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포부부약국 유준필, 이주현 약사님

인천문화재단은 2015년부터 문화예술 기부캠페인 ‘아트레인’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에서는 인천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기부자인 아트레인의 탑승자들을 차례로 만나보고자 합니다.
아트레인 후원의 집 1호! ‘신포부부약국’의 유준필, 이주현 약사님을 만나볼까요?

Q. 문화예술 기부캠페인 아트레인 1호 후원의 집인 <신포부부약국>에 대한 소개와 인사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신포부부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 유준필, 이주현 약사입니다. 상호명처럼 직원 없이 부부약사가 운영하는 작은 약국으로 중구 신포시장 대로변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Q. 어떤 계기로 아트레인에 함께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사실 인천문화재단을 잘 몰랐어요. 지인을 통해 기부 캠페인 참여 권유를 듣고 홈페이지를 찾아봤는데, 인천에도 이런 좋은 곳이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내에게 이야기를 했더니 흔쾌히 참여하자고 하더라고요. 별 도움이 될까 싶었는데 1호 타이틀까지 붙여주셔서 부담도 되네요. 그래도 참여하길 잘 한 것 같아요.

Q. 중구가 요즘 많이 변하고 있어요. 2009년 아트플랫폼도 개관하고, 이후에 볼거리들이 많아지면서 관광객도 전보다 많아지면서 지역 상권이 조금씩 활성화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떤가요?
A. 아트플랫폼이 개관한다는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는 파주 헤이리 같은 느낌이 떠올랐었어요. 이 일대가 인천의 역사를 간직한 곳인만큼 앞으로 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이 될 거라 기대가 되네요. 사람들이 많이 찾는 걸 보면 지역이 활성화 된다고 느껴지긴 하는데, 주로 차이나타운, 닭강정, 공갈빵 등 먹거리 위주라는 건 좀 아쉬워요.

Q. 평소에 어떤 문화예술 활동을 즐겨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창작활동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A. 3년 전부터 주말이면 공연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어요. 주로 뮤지컬을 보는 편이구요. 부부가 함께 가거나, 아이들이 볼 수 있는 공연이면 가족이 함께 다녀요. 인천은 물론 서울, 고양, 안산 쪽으로도 좋은 공연이 있으면 찾아 다니는 편이에요. 중구문화회관에서도 다양한 공연을 했으면 싶어서 많이 아쉬웠는데, 올해 공연 일정을 보니 다행히도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는 것 같아요. 가까운 곳에서 좋은 공연을 볼 수 있다면 가장 좋으니까요.

Q. 인천 시민으로서 지역의 문화예술이 보다 발전하려면 어느 부분이 더 확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A. 작년에 한국근대문학관에서 하는 전시를 처음 접했어요. 책의 수도 인천과 관련한 기획전시였는데, 외할아버님의 소장책이 전시된다고 해서 찾아갔었죠. 할아버님께서 살아 생전에 정리해 놓으셨던 삶의 이야기를 담은 책인데, 해방 이전 고향에서의 삶, 피난 이후 가족과의 상봉, 군대 시절, 자녀를 키우면서 느끼신 생각 등이 주된 내용이에요. 사실 할아버님 책을 보러 갔던 건데, 상설전시를 보게 돼서 너무 좋았어요. 가까운 곳에 이렇게 좋은 곳을 두고도 몰랐다니 등잔 밑이 어두웠다고나 할까요.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해보니 다들 모르고 있어서 안타까웠던 기억이 나요. 생각해보니 문화예술 행사나 정보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저처럼 관심은 있지만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은 알기 어렵거든요. 인천문화재단에서 좀 더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와 안내를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그러다보면 문화예술 쪽에도 관심 갖는 분 들이 늘어날 테고, 수요가 많아지면 인천으로 예술가들도 많이 모이지 않을까요?

Q. 인천문화재단에 바라는 점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려요.
A. 두 딸이 취미삼아 일주일에 한번씩 바이올린 레슨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연습실이 갑자기 문을 닫는 바람에 지난 주부터는 아트플랫폼 A동에서 레슨을 받고 있답니다. 시설이 너무 잘 되어있어서 만족스러워하고 있어요. 이렇게 훌륭한 시설을 우리 아이들도 이용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그런데 6월에 생활문화센터가 정식으로 오픈하면 더 많은 분들이 활용하실테니, 경쟁도 치열 해지겠죠?(웃음)

Q. 마지막으로 시민의 건강을 보살피는 약사의 입장에서 인천문화통신 3.0을 접하는 분들을 위한 일상의 건강관리 방법이나 생활 수칙 등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일단 운동이 최고인 것 같습니다. 운동도 꾸준히 오래 할 수 있는 운동이면 더 좋아요. 운동을 하다보면 마음도 몸도 모두 건강해지거든요. 특히 우울증이 있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분들이라면 더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부부가 함께 새벽마다 배드민턴을 치고 있습니다. 운동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면 웃을 일도 많아요. 체중도 줄기 때문에 젊어졌다는 소리도 듣죠. 아이들이 좀 더 크면 함께 하려고 지금도 열심히 운동하고 있습니다.

기부자와의 첫 번째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주신 신포부부약국의 유준필, 이주현 약사님께 감사드리며,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신포부부약국에 많은 관심과 이용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기획홍보팀 주현수

[아트레인 후원의 집 1호]
상호명 : 신포부부약국
연락처 : 032-777-2638
영업시간 : 평일(오전 9시~오후 8시), 토요일(오전 9시~오후 6시)
위치안내 : 인천 중구 우현로 39번길 2(신포동 15-7), 신포시장 버스정류장 인근


인천 문화예술의 생활 속 거점이 될 ‘아트레인 후원의 집’을 찾습니다. ‘아트레인 후원의 집’은 인천의 문화예술을 사랑하는 공식 업체를 말합니다. ‘재단’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후원의 집’을 홍보하여 이용을 권장하고 ‘아트레인 후원의 집’의 번영을 지원해 매출 신장과 인지도 제고를 지원합니다. 후원의 집은 인천문화재단과 상호 마케팅이 가능한 상점/업소/업체는 누구나 가능하며, 월 1만원 이상의 기부금 약정시 업체의 성격과 공동 마케팅 가능 여부 심사에 따라 자격을 부여합니다.
후원의 집 관련 문의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032-455-7114, artrain@ifac.or.kr

 




수동적 다양성에서 창조적 다양성으로

 

우리나라 도시들 가운데 서울을 빼놓고 인천만큼 거대하고 현기증 나는 변화를 겪어온 도시는 없을 듯싶다. 20세기가 시작될 무렵, 그러니까 지금부터 110여 년 전, 인천의 인구는 고작 2만5천 명을 웃도는 수준이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개항 이후에도 한 동안 자그만 항구도시에 불과했던 셈이다. 개항 전에는 그야말로 한적한 어촌 마을이었을 것이다. 그런 곳이 지금은 300만 인구에 육박하는 거대도시가 되었다.

100년 사이에 인구가 100배로 증가했다. 이 사실 속에는 인천의 모습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는 듯하다. 이 정도의 폭발적 증가는 다른 곳에서 대량의 인구가 끊임없이 유입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 주지하다시피 인천에는 전국 각지에서 이주해 터를 잡은 주민들이 또는 그들의 2세, 3세가 원주민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특정지역 출신이 많기는 하지만, 북한에 고향을 둔 실향민까지 포함하여 지역적 뿌리가 다른 사람들이 이웃이거나 동료인 곳이 바로 이 도시이다. 다른 어느 도시보다 원주민의 텃세(?)가 없는 것은 이런 까닭이 아닐까 한다. 뿐만 아니라 개항기에는 일본인들이 흘러넘쳤고 서양인들도 심심치 않게 만날 수 있었다 한다. 중국인들은 많이 떠나버렸지만 아직도 한편에서 후손들이 가업을 계승하고 있다. 최근에는 공단을 중심으로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유입되었다. 송도신도시에선 조깅을 즐기는 외국인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 마디로 인천이란 곳은 다양한 출신과 국적의 사람들이 찾아와서 정착한 (물론 한동안 머물다 떠나기도 했지만) 다원적 도시이다.

도시의 팽창과 격변은 주민뿐 아니라 인천의 조감도에도 참으로 다채로운 색깔과 모습을 입혀 주었다. 바다야 원래 인천의 자랑이었지만, 지금은 크고 작은 수십 개의 섬과 대문짝만한 강화도까지(강화도와 함께 선사시대와 고려의 유산까지) 인천에 편입되었다. 인천은 대지와 바다와 섬을 두루 갖춘 행운의 도시이다. 오래된 역사뿐 아니라 최근의 역사도 이곳엔 차곡차곡 쌓여 있다. 육이오 전쟁 통에 대다수가 파괴되기는 했지만, 개항기와 일제강점기의 유산인 서구식 석조건물과 일본식 적산가옥이 군데군데 남아 있다. 중국 붐을 타고 차이나타운에는 중국풍의 건물이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산업화 시대를 상징하는 공장들이 여전히 도시 곳곳에 군락을 이루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그런가 하면 한편에서는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다는 최첨단 빌딩 동북아무역센터가 위용을 자랑한다. 또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고 길다는 인천대교를 건너면 세계적 수준의 인천국제공항이 있다. 그러나 구도심 뒤편에는 좁은 골목 양옆으로 낡은 집들이 빼곡히 들어차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뜻하는 것은 한 마디로 다양성이 아닌가 한다. 인천을 구성하는 주민도 다양하고 풍경도 참으로 다양하다. 이렇게 풍부한 다양성은 국내 어떤 도시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서울특별시는 특별하니까 예외로 하자). 그런데 다양성은 두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긍정적으로 작용하면 문화적 창조의 비옥한 토양이자 원동력이 되지만, 부정적으로 작용하면 갈등과 분규의 원인이 되거나 기껏해야 이질적 요소들이 지리멸렬하게 병존하는 상태에 지나지 않는다. 인천의 다양성은 후자에 더 가까운 것 같다. 사실 이 도시의 혼란스런 모습은 시민이 주체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니라 대부분 외부의 힘에 의해 타의적으로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서울 중심의 논리에서 파생된 현상, 다시 말해 서울 집중화의 부대현상으로 나타난 결과이다. 그러니까 역사와 지정학적 조건에 따른 다소간 우연적 산물인 셈이다.

이유가 어떠하든 인천은 다양한 출신과 문화가 공존하는 대도시가 되었다. 지금은 이 다양성을 도시의 정체성으로 수용하면서 다양성의 긍정적 측면을 어떻게 하면 극대화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본다. 이질적 요소가 서로 화학작용을 일으키며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도시, 다양한 가치와 문화가 창조적으로 공존하는 역동적 도시가 결국 인천이 지향해야 할 미래상일 것이다. 수동적, 종속적 다양성을 창조적 다양성으로 변환하는 이 어려운 과업을 누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할 것인가? 방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분명한 것은 건강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이 없으면 이러한 변화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시민사회, 지역의 지도층과 엘리트, 교육기관이 무엇보다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의제가 아닌가 한다.

최성을 인천대학교 총장




혜미씨와 금희씨

 

 

지난 4월 8일(금)에는 좀 바빴다. 정보산업고에서 사전투표하고 상경해서 인사동 여자만에서 구중서, 정희성 두 선배를 모시고 즐거운 점심을 들고 여자만 앞 인사동사람들에서 차도 한잔 하노라니 벌써 오후 다섯시, 일정 때문에 먼저 일어서 낙원표구에 가 표구 맡기고 6시에는 홍대 앞 카페 꼼마에서 열린 문학동네 시상식에 참석했다. 제자 김금희 군이 제7회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한 덕으로 오랜만에 젊은 문단 공기를 쐰 셈인데 예정에 없는 즉석 축사까지 하곤 대학 은사 정병욱 선생의 사모님이 수를 다하셨다는 전갈에 강남성모병원으로 문상을 갔다. 빈소에서 임형택 선배를 비롯한 대학 선후배들과 담소하다가 길이 멀어 10시반쯤 서둘러 인천 길을 더듬어 귀가했다.

그뒤 시상식에서 받은 수상작품집을 틈틈이 뒤적거리다가 장강명의 소설 「알바생 자르기」에서 나도 모르게 멈췄다. 칙릿(chick lit)의 기풍이 물씬한 이 단편 역시 대도시 서울의 젊은 직장여성들을 생생하게 포착할 줄 아는 작가답게 은영(최과장)과 혜미(비정규직)의 밀당을 실감나게 그려냈다. 갑을관계임에도 두 여성이 상투형으로 단일화되지도 않았거니와, 특히 후자의 생존술은 놀랍게 치밀해서 자칫 밉상으로 보이기도 할 만큼 리얼하다. 그런데 그녀는 인천에 산다. 서두에 “혜미 씨는 집이 멀어요” 할 때 웬지 불길하더니 기어코 “혜미 씨가 인천에서 1호선 타고 오거든요”에 이르러 하릴없다. 야간대학을 나온 비정규직 신세로 퇴근하면 종로에 있는 영어학원에 출석해야 하는 이 시대 청춘의 평균적 초상! 그녀가 바로 인천인 것이다.

서두에 어느 날의 서울 일정을 개관했지만 새삼 인천과 서울의 문화적 거리를 실감한 바, 상경하기 전 투표하러 들른 정보산업고는 옛 인천고 자리다. 볼품없는 파싸드 너머에 엎드린 정보산업고를 보니 절로 인천고 교사(校舍)가 그립다. 불 타기 전 송림학교와 마주본 인천고 역시 붉은 벽돌 집이었다. 그나마 지금도 여전한 창영학교가 위안이다. 붉은 벽돌의 이 세 학교가 배다리 철교를 마주보고 건재했다면 절로 배다리 일대가 향기로웠을 것이다. 정말이지 이제는 더 이상 근대건축물들을 부수지 말아야 한다. 이러구러 상경해 인사동에 오니 더욱 그렇던 것인데, 내가 가져간 두점의 글씨(廣山과 南田)를 알아보고 장황을 추천하는 표구사 주인의 응대에 내심 놀랬다. 빈소에서 나눈 대화조차 죄송하지만 재미있고 유익했으니 긴 하루가 길지 않았다.

오늘의 인천은 어디에 있는가? 외형적으로는 대구를 넘어 한국 제3의 도시라고 자랑해도, 과연 인천은 제3의 도시일까? 대구보다 아니 광주보다도 인천의 위치에너지는 낮다. 정치적 후순위는 그렇다쳐도 문화는 어떤가? 정치는 낮은데 문화가 높을 수도 있겠지만 인천은 아니다. 인천정치의 현주소는 인천문화의 현주소다.

이 곤경에서 벗어날 길은 어디 있을까? 갑자기 문화 문화 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아시다시피 문화에 비약은 없다. 교양의 원말인 독일어 Bildung이 ‘형성’이듯 일상의 지속적인 축적 위에서 문화로 가는 길이 스스로 열릴 것이다. 그러니 예전에는 뭣도 있었고 또 뭣도 있었고 또 뭣도 있었는데, 하며 자대(自大)하지 말 일이다. 자대하면 곧 지금은 왜 이 모양, 이 꼴이냐고 자소(自小)하게 되니 헛애만 키일 뿐이다. 옛일을 아는 건 물론 좋은데, 그게 오늘과 연계되지 않는다면 그저 복고에 그칠 것이기 때문이다. 공연히 사라진 옛것을 애도하지 말고 혜미 씨를 여여(如如)히 즉 지금의 간난을 포옹하고 미래로 투척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다. 그리고 그 도전은 이미 시작되었다. 혜미 씨가 등장하는 이 작품집의 맨앞에 인천 작가 김금희의 「너무 한낮의 연애」가 위치한다. 부산에서 태어나 인천에서 자란 그는 인천을 살며 인천을 사유한다. 혜미 씨이면서 혜미 씨가 아닌 우리의 김금희들이 바로 인천 문화의 오늘이요 내일이 아닐까.

최원식 인하대 명예교수, 한국작가회의 이사장




무엇을 인천의 문화적 가치로 가꿀 것인가?

인천은, 가우디란 천재 예술가가 도시 전체를 채색한 바르셀로나도 아니고, 땅 위와 땅 밑에 2000년의 유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고도(古都) 경주도 아니다. 그러나 얼마 전 개방된 미추홀 백제의 역사가 서려있는 문학산성, 강화 고인돌이나 고려 문화유산 등이 오랜 역사의 자취를 보여주고 있고, 근대 개항 후의 문화유산들은 구청 일을 보러 다니면서도 손쉽게 일상생활 속에서 마주친다. 인천의 자랑거리로 근대건축물을 보존하자던 한 민간단체의 외침 등 민관의 많은 노력으로 20여 년이 지난 요즘, 주말이면 자유공원 일대 차이나타운 거리는 수많은 인파로 넘쳐난다.

시간의 역사는 항상 자연 지리적 장소 속에서 펼쳐졌다. 인천은 바다에 접해 일찍이 항구에 배가 드나들었다. 근대개항과 더불어 서구 문물이 들어오는 관문 역할을 하였으며, 동란으로 찢어진 북한과도 가까워 이북 피난민들이 모여 드는 보금자리 역할도 하였고, 산업화 시대에는 주안·부평·남동공단에 전국 팔도 주민들이 모여 용융되는 용광로 역할도 하였다. 이런 인적 자원의 구성은 인천의 특성도 만들어 냈다. 벌써 공단으로 유입된 외국인 노동자들과 최근 송도신도시의 여러 국제기구들, 국제학교로 여전히 유입되는 외국인들을 바라보면, 인천의 지정학적 특성을 새삼 깨닫는다.

(사)해반문화는 1999년 ‘열려있는 땅 인천’ 인천 지역 엘리트 정주의식 조사보고서에서, 바다와 항구라는 입지가 인천의 특성으로 개방성과 다양성, 포용성을 만들어 냈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인천공항과 송도신도시, 신항만 등이 또 하나의 정체성으로 미래를 향한 역동성을 추가하고 있다. 필자는 2년 전 59회 해반문화포럼에서 “구도심의 과거와 신도심의 미래를 연결하는 데 인천 문화의 비전이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많은 이들이 그간 인천의 정체성에 대해 여러 탐색을 해왔고 나름대로 가꾸어 왔다. 최근 인천시의 가치재창조 작업도 그 연장선상에 있을 것이다.

문화재가 귀중한 까닭은 그 안에 선조들의 삶의 가치가 담겨있기 때문이고, 정작 문화에서 귀중한 것은 대체로 눈에 안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보통 눈으로 보아야만 고개를 끄덕이기 마련이어서, 지역의 문화적 가치를 그 흔적인 건물이나 외양에 치중해 두기 쉽다. 그러나 달동네박물관의 1960~70년대 단칸방 헌 이부자리에 우리가 감동하는 것은, 살을 에는 한 겨울 추위 속에서도 옹기종기 서로의 발을 디밀어 한기를 체온으로 녹였던 그 따스함 때문이었고, 방 한 구석 밥상을 겸한 책상 위에 놓인 동생들의 교모(校帽)를 위해 기꺼이 중동과 월남, 독일로 나갔던 오누이들의 희생적인 사랑 때문이었다. 한국 근대화를 이끈 시대정신,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원동력이 그 이부자리에 있었음을 우리는 기억한다.

눈에 안 보이는 것들, 홀로 시험 보며 자존감을 키우는 수 십 년 전통의 무감독 고사의 정신을 자율적 시민의식으로 접목시킨다든지, 한국 최초로 어린 여성들이 학교를 다니며 남녀차별을 넘어섰던 사립학교의 정신을 기린다든지, 팔도민이 모여 살며 체득한 지역감정 너머의 자유스런 개방성을 인천의 긍지로 삼는다든지, 168개의 천혜의 섬들을 그대로 후손에게 넘겨주는 자연 보존 의식을 가꾼다든지, 앞으로 우리가 문화적 가치로 만들어나갈 것은 도처에 있다.

어느 땅이든, 그 땅에 사는 사람에 걸맞은 문화가 있다. 유명세를 떠나 지역민이 얼마나 소중히 여기느냐에 따라 문화적 가치가 가름된다. 사실 내 주변을 아끼고 보살피는 마음보다 더 문화적인 것이 있을까? 문화란 가꾸어나가는 것이란 점도 주목한다면, 우리가 무엇을 아끼고 보존하여 미래의 문화적 가치로 가꾸어 나갈 것인가 하는 선택과 열정이 문제이다.

시인 로버트 프로스트를 추모하는 추도사에서, 케네디는 그 나라를 알려면 그 나라가 무엇을 기리는지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한다. 우리는 그동안 무엇을 인천의 문화적 가치라고 여기고 기렸는가? 찬찬히 한번 생각해 보자.

 

이흥우 (사)해반문화 명예이사장, 철학박사




외국인이 나에게 깨우쳐 준 인천의 중요성과 자부심

10여년 전 인천 송도지역 등의 투자유치를 위해 미국의 여러 회사를 방문한 적이 있다. 미국의 투자 회사들과 미리 일정을 협의하고 우리 일행은 비행기에 올랐다. 나는 비행기 안에서 미국 회사 관계자들에게 설명할 여러 자료들을 꼼꼼하게 읽고 또 읽었다. LA공항에 도착했을 때, 먼저 우리를 놀라게 한 것은 마중 나온 미국회사의 리무진 자동차였다. 하얀색 리무진은 그야말로 마피아 영화에서나 보던 길고 큰 자동차였는데 차 안에 TV, 칵테일 바(bar)도 있는 처음 타보는 의전용 차였다. 미국 회사의 사장은 바쁜 일정 중에도 우리 일행에게 식사대접도 하고, 사업 현장도 구경시켜 주며 그야말로 정성을 다한 대접을 해주었다.식사를 하면서 내가 “당신은 미국에서도 굴지의 큰 회사 대표인데 인천에서 온 우리를 이렇게 환대하는 이유가 무엇인가?”하고 물으니 사장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당신들이 중요해서라기보다 인천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사장은 이어 인천의 중요성에 대해 우리에게 상세하게 설명했다. “인천은 동북아의 핵심 지역 중 하나이다. 우리는 오래 전부터 동북아의 경제적 부상과 인천의 중요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아시아 사업에 있어 인천은 빼놓을 수 없는 지역이다”라고 설명했다.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던 인천의 중요성을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아닌가. 인천의 지정학적, 역사적 중요성 그리고 동북아의 급격한 부상을 세계의 전문가들은 이미 오래 전부터 간파하고 내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들을 만나면서 인천의 중요성을 새삼 재인식하고 인천 시민이라는 것이 너무나 자랑스러워 말할 수 없는 자부심과 사명감을 느꼈었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우리 스스로 인천의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인천의 장점과 잠재력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음을 뼈저리게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상하이 푸동, 싱가폴 등 타국에 비해 우리의 발전 속도가 더디고 발전 내용도 만족스럽지 못한 점을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바와 같이 지난 10여년 간 인천은 매우 큰 변화 속에서 많은 발전이 이루어졌다. 세계적인 인천공항, 인천경제자유구역, 인천대교, 경인 아라뱃길, 인천 신항 및 북항 등이 타 지역의 부러움 속에서 건설되었고 168개의 섬 등, 대 중국 무역과 남북 협력의 중심 도시로 발돋움하였다. 그리고 인구 300만의 가능성과 다양성 그리고 포용성을 갖춘 국내 3대 도시가 되었다. 국내 어느 도시도 인천과 비교될 수 없는 역동적인 도시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간과하면 안 될 것은 인천이 갖고 있는 지정학적 비교 우위, 물적 요건 등 잠재력에 비해 그동안 인천이 창출해낸 성과는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는 사실을 여러 통계가 보여 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인천이 가지고 있는 가치와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인천의 현안 문제와 삶의 지표가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음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뭔가 인천의 총체적 역량과 발전 잠재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인 것이다.

그 원인이 무엇인가? 이 질문에 쉽게 대답할 수는 없다. 전문가들의 분석에 의하면 잘나가는 도시 그리고 번창하는 도시는 유형적 자산 이외에 구성원들의 상상력, 그 상상력을 생산적으로 활용하는 지역 시스템, 그리고 이것을 효율적으로 밀어주는 정치와 시민이 있는 지역이라는 것이다. 이와 같은 분석에 따른다면, 우리 인천은 과연 지역을 사랑하는 인재가 제대로 활동하며 시민들이 인천의 목표와 비전을 위해 힘을 합치고 밀어주고 있는가에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최근 유정복 시장은 취임 이후, “인천가치재창조”를 시정의 제1목표로 설정하고 여러 정책을 활발히 추진하고 있다. ‘인천의 꿈’을 이루어내는 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분명한 사실을 자각하고 이를 위해 인천인들이 자긍심과 애향심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는 것이 인천가치재창조의 기본 철학이다. 인천이 갖고 있는 하드웨어적 강점을 제대로 발전시키려면, 인천인의 관심과 참여 그리고 인천에 대한 자부심과 인천 사랑 등 소프트웨어적 가치가 합쳐져야 한다는 것이 그 배경이다. 올바른 방향 설정이요 적절한 판단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인천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인천인들이 인천인임을 자랑스러워하고 이에 걸맞는 애향심과 자부심으로 힘을 합치는 것이 타 시도의 지역 이기주의와 중앙정부의 인천 홀대론을 불식시키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제대로 알고 올바르게 변화시키기 위한 반성과 분발이 요구되는 이유인 것이다.

인천은 역사적으로 개화의 선구도시이며 다양성, 포용성, 개방성을 갖추고 있는 열린 도시이다. 여기에다 최근 급격한 인구 유입으로 인천을 알지 못하는 인구가 급증하고 있어 국내 다른 지역처럼 “우리가 남이가”하면서 지역을 아끼고 사랑하며 뭉치는 이른바 무조건적인 애향심을 기대하기 어려운 지역이다.

그러나 소통, 융합, 퓨전, 다문화 시대에 이미 역사적으로 형성되어온 인천의 인구학적 다양성과 포용성은 오히려 21세기 인천 발전의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새 시대에 걸맞는 인천의 장점들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지에 대해 매우 세심하고 지속적인 노력이 이루어져야 할 때이다. 태어난 곳보다 살고 있는 도시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겸손하게 진정성을 갖고 다양한 과제를 발굴해야 한다. 인천시민의 자긍심과 애향심이 발휘되고 표현될 수 있도록 다양한 계기를 만들고, 그것들이 결집될 수 있도록 네트워킹하며, 자원의 배분도 효율적으로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인천의 비전이 21세기 시대정신과 공존할 수 있도록 진지한 성찰이 필요할 것이다. 넓은 안목과 포용력 그리고 뜨거운 가슴으로 인천의 마음들이 한데 모아지도록 노력할 중요한 때이다.

유필우 인천사랑운동시민협의회장




특집기획-인천은 청년 예술가에게 어떤 도시인가?

인천의 도시인구가 곧 300만 명을 넘어선다고 한다. 송도, 청라, 영종으로 이어지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이 본궤도에 오르고, 인천공항과 신항만 그리고 경인선과 최근 개통된 수인선까지 교통망이 확충된 인천의 도시팽창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인천시는 가치재창조를 핵심정책으로 내세워 도시의 잠재역량을 경제적 효과로 엮어내고자 열심이다. 그러나 그동안 등한시했거나 잊고 있었던 내재적 가치에 주목하는 것만으로 도시 발전의 새로운 에너지가 창출되는 것은 아니다. 미래보다 과거에 주목하고 있는 현재의 시선만으로는 21c 인천의 새로운 미래를 구상하고 실천하는데 한계가 분명하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한때 널리 회자되었던 창조도시 담론에 다시 주목한다. 무엇보다 사람을 중시하며 창의적인 젊은 신진 인력 유입을 강조하는 창조도시론에 따르면, 청년이 곧 도시의 경쟁력이자 성장동력이다. 이러한 미래 지향적 발상은 문화예술 영역에서도 통한다. 정체된 인천 문화예술의 부흥을 위해서는 그간 축적된 인천의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노력과 더불어 새로운 에너지의 원천을 찾아 나설 필요가 있다. 인천문화통신 3.0은 런칭을 기념으로 인천에서 예술하는 청년들이 마주하고 있는 현실 조건의 실체는 어떠하며,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공공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온라인 조사를 진행했다. 최근 4년간 인천문화재단, 인천영상위원회, 부평구문화재단 등 인천의 주요 문화예술 공공기관이 진행한 지원사업, 교육강좌, 워크숍에 참여한 350여 명의 청년들에게 설문을 의뢰했고, 117명이 소중한 의견을 보내왔다. 인천문화통신 3.0 은 앞으로도 젊은 세대의 고민과 주장에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보냄으로써 인천문화의 새로운 도약에 일익을 담당하고자 한다.

이번 설문 조사는 인천에서 활동하는 청년들의 문화예술 수요와 욕구를 확인하고, 정책적 근거로 삼을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설문조사 결과를 하나씩 살펴보면, 최근 10년간 인천을 지역적 거점으로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에서 활동한 청년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단체에 소속되기보다는 개인적 활동이나 필요할 때마다 프로젝트 그룹을 형성한다는 점이다. 단체에서 활동한다는 응답자는 30%에 불과한 반면, 단기 프로젝트나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시시때때로 협력하기를 선호하는 이들이 다수였다. 어떤 조직이나 틀에 소속되는 것보다 그때그때 마음 맞는 사람들과 ‘일단 한 번 해 보는’ 유연한 시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조사 대상자 대부분이 출생, 학교, 거주 등의 인천 연고를 갖고 있었지만, 응답자의 30%에 상당하는 청년 예술가들은 공공기관의 지원이나 교육, 매개프로그램 참여를 계기로 인천에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응답했다. 예술 활동에 도움이 된 프로그램 유형으로는 강의나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도가 45%로 가장 높았으며, 신진예술가를 위한 지원사업이 도움이 되었다고 응답한 이들도 36%에 달했다.

또한 공공 지원의 경험이 있는 예술가들을 대상으로 창작활동에 지원사업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냐고 질문했는데, 70% 이상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으며 향후에도 지속적인 지원을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결과보고와 정산절차의 복잡성, 단기적인 지원, 지원예산 규모 미비, 행사홍보 지원 등 공공지원 수혜의 어려움과 개선 방향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수년간 새로운 청년 예술가들이 인천으로 유입되었으며, 창작 여건만 제대로 조성된다면 인천에서의 지속적인 활동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생계비 유지와 창작활동에 따른 비용 조달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응답자의 95%가 넘는 청년 예술가들이 인천에서 창작작업이나 문화예술활동을 지속할 의지가 있다는 조사 결과와 인천 지역에 대한 애정이 가득한 답변들은 고무적이기까지 하다. 그렇다면 이들의 활동을 진척시키는데 필요한 공공의 역할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생활의 안정적 유지가 가장 큰 고충이긴 하다. 고령화 사회, 인구절벽, 장기적 저성장 국면 등 한국사회가 처한 암울한 현실의 그림자가 인천의 청년 예술가들에게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하기에 신진예술가 대상 창작지원금 확대와 예술인 복지서비스 강화를 주문하는 요구가 단연 높지만, 특별히 그들의 활동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요청하는 목소리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예술창작이 경제적 수단이 되지 못하는 젊은 예술가에게 시민의 참여와 격려, 그리고 공공의 배려와 지원은 그 무엇보다 든든한 후원자가 될 수 있다. ‘인천에서 예술가로서 활동할 수 있는 첫걸음을 도와달라’는 청년 예술가의 요청을 허투루 넘길 수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더불어 청년(신진) 예술가를 후원하는 공공의 지원 로드맵을 체계적으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우선 청년 예술가들이 큰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중단 없는 공급이 중요하다. 공공지원 참여 경험이나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프로그램 유형에 대한 응답지수 모두 강의, 교육, 매개 프로그램에서 높게 나타난 결과로 확인할 수 있다. 요컨대 교육 프로그램이나 워크숍, 프로젝트 발표회 등을 통해 지역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동료 예술가들과 관계 맺기를 시작하는 것으로부터 지역에서의 활동이 시작된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획득한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창작행위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공공의 예산지원이 뒤따라야 하는데, 예산의 규모보다는 신진예술가들에게 필요한 맞춤형 지원사업 설계가 긴요하다는 요청이다.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는 것부터가 시작일 터다. 네트워킹이나 기획회의가 일상적으로 가능한 공간지원이나, 컨텐츠 구입, 예술활동 홍보지원 등 간접적인 지원방식의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새롭게 지역 예술현장에 진입하는 ‘청년 예술가를 위한 창작환경 조성’이 핵심 과제라 할 수 있다. 예술적 경험이나 창작 비용 확보, 인적 네트워크 구축 등 여러 측면에서 출발선에 위치한 청년 예술가의 요구와 필요를 면밀히 살피고, 그들과 함께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개발하는 역할이 공공의 몫이라 하겠다.

서울의 이웃 도시로서 인천은 그동안 문화예술생태계 구축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있었다. 여유로운 창작환경과 넉넉한 소비시장을 찾아 서울로 떠나는 예술가와 품격 높은 문화공간의 아우라를 흠모해 서울로 왕래하는 시민들을 탓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었다. 문화예술생태계를 지탱해야 할 창작자와 소비자의 두 축이 올곧이 서지 못한 이러한 연유로 문화도시 인천은 갈 길이 멀어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예술이 생동하고 문화로 행복한 도시 인천’의 새로운 희망과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젊은 예술가 그룹의 상당수가 인천에서 활동하기를 희망하고 있으며, 그동안 인천을 떠난 청년들의 회귀현상까지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공공이 청년 예술가에게 한 걸음 더 다가가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입장을 배려한다면 인천문화 또한 청년의 힘으로 한층 풍요로워질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인천시에서도 청년 예술가들과 함께 모종의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고, 재단 역시 ‘문화도시 인천을 위한 9가지 제안’이라는 문화정책토론회를 준비하고 있다. 설문에 성의껏 응답한 창작자들의 열기와 그에 발맞추는 공공 영역의 새로운 시도가 지속되는 한, ‘인천에서 예술하기’는 여전히 열려 있는 가능성이자 희망이다.

허은광(인천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인천문화통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