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문화재단

연수문화재단 소식

공 연 명 연수문화재단 기획공연 금요예술무대 #플레잉연수 4월 공연 <재주소년>
공연일시 2021. 4. 30.(금) 19시 30분
공연장소 연수아트홀(연수구청 지하 1층)
입 장 료 전석무료(※사전예매 필수, 티켓 오픈 4.15.(목) 14시)
예매 및 공연 문의 연수문화재단 070-416-6457, 9
주최/주관 연수문화재단
공연소개 자세히 보기



서구문화재단

인천서구문화재단 소식

전 시 명 볼로냐 일러스트 50주년 기념展
전시일시 2021.4.28.(수) ~ 5.16.(일) 10:00~18:00
전시장소 인천서구문화회관 아트갤러리
관 람 료 무료
문 의 처 032-579-1150
주최/주관 인천광역시 서구, 인천서구문화재단
전시소개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들에게는 무한한 상상력을, 어른들에게는 동심을 일으키는 해외 동화 일러스트 작품전시를 만나보세요. 자세히 보기

전 시 명 정서진 아트큐브 기획전시 <공기의 모양 The Shape of Air>
전시일시 2021.4.7.(수) ~ 5.23.(일) 10:00~18:00
전시장소 정서진 아트큐브
관 람 료 무료
문 의 처 032-567-1160
주최/주관 인천광역시 서구, 인천서구문화재단
전시소개 비가시적이고 비물질적인, 생물학적이며 감정적이고 기억을 자극하는 공기에 대한 공감각적 사유를 현대미술로 풀어보는 전시입니다. 자세히 보기

공 연 명 인천서구문화회관 THE PLAY시리즈 Vol.1 연극<쉬어매드니스>
공연일시 2021.4.9.(금) 19:30, 4.10.(토) 15:00
공연장소 인천서구문화회관 대공연장
관 람 료 전석 10,000원
문 의 처 032-579-1150
주최/주관 인천광역시 서구, 인천서구문화재단
공연소개 ‘그날의 관객이 함께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코믹 추리 수사극’
관객이 직접 용의자의 알리바이를 추리하고 증언하는 새로운 형식의 연극으로 365일 매회 다른 결말을 볼 수 있는 독창적 형식의 연극을 만나보세요. 자세히 보기
주요 소식 기간 자세히 보기
2021 인천서구 찾아가는 예술학교 교육기관 공모 2021.4.5.~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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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문계봉 시인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 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교육청에서 만난 시인

문계봉 : 시인

1995년 실천문학으로 등단하였다. 한국작가회의 인천지회장, 인천민예총 상임이사, 인천문화재단 이사 등을 역임하였고, 현재는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육감 문화예술교육 정책특보로 일하고 있다.

본 인터뷰는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이루어졌음을 밝혀 둔다.

류: 선생님, 안녕하세요? 한동안 뵙지 못한 사이에 교육청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셨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근황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문: 안녕하세요. 저는 시인이고요. 그동안은 인천민예총과 작가회의, 인천문화재단을 기반으로 인천의 문화와 예술에 대한 다양한 활동과 고민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9월부터 인천광역시교육청 교육감 문화예술교육 정책특보가 되어 늦깎이 공무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웃음) 물론 작가회의 자문위원과 민예총 이사로서의 회원 활동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류: 교육청과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연결하는 굉장히 멋진 일을 담당하게 되신 것 같군요. 문화예술특보는 정확하게 어떤 일을 하는 것인가요?

문: 사실 교육청에 오게 된 것은 시인으로서가 아니라 그동안 인천에서 해왔던 문화예술활동가로서의 경험과 이러저러한 매체를 통해 개진했던 문화예술 교육에 대한 고민을 공교육 현장과의 매칭을 통해 좀 더 구체화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4년 동안 인천문화재단 이사로 활동할 때도 느낀 것이지만, 재단에서도 정말 다양한 문화예술교육 사업을 진행하고 있잖아요? 여기 교육청에 오니까 이곳 역시도 문화예술교육 관련해서 사업이 참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더라고요. 사업 규모도 대단히 큽니다. 아직 특보로 활동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업무 파악을 하는 단계이긴 하지만, 양쪽 단위의 문화예술교육 사업이 어느 지점에선가 만날 수밖에 없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그 접점을 만드는 과정에서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고 싶은 게 현재 저의 바람입니다.

류: 듣고 보니 꽤 흥미로운 일이 많겠구나 싶은데요. 현재까지의 느낌을 좀 더 말씀해주시겠어요?

문: 사실 공교육 과정에서 진행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은 일정한 한계가 있습니다. 특히 중등교육 과정에서 ‘입시’라는 요소는 무시할 수 없잖아요. 그래서 과거 학교에서 진행되는 문화예술교육은 저학년 학생들을 중심으로 한 ‘기예나 취미’ 위주의 교육이었다고 생각해요. 문화와 예술이 자신의 삶에 어떤 의미를 갖는가를 근본적으로 성찰하게 하는 인문학적 교육은 부족했던 게 사실이지요. 하지만 최근에는 확실히 달라졌더군요. 전문가 풀도 넓어졌고, 내용 면에서도 다채롭고 충실하더군요. 저는 앞으로 지역의 검증된 예술가와 교육청 예술사업을 연결하는 가교역할을 담당하게 될 거예요. 수십 년 동안 인천에서 활동하면서 관계를 맺어온 지역 문화예술인들이 많고, 그분들이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지 잘 알고 있으니까요. 외람되지만 진짜와 가짜, 즉 옥석을 구분할 수 있는 눈을 어느 정도는 갖고 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지요.(웃음)

류: 교육과 지역을 연계하는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왕에 교육 이야기가 나왔으니 조금 더 묻고 싶은데요. 최근 언택트 시대의 교육에 대한 논의가 많은데요. 코로나19가 미래교육에 대한 지향과 속도를 앞당겼다는 이야기도 있고요. 문화예술교육에 있어서 분위기는 어떤가요?

문: 교육청에서도 현재 그 문제를 무척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습니다. 학습 도구나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학생들을 전수조사하여 만에 하나라도 교육 소외가 일어나지 않도록 구체적 지원을 하고 있지요. 하지만 미증유의 바이러스 사태가 너무 갑작스러워 언택트 시대를 겨냥한 교육의 큰 그림은 아직 완성되진 않은 것 같습니다. 촘촘한 소프트웨어들이 만들어지려면 시간이 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러한 때에 문화예술 교육 영역도 어려움을 겪는 건 마찬가지겠지요. 그동안 자유학기제가 도입되면서 학생들이 문화예술을 접할 기회는 이전보다는 확실히 많아졌어요. 물론 아직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을 담아낼 것인가는 학교장의 마인드에 좌우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교육청에서는 주로 큰 그림을 그리거나 행정적인 지원을 고민하고 있지요. 아무래도 제가 교육 전문가는 아니어서 미래 교육의 구체적인 모습을 언급하는 건 능력을 벗어나는 일이긴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기존에 이루어졌던 문화예술교육조차 원만하게 진행되기 어려운 조건인 건 사실입니다.

류: 그렇군요. 교육청이라고 하면 교육만을 생각하는데, 사실은 교육에 필요한 행정적인 기능이 더 많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선생님께서 교육청에서 일하게 되셨다는 소식을 듣고, 정시 출퇴근을 어떻게 적응하셨을지도 굉장히 궁금했어요. 사실 선생님께서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문인들이 정시 출퇴근에 익숙한 사람들은 아니잖아요. 저는 학교 바깥의 일을 해본 적이 없어서 사실 그런 부분에 대해서는 동경도 있었거든요. 그래서 선생님께서는 정시 출퇴근이라는 새로운 업무환경에 어떻게 적응하셨는지 궁금합니다. 교육청으로 오시면서 일상에서 달라진 지점은 어떤 것일까요?

문: 아직은 초반이어서 그런지 아주 즐거워요. 정시 출퇴근이라고 하면 시간이 굉장히 팍팍할 거라는 생각이 있었는데, 생각보다 오히려 여유가 생겼어요. 이전에는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으니, 어떤 면에서는 종일 일에 묶여 있었거든요. 늦은 밤이든 새벽이든 뭔가 해야할 일이 있으면 해야 했고요. 그런데 이제는 저 스스로 모든 일을 9시에서 6시 사이에 해치우려고 해요. (웃음) 일하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는 것은 그 시간 동안에는 무조건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잖아요. 전에는 하루의 시작이 일정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8~9시부터는 책상 앞에 앉게 되니까 하루가 길어진 셈이죠. 또 업무시간 내에 집중해서 무엇인가를 하게 되니 오히려 저녁이 보장되는 삶이 가능해지더라고요. 일이 마무리가 덜 되었어도 내일 또 출근해서 열심히 하면 되니까, 퇴근 후에는 내 시간을 좀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현재로서는 그래서 만족하고 있어요.

류: 의외의 발견이네요. 교육청에서 인터뷰를 하니까 선생님의 학창 시절은 또 어떠셨을지 궁금해지네요. 아무래도 학교와 관련이 있는 곳이니까요. 저는 특별할 것 없는 학창 시절을 보냈지만, 선생님께서는 좀 재미있는 경험이 많으셨을 것 같아요. 선생님의 학창 시절은 어떠셨나요?

문: 학생은 사실 두 부류로 나뉘잖아요. 학교 안에서 성실하게 공부하는 학생과 주로 학교 바깥에서 돌아다니는 학생.

류: 음. 아무래도 후자에 가까웠다는 말씀이신 것 같군요.

문: 네, 고등학생 시절은 확실하게 후자였어요. (웃음) 물론 그때만 해도 일탈의 수준이 요즘 같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역시 어른들이 보기에는 평범한 학생은 아니었을 거예요. 아무튼 학교보다는 학교 밖이 더 친숙했어요. 하지만 그렇게 학교 밖에서 경험한 것들이 나 자신을 성장시키는 데 정서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제 모교 주변의 풍광이 무척 아름다웠거든요. 여학교도 부채꼴 모양으로 포진해 있었고. (웃음) 하지만 책은 많이 읽었어요. 누나들의 영향도 있었지만, 당시 나온 베스트셀러는 물론 고전, 한국 단편 등 가리지 않고 읽어댔으니까요. 학교의 풍광과 학교 밖의 경험 그리고 책에서 만난 내용이 화학작용을 일으켜 내 문학의 자양이 되지 않았을까, 지금은 그렇게 일탈의 시대를 합리화하고 있습니다. (웃음)

류: 근황에 대해서 여러 말씀을 들었는데요. 이제 조금 더 인터뷰의 본래 목적을 환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시인께 인터뷰를 왔으면서 시집에 대한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겠죠. 지난 2017년에 출판한 『너무 늦은 연서』는 무려 등단 22년 만에 낸 시집이기도 했죠. 시집에 대한 외적인 평가도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도 첫 번째 시집이라는 의미가 크셨을 것 같아요. 이 시집에 대한 선생님을 생각을 듣고 싶어요.

문: 사실 스스로 만족스러운 시집은 아닙니다. 대개 사람들이 시인들의 첫 시집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데, 일반적으로 시인들이 보통은 5년 정도 주기로 새로운 시집을 내면서 자신의 시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자연스럽게 드러내게 되거든요. 그런데 저는 22년의 시 세계를 한 권에 넣어야 하는 상황이었던 거죠. 그러다 보니까 사실 현재의 정체성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했던 부분이 많았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해서 과거의 나를 빼놓을 수도 없었고요. 외부적으로는 호평을 받았고, 최원식 선생님께도 좋은 평가를 듣기도 했지만, 개인적으로는 어쩔 수 없이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그렇지만 장점도 있었지요. 아무래도 등단한 지가 22년이지만, 첫 시집을 비교적 최근에 낸 시인이니까 신인의 마음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제 나이면 중견 시인인 셈인데, 저는 아직 두근거리고 설레는 마음이 더 크거든요. 지금 이 나이에 가슴이 뛴다는 것은 정말 좋은 것 같아요. 또, 다른 중견 시인들을 반면교사 삼아서 스스로 더 괜찮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할 수 있고요.
또 시를 쓰는 환경에도 변화가 있었어요. 생각해 보면 과거에는 쓰고 싶은 시보다는 써야만 하는 시를 썼던 적이 많았어요. 그때는 문학보다는 세상을 바꾸는 데에 더 집중하면서 살았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사회와 현실의 문제는 중요하지만, 이제는 저 자신과 글에 대해서 더 집중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보니 지금 쓰고 있는 시와 만나는 시들도 과거와는 달라진 지점이 많더라고요. 그런 설렘으로 계속 시를 써나가야죠.

류: 그렇다면 최근 읽으신 시 중에 독자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작품이 있으실까요? 저 역시도 궁금하고요.

문: 제가 평론가처럼 나오는 시집을 다 읽고 그 경향을 좇는 사람은 아니어서 전체적으로 2020년의 시가 어떻다 라고 말하기는 어렵고요. 그저 제가 읽은 시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일단은 과거에는 안 보이던 시들도 이제는 눈에 들어오고 읽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어요. 확실히 접하게 되는 시의 저변이 넓어진 건 분명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읽었던 시집 중에는 이소호 시인의 『캣콜링』이 인상적이었어요. 장은영, 허수경, 임승유 시인도 좋았고요. 젊은 시인 중에서는 박준 시인의 시집을 몇 권 사봤어요. 그냥 그랬어요. 그리고 『혼자가 혼자에게』로 유명한 이병률 시인도 좋아합니다.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와 『바다는 잘 있습니다』 같은 시집도 좋았고요. 소설도 많이 보는 편인데, 황정은, 김금희 작가의 최근작도 재밌게 읽었습니다.

류: 제가 아직 못 읽은 시집은 독서 목록에 담아두어야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최근 시의 경향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문: 지금은 완전히 독자 입장에서 이야기하게 될 것 같아요. 한동안 젊은 시인의 시들이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채 언어의 변형이나 자신만의 세계에 침잠해서 의식의 흐름을 보여주거나 현실을 냉소하거나 암호 같은 시를 써왔다고 (지극히 주관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그러한 작품들도 분명 시의 외연을 확장해 주는 것이겠지만, 그러나 또 그게 전부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옛날 형식으로 되돌아가자는 의미에서가 아니라 확실히 역사와 실천이 다시 화두가 되어야 하는 순간이 도래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기도 하고…… 코로나19도 그렇고, 지금 우리의 현실이 일정한 문제의식을 우리에게 강제하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류: 선생님께서는 이러한 시대에 어떤 시를 추구하고 싶으신가요?

문: 특별히 이거다, 생각하고 있는 것은 없지만 저는 일단 50대의 삶이 겪고 느끼는 진솔한 이야기를 담아낼 생각입니다. 제 나이가 되면 사실 주변 친구들이 다 고아예요. 부모님이 다 떠나셨으니까요. 그렇게 고독한 내가 있는가 하면 여전히 가끔은 소년 같은 내가 있어요. 그러한 다양한 모습을 독자가 공감할 수 있도록 시에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겠죠. 또 삶에서도 지향점은 있어요. 바로 ‘꼰대 되지 않기’라고 할 수 있지요. 적어도 ‘라떼주의자’는 되지 말자. 이런 다짐을 해봅니다.

류: 정신없이 이야기하다 보니 어느덧 인터뷰가 끝날 시간이 다가왔네요. 시의 세계에서 이제 문화예술이라는 현실의 문제로 다시 돌아오겠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지난 4년간 인천문화재단의 이사로 재직하셨는데, 재단과의 인연은 그보다 더 오래되셨죠? 그 인연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시면 어떨까요?

문: 사실 저는 야전에서 문화예술 운동을 했던 사람이지요. 관에서 문화예술을 지원하기 시작한 것이 재단이라는 것으로 가시화된 것이고요. 그렇다 보니 재단이 처음 생겼을 때부터 여러 모로 지켜보고 견제하기도 하고 또 자연스럽게 협업도 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재단이 하는 일에 대해 좀 더 자세하게 알게 된 것은 아무래도 재단 이사로 들어가면서부터였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재단이었잖아요. (웃음) 그래서 일단 ‘복마전’으로 들어가서 싸우든 개선하든 해봐야겠다고 생각해서 이사 공모에 응했던 것이고요. 처음 2년은 인천 문화 현장의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하고 배우는 시간이었고, 그 시간이 지나니까 비로소 인천문화 판에 대한 그림이 좀 그려지더군요. 그때부터 이사의 역할을 좀 더 구체적으로 고민할 수 있었습니다.

류: 그렇다면 이사로 재직하면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슈는 아무래도 혁신위에 대한 것이었겠군요?

문: 그렇지요. 사실 올해가 이제 진짜 혁신위 원년이라고 할 수 있잖아요. 사실 모든 혁신이라는 것이 단 한 번으로 완벽할 수는 없겠죠. 그래서 혁신이라는 것은 또 다른 혁신으로 극복되어야 하고요. 우리는 최선을 다했지만, 그 혁신이 재단을 위해 최선이었나 하는 것은 시간이 지나야 검증이 되겠지요. 그렇지만 혁신안에서 마련했던 기본적인 생각이나 의도 이런 것에 대해서는 계속 긍정하는 마음으로 가야 한다고 봅니다. 물론 문제가 발생할 수 있겠죠. 현장에 적용되어 시스템으로 안착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니까요. 하지만 맨 처음 함께 생각했던 고민과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야겠죠. 혁신은 한 번에 완성되는 것이 아닐 테니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 변화해 가는 인천문화재단이 되기를 바랍니다.

류: 혁신위 원년을 맞이한 재단에 대한 기대와 당부는, 앞으로도 날카로운 비판과 든든한 지지로 재단을 함께 지켜봐 주시겠다는 말씀으로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긴 시간 동안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류수연 문학평론가,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황미혜 시민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 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인천 문화전도사 황미혜씨

대개 인천을 문화 불모지로 평가하는 이들은 제대로 된 국립 문화시설이 없다거나 국보나 보물, 유적지가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곤 한다. 그런데 조금만 살펴보면 인천에는 섬 전체가 지붕 없는 박물관인 강화도가 있고, 개항장 근대거리도 있다. 백령도·대청도의 기암괴석은 10억 년 세월의 힘이 만들어 놓은 천연의 문화재다. 우리 주변 곳곳이 그야말로 ‘문화투성이’였던 셈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답사여행의 격언처럼 인천의 역사문화를 알려고 노력하고, 아는 만큼 찾아다니며 인천을 소개하는 문화 전도사 역시 우리 주변에 있다. 평범한 가정주부이자 문해교실 강사이기도 한 인천시민 황미혜(55)씨의 이야기다.

황미혜씨는 인천문화통신 3.0 인터뷰에서 “자유공원을 한번 가더라도 그 장소에 담긴 역사를 알고 가면 남다른 의미를 느낄 수 있어요”라며 “문화를 즐길 줄 아는 것은 어쩌면 하나의 복이라 할 수 있습니다”고 말했다.

1965년 인천에서 태어난 황미혜씨는 결혼과 출산 이후 마흔이 되기까지 그저 누군가의 엄마이자 아내, 가정주부로서의 삶을 살았다. 소위 말하는 ‘문화생활’이라곤 백화점에 가거나 친구들을 만나 커피를 마시며 수다를 떠는 게 전부였다.

이런 황씨가 15년 전 무언가 해보자며 처음 문을 두드린 곳은 인천시립박물관이었다. 아이가 점점 자라고 마음에 여유가 생기면서 평소 관심이 있던 박물관 해설사에 도전하기로 하고, 옥련동에 있는 인천시립박물관의 해설사 양성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박물관의 유물을 관람객에게 설명하고, 인천의 역사 이야기를 전하는 일이었다. 지금은 해설사 활동을 하고 있진 않지만, 박물관 몇 층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는 눈감고도 알아맞힐 정도로 박물관의 삶의 일부였다.

“어렸을 때 부모님이 공부하라고 할 때는 그렇게 싫었는데 나이가 먹고 나니까 문득 스스로 좋아하는 것을 공부해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문화에 관심이 많아 박물관 해설을 봉사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스스로 부족함을 느껴 책도 더 찾아보고, 공부하다 보니 한발 깊숙이 들어가게 됐어요.”

박물관에서 해설사를 하면서 인천의 숨은 이야기들을 많이 알게 됐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쳤던 장소들에 역사가 있었고, 사람이 있었다. 그렇게 인천의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가족 또는 친구들과 인천의 숨은 명소와 유적지, 문화시설들을 다니며 책으로 배운 것을 눈으로 확인했다.

“보통 인천의 매력이 뭐냐고 물어보면 인천국제공항을 떠올리고, 서울에 있는 친구들은 그냥 어디든 바다가 다 보이는 줄 알 정도로 인천을 몰라요. 절대로 그렇지 않은데 말이죠. 인터넷에 소개된 송도국제도시나 영종도의 ‘핫플레이스’만 각인되는 게 싫었어요.”

황씨는 주말이나 시간이 날 때면 카메라를 들고 무작정 어디론가 떠났다. 사라져 가는 인천의 염전을 찾아다녔고, 각 군·구마다 있는 오래된 나무를 찾았다. 혼자 갈 때도 있지만, 가능하면 딸이나 친구, 지인들을 꼭 함께 데려갔다. 사전에 파악해둔 이야깃거리를 퀴즈로 만들어 이벤트를 하면 재미도 있고, 교훈도 얻는 일석이조의 여행 프로그램을 직접 짰다.

“하나를 알게 되니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계속 가보고 싶은 장소가 생기더라고요. 예전엔 누군가를 따라만 다녔는데 이제는 다른 사람을 이끌고 새로운 놀이터를 발견하는 것처럼 신나게 다녔어요. 원인재의 인주 이씨 이야기, 경서동의 녹청자 이야기, 학익동의 학산서원, 부평의 미군기지 이야기, 인천항의 갑문 이야기를 쫓다 보면 인천 전체가 놀이터가 됐어요.”

황씨는 뭐니 뭐니 해도 인천의 자랑은 강화도라고 했다. 특히, 외세의 침략으로부터 한반도를 지키기 위해 강화도 섬 둘레에 조성된 해양관방유적은 인천시민이라면 꼭 알아야 하는 유적지라고 소개했다. 고려 강도시기의 몽골의 침략에 맞섰던 유적부터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의 방어 유적까지 둘러보면 우리나라 역사를 통째로 만나는 듯 했다.

황씨가 추천하는 인천의 숨은 명소는 조계지 계단이다. 개항기 각국 외국인들은 인천항 근처에 구역을 나눠 거주했는데 이를 조계지라고 했다. 인천의 개항장 거리는 조계지 계단을 기준으로 중국과 일본 거주지로 나뉘었다. 지금의 차이나타운과 일본풍 건물이 즐비한 중구청 일대는 바로 조계지 계단을 중심으로 무 자르듯 구분된다. 인천항이 내려다보이는 조계지 계단 꼭대기에서 감상하는 낙조가 일품이란다. 이밖에 백령도, 이작도, 영흥도 등 인천 섬의 자연 풍광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라고 했다.

황씨는 평일에는 성인문해교실의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그 어렵던 시절 한글도 제때 배우지 못했던 어르신들에게 뒤늦게 만학의 꿈을 이룰 수 있도록 글을 가르치는 보람된 일이다. 한국문해교육협회 소속으로 노인복지관이나 평생학습관에서 한글을 가르치고 있다.

“문해교실을 찾아 오는 70~80대 어르신들은 어렸을 때 육성회비나 등록금 문제로 학교를 못간 분들도 있고, 경제적 문제 때문에 진학을 포기한 경우가 많았어요. 자녀들의 소개로 처음에 글만 배우러 찾아왔다가 나중에 요양보호사 자격증까지 따신 분들도 있습니다.”

황씨는 문해교실이 글만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치유까지 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먹고살기 힘들던 시절 배움의 한을 달래기 위한 공부 그 자체가 상처치유의 기능을 한다는 얘기다.

“요즘에는 아파트 이름도 영어가 많이 들어가서 주소를 알아도 찾아가기 힘들잖아요. 예를 들어 I-PARK라는 아파트를 찾아가려면 알파벳을 알아야 하는데 어르신들은 이런 생활 곳곳에서 못 배운 설움을 많이 느끼셨더라고요. 그래서 받아쓰기만 하고 맞춤법 배우는 게 다가 아니라 글을 배움으로써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려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글을 배우는 어르신들의 교과서는 때론 광고지가 되기도 하고, 트로트 노래 가사가 되기도 한다. 신문과 잡지를 보면서 시사와 상식, 역사를 이야기하기도 한다. 손주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보내는 법을 가르치는 것도 중요한 수업 중 하나다.

“아이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싶은데 맞춤법이 틀릴까 걱정하는 어르신들에게 오히려 요즘 애들이 더 맞춤법, 띄어쓰기를 안 지킨다며 부담 갖지 말라고 격려해주기도 해요. 운전학원에 가서 면허증도 따고, 학력 인정 중고등학교에 진학해 꿈을 키워나가시는 것을 보면서 내가 오히려 힘이 되기도 합니다.”

생활형 문화인으로서 황씨는 인천문화재단을 비롯한 문화기관이 인천시민들에게 더 많은 문화 정보를 홍보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또 지역별로 차이가 큰 문화 프로그램 정보력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문화재단이나 아트플랫폼, 근대문학관의 경우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있기는 한데 꼭 해당 시설 홈페이지에 들어가야지만 확인을 할 수 있어요.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문화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창구가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지역별로도 차이가 많이 나는데 연수구 같은 경우는 박물관 등이 있어 길거리 현수막에서도 많이 볼 수 있는데 구도심인 동구에 가보면 그런 문화 프로그램 홍보 배너는 찾기 어려웠어요. 모든 인천시민에게 문화 혜택이 골고루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황씨는 문화는 나누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 즐기는 것도 좋지만, 서로 알려주고 관심이 있는 것을 공유하다 보면 더 깊어지고, 넓어진다고 했다.

황씨는 “활동영역을 일부러 넓히기 보다는 그냥 여건이 되는대로 즐겁게 찾아다니고, 보고, 만나면서 사는 게 즐거운 것 같아요. 지금에 와서는 어디 좋은 대학, 무슨 과를 졸업해서 뭘 하면서 사는 지가 중요하기 보다는 문화 생활을 잘 즐길 줄 알며 사는 것도 하나의 복이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김민재(경인일보 기자)




박지혜 PARK Jihye

박지혜는 영국 골드스미스 대학교에서 순수미술실기 및 현대미술비평으로 학사학위와 동대학원순수미술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사건, 현상들에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조합하여 만들어낸 상황과 그 안에서 발생되는 갈등의 여러 형태들을 시간성과 공간성을 의도적으로 제한한 장치 안에서 언어로 표현될 수 없는 사유를 시각화 시키는 작업을 해왔으며, 최근에는 제한된 시공간에서 벗어나 이미지와 사운드를 통하여 다층적인 시공간을 구성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곳에 아무도 없다,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트랙, 23분 25초,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의 개인과 집단 그리고 사회 속 다양한 관계 내에서 잠재된 심리적 흔적에 주목하며 연속적이면서도 불연속적인 이미지들과 사운드가 하나의 촉각적 장치로 전환되어 이러한 비가시적 현상들을 감각할 수 있게 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이를 시간성과 공간성이 결여된 세트나 제한된 시공간 안에서 가시화시켰다면 최근에는 실제에 존재하는 공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가시적인 혹은 비가시적인 요소들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교차시키는 실험을 하는 중이다.
나는 이러한 비틀림을 통해 발생하는 비가시적 감각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기억과 경험에서부터 거대한 역사적 사건까지 어떻게 어루만지며 매개될 수 있는지에 대한 물음과 또한 그 안에서 순간적이고 일시적인 경험으로 변모하기도 하거나 그 반대로 작용하는 지점들에 대하여 작업으로 드러낸다.

사라져버리는 기억은 없다,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 5분 10초, 2018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최근 개인전 《그곳에 아무도 없다》(2019)를 이야기 할 수 있겠다. 이 전시에서 나는 단 한 번의 사용 이후 그 상태 그대로 버려진 공간을 오랫동안 관찰하고, 수집한 자료들의 바탕으로 공간 속 내재하고 있는 수많은 관념과 욕망의 충돌, 갈등, 교환과 타협의 과정들을 심리적인 풍경으로써 담아내는 작업을 선보였다. 영상 작품에 배경이 되는 버려진 하수 처리장 곳곳에서 발견한 장면들, 가령 단절된 파이프나 자라난 들풀,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 벽면의 페인트가 벗겨진 채 방치되어있는 모습 등의 공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질감을 탐구하고 이를 면밀하게 담아내었다. 동시에 채집되고 가공된 사운드의 청각적 장치들을 통해 공간의 촉각적 부분 또한 전달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텅 빈 공간을 끊임없이 부유하는 인물과 공간의 기억으로서만 존재하는 인물, 그리고 왈츠의 몸짓을 통하여 분명 물리적으로 존재하지만, 기능과 목적을 잃고 기억에서 망각된 장소와 심리적 공간에 대한 흔적과 그에 따른 의미를 환기 시키고자 하였다.

《그곳에 아무도 없다》 전시 전경 (스페이스 윌링앤딜링 서울, 2019)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나는 사회적 맥락 안에서 쉽게 정의되거나 분류될 수 없는 불명확한 하나의 형상을 구성하는 여러 요소들에 대하여 관심이 있다. 이들은 시작과 끝이 모호하고, 무엇을 지시하거나 명확히 포착해서 직접적 의미를 전달해주지 않으며 다분히 감각적이며 또한 촉각적으로만 존재하기도 한다. 이러한 각각의 비물질적 구성요소들을 이미지로써 변환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작업의 이야기가 결정되어 진다. 오래전 나에게 각인된 이미지 혹은 이미 경험된 이미지, 그리고 파편적 이미지들이 뒤섞여 만들어진 새로운 이미지들이 제작된 음악과 사운드를 통해 다시금 중첩되고 선명하게 드러나며 또한 감각적으로 재구성이 되기도 한다. 특히 조화되지 않은 공간과 시간을 결합을 통하여 그것의 이야기 속의 디에게시스(diegesis)범위 안에서 공간과 시간의 개념을 확장시키고 수축하며 발생하는 긴장감에 주목하고 있다.

Evanesce,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 5분 50초, 2015
Evanesce 전시 전경,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2015)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나는 분명 다양한 예술적 실천을 통해 비가시적인 현상들을 이야기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기승전결이 있는 선형적이고 인과적인 시간성에서 벗어나고, 그에 따른 의미를 도출하기보다는 다양한 것들이 혼재된 의미로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구조는 개인을 넘어 공동 경험의 구조로 확대되는 포괄적인 관점 또한 수용 가능하게 한다. 작업을 통해 기억과 사유를 끌어내고, 각자의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이를 경험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관객과의 소통이다.

Rumination, 단채널 비디오, 사운드 트랙, 6분 30초, 2017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최근 나는 실제적인 역사적 사건에 기반하여 어떠한 경계로 인해 가려지고 숨겨지고 그래서 비어져 버린 것들이 만들어 내는 헤아릴 수 없는 감각들과 이를 통해 만들어지는 풍경의 이미지에 집중하고 있다. 현실에서 멀어진 무의미한 풍경의 이미지를 통해 현실의 풍경을 넘어서 발견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중이다. 또한, 이를 구성하기 위한 요소들로서 언어라던지 텍스트 등의 이야기 구조 형식들을 시간성을 내포한 서사적 매체로서가 아닌 비물질적인 재료라는 또 다른 형태로서 사용하는 것에 흥미를 느끼고 있다. 이를 통해 실재 장소와 담론적 장소 그리고 추상적인 단어의 나열들로 공간 이미지의 다면적 확장을 지속해서 다루고자 한다.

Affection take, 3채널 비디오, 보이스, 사운드 트랙, 6분 12초, 2017
《Fragmented Love(파편화된 사랑)》 전시 전경, (아트스페이스 와트, 서울, 2017)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이상원 LEE Sangwon

이상원은 네덜란드 로테르담 음대에서 재즈피아노 학사, 암스테르담 음대에서 실시간 전자음악 석사를 취득했다. 그는 즉흥연주를 기반으로 라이브 일렉트로닉스, 인터렉티브 영상 등 현대 테크놀로지가 적용된 확장된 음악 퍼포먼스를 구현해오고 있다. 장르의 경계를 넘나드는 자유로운 형식을 지향하며 그것은 2016년 귀국 후 발매한 음반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최근에는 보다 더 깊은 몰입감을 주는 공연 창작을 위하여 시각과 청각의 세밀한 상관성에 관한 연구와 실험에 몰두하고 있다.

VAM: Collective 1 앨범커버, 2016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피아노와 라이브일렉트로닉스(Live Electronics), 영상을 이용하여 작품을 하고 있다. 주로는 소리 데이터를 이용하여 전자 사운드 및 영상을 컨트롤하고, 때로는 물리적인 인터페이스(Interface)를 이용하기도 한다. 2010년 즈음부터 재즈 연주에 일렉트로닉스를 조금씩 적용해보는 작업 방식을 시도하였으며, 그 후로는 디지털 기술을 중심에 두면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자유로운 스타일로 발전하였다. 작업은 크게 3가지 단계로 구분할 수 있을 것 같다. 작품의 컨셉을 구상하고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는 단계, 작곡과 그에 따른 프로그래밍을 위한 단계, 그리고 피아노 연주와 더불어 작품에 따라 준비된 소프트웨어 및 컨트롤러를 충분히 숙련하는 단계이다.

<Jazz&Electronics Project>(몽크, 부산 2018) 공연 포스터 <Piano&Music: Live Electronics Project [Immerse]> (게토, 서울 2017) 공연 포스터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STEIM(스타임)에서 진행했던 솔로 피아노, 라이브일렉트로닉스 퍼포먼스와 국내 귀국하여 발매한 밴드 VAM(뱀)의 앨범 “Collective 1” 음반과 공연을 언급하고 싶다. VAM은 재즈, 펑크, 록, 자유즉흥음악, 테크노 등 경계를 넘나드는 크로스 장르적 특징을 강조하는 음악을 진행해왔다. 다양한 음악적 재료들을 현대적인 감각으로 결합 및 재창조하는 시도를 했었고, 개인적으로는 ‘Vampire(뱀파이어)’라는 곡을 좋아한다. 밴드 활동을 하며, 작곡, 연주, 프로듀서 역할을 동시에 하는 것이 힘들기도 했지만, 동시에 많은 공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현대음악 그룹 ‘Ontogenesis’ 콘서트 <To See Eye to Eye>, 스타임,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2015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치열하게 구상을 하고 작업을 시작하는 편은 아니다. 아무 계획 없이 이것저것 코드부터 짜다가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하고 막연히 피아노 연주할 때나 일상생활을 하면서도 영감이 생기기도 한다. 실제 경험이 영감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고, 사소한 문제를 해결하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기도 한다.

현대음악 그룹 ‘VAM’ 콘서트(커먼키친, 성남, 2016) 공연 포스터

Q. 예술, 그리고 관객과의 소통에 대하여

A. 청각, 시각 두 가지 요소를 동시에 만족하게 하는 작품을 통하여 관객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체험을 선사하고 싶다. 우리가 비슷하게 느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한 공감에서 시작하여 집중하지 않으면 잘 느끼지 못하는 부분까지 확장하여 표현하고 싶다. 관객들로 하여금 호기심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를 기대한다.

현대음악 그룹 ‘Trazzionic’ 콘서트, Amstel Kerk, 암스테르담, 네덜란드, 2015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꾸준하게 IT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작품을 지속해 나가며, 다른 분야의 예술가들과 협업도 진행하고 싶다. 해외 아티스트와의 교류의 기회도 만들 것이며, 작품 사례를 통한 연구 결과를 논문 형식으로 투고할 계획도 있다. 피아노 연주자의 새로운 영역을 제시한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이지연 재즈 오케스트라 콘서트<K-PAZZ>, 실시간 영상 퍼포먼스, 문학시어터, 인천,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www.youtube.com/sangwon2




임노식 LIM Nosik

임노식은 홍익대학교에서 동양화를 전공하고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조형예술학과 학위를 취득했다. 작가는 자연에서 관찰한 인위적인 상황과 흔적들을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작업한다. 또한 다양한 공간 경계 형태들과 그것들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상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이전 작업이 작업실 근방의 풍경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이후의 작업에는 몇 년 전 작품의 소재가 되었던 고향인 여주에 다시 관심을 두고 작업하고 있다. 이미지가 발견되는 장소와 구현되는 장소에 거리를 두는 작업의 프로세스는 유지하되, 그 장소의 거리를 늘어뜨려 보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작업실01, 259×193cm, 캔버스에 유채, 2019

# Q&A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의 작업은 바라보고 느끼고 포착한 것 그 순간을 옮겨 낸 결과이다. 그 이미지들은 누구나 한 번쯤은 경험해 본 주변을 배회하고 부유하는 일상적인 공간이자, 그 순간 자체를 떠내어 수집한 일련의 과정이기도 하다. 나의 첫 개인전 《안에서 본 풍경》(OCI 미술관, 2016)에서는 선보였던 연장은 유년 시절 보냈던 공간인 목장과 축사 그렸다. 이때는 사적인 경험에 대한 기억을 풍경으로 재현하였고, 그려내기 위해 관찰이라는 행위에 집중했다. 기록보다는 기억을 통해 공간 자체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되새기는데 몰두하면서 작업을 했다. 두 번째 개인전 《Folded Time》(합정지구, 2017)에서는 고향인 여주(목장)보다 문래동 작업실에 머물러있는 시간이 점차 늘어나면서 소재도 자연스레 바뀌게 되었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집과 작업실을 오가며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주변 풍경을 바라보거나, 같은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관찰을 했다. 반복된 관찰로 지각 경험은 축적이 되고 그 공간에 무감각한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처럼 중첩된 시공간 속에서 느닷없이 찾아오는 이미지들을 캔버스에 옮겨 작업했다. 나는 주로 작업 과정에서 드로잉 위주로 이미지를 수집한다. 무엇을 그려야 하고 무엇을 생략해야 하는지 아주 느린 편집 과정을 통해 캔버스에 옮기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안에서 본 풍경1, 890×250cm,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6
작업실05, 116×91cm, 캔버스에 유채, 2019 작업실06, 60x90cm, 캔버스에 유채, 2019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업(또는 전시)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무엇인가?

A. 올해 3월에 열린 세 번째 개인전《물수제비(Pebble Skipping)》(보안여관, 2020)는 회화의 구동 방식에 대해서 되새겨보며 작업을 했다. 우리가 흔히 관용적으로 무엇인가를 보고 ‘눈에 담다’라고 표현을 하는데, 회화도 같은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담다’라는 표현에서 모래를 담아 올리는 장면을 많이 떠올리게 되었다. 우리는 보통 모래를 담아서 들어 올릴 때, 담긴 모래를 전부 다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중간에 몇 조각씩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회화 작업 또한 야외에서 작가가 풍경을 보고 작업실로 가지고 오면서 모든 것을 캔버스에 담을 수 없고, 중간에 누락되는 것들이 생기는 과정에서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여기서 보통 모래를 잃어버렸다고 생각하는데, 그것이 아니라 단지 우리에게서 거리가 멀어져 그 형태가 보이지 않는 것이라 생각한다. 캔버스 직조 사이사이로 풍경은 잃어버릴 수 있지만, 되려 그들의 잔존이 캔버스에 남겨지는 것이 아닐까 탐구하며 작업한 전시이다.

《물수제비(Pebble Skipping)》 전시전경, 보안여관(서울), 2020

Q. 작업의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A. 몸의 체험으로부터 이미지 수집과 작업을 하고 있다. 1~2년마다 주변 환경에 달라짐에 따라 그림의 소재도 자연스레 달라지고 있다. 나는 어디에 있고, 어디에 속하고, 어떤 장소에 있으며, 이것을 정의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느 곳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어디에 살고 있는가는 누군가에 대해 나를 설명하기에 기본적이고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나의 지리적 이력은 분명 작품의 외적 의미에 영향을 미친다.

Daybreak, 가변크기, 캔버스에 유채, 2017

Q. 앞으로의 작업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이전까지의 작업을 되돌아보면, 주로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공간 자체와 그것에 대한 관찰적 태도 및 시선을 중심으로 작업을 진행해왔다. 이는 공간을 인식하고 회화적으로 표현하는 행위 사이에서 축적되는 모든 감각의 이미지들이 재현하는 것은 결국 무엇이고 그 끝에 지각되는 잔존의 형태는 어떠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이후 작업 역시 이러한 맥락을 이어가지만, 그간 작업의 주를 이루었던 공간-재현의 틀에서 빗겨 나와, 공간-현상에 몰두해 보고자 한다.

Solmi road01-04, 193×130cm, 캔버스에 유채, 2019

Q. 작품 창작의 주요 도구, 재료는?

A.

작가정보 : nosikl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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