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문화재단

연수문화재단 소식

금요예술무대 #플레잉연수 <귀곡산장>
공연일시 2021. 8. 27.(금), 19:30
공연장소 연수아트홀(연수구청 지하1층)
공연단체 어쿠스틱 앙상블 재비
입 장 료 전석무료(※사전예매 필수(연수문화포탈), 티켓 오픈 8. 12.(목) 14시)
입장연령 8세 이상
공연내용 도깨비와 팔척귀신, 처녀귀신과 잔혹한 동화 이야기까지! 한여름밤의 호러 콘서트! 무더위를 싹~ 날리는 공연
주최·주관 연수문화재단
문의 연수문화재단 070-4169-64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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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수문화재단-EAAFP <시각예술에 새며들다> 강연(온라인)
강 사 최그린 대표(MEET GREEN)
내 용 새와 자연을 쉽고 친근하게 대중들에게 소개하는 예술가, 교육자, 조류연구가의 활동
운영방식 온라인
접속방법 연수문화재단 유튜브 채널 (www.youtube.com/channel/UCA7VjeRV2Ds-fPN5lN2jcHw)
문 의 연수문화재단 문화사업팀 070-4169-6459

연수문화재단 기획전시 <낯낯곳곳: 낯익지만 낯선 연수구의 곳곳> 온라인 개최
온라인 게시일 2021. 8. 5.(목)
게시장소 연수문화재단 네이버 tv, Youtube(유투브) 채널
내용 연수문화재단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작품을 기반으로 추진된 기획전시의 일환으로 송도어촌계, 송도역전시장, 청학동 일대, 솔찬공원 등 지역의 특징, 역사적 사실로 제작된 작품과 결과물 이면의 아카이브 작업을 전시하여 연수구의 익숙한 곳의 낯설음을 보여주고 지역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선사
참여작가팀 청학동2030, 카툰캠퍼스, 그린웨이브, 인천창조미술협회, 연수구서예협회
주최·주관 연수문화재단
문 의 연수문화재단 문화사업팀 070-4169-6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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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규모 민간 생활문화공간의 역할과 협력방안: 인천시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조성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소규모 민간 생활문화공간의 역할과 협력방안인천시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조성 지원사업을 중심으로

임승관(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대표)

생활문화 공동체가 활성화하고 운영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거점인 생활문화공간이 매우 중요하다. 생활문화공간은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치며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낯선 사람으로 만났지만 같은 취미를 즐기고 공감대를 형성하며 친밀감을 느낀다. 반복해서 만나고 함께 경험하는 활동은 공유하는 기억이 많아지면서 상대방을 더 깊게 이해하는 근거가 되어 쌓인다.
직장인, 상인, 주부 등 다양한 개인이 선택한 이 작은 모험은 공간을 매개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든다. 구성원들에게 받는 환대와 지지, 소소한 공감과 교감은 심리적 안정감에서 소속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활문화공간은 자생적인 많은 공동체가 안정적인 성장을 하는데 중요한 물적 조건이자 상징이다.

2019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 우공책방의 <우공의 시 읽기와 나무공예>(사진: 우공책방)

인천시가 시행하는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조성 지원사업은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운영하는 생활문화공간이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게 돕는 사업이다. 지원 대상이 사적인 공간이지만 생활권 안에서 공동체 활동을 하며 사회적 자본을 키우는 긍정적인 효과를 공적인 역할로 보는 것이다. 다른 지원사업과의 차이점은 사업 기간 중 운영 컨설팅과 함께 좀 더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공간 지원을 위해 매니저를 운영한다는 점이다. 매니저는 동네 곳곳에 자생하는 꽃들로 날아가 수정을 돕는 벌처럼 개별 공간 운영자들과 만나고 애로사항 해결을 돕는다. 매년 신규 공간과 누적 공간이 늘면서 공간들 사이의 정보교류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위한 매니저의 양적 증가와 질적 향상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자발적인 생활문화공간 사이의 교류와 협력이 일어나는 것은 어렵지만 한 가지의 제도 변화로도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위원들의 심사로 지원공간을 결정하는 기존 선정 방식의 변화이다. 지금까지 시 정부가 지원공고를 발표하면 지역에 많은 생활문화공간들은 개별적으로 지원신청서를 작성하고 제출했다. 그리고 전문 심사 위원들이 모여 지원서를 근거로 지원 선정과 탈락을 정하고 예산도 조정해서 통보했다.
이 과정에서 그 유명한 ‘공유지의 비극’이 일어난다. 여기서 공유지는 지원 예산이다. 서로 자율적으로 협력할 수 없는 조건에서 공유지가 필요한 공간들이 갖는 합리적인 이기심이 비극의 발단이다. 한정된 예산에 대한 혜택이 제로-섬(zero_sum) 게임이라면 공간들은 자신이 터득한 노하우나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다른 공간과 공유하지 않는 것이 유리하다. 이런 이유로 공간들 사이의 정보교류나 협력 동기는 사라진다.

2020 천개의 문화 오아시스 – 카페 아비앙또에서 진행한 공연 <인디 아지트>(사진: 부평구문화재단 시민기자단 5기 유영호)

행동 경제학에서는 타자에 대한 이타적인 협력 동기를 일으키는 환경이 있다고 한다. 먼저 장기간 반복적으로 만나는 관계여야 한다. 한 번 보고 안 볼 사이라면 굳이 잘해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관계여야 한다. 지역사회에서 자주 보는 관계라도 나에게 이익이나 불이익과 같은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다면 굳이 내가 손해를 감수하는 이타적 행동은 하지 않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기존 공모제도의 선정 방식으로는 공간 사이의 정보교류나 협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를 참여형이나 협력 방식으로 바꾸면 환경은 달라진다. 새로운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심사위원 제도는 유지하되 비율을 줄여가고 공모 신청자 즉, 공유지에 대한 이해당사자들이 그 나머지 평가에 참여하는 것이다. 물론 공정성과 담합을 막을 수 있는 다양한 투표 기법들이 있어 깊이 우려할 필요는 없다. 이런 과정이 지속되면 이타적인 협력 동기가 생긴다. 지역사회에서 장기간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참여형 지원공모 제도가 서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기 때문이다.
올해 인천시 생활문화공간 지원은 오아시스를 포함해 유휴공간사업 등으로 관계망을 확장한다. ‘권역별 대표자회의’를 격월로 진행해 정기적인 만남을 진행한다. 개별 공간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사정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 신뢰가 깊어질 것이다. 서로 지원할 수 있는 공간이나 장비, 프로그램을 교류하여 각 공간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 지출 예산을 외부 업체가 아닌 지역 내부로 순환할 수 있다.
두 개나 세 개 구로 묶은 ‘권역별 대표자회’의 소통과 공유는 매니저들의 회의를 통해 연결되고 의견을 공유할 것이다. 또 1차 대표자 회의에서 나온 의제들은 각 공간 구성원들과 다시 공유하여 그 결과를 다음 대표자회의에 전달한다. 각 공간의 최대한 많은 구성원이 협동과 연대라는 소속감을 느끼기 위한 틀이다. 눈에 보이는 꽃과 열매는 사실은 흙 속에서 박테리아로 서로 연결된 거대하고 촘촘한 네트워크의 결과인 것과 같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는 새롭고 다양한 생각을 하는 충분한 기회를 가졌다. 특히 생활문화공간 운영자나 그 공간에서 활동하는 많은 동아리가 그랬다. 잘 나가던 공간들도 위기를 맞이하며 그동안 무관심했던 연대와 협력을 다시 바라보게 됐다. 정부 공간 지원금을 이기적인 욕망이 아닌 우리의 ‘공유지’로 볼 수 있는 가능성도 떠올랐다. 모든 공간이 성공해야 나에게도 이익이라는 생각과 지속할 수 있는 교류와 협동에 대한 각성은 교육이나 호소로 실현하기 힘들다. 그런 의미에서 코로나19로 형성된 비대면 시기는 새롭게 제도를 바꾸고 그 의미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임승관(林承寬, SoungKwan Lim)

1998년부터 젊은 문화 활동가들과 인천에서 시민문화활동을 시작하였다. 2005년 회원 중심 시민문화운동인 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 운영 경험으로 다양한 생활문화공동체 컨설턴트와 대학에서 강의 중이다.




소규모 민간문화공간과 공공의 협력지대, 동네방네 아지트로 오세요!

소규모 민간문화공간과 공공의 협력지대,
동네방네 아지트로 오세요!

손동혁(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은 안정적인 활동 공간을 찾는 동아리와 주민과 함께하기 위해 고민하는 민간문화공간들의 접점을 모색하는 한편, 동네의 일상 공간을 생활문화의 거점으로 거듭날 수 있게 할 목적으로 기획되었다. 즉, 지역 곳곳의 다양한 공간들이 생활문화를 함께 즐기고, 향유하고, 만드는 아지트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다.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은 2014년 5월 26일에 제정된 「인천광역시 생활문화 진흥 조례」에 근거하여 공간과 주민을 동시에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문화예술 활동을 하는 주민을 지원하되 직접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활동 거점과 상호 간 네트워킹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초기에는 공간활용지원금과 3인 이상으로 구성된 동아리의 참여를 조건으로 동아리 구성원, 주민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지원하였고, 현재는 공간활용지원금과 공간의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 운영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복잡한 신청서류 작성을 지양하고 ‘공간활용지원금’이라는 예산항목을 신설하여, 공간에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해 프로그램 진행 시 유연하게 예산을 집행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두었다. 정산을 하더라도 ‘공간활용지원금’의 경우 모임 횟수만 확인된다면 세부 내역을 제출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공간 운영자는 공간 활용에 부담을 덜고, 동아리 활동을 하는 사람들도 훨씬 편안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년도 2017 2018 2019 2020 2021 합계
지원 공간 수 20 20 18 20 20 98
[표]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 선정 현황(2017년~2021년)

이 사업은 2017년 4월에 첫 공모를 진행했고, 59곳이 신청했다. 첫 해에 20곳이 선정되었고, 2021년까지 총 98곳이 선정되었다.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은 지역에서 나름대로 문화예술 기획과 활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지만, 사적 공간이라는 한계 때문에 공적인 지원을 받기 어려웠던 공간들과 네트워크를 맺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 공간 운영자들에게 고무적인 사업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인천문화재단 사업에 참여하게 되면서 공공기관의 지원 시스템을 경험하는 한편, 포털 사이트나 지역 언론 등에 노출 횟수가 많아진 것도 공간 대표들에게는 새로운 경험이다. 하지만 재단과의 관계 형성보다 더 중요한 지점은 바로 동료와의 만남이다. 가까운 지역 내에 있으면서도 각자의 공간을 운영하느라 바빠 서로의 공간을 인지조차 하지 못했던 대표들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동료들의 존재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힘을 얻었고, 실제 모임에서도 그동안 쌓아왔던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2020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 참여 공간 (사진: 인천문화재단)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을 통해 이뤄지는 주민들의 활동은 공간을 중심으로 형성된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루어지며, 동네방네 아지트의 공간을 이용하는 주민들은 공공기관이나 시설을 이용할 때와는 다른 태도를 갖게 된다. 상황에 따라 유료로 대관해 정해진 시간 동안 사용하고, 흔적을 깨끗이 치우고 나오는 ‘공공 예의’가 요구되는 ‘공공적’ 성격의 생활문화센터와 다르게 같은 모임을 진행하더라도 동네방네 아지트 공간에서는 ‘손님’과 ‘참여자’의 자격으로 공간에 대한 공동 책임감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된다. ‘단골’이었던 손님도, ‘단골’이 아니었지만, 프로그램에 참여자가 되어 ‘단골’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도 공간과 공간 대표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동네방네 아지트 지원사업>은 동네 곳곳에 이미 자리 잡고 있으며, 접근성이 높은 민간문화공간을 거점으로, 취향 공동체를 만날 수 있도록 지원하여 시민들의 생활문화활동을 촉진하고 있다. 또한 생활문화의 특성상 대규모가 아닌 소규모의 일상 공간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 공적 재원을 지속적으로 투입해 신규 공간을 조성하기보다 기존의 민간문화공간과 공간이 보유한 네트워크를 고스란히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정책적 측면의 효과가 기대된다. 그리고 예술가와 주민이 자연스럽게 민간문화공간들을 통해 만나고 소통할 수 있게 되면서, 아지트 지원사업에 국한되지 않고 더욱 다양한 생활문화활동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인천에서 더욱 활발한 생활문화활동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활동의 거점이 될 만한 민간공간을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지원하는 한편, 공간과 동아리를 잇는 네트워크와 정보를 지원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 19 이후에 사람들의 활동이 주로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활권 내 공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을 문화공간 정책 측면에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더 많은 생활문화센터를 신규로 짓는 것도 좋지만, 이미 곳곳에서 생활문화센터의 역할을 하는 작은 민간공간들과 협력관계를 만들기 위한 노력이 중요해지고 있다. 그리고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은 행정적인 이유로 지원사업의 형식이더라도 그 내용은 파트너로서 서로를 존중하고, 함께 만들어 가는 태도를 견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일깨워 주고 있다.

손동혁(孫東赫, Donghyeok Son)

인천문화재단 정책협력실장. 문화예술 기획, 지역문화 정책, 공동체 미디어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2012년부터 인천문화재단에 재직 중이다.




인천 서구의 문화력을 높여 주는 민간문화공간과 공공의 협력방안

인천 서구의 문화력을 높여 주는
민간문화공간과 공공의 협력방안

박주영(인천서구문화재단), 장은주(청년협동조합 W42)

인천광역시 서구의 인구수는 55만으로 인천 10개 군·구 중 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서구는 검단신도시와 루원시티의 개발로 10년 뒤에는 인구수 100만 명 돌파가 예상되는 역동적으로 성장하는 청년기의 도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시의 성장으로 인해 계속해서 늘어나는 거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현대의 도시에서는 산업시설, 교통, 전기 및 상하수도와 같은 기반시설도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지만,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충족된 후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문화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문화 향유 체계라는 측면에서 지역자치단체는 주민들의 삶 가까운 곳에서 불편함 없이 문화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삶의 질과 정주 의식을 높이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서구는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인구수 100만의 거대도시가 될 것이다. 그 전에, 문화 접근성이 일상생활에서 가까운 물리적 접근성뿐만 아니라, 누구든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는 심리적 접근성까지 고려한 문화 향유 방향이 제공된다면, 100만 명의 구민들과 지역 예술인 및 활동가들에게 긍정적인 변화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이다.

1. 인천 서구의 민간공간 지원사업 현황과 진행 방향서구는 2018년부터 소규모 민간문화공간과의 협력을 위한 기반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서구청은 관내 문화 공간을 대상으로 ‘문화충전소’를 지정하고 지원사업을 추진 중이다. 문화충전소는 민간 및 공공의 문화 공간과 유휴공간을 지역주민과 공유하고 이를 통해 주민들이 거주지에서 쉽게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조성된 공간을 뜻한다. 2022년까지 100개의 문화충전소를 지정하고, 이를 통해 주민 누구나 집 근처에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여 지역주민의 문화 욕구 충족 및 문화 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2019 생활문화포럼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인천서구문화재단에서도 민간문화공간과의 협력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2019년 생활문화포럼>을 개최하여 인천지역 문화 공간 운영자들로부터 공간지원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였다. 중구, 서구, 계양구에서 활동하는 문화 공간 운영자들의 의견을 정리하자면, ‘민간문화공간을 위한 지원사업은 기존에도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공간 운영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주는 사업은 없다.’, ‘공간을 지속해서 운영하는 데에 대한 지원사업이 아니라,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사와 프로젝트에 대한 단위 지원사업뿐이다.’, ‘공간 운영에는 많은 비용이 필요한데, 해당 예산으로는 이러한 비용을 집행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등 당시 추진되고 있는 지원사업에 대한 문제를 지적했다.

민간이 운영하는 공간 중 상당수는 임대료 등과 같이 현실적인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경우가 많다. 특히,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 경제위기가 도래하면서 많은 민간문화공간이 휴업 및 폐업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간문화공간을 지속 가능한 문화 공간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공공과 민간이 win-win 하는 방안 제시가 필요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서구문화재단은 이러한 의견을 반영하여 2020년도부터 민간문화공간 지원을 위한 <공간거점 주민 문화 활동 지원> 사업을 기획하여 추진 중이다. <공간거점 주민 문화 활동 지원> 사업은 공간에서 일어나는 행사와 프로젝트 등 단위 사업을 지원하는 기존 지원사업과 다르게 지원 주체를 생활문화동아리로 변경하여 주민 주체의 동아리가 직접 민간문화공간을 사용하게 함으로써 정당한 공간사용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기획하였다. 또한, 공간운영자를 강사로 초빙할 경우, 강의료 지급을 할 수 없었던 부분도 공간운영자에게 강의료를 예산으로 책정하여 집행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20 공간거점 주민문화활동지원 사업 (사진: 인천서구문화재단)

본 사업을 처음 기획한 담당자는 ‘문화 공간에 대한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공간운영자에게 사업이라는 짐을 지워주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에서 기획이 시작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담당자의 고민으로 시작하게 된 사업 방향이 생활문화 포럼에서 공간운영자들이 문제로 제기하였던 공간 운영에 대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기존 지원사업의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었다.

실제 민간 문화 공간 운영자들은 본인의 생업을 위해 공간에서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원리로 작동하는 상업과 공공의 협력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재단은 공공의 위치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환경을 가졌다고 할 수 있는 민간에 대해 함께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항상 고민하고, 실질적인 지원을 통해 민간이 주도적으로 문화를 이끌어 가는 데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재단은 민간이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되어야 하며, 공간들이 계속 존재할 수 있게 도움이 될 수 있는 다양한 사업들을 진행하여 주민들의 문화 활동을 안정적으로 펼칠 수 있는 장으로 만드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인천 서구는 현재 문화도시가 되기 위한 예비단계로 다양한 사업들을 추진 중이다. 서구가 문화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소규모 민간공간과의 동반자적 협력관계는 필수적이다. 문화도시 사업은 주민의 삶 속에 깊게 파고들어서 실행되어야 하며, 주민이 일상 속에서 문화 활동을 향유하기 위해서는 민간문화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인천 서구에서는 민간문화공간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사업을 발전시키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업을 기획해 낼 것이다. 물론, 그 사업의 기획들은 민간 공간운영자들의 현장의 소리에서 시작될 것이다.

이어서, 실제 가정동에서 문화 공간 ‘가정집’을 운영하고 있는 W42협동조합 장은주 대표가 바라본 지원과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2. 지속가능한 민간문화공간 운영을 위한 민관의 협력 방향 문화공간이란 주민의 일상과 일상에 필요한 요소들로 마을과 도시로 이어진다. 문화공간에서 기획하는 일상의 문화들은 우리를 이롭게 이끄는 힘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서 문화는 지역 내 구성원들에게 공통으로 나타나는 생활양식을 말하지만, 넓은 의미로 보면 지역을 뛰어넘어 인간의 생활과 삶을 역사의 흐름으로 담아내는 것이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에서는 이런 흐름을 읽고, 사람과 터의 과거를 고려함과 동시에 지역재생을 위해 협업하는 민관연계 사업이 맞이해야 할 미래를 생각해보려 한다.

1) 지역재생을 위해 협업하는 민관연계 공동체사업의 관계 설정개발할 자원과 요소들이 충분했던 성장기의 도시에서 공공의 역할은 민간의 개발 속도를 적절하게 관리하는 일이었다면, 민간의 개발 여건이 현저히 감소하며 다양성을 잃어가는 쇠퇴기의 도시에서 공공의 역할은 반대로 민간의 기획력과 자금력을 최대한 올려야 한다. 민간의 장점을 강조하고 공공성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방법이 현대 도시의 공공기관에서 필요한 역할이다. 민간의 잠재력을 공공에 도입하는 것을 추진하기 위해서 과거 관행적으로 이루어지는 행정 주도의 문화는 물론 원도심 문화재생 사업에도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문화공간을 대상으로 하는 공동체 공모사업이나 용역사업에도 같은 접근이 요구된다. 계약 전에 이미 진행해오던 문화공간의 공동체사업을 공공에서 소유권을 갖고 주도권을 움켜쥐며, 민간은 사업리스크만을 공유하는 모델은 민간과 공공의 성숙한 연결고리를 가져가지 못한다. 민간의 기획을 도입하기로 한 공공에서는 민간의 창의성을 인정하고, 처음 기획방향을 재편하거나 시나리오를 검열하는 행위를 이제는 내려놓아야 민간과 공공이 파트너십으로 지역재생을 위해 협업하는 모델로 발전할 수 있다.

민관이 함께 하는 공동체사업에서의 행정은 민간영역의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공격적인 사업을 장려하기 위해 개입하려는 여지를 줄이는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연히 이를 위해서는 공공성을 담보하는 민간 사업자 선정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고, 사업진행에 있어 성과지표를 같이 만들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공공은 민간의 새로운 방식에 이해를 넓혀가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정의 절차나 제도가 민간의 창의성과 속도를 따라가기 어려울 때 공공은 조력자의 역할을 취하며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고 민간의 특수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율성을 주어야 한다.

가정에 살어리랏다 : 가정야행 가정동 마을파티
<가정집 거실라이브> 어린이날 청소년편 우리들의 취향공동체 모임
(사진: 청년협동조합 W42)

2) 주민이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주민주도형 사업을 위하여공공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지역 주민의 참여를 강조한다. 공공사업에서 지역주민 참여의 목적과 지향점은 무엇일까? 지역 주민은 내가 사는 터의 특성과 삶에 대해 어떠한 전문가보다 잘 알고, 지역에 공공사업이 진행될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것도 주민이다. 그렇기에 더 주민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업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에 거주하지는 않지만 학교, 직장, 친구 등 생활권으로 하는 주민들의 참여는 대부분 배제되고 있다. 경계나 차별 없는 문화 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지역 내에서만 소통을 하라는 행위는 해당 지역이 더욱 고립되고 원도심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주민들은 마을과 도시를 장기적으로 이끌어가야 할 운영주체들이다. 주민이 주체가 되는 공동체사업에 세수를 넣는 명분은 지역을 활성화해 공동체를 회복하게 하기 위함이다. 보통의 일 년 안에 마무리되는 공공사업에서는 해당 군/구에 거주하는 이들의 비율로 성과지표를 설정한다. 지역을 확장하여 같은 시/도 안에 있는 이들은 현재 거주하는 주민이 아니라는 이유로 참여를 막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사업대상지를 한정해 참여하는 거주민이 이주한 이후에는 대안이 있는가?

공공사업에서 주민의 설정은 해당 군/구에 현재 거주하고 있는 사람만이 아닌 과거에도 미래에도 거주할 주민으로 해야 하고 이들의 참여도 보장해야 한다. 이들이 바로 지역과 지역문화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사람들이고, 지역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결정권도 가져야 할 것이다. 자리를 채우는 주민이 아닌 현장에서 자신의 역할에 책임을 지고, 지역을 운영하는 주민이 마을에 꾸준히 참여할 수 있는 진짜 주민주도형 사업을 해야 한다.
공동체사업과 도시재생사업에서는 이제 막 지역과 주민의 서사가 시작되는 시점이다. 민간의 기획을 앞세운 일 년의 성과물이 아닌 10년, 100년 후에도 우리 마을의 공동체가 작동될 수 있도록 지역성을 확장한다는 개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

주한미얀마노동자복지센터와의 만남 프로젝트 추진 기본계획회의
대한민국, 미얀마 청년들 기획회의
(사진: 청년협동조합 W42)

민관연계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고정된 역할의 경계를 허무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공공의 역할이 자료를 검토하는 데 치중했다면, 민관연계 사업에서 공공의 역할은 사업의 주최자가 아닌 참여자가 되어야 한다. 아주 다른 원리로 작동하는 공공과 민간이기에 디테일한 세부적인 문제가 사업 전반의 갈등과 문제를 일으킬 여지가 있다. 그렇기에 연구와 보고서만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현실적인 이슈를 파악하고 현장에 밀착해서 활동하는 민간영역의 원리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현장과 같이 고민해야 한다.

보여주는 사업이 아닌 실효성 있는 사업모델을 만들기 위해 공공의 고정적인 단어와 말투를 강제하는 것이 아니라, 사업에 직접 참여를 해서 함께 문제를 해결하고 그 과정들을 기록하여 향후 비슷한 사업을 진행할 공공과 민간에 이정표를 만들어주어야 한다. 이런 기록들이 축적되어 현장의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공공에 전달되고 민관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길을 환히 비춰주길 기대해본다.

박주영(朴周英, Juyoung Park)

– 숙명여자대학교 소비자경제학 문화예술기획 연계전공
– 인천서구문화재단 생활문화팀
– 공간거점 주민문화활동지원 사업 담당
– 구립예술단 운영사업 담당

장은주(張銀株, EunJu Jang)

– 청년협동조합 W42 이사장
– 인천도시재생플랫폼 공동대표
– 인천시 일자리위원회 위원
– UN HABITAT 제10회 세계도시포럼(WUF) 도시재생사례 발표




조금씩, 천천히, 신뢰를 쌓아 가는 동행: 연수문화재단 민간공간 협력사업 〈우리동네 문화등대〉

조금씩, 천천히, 신뢰를 쌓아 가는 동행
연수문화재단 민간공간 협력사업 <우리동네 문화등대>

송수미(연수문화재단)

작지만 의미 있는 동행을 하고 있는 연수문화재단의 민간공간 협력사업 <우리동네 문화등대>는 작년부터 추진 중인 문화체육관광부 제3차 문화도시 조성사업을 계기로 기획되어, 지금까지 법정 문화도시 사업계획의 방향을 만들어가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공간지원 사업의 경우 보조금 사업이다 보니 선정공간들이 영수증 증빙 처리 등과 같은 과도한 행정업무에 치여 쉽사리 다음 지원사업에 도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공간운영자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공모사업이 아닌 지역의 민간공간들과 파트너십에 기반한 협력사업 <우리동네 문화등대>를 기획하였다. 겉보기에는 어디에서든 할 거 같은 공간 지원사업으로 보이지만 심사를 통해 공간을 선정하지 않으며, 민간공간 운영자들과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함께 문화예술 사업을 운영한다. 그러다 보니 공간운영자들은 사업계획서를 통해 심사를 받을 필요가 없고 정산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도 없다. 온전히 본인의 공간을 열고 찾아와준 시민들과의 활동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처음 사업을 기획할 당시 ‘협력사업은 꼭 필요한 것인가?’, ‘협력으로 인해 높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전제는 협력이라는 단어를 프레임화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의문이 들었다. 협력이란 것은 한쪽의 일방적 이익이나 희생이 아닌 동등하고 대등한 관계에서 비롯되기에 만약 <우리동네 문화등대> 사업에서 ‘민’과 ‘관’이 파트너십을 통해 공평한 역할분담과 상호 이익을 위한 전략적 맞춤 관계가 보장된다면 다른 어떠한 지원사업이나 공간 발굴사업보다 경쟁력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담당자는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지역을 돌아보고 지역민들에게 알음알음 소개받아가며 지역의 민간공간을 찾아다녔고, 현재 6곳의 민간공간 운영자들과 만날 수 있었다.

<우리동네 문화등대>는 민간공간들이 지역의 ‘문화거점’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민간문화공간의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의의를 두는 사업이다. 지역에서 만난 카페, 서점, 악기사와 같은 민간공간들은 자투리 공간을 활용한 동네 사랑방 역할을 원했지만, 기획서를 작성해본 적도 없고, 사업을 운영해 본 적도 없으며, 정산에 대한 개념도 부족하였다. 민간공간 운영자들은 하고 싶은 기획이 많았으며 족히 10년 동안 할 수 있을 법한 순수하면서 정제되지 않은 아이디어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게 민간공간 운영자들과 만남은 우주를 떠다니는 듯한 상상과 함께 즐거운 비명을 지르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우리동네 문화등대 참여공간 ⓒ연수구 문화도시센터

사실 공공과 협력하기 위해 따라붙는 수식어 중 ‘공공의 필요를 항상 충족시켜야 한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우리동네 문화등대>사업은 공공의 니즈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운영하는 운영자들과 파트너십을 통해 사업의 방향을 정하고 답을 도출해내는 과정 자체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민간공간 운영자들의 가치, 선호, 경험 등을 이해하지 못하면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이해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공공이 주도하는 사업이라서 모든 것이 옳고, 모든 것이 정답일 수 없기에 사업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에서 함께하는 공간운영자들의 의견을 듣고 생각을 확인하며 진솔하게 사업을 운영해 나가고 자 하였다. 담당자로서 공간운영자들과 파트너십을 통한 협력관계를 구축하려는 이런 선결적 고민은 협업을 진행하는데 좋은 결과를 보장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공간을 활용한 문화기획을 하기 이전에 민간공간 운영자들과의 협력에 기반한 상호존중과 운영자 스스로 책임감을 느끼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를 할 수 있도록 상호 마음가짐을 다지는 기회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공간운영자들의 목표와 관심이 재단의 목표와 일치되는 것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상호업무협약서를 작성하여 동등한 협력관계를 맺었다. 또한, 민간공간 운영자들이 서로의 영향력을 긍정적으로 경험하고 공간 간 협력작업을 통해 서로를 알아가며 자연스럽게 문화예술 기획에 대한 욕구를 충족할 수 있도록 학습공동체(COP)를 만들었다. 학습공동체의 이름 짓기, 내용, 회차, 장소 및 시간 선정 등 모든 것들은 민간공간 운영자들의 선택으로 결정되었고 그렇게 <우리동네 문화등대>의 학습공동체(COP) ‘그린라이트’가 탄생하였다. 학습공동체는 참여하는 공간운영자들이 자신의 경력과 경험 등을 나누고 공간별 협업방안을 고민하며 자신의 문화 역량을 기를 수 있는 특강 및 워크숍으로 구성하였다. 학습공동체의 회차가 진행될수록 공간운영자들은 ‘내가 하고 싶은 기획에서 지역과 함께할 수 있는 기획’을, ‘막연한 상상에서 문화 활동의 구체성’을, ‘설명이 아닌 설득하고 공감하는 기획서’를 작성하는 방법들을 익혔다.

<우리동네 문화등대> 학습공동체(COP) ‘그린라이트’ ⓒ연수구 문화도시센터

또한, 공간운영자들이 사업 운영의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예산 활용의 유연성과 증빙 절차의 간소화를 통해 행정업무의 부담을 줄였다. 앞서 말했듯 공간운영자들은 공모사업의 경험이 부족하고 행정업무에 대한 부담감을 가지고 있기에 사업에 좀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단계적 관계 형성과 사업협력 방안이 필요하였기 때문이다. 이렇듯 사업의 구상·기획·실행·진단의 전 과정에서의 행정업무를 간소화함으로써 함께 활동하는 시민공동체로서의 밀도는 높여갈 수 있었다.

2020 우리동네 문화등대 ⓒ연수구 문화도시센터

올해는 6개의 민간문화공간에서 7월부터 다문화 아동과 함께하는 교육프로그램 <We sing together!>, 일상의 지침을 위로하는 <한상차림> 프로젝트, 미술과 음악의 융복합 예술 활동, 함께하는 인문학 <다섯 문장 글쓰기>, 실버 세대를 위한 프로젝트 <리틀 포레스트>, 마음의 여유를 찾는 소셜다이닝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예정이며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고려하여 진행할 예정이다.

올해가 지나고 사업이 마무리될 때 <우리동네 문화등대>의 사업성과는 정량적 수치의 목표 달성도 보다 공간운영자들과 초대된 시민들이 얼마만큼 밀도 있게 소통하였는지, 어떠한 관계 맺음을 형성하였는지를 중요하게 살펴볼 것이다. 그리고 정말 모두가 행복한 경험의 시간이었는지 진솔한 후기를 통해 이후의 방향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옛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걸어라.’라는 말이 있다. 협력은 복잡한 것이 아니라 파트너와 함께 문제를 푸는 방법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힌트를 얻으며 서로 힘을 합치는 방법을 연습하는 것이다.

<우리동네 문화등대> 그렇게 조금씩, 천천히 지역 안으로 스며들어 신뢰를 쌓고 작지만 의미 있는 동행으로 연수구라는 삶의 무대에서의 경험을 이어가고자 한다. 지금은 비록 동상이몽으로 출발하지만, 우리의 몸짓과 생각이 하나가 될 때까지!

송수미(宋修侎, SuMi Song)

연수구 문화도시센터에서 민간공간협력사업을 담당하며,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오늘도 지역의 다양한 파트너들과 작은 동행을 실천하고 있다.




건축의 가능성을 엮는 스토리텔러: 『와이드AR』 발행인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의 만남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1>

건축의 가능성을 엮는 스토리텔러『와이드AR』 발행인 전진삼 건축평론가와의 만남

류수연(인하대학교 교수)

인천생. 종합예술지 월간 『공간(SPACE)』 편집장 역임. 건축잡지 월간 『건축인 포아(POAR)』를 창간하여 편집인 겸 초대 주간을 역임했다. 이후 건축잡지 격월간 『와이드AR』을 창간하여 현재 발행인이다. 한동안 계간 『황해문화』 문화비평/건축 코너의 고정 필자로 활약했다. 배재대학교와 광운대학교 건축학과에서 겸임교수로 재직한 바 있으며, (재)인천문화재단 6기 이사로 활동했다. 건축비평서로 『건축의 발견』, 『건축의 불꽃』, 『조리개 속의 도시, 인천』, 『건축의 마사지』 등을 냈고, 20여 권의 책에 공저자로 참여했다. 2006년 10월 이래 건축세미나 〈땅과 집과 사람의 향기〉(약칭, 땅집사향)를 매월 1회 개최해오고 있다. 현재 간향 미디어랩 대표이다.

류: 안녕하세요? 이렇게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전: 처음 뵙겠습니다. 문학을 전공하셨다고 하셨죠?

류: 네, 그렇습니다. 평론을 쓰고 있습니다.

전: 저는 시로 『시문학』으로 등단했어요. 1980년이니까 오래되었죠. 대학교 2학년 때 등단했고요. 시집도 2권 냈는데 지금은 다 매절되고 품절 되어서 없을 거예요.

류: 제가 미처 그 정보는 알지 못했네요. 시집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요. 다음 기회에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시작부터 여러 가지가 궁금해지는군요. 어떤 계기로 시를 쓰게 되셨나요?

전: 아마 지금도 있을 텐데, <만해백일장>이라고 있어요. 아마 2회 때였을 거예요. 그때 제가 시로 만해상을 탔어요. 저는 대학 일반부에 냈는데, 당시 심사위원장이 미당 서정주 선생이셨는데 제 것에 동그라미를 치고 나가셨대요. 그래서 장원이 되었고, 이걸 문덕수 시인이 다시 『시문학』에 추천하셔서 등단이 된 거죠. 『건축평론』으로는 1988년에 등단했는데, 그 당시에 『꾸밈』지라고 있었어요. 격월간이었는데, 그 잡지를 통해서 꾸밈건축평론상을 타면서 평단에 들어오게 되었죠. 여기까지는 우리가 좀 비슷한 거네요.

류: 네, 그런 것 같아요. 원래 전공이 건축이신데 글을 쓰는데 관심을 갖게 되신 어떤 특별한 계기가 있을까요?

전: 자연스럽게 얘기가 되겠네요. 대학은 중앙대학교 건축과에 입학했고요. 아니 그 전으로 돌아가야겠네요. 제가 선인고등학교 출신이에요. 당시에 제가 문예부에 들어가서 문예부장을 했어요. 제가 2학년 때 여러 학교 선배들이 모여서 인천의 학생문학회를 조직했어요. 그분들이 그걸 만들고, 제가 인천학생문학회의 2대 회장이 되었어요. 그러니까 저한테 건축이라는 것이 다가오기 전에 이미 글쓰기라는 것이 배어 있는 상태였어요. 그러고 나서 대학에 들어갔는데 중앙대에 문학동인반이라는 서클이 있어요. 거기에 자연스럽게 들어가게 되었고, 거기서 여러 학과의 문학하는 친구들을 만나게 된 거죠. 그러다가 1980년대라는 암울한 시기에 등단하게 된 거죠. 그러니까 문학에 먼저 빠지게 된 거죠. 졸업하면서 당시 김수근 선생님이 끌고 가시던 공간그룹에 입사를 하게 되었죠. 그때부터 건축공부를 제대로 했다고 보는 것이 맞아요.
김수근 선생님은 88서울올림픽 주경기장을 설계하신 분이고, 지금은 ‘아라리오뮤지엄 인 스페이스’가 된 ‘공간’ 사옥의 설계자이자 소유자였죠. 또 오래전(1966년)에 『공간(SPACE)』이라는 잡지를 창간하셨어요. 선생님께서는 이 잡지의 성격을 종합예술잡지로 만드셨죠. 당시에 병신춤의 공옥진 선생님도 발굴하셨고, 현대미술의 총아라고 하는 백남준 선생님의 비디오아트도 그 ‘공간’ 사옥에서 처음 시연을 했어요. 김덕수의 사물놀이패도 ‘공간’ 사옥에서 시작했어요.
저도 이런 분위기에서 건축설계를 하다가 2년차에서 3년차를 바라보던 시기, 1986년에 김수근 선생님께서 돌아가셨어요. 55세이셨으니 너무 일찍 돌아가신 거죠. 원래 올림픽이 개최되면 주경기장 설계자로 함께 띄우는 분위기가 있는데 김수근 선생님이 돌아가시면서 그것도 사라지게 되었죠. 올림픽 주경기장의 설계자가 돌아가신 상태에서 88올림픽을 맞이했으니까요. 그 시기에 『공간(SPACE)』도 어려움이 생겼죠. 그러면서 편집장 자리가 공석이 되는 상황이 되었고, 제가 그 자리로 이동을 하게 돼요.
당시는 건축가들이 대외적으로 포지셔닝이, 사회적 지위가 굉장히 취약했던 때였어요. 그런데 공간의 사람들은 굉장히 자존심이 강했어요. 제가 공간에 처음 입사했을 때 받은 명함에 나의 포지션이 아키텍트(Architect)라고 적혀 있었어요. 사회 막 나온 초짜인데 나에게 처음 준 포지션이 그런 거였죠. 그런데 제가 막상 현장에 가보니까 푸대접을 받는 거예요. 전문 직능을 가진 한 사람으로서 인정해주지 않는 거죠. 당시에 ‘현상설계’로 성당을 설계하는 공모가 있었는데, 거기서 건축가를 대하는 태도가 저로서는 못마땅했어요. 그때 제가 생각한 게 있어요. 내가 건축가로서 스스로를 내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건축가들이 제대로 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역할도 소중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물론 이런 생각이 그때 갑자기 떠오른 것은 아니에요. 제가 김수근 선생님 돌아가신 그해 9월에 ‘간향’이라는 건축예술비평운동그룹을 만들었어요. 지금 제가 쓰고 있는 연구소의 이름이기도 하죠. 그 모임을 하면서 건축과 사회에 대한 비판적 성찰을 했고 그런 것들이 쌓이면서 평단에 들어섰는데, 마침 공석이던 『공간(SPACE)』의 편집장 자리로 넘어가게 된 거죠. 거기서 사회적 목소리를 많이 내는 건축가들, 특히 신진 건축가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찾아내는 데 주목하게 된 거죠. 이게 제가 건축계 안에서 지금의 역할을 담당하는 프레임을 짜게 된 계기라고 말할 수 있겠네요.

류: 어떻게 보면 운명처럼,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자연스럽게 그다음 발걸음이 이어지는 방식으로 오신 것 같아요.

전: 사실 『공간(SPACE)』은 종합예술지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나 이전에는 주로 미술평론가나 시인, 조형예술, 문학 전공자들이 편집장을 했어요. 김수근, 장세양으로 이어진 발행인은 건축가였지만, 이들에게 힘이 돼준 동지들은 우리나라 문화예술계의 원로들이셨어요. 그분들의 영향력이 김수근 선생님 사후에도 이어진 거죠. 지금은 소유가 다 다른 곳으로 넘어가긴 했지만, 그래도 그 정신은 사람들을 통해서 이어지는 거죠. 제가 『공간(SPACE)』지의 편집장을 할 때에 우리 문화계의 원로들과의 모임자리에서 말석에 앉은 적이 많았어요. 저로서는 매 순간이 엄청난 자양분을 얻던 시기였던 거죠. 지난번에 전화하셨을 때 내게 건축사라고 하셨죠?

류: 네, 제가 뭐라고 호칭을 해야 할지 몰라서요. 처음에 그렇게 알았는데 찾아보니까 건축평론이셨더군요.

전: 엄밀히 말하면 건축사는 라이선스, 건축사 자격증이 있는 사람이죠. 국가가 인정한 자격증을 가진 사람은 건축사, 그 자격증이 없더라도 건축에 대한 자의식이 강하고 그 열망이 강하고 창의성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건축가라는 이름을 써요. 나는 건축사가 아니고, 그 쓰는 건축가 정도로 말할 수 있겠네요.

류: 건축하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인문학적 분들이 상당히 많으신 것 같아요. 실제로 그런가요?

전: 건축한 사람이 뒤늦게 인문학적 공부를 통해 작업의 완성도를 높인다기보다 원래 문학적 베이스가 있는 사람이 건축을 함께 할 때 시너지가 있는 것 같아요. 제가 아는 함성호 시인도 그렇고, 이상 김해경 시인도 그렇고. 문학적 배경 기반으로 해서 건축을 풀어낸 사람들이라. 굳이 순서를 따지자면 이렇게 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사실 건축학과가 5년제가 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었어요. 교수들 가운데 유학파가 많은데 그들이 유학을 가보니까 건축이 단지 엔지니어링이 아니거든요. 선진화된 교육을 받고 한국에 들어와서 교단에 서서 변화의 중심에서 많은 활약들을 했어요. 그런데 막상 5년제가 되고 나니까 인문학적 커리큘럼이 아니라 설계 중심의 학과 커리큘럼이 짜졌어요. 건축술적인 것들에만 너무 집중하게 된 거죠. 왜냐하면 이게 자연스럽게 5년제가 된 것이 아니라 교육인증프로그램과 연계된 거예요. 그 가장 큰 단점은 인증프로그램의 카테고리 안에 들어가지 못하면 버려져요. 획일화되어버린 거죠. 그럼에도 교단에 선 사람들이 건축 안에 인문적 베이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학생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니까 과거보다는 많이 나아졌죠. 인문학적인 베이스를 가진 사람들이 건축을 하면 더 좋다고 생각해요.

류: 근대문학 전공자들도 건축에 관심이 많아요. 텍스트 중심이긴 하지만 근대문학에 드러난 공간성, 장소성 등이 중요한 연구대상이니까요.

전: 근대 공간 이야기를 하니까 김정동 교수님이 생각나네요. 그분이 한국문학 속의 근대공간에 관심이 많으셨어요. 현역 교수진 가운데서는 서울시립대학교 박철수 교수가 『소설 속 공간산책』 같은 책을 썼어요. 이쪽에 관심이 있으시면 이런 분들의 책을 참조하실 수 있을 거예요.
제가 2008년부터 심원문화사업회라는 후원단체에 관련이 되어 있는데, 거기서 심원건축학술상이라는 것을 만들었어요. 건축학자들의 인문학적 토양을 배양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출발한 저술후원사업이에요. 가장 최근 수상작인 『근대 부엌의 탄생과 이면』 같은 글은 주목할 만해요. 이런 것들은 공간에 어떻게 생활이 개입되는지, 건축이 도시공간에 어떤 상상력을 줄 수 있는지 관계된 것이죠. 이런 관점을 가진 글들을 뽑아서 시상을 해왔는데 그게 벌써 13년이 되었어요. 이건 꼭 건축전공자만 응모하는 것이 아니에요. 누구나 대상이 될 수 있어요. 류 교수님 후배들에게도 홍보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류: 네, 적극 홍보하겠습니다. 아무래도 근대 연구자들은 관심이 많은 분야니까요. 좋은 정보인 것 같아요. 문학 안에서 장소는 굉장히 중요한 의미가 있는데, 장소가 바뀌면서 자연스럽게 사유가 바뀔 수 있으니까요. 그런 점 때문에 문학연구자들이 자연스럽게 이 부분에 관심을 갖는 것 같아요.
이제 화제를 조금 바꿔서 인천의 이야기로 들어가겠습니다. 대표님은 서울과 인천을 오가며 활동하고 계신데, 인천의 건축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전: 인천은 현대건축의 입장에서 보았을 때는 불모지라고 할 수 있어요. 인천은 도시재생이라는 측면에서 주로 100년 전의 장소성과 건축물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어요. 그래서 중구, 개항장 이런 곳에 모든 관심이 몰려 있어요. 저는 인천 출신이니까 인천에 대한 생각을 안 가질 수 없고, 더욱이 저는 인천을 떠나본 적이 없어요. 공부는 서울에서 했지만, 인천을 떠나진 않았어요. 제가 직장 다닐 때도 아무리 멀어도 인천에서 계속 출퇴근을 했으니까요.
앞서 제가 말씀드린 ‘공간’이 한때 김수근 선생님 돌아가실 즈음에 어려워져서 경기도 파주로 이사한 적이 있어요. 그때 출퇴근 시간이 하루 5시간이었어요. 그때도 인천에서 출퇴근했어요. 당시만 해도 그 지역은 통행금지가 있었어요. 그때가 1987년 즈음이었는데 파주가 군사접경지여서 통행금지가 있었어요. 그러니까 10시가 넘으면 대중교통편이 다 끊겨서 집에 갈 생각도 못하고 야근을 하는 거죠. 그러다 보니 당시는 제가 인천을 깊게 들여다본다는 것이 어려웠죠. 주말에나 있는 곳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때 제가 만난 분이 바로 홍정선 교수님의 친구인 이영유 시인이었어요. 이분이 당시 일요신문사 기자셨어요. 그분과 만나면서 인천에 대한 얘기를 많이 했죠.
제가 인천에 대해 처음 글을 쓴 건 1994년에 『황해문화』를 통해서였죠. 그 이후로 『황해문화』랑 관계를 맺고 한 12~13년 정도 문화비평/건축 코너의 고정필자를 하게 되었죠. 그걸 계기로 인천의 건축과 도시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쓰게 되었어요. 그 이후에 제가 『공간(SPACE)』지를 나와서 1996년에 『건축인 포아』라는 잡지를 창간하게 돼요. 이때 아까 말씀드린 이영유 선배가 많이 도와줬어요. 같이 술도 마시고 동행하면서 이야기들이 많이 심화하기도 했죠. 『황해문화』에 글을 쓰면서 인천에 대해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소화하고 표현하고 싶었고, 인천의 문제를 제기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때나 지금이나 인천은 현대건축만큼은 홀대하는 도시라고 할 수 있어요. 현재 인천에 내로라할 만한 현대건축이 있느냐, 그나마 송도가 생기면서 조금 있지만 그것도 순수하게 한국의 건축가들이 에너지를 쏟아서 창의적으로 만들어낸 건축이라기보다는 뭔가 서구의 건축에 많이 기댄 것이 대부분이죠. 제가 그나마 좋아하는 곳은 송도 트리플 스트리트예요.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송도의 개발이 거의 멈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 멈춘 동네가 바로 송도 트리플 스트리트예요. 현재의 트리플 스트리트가 당시엔 사이언스 스트리트로 소개되었죠. 한동안은 기초 골조공사만 놓고 그냥 황무지였죠. 그 프로젝트를 이어받은 사람이 매스스터디스 건축사사무소의 조민석이라고 하는 건축가였어요. 이 사람이 현재 한국의 50대 건축가 중에서 가장 걸출한 분이죠. 7년 전인가에는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한국관으로 황금사자상을 타게 만든 주역이에요. 그분 말로는 이게 설거지 프로젝트라고 해요. 남이 벌려 놓은 거 말끔하게 청소해주는. 저는 이건 상업건물이지만 의미가 있다고 봐요. 사람들이 어렵지 않게 찾아와서 즐길 게 있고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그런 장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인천은 그런 장소가 거의 전무했어요. 반강제적으로 중구에 가면 있어, 개항장 가면 있어 이렇게 말하는데요. 100년 전 건물, 그나마 남아 있는 건물에 조그마한 카페들, 이런 데 가서 모든 것을 소화하라고 하면 누가 가서 소화할 수 있겠어요? 그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자산이긴 하지만 그 자산만큼 우리의 현대도 바라봐야 하는데, 인천은 현대건축의 자산이 매우 취약해요. 그런데 그 취약한 부분을 그나마 개선하고 있는 것은 서울의 건축가들 몇 사람이나 해외 건축가들이에요. 그럼, 문제가 뭘까요? 인천의 현대성을 표상할 수 있는 건축물이 없다는 것은 인천 건축계에 인재들이 없다는 거와 통하죠. 인천의 건축을 짊어지고 갈 창의적인 인재들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사실 인천에 건축과를 가진 대학이 몇 안 돼요. 종합대학도 적으니까요. 그러니까 창조적인 인물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안 되어 있어요. 게다가 여기서 배출된 친구들이 어딜 가서 경쟁을 하느냐 하면, 서울이나 외국으로 나가버려요. 인천에는 그나마도 없는 인물난에 여기서 발굴된 친구들이 이곳을 시장으로 생각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가서 경쟁을 하다 보니까 씨가 말라버리게 되는 거죠. 몇몇 뜻있는 건축인들이 그나마 인천을 자신이 경쟁할 수 있는 필드로 삼고 내려오는 거고, 그것이 극히 제한적이죠. 인천은 지금 같은 패턴으로 가면 앞으로도 10~20년 뒤에도 여전히 인물난에 허덕이면서 어떤 창의적 공간이 만들어지지도 않고 현대건축을 표상할 수 있는 그 모든 것을 서울이나 부산, 혹은 제주에 뺏길 거예요. 현재는 그래요. 현대건축의 경쟁력으로 보았을 때 인천은 한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지 못한다고 봐요.
그래서 제가 인천에서 해왔던 것 중 하나가 1998년 5월에 개최한 <건축백일장>이에요. 저도 문학 베이스가 있다 보니까 백일장이라는 말을 좀 쉽게 사용했던 것 같아요. 앞서 얘기했던 이영유 선배도 시 쓰고 연극 연출하던 분이다 보니까 내가 이런 것을 하자고 하니까 좋다 해서 시작하게 되었죠. 그때 당시 제가 『건축인 포아』를 창간하고 편집인 겸 초대 주간을 하던 때라 건축모형 집짓기 대회를 건축백일장의 형식으로 만들게 된 거예요. 지역기업의 후원을 받아서 5년 정도 진행했어요. 그런데 IMF 지나면서 『건축인 포아』의 상황이 안 좋아서 2000년에 잡지 발행권을 넘겨야 하는 입장이 되었어요. 그래서 기존에 <건축백일장>을 지원했던 인천건축사회가 주관처가 되어 연례행사를 이어받았어요. 그렇게 해서 5년 정도 하다가 이걸 다시 인천남구청(지금의 미추홀구)에 일임을 해요. 거기서 한 10년 정도를 하다가 지난해인가 그걸 다시 인천건축사회에 다시 넘겼어요. 지나와서 보니 1998년부터 지금까지 중간에 한두 회 정도를 빼고는 지속적으로 해왔어요. 그 행사가 어떻게 지속이 가능했냐면, 인천시와 인천건축사회가 공동주최하는 <인천건축문화제> 때문이에요.
1999년도에 건축문화의 해라는 것이 지정되거든요. 그래서 전국에서 건축문화라는 것을 띄워야 하는 미션이 생긴 거죠. 그때 인천에도 건축문화제가 만들어지죠. 출발은 <인천시민건축전>이었어요. 그게 그 이후에 <인천건축문화제>라는 이름으로 쭉 내려온 거죠. 그 안에서 시민과 함께 하는 건축프로그램으로 건축백일장이 자리를 잡게 된 거였죠. 건축백일장은 이후에 부산, 대구 등 전국의 여러 지자체에서 유사한 건축모형 만들기 대회내지는 살고 싶은 집 만들기 대회 등의 원형이 돼요. 제가 이렇게 건축문화제와 알게 모르게 연관이 되어 있다 보니 98년도 이후부터 직접적으로나 우회적으로나 인천 건축문화와 관련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역할을 해오게 된 거였죠. 그거에 대한 배경도 결국에 큰 것은, 인천 안에 인천의 시민들과 후학들에게 건축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이 있었거든요. 그때 당시에 처음 참여했던 친구들이 이제는 30대 중반, 그 당시 초등학생들이 어엿한 사회의 구성원이 된 거죠.
건축 분야에서 창조적인 인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이벤트성 행사만으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다른 문화예술 영역에는 게릴라가 많아요. 실제로 건축에서도 게릴라 정신으로 자기만의 창의력으로 활동하는 친구들이 많아져야 해요. 그게 많아지다 보면 현대건축도 그만큼 더 터를 견고하게 다질 수 있는 거죠. 그것이 시민들에게 전달되면 시민들도 더 나은 건축 환경에 대한 요구를 할 수 있고 그것을 향유하고 즐기면서 내가 사는 도시에 대한 품격을 높게 설정할 수가 있잖아요. 그런데 현재까지는 그게 안 되는 거죠. 이후에는 그런 것들이 좀 가능한 프로그램들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어요.

류: 그렇다면 선생님께서 생각하시는 목표를 위해 현재의 인천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실행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전: 제가 재작년부터 의도적으로 만든 프로그램이 있어요. <인천 아키텍트 5>라는 프로그램이 있어요. 이건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는 건축가들만 대상으로 매년 5명 이하에서 건축가를 발굴해서 상을 주는 거예요. 우리가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사람들은 어떤 훈장을 달아주고, 어떤 트로피를 건네주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거죠. 때로 옷이 그 사람을 바꾸게 하듯이. 그래서 제가 지금 인천에서 하는 일이 인천에서 건축 활동을 하는 이들한테 그린재킷 비슷한 옷을 입혀주는 역할을 하고자 해요. 타 분야에서 보면 아무것도 아닐 수 있지만, 현재 인천에서는 이런 것도 필요하다고 봐요. 우리가 우리를 인정하지 않는데 밖에서 누가 인정을 하겠어요. 최소한, 이 정도까지 오면 우리는 박수치고 서로 응원하자. 이런 분위기를 만들자. 이렇게 응원하는 발굴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인천을 좀 소란스럽게 만들어 보자. 그래서 언젠가는 이런 프로그램들이 더 자생적으로 늘어나길 바라는 거죠. 이건 관이 주도하는 포장된 프로그램으로는 안 되는 거죠. 그런 거 말고 개인적인 차원에서 프로그램을 엮어나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죠. 이 부분들이 앞으로 인천의 현대건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을까? 계속해서 100년 전의 시간성만 바라보는 게 너무 안타까워요. 지금 보세요. 부산 대단합니다. 제주, 더 대단하고요. 광주, 대구에도 이름 대면 알 만한 현대건축물들이 많이 서 있어요. 인천은 그나마 송도에 몇 개 있을 뿐이죠.

류: 그러고 보면 인천을 대표할 만한 현대건축이 명확하지 않은 것을 사실인 것 같아요.

전: 다들 50년 전, 100년 전에만 몰두하니까. 거기에 추억이 있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추억이 없는 사람에게는 어려운 거거든요. 그러니까 계속 어떤 스토리들을 만들어줘야 해요.

류: 그렇다면 대표님께서 지금 인천에 제안하고 싶은 스토리텔링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전: 그래서 제가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어요. 최근에 시장이 쓰던 관사 옆에 도시공사가 매입을 하여 공공자산으로 만들어서 인천시민에게 오픈한 송학동 이씨주택이 있어요. 그 건물이 김수근 선생님이 작업하신 주택 가운데 하나예요. 그게 공공에 열어놓은 건축자산의 성격으로 오픈된 건데요. 안양에 가면 김중업 건축박물관이라는 것이 있어요. 프랑스 대사관을 설계한 분이죠. 한국현대건축의 태동을 연 분으로 두 사람을 이야기하는데 바로 김중업 선생님과 김수근 선생님이에요. 김수근 선생님이 1986년에 돌아가셨는데 아직 선생님 이름으로 박물관이 없어요. 선생님이 애지중지하고 창업하고 만들어낸 건물은 지금 아라리오 스페이스로 팔렸고. 그래서 나는 인천 도시공사가 그런 건물은 과감하게 김수근 박물관을 유치하는 보다 구체적이고 큰 그림의 에너지를 내줬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도시공사가 이걸 이렇게 전향적으로 생각해 준다고 하면 돌아가신 김수근 선생님은 물론이고 그분의 제자들이 얼마나 좋아하겠어요. 지금 김수근 문화재단이 서울에 있는데 장소가 없어요. 최근 송학동 이씨주택의 설계에 얽힌 김수근의 건축이야기를 증언해준 김원석 선생님이 계신데 이분이 안타깝게도 얼마 전에 돌아가셨어요. 이분은 김수근 선생님의 오른팔로서 설계본부장을 맡았고, 이 주택의 설계 실무를 담당했던 분이셨어요. 김수근 사후 2대 공간그룹 회장이기도 하셨고요. 어쨌든 그분의 고증에 의해 그 건물이 콘텐츠를 강화했어요. 그 건물의 의미와 김수근에게 있어서 어떤 건물이고, 속성은 무엇인지 등등. 그 도면에 대해 설명을 세세하게 해준 것으로 알고 있어요.
사실 제가 이 인터뷰에 응한 이유도 이 때문이에요. 한국현대건축의 태두로 불리는 김수근 선생님의 박물관을 인천이 그 건물을 통해서라도 유치해줬으면 좋겠다. 이게 그것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사람들의 귀에 들어갔으면 좋겠어요.

류: 찾아보니 이 건물이 1977년에 설계하고 준공된 건물이네요. ‘이음1977’이라는 이름으로 건축자산 보전형 리모델링에 착수한다고 되어 있네요. 대표님 말씀대로 문화적 자산이 그 가치를 제대로 주목받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스토리텔링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음1977’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큰 이야기는 김수근 선생님 자체가 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 인천시와 도시공사가 그 스토리텔링을 놓치지 않고 좀 더 귀를 기울여 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것이 한 기점이 되어서 근대만이 아니라 인천의 현대건축까지 관심이 넓혀지는 한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군요.
긴 시간 동안 다양한 관점에서 건축과 인천의 관계를 풀어주신 점 정말 감사드립니다.

전: 감사합니다.

인터뷰 진행/글: 류수연

문학/문화평론가. 2013년 계간 『창작과비평』의 신인평론상을 수상하며 등단. 현재 인천문화재단 이사이며,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제2의 인생, 신중년이라는 옷을 입다: 송연숙 씨 인터뷰

인천문화통신3.0은 2020년 9월부터 지역 문화예술계 · 시민과 인천문화재단과의 소통을 위해 <유쾌한 소통>이라는 이름의 기획 인터뷰 자리를 마련하였다. 매달 2개의 인터뷰 기사를 통해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는 각계각층의 시민과 예술인들을 만나고 있다.

<기획 인터뷰-유쾌한 소통 2>

제2의 인생, 신중년이라는 옷을 입다송연숙 씨 인터뷰

홍봄(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신중년(新中年). 사전적 의미로는 ‘자기 자신을 가꾸고 인생을 행복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며 젊게 생활하는 중년을 이르는 말’이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지역주민들과 어울리며 제2의 즐거움을 찾고 있다는 송연숙(55·송도2동) 씨에게도 이 말이 참 잘 어울린다. 만나는 순간 긍정적인 에너지와 활기가 전해졌던 신중년 송 씨와의 만남을 기록한다.

인천 연수구 커낼워크 내 송도문화살롱에서 만난 송 씨는 ‘이 멤버! 리멤버!’를 외치며 지난해를 함께 보낸 팀원들 자랑으로 대화의 물꼬를 텄다. 그가 참여한 <신중년 인생 2막 변주곡 Song Do!> 프로그램은 연수문화재단의 2020 지역문화 생태계 구축 통합운영 사업의 일환이다. 이 사업은 신중년의 삶에 관한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을 실행함으로써 중년 세대의 ‘멋지게 나이 듦’의 의미를 환기하고, 궁극적으로 지역 내 문화자치 동력의 구성요소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은 신중년의 삶의 공간에서 펼쳐지는 일상의 소재인 ‘의상’과 ‘주거’라는 주제로 운영됐다. 송 씨는 6명의 팀원과 함께 의상분야인 ‘나는 송도스타일!’로 활동했다.
송 씨는 “처음에는 예쁜 옷을 입고 인증샷을 찍고 싶다는 생각에 참여하게 됐어요. 60대에서 40대까지 6명의 주민이 모였는데 너무 마음이 잘 맞았던 거죠. 여러 의상들을 입어보면서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금세 친숙하게 어울릴 수 있었어요. 서로 마음에 드는 옷을 바꿔 입기도 하고 선뜻 내어주기도 하면서요. 의상이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으니 말도 더 잘 통했습니다.”라고 말했다.
마음이 잘 맞는 팀원들과 나의 옷장이야기와 우리 동네 테일러가 알려주는 스타일링 팁, 화보촬영 및 룩북제작을 하는 과정은 코로나19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송 씨에게 큰 해방구가 됐다. 유일하게 마음을 놓고 이웃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셈이다. 송 씨는 “코로나 때문에 불안해서 어딜 나갈 엄두도 못 냈는데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이웃과 장소가 생긴 것”이라며 “의상에 대해 배우고 이야기를 나누며 생각의 차이를 확인하는 과정들이 인생에서 큰 활력이 됐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간은 부직포로 각자의 드레스를 만들어 보는 프로그램이었다. 도구나 실력이 훌륭하진 않았지만 각자 최선을 다해 세상에 한 벌 뿐인 나만의 옷을 만들어냈다. 아쉬운 점이라면 직접 만든 드레스를 입고 의상쇼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 멤버들은 올해 제2의 신중년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이번에는 내 지역 송도를 알리는 동영상 찍기에 도전하려 한다. 일정에 한계가 있지만, 송도의 사계절을 담는 게 멤버들의 목표다.

신중년 프로그램 외에도 인생나눔교실 <삼삼오오 복작복작 단지>의 퍼실레이터로 참여한 경험 또한 송 씨에게 의미 있는 일이었다. 삼삼오오 프로그램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다양한 구성원들이 하나의 소모임을 결정하고, 그 학습공동체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는 지난해 ‘엑사모’와 ‘볼링블링’, ‘최고박당’ 소모임에 퍼실레이터로 함께했다.
송 씨는 “송도는 100%가 아파트다 보니 이웃과 소통하기 쉽지 않아요. 인생나눔교실 프로그램은 다른 아파트 사람들끼리 모여서 우리 마을의 이야기해보자는 취지로 참여하게 됐죠. 하지만 20팀 이상 모으려 했던 계획과 달리 코로나19로 모임에 제약이 컸어요. 그래서 우회했던 게 ‘같은 취미 가진 사람들끼리 소규모로 모여보자’였어요.”라고 설명했다.
이웃들과 삼삼오오 소통하며 그는 송도문화살롱이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보다 활성화됐으면 하는 기대가 생겼다. 공간 특성상 갤러리를 운영하기 좋은 이곳에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들고, 일 년 내내 주민들로 북적이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송 씨는 “송도문화살롱이 더 많이 활용되고, 내년과 내후년에도 계속 이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구와 경제청, 상인분들이 합심하면 공간이 더욱 좋게 발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또 삼삼오오나 신중년 등 주민참여 프로그램을 할 때 최소 1회씩은 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요.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으면 지나던 사람들도 궁금해서 들어와 보지 않을까요?”라고 제안했다.

마지막으로 송 씨는 지난 1년간 신중년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얻은 귀한 경험들을 “행복했다.”는 한마디로 정리했다. 그는 “그동안 누구 엄마, 누구 와이프, 주부로 살았는데 지난 한 해는 송연숙으로 살았습니다. 신중년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이게 송연숙이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어 굉장히 행복했어요. 나이가 들었다고 집에만 계시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오시고 활기차게 사셨으면 좋겠어요. 집에만 있다가 공원이라도 나와서 움직이면 참 좋거든요. 많은 신중년분들이 밖으로 나오셔서 함께 경험하고 동참하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 행복했던 경험을 많은 주민들이 느낄 수 있기를 바라며, 지역에 보다 많은 문화프로그램들이 꽃피기를 희망했다.
송 씨는 “신중년이나 삼삼오오 같은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이 지역에 잘 정착돼서 많은 분들이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평생학습관보다는 조금 느슨한 느낌으로 신중년을 비롯한 주민들이 오가다가 편하게 들를 수 있는 문화거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어요.”라고 강조했다.

인터뷰/글 홍봄(洪봄, HongBom)

기호일보 사회부 기자




새로운 문화 담론의 시작점, 인천아트아카이브

새로운 문화 담론의 시작점, 인천아트아카이브

이탈(인천아트아카이브 총감독)

아카이브는 일차적으로 작가가 예술 활동 과정에서 생산해 낸 자료이자, 그 활동을 보조하고 체계화하기 위하여 만든 모두를 포괄하는 의미의 기록 일체(보고서, 계획서, 팸플릿, 카드, 도면, 시청각자료, 전자문서 등 모든 형태의 기록정보자료)를 말한다. 더불어 단순히 과거사 복원에 머문다거나 공간적으로 폐쇄된 장소로서의 아카이브 형식을 벗어나 유동성이 부각된 기록화 방법론들이 개발되고 있다. 객관적이고 가치중립적이며 원본의 의미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전통 방식의 아카이브와 달리, 주관이 개입하고 감응과 충동 경험으로 기록을 벗어난 다양한 현재적 증언과 증거들이 교차하는 가치 발굴의 기록보관소로서의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실제로 작가들은 생산자의 생산맥락에 한정되지 않는 다양한 맥락적 해석을 확장시키기 위하여 공식적 기록 외에 비공식적 아카이브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아카이브는 미시적이고 이질적인 텍스트들이 교차-생성하는 또 다른 예술 작업으로의 기록 보관소인 것이다.

인천문화재단의 ‘인천아트아카이브’ (http://www.inartarchive.kr)

개인 혹은 집단적 기억이 특정 사건을 통해 구축되는가하면,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기억에 의존해 특정 사건이 아카이브로 구축되기도 하는 것처럼, “과거의 기억이 반드시 과거의 기억이 되는 것은 아니다.”(마르셀 프루스트) 기억과 역사가 똑같이 과거를 재현하는 통로를 제공한다고 하더라도 기억은 언제나 과거의 신화를 해체하려는 입장과 과거를 ‘재신화화(Remythologization)’하는 태도 사이에서 긴밀한 긴장과 충동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박물관, 미술관에 ‘박물(博物)’ 된 사료(史料)를 의미해왔던 컬렉션도 동시대의 사회적 관계 속에서 새로운 공적 담론의 콘텍스트가 되어 ‘재맥락화(再脈絡化)’가 가능하다.

이부웅 작가 작업실 방문(이부웅, 김한별)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아카이브

역사적으로 한 지역에서 생산된 예술 작품을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데는 관련 아카이브의 유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아카이브는 특정 시대의 정신과 예술의 동향을 담고 있는 정신적 유산이며, 작가와 작품 관련 기록은 한 시대에서 다음 시대로 예술의 경향이 변화하는 원인과 과정을 구조적으로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집된 자료들이 생산된 지역과 관련지을 때 지역 미술사의 보다 높은 가치를 담보할 수 있다. 또한, 창작자 개인 차원에서 생산된 자료들은 적절한 시기에 수집, 보존되지 않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유실·망실되어 사라지며, 사라진 자료는 회복이 불가능하게 된다. 인천지역에서도 시각 예술에서 중요한 활동을 했던 예술가들의 작고가 이어지고 있는 현실에서 적극적인 아카이빙 실천이 시급하다 할 수 있다. 창작 주체들이 생산한 다각적인 자료들을 수집, 보존, 분류, 연구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역사의 하부를 조망하고 재창안하는 연구를 독려하는 아카이브를 통해 작가가 활동하고 있는 시기부터 체계적, 조직적 수집 및 보존이 필요하다. 창작자와 작품 중심의 아카이빙을 넘어서기 위해서 자료수집의 현황과 잠재적 정보를 가능한 포괄적으로 조사하도록 그 범위와 대상을 구체화할 필요도 있다. 아카이브 화는 기록된 양 만큼의 사건을 생산한다는 맥락과 맞닿는 이치다.

인천문화재단 기획 회의(주현수, 이생강)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아카이브

인천문화재단의 <2020 인천아트아카이브> 사업의 핵심은 지역 시각예술작가 아카이브의 디지털화이다. 문서화·시각화를 특징으로 하는 미술영역의 기록들을 디지털 플랫폼에 연결하는 것이다. 하부 저장고로서 개인들의 독립적인 온라인 아카이브까지 매칭하여 새로운 기록 보관소로서의 질서를 조성하고, 박제되지 않는 ‘유동적인 아카이브’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므로 인천아트아카이브는 아카이브의 최종 취합이 아니다. 기록 연속체적 관점에서 개인이나 사설단위의 소장자 및 연구자들의 아카이브와 연계하는 장을 마련하여 현장 예술계에 퍼져있는 자료들의 공유와 연구 네트워크를 모색하는 접근방법이다. 시공간에 묶여 종결된 아카이브가 아닌 과정적이고 재해석적 가치를 열어둔다면 전통적 이론 프레임을 넘어서 동시대 예술 아카이브 패러다임을 상호적으로 형성하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인 작가 구술채록(김경인, 김달진) ⓒ인천문화재단, 인천아트아카이브

<2020 인천아트아카이브>는 60세를 전, 후로 인천출생 출향작가, 인천으로 이주하여 최소 20년 이상 인천지역을 기반으로 활동한 작가를 대상으로 선정하였다. 재단 관계자, 지역 연구진, 인천아트아카이브 기획팀과 협의를 통해 아카이브의 이해와 자료수집의 원활성 등을 토대로 일차적으로 2020년 작가 목록을 구성하였다. 직업별 배분과 창작활동의 배경 또한 선별의 중요한 지표로 고민하였다. 교사, 교수, 학원 운영, 자영업, 전업 작가 등 창작과 생계를 위한 다양한 직업도 아카이브의 중요한 배출구라는 인식이다. 아카이브는 일반적 전시회의 구조와 다르므로, 작가들 간의 친목이나 작품 성향의 관련성, 이데올로기적 판단 등을 배제하였고, 순수하게 개별 작가의 생애주기별 아카이브 정리가 가능한 작가를 우선으로 배정하였다. 특히, 이미 진행된 혹은 진행되고 있는 아카이브 방식에서 작업실 이동 경로를 추적, 제공함으로써 여타 아카이브 방식과 변별점을 갖는다. 작가들의 생활고는 종종 작업실 문제로 이어지곤 하는데, 작품이 쌓여갈수록 보관 문제도 함께 동반되어 적지 않은 작품들이 이사 시점마다 여러 방식으로 분실, 파손, 사장되어버리곤 한다. 생계의 위기와 창작의 고충 등 삶의 질곡이 묻어있는 사연과 흔적이 뒤섞인 작업실 스토리텔링은 또 다른 기억의 저장고로서 작업실이 가지는 의미이다.

<2020년 인천아트아카이브>는 향후 진행될 아카이브의 목표와 방향설정의 이정표이다. 아카이브는 지속적인 DB의 업로드가 요구되는 사업이므로 2021년부터는 지역 연고 작고 작가와 원로작가에 이르는 방대한 영역을 치밀하고 섬세한 연구를 통해 확장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카이브는 창작자를 넘어, 지역의 인내와 헌신, 그리고 충분한 시간과 예산확보를 통해 가능할 것이지만, 무엇보다 지역 문화예술의 유산을 발굴, 보호하고 발전의 기반을 마련하는 필요조건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기획은 자료 공유를 위한 아카이브 기증을 활성화하는 계기가 되어 지역 미술사 연구의 저변을 견고히 하는 기회가 제공되리라 기대한다. 이번 인천아트아카이브에 참여한 작가들에 의해 빈번히 발언된 ‘동시대’라는 용어는 단순히 ‘지금’, ‘오늘’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미감이란 절대불변의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드러나듯이, 동시대의 해석도 저마다의 관점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인천아트아카이브가 향후 어떤 맥락으로 공공기록화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시대 공감 정서의 보다 구체적 질감을 구현하기 위해 전제되어야 할 과제이다.

이탈(李脫, Lee Tal)

이탈은 2020년까지 13회의 개인전을 가졌고, 경기대, 백석대, 인천대, 중앙대, 춘천교대 등에서 강의하였다. 타쉬켄트 비엔날레, INSIDE AFRICA, 다카르비엔날레 특별전, 창원조각비엔날레 등 여러 기획전에 참여하였다. 현재는 한국미디어아트협회 이사를 역임하며 인천 강화도에서 작업하고 있다.




코로나가 불러온 부평아트센터의 새로운 시도

코로나가 불러온 부평아트센터의 새로운 시도

임정인(부평구문화재단)

여전히 코로나19를 이야기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힘이 든다. B.C(Before COVID19)와 A.C(After COVID19)로 나눠야 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는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크고 작은 감염이 계속 이어지며 현재 4차 유행의 위험 속에서 우리는 아직도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이겠지만 문화예술 분야 또한 그 어느 시장보다 직접적인 피해를 체감하고 있다. 2020년 한 해 동안 문화예술 행사는 물론 국공립 예술극장의 운영 중단 권고라는 문화예술 산업에 전례 없는 위기 상황이 반복되었다.
그럼에도 역설적으로 문화예술만이 줄 수 있는 특별한 위로와 위안으로 그 어느 시대보다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많은 문화재단과 문화예술기관에서는 코로나19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을 선보여 왔다. 비대면의 가장 기초적인 영상화 사업들은 각 공연장들의 영상 채널 송출을 위한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회가 되었다. 문화예술과 디지털 융합의 긴밀한 연계가 이루어지기도 하고, 예술가들은 발코니 음악회와 같은 기존과는 다른 형식의 찾아가는 공연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부평구문화재단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지역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소소하게 이어가고 있다. 2020년은 부평아트센터가 개관한 지 10주년이 되는 해였다. 10살이 된 부평아트센터를 지역 주민, 관객들과 함께 기념하고 축하하고 싶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한 점이 참으로 아쉬웠다. 작년의 경우는 대면 공연 기회도 축소되었고, 모든 작품을 영상화로 대체할 수 있는 여력도 충분하지 못해 부평아트센터에서 보여 줄 수 있는 특별한 작품들을 선별하는 데 노력해왔다. 지난해 그리고 올 4월에 진행했던 특별했던 2개의 공연 사업을 소개하고자 한다.

부평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 이머시브 연극 <극장을 팝니다> (앤드씨어터, 부평아트센터 일대, 2020.9.4.~9.6.) ⓒ김봄

첫 번째 소개할 작품은 <극장을 팝니다>라는 작품이다. 앞서 언급했다시피 2020년 부평아트센터가 개관 10주년을 맞이한 해였다. 작년 부평구문화재단은 상주단체였던 앤드씨어터와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지난 10년을 기록하는 방식으로 관객 참여형 연극인 이머시브(immersive) 연극을 제작하였다. 초반에는 대면형 이머시브 연극을 준비하였으나, 코로나19로 대면 공연의 제한이 생기면서, 관객들과 출연진, 관객들과 관객들이 최소로 만나면서 참여할 수 있는 이머시브 연극의 방향으로 변경하였다. 2020년 최고의 화두인 팬데믹을 반영하여 지난 10년의 부평아트센터의 가치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모두 담아낸 <극장을 팝니다>는 공연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부평아트센터 개관 10주년 기념 이머시브 연극 <극장을 팝니다> (앤드씨어터, 부평아트센터 일대, 2020.9.4.~9.6.) ⓒ김봄

부평아트센터라는 공간감을 관객들이 직접 느낄 수 있게 시간당 5명의 소규모의 관객이 참여하되, 태블릿을 통해 공간의 연극화된 영상을 보고 들으며 공간들을 밟을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극장을 팝니다’라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팬데믹으로 인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연장을 매물로 내놓은 설정이었다. 관객들은 배우, 공연장 행정가, 무대기술스태프, 관객, 시설관리자 중 1개를 택하여 태블릿을 보면서 부동산을 소개하는 매개자 없이도 직접 공연장 곳곳을 돌아다니며 밀도 있게 공간을 체감할 수 있게 구성하였다.
무엇보다 가장 큰 성과는 팬데믹 시대에 적합한 비대면 오프라인 콘텐츠를 제작했다는 점이다. 개인당 제공받은 태블릿 PC를 통해 각자 개별의 동선을 체험함으로써 관객과 배우(또는 관객) 사이의 접촉을 최소화하면서도 영상만으로 대체할 수 없는 극장의 현장감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앤드씨어터와 함께 부평구문화재단의 공연 담당자와 무대기술 스태프들은 아이디어 회의부터 다양한 진행과정에서 거듭된 회의를 통해 작품의 방향성을 함께 만들어 갔다. 작품 시나리오 구성을 위해 시설관리자, 행정직원, 부평아트센터를 찾아주셨던 관객 등과의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은 물론 관객들도 부평아트센터의 10주년을 함께 돌아볼 수 있는 뜻깊은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체험에 참여한 관객들에게는 이 극장을 팬데믹으로 인해 팔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관객들이 주인이 되어 다시 찾아오게 될 그날을 기대하게 만들었다.

2021 부평구 법정 문화도시 지정 기념 공연 <다시, 봄> (부평구아트센터 해누리극장, 2021.4.3.) ⓒ부평구문화재단

두 번째로 소개할 공연은 올해 진행했던 <다시, 봄>이다. 2020년 코로나19를 처음 맞이하는 우리들의 자세가 가급적 공연을 취소하는 것이었다면, 올해는 ‘위드 코로나(with COVID19)’로 노선을 바꾸어 안전하게 공연을 치러내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특히 올해는 부평구가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되면서 지역 주민들에게 문화도시 부평을 알리고자 거리두기 단계가 완화된 시기인 4월 3일 소규모의 캠핑음악회를 선보였다. 코로나19로 굳게 닫혔던 공연장 문이 다시 돌아온 봄을 맞이하여 관객에게 열리고, 관객들은 무대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의미에서 공연 제목을 <다시, 봄>으로 선정했다.
타악팀인 한울소리, 팝페라그룹 일리브로, 가야금랩오드리, 로커빌리밴드 스트릿건즈, 그리고 부평구문화재단 제작공연이었던 뮤지컬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과 뮤지컬 <헛스윙밴드>에 출연한 배우들이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는데 부평구나 인천에 연고가 있는 다양한 장르의 예술인들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오랜만에 공연장으로 나들이 나오는 관객들을 위해 야외에 텐트를 설치하려 했으나 우천으로 인하여 급히 공연장으로 장소가 변경되면서 부평아트센터 해누리극장 무대에 텐트와 캠핑용 감성 조명을 설치하였다. 170팀 신청 가족 중 19팀을 선정, 단 70명만 관람한 공연으로 관객은 무대에 앉아서 빈 객석을 바라보는 특별한 경험을 마주했다. 타악 연주에서부터 뮤지컬, 팝페라, 가야금 연주 그리고 락음악에 이르기까지 약 80여분의 공연으로 답답한 일상에 지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콘서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참으로 오랜만에 가까이에서 관객들의 밝은 표정을 마주하였다. <다시, 봄> 공연은 부평구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관람할 수 있다.
소개한 두 작품은 아마 코로나19가 아니었으면 쉽게 시도해 보지 못했을 것이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헬렌 켈러의 말처럼 코로나19는 공연장에서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기회가 되기도 하였다.

아직은 코로나19의 긴 여정의 끝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18년 최초 발병하여 범세계적으로 크게 유행했던 스페인독감은 그 당시 세계 총인구 16억 명 중 대략 30분의 1에 해당하는 5천만이 사망한 최악의 바이러스 중의 하나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의 집단면역 형성과 검역 격리 및 방역의 효과로 1920년에 종식이 되었다.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현재, 코로나19로 많은 고통을 받고 있지만, 우리에게는 과거보다 훌륭한 의료 장비와 의료진, 그리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있다. 이 어둠의 끝을 향해 조금 더 참고 서로를 배려해 나가며 조만간 문화예술계도 활짝 웃을 날이 찾아오기를 기대해 본다.

임정인(林正仁, Lim Jeong In)

한국문화복지협의회, 구로문화재단, 대성디큐브아트센터를 거쳐 오랜 시간 부평구문화재단 공연사업팀(現 예술기획팀)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경영지원팀장으로 재직중이다. 문화예술교육, 문화바우처(현재의 문화나눔), 찾아가는 공연, 하우스매니저, 대관, 축제, 기획, 제작 등 공연장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업무를 경험했다. 부평구문화재단 제작 뮤지컬 <당신의 아름다운 시절>, <헛스윙밴드> 제작 PD를 맡았으며, <부평키즈페스티벌>, <오늘도 무사히 콘서트> 등을 기획하였다.




관계의 가능성 탐구: 2021 부평구문화재단 특별기획전시 《음악의 기술》

관계의 가능성 탐구2021 부평구문화재단 특별기획전시 《음악의 기술》

손세희(독립큐레이터)

5월 가정의 달을 맞이하여 부평아트센터에서 열린 특별기획전 《음악의 기술》(2021.5.4.~ 6.13.)은 가족 단위의 관객들이 흥미롭게 접근하고 직접 참여하며 감상할 수 있는 전시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대유행은 우리의 상호작용 방식, 우리가 관계를 맺는 방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했다. 우리는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대안적 혹은 새로운 방식의 상호작용을 연구하고 시도하기 시작했다. 《음악의 기술》 전시 작품들도 센서를 이용해 관람자와 작품의 비접촉식 상호작용을 만들어내고 인간과 자연, 인간과 기계의 관계, 그리고 그 사이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2021 부평구문화재단 특별기획전시 《음악의 기술》,
부평아트센터 갤러리꽃누리 및 로비, 2021.5.4.~6.13. (사진: 부평구문화재단)

갤러리 입구, 조용히 천장에 매달려 있는 붉은 리본이 관람자가 다가서자 회오리를 그린다. 최종운의 <A Storm in my mind>(2006~2021)은 눈에 보이지 않는, 깊숙이 내재해 있는 움직임, 요동침을 시각화한다. 여기서 내 마음속이란 작가의 혹은 관람자의 마음속일 수도 있고 리본의 것일 수도 있다. 폭풍이 인다면 우리 마음뿐 아니라 가만히 늘어져 있던 리본도 이렇게 펄럭일 것이다. 그 폭풍의 원인은 대자연의 혼란일 수도 있지만 한 인간의 소심한 접근일 수도 있다.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미동만 하던 리본의 격렬함을 촉발시키는 역할은 관람자의 몫이다.

최종운, <This is Orchestra>, 2018 (사진: 손세희)

최종운의 다른 작품 <This is Orchestra>(2018)에서 지휘자를 기다리는 악기들은 전통적인 악기들이 아니다. 작가는 선풍기, 양철 양동이, 의자, 그릇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들을 독특하면서도 고전 악기 못지않게 아름다운 형태의 악기로 변모시켰다. 그리고 이들의 조합을 멀리서 보면 소규모의 화려한 건축물 같다. 소리는 적외선 센서와 wifi 네트워크 시스템을 이용해 나온다. 관람자는 행동을 통해 작품의 특정 반응을 이끌어 냄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태도로 작품을 감상하도록 초대받는다. 누구나 지휘대에 서서 마치 잠자고 있는 악기들을 깨우는 마법사처럼 크게 팔을 움직여 금세 합주를 명령할 수 있다. 최종운은 일상적 사물들의 물성에 집중하며 고요해 보이는 표면 너머 존재하는 긴장감, 에너지, 소리를 해방시킨다.

한재석, <기라성 Kira-sung>, 2021 (사진: 부평구문화재단)

한재석 역시 일상에서 만나는 사물의 본성을 탐구한다. 그러나 한재석의 태도는 명상적이라기보다 기계적이며 사물의 메커니즘에 초점을 맞춘다. 그는 물리적 규칙이나 시스템을 갖춘 기계를 만들어 창작 과정에서 작가 자신의 개입을 줄인다. 이는 생성 예술(generative art)의 작업 방식이기도 한데, 한재석은 작품을 구성하는 사물들에 능동성을 부여해 작가의 창작 과정에 기여하게 한다. 여기서 작가가 중요하게 사용하는 것은 피드백 원리로, 피드백은 입력과 출력이 맞물려 끊임없는 반복을 이어간다. <기라성 Kira-sung>(2021)은 중고 스피커들과 피드백의 원리가 결합해 극적인 밤풍경을 만들어 내는 설치 작품이다. 관람객들의 발걸음, 움직임이 만들어 내는 진동이 스피커의 둥근 진동판을 울린다. 그리고 그 가운데에 꽂힌 금속 막대가 상하좌우로 움직이며 천장에 달려 있는 다른 막대와 스치며 조우한다. 막대들의 끝이 맞닿는 순간 작은 불꽃이 튀고 전류가 흐른다. 스피커는 이 전류로 작동한다. 짧은 순간의 조우가 끝나면 전류가 끊기고 스피커는 멈춘다. 작가는 완벽한 통제 대신 사물 간의 물리적 상호작용의 결과를 작업의 일부로 받아들임으로써 변수 하나가 예상 밖의 전개를 초래할 수도 있는 우연을 허락한다. <기라성 Kira-sung>에서 더 빛의 점멸을 보고 싶다면 작품의 주위를 더 자주 서성이면 된다. 아쉬운 점은 고요한 밤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빛을 상상하기에는 이 작품이 다소 어수선한 복도 한구석에 전시되었다는 것이다.

이재형, 박정민, <기계 즉흥곡 Machine Impromptu>, 2017 (사진: 부평구문화재단)

<음악의 기술> 전시장을 돌아다니면 뜻밖의 사물들을 만나는 재미가 있다. <기계 즉흥곡 Machine Impromptu>(2017)에서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물고기들이 들어 있는 커다란 수조이다. 미술 전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물건은 분명 아니다. 그러다 갑자기 연주자도 없는 피아노의 건반이 움직이며 음악이 연주된다. <기계 즉흥곡 Machine Impromptu>은 물고기의 움직임에 반응해 피아노가 자동 연주되는 작품이다. 오선이 그려진 수조 안에 음표의 머리를 닮은 검은 물고기들이 유영한다. 오선 사이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물고기들이 그려내는 악보는 카메라를 통해 스캔되어 수많은 곡을 학습한 인공지능 시스템에 보내지고 인공지능은 이를 기반으로 즉흥곡을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곡은 연동된 피아노에 전달되어 자동으로 연주된다. 관람자가 듣는 음악은 자연과 기계의 합작품인 셈. 작가는 물고기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무작위의 음들 위에 기계적으로 화음을 만드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크리스티안 폴(Christian Paul)은 그의 저명한 책 『디지털 아트』에서, 다다(Dada), 플럭서스(Fluxus), 개념미술(Conceptual art)에서 디지털 아트의 미술사적 연관성을 찾는다. 무작위와 통제 간의 상호작용, 형식적 체계와 규칙, 변주를 이용하여 시의 미학을 성취하고자 한 다다주의자들의 시작법, ‘발견된(found)’ 요소와 미리 정해진 지시문을 기반으로 했던, 존 케이지를 비롯한 플럭서스 예술가, 음악가들의 작곡에서 인터랙티브 예술(interactive art)의 실험들을 미리 엿볼 수 있음도 언급한다(Christian Paul, Digital Art, London: Thames & Hudson, 2008, 12~1) 한재석의 <기라성 Kira-sung>과 이재형, 박정민의 <기계 즉흥곡 Machine Impromptu>도 이와 같은 연장선상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손세희(孫世姬, Shon Seihee)

독립큐레이터로 비디오아트, 무빙이미지, 사운드, 컴퓨터 기반 예술, 예술과 테크놀로지의 융합에 초점을 두고 전시, 교육 프로그램 기획, 저술과 번역 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 기획한 전시로는 인천문화재단-하나금융TI 미디어아트 협력 전 《예술의 조건》(2021) 《평행 풍경》(2019), 한국 미디어아트 전 《기억하기 혹은 떠돌기》(2017, Atelier Nord ANX gallery, 오슬로)가 있다. 영국 뉴캐슬 대학에서 미술관 교육을, 요크 대학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