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영상기자_최미영] 계양산성 국가사적이 되다
[시민영상기자_최미영] 인천문화재단 점점점 프로젝트 영일상회
포스트코로나, 공연예술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포스트코로나, 공연예술계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누구도 예측할 수 없었던 상황.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일이 현실로 닥친 2020년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펜데믹.
바이러스를 다룬 가상의 이야기로 컨테이젼(2011), 캐리어스(2009), 크레이지(2010), 아웃브레이크(1995), 감기(2013)등의 재난영화를 접한 적이 있다.
지구 종말에 관련 된 영화를 보며 “에이, 무슨 저런 게 가능해?”하며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의 오버를 과하다고 여긴 시절도 있었으며, 바이러스 감염증에 관한 재난영화들을 보며 당연히 허구의 세계, 가상이라고 치부해왔었다. 그러나 2020년, 이러한 허구적인 영화에서나 봄직한 펜데믹 상황은 현실로 다가와 발생초기로부터 거의 6개월간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가고 있다.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이 상황은 나라와 나라, 지역과 지역을 막아 놓았을 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사이에 ‘사회적 거리두기’, ‘생활 속 거리두기’라는 미명하에 우리의 생활전반을 지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다수 사람들의 생활 경제 전반에 고충이 따르고 실업이 늘어만 가고 있으며 초·중·고 학생들은 등교가 미뤄져 학기가 끝나갈 시기인 5, 6월 부분적으로 학교에 가는 일이 가능해지고 대학생들의 경우는 대부분 비대면 수업으로 입학식은 물론 교수님이나 학우들과 꿈꾸던 대학생의 낭만은 제대로 겪어보지 못하고 한 학기를 마감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펜데믹 상황에서 문화예술계는 어떠한가?
한국예술총연합회의 코로나19 피해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4월까지 취소되거나 연기된 문화행사가 총 1614건에 이르고 있으며 예술인의 88.7%가 수입이 감소했다고 보고했다. 이로 인한 문화예술계의 직접적인 피해액은 523억원으로 추산되며, 예술인 10명 중 9명의 수입이 전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사태가 종식된 이후에도 수입에 변화가 없거나 감소할 것이란 응답은 84.1%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문화예술계가 많은 어려움을 겪자 이들을 돕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이 나오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어려움을 겪는 소극장, 공연예술단체를 선정하여 차등적으로 지원을 하고 있으며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은 창작준비금으로 코로나19 확진 및 격리 등으로 활동이 어려운 예술인, 공연 축소나 취소로 피해를 본 예술인에게 1인당 300만원을 제공하는 지원책을 마련하였다.
인천문화재단도 예술인 긴급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생계가 곤란해진 지역 문화예술인의 경제적 지원을 위해 예술인 긴급재난지원금 2억원, 온라인 예술활동 지원사업 4억원, 대관료 환불 피해 등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생계의 어려움 속에서도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지속적으로 창작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예술인 창작지원, 인천 예술인 미술작품 구입 확대, 창작활동을 위한 도서지원, 창작공간 지원, 문화예술분야 크라우드펀딩 매칭지원, 인천e음카드 연계 지원사업 등 다양한 긴급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온라인 예술 활동 지원이 눈에 띄는데 이것은 포스트코로나로 만들어진 뉴노멀(New Normal) 시대의 신조어 중 하나가 되기도 하였다.
뉴 노멀(New Normal)이란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경제적인 표준’을 뜻하는 말로 코로나19 문화예술계의 뉴노멀은 무관중공연, 온라인공연, 랜선공연, 언택트 등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공연형태이기도 하지만 공연문화의 틀을 바꾸어가고 있기도 하다. 결국 공연을 진행하지만 예술가와 관객은 가까이 하기 너무나 힘든 상황이 된 것이다. 그런데 문화예술이야 말로 직접 체험과 경험을 통해 감성적으로 접근해야하는 형태의 예술이며 특히 공연문화는 연주자와 관객이 함께 소통해야 그 감동이 배가 되는 예술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공립 공연장이 문을 닫고 지원금으로 운영되는 예술단체는 지자체의 방침에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결국 공연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 상태이며 그나마 할 수 있는 공연은 온라인 공연형태로 전환해야 가능한 상황이 되어 버린 것이다.
얼마 전 조은아 경희대 교수 겸 피아니스트는 ‘온라인 공연감상 현황조사’를 진행하였는데 뉴노멀의 화두가 된 온라인 공연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놓았다. 하지만 공연 애호가라도 온라인 공연에 몰입하는 시간이 20분을 넘기기 힘든 것으로 조사결과 나타났다.
조은아 교수는 5월24일까지 예술교과 강의를 듣는 학생 208명과 평소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이 대체로 높은 음악애호가 150명이 이 설문에 참여하게 하였고 두 그룹 모두 온라인 공연에 대한 호응은 상당히 높으며 공연 감상 플랫폼은 대부분 스마트폰과 노트북이었다는 결과를 보여줬다. 현장 공연과 달리 온라인 환경에서는 관극 몰입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학생과 음악애호가 그룹 모두 ‘잡념 없이 온라인 공연에 몰입한 시간’에 대한 질문에 ‘20분’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그들은 “퀄리티 자체는 실제 공연보다 떨어지지만, 접근성이 매우 높았다”라고 답했으며 “저렴한 대신 생동감이 덜했다” “세계의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 있어 좋았지만, 실시간으로 함께 하는 라이브의 경험이 더 그리워졌다”는 등의 코멘트를 달았다고 한다.
또한 음악애호가는 ‘유료라면 보지 않겠다’ 라고 답한 비율이 27.4%(40명)로 결국 온·오프라인 공연이 병행된다면 현장공연을 보겠다는 비율 역시 두 그룹 모두에서 압도적으로 높았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설문조사를 통해 온라인 공연이 현장성이 생명인 라이브 공연을 완전히 대체하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줬으며 영상이나 디지털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라이브 실황에 대한 그리움이 반영된 결과로도 볼 수 있었다.
이탈리아 출신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가 코로나19확산으로 힘들어하는 전 세계 모든 이들에게 5월12일 오후 부활절을 맞아 텅 빈 두오모 대성당에서 희망의 메시지를 공연 영상으로 공개하여 전파했는데 ”희망을 위한 음악”이 주제였다.
이날 유튜브를 통해 중계된 콘서트는 전 세계 340만 명 이상이 동시 시청했고 공개된 지 8시간 만에 2100만 뷰 이상 조회됐고 이날 공연 중 모인 성금누적액 22만 2451유로(2억 9,629만원)를 코로나19 사태 최전선에 선 의료진을 돕는 데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25주년을 맞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기념 온라인공연은 단 48시간 공개에 1000만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코로나19이후 필자가 단장을 맡아 활동하고 있는 실내악단 i-신포니에타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정 되어져 있던 초청공연은 물론이고 이미 공모에 선정 되어 기금을 받아 실행해야하는 공연들도 현재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상태이다.
연주자의 주요 수입원은 공연인데 공연 취소나 연기로 인해 대표자는 물론 소속단원들은 무수입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5월 연수구에서는 연수문화재단의 토요문화마당의 재원일부를 자동차극장과 아파트발코니콘서트로 변경하여 실행하였고 주민들의 뜨거운 반응과 호응을 얻었다.
그동안 문화생활에 목말라 있던 지역주민들은 가족단위로 영화와 공연을 즐기며 잠시나마 코로나19 이전상황의 기분을 내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클래식은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렇다고 온라인 공연이 대안이 될 수는 없다. 그러나 랜선공연을 지속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새로운 도전과 동시에 더 질 좋은 온라인 공연을 만들어내야 하며 다양한 플랫폼개발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온라인 공연 콘텐츠에 대한 창작방식도 변해야 하며 집중시간이 짧은 온라인 콘텐츠 특성을 반영한 핵심공연 콘테츠도 필요한 시기이다.
하지만 펜데믹 상황이 지속된다면 관객과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공연 형태의 모색만이 연주자와 극장, 공연스탭 등 공연계가 살아남을 수 있다.
조화현 (趙華玹 / CHO HWA HYUN)
i-신포니에타 단장/ 인천문화재단이사/ 경인방송 ‘조화현의 문화톡톡’진행
사진출처 / i-신포니에타
평범한 사람의 당연한 생각이 불러온 보안법 위반! 징역 6개월!!!
평범한 사람의 당연한 생각이 불러온 보안법 위반! 징역 6개월!!!
김락기(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 차장)
1941년 시점에 현재의 중구 용동(龍洞)에 살던 오쾌근(吳快根)이란 사람이 있었다. 1916년 1월 10일생으로 1931년에 경성에서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의 학업을 마친 후 10대 중반부터 경성 의 제20사단 장교 숙소, 신의주 수비대, 평안북도 창성군 수비대 등 조선 주둔 일본군 부대에서 허드렛일을 했으며 조선증권거래소에서도 인부로 일했다고 한다.
20대 중반이 된 1940년 가을에 건강 때문에 일을 그만두고 부모가 계시는 인천 용운정(龍雲町)으로 와 쉬면서 여동생까지 4인이 평범하게 살던 사람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징역 6개월을 선고받고 서대문형무소에 수감되는 일이 생긴다.
사건이 벌어진 곳은 현재의 중구 경동(京洞)인 경정(京町) 196번지의 찻집 ‘파로네’였다. 1941년 3월 2일부터 이 찻집에서 일하게 된 오노 히로코(小野弘子), 아오야마 케이코(靑山桂子)란 가명을 쓰는 두 명의 조선 여성이 있었다. 이들이 조선인이지만 일본어가 능숙해서 일본어로 손님을 응대하는 것을 오쾌근이 불쾌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3월 5일이나 6일 오후 6시에 파로네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계속 일본어를 쓰는 종업원과 손님 여러 명 앞에서 ‘오늘날 조선을 애석하게 생각하지도 않는가! 조선인으로 조선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건방진 일이고 일본어를 쓰는 것은 유쾌하지 않으니 지금부터는 일본어를 절대로 쓰지 마라’는 취지로 소리쳤다고 한다. 한번이 아니라 4월 상순에도 여러 차례 같은 말을 반복했다.
또 3월 14일 정오경에 인근 경정 168번에 있는 아사히 이발소[朝日理髮店]에 가서 그곳 종업원인 마쓰하라(松原)와 쯔키모토(月本)에게 ‘파로네 종업원은 조선사람인데도 일본어를 쓰니 불쾌하다. 오늘날과 같은 조선을 애석하게 생각하지도 않는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내선일체(內鮮一體)니 황국신민화(皇國臣民化)니 하는 약간은 추상적 구호에서 1940년 2월에 창씨개명(創氏改名)이라는 실질적 조치까지 도입하는 등 식민지 조선에 대한 일본의 강압통치가 절정으로 치달을 무렵이니 어쩌면 해프닝일 수도 있는 오쾌근의 이런 언사를 그냥 넘어갈리 없었다. 찻집 파로네나 아사히 이발소 종업원, 또는 찻집 손님 중 누군가가 신고했을 것이다.
1941년 8월 27일 경성지방법원에서 열린 재판 결과 “정치에 관해 불온한 언동을 하며 치안을 방해한 자”라는 규정 속에 보안법(保安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을 받았다. 그리고 이듬해인 1942년 2월 28일까지 꼬박 6개월을 서대문형무소에서 보냈다.
오쾌근은 특정한 사상과 입장에 기반한 항일의지를 가진 투사라기보다는, 또 많은 공부를 통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의식을 키워 온 지식인이라기보다, 식민지 조선에서 어쩌면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던 평범한 청년이라 보는 게 옳다. 그런 평범한 청년의 입에서 조선사람에게 조선어를 쓰지 못하게 하는 일제의 정책에 대한 반발이 나온 것이 어쩌면 더 중요하지 않을까?
1937년 중일전쟁(中日戰爭) 이후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압적이고 지속적인 일제의 탄압으로 인해 만주의 항일독립군은 소규모로 분산해 생존을 도모하는 게 우선이었다. 국내의 항일투사들은 지하로 깊숙이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었으며, 항일투사들에 대한 일제의 회유도 한층 고도화되어서 ‘시국대응 전조선 사상보국연맹’과 같은 전향자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오쾌근과 같은 평범한 사람 입에서 왜 조선사람이 조선어를 못쓰는가라는 지극히 당연한 물음이 나온 것이다.
도저히 활발하게 일제에 맞서 싸울 수 없었던 1940년 초에 이런 작지만 의미있는 행동들이 은근한 조선의 저력을 보여줬다고 하면 지나친 과장일까? 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6개월에 처해진 오쾌근은 일제가 갖는 두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게 한 인물이 아닐까 한다.
<이 글은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의 『인천역사통신』2020년 봄호(2020.03)에 실렸던 것을 옮긴 것입니다>
그림 1. <일제감시대상 인물카드>(국사편찬위원회)의 오쾌근 앞면 |
그림 2. <일제감시대상 인물카드>(국사편찬위원회)의 오쾌근 뒷면 |
그림 3. 오쾌근 재판기록(국가보훈처 공훈전자사료관) |
애경사 철거 3년, 무엇이 달라졌는가
애경사 철거 3년, 무엇이 달라졌는가
배 성 수(인천광역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장)
2017년 6월 2일 오전, 지은 지 얼추 80년 가까이 된 애경사 건물이 완전히 철거되었다. 1911년 일본인 사업가 오오타 슌타[太田駿太]가 송월동 철로 변에 설립한 애경사는 일제강점기 양초와 비누 생산으로 유명했던 공장이었다. 광복 후 적산기업이 되어 한국인 이득우가 잠시 관리를 맡았다가, 6.25전쟁 직후인 1954년 채몽인이 인수하여 애경유지공업으로 이름을 바꿨다. 1960년대 초 애경유지 채몽인 사장은 비누 생산시설을 서울 구로동으로 이전하면서 송월동 공장을 매각했다. 그 후 여러 차례 주인이 바뀌었지만 1930년대 지어진 붉은 벽돌 공장 건물은 외형을 유지한 채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애경사 철거가 인천 지역사회에 미친 반향은 작지 않았다. 철거를 단행한 주체가 근대문화유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관할 구청이었고, 철거 목적이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 조성 때문이라는 점에서 시민단체와 학계는 크게 반발했고, 언론은 연일 이 내용을 보도했다. 그제서야 인천시는 근대건축물의 보존과 활용 방안 논의를 위해 민관전문가협의회를 구성하겠다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인천시가 구성하겠다던 민관전문가협의회는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구성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 그와는 별도로 2015년 제정된 「인천광역시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조례」에 근거하여 근대 건축자산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발표하고, 2018년 5월부터 2019년 11월까지 총 2억 7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기초조사를 실시했다. 인천연구원과 인하대 산학협력단이 공동으로 실시한 이 조사에서 모두 492개의 건축물이 건축 자산으로 선정되었고, 인천시는 앞으로 492개 건축 자산에 대한 세부조사를 실시하고 보존 및 활용 대책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인천시의 이러한 계획은 장소성과 역사성을 지니고 있는 인천 근현대 건축 자산의 실태를 파악하고 향후 무분별한 철거를 막아 보자는 의도에서 수립된 것이다. 그럼에도 애경사 철거 이후 지난 3년 동안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축물 철거는 거듭되어 왔다. 2018년 민주화운동의 성지였던 답동 카톨릭 회관 철거를 시작으로 목선의 배 못을 만들던 만석동 신일철공소,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의 상징이던 부평동 미쯔비씨 공장 사택 등 역사적 의미를 담보하고 있던 건축물이 해마다 무너져 내렸다. 최근에는 송림동, 신흥동 지역에서 원도심 도시정비 사업을 명목으로 근현대 인천 사람의 생활 터전이었던 공간 자체가 송두리째 사라져 버리는 일이 벌어지고 있으며, 청천동과 율목동 등에서도 재개발 사업이 예정되어 있어 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전망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근현대 건축자산 전수조사’가 마무리된 작년 11월 이후에도 역사성을 갖는 근현대 건축물이 계속해서 철거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들어 근현대 인천의 산업화를 이끌었던 신흥동 정미공장 건물 중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오쿠다 정미소 건물이 철거되었다. 근현대 건축자산에 포함되어 있었지만, 민간 소유의 건물이라 철거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이 인천시의 입장이다. 그리고 일제강점기였던 1930년대 노숙자들의 갱생시설로 지어진 내동의 직업소개소 및 공동숙박소도 지난 4월 철거되었다. 이 건물은 ‘근현대 건축자산 전수조사’에서 아예 누락된 것이었다. 철거 소식이 민간에 의해 전해졌고, 관할 구청은 철거 이후에야 상황을 인지할 정도로 관심 밖에 있었다. 결국 애경사 철거가 근대유산 보존에 대해 지역사회의 큰 관심을 불러왔고 인천시를 비롯한 각 지자체에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는 셈이다.
2년 가까이 추진된 근현대 건축자산 전수조사는 인천시가 애경사 철거와 같은 사태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수립한 대책이다. 그럼에도 민간 소유 또는 재개발 사업지구에 포함되어 있다는 이유로 철거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3억 원 가까이 되는 예산을 들여 추진한 건축자산 전수조사가 근현대 건축물 철거에 아무런 보호 장치도 되지 못할 뿐더러 조사 자체도 부실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이유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있다. 반복되는 근현대 건축물 철거에 견주어 볼 때 인천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긴 했으나, 제대로 고치지 못해 계속해서 소를 잃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제라도 원점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살고 있는 사람의 입장에서 낡고 불편한 건물을 헐고, 번듯하고 멋진 새 건물을 짓는 것을 마다할 이유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낡은 건물이 새로 지은 건물보다 훨씬 큰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준다면 얘기가 달라지지 않을까? 인천시가 2년간 공들여 추진한 전수조사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전수조사에 이은 심층조사도 계속 되어야 할 것이며, 근현대 건축물을 소유하고 있는 시민이 헐고 새로 짓는 것보다 고쳐 쓰는 것이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더욱 가치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시늉만 하다 다시 소를 잃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철거 전 애경사 건물 ⓒ유동현 |
2017년 6월 철거되고 있는 애경사 ⓒ민운기 |
2020년 4월 신흥동 오쿠다정미소 철거 현장 ⓒ조오다 |
인천문화재단 인권경영 선포
인천문화재단 ‘인권경영 선포식’개최
‘인권 존중 실천 의지’천명
○ (재)인천문화재단(대표이사 최병국, 이하 재단)은 6월 16일 칠통마당 다목적실에서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데 ‘인권경영선언문 선포식’을 개최하고 인권경영 실천의지를 다졌다고 밝혔다.
○ 이번 선포식을 통해 재단은 인권경영 규범 및 선언문을 채택하고 내·외부 모든 이해관계자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할 것을 다짐했으며, 인권경영 선도 기관으로 도약할 것임을 천명했다.
○ 재단의 인권경영 선언문은 모든 경영활동 과정에서 인권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임직원이 지켜야 할 행동과 가치판단의 기준 11개 항을 담았다. 주요 내용은 ▲인권 관련 국제기준 및 규범 준수 ▲ 성별·연령·인종·정치·종교·출신지역 등 차별 금지 ▲문화권 및 노동3권 보장 등 이다.
○ 재단은 인권경영의 정착과 확산을 위해 정기적인 교육으로 재단 임직원의 인권감수성 신장 및 인권의식을 제고하고 이를 통해 인권경영의 적절성과 실효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할 방침이다.
○ 인천문화재단 최병국 대표이사는 “인천 문화예술인과 인천 시민에게 문화의 풍요로움을 전달하는 문화예술 전문기관으로서, 인권경영 선언문 채택과 인권경영선언을 계기로 재단내외의 인권보호 및 사회적 약자 보호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며 “향후 인권경영위원회 구성, 인권영향 평가 및 환류, 정기적인 인권교육을 통하여 공공기관으로서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인권경영 이행의 선도적 역할을 적극 수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2020 예술인 창작공간 지원사업
인천 예술인·단체의 창작공간 임차료 지원사업 첫 시행
▣ 인천문화재단, 지역 예술 생태계 조성과 예술인 종합지원을 위한 ‘예술인 지원센터’ 설립·운영 첫 시작
▣ 예술인·단체 작업실, 연습실, 사무실 등 창작공간 1개소 당 최대 480만원, 60개소 지원
○ (재)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은 지역의 공정한 예술 생태계 조성과 예술인 종합지원을 위해 ‘예술인 지원센터’를 설립, 운영을 시작한다. 그 첫 걸음으로 지역의 예술인과 단체의 안정적인 창작 공간 확보, 문화예술 기반 마련을 위한 사업인 ‘예술인 창작공간 지원’을 전격 발표했다.
○ ‘예술인 창작공간 지원’은 인천문화재단 설립 이래 처음으로 시행되는 사업으로 인천에서 활동하는 예술인·단체의 작업실, 연습실, 사무실 등 창작활동공간의 월세 임차료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 지원금의 전체 규모는 2억9천5백만원으로 1개 공간 당 연간(12개월 기준) 총 월 임차료의 50%를 지원하며, 1개 공간 당 최대 480만원, 60개 이상의 공간을 지원할 계획이다.
○ 오는 6월 19일(금)부터 6월 26일(금)까지 접수하는 이번 사업은 창작 공간의 임대차 계약 당사자로 인천 연고의 개인 예술인과 인천을 소재지로 설립된 예술단체 중 2년 이상 인천 내 창작활동을 증빙할 수 있는 경우 지원신청이 가능하다.
○ 인천문화재단은 이번 사업을 시작으로 예술인지원센터의 운영을 시작한다. 올해 최초 설립·운영되는 예술인지원센터는 예술인 권익, 공정한 예술 생태계, 예술 노동권을 주축으로 지역 예술인의 안정적 창작활동과 문화예술 기반 마련을 위한 다양한 사업이 실행될 예정이다.
○ 인천문화재단 <예술인 창작공간 지원사업>은 오는 6월 19일(금)부터 6월 26일(금)까지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www.ncas.or.kr)을 통해 접수한다. 코로나19로 인해 별도의 사업설명회는 개최되지 않으며. 최종 선정 결과는 7월 2주 내 발표될 예정이다. 해당 사업의 세부 내용은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www.ifac.or.kr) 참조
▣ 문의처 :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부 예술인지원센터 032)773-3815, 3811
우현예술상 공모
인천문화재단, 우현 고유섭 선생의 업적을 빛낸
『제14회 우현예술상(2018~2019)』 추천 공모
○ (재)인천문화재단은 『제14회 우현예술상(2018~2019) 추천 공모』를 실시한다. 인천이 배출한 한국 최초의 미학자이자 미술사학자인 우현(又玄) 고유섭(高裕燮) 선생의 학문적 업적과 예술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제정된 우현상은 학술상과 예술상의 두 영역으로 나누어 선정·시상하고 있다. 이 중 우현예술상은 문화예술 창작 및 발표활동을 통해 인천문화예술의 발전에 이바지한 문화예술인(단체)에게 수여하는 상이다.
○ 추천 대상은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2018. 1. 1. ~ 2019. 12. 31.) 인천에서 문화예술 창작 및 발표활동을 진행한 문화예술인(단체)이며, 특별한 경우 인천에 연고를 둔 문화예술인(단체)으로서 타 지역에서 활발한 활동을 통해 인천을 널리 알린 공적이 있는 문화예술인(단체)도 포함된다. 제14회 우현예술상 수상자는 8월 중 최종 선정 발표할 예정이며 수상자에게는 본상으로 상장과 상패 및 부상으로 상금 1,000만 원이 주어진다.
○ 추천 신청은 6월 29일(월)부터 7월 8일(수)까지 추천 대상 본인이나 단체 소속이 아닌 제3자에 의해 가능하며, 추천서에 추천 대상 문화예술인(단체)과 창작 발표한 작품에 대한 정보를 기재하여 우편 또는 방문 제출하면 된다.
▣ 『제14회 우현예술상(2018~2019)』추천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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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기간:
2020년 6월 29일(월) ~ 7월 8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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접수방법:
방문 및 등기우편 접수(팩스 및 이메일 접수 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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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내용: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www.if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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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의: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부(032-773-3807)
※참고내용
○ 우현 고유섭 선생은 1905년 인천 용동에서 태어나 인천공립보통학교와 서울의 보성고등보통학교를 거쳐 경성제대에서 미학과 미술사를 전공했고, 1933년에 개성부립박물관 관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는 고대미술, 불교 유적, 고려 도자, 회화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서양미술, 미학 등 다방면에 걸쳐 많은 글을 쓰며 당시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한국 미학과 미술사 연구에 큰 업적을 남겼으나, 자신의 목표였던 조선미술사 집필은 끝까지 완성하지 못한 채 1944년 타계하였다.
○ 우현 고유섭 선생은 미술품과 유적을 직접 답사하고 분석하면서 근대적 미술사 방법론을 적용하여 한국미술사를 체계적으로 정립시키고자 했으며, 미학적 관점에서 한국미술에 나타난 미의식을 규명하려 노력했다. 식민지 시기 일본학자들로 주로 이루어진 미학‧미술사 분야에서 한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우리의 미술과 미의식에 대해 연구하고 한국미술사를 체계적인 학문으로 세운 그의 업적은 독보적이라 할 수 있다.
〔우현예술상 역대 수상자 및 수상 작품〕
- 제 1회 2005 이세기 “먹염바다”
- 제 2회 2006 수상자 없음
- 제 3회 2007 이은주 “서(西으)로 가는 달처럼…”
- 제 4회 2008 극단 십년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 어머니”
- 제 5회 2009 이종구 “국토 : 세 개의 풍경”展
- 제 6회 2010 이재상 “현자를 찾아서”
- 제 7회 2011 이가림 “바람개비 별”
- 제 8회 2012 홍명진 “우주비행”
- 제 9회 2013 수상자 없음
- 제10회 2014 윤학원 “2014 인천아시안게임 개막식 연합시민합창단 공연”, “제10회 세계합창심포지엄 및 축제 초청공연”
- 제11회 2017 정 현 “한불수교 130주년 기념 개인전-L’Homme Debout(서있는 사람)”
- 제12회 2018 장석남 “꽃 밟을 일을 근심하다”
- 제13회 2019 김금희, “경애의 마음”
2020 인천문화재단 예술표현활동지원 사업 《우리가 세계를 오해했을지라도》 전시 보도 자료
2020 인천문화재단 예술표현활동지원 사업
《우리가 세계를 오해했을지라도》 전시 보도 자료
○ 전시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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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일정:
2020.6.16.(화) – 6.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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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시간:
12:00 – 19:00 (휴관일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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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장소:
옹노 (인천시 개항로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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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클로징 행사:
2020.6.28.(일),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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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 참여 퍼포먼스:
2020.6.16.(화) 17:00 – 19:00
2020.6.20.(토) 14:00 – 16:00
2020.6.23.(화) 17:00 – 19:00
2020.6.27.(토) 14:00 – 16:00
신청 링크: https://forms.gle/D9wZd4HpsecGgP8f8
○ 전시 기획의도 및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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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의 목격자로서 각자의 현실을 실험적 방식으로 작품 속에 투영하는 작업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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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하지만 자각하지 못하는 사회 문제를 각자의 방식으로 표현하는 동시대 현대인의 현주소를 시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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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통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사유해야 하는 지점을 새로운 형태로 제시
○ 참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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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연고 기획자 및 작가 위주로 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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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주제와 같은 맥락의 작업으로 실험적인 작품 세계와 형식을 추구하는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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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연웅
- – 인천 출신 및 거주, 소설가,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과 재학
- – Z세대의 현실을 재치 있는 시선으로 전달
- – 단편소설 「놀러오세요 지구대축제」, 안전가옥 스토리 공모전 수상
- – 출품작: <재난으로 돈 벌기>, 2020, 텍스트 3종, 설치물, 가변크기
- 이가람
- –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조형예술학과 전문사 및 전문예술사 졸업
- – 사회적 재난으로부터 방치된 개인의 삶에 생기는 균열에 주목
- – 개인전 《Spring Calling Ceremony》(탈영역 우정국, 2019), 《닫힌 광장》 (2017, 갤러리 175), 《두산아트랩 2019: Part 1》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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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품작:
① <회색엄지>, 2020, 혼합 재료, 180x50x50cm
② <프리랜서 거북목>, 2020, 혼합 재료, 260x65x90cm
③ <플로랄 재채기 플로랄>, 2020, 75x60x85cm, 80x40x40cm
- 황문정
- – 인천 출신 및 활동, 시각예술 작가, 글래스고 예술학교 순수예술 석사학위
- – 도시의 다층적인 구조를 관찰하고 이를 가상의 방식과 연결하여 해체하고 재구성
- – 개인전 《무애착 도시》(송은아트큐브, 2018), 《방구석》(사이아트큐브갤러리, 2016), 단체전 《APMAP 2019》(아모레퍼시픽 제주, 2019) 등 참여
- – 출품작: <비인간들의 도시>, 2019, 기계식 테이블, 회전의자, 라이트 박스, 단채널 영상, 컬러, 사운드, 90x100x100cm, 3분 3초
- 류연웅
○ 전시내용 및 해설
“만약 제가 말하는 내용이 매우 합리적으로 들린다면, 저는 완전히 실패한 셈입니다.”
“If what I say now seems to you to be very reasonable, then I’ll have failed completely.”
-아서 클라크 (Arthur C. Clarke)가 1964년에, 2000년을 상상하며
1989년 방영된 애니메이션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는 우주에서 고난과 역경을 헤쳐나가는 아이캔(Ican)의 모험기이다. 31년 후인 2020년을 시간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있는 이 만화에서는 인구 증가로 인한 자원 고갈의 위기, 환경오염 등을 이유로 지구를 대체할 새로운 행성을 탐색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을 배신한 인공지능 로봇의 반란이 그려지고, 무분별한 과학 기술의 발전에 대한 반성과 함께 아이캔이 사는 2020년의 지구는 해피 엔딩을 맞이한다. 과거에 그들이 그리던 미래의 2020년을 현재로 맞이하게 된 우리는 그들이 상상하던 미래와 꽤 비슷하기도, 혹은 터무니없이 다르기도 하다.
미래를 상상한 과거의 유물을 반추하는 이유는 그들이 두려워했던 예측의 길로 들어서지 않기 위함이며, 그들이 먼 과거에서부터 꿈꿔온 공상들을 청사진 삼아 현실화하기 위함일 것이다. 아이캔이 그려내는 미래의 모습이 지금과 다르다고 해서 우리는 그들의 2020년을 실패라고 단언하지 않는다. 그들이 보여주는 오해 아닌 오해는 역설적으로 우리를 또 다른 미래로 향하도록 하는 증폭제가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어떤 미래를 상상할 수 있는가. 미래의 우리에게 남기고자 하는 미래, 과거의 우리에게 그 상상의 힘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줄 수 있는 방증은 무엇인가.
《우리가 세계를 오해했을지라도》는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여기를 보여주고, 다시 미래를 상상하기 위한 작은 시도이다. 참여 작가 3인은 시대의 목격자로서 현실을 각자의 방식으로 구체화한다. 류연웅은 국가적 재난을 겪는 3대의 모습을 블랙 코미디 장르 소설로 위트있게 풀어냄과 동시에 작가의 시선으로 재편한 한국의 재난 연대기를 선보인다. 이가람은 자신의 삶 속에서 감각한 불행 에피소드를 조각의 형태로 드러낸다. 작업은 개인의 물리적, 사회적 위치를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재난 상황에서 사회가 개인의 일상에 미치는 촘촘하고 미세한 영향을 인식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황문정은 인간이 지배하는 도시의 보이지 않는 구조 속에 위치한 비인간 존재들을 지하에서 지상으로 끌어올린다. 비인간들의 존재를 게임의 주체로 등장시킴으로써, 잊고 있던 도시의 위계와 이면의 관계를 직시하게 유도한다. 세 명의 작가는 우리의 현실에 내포되어 명확하게 실재하지만 혼미하게 느껴지는 불안의 감각을 상기시킨다.
결국, 이 전시는 먼지 폭풍처럼 몰려드는 현실의 소용돌이 속에 홀연히 서 있는 개인이자 우리의 이야기이다. 현실에 잠식되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또렷한 파동은 지금 여기의 우리가 현재를 돌아보기 위한 필수 불가결한 움직임이며, 좀 더 나은 내일을 호명하기 위해 켜켜로 쌓아가는 레이어이다. 비록 그것이 오해일지라도.
예술적 행위는 현실의 문제를 가시화함으로써 사유의 지점을 제공하고, 비판적 대안을 설계하는 중요한 동력으로 작동한다. 불안의 안개가 우리를 사로잡아 미래를 기대할 수 없을 때, 우리는 시대를 응시할 용기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미래는 여기 없지만 우리는 여기서 미래를 상상한다.
○ 전시 포스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