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가짜뉴스

전 세계 인터넷 이용자 10명 중 8명은 가짜뉴스에 속은 적이 있다고 합니다. AFP통신에 따르면 가짜뉴스의 주요 유통 경로는 페이스북이고, 기타 유튜브나 블로그, 트위터 등의 소셜미디어에도 널리 퍼져있었습니다. 가짜뉴스가 가장 많이 번진 국가는 미국이며 러시아와 중국이 뒤를 이었습니다.

연세대 바른ICT연구소는 한국의 성인남녀 1,312명 중 88.8%가 가짜뉴스의 심각성을 언급했다고 전합니다. 실제로 가짜뉴스를 본 적이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60.6%였습니다.

가짜뉴스는 얼핏 언론사에서 제작한 기사처럼 보이지만, 가짜뉴스 제작 사이트 등으로 허위정보를 사실처럼 꾸며 유통된 것을 말합니다. 기사의 형식을 갖추었으나 악의적인 고의성이 포함돼 있기 때문에 ‘카더라 통신’이나 ‘오보’와는 속성이 다릅니다. 자극적인 내용이 다수인 가짜뉴스는 확산 속도도 빠릅니다. ‘가짜’인 게 밝혀져 정정 보도가 나더라도 진실처럼 믿어버린 사람들이 많은 경우 없었던 일로 되돌리기도 어렵습니다. 국민 개개인이 합리적 의심을 통해 거짓과 왜곡된 정보를 골라낼 수밖에 없죠.

출처: 브릿지경제

경제적 이득 때문이든 정치적 목적 때문이든 사람들은 가짜뉴스를 만듭니다. 또 누군가는 그것을 퍼 나릅니다. 대중들은 페이스북, 유튜브, 네이버 등 다양한 채널에서 이를 접합니다. 진짜와 가짜 정도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요? 제작자와 유포자보다 거짓을 그대로 믿는 대중에게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고요? ‘아니면 말고’ 식으로 넘어가기엔 그 폐해가 심각합니다. 공신력 있는 언론으로 포장돼 있기 때문입니다. 가짜뉴스가 대중을 현혹하고 팔로워를 늘리는 동안 누군가는 주머니 속의 돈을 날리고, 나라를 이끌 ‘왕좌’의 주인은 다른 사람으로 바뀝니다.

‘가짜뉴스(Fake news)’라는 용어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광범위하게 퍼졌습니다. 당시 페이스북에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 5건 중 4건은 가짜뉴스였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특정 세력이 정치경제적 실리를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겁니다. 내용은 ‘찌라시’지만 ‘공신력 있는 기사’로 포장돼 있어 많은 이들이 속을 수밖에 없죠.

일부 국가들은 가짜뉴스 제작과 배포를 범죄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최근 싱가포르에서는 가짜뉴스 방지법이 의회를 통과했습니다. 정부가 특정 뉴스를 ‘허위’ 정보로 판단하면 미디어는 콘텐츠를 수정하거나 삭제해야 합니다. 유포한 개인은 최대 10년 징역형, 관련 기업은 최대 100만 싱가포르 달러(약 8억6670만 원)의 벌금형에 처합니다. 독일과 말레이시아,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도 가짜뉴스 규제가 도입됐습니다.

중국의 알리바바는 가짜뉴스 여부를 판별할 수 있는 ‘AI 유언비어 분쇄기’를 내놨습니다. 정확도가 81%에 달한다고 하네요. 뉴스 배포자가 믿을 만한지, 사용자들이 호감 가는 반응을 보이는지를 파악하고, 출처 링크와 IP를 추적해 해당 사이트의 타당성을 점검합니다. 마지막으로 해당 뉴스를 권위 있는 싱크탱크 데이터와 비교해 내용의 신뢰도를 검토합니다.

지난 6월 1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허위정보조작의 자율규제 방안 도출을 위한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협의체’ 출범을 알렸습니다. 협의체는 학계, 언론단체, 관련 전문가, 시민단체 등으로 구성됩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가 시민을 대상으로 온라인 인식조사를 한 결과, 가짜뉴스의 핵심으로 정치적 의도성과 비사실성이 지적됐다.
출처:뉴스1

한국언론진흥재단 미디어연구센터는 시민을 대상으로 가짜뉴스에 대한 온라인 인식조사를 했습니다. 콘텐츠 유형별로 가짜뉴스라고 생각하는 비율을 발표했는데 ‘메신저 등을 통해 유포되는 속칭 찌라시’가 1위를 차지했습니다. 이어 ‘뉴스기사 형식을 띤 조작된 콘텐츠’, ‘언론보도 중 사실확인 부족으로 생기는 오보’, ‘선정적 제목을 붙인 낚시성 기사’, ‘클릭수를 높이기 위해 짜깁기하거나 동일 내용을 반복 게재하는 기사’, ‘SNS 등에 올라온 내용을 확인 없이 그대로 전한 기사’, ‘한쪽 입장만 혹은 전체 사건 중 일부분만 전달하는 편파적 기사’, ‘특정 제품/업체를 홍보하는 광고성 기사’ 등을 시민들은 가짜뉴스로 꼽았습니다.

미디어연구센터는 가짜뉴스라는 용어가 의도적으로 조작된 정보(disinformation)와 실수로 발생한 잘못된 정보(misinformation)를 포함하고 있는 점을 지적합니다. 각각의 보도 사례를 세밀하게 분석, 구분하자고 제안합니다. 동시에 언론은 돈벌이 목적으로 생산해내는 질 낮은 기사와 사실검증을 충분히 거치지 않고 만드는 오보도 사람들에게 가짜뉴스로 인식된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기사 품질을 높이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출처: 한겨레

가짜뉴스 업그레이드 버전도 있습니다. ‘딥페이크’는 이쪽 업계(?)의 최신 트렌드입니다. 딥페이크(Deepfake)는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사진이나 영상에 다른 이미지를 중첩하거나 결합해 가공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기술을 말합니다. 지난해 크게 화제가 된 ‘트럼프는 완벽한 멍청이’라고 말하는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 영상이 바로 딥페이크입니다. 인공지능과 딥러닝, 동영상에 인물의 얼굴을 프레임 단위로 합성하는 페이스 매핑 기술을 이용했습니다. 화면 속 얼굴이나 목소리 등이 진짜처럼 자연스러워 그대로 믿은 사람들이 많았죠.

AI는 꽤 완벽한 가짜뉴스를 만듭니다. 지금은 공익을 위해 계발을 통제하고 있지만, 기술이 진보하고, AI가 가짜뉴스 생산에 악용되면 잘못된 정보로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마련입니다.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아지는 것은 필연적이겠죠.

국내에서는 아직 딥페이크가 논란의 중심에 오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가짜뉴스가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직은 딥페이크 기술이 초보 단계지만 언제 딥페이크가 국내에서 활성화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외국인들이 가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행위를 막기도 어렵습니다. 

출처: 오마이뉴스

왜 이토록 가짜뉴스와 거짓 발언들이 범람하는 걸까요.

첫째는 현대 문화의 특성 때문입니다. 정보나 기호, 화폐는 사실에 대한 지시적 기능에서 출발했지만, 유통 과정에서 다수의 승인을 받아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가짜뉴스도 소비 과정에서 점점 뉴스의 자격을 갖게 되었죠.
둘째는 긴 맥락의 서사를 소화하는 대중의 능력이 쇠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중은 재치 넘치는 짧은 문장과 선정적인 정보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진실은 언제나 길고 깊은 설명이 필요하죠.
셋째는 정보 권력의 이동입니다. SNS나 단체대화방 같은 사적 채널로 정보가 빠르게 이동하고 소비되면서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진실의 지위를 얻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이면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이해>를 펴낸 김아미 씨는 ‘뉴스 뜯어보기’를 강조합니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는 사건이 있으면 여러 언론사에서 이를 보도하는 데 이때 두 개 이상의 신문을 골라 언론이 같은 사안을 어떻게 같고 다르게 전달하는지 비교하는 겁니다. 내가 이 뉴스를 통해 무엇을 알게 되었고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질문하는 것이 뉴스 뜯어보기의 핵심입니다. 하나하나 되짚어 따져보는 거죠.

글 · 이미지 /
이재은(뉴스큐레이션)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내 의견은 ‘팩트’, 남의 의견은 ‘가짜뉴스’?
한겨레, 2019.7.1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사람잡는 가짜뉴스의 세계…좀 맞자, 가짜뉴스 백신!
브릿지경제, 2019.7.1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산책자]가짜뉴스가 범람하는 이유
경향신문, 2019.7.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김주언 칼럼>> ‘가짜뉴스’ 보다 무서운 ‘딥페이크’ 주의보
스포츠한국, 2019.7.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대학생 이슈 리포트 2019] ④가짜뉴스를 만드는 AI, 가짜뉴스를 잡는 AI
IT chosun, 2019.7.7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가짜뉴스’ 잡는다…방통위, 허위조작정보 자율협의체 출범
뉴스1, 2019.6.1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인터넷 이용자 86% “가짜뉴스에 속았다”…주로 페이스북
뉴스1, 2019.6.12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송민규 SONG Mingyu

송민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과 예술사와 예술전문사 과정을 졸업하였다. 작가는 풍경의 경험에서 나온 데이터들을 가공하거나 분류하고 체계화하여, 기호와 상징, 장식으로 이루어진 화면으로 시각화하는 방식에 대해서 회화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 현실에 기반을 둔 허구적 이미지로 구성된 풍경에 관심을 두고, 정반합의 논리를 이용한 전시 3부작 (SFD: Science Fiction Drawing)을 기획하여, 정신적 노동과 수련, 개인의 규칙, 욕망의 풍경, 서사구조가 없는 장식들을 보여주었다.

금속과 설탕의 결합술(Combination of Metal and Sugar)_Acrylic on Canvas panel_29×40cm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최근 몇 년간 체계적인 시스템 만들기에 몰두했다. 불편한 사회시스템에서 나온 불안한 감정들이 자연스럽게 작업으로 전이되었고, 풍경 같은 소재를 이용해서 무능한 시스템에서 나온 불만들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대부분 작업은 작가 스스로 만든 체계적이고 합리적인 시스템에 관한 미완성된 방식을 얘기한다. 더불어 작업실의 잦은 이동과 변화된 삶의 태도로 인해 자연스럽게 작업의 방식도 바뀌게 된다. 이를테면 시간 대비 작업 제작 방식이나 완성된 작업의 보관법, 혹은 작품 이동 방법에 더 신경 써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작업 진행의 효율성, 모듈화에 따른 규격, 그에 따른 경제적 가치가 적용된 작품 제작 매뉴얼 만들기에 더 몰두하고 있다. 대체로 작업은 몇 가지 언어 혹은 수치의 조합으로부터 발생한 드로잉(그래픽) 작업으로부터 시작한다. 규칙적으로 생산되는 드로잉들은 시간, 장소, 상황, 규격, 언어, 숫자 등으로 구분되었다가, 평면작업으로 옮겨질 때 조합의 요소로서 작동된다. 규칙적으로 생성하는 드로잉들을 이용해서 그래픽 작업으로 번안시킨 후, 다시 회화로 옮기는 형식의 단계로 인해 감흥적인 태도가 최소화된, 정제된 회화 작업으로 만들어진다.

펼쳐진 달 1 / Unfolded Moon 1_Acrylic on Canvas panel_78×270cm (78×54cm, 5piece)_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2016년에 기획한 SFD(Science Fiction Drawing)는 전시 3부작으로 《수영장 끝에 대서양》(경기도미술관, 2016), 《낮보다 환한》(스페이스 캔, 2017), 《금속과 설탕의 겹합술》(KSD갤러리, 2018)이 있다. 각각(은) ‘수영장’, ‘어두운 밤’, ‘결합술’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규칙과 시스템 안에서의 노동과 수련, 비이성적 시대의 뒤틀린 욕망의 풍경, 서사구조가 빠지거나 의미작용이 없는 주변 풍경의 조합으로 이루어진 작업으로 구성된 전시들이다. 세 전시 모두 내가 경험한 일상의 풍경을 소재로 삼고 있다. 작가의 수영 배우기 풍경이자, 수영 연습과도 같이 반복했던 시각 기호로의 번역 훈련이 담긴 ‘개인적 풍경’과, 부조리한 민낯이 드러난 2016~2017년의 암흑기. 그때 발견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밤 풍경 위에 대부도의 인공위성과 인천항의 조명, 인천공항으로 선회하는 비행기의 궤적들이 포개진 ‘사회의 풍경 ’ 그리고 서사를 해체하고 의미가 지워진 이미지들의 우발적인 관계 맺기로 형성된 ‘추상적 풍경’을 전시에 담아냈다. 최근에 이르러 작가의 작업이 단순히 그 자체로 완결되는 것이 아닌 전시 경험과 작업의 전후 맥락까지 포함하는 좀 더 큰 기획의 범주까지 확장되는 경향이 있다. 나 역시 이 지점에 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했다.

SFD Part 1-A 야심적이고 의욕적인_Acrylic on Paper_144×132cm_2015
SFD Part 2-B 수영장 끝에 대서양_Acrylic on Paper_118×336cm_2015

SFD Part 3 (1-100) / 4 (1-10)_Acrylic on Paper_29×40cm / 65×40cm_2016
《수영장 끝에 대서양》 전시 전경_경기도미술관_2016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10여 년 전부터 편집 디자인 일을 하고 있었다. 대체로 작가들의 아티스트 북이나 미술관의 전시 도록을 만드는 일이다. 디자인 작업을 위해 자료를 취합한 후 분석해서 일관된 데이터로 변화시키고, 페이지 내부로 정립하는 과정, 편집의 규칙이나 인쇄물의 판형 그리고 인쇄 기법을 정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회화 작업을 위해 수집한 언어와 이미지들을 계량화, 패턴화, 수치화한 후 템플릿(Template)을 만들어 화면 안에 정렬하는 현재 작업의 방식과 무척 닮아있다. 편집 작업에서 데이터들을 정돈하고, 빈틈없이 구성하고, 꾸미고, 조절하는 행위들은 나를 기민하게 만든다. 이런 과정에서 출발한 모형, 견본, 다이어그램, 레이아웃 실험, 메모, 드로잉들은 자연스럽게 작업의 계기가 된다.

정신노동자의하루_Acrylic, Stainless steel, Vinyl sheet_294×577cm_2016

최근 3년간의 평면 작업을 설명하는 사전을 준비 중이다. 300여 점의 SFD시리즈 작업을 중심으로 작업에 사용된 언어와 수치가 이미지로 번역될 때의 과정, 템플릿의 숨겨진 기호들을 해설하는 형식을 가지고 있다. 클라이언트와 디자이너, 그리고 작가. 이 세 개의 주체가 충돌하는 지점, 출판 목적의 당위성을 발견하지 못한 점, 글을 잘 쓰지 못하는 점이 고민이다.

SFD Part 5;시화공단 공구상가_Acrylic on Canvas_100×240cm_2017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림 자체의 특성상 작가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서사적인 구조를 언어로 장황하게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점이다. 그리고 작업 시스템을 만드는 일련의 과정은 시스템에서 나온 불안한 내 감정을 제어하는 데 큰 의의가 있다. 작업하는 의미 자체가 내 불편한 감정들을 떨쳐낼 수 있는 간단한 방법이면서 동시에 중요한 지점임에도 불구하고, 그 방법들을 타인에게 내세우거나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조금 부끄럽지만, 나는 지금껏 미술이 해야 할 일에 대한 고민이나, 관객과의 소통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물론 예술이 사회에서 작동해야 하는 필요성에 관해서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내 작업을 중심에 두고 예술에 관해 이야기하려니 낯부끄러운 마음에 항상 이런 종류의 질문으로부터 도망쳤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미술가로서 가져야 할 문제의식이 실제 살아가는 내 개인의 문제와 적절한 교집합을 찾지 못해, 그런 질문에 대한 대답을 미룬 것이 아닌지 생각한다.

회색개론 / Gray Outline_Acrylic on Canvas panel_38×26cm (28piece)_2018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변증법 논리의 정반합(正反合)을 이용한 전시 3부작 프로젝트는 내가 작가로서 사회화되는 과정을 그려냈던 것 같다. 뒤틀린 욕망의 풍경 안에서 내가 겪었던 비이성적인 사건과 적당한 관계에 대한 고민에서 시작한 작업으로 인해 적당한 합(合)까지 당도했지만, 또 다른 문제를 마주하게 되었다. 나에게 작업은 반복되는 실패의 연속이다. 새로운 ‘정(正)’에 해당하는 이야기를 가져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그에 따른 새로운 작업 시스템을 만들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든다. 고정된 구조 속에서 진화하는 시스템을 고안하고, 한 곳의 방향으로 점진적으로 나아가는 작가로서의 미학적 실천을 하고 있지만, 매일 작업을 구상하고 그것들을 그려내는 행위들은 아직도 길들지 않았다. 앞선 이야기들을 전제로 반복되는 실패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있다.

낮보다밤이환한지역 3_Acrylic on Canvas_100×100cm_2017

SFD 3부작 전시 중, 레스터(Raster) 형식의 이미지와 벡터(Vector) 이미지의 간극에 대한 고민에서 파생된 작업은, 평면작업이 회화적일 것을 바라는 지점에서 나온 다른 형식의 회화적 연구이기도 하다. 벡터 이미지에서의 선은 보이진 않지만, 허공에 분명히 그어지는 선과 닮아있음을 느낀다. 마치 검술을 연마하는 검객이 허공에 칼을 가르는 행위처럼 허공에 선을 긋는 순간에는 여러 이야기를 가지지 않는다. 주위를 뚜렷하게 바라보는 태도와 삶을 단순하게 정리하고 싶은 작가로서의 욕망을 작업에 그대로 투영하고 싶다.

어둠의 속도_Acrylic on Canvas_180×720cm_2016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grcube@gmail.com




뜨겁지만 혼란스러웠던, MADE 人 인천

<메이드 인 인천> 특별전이 국립민속박물관에서 5월 15일~ 8월 18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2019 인천 민속문화의 해’를 기념하기 위해 개최되었다. 전시는 학술조사를 토대로 인천공단과 노동자의 생활을 보여주며 지역에 이어져 온 문화를 소개하였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서 1부 개항과 산업화, 2부 공단과 노동자로 전개된 ‘메이드 인 인천’ 특별전은 국립민속박물관에서 처음으로 인천을 주제로 전시를 했다는 점이 새롭게 느껴진다. 인천사람들의 삶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살펴보면 그동안 인천에 대해 과소평가했던 부분에 대해 인천시민으로서 반성하게 한다.

그러고 보면 개항 도시인 인천은 늘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지역이었다. 개항 이후 인천은 여러 신문물과 외국인이 유입되는 관문으로 근대화의 상징이었으며, 산업화 시기에는 젊은이들에게 기회의 땅이었다. 그 역사는 한국 경제발전의 기반이었으며 인천 시민의 축적된 경험은 살아있는 기록이었다.

뜨겁지만, 그만큼 혼란스러웠던 도시. 동전의 양면이 있듯 제국주의 열강의 개항 요구에 시달리면서 제국주의 침략이 시작되었던 곳도, 국제적인 근대도시로 처음 자리매김했던 곳도 바로 인천이다. 항만시설, 해운회사, 무역상회 등이 들어서면서 개항도시로서의 대규모 산업화가 이루어졌고 산업화와 더불어 노동운동이 싹튼 곳이기도 하다.

당시 ‘구락부’라 불리던 클럽의 모습이 신기하고, 미국, 영국 등 각 나라의 국민이 자유롭게 거주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서양식 집들이 낯설었다. 중국인들이 모여 살며 만들어진 차이나타운부터 최초의 짜장면을 팔던 공화춘까지 탄생의 역사를 깊숙이 알고 나면 흥미로움과 함께 씁쓸함이 전해온다.

‘최저임금이지만 최저인생은 아니다’ 라고 했던 과거 노동자들의 작업복과 상품, 기록이 나열되어있는 2부 전시에서 지금도 해결하지 못한 최저임금 문제의 뿌리를 보는듯 했다.

이번 <메이드 인 인천> 전시는 인천의 역사를 넘어 한국의 산업화와 발전, 노동자의 삶을 공부하는 데 큰 도움을 주는 전시였다. 아이와 함께 방문한다면 더할 나위 없는 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다.




2019 문화나눔 프로그램 결과전시, <우리들의 이야기>展

[출처] 우리미술관 홈페이지

6월 초 이진우 작가의 열우물 연작 <안녕?!>을 만나고 온 우리미술관에서 다시 한 번 따뜻한 작품 전시를 만나고 왔다. 6월 21일부터 7월 11일까지 동구의 지역주민들이 선사한 2019 상반기 문화나눔 프로그램 결과전시가 우리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다. 상당히 높은 수준의 각종 결과물을 보면서 문화나눔 프로그램이 단순한 문화 경험 향유 그 이상의 의미 있는 내용으로 진행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인천 동구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나눔 프로그램
인천 동구의 문화나눔 프로그램은 동구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문화 예술을 통해 마을 주민은 서로 소통할 수 있으며 마을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수업들로 구성하였다. 현재까지 수년째 지속하고 있는 프로그램 운영으로 문화나눔 프로그램은 지역 주민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좋다. 2019년에는 4월 11일부터 6월 15일까지 상반기 문화나눔 어린이반, 도자기반, 어르신반 수업을 진행하였는데, 동구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프로그램 지도 선생님들의 열정으로 이번 결과물 전시는 훨씬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출처] 직접촬영

어린이반, 어르신반, 도자기반의 특색 있는 결과물
문화나눔 프로그램 전시는 연령별로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진행하고 있다. 4월 13일부터 6월 15일까지 10주 동안 진행된 어린이반 통합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에서는 미술, 음악, 연극을 함께 배우며 김영란, 박상명, 김규리 선생님이 같이 지도하였다.
동구 지역의 괭이부리마을 설화를 이용하여 다양한 예술 영역으로의 확장이 이뤄졌으며 실제로 거주하는 지역과 연관된 주제로써 어린이들에게 훨씬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었다. 심지어 관람객들이 작품 구매 가능 여부를 물어보기도 하는데, 프로그램 참여 외에도 동구 지역 어린이들에게 널리 배포되어 활용되면 좋을 정도의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다. 4월 11일부터 5월 30일까지 8주 동안 진행된 어르신반에서는 푸드아트 작품을 만들며, 꽃 그림을 그려 컵과 방석을 만들었다. 헌 옷을 이용한 작품 전시가 특히 인상적이었으며 어르신들에게 새롭게 다가갈 수 있는 프로그램 구성으로 반응이 매우 좋았다고 한다. 4월 19일부터 6월 7일까지 8주 동안 진행된 문화나눔 도자기반은 도예가 예성호, 이동하 선생님의 지도로 각자 이야기를 담은 부조 작품과 화병을 제작하였다. 전문가 수준으로 탄생한 도자기 결과물을 보고 다음 문화나눔 도자기반에 직접 참여하고 싶다고 의사를 밝힌 관람객들도 많았다고 한다.

[출처] 직접촬영

계속 발전하고 성장하는 동구 주민들의 문화나눔 프로그램
작품 전시 담당자의 안내에 따르면 동구에서 진행되는 문화나눔 프로그램은 연령대별로 꾸준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번 어린이반의 경우에는 예정 정원 25명을 훌쩍 넘은 인원이 신청하였고 그 인원을 모두 수용하여 오전, 오후반 수업을 진행하였다. 각 반 모두 예정 정원보다 훨씬 많은 지원자가 참여하여 프로그램을 지도한 선생님들의 노고가 매우 컸다고 한다. 계속 발전하고 성장하는 동구 주민들의 문화나눔 프로그램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주민들의 애정과 정성이 고스란히 담긴 소중한 문화나눔 프로그램 결과물은 우리미술관 전시일정 이후 인천 동구청으로 옮겨져 7월 11일부터 7월 18일까지 전시될 계획이다.




“극단 MIR 레퍼토리” 입체낭독공연”
<마드모아젤 까못을 위한 레퀴엠>

2019. 07.05~06
@송도 트라이보울 내부공연장
Saeed Reza Khoshshans 작
이재상 연출
양은영, 박은희, 권훈, 임해승, 유무선, 문이지 박하늘 외 출연
주최/주관 : 극단 MIR 레퍼토리

시민기자단 장유하




[큐레이션 콕콕] 채식주의자

한 여성이 무한리필 고깃집에서 ‘육식은 폭력행위’라고 외칩니다. 식당 관계자가 나가 달라고 하지만 여성(A씨)은 “우리 인간이 인간답게 살 권리가 있는 것처럼 돼지도 돼지답게, 소도 소답게, 동물도 동물답게 살 권리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채식주의자이자 동물권 활동가인 A씨는 지난달 19일 트위터에 자신의 1인 시위 영상을 올렸습니다.

영상과 함께 A씨는 “폭력이 일어나고 있는 현장에서 동물의 현실에 대해 알리고 직접 의견을 표출하는 움직임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고 적은 뒤 “누군가와 싸우거나, 누구를 비난하는 등의 폭력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 만약 비폭력적인 방해시위로 인해 사람들이 불편함이나 긴장을 느낀다면 그건 동물이 처한 현실에 대해 인지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영상은 모자이크 처리 없이 공개됐습니다.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지만 누리꾼들의 반응은 싸늘했습니다. “영업하는 식당에서 과한 행동”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가축 도살 과정이 비인도적이라는 데는 동의하지만, A씨의 행동은 채식주의 강요”, “다른 채식주의자들에게까지 피해를 주는 행동”이라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영업장의 사업주, 근로자 그리고 식사하던 손님들에게 비물리적 폭력을 행사했다”, “도덕성에 취해 남들한테 무슨 민폐인가”, “저 동영상에 나오는 손님들의 동의는 구했나, 사상 강요하기 전에 초상권부터 지켜라”는 뉘앙스의 멘트가 많았죠.

출처: 서울경제

A씨는 ‘서울 애니멀 세이브’와 함께 시위를 기획, 실행에 옮겼습니다. 서울 애니멀 세이브는 ‘비질’이라는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데 비질(Vigil)이란 도축장, 농장, 수산시장 등을 방문해 육식주의 사회의 현주소를 기록한 뒤 많은 사람들과 공유해 폭력적인 현실의 증언자가 되는 것을 말합니다.

지난해 프랑스 북부 릴에서는 급진 채식주의자들이 정육점을 습격한 일이 있었습니다. 정육점을 향해 돌을 던지고, 스프레이로 자신들의 구호를 적었습니다. 영국 켄트에 있는 한 정육점은 ‘종 차별을 금지하라’는 문구로 뒤덮였습니다.

지난 4월 호주 주요 도시의 대형 도축장 등에서는 과격 채식주의자 수백 명이 쇠사슬로 몸을 묶은 채 동물 해방을 주장하는 시위가 있었습니다. 멜버른 시내에서 100여명의 시위대가 자신들의 몸을 자동차에 묶고 중심 도로를 점거했고, 시위대 해산 과정에서 10대 3명 포함 주동자 39명이 체포됐습니다.

스웨덴에서는 생후 18개월 된 딸에게 ‘채식 식단’을 먹여 영양실조에 이르게 한 부모가 징역 3개월을 선고받았습니다. 채식주의자인 부모는 모유와 함께 현미, 감자 등 영양성분이 제한된 음식을 아이에게 제공했는데, 조사 과정에서 어머니는 사람이 장기간의 정신적, 육체적 훈련을 받으면 물이나 음식 없이도 살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아이를 진찰한 의사는 아이가 죽기 몇 시간 전에 온 것이나 다름없다고 진술했습니다.

차량에 쇠사슬로 몸을 묶고 농성을 벌이는 호주 채식주의자들
출처:연합뉴스

한국채식연합에 따르면 국내 채식 인구는 전체 인구의 2~3%인 100만~150만 명입니다. 10년 전인 2008년의 15만 명과 비교하면 10배가량 늘어난 셈입니다. 사람들은 다양한 이유로 채식을 합니다. 건강 때문에, 동물 애호나 종교 등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음식 취향 때문에 채식주의자를 선언합니다.

1년째 페스코 채식 중인 이모(28·여)씨는 “육식을 위해 사육하는 동물들이 엄청난 양의 메탄가스를 배출한다는 얘길 듣고 작은 행동이나마 지구온난화를 막는 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동물해방물결의 윤나리 공동대표는 동물을 보호하기 위해 채식을 시작했습니다. “육식 때문에 잔인하게 도살당하는 동물이 적지 않다. 동물 착취를 방지하는 최선의 방법은 채식”이라고 강조합니다.

초등학교 교사 양보라(40)씨는 회식 때문에 간헐적 채식을 합니다. “다 같이 중국집에 갔는데 혼자 땅콩만 먹고 있을 순 없잖아요. 현실적으로 타협한 거죠.” 영양 불균형을 염려해 간헐적 채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리랜서 디자이너 오영(40)씨는 빈혈 때문에 일주일에 하루는 붉은 살코기를 먹고 나머지 날에는 과일과 채소를 먹는 생활을 유지합니다. 미국 뉴욕타임스의 음식 칼럼니스트 마크 비트먼은 ‘저녁식사 직전까지만 채식주의자’입니다. 매일 오후 6시까진 채식을 하고 저녁 먹을 때는 육류나 생선도 편하게 즐기는 겁니다.

2018년 세계 채식주의자의 날을 기념해 인도에서 채식주의자들이 ‘육식은 살인이다’라는 팻말을 들고 시위하는 모습
출처:중앙일보

채식이라고 해서 고기를 전혀 먹지 않고 채소만 고집하는 것은 아닙니다. 섭취하는 음식의 종류에 따라 ‘채식주의자(Vegetarian)’와 ‘준채식주의자(Semi-Vegetarian)’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채식주의자는 4종류로 나뉩니다.
‘락토 오보(Lacto Ovo)’-육류·어류는 먹지 않지만 계란과 유제품은 먹는다.
‘오보(Ovo)’-계란은 먹지만 육류·어류·유제품은 먹지 않는다.
‘락토(Lacto)’-식물성 식품에 치즈, 요구르트 등 몇 가지 유제품은 먹지만 육류·어류·계란은 먹지 않는다.
‘비건(Vegan)’-오로지 식물만 먹는다. 육류·어류·달걀·유제품 등 동물성 식품은 절대 먹지 않는다.

비건은 뿌리나 줄기는 먹지 않고 열매만 먹는 ‘프루트(Fruit)’와 열로 조리하지 않은 생채소만 먹는 ‘언쿡트(Uncooked)’ 등으로도 구분됩니다.

준채식주의자에도 세 종류가 있습니다.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평소에는 채식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육류를 섭취한다.
‘폴로(Pollo)’-유제품·달걀·조류·어류는 먹지만 돼지고기·소고기 등 붉은 살코기는 먹지 않는다.
‘페스코(Pesco)’-유제품·계란·어류는 먹지만 육류와 가금류는 먹지 않는다.

출처: 세계일보

채식을 시작한 사람들을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20·30대가 많습니다. 한국채식연합 이원복 대표는 “이 세대의 특징 중 하나가 소비할 때 실용성 외에 윤리성까지 중시하는 것”이라며 “다양한 매체를 통해 공장식 축산의 폐해와 잔인한 동물실험 등을 접하면서 육식에 대한 거부감이 커진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분석합니다.

지난 6월 29일 조선일보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육식이 비윤리적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응답자는 20대(26.0%), 30대(25.4%), 40대(20.5%), 60대(20.3%), 50대(18.5%) 순이었습니다. 채식주의자에 대한 반감 또한 20대와 30대가 다른 세대보다 높았습니다. ‘채식주의자가 위선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느냐’는 물음에 ‘그렇다’고 대답한 비율이 각각 26.6%, 24.9%로 50대(16.7%), 60대(18.9%)보다 앞섰습니다.

이러한 양가감정에 대해 인하대 소비자학과 이은희 교수는 “밀레니얼 세대는 자신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가치는 적극적으로 퍼뜨리지만 자기와 다른 생각은 용납하지 못하고 바꿔야 한다고 여긴다”며 “육식과 채식을 사이에 두고 자신과 가치관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반감이 드러난 결과”라고 분석합니다.

출처: 뉴시스

대한민국에서 채식주의자로 살아가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입니다. 채식을 중뿔나게 보는 시선 때문입니다. 직장인 김모(42)씨는 채식주의자로 사는 일을 “자발적으로 핸디캡을 껴안는 일”이라고 표현합니다. 강모(27·여)씨는 “가족들마저도 내 앞에서 고기 먹는 걸 어려워한다. 나름대로 신경 써주는 것이지만 오히려 더 불편하게 느껴진다”고 털어놓습니다.

‘채식 완벽주의’ 때문에 힘들어 하는 채식주의자도 있습니다. 채식에 단계가 있다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던진 ‘채식 한다면서 왜 달걀(또는 생선)을 먹느냐’ 같은 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겁니다. 채식주의자 스스로 완전채식(비건)을 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기도 합니다.

사회적으로 ‘채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트렌드코리아 박성희 수석연구원은 “회식 때 삼겹살을 먹는 일은 일상에서 흔하다. 사회가 채식주의자들을 좀 더 배려해 사회적 다양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한국채식영양연구소 이광조 박사는 “유럽 국가들이나 미국은 학교 급식부터 채식 메뉴가 잘 돼있는데, 우리나라 급식은 단백질을 꼭 육류로 섭취해야 하는 것처럼 운영된다. 제도부터 고쳐야 채식주의자를 유별나게 보는 시선이나 이들이 겪는 어려움이 개선될 수 있다”고 강조합니다.

글 · 이미지 /
이재은(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음식이 아니라 폭력입니다” 고깃집에서 시위한 채식주의자
YTN 뉴스, 2019.6.26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댓글살롱] ‘살해 멈춰!’ 고깃집서 외친 채식주의자 논란
서울경제, 2019.6.2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고기 먹지 않겠다”… 달걀 먹으면 채식주의자일까
코메디닷컴, 2019.4.3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육식은 비윤리적” 응답 비율 2030이 높지만… “채식주의는 위선” 응답도 높아
조선일보, 2019.6.29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육식 반대”…유럽서 채식주의자 ‘정육점 습격’ 잇따라
JTBC 뉴스, 2019.4.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동물·환경 생각하면 고기 ‘못’ 먹죠”… 채식의 세계
세계일보, 2019.5.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7. 스웨덴 부모, 18개월 아이에게 ‘채식식단…징역 3개월
뉴시스, 2019.5.2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다시 못 올 그날들을 추억함 :
다문화가족 친구들과 함께 한 <2018 삼별초 역사탐방>

고려 무인집정자 최우(崔瑀, ?∼1249)가 집권하던 때 만든 삼별초(三別抄)는 “날쌔고 용감한 자를 특별히 가려 뽑은 3개 부대(좌별초, 우별초, 신의군)”라는 뜻으로, 13세기 대몽항전의 가장 강력한 전투집단이었다. 1231년(고종 18)부터 시작된 몽골과의 전쟁에서 39년 만에 고려의 항복과 동시에 강도(江都, 강화도)에서 개경으로 환도를 결정하자 삼별초는 곧바로 이를 거부하고 강도에서 봉기하였다.

다문화 시대 삼별초 역사 이해
1270년(원종 11) 6월 강화도에서 거병하여 진도를 거쳐 1273년 2월 제주도에서 종말을 고한 삼별초 항쟁은 대몽항쟁에 이은 역사적 사건이었다. 한국사에서 삼별초 항쟁은 ‘삼별초의 난’, ‘호국의 항쟁’ 등 시대에 따라 극단적으로 평가되어 왔다. 다문화 시대인 오늘날에는 축적된 연구 성과를 토대로 삼별초 역사를 ‘반란집단’이나 ‘호국의 화신’으로만 규정하는 편협한 일국사(一國史)의 관점에서 벗어나, 동아시아사 관점에서 역사적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원나라의 고려 지배가 나비효과처럼 이성계의 역성혁명으로 이어진 것같이 ‘원 간섭기’ 역사가 이후 한국사 전개에 큰 영향을 주었고, 삼별초 항쟁도 해당 지역 사회의 역사와 정체성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제주도가 말(馬)의 고장이 된 것도 삼별초 항쟁 이후부터다.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도로 보내라”는 속담으로 대표되는 제주도의 말 문화는, 우리 선조들이 700여 년 전 토착인들과 이주한 몽골인들이 어울려 만들어 낸 다문화사회의 결과물이었다.

인천문화재단 인천역사문화센터는 2018년 11월 22일(목)부터 25일(일)까지 3박 4일간 인천 관내 다문화가족 중고생들과 함께 강화도-진도-제주도 삼별초 항쟁유적을 답사하는 <2018 삼별초 역사탐방>을 진행했다.

2018년은 고려 건국 1,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이를 기념하여 준비한 <2018 삼별초 역사탐방>은 고려 강화도성이 있던 인천광역시의 역사도시 위상을 높이고, 다문화 미래세대에게 향토 역사유산 이해를 통한 자긍심 함양과 고려 삼별초 항쟁 지역 간 역사문화 교류를 통한 역사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기획한 프로그램이었다.

다문화가족 친구와 비()다문화가족 친구가 함께하다
<2018 삼별초 역사탐방>은 기획부터 미래세대에 초점을 맞추되 사회적 약자 및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방향이었다. 참가대상은 자연스럽게 다문화가족 중고생으로 정해졌고, 탐방 목표도 “다문화 시대 미래세대의 한국역사 이해 확대와 향토 역사유산 애호 및 자긍심 확대에 기여”로 설정하였다.

인천광역시교육청과 (인천시 거점센터인) 부평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협의를 통해 다문화가족 중고생이 비(非)다문화가족 친구들과 동행하는 형식으로 탐방단을 구성했다. 계양구·남동구·중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추천한 31명이 참가했는데, 중학생이 27명(1학년 13명, 2학년 9명, 3학년 5명), 고등학생이 4명(모두 1학년)이고, 남학생이 23명, 여학생이 8명이었다.

삼별초, 살기 위해 봉기하다
탐방 첫째 날, 강화도에서는 안양대 김형우 교수님의 안내로 강화 읍내 고려궁지와 외포리 삼별초항쟁비를 답사하면서 강화천도와 삼별초 봉기에 대해 설명을 들었다.

고려궁지 승평문 앞에서 김형우 교수님의 설명을 듣는 모습

교수님은 “고려가 몽골에 항복하면 그들에게 칼을 겨누었던 자신들 모두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 봉기하게 되었다”고 알아듣기 쉽게 이야기해 주었다. 북방 유목민족 전사집단에 그러한 관행이 있다는 것을 삼별초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삼별초가 진도를 향해 출발했다는 외포리 포구 근처에 세워진 삼별초항쟁비에서

항쟁비 인근 망양돈대에 올라서는 인솔자 선생님의 지도로 ‘나는 대장이다’ 게임을 하면서 서로 얼굴을 익혔다.

망양돈대 안에서 황은숙 선생님이 가르쳐 준 ‘나는 대장이다’ 놀이

점심을 먹고 748년 전에는 배를 타고 갔지만 우리는 전세버스를 타고 진도로 향했다.

세월호 항적과 같았던 삼별초 항로
탐방 둘째 날도 날씨는 맑고 춥지 않았다. 진도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삼별초 전문가 공주대 윤용혁 명예교수께서 안내하셨다. 신비의 바닷길 기념탑을 잠깐 구경하고 나서 삼별초가 왕으로 세웠던 승화후 왕온(王溫) 무덤으로 향하였다. 윤 교수님은 무덤 앞에서 “따뜻한 이름을 가진 온왕께서 여러분들을 반기시는 모양”이라고 말문을 열며 시종 넘치는 유머 감각으로 삼별초 항쟁 의미에 대해 설명하셨다.

삼별초가 왕으로 추대했던 승화후 왕온 무덤에서

윤 교수님과 동행한 사모님도 30여 년 경력의 교육자로서, “자신이 경험한 소중한 추억을 일기로 남겨 자신만의 자랑거리로 삼으라”는 ‘적자생존’의 경험담을 재미있게 얘기해 주셨다. 버스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진도아리랑을 부르며 분위기를 돋우셨고 삼행시 짓기도 했다. 친구들이 즉석에서 지은 용장성 삼행시 중에는 “감한/ 군 배중손은/ 중의 최고인 용장성을 쌓았네” 처럼, 번득이는 재치가 만만치 않았다.

삼별초 궁궐이 있었던 진도 용장성에서 기념촬영

윤 교수님은 빔프로젝터를 직접 가지고 오는 열정을 보이셨다. 개경이 있는 북쪽을 향해 자리 잡은 용장성(龍藏城) 유적지에서 PPT로 세월호 항로와 같았던 삼별초 항로와 그 운명에 대해 강의할 때는 분위기가 자못 숙연해지기도 했다. 친구들은 온왕 무덤과 용장성에서 보고 들은 삼별초 이야기를 잊지 못할 것이다.

신안선 유물을 보는 학생들

 

점심을 먹고 목포로 이동하여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해양유물전시관을 견학하였다. 700여 년 전 중국에서 일본으로 항해하다 신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국제무역선이었던 ‘신안선’에 친구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아직은 실물을 직접 봐야 내용을 더 잘 이해하는 듯했다. 첫째 날 낯설었던 친구들이 하룻밤을 자더니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분위기가 많이 누그러졌다. 전시관 견학 후 광주공항에서 제주도로 날아갔다. 비행기를 처음 타보거나 제주도를 처음 가는 친구가 적지 않았다. 설레고 약간은 흥분한 표정들이었다.

삼별초가 쌓은 환해장성, 제주 역사문화의 상징
셋째 날, 제주도에서 첫 일정은 고구려 담덕(광개토대왕) 이야기를 주제로 한 마상공연 관람이었다. 아이들은 역시 공부보단 노는 걸 더 좋아했다. 금릉 해안에서 비양도가 바라보이는 비췻빛 맑은 바다의 아름다운 광경을 보고 모두 즐거웠다.

비양도가 바라보이는 금릉해변에서

제주도에서 삼별초 항쟁 역사는 제주학 전문가 김일우 박사께서 설명해 주었다. 항몽의 거점 항파두성(缸坡頭城) 유적지에서 “제주도는 삼별초 항쟁유적이 가장 많이 남아있는 곳으로, 3년여 항쟁 끝에 제주도에서는 고려 사람들과 몽골 사람들이 어울려 독특한 말(목장) 문화를 만들어냈다”고 하면서 “전쟁을 통해 만난 것이 안타깝지만 이민족과의 접촉을 나쁘게만 볼 게 아니다”라고 의미를 말씀해 주셨다. 고개를 끄덕이며 친구들이 진지하게 경청했다. 전시관을 나와 바다가 바라보이는 토성을 직접 걸어보기도 했다.

삼별초의 제주 근거지 항파두성 유적지에서 기념촬영

제주도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 탐방은 국립제주박물관에서도 이어졌다. 제주도의 다른 이름이 ‘탐라(耽羅)’인데, 탐라는 ‘한라산 아랫 마을’이란 뜻으로 고려 때 바뀐 ‘제주’보다 훨씬 오랫동안 사용된 이름이라고 한다. 박물관에서 김 박사님의 안내로 제주의 자연환경이 빚어낸 역사와 문화를 둘러본 후 마지막 일정인 화북 환해장성(環海張城)을 답사했다.

연대에서 환해장성의 의미를 설명하는 모습

“바닷가에 담장처럼 쌓은 환해장성은 제주 역사문화의 상징이다.” 박사님은 봉화를 피우던 연대(煙臺)에 올라 장성을 바라보며 설명해 주셨다. 환해장성은 삼별초가 제주에 들어오는 걸 막기 위해 쌓았다가 삼별초가 다시 빼앗아 쌓은 이래  1830년대까지 왜구와 이양선의 습격으로부터 제주를 지키기 위해 제주 사람들이 계속 쌓았다고 한다. “제주도는 화산섬이라 땅은 척박하였지만 ,전복 등 해산물의 보고였지요. 중앙정부는 특산물을 계속 징발해야 했기 때문에 제주 사람들이 뭍으로 나가는 것을 막아야 했습니다.” 환해장성은 외부의 침입자를 막는 것뿐만 아니라 내부 통제용 성격도 있었다고 설명하셨다.

제주도의 전설적인 자선 사업가 김만덕(1739∼1812)은 눈동자가 두 개라는 이야기, 김만덕의 눈동자는 두 개가 아니라는 논문을 쓴 다산 정약용 이야기 등 김일우 박사님이 들려주는 제주 사람들 이야기에 친구들은 귀를 기울였다. 강화도에서 진도를 거쳐 제주도로 이어진 삼별초 역사탐방은 거친 바닷바람을 맞으며 환해장성을 답사하는 것으로 마무리하였다.

친구들의 우정과 배려심을 확인하다
첫째 날 저녁 진도에 도착했을 때 목이 매우 아프고 열이나 힘들다고 얘기한 중학교 1학년 친구 3명이 있었다. 같은 학교에서 온 친구들은 같은 방을 배정받았다. 학생 부모님들과 상의한 후 인솔자 고현정 선생님이 진도 병원 응급실로 바로 데리고 갔다. 이튿날 아침에 2명은 나았지만 1명은 열이 내리지 않아 다시 병원엘 갔다. 밤사이 친구가 힘들어해서 덜 아픈 두 친구가 번갈아 간호했다고 한다. 

아픈 친구는 출발 전날에도 감기 기운이 있었지만, 다문화 친구들과 함께 탐방하고 싶어 부모님께 졸랐다고 했다. 잘 먹지 못하고 힘들어하는 친구에게 귤도 까주고 땀도 닦아주고 기댈 수 있도록 어깨를 빌려주는 모습을 버스에서 보았다. 마지막 날 밤 다행히 컨디션을 회복했는지 간식 시간에 그 친구들은 다른 친구들이 먹기 좋게 치킨과 피자를 테이블마다 옮겨다 놓고, 다 먹은 후에는 정리까지 말끔하게 해 놓고 올라갔다. 그 친구들이 대견했다.

신분증을 두고 와 공항에서 팩스로 받거나, 늦잠을 자서 호텔 아침밥을 먹지 못하거나, 치아 교정기를 잃어버리거나, 휴대폰을 놓고 다니거나, 지갑을 분실했다가 되찾는 등 크고 작은 일이 있었지만 3박4일을 큰 탈 없이 마칠 수 있었던 건 친구들이 서로를 배려했기 때문이었다. 역사탐방 몇 달 전에 다문화 친구를 괴롭히다 친구를 숨지게까지 한 안타까운 일이 인천에서 있었던 까닭에, 첫째 날 인천역에서 14∼17살 친구들을 처음 만난 순간 이번 탐방의 목표를 “안전과 즐겁게”로 생각을 고쳐먹었던 기억이 난다.

김포공항에서 해산 후 귀가하는 길에 참가학생과 학부모로부터 “좋은 경험을 하게 해줘서 고맙다”는 문자를 받고는 기분이 참 좋았었다. 지금도 <2018 삼별초 역사탐방>을 회상하면 돌발 상황에 식은땀을 흘리며 뛰어다니던 게 떠오르지만, 탐방을 함께 한 친구들에겐 무엇보다 한때의 즐거운 추억이었기를 하는 바람이다.

글 · 사진 /
정학수(인천역사문화센터 연구원)




정희민 CHUNG Heemi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정희민은 홍익대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과 전문사 과정을 이수했다. 작가는 첫 개인전 《어제의 파랑》(프로젝트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2016)을 시작으로, 게임이나 광고 이미지, 3D오브젝트 등과 같이 휘발성을 특징으로 하는 디지털 이미지의 전략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작업의 소재로 삼아왔다. 회화를 매개삼아 물리적인 실체보다 이미지로 먼저 파악되는 세계에서 ‘우리가 어떻게 실재를 감각하는가’, 또는 ‘정체성이라는 단어는 유효한가’ 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변화하는 언어, 인지방식 등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또한 디바이스에 잠식된 현재의 세계에서 회화 혹은 물질이 가질 수 있는 의미에 대해서 끊임없이 질문하며 작업하고 있다. 아크릴의 물성을 실험해왔고, 한 화면 위에서 서로 다른 물질들이 만나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표현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UTC-7:00 JUN 오후 세시의 테이블》 전시 전경_금호미술관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스크린 안팎으로 세계를 마주하며 느끼는 것을 그림에 담아낸다. 스크린 속의 세계는 완벽한 알고리듬(algorithm)으로 작동되는 세계로, 끊임없이 환영을 제공한다. 그것이 가진 질서 혹은 규율과 무질서한 현실의 대비로 생기는 일종의 착오들이 나의 작업의 시작점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치게 많은 것들을 보고, 보는 것이 신체의 많은 감각을 대체하며, 손가락 끝으로 사고하는 것이 익숙해진 세계에서 무엇이 실재인가를 구분해내는 일이 무의미하게 여겨질 때가 많다. 또한 스크린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 현실의 시각을 압도하게 될 때도 있다. 나는 그런 ‘지금’의 공간 안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 사물들을 관찰하며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특정한 감각이나 그에 적응하기 위한 방식에 대해 이야기하고, 이질적인 환영들이 뒤섞이는 공간을 물성 간의 차이를 통해 표현하고자 한다.

 
Three Faces 3_Acrylic on Canvas_80×130cm_2018   Faces 1_Acrylic on Canvas_33×53cm_2018

최근에는 모델링 툴을 이용해서 공간을 만들어 내는 작업을 주로 한다. 전시를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모델링 툴을 사용하기 시작했는데, 그 과정에서 경험한 기묘한 몰입감이 지금 하는 작업들의 모티베이션(motivation)이 되었다. 검색을 통해 여러 사람들이 만든 가상의 사물들을 만져보고, 그것을 다시 가공하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그것들은 사람들 각자가 인지하는 사물 혹은 대상을 그 나름의 방식으로 재현해낸 것들인데, 그렇게 결이 다른 모습들이 한데 모여 있는 것을 보는 것이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으로, 나는 작업은 먼저 모델링 툴과 그래픽 툴로 거의 완성에 가까운 이미지를 만들고, 그것을 어떻게 물리적으로 구현하는지 고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구현이 가능한 것인지 확인하는 과정 없이 스케치를 하는 것이 새로운 표현을 가능하게 하기도 한다. 보통 에어브러시를 사용해 바탕이 되는 공간을 그리고, 그 위에 다시 페인팅 미디엄을 이용해 레이어(Layer)를 만들어낸다. 중간 중간에 브러시를 이용해 이질적인 레이어를 넣기도 한다. 내가 그림을 그리는 프로세스는 거의 그래픽 툴의 이용방식과 흡사한데, 이미지와 물성을 사용하는 방식 자체가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감각의 가장 큰 부분이기도 하다. 평면이 가진 매체로서의 한계적인 조건들을 언어적으로 잘 이용하고 싶은 생각이다.

《Subscale》 전시 전경_갤러리 룩스_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가상의 정물들을 통해 정체감에 대해 이야기했던 두 번째 개인전, 《UTC-7:00 JUN 오후 세시의 테이블》(금호미술관, 2018)은 나에게 향후 어떤 조형 언어로 이야기를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실마리가 되었다. 이 전시는 ‘꿈’에 대한 이야기로,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들을 배치한 가상의 테이블을 만들었고, 그중 나는 하나의 사물이 되어 공간 안을 떠다니며 본 장면들을 그림과 글로 그렸다. 이 사물들이 가진 덩어리감을 강조하기 위해 텍스처 없이 기본적인 구조와 명암, 그림자만을 활용해 형상을 그렸고 그 위에는 겔 미디엄과 유화물감을 활용한 비정형의 얼룩들을 남겼다. 나는 정물들이 놓인 가상의 공간이 가진 속성이 꿈의 속성과 유사하다는 점에 주목하여 내가 생각하는 스크린 속의 세계를 은유하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그 공간은 광활하고, 끊임없이 증식하며, 절대로 늙지 않고, 쉽게 모습을 바꾸며 허물어졌다가 생성되기를 반복한다. 한 개인이 그런 유연하면서도 압도적인 통제의 공간을 마주하며 느끼는 어떤 무력감이나 소외감 등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

《UTC-7:00 JUN 오후 세시의 테이블》 전시 전경_금호미술관_2018

가장 최근에 삼육빌딩에서 열렸던 전시 《이브》(삼육빌딩, 2018)에서 선보였던 두 점의 페인팅은 이러한 공간에 관심사를 더욱 구체화한 작업들이다. 특정한 시간이 도래하기 이전의 유령 같은 시간을 이르는 ‘이브(eve)’라는 단어를 듣고 휴지통이라는 공간을 떠올렸다. 어쩌면 곧 폐기될,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이미지, 텍스트, 정보의 조각들을 안고 있는 어떤 공간, 다시 복구될 잠재성만을 갖고 있는 휴지통의 속성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현재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브’라는 시제와 맞닿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다. 전시를 위해 휴지통에서 건져 올린 이미지들을 이용해 곧 잊혀질 세계에 적응하는 방식을 이미지화해보고 싶었고, 그렇게 나온 것이 이미지와는 다소 반어적인 제목의 두 작업 〈May Your Shadow Grow Less〉와 〈Erase Everything but Love〉 이다.

 
May Your Shadow Grow Less _Acrylic on Canvas_460×240cm_2018   Erase Everything but Love_Acrylic on Canvas_290×190cm_2018

앞서 언급한 금호미술관에서 전시된 작업들과 유사한 프로세스로 그려졌는데, 지금 내가 보고 있는 풍경들은 하나의 불투명한 이미지로 재현될 수 없다는 견지에서 레이어간의 물성차를 더욱 극대화하여 폐허의 공간을 그렸다.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단어는 ‘환영(Illusion), 물질성(Materiality), 레이어(Layer)’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환영과 물질성은 어찌 보면 서로 대치되는 단어인데, 이것들이 평면위에서 만나 충돌하고 이율배반적인 화면을 만들어내는 내는 데에 관심이 있다. 레이어는 환영에 깊이를 더하는 장치로 사용한다. 앞서 무엇이 실재인가를 구분해내는 일이 무의미하게 여겨질 때가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 실재감과 생동감에 대한 욕구는 실존 감각에 대한 본능적인 욕구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일상생활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이 차가운 유리를 만지며 보내는 사람들이 어디에서, 무엇으로부터 그러한 욕구를 채우게 되는가를 자주 생각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이러한 환경에서 실제 물질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일의 의미에 대해 자주 묻게 된다. 잠정적으로 답하자면 회화는 나 스스로가 이 세계에 접촉해 있음을 환기하는 도구의 역할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

《EVE》 전시 전경_삼육빌딩_2018

Q.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물며 진행할 작업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최근 나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몇 가지 명상(meditation) 앱을 설치했다. 모바일 명상 서비스는 주로 5분에서 10분가량의 세션들을 제공하며 월 3달러에서 10달러 사이의 가격으로 아름다운 풍경 이미지와 잔잔한 음악을 배경으로, 숨을 들이마시고 뱉는 방식 외의 개인을 통제하는 다양한 노하우를 전수한다. 우연히 그 가운데 명상의 일환으로 ‘브레인마사지’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발견하게 되면서 시각적으로 구현되는 촉각이 전제하는 일정한 조건들에 생각하게 되었다. 일상의 안식 또한 무엇인가를 ‘보는 행위’로 대체하도록 하는 이러한 영상들은 ‘브레인마사지’, ‘브레인오르가즘’ 등으로 불리며 대체로 투명한, 끈적끈적한, 섞여있는, 구형(globular)의 물질을 반복적으로 주무르고 붓고 자르고 캐스팅하는 등의 행위와 함께 생동감 혹은 실재에 대한 감각(liveliness)을 선사하며 뇌에 일종의 자극을 제공한다. 나는 이것이 스스로 작업을 제작하며 느껴온 어떤 감각들과 유사함을 발견한다. 실제 물질을 경험하는 느낌을 ’보는 것’이, 반대로 어떤 욕망을 대체하고 있는가를 생각해보며, 이를 회화의 존속 이유와 연결하여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상의 대부분의 경험이 디바이스로 매개되는 환경 속에서 어떤 이미지가 실재감과 생동감을 전달할 수 있으며, 이 이미지들이 새로이 획득하는 가치는 무엇인지 또한 왜 우리는 여전히 그려진 어떤 것을 보고 느끼기를 원하는지와 같은 질문을 가지고 기괴한 만족감을 선사하는 전시를 만들어보려 한다. 최근 들어 작업을 혼자 구상하고 키워나가는 일에는 한계가 있음을 자주 느낀다. 함께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한 동료 작가들 가운데 다른 매체를 다루는 작가들과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협업하며 내가 상상할 수 있는 이상을 만들어내고 싶다.

 
Breakfast 2_Acrylic on canvas_162×97cm_2018   Icecream_Acrylic on canvas_90×72cm_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예술이 무엇인지에 대해 자주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저 늘, 보다 정확한 언어를 구사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구상하는 대부분의 작업이 실현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점점 신중해지기도 하고, 착수하는 일이 언제나 힘들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느 시점을 넘어 한 점 한 점이 완성되어 갈 즈음 느끼는 카타르시스가 있고, 그 단계를 넘어서면 표현할 수 있는 것들이 더 많아진다. 마치 아이가 언어를 배우는 것처럼, 그 시간을 위해 작업한다. 나는 대부분의 그림을 기계를 이용해서 기계와 같은 방식으로 그리기 때문에 혹자가 보기에는 지나치게 감정이 제거된 그림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내가 언제나 감정에 대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 그림들이 무척이나 표현적이라 느낀다. 아무리 빈틈없이 그리려 해도 언제나 틈은 생기기 마련이고, 그 틈으로 새어 나오는 인간적인 감정을 내가 의도하는 방식대로 공감해주는 분들을 만나면 그게 작업하는 원동력이 된다.

《Allover》 전시 전경_하이트컬렉션_2018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앞서 창작을 해나가는 것을 언어를 배우는 일에 비유했는데, 그렇기에 작업은 갈증의 연속이다. ‘아’라고 말하고 싶은데, 자꾸 ‘어’라고 말하게 된다. 작업을 지탱하는 공간과 제작할 때의 에너지, 결과물(output), 그 안에 내재된 형상이든 개념이든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모든 조건들이 맞물려 힘을 뿜어내는 전시를 만들고 싶다. 이것은 일종의 판타지이기도 하다.

《An Angel Whispers》 전시 전경_P21(서울)_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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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트라이보울 문화예술마당
<트라이보울 나이트마켓>

행사 정보
일 시 : 2019년 7월 6일, 7월 20일, 8월 3일, 8월 17일, 8월 18일, 18:00~22:00
장 소 : 트라이보울 광장
문 의 : 032-833-5993
주최·주관 : 인천광역시, 인천문화재단, 예술공간트라이보울

행사 소개
올해 트라이보울 나이트마켓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여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만남의 장이 되고자 한다.
80팀이 넘는 많은 참여자들이 준비한 가죽, 금속, 도자기 등 수공예품 및 생활창작품을 전시 및 판매할 예정이다. 디자인 소품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이 참여하여 옷, 가방, 책, 문구류 등 안 쓰는 물건을 가지고 나와 사고팔거나 교환도 할 수 있는 플리마켓(벼룩시장)도 진행된다. 국악, 인디밴드, 무용 등 신진예술가들의 야외공연도 펼쳐져 풍성함을 더한다.




조용한 그림展

전시 정보
전시 기간 : 2019.7.12∼31
관람시간 : 화, 수, 금, 토, 일 10:00~18:00/ 목 14:00~18:00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장 소 : 우리미술관 전시관
작 가 : 장진
주최/주관 : (재)인천문화재단, 우리미술관
후 원 : 인천광역시 동구청
문 의 : 032-764-7663~4

전시 소개
<조용한 그림 展>은 오랜만에 우리미술관에서 준비한 동양화 전시이다. 초대작가 장진은 현재까지 국내외에서 다수의 전시회를 열며 동아시아 전통 회화의 미학적 담론을 토대로 현대적 변용을 시도하는 작품을 선보였다. 전통의 답습에서 벗어나 동시대적 담론과 정서를 반영하려는 시도를 거듭하며 현대 동양화 작가로 활발한 활동을 해왔다. 이번 전시<조용한 그림 展>에서는 자연과 달을 주요 모티브로 한 동양화 18점과 설치작품 1점을 전시할 예정이다. 또한, 이번 전시와 연계하여 작가가 지역의 청소년들과 함께 하는 ‘수묵화’ 워크숍을 7월 19일부터 31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워크숍을 통해 청소년들의 희망과 소망의 이야기들을 표현하는 방법을 전통적 매체를 통해 경험함으로, 예술체험의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