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세덕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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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세덕은 1936년 <산허구리>로 등단 <동승>, <무의도기행>, <고목> 등 빼어난 희곡을 쓴 한국근대극의 대표적인 작가이다. 하지만 그는 한동안 잊혀진 작가였다. 해방 직후 월북하여 활동하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인민군 선무반 일원으로 참전하여 전사했기 때문이다.그는 1988년 납․월북작가 해금 조치 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언급할 수 없는 작가였다. 해금 이후 함세덕에 대한 연구논문들이 활발하게 발표되었고 1991년에는 연우무대가 기획한 한국현대연극의 재발견 시리즈에서 대표작 <동승>이 공연되면서 함세덕은 관객들에게도 한국근대극의 대표적 작가로 각인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함세덕은 문제적 작가다. 식민지 시기 활동한 많은 작가들이 그런 것처럼 그 역시 훼절한 작가다. 1940년대 그가 일본 제국주의 정책을 선전하는 희곡을 다수 발표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으며 1991년에는 친일극으로 분류되어 온 <에밀레종>의 희곡과 대본이 발견되면서 그의 친일극 양상이 구체적으로 밝혀졌다. 함세덕은 근대희곡사의 중요한 성취를 이룬 빼어난 작가이면서 그의 행보와 작품들에는 식민지와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정치적 상황이 오롯이 새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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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7일(화) 문학시어터에서 열린 제1회 인천예술의 뿌리 포럼 “연극인 함세덕과 인천 – 함세덕과 인천연극의 미래”(주최/주관 (사)한국예총인천광역시연합회, 문학시어터)에서도 함세덕의 이러한 문제적 지점은 중요한 쟁점이었다.

이날 포럼은 함세덕의 작품세계와 작가적 위상, 인천에서의 활동 등을 살피는 발제와 토론으로 진행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김만수(인하대 교수)의 “함세덕과 인천연극”, 윤진현(인하대 강사)의 “덕진의 가출을 격려하며”라는 두 발제문이 모두 함세덕의 아동극을 주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논의는 그간 함세덕에 대한 논의가 축적되어 온 만큼 함세덕의 작품 세계에 대한 논의를 더 넓히고자 하는 것이면서, 함세덕의 현대성에 대한 검토와 이어진다.

03김만수는 함세덕 중기 아동극, <심원의 삽화> <서글픈 재능> <감자와 족제비와 여교원> <닭과 아이들> 등에는 기성세대의 편견, 신세대의 고민 등이 원형질로 녹아 있다고 지적했다. 게오르그 루카치가 말한 ‘더이상 아닌 세계’와 ‘아직 아닌 세계’의 충돌이라는 현대성에 주목한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윤진현은 경성방송국 편성표에서 인천의 ‘꽃섬 동인회’ 활동을 발굴하여 함세덕의 인천에서의 활동을 밝혔다. 또한 윤진현은 <닭과 아이들>에 드러나는 현재성을 분석하는데, 현대 아동문학에서 가출이 “‘가정으로의 귀환’ ‘가정의 가치’를 환기하기 위한 장치”에 지나지 않는 데에 비해 이 작품은 덕진이 가출하는 마지막 장면에서 친구들은 물론 동리 어른들도 이를 축복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가정’이 아동에게 폭력이고 위협인 엄연한 현실”을 직시하고 “가정이 생존을 위협한다면 차라리 도망쳐서 이곳으로 오라고” 말하는 문제해결 방식은 오늘날에도 주목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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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진 토론은 이희환(시민과 대안연구소 연구원), 전성희(명지전문대 문예창작과 교수), 김진국(인천일보 편집국 부국장)이 참여했다.  이희환은 함세덕을 비롯하여 인천예술인의 문화적 기반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성희는 함세덕 희곡에서 소년과 청년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 데 그 창작배경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진국은 함세덕 작품의 빼어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구에만 머물러 있는 현실에서 그의 작품이 대중적으로 알려질 수 있는 기회가 부족한 점을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함세덕의 극작가로서의 위상만이 아니라 그에 대한 연구와 기념사업이 근대문학연구에 한정되는 것이 아닌 근대문화사로 넓혀져야 한다는 점이 강조되었다. 포럼의 시작에서 사회를 맡은 김학균(인천예총 사무처장)은 포럼 직전 함세덕의 누이인 함성희와의 만남을 소개하면서 함세덕의 아버지 함근욱과 송암 박두성이 사돈관계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근대예술인들의 연구는 근대문화사연구로 확장되는 것이다.

04그러나 이날 포럼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진 쟁점은 함세덕 연구나 기념사업이 친일이라는 그의 행적 때문에 답보상태에 있다는 점이었다. 지난해가 바로 함세덕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였지만 그의 친일 행적 때문에 기념사업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이러한 안타까움에 대해 윤진현은 “함세덕의 친일극은 사실이다. 그걸 인정해야 한다. 물론 식민지라는 극단적인 정치적 상황을 살아야 했던 작가에게 깊은 연민을 느낀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이날 토론에서는 친일행적이 있다고 해서 그에 대한 연구나 기념사업을 중단하는 것 또한 우려된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되었다. 과오의 역사라 해서 지우거나 덮는 것이 아니라 더 정확하게 사실을 발굴하고 연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비단 함세덕이라는 한 극작가에 국한된 것도, 근대문학사에 국한된 것도 아닌, 식민지라는 경험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한 오늘의 현실을 위해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중요한 관점이다.

“인천예술의 뿌리”라는 제목처럼 이날 포럼은 함세덕의 작품과 인천에서의 활동이 주요하게 논의되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함세덕의 작품과 인천이라는 장소의 연관을 강조하는 데에 머물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점이다. 함세덕 연구에서 많은 논자들이 지적하듯이 그의 작품들은 어촌 문학으로서의 독보적인 점이 있다. 이는 그의 작품이 인천을 배경으로 한다는 점만이 아니라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의 지리적 위치에서 그의 작품이 한국문학에서 갖는 독보적인 위상을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함세덕의 작품 연구에서 인천이라는 특정한 장소성을 한국문학의 보편성으로 진전시키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 하겠다. 이는 인천에서의 그의 활동에 대한 연구에서도 마찬가지다. 인천에서의 활동이 인천의 근대문화사가 아닌 한국근대문화사의 보편성과 연결될 때 인천 연극인으로서의 함세덕 연구가 한국연극, 한국문학, 한국근대 연구의 중요한 장이 될 것이다. 함세덕은 현재진행형의 작가다.

김소연 / 연극평론가




“예술 통해 함께 꿈꾸고 나눠요.”- 송도고등학교 ‘미남 융합미술부’ & ‘ABC 건축동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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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저희가 미술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는데, 그림만 그리는 미술부 활동이 아니라 특색 있고 다양한 활동을 해보고 싶어요.” 연수구 옥련동에 위치한 송도고등학교에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구성하고 주도적인 활동을 이어나가는 두 개의 동아리가 있다. ‘미남 융합미술부’와 ‘ABC 건축동아리’이다. 두 동아리는 지난해와 올해 인천문화재단이 진행하는 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에 각각 선정되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동아리를 담당하고 있는 조형은 미술교사는 처음 학생들이 교무실로 자신을 찾아와 동아리 활동을 제안했던 날을 이렇게 회상했다.

02아이들의 제안으로 시작한 동아리 활동
“작년에 처음 이 학교에 발령받으면서 미술부를 담당하게 되었어요. 3월 초, 구체적인 계획보다는 개괄적인 계획만 가지고 있었을 때였는데, 아이들이 먼저 교무실로 찾아왔어요. 이후 아이들과 수차례 면담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구체적인 활동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조 선생님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3년간 미술 분야의 진로를 꿈꿔왔다. 하지만 입시에만 치우쳐 미술학원에서 일상을 보내고, 미술부 활동도 미술대회를 준비하는 것이 전부였던 것에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제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는 단일한 형태의 미술만을 공부했어요. 미술대회에 나가 상을 타오는 것이 미술부 활동의 전부였죠. 하지만 학교 밖으로 나와 보니 미술에는 훨씬 다양한 형태와 분야가 있었고, 그만큼 다양한 진로도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이들에게도 그 점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림을 그리는 기술을 다지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관련된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 폭 넓은 사고를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다행히 아이들이 활동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해 잘 맞아떨어졌죠.”

주도적으로 동아리 활동을 이어나가는 학생들은 대부분 1,2학년 학생들이다. 많지 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은 진로를 쫓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으로 어떤 활동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해 고민하고 탐색하려 노력했다. 교사는 지나친 개입보다는 학생들의 옆에 서서 함께 길을 찾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택했다. “시작부터가 아이들의 제안이었잖아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거의 맡기고 있어요. 동아리를 통해 하고 싶은 활동에 대해 묻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을 도와주죠. 지난해에는 아이들이 재능기부 활동과 전시, 벽화그리기 등의 활동을 제안했어요. 아이들이 제안한 활동을 토대로 어떤 장소에서 어떤 사람들과 함께 활동을 하면 좋을지, 적재적소에 맞는 활동을 고민했어요. 학교 축제 때 교내 전시를 하는 방법이나 지역의 경로당을 찾아 재능기부를 하는 방법을 아이들과 함께 찾았어요. 건축동아리의 경우에는 같은 예술 분야이기는 하지만 미술과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건축분야에 관한 공부를 하기로 했어요. 함께 건축박람회를 다녀오기도 하고 다양한 논문들을 찾아보며 함께 공부하고 있어요. 제가 부족한 부분은 주변의 지인이나 인맥들을 동원해 도움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인천 소재 대학교의 건축학과 학생들을 멘토로 섭외하여 동아리 활동을 진행하는 방법을 계획하고 있어요.”

03옆에서 함께 가는 교사, 뒤에서 밀어주는 학교와 지역사회
“학교의 분위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동아리 활동 뿐 아니라 미술교과 수업을 하는 데 있어서도 아이들이 정말 적극적이에요. 주요 과목이 아니기 때문에 미술 수업을 등한시할 수도 있는데, 결코 수업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하지 않아요. 1학년 때 전교생이 일주일에 한 번 인성교육을 받는데, 그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요. 주변에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자랑을 하고 다닐 정도예요. 굉장히 즐겁게,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해주는 아이들 덕분에 교사로서의 보람과 즐거움이 컸고 그러한 에너지를 받아 동아리 활동과 학교의 전반적인 활동에 자극을 받게 되었어요.”

송도고등학교의 학생들 뿐 아니라 교장, 교감선생님을 비롯한 다른 선생님들도 미술동아리와 건축동아리의 활동에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교장, 교감 선생님께서 동아리 활동에 관심이 무척 많으세요. 과학중점학교이고 일반계 고등학교이기 때문에 동아리가 활성화되기 전에는 미술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이 이렇게 많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하셨대요. 하지만 동아리 활동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한 활동들을 보시고는 더 많은 지원을 결심하셨다고 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이 학교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서는 담당교사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학교 자체의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 학교는 많은 응원과 지지를 보내주시고 적극적인 지원을 해주셔서 좋습니다.”

학교의 지지 뿐 아니라 지역사회의 관심과 지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송도고와 연수구 노인복지관이 MOU 체결이 되어있어요. 학생들과 재능기부 활동을 기획 중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굉장히 반갑게 생각해주시고 연수구에 있는 가장 큰 노인정을 연결해주셨어요. 미술부 인원이 조금 많다보니 소규모보다는 규모가 큰 노인정을 찾아 직접 연결해 주신 거죠. 아이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어울리는 기회를 통해 스스로 지역의 구성원임을 인식하고 지역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들이 단순히 그림을 잘 그려서 얻는 뿌듯함이 아니라 어울림을 통해 자아 효능감을 얻을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인천문화재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든든한 지원군이다. “문화재단의 지원도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민문화활동 지원사업에 선정되어서 지원을 받게 되었는데, 덕분에 재료비와 같은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동아리 활동에 따르는 제약도 덜 수 있었습니다. 재료 준비도 넉넉하게 해서 더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활동할 수 있었고, 마지막 날에는 함께 활동했던 사진을 액자에 넣어 선물해드렸어요. 작품을 만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사진도 남겨드리니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미술동아리의 경우 올해에는 아쉽게도 지원사업에 선정이 안 되었지만, 지난해 진행한 활동을 바탕으로 아이들이 올해도 활동을 이어나갈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었을 활동들이에요. 다른 선생님들과 학교 전체, 그리고 지역사회가 모두 협조해주셔서 가능했습니다.”

조 선생님은 스스로 인천문화재단의 팬이라고 말할 정도로 다양한 활동을 해 왔다. 실제로 그녀는 인천문화재단에서 지원하는 연구모임을 통해 다른 선생님들을 만나 문화예술교육에 대해 연구하기도 하고, 지역문화예술교육 기획자 양성과정 ‘그로잉 업’에 참여하여 활동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해서 전공을 하게 되었고, 미대를 졸업했어요. 사실 인천에서 나고 자랐지만 인천지역의 특색이나 인천지역의 다양한 문화, 예술 활동에 대해 알지 못했죠. 개인 작업을 지역과 연관 시킬 생각도 하지 못했었어요. 대학 졸업 이후 스페이스빔과 연이 닿았고, 그 계기로 인천문화재단을 알게 되었어요.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려면 미술의 형태가 단독적이기 보다 통합된 형태로, 다양한 분야와 연결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활동을 진행할 때 미술교사 개인이 진행하기는 어렵지만,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 인천문화재단인 것 같습니다.”

팬이지만, 조 선생님이 재단에 바라는 부분도 있다.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예술분야의 진로를 꿈꾸는 아이들은 사교육을 찾아 밖으로 나가기가 쉬운데, 학교에서도 답을 찾을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학교문화예술교육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예술분야 동아리를 담당하시는 선생님들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미술교사끼리, 음악교사끼리 모이는 것이 아니라,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을 기획하고자 하는 선생님들이 모이는 기회가 있었으면 합니다. 관련 교사 연수도 수년간 초등 교사에게만 국한되어 있는데, 중등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가 있었으면 합니다. 함께 모여 고민을 나누고 사례를 공유한다면 더 많은 발전이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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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안에서 꿈꾸고 밖에서 펼치는 아이들
점심시간을 틈타 미술동아리와 건축동아리의 학생들도 만날 수 있었다. 학생들과 동아리를 구성한 과정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이승훈(ABC 건축동아리)
처음에 대여섯 명 정도 건축에 관심이 있고 그 쪽으로 진로를 생각한 친구들이 건축동아리를 만들어보자고 모였어요. 조형은 선생님께 도움을 청해 동아리를 만들었어요. 건축박람회를 다니면서 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쌓고 모형만들기와 같은 체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올해 ‘프로젝트 W’를 기획 중인데, 건축을 처음 접하는 친구들이 백색의 종이에 스케치를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는 의미에서 만든 프로젝트 명이에요. 1학기 때는 건축박람회를 방문하여 관련 지식을 쌓았고 2학기 때는 직접 모형을 만들어보고 벽화 그리기와 같은 봉사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백광현(美남 융합미술부)
기존에도 미술부가 있기는 했지만, 미술과 관련된 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서 C.O.A.라는 이름의 미술동아리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조형은 선생님의 도움으로 재능기부와 같은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어요. 원래는 미술치료 분야에 관심이 있었는데,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전문성이 부족할 것 같아 재능기부를 선택했어요. 어르신들과 함께 어울리며 많은 것을 배우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올해는 미술 관련 논문을 쓰는 ‘미남 융합미술부’와 함께 이름을 변경하여 활동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경제와 사회문화 등 다른 분야와 미술을 접목시켜 연구하고 논문을 쓰고 있는 중이죠. 사례를 들어서 논문을 쓰는데, 최근 송도에 지어진 아트센터가 가지는 경제적 가치와 전망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윤규선
지난해 경로당을 방문하여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부채에 그림을 그리는 것을 도와드렸어요. 예시를 들어드리면서 비슷하게 그리실 수 있도록 하거나, 생각하신 그림을 직접 부채에 옮길 수 있도록 도와드렸습니다. 이외에도 장승 만들기와 같은 활동을 했는데,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께서 고구마와 수박 같은 간식들도 챙겨주시고 많이 가까워 질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규민
제 경우에는 만화 쪽으로 진로를 생각하고 있어서 평소에 미술관 같은 곳을 별로 다녀보지 않았고 전통 미술에도 역시 관심이 별로 없었습니다. 지난해 학교 재단에서 운영하는 송암미술관을 다녀왔는데, 전시 주제가 전통과 관련된 것이었어요. 그동안 전통은 멋도 없고 재미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편견을 깰 수 있었습니다. OCI 미술관 창작 스튜디오에도 다녀왔는데, 그곳에서는 실제 작가 분들이 작업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서 신기하고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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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나 특성화고와 달리 일반고에는 희망진로가 각각인 학생들이 모여 있지만, 교육과정을 통해 서로 다른 학생들의 수요를 모두 충족할 수 있는 학교는 드물다. 송도고의 미술동아리와 건축동아리 활동은 학생들의 적극적인 진로탐색과 학생들을 위한 교사의 열정, 그리고 학교와 지역사회의 적극적인 지원이 시너지를 발휘해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예술을 꿈꾸는 아이들이 학교 안에서 답을 찾고 그 꿈을 밖으로 펼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만들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취재 및 정리 : 시민기자 김진아




물을 찾는 물고기처럼…- 에릭 스캇 넬슨(Eric Scott Nelson)

 

물을 찾는 물고기처럼…
실험→실패→발견의 여정은 계속된다
– 에릭 스캇 넬슨(Eric Scott Nel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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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에 들어서면 중앙 큰 공간에 아파트 광고 현수막 몇 개가 천장에서부터 세로로 늘어뜨려 걸려 있다. 바닥에도 유사한 현수막들이 사각형을 그리며 쌓여 있다. 그리고 그 중간에 흰색 물고기 모양의 조형물이 놓여 있다. 2016년 인천아트플랫폼 7기 A기간(3~5월) 국외 입주작가 에릭 스캇 넬슨의 결과보고 전시의 메인 장면이다.

에릭 스캇 넬슨이 작업으로 은유하고자 했던 우리의 현실은 쉴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도는 현대인들과 이루지 못할 욕망으로 가득 찬 그들의 삶, 이러한 삶을 만들어내는 부조리한 정치 구조이다. 수많은 아파트 광고 현수막이 불법적으로 내걸려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많은 이들에게 ‘내 집 마련’은 닿지 못할 열망이고 이루지 못할 염원이 아니던가. 이러한 불합리한 상황을 작가는 ‘물 밖의 물고기 / 날개 없는 새’에 빗대었다. 작가는 인천아트플랫폼 입주기간 동안 이동 및 휴대가 가능한 물고기 모양의 조각품을 만들고(기브스 재료로 머리 부분을 만들고 캔버스 천으로 몸통 부분을 접어서 갤 수 있도록 제작한 것이다), 물을 찾는 물고기마냥 인천 중구 일대를 돌아다니며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조각품을 등에 매고 걷다가 적당하다 싶은 장소가 나오면 내려서 펼치고, 그 안에 들어가 누워서 쉬는 행위를 반복한 것이다. 이러한 퍼포먼스가 나오기까지의 아이디어 스케치와 실험 과정, 작품 제작의 재료, 최종 퍼포먼스 결과(총 4회)가 2016.6.3~6.11까지 <물 밖의 물고기 / 날개 없는 새> 제하의 전시를 통해 소개되었다.

인천아트플랫폼 입주기간이 끝났다. 2016년 3월~5월까지 어떤 활동을 했나?
올해 3월 초에 서울 문래동의 ‘두들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2015년에 작업한 것들을 전시하면서 오프닝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한 3월을 무척 바쁘게 시작한 셈이다. 이후에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기 위해 리서치와 드로잉 등을 하면서 작업의 주제와 분위기를 설정했다. 내 작업의 기본 목표는 휴대 가능한 조각(portable sculpture)을 제작하는 것이었다. 평소에는 등에 매고 다니다가 바닥에 펼치면 안에 들어가 눕고 잠을 잘 수 있는 형태의 조각 작품으로 이것을 이용한 야외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조각은 ‘물 밖의 물고기’를 상징하는 것으로, 나는 이것을 인천아트플랫폼 인근의 야외 공간과 실내 공간들에서 사용했다. 4월에는 서울을 비롯해 중국의 청두(성도, Chengdu)와 충칭(중경, Chongqing)에서도 퍼포먼스를 했다. 모든 작업들은 이전 작업에서 영향을 받았고 미래의 작업에 다시 영향을 줄 것이다. 인천아트플랫폼 레지던시 종료 시점에는 그간 진행한 퍼포먼스들의 자료(다큐멘테이션)와 새로운 작업들, 사진, 드로잉, 조각, 비디오, 설치 작업으로 구성된 전시 <물 밖의 물고기 / 날개 없는 새>(2016.6.3~6.11)를 B동 전시장에서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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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밖의 물고기 / 날개 없는 새>전(展)에 대해 좀 더 설명을 해준다면?
<물 밖의 물고기 / 날개 없는 새>는 여러 아이디어에 대한 스케치를 상이한 여러 매체로 확장하여, 정치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시(詩)를 짓고자 하는 탐구 작업이었다. 전시에 사용된 텍스트로는 3개월간 내가 꾼 꿈의 내용을 담은 책(출판 작업)과 다음의 글귀가 유일했다.

점령되지 않고, 소유되지 않으며, 상업화되지 않고, 임대되지 않은, 사용되지 않는 공간은 어디인가? 공공의 공간도 우리의 것이 아니며, 사적인 공간도 우리의 것이 아니다. 영원히 손에 닿지 않을 무언가, 그 무언가를 더 꿈꾼다는 것.
욕망의 본질.
정치. 땅의 배분, 분할, 양도. 정치가들.

물은 땅이 된다. 심지어 물조차 소유된다.
억압받는 문화. 문화를 소비하기.
도시는 공격적이고, 우리의 감각이 잠시 물러나 휴식을 취할 곳은 없다.
점령당하고 통제되는 곳.
이러한 환경은 변화를 겪고 우리의 지식이나 동의와는 무관하게 조정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환경에서 영원히 불편하다.

휴식을 위한 장소는 어디인가?

몸, 피부, 옷, 외부의 층, 쉼터, 확장된 피부.
우리에게 물을 달라. 우리에게 땅을 달라. 우리에게 공기를 달라.
우리에게 공간을 달라.

03전시 기간 중에 총 4번의 퍼포먼스도 진행했다. 설명을 해준다면?
전시 기간 중 4일간 아파트 광고 현수막과 물고기 조각 설치작품을 이용하여 라이브 퍼포먼스를 소개했다. 기본적인 행동은 물고기 조각 안으로 들어가 눕고, 그대로 몸을 움직여서 물고기에게 생명(움직임)을 부여하는 것이었다. 주변의 현수막을 이용하여 그 순간의 공간에 반응하고자 했다. 퍼포먼스 4회 모두 물고기 안에 들어가서 물고기를 움직이고, 숨소리를 내는 방식은 같았지만 매번 그 진행 내용은 달랐다. 퍼포먼스 때 사용한 상징적인 제스처, 관객들과 상호 작용 방식, 물고기 밖으로 나오며 퍼포먼스를 마무리하는 지점과 시점을 달리했다. 1회의 퍼포먼스를 본 관객은 총 4부로 구성된 퍼포먼스 중 한 회를 본 것으로 인식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게는 동일한 매체(재료)를 사용한 4개의 분리된 퍼포먼스였다.

공연분야 입주작가로서 전시 형태로 작업을 보여주었다. 퍼포먼스의 시간적 제약을 보완하기 위함이었나?
나는 나의 작품을 소개하는 데 있어 ‘공연예술(performing arts)’라는 명칭을 사용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나를 ‘공연예술가(퍼포머)’라고 부른다. 사실 퍼포먼스 아트(Performance Art)와 퍼포밍 아트(Performing Arts)를 잘 구분하지 않는 것 같다. 용어에 대한 정의가 시간과 상황에 따라 항상 바뀌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의 작업은 행동(액션)에 포커스를 두고 있으며 신체의 모든 감각을 다룬다. 그렇다고 해서 ‘시각 예술(비주얼 아트)’이라고 불리는 분야가 나의 작업을 설명하는데 더 적당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만, 전통적인 무대나 극장과 같은 장소들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게 나의 행동들을 조정하고, 공공장소나 대안공간, 갤러리, 뮤지엄 등에서 퍼포먼스하는 것을 선호한다. 주제, 공간, 시간 등이 서로서로 연결된 관련 작업들로 전시를 구축함으로써 관람객들이 다른 설명 문구 없이 본인들의 경험을 통해 내 작업의 기반과 내용을 이해하길 바랐다. 전시라는 형태는 부가적인 맥락과 사운드를 창출해 내어 여러 개의 작품들이 공간 안에서 서로 화답하고 반향을 불러일으키도록 해준다. 나는 인천아트플랫폼의 B동 전시장이 매우 좋았고 그곳에서 무엇인가를 하고 싶었다. 결국, 전시장이라는 공간은 내가 작업을 진행하는데 있어 협력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블랙박스 극장이었다면 어려웠을 것이다.

04

작품 이미지나 퍼포먼스 영상을 온라인 혹은 언론에 잘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앞으로 작가 홍보용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운영할 계획은 없는가?
때때로 드로잉, 설치, 조각 작품의 사진 이미지들을 온라인에 공개하기는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퍼포먼스 장면을 담은 비디오나 사진들은 오프라인으로만 보여주려고 하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나는 우선 퍼포먼스 작업이 사람들에게 라이브로 경험되고 전해지길 바란다. 사람들이 비디오나 사진 기록물(다큐멘테이션)을 통해 퍼포먼스를 접할 경우, 대개 작업을 오해하게 마련이고, 그렇게 되면 다큐멘테이션은 잘못된 재현이 된다. 사진이나 비디오는 특정 순간을 포착하여 프레임 안에 가둠으로써 한 개인이나 순간의 관점만을 드러내고, ‘거기에 있음(being there)’이라는 본래의 현장 경험으로부터 분리되어 또 다른 고정된 작업이 되기 때문이다. 퍼포먼스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여줄 때에는 그 자체로 새로운 작품 자체이기 때문에 소개한다. 매체의 확장과 이로 인한 의미의 이동을 인정하는 것이다. 그리고 언제 어떻게 퍼포먼스 사진과 비디오를 보여줄 것인지 세심하게 결정한다. 새로운 설치 방법을 고민하고 매체를 재조정하여 새로운 물리적 공간을 창출하도록 하는 것은 물론이다. 예전에는 의도적으로 사진과 비디오 작업을 보여주지 않았다. 스토리텔링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전통적인 구전 방식으로 자유롭게 이동하며 일차적인 레퍼런스가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아티스트 토크 등 내 작업을 소개해야 할 경우에도 기록물을 보여주기 보다는 내가 ‘라이브 다큐멘테이션(live documentation)’이라 명명한 방식을 이용하는데, 스토리텔링과 행위의 결합을 이전 작업과 유사한 방식, 유사한 행동으로 전달하는 것이다. 이는 이미 벌어졌던 일들, 본래의 퍼포먼스 작업을 감지하는데 있어 촉각적, 청각적, 시각적, 후각적이며 때로는 미각적인 참조 지점들을 새롭게 만들어내기 위함이다. 나는 이러한 방식이 원작을 온전하게 유지하는데 있어 비디오나 사진보다 더욱 강력한 다큐멘테이션의 방법이자 도구라고 생각한다. 이 지점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더욱 많지만 향후 출판 작업을 위해 아껴두겠다. 개인 웹사이트를 만들 계획은 있지만, 만들게 된다면 내 작업을 홍보하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나의 책들을 독립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퍼포먼스를 하면서 목탄을 씹어 먹는 등 다소 과격하거나 몸을 혹사하는 행동들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어떤 이유인가?
어떤 행동을 반복하다 보면 발견되는 무엇인가가 있다. 오랫동안 빠르게 움직임을 반복하다보면 지치거나 몸을 다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목표점은 아니다. 모든 행동이 가능하고 모든 행동이 퍼포먼스이다. 충격요법을 주려고 의도적으로 극단적인 행동 등을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그저 그 순간에 필요한 것을 할 뿐이다. 어떤 행동은 지나치게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러한 판단조차 두려움이라든지 사전에 학습된 내용에 따라 그런 것이다. 두려움을 떨쳐서 해소하고, 몸이 스스로를 치유하는 방식을 새롭게 배우면 가능성의 영역은 더욱 커지고 인식의 전환도 나타난다. 내 작업들 중 상당수는 매우 부드럽고, 웃기고, 달콤하다.

향후 작업의 지향점과 계획이 있다면?
내게는 항상 너무 많은 아이디어들이 있다. 이러한 생각들을 모아두었다가 특정한 장소와 그 시간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을 작업으로 발전시킨다. 작업은 그 작업이 진행되는 환경에 따라 성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몇 년은 스페인과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지역에 머물며 작업할 예정이고, 그 와중에 한국과 중국을 오갈 생각이다. 물리적 환경이 이동하고 변화함으로써 나의 작업도 새로운 형태를 띠게 될 것이다. 나는 항상 내 능력에 도전하고, 내가 어렵다거나 불편한 것들로 나를 밀어붙여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한다. 실험한다는 것은 실패를 많이 한다는 것이고, 무언가를 발견한다는 것이며 그렇게 새로운 실험을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다. 실패, 발견, 반복의 과정이다. 앞으로 ‘행동(액션)의 반복’은 나의 작업에서 주요하고 강력한 지점으로 유지될 것이다. 습관을 깨고, 새로 배우고, 배운 것을 답습하지 않고자 하는 나만의 작업 방식이다. 하지만 언어나 작업에 사용되는 매체는 유동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나는 지속적으로 나의 지각의 범위를 확장하고자 고군분투한다. 나의 일상적 행동과 소위 ‘예술’이라고 부르는 것 사이에 구분은 없다. 내가 굳이 구분을 지을 때가 있다면, 사람들이 내가 하는 행동에 좀 더 관심을 두었으면 할 때, 이 행동들을 좀 더 부각시키기 원할 때에는 이를 ‘예술’이라 부르고, 나의 행동을 별 뜻 없이 봐 주었으면 할 때에는 일상적 행동이라고 한다.

정리 : 이영리(인천아트플랫폼 큐레이터)




땀흘려 연습하고 신나게 즐기고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생활문화센터에 필요한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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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 ‘피로사회’ , ‘분노사회’, ‘단속사회’… 최근 우리 사회를 정의한 책 제목들이다. 이렇게 많은 학자가 우리 사회 문제점과 대안을 날카롭게 분석하고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너무 많이 죽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5년간 한국에서 일어난 자살 사망자 수는 전 세계의 주요 전쟁 사망자 수보다 2~5배나 더 많다고 발표됐다.

02한국은 올해로 13년째 OECD 회원국 중 자살률 1위다. 이젠 뉴스도 아니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심각하다. 아직 경쟁사회에 뛰어들기 전 청소년과 청년 자살 증가율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OECD 국가들은 청소년 자살을 15.6%나 줄였다. 우리만 47% 나 늘었다. 더 큰 걱정은 자살 당사자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그 유족들은 일반인보다 자살 시도 확률이 6배나 높다. 또 1명이 자살을 시도하면 그 사실을 알고 있는 주변 최소 6명은 우울증 등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고재학. 한국일보 논설. 2016, 6)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은 모든 ‘자살’은 자살이 아니라고 한다. 사회적 유대감, 결속력의 약화, 불안정한 사회, 개인이 겪는 급격한 구조변화가 그 원인이기 때문이다. ‘타살’이다. 경쟁에 치이고, 성과나 업적에 압박당하며, 언제 또 현재 자리에서 밀려날지 모르는 스트레스가 우울증이 되어 일어나는 현상(이병훈·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기 때문에 구체적으로 사회적 타살이다. 이들은 나와 다른 사람이 아니다. 허술한 사회 안전망 속에서 고독감과 고립감, 무기력을 호소하는 외로운 개인들이며 지금 우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웃과 가족들이다.

대안, 일상생활에서 찾는다.
치열한 경쟁사회는 국가와 시장(자본)논리를 근본으로 한다. 그리고 민감한 현안에 대한 입장을 양극단으로만 만든다. 최근 연이어 일어났던 대형 참사에 대한 입장과 반응을 보면 점점 심해지고 있다. 억울한 죽음 앞에서 반성과 대책 마련보다는 나와 다른 입장에 대한 이데올로기 공격과 훼손에만 열을 올린다. 경쟁과 대립은 상대방을 공격해서 제압하는 게 목적이다. 하지만 서로를 강화하고 키운다. 결국,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며 바꿀 수도 없다. 그래서 사회를 바꾸는 새 질서는 다른 곳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양극단으로부터 자유로운 중간지대, 일상생활권이다. 국가와 시장 논리에 생존과 생활이 위기에 처한 일상생활권은 삶의 양보다 질을 중심에 둔다.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마을공동체 등의 확산과 그 속에서 실험되는 생활경제, 생활정치, 생활예술의 시도가 그것이다. 개성과 자율, 협동을 바탕으로 한다. 그동안 국가와 시장(자본)을 근본으로 하는 구질서가 새질서로 교체되는 것이다. 절박한 일상생활의 의미를 자기 근거로 삼는 새 질서는 창조적이다. 지역에서 상호호혜적인 공동체를 만들고 협동과 자율의 힘으로 신뢰를 쌓아 생활 속 현안들을 함께 해결한다. 생활 속 민주주의와 사회자본을 쌓는다. 많은 생활예술공동체가 지역에서 필요한 이유다.

03로널드 잉글하트(Ronald Inglehart)는 ‘문화 민주주의’라는 글을 통해서 사회가 생존가치 survival values보다 자기표현가치 self-expression values를 중요시할 때 민주주의일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을 했다. ‘자기표현’이 개인 간 신뢰, 관용, 의사결정 참여 등 민주주의를 이루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민주주의를 위해서 자신을 표현하는 문화적 가치가 생존가치 추구보다 우선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경제적인 불안 해소와 안정감이 민주주의를 위한 자기표현가치 실현의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즉 우리가 공동체 안에서 이루려고 하는 공유경제나 경제적 자립모델을 포함한 생활과 생존가치 해결은 자기표현가치와 함께 이루어야 하는 생활문화사업 통합 목표가 된다.

많은 통계를 보면 사회적 신뢰도인 ‘사회자본’ 지수가 높은 지역이 경제적 성장도 실제 높게 나타났다. 저신뢰 사회에서 막대하게 들어가는 감독, 과도한 집행 절차, 보장과 보호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고신뢰 사회에서는 필요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 비용은 지역 성장과 발전에 재투자하여 순환한다. 생활예술 활동은 자신을 표현하고 서로를 이해하면서 협동과 신뢰를 쌓아 간다. 주민들은 일상적 공론장에서 개인 경험과 요구를 모아 공적인 문제로 토론하고 합의에 도달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이룬 작은 성공 경험들은 공동체 구성원과 주민들에 사회자본을 키우는 데 중요한 계기다.

생활예술 공간과 자생력
생활예술 활동의 안정성과 지속성을 위한 중요한 조건은 공간이다. 하지만 공간은 운영 방식과 조성 목적에 따라 효과는 매우 다양하다. 지금까지 공공의 문화 공간 지원은 행정 관리 감독과 책임 아래 있는 직영방식, 민간단체 위탁방식, 한시적으로 임대료를 지원하는 민간 운영 지원방식 등이 있다. 이 경우 이용자는 행정의 통제와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공간을 활용해야 한다. 이용자의 자발성과 상상력에 한계를 가진다. 생활문화공간 주체가 이용자에게 안정적인 연습 공간 제공 만을 목표로 한다면 이용 편의를 위한 서비스와 합의 통제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이 경우에도 공간 이용자의 역량이 지역 요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거점 역할은 하기 힘들다.

04결국, 공간 이용자의 자발성과 자생력 향상은 잘 관리하고 통제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자발성과 자생력을 높이는 주인의식은 권력을 나누고 함께 참여하고 책임지는 과정에서 생긴다. 브라질 작은 도시 뽀루뚜알레그리에가 민주주의 모범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고 따라 하는 이유는 모든 주민에게 주인의식을 갖게 한 ‘참여 예산제’라는 정책의 시도였다. 주인의식은 주민 각자가 시 정부 정책과 예산에 영향을 미치고, 공정한 참여를 보장하는 정부에 대한 신뢰에서 비롯되었다. 그 결과 행정으로 불가능했던 긴급 현안들이 해결했으며 주민의 창조적인 생활정책들은 차별 없이 제안되고 실현되었다. 참여와 개입이라는 새로운 질서가 문화변동을 가져와 정착되었다.

문화공간에 대한 주인의식도 다르지 않다. 구성원들과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사업과 예산, 집행을 함께 논의하고 관련된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다. 그동안 누구도 전체 사업 예산을 유기적이고 통합적으로 보면서 상대 사업에 대한 배려를 아쉬워 했던 것은 한정된 정보 제공이 그 원인이었다. 과거 행정은 답을 찾아 주민에게 제시해야 하는 주체였다면 지금은 주민에게 답을 물어보고 논의를 붙이는 주체이다. 과거에 문화공간 이용자들은 까다롭거나 착한 민원인 중의 하나였다면 지금은 공간운영과 성장을 스스로 해결하는 지혜로운 공유 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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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새롭게 추진하는 이번 ‘생활문화센터’는 이러한 필요성과 기대로 시작된 문화시설 공간 조성 사업이다. 그래서 기존 문화시설과는 큰 차이가 있다. ‘생활문화센터’ 조성 사업은 주민들의 생활문화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는 장소와 기회도 제공하지만, 자율적인 생활예술 동아리 활동이나 자발적인 공간운영이 가능한 환경과 조건을 제공한다. 이를 위해 생활문화센터를 생활권 중심부에 배치하여 주민들의 생활문화활동이 지역공동체 형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하였다. 또한, 커뮤니티 아트나 공공예술, 마을 만들기 같은 사업과 연계해 지역 문화예술활동 네트워크 중심으로 ‘생활문화센터’의 가능성을 기대한다. 결국, 지역 생활문화공간은 주민에 의해 자율적으로 운영되면서 주민 스스로 자랑스러워하는 공간을 만드는 과정이다. 사회적 지위나 권력이 자기표현에 장애가 되지 않는 공론장, 자율과 협동으로 생활 속 현안을 해결하는 공동체, 일상생활의 문화적 가치와 의미가 강화, 발전되는 공간으로 고민과 변화가 멈추지 않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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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승관/시민문화공동체 문화바람




배우 정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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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배우학교 출신이며 일본 전위좌연극연구소에서 수업한 정암 씨가 토월회에서 윤심덕 양과의 역사적인 공연을 한 것은 그녀가 「사의 찬미」라는 레코드를 만들고, 대한해협(현해탄) 깊은 물속에 빠져 자살하기 전이어서 또한 인상적이다.

정암 씨는 인천 개항 후 광무 연간에 사립학교 인명의숙의 설립자이며 박영효의 암살 계획을 추진하다가 「사상팔변가」라는 노래를 남기고 자결한 지사 정재홍 씨의 둘째아드님이다. 그는 무대극인 이경손 각색 「동도(東道)」에서 아버지 역으로 나왔었다. 약 30년 전, 부민관에서 열린 동아일보 주최 제1회 연극콩쿨대회에서는 극단 낭만좌의 단원으로 세익스피어의 「햄릿」에 등장했으며, 제2회 콩쿨대회에서는 박향민 작 「상하의 집」에 출연한 노련한 무대 배우였다.

그는 일본 유학에서 돌아와 서울에서 고려영화제작소를 창립하였고, 중외일보 주간이던 이상협 씨가 일본의 가정 비극 소설 「나의 죄」를 우리말로 번안한 소설 「쌍옥루」를 각색해 만든 무성(無聲) 활동사진에서는 어부로 출연하였다. 또 청춘 남녀 사이에서 그 주제가가 크게 유행되었던 영화 「낙화유수」의 주연으로도 데뷔한 일이 있는 등 맹활약을 보인 정암 씨가 다시 고향 인천으로 돌아옴에 따라 인천의 연극 운동은 활짝 꽃을 피웠다.”

 

고일 선생의 저서 『인천석금』의 내용이다. 같이 활동하던 인물이어서 비교적 소상히 기록하고 있다. “정암 씨가 다시 고향 인천으로 돌아옴에 따라 인천의 연극 운동은 활짝 꽃을 피웠다.”는 내용은 원우전, 진우촌 편에서 언급한 바대로 1926년 연극단체 칠면구락부(七面俱樂部)를 창설하여 향토 연극 운동을 펼친 것을 말한다. 정암이 출연한 작품은 「햄릿」, 「상하의 집」, 「춘향전」, 「칼멘」, 「사랑의 주검」, 「눈물의 빛」, 「스테파노의 죽음」 등이다.

원우전, 진우촌, 정암, 이 세 사람은 각각 전문 무대미술, 전문 극작가, 전문 연기자로서 어두운 시절 이 땅, 인천의 연극 발전을 위해 활동했던 대표 연극인들이다.

김윤식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인천을 떠난 사람들, 인천에 정착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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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서구 지역 이주배경 홈그룹 가족들이 다같이 월미공원 나들이를 했다. 함께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며 게임도 하고, 음식도 나눠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오랜만에 한국이민사박물관을 찾았다. 중구에 위치한 ‘한국이민사 박물관’은 미주 이민 100주년을 맞이한 2003년, 이민자들이 해외에서 보여준 개척자적인 삶을 기리고 그 발자취를 후손들에게 전하기 위해 뜻을 모아 건립한 국내 최초 이민 테마 박물관이다. “배 속에서 배 기름 냄새가 나서 구역질이 나고… 열흘을 굶고 있으니 기운이 하나도 없어…” 초기 이민자들이 탄 최초의 이민선 갤릭호 ‘함하나 할머니의 증언’을 통해 그들이 묵었던 열악한 환경 속의 객실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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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크면서 조금씩 할 일이 늘어나고 있다. 일본 유학생이나 관광객들에게 한국의 정보를 소개하면서, 인천 정보도 함께 알리고 있는데 아쉽게도 여전히 대다수가 서울을 시작으로 한국을 알아 간다는 사실을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그래도 한국에 몇 번 온 경험이 있거나 오래 머무는 분들 중에서는 일부러 인천의 문화와 역사에 관심을 갖고 찾아오시는 분들이 종종 있다고 하니 다행이다. 지난 3월, 일본 기타큐슈시와 요코하마시(두 도시 모두 인천의 자매도시다) 파견 공무원들에게 인천을 안내할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인데도 인천에 애정을 갖고 인천만의 관광요소나 문화적인 가치를 재발견하려고 노력했던 모습이 참 좋았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그래서 인천 사람들도 좀 더 인천을 잘 알려는 노력을 해보면 어떨까 싶다. 인천에 계속 살았지만, 서울에 일하러 다니고 인천은 그냥 먹고 자는 집만 있는 곳 같은 느낌이다. 나 역시 서울에서 일하는 부분이 있다보니, 비슷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래서 주말이라도 틈틈이 짬을 내 강화도에 있는 시댁을 찾곤 한다. 갈 때마다 ‘인천에는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여러 곳이 있겠구나’ 싶다. 내가 사는 지역에 관심을 갖고 그런 것들을 하나씩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무엇보다 지금 자라나는 우리 인천의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 지역에서 함께 하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은 물론, 자매도시와의 교류 사업 등에 참여하는 기회 등을 제공하는 것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천을 이끌고 나갈 다음 세대의 육성만큼 중요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나 역시 이곳 인천에서 자녀들을 키우는 입장이라서 더욱 그렇다. 나와 같은 이주배경 가정들에게는 이 지역을 잘 알고 지내는 기회가 더욱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도 우리 이주배경가족들이 이 이민사박물관에 찾아가면 얻어가는 것이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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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인천 시민들도 이민사박물관을 많이 방문해서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고향인 인천시를 떠나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가족을 위해 이국땅에서 일했던 그들의 역사에 대해 알게 되었으면 한다. 힘든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살면서, 다음 세대를 위해 학교를 건립한 것은 물론, 이국 땅에서도 한국 문화를 잊지 않고 살아갔던 그들의 삶에 배울 점이 많지 않은가. 또한 이곳 인천에서 새로운 가족을 구성해 정착한 이주배경 가정들 역시 배울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04

이주자들이 자발적으로 지역 사회의 일원으로 여러 가지 활동에 참여하는 것이 새로운 지역 활성화의 원동력이 된 사례는 많다. 인천시의 자매도시인 고베시 <믹스루트 칸사이>, 유럽의 <유럽평의회 인터컬츄럴시티 프로젝트> 등이 그것이다. 다함께 어울려 사는 지역사회 만들기야말로 바로 지역 공동체의 출발이다. 그리고 아마 그 첫걸음은 각자의 가족부터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야마다 다까코(인천시 시민기자)




기획-요즘 어느 책방에 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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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사러 어디에 가는지, 책에 대한 정보를 어디에서 얻는지, 전과 달리 이 두 가지 질문에 대답하기가 어려워졌다. 요즘은 책을 사러 대형 서점에만 가는 것도 아니고, 책을 소개받는 특정 매체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달리 말하면 이제는 대형 서점과 주요 일간지를 통해 책에 대한 정보를 얻고 구매하기에는 독서 욕구가 충분히 채워지지 않는 것이다. 책을 사고 읽는 행위 외에도 책이라는 매체를 소비하는 모습도 꽤 달라진 것 같다. 문장을 필사하는 책이 나오고, 책방이 전시와 공연을 겸하는 복합 공간인 곳은 물론, ‘북스테이’라고 숙소를 겸한 책방도 있다. 굳이 새 책을 고집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중고 서점에 재고가 있는지 확인하는 건 필수적인 절차다. 책을 접할 수 있는 동선이 점차 바뀌고 있다.

책을 찾아보는 동선이 바뀌고 있는 인천의 독자라면 눈여겨볼 만한 서점이 있다. 동인천 카페 두 곳과 도원역 부근의 편집 매장에 세들어 있는 세든서점은 인천에서 유일하게 독립출판물을 취급하고 있다.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 위치한 ‘나비날다’ 서점은 배다리 안내소 역할도 하고 있는데 중고책과 새책을 모두 취급하고 특히 환경과 자연, 생태에 관한 책들을 소개하고 있다. 신포동 문화의 거리에서 조금 떨어져 있는 송학동의 ‘행복하여라’ 책방은 카페를 겸한 공간으로 일상에서 벗어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여행, 예술, 인테리어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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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부터 베스트셀러까지 다양한 책이 구비된 일반 서점에 비하면 적은 규모이기는 하나, 위 서점 세 곳의 특징은 주인장이 즐겨보고 추천하고 싶은 책들을 주로 판매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본에는 하루에 한 권만 판다는 서점도 있다는데, 한국에서도 이러한 소규모의 특색 있는 서점이 생겨난 것은 그리 생소한 일만은 아니다.  <건축신문> 16호(2016. 1)에는 서울의 동네서점 4백여 곳 중에서 독자와 소통이 활발한 54곳이 꼽혔고, <작은 책방, 우리 책 쫌 팝니다!>(2015)의 부록인 ‘전국 작은 책방 지도’에는 70여 개 서점이 실렸다. 이 둘만 합해도 전통적인 의미에서 서점으로 기능하는 곳을 포함하여 120여 개가 넘고, 소규모의 전문성/특색을 가진 서점이 전국에  1백여 개 가까이 되는 셈이다.

이러한 서점을 비롯한 출판시장의 크고 작은 변화를 ‘큐레이션’이라는 관점에서 살펴보려 한다. 문화 콘텐츠는 대체로 생산-편집-유통의 과정을 거치는데, 그 중에서 큐레이션은 편집(선택)에 속하는 영역이다. 이미 만들어진 콘텐츠를 재가공하는 것을 일컫는 때가 많고, 경우에 따라서는 콘텐츠의 기획(생산) 단계에서 큐레이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이 대표적인 사례가 독립출판이다. 독립출판이 기존의 출판물이 비교적 다루지 않은 주제를 제작자가 선호하는 방식으로 담아내기에 최적의 형태가 된 것은 콘텐츠 기획 단계에서 주제에 대한 큐레이션이 적용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현재 출판과 서점 계에서 두드러지게 보이는 변화인 독립출판의 약진과 소규모 서점이 늘어나는 현상은 큐레이션 즉 콘텐츠의 편집(선택) 영역이 앞세워진 형태인 것이다.

인천의 독립출판으로는 남동구에 작업실을 둔 6699press와 1인 출판사 소와다리를 소개하려 한다. 6699press가 출간한 총 6권 중에서 <여섯>이라는 책은 게이 6명이 이성애자 친구 6명에게 커밍아웃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한 권 더 꼽으면 <느릿느릿 배다리 씨와 헌책 수리법>이 있다. ‘느릿느릿 배다리 씨와 헌책 잔치’에서 헌책 수리법을 정리해 비치했던 내용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여섯>의 지나치다 싶은 솔직함과 <느릿느릿 배다리 씨와 헌책 수리법>의 헌책에 대한 애정을 느끼고 책의 마지막 장을 덮을 때쯤에는 독립출판이라는 형태를 통해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온전히 내게 전해졌는지를 되돌아본다.

소와다리 출판사는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와 김소월의 <진달래꽃>의 초판 복각본을 발간했다. 처음 출간됐을 당시의 분위기를 전하는 표지와 활자 들을 보면 말쑥한 장정의 현대적 디자인이 깔끔하게 딱 떨어져 갖게 되는 아쉬움이 무엇인지를 떠올리게 한다. 소와다리 출판사의 대표 김동근 씨는 초판 복각본의 아이디어를 배다리 헌책방 거리에서 얻었다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헌책방에서 오래된 표지와 활자 들을 접하면서 단순히 초판본의 복제품이 아니라 옛 디자인이 가진 가치를 재조명하는 큐레이션이 반영된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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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출판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책이라는 형태에 담아, 소규모 서점은 책방이라는 공간을 통해 전하고 있다. 보통의 독자들이 앞에서 소개한 서점과 출판사들의 책에 만족할지는 의문이다. 세든서점의 책들은 나를 포함한 2명의 운영자가 직접 골라 추천하는 책들인데, 무엇보다도 ‘잘 알지 못하는 책이 누구에게 필요한지’를 짐작하는 건 너무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고 권하고 싶은 책부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가 좋아하는 책을 다른 사람들도 좋아할까? 책 목록과 실물만으로 한계를 느낀 것이 올해 초 한 달 반 동안 세들었던 중구 신생동 철물점 시절이다. 사람들이 이 책들에 관심이 있을지도 궁금했지만, 사람들을 설득하고 서점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 공간을 어떻게 다양하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시도가 부족했다. 운영자 입장에서 서점은 독자를 만나는 데 매우 친밀한 공간으로 그들의 취향을 좀 더 세세하게 파악하고, 그들이 어떤 책 또는 상품을 원하는지 알 수 있는 곳인데, 운영하기에만 급급했던 건 아닐까 아쉬움이 남는다. 세든서점과 똑같지는 않겠지만 앞에서 언급한, 특히 서점들도 아직까지 공간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기에는 미숙해 보인다.

마지막으로 서점을 방문하는 분들에게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서점에 책이 많지 않아도 너무 놀라지 마시고 주인장이 추천하는 책은 무엇인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인지를 살펴보시기를 권한다. 한 편의 공연이 관객과 만나야 완성되듯, 책 한 권도 독자의 눈길과 손길 없이는 생명력을 얻을 수 없으니 말이다.

김우영(편집자, 세든서점 운영자)




기획-정보의 홍수에서 살아남는 법, 큐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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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인터넷 확산의 예기치 못한 효과로 우리 사회는 정보 과잉이라는 만성적 소화불량에 허덕이고 있다. 방송사, 신문사, 통신사 등 기존 뉴스 미디어부터 1인 미디어까지 다양한 매체환경에 둘러싸인 한국 사회는 하루 평균 400여 개의 뉴스 생산자가 발신하는 3만여 건의 뉴스 콘텐츠를 소화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소비자와 독자의 입장에서 어디를 찾아가, 무엇을 읽어야 할지를 선별하는 것조차 버거운 현재 상황에서 ‘큐레이션’으로 호명되는 정보 길라잡이의 등장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전통적 의미의 ‘큐레이션’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잉태했다. 다양한 예술작품의 정보를 찾아 모으고, 새로운 관점에서 창작자와 작품을 해석하여 갤러리나 거리에서 전시회를 개최하는 사람을 통상 큐레이터라 부르며, 그러한 행위를 큐레이션이라 일컫는다. 미술관과 박물관의 큐레이터가 각양각지에 산재한 예술작품을 묶어내고 읽어내는 관점을 제공하듯이, 인터넷 세계의 넘쳐나는 정보를 맥락화하여 이용자에게 간추려 제시하는 행위 또한 큐레이션의 범주에 포함된다. 뉴스 큐레이션, 제품 큐레이션, 지식 큐레이션 등 현재 통용되는 큐레이션의 쓰임새를 일별해 보면, 정보와 의제를 직접 생산하는 발신자보다는 이미 축적된 콘텐츠의 소비방향을 선도하는 안내자의 역할에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요컨대 공개된 정보의 가치를 선별하고 이용자의 취향을 고려해 재분류함으로써, 정보의 접근성과 활용률을 높이는 행위인 것이다. 
 
네이버, 피키캐스트,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등의 대형 콘텐츠 플랫폼이 주도하는 큐레이션 행위가 뉴스 생태계를 교란한다거나 저작권에 대한 정당한 지불 없이 콘텐츠를 활용함으로써 시장 질서를 훼손한다는 지적은 타당하다. 정보의 접근성과 활용도를 높이자는 본래의 취지가 특정 언론사나 상품의 소비행위를 부추기는 경제적 효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그 자체로 합리적인 대안을 찾아야 마땅할 것이다. 오히려 중요한 지점은 플랫폼 업체들이 주도하는 큐레이션 행위와 달리, 공공적 목적에서 대중의 문화 향유권을 신장하고 창작자의 표현의 자유와 지식의 잠재적 가치를 확산하는 큐레이션 문화의 가능성과 확장성이다. 아직 한국사회에서는 그 개념이 낯설기도 하거니와 선행사례도 찾기가 쉽지 않지만, 해외사례를 통해 큐레이션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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롱폼 아카이브(www.longform.org)는 영어권의 주요 신문사와 잡지에 실린 기사와 에세이를 스크랩해 모아놓은 사이트이다. 2010년부터 자원봉사자들의 동참으로 시작한 아카이빙 활동에는 큐레이터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자발적으로 각자의 관심에 따라 다양한 매체에서 선별해온 글을 업로드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올라온 글 대부분이 2,000자를 넘는 장문으로 구성된 점이 특이하다. 인터넷 서핑에서 접하는 대부분 글이 짧고 이미지를 보충하는 방식이기에, 상대적으로 쉽고 재미는 있으나 내용적 충실성이 떨어진다는 점에 주목한 롱폼의 창립자들은 글쓴이의 충분한 생각과 조사가 바탕이 된 기사와 에세이를 큐레이션의 대상으로 한정했다. 그러한 노력을 신뢰했기 때문일까? 롱폼의 창립자인 맥스 린스키(Max Linsky)에 따르면, 빈 라덴이 암살당한 날 그에 대한 정보를 찾는 이용자들이 80만 명이나 사이트를 방문했다고 한다. 이렇듯, 선정적이거나 흥미 위주의 토막글에 싫증이 난 독자들에게 롱폼 아카이브는 그 자체로 매력적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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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과 오프라인 활동을 결합한 영국의 필름클럽(www.filmclub.org)도 큐레이션의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007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필름클럽은 아이들과 젊은이들에게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하는 비평의 기회를 제공하자는 취지로 출발했다. 오늘날 가장 대중적인 문화상품인 영화 한 편조차 관람하기 어려운 아이들이 여전히 많다는 현실과 영화가 단순 오락거리로만 소비되는 현상에 주목한 필름클럽은 우선 학교 현장에서 영화를 함께 보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큐레이션하는데 주력했다. 그 과정에서 대중영화는 물론 고전영화와 예술영화를 다양한 주제와 시청 연령에 따라 목록화하고 영화마다 토론교안을 제공함으로써 아이들의 인문적 소양과 비평적 사고력을 높이는 데 힘썼다. 그 결과로 10년 전에 불과 25개의 학교에서 시작한 필름클럽이 이제는 매주 20만 명이 넘는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만나고 있으며, 영국 정부(£26 million)는 물론 민간 재단으로부터도 상당한 재원을 후원받고 있다. 현재는 영화보기와 읽기교육과 더불어 제작교육까지 병행하고 있으며, 웹사이트에 주제별 나이별 영화리스트와 토론교안을 공개함으로써 영화를 통한 문화예술교육의 길라잡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

롱폼 아카이브와 필름클럽의 사례에서 감지할 수 있듯이, 큐레이션은 이미 우리에게도 그리 낯선 경험이거나 활동이 아니다. 단지 기존의 프로그램을 큐레이션의 관점에서 사고하거나 기획하지 못했을 뿐이다. 특히, 큐레이션의 기능이 문화예술의 공공성 확대라는 이슈와 연계될 때 그 확장성은 무한하다고 할 수 있는데, 필름클럽의 초기모델과 유사한 인천의 경험이 갖는 잠재적 가능성을 기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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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영상위원회의 <별별(別別)시네마>와 <민들레 극장>, 인천여성영화제의 <모씨네>, 남구학산문화원의 <하품학교>, 영화공간주안의 <사이코시네마 인천> 등 인천 지역의 여러 기관과 단체에서도 지난 10년 동안 지역주민과 함께 영화를 관람하고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진행해왔다. 극장으로 주민들을 초대하여 영화상영이 끝난 후 전문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하품학교>와 <사이코시네마 인천>, 공연장이나 도서관 등 친숙한 문화공간에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영화를 상영하는 <별별(別別)시네마>, 문화시설이 부족한 주민들의 삶의 현장을 찾아가는 영화 감상프로그램 <민들레 극장>과 <모씨네>까지. 모두 영화관람 환경과 참여 주민들의 특성을 고려하여 영화를 선별하고 토론 이슈를 준비한다. 극장에서의 일반적인 영화관람 행위와 달리, 영화를 우리 사회나 나의 삶과 연결하여 생각해보고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사고력과 표현력을 높이는 인문적 학습활동이다.

이렇듯 흩어진 프로그램과 그것의 성과를 큐레이션의 관점에서 재조직하고, 이를 공유하기 위한 오픈 플랫폼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는 시민의 문화적 권리를 확대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문화적 공유지의 지역 모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정보 큐레이션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저작권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공공 아카이브’ 혹은 ‘오픈 플랫폼’ 구축을 위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

허은광(재단 기획경영본부장, 인천문화통신 3.0 편집위원)




마르지 않는 발언, 계속되는 연극 – 심포지엄 『포럼연극에 묻는다!』

0102 막이 오르고 무대에 조명이 들어온다. 관객은 헛기침도 삼킨 채 최대한 정숙한 자세로 관람 매너를 준수하며 극을 ‘수용’한다. 무대 위에선 말하고 무대 아래에선 듣는 것, 이것이 우리가 알고 있는 공연의 일반적인 풍경이다. 아무리 무대 위에서 드러나는 모방된 허구가 더 현실같이 느껴지더라도, 제한된 시간과 공간에서 진행되는 연극예술은 무대와 관객 간의 소통에 한계를 지니고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눈앞에서 인물 간에 갈등이 펼쳐질 때, 등장인물들로서는 알 수 없지만 관찰자로서는 차마 보기 힘든 운명의 고난이 전개되려는 순간에 무대로 뛰쳐들어가 개입하고 싶은 충동을 한 번도 느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게다가 등장인물에 몰입했거나 그가 처한 상황이 나와 분리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면, 즉 ‘나의 문제’ 로 와 닿는다면?

극중 상황에 대해 관객의 의견을 요청하는 연극, 관객을 수동적인 방관자가 아닌 적극적인 주체로서 연극에 참여하여 자신의 생각과 의견을 직접 말과 행동으로 실행하도록 하는 “포럼연극”에 대해 이야기하는 심포지엄 『포럼연극에 묻는다』가 부평구문화재단 주최로 지난 5월 13일 부평문화사랑방에서 열렸다. 김병주 서울교육대학교 교수가 <포럼연극의 이해 및 흐름>으로, 김현정 ‘극단 해’ 부대표와 원성원 교육연극연구소 ‘프락시스’ 대표가 <지역사회에서 포럼연극의 확장 가능성>이라는 주제로 각각 발제했으며, 이혜경 인천시 마을공동체 지원센터장과 손미선 인천여성의전화 사무국장,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이 토론을 맡아 진행했다.

03 
아직 우리에게 낯선 개념과 형식으로 다가오는 포럼연극은, 관객들이 극에 직접 참여하여 연극행위를 하게 함으로써 현실문제에 대한 자각과 실천의 토대를 마련하게 하는 목적으로 창안되었다. 포럼연극의 창시자 아우구스또 보알(Augusto Boal)은 1950년대 말 고국인 브라질 상파울루의 Arena Theatre를 이끌며 유럽 고전극 등을 주로 연출하다가 극심한 빈부차의 문제, 독재정권과 고질적 부정부패, 각종 사회문제에 신음하는 민중들의 고통을 목격하고, 이들을 결속시켜 적극적인 변혁의 주체로 계몽하는 정치적, 사회적, 교육적 도구로서의 새로운 연극이론을 고안하게 된다. 1974년에 발표된 그의 책 『억압받는 이들의 연극(Theatre of the Oppressed(1))』은 “인간의 모든 행위는 사회적이며, 따라서 모든 연극행위 역시 정치적이다”라는 선언으로 시작되며, 포럼연극의 사상과 방법론이 집대성되어 있다. 억압받는 이들은 바로 사회적 부조리에 고통받는 우리, 관객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다.
(1)한국에서는 1985년에 『민중연극론』(창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포럼연극에서는 관객과 배우가 분리된 관계가 아니다. 관객이 적극적으로 연극에 참여하여 자신의 의견을 극중에 직접 피력하고, 경우에 따라 자신이 배우들을 도와 내용을 수정하거나 자신이 배우의 역할을 넘겨받아 자신의 생각과 행동을 배역을 통해 직접 표현한다. 대단히 적극적이고 실천중심적인 이 기법이 지역에서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어떤 효과를 발휘했을까? 발제로 참여한 ‘극단 해’와 ‘프락시스’에서는 그동안 진행했던 포럼연극의 사례들을 풍부하게 소개했다. 학교폭력, 진로, 환경, 외국인노동자 인권, 미혼모, ‘워킹맘’이 직장과 가정에서 겪는 문제 등 이 사회 전반에 걸쳐진 보편적인 문제들을 포럼연극을 통해 관객들의 참여를 이끌어낸 사례들이 대부분이었다. 공연 후 관객들의 답변 내용을 살펴보면 대체로 만족감도 크고 주변에 추천 의향도 높은 것으로 드러나 있으나, 두 극단과 부평문화사랑방 모두 모객의 어려움을 공통적으로 토로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들은 ①관객의 참여에 따라 매회 다른 구성이 될 수밖에 없는 형식, ②관람보다는 참여와 토론에 방점이 있어 이벤트적 성격을 띄게 되는 점, ③토론을 부담스러워하는 관객 성향 등을 그 원인으로 분석했다. 또한 관객 본인과 연계되는 지점이 없다고 판단해 버리면 공연에 대한 관심을 점화시키는 것조차 쉽지 않겠다는 진단에도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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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평문화사랑방은 지난 3년간 꾸준히 포럼연극을 개최해왔다. 이미숙 부평구문화재단 사랑방운영팀장은 “보통 사랑방에서는 상업적인 레퍼토리 공연들을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다른 곳과 프로그램을 차별화하면서 지역 주민 스스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포럼연극을 주목했다고 한다. 일방적으로 공연만 하는 게 아니라, 이곳 지역 주민들과 만나서 그들의 이야기로 같이 만들어 보는 게 꿈이라는 그는, 포럼연극이 지역사회의 변화와 소통의 장으로서 유효하다는 생각이다.

포럼연극이 아직 한국에서 보편적인 공연 형식은 아니지만,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지난 5월 26~28일 내한 공연한 독일 베를린 샤우뷔네극장의 연극 <민중의 적(An Enemy of the People)>이 한국 관객들을 무대로 이끌어 열띤 토론의 광장을 만들었던 것처럼, 포럼연극의 발생은 오래되었으나 우리를 둘러싼 정치․사회문제들은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며 결코 소멸되지 않을 것이므로, 우리의 ‘발언’ 역시 결코 마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리 : 노수연(재단 예술지원팀장) , 사진제공 : 부평문화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