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박 Ji Park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지박은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음악원(New England Conservatory)에서 현대음악으로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현대무용 음악감독에서부터 영화음악 작곡가, 즉흥 연주자로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프랑스 유학 이후 <Ji Park 9000km+>(2014) 음반으로 데뷔하였으며, 이후 미국에서 재즈 피아니스트 바르단 옵세피언(Vardan Ovsepian)과 즉흥연주음반 <As Autumn Departs> (2015)을 발매하였다. 클래식을 전공한 후 프리재즈에 매료되었고, 어떤 한 장르에 국한되기보다는 자신만의 필터로 거친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Ji Park Contemporary Series)를 통한 다원예술작품을 꾸준히 선보이며 2014년부터 한국과 유럽, 미국을 오가며 해외 아티스트들과 작업 및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 Vol.11(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11)_graphic score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현재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Ji Park Contemporary Series) 공연과 컨텐츠 제작(2014~)을 하고 있으며, ①실험음악 시리즈(비디오아트, 현대무용, 그래픽 스코어 등 다원예술), ②영화음악 시리즈(찰리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 알프레드 히치콕의 <현기증>, 그리고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의 음악을 새롭게 작곡하여, 영화 상영 및 연주를 진행) ③오케스트라 시리즈(재즈 스트링, 노이즈 오케스트라)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작업 중인 그래픽 스코어 시리즈는 프리재즈 피아니스트 및 작곡가인 안소니 콜맨(Anthony Coleman)의 뉴욕 공연에 영감을 받아 작업하기 시작하였는데, 그때의 내가 가지고 있던 현대음악, 즉흥음악에 대한 생각의 틀을 바꾸게 만들었던 공연이었다. 이후 그가 있는 보스턴의 뉴잉글랜드음악원 현대음악과 ‘Contemporary Improvisation’에 입학하였고 학과에서 진행하는 제작 미팅(Production Meeting) 중, 코넬리우스 카듀(Cornelius Cardew)의 그래픽스코어에 영감을 받아 1950-60년대 현대 작곡가들을 연구하면서 그래픽 스코어 시리즈를 작곡하고 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과 결과물은 간결함과 명확함을 지향한다. 세상에는 많은 아이디어와 작품이 무수히 많이 존재하지만, 그것을 명확하게 표현해내는 아티스트들은 역사 속에서도 동시대에서도 많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들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내가 죽기 전에 그런 작업을 과연 할 수 있을지 아직도 의문이지만, 최종적으로 한 작품 한 작품 만들 때마다 조금 더 관객들에게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이다. 현대예술은 결코 대중에게 어려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작업은 그 지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11 <En Mai, pas fini>_
프로듀서, 그래픽스코어 작곡, 피아노, 랩탑, 첼로_국립극장 KB하늘극장_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공연)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지박 컨템포러리 시리즈 Vol. 1 작품인 <Ji Park 9000km+>(2014 ILIL SOUND)은 나의 첫번째 데뷔 음반이다. 파리와 서울의 물리적인 거리인9000km, 한국에서 이방인으로 산다는 것과 타지에서 한국인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고찰을 비로소 쉽게 갈 수 없는 거리만큼 떨어져서야 마주하게 되었다. 외면하고 있던 나의 뿌리, 정체성, 진실을 고통스럽지만, 프랑스 유학에서 마주해야만 했고, 이는 누구에게나 한번쯤 찾아오는 시련이자 선물이었다. 판소리와 국악 타악기 연주자가 현대음악의 어법으로 연주하였고, 서양악기인 첼로가 국악의 어법을, 그리고 이펙터와 노이즈를 사용하여 때로는 카오스적이지만, 또한 미니멀함을 표현하였다. 이 앨범 작업으로 유럽투어공연, 뉴욕 오마이 국제예술센터(OMI International Arts Center)의 레지던시 작가선정, 미국 재즈피아니스트 바르단 옵세피안(Vardan Ovsepian)과의 음반발매, 현대무용 음악감독 데뷔 등 혼자 작업실에서 꿈꾸었던 목표들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었던 자양분과 같은 첫 앨범작업이다.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 1 <Ji Park 9000km+>_작곡, 즉흥연주_Korzo Festival, 네덜란드_2014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나는 세계 제2차 대전 이후의 예술을 사랑한다. 사회·정치·경제적으로 카오스인 상황이 예술적으로는 동시대를 그대로 반영하였고, 이 시대의 많은 해체들이 나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그리고 새 작업을 시작하거나, 중간에 진행이 되지 않을 때 현대미술관으로 가서 전시 관람을 하며 새로운 접근법을 찾는다.
나의 작업의 키워드는 ‘시계추 이론’이다. 폭식증에 걸린 사람이 보통 사람보다 거식증에 걸릴 확률이 높듯이 극과 극은 오히려 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시계추 이론은, 실험 장르와 대중음악을 함께 하고 있는 나의 작업을 함축하고 있다. (가끔은 머리가 어지럽기도 하다.)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 1 <Ji Park 9000km+>_작곡, 즉흥연주_반줄(banjul)_2014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어떠한 시간에 어떠한 관점에 멈춰 서서 세상을 바라보고 그 온도를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것이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작품을 완성시키는 요소가 관객이라고 생각하며, 작업의 궁극적인 의미는 내 작품을 보러온 관객이 나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할지라도 무언가를 느끼고 그것의 잔상을 기억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 공연이 끝난 뒤 관객과 소통하는 광경을 처음 봤을 때가 기억난다. (공연장 앞에서의 대화였다.)
어린아이처럼 공연 때 느꼈던 것들을 아티스트에게 얘기했던 한 할머니가 있었는데, 그 할머니의 의견은 정말 내가 느낀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서로 다르게 느낀 것을 토론하며 자연스럽게 대화했던 그 아티스트는 진정 열린 마음이었고, 이러한 피드백은 작가와 관객 모두를 많은 측면에서 확장시키고 성장하게 한다는 것을 느꼈다.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 7 <시선의 온도>
음악감독_국립극장 달오름극장_2014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 6 <맥베스>
음악감독_국립극장 KB하늘극장_2016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현대음악, 현대예술을 관객들이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으려면,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하고 예술이 일상생활에 더 많이 노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 나의 목표이며, 새로운 시도를 끊임없이 하는 작가로 기억되고 싶다.

Ji Park Contemporary Series Vol. 2 <No Eggs California>_첼로_Ibeam, 뉴욕_2016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문학이 있는 저녁-세계문학특강>


일 정 : 2019년 10월 16일~ 12월 11일 매주 수요일(총 8회) 18:30~20:30
장 소 : 한국근대문학관 3층 강의실
참 가 비 : 무료
접 수 : 2019년 10월 7일(수)~14일(수) 17:00까지, 선착순 40명, 이메일로만 접수
접수 및 문의 : gangjwa01@naver.com, (032)773-3804.
 
행사정보

이번 강좌는 노벨문학상 수상작과 작가를 이해하는 강좌인데, 국내에서 노벨문학상을 주제로 한 시민교양강좌는 한국근대문학관의 세계문학특강이 유일하다. 특히 10월 10일 노벨문학상 발표가 예정되어 있어, 수상작 발표 직후 열리는 이번 강좌는 더 큰 화제를 불러올 전망이다.

총 여덟 강좌로 기획된 이번 강좌는 “한국문학과 노벨문학상, 그리고 번역”을 주제로 한 김화영 교수의 특강으로 시작된다. 김화영 교수는 노벨상 수상의 필연적 전제조건인 번역의 문제와 함께 과연 한국 작가의 수상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올해 특강에서는 총 7명의 수상작가와 수상작을 시민과 함께 읽을 예정이다. 1913년 수상한 타고르와 2012년 중국의 모옌까지 총 7명인데, 아시아, 아프리카, 남북아메리카, 유럽 등 대륙별·언어별로 골고루 안배한 점이 돋보인다. 인도의 시성(詩聖) 타고르(1913년 수상)와 ‘마술적 사실주의’로 유명한 콜롬비아 작가 가르시아 마르케스(1982년 수상), 희곡으로 상을 받은 유진 오닐(1936년 수상), 영화 <붉은 수수밭>의 원작 작가 중국의 모옌(2012년 수상), 상을 거부해 더 큰 화제를 모은 프랑스의 사르트르(1964년), 아프리카의 대표작가 나딘 고디머(1991년 수상), 차우셰스크 정권 하에서 억압받는 루마니아인들의 암울한 현실을 그린 헤르타 뮐러가 이번 한국근대문학관 세계문학특강에서 시민들을 찾아간다.

 




Different position

송도에 있는 트라이보울을 찾았다. 트라이보울은 원형극장 형태의 공연장과 문화예술교육, 전시 등이 가능한 다목적 공간이다. 독특한 건물구조가 멀리서부터 눈에 띈다. 기존의 틀을 벗은 트라이보울 건축공간은 그 자체로 하나의 전시품이다. 평평한 천장 밑에 자유로운 곡면의 바닥으로 이어지는 건물이 주는 압도감이 이곳에서 그 어떤 공연과 전시를 해도 공간과 함께 어우러져 하나의 예술이 될 것만 같은 느낌을 받는다.

트라이보울 3층 전시장에서는 현재 ‘2019 트라이보울 초이스1(시각예술) 선정작’인 <Different Position>이 전시 중이다. 이강호 작가의 Different Position은 말 그대로 빛과 색을 활용하여 공간을 재구성한 작품이다.

공간의 가장 필수적인 요소인 빛과 선을 활용한 조형이 눈에 띈다. 고유의 색을 띠는 하나하나의 모듈이 바라보는 시선과 작품의 위치에 따라 변화하는 다채로운 색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다.

전시는 두 가지 구성으로 진행된다. 하나는 정적인 형태로 마주할 수 있는 전시작품이고, 다른 하나는 맞은편 스크린 화면으로 볼 수 있는 퍼포먼스 형태의 동적인 작품이다. 첫 번째는 빛과 색, 공간의 세 가지 요소가 나의 움직임으로 인해 다채로운 색으로 변화하는 시각적 경험을 할 수 있고, 두 번째는 사운드퍼포먼스로 특정한 사운드에 반응하여 움직이는 조명 장치와 조형물의 재구성을 한 곳의 시선에서 감상할 수 있다. 어쩌면 정적이지만 정적이지 않은, 동적이지만 동적이지 않은 특별한 경험을 선사한다고 볼 수 있다.

이번 DIFFERNET POSITION 전시는 9월 4일부터 9월 29일까지 진행한다. 특히 사운드퍼포먼스는 오후 2시~3시까지 한정적으로 관람이 가능하기 때문에 시간을 확인하고 가면 더욱 더 알찬 전시 관람이 될 것이다.

글 · 사진
시민기자단 임중빈




두 번째 삶, 문화예술을 통해 만나다.

” 천천히, 꾸준하게 “
” 내 시간을 어떻게 찾아갈 것인가 “

‘2019 생애전환 문화예술학교 오픈 토크’가 9월 19일 17시 30분부터 인천공연예술 연습 공간 다목적홀에서 진행되었다. 한국문화예술교육 진흥원, 문화체육관광부, 인천문화재단 주최·주관으로 진행된 이번 프로그램은 생애 전환기(만 50~64세)에 마주한 시민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학습 플랫폼이다. 올해는 ‘다시 쓰는 생활의 기술, 읽고 쓰는 몸을 위한 예술’이라는 주제로 참가자를 선발하여 10월부터 활동이 시작될 예정이다. 앞으로 진행될 세 개의 강의 ‘생활예술 학교’, ‘문화예술 특강’, ‘스스로 배우는 학교’를 시작하기 전에 전체적으로 안내하기 위해 이 자리를 마련하였다.

이날 오픈 토크의 강사이자 전직 기업은행 광명지점장이었던 최영식 강사는 “문래동 홍반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퇴직 후에 생긴 친근한 호칭은 그에게 듣기 좋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가 삶 속에 스며들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최영식 강사는 맨 처음 필름 카메라 한 개를 몸에 지닌 채 문래동 1가부터 6가를 기록하였고 이는 전시 활동으로 이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문래동에서 만난 예술가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문화예술인의 삶에 관심이 생긴 것이다. 예술 활동을 하면서 경제적 문제는 빼놓을 수 없지만, 현재 인생 2막을 사는 그에게서 소비는 즐거움으로 충족되지 않는다. 다만, 그 공백을 현재 예술 활동으로 충분히 채울 수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좋은 일을 하다 보면 주변에 함께 하는 이들이 생기고 그들과 뜻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다는 사소한 팁도 공유했다.


그렇다면 그가 원하는 예술은 무엇일까? 그에게 예술은 재미를 느끼는 일이다. 옳고 그름에 연연하지 않고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작은 일부터 탐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저마다 즐기는 방법이 다르겠지만, 그것이 시나 이야기를 쓰고, 목공 작업을 하는 등 사소한 취미로부터 비롯될 수 있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자기표현을 할 때 다름을 인정하고 동시에 함께 사는 것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을 전하였다.

이어서 2부에서는 지난해 특강 참여자이자 가수로 활동하는 ‘하늘정원’ 팀의 강의가 시작되었다. 통기타 연주를 시작으로 교육 참가자들과 교감하며 활동 경험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지난해 참가자였던 사람들이 ‘전환’김동법, ‘평화’ 황상진, ‘행운’ 김경민, ‘청이’ 등 12명의 참가자의 성격을 대표하는 활동 닉네임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하이디처럼 젊고 명랑한 느낌을 전한다는 ‘하이디’ 김영신 참가자의 시 낭독에 이어 각자 활동 작업을 이야기하였다. 모두가 예술 결과물을 소개하고 활동 소감을 더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하늘정원’을 포함한 참가자들의 솔직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김동범 참가자는 작년 활동에 대한 긍정적인 의사를 밝히면서 올해 예비 참가자도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격려의 메시지를 남겼다.

현재 사진 강사로 활동하는 박영규 참가자는 직장을 다니는 동안 시간을 쪼개면서 해온 사진 활동을 2016년 명예퇴직 후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8년 생애전환 문화예술 특강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사진 강사로서 삶의 방법을 모색하고 더 나아가 자기학습을 하면서 현재의 삶을 이룰 수 있었다. 그는 사진 치료사로 나아가기 위해 여기서 주저하지 않고 더욱 노력하겠다는 강한 포부를 드러냈다.
2018년 생애전환 프로그램에 수료한 23중 12명은 활동 계획을 세우고 결과물을 냈던 과정과 경험을 바탕으로 각자 또 다른 꿈을 품고 도전할 계획이다. 참가자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공유하면서 두 번째 삶에 놓이게 된 이들이 또 다른 삶의 목표를 그릴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글·사진
/ 시민기자단 김다혜




지역문화가 나아가야 할 길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지역 토론회”

분야를 막론하고 거버넌스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거버먼트에 대안적 모델로 제시되는 거버넌스는 오랫동안 관심의 대상이 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과연 무엇이고 어떻게 이루어야 할지에 대해서 아직 많은 논의가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또한 여전히 거버넌스를 실천하는 데 있어 우리에게는 경험과 학습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러한 실천의 하나로 이번 주 개최된 인천문화예술 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토론회에서는 전문가와 지역 예술관계자들이 한곳에 모여 지역문화가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 진중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가을을 알리는 굳은 장대비에도 불구하고 문체부를 비롯하여 인천 지역의 문화예술 관계자들이 이곳으로 발걸음을 했다. 이번 토론회는 2014년 제정된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수립된 1차 기본계획이 올해 만료되면서 향후 5년간 지역문화 진흥을 위한 제2차 기본계획 수립을 위해 마련된 자리이다. 전북 전주를 시작으로 전국 10곳을 순회하면서 진행된 토론회는 인천이 7번째 지역에 해당한다.

한국문화관광연구위원 노영순 연구원이 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의 수립계획과 경과를 알리면서 본 토론회의 운을 떼었다. 곧이어 인천연구원 최영화 박사가 토론회를 이끌었고 사전 접수된 10명의 토론자가 총 5개 분야(제도·기반/예술생태계/문화도시/생활문화/문화인력)를 중심으로 의견을 다양하게 나타내었다.

10명의 토론자가 해당 분야에 대해 5분씩 발언하고 30분 동안 플로어 토론을 진행하였다. 먼저,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 공규현 팀장은 지역문화자치분권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재원 마련에 대해 말했다. 지역분권이 국정과제로 반영되면서 광역지자체의 예산 대부분이 인프라 중심의 예산으로 배정될 수 있는 우려를 표하였다. 그 대안으로 중앙정부는 지자체가 문화예술분야의 재원을 일정부분 확보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

인천대학교 한상정 교수와 인천민예총 현광일 정책위원은 오늘의 지역 토론회가 과연 지역의 현황을 반영해서 기본계획을 세울 수 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냈다. 한상정 교수는 진정한 지역분권과 문화분권을 위해서는 현재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중앙에서 만드는 기본계획이 광역지자체별로 수립될 뿐만 아니라 내년에 인천 10개의 자치구가 실행계획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는 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안하였다. 이어 인천민예총 현광일 정책위원은 일반행정에서 문화적 요소의 확대를 고민해야 하며, 지역문화재단 자체가 거버넌스 기관으로 정착하기 위한 제도적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점차 토론장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문화도시 분야와 관련하여 스페이스 빔 민운기 대표, 서구문화재단 이태일 팀장,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 박재은 팀장의 발언이 이어졌다. 세 토론자는 지역문화진흥법 주요 과제인 ‘문화도시 육성’과 관련하여 실무에서 겪은 현 단계의 문제점을 공유하였다.

먼저, 민운기 대표는 문화도시를 수립할 때 분명한 지향점을 가지고 활동해야 한다는 점을 전하였다. 그리고 현재 도시재생사업이 시민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문화영향평가에 감시 관리 장치와 같은 강제성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제안하였다.

다음 이태일 팀장은 문화도시 지정에 다가가기 위해 지역의 고유성보다도 선정된 지역의 사업계획을 벤치마킹해서 답습하는 방식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을 털어놓았다. 이에 지역의 실태와 독자적인 계획 수립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하였다.

음악특화지역 조성사업을 5년간 진행하고 올해 문화도시 지정을 신청한 부평구문화재단 박재은 팀장은 시민과 사업을 진행하면서 느낀 고충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에 지속가능한 사업이 전개되기 위해서는 과정 중심의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희망 사항을 전달하였다. 또한, 행정, 예술가, 시민이 문화도시를 함께 만들기 위해서는 지역문화진흥법에서 도시의 개념이 구체화되어야 하며, 이와 관련해서 최영화 박사는 문화도시와 문화재생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도시계획 관련 부서의 행정적인 지원 협력을 체계적으로 구축되어야 한다는 점을 덧붙여 설명하였다.

지역문화진흥법에서 생활문화영역이 제안되면서 생활문화에 대한 논의들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퇴색되는 생활문화의 본래 의미와 생활문화센터와 동아리 개수에 주목해야 하는 제도적 한계를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임승관 대표와 미추홀 학산문화원 박성희 사무국장의 발표를 통해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임승관 대표는 공간지원 중심의 생활문화정책에서 매개자와 시스템 역량을 키워야 하며 생활문화에 네트워킹 역량을 넓히는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장하였다. 박성희 사무국장은 생활문화의 개념을 되찾고 확대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특색과 지역 기반의 기존 공동체가 네트워킹되고 주민들의 자발성과 공동체성을 제고할 방법과 대안에 대해 전략적으로 모색되어야 한다고 의사를 밝혔다.

다음으로는 문화기획자 겸 교육자로 활동하는 컬렉티브커뮤니티스튜디오 525 윤종필 대표와 지역문화전문인력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현재 문화인력을 양성하는 과정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였고 구체적인 목표와 이를 실천하기 위한 세분화된 교육과정이 순차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문하였다. 이와 함께 사회적협동조합 자바르떼 이찬영 이사장은 문화예술활동가들의 연봉에 대한 정보구축이 먼저 이뤄져야 하며, 고용노동부와 보건복지부와 연계하여 기초생활 수급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였다

마침내 세분의 플로어의 발표가 있고 나서 토론회가 마무리되었다. 기존의 체제에서 벗어난 새로운 지역의 문화도시를 지향하는 데 있어 우리 사회는 많은 논의와 학습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이다. 그러한 점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를 통해 이루어지는 학습과 토론의 장은 지역문화진흥을 위한 지방분권, 거버넌스, 행정적 지원 등이 올바른 방향성을 찾아가는 데 있어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 오늘의 토론은 이러한 측면에서 그 의미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며, 향후 전문가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참여를 독려하여 더 폭넓은 이야기들에 경청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 정책연구팀 이진솔
사진 / 백창훈




[큐레이션 콕콕] 일본풍

지난 8월 30일, 인천 중구청 앞 인도에 있던 일본풍 조형물이 철거됐습니다. 일본 복고양이(마네키네코)와 인력거 동상이 그것입니다. 중구는 2014년 개항장 거리를 찾는 관광객이 사진 찍는 장소로 이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로 이 조형물들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도 개항장 일대를 지나치게 일본풍으로 치장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노역하는 조선 청년과 인력거를 관광 기념용으로 사용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되었습니다.

이 일대는 1883년 제물포항 개항 뒤 일본 조계지가 들어섰던 곳입니다. 중구는 지난 2007년 4억 3천여만 원을 들여 구청사와 주변 일대를 개항장 거리로 꾸몄습니다. 100년 넘은 오래된 건물이 남아 있다는 점에 착안해서 구청 정문 앞 건물 14곳을 일본풍으로 리모델링해 일본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개항장은 서구열강을 비롯한 제국주의의 패권 쟁탈장이었습니다. 1905년 이후의 인천은 러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는 교두보이자 수탈의 관문이기도 했고요. 당시 인천은 ‘조선 안의 작은 일본’, ‘해외의 소일본(小日本)’으로까지 불리기도 했습니다. 중구의 일본 조계지는 일본이 조선의 물자를 침탈했던 대표적인 장소였지만 중구가 관광사업에 급급할 뿐 역사를 알리기 위한 노력은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아왔습니다.

인력거꾼과 고양이상 조형물
출처:조선일보

지난 8월 26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즐거운 사진 찍기용 소품으로 강제노역 중인 조선 청년의 인력거 대신에 평화의 소녀상을 건립하도록 도와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영사관에서 퇴근해 나오는 왜의 관리를 기다려 태우고, 용동 권번으로 달려 나갈듯한 태세입니다. 이마에 헝겊을 질끈 동여 맨 젊은 인력거꾼이 걸친 왜색 윗옷에는 ‘인간의 힘(닌겐노치카라)’라는 히라가나가 적혀 있습니다. 버선발 대신에 왜의 전통 신발류인 ‘타비’를 신고 있습니다. (중략) 인력거는 하층 노동을 표징합니다. 이 하층 노동에 종사해야 한 자는 식민지 조선반도에 강점자로 쇄도해 온 일인들이 아닙니다. 조선청년입니다.”

인력거는 1894년(고종 31년) 일본인 하나야마(花山帳場)를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습니다. 총 열 대가 서울 시내 및 서울과 인천을 오갔다고 합니다. 초기에는 일본인이 인력거를 끌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나라 하층 계급 청장년들이 인력거의 손잡이를 잡아야만 했습니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였죠.

“비영리시민단체 ‘NPO 주민참여’는 인천 중구청에 공식적으로 요청합니다.

왜의 제국주의적 가치가 몰입된 옛 왜 영사관 앞에 ‘강제로’ 설치한 인력거를 철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그 자리는 역사적 가치를 지켜내야 할 장소입니다. 일제가 겁박하여 열린 그 바닷길 끝에는 왜국의 섬이 맞닿아 있는 특별한 곳입니다. 2014년에 유엔시민권리위원회는 왜국군에 의한 ‘강제 성 노예’를 인정하고 (사과토록) 권고하였습니다. 충격적입니다.

인천 중구청은, 유엔시민권리위원회가 ‘강제 성 노예’를 인정하고 권고한 그 2014년 6월 14일에 ‘수탈과 도륙의 옛 감정을 되살려내는 왜 영사관’ 앞에 조선청년을 무릎 꿇게 하였습니다(인력거를 쥔 청년은 한쪽 무릎을 지면에 꿇고 있습니다). 이 인력거 동상을 보며 굴욕적인 감정을 갖는 건 이상한 지나친 ‘국뽕’일까요?”

2019년 9월 15일 20시 현재 363명이 동의했다
출처:국민청원 홈페이지 캡처

올해 중구는 백범 김구 역사거리 조성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백범을 통해 일제침탈의 역사를 인천 개항장에 새기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강제노역에 시달리던 감리서를 탈옥해 서울로 피신했던 백범의 발자취를 찾아 10여 명의 사학자들이 연구에 몰두했습니다. 이와 함께 3·1운동 100주년을 계기로 한 개항장 일대의 독립운동 콘텐츠도 중구의 관심거리입니다. 개항장을 단순한 관광자원으로 인식하는 시각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한국의 문화유산 가운데 일제강점기나 냉전시대와 관련된 근대문화유산은 첨예한 논란거리입니다. 일제강점기의 유산과 유물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관점에 선 사람들은 문화재 지정 해제나 철거를 주장합니다. 반면 아픈 과거도 역사의 한 부분이라는 보존론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김창수 인천연구원 부원장은 전자를 “일제의 식민통치와 직접 관계되지 않은 유산이나 유물까지 수탈의 잔재나 치욕스러운 과거로 치부하는 것은 성급한 판단이거나 패배주의적 역사의식의 소산이다. 이런 논리라면 식민지 근대를 경과하면서 형성된 일체의 문화, 그 시대를 겪으며 형성된 주체인 우리의 정신까지 모두 부정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고 설명합니다.

후자의 보존론도 일면적이기는 마찬가지라고 강조하면서 “해방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제 잔재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본은 강제징용, 일본군 위안부 등의 전쟁범죄에 대한 사죄나 배상을 하고 있지 않다. 독도영유권을 둘러싼 한일간의 갈등도 깊다. 막연한 향수나 과거지향적 동경으로 역사 문화 자원을 활용하다가는 식민지배와 침탈의 역사를 합리화하거나 미화하는 식민사관으로 기울기 십상”이라고 덧붙입니다.

개항을 기점으로 근대가 시작되었지만, 그때부터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했다는 점을 언급하면서 개항장에서 보존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보존된 유산에서 되새겨야 할 역사적 교훈이 무엇인지를 따져야 한다고 주장하네요.

조형물 철거 후의 모습
출처:인천in

중구는 조형물을 당분간 창고에 보관할 예정입니다. 김재익 부구청장은 “아직 어떻게 처리할지 결론이 나지 않았다”고 전했습니다. 적지 않은 예산을 들여 설치했고(인력거와 고양이 각각 1900만원과 800만원), 그동안 관광객에게 인기를 끈 데다 반일 여론이 잦아들면 재설치를 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다고 합니다.

일부 상인은 철거에 반발하면서 “중국 분위기가 물씬 나는 차이나타운이나 일본풍의 이곳 개항장 거리나 주목적은 관광객 유치 아니냐”며 “안 그래도 장사가 안 되는데 왜 철거하겠다는 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전해집니다.

앞서 인천 중구는 역사학자 4명에게 조형물의 철거와 유지에 대한 의견을 물었는데, 각각 2:2로 동일한 의견을 주었다고 합니다.

출처:시사저널

글 / 이재은 (뉴스큐레이션)

* 다음과 같은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1. [경인칼럼]근대문화유산과 식민잔재의 딜레마
경인일보, 2019.9.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2. [썰물밀물] 김 첨지의 인력거
인천일보, 2019.9.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3. “중구청 앞 인력거 동상 대신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경기신문, 2019.8.2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4. 인천선 일본풍 조형물 철거… 경기도는 ‘전범 기업 스티커’ 통과
조선일보, 2019.8.31.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5. [사설]일본 조형물 철거 계기로 개항장 역사 되돌아 봐야
경인일보, 2019.9.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6. [단독]인력거꾼‧복고양이 조형물, ‘짬짜미 계약’ 의혹
시사저널, 2019.9.4.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가정도 일터도 아닌, 그 어딘가. – 제3의 장소, 카페

‘인천, 공간 다시 읽기’는 인천의 도시 공간 자체나 그 안에서 일어나는 사회 현상에 대한 글입니다. 공간 활용에 대하여 명확한 판단을 하거나 더 나은 해답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이 글을 통해 오늘날 인천에 대하여 더 깊은 관심을 갖거나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얼마 전 제 눈에 띈 주요 일간지 기사가 하나 있습니다. 판교를 시작으로 신도시 단독주택용지(제1종 일반주거지역)의 주택 건축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덧붙이자면, 판교의 단독주택용지에는 공동체 도시 형성을 위해 각 주택에 담장을 쌓지 못하고, 고작해야 1.2m 이하의 나무를 심는 것만이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입주민들은 담장을 만들지 못하는 것을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한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대지의 가장자리를 따라 건물을 채우고 도로 쪽으로는 큰 창을 내지 않으며, 대신 내부에 중정을 배치하는 일종의 ‘요새’가 늘어선 동네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지구단위계획을 입안한 계획가들은 길을 따라 늘어선 담장을 없애고자 했겠지만, 오히려 일반적인 담장보다 훨씬 높은 3층짜리 장벽이 길가를 막아서는 동네가 된 것입니다. 기사에서는 이런 주택들이 판교뿐 아니라 최근 조성되는 신도시의 단독주택용지에 널리 퍼지고 있으며, 일각에서 “자폐주택”이라는 비판까지 받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우리나라의 거주 환경의 기본 형태는 이미 아파트, 빌라 등 층층이 쌓인 공동주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단독주택을 선택하는 것, 더구나 노년층의 귀향이 아닌 중년층의 단독주택 선택은 일종의 도피입니다. 층간 소음으로부터의 도피, 주차난으로부터의 도피, 불가피한 이웃과의 접촉으로부터의 도피.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단독주택을 위해 토지를 구매하는 것은 우리 가족이 대지 지분의 일부를 가지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내 땅 안으로, 내 집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담을 없애는 것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고, 결과적으로 집을 담 삼아 도로로부터 등을 돌려 앉는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최근 중정형 단독주택 트렌드를 보여주는 주택들.
담장은 없지만 담장보다 몇 배는 높은, 창문 작은 건물이 대지 끝까지 메우고 있습니다.
단독주택을 지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이 공동체인지, 온전한 그들의 삶인지 계획가들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출처: VMSPACE(좌), 한국일보(우))

오래 전 저는 송도의 쇼핑몰들이 공공 가로에서 등을 돌리고, 길마저 자신들 안으로 포섭해버린 것을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주택에도 같은 가치를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입니다. 오늘날 다양한 영역에서의 공동체가 다시 강조되고 있지만, 가정과 주택은 어떤 부분에서는 지금보다 더 프라이버시가 존중되어야 하는 개인의 영역입니다. 비록 게이티드 커뮤니티와 같은 문제가 지적됨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현대의 공동체성은 더 이상 옆집과 담을 마주해서, 아이들이 골목길에서 같이 공놀이를 해서, 이사 오면서 떡을 돌려서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우리 사회의 공동체성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만들어지고, 유튜브에서 증폭되고 있습니다. 점점 사회가 파편화되고 있다는 염려 속에서도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매개 삼아 공동체성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이 공동체는 SNS와 스마트폰 안에 잠복해 있지만, 세상에 드러나야 할 때 과거보다 더 강력하게 존재를 드러냅니다. 수년 전 광화문에서, 강남역에서 그러했고, 최근 대학가에서도 그러합니다. 하지만 이 ‘근접성 없는 공동체’가 우리 삶에서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할수록 점차 지역공동체 속에서의 우리의 존재에 대해서는 무감각해집니다. 일찌감치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하며, 맞벌이가 일상화된 도시의 삶에서 퇴근 후에, 혹은 주말이 되어야 면대면의 기회를 기대할 수 있는 지역공동체는 내가 인터넷을 통해 직접 선택한 공동체에 비해서 덜 중요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점점 우리 삶에서 지역공동체의 자리가 줄어드는 것은 삶 속에서 우리 동네, 우리 지역의 이슈가 줄어드는 결과를 낳습니다. 더 많은 매체, 더 많은 네트워크에 접속하면서 국가 차원의 이슈나 세계적인 갈등엔 익숙하지만, 정작 우리 동네 안에서 어떤 이슈가 생겨나는지는 잘 모릅니다. 또 나 스스로도 별다른 이슈를 제기하지 못하게 됩니다. 도시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지방자치가 더 성숙하기를 기대하며, 지역 정치의 필요성에 공감합니다. 유럽 사회에서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거리낌 없이 감수하며 지역사회의 쟁점에 대해서 주민들이 끊임없는 의논을 통해 접점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훌륭한 모델로 여깁니다. 하지만, 우리 시대, 우리 도시 속에 사는 사람들의 공동체는 그런 시스템의 기반을 기대할 수 없게 합니다. 기나긴 업무 시간이 지나면 집으로 들어가기 바쁘고, 여가 시간이 동호회나 SNS 활동으로 소비되는 동안 지역 사회의 이슈는 우리 삶으로 들어올 기회를 놓쳐버립니다. 그 결과 동네는 나의 의사나 관심과 상관없이 변하고, 나는 동네에 더욱 애정을 잃는 악순환이 지속됩니다.

1989년 미국의 사회학자 레이 올든버그는 미국 사회에서 가정과 직장 이외에 평등하고 일상적인 지역공동체를 형성하는 수단으로 ‘제3의 장소’를 제안합니다. ‘제3의 장소’는 사람들과 즐겁게 어울리기 위한 자발적 공간이고, 사회적 위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격식 없는 공간이며, ‘비공식적인 공공생활’을 위한 장소입니다. 올든버그는 제3의 장소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소로 주로 걸어서 갈 수 있는, 동네 사람들이 사랑방처럼 모이는 술집을 예로 듭니다. 그래서 제3의 장소는 일견 가정과 직장으로부터의 해방구로 인식되곤 합니다.

하지만 올든버그가 주장하는 제3의 장소의 진짜 의미는 동네 사람들이 사회적 계층 관계를 벗어나 평등하게 만날 수 있는 장소이며, 지역공동체의 근간이 되는 장소이며, 그로 인해 지역 정치가 생성되고 발전하는 장소입니다. 제3의 장소를 단순히 가정과 직장 사이의 해방구로 이해하면 이미 한국 사회에서는 넘쳐나는 먹자골목과 음주문화로 충족된다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 장소를 다시 이해하고 나면, 제3의 장소는 지역공동체 재생의 도구이자, ‘기초 의회 무용론’을 제기하는 일상적 시각과 제도와의 괴리를 줄이는 접점이 됩니다.

 

한국에서 가장 큰 커피 프랜차이즈인 스타벅스는 여전히 진동벨 대신 직원이 목소리로 손님을 부르는 방식을 고수합니다.
음료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판매자와 구매자가 조금이라도 접점을 갖게 하려는 창립자의 고집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프랜차이즈 카페는 점점 더 비장소적인 성격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출처: 한겨레(좌), 조선비즈(우))

우리 사회에서 제3의 장소의 가능성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은 카페가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오늘날 카페는 크게 세 부류로 나뉘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선 더 빠른 회전과 더 많은 F&B를 기반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려는 대규모 프랜차이즈 카페가 있습니다. 이런 곳들은 누구에게나 개방된 장소이지만, 이곳에서는 운영자와 이용자 간의 친교를 만들기 어렵고 동네마다 다른 경험을 얻기도 불가능합니다. 이 공간들은 제3의 장소가 되기보다는 오히려 ‘비장소’-마르크 오제의-에 가깝습니다.

또 한 부류는 가장 트렌드에 민감한 SNS에 최적화된 카페들입니다. 이들은 더 예쁘고 사진에 잘 나오는 메뉴를 개발해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합니다. 좌석을 둘러싼 네 방향은 모두 다른 느낌의 포토월이고, 여기서 찍은 사진들은 SNS로 공유됩니다. 이런 공간은 도시의 여느 상업 공간들처럼 스펙터클로 기능합니다.

마지막 부류는 일부 주택가로 스며든 작은 카페들입니다. 동네의 소규모 갤러리나 책방, 수공예품 가게가 카페를 겸업하는 경우도 이런 부류에 속합니다. 이런 공간들은 언제든 도시의 스펙터클이 될 가능성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3의 장소의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들입니다. 동네 카페들은 낮은 매출과 높은 임대료 사이에서 생존을 고민하는 전장이기도 하지만, 동네 사람들이 매일의 한 부분을 공유할 수 있는 가능성의 장소입니다. ‘원데이 클래스’나 독서 모임 등을 만드는 카페들은 최근의 ‘근접성 없는 공동체’의 일부를 다시 지역에 착근하도록 손을 잡아 이끕니다. 이런 장소들은 사람들이 취향에 따라 선택했던 네트워크와 공동체가 우리 지역 안에도 존재함을 다시 깨닫게 합니다. 이런 접점이 더 잦아지고 많아질 때, 비로소 우리는 아주 조금씩 지역의 이슈를 발견하고 나의 관점이 생겨나며, 주변과 인식을 공유하고, 지역사회를 바꾸어나갈 수 있습니다. 이것은 아주 느리고 지난한 과정이고 결과를 담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저 더 많은 이야기를 지역 안에서 나눌 수 있다는 것 하나로 공동체는 조금씩 갖추어지고, 우리 동네의 정치도 성숙하게 되는 것입니다.


김윤환(도시공간연구자, 건축사)

참고문헌
레이 올든버그, 2019, 제3의 장소, 김보영 역, 풀빛
마르크 오제, 2017, 비장소, 이상길·이윤영 역, 아카넷
이종범, 2017, 서울보다 멀고 제주보다 가까운 인천의 카페들, 스펙타클 프로젝트
“담장 없애랬더니 집 요새화…판교의 ‘중정형’ 단독주택”, 중앙일보, 2019.09.08




이성은 LEE Josef Sungeun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올해 한 해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2019년도 10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는 공모로 선정된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의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해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발표지원 프로그램 등을 운영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시각과 공연분야에서 활동하는 10기 입주 예술가의 창작과정과 작업세계를 공개합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이성은은 연세대학교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다. 주로 가상현실, 로봇, 인공지능(AI) 등의 기술을 이용한 인터렉티브 설치 작업을 제작하고 있다. 작가는 일상생활 중 갑자기 잠에 빠져드는 신경계 불치병, 기면병을 앓고 있다. 이로 인해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자주 벌어진다. 작가는 이를 작품으로 연결하여, 현실의 증거를 찾기 위해 과학적인 방법으로 관측하고 실험하는 작품 활동을 한다. 이러한 실험은 미술의 형식을 빌려 사람들에게 던지는 질문이 되기도 한다. 작가는 발작적으로 잠을 자는 신경계 불치병인 기면병을 한국 사회에 정확히 알리고, 인간 스스로가 의식으로는 통제가 어려운 신경/정신 질환에 대한 성찰적인 공감을 끌어내는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기면병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경쟁 중심의 우리 사회에서는 게으름, 의지 없음 등과 같은 사회적 평가는 기면병을 앓고 있는 이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올바르게 살아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곤 한다.

변신_8분46초_다큐멘터리_2018

# Q&A
Q. 창작의 관심사와 내용, 제작 과정에 대하여
A. 나는 주로 자아와 우주의 실체를 실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 실험들 대부분은 VR, 로봇, 인공지능 등의 도구를 사용한다. 꿈과 현실은 나뉘어 있는지, ‘나’라고 할 만한 것이 있는지 등의 본질적인 질문들에 관심이 많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했으며 주로 과학적 탐구와 공학적인 시스템 구축을 통해서 실험한다. 스스로 실험을 하고 나면, 전시를 통해 관객들과 소통한다. 관객들이 피실험자가 되어 직접 참여하거나, 실험 결과나 도구 자체를 보여주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기면증_10분41초_VR 필름_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이 이유는 무엇인가?
A.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작업한 관객 체험형 로봇 〈에테리얼〉을 이야기하고 싶다. <에테리얼>은 관객이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관객 뒤에 서 있는 커다란 로봇의 시선으로 자신의 뒷모습을 내려다볼 수 있게 되도록 만들어졌다. 로봇의 손가락은 관객의 손가락을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로봇을 통해 자신의 몸을 만져볼 수 있다. 가상현실 헤드셋을 쓰고 360도 카메라를 실시간으로 연결하면, 자신의 존재가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이동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그때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면, ‘나’는 여기에도 있고, 저기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이 작업을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봤을 때, 사실 나의 대표 작업이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이 작업의 주제인 ‘자아’는 내가 가장 관심이 있는 주제이기 때문에 대표 작업으로 선정했다.

에테리얼-지극히 가볍고 여린_4m×4m×3m_인터렉티브 설치_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 등
A. 작업의 영감을 받는 계기는 다양하지만 주로 일상과 과학책에서 얻는 편이다. 나는 ‘기면병’ 환자로서 꿈과 현실이 뒤섞인 생활을 하고 있다. 기면병은 뇌의 각성 물질 부족으로 인해, 갑자기 잠에 빠져드는 신경계 질환이다. 나는 꿈속에서도, 현실에서도,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상황이 자주 일어나곤 한다. 그때 드는 의심을 작업에 활용하곤 한다.

 
동시에 일어나는 것들(보지 마세요)_5분35초_혼합현실 비디오_2018   동시에 일어나는 것들​(만지지 마세요)_4m×4m×2m_ 인터렉티브 가상현실, 설치_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예술이 무엇인지 아직 잘 모른다. 항상 우주의 모든 비밀을 알고 싶었다. 그 비밀을 풀기 위해 혼자 여러 가지 실험을 하기 시작했고, 그 활동을 사람들이 점차 예술이라 불러주었다. 어떤 지점에서 예술성을 얻게 되었는지는 스스로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관객들과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의 답은 작업하면서 계속 고민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다피닐_6m×6m_인터렉티브 VR, 설치_2018

Q. 앞으로 작가로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하여
A. 현재 구상 중인 작업은 많지만, 딱히 2~3년 후의 작업계획이나 방향은 세우지 못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스스로 예술가가 될 것이라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그렇게 될 것 같지도 않고, 계획을 세우면 오히려 내가 그것으로부터 도망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은 진리를 아는 것이다. ‘나는 어디에 있는가?’, ‘나라고 부를 만한 것이 있는가?’,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있을까?’ 등의 본질적 질문에 대해 내가 만족할 만한 과학적인 해답을 찾고 싶다. 그러나 현재 내가 하는 예술 활동을 통해 그 질문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있는지 스스로 확신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기도 하다.

무경계 명상 자동차_2m×10m×1m_인터렉티브 설치, 뇌파 장치, 전기 카트_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바로가기 ▶ 




인천아트플랫폼 10주년 기념 <오버드라이브(Overdrive)2009-2019> 개최

행사기간 : 2019. 09. 25~10. 27
시 간 : 12:00~18:00, 월요일 휴관
장 소 : 인천아트플랫폼 중앙광장
문 의 : 032-760-1017

인천문화재단에서 운영하고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이 2019년 올해로 개관 10주년을 맞았습니다. 오는 9월 25일부터, 인천아트플랫폼 전역에서 개관 10주년 기념사업 ‘오버드라이브(Overdrive) 2009-2019’를 개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2009년 9월 개관하여 국내외 300여 팀의 예술가가 거쳐 가며 한국을 대표하는 레지던시 기관 중 한곳으로 자리매김하였습니다.

인천아트플랫폼 10주년 기념사업 ‘오버드라이브 2009-2019’는 기념행사와 국제심포지움, 전시, 시민참여 이벤트, 2019년 입주작가 오픈스튜디오 등으로 구성되었습니다. 행사 주제인 ‘오버드라이브(Overdrive)’는 시동장치를 증속(增速) 시키는 장치를 일컫는 말로 증속하는 행위에 담긴 급진적인 정신을 예술에 접목하여 인천아트플랫폼의 새로운 변화 에너지, 역동적 비전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기념전시인 《오버드라이브 2009~2019 : 여행하는 주체들, 창조자, 장소의 경험》은 주제를 담은 시각예술 작품 전시인 ‘광장에서’와 ‘제안하기’, 인천아트플랫폼 인근 예술가들의 활동은 조명하는 ‘확장하기’, 아카이브 전시인 ‘기록하기’와 건축적 의의를 담은 ‘장소의 경험’으로 구성됩니다.

‘광장에서’는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중 국내 자문위원들에게 추천을 받은 작가 20여명이 참여하여 전시로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에서 진행된다. 작품은 새로운 미학적 가치에 주목하여 변화와 개혁을 향한 움직임과 체제와 관습에 대한 비판, 정치적 개입, 창조적 행위 등 역동성을 표현한 작품들이 주를 이룬다. 야외에서 진행하는 ‘제안하기’는 ‘광장에서’의 동일한 주제를 가지고 다양한 매체의 확장을 통해 문화적 다양성을 펼쳐내고자 합니다.

‘확장하기’는 인천아트플랫폼 인근의 외부 전시 공간인 “인천시 중구 신포로15번길 58”에서 진행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에 입주했던 작가 중 인천아트플랫폼 인근 또는 인천 중구에 모여든 예술공간과 소그룹 활동에 주목하여 조명하는 전시로 이들을 맥락화하는 과정을 통해 동시대적 의미를 가시화하고자 합니다. ‘확장하기’는 2016년 인천아트플랫폼 7기 입주연구자이자 임시공간 디렉터인 채은영 협력큐레이터의 기획으로 진행됩니다.

‘기록하기’는 2009년 개관이후부터 현재까지 지난 10년간 진행해온 인천아트플랫폼의 사업과 다양한 자료,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한 입주 작가를 한눈에 보여 주는 아카이브 전시입니다. 이 전시는 아트플랫폼을 거쳐 간 300여 팀의 예술가들이 함께 하는 것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예술가들의 인터뷰 기록을 통해 1년간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그들에게 미친 긍정적 의미를 살펴봅니다. 또한 동시대 예술 흐름을 선도하는 작가들이 생각하는 동시대 예술의 정의를 함께 공론화함으로써 다양한 예술에 대한 단상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기록하기’는 2012년 인천아트플랫폼 큐레이터로 재직했던 사승현 큐레이터의 협력으로 진행됩니다. 또한 인천아트플랫폼의 건축적 의의를 재조명하는 ‘장소의 경험’은 H동 프로젝트룸에서 진행하며 2009년도 설립부터 개관까지 건축마스터(MA)로 활동한 황순우(바인건축대표) 건축가가 직접 참여합니다.

예술가와 전문가뿐만 아니라 시민도 함께 전시에 참여합니다. 윈도우 갤러리에서는 시민참여 사진 이벤트인 ‘플레이 플랫폼 퍼즐(Play Platform Puzzle)’을 통해 접수된 사진과 사연이 전시됩니다. 본 이벤트는 개관이후 인천아트플랫폼에 방문해 사진을 찍은 경험이 있는 누구나 참여 가능하며 9월 1일까지 SNS를 통해 해시태그만 달면 참여가 가능합니다. 이 외에도 인천아트플랫폼 10주년 기념 슬로건 공모전 ‘Go! IAP 10YEARS(가자! 인천아트플랫폼 10주년)’ 등 10주년 기념사업 기간에 예술가의 창작현장과 시민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10주년 기념사업의 오프닝은 9월 27일 금요일 오후 6시, 야외무대에서 진행하며, 기념공연은 물론 네트워트 파티 형식의 예술가의 밤이 진행되며, 9월 27일부터 29일 3일 동안 레지던시 입주작가의 스튜디오를 개방하는 오픈스튜디오가 함께 진행됩니다. 인천아트플랫폼 10주년 기념 사업의 다양한 프로그램에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참여 바랍니다.




<괭이부리 거리가구展> 전시

관람시간 : 화, 수, 금, 토, 일10:00~18:00 / 목14:00~18:00
(입장은 관람시간 종료 20분 전까지 가능)
휴 관 일 : 매주 월요일 및 법정공휴일 다음날
문 의 : 우리미술관(032.764.7664)
주 소 : 인천광역시 동구 화도진로 192번길 3-7,9,11
홈페이지www.wooriart.co.kr
주최/주관 : 우리미술관 (재)인천문화재단
후 원 : 인천광역시 동구청

전시 정보
<괭이부리 거리 가구展>전시는 우리미술관과 동구주민들이 함께하는 전시이다. 우리미술관은 예술가뿐만 아니라, 주민이 직접 전시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주민의 실생활과 밀접한 거리 가구를 주제로, 주민이 가구를 만드는 과정과 전시에 함께하도록 준비하여 문화예술에 대한 거리감을 좁히고자 기획하였다. 본 프로젝트에 참여한 주민은 모두 10명으로 가구 제작은 이상돈이 진행하였다.
우리미술관이 있는 괭이부리마을에는 65세 이상의 여성이 많이 살고 있는데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거나 소소한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한다. 주민이 우리미술관에 교육프로그램에 와서 기회가 있으면 한 공간에 편히 쉴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낸 것에 착안하여 전시를 기획하였다. 주민들과 함께 직접 의자를 디자인하고 만들어보는 과정이 전시의 기본 바탕을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