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담당자로 지역 안에서 지역 바라보기

현장 담당자로 지역 안에서 지역 바라보기

김새놀(연수문화원)

어린 시절 겨울이면 가족들과 썰매를 타러 가던 송도유원지가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차가 거의 없어 어머니가 운전 연습을 하던 해안도로는 송도신도시로 가는 길목이 되었다. 세월의 흐름에 많은 것들이 변화하였지만 연수구가 생길 때부터 성장하고 경험해왔던 문화적 향수를 바탕으로 그럴싸한 무언가를 해보고 싶었다. 거기에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문화예술’로 이를 풀어내고 싶다는 열망이 간절해졌다. 그러던 중 운명처럼 연수문화원 채용공고를 보게 되었고, 나를 위한 자리라고 생각했다. 6개월의 경력밖에 없던 사회 초년생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지만, 연수구에 관해 묻노라면 A부터 Z까지 꿰고 있는 이 지역 부심 하나로 6년째 그럴싸한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연수문화원 생활문화팀에 근무하면서 생활문화와 문화예술교육 관련 사업을 기획․운영하고 있기에 관내 곳곳을 찾아갔고, 다양한 지역주민을 만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의 열정과는 달리 ‘문화재단’도 ‘문화예술단체’도 아닌 ‘문화원’에서 문화사업을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마디로 애매한 지점 어딘가에 있기 때문이다. 지방문화원은 전국 230개 지역에 설립되어 있을 정도로 꽤 큰 조직이지만, 향토 및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계승해야 한다는 고유 목적이 분명하여 최신 트렌드나 이슈를 반영한 시도에는 한계점이 분명 존재하였다. 게다가 문화사업은 어느 정도 연속성과 중장기적인 계획이 중요하고 그 중심엔 재원이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재정자립도가 현저히 낮은 문화원에서는 사업 예산 확보의 어려움이 있었다. 이 얘기는 즉, 적은 예산으로 최대치의 사업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고, 이 몫은 자연스레 사업 담당자들의 책임감이자 부담감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녹록하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문화원이 던질 수 있는 승부수는 바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연수문화원은 지역 안에서 20년을 마주하며 물리적 변화뿐만 아니라 주민들의 삶의 변화까지도 담아내고자 하였다. 문턱이 낮은 문화원에 다양한 평생학습 강좌들이 개설되다 보니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문화원에서 근무하며 제일 놀라웠던 것은 주민분들이 직접 과일을 깎고 옥수수를 삶아와 사무실에 주기도 하시며, 본인의 일상을 얘기해주고 또 직원들의 안부를 되묻는 분들이 많다는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매우 소박한 일일지 모르지만,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주고받고 SNS로만 감성을 논하던 나에게 문화적 향수를 다시 마주할 수 있게끔 해주었다. 강좌나 프로그램 참가자가 아닌 지역주민으로서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자연스레 사업에 녹여낼 수 있는 근간이 되었다.

2020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사진: 연수문화원)

문화원에서 가장 애정하고 보람된 일을 꼽자면 바로 ‘문화예술교육’ 사업이다. 문화예술을 체험하고 경험하는 일, 그 과정이 사람과 지역사회에 변화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였고, ‘이곳에서 가능한 문화예술교육이 뭐가 있을까?’ 늘 고민하였다. 문화원의 접근성과 지역 안에서의 이점을 바탕으로 ‘함께’하는 문화예술교육을 바라보고 싶었다.

2016년도부터 선정되어 운영하는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꼬마작곡가 프로그램>’은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주도의 사업으로 음악을 배운 적이 없는 아이들도 자신만의 음악을 만들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현재까지 200여 명의 곡이 만들어졌으며, 이제는 지역 안에서도 꽤 입소문이 나 많은 참가자들이 기다리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그동안 만들어진 결과물들을 관내 오케스트라와 협연하여 지속해서 연주될 기회를 마련하며, 더 나은 무언가를 만들고자 노력하였다. 올해부터는 그 의미와 가치를 담아 <인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 사업으로 프로그램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한 인력을 확보함으로써 전문성을 담은 프로그램을 기획할 수 있는 <인천 현장역량강화사업>을 통하여 전문 인력이 부족한 문화원에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일 수 있었다. 그리고 인천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와의 협력 운영으로 진행되는 <인천 생애전환문화예술학교>는 50~64세 신중년을 대상으로 개설된 예술 프로그램을 통하여 인생의 전환점을 마련하고자 만들어진 사업인데, 올해는 ‘트롯’이라는 장르를 통하여 지역주민들의 눈높이를 맞추며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2020 인천 문화예술교육사 현장 역량강화사업 <트롯은 인생을 싣고> (사진: 연수문화원)

문화원에서 이렇게 문화예술교육이 잘 자리 잡은 데에는 함께하는 예술강사와 긴밀한 소통과 나눔이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행정 담당자라는 ‘위치’에 머무르지 않고 예술강사가 마주하는 ‘현장’을 함께 공유할 필요가 있었다. 참가자들의 달라지는 모습을 발견하고 고민과 생각을 나누었을 뿐만 아니라 기능 중심의 어떠한 틀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해를 받아들이고자 하였다. ‘목적’이 아닌 ‘과정’에 주목하고 ‘잘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을 경험하게 하였던 이러한 기록들이 지역 안에서 문화원이 문화예술교육을 ‘잘’할 수 있게 된 힘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역문화에 대한 경험은 인구의 수나 건물의 높이가 아닌 연수 지역 곳곳에 대한 애착과 일상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행정 담당자가 아닌 현장 담당자로서 지역주민과 예술가들을 만나며 나의 도시 ‘연수’를 위한 그럴싸한 무언가를 만들어가고 싶다.

김새놀(金새놀, Kim Sae Nol)

서울연극협회에서 근무하였고, 현재는 연수문화원 생활문화팀장으로 재직중이다. 생활문화동호회 지원사업과 문화예술교육 사업 등을 담당하고 있으며 늘 새로운 변화를 꿈꾸고 있다.




시공(時空)을 넘어 한판으로 어우러지다: 〈판소리인문학 춘향가 완청(完聽)〉

시공(時空)을 넘어 한판으로 어우러지다<판소리인문학 춘향가 완청(完聽)>

이한수(인성여자고등학교 교사)

6월 4일부터 한 달 동안 매주 금요일 저녁에 학산소극장에서 <판소리 인문학 춘향가 완청(完聽)> 공연이 진행되었다. 판소리 완창(完唱)은 전통 국악 분야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고 경지가 높은 연희 갈래라 소리꾼에게는 너무나 힘겨운 작업이다. 소리꾼뿐만 아니라 청중에게도 판소리 완청(完聽)은 사설의 이해도 만만치 않고 공연 시간이 장장 6시간에 달해 참 고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춘향가 완청’은 청중들이 보다 수월하게 완창 공연을 듣고 즐길 수 있도록 전문가 해설을 덧붙여 4회에 걸쳐 진행함으로써 소리 듣는 이들이 귀명창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판소리인문학 춘향가 완청(完聽)>, 매주 금요일 총4회 공연, 인천학산소극장, 2021.6.4.~6.25. ⓒ사단법인 우리소리

사설이 어려워 깊이 빠져들기 어려운 점이 있지만, 판소리는 미학적으로 다양한 미적 범주를 포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서양 오페라는 흉내도 내지 못할 정도로 폭넓은 음정을 구사하여 한번 빠져들면 헤어나오지 못할 정도로 압도적인 흡입력을 갖고 있다. 막힘 없는 너털웃음과 함께 부조리를 꼬집어주는 풍자미, 비극적 긴장에 빠지게 하는 비장미, 위대한 정신에 고개 숙이게 하는 숭고미 등 다양한 아름다움이 극적으로 구성되며, 한(恨)이 서린 슬픔으로 애간장이 녹는 계면조(界面調)와 장엄한 풍모에 고개가 수그러드는 우조(羽調)의 음정에 진양조, 중모리, 자진모리, 휘모리장단이 어우러져 소리꾼과 청중이 하나가 되는 우리 전통 문화의 정수(精髓)를 맛볼 수 있었다. 특히 김경아 명창의 상성(고음)은 가늘지 않고 두툼하며 하성(저음) 또한 기묘하여 음악 전문가들 사이에 명성이 자자하다. 서양 성악은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 알토로 음역을 나누어 각기 전공 영역을 나눠 맡는데 판소리 소리꾼은 이 모든 음역을 혼자 다 감당한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춘향가’를 해설해 주는 유영대 교수 (사진: 류재형)

판소리는 한민족 구비문학의 유산으로서 우리 전통문화의 위대한 가치를 실증적으로 보여준다. 극예술은 고대 희랍시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바탕으로 ‘제4의 벽’ 개념이 정립되어 무대와 객석이 분명하게 분리되어 근대에까지 이어지다가 브레히트(Bertolt Brecht, 독일의 시인·극작가)의 서사극 이론에 의해 혁파되면서 무대와 객석은 하나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 판소리 마당은 소리꾼과 청중이 한데 어우러지는 오랜 전통을 이어왔다. 서양의 전통 극예술은 작가가 극적 결정력을 독점하고 있었지만, 우리 판소리는 예로부터 1청중, 2고수, 3명창의 전통이 있어 쌍방향 소통이 가능했으며 청중을 ‘좌상객(座上客)’이라 칭했듯이 객석의 추임새가 소리꾼의 더늠(소리꾼의 독창적 창법)으로 끊임없이 재창조되었다.

명창과 좌상객이 한데 어우러지는 판소리 한마당 전통은 일개인의 창작물이 바탕이 되는 서구의 극예술 전통과는 확연히 다른 역사를 갖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소리제 전통이다. 김경아 명창의 춘향가는 ‘김세종제’를 이어받았고 심청가는 ‘강산제’를 이어받았다. 김세종제는 동편제 유파이고 강산제는 서편제 유파인데 어떻게 같이 물려받게 되었을까. 강산제는 박유전의 고향 이름에서 유래되었고 서편제의 시조이다. 서편제는 애절하고 슬픈 음조인 계면조를 특징으로 하는데 시조 박유전에 의해 계보가 탄생했으며 잘 알려진 조상현, 성우향은 이 계보에 속한다. 김경아 명창의 심청가는 강산제 유파를 계승한 것으로 서편제의 미학을 잘 살려낸 것으로 평가받는다.

김경아 명창과 홍성복 고수, 2021년 6월 25일 공연, 계면조 대목 (사진: 류재형)

김세종제는 동편제의 갈래이다. 김세종은 신재효 문하에서 소리를 배웠고 신재효는 동편제의 시조라고 할 수 있다. 서편제가 슬픈 계면조가 특징이라면 동편제는 통성으로 내는 우조가 뛰어나다. 특히 정응민의 춘향가는 음악적 감성이 탁월한 귀명창들이 매료될 만큼 극히 어려운 소리라 어전소리로 불리기도 했다. 당시 한양 궁궐에서 공연할 만큼 양반층의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사설도 고사성어나 한시 구절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양반 계층 선비들이 많이 즐겼다고 한다. 김경아 명창은 정응민의 제자 성우향에게 소리를 배워 보성소리의 계통을 이었으며 스승의 소리 사설을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어려운 한문투성이의 사설을 꼼꼼하게 분석하여 김세종제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문맥에 맞지 않는 대목은 일일이 수정하여 창본의 완성도를 높였고 주석을 세밀하게 달아 『김세종제 판소리 춘향가』, 『강산제 심청가, 유관순 열사가』 창본을 출판해서 후학들의 공부에 보탬이 되고자 했다.

김경아 명창과 고정훈 고수, 2021년 6월 18일 공연, 우조 대목 (사진: 류재형)

김경아 명창의 스승인 성우향 선생은 김세종제 계보의 김찬업, 정응민 명창의 소리를 계승한 제자이다. 정응민 명창은 서편제와 동편제를 아우른 보성소리의 창시자로 큰아버지 정재근에게 박유전제(서편제)의 심청가 적벽가 수궁가를 배웠고 김찬업에게 김세종제(동편제)의 춘향가를 배웠다. 따라서 김경아 명창은 동편제와 서편제를 아우른 보성소리의 계통을 이어받았다고 할 수 있다. 완청 공연을 감상하면서 김경아 명창의 사설에 난해한 한자어가 많아 이해가 어려워 다른 소리제 창본을 비교 감상해 보면서 우리 판소리의 유구한 전통에 대해 다시금 깊이 감동하게 되었다. 예를 들어 김경아 명창의 이별가 대목에서는 춘향이 이별의 아픔을 토로할 때조차 한자어를 써서 감정을 절제하지만 이화중선의 같은 대목에서는 목매달아 죽겠다고 발버둥을 치면서 통곡을 한다. 이 대목을 비교해 보는 것으로 우리 소리의 더늠과 소리제의 다양성을 절감하게 되었다.

“마두각(馬頭角) 허거든 오시랴오? 오두백(烏頭白) 허거든 오시랴오? 운종용(雲從龍) 풍종호(風從虎)라. 용 가는 디는 구름가고, 범이 가는 디는 바람이 가니, 금일송군(今日送君) 임 가신 곳 백년소첩(百年小妾) 나도 가지.” (김경아, 『김세종제 춘향가』 창본)

“도련님은 올라가면 나는 남원 땅으 뚝 떨어져서 뉘를 믿고 사잔 말이오? 저 건네 늘어진 양류(楊柳) 깁수건을 풀어내야 한 끝은 나무 끝끝터리 매고 또 한 끝은 내 목으 짬매야 디령디령 뚝 떨어져 나를 쥑이고 가시면 갔지 살려두고는 못 가리다.” (이화중선, 『춘향가』 창본)

이번 완청 공연을 통해 우리 전통문화의 위대한 미학에 절감하게 해 준 분들께 다시 한번 머리 숙여 감사한다. 바이러스 전염병으로 어려운 이 시기에 매회 객석을 가득 메운 귀명창들의 열정은 완청(完聽) 공연 취지에 걸맞았고 어려운 옛말 때문에 잘 알아들을 수 없었던 사설 어려운 대목이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해설해 준 유영대 교수님, 명창의 소리에 잘 어울리는 장단으로 귀명창의 기운을 돋워준 홍석복, 고정훈 고수님들께 큰 은혜를 입었다. 신명 나는 추임새로 소리판을 완성시킨, 우리 소리의 전통을 이어줄 후학들께서 우리 소리판의 진미(眞美)임을 거듭 되새기게 된다.

이한수(李漢壽, Lee hansu)

고려대학교 사범대 국어교육과 졸업, 인천 인성여자고등학교 교사
교재 『최소한의 동양고전』, 시집 『경계의 미학』 출판
(사)우리소리 이사, (사)인천교육연구소 이사
참고: 이한수의 공감 스토리텔링 블로그 https://blog.daum.net/2hansu




곁에 있다는 것, 곁을 만들어 간다는 것: 김중미, 『곁에 있다는 것』(창비, 2021)

곁에 있다는 것, 곁을 만들어 간다는 것김중미, 『곁에 있다는 것』(창비, 2021)

강수환(문학평론가)

김중미, 『곁에 있다는 것』(창비, 2021)

‘곁에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언젠가 대학의 한 강의에서 ‘학벌주의’를 주제로 학생들 간의 토론을 진행한 적이 있다. 초반에는 제법 열띤 토론이 오갔다. 하지만 미리 준비한 말이 모두 소진되자 학벌주의 반대를 표방했던 학생들의 말은 점차 줄기 시작했고 토론의 무게추는 한쪽으로 급히 기울었다. 보아하니 토론의 구색을 갖추려고 형식상의 반대 의견을 준비했던 것이었다. 그 자리의 학생 다수는 수능성적을 필두로 대학을 서열화하고 그에 따라 기회나 사회적 자원을 차등적으로 분배하는 일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이유는 간단하다. 시험을 잘 봤으니까, 그만큼 노력한 거니까. 교육 기회의 불평등부터 채용 시의 차별 문제까지, 사안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도록 여러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은 학벌주의의 문제점을 모르지 않았다. 다만, 시험 이외에 ‘공정’을 담보하는 방안들에 심정적으로 공감할 수 없을 뿐이었다. 마침 그 학생들은 2016년에서 2017년까지 이어진 촛불의 현장에 청소년으로서 참여한 경험을 공유했다. 김중미의 『곁에 있다는 것』의 주인공 지우, 강, 여울처럼.

* * *

소설 『곁에 있다는 것』은 인천 ‘은강동’에서 자란 세 명의 청소년 지우, 강, 여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은강은 작가의 전작 『괭이부리말 아이들』의 배경이기도 했던 동인천과 만석 일대를 배경으로 삼는 가상의 지명으로, 그 명칭은 잘 알려져 있다시피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1978)으로부터 빌린 것이다. 두 작품 사이에는 무려 40여 년의 시차가 존재한다. 적지 않은 시간이 흘렀으나 작가는 은강이라는 지명을 통해 분명하게 말하고 있었다. 우리는 여전히 그 시절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충분히 받아안지 못했다고, 그러므로 우리는 여전히 은강에 관해 그리고 그 안에서의 삶과 죽음에 관해 더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고3이 된 지우, 강, 여울은 어려서부터 함께 지내온 ‘배꼽 친구’로 그들의 처지는 조금씩 다르다. 지우의 꿈은 소설을 쓰는 것이다. 은강방직 해고 노동자로 일생을 투쟁해 온 이모할머니와 시민운동가인 부모 곁에서 자란 지우는, 자신이 보고 들은 ‘가난의 생태계’를 틈틈이 기록했다. “가난은 낮은 데로 고여.”(226쪽)라는 지우의 말처럼 은강에는 이미 가난한 자들뿐 아니라 새로운 얼굴을 한 가난들이 날마다 흘러들었다. 독거노인, 발달장애인, 국제가정, 이주노동자, 보호 종료 아동 등등, 이들은 모두 지우의 빌라에 거주하는 이웃이기도 하다. 조명되지 않는 이들의 삶에 목소리와 서사를 부여하기 위해서, 지우는 소설을 쓴다.

외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강이는 쉴새 없이 일한다. 왕래조차 없는 외삼촌의 존재를 이유로 기초 생활 수급권이 박탈되었기 때문이다. 살기 위해 치킨을 튀기지만 강이의 속은 늘 헛헛하다. 강이의 마음에는 깊게 팬 자리가 하나 있다. ‘조손 가정’이니 ‘결손 가정’이니, 어려서부터 오래도록 강이의 마음 안팎을 괴롭혀 온 결핍과 상실의 깊이만큼, 딱 그만큼의 우물이 하나 있다. 하나 도무지 메울 수 없으리라 생각했던 강이의 마음의 우물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어난다. 이는 강이가 “나보다 가난한 아이들을 돕고 싶다.”던 어머니의 “소박한 꿈”(174쪽)을 잇겠다는 꿈을 새롭게 꾸면서부터다.

여울이의 꿈은 겉보기에는 특별하지 않다. “단지 평범한 사람, 딱 중간쯤으로 사는 게 목표다.”(231쪽) 은강동을 벗어나 평범하게 살기 위해 여울이는 끊임없이 공부한다. 하지만 겨우 한 차례 전교 1등에서 2등으로 내려앉았을 뿐인데 여울이보다 주위에서 더 난리인 것을 보면 여울이가 기울이는 노력은 결코 평범하지도, 딱 중간쯤도 아니다. 도대체 평범하다는 것은 무엇일까. 가난은 일면 절대적인 것이다. 그래서 강이네처럼 서류를 통해 충분히 증명하지 못한 가난은 가난으로 인정조차 받을 수 없다. 하지만 가난은 상대적인 것이기도 하다. 모든 가난은 낮은 데로 고이므로, 자신이 바라보는 곳과 서 있는 곳 사이의 낙차만큼 우리는 가난을 느낀다. 여울이가 자신의 아파트 이름을 가난의 징표로 여기고 부끄러워한 것은 그 때문이다.

그러므로 은강이라는 가난의 토양만으로는 그들의 연대를 온전히 설명할 수 없다. 생활고에 시달리는 강이네조차 보육원에서 자란 정민의 눈에는 자신의 처지를 이해할 수 없는 “가정집 애”(125쪽)에 불과했듯이, 가난은 오히려 서로를 상대화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단지 공통의 조건을 공유하는 것을 넘어, 공동의 목표를 창출하는 데에 있다. 소설의 마지막은 ‘우리의 이야기’다. 이들은 은강동 주민들의 가난한 삶을 ‘관광 자원화’하겠다는 구청의 행정을 저지하기 위해 힘을 합친다. 가난한 사람들의 터전을 허물고 파괴함으로써 ‘가난한 사람들의 생태계’를 무너뜨렸던 이들은, 이제 그들의 삶을 ‘체험’의 일부로 오락화함으로써 망가뜨리려 한다. 이러한 폭력에 맞서 자신들의 존엄과 생태계를 지켜내겠다는 공동의 의지, 그것이 서로 다른 꿈을 꾸던 주인공들이 한자리에 모여 ‘우리의 이야기’를 말할 수 있도록 만든 원동력이었다.

은강 주민과의 연대를 통해 ‘쪽방 체험관’을 막아낸 이들은 소설의 끝에서, 수많은 곁이 모여 촛불을 밝히던 광화문으로 향한다. ‘곁에 있다는 것’은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은강을 지금 이곳에 호출한 김중미는 한동안 우리에게 잊혔던, 하지만 그간 조금도 해소되지 않았던 질문을 새삼 던지고 있다. 가난이란 무엇인가. 더 나아가 가난의 상대화를 넘어서, 진정으로 서로의 곁에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이며, 우리는 어떻게 공동의 곁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 그의 질문이 웅숭깊은 것은 오랜 시간 여러 세대를 거쳐 이어지는 가난한 이들의 애틋한 삶의 증언들을 차곡차곡 담고 있는 까닭이다.

* * *

지금쯤 지우, 강, 여울은 20대 중반에 가까워졌을 것이다. 다시, 서두에서 언급했던 학생들의 모습을 떠올린다. 이들은 아마도 특히 여울이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을 것이다. ‘공정’을 말하는 이들의 생각을 향해 어른들은 이기주의니, 경쟁주의니 하는 말로 쉽게 꾸짖는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현장에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며 더 나은 사회를 요구했던 그곳에도 그들은 지우, 강, 여울의 모습으로 자리했다. 지금은 어떨까. 혹시 공정이 지금의 젊은 세대를 대표하는 말처럼 떠오른 이유는, 오히려 우리 사회가 새롭게 ‘곁’을 창안하는 것에 실패하고 있다는 방증은 아닐까. 우리가 ‘곁에 있다는 것’의 의미를 새롭게 물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강수환(姜受芄 Kang, Soohwan)

아동문학평론가, 문화연구자. xysnp@hotmail.com




『나빌레라』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만화 함께 읽기
만화에는 재미와 감동이 있습니다. 만화에는 이 시대가 생각해야 할 가치, 우리 사회의 욕망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만화 함께 읽기’에서는 ‘문화예술을 소재로 한 만화’나 ‘문화 현장의 쟁점을 다룬 만화’를 소개합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잠깐 시간을 내어 만화를 읽으며 삶의 여유를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나빌레라』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

최기현(인천문화재단)

최근 웹툰의 IP 확장이 대세다. IP는 ‘Intellectual Property’의 약자로, 콘텐츠 중심의 지식재산을 뜻한다. 경쟁력 있는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나 게임, 드라마 등은 ‘슈퍼 IP’로 주목받으며 다양한 매체로 확장 중이다. <미생>, <이태원 클라쓰>, <스위트홈>, <경이로운 소문>, <여신강림> 등 웹툰 원작 드라마가 넷플릭스와 같은 OTT1) 플랫폼이나 TV를 통해 꾸준히 만들어지고 있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그중 발레를 소재로 한 웹툰 『나빌레라』는 드라마, 뮤지컬로 제작되어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HUN(글), 지민(그림), 『나빌레라』 1~5권 (2017, 위즈덤하우스) 드라마 <나빌레라>, 12부작, 2021 (출처: tvN) 뮤지컬 <나빌레라>, 예술의전당 토월극장, 2021 (출처: 예술의전당)

『나빌레라』(HUN/지민, 다음웹툰)는 70세의 노인 심덕출과 23세의 발레리노 이채록이 함께 발레를 하며 겪는 성장 드라마다. 덕출은 친구의 죽음을 계기로, 어릴 적부터 마음 한 켠에 담아온 발레를 하겠다고 가족들에게 선언한다. 예상대로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 일흔이라는 나이 탓에 몸도 생각만큼 따라주지 않는다. 젊은 무용수 채록은 타고난 재능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발레리노가 되고 싶은 꿈 앞에서 방황한다. 우여곡절 끝에 채록은 덕출이 발레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치고, 덕출은 채록의 매니저가 되어 채록이 꿈을 잃지 않도록 서로 돕는다. 덕출과 채록은 한계를 극복하고 자신들의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서사구조를 가진 작품이 흔히 비판받는 경우는 결말이 예상되는 뻔한 이야기를 전개할 때다. 비판을 받으면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작품에 많이 쓰이는 이유는 그만큼 ‘사람들에게 먹히기’ 때문이다. 『나빌레라』의 도입부를 읽으면 이야기의 결말이 충분히 예상된다. 대략 발레에 대한 열정으로 어려움을 이겨내 마침내 꿈을 성취한다는 것이다. 노인이 발레에 도전하는 모티브는 참신하지만 전개하는 서사 구조는 다른 작품과 비교해 그리 특별하지 않다. 특별하지 않은 『나빌레라』가 많은 사람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이 작품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HUN(글), 지민(그림), 『나빌레라』 (출처: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LikeButterfly)

그것은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한계와 관련이 있다. 덕출과 채록이 꿈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겪는 한계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물리적인 한계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적인 한계다. 덕출은 일흔의 노인이다. 발레를 하기에 유연성도 떨어지고 체력도 부족하다. 다치면 회복도 쉽지 않다. 발레를 하고 싶다는 열정으로 담배도 끊고 운동도 꾸준히 하면서 몸을 만들지만 육체적인 한계는 어쩔 수 없다. 반면 채록은 젊기 때문에 유연성도 좋고 체력도 좋다. 그러나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면 경제적인 어려움은 해결되지 않는다. 두 사람 모두 물리적인 한계를 극복하려고 노력하지만 쉽지 않다.

다른 하나는 정신적인 한계다. 『나빌레라』는 우리 사회의 편견을 작품 곳곳에서 재현했다. 덕출이 발레를 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가족들은 극구 반대한다. ‘남자’이자 ‘노인’이 발레를 하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말이다. 언뜻 보면 맞는 말이다. 그런데 할아버지는 정말 할 수 없을까? 쉽게 단정 지은 편견이다. 가족들은 ‘동네 사람들 보기에 부끄러우니 운동을 하고 싶으면 발레 대신 등산이나 에어로빅을 하시라’는 반응을 보인다. 덕출의 자아실현보다 사회적 체면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덕출이 발레를 배우겠다고 처음 발레단에 갔을 때 ‘노인이 발레를 할 수 있겠느냐’는 말을 듣는다. 발레가 격한 몸짓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노인은 발레를 할 수 없다’는 편견이 작동한다. 또 다른 장면인 김흥식 발레스쿨에서 덕출은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보고 ‘장애인이 어떻게 발레를 할 수 있을까?’생각한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은 그 편견을 깨고 멋지게 카발리캠프(병사들의 휴식)를 보여준다. ‘마음만 먹으면 발레리노가 될 수 있지만, 경제적 여건 때문에 성공하기 어렵다’는 채록의 생각도 역시 앞의 예와 다르지 않다.

HUN(글), 지민(그림), 『나빌레라』 (출처: http://webtoon.daum.net/webtoon/view/LikeButterfly)

『나빌레라』에는 두 개의 클리셰2)가 결합되어 있다. ‘뻔한’ 이야기, 그리고 작품에 재현된 ‘한계와 편견’이다. 결합된 두 개의 클리셰는 일종의 커다란 벽이다. 주인공들은 이 벽을 뛰어넘어야 꿈을 성취할 수 있다. ‘뻔한’ 이야기와 ‘한계와 편견’은 독자에게 아주 친숙하기 때문에 독자 자신이 현실에서 느끼는 어려움과 동일시된다. 노인의 육체적 한계, 사회적 체면, 불필요한 존재라고 생각하는 등의 편견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노인들이 실제로 현실에서 느끼는 불편함이다. 덕출이 『나빌레라』에서 겪는 불편함은 독자에게 그대로 투영된다. 채록이 겪는 어려움은 청년 독자에게 이입된다. 열심히 살아도 여전히 그대로인 자신의 모습, 취업도 힘들고 결혼도 힘든 이 시대의 어려움은 채록이 느끼는 어려움과 맞닿아있다.

클리셰로 결합된 벽을 앞에 두고 주인공들은 이제 독자와 연결되었다. 주인공들이 벽을 깨는 행위는 독자가 벽을 깨는 것과 마찬가지다. 클리셰의 벽이 높으면 높을수록, 단단하면 단단할수록 한계를 극복했을 때 사이다는 그만큼 커진다. 감동도 그만큼 커진다.

‘이쇼라스’는 러시아어로 ‘한 번 더’라는 뜻이다. 러시아 무용수 미하엘이 채록을 개인지도 할 때, 채록이 포기하려는 순간마다 “이쇼라스!”를 외치며 채록을 독려한다. 『나빌레라』에서 주인공들은 자신들이 맞닥뜨린 한계를 깨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또 연습한다. 실패해도 다시 일어선다. 그리고 실패할 때마다 이렇게 외친다. “이쇼라스!”

『나빌레라』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한 노인의 발레 도전기는 더 이상 익숙하고 ‘뻔한’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의 이야기다. 『나빌레라』는 현실에 좌절하지 말고, 희망을 가지고 다시 한번 도전하라고 우리를 격려한다. 어떻게? “이쇼라스!”라고. 『나빌레라』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이유다.

참고

1) OTT(Over the top): 인터넷으로 각종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가리킨다. 넷플릭스, 티빙, 왓챠 등이 있다.

2) 클리셰는 활자 인쇄의 연판(鉛版)을 가리키는 프랑스어로 고정관념 또는 진부하거나 틀에 박힌 생각 등을 가리킨다.

최기현(崔基鉉, Daniel Choi)

인천문화재단 전략기획팀 과장. 만화평론가. 문화예술과 만화에 담긴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재미있는 웹툰이나 공연, 전시를 추천해주신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DANIEL7@ifac.or.kr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소개: 박경진, 박관택, 박성준

인천아트플랫폼 입주 예술가 소개
인천아트플랫폼은 국내외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을 공모로 선발하여, 창작 공간을 지원하고 입주 예술가의 연구와 창작 역량 강화를 목표로 한 비평 및 연구 프로그램, 창·제작 프로젝트 발표 등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2021년 인천아트플랫폼 12기 입주 예술가를 소개합니다.

■ 박경진 PARK Kyungjin

박경진은 그리기라는 행위가 연결된, 생업과 작업 사이에 놓여 있는 작가의 실존(생존)에 대한 시선으로 시작하여 생업의 현장인 세트장의 풍경을 형상과 배경, 노동과 유희, 일과 작품 사이로 접근하여 회화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평면회화에서 확장되어 입체적인 비정형의 공간을 만들고, 각종 물질과 오브제를 이용하여 회화성이 짙은 공간회화실험을 하고 있다. 이 실험을 통해 세트장의 현장 모습을 전유하며, 회화에 대한 연구와 함께 “감각의 상상력”의 확장을 꾀하고 있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생업으로서의 그리기라는 행위와 작업 사이에 놓여있는 작가의 실존(생존)의 모습을 담아내고 있다. 작업 초기에는 작업실과 뮤직비디오 세트장이라는 두 공간에서 변화하는 나의 역할에 주목했다. 분명히 다른 두 공간 사이에서, 그 다름에 맞추어 변화하며 갈등하는 나에 대한 여러 질문들을 던졌다. 작업이 진행됨에 따라 개인의 질문은 세트장이 띠는 성질의 발견으로 확장되었고, 두 공간에서의 작업을 구분 짓기보다는 발견한 성질들을 회화 작업에 반영하여 충돌과 접목을 통해 교집합을 찾아왔다.
생존을 갈망하는 나에게 세트장은 생업과 작업 그리고 그림 그리기라는 행위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다. 세트장이 진짜처럼 보이기 위한 충실한 재현이라면, 회화 작업에서는 대상의 재현적 묘사를 지양하고, 회화의 조형 실험 및 확장성에 더 집중하여 이미지에 대한 감각과 경험에서 비롯한 정서들을 캔버스 위에 그려오고 있다. 최근에는 세트장에서 얻은 미적 경험을 토대로, ‘감각의 상상력’을 키워나가고자 지속적인 회화실험을 시도하고 있다.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2016년 중앙미술대전 선정작가 전시에서 선보였던 <현장> 작업이 기억에 남는다. 세트장 작업의 초기 모델이자 기존의 작업방식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던 작업이었다. 기존 회화작업들은 평면성을 강조하고자 물감에 보조제를 많이 사용하여 매끄럽고 젖어있는 붓질이 잦았고, 공간의 깊이감을 의도적으로 배제했었다. <현장> 작업을 진행하면서, 세트장이라는 거대한 공간의 풍경을 집중적으로 관찰했고, 깊이감을 전달하기 위해 고전 회화의 방식들을 차용하기 시작했다. 깊이감과 현장감을 전달하려 노력했지만 돌이켜보면 초기작답게 신나게 실패한 작업이었다. 세트장이라는 공간은 돈을 벌기 위한 공간에서 작업의 소스를 찾는 공간으로 변화했고, 그 변화는 회화 작업에서 자유를 찾아가는 방향을 알려주는 계기가 되었다.

<현장> 작업 진행 과정, 캔버스에 유채, 388x650cm, 2017 <현장> 설치 전경, 캔버스에 유채, 388x650cm, 2017

나는 다양한 회화실험을 통해 ‘감각의 상상력’을 키워나가고자 한다. 《현장》(인사미술공간, 서울, 2016), 《색, 뒤》(갤러리 조선, 서울, 2019), 《색, 공간》(인디프레스 갤러리, 서울, 2020)이라는 제목의 개인전들을 선보여 왔다. 앞으로 《색, 빛》이라는 제목의 전시를 통해 ‘색’과 ‘빛’에 대한 연구들로 이루어진 작품들을 만들어갈 계획이다.

작가정보: instgram.com/art_pkj

■ 박관택 PARK Kwantaeck

박관택은 동시대를 살아가며 발견한 여러 현상들을 관객의 신체 경험으로 치환하는 작업에 집중한다. 비가시적이지만 포착 가능한 인과성을 지닌 사회 현상들과 이를 둘러싼 정돈되지 않은 심리와 태도에 관심이 있다. 오감의 일부를 통제하거나, 확장을 유도하는 조형 언어를 활용하여 특정 이슈에 대해 무관심한 이에게도 유효할 수 있는 경험적 구조를 생성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동시대를 살아가며 발견한 여러 현상들을 시각예술의 범주로 치환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미술의 영역 안에서 해석(읽기)과 같은 언어적인 영역과 감각(느끼기)과 같은 비언어적인 영역의 경계를 허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이를 통해 우리가 동시대에 당면하고 있는 여러 사회적 파편들을 재현하거나 언급하는 수준을 넘어, 시각예술 안에서만 구현될 수 있는 관객의 경험적 구조를 만들어내고자 한다. 개인전 《여백 Spinoff from the facts》(인사미술공간, 서울, 2019)에서는 UV 손전등에 의해서만 볼 수 있는 투명 잉크를 활용한 공간 드로잉을 진행하여, 관객의 동선과 움직임에 따라 흩어진 시각 정보가 드러나도록 했다. 같은 해 이어진 개인전 《버퍼링》(소마미술관, 서울, 2019)에서는 이미지 지지체 중 하나인 종이의 물성을 변화 시켜, 그 위에 그려진 드로잉이 유기적으로 움직이는 아날로그 방식의 무빙이미지를 만들어 선보였다.

<어제모레>, 퍼포먼스, 축광종이, 노광기, 집게, 줄, OHP 필름, 2020 <어제모레> 전시전경, 경기도미술관, 안산, 2020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가장 최근에 있었던 개인전 《어제모레》(경기도미술관, 안산, 2020)를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다. 《어제모레》는 2020년 전후를 미래로 보았던 1980~90년대 SF 영화를 소재로 구성한 라이브 이미지프린팅 퍼포먼스이다. 어두운 공간에서 한시적으로 빛을 발하다 사라지는 특징을 가진 축광(蓄光) 종이를 사용하여, 1인의 퍼포머가 이미지를 담아내는 과정을 보여주었고, 관람객들은 자유롭게 출입하며 활보할 수 있는 형식의 전시였다. 유년 시절, 처음으로 미래에 대한 관념을 갖게 했던 과거의 미래공상과학 영화들이 상상하던 미래의 시간은 이미 현재, 혹은 가까운 과거가 되었다. 이러한 충돌하는 시간성과 그로 인해 편안한 추억으로만 바라볼 수 없는 기묘한 노스탤지어(nostalgia)가 나를 이 작업으로 이끌었다.
나는 작업에 대한 장기적 계획을 미리 세우기보다는 그때의 상황에 집중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최근에는 시각예술의 근간이자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양적 과잉을 겪고 있는 이미지의 여러 층위에 대해 연구 중이다. 나는 이미지의 물성, 행간, 함의, 상황, 시간, 심리 등 다차원적이고 다각도의 접근을 통해 전시라는 물리적 환경에서 이미지가 관람자에게 어떻게 인식되고 감각되는지 실험하고 있다. 작년 《어제모레》 전시 준비 과정에서 겪은 팬데믹으로 인한 변칙적인 경험을 통해 시각 예술이 지닌 물질적 가능성과 관객의 체험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고민하게 되었다. 이러한 요즘의 고민과 관심사를 기반으로 디지털, 언택트 시대에 변화하는 전시 형태와 그러한 변화 속에서도 유효한 물질적 경험 그리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시공간의 층위를 연구하고 실험해볼 생각이다.

작가정보: www.kwantaeck.com/

■ 박성준 PARK Seong Jun

박성준은 영화/영상, 인터랙티브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의 작업을 통해 인간의 관념과 실재 사이의 부조리를 탐구해왔다. 영상언어를 해체하거나 조합해 제시하는, 실재와 다른 혼돈과 괴리의 공간은 마치 세트장과 같은 모습으로 표현/재현되고, 공간에 덧붙여진 이야기는 인간의 욕망과 불안의 갈등을 드러낸다.

Q. 전반적인 작품 설명 및 제작과정에 관해 설명해 달라.

A. 나는 영화/영상으로부터 출발하여 인터랙티브 설치, 미디어 퍼포먼스 등의 각기 다른 매체들을 이용하면서 인간의 욕망과 불안에 대한 갈등을 영화적 내러티브로 삼아 실제의 물리적 공간에 드러내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욕망과 불안의 갈등’이라는 작업의 테마는 내가 오래전부터 느껴온 인간의 모순과 부조리들이 작업에 끼어들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결과물이다.
나의 작업은 영화와 같이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의 제작과정을 따른다. 다만 내게 프로덕션은 내가 직접 관람자처럼 작품과 공간 사이를 배회하며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며, 포스트 프로덕션은 관람자와 작품이 상호작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대부분의 작업을 하나의 영화로 상정하며, 작품을 통해 관람자들이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한 것과 같은 인상을 받기를 바란다.

<MONTAGE II>, 인터랙티브 설치, 키네틱 센서, 스피커, 가변크기, 2016 <MONTAGE III>, 인터랙티브 설치, 키네틱 센서, 무선 헤드폰, 가변크기, 2017

Q.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작 또는 전시와 앞으로의 작업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A. 나의 대표작으로는 <MONTAGE> 시리즈를 꼽을 수 있겠다. 이 작업은 우리 사회에서 광기와 공포 그리고 정신 분열로 대변되는 미디어와 자본주의 시스템에 관한 담론을 다룬다. 자본주의에 의해 물화된 인간들, 미치지 않고서는 버틸 수 없는 사람들 그리고 자신이 미친 줄도 모르고 사는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영화에서나 볼 법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나는 영상으로 대표되는 가상과 실재의 혼재 속에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우리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작업의 상당수는 마치 영화 같지만 실재하는 사건과 철학적 갈등을 모티브로 삼는데, 예를 들어 내가 뉴스에서 불편한 인간의 모습을 보고, 인간에 대한 연민을 느끼는 순간이 작업의 시작점이 되곤 한다.
향후 몇 년간은 최근까지 해오던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변화가 있다면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앞으로 많은 관람자들이 ‘재미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작품을 만들고 싶다.

작가정보: parkjun.net/

* 작가에게 제공 받은 인터뷰 글을 바탕으로 인천아트플랫폼에서 작성된 글입니다.




시인 유계영

이름: 유계영 (庾桂瑛, Yu Gyeyoung)

출생: 1985. 8. 15.

분야: 문학(시)

인천과의 관계: 인천 출생

작가정보: ygy815@hanmail.net
               인스타그램 @ygy815

<작가의 대표이력>
2010 월간 『현대문학』 신인추천을 통해 작품 활동 시작
2015 시집 『온갖 것들의 낮』, 민음사
2018 시집 『이제는 순수를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현대문학
2019 《The body is used for life, and the life is engraved on the body》, 코스모40, 인천
2019 시집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문학동네
2021 시집 『지금부터는 나의 입장』, 아침달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작품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유계영,『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문학동네, 2019 (사진: 유계영)

가장 최근에 쓴 시가 대표 시 아닐까. 새로 한 편 쓸 때마다 나는 다른 상태가 된다. 내가 나 아닌 게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전 나와는 다른 내가 된다고, 이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대표 작품을 스스로 갱신하지 못한다면 안타까운 작가일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나의 시 세계를 갱신하는 일에 늘 성공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마음이 그러하다는 것. 계속 나아가고 변화하고 그래야만 하기 때문에, 오늘 쓴 시가 나의 대표작이라고 생각해야만 안심할 수 있다. <인천문화통신 3.0>에 이 질문에 관련한 사진을 필수적으로 제출해야 한다는 것이 좀 난감하다. 문학 작품은 사진으로 찍었을 때 모양새가 좋은 장르가 아니다. (SNS에 올리려고 책 표지만 찍고 빈손으로 서점을 빠져나가는 사람들을 모르지 않지만) 휘갈겨 쓴 노트나 꼬질꼬질한 A4 용지를 사진 찍어 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니. 가장 최근에 펴낸 시집 표지 사진을 보내는 이유가 이러하다.

2. 작품 관련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나는 서커스단의 곡예사가 저글링 하듯이 언어를 던지고 받고 문장을 띄웠다 밀쳤다 하면서 쓴다. 서정적인 메시지나 시적 정황, 소재 같은 것에 기대지 않고, 인간의 의미를 최대한 의심하면서, 언어가 스스로 움직이도록 쓴다. 때때로 불현듯 떠오른 문장으로부터 (튀어나온 못에 코가 걸린 스웨터처럼) 다른 문장들이 줄줄 쏟아질 때도 있다. (정말 아주 가끔이다.)
프랑스 시인 외젠 기유빅(Eugene Guillevic)의 시집을 읽다가 완전히 사로잡힌 적이 있다. 외부와 완벽하게 차단된 질문의 방에 나를 밀어 넣은 이 짧은 시의 전문은 다음과 같다.
“만약 언젠가/ 돌 하나가 너에게 미소 짓는 것을 본다면,/그것을 알리러 가겠니?“
나는 이 질문이 너무나 좋았다. 이 질문에 다 있었다. 사물과 나 사이 비밀이 발생하는 순간이 있었고, 그것을 알렸을 때(표현했을 때) 받게 될 세간의 천치 취급이 있었다. 또 문학적 언어가 발화되는 순간의 팽팽한 결심이 있었다. 이 질문은 나에게 이렇게 묻는 것 같았다. 너는 어떤 시를 쓸 거지?
지하철을 타고 일하러 가다가 문득 3년 전에 읽은 기유빅의 질문에 대답하고 싶었다. 대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선 자리에서 20분 만에 대답의 시를 썼다. 나는 이것으로 질문의 방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을까. 아니다, 이제 그 질문의 방이 나의 집과 다름없다.

3. 어떤 시인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나에 대한 평가야말로 내 소관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욕심을 내보자면 웃기다는 말을 듣고 싶다. 질문이 이게 아닌 건 아는데, 너무 어려운 질문이다. 사적인 친분 관계에서도, 심지어 시에서도, 웃기고 싶다. (울리거나 때리는 시가 있는데, 그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다. 웃기는 것도 재능 없기는 마찬가지이지만.) 겸연쩍기 때문에 우회하고 있음을 인정하며 이실직고 하자면, 나는 예술의 본질이 재미와 환기라고 생각한다. 그걸 잘 하고 싶다.

4. 앞으로의 작품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올해에는 첫 산문집이 나온다. 어쩌다 산문 청탁이 들어오면, 도대체 왜 시인에게 산문을 쓰라는 거냐며 나는 쉴새없이 투덜거리는 사람이다. 마감이 지나도록 쓰기 싫어 이를 박박 가는 사람이다. 그러면서도 알아주는 미문가이고 싶어 한다. 누구보다 감각적으로 풍부하며, 개성적 사유가 빛나는 아름다운 문장을 쓰고 싶어 한다. 미문의 욕구는 산문에서 보다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으므로, 어쩌면 내가 이토록 산문 쓰기 싫다고 몸부림치는 이유는, 너무나 잘 하고 싶기 때문이다. 등단 이후 십여 년간 난리법석 떨어가며 써 온 산문들이 책으로 묶인다. 산문의 세계에서 쭈뼛거리다가 울적하게 돌아와, 시를 써야지. 계속되는 왕복 운동이 될 것이다.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인천대공원 (사진: 유계영)

나는 인천에서 태어나 30년간 단 한 번의 이사도 없이 살았다. 딱 한 번 행해진 이사 또한 살던 곳으로부터 5분 떨어진 곳으로 간 게 전부다. 사정이 이렇다는 것은 내가 인천에 대해 잘 모른다는 뜻이다. 바닷가에 사는 사람이 파도 소리를 의식하지 못하는 것처럼. 인천은 나에게 예술적 영감을 받을 수 있는, 개별화된 장소가 아니라, 집 앞 슈퍼마켓, 그 옆 청과상, BYC 사거리, 반장네 203동, 부반장네 308동, 상습 정체구간 장수IC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고 15분쯤 가면 인천대공원이 있다는 사실은 큰 기쁨이었다. 이사를 가지 않고 같은 동네에서 거의 평생을 살았기 때문에, 초중고교 시절의 봄 소풍과 가을 소풍은 십중팔구 인천대공원이었음에도, 나는 그곳을 좋아했다. 그곳의 숲을 좋아했다. 다 크고 나서도 가끔 마감을 하다 시가 안 풀리면 새벽 두세 시쯤 슬그머니 찾아가는 곳이었다. (지금은 아마 야간 출입이 통제될 것이다.) 끝의 끝까지 펼쳐진 길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 달리면, 가끔 야생동물 울음소리가 자연과의 동질감을 일깨워주었다. 그러다 이따금 사람을 마주치기라도 하면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자연에 속하고 사람에 떨어져 나올 수 있었다. 아무도 없는 캄캄한 대공원에서 나는 황홀하고 자유롭고 겁에 질렸다. 감각을 상기하려 애쓸 필요가 없었다. 어둠과 빛과 소리와 온도가 마구 달려들고 온통 쏟아지고 흠뻑 끼얹히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지금 인천에 살지 않는다. 그토록 과묵하고 새카만 숲이,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커다란 공원이 주변에 없다는 사실만큼은 많이 서운하다. 이제 무엇이 나에게 말해줄 것인가. 너는 이렇게 작다고. 나무가 더 크다고. 호수가 더 넓다고.




국악아티스트 김시원

이름: 김시원(金시원, Kim Siwon)

출생: 전라남도 해남군

분야: 공연(국악타악, 노래)

인천과의 관계: 공연진행

작가정보: https://www.youtube.com/user/percussionGroupTAGO

<작가 대표이력>
2005 중앙대학교 국악대학 타악연희과 졸업
2010 국악그룹 타고 결성
개인이력
2017 <한국전통 무용 연습을 위한 기본장단: 꾼 part.1> 발매
2017 <한국전통 무용 연습을 위한 기본장단: 꾼 part.2> 발매
2018 <한국전통 무용 연습을 위한 기본장단: 꾼 part.3> 발매
2018 <한국전통 무용 연습을 위한 기본장단: 꾼 part.4> 발매
2018 트로트 음원발매 <깍지콩>
2020 트로트 음원발배 <내 맘대로 뿡이야>
2021 MBN <보이스킹> 출연
단체이력
2016 금나래 아트홀-상주 예술 단체 프로젝트 콘서트 <타고-코리안드럼>
2016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
2016 Mnet <판 스틸러> 방송 출연
2017 평창 문화 올림픽 인증 프로젝트
2017 호주, 뉴질랜드 <WOMADelaide Festival> 초청 공연
2017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어셈블리 발롬홀 (24회 공연)
2018 라트비아 독립 100주년 뮤직 페스티벌 참가
2018 남아프리카 공화국 초청 공연
2019 아르헨티나-우루과이 <한국 축제>
2019 한-튀니지 관계 50주년 기념 초청 콘서트
2020 네덜란드 22개 도시 투어 <타고-코리안드럼 Ⅱ>
2020 광주 아시아 문화 센터 <타고-브런치 콘서트>
2021 타고 10주년 콘서트 <태양의 북소리>

1. 자신이 생각하는 대표 공연은 무엇이고, 그 이유는?

<코리안드럼-타고> 공연 모습 ⓒ타고

2016년, 2017년 영국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코리안드럼-타고> 공연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2010년에 사물놀이 창시자이신 최종실 선생님께서 ‘두드릴 타(打), 밝을 고(髛)’라는 뜻으로 ‘타고’라는 팀명을 만들어 주셨다. 그 이후 다양한 공연 레파토리를 만들어 오면서 타고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이런 과정들을 겪어가면서 우리만의 콘텐츠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고 이때 만든 공연이 북을 주제로 한 <코리안드럼-타고> 이다.
2016년 우리의 작품으로 인생을 건 도전을 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공연이라 할 수 있는 ‘난타’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시발점인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타고도 도전했다. 이곳에서 무조건 살아남아서 전 세계의 공연자들과 기획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 낮에는 홍보를, 밤에는 공연을 하며 홍보전쟁에 뛰어들었다. 우리의 진심과 간절함이 통해서인지 첫 공연부터 매진이 되기 시작해서 24회 공연 내내 매진을 이어 갔다. 최고 공연에만 주어지는 평점 별 다섯 개를 받았다. 이후 2017년, 한 번 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 도전했고 기적처럼 24회 전석매진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이렇게 타고는 북을 주제로 공연을 하는 팀으로 자리매김했고, 매년 10개국 투어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2. 공연 관련 영감, 계기, 에피소드에 관하여

율고를 연주하는 모습 ⓒ타고

북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다 보니 선율이 없는 타악기의 한계에 부딪히곤 했다. 선율이 있는 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끝에 지금의 ‘율고’라는 악기가 탄생했다. ‘북은 항상 둥글다’라는 편견을 깨고자 네모난 악기를 제작했다. 오른쪽은 장구, 왼쪽은 북, 위에는 현악기와 건반악기를 얹었다. 하나의 악기를 4명이 동시에 연주하며, 여기에 콩트와 연기를 접목했다. ‘율고’는 타고의 정체성이 되었고 가장 인기가 많은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

3. 어떤 예술가로 기억되고 싶은가?

국악의 길로 들어선 지도 24년이 지났다. 그동안 수많은 연습과 땀을 흘리며 작품을 만들어서 지금의 타고와 김시원이 있는 것 같다. 전공은 타악이지만, 내가 만든 음악을 직접 연주하고 노래 부를 수 있는 만능 엔터테이너가 되고 싶다. 공연은 혼자 좋아서 하는 것이 아니라 보는 이가 공감되고, 다시 찾게 되면서 그 가치가 올라가고 생명력이 생긴다고 생각한다. 현재의 모습에 안주하지 않고 늘 도전하는 예술가로 남고 싶다.

4. 앞으로의 활동 방향과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코로나로 인해 많은 예술가들이 진로를 바꾸는 것에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비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는 것처럼 지금의 순간을 잘 버텼으면 좋겠다.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공연할 수 있는 무대가 많이 생기길 바라는 마음이다. 하반기에는 코로나 상황이 좀 나아져 해외 투어가 다시 시작되었으면 좋겠다.

5. 예술적 영감을 주는 인천의 장소 또는 공간은?

파라다이스시티 클럽 크로마 전경 ⓒ파라다이스시티

파라다이스시티 클럽 크로마에서 공연했을 때가 생각난다. VIP 초청으로 1시간 동안 한국적인 공연을 선보였다. 클럽 크로마의 웅장한 사운드와 화려한 조명은 타고의 공연을 새롭게 재탄생 시켰다. 전통과 현대가 만난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공항과 현대적인 건축물, 근대 문화유산 등 인천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문화 인프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면 어떤 도시보다 매력적인 문화도시로 나아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재단 소식

인천예술인 대상 인천예술인 e음카드 발급
신청기간 매월 1일, 15일
신청대상 예술활동증명이 완료된 인천 연고 예술인(아래 중 택 1)

  1. 인천 출생자(주민등록초본 증빙)
  2. 인천소재 학교 졸업·재학자(졸업 및 재학증명서 증빙)
  3. 인천 거주자(공고일 기준-주민등록등본 증빙)
  4. 인천에서 최근 3년간 2회 이상 문화예술 활동실적 증명
혜 택 기존 e음카드 혜택에 추가 캐시백 제공
문 의 인천문화재단 창작지원부 예술인지원센터 (032-773-3814/032-766-5976)
신청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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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 개 인천문화재단은 인천 예술인들의 창작 활동 및 일상생활 속 혜택을 확대하고자, 기존 이음카드에 추가 캐시백 혜택을 제공하는 인천예술인 e음카드를 발급합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에서 예술활동 증명 확인서를 발급받은 인천 예술인이라면 누구나 카드 발급이 가능합니다. 많은 관심과 신청 부탁드립니다.

트라이보울 기획전 <제3의 프린트: 뉴 콤비네이션>
전시기간 2021.06.29.~07.30.
전시공간 트라이보울 3층 전시장
참여작가 강애란, 권오상, 김기라, 김영훈, 김지민, 노진아, 문형민, 박기훈, 안세은, 윤종필, 이동욱, 이주은, 이호진, 임선희, 정명국, 최수앙, 콜렉티브팀PM(권오신×김홍식), 하임성, Dodi Tabbaa, Justin Lee, Marisa Torres, Shengen Lim
입 장 료 무료
관람정보 코로나 19 확산 방지를 위해 네이버 사전 예약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https://booking.naver.com/booking/5/bizes/557584/items/4021515?preview=1

트라이보울 <아트 클럽: 家歌 프로젝트>
일 시 2021.7.24.~7.25. 10:00~13:00
위 치 트라이보울 2층 공연장
내 용 대대손손 전해질 수 있는 우리 가족 노래 만들기
대 상 초등학교 4학년~중학생을 포함한 가족 누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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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미술관 <다시피다>展
전시기간 2021.07.16.~2021.08.31.
전시장소 우리미술관 전시관 (인천 동구 화도진로 192번길 3-11)
전시작가 박진이
관람시간 화~일 10:00~18:00, 목 14:00~18:00
휴 관 일 매주 월요일 및 법정공휴일
문의사항 032-764-7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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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구문화재단

부평구문화재단 소식

체험전시 <마녀의 초대장>
전시기간 2021.07.16.(금)~09.12.(일) 11:00~19:00
공연장소 부평아트센터 갤러리꽃누리
티켓가격 12,000원
대 상 전체 관람가능(생후 36개월 미만은 증빙서류 확인 후 보호자 동반 무료입장)
주최/주관 (재)인천광역시부평구문화재단
문 의 032-500-2000
소 개 우연히 당신의 손안에 들어온 초대장은 마녀의 마을에 들어갈 수 있는 초대장입니다. 신비한 힘을 가진 마녀가 되어 마을을 방문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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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부평 혜안찾기Ⅱ <북콘서트 – 불편한 진실 : 기후위기 인류위기>
행사일시 7월 24일 토요일 15:30
참여방법 부평구립도서관 유튜브 채널
접속주소 https://youtu.be/2U1gKMoq6pc
문 의 032-500-2086
소 개 대기과학자 조천호 교수와 함께하는 기후변화 속 환경문제와 해결방안 강의와 ‘듀오 피다’의 플루트와 하프연주까지 만날 수 있는 북콘서트입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안타깝게도 당일 현장 행사참여는 취소되었습니다. 온라인 행사는 변경 없이 진행하오니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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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문화사랑방 문화예술교육 <동그랗게 북클럽>
교육일시 [1기] 2021.08.02.(월)~08.23.(월) 10:30 매주 월요일(총 4회)
[2기] 2021.08.03.(화)~08.24.(화) 10:30 매주 화요일(총 4회)
교육장소 부평문화사랑방
수강료 40,000원
대 상 [1기] 초등 1~2학년 15명, [2기] 초등 3~4학년 15명
주최/주관 (재)인천광역시부평구문화재단
문 의 032-505-5950
소 개 어떠한 위로도 닿지 않는 순간에 스스로 마음을 들여다보고 위로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들어보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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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문화사랑방 기획공연 <Friday&Cool Jazz>
공연일시 2021.08.13.(금) 19:30
공연장소 부평문화사랑방
티켓가격 전석 7,000원
대 상 36개월 이상 관람가능
주최/주관 (재)인천광역시부평구문화재단
문 의 032-505-5951
소 개 송하철 콰르텟과 함께 여름 저녁 열기를 식혀줄 청량한 무대를 준비합니다.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재즈선율과 그루브가 넘치는 쿨한 재즈 공연을 즐겨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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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아트센터 야외공연 시리즈 <보통날-8월의 보통날>
공연일시 2021.08.28.(토) 17:00
공연장소 부평아트센터 별누리극장
티켓가격 전석 무료(사전접수 7.26~8.11)
대 상 가족단위 관객
주최/주관 (재)인천광역시부평구문화재단
문 의 032-500-2054
소 개 늘어지게 늦잠자고 일어난 토요일, 이대로 오늘이 끝나는건 아쉽지만 또 어디 멀리가긴 부담스러운 우리 가족을 위해 공연장 나들이를 나서보자. 부평아트센터 전경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루프탑에서 포크와 올드팝을 들으며, 가까워서 혹은 당연해서 잊고 있었던 표현들을 하나둘씩 꺼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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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구문화재단

인천서구문화재단 소식

고수의 콘서트 Ⅲ – 3회차 <국악X양악의 콜라보 ‘화류동풍(花柳東風)’>
일 시 2021.07.28.(수) 11:00
장 소 인천서구문화회관 소공연장
티 켓 전석 5천원
출 연 진 퓨전국악 밴드 경지
관 람 전체연령가
예 매 엔티켓
문 의 032-579-1150
내 용 역사를 기반으로 한국의 한을 담은 판소리와 밴드 음악을 접목한 개성 있는 사운드로 주목받는 경지의 창작곡 퓨전국악으로 떠나는 음악 여행!
제7회 대학국악제 대상(문체부장관상), 제3회 KBS 대학가요제 대상, 2016년 한강음악제 대상을 수상한 재능있고 전도유망한 퓨전국악밴드 경지의 음악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예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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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가정 스테이지 시리즈 <엄마를 찾습니다>
일 시 2021.07.24.(토) 15:00
관람방법 서구문화재단 유튜브 생중계
출 연 진 대중아트컴퍼니
관 람 전체연령가
문 의 032-510-6047
내 용 치매를 앓고 있는 부모님을 모시면서 발생하는 가족 간의 갈등을 감동적으로 풀어낸 가족연극을 서구문화재단 유튜브에서 만나보세요.
자세히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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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에 만나는 아라음악회
공 연 명 열정의 남자들 <플라멩코>
일 시 2021.07.28.(수) 19:00
관람방법 서구문화재단 유튜브 생중계
출 연 진 플라멩코 남자들
관 람 전체연령가
문 의 032-510-6065
내 용 7월의 뜨거운 여름, 스페인의 향기를 가득 담아온 플라맹코 남자들의 공연, 검암경서생활문화센터에 그들이 찾아옵니다.
자세히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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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서구문화회관 더 마스터 시리즈 Vol.4 <드미트리 쉬시킨 피아노 리사이틀 with 또모>
일 시 2021.08.14.(토) 17:00
장 소 인천서구문화회관 대공연장
티 켓 R석 5만원, S석 3만원
출 연 진 피아니스트 드미트리 쉬시킨
관 람 8세 이상
예 매 인터파크 티켓 / 엔티켓
문 의 032-579-1150
내 용 러시아의 젊은 거장 드미트리 쉬시킨의 두 번째 한국 내한 솔로 리사이틀로 드미트리 쉬시킨의 연주력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작품들로만 모아 꾸민 무대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고수의 콘서트 Ⅲ – 3회차 <동아시아 전통예술의 ‘이심전심(以心傳心)’>
일 시 2021.08.25.(수) 11:00
장 소 인천서구문화회관 소공연장
티 켓 전석 5천원
출 연 진 앙상블 더류
관 람 전체연령가
예 매 엔티켓
문 의 032-579-1150
내 용 한국의 현악기인 가야금, 거문고, 해금과 더불어 중국의 대표 현악기인 비파, 얼푸, 앙금 등 동아시아 전통악기의 만남!
2011년 KBS국악대상 작곡상을 받은 박경훈의 섬세한 손끝으로 완성된 이심전심의 매력적인 음악무대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예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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