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 이경성




코로나 19-기후위기-문화예술

코로나19-기후위기-문화예술

민운기

코로나19 발생과 국내외의 상황 및 대응

희귀 바이러스 코로나19(COVID-19)가 엄청난 감염력을 보이며 지구촌을 강타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시작하여 우리나라는 물론 동남아와 중동, 유럽, 남미, 북미, 일본, 아프리카 등으로 퍼져나가며 수많은 확진자를 발생시키고 적지 않은 치사율을 보여주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WHO는 이미 이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하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한 상태다. 이의 차단을 위해 각 나라는 저마다 차이는 있지만 국경을 걸어 잠그거나 도시를 차단시키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각종 집회나 축제, 문화, 종교행사 등을 불허함은 물론 스포츠 경기까지도 중단시키는 등 저마다의 국가 역량을 총동원하여 방역에 나서고 있는 중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정확한 감염 경로를 파악하는 역학조사와 더불어 이동 동선 및 당사자와 접촉한 사람들의 유증상 여부를 확인하고, 방문했던 곳을 차단 및 소독하며 실시간 관리체계 속에서 잘 대응하고 있다가 대구에서 ‘신천지’라는 신흥종교집단 교주와 신도들의 독특한 예배 방식과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는 위기 사태를 맞이한 바 있다. 이에 정부가 재난지역으로 선포하여 모든 행정력을 동원하고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의료 인력들의 헌신적인 사투 끝에 점차 평정을 되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러한 상황을 겪으면서도 우리나라는 도시 봉쇄나 외출 금지 등의 극단적 행정 조치를 취하지 않고, 개인위생을 스스로 철저히 관리하는 전제 속에서 일상생활을 유지하도록 하면서도 우수한 기능의 진단키트를 개발 및 활용하여 확진자 조기 검진 및 발견과 격리, 치료는 물론 이동 경로의 신속한 공개, 자체 개발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u-)’라는 방식의 도입, 자가진단 앱 개발 등 “투명하고(Transparent) 민주적(democratic)이며 혁신적인(Innovative) 기술기반의 대응”(기획재정부)과 국민들의 적극 협력으로 이를 슬기롭게 극복해가며 국제사회에서 코로나19 대처 모범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국의 확진자수가 계속해서 100명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정부의 강도 높은
‘사회적 거리두기’와 ‘잠시 멈춤’ 정책으로 모든 게 중지 및 폐쇄된 상황이다. 특히 어린이집은 물론 초ㆍ중ㆍ고 개학이 한 달 넘게 미뤄지다 초유의 온라인 개학을 하기에 이르렀으며, 뒤늦게 개강을 한 대학도 대부분 화상 강의로 이어가고 있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국면에서도 이전처럼 ‘거리의’ 열기를 끌어 모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결국 소비 저하로 이어지고 상품의 재고가 쌓이며 생산이 중단되는 등 결국 경제가 마비되어 제2의 공황이 올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 이를 다시 재가동시키기 위한 마중물 성격으로 각 지자체는 물론 정부 차원에서도 전 국민 대상 재난기금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국면에서 문화예술인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안정된 직장이나 고정된 수익을 갖지 못한 이들은 매해마다 1,2월은 보릿고개로 근근이 넘겨 왔지만 3월을 지난 4월로 접어든 이맘 때 쯤이면 기지개를 펴야 되는 상황에서 계획했거나 초대를 받았던 각종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면서 심각한 곤경에 처하게 되었다. 당연히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의 목소리도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데, 이 또한 각 지자체마다 대책을 세우거나 집행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인천시 또한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긴급재난기금 20억 원을 마련하여 지원사업을 시작하였다. 당연히,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사안이라고 보며, 필요로 하는 곳에 제대로 지급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사실 이러한 재난 속에서는 이에 대한 피해의 정도는 물론 동일한 피해라도 계급에 따라 각기 다른 불평등 양상과 대처 능력을 보여준다. 이에 따라 정부 차원의 차별 없는 관심과 지원책이 필요하며, 국민들 또한 이런 때일수록 서로를 돕고 사회적 약자를 먼저 챙기려는 공동체 의식 발현이 매우 중요하다. 그렇게 할 때만이 이로 인한 재앙을 앞당겨 종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19 이후의 과제와 문화예술

문제는 이러한 시태가 이것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미 사스, 신종 플루, 에볼라, 메르스 사태를 겪은 바 있고, 조류독감이나 구제역, 아프리카 돼지열병((ASF) 등이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상황에서 또 다른 바이러스는 언제라도 다시 발생할 수 있고, 심지어는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의 예견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이후의 삶과 세계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가 매우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사실 이러한 사태는 인간이 자초한 재앙이라고 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 인간이 바이러스의 이동 통로를 놓아 준 것이다. 문제의 근원은 야생동물의 서식지 파괴, 야생동물 매매, 공장식 축산 등 자연에 대한 인간의 과잉 활동이었다. 그렇게 인간은 코로나19를 불러들였고, 인간 속으로 들어온 코로나19가 인간을 몰아내고 있다. 빈 광장은 우리가 추구해 온 삶의 방식을 반성하라고, 우리가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을 변화하라고 요구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코로나19 감염은 재난의 끝이 아니라 더 큰 재난의 시작이라고 경고한다. 코로나19 사태는 극복해야 할 재난이자, 우리가 알아들어야 할 시대의 징표다.

이에 무언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사태는 또 다시 다가올 것이다. ‘위기 속 기회’라고, 하나의 실마리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발견되었다. 다름 아닌, 도시민들이 일부나마 격리되고, 이동이 멈춰지고, 공장 가동이 중단되면서 공기가 맑아지고, 떠나갔던 동물들이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른 바 ‘코로나의 역설’로, 그 동안 지구촌의 주인 행세를 해 온 ‘인간’이 그 동안 저지른 온갖 행태로 인해 또 다른 지구촌 가족을 위기에 빠트림은 물론 결국 인간 자신의 삶마저 곤경에 처하게 되었는데, 그 동안 그것이 얼마나 폭력적이고 탐욕적이었으며 자멸로 이끄는 일이었는지를 역으로 확인시켜 준 것이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지구촌 생태계 차원에서 사실 가장 무서운 바이러스는 인간종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렇다면 결론은 명확하다. 더 이상 지구를 멍들게 하고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 같이 모든 것을 멈출 수는 없는 일, 적절한 생산과 소비가 이루어져야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만큼 당장은 쉽지 않더라도 자연의 자기복원력에 맞는 정도로 서서히 맞추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도시 삶의 형태와 운영 구조 및 환경을 생태적으로 바꾸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 혁신 실험과 논의, 실천이 일상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관련하여 기후 위기와 경제 문제를 동시에 풀기 위해 신재생 에너지 같은 친환경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해 경제도 살리고 사회 불평등도 없애는 그린뉴딜 정책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관심과 노력이 코로나19 대처 모범국가로 거론되고 있는 정부나 지자체 차원에서 적극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기후위기 가해자 국가로 눈총을 받고 있을 정도로 소극적이고, 인천시도 마찬가지로 생태 파괴적인 도시 정책과 개발 사업에서 이렇다 할 변화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도시의 일상 삶과 환경의 재구성 차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여전히 자본의 논리로 고도 제한을 완화시키고, 자연을 파헤치고, 오래된 주택이나 역사유산들을 부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얄팍한 볼거리 중심의 관광지로 만들지 못해 안달이다. 최근 연구용역 잠정 발표가 이루어진 인천시 추진의 ‘개항장 문화지구 문화적 재생’이 그렇고, 동구가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 사업’도 그렇다. 그 어디에도 지속가능한 도시 삶의 차원에 대한 고민은 찾아보기 어렵다. 총선 국면의 국회의원 후보들도 마찬가지다. 당과 후보에 따라 차이가 없지는 않지만 지지율 또는 당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기득권 정당의 경우 새로운 패러다임의 제시는 고사하고 여전히 지역 개발과 발전 논리로 유권자들의 입맛에 맞추거나 관심을 끌어들이고 있는 경우가 많다.

결국 이의 해결은 문화예술활동의 몫으로 돌아온다고 보아진다. 그 누구보다도 시대적 논리에서 자유롭고, 인간 삶의 근원과 지구적 차원의 생태 위기를 남다른 촉수로 감지하여 드러내고 경고하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주체들이 나서서 분위기와 구조를 바꿀 수밖에 없다. 이는 기존의 문화예술 활동을 중단하고 전환하라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측면을 더하고 확장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문화 예술 활동의 궁극 목적이 보다 나은 삶과 세계를 만드는 것이라면 사실 그 동안의 문화예술활동은 언제부터인가 (내용과 형식 모두에서) 구체적인 삶과 분리된 이후 다시 삶으로 연결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문화예술인 이전에 ‘생활인’으로서 생활 및 관련 조건과 환경을 생태적으로 바꾸어 가는 노력 속에서 문화적, 예술적 사고와 감각, 경험과 역량을 발휘하고, 이를 통해 사회적 존재 가치를 새롭게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최근 활발히 전개되고 있는 ‘생활예술’ 또는 ‘생활문화’도 이러한 관점에서 재접근 및 재정의가 필요하다.

인천시도 서둘러 기후위기 속 생태도시에 대한 전망 속에 제반 정책과 사업들을 새로이 재편하고, 인천문화재단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다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으면 한다. 그것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얻은 교훈이며, 이를 반복하지 않고, 보다 안전하고 건강하며 또 다른 생명체들과 공존하는 지구촌살이를 가능케 해 줄 것이다.

⑴ 일본은 금년 7월 열 계획이었던 2020도쿄올림픽을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내년으로 미루었다.

⑵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알기 위해 차에 탄 채 안전하게 문진·검진·검체 채취·차량 소독을 할 수 있는 선별진료소.

⑶ 김용찬 연세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사회과학 용어로서 ‘사회적 거리’는 한 사회 내의 다양한 집단들(가령 계층적으로, 지역별로 구분되는 집단들) 사이에 존재하는 가상의 거리를 의미하기도” 한다며 “그래서 사회적 거리두기란 말 자체가 집단 간의 분리를 유지하려는 우리 사회의 숨겨진 욕망들에 알리바이를 제공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이에 그는 이의 대안으로 ‘잠시 서로 떨어져 있기’를 제안한다. 한겨레신문 기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지역사회 감염’ 유감>, 2020.3.13. http://m.hani.co.kr/arti/opinion/column/932499.html?_fr=fb#cb

⑷ 최근에는 50명 안쪽으로 접어드는 추세인데, 이러한 흐름이 열흘 이상 지속되면 ‘생활방역체계’로 전환할 수 있다고 한다.

⑸ 그렇지만 투표에 대한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아 66.2%의 투표율을 기록하였다.

⑹ 조현철 신부(프란치스코), <빈 광장과 프란치스코 교종>, 카톨릭뉴스 ‘지금 여기’ http://m.catholi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2475

⑺ 사실 개인적으로는 ‘문화예술인’이라는 표기가 그러한 태생적, 전문적 주체가 별도로 존재하는 것으로 사고하게 만들고 이를 강화하는 것 같아, 대신 ‘문화예술활동주체’라고 표현해왔다.

⑻ 이미 적잖은 문화예술활동주체들은 물론 여타의 활동가 및 시민들도 이를 실천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⑼ 그 동안의 예술이 일부 소수 전문가들의 전유물이었다는 전제 속에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일반 시민들만의 전유물로 생각하는 경향을 넘어설 필요가 있다.


민운기(閔雲基, Min, Woon-Gi)
인천 동구 배다리마을에 거점을 둔 공유공간 인천문화양조장 관리자이자 이곳에 오래 전에 입주해 있는 문화NPO 스페이스 빔지기로, 마을 및 도시 공동체 관련 이런 저런 일을 하고 있다. minoongi@hanmail.net




역사와 문화를 느끼며 걷는 인천둘레길

역사와 문화를 느끼며 걷는 인천둘레길
『인천의 둘레길과 종주길, 이야기를 담다』(인천광역시, 2019) 소개- ①

안홍민(인천문화유산센터 연구원)

인천의 둘레길을 아시나요? 등산이나 걷기를 좋아하시면 분들은 잘 아실 수도 있지만 아마 인천시민들 중에서도 “인천에 둘레길이 있었나?”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분도 적지 않으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내가 자주 걸어갔던 길이 인천둘레길인 줄 모르고 걷는 경우도 적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인천둘레길은 인천의 산과 하천, 해안과 갯벌, 구도심 그리고 섬까지 인천의 곳곳을 잇는 길입니다. 계양산에서 시작하여 천마산, 만월산, 문학산, 청량산에 이르기까지 이른바 인천의 S자 녹지축을 무분별한 도시개발로부터 지켜내기 위해, 지역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일어나 녹지축을 잇는 둘레길을 만들었습니다. 그 후 인천의 해안과 구도심, 섬까지 길을 이어나가며 총 16개 코스의 인천둘레길이 완성되었습니다.

인천둘레길은 자연환경적 측면에서 중요합니다. 인천 곳곳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덮여가고 있는 상황 속에서 시민들에게는 건강하게 숨 쉴 수 있는 녹지 공간의 역할을, 동식물에게는 생명을 지켜나가는 소중한 생태 공간의 역할을 하는 곳이 바로 인천둘레길입니다.

그런데 둘레길에는 자연만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곳에는 인천의 역사와 문화가 깃들어 있습니다. 인천이 오랜 시간 만들어온 수많은 역사의 모습들,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전설들, 또 많은 사람의 이야기들까지. 물론 둘레길은 그냥 걸어도 좋은 길입니다. 하지만 둘레길에 얽힌 역사와 문화의 이야기들을 알고 걷는다면 그 길을 걷는 재미도 배가되고 더욱 가치 있는 둘레길 여행이 될 것입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라는 말도 있지 않습니까.

인천문화재단은 지난해 인천광역시와 함께 『인천의 둘레길과 종주길, 이야기를 담다』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이 책은 인천둘레길에 얽힌 역사, 설화, 유적, 지명 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1코스인 계양산부터 제16코스인 장봉도까지 그곳에 얽힌 다양한 이야기들이 소개됩니다.

계양산성이나 문학산성, 참성단 등 인천의 유구한 역사가 담긴 문화유산들, 우리에게는 조금 낯선 천마산의 아기장수 이야기 등 설화들, 인천 근대 개항의 역사가 담긴 개항장의 모습들, 대도시 인천의 사람들의 삶이 모습이 녹아 있는 달동네의 구불구불한 골목길 등 총 9장의 내용 속에서 인천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글의 구성은 둘레길을 코스의 순서대로 걸으며 그곳에서 만나는 여러 장소마다 얽힌 다양한 역사와 문화이야기들을 어렵지 않은 문체로 풀어가는 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어 보면 독자 스스로가 둘레길을 걸으며 체험하는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우리는 인천이라는 도시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 인천이라는 도시의 내면에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책은 둘레길과 함께 인천의 종주길도 소개합니다. 우리 국토의 중요한 줄기인 한남정맥(漢南正脈)의 인천구간에 종주길이 설정되었습니다. 종주길을 걸으며 산의 정상에서 바라본 인천 곳곳의 모습도 이 책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자, 그러면 이 책과 함께 둘레길을 걸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이 책과 함께 떠나는 둘레길 여행, 그동안 몰랐던 인천의 참모습을 알아가는 소중한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우리를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적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우리를 위협하는 보이지 않는 적들, 우리는 준비가 되어 있는가?

유세움 (인천시의원)

마음 편히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예술가들은 몇이나 될까? 개인적으로는 예술의 가치를 평하기 전에 예술가의 길을 선택한 이들과 관련된 직업을 선택한 이들은 충분히 존중을 받을 가치가 있다고 생각을 한다. 누군가는 자의적인 선택에 대해 국가나 사회가 보호할 필요가 있냐고 묻기도 하지만, 한 국가, 한 사회가 생성될 때 문화와 예술의 중요성을 부정하는 이들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오늘은 문화 예술의 중요성과 그간의 문제점을 이야기하기 보다는 당면한 과제에 대해 다분히 주관적인 의견을 내보고자 한다.

코로나 19, 신종 플루, 아프리카 돼지열병을 비롯한 국가적 재난들로 인해 전 분야에 걸쳐 어려움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단순히 어려움이라고 부르기엔 견디기 힘든 어려움이다. 경제적 순환 활동은 냉각이 되어가고 있고 국민들은 피로감을 느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행이라고 보이는 점은 희망적 메시지를 통해 이 사태를 함께 극복하고자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러한 힘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고 있는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우리는 얼마나 많은 대비를 하고 있었나에 대해 돌이켜 볼 필요가 있다. 위기가 닥쳤을 때 예측 가능한 부분들에 대해서 어려움을 완화 시킬 수 있는 매뉴얼에 대해서 말이다.

사건과 사고, 질병 등은 과거 몇 년 동안 다양한 형태로 위협을 해왔고,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과거보다 체감의 속도와 깊이를 더욱 깊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이것들은 생활 속 깊숙이 침투하여 곳곳에 영향을 끼치며 모든 것을 집어 삼킬 것 같이 빠르고 무섭게 다가온다. 산업의 많은 분야들을 비롯해 예술계도 이것을 피해가기는 어렵다. 이때에 행정의 역할과 제도의 기능이 상당히 필요한데, 그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는 것에 분주해 진다. 그전에 이 부분들이 마련되었으면 어땠을 까라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가까운 2019년 아프리카 돼지 열병과 2020년 코로나 19는 예술계에 직격탄을 날렸다. 날마다 공연과 전시 취소 문자 메시지가 도착하고 공연장과 전시장에는 ‘휴관’이라는 안내문이 붙기 시작한다. SNS에는 계약이 취소되었다는 포스팅들이 줄을 잇고, 오가는 근황은 위로로 시작이 된다. ‘취소’는 했다지만, 그 순간만을 기다리고 준비한 예술인과 기획자, 제작자는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는 것만이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일이 되어버린다.

필자는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사태에 대한 대비를 했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수없이 해왔다. 2019년 인천시의 문화 체육 관광국의 업무보고 당시에도 몇 차례에 걸쳐 제안과 질의를 해왔으나, 펀치는 허공을 가르며 무위에 그쳤다. 어떤 이유인지 모르게 그 공감대를 사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비단, 이뿐이랴 문화 예술 활동이 조금이라도 중요도에서 우선순위에 있었던 적이 단 한번이라도 있었던가? 씁쓸한 현실만을 인정해버리게 된다.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대비책 없이 취소가 되는 사업들이 계속 된다면, ‘예술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에겐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경제 활동의 전부가 사라지는 것이다. 대부분이 프리랜서인 예술계에서는 1년에 몇 개 안되는 일거리가 통째로 날아간 일일 수 있다. 더 이상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말이다.
그 수많은 상황을 경험해 왔음에도 매뉴얼이 갖추어지지 않았던 부분들은 늦어도 너무 늦었지만, 예술계와 얽혀 있는 다양한 분야들에 대한 보호 장치 또는 완충 장치의 마련이 지금이라도 반드시 마련되어져야 한다. 최소한의 정책적 방어막이 필요하다. 이제부터 몇 가지 제안을 해보고자 한다.

첫째, <재난ㆍ질병 피해에 대한 문화 예술계 안전 보험 가입>이다. 공기관의 주최ㆍ주관으로 이뤄지는 행사들이 각종 재난과 질병으로 인해 취소가 되었을 때, 계약금의 일부분을 보전해주는 제도를 마련했으면 한다.

대신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할 부분은 계약의 시기가 있을 것이고 재난의 판단 부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명확하게 갖춰야 한다. 가끔 일주일 전, 당일에 계약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는데, 이러한 부분들도 보완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그리고 공연계에서는 사전 계약금에 대한 지급이 거의 없다시피 하는데 (특히, 순수 예술 분야에서는) 계약금을 지급할 수 있는 행정적인 보완도 필요할 것이다.

보험의 가입은 지자체에서 일괄 가입할 수 있도록 하며, 예술가들에게 부담을 주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인천시에서 시행하고 있는 <인천 시민 안전보험>을 참고해도 좋을 듯 하다.

물론, 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면밀하고 다각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민간보험과의 협약을 어떤 방식으로 진행할 지에 대한 논의도 긴밀히 이뤄져야 하며, 현장과의 테이블을 마련하고 현실적 방향을 이끌어내는 소통도 필요한 부분이다. 이 부분이 자리를 잡고 실행이 된다면, 최악의 상황에서 버틸 수 있는 동력을 가질 수 있다.

둘째, <인천광역시 문화예술후원 활성화 지원>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이 부분은 필자가 현재 준비 중인 조례이기도 하다. 이 정책의 마련은 그동안 기업 또는 개인의 문화 예술 후원은 다분히 선언적인 형식을 취하고 있다면, 이 조례에는 기업과 지자체의 5대 5 매칭 지원의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다. 예를 들자면 한 기업이 예술 단체(예술가)에게 100원을 지원한다면, 지자체도 100원을 단체에게 지원을 하여 200원으로 연간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단, 이때 매칭된 예술 단체(예술가)는 인천시가 주관하는 지원사업에서 일부 배제를 하여 타 지원 사업과의 중복을 방지함으로 불평등을 해소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 조례의 경우에는 인천지역 내에서 전무하다시피 한 메세나 활동을 촉진 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기업이 예술 단체(예술가)에게 지원을 한다면 해당 기업에도 세제 혜택 또는 인천광역시 인증 기업의 형태로 기업에도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다각적으로 실행하는 것이다.

이 정책적 조례가 자리를 잡아 나간다면, 지금과 같은 위기 순간이 닥쳐도 피해의 정도를 최소화할 수 있는 보호망으로서의 기능도 함께 할 것이다. 메세나의 활성화는 필요성은 인식하지만 정확한 실천은 없었다. 그렇다면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이를 독려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메세나 활동에 대해서는 예전부터 깊이 고민을 해왔었다. 현장에 있을 당시에도 메세나를 유치해보기 위해 수없이 많은 노력을 했지만 대체로 잘 이뤄지지 않는다. 메세나에서도 발생하는 빈익빈 부익부도 존재하고 있다. 거대 기획사 또는 인지도 높은 예술가들에게만 편중되어 중앙 메세나 활동이 이뤄지는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인천 지역만이라도 지역의 문화 예술 활동을 활성화하고 발전하는 데에 있어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공기관의 노력도 필요하다. 그렇게 지역과 문화, 기업이 동반 상승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들을 마련하는 것이 지자체의 역할이기도 하다.

문화 예술계는 질병과 사건, 사고 뿐 아니라 1년 365일 내내 위기 상황에 쳐 해있다고 본다. 위기의 정도가 다를 뿐 항상 아프고 힘들다. 아프고 힘든 가운데 사건, 사고가 생기면 더 아프고 힘들어 질뿐이다. 그저 이 상황이 나아지겠지 라는 일말의 희망으로 하루 하루를 버티고 있을 수도 있다. 예술은 행복하나 삶의 질은 나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참으로 모순적인 부분이 아닐 수 없다. 예술은 다른 사람의 삶을 즐겁게 해주는데, 정작 예술가의 행복은 깊지도 길지도 않다. 그래도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 그 예술은 시대를 비추고 사회에 여러 색으로 덧칠을 한다.

지금의 위기, 앞으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예술 현장에 있어보지도 않은 몇몇이 만들어가는 정책과 제도보다 현장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바늘로 동굴을 파는 심정일지라도 목소리를 모아주길 바란다.


유세움
인천광역시의회 시의원(문화복지위원)
인천출신, 초ㆍ중ㆍ고등학교 시절 풍물 동아리 활동을 시작으로 성인이 되어서는 전문 국악 타악 연주자로 활동을 해왔으며, 2011년 문화공작소 세움을 설립하여 한국 음악과 대중음악, 서양음악의 영역을 넘나들며 문화 기획자로서 다양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주요 이력으로는 세계사물놀이겨루기 대회 금상, 전주 소리프론티어 소리축제상 등이 있으며, 16개국에서 해외 투어를 기획하고 연출을 했다.




김민정 KIM Minjeong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2020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11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지난해 진행된 공모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과 기획자를 선발하고, 일정기간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을 지원합니다. 또한 비평 및 연구, 창ㆍ제작 발표 지원 등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합니다.
올해,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입주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 등에 관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김민정은 홍익대학교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영화 영상 제작으로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시간 기반 매체로서 필름의 물질성과 기술적 특성, 그리고 그것이 담을 수 있는 감각들에 대해서 연구해오며 영상 매체의 물리적, 광학적 규칙, 영사 환경 등 매체를 둘러싼 여러 조건들이 사회와 문화적 맥락 내에서 ‘기준’과 ‘표준’이라는 약속된 허구를 어떻게 영화적 체험으로 드러낼 수 있는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며 영상 작업을 만들고 있다.

(100ft), 3분, 16mm 필름, 컬러, 무음, 2017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신체와 언어유희 사이에서 시작된 나의 작업은 16mm 필름의 물질성을 연구하면서 거리와 길이, 시간 단위 등 표준 측량과의 관계에 대한 질문으로 옮겨왔고, 점차 영상 매체가 촬영 환경 또는 영사 공간과 가지는 관계, 그리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감각에 대한 방향으로 진행 중이다. 종이와 비디오의 세계를 거쳐서 대학원에서 처음 16mm 셀룰로이드 필름을 접하였고 그 후 아날로그 필름과 디지털 매체 모두를 사용하여 작업하고 있다.

 
Depth of Field, 3분 5초, HD 비디오,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나의 영상작업 <(100ft)>은 가장 많은 곳에서 많은 사람에게 선보인 작업이다. 초청되기 원했던 모든 영화제에서 상영되어서 기쁘기도 했고 이 작업을 향한 다양한 나라나 문화권에서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졸업 작품이었던 <FOOTAGE>을 만드는 동안 생각해낸 작업으로, 미국 모하비 사막 근처 소다 레이크(Soda Lake)라는 곳에서 촬영하였다. 이 곳은 나의 멘토인 제임스 베닝(James Benning)의 ‘Shooting Landscape’ 수업 때 처음 방문하였는데, 과거에는 바다였으나 현재는 계속 호수가 증발되어 온 사방이 눈처럼 하얗게 소금으로 덮인 공간이다. 이 작업에서 정확히 1피트의 발을 가진 사람과 그에 훨씬 못 미치는 아주 작은 발을 가진 사람이 같은 위치에서 100걸음을 걷게 되는데 1피트의 발을 가진 사람을 찾기 위해서 2년 동안 1피트로 잘려진 필름 스트립을 가지고 다녔다.

(100ft), 3분 16mm 필름, 컬러, 무음, 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사회적 약속이나 규칙, 기준에 관심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것들이 지칭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인지, 허용하는 범위나 기원 등을 찾아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구조를 발견하거나 모순을 찾게 되고 때때로 그 안에서 발생하는 언어적 유희에 끌리기도 한다. 또한, 그것들이 특정 매체의 특징과 만나거나 충돌하는 지점에서 나의 작업의 방향이 정해진다.

 
푸티지(FOOTAGE), 2분 47초, 16mm 필름, 흑백, 2016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아직 작업의 궁극적인 의미를 정의하기는 어려울 것 같고 작업에 대한 나의 생각은 가장 처음 썼던 필름메이커 스테이트먼트를 가져와서 인용하고 싶다. 그것을 지금 보았을 때 스스로 느끼기에 설익고 지나치게 뭉뚱그려져 있지만, 한편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다짐들을 담아서 표현했었다.

“나는 이미지를 넣고 담을 수 있는 컨테이너로서, 이미지가 태어날 수 있는 화학적 반응으로서,
세계를 바라보는 다른 크기의 창문으로서, 오브제나 공간을 향한 나의 얼굴 표현으로서,
만질 수 없는 물질을 향한 물리적은 반응으로서, 내 자신을 직접적으로 볼 수 없거나 자세히 보고 싶어 하지 않을 때
나 자신을 보기 위한 거울로서 무빙이미지를 만든다.”
“I make moving images as containers which I put images in; a chemical bond which gives birth to image;
different size of windows which I observe the world through; facial expressions toward objects or spaces;
physical reactions to intangible material and mirrors to show by myself
which I do not want to see carefully or I cannot see directly.”

오스트레일리안 페이퍼, 2분20초, 16mm 필름, 컬러, 2015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kimminjung-works.comvimeo.com/minjungkim




김방주 KIM Bangjoo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 소개
2020년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창작활동을 펼쳐나갈 11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지난해 진행된 공모를 통해 국내외 다양한 장르 예술가들과 기획자를 선발하고, 일정기간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위한 공간을 지원합니다. 또한 비평 및 연구, 창ㆍ제작 발표 지원 등 창작 역량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합니다.
올해, 한 달에 한 번 발행되는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입주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와 창작 과정 등에 관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많은 분들의 관심과 기대 부탁드립니다.

 

김방주는 서울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슈투트가르트 국립조형예술대학에서 순수미술 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주로 퍼포먼스나 수행적 요소가 있는 작업을 진행한다. 익숙한 사물이나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가져보지 못한 질문을 해보거나, 그러한 사물과 상황들을 생경한 상태로 만드는 것에 관심이 있다. 의식적으로 공동체의 합의된 일반적인 규칙들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잘못 해석하는 식의 방식으로 갈등 상황에 놓이는 것을 즐긴다.

Fill Out the Blank, 60분, 퍼포먼스, 베를린(독일), 2014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매체를 정해놓고 작업을 진행하진 않지만 주로 영상이나 퍼포먼스 형태의 작업이 많은 편이다. 2013년도부터 독일에서 생활하면서 작업을 하게 됐는데, 낯선 환경 탓인지 평범한 일상들이 상당히 이질적으로 다가왔다. 또한 작업실이 없었기 때문에 주변 상황이나 사물을 작업에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시간이 많아지니 관성적으로 사용해왔던 물감이나 붓 따위를 쓰는 것이 어색하더라. 이 시기에는 그림을 완성하는 것보다는 자연스럽게 그림을 그리는 행위에 집중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때부터 일상생활이나 익숙한 것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순간에 관심을 두게 되었다. 작업과 그것을 보여주기 위한 매체는 작업 전반의 연구 과정과 함께 장황해졌다, 혼재되었다가 다시 단순해지기를 반복하는 것 같다. 이 과정에 시간을 많이 쓰는 편이다.

   
   
Dear Mum; From up High to Far Away, on the Flat Between 0 and 1, 14분 56초, 영상 설치,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Fill Out the Blank>은 작업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가장 먼저 보여주길 선호하는 작업이다. 이 작업은 베를린에서 친구 집에 머물렀던 적이 있는데, 그 당시 집 앞의 주차장에서 한 시간 가치에 해당되는 주차장 티켓을 사고 그 공간을 점유했던 퍼포먼스이다. 주차난이 굉장히 심한 곳이었는데 한 운전자가 그곳에 주차하려고 핸들을 꺾고 나를 발견하고는 고민 후에 다른 자리로 이동하기도 했다. 4-5초 정도 되는 그 정적이 나의 작업을 잘 대변하는 것 같다고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았다.

Fill Out the Blank, 60분, 퍼포먼스, 베를린(독일), 2014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산책, 책, 다른 작가들의 태도에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나의 작업은 보통 ‘익숙한 것’에서 출발한다. 주로 매일 생각하고 있는 예술이라든지 일상생활, 또는 그 두개가 혼재된 상황에서 흥미로운 것을 발견하게 된다. 간혹 ‘익숙한 것에 대한 배반’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너무 익숙하고, 당연해서 인지조차 되지 않았던 것이 문득 처음 마주한 것처럼 생경하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의 작업은 이 생경함에서 출발한다. 이를 위해 스스로에게 질문을 많이 던지는 편인 것 같다. 그 사회에 ‘나’를 대입하여 생각해 본다던가 사회에 편입되기 위해 일자리를 구해 사회생활을 해보는 따위의… 말이다. 최근 5년 정도 대형 미술관에서 전시 지킴이로 돈을 벌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생겨난 질문에서 출발한 작업을 올해 전시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A Gentle Struggle, 2분 21초, 퍼포먼스 영상, 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기본적으로 소통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작업을 받아들이고 해석하는 것은 관객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작가는 장치를 만들 수는 있지만 ‘나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라고 표현하는 사람은 아니지 않을까? 다만 역설적이게 미술에 의미가 있다면 의식영역의 확장이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에 미술을 본 경험이 별로 없는 친한 동생과 다른 작가의 전시를 보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 동생은 한 시간 가량의 시간을 투자해서 본인이 분석할 수 있는 다양한 해석을 가져왔다. 그리고는 본인 영역의 해석 방식으로는 답을 찾지 못 하겠다더라. ‘답을 찾으라고 만들어 놓은 게 아닌 걸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말이 제일 적합한 말인 것 같았다.

 
For The Buzzer Beater, 설치 전경,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사실 내년(올해?) 계획이라고 설정해 놓은 기획을 다시 생각하는 중이다. 아마도 전혀 다른 작업을 진행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런 선택을 하는 것의 용기를 잃지 않고 싶다. 아직도 사회의 스테레오타입을 벗어난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다. 그만큼 현대 사회에서 자기가 바라보는 가치를 유지하는 데에는 많은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이런 사람도 있구나’ 정도의 평가면 썩 괜찮지 않을까 싶다.

 
 
A Teleportation Through Two Chairs, I Don’t Have a Problem with Berlin Because I’m Not Late Also I Am Invited,
11분 2초, 영상 설치, 2017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ohhora.org




인간과 대지의 작가 박인우, 그의 작품 세계와 인터뷰 <사고의 현대 한국 그리고 보따리>

수평적 세계를 껴안는 방법 ver 1. 박인우
‘사고의 현대 한국 그리고 보따리’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2019년을 마무리하고 2020년의 시작을 여는 기획전시로 《수평적 세계를 껴안는 방법》이 12월 20일부터 2020년 5월 6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들 중 인천 연고를 가진 중견작가를 재조명하는 전시로 참여 작가 각자의 작품 세계관을 살펴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인천문화통신 3.0에서는 3월부터 5월까지 매월 2명씩 참여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비평글을 만나본다.


사고의 현대 한국 그리고 보따리

《수평적 세계를 껴안는 방법》에 출품하는 박인우 작가의 작업들은 회화의 직관을 따르면서 일련의 플로우를 가지고 있다. 그 흐름은 작가의 개인적인 내적 고백인 동시에 한국현대사의 일부를 담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매체와 표현기법은 정통 회화(유화)의 화법을 따르되, 작가의 직관을 살려 작업에 따라 흐름과 강약조절을 달리 한다는 점도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번 출품작의 경향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작가의 자아를 통렬하리만치 강하게 드러내고 있는 <전사>(2006)와 <나의 초상>(2007)이다. <전사>는 작가의 모습을 아프리카 부족 추장으로 표현한 자화상이다. 작가에게 2000년대 중반은 한국사회가 규율과 원칙이 무너진 혼란스러운 시대로 기억된다. 특히 가정과 사회에서 전통적인 ‘아버지’의 역할이 무너진 시대였다. 작가는 우리가 흔히 ‘야만적’이고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아프리카 부족의 추장이 오히려 한국사회보다 더 낫다는 개인적 사유에 착안하여 자신의 모습을 자화상에 투영하였다. 여기서 작가의 얼굴은 강렬한 남성상을 표방하면서, 사회의 부조리와 인생의 통렬함에 질겁한 개인적인 심리상태를 온 표정으로 반영하고 있다.
<나의 초상>은 장남과 가장의 중압감에 지친 작가의 개인사가 진하게 묻어나는 작업이다. 작가의 유년시절은 육 남매의 장남으로, 때로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책임감을 강요받았던 기억이 지배적이다. 방파제에 온 몸이 묶인 채로 목만 내놓고 견디고 있는 남자의 모습은 관객에게도 질식할 것 같은 중압감을 고스란히 전달한다.

박인우_ 전사, 53×45.5cm, oil on canvas, 2006
박인우_ 나의초상, 162×97cm, oil on canvas, 2007

박인우 작가의 두 번째 작업 키워드는 ‘어머니’이다. 본 전시에서는 이와 관련한 두 점의 작업이 출품되었다. <어머니0925>(2009)와 <어머니 Forever>(2015)가 그것이다. 두 작업에서 도드라지는 알레고리는 ‘보따리’이다. 작가는 어머니가 가족의 모든 것을 책임지고 희생하는, 이른바 ‘전통적인 한국형 어머니상’의 온상이었다고 회상한다.
금방이라도 터질 듯 한 보따리에 구메구메 담겨 있는 것들은 크게 값진 물건이 아니다. 다만 작가 어머니의 손때가 묻은 것들, 어머니가 버리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보따리에는 육 남매를 키우고 생계까지 책임지느라고 고생한 어머니와, 그런 어머니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이 절절한 시각으로 담겨 있다. 2009년도에 완성한 작업의 경우 보따리 뒤편에는 암호 같은 낙서와 드로잉이 그려져 있다. 이것은 작가와 어머니가 나누었던 대화와 기억들을 작업에 새겨놓아 영원히 간직하고자 하는 작가의 심리가 담겨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먹먹한 기분을 들게 한다. 한편 <어머니 Forever>(2015)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수목장을 지냈던 날에 대한 작가의 기억이다. 여기에도 보따리뿐만 아니라 어머니가 사용하던 의자 등의 소품이 일종의 분신으로 등장하며, 하늘로 올라가는 어머니의 영혼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각적 증언이 담겨 있다.

박인우_ 어머니 0925, 181.8×227.3cm, oil on canvas, 2009

세 번째는 <나-있소> 시리즈로, 이 작업에는 작가뿐만 아니라 작가의 부모와 육 남매의 가족사 스토리까지 포괄하고 있다. “나 있소”는 가족 중심적인 전통 한국 사회에서 때로 자아를 드러내지 않는 방식으로 자신을 희생했던 구성원이 폭발적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렸던 신호탄이자, 일종의 선언이다. 이것은 특히 한국사회에서 가장과 장남, 즉 ‘전통적인 남성상’이 강요받았던 중압감과, 그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온전히 전가했던 한국 사회에 대한 일갈이기도 하다. 즉, <나-있소>는 작가의 아버지의 외침이자 작가 자신의 선언이다. 이 작업에서 작가는 기존의 사고방식과 표현방식에서 벗어나 자아와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가의 의지를 내용과 형식 둘 다의 방식으로 취하고 있다.

박인우_ 나-있소 1325/ 나-있소1328/ 나-있소1332
117×91cm, acrylic on canvas, 2013

이번 전시 《수평적 세계를 껴안는 방법》은 인천 지역에 연고를 둔 중견작가를 발굴하여 재조명한다는 남다른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박인우 작가에게 인천은 유년시절 공간기억을 구성하는 총체이다. 당시 인천은 해외 문물이 가장 먼저 거치는 항구도시이자 뱃사람들과 인력시장의 야생적인 에너지가 넘치는 공간으로 작가는 회상한다. 현재는 상상할 수도 없는 바다가 보이는 인천의 풍경과, 자유공원의 불온한 자유와, 항구의 야생적인 에너지가 꿈틀대던 공간은 작가의 의식 공간에 뿌리 내려 강렬하고 남성적인 작품 표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글/ 조숙현 (독립 큐레이터)

박인우 작가 인터뷰 작가 인터뷰 영상 바로가기

*박인우(b.1957~, 인천출생)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는 ‘인간과 대지’이다. 작가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대지와 자연, 그 일부로서 인간 존재의 의미를 고민하며, 이러한 내적 고민 안에서 한 인간으로서 작가 자신에 대한 서사를 작품에 투영시킨다. 이러한 작업 방식의 흐름은 작가 개인의 내적 고백인 동시에 한국의 시대적 현실과 변화사를 담아낸다. 박인우는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미술대학 서양화과를 졸업했으며, 가천대학교 예술대학 학장을 역임하고 있다. 작가는 1984년 인사동 관훈미술관에서 에스(S)파 동인전에 참가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으며, 현재까지 한국미협, ORIGIN 회화협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조숙현은 연세대학교 영상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졸업하고 미술전문지 『퍼블릭아트』에서 취재기자로 활동하였다. 현재 전시기획자 및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대미술전문출판사 아트북프레스를 운영하고 있다. 기획한 전시는 《X- 사랑》(2019, 통의동 보안여관), 《강원국제비엔날레: 악의 사전》(2018, 강원문화재단)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내 인생에 한 번, 예술가로 살아보기』(2015, 스타일북스), 『서울 인디 예술 공간』(2016, 스타일북스) 등이 있다.




현대사회의 시스템에 질문을 던지다, 작가 오원배의 작품 세계와 인터뷰 <몸짓들이 허용하는 자의적 질문들>

수평적 세계를 껴안는 방법 ver 1. 오원배
‘몸짓들이 허용하는 자의적 질문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는 2019년을 마무리하고 2020년의 시작을 여는 기획전시로 《수평적 세계를 껴안는 방법》이 12월 20일부터 2020년 5월 6일까지 진행되고 있다. 이번 전시는 한국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들 중 인천 연고를 가진 중견작가를 재조명하는 전시로 참여 작가 각자의 작품 세계관을 살펴보자는 취지를 가지고 있다. 인천문화통신 3.0에서는 3월부터 5월까지 매월 2명씩 참여 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비평글을 만나본다.


몸짓들이 허용하는 자의적 질문들
오원배는 회화라는 매체를 통해 인간의 실존과 소외, 현대사회의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함으로써 작품세계를 확장해 온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인간, 혹은 인간의 신체는 오원배의 초기 작업에서부터 등장한다. 1970년대에 가면을 쓴 형상에 이어, 1980년대 동물성이 강조된 몸부림치는 살덩이로서의 신체가 등장한 이후로, 때로는 투명인간으로, 때로는 기계 신체로, 때로는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의 형상으로, 때로는 집단적 제스처를 취하는 무리들로 등장했다. 그가 재현한 인간 형상들을 하나의 연대기로 나열만 해도 그의 작품세계를 설명할 수 있을 정도다. 인체를 등장시켜 그는 사회의 구조적 상황과 여기서 살아가는 인간의 실존적 상황을 탐구하고자 했다. 일상적으로 폭력과 죽음을 마주해야 했던 젊은 시절부터 사회적 부조리를 형상화하고자 했던 회화적 임무는 수 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그의 화력(畵歷 혹은 畵力)을 인간의 실존적 가치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회화적 임무라는 설명으로 갈무리하기에는 그가 재현한 인간의 초상과 시대적 징후들은 상당한 폭과 변화를 가진다. 최근 작업에서 새로운 변화로 보이는 부분, 그래서 자의적 질문을 생성하는 것은 신체의 ‘몸짓들’이다.

오원배_ 무제, printing ink, pigment on canvas, 270×690cm, 2019

몸짓들
그의 최근 작업에서 인체 형상들은 각자 개별적인 동작들을 취하고 있다. 신체를 꺾고 뒤틀고 구부리는 역동적인 동작을 취하고 있다. 무엇을 하는 동작일까를 상상해 본다. 춤을 추는 순간을 포착한 걸까, 신체의 한계를 보여주는 수행의 동작일까. 준비동작일까, 절정에 달한 동작일까, 마무리동작일까. 편한 상태로 있을 때의 동작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안간힘을 쓰면서 몸을 지탱하고 있거나, 많은 에너지를 머금은 상태의 순간들이다. 혹은 운동 에너지로 전환하기 직전의 긴장감이 어른거리기도 한다. 이전의 동물성이 강조된 살덩어리 신체와도, 기계적 신체와도 좀 달라 보이는 것은 이처럼 운동 에너지를 발산하며 개별 신체들이 행하는 몸짓들에 기인한다. 커뮤니케이션 학자에게 몸짓은 비언어적 소통언어로서 의미체계를 가진다고 한다. 몸짓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일상에서 고개와 허리를 숙이는 동작은 상대방에게 인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일상의 소통체계에서 의미해석이 가능한 기능적인 몸짓이다. 하지만 기능성을 벗어난 이 순수 몸짓들의 의미는 그 해석에 다가갈 수 없다. 설사 그 의미를 알 수 있다고 해도 그 의미만으로 몸짓들을 온전히 설명할 수는 없다. 결국 몸짓들의 의미 해석에 다가가는 것은 불가하거나 부족하다. 작품의 생성 단계에서 행위 주체의 몸짓으로 다가가면 그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모델은 작업실에서 자유로운 포즈를 취하고 쉴새없이 이를 사진으로 찍는다. 작가는 그 중에서 만족할 만한 컷을 골라 작업에 활용한다. 모델의 순수 몸짓은 자유로운 행위인가, 강요된 노역인가. 그림으로 돌아와, 이 몸짓들은 자유로운 상태인가, 구속되어 뒤틀어진 포즈인가. 어떤 것을 표출하기 위한 능동적 행위인가, 어떤 것에 대한 수동적 반응일까. 자율과 구속, 능동과 수동의 모호한 중층성은 그의 전작들의 인체에서도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인간과 기계, 인간과 동물의 형상에서 해방과 통제, 긍정과 부정을 가로지르며 존재의 이중성을 보여줬던 바다. 몸짓들이 담긴 사진을 선별하고 그 몸짓들을 화면에 담는 과정에서 모호한 중층성의 자장은 여전히 미치고 있다.

오원배_ 무제, printing ink, pigment on canvas, 308×387cm, 2019

병치와 접속들
몸짓들은 다른 몸짓들과, 혹은 다른 요소들과 병치된다. 다른 요소들이란 사물들, 식물들, 형태들, 구조들로 이야기될 수 있는 비인간 존재들이다. 그의 기왕의 작업들에서 신체 형상들과 함께 등장한 것은 공간적 배경이었다. 인간을 에워싸고 있는 환경이 현대사회의 암울한 공간의 징후로 등장하고, 그러한 징후는 인간이 처한 공간과 상황에 대해 해석하려는 충동으로 우리를 빠뜨렸다. 인체의 형상 및 움직임이 공간과 인과관계를 경유하여 해석의 상황으로 이끌어 가려고 했다면, 이번 작업에서 인간과 함께 등장하는 사물들과 구조들의 나열은 단편적이고 임의적 연결로 보이며 그에 대한 자의적 상상으로 우리를 이끌어 간다. 이와 같은 병치 구조에 대해 작가는 “하나로만 이야기하기 모호한 상황인지라 여운을 갖게 하는 하나의 기제로 활용”한다고 말한다. 그의 언급은 복잡하고 다변화된 세상과 가치판단이 어려워진 시대에 대한 논평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조형적 대응방식을 포함하고 있다. 그의 병치의 구조는 희박해 보이는 관계들의 무관심한 나열로 이루어져 있다. 하지만 단절과 무관심은 때로 왠지 모르게 새로운 연결과 접속의 지향으로 보인다. 이것이 그가 말하는 여운일까. 몸짓들의 의미 해독이 불가함을 다시 한 번 상기하며, 커뮤니케이션에 비유하자면, 몸짓들과 그것의 병치는 무선접속장치의 전파가 있는 접속 가능성의 영역에서 모종의 연결과 네트워크를 기다리는 자동적 신호의 목록이 아니었을까 질문하고 싶다.

글/ 이정은 (미술이론)

오원배 작가 인터뷰 작가 인터뷰 영상 바로가기

*오원배(b.1953~, 인천출생)는 인간과 인간을 둘러싸고 있는 시대적 상황을 변형, 상징화 함으로써 인간의 실존과 소외, 현대사회의 시스템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해 왔다. 인간이 구축해온 사회, 현실을 구성하는 복잡 미묘한 관계에 관심을 보이며, 그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인간의 초상과 그 시대적 징후들은 폭넓은 스펙트럼을 가진다. 오원배는 동국대학교와 동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하고, 파리국립미술학교 미술학 전공 석사과정을 수료했으며 현재 동국대 명예교수, 우현상 운영위원 등을 역임하고 있다. 작품의 주요 소장처로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소마미술관, 금호미술관, oci 미술관, 후쿠오카 미술관, 인천문화재단, 파리국립미술학교, 프랑스 문화성, 동국대학교, 서울대미술관, 원광대학교 등이 있다.

*이정은은 미술이론을 공부하였고, 전시 및 프로젝트 기획과 비평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도시의 여가문화 및 문화정책에 대한 연구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로맨스가 필요해》(2013), 《달빛심포지엄》(2017), 《아워 피크닉_레퍼런스》(2019) 등의 전시 및 프로젝트를 기획한 바 있다.




위기의 현실에서 문화예술(인)은 무엇을 할 것인가

위기의 현실에서 문화예술(인)은 무엇을 할 것인가

문계봉(시인, 인천문화재단 이사)

새해 벽두부터 신종바이러스의 전 방위적 공세로 온 나라가 미증유의 위기에 빠져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방역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가동하며 바이러스 구축(驅逐)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바이러스는 여전히 우리의 일상 깊은 곳까지 침투하여 온전한 삶을 뿌리부터 뒤흔들어놓고 있다. 그리고 12일 현재 세계보건기후인 WHO에서 ‘위험이 현실화되었음’을 알리는 팬데믹(pandemic)을 선언함으로써 이러한 바이러스 창궐은 지역적 위험을 넘어 전 지구적 위기 상황이 되었음을 경고하기에 이르렀다.

국내외 경기는 곤두박질치고 민생의 피폐는 심각한 상황이다. 또한 물리적, 신체적 위험만큼이나 심각하게 사람과 사람의 정서적 관계가 왜곡 변질되고 각종 유언비어가 바이러스 감염속도 만큼이나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국민들의 심리적 마지노선은 계속 하향 조정되다 결국에는 붕괴되기 일쑤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떻게 훼손된 관계와 무너진 삶의 시스템을 회복해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때에 인천의 상황을 특화시켜 언급하거나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자칫 지역이기주의이거나 현실의 심각성을 망각한 이상주의적 발언으로 오해되기 십상이다. 눈앞에 위기가 엄존하는 상황에서, 그리고 가족과 지인들이 감염의 숙주 혹은 근원으로 확인되어 격리되고 있는 지구적 위기 상황에서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은 확실히 현실과는 동떨어진, 과도한 낙관주의적 스탠스라는 오해의 여지가 있어 보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니 그렇기 때문에 더욱 더 지역과 문화, 그리고 예술에 대한 강조가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위기의 상황에서 문화와 예술을 이야기하는 것은 현실의 고통을 외면하거나 그것의 구축(驅逐)을 위한 노력을 방기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갑자기 마주한 이 ‘짐승의 시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문화와 예술의 건강한 상상력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기 때문이다. 작금에 겪고 있는 초유의 바이러스 감염 사태에 있어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물리적, 제도적 노력은 중단 없이 진행되어야 하는 것은 불문가지이지만, 문화와 예술은 결코 치레가 아니고 사람들의 삶 속에 다양한 형태로 녹아 있는 것이며, 따라서 위기와 고통에 빠진 국민들의 마음을 위무하는 유력한 동력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문화와 예술의 역할 또한 고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의 문화예술, 좀 더 구체적으로 문화예술인들은 어떤 실천을 경주할 수 있을 것인가.

작금의 문화예술(인)은 무엇보다 먼저 불신과 불안함이 바이러스처럼 창궐한 현실에서 희망을 이야기 할 수 있어야 한다. 현실이 보여주고 있는 암울함은 이미 영화와 소설보다 훨씬 구체적이지 않은가. 또한 위기상황을 정치적으로 활용하려고 하는 일부 세력들의 정체를 비판, 폭로하고 상처 입은 이들을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바이러스는 조만간 구축될 것이다. 물론 무너진 삶의 물리적 시스템을 하나하나 복원하고 자연스런 일상으로 완전히 복귀하는 데에는 만만찮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것만큼 중요한 것은 이러한 위기 속에서 입은 정서적 상처와 훼손된 관계를 복원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힘은 바로 문화와 예술로부터 나올 수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따라서 고통의 분담과 상처의 물리적 극복을 위한 노력만큼이나 희망과 여러 층위의 연대를 예술적으로 구현해내는 것, 그것이 위기 속에서 취할 문화예술, 그리고 문화예술인들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역문화예술의 지원 단위이자 중간조직인 문화재단 역시 이 엄중한 시기에 자신의 임무와 역할, 문화와 예술을 고민하는 단위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한 번 냉정하게 되돌아보길 바란다. 이 절체절명의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고 이후 더욱 단단해진 심장으로 고통과 시련을 객관화하여 다시금 같은 상황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힘도 바로 문화와 예술로부터 비롯된다고 나는 믿는다. 그것이 그 사회의 저력이자 자산이기 때문이다.


문계봉(文桂奉, Moon GyeBong)
시인, 전 인천작가회의 회장, 현 인천민예총 이사, 문화재단 선임이사
시집으로 『너무 늦은 연서』가 있음. freebird386@yonsei.ac.kr




[2020-01호] 문화예술정책동향

인천시/재단 주요정책·사업

[인천문화재단 15주년-변화하는 문화지형·(8)]2019 인천문화포럼 성과공유 [12.06.]
인천문화재단이 창립 15주년을 맞아 기념식을 열고 올해 인천문화포럼의 성과와 정책제안사항을 공유했다.

갈등 넘어 평화로… 문화로 손맞잡은 韓·中·日 [12.08.]
한·중·일이 매년 공동 개최하는 문화 교류 프로젝트 ‘2019 동아시아 문화도시’ 행사가 한일관계 악화 속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인천시 내년 예산 11조 2,617억원 [12.15.]
인천시의 2020년도 예산이 지난 13일(금) 시의회에서 확정됐다. (시민 문화체험 기회 확대를 위해 통합문화이용권, 관광안내소 운영, 복합문화체육센터 건립 등 문화ㆍ관광ㆍ체육 분야 : 4,420억 원)
↳인천시 국비 ‘첫 4조 돌파’… 생활SOC·교통인프라 중점 [12.13.]

2019 인천시 문화상, 조영숙 유은자 리여석 서거원 [12.19.]
인천시가 ‘인천시 문화상’ 선정 심사위원회를 통해 문학·공연예술·체육 3개 부문 수상자를 선정했다.

2020년 인천시민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12.31.]
분야별 주요내용을 보면 ①교육・문화분야(4건)에서는 ▲동물보호의식을 높이고 동물과 공존하는 인천시를 조성하기 위해 동물동반 참여형 축제인 반려동물 문화축제가 인천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상반기중 개최될 예정이다. ▲소외계층에게 제공하는 통합문화이용권 지원금도 1인당 8만원에서 9만원으로 확대된다.

캠프마켓 일부 건축물 설계도 등… 인천시,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아 [01.17]
인천시가 최근 우리 정부로 반환이 확정된 부평 미군기지(캠프마켓) 내 일부 건축물에 대한 설계도와 건축물 이력카드, 출입열쇠 등을 국방부로부터 넘겨받았다.
↳부평문화발전 시민 유치위원회, ‘캠프마켓 시설 유치와 문화공원 유네스코 등재 추진’ 토론회 [12.13.]

인천문화재단, 2월부터 문화누리카드 발급 시작 [01.21]
인천문화재단은 오는 2월부터 문화누리카드 발급을 시작한다고 20일 밝혔다. 문화누리카드는 일상에서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도록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에게 9만 원을 지원하는 문화복지 제도다.

영상·콘텐츠

인천서 작년 영화ㆍ드라마 97편 찍었다 [01.13]
지난해 인천에서 촬영한 영화ㆍ드라마 등이 195편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시설·공간

“문화 소외됐던 인천에서 세계적 수준 공연 선보이겠다” [12.05.]
운영을 책임지는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의 이원재 청장은 본지와 인터뷰에서 “그동안 문화적으로 소외됐던 인천 지역에 세계적 수준의 문화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천대, 제물포캠퍼스로 원도심 살린다 [01.29]
인천대가 지역사회와 연계해 제물포 캠퍼스 활성화에 나선다. 제물포 캠퍼스를 매개로 인근 원도심이 활기를 되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전략을 추진한다.

역사·문화

미쓰비시 줄사택 ‘문화유산 가치’ 재조명 박차 [12.02.]
인천 부평구가 미쓰비시 줄사택 기록화사업 등으로 지역의 소중한 역사문화유산 가치 재조명에 나섰다.

계양산성박물관 개관 초읽기…인천 계양구 3월 개관, 등록 신청 [01.17]
전국 최초의 산성박물관인 계양산성박물관이 개관 초읽기에 들어갔다. 인천 계양구는 3월 개관을 목표로 최근 인천시에 박물관 등록 신청을 마쳤다고 16일 밝혔다.

중구, 지역 문화유산 체계적으로 지킨다 [01.17]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문화ㆍ역사적 가치를 지닌 인천 중구의 문화유산들을 관리하는제도적 기반이 마련된다.

인천해수청, ‘팔미도등대 국가지정문화재 사적(史蹟)등록 추진’ [12.20.]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등대인 ‘팔미도등대’를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史蹟)으로 등록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어제(19일) 실시했다고 밝혔습니다.

인천시, “송암 박두성 선생 생가 복원사업 추진” [01.30]
인천시가 올해 유·무형 문화재 관리 계획을 발표했다. 문화재 보존·활용계획 뿐 아니라 인천의 역사적 인물 발굴작업도 시작한다. 시는 지난 28일 인천시 홈페이지에 ‘2020 인천광역시 문화재 보존 관리 시행계획’을 발표했다. ▲문화재를 활용한 역사·문화도시 창출 ▲문화유산 향유기회 제공 ▲문화재 체계적 관리 추진 ▲역사·문화재의 발굴과 정비 4개 부분으로 나누어 세부계획을 제시했다.

인천시, 국내 최초 천주교 세례자 ‘이승훈 역사공원’ 조성 [01.31]
인천시가 국내 최초로 천주교 세례를 받은 이승훈을 기념하는 역사공원을 만든다. 시는 31일 남동구 장수동 일대에 이승훈역사공원 조성계획 결정을 위한 공람 공고를 냈다

지역 문화

인천 서구, 문화충전소 현판식 개최[ [12.30.]
인천 서구(구청장 이재현)는 가좌동 마을극장 ‘나무’와 ‘콘체르트 아트하우스’에서 문화충전소 현판식을 개최했다고 31일 밝혔다.

홍인성 인천 중구청장 “문화도시 조성할 것” [12.31.]
홍인성 인천 중구청장은 31일 “새해에는 역사가 살아 숨쉬는 문화도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인천 부평구, ‘역사를 담고 음악이 흐르는 문화도시’ 발판 마련 [12.31.]
부평구는 지난 12월 30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제2차 문화도시 지정 공모사업’을 통과해 문화도시 예비도시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활용안 논란 제물포구락부 ‘커피체험’ 공간으로 재단장 [01.03]
인천시가 개항장 근대건축물인 제물포구락부를 세계 맥주 판매점으로 활용하려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자 커피 체험 프로그램 공간으로 재단장하기로 했다. 옛 인천시장 공관도 기존 역사자료관을 다른 곳으로 이전해 전시·문화 공간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다.

연수문화재단 내달 출범…더욱 알찬 지역축제 예고 [01.07]
인천 연수문화재단이 1국 4팀, 총 정원 22명으로 올해 출범한다. 이를 위해 연수구는 약58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2월 설립되는 재단법인 연수문화재단은 이사장과 대표이사, 비상임이사 11명, 감사 2명을 포함해 임원 15명으로 꾸려진다.

다문화사회, 공존의 길로 나아가는 인천시 [01.09]
최근 현대사회를 상징하는 말들 중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다문화’일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맞게 인천시는 ‘2019년 전국 외국인주민 화합한마당’ 참가 공연팀으로 ‘하울림 합창단’을 대표로 선정했다.

옛 시장관사 활용방안 ‘민관 함께 고심’ [01.15]
역사자료관 폐쇄 논란이 있는 인천시의 옛 시장관사 활용계획을 민관이 함께 검토하기로 했다. 인천시는 14일 중구 개항장 일대의 옛 시장관사와 제물포구락부 활용 방안과 관련해 시민단체 4곳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간담회는 시가 옛 시장관사 활용을 위해 대안 없이 시사편찬위원회 사무실 이전을 추진한다는 지적과 제물포구락부 위탁을 둘러싼 문제제기 등에 따라 이뤄졌다.

개관 10주년 부평아트센터, 기념 로고·티켓 선봬 [01.15]
인천 부평구문화재단은 부평아트센터 개관 10주년을 맞아 기념 티켓을 제작했다. 기념 티켓은 아트센터 10주년의 의미를 담아 올해 1년간 부평아트센터와 부평문화사랑방의 기획 공연·전시 티켓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전국

제2차 지역진흥문화기본계획 4대 전략, 15개 과제 의견 수렴 [12.10.]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12월 11일(수) 오후 2시, 국립한글박물관 강당에서 ‘제2차 지역문화진흥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종합토론회’를 개최한다.

2021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로 경주시 선정 [12.23.]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지난 12월 20일(금)에 열린 ‘동아시아 문화도시 선정 심사위원회’를 통해 ‘2021년 동아시아 문화도시’를 경주시로 선정했다.

미술관, 농촌 지역의 문화 활력소가 되다 [01.13]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는 행촌미술관과 다산미술관, 남포미술관이, 농협중앙회가 후원*하고 국립박물관문화재단(사장 윤금진)이 주최하는 ‘농촌 지역사회 기여 박물관·미술관 우수사례 공모’를 통해 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독립예술영화인 의견 수렴 및 정책 방향 논의 [01.31]
문화체육관광부(장관 박양우, 이하 문체부) 김용삼 제1차관은 1월 31일(금), 서울 인사동 인근 식당에서 독립예술영화인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현장 의견을 수렴했다. 이번 간담회는 영화발전기금 독립예술영화 지원 예산이 ’19년 94억 5천만 원에서 올해 140억 원, 전년 대비 48% 증가한 것을 계기로, 현장 영화인들에게 문체부의 지원 정책과 사업을 공유하고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마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