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문화재단

연수문화재단 소식

토요문화마당 #플레잉연수 ‘JS STRING‘
공연일시 2021.6.5.(토) / 6.6.(일) 14시
공연장소 청룡공원(옥련동)
출 연 진 JS STRING
공연내용 아름다운 현악기와 청량산의 우거진 나무들이 어우러진 힐링 공연
주최·주관 연수문화재단
문 의 연수문화재단 070-4169-645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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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문화마당 #플레잉연수 ‘청년예술단‘
공연일시 2021.6.12.(토) / 6.13.(일) 14시
공연장소 장미근린공원(연수동)
출 연 진 로이스X청년예술단
공연내용 가요, POP 등 우리에게 친숙한 노래를 청년예술단만의 색으로 그린 공연
주최·주관 연수문화재단
문 의 연수문화재단 070-4169-645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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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예술무대 #플레잉연수 <협궤열차의 꿈>
공연일시 2021.6.25.(금), 19:30
공연장소 연수아트홀(연수구청 지하1층)
공연단체 앙상블 The 류
입 장 료 전석무료(※사전예매 필수, 티켓 오픈 6.10.(목) 14시)
공연내용 따뜻한 온정을 실어 날랐던… 지금은 멈춰선 작은 꼬마열차의 꿈을 상상한다. 콘서트 드라마 <협궤열차의 꿈>
주최·주관 연수문화재단
문 의 연수문화재단 070-4169-6459,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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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문화재단-EAAFP <습지에 새며들다> 강연(온라인)
일 시 2021. 6월 넷째주 중
강 사 이기섭 박사(한국 물새네트워크)
내 용 매년 연수구에 찾아오는 저어새 등 다양한 철새와 송도갯벌과 관련된 이야기
운영방식 온라인
접속방법 연수문화재단 유튜브 채널 바로가기
문 의 연수문화재단 문화사업팀 070-4169-6459



인천의 문화도시, 출발점에 서다: 〈문화도시와 인천〉 좌담회

인천의 문화도시, 출발점에 서다<문화도시와 인천> 좌담회

문화도시는 지역별 고유한 문화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하여 문화 창조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지역문화진흥법에 따라 지정된 도시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월 7일 문화도시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제2차 ‘법정 문화도시’로 부평구를 포함해 5곳을 지정하였다. 법정 문화도시 선정을 통해 부평구는 향후 5년간 국비를 포함한 190억 원 규모의 예산을 확보하고 2025년까지 5년간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게 된다. 2020년 인천 서구와 연수구는 ‘제3차 문화도시 지정 공모’에서 4.1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법정 문화도시’지정을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하고 있다.

문화도시와 인천 좌담회 모습

3월 30일 오후 2시 부평생활문화센터 공감168에서 인천의 문화도시 관련하여 3명의 담당자(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팀장 이미숙, 인천서구문화도시추진단 팀장 안주용,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팀장 정시윤)와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장 손동혁의 진행으로 좌담회가 열렸다. 좌담회는 크게 4가지 주제로 진행되었는데, 첫째 문화도시의 주요 내용 소개, 둘째 시민의 참여와 주도성 확대를 위한 노력, 셋째 사업 추진의 어려움, 마지막으로 문화도시를 매개로 한 협력 방안이다.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장 손동혁

손동혁: 먼저 각 재단에서 추진 중인 ‘문화도시’ 사업의 주요 내용을 소개로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팀장 정시윤

정시윤: 연수구는 25년간의 도시개발로 최첨단 도시의 외형은 가지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도시 내 격차 심화와 공동체성이 약화되고 문화적 성장이 더딘 상황입니다. 이는 비단 연수구만의 문제라기보다 신도시 개발 정책의 문제인데요, 이런 문제를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통해 극복해내고자 문화도시 지정 사업을 추진하게 되었습니다.
구민의 문화적 활동을 통해 움직이는 도시, 도시 공간과 일상을 문화로 채우는 도시, 그리고 문화적 연대와 교류로 앞으로 나아가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 작년에 문화도시 조성 계획을 수립하여 ‘제3차 문화도시 지정공모’를 통해 계획이 승인된 상태이며, 현재는 예비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수구는 ‘문화로 잇고 채우는 동행도시 연수’라는 슬로건을 중심에 놓고 시민과 함께 문화 다양성 도시를 만들어나가고자 합니다.

인천서구문화도시추진단 팀장 안주용

안주용: 서구의 문화도시 조성 사업은 ‘여유를 즐기는 문화에서 삶의 근본으로서의 문화로의 전환’을 가치로 내세우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와 팬데믹 현상으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시대에 우리의 삶 자체가 문화라고 한다면 기존의 즐기는 것 그 이상으로 생존에 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앞으로의 상황에 선제적으로 ‘회복탄력’이라는 가치 아래 긍정의 문화철학으로 삶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해내서 행복한 삶을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의 맥락에 닿아있습니다.
문화 권리와 책임을 지닌 시민의 본래 모습으로 오염된 자연과 낙후된 생활환경, 그리고 단절된 공동체로부터 회복하는 것을, 그리고 회복의 문화 풍토를 조성하며 심층을 이뤄나가는 것을 주요 방향으로 삼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사업 방향은 크게 4가지가 있는데요, ‘문화인재 발굴, 양성, 지원’, ‘시민 중심의 거버넌스 구축’, ‘시민 문화 공동체 활동 및 교류 지원’, 마지막으로 ‘특성화로서 자연과 생활환경의 문화적 재생’을 전략으로 두고 있습니다.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센터 팀장 이미숙

이미숙: 부평은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과 예비도시 1년을 거치면서 ‘삶의 소리로부터 시민성이 자라는 문화도시 부평’이라는 하나의 비전과 시민성, 내발성, 창조성, 연대성, 장소성 이 다섯 가지의 핵심 가치를 만들어 냈습니다. 이 비전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지역 주민과의 공감과 공유를 통해 공론화를 이루는 것, 그리고 도시가 가지는 고유한 문화가치와 가능성을 바탕으로 시민의 주체적 활동, 창조적 사고, 지역에 대한 고민 등으로 지역성장 및 발전을 이루도록 하는데 지향점을 두고 있습니다.

손동혁: 결국 문화도시 사업이 향하고 있는 곳은 문화를 통해서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시민들을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 가겠죠. 앞으로 문화도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시민들과 예술인들이 참여하고 주도성을 발휘하는 것 관련하여 이 부분을 확대하기 위해 각 재단이 시행하고 있는 노력에 대해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정시윤: 시민 참여와 주도성을 높이기 위해 연수구에서 추진하고 있는 것은 아직은 낯설고 어려운 ‘문화도시’를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입니다. 예를 들어 문화예술 지원사업 설명회 참가자분들에게 문화도시 조성 사업에 대한 설명과 예술인의 정주 환경 개선에 대해 의견을 듣기도 하고 해당 사업에 참여하는 구조를 형성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룹을 이뤄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는 지역의 시민 공동체들을 만나서 관계를 맺기도 합니다. 문화도시에 대한 공감대를 얻는 일을 이어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문화도시 사업 참여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미숙: 부평구는 문화특성화조성사업을 진행하고 1년의 예비도시를 거치면서 그간의 노력으로 다방면의 커뮤니티를 형성했습니다. 이러한 네트워크를 문화도시와 연계하고 지속가능하게 하는 것이 거버넌스로 풀어야 할 과제인 것 같습니다. 부평의 문화도시 사업은 시민 문화 제안이 가능한 문화도시통합플랫폼을 구축해 시민들의 자유로운 의견이나 의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 사업들이 환류되고 지속적인 담론형성을 위한 공유체계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러한 협력구조 속에서 지역의 문화생태계가 활성화되고 시민과 도시문화를 매개하고 소통하며 서로의 현안을 공유하는 사업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안주용: 서구의 문화도시 조성 과정은 말씀드렸던 ‘회복탄력’이라는 문화철학을 중심으로 시민의 수요를 조사하는 데 힘쓰고 있습니다. 이를 수렴하여 계획에 반영하고 있고요. 그 외에는 실질적으로 사업 추진에 있어서 시민들이 문화도시 조성 사업의 가치를 이해하고 지역의 현안을 문화적 가치와 활동으로 개선해 나갈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원론적인 이야기일 수 있지만, 예를 들면, 시민과 민간의 공동체들이 직접 기획에 참여하고 관련 프로그램을 지원할 방법을 최대한 늘리고 있습니다. 서구에서 생각하는 문화도시 조성사업의 방향은 시민들이 주도해서 기획하는 가운데 관에 속해있는 추진단, 문화도시센터의 역할은 매개하는 것으로, 즉 커뮤니케이션하고 지원하는 데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손동혁: 사실 한 자치단체가 하나의 컨셉으로 도시를 만들어간다는 게 간단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문화도시 사업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도 그러한 지점에 있는 것 같습니다. 여러 어려움이 있겠지만 문화도시를 추진하면서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시윤: 해를 거듭할수록 문화도시 지정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지자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4기 문화도시 지정 사업은 계획이 승인되기 전부터 조례와 전담조직, 거버넌스, 행정협의회까지 추진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괜스레 조급한 마음이 더 커집니다. 현재 가장 고민하는 일은 ‘도시문화 거버넌스’를 만드는 일입니다.
저는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데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제와 답안 가이드라인을 줬고 먼저 이 과정을 통과한 도시들의 예도 있지만 하나의 통일된 답안은 없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각 도시의 자원과 사람, 삶의 기준이 다르기 때문에 각 도시의 추진방향이 상이한 겁니다. 그래서 한 번도 안 가본 길을 가고 있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같이 가야 할 시민들과 손을 계속 엮어나가는 일도 어렵습니다.

안주용: 문화도시를 조성하는 데 있어 시민이 주체화되는 과정이 제일 어려운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그런 노력들이 없지 않았고 많은 정책과 지자체 재단들, 중간 지원 조직들에서 여러 사업으로 시민이 주체가 되는 활동을 기획해 왔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시민들이 수혜자에서 수요자로 넘어오는 것에 관련하여 이해하는 부분이나 적극적인 활동을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우려되는 부분은 정책의 초점이 앞서가서 시민들이 함께할 수 있는 속도와 비례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인데요, 그런 의미에서 시민들의 수요를 파악해야 하고, 관에서는 좀 더 기다리고 협력과 지원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앞서 거버넌스가 어렵다고 하셨는데요, 저도 유사한 생각이면서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시민이 주체화되는 과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서 시민들의 힘으로 도시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게 하는 것과 그 거버넌스를 잘 형성하여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손동혁: 문화도시 사업 선정은 경쟁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지만, 지역 안에서 같은 고민을 하고 공유할 지점이 많은 재단들이 어떻게 협력해 갈 것인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해 보입니다. 지금 문화도시를 추진하고 있는 부평구, 서구, 연수구에서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에 관해 방안이나 아이디어가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시윤: 연수구와 서구는 현재 (법정 문화도시) 심사과정 중에 있기 때문에 수험생이잖아요? 그래서 연수구, 서구, 부평구로 놓고 보면 수험생하고 합격생이 같이 모여서 어떤 협력을 할 수 있을지 싶었습니다. 그래서 나눠서 생각해 봤습니다. 부평구의 경우 먼저 문화도시를 추진해온 경험을 공유하면서 인천의 문화도시에 대한 길잡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서구의 경우 연수구와 같은 입장이기 때문에 경쟁자이기도 하지만 서로의 예비사업 추진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접적으로는 인천 지역 안에서 문화도시 사업을 맡은 실무자들이 숨 쉴 구멍이 필요한데요, 인천문화재단이 제3지대의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오늘 같은 자리도 그런 의미에서 좋은 기회인 것 같고요. 그리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저희뿐만 아니라 문화도시 관련 사업을 하는 팀원들끼리도 이런 자리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안주용: 이렇게 만나는 자리를 늘려서 서로 무엇을 같이 할 수 있는지 의견을 나눠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만나서 논의를 하고 연계하여 협력한다는 것은 서로의 도시에 도움을 주고받는다는 것일 텐데요, 여기에는 상대 도시에 대해서 좀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만나서 서로의 도시에 관해 이야기하고 거기서 알아간 도시에 대한 특성이 문화도시를 만들어가는 데에 도움이 될 수도 있고요. 그 가운데 같이 할 수 있는 연결고리를 서로 보완해 가면서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꿈꾸고 있는 건 연수구하고 서구가 같이 문화도시로 선정되어 부평구를 포함한 세 도시가 적극적으로 연계하고 협력하여 인천의 다른 기초자치단체와도 문화도시를 형성해 나가는 것입니다.

이미숙: 같은 의견입니다. 부평구는 문화지역의 확장과 상생을 위한 ‘문화 1호선’이라는 도시연계를 통해 부평, 부천, 영등포와 함께 문화도시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사업으로 나타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도시와 도시를 이동하는 시민들 사이에서 문화를 통해 공감한다면 모든 도시가 특별해지는 경험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손동혁: 문화도시라는 것 자체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아직 보편화되어 있지 않은 상황인데요, 세 곳에서 문화도시를 시민들에게 더 알리고 공동의 투자와 노력으로 전체적인 기반을 튼튼하게 만들어갈 수 있다면 이는 인천 전체 안에서 먼저 문화도시를 추진했던 사람들의 고민과 역할, 행동 등을 공유하는 과정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인천문화재단이 해야 하는 일이나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원고정리: 박준혜




삶의 소리로부터 내 안의 시민성이 자라는 ‘문화도시 부평’

삶의 소리로부터 내 안의 시민성이 자라는
‘문화도시 부평’

부평구문화재단 문화도시팀

인천광역시 부평구는 2021년 1월 지역만의 문화 정체성을 구축하는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 이제 부평구는 법정 문화도시 틀 안에서 5개년의 사업 구조를 만들어 내고 국비를 포함한 총 190억 원 규모의 예산으로 2025년까지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한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지역 스스로 도시의 문화 환경을 기획하고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주민들이 문화도시 조성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물론 지역 내 다양한 분야에서 문화적 가치를 재발견해 지역 고유의 문화 발전과 지역 공동체의 활성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부평은 문화특화지역조성사업, 부평 음악·융합도시 조성사업을 거쳐 예비도시 1년을 추진하며 ‘삶의 소리로부터 내 안의 시민성이 자라는 문화도시 부평’이라는 하나의 비전과 ‘시민성’, ‘내발성’, ‘창조성’, ‘장소성’, ‘연대성’ 다섯 가지 핵심 가치의 실현을 시민과 함께 이뤄내고자 한다. 이렇게 제시된 비전과 핵심 가치의 구현을 정해진 사업으로 펼치는 것이 아닌 지역이, 사람이, 사회가 스스로 만들고 제안하는 공론의 과정을 통해 합의된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성숙한 문화민주주의를 실천해나가고자 한다.

장소와 공간은 도시의 문화생태계가 작동하는 토대를 제공하며 도시의 미래가치를 구현하기 위한 지지대 역할을 하기 마련이다. 문화도시 부평은 부평이 가지고 있는 가치를 발굴하고 활용하여 도시의 문화 정체성을 구축하는 사업과 부평의 핵심 거점을 중심으로 지역의 문화적 활동력 발현을 시민이 스스로 ‘문화로 행복한 도시’를 제안하고 실천하는 주체로 성장하는 다양한 형태의 거버넌스와 시민역량 강화에 두고자 한다. 또한 부평이 지니는 음악도시다운 면모가 돋보이는 대중음악과 서브컬쳐 및 디지털음악을 매개로 한 차별화된 도시브랜드로 음악적, 문화적 지역생태계의 지속 가능에 집중하고자 한다.

‘나의 문제는 내가 제일 잘 알며 그 해결책 역시 내 안에 있다’라는 관점을 반영하여 시민들이 상시로 의견을 내고 소통할 수 있는 ‘문화도시 통합플랫폼’을 구축해 자유로운 문화 제안 통로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시민 도시 탐구 활동가 발굴사업인 ‘시티 랩(City LAB)’을 통해 구민들의 아이디어로 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창의적인 방법을 교환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적용하여 부평이 겪고 있는 구체적인 문제해결을 도모하고자 한다.

주민이 참여하는 공동의 경험 축적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부평구 주민들이 ‘부평 문화도시’의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시에서의 문화 활동에 대한 교육과 워크숍 등을 추진하여 지역의 이슈와 자원을 발굴했던 2020년 ‘문화 두레 시민학교’의 과정을 확장하여 시민 주체 역량을 강화하고자 한다.

시민들의 문화 활동이 일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문화생태계가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의 역량이 강화되어 확장되는 토대를 위한 즐겁고 신명 나는 ‘음악 동네 만들기’와 내 집 앞 문화생활을 위한 생활권역에 자리하는 도서관, 청소년수련관, 공공기관 등에 음악공간 ‘뮤직라이브러리’를 조성하여 중심에서 제외된 문화 사각지대 생활권역을 음악이 있는 공간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5년 동안 시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공감으로 추진해야 하는 23개의 사업으로 시민이 느끼는 문화도시 체감도를 높일 계획이다.

문화도시 부평의 다양한 소식은 현재 운영 중인 문화도시 부평SNS(인스타그램 cultural_city_bp)를 통해 만날 수 있다.




함께 만드는 긍정의 문화, 회복도시 인천 서구

함께 만드는 긍정의 문화, 회복도시 인천 서구
오염, 낙후, 단절에서 회복하는 공동체 문화

인천서구문화도시추진단

2020년 12월 인천광역시 서구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추진하는 제3차 문화도시 조성사업에서 예비 문화도시로 선정되었다. 서구는 주민의 문화 활동을 통해 주민 스스로 도시의 문화를 바꿔나가는 ‘회복’의 도시를 조성 중이다. 올해는 예비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며, 법정문화도시로서의 가능성을 발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서구는 2019년부터 사람과 공간 등의 지역자원을 조사하고, 이들을 활성화하기 위한 연구를 해왔다. 그리고 주민 간 지속적인 소통과 교류를 통해 ‘회복탄력’이라는 문화철학을 인천서구문화도시 조성을 위한 키워드로 도출하고, ‘함께 만드는 긍정의 문화(회복탄력)’로 도시를 살기 좋고, 살고 싶은 곳으로 만들고자 한다. 이를 통해, 주민들은 서구에 대한 애향심과 자부심을 더욱더 높이게 될 것이다.

인천서구 5개 권역 통합 원탁 문화도시 주민포럼
문화도시 포럼 – 문화도시를 꿈꾸다 주민조사연구단 통합워크숍

올해, 서구의 예비 문화도시 사업은 시민 주체 간의 상호교류를 통해 ‘회복(회복탄력)’의 가치를 확산하고, 관련 문화 활동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 일환 중 하나로, 서구의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 협력하여 유기적인 도시 문화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한 거버넌스 마련에 매진하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으로 문화도시 인천 서구의 문화인재를 발굴 및 양성하고 이들의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서구청년솔루션’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역 청년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고, 문화 활동의 토대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리고 ‘문화다양성기획학교’를 운영하여 참여 주민들이 문화다양성의 가치를 바로 알고, 이를 확산하는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역 내 문화다양성 기반 활동가의 참여 및 후속 활동을 지원하여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에 관한 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확대하고자 한다.

그리고 문화도시 인천 서구의 다양한 가치를 공유하는 ‘문화도시 원포럼’을 운영하여 주민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의제를 선정하고 주민과 전문가의 교류를 추진해 문화도시 담론을 만들어갈 예정이다.

또한, 지역 내 문화충전소 및 민간공간 등 시민의 생활환경과 가까운 거점들을 중심으로 ‘서곶시민살롱’을 운영한다. 이를 통해, 생활 속에서 이웃과 함께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문화 활동이 활성화될 것이다. 그리고 민간 단위를 중심으로 문화적 도시재생에 대해 논의하는 ‘코스모 대화 네트워크’를 추진한다. 그 과정에서 서구의 창의적인 문화적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모색해 나갈 것이다.

그 외 서구는 도시의 환경적 결핍을 인지하고, 이를 문화를 통해 개선해나가는 총 네 개의 특성화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지역 현안을 조사, 연구, 공유, 논의하는 ‘생태적 삶 시민조사단’, 오염되고 낙후된 환경 문제를 개선해나가는 문화실천 프로젝트 ‘주민참여 생태문화 공감 프로젝트’, 지역자원을 활용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개발하여 생활관광 활성화에 이바지할 ‘지역문화자원활용실험단’, 원도심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하여 시민참여 문화예술프로그램을 활성화하는 ‘원도심 문화재생 상생마을’이 진행될 예정이다.

앞으로도 서구는 지속 가능한 문화도시를 조성하기 위한 제도, 재정, 행정 사항을 효과적으로 개선하고 도시의 문화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이 서로 돕고, 상생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아가고자 한다. 오늘도 우리 인천 서구는 예비 문화도시 사업 추진을 통해 자연과 공동체, 삶의 희망을 찾는 회복탄력의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회복문화도시 인천 서구의 예비 문화도시 사업에 관한 자세한 내용은 인천서구문화도시추진단 SNS(facebook.com/ISCC2020)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문화로 잇고 채우는 동행도시 연수

문화로 잇고 채우는 동행도시 연수
시민동행으로 만들어가는 문화다양성 도시를 꿈꾼다

연수문화재단 문화도시팀

인천광역시 연수구는 1기 신도시 개발정책의 지방 거점도시이자 남동공단의 배후도시로 만들어진 계획도시이다. 인천에서 본격적인 아파트 시대를 열었으며 주거와 교육환경이 우수한 도시로 자리 잡은 연수구는 「경제자유구역법」 시행 이후 스마트 첨단도시를 표방하는 송도국제도시와 함께 약 25년간 개발과 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지금 이 시각에도 연수구의 바다는 새로운 땅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 도시개발의 결과를 반증하듯 원·신도심의 아파트 평균 층수 차이는 도시의 단절적 성장과 경제 논리에 의한 격차와 소외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물리적 도시개발의 정점에 있는 첨단도시 연수구의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거기에서부터 시작됐다. 현재의 화려하고 멋진 도시의 모습이 영원할 수 없다는 한계 인식과 지속가능한 도시로의 체질 전환을 위한 선언과도 같다.

2020년 4월 문화체육관광부의 제3차 문화도시 지정 공모를 위해 ‘문화로 잇고 채우는 동행도시 연수’라는 문화도시 비전과 문화로 이음·채움·세움이라는 3대 전략, 시민들과의 동행에 있어 장벽이 되는 의식과 언어, 물리적 장벽을 허물기 위한 특성화사업 ‘무장벽지대’까지 총 19개 사업, 200억 규모로 연수구 문화도시 조성계획을 수립, 제출하였으며 2020년 12월 24일 예비 문화도시에 최종 선정되었다.

연수구 문화도시 비전

올해는 법정 문화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시민들과의 다양한 거버넌스 조성, 문화도시 추진을 위한 행·재정 준비, 문화도시를 매개로 한 기관, 단체를 비롯하여 문화예술인, 문화기획자, 문화공간 등과의 문화도시 예비사업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문화도시 지정심의를 위한 즐거운 분투를 하고 있다.

연수구가 꿈꾸는 문화도시, 동행도시란 사회문화적 배경이 제각기 다른 개인이 공존할 수 있는 도시로, ‘시민동행으로 만들어가는 문화다양성 도시’를 의미한다. 갯벌과 바다를 매립한 도시에서 도시공간과 일상이 문화로 채워지는 도시를 꿈꾸고 있으며, 빌딩과 아파트가 차지한 도시에서 구민의 문화적 활동으로 다양성이 살아 숨 쉬는 도시이자 무늬만 국제도시가 아닌 다양한 문화적 연대와 교류를 통해 국제성이 발현되는 도시를 만들어가고자 한다.

연수구 문화도시 추진전략

동행도시로 거듭나기 위한 올해 연수구의 첫 발걸음은 문화도시 조례 제정으로 시작됐으며 이에 문화도시 전담조직을 연수문화재단에 설치 및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5월에는 인천광역시와의 문화도시 지원에 관한 업무협약 체결과 함께 도시구성원의 다양성을 반영한 문화도시추진위원회를 구성·운영할 예정이다.

문화도시 조성사업은 시민주도로 도시문화 거버넌스를 통해 만들어가는 것을 지향하는 만큼 문화도시 예비사업 추진에서도 다양한 시민 주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문화의 사회적 가치와 연수구의 문화다양성 보호와 증진을 위한 ‘문화다양성 리서치’를 추진하며, 문화다양성 관점의 도시담론 형성 및 의제도출을 위한 ‘문화도시포럼’, 그간 문화관광형 축제로 운영되어 온 능허대문화축제를 시민참여형 ‘문화로 동행축제’로 전환하여 추진할 계획이다.

도시공간을 포함하여 시민의 문화적 활동 및 활동기반 조성을 통해 문화로 가득 찬 도시를 만들어가기 위해 민간 공간의 문화공간화를 시도하는 ‘우리동네 문화등대’, 연수구의 문화자원을 재해석하고 문화도시 사업과 유기적으로 연계하기 위한 ‘연수구 문화자원 기초조사’도 추진한다.

문화도시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확산과 문화도시 조성에 대한 의견을 수다형식으로 나누기 위한 시민 라운드테이블 ‘연수다수다’와 청년들의 시선으로 지역문화의 가치를 탐구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해석해보는 ‘연수문화발굴단’ 등 다양한 세대와 활동유형에 따른 시민참여를 확대해나갈 계획이다.

동행도시 연수의 다양한 소식은 현재 운영 중인 연수구 문화도시 SNS(페이스북 culturalcity.YSFAC / 인스타그램 culturealcity_ys)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늘과 호흡하는 공연기획자 조화현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 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오늘과 호흡하는 공연기획자 조화현

류수연

조화현

공연기획자, i-신포니에타 단장
제2회·제3회 순천만국제교양악축제 예술감독과 제8기 인천문화재단 이사를 역임했다. 현재 경인방송 iFM 김성민의 시사토픽에서 <조화현의 문화톡톡>을 맡고 있다.

◆ 본 인터뷰는 2021년 3월 24일, 화상회의를 통해 이루어졌음을 밝혀 둔다.

류: 단장님, 안녕하세요? 항상 가까이에서 뵙다가 이렇게 화상회의로 뵈니까 또 다른 기분인 것 같아요.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화면 뒤로 보이는 집안이 너무 정겨워 보이네요. 지금은 어디신지, 또 어떻게 지내시는지요?

조: 하하. 그렇게 보이나요? 저는 오늘 여수에 있고요. 보시다시피 아주 잘 지내고 있어요. 요즘은 주로 꽃을 심고 꽃을 가꾸고 이렇게 지내고 있어요.

류: 지금은 여수에 계시는군요. 여수는 지금 봄꽃이 한창이겠어요? 전에 여수에 갔던 적이 있는데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어요. 특히 음식이 너무 맛있어서 먹기만 하다 온 기억이 있어요.

조: 그러셨군요. 여기 음식은 정말 맛있죠. 채소 맛이 다른 건 아마도 흙이 좋기 때문인 것 같아요. 여기는 남쪽 지역이라 꽃들이 빨리 펴서 봄꽃이 아주 만개했어요. 인천은 어떤가요?

류: 여기도 벚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만개했다고 할 순 없어요. 다음 주면 인천에도 꽃이 만개하지 않을까 생각돼요.

조: 아. 제가 내일 인천에 가려고 하는데 꽃을 보고 올 수 있겠어요.

류: 2020년은 코로나로 인해 문화예술인들의 활동이 많이 줄어들었던 해였지만, 그래도 단장님께서는 주목할 만한 여러 활동들을 하셨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어떤 활동들이었는지 잠시 소개 좀 해주세요.

조: 작년에는 정말 힘든 해였어요. 공연도 다 취소되어서, 사실 평소의 절반도 못했던 한해였어요.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 더 노력을 많이 했던 해이기도 했어요. 저 같은 경우에는 2004년부터 실내악단 i-신포니에타를 창단하고 <해설 있는 클래식>이라는 콘셉트로 대중에게 다가가는 실내악공연을 추구해왔거든요. 그런 경험들이 작년과 올해 많이 현장에 적용되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도 올해는 정말 공연을 거의 하지 못했어요. 가장 최근에는 지난 2월 27일에 여수난화예술창고에서 우리 i-신포니에타 단원들과 거의 자비로 <시골집 음악회>를 열었고, 3월 1일에는 삼일절 기념으로 옹진군청의 초청받아 덕적도에서 연주했어요. 사실 그 이후로는 아직 한 번도 공연을 하지 못했네요.

류: 3개월 동안 2번의 공연이라니……. 말씀만 들어도 공연계가 얼마나 위축되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작년에 온라인 공연도 많이 추진되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공연 현장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여졌나요?

조: 사실 온라인 공연의 효과에 대해 저는 조금 아쉬움이 많았던 것 같아요. 작년에 사전 녹화로 공연도 해봤고, 또 실시간으로도 공연을 했었는데요. 일단 녹화보다는 실시간이 좀 더 좋았던 것 같아요. 녹화는, 제가 봐도 너무 재미가 없고 한계가 많았어요. 그나마 실시간이 그보다는 괜찮은데, 그럼에도 공연영상, 음향 등 퀄리티 문제는 정말 심각하게 다가왔어요.

류: 구체적으로 어떤 지점들이 그랬는지요?

조: 아무래도 온라인으로 실시간 공연을 하기 위해서는 현장공연보다 많은 것들이 더 필요하거든요. 특히 영상 촬영을 위한 스텝과 제반 비용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데, 이런 부분들을 개인단체의 공연에서는 해결하기가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지자체나 관에서 주도하는 공연에 비해서는 녹화의 퀄리티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류: 말 그대로 부익부 빈익빈이 되는 거군요?

조: 그렇죠. 그냥 공연을 촬영하면 관객에게 전달력이 너무 떨어지니까요. 현장에서 느끼는 공연의 느낌이 온라인으로 그냥 옮겨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나 플랫폼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류: 단장님 말씀을 들으니까 슬프다는 생각이 드네요. 열심히 연주했는데 그만큼의 공감을 얻어내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조: 많은 연주자들이 막막하다고 생각했을 거예요. 코로나로 인해 활동을 못하는 예술인들이 너무 많거든요. 사실 예술가들의 생계가 연주만으로 꾸려지진 않아요. 연주도 하고 개인 레슨이나 학교 강연도 많이 나가거든요. 그런데 현재는 공연도 없고, 레슨이나 강연 등도 다 막혀버렸으니까 정말 힘든 상황이죠. 그래서 실제로 실업 상태인 예술인들이 많아요. 온라인 공연을 쉽게 대안으로 생각하는데 사실 여기에 따른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내몰리고 있는 것도 문제고요. 기금 딴 것으로 공연하면 되지 않느냐고 쉽게 이야기하는데,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인프라와 스텝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연주하고 녹화해서 올리는 공연으로는 관객들에게 다가설 수가 없거든요. 그래서 저는 대면으로 관객과 소통하는 공연들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공연은 소통이니까요. 특히 연주는 더더욱 그렇고요. 실제로 학교에서 하는 공연은 계속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어요. 단 10명이라도 꼭 듣고 싶어 하는 아이들과 만나서 소통하는 공연을 하고자 노력했지요. 그리고 그런 공연을 했을 때 아이들 역시 굉장히 행복해하고 만족해하더라고요. 특히나 코로나로 문화생활이 더욱 취약해진 아이들이 숨통이 트인다고 하더라고요.

류: 단장님 말씀을 들어 보니,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지역 공연을 살리기 위해서는 소규모 공연들이 더 활성화되어야 하고, 그런 것들이 온라인에서도 이어질 수 있으려면 그에 맞는 인프라를 구축하는데 좀 더 많은 지원책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조: 네 그렇죠. 그렇기 때문에 좀 더 현장에서 공연할 수 있는 아이디어들도 필요한 것 같아요. 그 대표적인 것이 작년에 진행했던 <발코니 콘서트>라고 봐요. 코로나 이후 유럽을 중심으로 발코니 콘서트가 확산되었잖아요. 그래서 저희 i-신포니에타도 그런 공연을 했었거든요. 연수구청에서 요청을 받아서 진행했는데 반응이 정말 좋았어요.

류: 어떤 공연이었는지 자세히 좀 말씀 부탁드릴게요.

조: 작년 코로나19 이후 4월에 진행했던 건데 당시에 언론에도 많이 보도되어서 들어보셨을 거예요. 처음에 시작한 계기는 고남석 연수구청장님의 제안이 있었어요. 여러 공연이 취소되면서 급박하게 발코니 콘서트를 기획해보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i-신포니에타와 연수구립관악단의 협업으로 시작되었어요. 우리 i-신포니에타는 2020년 4월부터 한두 달 정도 진행했고, 구립악단은 좀 더 오랫동안 진행했던 것으로 압니다. 급박하게 진행되긴 했지만, 당연히 자신감은 있었어요. 그동안 정말 다양한 무대를 많이 경험했으니까요. 발코니 콘서트는 놀이터 같은 아파트단지의 중심을 공연장으로 상상하면서 레파토리를 짰어요. 공연장소가 아파트 가운데 위치해 있어서 발코니에서 바라볼 수 있는 위치이며, 장소가 넓으니까 무대를 배치하기도 좋고요. 혹시 내려오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펜스를 적절하게 쳐서 사회적 거리두기도 유지될 수 있도록 구성했고요. 총 공연 시간은 30분 정도로 구성했는데, 다들 아파트 발코니에서 감상하면서 반응이 참 좋았어요.

류: 제가 생각해도 주민들이 너무 좋아하셨을 것 같아요. 저도 제가 사는 아파트에서 그런 공연이 있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조: 실제로도 그랬어요. 처음에서 신청한 몇몇 아파트 중심으로 하루에 2번씩 공연했었는데, 이게 소문이 퍼지면서 점점 더 요청이 많이 들어오게 되었지요. 코로나로 인해 모든 것이 침체되었던 시기라서 저희도 관객들도 서로 정말 에너지를 많이 받았어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사람들도 있었지요. 아파트 많은 사람들이 누가 클래식을 듣겠냐고 생각한 거죠. 그런데 실제 아파트에서 공연을 해보니 호응이 너무 좋은 거예요. 클래식을 처음 듣는데 이렇게 좋은 줄 몰랐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공연 끝나면, 어르신들이 자기 집의 냉장고를 털어왔다며 비닐봉지에 과일 같은 것을 담아서 저희에게 주고 그러셨어요. 너무 감동이었죠.

류: 뭔가 가슴이 굉장히 뜨끈해지는 것 같아요.

조: 그렇죠. 공연할 때마다 저희도 뭉클했으니까요. 그런데 예산이 부족했기 때문에 계속 진행하기는 어려웠어요. i-신포니에타는 개인악단이기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계속 무료공연을 진행하기는 어렵거든요. 단장의 입장에서는 단원들이 적절하게 연주비를 받는 것도 중요하니까 계속하기는 어려웠죠. 그 점이 아쉬웠어요.

류: 이제 날씨가 풀리고 있으니까, 올해도 그런 공연들이 분명 생겨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때에는 i-신포니에타의 음악이 다시 인천의 아파트에서 울려 퍼질 수 있겠지요. 또 코로나 중에 기억에 남는 공연이나 활동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요?

조: 음. 또 기억에 남는 건 야외 북콘서트 같은 거였어요. 제가 정이연 작가, 이길보라 작가, 이지현 작가 등과 음악이 있는 북콘서트를 했었는데 정이연 작가와 북구도서관 야외공연으로 가을하늘 아래에서 정말 많은 분들과 특히 작가가 감동하는 콘서트를 했고요, 그중에서 특별한 기억에 남는 것은 서구문화재단에서 온라인으로 진행한 이길보라 작가와의 북콘서트였어요. 이길보라 작가는 우리가 ‘코다(CODA, Child of deaf adult)’라고 말하는 경우예요. 부모님께서 모두 청각장애인이신데 본인이 귀가 들리는 청인(聽人)인 경우 이렇게 부르더군요. 그래서 북콘서트 자체도 굉장히 특이하게 기획되었어요. 저와 이길보라 작가 사이에 두 분의 수화통역사를 모시고 수화로 통역하면서 진행되었거든요. 그리고 청각장애인 예술가들이 오셔서 수화 뮤지컬도 진행했고요.

류: 정말 특별한 기획이었네요. 얼마 전에 코다이신 분들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굉장히 인상 깊게 보았던지라 어떤 느낌이었는지 궁금해요.

조: 저도 이런 기획은 처음이라 굉장히 특별한 느낌이었어요. 처음에는 온라인으로 북콘서트를 진행할 건데 음악과 함께 해달라고해서 그냥 평범한 공연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청각장애인 분들도 많이 볼 거라는 얘기를 듣게 되면서 생각이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자막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노래 가사나 음악에 대한 설명 등을 먼저 보내드렸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서 공연을 진행하면서는 생각이 더 많아졌어요.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분명 4명이 대화를 진행하는데 그중에서 저만 수화를 못 하니까 궁금했지만 멍하니 바라보게만 되더라고요, 청각장애인 분들은 평소에 이런 느낌이겠구나, 이런 생각이 먼저 들었고요. 음악이라는 것이 귀로 듣는다고 생각했는데, 수화 뮤지컬을 보면서는 이것이 또 다른 음악이 될 수 있구나, 라는 생각에 또 충격이었어요. 수화가 우리가 오직 손으로만 대화하는 것으로 생각하는데, 손과 표정과 입 모양이 모두 어우러진 것이더라고요. 또 수화도 나라별로 달라서 그 자체로 각기 배워야 하는 언어라는 것도 놀라웠어요.

류: 기획 자체도 굉장히 좋고, 그래서 관객에게 다가가는 것도 많은 북콘서트였을 것 같아요. 북콘서트는 작가와 대담자가 나와서 대화를 하는 것이 전형적인 모습인데, 음악이 어우러짐으로 인해 그런 전형성이 파괴된 것도 인상적이네요. 이런 방식의 북콘서트는 어떻게 기획하고, 언제부터 시작하셨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조: 제가 처음 북콘서트를 생각하게 된 것은 사실 현실적인 이유도 있었어요. i-신포니에타 창단하고 10주년기념으로 콘서트하우스 현 공연장을 시작하면서 많은 현실에 부딪쳤거든요. 처음엔 매일 연주하고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현실이라는 문제 안에서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되었어요. 매일 연주를 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사실 유료관객을 유치하는 것도 힘들고 연주자들은 무료로 공연을 하게 할 수도 없었지요. 좀 더 다른 특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작가를 모시고, 작가를 위한 연주를 하고, 그 작가를 만나고 싶은 사람들이 올 수 있는 그런 공연을 기획하게 되었죠. 동인천에 이런 공연장이 있다고 소개도하고 많은 사람들이 올 수 있도록 기획한 것이 바로 <조화현의 똑똑 톡톡 북&토크 콘서트>고요, 음악이 있는 공연이었어요. 2014년부터 시작한 북콘서트가 소문이 나면서 점점 도서관이나 기초문화재단 등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류: 작가 자신을 위한 음악이라서 작가님들이 오시면 참 좋아하실 것 같아요.

조: 실제로 작가들이 굉장히 좋아하세요. 북콘서트라는 것이 작가에게는 자기 생각을 다 드러내는 것이라 긴장도 되고 힘들기도 한 부분이 있는데, 공연이 있으니까 또 다르게 느껴지시나 봐요. 제가 북콘서트 전에 미리 작품도 다 읽고 그 작가와 작품을 통해 연상될 수 있는 음악을 준비하거든요. 그러니까 작가 입장에서는 배려해준다는 느낌을 받으시는 것 같아요.

류: 저라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관객만이 아닌 자기 자신도 위안을 받는다는 느낌을 받게 될 것 같아요.

조: 이런 방식의 북콘서트가 얼마 후 꽤 알려져서 수원과 청송, 순천에서도 이런 북&토크콘서트를 기획해달라고 연락이 와서 여러 차례 진행하기도 했어요.

류: 책을 매개로 다른 예술 영역들이 만나는, 이런 기획 정말 좋은 것 같아요. 저도 언젠가 북콘서트 같은 것을 할 기회가 생긴다면 음악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 그럼 꼭 저를 불러주세요. (웃음) 이런 기획들은 제가 2006년 시작했던 <박물관으로 떠나는 음악여행>에서 김미혜 동시작가와 <동시 따먹기> 같은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어린이들이 직접 동시의 주인공이 되어 무대에서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었지요.

류: 근황에 대해 듣다 보니 어느덧 많은 이야기들을 나눈 것 같아요. 이제 조금 진지한 문제로 넘어가 보면 어떨까요?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여러 활동들을 하셨지만, 그럼에도 현실적으로 느끼는 어려움과 문제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인천의 예술인으로서 느끼는 문제점이나 보완책 같은 것을 말씀해 주시면 어떨까요?

조: 코로나 초반까지 저는 두렵거나 그렇진 않았어요. 어떻게 보면 이런 상황에는 좀 오랫동안 학습이 되어 있는 편이었거든요. 왜냐하면 예술인에게는 보릿고개가 있어요. 보통 기금사업이 11월에 끝나 정산하고 나면 1월까지는 수입이 거의 없어요. 1월부터 지원 서류를 준비하고, 지원사업에 선정된다 해도 4월쯤에나 지원이 시작돼요. 그래서 실제로 작년에 4월까지는 예전처럼 버텨내고 또 빨리 적응했던 면도 있었어요. 그 시기가 길어지면서 점점 힘들어졌지만요. 그럼에도 계속 조금 더 재미있게, 단원들이 덜 힘들게 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를 계속 고민해왔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열심히 극복하려고 하는 만큼 현실적인 지원에 있어서 아쉬움이 드는 것들도 많아지더라고요.

류: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지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 문화예술이, 그리고 저는 음악인이니까 음악이 해줄 수 있는 역할은 참 많아요. 특히 이렇게 위로가 필요한 시대에는 더 그렇고요. 그런데 연주자 역시 한 명의 생활인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간과하는 것 같아요. 사람들이 연주자의 삶이나 생계에는 관심이 별로 없어요. 제일 힘들었을 때가 공연이 다 취소되는데, 단원들에게 무엇 하나 해줄 수 없는 상황이었어요. 기금은 받았는데, 시나 기관에서는 공연을 취소하라는 말만 내려오고, 작년에 실제로 받은 기금이 8, 9월에서야 겨우 집행할 수 있었어요. 공연이 취소되거나 마냥 미뤄졌으니까요. 그냥 모든 것이 정지된 거죠. 아무래도 행정이 느릴 수밖에 없으니 그사이에 연주자들의 생계는 무너져 버렸죠. 사실 예술가들에게는 자신의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무대가 더 절실한데, 창작기금을 받는 것만으로 그 기회를 메울 수는 없지요, 그나마도 사각지대에서 받지 못하는 예술인들도 태반이고요. 이번 코로나 속에서, 예술인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더 절실하게 느꼈어요.

류: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이네요. 사실 행정이라는 것이 현실을 따라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모니터링이나 서류 처리가 대표적인 문제들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조: 네, 정말 그래요. 모니터링 같은 경우에도 한 번에 처리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어떤 공연이든 최소한 절반 정도는 보고 모니터링이 진행되어야 하는데, 여러 차례의 공연일 경우에도 단 한 번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아요. 현장과 과정보다는 서류 중심의 모니터링도 많고요. 현장에서 무대를 기획하는 사람으로서는 그런 부분에 아쉬움이 많죠. 예술단체의 평가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도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긴 하지만 서류정산보다는 현장 평가가 더 중요하지 않을까 합니다.

류: 갑자기 <킹덤>을 쓴 김은희 작가의 인터뷰가 떠오르네요. 넷플릭스에서 작업하면서 가장 좋은 점이 뭐냐고 물었더니 “의견 안 주고 돈만 준다.”라고 하면서 웃었던 거였어요. 간섭이 전혀 없다는 거였죠.

조: 하하. 우리 예술인 지원에도 좀 필요한 내용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이번에는 기금 사업에 거의 지원을 안 했는데, 거기에도 비슷한 이유가 있어요. 같은 공연을 해도 기금을 받을 때와 초청을 받을 때의 대우가 너무 다르거든요. 기금 받는 프로그램 안에서는 전문 연주자에 대한 대우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서류도 너무 많고요. 컴퓨터에 입력을 하는데 같은 서류를 제출하는 등 반복적인 일이 많아요. 스마트화된 시대라면 거기에 맞추어 행정을 바꾸어야 하는데 아직 그게 안 되는 거죠. 문화를 전문적으로 아는 분들이 지속해서 행정담당을 해주셔야 하는데 자주 바뀌니까 고질적인 문제들이 고쳐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고요.

류: 불필요한 행정으로부터의 해방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네요. 이제 조금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은데요. 마지막으로 예술인의 자존감을 지켜주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조: 음, 저는 ‘지원도 초청처럼’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초청하는 것처럼 지원하는 것이 곧 예술인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일인 것 같아요. 초청이든 지원이든 같은 문화 활동을 하는 거니까요. 거기에 차별을 두고 문화 활동에 대한 가치를 제대로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좀 고쳐져야 할 것 같아요. 그게 곧 문화적 퀄리티를 높이는 방법이 되는 거죠. 지원금도 인쇄물이나 홍보물 지원보다는 실질적으로 공연자에게 믿고 지원할 수 있는 그런 공연문화와 지원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공연을 하는 예술인들도 비정규직이 아닌 생활이 보장되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류: 저도 깊이 공감합니다. 꼭 많은 분들에게 이 말씀이 전해지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엔 꼭 오프라인에서 정답게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조: 저 역시 말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엔 꼭 오프라인에서 봬요.

인터뷰 진행/글: 류수연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계간 『창작과비평』의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했고 현재 인천문화재단 이사이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나와 우리가 연결되는 문화예술강의의 즐거움: 최서연 씨 인터뷰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앞으로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날 예정이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나와 우리가 연결되는 문화예술강의의 즐거움최서연 씨 인터뷰

홍봄

“무용을 가르칠 때 내가 빨간색이고, 엄마일 때는 파란색이라면 문화강의를 듣는 나는 비로소 내 색깔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주체적인 인간이 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자 인천에 있는 자원들과 연결되는 시간이라고 느낍니다.”

최서연 씨(40세)는 인천에서 나고 자라 지금도 인천에 살고 있다. 인천을 고향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컸지만, 지금은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은 조금도 없다. 한 아이의 엄마이자 무용강사로 학생들과 만난다. 그리고 인천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문화예술교육의 열혈 수강생이다.
지난 3월 말 연수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최 씨는 그동안 들었던 강의와 그곳에서 있었던 기억을 하나둘 끄집어내며 들뜬 표정을 했다. 지금은 다양한 강의를 듣는 것이 삶에 스며들었지만, 처음은 다른 시민들처럼 낯설고 궁금했다.

최 씨가 처음 문화예술 강의를 듣게 된 계기는 반려동물과의 이별이었다. 2017년 반려동물을 떠나보낸 그는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하늬바람에서 <반려동물과 문화예술> 강좌가 열린 것을 보고 지원했다. 누구나 조금의 관심만 가지면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그는 이후부터 <즉흥연극 워크샵>과 <야근대신 바느질>, <창의적 삶 조직하기>, <i신포니에타와 함께하는 클래식 톡톡 ‘들어봄직, 알아봄직’>, <펜 하나로 꺼내는 일상여행> 등 모두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배우고 또 배웠다. 처음 강의를 들으러 다니던 시절에는 4~5살이었던 아이도 동반해서 다녔는데, 그때 받은 배려들이 배움을 이어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최 씨는 “당시에 아이를 데려오는 사람이 혼자 밖에 없었어요. 강의는 듣고 싶은데 엄마라서 애는 봐야 하고 난감했죠. 그래도 배우고 싶은 욕심 때문에 아이를 데리고 다녔는데 혹시나 민폐가 될까 항상 걱정했어요. 한 번은 성인들이 집중해서 듣는 강의에 아이를 데려갔다가 안 데려갔더니 오히려 사회자분이 아이를 찾으시더라고요. 열린 강좌이기 때문에 아이든 어른이든 누구나 와도 된다면서요. 그때 생각했어요. ‘아, 나를 배려해주시는구나. 여기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장이 열리나.’ 그게 큰 힘이 됐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삶에 있어 문화예술강의가 하나의 ‘환기’라고 설명했다. 자기 업무와 꼭 해야 되는 역할 외에 나를 돌아보고 환기하고 치유하는 시간이 된다는 것이다. 친구와의 수다도 좋지만 너무 자주 하면 소진하는 기분이 든단다. 그때 관심분야의 강의를 들으면 꽉 채워지는 느낌이다.

또한 최 씨는 지역에서 이뤄지는 강의들이 인천이라는 터전으로 삶을 확장하는 매개가 된다고 말했다. 그에게 인천이라는 곳은 잠만 자는 곳이었고, 항상 서울에 가서 일하고 서울에서 공부했다. 하지만 세월 지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내 고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문화예술 강의를 들으며 이런 생각은 더 짙어졌다.

최 씨는 “인천에서 여러 강의를 듣다보면 내가 사는 동네에 안정감이 느껴져요. 아는 가게가 생기고 아는 사람이 생긴다는 것은 곧 경계심이 풀린다는 것이죠. 인천에 대한 애정이 생기고 궁금하고, 또 찾아보게 되고 그런 과정을 통해 지역의 일원이 되는 경험을 하는 것 같아요. 이런 활동으로 느슨하지만, 네트워크가 생긴 게 가장 좋아요.”라고 소감을 말했다.
그렇기에 그는 더 많은 동네 거점을 활용한 강의들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일부러 가야하는 공간보다 시민들이 종종 가는 카페나 식당, 주민센터 등 원래 사람들이 오는 장소에서 뭔가를 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다.

최 씨는 “다들 문화를 향유하고 싶고 접하고도 싶은데 방법 잘 모르는 시민들이 많아요. 도서관이나 인천아트플랫폼 같은 곳 말고도 주민들이 자주 오는 장소, 사람들이 편안하게 드나들 수 있는 곳에서 강의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홍보도 중요하겠지요. 인천문화재단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강의 정보를 찾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어린아이를 키워서인지 모르겠지만 전시든 뭐든 온 가족이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더 많아지고 알려졌으면 합니다. 너무 좋은 것을 저만 혜택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 때면 참 아쉬워요.”라고 제안했다.

그는 지역 문화강좌의 열혈 수강생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아이들을 가르치는 무용 강사로 살아가고 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대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무용을 통해 스스로 자기를 돌아볼 수 있고 나에서 우리가 될 수 있는 법을 가르친다. 몸으로 움직이면서 배려를 배우고, 상상의 눈으로 바라보는 법을 가르친다는 것이 최 씨의 교육 방침이다.

최 씨는 “모든 움직임은 무용이 될 수 있어요. 서로 다른 몸짓을 하면서 다양성을 읽고 이해할 수 있죠. 처음에 이 친구가 어떻게 표현해도 놀리거나 틀렸다고 하지 않도록 받아주는 연습을 한 달 동안 해요. 비난받는 공간이 아니라는 것 생각이 들면 아이들도 눈치를 보지 않게 되죠. 수업 안에서 서로의 경계를 허물려고 그룹이 교체되는 활동을 계속해요.”라고 설명했다.

문화예술을 가르치고, 또 배우는 그는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연결되는 것’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단다. 개인이 고립되기 쉬운 사회에서 문화수업들을 통해 연결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서로 돌보고 챙길 수 있도록 소그룹 단위의 프로그램들이 많이 늘어났으면 한다.

최 씨는 “요즘 사람들은 꾸준히 내 시간 내기가 쉽지 않아요. 문화예술이 일회성으로 되는 것은 아니지만 원데이 강좌나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강의들이 있으면 좋겠어요. 프로그램을 개설하기 전에 타깃을 두고 조사나 연구를 해도 좋고요. 공간 접근성이 좋든, 내용이 친숙하든 다리가 될 만한 것이 있었으면 해요. 본질을 갖추면서도 사람들이 ‘괜찮네’ 생각할 수 있도록 말이죠.”라고 말했다.

배우는 것이 정말이지 즐겁다는 그가 앞으로 꿈꾸는 삶은 지금의 배움을 토대로 더 재미있게 살 수 있는 동네를 만드는 것이다. 마을에서 어르신과 엄마들, 아이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벌이고 싶고, 지금은 그런 일을 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최 씨는 “제가 사는 중구에는 학령기 아이들 키우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문화 자원이 정말 많아요. 그런 자원을 활용해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키울 수 있고, 어르신들이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문화예술로 가는 길이 아닌가 싶어요. 제 나이 50살이 되기 전에는 지역에 도움이 되면서 재미있는 동네를 만들 수 있도록 역할을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 있어요. 그게 무엇이 됐든 연대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미래를 그리며 웃어 보였다.

인터뷰 진행/글: 홍봄(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판화로 기억하고, 연대하고, 남기다: 커뮤니티 판화전 《우리 마을에는…》

판화로 기억하고, 연대하고, 남기다커뮤니티 판화전 《우리 마을에는…》

조숙현

동인천고등학교 2층 교무실 복도에 위치한 오동나무 갤러리는 학생들을 위한 생활 예술 공간이다. 고등학생들이 평소 갤러리나 미술관을 갈 수 없는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하여 학교 안에 꾸린 오픈형 전시 문화 공간인 셈이다. 2021년 3월 한 달간 진행되었던 커뮤니티 판화전 《우리 마을에는…》은 꾸물꾸물문화학교 동네예술대학에서 2017년부터 현재까지 인천 주민들과 함께 제작한 목판화 9점을 전시했다.

커뮤니티 판화전 《우리 마을에는…》 전경(사진: 윤종필)

‘커뮤니티 아트(Community Art)’는 아직 국내에 생소한 현대미술 장르이다. 공동체와 지역 사회를 지칭하는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예술가와 기획자들이 실천하는 매우 새로운 개념의 커뮤니티 아트는 종종 행동주의와 사회참여의 형태를 띠며,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1993년 시카고에서 독립 큐레이터 메리 제인 제이콥(Mary Jane Jacob)이 참여한 ‘Culture in Action’ 프로젝트는 커뮤니티 아트의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이 프로젝트는 시카고 도시 전역에 걸쳐 도시의 시민들과 예술가들이 더 나은 커뮤니티와 사회 구성원과의 소통을 위해 2년 동안 다양한 문화 실천을 선보인 선구적인 사례로 남아 있다. 예를 들어 비행 청소년들과 함께 시카고를 배경으로 한 스트리트 필름을 제작하거나 지역 주민들과 동네 텃밭을 일구는 등이 구체적인 사례이다. 커뮤니티 아트는 기존의 시각 예술 관점에서는 생소하지만, 예술이 갤러리나 미술관에서 벗어나 삶 속으로 들어가고 사회적인 실천을 행한다는 점에서 현대미술의 전위성과 새로운 가치를 획득한다.

한국에도 2000년대 초반에 커뮤니티 아트에 관한 공적 차원의 관심과 지원이 폭발적으로 형성된 전례가 있다. 당시 지역문화재단들에서 커뮤니티 아트와 관련한 기금이 형성되고 이에 부응하여 다양한 예술가들의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가 시행된 바 있다. 그러나 관주도형 커뮤니티 아트가 가지는 한계는 예술가와 지역 주민들의 갈등을 초래하는 등의 부작용을 낳기도 하였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다보니 커뮤니티 아트의 타깃은 ‘사회 소외 계층’ 혹은 ‘경제적 낙후 지역’에 국한되었고, 실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현장에서 예술가는 ‘Culture in Action’을 꿈꾸지만 정작 지역주민들은 커뮤니티에 대한 자발적인 선의로 똘똘 뭉친 시카고 시민이 아닌 생계형 주민들인 현실 속에서 프로젝트는 종종 동상이몽의 볼모지에 표류되곤 하였다.

삶-피, 땀, 눈물(인천광역시 동구, 122×244cm, 2020)(사진: 윤종필)

커뮤니티 아트의 짧은 화양연화가 지나가고 난 뒤, 실패 원인을 돌이켜보면 예술가와 지역주민을 잇는 매개자의 부재와 한계가 종종 수면 위로 떠오르곤 한다. 인천을 기반으로 한 꾸물꾸물문화학교 동네예술대학은 좋은 대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꾸물꾸물’은 ‘꿈을 꾸는’이라는 뜻과 글자 그대로 꼼지락꼼지락, 사부작사부작, 조심스레, 천천히, 하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행하는 작은 역동성을 나타낸다. 커뮤니티 판화 프로젝트는 인천 주민들 10여 명이 함께 10주 동안 완성하는 목판화이다. 인상적인 것은 122×244cm의 대형 사이즈와 아마추어의 작품이라고는 볼 수 없는 결과물의 퀄리티이다. 커뮤니티 아트 결과물의 아마추어리즘은 고질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어왔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어떻게 극복했을까? 판화는 시각예술 전통 장르 중에서 드물게 협동이 과정에 장착된 케이스이다. 판화 한 점을 제작하기 위해 사람들은 드로잉을 하고, 목판을 칼로 파내고, 잉크를 칠하고, 종이에 판화를 찍고 말린다. 전시장에는 판화를 만드는 과정 사진도 함께 전시되어 있는데, 참여자들이 모두 합판 위에 올라가 발로 판화를 찍어내는 사진이 참 인상적이었다. 말 그대로 ‘커뮤니티 프레스’인 셈이다. 꾸물꾸물문화학교 교장이자 커뮤니티 아트 기획자 윤종필의 섬세한 기획이 돋보이는 면이 바로 여기인데, 대형 목판화라는 매체가 완성되는 과정의 특성을 커뮤니티 아트 프로젝트와 결합한 전략이 다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개항장 연대기(인천 중구, 122×244cm, 2017)(사진: 윤종필)

한편 목판화의 내용은 인천의 중요한 현대사와 지역의 특징들을 담고 있다. 커뮤니티 판화 첫 번째 프로젝트 <개항장 연대기>(인천 중구, 2017)는 인천 중구 개항장의 다양한 모습과 풍경을 담고 있는데, 개항장은 인천의 중요한 상징적 지역이다. <송도 유원지의 추억>(인천 연수구, 2020)과 <oh! 연수>(인천 연수구, 2020)는 이제는 추억 속으로 사라진 송도 유원지 등 연수구의 노스탤지어적인 풍경을 기록하고 있다. 비교적 최근 재개발로 인해 사라진 주안3동의 풍경을 재현한 <동네, 살아지다>(인천 미추홀구 주안3동, 2019)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의미를 찾아볼 수 있다. 이 또한 기획자 윤종필이 인천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기억과 이것을 객관적으로 고증하려는 노력의 결과이다. 커뮤니티 판화 프로젝트는 인천의 지역 역사를 리서치하고 향토학자들의 조언을 거쳐 웹 이미지로 리서치한 시각적인 레이아웃을 빔프로젝터로 합판 위에 투사하고, 여기에 주민들이 협동하여 드로잉을 하는 과정으로 이루어진다고 한다.

기억하라! 인현동 1999로부터 코로나19까지 생명, 평화, 안전을…(122×244cm, 2020)(사진: 윤종필)

풍경의 서사보다 더 큰 울림을 가지고 있는 것은 인천의 현대사를 판화로 소환하는 작업들인데, 가장 대표적인 것이 <기억하라! 인현동 1999로부터 코로나19까지 생명, 평화, 안전을…>(2020)이다. 1999년 인현동 호프집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청소년들이 사망했던 사건은 뉴스 보도 뒤로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졌지만 이렇게 기억하는 커뮤니티로 인해 다시 작품으로 회생하여 소환된다. 커뮤니티 아트가 공간의 확장을 넘어 역사적인 반추로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조숙현(趙俶賢, Cho Sookhyun)

연세대학교 영상 커뮤니케이션 석사를 졸업하고 커뮤니티 아트를 주제로 논문을 썼다. 현대미술 전시기획자와 미술비평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대미술 전문 출판사 아트북프레스 대표이다.




인천의 감수성을 탐구하다: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양진채, 2021)

인천의 감수성을 탐구하다『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양진채, 2021)

선우은실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양진채, 2021)는 인천을 다룬 소설들을 소개하는 형식의 산문집이다. 중구, 서구, 송도, 송림동, 소래포구, 차이나타운 등 지역사는 물론이고, 협궤열차, 공장 일대를 중심으로 한 노동운동, 민주화운동 등 한 시대를 상징하는 (지금은 사라진) 문물이나 사건을 다룬다. 이렇듯 이 책에서 소개되는 작품들은 인천이라는 공간적 배경을 중심으로 근현대라는 시간성을 두루 다루고 있어 인천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는 인천+문학+사(史)의 개론서로 추천할 만하다. 또한, 매 편의 산문에서 인천에 대한 작가의 애정이 묻어나 있기에 장소에 대한 애착 또는 애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하다.
책에 대해 무어라 소개하면 좋을까 고민한 끝에 인천 지역사 전반에 대해 말하는 대신 한 명의 독자로서 내게 인천이 어떤 도시인지 이야기해보는 쪽을 택하기로 했다. 작가가 애정을 가지고 인천에 대한 소설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의 기획을 고려하면 이러한 후기야말로 이 책에 대한 그리고 인천에 대한 리뷰가 되리라 생각한다.

인천에 별 관심이 없거나 인천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친구들도 더러 있는 사이에서 나는 인천을 조금 각별하게 느낀다. 이 각별함은 애착과는 조금 다르다. 유년기에 잠깐 인천에 머무른 사실이 있기는 해도 그렇게 애정을 가질만한 기억은 없었고, 이사를 간 이후 인천에 자주 걸음 할 일이 있을 거라곤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천에 대한 각별함은 오히려 인천 바깥에서 인천에 드나들면서 서서히 생겨났다. 특히 인천으로 이어지는 시대 변화의 한 상징이라 할 수 있을 수인선 개통은 인천에 대해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끔 한 하나의 사건이었다. 인천 인근 경기도 지역에서 인천 소재의 대학으로 통학했던 나는 재학 중 수인선이 개통되면서 나름대로 수인선의 최대 수혜자(?)가 됐다. 단순히 학교만 가까워진 것이 아니라 인천의 여러 곳에 대한 접근성도 좋아지면서 문화 활동의 영역이 넓어진 것도 수혜 중 하나였다. 송도 신도시에 위치한 프리미엄 아웃렛이나 동춘역 스퀘어원 등을 비교적 가까운 거리의 쇼핑 장소로 선택할 수 있었고, 근대문학관과 자유공원, 차이나타운, 신포시장, 공업 바다가 보이는 동인천 인근도 언제든 갈 수 있었다. 수인선을 타고 신(新) 인천과 구(舊) 인천을 오가면서 한 도시 안에 구축되어 있는 현대/근대의 감수성 격차에 매력을 느끼게 된 셈이다.
이 감수성의 격차야말로 내가 인천에 가지는 각별함의 정체일 텐데, 이는 궁극적으로 수인선의 역사성 자체와도 무관하지 않다. 내가 오늘날 수인선 이용객이라는 사실은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에서 언급되는 과거 수인선 ‘협궤열차’와의 감수성의 이원성을 발생시킨다. 이른바 ‘과거인 동시에 현재’라는 서로 다른 시간의 포개짐이다. 협궤열차와 관련된 구절을 읽을 때 그것은 그저 옛것처럼 느껴지지만, 포스트-협궤열차(현대판 협궤열차 정도로 번역해볼 수 있을까?)라 할 수 있을 수인선을 타고 2021년의 나는 이곳에서 저곳으로 이동한다. 오늘날의 수인선 자체가 과거 협궤열차로 상징되는 도시의 근대성을 강력하게 소환한다. 그렇다면 내가 매혹되는 감수성의 격차란 근대와 현대를 잇는, 경험해 본 적 없는 과거의 현재적 구현에서 발생되는 셈이다.
이는 최근 몇 년간 급격하게 부상한 이 시대 청년들의 하나의 문화적 감수성으로서의 ‘뉴트로’(newtro. new와 retro의 합성어로 신복고新復古라 번역된다)의 감수성과도 다소간 연관성을 찾을 수 있다. 이른바 IMF 키즈(IMF에 유년~청소년기를 보낸 세대) 및 그 이후 경제 불황 시대에 태어난 이들에게 부유한 시절의 감각은 없다. 멀게는 1900년대 초 근대화, 가깝게는 80~90년대의 경제 호황기 시절 도시화는 ‘호황’에 대한 구체적 감각을 가져볼 새 없었던 청년 세대에게 뉴트로로 재현됨으로써 그야말로 가져본 적 없는 낭만을 향유케 한다. 물론 오늘날의 뉴트로는 서울 중심주의와 완전히 분리되어 있지는 않아서 단순한 과거로의 복귀가 아니라 ‘세련된 과거로의 복귀’고, 그런 점에서 개항기 항구 도시보다는 송도 신도시와 같은 ‘신’ 감각을 더 좇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사이에서 더 먼 과거를 품고 있는 개항기 항구 도시를 좋아하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중요한 점은 인천이 지닌 도시성이 이러한 세대 감수성을 설명케 하는 하나의 참조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책에 대한 이야기에서 조금 멀어졌지만 이런 식의 확장이 ‘인천’에 대해 소통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 것도 같다. 『인천이라는 지도를 들고』를 읽고 여러 독자들이 인천에 대한 자신의 감수성을 떠올려 볼 수 있다면 인천에 대한 지역 정보를 제공받는 것 이상으로 값진 독서가 될 것이다. 이 책이 여러 독자에게 각각의 개인이 지닌 인천의 도시성을 탐문케 하고 인천에 대한 감수성을 그러모으는 한 장의 ‘지도’가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선우은실(鮮于銀實, Sunwoo Eunsil)

인하대학교에서 한국학과 석사를 졸업하고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의 서사 구조로 논문을 썼다.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문학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실패를 응원하는 직업

실패를 응원하는 직업

장은영

뮤지션이자 작가, 제주의 동네 서점 책방 무사의 대표인 요조는 자신의 일을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이라고 설명한다. 지도에 없는 길을 만들고, 아무도 만들어낸 적 없는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들의 삶을 우아하고 도전적으로 그려낸 표현이다. 예술가의 삶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 아래 빛날 때나 무대 밖 작업실에서 고군분투할 때, 이들의 직업가적 삶에 집중하고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 ‘예술행정가’, ‘기획자’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곤 하는 이들은 ‘실패를 응원하는 직업’을 가진 자들이다.

이들이 주로 일하는 곳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 또는 광역시구 등 지방자치단체 출자 출연기관으로 ‘문화재단’이다. 특히 지역문화재단에 속한 이들은 지역의 예술가들이 마음껏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고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펼쳐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 그리고 시민의 삶 속에서 예술향유와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릴 수 있는 판을 만드는 일을 담당한다. ‘지역’과 ‘문화’와 ‘예술’의 공통분모 속에서 공공예술행정서비스를 부지런히 만들어낸다는 의미이다.

실패를 응원하는 갖가지 방법은 주로 ‘예술인 지원사업’을 통해 작품 제작과정 및 발표에 대한 재정적·물리적 지원이나, 다양한 기획 사업에 참여하여 작품 발표를 할 수 있는 시간을 통해 이루어진다. 대부분의 지원은 중앙 또는 지방정부의 재원에서 비롯되므로, 선정을 희망하는 모든 예술가에게 지원되기는 어렵다. 따라서 「문화예술진흥법」이라는 거대한 바다에서 크게는 시행령·규칙·조례 등에 반(反)함이 없이, 작게는 재단 내부규정에 어긋남이 없도록 촘촘히 지원기준을 만든다.

2020 정서진아트큐브 기획전시Ⅳ <아라채집>, 참여작가 박혜원 작품(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좀 더 섬세하게 실패를 응원하는 자들도 있다. 예술가들의 내밀한 작품세계를 두루두루 살펴보고 크고 작은 전시공간에서, 무대 위에서, 또는 유무형의 세상에서 널리 알리는 기획자의 역할을 도맡기도 한다. 특히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을 세상에 알리는 일은 지속가능한 ‘지역에서 예술 하기’라는 담론과 마주하는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업무다.

필자가 일하고 있는 인천서구문화재단의 ‘일상 속 문화예술로 구민이 행복한 서구’라는 비전에서 확인할 수 있듯, 문화예술로 구민의 일상을 풍성하게 만드는 일도 함께한다. 문화예술계의 최신 트렌드와 이슈, 떠오르는 작품과 지역의 현안에 대해 눈을 크게 뜨고 한정된 재원 안에서 가장 탁월한 작품을 선정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다. 한 편의 연극이, 한 번의 예술교육이 누군가의 인생의 중요한 파동을 만들어내는 순간이 될 수 있음을 상기하고자 노력한다. 특히 보람된 순간은 학교로, 복지센터로 찾아가는 콘텐츠를 만들 때이다. 광활하게 느껴지는 대극장의 객석에서 마주하는 관객들은 각자의 감동을 크게 내색하지 않고 짐짓 점잖게 집으로 돌아간다. 반면에 학교, 복지센터 등에서 만나는 소규모 관객들은 감동을 드러내는 데 주저함이 없다. ‘공연 중에는 핸드폰을 꺼주세요, 옆 사람과 대화하지 말아 주세요.’라는 극장 기반의 엄중한 예술관람 규칙이 재미있게 부서지는 현장이다. 각자의 방식으로 마음껏 예술을 즐기고,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한 피드백이 날아든다.

다(多)락(ROCK)방 콘서트 시리즈Ⅱ <데이브레이크 콘서트>(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지방의 작은 소도시에서 나고 자란 필자의 어린 시절은 TV만이 유일한 문화예술 향유 통로였다. 성인이 되어 서울을 비롯한 세계 유명 도시들의 문화예술공간을 방문하고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을 흡수하게 되면서, 내면세계가 부쩍 풍요로워졌음을 깨닫는다. 예술의 경험은 일상의 모양새를 전혀 다른 것으로 바꾸기도 한다. 어떤 이에게는 뒤늦게 자아를 찾아 문화예술계에 헌신할 용기를 제공하기도 하고. 경험의 질과 양은 중요한 요소이다. 재단에서 부르짖는 ‘문화예술의 향유 기회 확대’는 이처럼 시민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문화예술 콘텐츠의 질과 양과 깊은 관련이 있다.

재단 밖에서는 반공반민(半公半民, 반은 공무원 반은 민간인)처럼 보이는 직원들도, 각자의 온도는 다를지언정 문화와 예술에 사랑을 느끼는 자들이다. 한때 예술가를 꿈꾸던 사람들이거나, 문화예술과 무관한 전공을 공부하다 벼락이라도 맞은 듯 문화예술계로 뛰어든 이들이다. 음악, 미술, 경영, 심지어 사회복지까지 전공의 종류도 장르도 천차만별이다. 이들은 각자를 구성하는 아카데믹한 렌즈로 지역 문화예술계를 바라본다. 이 고유한 관점은 관객의 입장에서, 예술가의 시선에서 지역을 바라보는 독특한 장점이 된다.

해당 지역에서 나고 자란 예술행정가는 지역의 복잡미묘한 문화예술계 지형에 눈이 밝다. 유무형의 자원을 연결하고 실현가능성을 짐작하는 데 장점을 가진다. 지역 밖에서 온 이들은 지역을 새로운 관점에서 조망하며 지역과 외부를 활발히 연결하여 사업의 범위를 확장하는 데 기여한다. 다양한 배경이 어우러져 「지역문화진흥법」 제19조의 지역문화진흥에 관한 주요 사업을 수행하는 집단이 구성된다.

지역 문화예술 생태계를 거시적으로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지역 예술가들이 인천에 머무르며 성장하고 작업할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마주하게 된다. 지역의 무대는 제한적이다. 순수예술 장르일수록 더욱더 그러하다. 공공 영역에서 만드는 무대로는 창작의 생태계를 풍성하게 조성하기 어렵다. 또한, 지역 예술가의 범주는 어디까지인가? 인천에 거주한다면? 인천에 사업자등록을 가진다면? 인천의 여러 무대에서 활동하고 있다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지역 예술가의 범주는 지역 예술 생태계에 대한 이해와 맞닿아 있다.

코로나19라는 전 세계적 위기 상황에서 문화와 예술이 ‘돈’이 되느냐 ‘밥’이 되느냐는 현실적인 질문이 아프게 날아든다. 여기에 명쾌하게 답변하기 어렵다. ‘생존’에 앞설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으므로.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매일 생존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마실 물을 나눠 세수를 하고 용모를 단정히 하는 인물이 등장한다. 살아남기 위해 생존에 필수적이지 않은 것을 가꾸는 아이러니를 발견하며, 오늘날 팬데믹 상황에서 문화예술의 쓰임을 생각한다.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이지 않을 때일수록, 내면으로 침잠(沈潛)하여 지도에 없는 길을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길은 실수와 실패를 필연적으로 대동한다. 험한 길을 외로이 걸어갈 때, 서로의 실패를 아름답게 위로하는 사랑과 이해의 근간에는 문화와 예술이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장은영(張恩永, Jang Eunyeong)

인천서구문화재단 문화사업팀 예술축제 담당. 홍익대학교 문화예술경영학 박사과정.
‘나’다움으로 나만의 일을 천천히 만들어 갑니다. 글쓰기, 새로움 발견하기, 영상 만들기, 요가에 깊은 관심이 있습니다. 축제를 만들고 있지만, 다양한 시도에 열려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