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E. PLAY-ING. SONGDO >: 송도2동 주민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송도문화살롱

< RE. PLAY-ING. SONGDO >송도2동 주민들의 힘으로 운영되는 송도문화살롱 

정우진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도시특화팀)

연수문화재단에서는 지난 2020년부터 2년간 송도2동을 대상으로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 통합운영 지원사업’을 운영했다. 그리고 사업 3년 차인 올해에는 2년간의 사업 참여를 통해 주민 스스로 지역에 필요한 사업들을 정리하고 주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자치력을 더해 송도2동의 지역문화 생태계 후속 사업을 운영하게 되었다.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 통합운영 지원사업’(이하 생태계 사업)은 기존 문화사업 간의 협력을 통해 지역에 맞춤형 문화정책이 펼쳐질 수 있도록 문화체육관광부, 지역문화진흥원이 주최·주관하는 지원사업으로, 총 6개(인생 나눔 교실, 문화이모작,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지역문화 인력 배치, 신중년 문화예술교육, 무지개다리)의 사업을 작은 동 단위에 통합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각기 다른 사업의 상호 연계를 통해 지역 주민이 만나고, 소통하고, 연결되어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지역의 문화생태계, 문화안전망’의 구축을 목표로 시작되었다.

연수구 내에서도 100% 이주민, 100% 아파트라는 독특한 주거형태를 보이는 송도 2동에서 아파트의 수직적, 단절된 구조를 이웃과 이웃을 연결하는 수평적 구조로 변화시키고, ‘빌딩들의 도시’가 아닌 ‘삶의 공간’으로의 전환을 위하여 주민자치의 역량이 높은 송도2동 주민자치회와 연계하여 함께 지역문화 생태계 사업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 중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사업에서는 상가 공동화 현상으로 운영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지역의 종합쇼핑공간 ‘커넬워크’ 상가 공간에 주민소통공간 <송도문화살롱>을 조성하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과 함께 공간을 채워나갔다.

연속된 2년 차 사업에서는 <송도문화살롱> 공간을 중심으로 4개의 개별 사업(문화이모작, 지역문화 콘텐츠 특성화, 인생나눔교실, 신중년 문화예술교육)을 운영하고, 사업의 참여자들과 그 외 지역민들이 <송도문화살롱> 공간을 자유롭게 이용함으로써 이 공간의 존재가 주민들에게 알려지고 주민을 위해 열려있는 문화공간으로 인식되기 시작하였다.

2020-2021 송도문화살롱
(제공: 연수문화재단)

2021 사업참여자들의 후속 활동
(제공: 연수문화재단)

그러나 2021년, 주민들과 시간을 함께한 사업담당자들의 업무변경으로 <송도문화살롱> 살롱지기가 교체되며 큰 변화를 맞았고, 그 속에 새로이 투입된 필자는 주민들의 경계 어린 시선을 받으며 미처 서로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한 채 함께하게 된 2기 살롱지기들과 송도에서 놀고, 송도에서 먹고, 업무 외 시간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실제 거주하는 동네보다 이곳에 더 자주 머물렀다. 그렇게 필자는 송도2동의 지역민과 상인을 만나가며 관심과 정성으로 관계를 쌓고 사업을 이어나가야 했다. 물론 주민들의 관심이 때로는 버거울 때도 있었지만 단순히 사업을 진행하는 사업담당자의 역할만이 아닌 주민과 가깝게 이야기 나누는 ‘살롱지기’로 다가가니 지역민들과 더 깊고 더 개인적인 이야기들을 듣고 나누며 송도 2동과 함께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사적인 이야기들은 성과나 결과물로 남기지 못하고 살롱지기들의 기억 속에만 소소하게 남아있는 게 지금도 무척이나 아쉽다.

다시 사업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생태계 사업 이후 신중년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지역의 같은 신중년 친구를 만나 다른 세대를 응원하는 후속 모임이 만들어졌으며, 사업의 참여자들이 스스로 <송도문화살롱> 공간을 활용하는 재능기부 문화클래스를 진행하겠다며 제안하고, 문화이모작 사업에서 만나 프로젝트를 함께하며 주민모임이 만들어졌다. 주민 모임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활동가·기획자를 더 많이 발굴하고 양성하여 주민들이 주도하는 지역의 행사를 만들고 지속하고 싶다며 ‘2022 주민참여 예산사업’을 제안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 속에서 단순히 사업과 프로그램을 참여하고 향유 하는 모습이 아닌 주도적으로 활동을 기획하고 펼쳐보려는 주민들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러한 변화를 바탕으로 사업 예산부터 세부내용까지 주민들의 참여로 만들어진 올해 3년 차의 사업은, 주민들이 조금 더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활동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지역활동가·기획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아카데미형 사업 ‘송도 핫플 기획단’과 주민들의 의견을 묻고 모아서 함께 마을의 축제를 기획하는 주민주도형 축제 사업 ‘송도 특성화 콘텐츠’로 운영될 예정이다. 또한, ‘주민자치’ 공간이었지만 살롱지기들이 상주하며 주도적으로 운영했던 <송도문화살롱>은 상주 직원 없이 무인으로 운영된다. 공공의 영역에서 주민을 위해 무료로, 무인으로, 이용자의 목적에 맞게 사용할 수 있도록 열어둔 이러한 공간운영은 처음 이루어지는 시도라 많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높은 주민자치력을 보여주는 송도2동에서 새로운 형태의 문화공간 선례가 탄생하길 바라며 <송도문화살롱>의 문을 활짝 열어둘 예정이다.

지난해 11월에는 송도문화살롱과 상가 공실에 자리 잡아 운영하던 2021 지역문화 생태계 사업의 결과공유 전시회가 「RE. PLAY. SONGDO.」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다. 2년간 진행된 지역문화 생태계 통합운영 지원사업을 다시 돌아보자는 REPLAY(재생하다)의 의미와 송도2동에서 RE(다시), PLAY(놀다) 하자는 뜻을 담고 있다. REPLAY 했던 2020년과 RE, PLAY하는 2021년을 지나 주민이 스스로 문화를 만들고 자생하는 힘을 길러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넓게 가지를 뻗어나가 계속해서 확장되는 ‘PLAY-ING’ 송도2동 문화생태계를 기대하고 응원해본다.

2022, 송도문화살롱 내부 공간 (제공 : 연수문화재단)

글/사진 정우진(鄭遇珍, JUNG WOO JIN)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도시특화팀에서 ‘송도동 동행타운’ 으로 <송도문화살롱>의 보이지 않는 손, 그리고 송도 2동의 주민참여 예산사업을 담당하여 추진 중이다.




뮤지션 오헬렌

이름: 오헬렌 (OHELEN)

분야: 사운드

인천과의 관계: 제2의고향

작가정보:  홈페이지(ohelen.co.kr)

Discography
2021 <lookatmysweat> <How Beautiful> <Pause>,..
2020 <413> <OH>,..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지난 12월에 발매한 더블싱글앨범 <LOOKATMYSWEAT>입니다. 부평구문화재단에서 후원하는 지역뮤지션지원사업인, 뮤즈컴 1기에 참여하면서 세상에 선보이게 된 곡인데, <lookatmysweat> <How Beautiful> 총 두 곡이 수록되었습니다. 내 땀자국들 좀 봐, 아름답지 않니? 라는 질문과 대답으로 이어지는데 그래서 이 두 곡을 이어 듣기를 권해드립니다. 여름에 땀이 굉장히 많은 편인데 티셔츠에 얼룩덜룩 창피하게 번진 땀자국을 보고 문득 기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기린으로 점점 변신하는 과정을 상상하며 가사를 썼습니다. “내 지난 여름의 시작과 끝은 달랐다”는 가사로 시작하는데, 나를 인정하는 순간 세상이 조금 달리 보였다는 작은 감탄을 담았습니다. 랩을 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도전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시작은 쉬운데 마무리가 아쉬워 조금 더 끝맺음에 최선을 다 해 보려고 합니다. 올해도 여름이 다가오고 있네요. 무지 덥겠군요.

<How Beautiful 음원 듣기> 

앨범 자켓은, 제 오랜 벗이자 독일에서 왕성하고 활동하고 있는 yuntreee의 작품 <The bubbles, acrylic on canvas, 400 X 300cm, 2019>입니다. 생동감 있게 공기방울을 머금고 솟아 올랐다 금새 사라지고 다시 새로운 방울방울들이 만들어지는 장면이 삶 같았습니다. 우연이 필연이 되는 장면을 목격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앨범을 발매하기까지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습니다.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미리 계획성 있게 그림을 그려놓고 움직인 적이 없어서 올해는 목표를 설정해두고 닮아가는 연습을 해보는 중인데 역시나 어려움은 늘 도사리고 있습니다. 저의 작업의 키워드는 우연이었습니다. 운명은 조금 거창한 거 같고 다른 일을 하다가 파생되는 곁가지들 어쩌면 사족이라 할 수 있는 자투리들이 새로운 작업으로 나올 때가 많습니다. 물건들 주변잡기들을 잘 정리하고 버리는 것을 잘하는 데 그렇다고 새것을 잘 사는 편은 아닙니다. 작업했던 파일들은 버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언젠가 다른 쓰임으로 빛 볼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친구들 혹은 지인과의 대화 속에서, 전혀 일면식 없는 사람이 될 수도 있겠군요. 툭툭 던진 말들 속에서 실마리를 찾기도 합니다. 내가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약점들을, 무의식중에 타인에게서 누구보다 먼저 빠르게 수집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그래서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면 그렇게 싫은 소리가 나오지요. 결국 모든 답은 저한테 있습니다. 제가 만들고 결정하고 플레이 하니까요.

(창작자 @iiieungiiieung)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이와 비슷한 질문을 친구에게 한 적이 있는데 저라면 어떻게 대답했을 까 생각해 봤었습니다. 저는 제 개인적인 삶보다 제가 만든 작업들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그런데 죽을 때까지 못 만들 수도 있다는 게 함정입니다. 저는 꾸준히 하는 걸 잘못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저와 맞는 일을 찾으니까 힘들어서 포기하고 싶다가도 결국은 해 냈던 경험이 몇 번 있습니다. 그래서 왠지 그런 작업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6월 24일 금요일에 ‘수영장’이라는 싱글 곡을 발매하는 데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이 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분야를 적는 곳에 음악이 아닌 사운드라 적은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선과 면, 색으로 이미지를 만드는 거처럼 소리, 사운드를 재료로 하나의 세계를 만들 수 있더군요. 공간감을 만드는 거죠. 제가 어떤 재료로 어떤 세상을 만들지 저 또한 기대가 됩니다.

(창작자 @neeohl)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작업을 하다 답답하면 몸을 움직이거든요. 무거운 거를 들거나 다리가 무거워질 정도로 뛰거나 걷다보면 마음의 무거움이 조금 해소되는 기분이 들어요. 저희 집 근처에 아라뱃길이 있는데 산책겸 운동겸 자주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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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w beautiful 로 만든 영상클립인데, 마지막 장면에 자전거를 타는 곳이 친구와 자주 오가는 아라뱃길 근처 풀숲입니다. 해가 질 무렵에 요즘처럼 선선한 바람을 맞고 있자면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었다고 기분 좋게 맛있는 거 먹으러 갑니다. 잘 먹고 잘 자고 신체가 건강해야 작업도 잘 되더라구요. 건강합시다 우리 모두.




시각예술작가 이승연

이름: 이승연(李承姸, Lee seung yeon)

출생: 대구

분야:시각예술(회화)

인천과의 관계: 인천거주, 인천 예술나루 레지던시 입주작가

작가정보:  홈페이지(dltmddustkfkd.wixsite.com/yeon), 인스타그램@_artist_yeon

학력
2020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졸업
2016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사 졸업
개인전
2022 안녕? 금붕인!, LLL커피, 서울
2021 이승연展-금붕인, 나인웰스갤러리, 시흥
2020 금붕인, 만나다, 카페드도서관, 서울
2015 이승연 개인전, 아이디어팩토리, 서울
그룹전
2021 을지아트페어, 을지트윈타워, 서울
서구가갤러리, 서점안착 호미사진관, 인천
제4회 마포아트마켓, 엷은 남빛 갤러리, 서울
골드캔아트플랜 단체전, 서궁갤러리카페, 서울
지난 2년, 갤러리시선, 서울
2020 2020 비상 그룹 전시회, 더명동빌딩, 서울
갤러리 시선 3인 공모전 김지선·박서연·이승연, 갤러리시선, 서울
한뼘 그림 아트페어, 에브리아트, 서울
2019 명동 T festa, 중구청, 서울
연희동아트페어, 무소속연구소, 서울
2016 우수졸업작품전, 동덕아트갤러리, 서울
분양 : The box, 스페이스선+갤러리, 서울
첫 발자국전, EK아트갤러리, 서울
2015 그 사이 : 뜰展, 아이디어팩토리, 서울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인간의 폭력성은 최근 <알.쓸.범.잡>, <그것이 알고 싶다> 등의 TV프로그램이나 뉴스 기사 등을 통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인간의 범죄는 기술의 발전에 따라 세분화 되고 있으며 그 잔혹성은 심화되고 있다. 아니면 이제껏 숨겨져 왔던 끔찍한 상처들이 이제야 드러난 것일 수도 있고. 대표작 은 폭력적인 관계가 일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삶을 반복적 패턴으로 보여주는 작품으로, 폭력을 행하는 어리석은 인간을 대변하는 캐릭터 ‘금붕인’이 등장한다. 화면 안 공간은 지금도 누군가와 관계 맺고 있는 우리 내면의 세계이다. 이 공간에는 그림자도 없고 인간 이외에 다른 어떤 물체도 없다. 오로지 인간과 관계성만 존재하고 있다. 관람자는 멀리서 바라보는 시점에서 이런 우리 사회를 냉철하게 바라보며 다시 한 번 방관자가 되는 과정을 겪는다. 특히 주목하고 있는 ‘관계로 인한 상처’는 칼과 피, 혹은 폭력적인 행위로 형상화 된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가 상처를 받았거나 주었다는 사실을 시인하고, 삶을 단단히 지탱해주는 자존감 안에서 당당하게 관계를 맺을 것을 제안한다.

2.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금붕어를 소재로 그리다보니 많은 사람들이 금붕어를 키운 적 있냐는 질문을 한다. 직접 금붕어를 키운 경험은 없지만 이모부께서 금붕어를 자주 키우셨는데, 그 때 금붕어가 죽어 있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다. 물 위에 둥둥 떠 있는 금붕어를 본 것도 충격이었지만 금붕어 사체를 변기 물에 내려 버리는 모습은 어린 나에게 큰 충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때의 기억을 바탕으로 생명경시와 나약함, 우매함 등을 표현할 수 있는 소재로 금붕어를 선택했다. 처음에는 금붕어를 실제 금붕어 모습 그대로 표현했다. 그러나 인간관계 속에서의 폭력적인 행태를 드러내기 위해서 인간의 모습이 필요했고 이러한 고민 속에서 인간의 몸에 금붕어의 머리를 한 ‘금붕인’이 탄생한 것이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인생 자체가 굴곡이 있는 예술가도 아니고 취향이 마이너하거나 독특한 예술가는 아니다. 예술가로서 나라는 인간 자체가 주목받기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작품을 한번 쯤 봤거나 알게 된다면 충분할 것 같다.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서 “아! 그 작품 본 적 있어요!”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단기적인 계획으로는 일단 인천 예술나루 레지던시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고 전시까지 잘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이다. 인천 서구 문화재단이나 K-water 관계자 분들, 함께 레지던시를 이용하고 있는 작가님들 등 정말 많은 인원이 기대하고 있는 레지던시라 11월에 열릴 결과 보고 전시에 많은 관람객 분들이 와서 봐주셨으면 좋겠다. 금붕인을 그리기 시작 한 지 어언 7,8년이 되었는데 앞으로도 금붕인을 계속 그릴지 아니면 다른 작업을 하게 될 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아직 금붕인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계속 떠오르고 있고 실행하지 못한 프로젝트들도 많아서 당분간은 그 아이디어들을 실현시키는 것에 집중 할 예정이다.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경인아라뱃길 아라빛섬은 노을 질 때 정말 아름다운 장소이다.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서 평일에는 사람이 거의 없다. 이곳에서 보는 갈대와 노을은 예술가치고 부족한 나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이곳으로 가는 드라이브 코스도 한적하고 도심 가까이에 위치하고 있음에도 주변에 건물이 거의 없어 자연을 만끽하기에 너무 좋은 곳이다. 여기에 있는 정서진 아트큐브에서 열리는 전시도 정말 볼만하다. 인천은 아무래도 서울보다 전시 공간이 많지 않은데 이곳에서 좋은 전시들을 관람 할 수 있다.




상상가득 신비한 “네네네” 숲으로의 초대: 넌버벌 퍼포먼스 <네네네>

상상가득 신비한 “네네네” 숲으로의 초대넌버벌 퍼포먼스 <네네네> 연출.안무/김민정. 출연/ 조도경. 홍성욱. 이소연.

송용일 (극단 십년후 상임 연출)

2022년 4월 29일 저녁 7시 30분에 연수아트홀에서 <네네네>공연을 관람했다. 연수문화재단에서 기획한 플레잉연수 금요예술무대는 어린이날 100주년 특별시리즈 “동심에 풍덩”이라는 슬로건으로 마련되었다. <네네네>라는 작품은 한국과 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계기로 문화공작소 상상마루와 스웨덴의 유수의 아동예술단체 지브라댄스(ZebraDans)가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공동 제작한 작품이라 소개가 되어 있었다.

연수구청 지하에 마련된 연수아트홀은 약 400석 정도의 규모로 코로나 좌석 거리두기가 시행되고 있었다. 어린이극으로는 늦은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어린이 관객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입장하고 있었다. 이제 드디어 코로나로부터 해방인가 하는 반가움이 들었다. 무료 공연이긴 했으나 코로나에 지친 지역주민들을 위한 연수문화재단의 기획에 박수를 보낸다. 새삼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크라이나 전쟁뉴스가 연일 보도되면서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의 희생에 가슴이 아팠는데…

공연장에 들어서자 무대는 설치미술을 한 듯한 나무 조형물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공들여 만든 조각품 같았고, 보기 드문 무대장치였다. 시각적인 것부터 정성을 들였구나 하는 생각에 더욱 공연이 기대가 되었다. 공연은 넌버벌 퍼포먼스 형태였다. 대사가 없이 진행되는 공연으로 주로 몸짓과 소리만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형식인데 아이들이 공연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음악과 함께 공연은 시작되고 무대는 ‘네네네’라는 이름을 가진 신비로운 숲으로 표현되었다. 무대에 등장하는 사람은 3명으로 춤과 마임 등 숙련된 배우들이다. 아침이슬에 깨어난 숲속 동물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로 시작된다. 대사는 네네네 뿐이다. 네네네 만으로 표현했을 뿐인데도 객석 아이들은 그 놀이를 잘 알고 있는 듯 모두 즐거워한다. 술래가 돌아보면 멈추고, 도망가고, 잡히고. 또 다른 배우가 술래가 되고… 스웨덴과의 합작 공연이라 했는데… 왜 이 놀이를 넣었을까?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된 “오징어게임”을 아이들도 본 것 일까, 외국아이들도 이 놀이를 알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공연은 배우들의 몸짓과 나무에 달려있는 오브제를 사용하여 합치고 풀어지고 하면서 원숭이, 기린, 등 숲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표현하였다. 소리와 몸짓만으로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아이들은 자기만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마치 문제풀이 소리치며 즐거워한다. 전반부는 특별한 사건이 없이 신비로운 숲속에 존재하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었다.

<네네네> 공연 모습
(제공 : 연수문화재단)

숲속의 시간은 오후로 넘어가면서부터 조금 난해해지기 시작한다. 넓은 바다로 인도하는 애벌레 모습. 바다 속에서 사는 여러 가지 물고기가 뛰어 노는 모습, 놋쇠그릇을 치며 소리로 소통하는 모습. 배를 타고 가는 모습, 등 배우들의 움직임은 쉴 틈 없이 여러 내용들을 표현 하면서 이야기가 전개 되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좀 어려웠을까? 객석은 조용해지고 하나 둘 조는 모습도 보인다. 너무 빠른 전개. 반복되는 음악. 아이들 눈높이에서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좀 벅찬 느낌이다. 사물을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다른 각도에서 보면 또 다른 형태로 보여 지고, 생각을 바꾸면 다른 의미로 보여 진다는 철학적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듯 보였다. 어쩌면 이 공연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작품이다, 란 생각이 들었다..

문득 <네네네> 공연 제목이 처음에는 <노노노>란 “안 돼”라는 부정의미를 긍정의미인 <네네네>로 바뀌었다는데 왜 그랬을까? 아름다운 자연환경 파괴에 대한 경각심을 주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을까? 대사 없이 진행되는 공연이라 내용을 이해하기가 좀 어려웠다. 그런데 갑자기 배우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아마 연출도 객석의 반응을 아는 듯 대사로 약간의 설명이 필요 했으리라 짐작된다. 배우들의 대사가 들어오면서 객석은 다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약 40분 남짓한 공연은 막을 내리면서 끝난 듯 보였는데… 마이크를 잡은 배우가 다시 등장하면서 관객과의 대화가 시작 되었다. 공연에서 보여주었던 움직임들에 대한 모습들을 물었다, 이 모양은 무엇을 나타낸 것일까요? 아이들은 저마다 생각한 것들을 말했다. 그리고 설명을 해주었다. 아이들에게 상상력을 자극하여 느끼게 해주고자 하는 것이 본 공연의 의도 같았다. 배우가 표현한 움직임을 따라 함께 해보면서 객석 분위기는 고조가 되었고 그렇게 막을 내렸다.

<네네네> 공연 모습
(제공 : 연수문화재단)

<네네네>는 연출과 안무를 맡은 김민정의 고뇌가 엿보이는 공연이었다. 시각적 미학을 추구한 무대와 의상이 인상적이었고 배우 3명만으로 무대를 채운 노련한 움직임은 오랜 연습의 결과일 것이다.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공연이다. 박수를 보내고 싶다.

공연장을 나오면서 공연을 전체적으로 다시 연상해보았다. 연극의 기본요소인 갈등이라는 소재를 넣어 구성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글/사진 송용일(宋鏞日. SONG YONGIL / 연출 겸 무대미술가)

극단 십년후 상임연출 

뮤지컬/김구-가다보면. 성냥공장아가씨 등

연극/ 소문. 아름다운축제. 애관등 다수

경기대학교 겸임교수 역임.

<활동 연혁>

* 2000년 중앙대학교 신문방송대학원 졸업 (연극전공)
“무대미술의 한국적 양식화”- 창극 춘향전을 중심으로 논문발표.
* 2001년 일본 일본대학교 연극영화과 객원연구원 수료.

* 1997–2003년 대경대학. 중앙대학. 청주대 연극과 무대미술 출강(7년)
* 2003–2007년 경기대 다중매체영상학부 연극과 겸임교수(4년)
* 2007–2008년 중국 연변대학 연극과 초빙교수(1년)
* 2009—2012년 인천대학교 출강.(4년)
* 현 극단“십년후” 대표및 상임연출.

* 제 3회 대한민국연극제 : 신포동 장미마을 은상수상 (2018년)
* 제 1회 대한민국연극제 “ 배우우배” 은상수상(2016년)
* 제24회 전국연극제 “사슴아 사슴아” 대통령상. 연출상 수상(2004년)
* 인천 연극제 연출상 및 대상 수상 (5회)




해질녘이면 더 선명해지는 오렌지 빛 아트큐브: 정서진아트큐브 기획전시 <주말엔 숲으로>

해질녘이면 더 선명해지는 오렌지 빛 아트큐브정서진아트큐브 기획전시 <주말엔 숲으로>

송수연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서구 정서진에는 탁 트인 바다를 배경으로 예술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문화 공간이 있다. 아라뱃길 한 자락에 위치한 정서진아트큐브(인천 서구 정서진1로 41)는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과도 같다. 해질녘이면 더 선명해지는 오렌지 빛 아트큐브는 주변의 경관을 해치지 않는 소박함으로 문화 예술 공간의 문턱을 낮춰 구민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간다. 2019년 5월 개관한 이래로 구민 누구나 쉽고 편안하게 전시를 관람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각 미술 전시와 연계 교육,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전시 <주말엔 숲으로 Weekend in the Forest>는 2022년 정서진아트큐브의 첫 번째 전시다. 서구문화재단 예술진흥팀의 박유리 주임은 어떻게든 도시에서 삶의 터전을 잡은 사람들이 주말만 되면 교통 체증을 비롯한 각종 불편함을 무릎 쓰고 들과 산, 숲으로 나가는 모습을 보고 이번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다고 했다.

“숲에는 도시가 주지 못하는 평온함과 휴식이 있어요. 캠핑과 차박에 열광하는 이유도 비슷하겠죠. 숲세권, 공세권이라는 신조어가 만들어지는 세태를 봐도 그렇고요. 도시의 과밀집과 무한 경쟁에 지친 사람들이 쉼을 얻기 위해 본능적으로 숲을 찾는 것 같아요. 이번 전시를 통해서 현대 도시인으로서 자신의 삶의 양식을 돌아보고, 멀리 가지 못하더라도 가까이서 쉼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전시는 총 네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 있고 마지막 섹션은 전시 공간이자 체험공간이다.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가면 바로 김재경 작가의 ‘산책’이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산책을 하며 만난 사람들, 새, 강아지, 고양이부터 날개 달린 사람까지 현실과 상상을 아우르는 다양한 조형물을 아크릴 커팅으로 만들었다. 사방이 트인 바닷가라는 공간의 특성을 살려 시간에 따라 변하는 햇살을 다양하게 반사하는 아크릴 조형물이 관람자로 하여금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한다.

첫 번째 섹션 김재경 작가의 <산책>은 전시장 입구와 기둥, 모퉁이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정신이 피곤하고 나태해 졌을 때, 공원에 들어가 한가한 걸음걸이로 소요하고 꽃향기를 맡으면 가슴이 맑아지고 심신은 상쾌하여 고달픈 모습이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라는 『서유견문』의 구절도, 이를 받아 안은 작가의 말(산책은 넓은 곳의 기운을 몸과 마음에 유입시키는 행위이다.“)도 인상적이다.

<김재경 <산책>(아크릴커팅 가변, 2016)
(사진 제공: 송수연)

<김재경 <산책>(가변 나무합판에 오일스틱, 2018)
(사진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두 번째 섹션은 김민주 작가의 작품으로 구성되어있다. 몽유도원도 같은 동양화 속 자연을 이상향으로 하되,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수묵을 베이스로 한 한국화 기법에 다양한 색채를 입힌 작품들은 현실공간이 아닌 자문자답하는 과정을 시각적으로 풀어낸 문답공간이다. 이러한 문답 과정은 도시의 삶에 치어 망각하고 있던 자아를 발견하고, 사색하는 즐거움을 일깨워준다.

김민주 <산책>
(장지에 먹과 채색, 72x91cm, 2021)

김민주
(장지에 먹과 채색, 41×31.5cm, 2021)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세 번째 섹션은 이상원 작가의 작품이다. 그의 작품은 현대 도시에서 어쩌면 가장 기묘한 공간인 공원 속 군중을 담았다. 공원은 현대 도시에서 나이와 인종, 성별의 차이를 아우르는 유일한 공간이다. 현대 공간의 배타성을 생각할 때 공원의 개방성은 놀랍다. 이상원 작가는 이런 공원 속 군중을 부감 시점과 파노라마 시점을 사용, 효과적으로 포착한다. 그의 작품 속 군중은 대중이지만 개성이 있고, 섞여있지만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자세히 살펴보면 그림 속에 같은 모양과 색깔의 돗자리와 텐트는 하나도 없고, 같은 얼굴을 한 사람도 없다.

이상원
(캔버스에 아크릴, 200x350cm, 2015)

이상원
(캔버스에 유채, 200x200cm, 2019)

이상원 <광장>
(캔버스에 유채, 200x200cm, 2020)

(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네 번째 섹션은 작품 자체가 하나의 체험이 되는 공간이다. 노현지 작가의 ‘그날의 맛’은 밝은 색부터 어두운 색까지, 소프트한 재료부터 단단하고 거친 재료까지,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했다. 전시장을 돌고 나서 그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재료 3가지를 담아 자신만의 감정 파이를 만든 후, 가볍게 숲으로 피크닉을 떠난다는 의도를 담고 있다

(혼합재료, 가변, 2018)
관객들이 만든 감정파이(제공: 인천서구문화재단)

전시장에서 큐레이팅을 겸하고 있는 박유리 주임은 이곳에서 아이들은 언제나 행복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어른이 만드는 감정 파이와 달리 아이들이 만드는 감정 파이는 온통 말랑말랑하고 가볍고 환한 재료들뿐 이라고. 이런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검고 거칠고 단단한 재료들로 거무죽죽한 감정 파이를 만들게 된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단다. 그 말을 들어서인지 나는 밝고 말랑한 재료로 그날 나의 감정을 한껏 밝게 표현해보았다. 어쩐 일인지 전시장을 빠져나오는 발걸음이 덩달아 가벼워졌다.

바다가 주는 장쾌함과 호방함도 좋지만 숲과 나무가 주는 안정감과 위로는 지친 현대인을 가만히 위무한다. 이번 주말에는 가까운 산에 오르거나 인천대공원을 걸어보면 어떨까? 만약 이도저도 내키지 않다면 정서진으로 가보는 것도 좋다. 상주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으면서 천천히 작품을 감상하고, 내 마음속 숲과 나무를 만나보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전시의 마지막에 최대한 예쁘고 환한 재료로 나만의 감정 파이를 만들어 보는 것도 잊지 마시기를. 이번 주말에는 정서진아트큐브로 훌쩍 떠나보자.

전시개요: <주말엔 숲으로 Weekend in the Forest>

일 시: 2022. 3. 30(수) ~ 5. 29(일) 10시~18시.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은 휴관

장 소: 정서진아트큐브(인천광역시 서구 정서진1로 41)

참여작가: 김민주, 김재경, 노현지, 이상원

연계프로그램: 바삭바삭 파이 피크닉 즐기기

관 람 료: 무료

상세안내: https://www.iscf.kr/new/html/event/schedule

글/사진 송수연(宋受娟 Song Soo-yeon)

아동청소년문학평론가.

2014년 계간 『창비어린이』 평론부문 신인문학상 수상. 등단




문화정책동향 2022-03호 〔2022년 4월 1일~2022년 5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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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도시재생의 의미와 시행기관의 역할과 기능

<인천문화통신 3.0 기획 1: 인천 구도심의 문화적 활성화>

인천문화통신 3.0은 2022년에 ‘문화도시’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4월호는 ‘인천 구도심의 문화적 활성화’를 주제로 문화적 도시재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한편, 동구 배다리에서 활발한 문화활동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는 자리로 마련하였다. – 편집자 주 –

문화적 도시재생의 의미와 시행기관의 역할과 기능

김상원 인하대학교 문화콘텐츠문화경영학과 교수

산업화로 인한 도시의 인구집중은 도시의 부를 견인하는 원동력인 동시에 빈곤이란 부산물을 만들었다. 도시재생의 시작은 19세기 후반의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 북미 지역에서 진행되었던 ‘도시재건(urban renewal)’이란 개념에서 기원을 찾아볼 수 있다. ‘도시재건’은 도시의 쇠락한 원도심 지역을 재개발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으며, 이를 위한 토지재개발 개념을 포함하고 있다.

최근에 영국에서는 도시의 사회적 및 경제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도시의 물리적, 환경적 측면과 건물들을 개선하는 도시 계획적인 개념을 내포한 ‘도시재생 (urban regeneration)’이란 표현이 사용되곤 한다. 반면에 북미 지역에서의 ‘도시재건’은 쓸모없거나 황폐해진 지역을 지역사회의 경제적인 생산성을 견인할 수 있는 지역으로 바꾸는 것을 목표로 한 ‘도시재개발 (urban redevelopment)’이라는 표현으로 사용되곤 한다. 필자는 서술 편의상 ‘urban renewal’을 ‘도시재건’으로, ‘urban regeneration’을 ‘도시재생’으로, 그리고 ‘urban redevelopment’을 ‘도시재개발’로 구분하여 사용하였다.
‘도시재개발’은 주거 중심의 저밀도 용지를 상업적 또는 혼합형 고밀도 용지로 구역을 조정하는 재개발 방식을 수반한다. 북미 지역과 유럽에서 ‘도시재생’은 지속적인 개선이 필요한 지역에 민간 투자나 공적 재원을 투입하는 방식을 포함하고 있다. 북미지역과 서구 유럽의 산업도시들이 새로운 투자를 유치할 수 있는 방식을 도모하는 시도는 19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우리의 경우는 1990년대 후반에 도시재생 개념이 수용되었다. 그러나 ‘도시재생’이 정책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시기는 「도시재생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된 2013년 이후라고 할 수 있다.

유럽과 북미에서의 도시재생은 크게 ‘경제적’, ‘사회적 및 문화적’ 그리고 ‘환경적’ 유형으로 구분되곤 하지만, 우리는 「도시재생에 관한 특별법」의 어디에도 ‘문화’ 또는 ‘문화적’이란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도시재생은 일반적으로 국토교통부의 정책사업으로 이해되곤 하나, 국토부에 국한된 정책사업인 것만은 아니다. 도시재생 사업은 정부 각 부처별 및 부처간 협력사업이 있으며, 특히 문화체육관광부는 ‘문화적 도시재생’이란 명시적 도시재생 정책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 사업에서 ‘주민참여’, ‘거점’, ‘지역자원’을 활용하는 방식을 지향하며 많은 경우에 폐시설에 예술적 개입에 의한 것을 ‘문화적 도시재생’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있어, ‘문화적 도시재생’이 자칫하면 예술적 개입에 의한 도시재생으로 한정할 수 있는 오류에 빠질 여지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화’는 인간에 의한 산물이고, 이는 도시재생의 중요한 수단으로 사용되는 ‘자본’에 해당한다. 이러한 문화적 자본은 ‘축적’이란 본질적 속성이 있어 제도화가 가능하며, 이는 곧 사회적 및 경제적 요소와 결합할 수 있고, 특정한 유형 내에서 자본 유형을 변형시킬 수 있어 도시재생의 중요한 전략적 수단으로 간주되고 있다. 왜냐하면 도시가 가지고 있는 문화자본의 차이는 기회와 장애의 사회적 현실 구조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문화자본을 토대로 도시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는 기존에 생성된 것뿐만이 아니라, 시민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자발적 참여와 이를 통해 축적되는 시민역량 강화 과정 자체도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활동 자체를 ‘문화’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 생성된 문화를 활용하는 도시재생은 ‘문화활용’ 전략이라고 할 수 있고, 새로운 성숙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시민들의 역량강화 과정으로서의 도시재생은 ‘문화활동’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국토부가 ‘문화적’이란 명시적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국토부의 도시재생 사업이 ‘문화적 도시재생’과 관련이 없다고 보아서는 안 된다. 「도시재생에 관한 특별법」에서 도시재생의 정의에 포함되어 있는 ‘지역역량’, ‘새로운 기능’, ‘지역자원’을 활용한 ‘경제적, 사회적, 물리적, 환경적으로 활성화’란 표현은 ‘문화활용’ 및 ‘문화활동’ 전략과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국토부, 문체부, 기타 정부 부처별 및 부처간 도시재생 사업에서 요구되는 ‘주민참여’, ‘주민주도’, ‘공동체 활성화 및 역량강화’와 더불어 네트워크 활성화를 위한 제도화, 프로그램 운영 등은 모두 ‘문화활동’ 전략과 관련이 있다.

국토부를 포함한 부처별 및 부처간 도시재생 정책사업들이 ‘문화활동’ 전략에서 요구되는 항목들을 포함하고 있으나, 우리는 이를 문화적 도시재생이라고 부르지 않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으며, 심지어 예술적 개입에 의한 것을 문화적 도시재생으로 국한해서 이해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행태는 개념과 개념의 적용에서 파생되는 오류로 볼 수 있고, 이는 공론화를 통해 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문제는 국토부 또는 관련 부처나 광역지자체의 도시재생 사업에서 요구되는 사항이 실제 지역에서 도시재생 사업을 수행하는 기관의 역량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천시민愛집 전경 사진
(출처 : 인천시민愛집 홈페이지)

인천시민愛집 내부 사진
(출처 : 인천시민愛집 홈페이지)

인천의 경우 인천도시공사, 인천광역시 도시재생지원센터, 기초자치단체별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등과 같은 도시재생 관련 기관들은 각각의 기능과 역량을 활용한 도시정책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국토부, 문체부 그리고 부처간 도시재생 관련 사업들은 대체로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그리고 휴먼웨어 관련 사업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사업에 참여하는 지역의 관련 기관들은 이 모든 역량을 한 사업 내에서 발휘할 수 있을 정도로 만능이 아니다. 하드웨어에 특성화된 기관에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 관련 사업을 수행하도록 하거나, 소프트웨어와 휴먼웨어에 특성화된 지역의 문화재단과 같은 기관들은 해당 사업에 참여하고 있지 않은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인천도시공사가 진행한 근대건축문화자산 재생사업 1호 – 개항장 이음 1977 전경사진
(출처 : 인천도시공사 홈페이지)

인천도시공사가 진행한 근대건축문화자산 재생사업 1호 – 개항장 이음 1977 내부사진
(출처 : 인천도시공사 홈페이지)

도시재생은 ‘문화활동’ 측면에서 문화재단이 참여할 부분이 있으며, 기존의 도시재생 관련 기관들과 협력하여 각각 특화된 역량에 따라 역할 분담을 할 필요가 있다. 도시가 지속되는 한, 도시재생은 계속되어야 한다. 도시재생 사업을 수행하는 지역의 기관별 역량을 고려하지 않은 하향식 도시정책 사업은 지양되어야 하며, 도시정책 사업에서 요구되는 사항을 효과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기관들이 역할과 기능을 분담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천천히 함께 그물을 엮는 배다리 사람들: 초록한의원 민순복 안주인

<인천문화통신 3.0 기획 1: 인천 구도심의 문화적 활성화>

인천문화통신 3.0은 2022년에 ‘문화도시’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4월호는 ‘인천 구도심의 문화적 활성화’를 주제로 문화적 도시재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한편, 동구 배다리에서 활발한 문화활동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는 자리로 마련하였다. – 편집자 주 –

천천히 함께 그물을 엮는 배다리 사람들초록한의원 민순복 안주인

2022. 03. 28. 박수희

아버지의 ‘이십세기약방’으로 돌아온 아들 내외의 ‘초록한의원’, 문화예술 공간을 꿈꾸다

인천 동구에는 헌책방골목으로 유명한 ‘배다리’가 있다. 바닷물이 갯골을 따라 깊이 들고나던 마을이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강릉의 명소 ‘선교장’의 ‘선교(船橋)’는 ‘배다리’의 한자명이다. 배가 깊숙이 들어오거나 배를 타고 건너다니는, 물과 만나는 지형을 가진 곳에 붙였던 이름. 순우리말의 고운 어감 때문일까, 행정구역상으로 ‘금창동’인 이곳을 우리는 여전히 ‘배다리’라고 부른다. 시간이 흐르면서 갯벌은 메워져 땅이 되고 해안선은 멀어져 바다는 시야에서 사라졌지만, 배다리 이름 속에서 바다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인천 앞바다는 그다지 멀지 않아서 도시의 소음이 가라앉은 새벽 공기를 타고 낮은 뱃고동 소리가 들려오기도 한다.

인천 동구는 구도심으로 분류된다. 다른 단어와의 관계 속에서만 의미가 정해지는 단어들이 있는데, ‘구도심’이 그런 경우다. ‘신도심’이 있으니 ‘구도심’이 있고, ‘구도심’이 있어야 ‘신도심’이 있을 수 있다. 세상 모든 것에는 흥망성쇠가 있고 그 나름의 가치가 있기 마련이지만, 미래를 향해 급하게 치닫는 우리 사회에서 ‘오래된 것’과 ‘나중 것’의 상대적인 개념은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이라는 가치 평가가 덧붙여져 구도심은 개선해야만 하는 낙후된 곳이 되었다.

배다리 그림지도(서예지 작가 제공)

박태순씨가 기억하는 배다리를 빼곡하게 채웠던 가게들

인천 구도심의 오래된 동네들이 흔적도 없이 헐리고 대단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 장소의 주름을 없애는 동안 배다리는 전면 재개발 방식이 아닌 도시재생 대상지가 되었다. 일제 강점기부터 1990년대까지 상권이 번성했던 배다리는 도로변의 상가주택들과 좁은 골목마다 살림집이 빼곡한 밀도 높은 동네다.

한때 배다리는 책방, 문구점, 양조장, 병원, 사진관, 다방, 의상실, 양복점, 여인숙, 음식점, 미장원, 목욕탕, 쌀집, 방앗간, 극장, 스포츠 전문점 등 100개가 넘는 가게들로 북적이는 곳이었다. 40년이 넘도록 배다리에서 ‘박 의상실’을 운영하고 있는 박태순 씨는 함께 아이들을 키우고 정을 나누던 이웃 가게의 이름을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신도시로 사람들이 떠나고 손님은 줄어 문을 닫는 가게도 늘었지만, 헌책방, 참고서 대리점, 문구, 완구 도매상이 배다리의 상권을 지켰다. 동네 주민들은 고령화되고, 한때 2부제 수업을 할 만큼 아이들로 넘쳐나던 창영초등학교는 현재 전교생이 184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을 품은 동네의 매력은 생명력이 강한 법이어서 여전히 다양한 사람들을 배다리로 끌어당기고 있다. 낡은 집을 보수하고 천천히 자신의 취향대로 공간을 가꾸어온 이웃들과 새롭게 동네에 찾아든 이웃이 함께 오늘을 이어간다.

배다리 지역 드론 사진

배다리 우각로 전경

배다리 헌책방골목에서 동구청으로 이어지는 금곡로 중간쯤에 옥빛으로 은은하게 빛나는 2층 건물이 고졸(古拙)한 자태로 서 있다. 건물 정면에는 큼지막하게 ‘이십세기약방’ 간판이 붙어있고, 측면에는 ‘초록한의원’ 간판이 단아하게 매달려있다. 아버지는 오랫동안 이곳에서 약방을 운영했고, 안채에서 자라난 맏아들은 한의사가 되었다. 대전 한의과 대학에서 병원장을 역임한 뒤 서울에서 한의원과 ‘한국노인병연구소’를 운영하던 아들은 연로한 아버지의 집으로 돌아와 초록한의원을 열었다. 1959년에 지어진 이 건물은 20세기를 넘어 21세기까지 제자리에 단단하게 서 있다.

“처음부터 건물을 재생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아버님이 나이가 드셔서 약방문을 닫고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던 터라 가구나 기구들은 죄다 먼지투성이고 건물이 말이 아니었죠. 이걸 어쩌나 싶었는데,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 학예사께서 오래된 약국 기구들을 보고 귀한 자료라면서 꼼꼼히 정리해서 10개월간 특별기획전을 열어주었지요. 그때 결심했어요. 건물의 옛 모습을 가능한 한 살려서 고쳐보자.” 오래된 약방을 한의원으로 고치는 일을 오롯이 책임진 것은 민순복 안주인이었다.

초록한의원 전경

초록한의원 민순복 안주인

민순복 씨는 영국에서 공부하고 온 김재관 건축가를 찾아가 설계를 의뢰했다. 재생 건축 설계로 이름이 난 김재관 건축가는 기존 건물의 틀을 살리고 새로운 기능에 맞게 공간을 재배치하는 반짝이는 디자인을 제시했고, 창고였던 2층 건물의 바닥과 천장을 모두 걷어내고 벽으로 둘러싸인 아늑한 안뜰로 바꾸는 계획안은 정말 근사했다. 건축가의 기본 설계를 바탕으로 한의원 운영을 고려한 구체적인 동선을 짜고 합리적인 공간들로 재구성한 내용이었다.

“공사하는 데 4개월쯤 걸렸어요. 매일 이곳으로 출근했죠. 신축하는 거랑 달라서 계속해서 변수가 생기는 거예요.” 공사과정에서 그는 건물의 구조상의 문제를 살펴 가며 천천히 벽을 허물고, 천장을 뚫으며 설계안을 조금씩 수정해야 했다. 가구뿐만 아니라 문짝, 창틀, 창살 하나도 버리지 않고 잘 떼어내어 한쪽에 보관했다가 맞춤한 공간에 재활용했다. 건물 외벽을 치장한 옥색 타일은 이가 빠진 부분만 살짝 보완하고 약방 간판도 씻지 않은 채 옛 모습 그대로 두었다. 타일, 난간, 손잡이, 페인트 색상까지 직접 발품을 팔아가며 손수 골랐다.

초록한의원 건물 옆 골목

초록한의원 전경

“다 사람이 하는 일이잖아요. 제 의견을 존중해주고 정성껏 시공해주신 시공사 사장님과 반장님께 감사드리죠.”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가 없었으면 어려웠을 일이다. “어쩌다 보니 겨울철에 공사를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참 다행이었다고 생각해요. 겨울이라 이웃 분들이 문을 다 닫고 생활하시잖아요. 그래서 소음이나 먼지 피해가 덜할 수 있었죠.”

겨울 공사는 누구나 주저하는 일인데, 이웃의 삶을 배려하는 마음이 통한 걸까, 그해 겨울은 유난히 따뜻했다. “안뜰이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공간이에요. 나무 하나하나 직접 골라서 심었어요. 물 주고, 가지치기하고, 잡초 뽑고, 손이 참 많이 가죠.” 구도심에 공간을 갖고 관리한다는 것은 품이 들고 몸이 고된 일이지만 그만큼의 만족을 얻는다.

초록한의원 건물 옆면

초록한의원 안뜰(초록한의원 제공)

초록한의원 바로 옆 건물에 ‘동양가배관’이 문을 열었다. 스콘을 직접 굽는 30대 청년 이성은 대표가 운영하는 카페다. 민순복 씨는 카페 ‘동양가배관’의 임대주다. 하지만 단순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계약 관계를 넘어 조언과 도움을 아끼지 않는 인간관계를 맺으려 노력한다. “동구가 지원하는 사업으로 젊은이들이 배다리에 가게를 많이 열었어요. 하지만 젊은이들이 지원금에만 의존해서 사업을 시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요. 지속가능한 수익구조를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청춘에게 시간과 돈은 너무 귀한 거잖아요.” 그녀는 찾아오는 젊은 예비 창업자들에게 구도심에서 살아남으려면 단단함과 치열함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능력 있고 진심을 담아 열심히 일하는 젊은이들이라면 가게 운영뿐 아니라 문화예술 활동으로 활기를 더 할 수 있도록 적극 도와줘야지요.” 초록한의원 건물에는 옥상, 안뜰, 2층 복합 공간, 세미나실 등 매력적인 공간이 많다. 민순복 씨는 배다리에 새로이 뿌리를 내리는 젊은 문화예술가들이 그 공간에서 다채로운 활동을 펼칠 수 있기를 바란다. 아픈 사람들을 돌보는 초록한의원에 문화예술이 활짝 꽃피는 가까운 미래를 기대해 본다.

초록한의원 로비

초록한의원 야경

초록한의원 창살

글/사진 박수희(朴秀姬 / Park SuHi)

건축을 전공했고 지금은 문화대학원에서 지역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시속 4km의 속도로 다채롭고 평범한 사람들의 공간과 일상을 걷고, 보고, 말하고, 읽고, 쓰고, 노래한다. 특히 오랜 시간과 성실한 손길이 담긴 것들을 좋아한다.




천천히 함께 그물을 엮는 배다리 사람들: 문화상점 동성한의원 권은숙 대표

<인천문화통신 3.0 기획 1: 인천 구도심의 문화적 활성화>

인천문화통신 3.0은 2022년에 ‘문화도시’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4월호는 ‘인천 구도심의 문화적 활성화’를 주제로 문화적 도시재생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한편, 동구 배다리에서 활발한 문화활동으로
변화의 움직임을 만들어가고 있는 분들을 만나보는 자리로 마련하였다. – 편집자 주 –

천천히 함께 그물을 엮는 배다리 사람들문화상점 동성한의원 권은숙 대표

2022. 03. 28. 박수희

침과 뜸으로 치유하던 동성한의원, 나눔과 비움으로 배우는 ‘문화상점’으로 새 단장 하다

배다리 삼거리에서 창영초등학교로 오르는 우각로 변에 질 좋은 돌과 타일로 잘 지어진 2층 건물 동성한의원이 늠름하게 서 있다. ‘의료보험, 요양기관’ 푯말과 진료안내판까지 떡 붙어있지만, 지금 이곳은 한의술을 펼치는 의료기관이 아니다. 눈을 크게 뜨고 잘 봐야 찾을 수 있는 작은 간판을 통해 이곳이 한 지붕 다섯 가게가 운영하는 ‘문화상점 동성한의원’이란 걸 알 수 있다.

문화상점 동성한의원은 오랫동안 공유공간을 실험해 온 권은숙씨가 2008년부터 배다리에 둥지를 틀면서 만든 세 번째 공유가게다. 배다리 사람들은 ‘권은숙 씨’라고 하면 잘 모르고, ‘청산’이라고 해야 안다. 환경운동을 하면서 지은 별명이 ‘청산별곡’인데, 줄여서 ‘청산’이라고 부른다.

문화상점 동성한의원

청산과 반려묘 반달이

청산은 1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밀레니엄이 시작되던 2000년부터 환경단체 ‘풀꽃 세상을 위한 모임’에서 사무국 간사로 일하며 본격적으로 환경운동을 펼쳤다. 도시를 벗어나 강원도 시골 빈집에서 4년간 머물다가 부모님이 계신 인천으로 돌아왔다. 환경운동과 시골생활의 경험을 살려 도시에 살면서 공간을 함께 나누는 방법을 모색하고 실천해보기로 했다.

미추홀구 수봉산 자락에 공유 주거 공간 ‘앵두나무집’을 시작으로 배다리에 첫 번째 공유가게 ‘작은 상점, 나비날다’를 열었다. “배다리는 학창시절부터 자주 찾던 곳이에요. 헌책방골목이니까 책을 읽을 공간도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누고 비운다’는 삶의 철학을 담아 지은 ‘나비날다’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함께 궁리했다. 이름 때문이었을까, ‘나비날다’는 사람과 길고양이들의 보금자리가 되었고, 청산은 고양이들의 집사가 되었다.

조흥상회 독립책방 나비날다

배다리 마을로 가는 교실 전시회

“머리방 사장님과 아벨 사장님의 소개로 배다리 초입에 있는 조흥상회 건물을 임대해서 더 다양한 공유공간 실험을 할 수 있었어요.” 건물 1층 전면 상가에 배다리 안내소 겸 독립책방 나비날다를 만들어 무인가게로 운영하고, 2층과 안채는 생각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나누어 사용하고 조흥상회 주인집이 남기고 간 생활용품들을 정리해서 생활사박물관을 꾸몄다. 조흥상회의 창고로 사용되던 붉은 벽돌 건물은 요일별로 주인을 달리해서 운영하는 새로운 형태의 공유가게로 운영했다. 모든 것이 사부작사부작 손과 발을 놀려서 함께 해야 할 수 있는 일이었다.

공간을 공유하는 공간 지기들, 배다리의 어르신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했다. 배다리 마을축제, 생태공원 ‘여름 밭캉스’, 나눔 장터, 헌책방 페스티벌, 연말 쓸친소 파티, 독서 모임, 마을로 가는 교실, 북 토크, 문화강좌, 학생 탐방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이 배다리 곳곳에서 펼쳐졌다.

조흥상회 독립책방 나비날다

1948년 이전에 지어진 조흥상회 건물은 살림채와 상가의 원형이 잘 보존된 근대유산으로 가치를 높이 인정받아, 문화유산국민신탁이 지역문화 자산으로 보전, 관리하기 위해 매입했다. 청산의 두 번째 배다리 공유공간 시대는 그렇게 마감됐다.

세 번째 공유공간을 마련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배다리 사람들이 징검다리를 자처하여 동성한의원 1층을 임대하고 함께 공간을 꾸릴 드림팀을 꾸릴 수 있었다. 청산과 반려묘 ‘반달이’가 운영하는 독립책방 ‘나비날다’, 제로웨이스트샵 ‘슬로슬로’, 손뜨개 가게 ‘실꽃’, 빵과 쿠키를 굽는 ‘지유오븐’, 씨앗과 식물을 키우는 ‘뒤뜨레’가 느리고 어설프게 함께 공간을 만들고 사이좋게 입점했다. 문화상점 동성한의원은 각자의 취향과 개성을 존중하는 공유공간이자 책, 친환경 제품, 뜨개작품, 빵, 식물로 처방하고 치유하는 문화공간이다.

“마을 공동체를 꿈꾸고, 자연에 해가 되지 않는 지속 가능한 삶의 방식을 함께 고민하고 있어요. 혼자는 부족하지만, 함께 힘을 내면서 배다리에서 오래오래 책방 하면서 살고 싶어요.”

가끔 침 맞으러 동성한의원을 찾아오는 손님들이 있다. 그럴 때면 초록한의원을 안내해드린다. 사람이 사람으로 이어지는 곳이 동네다. 최근 동구에서 지원하는 ‘배다리 문화예술의 거리’ 조성사업으로 새로운 점포 30여 개가 금곡로와 우각로에 문을 열었다. 청산은 새로 배다리에 둥지를 튼 젊은이들이 동네에 잘 스며들 수 있도록 교류할 방법을 고민 중이다.

“제가 배다리에 자리를 잡을 때 앞선 어르신들의 도움을 받았듯이 저도 이제 새롭게 배다리에 스며드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따뜻한 봄날, 가게마다 문 앞에 작은 마켓을 여는 주말 골목길도 상상해보고, 배다리 젊은 새내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는 토크콘서트도 궁리 중이다.

“배다리가 관광을 위한 구경거리가 아닌, 공존의 가치를 서로 배우고 나눌 수 있는 동네가 되길 바랍니다.”

단순히 옛 모습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것이 도시재생이 지향하는 바는 아닐 것이다. 오래 동네에 머문 지역 주민의 삶이 존중받고 지속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도시재생의 중심에 놓여야 한다. 동네에는 다양한 사람이 살고, 이웃과 함께하는 일상 속에 오랜 생명력을 얻는다.

글/사진 박수희(朴秀姬 / Park SuHi)

건축을 전공했고 지금은 문화대학원에서 지역문화를 공부하고 있다. 시속 4km의 속도로 다채롭고 평범한 사람들의 공간과 일상을 걷고, 보고, 말하고, 읽고, 쓰고, 노래한다. 특히 오랜 시간과 성실한 손길이 담긴 것들을 좋아한다.




인천 구도심을 거닐다: 롤라장 어반 스케치

<인천문화통신 3.0 기획 1: 인천 구도심의 문화적 활성화>

인천문화통신 3.0은 2022년에 ‘문화도시’와 ‘포스트 코로나’를 주제로 기획 연재를 진행한다.
4월호 기획 인터뷰가 진행된 동구 배다리의 문화공간을 스케치로 남긴 ‘롤라장 어반 스케치’의 작품을 지면으로 만나 본다. – 편집자 주 –

인천 구도심을 거닐다롤라장 어반스케치 (윤현정 _ soapdiary@naver.com)

롤라장 어반 스케치는 2019년 봄에 결성되었습니다. 정식 명칭도 없이 6개월이 흐른 뒤에야 모임장의 닉네임을 따라 ‘롤라장 어반 스케치’로 이름을 정하고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2021년 11월에는 그동안의 그림을 모아 첫 전시회를 했습니다. 매월 첫 번째 토요일에 정기모임을 진행하고 있으며 정모 공지는 블로그를 통해서 하고 있습니다.

· 작품명: 아벨서점
· 작가명: 롤라
· 작품설명: 오랜 시간 배다리를 지킨 서점은 입구부터 세월이 느껴진다.
· 작품일시: 2019. 8. 17
· 작품명: 문화양조장
· 작가명: 롤라
· 작품설명: 꾸준히 전시가 이어지는 스페이스 빔. 입구의 깡통로봇에
건전지를 넣고 싶다.
· 작품일시: 2021.9.22.
· 작품명: 조흥상회
· 작가명: 오늘
· 작품설명: 배다리 입구의 조흥상회.
(구)나비날다 책방은 내가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해 준 곳이다.
· 작품일시: 2021. 10. 12.
· 작품명: 동성한의원
· 작가명: 롤라
· 작품설명: 배다리에 오래 사시던 분들은 한의원이 다시 개원한 줄 아시겠다.
이곳은 침이 아니라 문화를 처방해주는 문화상점_동성한의원이다.
· 작품일시: 2021. 10. 15.
· 작품명 : 한미서점
· 작가명: 롤라
· 작품설명: 1대 사장님에 이어 아들 부부가 운영하는 한미서점.
노란색이 배다리를 밝히는 등불 같다.
· 작품일시: 2020.9.18.
· 작품명: 나비날다 책방
· 작가명: 해
· 작품설명: 동성한의원으로 이사한 나비날다 책방 내부 풍경.
· 작품일시: 2021. 7. 13.
· 작품명: 배다리 글씨가게
· 작가명: 해
· 작품설명: 민트, 주황, 노랑 등 여러 색이 눈길을 끄는 건물 뒤편 1892년 영화여학당으로 설립되어 130년의 역사를 지닌 학교가 보인다.
· 작품일시: 2021. 6. 8.
· 작품명: 배다리 기찻길 옆
· 작가명: 구석담
· 작품설명: 출입문이 멋진 공방이었는데 내가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였다.
다음에 다시 그릴 땐 조금 더 나아지리라 스스로 기대한다.
· 작품일시: 2021. 9. 21.
· 작품명: 초록한의원
· 작가명: 롤라
· 작품설명: 오래된 건물에서 나오는 특유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 작품일시: 2021. 10. 15.
· 작품명: 생태공원
· 작가명: 롤라
· 작품설명: 한여름에 와서 그런지 꽃도 없고 주변 공기도 더위에 늘어졌다.
· 작품일시: 2021. 8. 17.
· 작품명: 생태공원
· 작가명: 마법사
· 작품설명: 코스모스가 아름다웠던 배다리 생태공원.
· 작품일시: 2020. 10. 6.
· 작품명: 배다리 여인숙골목
· 작가명: 롤라
· 작품설명: 배다리가 번성했던 시절의 상징 여인숙골목.
지금은 폐허가 되어 눅눅한 곰팡이 냄새만 풍긴다.
· 작품일시: 2021. 10. 6.
· 작품명: 배다리 주택들
· 작가명: 롤라
· 작품설명: 쨍쨍한 햇빛에 옥상에서 바삭하게 마르는 빨래에 시선이 갔다.
· 작품일시: 2020. 10. 8.
· 작품명: 배다리 주택들
· 작가명: MINI
· 작품설명: 8월 배다리 주택가 골목에서 그늘을 찾다 마주한 노란 집.
· 작품일시: 2019. 9. 17.
· 작품명: 배다리 풍경
· 작가명: 롤라
· 작품설명: 배다리 차북 카페 2층에서 본 배다리는 고층 아파트 때문에 하늘이 답답해 보인다.
· 작품일시: 2022. 3. 15.
2021년 11월에 개최한
롤라장 어반스케치 전시회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