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지는 인천이 아닌 느껴지는 인천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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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가 한동안 인기였다. 88년도를 살아가던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드라마는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세대에게는 흥미를, 그 시절을 관통해온 세대에게는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드라마의 배경은 서울 도봉구 쌍문동이지만 이 드라마의 주 촬영지는 바로 인천이다. 아직도 옛 모습을 갖추고 있는 동네 인천은 과거를 회상하는 드라마, 영화의 주 촬영지이다.
그러나 미디어가 조명하는 것과는 달리 인천은 과거의 모습을 갖고 있지 않다. ‘응답하라 1988’에 나오는 것처럼 평상에 앉아 찬거리를 다듬는 주민들도, 매일매일 친구들이 모이는 누구네 집도 더 이상 흔한 풍경이 아니다. 저층 주거지, 구도심 지역은 점차 개발되고 점점 이웃이란 개념이 옅어지고 있다. 활기차던 골목은 점점 죽어가고 죽어간 골목에는 곧 신작로가 들어선다. 뛰어 놀던 아이들도, 짖어대던 강아지도, 동네에서 살아가던 주민들도 사라지고 머물지 않는 차들만이 길을 가득 메운다.
문화를 만든다는 CJ가 TVN을 통해 ‘응답하라 1988’이라는 드라마를 만들고 과거의 미담을 담아냈지만 사실 그것은 과거의 삶을 재조명한 것에 불구하다. 골목과 동네의 풍경은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네 골목어귀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노래 소리, 번듯한 극장은 아니지만 모여서 함께 보던 TV, 좋은 일이 있으면 함께 축하하고 즐겼던 동네잔치 등. 대중 매체 같이 큰 영향력을 갖지는 못하더라도 그곳에 살고 있는 주민들에게는 피부로 느껴지는 문화다.
세월은 흐르고 강산이 변해 옛것을 무작정 붙들고 있을 수만은 없겠지만 사람들이 함께 모여 살아가고 서로가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는 공동체는 그 모습은 바뀔지언정 여전히 소중한 가치이다. 동네 사람들이 서로 인사를 나누고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나누는 동네. 힘겨운 일들을 함께 털어내고 즐거운 일들을 상상하는 공동체 속에서의 삶은 재미있는 TV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충족감과는 비할 수 없다.
‘응답하라 1988’에서도 평상은 동네 사람들의 수다의 장이다. 그 위에서는 함께 하는 일거리들이 존재하고 사람들이 동등하게 자리한다. 그리고 평상은 만든 사람은 있지만 주인은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나 머물고 누구나 무엇이든 한다. 골목에 평상이 사라지고 나서 함께 사라진 것은 바로 동네주민들 간의 소통인 셈이다. 모여서 이야기 할 수 있는 곳, 서로가 서로에게 신뢰를 쌓는 곳이 바로 평상이며 이 작은 평상의 역할은 그리스 아테네의 광장과 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서로간의 소통과 관계를 맺는 공론장이다.
공론장은 주민자치위원회처럼 행정적으로 보장된 형태일 수도 있고 동네도서관이나 놀이터 같이 작은 것일 수도 있다. 크기나 형식을 떠나 그 안에서 얼마나 자유롭고 평등한 소통이 시작되는가를 살펴보고 그 시작을 적극적으로 지원하며 함께 키워나가는 것이야말로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걸어가다보면 다양한 걸림돌을 만날 것이며 어쩔 때는 넘어지기도 제자리걸음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함께하는 한걸음이 소중하고 나아가지 못하더라도 함께하는 것이 지금의 동네에, 인천에는 필요하다.

문화를 거창한 담론으로 그리고 상업적 시각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굉장히 세세한 소통의 과정, 사람들이 살아가며 만들어 내는 일상적인 것으로 볼 때 거대 매스미디어가 아니라 동네의 소소한 문화가 보인다. 그리고 이 문화는 누군가에게 일방적으로 소비되지도 않고 누군가가 일방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닌 동네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으로 자리를 잡는다. 보고 즐기는 즐거움이 아니라 내 피부에 느껴지는 즐거움, 만든 것을 보는 즐거움이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즐거움이 바로 동네를 키우고 인천을 키우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미디어가 보는 인천은 산, 바다, 공항, 항만, 신도시와 구시가지 등의 다양한 모습을 갖춘 매력적인 곳이다. 인천이 매스미디어에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인천의 다양함이 TV와 스크린에서 배경으로만 비춰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의 역동성을 느낄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한다. 동네가 떠들썩한 인천, 살아가는 사람들이 만들어 나가는 인천이 되었으면 한다. 이것이야 말로 인천의, 인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한다.
라정민
청소년인문학도서관 느루 청년활동가/사회적협동조합 인천여성영화제 교육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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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문화재단은 2015년부터 문화예술 기부캠페인 ‘아트레인’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에서는 인천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기부자인 아트레인의 탑승자들을 차례로 만나보고자 합니다. 이번에는 중구 신포동 일대에서 40년 동안 영업을 이어온 일식당 ‘우정일식’의 홍혜정 사장님과 만났습니다. 2대에 걸쳐 인천의 맛을 간직해오고 있는 우정일식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Q. 가게를 운영한 지난 40여년의 시간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가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인천 문화예술의 생활 속 거점이 될 ‘아트레인 후원의 집’을 찾습니다.
작가는 여행용 가방을 끌고 거리로 나간다. 가방 안에는 흙과 석고, 조각을 위한 재료들이 담겨있고 길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의 두상을 만든다. 그런데 우리가 알고 있던 거리의 예술가들과 조금 다른 점은 돈을 받지도, 만들어진 두상을 사람들에게 나눠주지도 않는다는 점이다. 게다가 두상을 만드는 시간조차 일정하게 정해두지 않으며, 5분이든 1시간이든 모델로 참여하는 사람이 원하는 시간 안에 조각을 만든다. 완성된 조각은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찍어 모델과 한 장씩 나눠 갖은 후 부숴버리고 이들이 나눈 시간과 과정은 사진이나 영상과 같은 기록으로만 남는다. 서해영 작가가 지난 3개월 동안 호주 시드니에 머물며 진행한 “Would you be my model?”(2015) 프로젝트다. 이 작업은 다양한 문화, 다른 언어를 갖은 사람들과 시간이나 기억을 공유하는 프로젝트로 불특정 다수에 가까운 개인과 느슨하게 ‘관계 맺기’의 과정을 보여준다. 작가는 본인이 마주한 특정 장소에서 우연히 만나는 사람들과 작업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며 우연처럼 불거지는 화학작용을 만들어 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