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무용가, 그 이상의 문제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 무용가 박혜경(인천문화재단 이사)을 만나다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 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첫 연재이므로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형식을 다듬어갈 예정이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무용가, 그 이상의 문제를 고민하게 되는 시간이었다
– 무용가 박혜경(인천문화재단 이사)을 만나다

류수연

◆ 2020년 9월 14일, 인천 중구 신포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방역지침을 준수하며 박혜경 이사를 만났다. 박혜경 이사는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한 지난 4년은 “무용가, 그 이상의 문제를 고민하게 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류 : 안녕하세요? 항상 회의 장소에서 뵙다가 이렇게 다른 곳에서 뵈니까 새로운 기분입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략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박 : 저를 소개하자면, 과거에는 ‘무용하는 사람’이라는 말로 충분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제는 이에 더해 ‘후배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언제나 고민하는 선배’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은 요즘 들어 계속 고민하는 문제인데, 앞으로 제가 계속 풀어나가야 할 숙제라고 생각해요.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컨템퍼러리 외의 다른 분야를 접하면서 점점 이런 고민들이 커진 것 같습니다.

류 : 인천, 그리고 인천문화재단과의 인연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세요.

박 : 사실 저는 해남 출신이고 고등학교는 광주에서, 대학은 서울에서 나왔어요. 그런데 가장 오래 산 곳은 이곳 인천이죠. 그러니까 인천은 저에게는 사실상의 고향이지요. 제가 인천에 온 계기는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대학생 때 인천 시민의 날 공연에 참여했던 것이 인천과의 인연의 시작이었어요.

류 : 인천과의 인연이 정말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군요. 이사님께는 인천이 제2의 고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습니다.

박 : 처음 인천에 온 것은 1987년인데 그때는 무용학원 강사였어요. 1989년부터 인천현대무용단에서 활동하기 시작했고요. 제가 2005년에 인천무용협회 회장이 되었는데, 그때가 바로 인천문화재단이 출범을 한 때였어요. 그러면서 인천문화재단과의 인연도 시작되었죠. 아무래도 무용협회 회장이니까 재단과 함께 논의할 것들은 많았지만, 당시까지는 그래도 개인 활동가였으니까 재단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지요. 2017년부터 재단이사가 되면서 더 구체적인 인연이 생겨났어요.

류 : 그렇다면 사실상 재단의 15년 역사는 안팎에서 보신 셈이군요. 그렇다면 인천문화재단 이사로 계시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사업이나 이슈는 무엇이었나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또 무엇인가요?

박 : 재단이사가 사업을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아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이사로 있으면서 인천문화재단이 진행한 여러 사업들의 면면을 본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해요. 일단 저는 무용인이니까 무용 중심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전문 예술가들에게 대한 지원부분에 좀 더 관심이 많았고요.
제가 가장 좋았다고 생각했던 사업들도 이런 영역에 관련이 있어요. 먼저 재단 사업 중에서 예술인 지원을 청년, 중년, 장년으로 구분해서 하는 것이 있어요. 생애 시기별 예술가를 지원하는 것이죠. 저는 이런 부분이 좋았습니다. 또 전에 전문 예술인에게 해외에서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사업들도 굉장히 좋았어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게 해주니까요. 최근에 진행하고 있는 예술인 복지 관련 사업들도 굉장히 의미 있고 중요한 사업이고, 인천문화재단의 정체성과 관련된 사업이지요. 이 외에도 ‘트라이 보울’이나 ‘아트플랫폼’의 발전 가능성도 계속 지켜보아야 하는 것들이라고 생각해요.

류 : 정체성 문제가 나와서 연결해서 질문을 드립니다. 정체성이라는 결국 재단의 가치나 지향점과 연결되어야 하는 지점일 텐데요. 문화예술계의 종사자로서 생각하는 인천문화재단의 가치는 무엇인지, 혹은 인천문화재단의 지향은 무엇이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박 :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재단의 정체성 문제입니다. 인천 내에 문화재단이 인천문화재단 하나밖에 없었던 15년 전과 지금의 상황은 많이 달라졌다고 봅니다. 현재 인천에는 부평, 연수, 서구에 구 단위의 지역문화재단이 있어요. 며칠 전에 기사를 보셨겠지만, 중구문화재단의 설립도 발표된 상태이고요. 즉 인천 내에 1개의 광역문화재단과 4개의 지역문화재단이 생긴 거지요. 다른 구에서도 문화재단이 곧 생기리라 추정해볼 수 있고요.
그렇다면 인천문화재단의 성격 역시 이러한 흐름에 따라 바뀔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문화재단과 구분된, 광역문화재단으로서 인천문화재단의 정체성이 강화되어야 생각이 그것이에요. 사실 얼마 전에 <인천문화통신 3.0>에 관련된 글을 기고하기도 했어요. 그 내용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요.
저는 무엇보다 일단 생활문화와 예술이 좀 구분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둘 다 중요하지만 인천문화재단이 그것을 다 이끌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죠. 지역문화재단이 생활문화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광역문화재단으로서 인천문화재단은 예술가 지원과 같이 전문 예술인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그 정체성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이야말로 이런 문제를 인천시도, 인천문화재단도 고민해야 하는 때라고 생각해요.

류 : 저 역시 충분히 숙고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재단의 지원 문제와 관련해서는 최근에는 코로나19 문제를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아요. 현 단계(코로나19) 상황에서 인천문화재단에 바라는 것이나 제안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박 : 전반적으로 사업들이 잘 시행되고 있다고 봅니다. 아쉬운 것은 언택트가 현실이라고 해서 공연 등에 대한 지원이 정지나 취소되는 부분들이에요. 사실 이 부분은 재단의 문제라기보다는 예산의 사용과 관련된 문제일 텐데요. 사실 공연 같은 경우에는 대관에 맞추어진 지원이 많거든요. 이런 부분들을 영상 등에 사용할 수 있게 만들면 오히려 다른 방식의 언택트 공연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지금 이 공간(박 이사의 사무실)만 해도, 사실 이런 공간을 활용해서도 다양한 작업이 가능하거든요. 영상을 기준으로 한다면 대관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레퍼토리가 탄생할 수 있는 거죠. 기존에서 함께 하기 어려웠던 다른 예술 분야와의 협업도 이루어질 수 있고요. 재단 이런 부분에서 보다 유연하게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좀 더 모색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예술가들도 기존에 할 수 없었던 방식의 공연에 대해서 아이디어를 내야 할 거고요. 저는 이 상황이 오히려 또 다른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류 : 인천문화재단의 이사직을 마친 소회를 간략하게 말씀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박 : 인천문화재단에서는 참 다사다난했던 시간들을 보냈습니다. 이사회도 열심히 참석했고 혁신위원회도 참여했지만, 그럼에도 이사로서는 부족한 점이 많았고 많은 일을 하지 못해서 여러 가지로 미안하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스스로는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했어요. 제 연습실이 재단에서 가까웠던 점도 좋았고요.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한 지난 4년은 저 스스로를 많이 성장시킨 시간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와는 다른 영역에서 활동하시는 분들의 의견을 경청할 수 있었던 것이 정말 좋은 자양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전에는 무용, 그 안에서도 컨템퍼러리. 이런 것만 보았는데, 이제는 컨템퍼러리를 넘어 무용 전반을 보게 되고, 또 다른 예술 분야와의 협업도 함께 고민하게 된 것 같아요. 이러한 경험들이 앞으로 무용계에서 좋은 선배로 나아가겠다는 제 다짐을 갖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봅니다.

류 : 마지막으로 재단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을까요?

박 : 앞에서도 했던 이야기지만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어요. 인천문화재단이 광역문화재단으로서 분명한 정체성을 갖는 것이 그것입니다. 인천문화재단만의 색깔, 역할. 이런 것에 집중해주실 수 있기를 바라고 있어요. 사실 재단이 일이 굉장히 많고, 그 내부의 직원들이 정말 일당백으로 일을 하고 있거든요. 인천문화재단의 정체성이 뚜렷해지고 ‘집중’되면 이런 부분들도 어느 정도 해소되면서 더 전문성을 갖게 되리라 생각해요.

류 :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 박혜경 이사는 인천문화재단의 창립 초기부터 자문이자 조력자로서 협업했고 4년간 인천문화재단의 이사로 있으면서 재단의 현황 문제를 해결하는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러한 박 이사와의 인터뷰에는 재단에 대한 따뜻한 애정과 진심어린 조언들이 드러났다. 그 진심이 인천의 예술인들을 위한 구체적인 지원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란다.

박혜경(朴慧京, Park Hye Kyung) : 무용가/ Korea Action Dance Company 단장.
서울예술대학 무용과 졸업. 한국체육대학교 체육학 석사. 동덕여자대학교 무용학 박사, 시립인천전문대학 무용과 강사, 인천무용협회 회장, 인천안무가협회 회장, 인하대예술교육원 강사 역임. 인천예총 예술상, 인천시 공연예술부문 문화상 수상.

1)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창작과비평』으로 등단,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동네 책방을 열고 가꿔가는 소소한 이야기 – 동네책방 ‘산책’ 대표 홍지연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 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첫 연재이므로 부족한 부분도 있겠지만 회를 거듭하면서 형식을 다듬어갈 예정이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동네 책방을 열고 가꿔가는 소소한 이야기
– 동네책방 ‘산책’ 대표 홍지연

김민재

서점은 국어사전에서 책을 갖추어 놓고 팔거나 사는 가게로 정의된다. 서점과 비슷한 말로는 서관, 서림, 책방 등이 있다. 클릭 한 번으로 집 앞까지 책이 배송되는 요즘, 서점은 사전 의미 그대로 ‘사고-파는’ 역할에만 충실해져 가고 있다.

인천 계양구 계산동 경인교대 인근 주택가에 자리한 서점 ‘책방 산책’은 책도 있지만, 문화가 있고, 사람이 있고, 휴식이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찾아가 책과 사람을 만나는 동네 문화 놀이터다. 새벽 1시까지 동네 주민들이 모여서 책을 읽고, 혼자 읽기 버거운 고전을 함께 읽거나 작가와의 만남 행사를 열어 문화의 목마름을 해소하는 공간이다.

인천 토박이 홍지연(46) 대표가 단독주택 1층을 개조해 만든 책방 산책은 2016년 11월 문을 연 동네 책방이다. 동네 책방은 대규모 프랜차이즈 서점이나 참고서 판매 중심의 중소형 서점과 구분되는 개념이다. 지역 사회를 근간으로 책 문화를 만들어가는 작은 서점을 말하는데 여기서 말하는 작은 서점이란 규모의 크고 작음이 아니라 “작게, 낮게, 천천히 가려는 삶의 가치를 담은 개념”이라고 홍 대표는 설명했다.

헌책방 거리가 있는 동구 배다리에서 자란 홍지연 대표는 어렸을 때부터 누가 꿈을 물으면 “마흔이 되면 헌책방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유년시절부터 책과 가까이 지냈던 덕에 대학생 때는 책방에서 아르바이트도 했고, 직장에 다닐 때도 책을 끼고 살았다고 한다. 결혼과 출산, 육아, 퇴직으로 이어지는 흔한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의 줄임말)’의 삶을 살아가던 홍 대표는 진짜 마흔이 넘어서자 꿈을 이루기 위해 움직였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까맣게 꿈을 잊고 있었는데 계산동으로 이사와 공동 육아를 하고, 어린이·청소년 관련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는 독서 모임을 하면서 꿈이 되살아 나기 시작했어요.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 여기 저기 배우러 다니기 시작했어요.”

홍 대표가 책방을 열기 위해 공공기관의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했고, 가족여행 삼아 부산의 보수동 헌책방 거리 등 다른 지역의 서점을 다니면서 준비했다. 그런데 정작 다른 동네 책방 주인들이 이런 홍 대표를 말렸다. ‘꿈과 현실은 다르다고.’

홍 대표는 청소년 전문 서점을 열고 싶었다. 어린이·청소년 책이 주류를 이뤘으나 학부모들을 위한 책도 들여 놓고 하다 보니 소설과 비문학 등도 서가를 채우기 시작했고, 의도와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기 시작했다.

“처음에 문을 열고 1년 반 동안은 너무 힘들었죠. 문을 닫으려고 했을 정도니까요. 사람들이 이렇게 책을 안 읽는지 몰랐어요. 책방 산책이라는 이름도 원래는 서가를 거닐면서 조용히 산책하는 모습을 상상해 지은 이름인데 어린이들이 오면서 북적북적 해지고, 이게 책방인지 놀이터인지 분간이 안될 정도였어요.”

홍 대표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생각을 바꿨다. 책방에 손님이 맞추는 게 아니라 책방이 손님에 맞춰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게 바로 동네 책방의 취지와도 맞는 것이었다. 과연 이 동네에서 책방은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기로 했다. 온라인 주문에 익숙해 오랫동안 서점을 떠났던 사람들에게 왜 서점이 필요한지를 설명하는 것이 먼저였다.

“저는 아이들을 키우면서 서점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는데 현실을 보니까 요즘 아이들은 택배 아저씨들이 책을 만들어서 오는 줄 알더라고요. 도서관에도 책은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떤 역할을 해야 좋을지 몰라 1년 6개월 동안은 상당히 많이 고전했어요.”

때마침 비슷한 방식으로 서점을 운영하는 책방 지기들이 모여 만든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가 구성됐다. 홍 대표도 여기에 참여해 이런 저런 사정을 공유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섰다. 인천지역에서도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 동네 책장이 지역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책을 매개로 하는 다양한 모임을 열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일은 동네에 거주하는 역사 선생님을 초청해 연 강의다. 국정 교과서 이슈를 시작으로 흥미로운 역사 이야기를 나눴고, 학생과 학부모 반응이 나름 괜찮았다. 다음은 고전에 대한 열망은 있으나 혼자서는 도저히 완독하기 어려운 주민들을 위해 고전 낭독클럽을 열었다. 출판사와 협업해 ‘열하일기’를 10주 가량 낭독했는데 20여 명이나 참여했다.

“열하일기를 낭독하는 날 하필 천정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지던 적이 있었는데 한 명이라도 오면 행사를 열자는 생각이었지만, 참석자들이 옷이 흠뻑 젖은 채로 와서 앉지도 못하고 서서 읽었던 기억이 나요. 우리 동네는 맞벌이 부부가 많아서 주로 야간까지 문을 열고, 주말에도 행사를 했어요.”

책방 산책의 최대 히트작은 ‘심야 책방’ 프로그램이다. 여름 밤 무더위에 잠도 오지 않고, 집집 마다 에어컨을 틀어놓을 필요 없이 서점에서 책을 읽을 자리를 만들어주자는 취지로 시작했다. 집에서 책을 가져와도 되고, 서점에서 책을 사서 읽어도 되는 방식이다. 원래 밤 11시까지 열려고 했는데 참가자들이 놀라운 집중력을 보여 아이들만 먼저 집으로 들여보내고, 새벽 1시까지 운영시간을 연장하기도 했다.

“사실 작가와의 만남도 좋지만, 스스로 책을 읽는 시간을 갖는다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아이들이 엄마랑 아빠랑 같이 책을 읽는 재미도 느끼고, 서로 이 책을 왜 선정했는지와 읽고 나서 느낀 소감 등을 나누는 소통의 자리가 되기도 했어요.”

책방 산책은 올해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예기치 않은 코로나19 사태로 운영에 차질을 빚었다. 온라인 프로그램 등 다양한 대안을 마련 중이지만, 어려움이 예상된다. 동네 문화공간으로 자리했지만, 서점 본연의 기능인 책 판매가 없이는 운영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재고 도서 등의 가격을 대폭 낮출 수 있는 도서정가제 개정을 추진하고 있어 동네 책방의 경쟁력 악화가 우려되고 있다. 현행 도서정가제는 현금 할인 10%와 마일리지 적립 5%까지만 허용하고 있는데 할인율이 높아지면 온라인·대형 서점과의 할인 경쟁에서 살아남기 어려워진다.

“책이 덤핑과 할인으로 각인돼버리고, ‘적정가’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게 되면 우리 같은 동네 책방은 고사할지도 몰라요. 이미 온라인 서점의 무료배송이 사실상 할인의 역할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후퇴하게 되는 셈이에요. 책은 옷과 신발 보다 종류가 많아요. 박리다매로 갈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서점 뿐 아니라 출판업계도 타격이 클 거에요.”

홍지연씨의 목표는 책방산책 2호점을 내는 것이다. 지금은 주택가에 있지만, 인근의 경인교대 학생들을 위한 작은 서점을 내고 싶다고 한다. 코로나19로 비어 있는 캠퍼스에 다시 새내기들이 찾아오길 기다리고 있다.

“지금 책방은 주민들의 놀이터로 남겨두고, 교대 앞으로 가서 청년들과 소통하고 싶어요. 아주 작은 공간이라도 청년들이 책을 읽고 꿈을 키우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동네 책방 운영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기존의 독자를 나눠 갖는 게 아니라 독자를 확장해 나간다는 마음가짐으로 운영한다면 동네 책방의 역할도 크다고 생각해요. 저도 경험 했듯이 동네 책방을 운영한다고 하면 주변에서 만류가 심할 테지만, 꼭 혼자가 아니어도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사람들과 협업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오프라인 서점에는 온라인 서점이 AI로 취향을 분석해서 책을 추천하는 것과 달리 책과의 만남이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아도 들춰보는 것부터가 시작이니까요.”

책방 산책은 인천 계양구 계산동 향교로 5번길 23에 있다. 인천지하철 1호선 경인교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걸린다. 동네책방이 궁금하신 분들의 방문을 권한다.

1) <경인일보> 기자




김혜연 KIM Hyeyeon

김혜연은 고려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시각예술을 전공했다. 작가는 수행적인 퍼포먼스와 이를 기록하는 영상작업을 통해 사람들이 상호작용하(거나 하지 않)는 방식, 거기에 관여하는 사회적(이거나 반-사회적)인 원리들을 탐구한다. 특히 타인과의 관계가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원초적 동기로 작동할 때의 심리와 과정에 호기심을 느낀다.

<안녕> 예고(Trailer for Take Care),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8분 20초,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우리 개인은 종종 교과서로 외국어를 공부하듯이 사회화 과정을 배우려고 하는 습관이 있다. 나는 개인이 사회화 과정을 배우려는 습관 속에서 개인과 사회적 규칙이 불화하는 지점을 발견할 때, 그 충돌을 재연하거나 실험하는 퍼포먼스를 구상한다. 이렇게 구상한 퍼포먼스는 대개 신체적인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도 수행할 수 있는 정도의 게임이나 놀이처럼 이루어진다. 나는 퍼포먼스의 의도를 전달하고 규칙을 설명하기 위해 지시문을 쓰거나 그림을 그린다. 지시문을 통해 관람객이 퍼포먼스를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수행 과정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달리는 사각형(Running Square) 지시문, 21.6×27.9cm, 먹지 위에 종이, 수채 물감, 2011 달리는 사각형(Running Square), 16mm 필름을 디지타이즈한 SD 비디오, 2분 56초, 2011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가장 최근에 작업한 <안녕>(2019)에 대해 말하고 싶다. 간단히 말해 전철 밖 어딘가에 있는 내가 전철 안에 있는 관객에게 멀리서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퍼포먼스였다. 전시장에는 이 퍼포먼스의 예고라고 할 수 있는 영상 작업이 전시되었고, 퍼포먼스를 볼 수 있는 시간과 열차 정보를 자막으로 공지했다. 이 영상 자체가 관객을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 지시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전시를 본 관객이 영상에서 공지된 열차 정보에 맞춰 전철을 타면 창밖으로 공연을 관람할 수 있게 했다.

<안녕> 예고(Trailer for Take Care),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8분 20초, 2019

재작년에 만원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일상을 보내면서 언젠가 이 경험을 대상으로 작업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숨쉬기도 힘들 만큼 사람으로 가득 찬 열차를 타고 출근할 때마다 인류애가 사라지는 느낌이라고 농담처럼 말했지만, 정말로 타인에 대한 한계치가 점점 낮아져서 조금이라도 남의 살이 닿는 것이 참을 수 없어지는 게 무섭기도 했다. 신기한 것은, 멀리 보이는 사람은 여전히 반갑다는 점이었다. 비행기에서, 여행지에서, 모노레일에서, 다들 저 멀리 모르는 사람에게 애정을 담아 팔을 크게 흔들어 인사한다. 인간관계에서 느껴지는 이러한 역설을 고민하면서 작업했다.

안녕(Take Care), 퍼포먼스, 30분,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과거와 현재의 많은 예술작품에서 끊임없이 영감을 받는다. 나는 자신이 작가이기 이전에 예술을 사랑하는 관객이라고 느낀다. 영향을 받은 인물을 나열하자면 정말 끝도 없지만, 미술에 입문한 계기는 오노 요코의 전시였고, 나의 퍼포먼스 지시문 작업도 그의 작업의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학부 시절에는 미국의 초기 실험 영화에 빠져, 마야 데렌(Maya Deren)의 작품을 오마주하기도 했다. 나의 작업 <안녕>의 경우 일본의 영화감독 하마구치 류스케의 <친밀함(Intimacies)>이라는 영화에서 영감을 받아 작업했다. 영화에서 전철을 타고 출근하는 연인에게 상대방이 멀리서 인사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영화를 본 뒤 그 장면을 실제로 내가 경험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공기 케이크(Air Cake), 2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6분 26초, 2018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미술 작업을 하다 보면 종종 작업에 대한 회의가 들곤 한다. 미술이 사람들의 삶과 너무 유리되어 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관객이 최소한의 노력(소극적인 방식)으로 물리적인 퍼포먼스 작업에 참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해보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어떻게 나의 작업을 보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던졌다. 그 결과로 나온 작업이 바로 <안녕>이다. 사람들이 그저 자신의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와중에 볼 수 있는 작업을 해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했다. 억지로 전시장에서 작업을 떼어내 일상 공간으로 가져오는 방식이 아니라, 일상 공간에서 진짜로 일어나는 작업 말이다. 그렇게 해서 관객이 일상을 영유하는 공간과 미술을 경험하는 공간이 겹치는 순간이 아주 잠시 생겼다 사라지면 아름답겠다고 생각하며 작업을 만들었다.

푹신푹신 준비운동: 여름편(Fluffy Fluffy Warm-Up: Summer),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13초, 2018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건강하게 스스로 즐길 수 있는 작업을 만들고 싶다. 내가 다른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듯이 내 작업도 다른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면 좋겠다.

평행 산책(Parallel Walk), 단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3분 15초, 2018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hyeyeon-kim.com




최미영 : 인천아트플랫폼 기획전시 《문소현 개인전: 발견된 위치 없음(Location Not Found)》




곽은비 : 연수문화재단 기획전시 <뜻밖의 연수> 뜻밖의 연수에서 만나다 : 어떤 시선들




김시완 : PARADISE ART SPACE 오! 마이시티 : OH! MY CITY 展




김시완 : 한국근대문학관 ‘한국연극의 현장’ 강좌와 상설전시




김시완 : 인천아트플랫폼 윈도우갤러리 기획전시 <따뜻한 안부를 전하며>




김시완 : 부평구문화재단 창작공간지원사업 <신기루 - 전자음악을 보고, 듣고, 말하다>




미술과 감염병 사이: 온택트 시대, 콘택트 미술관의 과제

미술과 감염병 사이: 온택트 시대, 콘택트 미술관의 과제

공주형(한신대학교 교수/미술평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과 함께 국내외 미술관 또한 보건 위기의 직격탄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초, 감염 확산 방지 차원에서 90%에 달하는 전 세계 미술관이 봉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에서 몇몇 미술관은 발 빠르게 대처 방안을 마련했다.
지난 3월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이 《미술관에 서(書): 한국 근현대 서예(5.6~8.23)》를 전시 예정 기간 보다 미리 사전 온라인 오프닝과 무관객 전시를 진행했고, 지난 4월에는 미국 게티미술관도 구축된 온라인 사이트를 활용해 ‘명화 패러디 온라인 챌린지’를 실시하며 관객과의 대안적 소통을 시도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유튜브 채널에 전시 주요 출품작과 기획의도가 담긴 90분 분량 오프닝 프로그램을 내보냈고, 게티미술관이 제안한 “가장 좋아하는 명화 한 점과 집에 있는 세 가지 아이템을 결합한 창의적 결과물”이 인스타그램 챌린지 해시태그를 달고 빠르게 공유되는 동안 위기의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페르메이르의 〈우유를 따르는 하녀〉를 패러디한 게티미술관 온라인 챌린지 결과물/출처: 게티미술관 트위터 캡처

감염병 종식에 관한 조심스러운 기대가 깃들었던 ‘코로나 시대’라는 표현은 절망적 미래 전망이 담긴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수정되었고, 미술관의 앞날에 관한 암울한 예측도 쏟아져나왔다. “전 세계의 박물관과 미술관 13%가 휴관 이후 재개관이 아닌 영구 폐관될 수 있으며, 그 수치는 30%로 늘어날 수 있다.” 지난 5월 세계 박물관의 날에 맞추어 유네스코(UNESCO)와 국제박물관협의회(ICOM)가 우울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지난 8월에는 미국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이 직원 353명의 감원을 결정하면서 미술관의 재정 위기에 따른 부서 통폐합과 사업 축소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이에 장기 휴관 중인 국내 미술관은 재개관 이후 운영 변수를 고려하며 대응 방식을 다각화하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해외 문화원 홈페이지와 페이스북을 통해 ‘큐레이터와 함께 하는 전시 투어’ 프로그램 공유를 시작했고,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관은 한네프켄 재단과의 협력 전시 《파도가 지나간 자리(9.3~11.1)》 온라인 관람 서비스 제공 계획을 발표했다. 대구미술관은 기획 전시 《새로운 연대(6.16~9.13)》에 참여한 지역 청년 미술가 12인의 영상을 제작해 온라인에 공유를 마쳤고, 부산시립미술관도 자체 전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0-낯선 곳에 선(7.17~10.4)》과 연계한 ‘아티스트 토크’ 프로그램을 페이스북을 통해 생중계했다. 이응노미술관은 건축물의 외부와 내부 공간을 활용한 비대면 전시 개관을 앞두고 있고, 장욱진양주시립미술관은 오는 10월까지 언택트 웹툰 연재를 결정했다.
미술과 감염병 사이 미술관의 대응 방식은 콘텐츠의 디지털화, 언택트 뷰잉룸 마련, 전시와 교육을 포함해 랜선 프로그램의 확장, 홈메이드아트와 아트딜리버리 서비스 제공 등 온라인 미술관 구축과 운영을 위한 태세 전환에 들어간 듯 보인다. 사회적 거리 두기 시행에 따라 미술관 입장객 숫자가 홈페이지 접속률로 대체되고 있는 현시점에서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관객과 새로운 소통 가능성을 찾아가는 미술관의 상상과 실천은 현실적이고, 유의미하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련의 시도나 대응이 ‘현장성’과 ‘대면성‘을 근간으로 고도의 예술적 사유의 경험적 장소로 존재했던 미술관 본연의 역할을 대체할 지속 가능한 대안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소위 “뮤제오 팬데믹”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마련되는 미술관의 자구책이 “여가와 오락을 위한 포퓰리즘의 사원”으로 전락했다고 클레어 비숍이 『래디컬 미술관』에서 지적했던 신자유주의 시대 미술관이 미처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에 대해서도 염려스럽다.

QR코드를 이용한 전자출입명부방역 시스템으로 미술관 방문자를 관리해야 하는 시대이기에 미술관은 미술과 마스크를 쓴 관객의 대면 가능성을 폭넓게 모색해야 한다. 동시에 그간 숱하게 요청되었던 시대의 가치와 맥락에 부합하는 미술관의 역할이라는 해묵은 질문에 대한 고민을 유보해서도 안 된다. 감염병으로 인한 위기가 전면화된 미술계 일각에서는 물리적 활동의 제한과 함께 국제적 연대의 가능성이 축소된 지금이야말로 빈약한 지역 미술사 연구와 기록물 정리 그리고 연계 전시에 집중할 적기라는 의견이 나온다. 세계화라는 환상에 밀려 충분하게 관심 두지 못했던 복수의 지역성을 새롭게 읽고, 쓰고, 공유할 값진 기회라는 목소리도 있다. 멀리서 찾아올 불특정 다수의 관광객이 아닌 미술관 인근에 거주하는 시민들이 미술관을 주도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 마련을 위한 오디언스 스터디를 본격화할 단계라는 입장도 있다.
디지털로 전환된 미술관 콘텐츠와 모니터 너머 관객의 대면을 온라인을 통해 시도하는 온택트 시대, 자아와 타자 그리고 세계와 접촉하는 온전한 미학적 성찰의 장소이었던 미술관은 새로움의 모색과 더불어 재개관 후 재작동할 미술관 본연의 역할에 관한 전면 재검토를 시작해야 한다.

공주형(孔周馨, Gong Juhyung)

예술학을 공부했다. 200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미술평론)를 통해 등단해 글을 써왔고, 학고재 갤러리에서 10년 넘게 전시를 기획했다. 2009년 인천아트플랫폼에 연구자로 입주하면서 인천 문화 활성화의 거점으로서 문화기반 시설의 역할과 인천화단 형성기 미술의 상황에 새롭게 관심을 두고 연구하기 시작했다. 현재 한신대학교 평화교양대학과 사회혁신경영대학원에서 학생들에게 일상생활, 도시 공간, 문제적 사회에서 미술의 사용과 의미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