 없었기 때문이다. 특히 2005~2006년 당시에는 지금처럼 유튜브(Youtube)가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서 영상에 접근하기가 더욱더 어려웠다. 그러던 중에 지인이 빌려준 얀 슈반크마이어(Jan Svankmajer)라는 감독의 단편영화 VHS 테이프를 무한 반복 시청하면서 스톱모션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 감독을 실제로 만난 것은 아니지만, 그의 영화를 수도 없이 보고, 그의 글과 인터뷰를 읽으면서 나에게 그는 선생님 같은 존재가 되었다. 트라우마나 폭력, 욕망, 그로테스크라는 주제 의식을 내 어린 시절 감정들로 작업에 녹여내는 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이 밖에 로이 앤더슨(Roy Andersson)과 폴 토마스 앤더슨(Paul Thomas Anderson), 찰리 카프만(Charlie Kaufman)의 영화들을 보면서 영감을 얻었고, 르네 지라르(Rene Girard)의 『폭력과 성스러움』, 미하일 바흐친(Mikhail Bakhtin)의 『프랑수아 라블레의 작품과 중세 및 르네상스의 민중문화』를 읽으며 호기심을 해결한다.
하지만, 나에게 가장 많은 영감을 주는 것은 나의 주변 상황이다. 어떻게 시간을 버틸까 고민하고, 타인을 바라보면서 생겨난 많은 생각과 질문은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이어진다. 현재 구상하는 작업이 많이 있으나 시간이 없어서 실현하지 못한 점이 아쉽게 느껴진다.

《Beyond Thinking》 전시 설치전경, 고양 아람 누리 아람미술관, 2018

 
#1_불타는 밤   #3_터지는 폭죽들

불꽃 축제, 8채널 영상 설치,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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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내게 작업이란 김영하의 소설 『거울에 대한 명상』에 등장하는 상수도와 하수도의 개념과 비슷하다. 예술의 정의를 내리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저 작업하면서 시간을 버텨낼 뿐이다.

여기 있는 사람은 미쳤다. 왜냐하면 여기 있는 사람은 미쳤기 때문이다. 지점토, 수중모터, 에어 호스, 가변설치, 2017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다고 믿었던 착각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거의 혼자 작업 해왔다면, 이제는 각기 다른 시각을 가진 사람들과 만나서 좋은 영향을 서로 받고 싶다. 예술가로서 나의 고민은 ‘어떻게 하면 더욱더 질 좋은 시각과 경험들을 관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까’하는 것이다. 또한 항상 노력하고 고민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You Can’t Leave Me, 단채널 영상, 4분35초, 200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 정보 자세한 내용 보기 ▶




미미 Mitsu SALMON & Milad MOZARI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MiMi (Milad MOZARI & Mitsu SALMON) is a collaborative duo creating work in performance, sound, video, and installation which draw from archive, place and personal/ unaccounted history. The duo met while pursuing their Masters of Fine Arts at the School for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Since 2017, they’ve created work together drawing from Milad’s interest in sound and architecture and Mitsu’s practice in performance and drawing. They have created site-responsive work at Tsung Yeh Artist Village and Taipei Artist Village in Taiwan, Lincoln Park Conservatory in Chicago and Sugar Space in Indianapolis.

미미(밀라드 모자리 & 미추 새먼)는 아카이브, 장소 및 개인 또는 미지의 역사로부터 퍼포먼스, 사운드, 비디오 설치 작업을 끌어내는 협업 듀오이다. 사운드와 건축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작업하는 밀라드와 퍼포먼스와 드로잉 실험을 이어가는 미추는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순수미술 석사 과정에서 만나 2017년부터 함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은 대만 청예 아티스트 빌리지와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를 비롯하여 미국 시카고의 링컨 파크 식물원, 인디애나 폴리스의 슈가 스페이스에서 장소-반응적(site-responsive) 작업을 진행한 바 있다.

Resonant Traces, Multimedia installation, Taipei Artist Village, 2018

# Q&A

Q. Please tell us about your works, including your creation process.
A. As a collaboration, we have been creating work connected to science and architecture the last few years. In particular, we have been looking at botany and its relationship to national histories, built structures, and migration. We both have an interdisciplinary approach and practice that ranges from performance, experimental music and installation. With each iteration of the collaboration, we try to use these mediums to translate the research in a site-specific manner. We have a great approach to tacking research from a personal perspective (Mitsu), and approach from a more structural and analytical vantage point (Milad). Our collaboration is really about the convergence of these methods and the artifacts that stem from it.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우리는 지난 몇 년 동안 과학과 건축을 연결하는 협업 작업을 지속해왔다. 특히, 식물학과 국가의 역사, 건축, 그리고 이주 사이의 관계성을 탐구해왔다. 우리 두 사람은 퍼포먼스에서부터 실험 음악과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 대한 실천과 학제적 접근을 해오고 있다. 또한 우리는 협업의 반복을 통해 연구한 것을 장소-특정적 방식으로 변환할 수 있는 매체들을 사용하려고 노력한다. 우리는 각기 개인적 관점으로부터 연구의 방향을 설정해나가기 좋은 접근 방식(미추)을 활용하거나, 구조적이고 분석적인 시점으로 접근(밀라드)을 하기도 한다. 우리의 협업은 실제로 이러한 방법들과 그로부터 발생한 인공물을 융합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Mitsu SALMON_Out/In Aka, Performance with branches, shadow, video, 2016~2017(참고: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Milad MOZARI_Standing Nymph & Man (Image taken during the renovation process), Mixed media, 2015~2017
(참고: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Q. What do you think your representative work or exhibition is? Why do you think so?
A. ‘Mt. Shamao’ was a site-specific installation and performance inhabiting the Fern room at Lincoln Park Conservatory in Chicago. The work looked at man-made tropical paradises as connected to archives, importation, and utopias. For the past year, we had been conducting research in Taiwan at the Forestry Research Institute and drawing historical and metaphorical lines back to Lincoln Park Conservatory’s past and present. The piece was a four-channel sound installation of altered field and archival recordings from Taiwan as well as Mitsu’s singing. Spread around the space were laser etched archival photos from both the Lincoln Park Conservatory and Taipei Botanical Garden’s collection. The performance aspect consisted of 30-minute tours with an ensemble that guided the audience through the parallel beginnings of Chicago and Taiwan’s botanical gardens and the imported tropical paradises they attempted to create. This exhibition is a good example of our work as it combined our mediums while immersing the audience in the archival setting we usually work in.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샤마오 산(紗帽山)〉은 시카고 링컨 공원 온실의 고사리 실에서 이루어진 장소-특정적 설치 및 퍼포먼스 작업이다. 이 작업은 인간이 만든 열대 낙원을 아카이브, 수입품, 그리고 유토피아로 연결해본 것이다. 지난 1년 동안 우리는 대만의 행정원농업위원회 임업시험소에서 연구를 수행하며 링컨 공원 온실의 과거와 현재로 거슬러 올라가는 역사적이고 은유적인 선을 그었다. 이 작업은 미추의 노래를 비롯하여 대만에서 녹음한 아카이브와 변화된 현장을 담은 4채널 사운드 설치 작업이다. 공간 주위에 펼쳐져 있는 것은 링컨 공원 온실과 타이페이 식물원의 컬렉션에서 가져온 레이저로 새긴 아카이브 사진들이었다. 퍼포먼스는 시카고와 대만의 식물원의 시작과 그들이 만들고자 했던 수입된 열대 낙원을 나란히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30분간의 투어로 구성되었다. 이 전시는 우리가 주로 작업하는 아카이브 환경에서 관람객을 몰입하게 하여 매체들을 결합하는 우리 작업의 좋은 예라고 할 수 있다.

 

Mt. Shamao, Lincoln Park Conservatory and Taipei Botanical Garden (Mt. Shamao, Taiwan)’s collection, Lincoln Park Conservatory, Chicago, USA, 2018

Q. What kind of works/projects are you going to do at IAP?
A. Jemulpo Port is a beautiful area that really shows its history in its architecture, people and landscape. It’s a place of transit, commerce, and speculation given the built structures. This is all new to us, and we hope in our research and prototyping, speculate more on a civilization that lived underwater. What were the tools for underwater breathing, commerce and communication? What artifacts did they “leave” behind? What parallels can be drawn to the modern climate of the industrial port town? These are some of the questions we are asking ourselves while getting lost in the hills of the neighborhood.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제물포항(*인천항의 옛 이름)은 건축, 사람, 풍경 속에서 그 역사를 실제로 보여주는 아름다운 곳이다. 지어진 구조를 고려할 때 이곳은 교통, 상업 그리고 추측의 장소이다. 이곳은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곳이며, 우리는 연구와 프로토타입 제작에 있어서 수중에 존재했던 문명에 대해 추측하고자 한다. 물속에서 호흡하고, 거래하고, 소통하던 도구는 무엇이었을까? 그들은 어떤 유물을 후세에 ‘남겼’을까? 산업 항구 도시의 근대 풍토에는 어떤 유사점이 있을 수 있을까? 이와 같은 질문들이 우리가 인근 언덕을 헤매며 스스로 던졌던 질문들이다.

 

일루시브 웨이브즈(Illusive Waves: Breathing under Water)_Multimedia installation(wooden pallets, hydrocal plaster, and rope), Watercolor on paper, Video projection with reflective pool_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_2019

Q. About inspirations, motivations and episodes.
A. We began thinking about this work while going to the Natural History Museum in Utah and thinking about the beauty of artifacts and fossils. This last year we have been working with botanists and through that experience have been inspired to continue working with elements from science. This has made us think about/ be inspired by how things are preserved organically or by humans. For example who is allowed to tell history? Whose stories are left out? What are the boundaries of conservation? What is lost? At IAP, we plan to make a fictional town drawing from both real and imagined archives and fossils to speak to these inquiries.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우리는 미국 유타주 자연사 박물관에서 유물과 화석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하다가 이 작업을 구상하기 시작했다. 작년에는 식물학자들과 함께 일했고, 그 경험을 통해 과학적인 요소들을 이용하여 계속 작업할 영감을 얻어왔다. 이것은 우리가 어떻게 사물이 유기적으로 또는 인간에 의해 보존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예를 들어, 누가 역사를 이야기할 수 있는가? 누구의 이야기가 누락되었는가? 무엇이 보존의 경계선인가? 무엇을 잃었는가?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실제와 상상의 아카이브와 화석들로부터 이끌어낸 가상의 마을 드로잉을 계획하고 있다.

 

Madou Sugar Arts Triennale, Performance amongst old and new friends, Madou, Taiwan, 2019

Q. About art and communicating with audiences
A. This is something we are redefining for ourselves with each exhibition, performance, and collaboration (collaboration between us and potential spectators). Most recently, we worked with indigenous tribes in Taiwan to develop the music of our performance, and also developed some tools that record environmental data that can be translated for music. Working with these groups really helped us see the function of our output outside the exhibition arena. The thing we strive for is to tell a story in a place with our work, and its process, connect with others who can potentially take away the story and tools from the project and connect to others.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우리는 각각의 전시, 퍼포먼스, 협업(우리와 잠재적인 관람객들 사이의 협업)을 통해 자신을 새롭게 정의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대만의 토착 주민들과 우리 퍼포먼스의 음악을 함께 만들었고, 음악으로 변환할 수 있는 환경 데이터를 기록할 몇 가지 도구를 개발하기도 했다. 이렇게 지역사회와 함께 작업하는 것은 우리의 결과물이 전시 공간 밖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볼 수 있게 해준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우리의 작업과 그 과정이 있는 장소에서 이야기를 들려주고, 프로젝트에서 잠재적으로 이야기와 도구들을 없앨 수 있는 사람들과 다른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Sirayan Sensor, Cellular electronics and solar pane, 2019

Q. Please tell us about your future plans and working directions.
A. We have been traveling and making work consistently for the last three years participating in residencies and festivals. This has been exciting in terms of research and being in conversation with artists, spaces and communities globally. We want to continue this but at the same time have a garden and a puppy.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지난 3년 동안 여러 나라의 레지던시와 페스티벌에 참여하며 작업을 계속해왔다. 이렇게 여러 곳을 여행하며 작업하는 것은 연구하고, 전 세계의 여러 예술가, 공간, 지역 사회와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신나는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생활을 이어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서 동시에 정원과 귀여운 강아지를 가지고 싶기도 하다.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https://formosanwood.wordpress.com/
http://www.mitsusalmon.com/ 
https://miladmozari.com/




이진우의 열우물 연작-안녕?!展

– 전시 정보

관람시간: 화, 수, 금, 토, 일10:00~18:00 / 목14:00~18:00
(입장은 관람시간 종료 20분 전까지 가능)
휴 관 일: 매주 월요일 및 법정공휴일 다음날
문 의: 우리미술관(032.764.7664)
주 소: 인천광역시 동구 화도진로 192번길 3-7,9,11
홈페이지: www.wooriart.co.kr
주최/주관: 우리미술관 (재)인천문화재단
후 원: 인천광역시 동구청

– 전시 내용

<이진우의 열우물 연작-안녕?!展>은 지역 예술인과 함께 지역의 현안을 작품의 주제로 담아보고자 우리미술관에서 마련한 전시다. 동구는 인천의 대표원도심으로서 재개발과 관련된 계획이 다수 발표되었다. 도시환경 개선을 위한 목적이라지만, 그곳에서 긴 삶을 살아온 이들에겐 사라지는 것들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이진우 작가는 1995년부터 인천의 열우물마을에서 살아왔고 2010년부터는 열우물마을에 화실을 두고 작업해오다가, 재작년 열우물마을의 개발이 진행되자 거처를 옮겨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에 우리미술관에서 선보일 작품은 2000년대 초반부터 2018년까지 그려온 열우물연작이다. 작가는 열우물마을에서 공공미술 열우물길프로젝트 및 마을어르신과 함께하는 미술프로그램으로, 개인 창작작업으로 지역의 이웃으로 지냈으며, 작가 자신의 삶을 살았다. 열우물마을에서의 한때를 기억하는 작가의 마음은 먹먹하고 아쉬움이 남는다. 작가가 바라보았던 열우물마을의 풍경들과 골목길에서 마주했던 모든 것들은 지금은 사라졌지만 작가의 작품에서 다시 만나 볼 수 있다.
이진우 작가는 다음 글을 통해 전시에 대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00년대 초반부터 2018년까지 그려온 열우물연작이다. 열우물마을은 공공미술 열우물길프로젝트로, 내그림으로, 수채화로, 펜화로, 마을어르신 미술프로그램으로, 함께 골목에서 밥 비벼 먹고 고기 구워 먹는 이웃이며 곧 내 삶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한때였었다.
그리고 한때를 전시하려니 마음이 먹먹하다.
옛날 우리동네, 안녕! .”




우리가 가지고 있는 ‘기억’은 과연 얼마나 믿을 수 있을까?

동인천 신포동 다락소극장에서 올해로 11주년을 맞이한 인천 창작전문 극단 MIR레퍼토리(이하 미르)에서 신작 <기억의 방>을 공연한다는 소식에 공연 첫째 날에 소극장에 다녀왔다. 인천을 소재지로 활동하는 극단 미르는 2007년에 창단하여 현재까지 꾸준히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예술로서의 연극’, ‘살아있는 연기’, ‘인간 영혼의 진보’를 목표로, 창작극 개발과 함께 고전의 레퍼토리화에 힘쓰고 있다. 그래서일까? 극단 미르의 공연은 가볍게 관람하기보다 생각이 더욱더 많아진다. 이번에 보았던 <기억의 방>도 그랬다.

<떼아뜨르 소극장>

작년 일본에서 먼저 선보였던 연극 <기억의 방>은 ‘인간의 기억’이라는 소재를 바탕으로 인간과 사회, 더 나아가 인간과 국가 간의 관계를 부조리극 형식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인간의 정체성은 연속성을 가진 기억에서 기인하기에 기억이 한 인간의 정체성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면, 역사는 그 민족, 그 국가의 정체성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미르는 이를 바탕으로 역사적인 사실들과 현재 사회의 모순,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할 길 등에 대해 연극적으로 접근했다고 한다.

<기억의방> 무대

<기억의 방>은 무대 공간의 변화 없이 요양원의 한 병실에서 모든 상황이 벌어진다. 무대의 조명이 켜지자 방 안에는 휠체어를 타고 있는 두 여인이 있다. 두 여인은 움직일 수 없지만, 의사 겸 공무원이라고 칭하는 사람이 자신들을 돌봐주고 있기에 만족하며 삶을 이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여인이 돌발적인 상황으로 알약을 거르자 그녀의 손이 움직이게 되었다. 그 이후로 그 여인은 의식적으로 약을 먹지 않게 되고 점점 기억이 돌아오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전체적인 흐름에서, 두 여인이 우리나라의 국민을 대변한다면, 의사겸 공무원이라고 하는 인물은 나라를 통치하는 국가권력이라 생각하게 한다. 하지만 나와 같은 공연을 본 이는 두 여인을 통해 위안부 할머니를 떠올렸다고 한다. 일본에서 공연을 관람하던 또 다른 이는 일본과 한국 두 국가를 생각하였다. 그만큼 각자의 시각과 지식에 따라서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내가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은 5장에서 여인들이 절규하는 부분이었다. 5장에서는 여인들이 휠체어에서 일어나 조명을 받으며, 가슴 속에 있는 응어리진 말들을 던져내는데, 마치 전쟁에서 날아오는 총알같이 무겁고 아팠다. 특히 장면이 바뀔 때 흘러나오는 ‘바라아재’ 곡은 음산한 느낌과 함께 무서운 분위기를 더해주는 효과를 주면서 관객들을 먹먹한 감정에서 머물러있도록 했다.

공연이 모두 끝나자, 잠시 동안 여인들의 대사들이 머릿속을 맴돌아서 자리 멍하니 앉아있었다.

“그저 살아있을 뿐, 자신이 누구인지, 과거는 어떠했는지 모두 잊은 채 바보처럼 웃고 있다고 해서 그게 건강한 삶이라 할 수 있을까요?” -여인 1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가 희생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천만에! 다수의 행복을 위해 결정하더라도 소수의 아픔을 이해하고 돌보는 세상이 진정 좋은 세상이야.” -여인 2

 <기억의 방>공연 연상

국가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 또는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떠나보내고 남겨진 사람들, 누구 하나 잘못한 것 없이 상처를 입고 받은 사람들이 끔찍한 기억에서 괴로워할 때 단지 기억을 지우고, 돌봐주는 것이 국가가 할 일이 아니라 사람들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고 행복한 기억으로 채워나가는 것이 국가의 할 일이 아닐까? 다만, 국가가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게끔, 국민들은 국가가 주는 ‘편안함’이라는 알약을 거부하고, 늘 온전한 기억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기억의 방>의 부재로 밑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당신의 기억은 얼마나 온전한가? 지금 닫혀 있던 기억의 문이 열린다!’

지금 나의 기억은, 또 우리의 기억은 얼마나 온전할까? 연극을 보고나서, 나는 내 기억에 대해 자꾸만 의심하게 된다.

글 · 사진 / 김지연 시민기자단
영상 / 장유하 시민기자단




전 세계 초판본을 통해 만나보는 다양한 앨리스의 이야기

책 한권이 자극한 150년간의 상상력
다 큰 어른이 되었지만 해맑게 웃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을 볼 때면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로 다시금 빠지고 싶을 때가 있다. 이번 <마이 페이버릿 앨리스 –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한 전세계 앨리스들> 전시회는 바로 이런 어른들의 동심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는 곳이다.

이미 어릴 때부터 만화, 영화로 수없이 접했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 소녀의 시작은 영국의 수학자였던 루이스 캐럴에 의해 탄생하였다. 1866년 미국 초판본이 그 시작이니 벌써 탄생 154주년을 맞이한 것이다.

마치 앨리스의 공간으로 빨려들어 가는 듯 꾸며놓은 전시장에 들어서면 문 앞부터 전 세계 수많은 앨리스가 나를 바라보고 손짓하는 느낌이 든다. 지금껏 내가 알고 있던 앨리스의 전형, 금발의 긴 곱슬머리 소녀는 어디로 가고 단발머리 앨리스, 흑발머리 등 지금껏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다양한 작가의 상상 속 앨리스를 만나볼 수 있다.

 

이상한 세계로 들어가는 앨리스의 이야기는 작가의 해석에 따라 너무나 다른 장면과 이야기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각 나라마다, 시대상에 맞춰 어떤 이야기로 작업했는지 살펴보다 보면 그것이 곧 출판의 역사이자 시대의 반영이 된다.

100년이 넘는 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삽화가였던 존 테니얼은 캐릭터에 대한 루이스 캐럴의 지독하고 꼼꼼한 주문에 이 작업 이후로 그림 그리는 일에 질려서 책 삽화일은 일절 수락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만큼 앨리스의 탄생이 얼마만큼의 정성과 공을 들이고 나온 캐릭터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전 세계 초판본을 한데 모아 기획한 전시회이니만큼 어린이에게는 ‘한국의 앨리스와 다른 점은 무엇인지’ 에 대해 일러스트의 묘미와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면, 어른이들에게는 ‘이상한 동심의 나라’로 빠질 수 있는 꿈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

롯데갤러리 인천터미널에서 4월 28일까지 무료로 진행하는 이번 전시회에 동화의 공간 속으로 아이와 함께 연인과 함께 들러보길 바란다.

글·사진 /
임중빈 시민기자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