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 문화도시 2019 <3x=∞> 전

전시 정보
일 시 : 2019.7.4.~28 11:00~18:00
장 소 : 인천아트플랫폼 B동 갤러리
문 의 : 032-760-1006

전시 소개
인천광역시와 인천문화재단은 동아시아 문화도시 2019 연계전시 《3X=∞(삼의 엑스제곱은 인피니티)》를 7월 4일(목)부터 7월 28일(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에서 개최한다. 동아시아 문화도시 사업과 연계하여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교류도시로 선정된 인천(한국), 시안(일본), 도시마(일본)의 작가 16인의 시각예술 작품 51점을 선보인다.

전시제목 ‘3X=∞(삼의 엑스제곱은 인피니티)’는 어떤 것을 반복하여 곱하면 무한에 이르듯이, 매해 한중일 3국에서 선정되는 동아시아 문화도시의 문화예술 교류가 지속가능한 상호 이해와 화합의 계기를 형성하기를 희망하는 취지를 의미한다. 나아가 이번 전시는 하나의 동아시아 문화권에 속해있지만 각 국의 정치·사회·문화적 구조 안에서 고유한 지역적 특성과 시각문화를 보유한 세 도시의 특성을 예술적 차원에서 드러내기를 지향한다.

시안(중국)의 경우, 시안 비림(碑林)의 탁본을 매개로, 인공지능을 비판적으로 조명한 아지아오의 작업 <Typeface>와 가톨릭교가 중국에서 수용된 한 단면을 보여주는 펑 시앙지에의 <가톨릭 프렌즈> 연작 등을 포함하여 9점이 전시된다.

도시마(일본)의 경우, TV 만화영화 캐릭터를 모티브로 가공된 상상의 우주전투 현장을 그리는 모토히로 하야카와의 작업과 더불어, 꿈의 도시를 기하학적 형상이 반복 상승, 하강하는 애니메이션을 통해 표현한 미라이 미즈에, 내면의 즉흥적 상상에 기반을 두어 작업하는 미나 하마다와 아다치 타쿠토 등의 작업이 소개된다.

인천의 경우, 인천아트플랫폼 전(前) 입주작가 9인의 작업이 출품되는데, 인천 옹진군의 섬 ‘시도’에서 장소특정적인 작업을 선보인 김순임의 <염전의 달_인천 시도>나, 홍예문과 제물포 구락부를 그린 최영의 회화, 도시 재건축 현장의 생리를 사진으로 담은 정지현의 <재건축 현장 1~3>, 인천의 자유공원 등 도시 곳곳에 내재된 개인적/사회적 욕망을 동양화로 탐구한 김춘재를 포함하여 고유한 시각과 미적 관점에서 예술가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작업화한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2019 섬마을밴드 음악축제

축제 정보
일 시 : 2019. 7. 27(토)요일 18:30~21:40
장 소 : 대이작도 해양생태관 야외무대
관람료 : 무료
문 의 : 032-455-7184

축제 소개
매년 여름, 섬마을 주민들의 열정과 행복이 가득했던 섬마을밴드 음악축제가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합니다.
7월 27일 대이작도 해양생태관 야외무대에서 열리는 “2019 섬마을밴드 음악축제”는 9팀의 섬마을 음악동아리(대이작도,강화도,영흥도)가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만들고 개최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공연은 대이작도의 <섬마을밴드 풀등>, <통기타동아리>,<색소폰 동아리>, 영흥도의<색소폰 동호회>가 참여하여 무대를 빛낼 예정입니다. 또한 강화도의 <마리클래식 기타앙상블>,<올리올리 합주단>,<고려색소클럽>,<샬롬밴드>,<더밴드>와 함께합니다. 더불어 섬마을밴드 음악축제 인기가수 <오예중>과 전문예술가 <섬마을 올스타즈>의 공연, 그리고 이들의 특별한 콜라보레이션 무대 또한 펼쳐집니다.




[인문교양이 있는 저녁]
여성의 삶 · 사랑 · 에로스를 말하다

프로그램 정보
일 시 : 2019년 7월 11일~8월 29일 매주 목요일, 18:30~21:30 (총7회)
장 소 : 인천문화재단 아트플랫폼C동 공연장(7월 11일)
한국근대문학관 3층 강의실(7월 18일~8월 22일)
생활문화센터 H동 2층(8월 29일)
문 의 : 032-773-3801
수강료 : 무료
접 수 : 2019년 7월 2일(화)~7월 9일(화) 17:00까지, 이메일로만 접수
접수 및 문의 : gangjwa01@naver.com, (032)773-3801

프로그램 소개

이번 강좌에서는 근대 초부터 현대까지의 소설과 영화 등에 재현된 여성의 삶을 연애·사랑·에로스를 중심으로 폭넓게 조망한다.

첫 강의와 마지막 강의는 전문직여성 인천클럽과 공동주관하여 특별강의로 개설된다. 7월 11일에는 세바시 강연 및 JBTC 차이나는 클라스 등에 출연한 고전평론가 고미숙이 <삶의 주인으로 산다는 것-『동의보감』으로 살펴보는 여성의 몸, 여성의 지혜>로 특별 강의를 진행한다. 8월 29일에는 소설『절반의 실패』등으로 페미니즘 이슈를 선도한 소설가 이경자와 2012년 제2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프린세스 바리』와 『나혜석, 운명의 캉캉』등을 펴낸 소설가 박정윤의 대담이 진행된다. 이경자 소설가와 박정윤 소설가는 <아직 시작도 못한 이야기>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예정이다.

최근 미투운동 등으로 인하여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유린되었던 여성의 인권 문제가 재조명되었다.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의 특수성으로 인하여, 폭력의 피해자인 여성은 자기 목소리를 낼 때조차 억압받았다. 그러나 소설 및 영화에서 여성이 사회적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해방시키는 자기 구원의 서사가 꾸준히 생산되었다. 이번 강좌는 근대 초부터 현대까지 문학과 영화 등에 재현된 여성의 삶을 되짚어봄으로써 시민들이 페미니즘을 이해하는 귀중한 교양의 장이 될 것이다.

 




인천 청년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청년참여예산’
-인천청년네트워크 강효정 위원장 인터뷰

올해 3월, 인천청년네트워크에서는 청년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주민참여예산을 신청하였다. 사업제안이 통과되어 50인의 추진단을 모집하였고 지난 4월부터 6월까지 총 3번에 걸쳐 예산학교를 진행했다. 아직은 청년들에게 낯설기만 한 청년주민참여예산제에 대해 설명을 듣고자 인천청년네트워크 강효정 위원장님과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Q. 위원장님, ‘주민참여예산제’ 란 무엇인가요?
A. 주권자인 시민이 자신과 지역사회의 문제 해결을 위해 직접 예산을 편성하고 권한을 행사하는 제도입니다. 그래서 분권과 자치의 핵심을 이룹니다. 시민이 참여해 자신들이 겪고 있는 지역 문제를 논의하고 의제로 발굴해서 해결방안을 제시합니다. 또, 전문가와 함께 검토해서 숙의하고 토론한 뒤 표결에 부치는 공론화 과정을 진행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예산안은 의회에서 심의된 뒤 집행됩니다.

Q. 왜 청년참여예산을 추진하게 되셨나요?
A. 청년들의 참여기구인 인천청년네트워크를 1년 동안 해오면서 청년들이 일상에서 겪는 다양한 지역사회문제에 관해 토론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문제를 발굴하고 원인을 찾고 해결방안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만, 그것이 행정에 반영되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프로세스가 없다 보니 답답하고 무기력했던 것 같습니다. 청년들의 삶의 이야기가 행정으로 반영될 수 있는 효과적인 프로세스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때마침 주민참여예산제의 시 계획형은 다양한 계층의 문제를 직접 발굴하고 행정과 함께 숙의 과정을 거쳐 다수의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된 최종제안서가 예산으로 반영하는데 이러한 과정이 인천청년네트워크가 고민해왔던 지점과 맞닿아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청년참여예산 추진단 모집 포스터
인천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 제공

Q. 예산학교를 통해 청년들이 직접 제안한 사업은 무엇인가요?
A. 다양합니다. 청년들의 생활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과 청년들이 직접 만들고 향유하는 문화사업. 그리고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살 수 있도록 돕는 청년학교와 다양한 모임 지원사업. 청년의 노동 현실과 창업에 대한 고민을 다룬 사업까지, 영역이 아주 광범위합니다. 청년들이 직접 제안한 사업을 보면서 청년들은 무언가를 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자신의 삶과 일상에서 작은 변화를 원하고 그것이 때론 절박하다는 것도 알 수 있었습니다. 인천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와 시에서는 예산학교에서 제안된 사업이 모두 반영될 수 있도록 전문가 컨설팅 및 민관지원관 양성 등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인천청년참여예산학교
강효정 제공

Q. 청년참여예산추진단에서 청년문화분과로 활동하시는데, 청년문화분과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요?
A.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인천에는 청년문화활동가가 많이 있습니다. 네트워크 활동을 하면서 만나 뵐 수 있었는데요, 그전까지는 저도 잘 몰랐습니다. 열악한 청년문화활동가들의 노동환경에 대해 접할 수 있었고 이 문제를 개선하는 것이 인천에서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많은 문제를 들을 때는 가슴이 답답해졌는데 문화분과에서 같이 토론하고 얘기 나누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다양한 활동들과 정책을 찾으면서 희망도 볼 수 있었습니다.

Q. 타시도와 비교했을 때 인천의 청년정책은 어떤가요?
A. 이제 시작단계라고 생각합니다. 가장 마지막으로 작년 2월 인천 년기본조례가 만들어졌고 같은 해 4월 거버넌스 기구인 인천청년네트워크가 구성이 되었어요. 청년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청년실태조사가 올해 시작했고, 청년정책계획을 심의하는 청년정책심의위원회의 절반을 청년으로 구성하여 올해부터 시행하고 있습니다. 청년정책의 변화가 청년기본조례를 근거로 진행되는 만큼 인천이 가장 늦게 시작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서울은 2013년부터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를 시작으로 올해 500억 청년자율예산을 기반으로 청년자치정부를 구성했고, 광주는 청년센터더숲을 중심으로 다양한 청년층에 대한 구체적인 실태조사와 그에 맞는 정책설계를 하고 있습니다. 경기도의 청년배당과 안산시의 반값등록금정책도 청년정책의 이슈를 만들고 있습니다. 타시도와 비교했을 때, 인천은 아직 청년과 관련한 구체적인 실태조사도 청년정책을 탄탄하게 실현해나갈 청년지원센터도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타시도와 비교해서 무리하게 따라가는 보여주기식 정책이 아니라, 인천만의 청년종합정책을 만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인천청년네트워크가 거버넌스 기구로 성숙해지고 인천에서 청년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드는 청년 정책을 세우겠다는 행정의 의지가 있다면 인천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추진계획
김지연 제공

Q. 앞으로 청년참여예산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A. 현재까지 나온 문제를 논의하고 의제를 발굴해서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제3차 예산학교를 진행하면, 민관숙의과정만이 남아있습니다. 민관숙의과정을 거쳐 최종사업제안서가 나오면 8월에 온라인거리투표와 9월 1일 청년총회를 통해 500명의 청년을 모아 최종 사업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관련된 소식은 인천청년네트워크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같은 시대를 사는 인천 청년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A. ‘청년’이 한마디로 정의하기가 어려울 만큼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삶이 참 단순하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라는 책의 제목처럼요. 오늘 하루 어땠고 지금 내 마음은 어떤지에 대해 어떠한 방법으로 누군가와 꼭 나누면 좋겠어요. 혼자 외로워지지 않도록, 그래서 참지 않고 자신을 비난하지 않도록 얘기를 나누세요. 내가 겪는 어려움은 우리가 모두 겪는 어려움이니, 혼자 감당하지 않고 함께 나누면서 방법을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삶에 내가 주인이 되는 그날까지 함께 살아가요!

청년주민참여예산외에도 인천에 청년들을 위한 정책이 이미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조금만 정책에 관심을 가지면, 나에게 필요한 지원이나 도움이 되는 혜택을 누릴 수 있는데 요즘 청년들은 그 여유조차 가지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강효정 위원장의 마지막 이야기처럼, 이 시대의 청년들은 이전의 세대와는 다른 모습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혼자 살아남기에는 벅찬 세상이지만, 우리가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알고 서로를 보듬어준다면, 또 함께 목소리를 내다보면 모두가 조금은 나은 세상에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 김지연 시민기자단




한 뼘 더 성장하기 위한 <바로 그 지원, 홈커밍데이!>

청년이 정책의 키워드로 등장하면서 사회에서는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정책이 봇물 터지듯 나타나고 있다. 5년 전부터 청년예술인을 대상으로 진행되어 온 <바로 그 지원> 사업. 현재 청년정책이 화두가 되는 시점에서 <바로 그 지원> 사업의 방향성을 다시 한번 논의할 필요가 있었다.
청년예술인사업 <바로 그 지원>의 지원방식과 개선점 등 바로 그 지원을 거쳐 간 이들의 생생한 의견을 듣기 위해 지난 19일 칠통마당에서 집담회를 가졌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사업에 참여했던 젊은 창작자, 프로그래머 등 여러 관계자가 모여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가졌다. 오석근, 박혜민 작가가 집담회를 이끌었다.


<바로 그  지원> 홈커밍데이!

<바로 그 지원>에 대한 적절한 방법론?
‘지속적인 관계 맺기’

박혜민) 사전질문에 답변을 받았을 때 <바로 그 지원>에 대한 좋았던 점이 세 가지 키워드가 나왔는데요. 첫 번째는 프레젠테이션하고 다른 사람의 방식을 볼 수 있다는 점, 두 번째로는 프로그래머 제도가 있다는 점, 세 번째는 프레젠테이션과 프로그래머 만남을 통해서 네트워크가 발생할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바로 그 지원>의 다양한 방법론에 관해서 얘기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J) 2015년 처음 <바로 그  지원사업>을 만들 때 인천문화재단과 인천 청년예술가들이 사업명부터 기획까지 세심하게 참여했었어요. 그래서 저는 이것을 민관협업사업으로 바라보고, 민과 관이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을 재단이 핵심가치로 부여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프로그래머가 바뀌어도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한, 심의제도와 관련해서 말씀드린다면, 사실 초기 바로 그 지원 심의제도는 문화충격에 가까웠어요. 소액다건으로 비슷한 형식을 취했지만, 지원자가 서류심사 이전에 프로그래머들을 만나면서 1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눴죠. 지원자가 하고 싶은 것들을 언어화하지 못해도 같이 언어화할 수 있는 시간이 분명 존재했던 것 같아요. 심의제도에 대해서 초기에 고민했던 것처럼 다른 방식을 고민해 보고 재단도 다채로운 심의를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오석근) 문화자치, 거버넌스 이야기를 많이 하잖아요. 저는 이러한 부분에 동의하고요, 사업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계속 지역의 청년 예술가와 같이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늘 같은 자리가 바로 인수인계 자리라고 생각해요. 같이 만들어야 하는 방식이 강화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K) 저도 프레젠테이션 대신 다른 방식을 생각해보았으면 좋겠어요. 극단적으로는 프로그래머가 피티를 대신할 수도 있다고 생각도 해봐요. 제집이 서울이라서 여기 오기 전에는 인천을 잘 몰랐지만, 바로 그 지원 프로그래머를 통해서 주변 인천을 알게 되는 것 같고 외부 사람에게 추천해주는 것 같아요.

H) 2016년 바로 그 시장의 참여자로서 심사를 받으면 그분들이 심사위원보다는 동료의 느낌이 강했어요. 서로 조언을 주고받으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서로 작업을 할 때 합의를 이끌 수 있었고요. 이러한 네트워크가 지속해서 연결된다면 그것이 바로 그 지원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박혜민) 사실 바로 그 지원의 강점으로 ‘네트워크’를 사전질문지에 작성해주셨어요. 프로그래머를 만나서 얘기하는 것들, 프레젠테이션때 자유롭게 질문이 오가고 끝나고 네트워크 파티를 하는 것들. 어떻게 보면 이러한 방식이 지속적인 관계 맺기 위한 장치였는데 더 나아가서 어떠한 방식들이 있을까요?

H) 오늘과 같은 홈 커밍 데이도 괜찮은 것 같아요. 올해와 내년, 초장기에는 어떠했는지 되짚어보기도 하고요. 나중에 홈 커밍 데이를 다시 한다면 누구에게나 열려있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파티 같은 분위기였으면 좋겠어요.

A) 저도 바로 그 시장에 참여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심의가 굉장히 즐거웠어요. 여러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서로의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었죠. 심의 자체가 참여를 통해 즐거움을 얻는 문화로 될 수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심의든 결과 보고든 참여자가 즐길 수 있는 것이 바로 그 지원의 강점이었는데, 조금 딱딱해진 것 같아 아쉬워요.

2015~2018년도까지 진행된 ‘바로 그 지원’사업,
과연 내가 생각하고 우리가 바라는 바로 그 지원은 무엇일까?

<바로 그 지원>의 문제?
공간

박혜민) <바로 그 지원> 참여하셨던 분들이 가장 어려웠던 문제가 ‘공간 문제’예요. 절대적으로 공간 수가 부족할 수도 있고, 공간을 찾는 네트워크가 부족할 수 있고요. 제도적으로 바로 그 지원에서 공간을 확보할 수도 있지만, 공간의 형태가 정해지잖아요. 그랬을 때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는데, 그런 부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오석근) 작품을 전시하고 선보일 공간이 필요한데, 인천 지역으로 한정되니 고민되는 것들이 많아진다. 청년예술인정책에 많은 예산이 쏟아지면 공간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우려가 있다. 바로 그 지원 사업이 시작되고 해가 거듭 지나면서 우리가 맞닥뜨린 한계와 문제가 아닐까?

H) 공간이 없다기보다는 공간의 정보가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닐까요. 프로그램 차원에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U) 공간에 한시적으로 임대해서 전시할 수 있지 않습니까? 예전에 용일시장에 “임시계약자”라는 프로그램이 있었고요. 부동산중개인과 동행해서 전담할 수 있는 프로그래머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바로 그 지원에 공유하고 실질적으로 참여하는 분들한테 실시간으로 연결해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C) 공간에 대한 정보는 재단 홈페이지 자료실에 연감으로 정리되어 있어요. 이것을 작가님들이 잘 모르시는 것 같아요. 여기에 업데이트가 어느 정도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공간 소개 정보들이 꽤 많이 나와 있어요.

H) 정리가 되어 있어도 지원에 선정이 되었을 때, 수십 개의 공간에 전화해서 대관이 가능한지 물어보아야 하는 일들을 거쳐야 하잖아요. 그것을 잘 아는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C) 원래 그러한 거들은 프로그래머가 도와줘야 하잖아요.

오석근) 프로그래머 역할이 초기에는 사전준비를 도와주는 것으로 한정되어 있었고, 케어를 해야 하는 의무는 사실 없었기 때문에 그러한 일이 발생한 것 같습니다.

D) 사실 프로그래머에게 있어 많은 작가를 만나 상의하는 과정이 즐겁기도 하지만 순간순간이 고된 작업이기도 해요. 우선 예산이 넉넉하게 잡히지도 않다 보니, 프로그래머가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을 고민한다. 그러다 보니 해를 거듭할수록 프로그래머가 빠지게 되는 것 같다.

C) 예산 범위 안에서 복덕방이나 부동산 역할을 하는 안내시스템이 바로 그 지원에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J) 서울보다 인천에는 젊은 공연 예술 창작자가 많지는 않아요.2,3년하고 젊은 창작자들이 다 나가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재미있는 판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 작품을 지원하고 결과를 발표하는 것은 메리트가 없어요. 그러니까 어떤 공간과 지원을 매개할 때 비슷한 주제를 가지고 작품을 하거나, 아니면 프로그래머와 기획자가 함께 한 공간에서 전시와 공연을 묶는 작업을 진행한다면 서로에게 메리트가 되지 않을까요.

L) 연출님의 문제 제기에 동의해요. 다들 아시겠지만, 청년지원사업이 봇물이 터졌거든요. 액수도 상당히 크고요. 그런 문제점이 있는 상황에서 지원제도가 조금 더 다른 질감을 찾으려면, 현재 작품지원이나 결과지원에 대한 프레임을 깨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너무 큰 지원이 많기 때문에 낯선 등장이 조금 없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것 같아요.

청년예술가가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언어화되지 않은 작업에 대한 갈증

J) 청년 예술가들이 겪는 문제는 나의 작업이 언어화되지 않는 거예요. 언어화는 권위를 갖고, 그 권위는 지원제도로 연결되는 것 같아요. 동료들의 작업을 언어화시키는 것, 언어화되지 않은 작업을 우리 스스로가 언어화시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작업을 마치고 다시 생각해볼 수도 있고요. 물론 자료집이 언어화라고 할 수 있지만, 다른 방법도 있지 않을까요? 

권위 있는 비평가나 큐레이터가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언어로 만들 수 있는 언어가 있을 것 같아요. 그런 언어를 만드는 작업을 해보면 어떨까요? 인천문화재단에는 이미 플랫폼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러한 것들을 좀 더 활용하면 좋겠고, 만약 이러한 플랫폼이 자리를 잡으면 인천에서 공연하는 것에 메리트도 생길 것 같아요.

E) 저희는 월간 마니또라는 페이지를 만들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 같이 이야기를 하는 것이죠. 그 작업을 칭송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어요. 사실, 짧게 진행이 되었지만, 개인적으로 재밌었어요. 친한 동료 작가들이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데, 온라인 플랫폼에서 그러한 작업이 만들어지다 보니 찾아서 보게 되고 관심을 갖더라고요. 우리끼리 이러한 방식을 통해 소화하면서, 아카이빙 하는 것이 도움이 되었어요.

F) 저도 작업을 발표하고 비평가들과 좋은 관계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작업할 때 가장 큰 원동력이 되는 것은 동료들의 피드백이나 함께 고민을 나누는 것이었어요. 앉아계시는 작가 중에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도 있지만, 직접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죠. 내가 이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사적 언어로 풀어내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확실히 피드백할 수 있다면, 글을 나누는 것 이상으로 좋지 않을까요?

K) 현실적으로 보면, 누군가를 소개하는 경우와 달리 자기 스스로 작품을 올리면 얼마나 많은 피드백이 올까요? 자율적으로 참여를 하게 되면 누군가는 할 거라고 생각하겠죠. 결국 현실적으로는 누군가가 도맡아서 소개하고, 지속해서 끌고 가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남기 힘들죠.

H) 작년에 인천 청년 레지던시 활동을 할 때, 인천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이 왔어요. 바로 그 지원에도 그 매체와 연계를 해볼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사실 우리에게 글을 쓰는 것은 부담일 수도 있거든요. 리뷰하는 것이 대단한 것을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SNS에 간단히 글을 남길 수 있는 것. 깊이 있는 평은 매체로 연결하면 좋지 않을까요?

박혜민) 12명의 친구가 모여서 시작한 마니또를 바로 그 지원에 도입하면 강압성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프로그램화하거나 강압성 없이 자율성을 준다면 흐지부지 끝날 수도 있는데요. 비평플랫폼이 필요하다면, 현실적으로 바로 그 지원에 도입했을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Z) 2016년도에 바로 그 지원을 참여했고 그 이후에도 관심을 가졌지만 모르는 부분들이 있었요. 이전 바로 그 지원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간접적으로라도 소식을 전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마니또와 같이 간접적으로도 참여할 수 있고, 바로 그 지원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 수 있는 플랫폼이요. 한 번 거쳐 간 사람들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어요.

오석근) 쉽게 생각해도 되지 않을까요. 한 줄 평이라도 멋지게 남기면 되지 않을까요. 언어화가 연습이 필요한데, 우리가 아직 준비가 안 돼서 그래요. 재밌게 풀어나갈 수 있는데. 시스템을 무겁지 않게 하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J) 저는 인천에 동료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 재밌는데, 이 재밌는 사람들이 결과 발표회 외에서도 재밌는 것을 생산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게 언어화일 것 같아요. 비록 그 언어가 비평은 아니더라도 말이죠. 바로 그 지원에 참여하는 분들이 제 공연을 보고 비평하면 부담스러울 것 같아요. 자율적으로 작업을 보고 본인의 언어로 언어화하는 것이죠. 그게 글일 수도 있고요. 어떤 분은 제 연극을 보고 그림이나 사진으로 남길 수도 있고, 음악으로 만들 수도 있겠죠. 마음은 좀 더 치열하게 작업을 만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보면, 인천이 더 재미있는 공간이 될 것 같아요.

5년이 지난 <바로 그 지원>,
‘낯선 등장’을 환영하고 ‘낯선 작업’을 응원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2019년도 사업 담당자) 청년 바로 그 지원이 40대를 이하로 제한을 두고 있지만, 젊은 청년들을 어떻게 초대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낯선 등장’의 키워드를 어떻게 설명하고 실천할 수 있을지 고민스러웠어요. 바로 그 지원이 5년이 지났어요. 새로운 청년예술가들을 어떻게 발굴하고 기회를 주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까요? 다음 청년들의 기획을 어떻게 지지할 수 있을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아요.

오석근) 저는 공평하게 바로 그 지원에서 신진작가를 따로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같은 선상에 놓지 않는 것이죠. 다만, 그분들이 넘어오고 관계가 형성될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J) 이것은 바로 그 지원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닌 것 같고, 인천문화재단에서 전체적으로 앞으로 고민하셔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왜 청년예술가들이 인천에 남아있지 않는가. 우리가 이 상황을 인식하고 어떻게 나아갈 것인지는 지원제도만으로는 해결될 수 없는 것 같고, 다른 방식의 담론을 통해 고민해야 하는 문제인 것 같아요.

K) 지역에 관심을 가지려면, 그 지역을 경험해보아야 하는 것 같아요.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이외에도 인천에서 머무를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작업을 한다면 지역에 관심을 갖게 되겠죠. 이 부분에 대해 문화재단이든 시든 지속해서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작가들이 이주하고, 씨를 뿌리면서 지역에 관심을 가지면, 또 다른 민간부문이나 조합이 생겨나지 않을까요? 인천에는 그것이 없는 것 같아요.

J) 저는 인천에 살아야지 인천에 남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인천에 관심이 머물러 있거나, 동료들과의 작업을 인천에서 진행해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인천에 남을 수 있는 플랫폼이나 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지금은 잠시 거쳐 가는 플랫폼이나 지원제도가 대부분이에요. 그러한 지점을 파괴하기 위해서는 바로 그 지원이 아닌 인천문화재단에서 함께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오석근) 바로 그 지원을 넘어 생태적 요소에서 부족한 부분들에 힘을 모아야 합니다. 거주하는 공간이 생기고 머무를 수 있는 플랫폼이 생기고 바로 그 지원 외에 그런 의견들을 모아서 미팅하는 것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박혜민) 저도 인천 출신은 아니죠.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하고 동료작가들을 만나 인천에 있게 되었죠. 동료 프로그래머를 만난 것은 좋았던 것 같아요. 프로그래머들끼리 매달 보니까 네트워크가 생겨서 너무 좋았었던 것 같고요. 저는 5년이 지나면, 바로 그 지원에서 바라보는 청년이 아닐 수도 있는데, 그렇다면 바로 그 지원을 경험한 작가들이 다음연도와 그다음 해에 프로그래머가 된다면 어떨까를 생각해 보았어요

B) 낯선 등장과 낯익은 등장의 구별이 필요한 것 같아요. 2015년 처음에는 프로그래머 작가들이 가장 희망했던 것이 새로운 작가를 찾는 것이었고, 그들과 동료 관계를 통해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몇 년이 지나고 보니 바로 그 지원을 통해 원하는 욕구가 다른 것 같아요. 누군가는 정말 낯선 등장을 원하고, 누군가는 전문가에게 컨설팅을 받고 싶은 각자의 욕구가 있는 것 같아요. 2016년도 첫해에 동료작가들이 인천에 모이려는 목적은 있었으니깐 지금은 등장이라는 것이 모호하기 때문에 성격을 규정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J) 인천문화재단과 바로 그 지원의 틀을 좀 바꾸어야 하지 않을까요? 바로 그 지원은 기존의 지원체계, 지원 시장을 흔들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지점에서 정말 작은 단위를 실험해보거나, 생경한 작업을 실험해보는 거죠. 정말 첫 등장. 우리가 이런 것에 지원하겠다는 미션을 부여하면 그러한 사람들이 지원하겠죠.

R) 며칠 전에 인터뷰를 하면서 당황했던 질문이 “활동이 많았네요?”라고 묻더니, 그 다음에 “청년이 아니네요.”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제가 청년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기준이 모호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A) 낯익은 사람들도 낯선 작업을 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그럴 때 찾을 수 있는 곳이 바로 그 지원이면 좋겠어요. 낯선 사람이 가서 작업할 수 있지만, 낯익은 사람도 가끔은 낯선 무엇인가를 하고 싶을 때 찾을 수 있는 <바로 그 지원>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조금은 더 실험적이고 재기발랄한 작업을 가볍게 할 수 있는 곳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오석근) 저도 과거에 했던 지원사업이 일 년에 한 번의 기회이고, 올해 떨어지면 또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하는 수고의 시간이었어요. 그것을 깨고 싶었던 것이 <바로 그 지원>이었고요. 우리가 현장성을 중요시하면서 바로바로 생각나는 아이디어를 실천할 수 있도록 바로 그 지원을 기획했던 부분도 있어요. 낯선 등장도 환영하고, 낯익은 사람들의 낯선 작업도 응원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바꿔나가는 것들이 중요할 것 같아요. 긴 시간 진지하게 심도 있는 토의 이야기 나눠서 좋았습니다. 올해도 또 즐겁게 만나요.

집담회 진행 / 예술지원팀 박소현
집담회 정리 / 정책연구팀 이진솔
영상 / 장유하 시민기자단




음악으로 열기를 느끼다 <인천 라이브 뮤직 홀리데이>

인천시는 6월~11월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8시 30분마다 라이브 음악 공연이 있는 ‘인천 라이브 뮤직 홀리데이’를 개최했다. 시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획 공모 사업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를 통해 진행하는 이번 행사는 락캠프, 공감, 버텀라인, 흐르는 물, 쥐똥나무, 뮤즈라는 총 6개의 라이브 공연장을 무대로 삼는다. 지역의 공간을 행사 무대로 활용되는 이번 공연은 인천 시민에게 친숙한 무대를 선사하려는 점이 돋보인다.



행사 첫날 6월 15일, 이날은 인천 뮤지션 데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인천 연고 위주의 뮤지션들이 출연한다. 공연 장소인 라이브 카페 락캠프(ROCK CAMP)는 평소에는 주말마다 록 밴드 공연이 열리는 장소였는데, 이번에는 ‘인천 라이브 뮤직 홀리데이’ 축제의 장이 되었다. 락캠프 입구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록 음악이 흘러나와 이곳만의 강렬한 분위기가 진하게 느껴졌다. 벽에 무수히 많이 늘어져 있는 CD와 공연 사진에는 그동안 락캠프가 음악 공연장으로서 걸어온 길이 보였다.

공연 시간이 되자 인천 직장인으로 이루어진 밴드 ‘드림홀릭’의 무대가 시작됐다. ‘드림홀릭’은 곡 ‘좀비’, ‘lonely’, ‘another day’ 등 재즈 선율부터 록까지 다양한 분위기와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다. 곡의 제목과 흘러나오는 음악이 재치 있게 어울리면서 록 음악이 생소한 시민들도 쉽게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공연이 무르익어가며 서서 즐기는 시민들도 점점 많아지기 시작했다. 공연 중간중간에 뮤지션과 관객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하여 무대와 객석 사이의 경계가 차츰 누그러졌다.

‘밴드 바투’는 인천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에너지가 넘치는 젊은 밴드이다. 현재 인천 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팀인 만큼 무대에 애정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밴드 바투’의 공연 음악은 헤비메탈 위주라 전체적으로 폭발적인 사운드를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왕성한 혈기로 공간을 장악하며 관객과의 소통을 열정으로 이루었다.

뜨거운 분위기 속에서 잔잔한 음악으로 분위기가 전환되며 마지막 순서인 ‘정유천 블루스 밴드’가 등장했다. 오랜 세월 동안 인천에서 활동한 ‘정유천 블루스 밴드’는 노련함이 특징인 뮤지션이다. 공연 중에 인천을 노래하는 곡들을 들려준 점이 특별했다. 이 곡들은 꿈의 도시 부평을 유쾌하게 상징하고 회상한다. 그중 ‘신촌’이라는 제목을 가진 음악의 가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도입부에서 과거 부평 신촌의 미군 부대와 다리가 등장하며 신촌 거리의 풍경을 묘사한다. 그다음, 노래 속 화자가 그 당시를 떠올리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가사를 들으며 과거 부평 거리를 그리워하는 화자의 마음에 공감 간다.

” 모두 어디로 갔을까, 지금 어디에 있는가
꿈 찾아갔을까, 사랑 따라갔을까
잘 살았으면 좋겠네
행복했으면 좋겠네 “

마지막으로 뮤지션들이 자리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감사를 표하며 행사가 막을 내렸다. 모든 공연이 끝났지만, 음악을 몸과 귀로 즐겼던 시민들의 열정은 아직 식지 않은 듯 보였다. 이번 행사가 지역 뮤지션들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평소 공연장에 직접 가서 밴드의 라이브 공연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인천 라이브 뮤직 홀리데이’는 시민들이 자주 접해보지 못했을 만한 음악을 들려준다. 좋은 취지를 가진 행사인 만큼 관람료는 무료다. 11월까지 긴 기간 동안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 뜨거운 경험을 해볼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글 · 사진 / 시민기자단 김다혜




마임듣다, 그리고 마임 본다

에티엔느 드크루(Etienne Decroux)레파토리
2019. 06.21(금)~6.23(일)
@인천수봉문화회관 소극장

만든사람
총연출 /김원범, 협력연출/김혜영, 구성/김혜영, 무대감독/김동훈, 조명감독/ 박석광
음향/김태범, 스텝/김명수, 분장/김주영,
배우/AtsukoFURUTA, 이경이, 김준영, 김민정, 김원범

주최/주관 : 아트팩토리 사람
후원 : 인천문화재단/ 아트팩토리노리너머

영상  / 시민기자단 김유라




[큐레이션 콕콕] 변월룡

변월룡, 러시아 이름은 펜 바를렌(1916~1990). 1940년 러시아 최고 미술학교인 레핀아카데미에 한인 최초로 입학했습니다. 수석 졸업 후 1951년에 데생과 교수가 됐고요. 그의 나이 서른다섯이었습니다. 소련 주류사회에 진입했지만, 심한 인종차별을 받았고 조국이라고 여긴 북한에서는 귀화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숙청당합니다. 남한에서는 얼마 전까지 그의 존재조차 몰랐습니다.

변월룡은 연해주 유랑 촌에서 유복자로 태어났습니다. 학교 미술 교과서 삽화를 맡아 ‘월룡이는 자기가 그린 교과서로 공부한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어릴 때부터 미술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변월룡
출처 : 한국경제
  자화상(1963년. 미완성 작품)
출처 : 인천투데이

1953년 6월 그는 소련의 지시에 따라 북한 교육성 고문관으로 파견됩니다. 북의 미술교육 재건이 그가 해야 할 일이었습니다. 당초 3개월만 머물 예정이었으나 북한 당국이 평양미술대학 학장 및 고문을 맡기면서 체류 기간은 1년 3개월로 늘어납니다. 이 기간에 변월룡은 교재를 만들고 교육방식과 커리큘럼을 새로 짭니다.

변월룡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에서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혁명 이념을 전파하는 선전미술은 물론 자신이 교류한 작가 및 예술가들의 초상화도 많이 그렸습니다. 러시아 인민들의 삶의 현장과 한국전쟁 당시 포로교환 장면, 평양과 개성의 풍경도 작품으로 남겼습니다. 장르로는 유화·판화·데생·수채화·포스터를 아울렀고, 내용으로는 인물화·풍경화·전쟁화·역사화를 망라했습니다.

햇빛 찬란한 금강산, 캔버스에 유채, 1953
출처 : 연합뉴스

변월룡을 국내에 소개한 사람은 미술평론가이자 기획자인 문영대 씨입니다.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유학하던 1994년 그는 국립러시아미술관에서 우연히 변월룡의 그림을 봅니다.
“화장실로 가는 복도에 걸린 그림에 한국적인 정서가 배어 있었습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과 아이를 그렸는데 이 그림은 절대 외국인이 그릴 수 없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면 그릴 수 없는 색감과 비율이 느껴졌어요. 그때는 펜 바를렌이 고려인인지도 몰랐죠.”
이름을 메모했다가 수소문했고, 그가 레핀아카데미 교수였음을 알게 됩니다. 역시 화가인 아들 펜 세르게이를 찾아가 유족들이 보관해온 그림을 보면서 변월룡의 방대한 작품 세계와 만나게 됩니다.

2012년 문영대 씨가 <우리가 잃어버린 천재화가, 변월룡>(컬처그라퍼)이란 평전을 내면서,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이 ‘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 거장전’의 첫 순서로 변월룡을 택하면서, 국내에 변월룡의 존재가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봄에는 삼청동 학고재 갤러리와 인천아트플랫폼에서도 전시가 열렸습니다.

문영대 씨는 변월룡이 “통일 한국 미술사에서 남과 북을 잇는 연결 고리 구실을 할 작가”라고 강조합니다. “변월룡의 작품은 한국근대미술사의 공백을 메워줍니다. 일본을 통해 서양미술을 배우면서 인상주의 이후 현대미술을 먼저 접한 작가들에 비해 러시아에서 활동한 그는 뿌리격인 리얼리즘 전통에 충실합니다.”

1960년 동판화 ‘북조선은 재일동포들의 귀국을 열렬히 환영한다’
출처 : 매일경제

변월룡이 그린 노동자들의 초상에는 주인공의 이름이 들어있습니다. 선전의 주인공으로 삼기에 앞서 한 인간으로서 대상을 존중한 겁니다. 항구에서 일하는 고려인 여성 ‘한슈라’ 역시 예외는 아닙니다. 노동 영웅처럼 중심에 크게 배치된 이 여인은 자녀를 많이 출산해 국가로부터 공로를 인정받은 고려인입니다. 후덕한 여인의 건강한 미소를 엿볼 수 있죠. 작가는 평범한 노동자를 영웅으로 추앙하는 사회주의적 신념을 형상화하는 동시에, 정치적 목적에도 사라지지 않는 인간의 숭고함을 담았습니다.

‘사회주의 노동영웅 어부 A. S. 한슈라의 초상’
출처 : 중앙일보

변월룡은 17세기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를 존경했지만 레핀대 동료들은 “동판화에 있어서만큼은 변월룡이 렘브란트보다 낫다”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변월룡은 회화를 전공했으나 판화에도 애착이 있었고 특히 동판화 기술이 매우 훌륭했습니다. 들판의 버드나무가 거센 바람에 흔들리는 풍경을 그린 ‘바람’(1959)은 섬세함과 역동성을 풍부하게 담아낸 수작으로 꼽힙니다.

변월룡의 동판화, ‘비(버드나무)’
출처 : 중앙일보

화가로서, 미술교육자로서 변월룡의 삶은 순탄했습니다. 소수민족 출신으로 러시아 최고의 미술학교에 입학했고, 대학원까지 나와 교수가 되었습니다. 레핀대 부교수에서 정교수가 되는 데 25년 걸리는 등 가슴 한편에 민족 차별의 응어리가 있었지만 미술가동맹회원으로 개인화실까지 배정받아 맘껏 그림을 그리고 전시회에도 참가했습니다.

전용 택시를 타고 출근할 정도로 작품이 잘 팔렸고, 사할린에서 포르투갈까지 유라시아 대부분 국가를 여행했을 정도로 여유가 있었습니다. 그 시절에 두루 해외여행을 다닌 걸 두고 안톤 우스벤스키 국립러시아미술관 큐레이터는 “그가 정치적으로 신뢰받는 인물이었음을 분명히 말해준다”고 했을 정도입니다. 변월룡은 1961년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거의 해마다 자신이 태어난 연해주 지방을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러시아와 조선이라는 두 개의 조국, 남한과 북한이라는 두 개의 고국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에도, 북에도 그가 스며들 자리는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뿌리를 잊지 않았고, 평생 한국식 이름을 고수했습니다. ‘변월룡’을 그대로 썼습니다. 그림을 완성한 뒤에도 곳곳에 우리말로 흔적을 남겼습니다.

‘풍경’ 부분 확대
출처 : kbs news

러시아에서 태어나고 러시아에서 교육을 받고 자란 러시아 화가 변월룡을 한국 미술사의 한 부분으로 인정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전시회 몇 번으로 선뜻 포용될 리도 없습니다. 하지만 의미 있는 하나의 출발점으로 바라볼 수는 있을 겁니다. 냉전에 가려 지금껏 제대로 조명받지 못한 한 화가를 역사의 무대로 불러낼 수 있었던 것은 시대의 힘, 그리고 대중의 관심 덕분입니다.

1990년 5월 25일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변월룡은 끊임없이 그리고, 또 그렸습니다.

변월룡의 1985년 작품 ‘어머니’
출처:세계일보

글 / 이재은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분단의 비극이 낳은 ‘잊힌 거장’ 변월룡 개인전, 학고재에서
뉴스핌, 2019.4.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연해주 출신 천재미술가 변월룡 작품, 인천에 온다
인천투데이, 2019.5.2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소수 민족 차별을 넘어선 탁월한 필력…러시아서 되찾은 천재 한인 화가 변월룡
매일경제, 2019.4.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고국이 버린 비운의 화가···그 작품 보러 관람객 몰렸다
중앙일보, 2019.5.1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남북이 모두 잊은 천재화가 ‘뻰 봐를렌’…변월룡을 만나다
연합뉴스, 2019.4.1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고려인 화가’ 변월룡의 삶과 숨은 이야기들
KBS News, 2016.3.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변월룡, 사회주의 예술가의 휴머니즘
이데일리, 2019.5.1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내 방이 온 우주가 되어간다_백화점과 새벽배송 사이에서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에 대한 글입니다. 인천의 도시 공간 자체나 그 안에서의 사회 현상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아마도 명확하게 찬반을 주장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겠지만, 오늘날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른 방향으로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인류 역사 대부분의 “쇼핑”은 이런 것이었습니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그것을 파는 곳에 찾아가서 상품을 몇 개 살펴보고, 물건을 구매하여 집에 들고 오는 것이죠. 이 방식은 근본적으로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습니다. 소비자들은 더 많은 선택권을 얻길 원할때, 그 해결책은 더 큰 규모의 시장입니다. 구멍가게가 사라지고 흔히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들어서는 큰 변화를 마주하는 동안, 근본적으로 물건을 직접 보고 구매하는 행위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온라인 쇼핑은 오랫동안 당연했던 생각, “물건은 직접 보고 산다”라는 진리를 깨끗하게 무너뜨렸습니다. 쇼윈도는 제품의 상세 사진으로 대체되었습니다. 의류, 가구, 먹거리에서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무수한 상품을 스마트폰 하나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들은 백화점이나 대형 마트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선택지가 늘었습니다. 대규모 쇼핑 사이트와 포털의 쇼핑 탭이 발달하면서, 같은 상품을 사더라도 매번 가격을 비교해가며 다른 업체에 주문할 수도 있게 되었습니다. SNS나 카페를 통한 공동구매, 해외 구매대행 업체가 무수히 늘어나면서 단순히 소매상이 늘어난 것이 아니라 유통경로 자체가 다변화되었습니다. 아마존이나 알리바바와 같은 외국의 세계적인 유통기업을 논외로 하더라도, 국내의 주요 인터넷 쇼핑 플랫폼 업체들은 동종업체는 물론, 거대한 유통 대기업과도 경쟁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과거에는 우리가 새 TV를 사러 흔히 전자제품 매장이나 백화점으로 갔지만, 이제는 국내 인터넷 쇼핑몰과 해외 직구까지 포함한 대여섯 개의 선택지에서 가장 나은 구매 조건을 찾습니다.

<그림 1> 한 중고차 판매 사이트 광고. 몇 년 전 TV 홈쇼핑에서 수입차가 판매되어 화제가 되었는데,
이제는 중고차를 스마트폰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홍보하기 시작합니다. 인터넷 쇼핑으로 살 수 없는 물건이 몇 개나 남았을까요.
(출처 : 케이카 홈페이지_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온라인 쇼핑에는 필연적으로 두 가지 단점이 있습니다. 하나는 내가 사는 물건을 직접 볼 수 없다는 것, 내가 볼 수 있는 것은 제품의 종류일 뿐이지 내게 배송될 상품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구매와 획득의 시점이 분리되었다는 것입니다. 물건을 사고 나서 내 손에 들어올 때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죠.
과거에 흔히 하던 이야기를 다시 떠올려 봅시다. 먼 미래에 과학이 발전하면, 우리는 인터넷 쇼핑 사이트에서도 촉각이나 후각을 체험하면서 구매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홀로그램으로 옷을 입어보는 것처럼 피팅을 하고, 냄새를 맡으면서 신선한 과일을 고를 수 있을 거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상상은 여전히 상상에 머물러 있습니다. 아마 시간이 계속 흐른다고 하더라도 이런 미래는 오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는 좀 더 편하고 효율적인 방법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더 빠른 배송’과 ‘더 쉬워진 반품’입니다.
좁은 땅과 밀도가 높은 도시에 사는 덕분에, 우리는 엄청나게 빠른 물류 이동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흔히 농담처럼 말하는 ‘옥뮤다 삼각지대’-한 택배회사의 물류 센터인 옥천 물류 센터에서 배송 물품이 며칠 동안 머무는 것을 말하는 인터넷 신조어-에 빠지지 않는다면, 오늘 아침에 결제한 물건은 대체로 내일 점심에 받아볼 수 있습니다. 대형 마트에 이런저런 생필품을 아침에 주문하면 바로 그날 저녁에도 받아볼 수 있습니다. 한때 당일 배송을 강조하는 한 인터넷 서점 업체에서 점심시간에 주문한 책을 다음날 배송하게 되어 죄송하다고 사과했다는 일화가 SNS에서 퍼지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 스타트업 기업이 시작한 신선식품 새벽 배송은 밤 11시에 주문하면 새벽 7시 전에 현관 앞에 물건이 도착합니다. 새벽 배송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여러 업체가 앞다투어 제공하는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이 ‘배송 경쟁’의 결과, 이제 하루 이틀 사이에 대부분의 물건이 우리 손에 들어오는 것이 일상화되었습니다. 게다가 물건이 도착했을 때 제품에 하자가 있거나, 실제로 마음에 들지 않으면 손쉽게 반품할 수 있습니다. 극도로 억제된 물류비용 덕분에 배송이나 반품에 드는 비용은 고작 3~4천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그림 2> 고도로 발달한 우리나라의 택배 서비스는 넓은 세상을 현관 앞에 가져왔습니다. (출처 : ㅍㅍㅅㅅ_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도시는, 특히 도시의 서비스업은 소비자들의 새로운 요구를 찾아서 더 자잘하게 분화되고, 더 전문적인 서비스를 위하여 변화하여 왔습니다. 이로 인해 한때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어, 대부분의 생활을 집 밖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일은 회사에서, 밥은 식당에서, 공부는 카페에서, 여가는 멀티플렉스 영화관과 복합 쇼핑몰에서 보낼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심지어는 가사노동이 집 안에서 사라지고, 식당과 편의점, 세탁소와 빨래방으로 옮겨질 것이라고 믿기도 했습니다. 교통의 발달을 통한 이동성의 증가는 도시 사람들에게 더 많은 서비스를 쉽고 싸게 이용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생각들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습니다. 도시에서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물리적인 이동성 또한 점점 더 혁신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중교통과 자가용의 틀을 넘어서 공공 자전거 서비스와 택시 서비스, 퍼스널 모빌리티 등을 더 자주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도시 사람들은 이러한 이동성 증가를 통해서 더 많은 도시공간을 옮겨 다니며 서비스를 구매하고 여가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것들을 내 집, 내 방안으로 불러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필요한 물건은 인터넷 쇼핑을 통해 택배로 받습니다. 배달대행 서비스로 동네의 맛집에서 배달 주문해서 식사합니다. VOD 서비스로 영화나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SNS와 유튜브로 사람들을 소통합니다. 물론 여전히 주말마다 쇼핑몰은 붐비고, 힙한 거리는 사람들로 메워집니다. 방안으로 불러들인 생활은 정말 일부분일 뿐이지만, 과거에 비하면 대단히 커진 것 또한 사실입니다. 마음만 먹는다면 사나흘 정도의 휴가를-어떤 사람들은 더 긴 시간을- 온전히 집안에서 보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진 것입니다.

지난여름, 저는 쇼핑이 일종의 레저가 되어가고 있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기 위해 꼭 필요했던 쇼핑은 이제 인터넷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집 앞 구멍가게, 문구점, 학교 앞 서점, 단골 정육점 등 생활 편의시설에 대한 필요성이 점점 줄어들고, 백화점과 마트는 레저의 영역으로 옮겨집니다. 지난달, 부평과 구월동의 백화점 건물이 오랫동안 팔리지 못하다가 어렵사리 새 주인을 찾았습니다. 무수히 많은 전철 이용자들이 퇴근길에 가득 메울 거라고 믿었던 사실과 다르게 10년 동안 민자 역사 쇼핑몰 한 곳은 20년이 가깝도록 대부분이 빈 건물로 남아있었습니다. 백화점 간의 경쟁과 건물 규모의 문제, 인근 부천시와 직면하는 상권 문제, 원도심의 쇠퇴 문제 등이 공실문제의 가장 큰 원인일 것입니다. 그러나 그 깊은 속사정에는 백화점과 마트에 가는 일이 우리 삶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실내와 방안에서 있어도 과거보다 더 많은 것을 살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이제 우리는 온 세계로 자유롭게 갈 수 있고, 방 안에 온 세계를 담을 수도 있습니다.

글  / 김윤환(도시공간연구자, 건축사)

참고문헌
존 어리(2012). 사회를 넘어선 사회학. 휴머니스트
존 어리(2014). 모빌리티, 아카넷
석혜탁(2018).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미래의 창
“롯데百, ‘앓던 이’ 인천점·부평점 매각 성사”. 머니투데이. 2019.5.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한국 경제를 망친 가장 큰 단일 직종은 역시 택배기사일지 모른다”. ㅍㅍㅅㅅ. 2017.3.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윤성필 YUN Sungfeel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윤성필은 영국 골드스미스런던대학교에서 아트 프랙티스(Art Practice)를 전공하고, 슬레이드 미술대학에서 조각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인간존재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작품 속 순환하는 에너지의 실험을 통해 우주의 생성과 변화의 원리에 주목한다. 인간이 파악할 수 없는 상호 의존적 변화와 변용이 우주의 본질적인 모습이라고 가정하고, 궁극적 실재는 보이지 않지만 움직이는 힘이며, 모든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물리적 힘으로 나타난 일시적 현상으로 바라본다. 현재까지 영은미술관(2017), 한미갤러리(2016) 등 다수의 개인전과 그룹전을 개최하였고, 영국 ‘Catlin Guide 40 artists’에 선정(2014), ’Broomhill National Sculpture Prize’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2013), 사치 갤러리(Saatchi Gallery)가 주최하는 ‘뉴 센세이션’의 롱리스트에 선정된 바 있다.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19_스테인레스 스틸에 도장, 모터, 동작센서, 액체자성유도체, 컨트롤 박스_244×244×70cm_2014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조각을 기반으로 페인팅, 설치, 키네틱아트, 사진을 작업하고 있다. 특정 소재를 활용하여 작업하기보단 다양한 재료를 활용하여 작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그러다 보니 작품이 만들어지기까지 다양한 실험과 재료의 활용 방법에 대해 전문가의 조언을 많이 구한다.

에너지22-1_스테인레스 스틸, 볼트, 너트_64×51×46cm_2016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대표 작업은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라는 시리즈이다. 우리가 사는 세상을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려 노력한 작업이다. 모터와 동작센서 그리고 자석을 이용한 작업으로 관람자는 작품에서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한다. 이 작업을 통해 우주는 정지되어 있지 않고, 상호보완적 순환을 통해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로 표현하고 있다.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전시 전경_자하미술관(서울)_2012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다》 전시 전경_슬레이드 미술 대학
(Slade School of Fine Art) 졸업작품전_2013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액체 조각(Liquid Sculpture)> 프로젝트는 2017년 시작된 <시그널 그린(Signal Green)> 프로젝트의 연장으로, 전자석을 조절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한 후 이를 변형 및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전자석 모듈 패널을 바닥에 평평하게 두고, 액체자성유도체를 전자석 모듈 위에서 유동적으로 움직이도록 만들어 새로운 조각 형태를 실험하는 프로젝트이다.

Signal green 01_전자석, 마그넷뷰어필름, 컨트롤박스, 동작센서, 알루미늄판, 프로파일_163x15x123cm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작업을 구상할 때 많은 재료를 실험하고, 그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는 단계에서 영감을 얻는다. 그렇기 때문에 공구, 기계 등과 같은 많은 재료를 조사하며 작업을 해나가고 있다.

 

Chaos, Cosmos and Circulation 01-15_캔버스에 철가루, 목공용 본드_200×200cm_2016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예술은 새로움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의 사상이거나 표현방식에서의 새로움 말이다. 나는 관객에게 지금껏 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을 작업을 통해 전달하고 싶다.

 

만물은 유전한다(PantaRhei) 02_알루미늄판, 자석, 모터, 타이머, 컨트롤러, 자석내장신발_500×250×40cm_2016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전자석을 이용한 <액체 조각> 프로젝트를 마치고, 그동안 고민해 오던 사진 작업을 계속 연구할 생각이다.

Fresh and vivid energy_스테인레스 스틸_800×340×270cm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 작가정보 :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