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추홀학산문화원 문화프로그램

미추홀학산문화원 사업 안내

<공연>

공 연 명 학산어린이극 ‘파란토끼 룰루’
공연일시 2020.09.12.(토) 16:00
공연장소 학산소극장 (미추홀구 인하로 126, 4층)
공연단체 극단 로.기.나.래
관람연령 4세 이상
관 람 료 전석 만원 (미추홀구 주민 50%)
예매방법 전화예약 (032-866-3993)
공연내용 개구쟁이 파란 토끼 룰루는 어린이들의 상상 속 동화나라에 산다. 어느 날 룰루는 산들바람 할아버지와 함께 작은 꿈별 씨를 찾아간다. 어린이의 꿈을 지켜주는 작은 꿈별 씨의 꿈빛 모아 구슬을 반짝반짝 닦아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작은 꿈별씨가 보이지 않는다? 어린이의 꿈을 지켜주는 꿈별 씨가 깜깜 마녀에게 잡혀간 것이다! 꿈별 씨가 없으면 어린이들의 꿈과 상상의 세계는 모두 사라지게 되는데…… 파란 토끼 룰루는 꿈별씨를 찾아 모험을 떠나게 된다! 파란 토끼 룰루는 분홍빛 언덕과 안개 계곡에서의 위기를 슬기롭게 이겨내고 꿈별 씨를 찾아올 수 있을까?
주최·주관 미추홀학산문화원‧학산생활문화센터 ‘마당’
후원 미추홀구
문의 미추홀학산문화원 032-866-3993
공 연 명 학산가족음악회 ‘여민과 함께 하는 호락호락 콘서트’
공연일시 2020.09.23.(수) 19:00
공연장소 학산소극장 (미추홀구 인하로 126, 4층) / 미추홀학산문화원 유튜브 생중계
공연단체 여민
관람연령 7세 이상
관 람 료 무료
예매방법 전화예약 (032-866-3993)
공연내용 경쾌하고, 유쾌하고, 통쾌함이 있는 우리가락의 현대적 해석으로 우리가락과 민요가 어우러져 유쾌, 경쾌, 통쾌를 주는 호락호락 공연! 전통 민요에서부터 가요, 판소리, 국악을 세련된 느낌으로 재창작하여 다양한 음악의 장르를 체험할 수 있는 즐거운 국악 공연!
주최·주관 미추홀학산문화원‧학산생활문화센터 ‘마당’
후원 미추홀구
문의 미추홀학산문화원 032-866-3993

<행사>

사 업 명 2020 미추홀구 인천시민대학 ‘미추홀시민로드-역사를 거닐다’ 온라인 집담회
시행일시 2020.9.3.(목) 14:00 ~ 16:30
모집일시 선착순 접수 마감
시행장소 온라인(ZOOM)
주최/후원 주최: 인천평생교육진흥원 / 주관: 미추홀구 ‧ 미추홀학산문화원 / 후원: 인천광역시
문 의 미추홀학산문화원(032-866-3994)
내 용 미추홀학산문화원에서는 인천 시민들을 대상으로, 시민으로서의 주체적인 활동을 제안할 수 있는 <온라인 집담회>를 운영한다. 9월 3일 (목) 오후 2시부터 ‘미추홀 지속가능한 도시로서의 변주’를 주제로, 김정식(인천광역시 미추홀구 구청장)의 강의와 함께 미추홀구 인천시민대학 종강식 및 집단 토론을 운영한다. 참가비는 무료이며, 자세한 사항은 미추홀학산문화원에 문의하면 된다.
사 업 명 학산백일장
시행일시 2020.10.17.
모집일시 2020.8.25.~9.25
시행장소 온라인 (미추홀학산문화원 홈페이지 및 유튜브)
주최/주관 주최:미추홀학산문화원 / 주관 : 미추홀학산문화원
후 원 학산나눔재단
문 의 미추홀학산문화원 032-866-3993
내 용 미추홀학산문화원에서는 시민들의 이야기를 문화예술로 담아내는 학산백일장을 개최합니다. 올해는 ‘코로나바이러스19’로 변화된 삶의 모습을 글, 그림을 통해 들어보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 작품주제

형식 세부주제 대상
수필 ‘코로나19’와 관련된 개인의 경험과 소감
‘코로나19’로 인한 다양한 삶의 변화
일반부(성인)
청소년부
그림일기 ‘코로나19’로 바뀐 나의 하루 초등부
*시제발표 – 10월 17일(토) 3시 (온라인공개) 나이제한 없음

● 접수

<수필 및 그림일기>
접수기간 2020년 8월25일(화) ~ 9월25일(금)
접수마감 2020년 9월25일(금) 18:00 도착분에 한함
접수방법 온라인 접수 – nghaksan@daum.net
우편접수 – 인천 미추홀구 인하로126, 학산생활문화센터 3층 미추홀학산문화원
<시>
사전신청 2020년 8월25일(화) ~ 10월12일(월) 선착순 100명 (신청자에 한해 응모자격 부여)
접수시간 2020년 10월17일(토) 16:00~24:00
시제발표 10월 17일(토) 15시, 유튜브 생중계 및 홈페이지 공지
접수방법 온라인 접수 – nghaksan@daum.net

● 심사 및 발표

결과발표 2020년 10월 17일 시민창작예술축제 학산마당극놀래 생중계
미추홀학산문화원 유튜브 (세부시간은 추후공지)
시상내역 일반부, 시부분 – 대상, 은상, 동상
청소년부,초등부 – 최우수상, 우수상, 장려상
*세부시상내역 문화원 홈페이지 참조 (http://haksanculture.or.kr)



문화도시의 방향을 묻다-시민이 중심인 아름답고 쾌적하며 재미있는 도시를 향하여

문화도시의 방향을 묻다
시민이 중심인 아름답고 쾌적하며 재미있는 도시를 향하여

지난 7월 1일 인천 신포동에 위치한 카페 팟알에서는 <문화도시와 시민참여>를 주제로 지금종 강릉문화도시지원센터장의 특강이 열렸다. 이번 인천시민문화대학 문화예술특강에는 코로나19로 많은 제약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다수의 시민들이 발걸음 하여 문화도시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201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최초로 7개의 도시(경기 부천시, 강원 원주시, 충북 청주시, 충남 천안시, 경북 포항시, 제주 서귀포시, 부산 영도구)를 1차 법정 문화도시로 지정하였다. 이후 2020년에 인천 부평구를 포함한 10개 도시(인천 부평구, 경기 오산시, 강원 강릉시, 강원 춘천시, 충남 공주시, 전북 완주군, 전남 순천시, 경북 성주군, 경남 통영시, 제주도 제주시)가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된 가운데, 지금종 센터장(이하 지 센터장)의 <문화도시와 시민참여> 특강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방향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시간이었다.

문화도시란 무엇인가지 센터장은 먼저 문화사업으로 변질된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안타까워하며 문화도시의 개념을 되짚었다. “문화계획이란 도시의 경제, 교통, 조경, 환경, 관광, 토지이용, 건축, 주택, 도시설계, 도시안내 등 제반의 도시계획 내에 도시민의 삶이 투영되도록 설계하는 것”이라는 비안칠리(F.Bianchili)와 파킨슨(M.Parkinson)의 정의를 빌어 문화도시란 문화적 관점으로 도시를 바라보는 것이며, 아름답고 쾌적하며 재미있는 도시라고 개념지었다. 이 정의에 비추어 보았을 때, 현재 우리나라 지자체의 문화도시에 대한 시각은 협소한 수준으로 보인다. 문화도시는 기술발달로 인한 시공간의 압축, 신자유주의의 세계화, 산업구조변동으로 도시가 쇠퇴함에 따라 유럽에서 등장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5년 지방자치제가 본격적으로 도입됨에 따라 각 지자체의 경쟁력이 중요해졌다. 그래서 유럽의 문화도시를 벤치마킹하였으나 중앙정부의 예산을 지원받기 위한 사업으로 그 성격이 변질되었다는 것이다. 본질이 흐려진 문화도시사업에 대하여 지 센터장은 다음과 같은 목적과 목표를 제시하였다. 정주성과 삶의 질 제고, 인구유입, 창의적 인재양성, 대안적 경제모델 창출. 문화도시는 물리적 환경의 개선뿐만 아니라 사회적 포용력과 문화다양성 등 문화적 가치가 중시되어야 한다고 설명하며, 따라서 문화도시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적 성격을 넘어 장기적 관점의 도시발전전략으로 접근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하였다.

현재의 문화도시사업 무엇이 문제인가우리나라의 문화도시는 유럽의 것을 벤치마킹하였지만 지방자치제의 등장으로 도입되었기에 여러 문제점들이 있다. 지 센터장은 문화도시의 개념이 현실화되는 것을 저해하는 주된 요인으로 행정의 폐해를 꼽았다. 먼저 언급한 것은 탑다운(top-down) 방식의 수직적 사업실행구조였다. 문화도시야말로 그 지역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바탕으로 조성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여전히 지자체장의 정책적 의지가 하향식으로 전달되는 정책·공모사업을 시행하고 있기 때문에 문화도시가 문화사업으로 좁혀져 있다고 보았다. 이러한 구조에서 도시민의 삶이 투영된 문화도시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지적한 문제는 도시문제를 관할하는 행정 부처들 간의 원활하지 못한 소통이었다. 이른바 ‘칸막이 행정’으로 불리는 이 폐해는 도시문제해결의 효율성을 떨어뜨려 도시의 발전을 저해한다. 이로 인한 피해는 결국 시민들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이런 문화도시사업 문제점에 대한 그의 처방은 행정의 혁신이었다. ①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어 긴밀하게 소통하며 다층적인 협업이 가능한 환경을 만들기 ②정부 부처와 민간전문가 사이의 거버넌스 구축하기 ③지자체 차원의 통합적 거버넌스 마련하기가 실현된다면 보다 나은 문화도시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문화도시, 어디로 나아가야 하는가그렇다면 지 센터장이 생각하는 문화도시의 방향은 무엇인가. 그가 구상하는 문화도시는 항상 시민을 향해 있다. 특강이 진행되는 동안 시민참여가 재차 강조되었다. 과거부터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중앙정부 예산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접근되었기 때문에 시민들이 소외되어왔다. 그런데 문화도시는 시민들의 활발한 참여가 이루어지고 그들의 자율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그 개념에 부합되며 나아가 도시 고유의 색, 즉 정체성을 갖게 된다. 문화도시는 지역사회에서 작은 결정부터 실천단계까지 시민들의 민주적 참여가 이루어지고 참여의 내재적 동기가 유발될 때 시작된다는 것이 지 센터장의 생각이다. 시민들의 참여가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지속성을 갖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는 것 역시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지 센터장은 시민참여의 지속성을 유지하고 문화도시의 미래, 비젼을 향한 의사결정 조직으로 <문화도시추진위원회>를 제시한다. <문화도시추진위원회>는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시민-중간지원조직-행정-지역 사이에서 유연하게 움직이며 협업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 거버넌스 플랫폼이다. 최근 문화도시사업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 곳곳에서 <문화도시추진위원회>가 발족되고 있다. 지 센터장이 있는 강릉에서도 <문화도시추진위원회>를 조직하기 위해 준비 중이지만 아직은 구상단계에 머물러 있다고 한다. 그만큼 위원회 구성에 긴 호흡으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시민들의 자율적 참여와 이를 뒷받침하는 유연한 행정이 문화도시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믿는 만큼 소통과 협업이 가능한 <문화도시추진위원회>가 조직되길 바란다.

문화도시 인천을 위한 고민들지 센터장이 말하는 문화도시의 핵심어는 시민참여였다. 이날 특강에 참석한 시민들이 가장 높은 관심을 보인 대목 역시 참여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인천 시민들은 지역사회 발전을 위한 다양한 문화적·사회적 활동기회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다. 문화도시에 대한 관심과 참여의지를 가지고 있지만 참여방법을 몰라서, 활동의 장이 부족해서 또는 행정적 어려움 때문에 곤란을 겪고 있다는 것이었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워킹그룹의 고민도 마찬가지였다. 문화도시사업에 참여하는 워킹그룹들이 과잉대표되어있어 신인이나 청년 워킹그룹의 참여가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었다. 지 센터장은 다양한 의견에 공감하며, 새로운 시민을 발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예산과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기초문화재단들이 논의해보아야 한다고 하였다. 시민, 워킹그룹의 고민과 더불어 문화도시를 준비하고 있는 기초문화재단들의 고민도 들어볼 수 있었다. 2020년 예비문화도시로 선정된 부평구문화재단은 다양한 지역적 특성들을 가지고 있는 부평에서 이것들을 이끌어내고 조직하는 방법에 대해 의견을 구하였다. 이에 지 센터장은 이미 조직화 된 특성들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돕고, 다양한 의제를 논의할 수 있는 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였다. 연수문화재단의 경우, 워킹그룹 양성과제와 재단이 만나야 하는 시민들의 범위 설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지 센터장은 워킹그룹은 많을수록 좋기 때문에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판’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들 스스로 방향을 찾기 시작했을 때 재단이 필요한 부분들을 도와주면서 신뢰를 쌓다보면 자연스럽게 워킹그룹이 형성될 것이라는 게 그의 의견이었다. 재단이 만날 시민들의 범위에 대해서는 지역분석을 통해 문제점을 포착한 뒤, 그 문제의 해결방법과 관련된 의제를 뽑고. 의제와 관련된 시민들과의 만남을 추천하였다.

이렇듯 문화도시에 대한 다양한 문제제기와 논의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면서 인천이 문화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인천에서 문화도시와 관련한 더 많은 대화의 장이 열리길 바라며 문화도시로서의 인천을 기대해본다.

*곽민지는 인하대 정치외교학과에서 ‘기억의 공간’과 ‘국민교육헌장’ 연구로 각각 석사와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는 연령별 정치교육(민주시민교육)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이병수 LEE Byungsu

이병수는 구체적인 장소를 탐색하고 조사하면서 그 장소와 연관된 여러 층위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에서 출발하여,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장소’, ‘실재하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차원으로서의 상황이나 결핍에 대한 문제들’을 새로운 관점으로 시각화하고 허구의 장소로 재건하는 일련의 작업들을 이어왔다.

당신의 눈앞에, 가변설치, 2분 30초, VR 컴퓨터 그래픽스 영상, 전망대, HMD gear, EL 테이프,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의 작업은 구체적이고 물리적인 장소를 탐색하고 조사하면서 그 장소와 연관된 여러 층위의 의미를 읽어내는 것에서 출발한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 장소’, ‘실재하나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차원으로서의 상황이나 결핍에 대한 문제’를 새로운 관점으로 시각화하고 허구의 장소로 재건하는 일련의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실재하지만 실재하지 않는다’는 말은 얼핏 모순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그리 복잡한 문제는 아니다. 풍경이라는 것이 바라보는 자의 주관적 관여가 개입된, 세계를 이해하고 구성하는 일종의 구축된 이미지인 것처럼, 장소 역시 사회적 구조와 조건들에 의해 강요되고 은폐되곤 한다. 나는 장소에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을 보이도록 만들고, 주변에서 흔히 발견하여 쉽게 지나치는 것을 달리 보이게 하며, 연관이 없던 것에 관계를 설정하여 현실에 대한 다양한 가능성을 재고하고, 그 이면들에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당신의 눈앞에, 2분 30초, VR 컴퓨터 그래픽스 영상,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대표 작업을 하나 선택하기는 쉽지는 않은 것 같다. 하지만 가장 최근에 작업했던 2019년 개인전 《이음새 없는 세계》를 이야기하고 싶다. 앞서 말했듯 나의 작업은 특정 장소나 환경에서 영감을 받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오늘날의 장소는 점점 데이터와 비물질적 요소로 점철된 비장소로 변해가고 있으며 일상이 되어버린 디지털 미디어에 의해 그 빠르기는 증가하고 있다. 전자미디어를 중심으로 한 경험과 지각방식의 변화는 타자와의 직접적 소통과 실재에 대한 경험을 대체하기에 이르렀는데, 그렇다면 이러한 미디어의 조건에서 우리는 장소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나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디지털 세계의 가상적 풍경 이미지가 만드는 허구로서의 장소와 이를 감각하고 받아들이는 주체와의 관계를 작품으로 다루고자 했다. 이 전시에서는 특히 VR(가상현실) 장치의 특징적 요소들을 작품에 개입시켰는데, 몰입을 극대화하는 장치의 특성에서 기인하여 VR이 구현하는 가상적 장소와 이를 시각적 인지뿐만 아니라 신체적 움직임으로 받아들이는 수용자와의 관계를 통해 새로운 장소적 경험에 대해 질문하고자 하였다.

이중구속, 3분 20초, VR 그래픽스 영상,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과거를 통해 현재를 가늠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맥락에서 미술사의 고전들을 비롯하여 현대미술의 다양한 작품들과 작가들은 나에게 언제나 영감을 넣어주는 존재들이다. 변화하는 기술과 삶의 방식 또한 작업의 출발점이 되곤 한다. 무엇보다 미술가는 세상을 향하는 새로운 시선과 관점을 지녀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질문하고 의심하려는 태도가 미술가에게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대부분의 작업들은 질문에서 시작하였고, 작품과 전시를 통해 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에게 역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이끌어내고자 한다.

관악산 호랑이 연구소의 어제와 오늘, 3분 17초, 단채널 비디오, 2011
스쿠아의 공격을 예술적으로 대처하는 7가지 방법, 4분, 단채널 비디오, 2013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시대에 따라 예술의 정의와 역할은 변해왔고, 시대적 요구와 생각의 변화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예술의 측면들을 이끌어 왔다. 좁게 보자면, 나라는 한 개인에게 있어서 예술은 말해야 할 그 무엇임과 동시에 그것을 말하는 방식일 것이다. 말해야 할 것은 집단적 가치에 의해 놓치고 있는 삶의 다양한 가능성과 인간성일 것이고, 말하는 방식이란 작품을 만들고 전시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제시할 수 있는 표현의 방법일 것이다. 미술은 친숙하면서도 어렵기도 하고, 의미의 전달이라는 측면에서 언제나 고민을 하게 만드는 존재이다. 그러나 ‘의미를 만든다’라는 것조차, 그것이 오역되는 것 역시 예술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과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 개인의 표현이 다수에게 영향을 주고 나아가 그것이 보편적인 문화로 인식된다는 점은 예술이 가진 원초적 힘이고 나 역시 그 힘을 믿고 있다.

《우리 세계를 위한 송시-SO.S》 전시 전경, 프로젝트 스페이스 사루비아다방,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2010~11년 거주했던 동네의 주변부를 주목하고 기록한 작업 <에피소드>(2010), <독산십이경>(2011)에서 시작하여, 하나의 장소에서 발생하고 서로 부딪히는 다양한 주장과 믿음들을 사회적 맥락에서 쫓았던 <관악산 호랑이>, <인식의 각도>와 같은 2012년의 작업을 거쳐, 2014년 이후 나의 작업은 <메이드 인 안타티카>(2014), <우리 세계를 위한 송시>(2018), <이음새 없는 세계>(2019)와 같이 실제로 다다르기 어려운 장소들을 재현하고 그 너머의 가상영역으로 이어졌다. 앞으로의 작업 방향 또한 기존의 작업과의 연관성을 유지하며 장소, 미디어, 디지털, 신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또한 2018, 2019년 최근 두 번의 개인전을 통해 디지털 매체의 미학적 표현 가능성을 탐구하였는데, 이를 좀 더 확장해 볼 생각이다.

선을 넘으려면 더 좋은 장비를 구입하고 착용하십시오, 32x37cm(5pcs), 디지털 피그먼트 프린트,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leebyungsu.com




최수련 CHOE Sooryeon

최수련은 홍익대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하고 서울대학교에서 서양화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동북아시아의 고전적 이미지가 동시대에 재현되는 양상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그 과정에서 눈에 띄는 것들을 회화로 옮기고 있다. 특히 주류의 미감으로는 비하되기 쉬운 것들을 재발견하거나 한국과 중국의 고전 극영화에서 수집한 클리셰 장면들을 소재로 작업해오며 현실에서는 무용한 소위 ‘동양풍’ 이미지의 효용을 고민하고 있다.

선녀, 220x180cm, 리넨에 유채, 2017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동북아시아의 전통과 고전 이미지에 관심이 많다. 특히, 그것이 어떠한 목적을 위해 동시대에 재현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변형, 왜곡, 반복 등을 유심히 보고 있다. 나는 나와 같은 세대에서 소위 ‘동양풍’이라고 일컬어지는 ‘오리엔탈리즘적 이미지’를 보는 무지한 시선이 서양인의 시선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런 시선을 극복해야 한다는 의무감보다는 이렇게 된 배경에 대한 고민을 하거나 현재 상황을 직시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관점에서 작업을 이어나가고 있다. 2013년에 전통 복식을 걸친 기묘한 마네킹을 그린 것을 시작으로 무속신앙이나 우리나라의 신흥종교, 사극, 전통행사 등에서 발견되는 다소 이상하거나 우스꽝스러우면서도 한편 고졸한 미감이 있는 장면들을 그려왔다. 나는 다른 사람이 촬영한 사진이나 영상에서 캡처한 이미지에서 불필요한 것들만 일부 제거하고 거의 그대로 화면에 옮기는데, 해상도가 낮은 이미지를 많이 사용한다. 실제 작업 이미지 자체는 비교적 모호하게 표현하고, 반투명한 붓질과 캔버스의 굵은 올 등 회화적인 요소가 두드러지는 방식으로 작업한다. 최근 2~3년간 작업한 작업에는 주로 귀신과 도사가 등장하는 1980~90년대의 판타지 영화에서 장면과 대사를 많이 차용했다. 고전적 이미지가 가진 고색창연한 아름다움과 대비되는 현실의 부조리와 괴리감을 반영하고자 했다.
형식적인 면에서는 회화에서의 전통적인 매체를 고수하는데 린넨이나 황마에 아교칠부터 모든 공정을 직접 하여 나에게 맞는 그라운드(지면)를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라운드가 달라지면 올의 굵기에 따라 그에 맞는 붓질도 달라지고 최종적인 결과물도 상당히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작업 전에 캔버스를 준비하는 시간은 꽤 오래 걸리지만 그림 자체는 미디엄을 많이 섞어 투명도를 높인 유채 방식으로 수정이나 겹침 없이 한 번에 빠르게 끝낸다. 그러고 나서 그림을 눕혀 놓고 오일을 발라 그린 것을 아주 살짝 녹이고 말리는 과정을 거치면 완성된다. 그 과정에서 붓질이 겹치면서 그렸던 것이 반투명하게 닦여 나가 그림 전체에 희끗희끗한 자국들이 생기는데 이런 흔적들은 이미지의 환영성을 감소시키는 중요한 회화적 요소로 작용한다.

魔王, 你贏了 (King Evil, you won), 230x160cm, 리넨에 유채, 2019 무제, 160x13cm, 황마에 유채,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나의 대표작업은 2017년에 시작한 <선녀> 회화 연작을 말할 수 있겠다. 이 연작은 2013년의 마네킹 그림 <팔선녀>(2013)와 연관되어 시작되었다. 당시 그 마네킹들은 의복 색에 따라 임의로 ‘용왕’이나 ‘옥황상제’ 등으로 명명되었는데 당시에 여자 마네킹은 선녀라고 이름 붙였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선녀’라는 단어를 들으면 누구나 전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다. 아마도 ‘하늘하늘한 고전 복식을 입은 젊고 아름다운 여자’가 공통적인 이미지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 후 시작된 <선녀> 연작은 이러한 전형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실제 사람으로서 선녀의 모습을 보여준다. 나는 지역 행사 등에 동원되는 선녀 복장을 한 중년 여성 중 무료하고 어두운 표정을 하고 있거나 평범한 한국 여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주로 그렸다. 고전 서사에서의 ‘선녀’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면 사실, 그들은 구원자도 아니고 주인공도 아니다. 실제 행사에서도 선녀는 남성이 중요한 의식을 행하는 동안 분위기를 조성하는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게 된다. 그래서 나는 나의 작업에서 선녀는 기존의 그녀들과 다른 모습들을 보여주고자 했다.

팔선녀, 53x40cm(8pcs), 리넨에 유채, 2013
선녀, 리넨에 유채, 130x163cm, 2017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사카구치 안고의 에세이 중 「일본문화사관」이라는 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쓰인 지 50년이 넘은 글이지만 여전히 시사하는 바가 크다. 서양인의 눈에 비친 ‘일본적’인 것에 천착하는 현실을 비꼬는 유머 감각이 있는 글이기도 하고, 전통에 대해 ‘필요하다면 사찰을 부수고 그 자리에 철도를 놓자’ 같은 과감한 주장이 흥미롭다(물론 부수자는 것은 아니고 그것에 짓눌리지 말자는 이야기다). 최근에는 나는 오르한 파묵(Orhan Pamuk)의 <이스탄불>을 읽으며 많은 영감을 받았다. 소설 속 비애-멜랑콜리-슬픔에 관한 부분이 인상적이었고 그것이 앞으로의 나의 작품에도 반영이 되리라 생각한다. 또한 나는 <요재지이>등의 지괴소설을 매우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그 내용뿐 아니라 저자인 포송령(蒲松齡, 중국 청나라 초기의 소설가 겸 극작가)의 삶과 태도에도 관심이 간다. 부조리한 현실에 대항하려 했지만, 무력했던 인간의 한탄은 몇백 년 전의 것이지만 지금의 현실과도 전혀 다르지 않다고 본다. ‘굴원’이라는 시인도 비슷한데, 나중에는 좀 더 공부해서 포송령과 굴원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작업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다.

한글세대를 위한 태평광기 220×180, 광목에 수채, 아크릴릭, 2019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작품을 창작하는 사람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나도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는 관람객으로서 감탄할 때가 많이 있다. 특히, 무엇을 그렸는지, 왜 그렸는지 모르는데도 불구하고 보자마자 즉각적으로 “좋다”라고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내가 앞으로 무엇을 그리더라도 최종적으로는 그러한 감각적인 경험을 전달하고 싶다.

《망한 나라의 음악》 전시 전경, 오뉴월 이주헌,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지금까지의 작업이 소재가 나와 같은 세대의 작가들 사이에서 비교적 많이 다뤄지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것에 관해 설명하는 시간이 많았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회화적인 요소를 충분히 조명하지 못했던 것 같다. 앞으로는 그리기 자체에 관해 이야기 하는 비중을 늘려가고 싶다. 화면 구성이나 그리기 방식들도 그동안 시도해보지 않았던 것들을 다양하게 시도하여 나 스스로도 작업 과정에서 더욱 회화적인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나에게 물감들 옆에 항상 꽂아 놓는 동묘에서 산 비녀가 있는데 아마 무속용품이었던 것 같다. 옥색에, 끄트머리 부분은 오방색의 스팽글 장식이 달려있는 키치적이고 조악한 상품인데, 그것을 보면서 항상 내가 그리고 싶은 그림이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동양풍’의 고전적으로 보이지만 진짜 옛날에 제작된 것은 아닐 것이다. 화려하지만 속악하기도 하고, 나름 꼼꼼하게 만든다고 했지만, 완벽히 섬세하지는 못하다. 그러면서도 묘하게 음산한 기운이 있는 물건인데, 볼 때마다 한국 사회가 전통을 대하는 방식이 농축되어 있는 것 같다고 느낀다. 나는 이 비녀와 같이 복합적인 면이 있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는 내 그림이 어떤 면에서는 웃기다고 생각하는데, 공감해주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지금보다 더 웃기면서 무서워졌으면 좋겠다.

妳陽已盡, 陰壽未終, (Your life on earth is exhausted but your life in hell is unfinished), 180x220cm, 리넨에 유채, 2019
하늘은 넓고도 성글어, 80x65cm, 리넨에 유채, 2018 염라대왕 자네는, 45x45cm, 황마에 유채, 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곽은비 : 인천아트플랫폼 김하나 작가 원도우갤러리 전시




최미영 : 문화공간 노닐다 천 마스크 만들기




김정애 : 송암미술관에서 만나는 물의 나라




김정애 : 반쪽이의 상상력 박물관 – 삶이 작품이다




언택트 시대의 문화예술, 지금 안녕한가요?

언택트 시대의 문화예술, 지금 안녕한가요?

류수연

2020년을 나타내는 단 하나의 키워드가 코로나19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지난 7개월 동안, 사회의 전 영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용어 역시 그것이 아닐까 싶다.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 어떤 텍스트나 작품도, 이 가공할 팬데믹이 만들어낸 오늘의 현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현재 팬데믹과 함께 가장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는 문화예술 영역은 다름 아닌 공연계이다. 문화예술과 관련된 비즈니스 가운데서도 공연은 인풋과 아웃풋이 가장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영역이다. 그만큼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요구되고, 문화예술계에 가장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그러한 공연계가 코로나19로 올 스톱되었다는 것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거기에 관련된 많은 예술가들이 그들의 생업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적이다. 1984년 초연 이후 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가장 성공적인 문화예술비즈니스 모델로 평가되었던 ‘태양의 서커스’가 파산을 선언했다는 것만 보아도, 현재 공연계가 겪고 있는 고통은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앗아간 것은 비단 현재의 기회들만은 아니다. 지금의 ‘언택트(un-tact)’가 ‘노택트(no-tact)’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공포는 이미 압도적이다. 상반기 보릿고개를 겨우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거리두기 좌석제나 온라인 공연이 대안으로 제시되고는 있지만, 무대 자체가 수익은커녕 적자만 만드는 상황에서 코로나 블루는 공연계 전반을 휩싸고 있다. 그러나 상업적인 공연에 공적자금이 투여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안타까운 것은 이미 생계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포기하고 다른 일에 뛰어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쌓아올리긴 쉽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점에서, 현재의 문화예술계는 오늘의 생존을 위해 미래의 가능성을 놓치고 있는 암울한 상황이다. 한 번 잃어버린 창작동력을 다시 원상 복구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에 대해서는 두 말 할 필요도 없으리라.

이런 상황에서 여러 광역문화재단도 바빠졌다. 경기도는 지난 5월부터 ‘경기도형 문화 뉴딜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고, 경기아트센터의 경우에는 직접적으로 무대를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문화재단은 ‘코로나19 피해 긴급예술지원’과 ‘공연업 회상 프로젝트’에 이어 10억 원의 예산으로 ‘코로나19 극복 공연예술단체 창작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역시 문화예술계를 위한 지원에 빠르게 나섰다. 광역문화재단 중 가장 먼저 예술인 긴급재난지원금을 지원하는 ‘인천 예술인 긴급지원사업’을 진행하였고, 현재는 ‘공연예술창작활성화’, ‘작은미술관 전시활성화’, ‘전시공간 활성화’ 등 지역 문화예술에 직접적으로 수혜가 돌아가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코로나 블루의 종결은 사실상 요원해 보인다. 각 문화재단에 의해 긴급 수혈되고 있는 공적자금들이 문화예술계의 실핏줄까지 잘 전달되고 있는지도, 아직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분명 긍정적인 시그널은 늘어나고 있다. 무엇보다 위기 속에서 각 광역문화재단들의 좋은 정책이 빠르게 소통되고 상호 수용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또한 생활방역에서 전시와 공연이 낮은 위험도로 평가되면서 각 전시장과 공연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는 것도 기대할 만하다.

문화예술계의 대형 비즈니스가 불가능해진 상황에서, 지금 우리는 현실적 조건에 보다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작은 무대들에 주목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바로 이 지점에서 지역 공연예술이라는 생태계의 중요성 역시 더 부각된다. 그것이 바로 코로나19로 붕괴된 문화예술의 생태계를 회복시키는 출발점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제는 긴급 수혈 이후를 더욱 고민할 때다. 그리고 간절히 믿고 싶다. 절망 끝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이끌어내는 것 역시 문화예술계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니까 말이다.

류수연(柳受延, Ryu Su-yun)

약력 : 문학평론가/문화평론가.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하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였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계간 <창작과 비평> 신인평론상(2013)을 수상하며 등단한 이후, 문학과 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글을 쓰고 있다. 현재는 <인천투데이>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등에 칼럼을 연재하고 있다. 또한 인천문화재단 이사, 대중서사학회 연구이사 및 로맨스 서사 연구팀장 등을 역임하고 있다.




인천의 스타, 사이다

인천의 스타, 사이다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가 없으면 못 마십니다.’ 1960~70년대 故 서영춘 선생이 자주 불렀던 유행가의 한 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많은 바다 중에 왜 하필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을까. 인천과 사이다는 어떤 연관을 가지고 있을까. 지금부터 사이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의문을 풀어보고자 한다.

사이다는 사과로 만든 독주(毒酒)를 의미하는 라틴어 ‘시케라(sicera)’에서 유래하였다. 사과로 만든 이 술은 프랑스로 전래되어 ‘시드로(cidre)’라고 불렸고, 영국으로 건너가면서 ‘사이다(cider)’라고 불리게 되었다. 특히 영국에서는 포도 대신 사과가 더 흔했기 때문에 사과주인 사이다를 즐겨 마셨다. 때문에 영국이나 프랑스 등 서양에서 사이다를 주문하면 투명한 탄산음료가 아닌 2~13%의 알코올을 함유한 다양한 종류의 사과주가 나온다.

사이다가 사과주가 아닌 탄산음료를 가리키게 된 것은 근대 일본의 영향이 컸다. 1868년 영국인이었던 존 노스와 레이가 요코하마의 외국인 거류지에 ‘노스 앤 레이’ 상회를 설립하였다. 이 상회에서는 레모네이드와 같은 탄산음료를 팔았는데, 특히 사과와 파인애플의 향이 나는 복합향료가 첨가된 탄산음료 ‘샴페인사이다’를 판매하였고, 이를 처음 마신 사람들은 그 맛과 향에 매료되었다. 그렇게 샴페인사이다가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탄산음료를 ‘사이다’라고 부르기 시작하였다. 조선의 개항 이후 일본인들은 인천을 통해 사이다를 수입하기 시작하였다. 대부분 궁궐에 납품하거나, 조선에 거주하는 일본인 고관에게 판매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후 사이다는 점점 대중화되면서 수입 사이다만으로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웠다. 그리하여 1905년 히라야마 마츠타로(平山松太郞)는 인천 화정(현재 신흥동)에 ‘인천탄산수제조소’를 설립하였다. <인천부사>에 따르면 ‘미국식 제조기를 사용하여 50마력의 전동기로 제조’하는 사이다 공장이었다. 인천탄산수제조소에서는 성인표(星印標) 사이다와 일생표 사이다를 생산하였는데, 성인표 사이다는 별 모양의 상표로 인해 ‘별표 사이다’라 불렀다. 별표 사이다는 여름철 음료로 전국적인 사랑을 받았다. 이러한 사랑을 바탕으로 당시 광고 매체가 몇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인선 열차 전면 광고를 게시하기도 하였다. ‘별표 사이다’의 인기에 힘입어 1910년 나카야마 우노키치(中山宇之吉)가 ‘라무네제조소’를 설립하였다. 라무네제조소에서는 ‘라이온 헬스표 사이다’를 생산하였는데, 라임향 등이 첨가된 레몬에이드의 일종이었다고 한다.

192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이다는 더욱 인기가 많아졌다. 사이다는 각종 운동회 후원품 목록에 항상 들어가 있었으며, 종교 단체에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구호품에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1930년대에는 전국의 사이다 공장의 수가 50개소가 넘을 정도로 번창하였다. 이렇듯 사이다 공장은 늘어났지만, 규모는 작아서 생산한 음료를 보관할 시설도 부족했다. 게다가 한여름에는 많은 수요를 충족하지 못해 일본에서 수입해서 팔기도 했다. 이렇듯 소규모 생산의 한계를 드러내자 1937년 서울 6곳, 인천 2곳의 사이다 공장을 합쳐 경인합동음료(주)를 설립하였다. 경인합동음료(주)의 주력 상품은 ‘스타사이다’였다. 스타사이다는 ‘별표 사이다’의 상표를 그대로 가져오면서, 사이다의 원조임을 강조하였다. 스타사이다의 인기와 영향으로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떠오르는 이야기도 만들어지게 되었다.

광복 이후 경인합동음료(주)는 적산기업으로 분류되었고, 손욱래가 이를 불하받았다. 당시 전국적으로 수십 개의 사이다 공장이 난립해 있었지만, 스타사이다의 인기는 그대로였다. 1946년과 1947년 신문에는 “하절기를 당면하여 수요가 격증함을 기회로 협잡배가 자사 상표를 도용해가지고 위조 스타사이다를 제조하여 공연히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으니 주의해 달라는 내용의 광고를 싣기도 했다.

그러던 1950년 동방청량음료가 ‘칠성사이다’를 출시하면서 ‘스타사이다’의 인기는 시들해지기 시작하였다. 이에 1960년대 초 새로운 맛을 가미한 ‘뉴스타사이다’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사이다를 출시하였다. 하지만 1960년대 말 사이다 공장 간의 극심한 판매 경쟁과 ‘코카콜라’, ‘펩시콜라’가 국내시장에 본격적으로 판매를 시작하면서 위기는 계속되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많은 수의 사이다 공장은 문을 닫았고, 1975년 경인합동음료(주) 또한 진로에 인수되면서 70년간 이어오던 인천 사이다의 역사는 막을 내렸다.

인천탄산수제조소에서 생산된 사이다에 ‘별표’라는 이름이 붙고 별 모양의 로고가 사용되면서 ‘별’은 사이다를 가리키는 상징이 되었다. 대구의 ‘삼성사이다’, 부산의 ‘월성사이다’, 전주의 ‘오성사이다’ 등 각지에서 생산되는 사이다에는 별을 뜻하는 이름이 붙었다. 이러한 영향을 받은 동방청량음료의 칠성사이다는 롯데제과에 인수된 이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이다가 되었고, 지금까지 별과 사이다의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소풍이나 외식 등 사람들은 많은 순간 사이다를 찾지만 특히 속이 더부룩할 때 소화제 대신 사이다를 마시곤 한다. 사실 사이다가 소화에 그렇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들은 뻥 뚫리는 느낌 때문에 사이다를 마셨다. 이러한 사이다의 청량감 때문에 사람들은 드라마나 연재소설에서 답답한 상황이 해소되는 순간 ‘사이다 같다’라는 표현도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이후 ‘사이다 같다’라는 표현이 점차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은 실생활에서도 사용하기 시작하여 시원한 감정을 표현하는 대명사가 되었다.

이번 인천시립박물관에서는 7월 21일 작은전시 <인천의 스타, 사이다>를 개최할 예정이다. 우리와 함께해온 사이다와 관련된 내용을 전시할 예정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들의 지친 일상에서 ‘사이다 같은 사이다 이야기’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전시교육부 연구원
최병훈(崔炳勳, Choi Byeong hune)

2020년 인천광역시립박물관 작은전시 <인천의 스타, 사이다> 전시 포스터
스타사이다 병(출처: 신연수)
경인사이다 상표(출처: 인천광역시립박물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