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유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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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방아주 생소한 이름이어서 누구도 유신방(柳新芳)이 인천과 연관이 있는 배우라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여배우 유신방에 대해서는 1932년 1월에 발간된 잡지 『삼천리』의 기사가 해답을 던지고 있다. 그 기사는 2007년 2월에 발간된 『인천학연구』에도 인용이 되어 있는데, 유신방을 ‘영화 <사나이>에 출연한 오향선’으로 소개하고 있다.

그 밖에는 고일 선생의 『인천석금』에 오향선에 대한 언급이 보인다. “한때 인천의 명기로 이름을 날렸던 오향선도 기악과 단가는 물론 바둑을 두고 바이올린도 켤 줄 알았으며, 사군자도 치고 글씨도 잘 썼었다.”는 내용이다.

『인천학연구』는 “유신방은 오향선(吳香仙)이란 이름을 쓰던 용동권번의 기생이었는데 미모와 재능이 뛰어나 나운규(羅雲奎)에 의해 캐스팅되었다.”고 쓰고 있다. 오향선이 술집에 놀러온 나운규를 만나 그의 연인이 되고, 영화 <사나이>에 출연함으로써 영화배우 유신방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 시기는 1927~8년 무렵으로 유신방의 나이 스물세 살이었다.

유신방이 출연한 작품은 모두 나운규의 영화로 1928년 <사나이>, 1929년 <벙어리 삼룡>, 1930년 <아리랑 후편> 총 세 편인데, <벙어리 삼룡>은 흥행에 크게 실패했다. 당시 영화계로부터 “영화배우로서 제일 얼굴과 체격이 좋았고 언뜻 보기에도 어딘지 깊숙이 끄는 데도 있”지만 나운규를 연애에 빠뜨려 방탕하게 했다는 이유로 “조선 영화계의 요부(妖婦)”라는 부정적인 평판을 받았다.

훗날 유신방은 개성권번에 들어가 흥행에 실패한 나운규의 영화 자금을 대었고, 그와 헤어져서는 불교에 귀의해 금강산에서 수도 생활을 했다. 광복 후까지 인천에서 식당 등을 경영했으며 1970년대까지 생존했었다고 하나 그 이후 행적은 불명하다. 배우로서 오래 이름을 남기지는 못했지만, 인천 출신 여배우였음은 틀림없다.

김윤식/시인,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굿거리에서 한마당의 축제로 – 2016 거첨뱅인영감굿 현장을 다녀와서

“거첨뱅인영감굿”은 황해도 강령 거첨 마을에서 행해진 풍어굿이다. ‘뱅인영감’은 최영 장군을 따라 들어온 하위의 신격이지만 고기를 잡게 해주는 능력이 다른 어떤 신보다 월등한 존재 또는 거첨 일대에서 중선배를 부리던 사람이 죽은 뒤 마을 사람들이 신으로 모신 것 등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은 외래신(外來神), 풍신(風神), 선장신(船長神), 풍어신(豊漁神)의 성격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무엇보다 조기를 낚는 일에 탁월하여 지역에서 주신(主神)으로 모셔지게 된 신이다. 거첨뱅인영감굿을 하게 된 연력은 아래와 같다.

“황해도 강령 거첨 대부분의 주민들은 어업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약 150년 전 거첨에서는 고기가 잘 잡히지 않아 마을사람들이 매우 불안해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거첨의 바닷가에 웬 뗏목이 하나 떠밀려왔는데 마을사람들이 며칠을 지켜보아도 뗏목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뗏목을 타고 왔을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중략) 마을사람들이 뗏목에 가보니 사람은 보이지 않고 지게, 지게작대기, 패랭이, 지팡이, 짚신 등만이 있었다고 한다. (중략) 그리고는 배를 부리고 어업을 하는 사람들이 이 뗏목의 임자를 위해 대동굿에서 섬겨주기로 하였다. 거첨의 당에는 채일(최영)장군이라는 이 지역 출신의 장군을 모시고 있었기에 따로 당을 마련하지는 않고 뗏목이 닿았던 바닷가의 자그만 굴에 뗏목에서 발견된 지게, 지게작대기, 패랭이, 지팡이, 짚신 등을 넣고 뗏목 임자의 명복을 빌기로 하였다. (중략) 이렇게 거첨에서 뱅인영감의 굿을 하면서부터는 고기가 잘 잡혔다고 전한다.”

위의 연력 내용을 그대로 풀면, 죽은 뗏목의 임자의 명복을 빌어 주고 나서 마을에 고기가 잘 잡히자 이후 지속적인 굿을 통해 풍어를 기원한 것이다. 죽은 사람을 묻어주고 나서 마을에 풍어가 이루어졌다는 구전은 한국 바닷가 마을 곳곳에서 보인다. 결국 죽은 사람이 신으로 좌정된 사례를 거청뱅인영감굿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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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8일(토), 화도진 사랑채와 내사에서 2016 거첨뱅인영감굿(서해안굿)이 (사)황해도굿한뜻계보존회 주최로 열렸다.

굿거리에서 뱅인영감이 가장 먼저 하는 행위는 돌 또는 풀무더기를 구르고 다니는 것이다. 여기서 ‘뱅’은 ‘한 바퀴 도는’ 뜻을 가지기에 ‘뱅인’은 ‘구르는 사람’을 지칭한다. 따라서 뱅인의 명칭은 그 행위에서 따온 이름이다. 거첨마을에서 피난 온 사람들에 의하면 뱅인영감 신당은 절벽 아래에 있다고 한다. 굿을 할 때 무당은 절벽 아래 신당으로 굴러서 내려가는데, 이때 무당이 낙상하지 않고 다치지 않을 때 뱅인영감이 제대로 실린 것으로 여겼다고 한다. 굿거리에서 ‘뱅인영감’이 구르는 행위를 마치면 거첨 앞바다는 이미 황금빛이 나는 조기가 득실대는 황금어장으로 바뀌어 있다. 그물을 치기만 하면 조기를 쉽게 퍼 담을 수 있다. 그런데 뱅인영감은 인간에게 복을 내리는 선신(善神)이지만, 인간들이 자신에게 정성을 다하지 않으면 그 혜택을 인간에게 부여하지 않는다. 굿의 연행에서 뱅인영감으로 분장한 무당은 제물로 바쳐진 순대가 길이가 짧다고 탓하고 화를 내면서 나무란다. 그러면 어민들은 잘못했다고 손을 빌려 용서를 구한다. 신의 이중적 성격은 인간과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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뱅인영감은 직접 어부가 되어 조기를 몰아다 준다. 무당은 순대를 목에 걸고 그것을 닻줄인양 길게 바다에 늘어뜨리는 시늉을 한다든지 고사리감투를 쓰고 바다 속 안을 들여다보면서 어부의 조업 행위를 한다. 이것은 고기를 많이 잡기를 바라는 유감주술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고사리감투는 나무상자에 거울을 단 ’창경‘이라는 우리나라 전통 어구로 물고기의 이동을 관찰하는 도구이다. 이 대목은 ‘언덕을 구르고 도로 올라오는 행위’ 와 함께 연극적 요소를 강하게 내포하고 있다.

김매물 만신을 중심으로 한 <거첨뱅인영감굿>은 2005년 한국민속예술축제에 출전, 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을 받았다. 김매물(1939년생)은 황해도 해주 결성 출생으로 6․25전쟁 때에 덕적도로 피난을 온 후 25살 때에 내림을 받고, 덕적도 국수봉 신령인 최영장군을 몸주신으로 모시고 있다. 38살에 인천으로 옮겨 신기촌에서 자리를 잡은 후 일면 신기촌 ‘매물이만신’으로 불리워지고 있다. 김매물은 현재 ‘꽃맞이굿’으로 인천광역시 무형문화재제24호(2013.04.30) 예능보유자로 지정되어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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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해도의 굿거리는 대개 24거리로 진행되는데, 이번 <거첨뱅인영감굿>은 10여 개의 굿거리로 진행되었다. 황해도굿은 신령을 불러서請神, 모시고奉神, 놀리어娛神, 보내는送神 4단계 절차에 의한다. 신을 부르기 위해서는 먼저 굿청을 깨끗이 정화하는 ‘신청울림굿’과 신을 굿당으로 모시는 ‘상산맞이굿’, 부정을 씻어내는 ‘초부정·초감흥굿’, 액운을 걷어내기 위해 영정각시를 대접하는 ‘영정물림굿’, 마을 주민의 명과 복을 기원하는 ‘칠성제석굿’, 재복을 기원하는 ‘소대감굿’, 뱅인영감을 모시고 만선을 기원하는 ‘뱅인영감굿’, 그리고 억울하게 죽어간 혼령들을 위로하고 먹거리로 대접하여 다시 돌려보내는 ‘마당굿’ 순서로 진행되었다. 그런데 뱅인영감굿은 황해도 대동굿, 꽂맞이굿 등에서 진행되는데, 대개 마지막 부분에 진행된다. 그것은 사슬세우기 과정을 끝내고 돼지의 내장과 간을 가지고서 굿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뱅인영감굿은 엄밀하게 말하면 황해도의 민속문화이다. 그러나 인천 시민 중 피난민이 차지하는 비중이 10%를 넘는다는 것을 생각하면 인천의 문화유산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황해도굿이 모두 그렇지만 공연 제목이 ‘거첨뱅인영감굿’일 뿐, 기본적인 굿거리에서 ‘뱅인영감굿’이 진행될 뿐이다. 따라서 뱅인영감굿의 내용을 보다 확장하고, 이 굿이 만들어지게 된 유래 등을 첨가하여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야 할 것이다. 또한 무당이 단순히 굿거리를 진행하는 것이 아닌 일반 시민들과 어우러져 한 마당의 축제로 영역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정연학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관

※ 거첨뱅인영감굿은 2016년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육성지원사업의 예술표현활동지원 전통 분야에 선정되었습니다. 국립민속박물관의 정연학 학예연구관이 현장을 다녀와 남긴 생생한 보고서를 공유합니다. 앞으로도 인천문화통신 3.0에서 지속적으로 인천 지역의 문화예술현장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둥지내몰림) 해법을 모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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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포동이 수상하다. 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며,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린다는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둥지 내몰림) 조짐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인천문화재단은 지난달 30일(목) 오후 2시 인천아트플랫폼 H동 2층에서 ‘젠트리피케이션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를 주제로 55회 목요문화포럼을 열었다. 이날 현장에서 확인한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은 뜨거웠다. 4시간 여에 이르는 긴 포럼 내내 대부분 청중이 자리를 지켰고, 자리가 없어 발길을 돌리는 사람도 있었다. 서울의 삼청동이나 신사동 가로수길, 경리단길 등이 이미 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몸살을 앓고 있지만 적어도 인천에서만큼은 이를 막아내야 한다는 참석자들의 바람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김하운 함께하는 인천사람들 대표, 고선근 서울시 성동구 지속가능정책팀장, 이의중 건축재생공방 대표, 박경호 경인일보 기자 등 4명이 발표자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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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첫 발제자로 나온 박경호 기자는 개항장 일대 곳곳에서 젠트리피케이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며 자신의 취재 후기를 소개했다. 그는 공인중개사 사무소 3곳과 일대 상인들을 만나고 인터뷰한 결과 “상가 임대료가 30% 이상 오르고, 매매가격 또한 3.3㎡당 호가가 20~30% 상승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고, 가격이 더 오를 거라는 기대심리 때문에 건물을 내놓는 건물주가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수인선 개통’, ‘내항 재개발’, ‘개항창조도시 사업’ 등 완료됐거나 예정된 개발사업이 건물주의 기대 심리를 자극하고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그는 “하지만 인천시는 담당 부서조차 기본적인 실태 파악이나 대책 마련은 고사하고,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개념도 없는 상황”이라며 “관이 정책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조례 제정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지난 1994년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개관으로 둥지 내몰림 현상을 겪은 주변 동네와 지난 2009년 개관한 인천아트플랫폼 주변 신포동 상황의 유사점도 거론했다. 그는 “예술회관 개관 후 만화가, 화가, 밴드 등 많은 예술인이 작업실과 연습실을 얻으며 몰려들었지만, 2001년부터 2002년까지 임대료가 상승하며 이들이 하나둘 떠났고 관교동은 현재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먹자 골목이 돼 버렸다”며 “인천아트플랫폼 개관 이후 신포동에 갤러리와 북카페, 소규모 공방 등의 공간이 들어서며 활력을 찾고 있는데, 관교동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서둘러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기”라고 조언했다.

2경제 전문가인 김하운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의미와 원인, 진행 과정 등을 경제적 관점에서 분석하며 지역사회에서 실천 가능한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젠트리피케이션을 ‘외부효과’와 그에 따른 ‘외부불경제’와 ‘시장실패’의 순으로 이어지는 전반적인 흐름을 통해 설명했다. 마을 주민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도시환경 변화가 발생할 때 도시환경 변화로 인한 주인 없는 이익(공유자원)이 생겨나고, 그 이익을 차지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며 물가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등의 ‘외부 불경제’가 나타나고 결국 시장 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시장 실패’로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는 시장에 전적으로 맡겨 둬야 할 개인 간의 문제로 취급할 일이 아니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할 명확한 근거가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대부분의 도시환경 변화(외부효과)가 정부 때문에 일어나고 시장실패로 이어지는데, 이는 변화를 예측하지 않은 정부의 책임”이라며 “시장실패는 시장이 스스로 책임지지 못한다는 점에서 정부가 개입할 논리적 근거가 되며, 젠트리피케이션은 국가가 나서서 치유해야 할 시장 실패의 현상”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지방정부가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인천시가 서울 성동구의 경우처럼 더 늦기 전에 선제적 대응을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으로 젠트리피케이션 심화 지역에서의 노점상 확대, 인천에 산재한 지하철 역사 공간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시했다.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기본적으로 부동산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기 때문에 벌어지는 것으로, 상가를 충분히 공급한다면 일정 수준 통제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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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트리피케이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서울시 성동구의 발표도 이날 포럼의 주요 관심사였다. 성동구는 지난해 9월 전국에서 처음으로 이른바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례인 ‘성동구 지역공동체 상호렵력 및 지속가능발전구역 지정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는 결실을 얻어냈다. 상위법도 없는 상황에서 최소한의 정책적 근거를 마련한 것이다. 이 조례의 핵심은 이해 당사자로 구성된 주민협의체가 입점해선 안 되는 신규 업종(업체)를 걸러낼 수 있는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입점 제한 업체는 지역공동체와 지역상권 파괴가 우려되는 대형 프랜차이즈와 유흥주점 등이다. 성동구는 지난 연말, 대상 지역인 성수동 255개 건물주 가운데, 141개 건물주와 상가 임차인이 참여하는 상생협약을 체결하며 지역 내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기 위한 모습을 보이는 한편, 올해 초 한시적이지만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전담 부서를 구청 내에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4급 단장과 5급 과장 3명, 6급 팀장 8명 등으로 꾸려진 ‘지속가능도시추진단’은 앞으로 5년 동안 이 업무를 전담할 계획이다. 고선근 팀장은 “성동구가 아직 성공했다고 보긴 이르다. 조례의 근거가 되는 법률도 제정하기 위해 국회를 설득하는 등 해야 할 일이 더 많은 상황”이라며 “다른 지방정부와 힘을 모아 함께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건축재생 전문가인 이 대표가 발표한 ‘쿠라시키 이야기관 주변지역 정비사업’도 일본의 전통마을 만들기 사례를 통해 젠트리피케이션 대응 방법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제발표 뒤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도 1시간 이상 이어졌다. 임대료를 40% 올려달라는 건물주의 요구를 겨우 설득해 20%를 올려주고 2년 후에 상점을 비워주기로 계약서에 서명했다는 한 임차인의 사연과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선 어느 누가 먼저, 어떻게 나서야 하느냐는 질문 등도 나왔다.
임대인·임차인을 비롯하여 정치권과 인천지역의 원로들까지도 참여하는 민·관 협치 기구를 구성하는 한편, 그전까지 이 일대에 ‘외부효과’를 가져온 인천문화재단이 당분간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는 의견 등이 큰 틀에서의 결론으로 제시됐다.

이날 포럼의 사회를 맡은 손동혁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장은 “앞으로 젠트리피케이션 문제를 이끌어갈 주체들은 신포동을 중심으로 한 개항장 일대에 애정을 가진 사람들이 중심이 되어야 할 것”이라며 “이 문제에 대해 인천문화재단도 역할을 찾고 역할을 하기 위해 더 고민하고 준비하겠다”며 이날 포럼을 마무리했다.

정리 : 김성호 경인일보 문화체육부 기자
사진 : 시민기자 민경찬




7월의 어느 멋진 토요일-만국시장&사운드바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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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단체 문화도시기본계획, 어떻게 만들 것인가

지난 6월 28일, 서울시는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을 발표하였다. 이번에 발표된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은 서울시 문화도시기본조례에 근거한 법정계획이며, 기존 <비전 2015, 문화도시 서울>에 이어 향후 서울시 문화정책의 핵심적인 방향과 사업을 제시하는 계획이다.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은 ‘시민이 만들어가는 행복한 문화도시’라는 슬로건과 함께 ‘개인(문화주권), 공동체(문화공생), 지역(문화재생), 도시(문화창조)’의 4개 영역과 ‘행정’(문화협치)을 횡단하는 문화의제 통합형 계획구조를 통해 10대 추진과제와 25개 세부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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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3년 문화연대를 비롯하여 시민사회, 문화예술생태계의 “문화적 가치에 기반하여, 문화권의 관점에서, 시민 주도로 서울의 중장기 문화계획이 수립돼야 한다”는 비판과 제안에서 시작된 이번 계획은, 3년이 넘는 시간과 46명의 전문가 계획위원 그리고 수많은 의견수렴 및 토론 과정을 거쳐 수립되었다. 물론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은 서울시라는 제도와 행정의 구조 안에서 합의하고 추진할 수 있는 현실적인 계획이어야 한다는 점, 계획 수립 과정의 시간과 참여 범위가 수용할 수 있는 물리적 제약 등 많은 부분에서 한계가 있는 계획이다. 하지만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은 서울시를 비롯하여 많은 지방자치단체들이 문화도시기본계획을 수립해 온 지난 관성들에 대한 성찰, 지역문화진흥법 시행 이후 새롭게 요구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새로운 문화도시기본계획 수립 과정에 있어 참고할 만한 계획이다.

먼저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의 미덕은 도시 기반 문화계획 수립 과정에 있어 원칙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이다.
이번 계획 수립 과정에서 가장 먼저 진행된 것은 서울의 중장기 계획 수립의 원칙으로 ‘문화적 시민권에 기초한 시민문화계획’, ‘문화의 사회적 가치 확대를 위한 통섭적 문화계획’, ‘문화행정 혁신을 위한 문화거버넌스계획’을 도출한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맥락에서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는 첫 번째 추진과제를 ‘시민의 문화적 권리를 선언적 권리에서 실질적인 권리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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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은 시간과 과정 그리고 협치(거버넌스)가 있는 계획을 도출하기 위해 노력하였다.
서울시와 민간 전문가들은 이번 계획을 발표하기 전까지 ‘계획수립 준비 TFT’ 구성 및 운영에서 시작하여 ‘정책숙의’, ‘서울문화계획위원회’, ‘전문가 및 현장 라운드테이블’, ‘시민의견 수렴 프로세스’, ‘분야별, 의제별 계획 검토 회의’ 등의 협치 과정을 경유했다. 사실 지난 3년의 시간 동안 “너무 많은 시간 동안, 지나치게 다양한 의견수렴이 진행되는 것 아닌가”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많았다. 하지만 발표를 마친 지금 이 순간에도 계획 수립 과정에 대한 현장의 의견수렴과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는 여전히 부족하다. 물론 시간이 많다고 충분한 준비 과정과 깊이 있는 협치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한 도시의 문화계획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전문가와 현장 그리고 시민의 참여를 보장하는 것은 아무리 적극적이어도 절대 지나치지 않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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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은 기존의 행정 및 분야별 칸막이를 횡단하는 문화의제 통합형 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담았다.
이를 위해 <비전 2030, 문화시민도시 서울>은 ‘개인, 공동체, 지역, 도시’라는 도시 생태계의 층위별로 계획 구조를 설계하였고, 그 구조 내에 ‘문화주권, 문화공생, 문화재생, 문화창조’라는 가치 체계를 내재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이는 서울시를 비롯하여 지방자치단체의 기존 문화계획들이 도시의 삶에 기반한 협력체계를 설계하기보다는 중앙정부 문화행정의 전달체계를 기계적으로 반복해왔던 것에 대한 비판적 검토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앞으로 기획될 지방자치단체들의 문화기획들은 기존처럼 중앙정부 문화행정의 지원사업과 예산집행 전달체계 내에서 안주할 것이 아니라 해당 도시의 객관적 특성과 지역화(지역분권) 전략의 토대 위에서 도시의 문화가치와 시민의 문화권리 확대를 위한 과정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최근 몇 년 사이에 문화기본법, 지역문화진흥법, 문화다양성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법률 등이 시행되면서, 문화정책을 둘러싼 제도 정비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문화정책과 문화행정이 합리적인 구조를 형성하고 성숙해졌다는 평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히려 시민사회와 문화예술 현장에서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하고 노력했던 법제도들이 형식적으로 제도화되고 무기력하게 운영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높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문화도시계획 수립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지방자치단체들의 문화사업들은 비대해졌으나 정작 대부분의 문화계획들은 아이디어 중심의 이벤트 사업에 집착하거나 문화의 옷을 입은 개발 계획을 반복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소수의 행정 관료들과 전문가들의 손에서 일방적으로 만들어진 계획들은 대부분 집행은 고사하고 세부 실행계획조차 수립해보지도 못한 채 비명횡사하기 일쑤다.
이제는 새로운 사회변화에 맞게 지방자치단체들의 문화계획 수립 목표와 과정 역시 변화해야 한다. 아니, 계획 수립의 과정 자체가 문화행정 혁신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 아무런 변화를 원하지 않는 행정 관료들과 연구용역 프로젝트에 포획된 소수의 전문가들을 위한 계획 수립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계획 수립 과정에서부터 더 많은 현장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협치로서의 계획, 실질적으로 실현되어 도시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실천적인 계획, 문화행정을 넘어 도시 전체로 문화의 가치와 권리를 확장시킬 수 있는 문화적 계획들이 필요한 때다.

이원재 / 문화연대 문화정책센터 소장, 서울시 문화계획수립위원회 위원




동네방네 알림판(2016.06.22.~07.05)

인천에서 벌어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각종 행사들의 소식을 한번에 전해드립니다. 또한 좋은 소식이 있으면 함께 널리 알리고, 축하하고자 합니다. 매월 1주, 3주 화요일마다 발송되는 인천문화통신을 활용해 다양한 소식을 전하세요. 다음 문화통신은 각각 7.19(화), 8.9(화)에 발행됩니다.
알리고 싶은 행사 내용을 http://me2.do/xRtWJVeH 링크에서 입력하시면, 기간에 맞춰 실어드립니다. 많은 활용 부탁드립니다.  #인천문화예술 #동네방네 #알림판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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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십년후 대한민국 연극제 은상 수상 및 사무실 이전
극단 십년후(대표·송용일)가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서 은상을 받았습니다. 지난 2008년 인천에서 열린 전국연극제 이후 8년 만의 단체상 수상입니다. 전국 16개 시도를 대표하는 극단이 경쟁한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인천을 대표해 연극 ‘배우 우배’로 이번 대회에 참가한 극단 십년후는 단체상인 은상(충북교육감상·상금 1천만원)을 수상하는 영광을 얻었습니다.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 하성민도 개인상인 남자연기상(한국연극협회 이사장상·상금 200만원)을 수상했으니, 극단 십년후가 두 개의 상을 받은 셈입니다. 십년후는 지난 4월에 끝난 인천 항구연극제에서 최우수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또한 2002년 초연 이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어린이뮤지컬 ‘삼신판타지’의 제주․청주 공연도 잘 마쳤습니다. 얼마 전 신포동으로 사무실 겸 연습실(중구 신포로 31번길 6 4층)을 이전한 십년후는 중구 지역을 기반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해나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2루체뮤직소사이어티, KOREA MICE EXPO 2016 참가 성과
지난 6월 9일부터 10일까지 송도 컨벤시아에서 ‘미래를 여는 융복합 MICE 산업’을 주제로 KOREA MICE EXPO 2016가 개최됐습니다. 총 248개사, 439부스가 참여한 이번 엑스포에 2016 공연장상주단체들도 참여해 홍보 부스를 설치하고, 쇼케이스를 진행했습니다. 이 엑스포에서 ‘유재하와 라흐마니노프(2015년 상주사업 창작 작품)’로 쇼케이스를 진행한 루체뮤직소사이어티가 반가운 소식을 전해왔습니다.
다양한 국제회의와 세미나를 기획하고 컨설팅하는 회사인 (주)피플엑스가 지속적인 컨텐츠 개발과 공연이 가능한 클래식 단체를 찾던 중 KOREA MICE EXPO 2016에서 루체뮤직소사이어티를 만나게 된 것인데요, 국제회의를 기획하는 이 회사와 계약 관련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고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한다고 합니다. 11월 중에 음악극 ‘마님이 된 하녀(2014년 상주사업 창작작품)’ 또는 ‘유재하와 라흐마니노프’ 가운데 한 작품을 공연할 계획이라고 하니 관심 부탁드립니다.
☞문의:032-427-9093


3연극 남자이야기(7.7~7.17)

신포동 다락소극장이 개관 5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을 시리즈로 준비했습니다. 1탄은 ‘싸이판’이라는 원제를 가지고 있는 ‘남자이야기’(전창걸 작, 이상필 연출)입니다. 남자들의 현실과 로망에 관한 남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 연극은 7월 7일(목)부터 17일(일)까지 저녁 7시 30분에 공연합니다. 전석 2만원이며, 예매시 30% 할인됩니다. 8월에는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과 문학시어터에서 다락 연극산책도 준비되고 있으니, 미리미리 체크하세요.
☞문의 : 032-777-1959

 

 

4극장에서 만나는 무대(7.9 토 16:30)

우수 공연, 전시 콘텐츠를 영상을 통해 온 국민이 함께 보고 즐기는 프로젝트 <SAC ON SCREEN>을 인천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7월부터 12월까지 매월 둘째주 토요일 오후 4시 30분에 열립니다. 추억극장 미림이 예술의 전당과 함께 매월 1편씩 다양한 장르의 우수 공연 영상물을 시민들에게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7월의 상영작은 국립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입니다. 동인천역 4번 출구에 위치한 추억극장 미림에서 생생한 무대 위로 영상 여행을 떠나보세요! 전석 무료.
☞ 문의 : 032-764-8880, www.facebook.com/milimcine

 

5씨네인천 오픈특강:조성희 감독과의 대화(7.12 화 15:00~)
씨네인천-오픈특강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조성희 감독의 영화 <짐승의 끝>, <남매의 집> 상영과 토크로 구성되는 본 행사는 영화를 사랑하는 분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참여 가능하며, 영화를 만드는 일, 영화를 보는 일, 영화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함께 나누는 시간입니다. 영화 상영은 3시부터, 토크는 오후 7시부터 영화공간주안 3관과 틈문화창작지대 다목적홀에서 열립니다. 시리즈로 진행될 <씨네인천 오픈특강 제 1강> “영화라는 우주에서 생존하기: 조성희 감독과의 대화”에 여러분의 많은 참여와 관심 부탁드립니다.
☞ 문의:(사)인천광역시영상위원회 기획홍보팀, 070-4907-2179 www.ifc.or.kr

 

62016 인천평화창작가요제 참가 신청(~7.15)
“대한민국을 대표한 평화의 노래를 찾습니다!” 국제적 평화도시 인천, 남북교류협력 중심도시 인천에서 평화와 생명존중, 더불어 사는 삶을 노래합니다. 인천에서부터 평화의 노래를 찾는 과정을 통해 소극적인 평화를 넘어 적극적인 평화를 이야기하는 평화의 축제를 만들어 갑니다. ‘평화’를 표현하는 모든 내용을 환영하며, 순수 창작곡이어야 합니다. 많은 시민들이 공감하고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로 가요, 성악, 합창, 락, 힙합, 국악, 아카펠라 등 모든 장르 가능합니다. 2016인천평화창작가요제 의미와 가치에 동의하는 분이라면 남녀노소, 국적, 성별, 프로 및 아마추어 상관없이 참가 가능하며, 7월 15일(금)까지 접수합니다.
☞ 문의:032-442-8017,http://cafe.daum.net/ic-peacesong




인천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 도시를 문화로 바라보는 계획 되어야

2016년, 인천광역시는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한다고 발표했다. 2003년과 2010년에 이어 인천광역시가 본격적인 의미에서 세 번째로 종합적인 문화 계획을 수립하는 셈이다. 특히 이번 계획은 2014년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후에 세워지는 첫 번째 계획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이 이전과는 다르다. 지역문화진흥법의 제정은 기존의 문화예술진흥법에 덧붙여 지역의 주민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내는 생활 문화가 문화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주체라는 것을 제도화한 것이기에 문화계획 역시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전과 이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1이번 계획은 문화지표조사 등 인천의 문화 현황조사와 문화도시 종합발전계획 수립이라는 두 개의 과업을 동시에 수행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이전에는 지표조사가 선행되고 그 결과를 고려하면서 다음 해에 종합계획을 수립했는데 이번에는 지표조사 및 계획 수립이 동시에 추진되는 방식이다. 문화지표는 한 지역의 문화적 현황을 보다 객관적으로 드러내고 그 결과에 따라 문화정책이 어디에 중점을 두어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문화시설과 인력, 프로그램, 재원, 지역 축제, 시민 문화향유실태와 문화수요 등 광범위한 조사가 문화지표조사 범위 안에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지표조사만 하더라도 상당한 시일과 노력을 필요로 한다. 이번 계획은 두 과업이 동시에 진행된다는 점에서 쉽지 않은 부분이 있으므로, 집중적인 조사와 토론이 뒤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한편 기존의 문화지표 조사 항목이 이번 기회에 일부 조정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그전까지는 단순 항목 중심의 조사였다면 이번에는 지표간의 연계성을 강화하여 문화의 창조와 소통, 환류 등이 연관된 통계 수치로 나타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최근 문화생태계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현실에서 문화지표 역시 이를 고려한 형태로 변경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얼마나 많은 신규 프로그램들이 인천에서 생산되고 그것이 시민들에게까지 전달되는가, 혹은 전달되지 못하는가’가 일목요연한 체계로 드러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문화생태계’라는 관점을 문화지표 전체 영역에 즉각 도입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겠지만 그런 시도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문화의 특정 영역을 시범적으로 선정하여 이런 생태계적 관점을 도입한 지표조사가 이뤄지길 바란다.

두 번째, 이번 계획은 명확히, 그리고 의식적으로 도시 전체를 문화적으로 바라보고 이해하는 관점이 강조될 필요가 있다. 인천에서 수립된 기왕의 계획들에서도 이런 점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인천광역시 문화예술 중〮장기종합발전계획」(2003)이나  「인천 문화도시 기본계획」(2010), 그리고 2010년 계획의 액션 플랜 격인  「민선5기 인천광역시 문화예술기본계획」에도 그런 고민이 녹아있었으나 그것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즉 이것이 문화예술의 행정 단위나 예술 진흥 계획으로 기능하기보다는 도시 전체를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종합계획의 성격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2010년에 수립된 계획의 명칭이 ‘문화도시 기본계획’이라는 타이틀로 나온 것은 그런 문제의식이 작용한 것이기는 했으나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

문화는 단순히 예술진흥이나 문화기반 시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문화가 특정 영역으로 구획되고 분류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시를 문화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사고하고 이해하는 관점이 바탕이 될 때 문화도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정책 당국이나 정책 결정권자들 역시 이해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따라서 이번 계획 수립에 그런 점이 보다 더 명확히 강조되고 실제 내용 역시 그렇게 작동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더 이상 인천광역시의 특정 부서에게만 해당되는 계획이 아니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계획 수립의 과정이 보다 더 개방적이고 보다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하는 방식이어야 할 것이다. 인천의 문화역량을 모으는 것은 물론이고, 전문가, 활동가, 문화행정의 담당자, 시민들까지 이 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틀을 만들고 논의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문화도시에 대한 문제의식의 폭넓은 공감대가 마련될 수 있다. 영역별, 세대별, 지역별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면서 이를 워크숍이나 위원회 형태에서 조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내는 일은 충분히 가능하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보고서는 지역 내외의 폭넓은 지지는 물론, 지역문화진흥법에서 요구하고 있는 지역문화진흥 시행계획 수립에도 내용적인 도움이 될 뿐더러 구체적인 정책 수립과 집행에서도 실질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인천에는 그럴듯한 비전이나 미션, 사업들로 잘 포장된 보고서보다는 조금 부족하더라도 보다 많은 이들이 참여하는 것은 물론 공감하는 계획이 필요한 때다. 또한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문화계획으로 인정받고, 앞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현식/인천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불편한 세상을 불편하게 기록하는 작가 ‘최현석’

 

불편한 세상을 불편하게 기록하는 작가 ‘최현석’
스스로 붓을 놓는 날이 오기를 희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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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마틴 핸드포드의 『월리를 찾아라』라는 얇고 큰 책자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월리와 비슷하게 생긴 인물들이 손톱보다도 작은 크기로 빼곡하게 차여 있고, 월리보다도 더 월리 같은 그 수많은 인물들은 다양한 사건들이 일어나는 상황 속에서 분주하게 무엇인가를 하고 있다. 우선 책을 펴면 독자는 월리가 놓인 장소를 눈으로 확인한 후, 그 속의 사건들을 한곳 한곳 탐색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이야기를 한번 훑고 나서면 이제야 정신을 차리게 된다. ‘나는 월리를 빨리 찾아야 돼!’ 최현석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느 순간 ‘아차’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큰 화폭 앞에 서면 작가가 그린 장소와 상황을 파악해보기도 전에 알록달록한 색채들과 섬세하게 그려진 대상들에 현혹되어 버린다. 그리고 미디어 매체를 통해 알고 있는 사건들이 화면에 등장함으로써, 관람자는 작품 가까이에서 흥미를 갖고 그림 속 상황들을 쉽게 대하길 시작한다. 그러다 한참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아차!’ 알게 된다. 내가 보고 있는 저 그림이 편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기록화라는 것은 그렇게 무서운 것이다. 화려하고 뛰어난 언변으로 가득 찬 미디어 매체를 쉽게 접하는 오늘날, 우리는 미디어 신봉자가 되어가고 있다. 수박 겉핥기식으로 알게 되는 그 사건들은 개인의 사고 과정을 거치지 않고 미디어가 전해주는 대로 입력되기도 한다. 수많은 기록 속에서 진정한 기록으로 인정될 수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작가 최현석은 그렇게 유머라는 코드로 편치 않은 그림을 그려나가고 있다. 그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Q. 미술의 여러 방식 중 기록화를 접하게 된 배경이 있는가?
2009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의례와 향연이라는 특별전이 열린 적 있다. 그곳에서 마주한 궁중기록화들은 나에게 감응과 불편함을 동시에 느끼게 했다. 왜 현대미술을 감상하는 데에 익숙한 나에게 기록화가 감응을 주었는지, 그리고 그와 동시에 왜 그렇게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는지 생각해보았다. 기록화는 그동안 현대미술에서 접하지 못했던 매력을 갖고 있었다. 즉 쉽게 읽혀지는 형식과 레이어의 풀이 방식이었다. 그와 함께 기록화라는 도구의 사용 목적이 권력자들의 권위의식을 돋보이게 하는 박제화로서의 수단으로만 활용되어 왔다는 점에 불편함을 느끼게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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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기록이 갖는 힘을 역이용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망치는 못을 박기 위해 사람이 만든 도구이다. 망치를 나쁜 사람이 무기로 사용해서 사람을 때려 죽였다고 했을 때, 그것이 망치의 잘못인가? 망치의 잘못이 아니다. 그렇다고 망치를 만든 사람의 잘못인가! 그것 또한 아니다. 망치를 사용한 사람의 잘못인 것이다.’
이처럼 기록화는 단순히 도구로 치면 못을 박는 망치처럼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없앨 수 없다면 외면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그 용도를 가치 있게 사용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Q. 작품 활동을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무엇인가?
‘작품을 통해 혹시라도 현실에서 마주하는 불편한 것들이, 행복한 삶으로 구현될 수 있는 자그마한 가능성 내지 힌트를 머금을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꺼져가는 작은 불씨에 장작불 하나라도 되어 줄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이 쓸모없는 행동이 쓸모 있는 것이 되지 않을까?’라는 자그마한 희망을 갖는다. 예술가는 그 누구보다 목소리를 내는데 두려움이 없고, 행동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예술가가 지니고 있는 힘이라고 생각한다.

Q. 작품 감상 시, 깊게 봐야(생각해야)할 부분이 있다면?
나는 단 한 번도 기록화를 그리는 데 있어서 좋았던 것을 그린 적이 없다. 그래서 작가가 표현한 불편한 지점을 한번 찾아보면 좋겠다. 과거에는 기록화가 박제화였다면, 오늘날 나가 표현하는 기록화는 치부화(畵)이지 않나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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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최근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가 있다면?
벽화 지우기, 오늘날 상품으로 보이는 종교의 행보, 그리고 인천아트플랫폼에서의 생활 등이 있다.

Q. 기록화를 진행하며 경험한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다면?
서울을 중심으로 우리나라 전반적인 모습을 표현한 기록화 중, 고지도 형상을 빌려 8미터에 달하는 화폭에 담아낸 작품 <국란도(國亂圖)>가 있다. 어느 날 그 작품을 충북 ○○시에 있는 전시관에서 전시할 기회가 생겼는데, 마침 시장님이 감상하시고는 나에게 우리 시를 이렇게 멋지게 그려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하셨다. 나는 기록화의 언어가 쉬워서 누구나 작품의 내용을 이해하고 난 후, 좋고 나쁨을 평가할 줄 알았다. 하지만 아무리 작가가 쉽고 재미있는 언어를 사용한다 하더라도, 감상자가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내용을 담아낸 작품이라 하더라도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반성하게 하는 좋은 경험이 있었다. 그리고 최근에는 토요창의예술학교에서 4주간 중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미술교육 프로그램을 참여하게 되었는데, 수업 이전에 걱정했던 중학생의 모습(중2병)보다 사회를 바라보는 눈이 매섭고 솔직하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다. 그러면서 현대미술로서 기록화가 지니고 있는 가치에 대한 작은 가능성을 다시 한 번 느껴지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4Q. 작가로서의 소망이 있다면?
나에게 작가의 의지로서의 소망이 있다면, 더 이상 ‘이상’이 이상으로만 표현되지 않고 현실로서 자연스럽게 구현되는 세상이 오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나가 더 이상 붓을 들 이유가 사라지는 날이 될 것이다. 그 누가 뭐라 하기 이전에 나 스스로가 붓을 내려놓는 그 날이 반드시 왔으면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작가로서의 자그마한 소망이며 희망일 것이다.

Q.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는가?
어쩌다 보니 개인전을 못한지가 3여 년이 흘렀다. 그래서 개인전을 소화할 수 있을 만큼의 작업량을 확보하는데 집중하고자 한다. 그리고 현재 입주 작가로 있는 인천아트플랫폼의 작업환경에 걸맞게 이전에는 쉽게 도전하지 못했던 실험적인 작업들 또한 시도하고자 한다.

정리 : 이아름/인천아트플랫폼 큐레이터




배우 서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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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일성(徐一星,1906∼1950)은 1960년대의 명배우 신성일(申星一)에 비교할 정도의 큰 인기를 누렸던 명배우였다. 단편적으로나마 남아 있는 기록들이 그런 면을 엿보게 한다.
그러나 ‘인천 이야기’ 기록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고일 선생의  『인천석금』에서는 인천이 낳은 이 유명한 배우의 이름을 찾을 수가 없다. 유명한 신태범 박사의  『인천 한 세기』나  『개항 후의 인천 풍경』에도 전혀 그에 대한 언급이 없다. 다만  『인천시사』 인물란에만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을 뿐이다. 인천 출신이면서도 서울에서만 활동했던 때문이 아닌가 싶다.

‘서일성은 인천 태생으로 1925년 초창기 신극단 토월회에 참가하여 이백수, 윤심덕 등과 활동했다. 1935년에는 극예술연구회에 참여하여 서울 동양극장을 중심으로 연극 활동에 매진했다. 1939년에는 연출가 박진 등과 함께 극단 아랑을 결성했으며, 8·15 광복 직후인 10월 양백명, 장진 등과 극단 백화를 창단했다. 6․25 동란 때 주안에서 서산으로 피난을 갔으나, 북한군에게 협조하지 않아 피살당했다.
일제 때 그의 연기에 대해서는 일본의 유명 연극평론가가 격찬할 정도였다고 한다. 그 혼자만으로도 부민관 무대가 꽉 차는 느낌이 들 정도로 중후한 연기를 했다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부활」 버나드 쇼의 「오로라」,「춘향전」, 「박쥐의 집」, 「백의 민족」 등 여러 작품에 출연했다.’

그는 미남에다가 게리 쿠퍼처럼 체구가 컸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유연했고 뛰어난 발성으로 ‘모범 만능’이라는 평가와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당시 최고의 배우였다. 인천에서 이렇다 할 만한 연극 활약은 없었다 해도 인천이 낳은 대배우, 명배우였음은 틀림이 없다.

김윤식/시인,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뉴스 큐레이션(2016.06.22.~07.05)

  검열당한 예술가들 ‘검열 연극’으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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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방문 장면과 ‘노스페이스’ 점퍼를 입고 수학여행 가는 아이는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한다(<안산순례길>과 <이 아이>), 군인이 불쌍하다는 식의 공연은 바람직하지 않다(<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등의 이유로 ‘검열 당한 연극들’이 무대에 올라온다. 정부나 기업의 지원 없이 예술가들이 준비한 검열 연극 21편이 5개월 동안 상연된다. <검열언어의 정치학: 두 개의 국민>을 시작으로 30-40대 연극인들이 정부의 문화예술 검열을 복기, 재현한다. 예술가 지원이 아닌 예술을 길들이는 채찍으로 쓰이고 있는 지원제도 비판, ‘표현의 자유’와 ‘지켜야 할 선’의 경계, ‘자유로움과 야생’에 대한 지향, ‘나는 무엇을 두려워하고 있는가’를 고민하는 예술가들의 자리다. <권리장전(權利長戰) 2016_검열각하>의 장전은 길 장(長), 싸움 ‘전(戰)’이다.

1937년 히틀러가 열었던 ‘퇴폐미술전’ 패러디 전시  2 퇴폐적인 미술을 한다며 히틀러가 공식적으로 비난한 작가 112명 중 20세기 미술사를 이끈 거장이 적지 않았다. 비슷한 시기에 연 ‘위대한 독일 미술전’은 관객들의 외면으로 폭망했다. 1937년 나치의 ‘퇴폐미술전’을 패러디한 전시가 국내에서 열린다. 여성의 성(性)을 적나라하게 그린 그림을 관음적인 퇴폐로 낙인찍고, 망상증 환자의 고백을 대놓고 비난한다. 이 시대 ‘퇴폐’라 불릴 만한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사회의 경직성과 편견을 드러낸다. 의도에 맞게 모욕적인 글을 흔쾌히 받아들인 9명의 잠재적 거장, 그들이 궁금하다.

현대 미술은 왜 불편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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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남 대작 사건과 홍대 일베 조각상 사건을 슬로우뉴스가 ‘현대 미술의 불편’이라는 시각에서 다뤘다. 조영남 사건은 ‘예술가의 똥’으로 단순(?) 처리되지만 일베 조각상 사건은 시선이 꽤 깊다. 설치물과 동상을 동일시한 데서 온 과잉 해석, 작가의 전시가 아닌 졸업 과제전의 의미, 전시장 밖으로 나온 광장에서의 공개가 부른 작품 손괴 참사의 의미를 언급한다. A학점과 F학점의 간극, 정치인 패러디 수용 범위, 최초의 파격이 대중에게 익숙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 등 현대 미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다.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라고 말하지 맙시다.
“그런 것 같이 느껴져요.(I feel like)”를 남발하면서 현실에서 빠져나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표현은 개인의 의견을 부정확하게 감추고 “게을러서 생각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신호”가 된다. 의향과 판단을 감정으로 뭉개고, 자기도취 문화에 빠지게 한다. 전문가들은 ‘~처럼 느껴요’와 ‘~라고 생각한다’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느낌으로 퉁 치는 이런 언어 습관은 영어권 나라만의 것이 아닌 우리나라에서도 심각한 수준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능과 드라마에서 너무 자주 “~하는 것 같아요”라는 표현을 접한다. “우리는 ‘그런 것 같이 느껴서는’ 안됩니다. 이성적으로 주장하고, 뼛속까지 느끼며, 그리고 세상과 나의 상호작용에 대해 전적인 책임을 져야 합니다.” 뉴욕타임즈 번역 문장이 매끄럽지는 않지만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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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힘든 게 아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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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가 16부작 애니멘터리 ‘감성애니 하루’를 선보였다.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를 결합한 애니멘터리는 만화를 좋아하는 세대와 다큐멘터리에 익숙한 연령층을 포괄한다. 동화적 상상력이 담긴 그림체로 감성을 표현하고 리얼리티는 실사로 살렸다. 20대 취업준비생, 최저 시급, 치매, 스마트폰에 빠진 사람들까지 다양한 이슈를 다루며 희망 메시지를 잊지 않는다. ‘너무 좋은’ 위로가 때로 계몽의 언어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화면 곳곳에서 따듯한 진심이 느껴진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