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조 「빈상설」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은 전국 유일의 공공 종합문학관입니다. 근대문학을 중심으로 한 근대 한국학 자료 약 3만 점을 소장하고 있는 콘텐츠 중심형 문학관이기도 합니다. 한 달에 두 번, 인천문화통신 3.0을 통해 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희귀 자료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문학관에 직접 오셔서 한국 근대문학이 가진 의미와 매력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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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조 「빈상설」
이해조의 「빈상설」은 <제국신문> 1907년 10월 5일부터 이듬해인 1908년 2월 12일까지 연재된 소설이다. 이 작품은 근대 문물과 제도가 유입되던 근대계몽기 서울의 명문 양반가를 배경으로 하여 축첩으로 인한 가정비극을 다룬 가정소설 유형의 신소설이다.

「빈상설」은 이해조의 두 번째 신소설 작품이자 이인직의 「혈의누」에 이어 인천이 등장하는 두 번째 신소설이기도 한데, 초창기 중요 신소설들에 인천이 등장하는 것으로 볼 때 우리나라 양대 신소설 작가인 이인직과 이해조가 인천을 매우 중요한 도시로 인식했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에서 인천은 집에서 쫓겨난 주인공 이난옥이 아버지를 찾아 제주로 가던 도중 조난을 당했다가 구조되어 상륙하는 곳으로 처음 등장한다. 이 때 이난옥의 눈에 비친 인천은 외국인지 우리나라인지 모를 정도로 외국인이 많은 국제 항구도시로 형상화된다. 인천은 이국 풍물이 가득한 기회의 도시였던 셈이다.

함태영 /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사




섬 아이들, 서커스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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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목), 오전 9시 인천여객터미널. 짙은 안개로 인해 모든 배가 출항대기 상태였고, 터미널은 배가 뜨기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두 시간 후 안개가 걷히고 겨우 배가 떴다. 어렵사리 덕적도에 도착해서 만난 프로그램 담당자와 강사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했다. “기약 없이 몇 시간씩 배를 기다리다 결국 결항되어 집으로 돌아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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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주 5일제가 시행되고 토요일에 학교를 가지 않게 된 아이들이 문화예술 소양을 함양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이다. 2012년부터 운영된 꿈다락 토요문화학교는 빠르게 확장되어 전국에서 867개의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덕적도를 비롯한 옹진군의 섬들은 하루에 두 번밖에 배가 뜨지 않고 그마저도 안개로 인해 결항되는 일이 잦아 꿈다락 토요문화학교가 진행되기 어려웠음은 물론,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도 전문 예술강사가 아닌 담임교사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 문화교육팀에서 토요문화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정구섭 씨는 지역적 여건 탓에 문화예술교육의 테두리 밖에 놓인 섬 지역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졌다. “4년 동안 담당하면서 토요문화학교를 인천 전역에서 벌어지는 난장으로 만들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강화도나 옹진군에서는 기획 공모에 단 한 팀도 지원을 하지 않았어요. 강사 분들이나 단체들이 30주라는 긴 시간 동안 매주 섬에 들어와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니까요. 단체가 어려움을 감수하지 않으면서도 섬 지역의 아이들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지난해 강화도에서 처음 캠프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올해는 옹진군의 덕적도, 연평도, 대청도까지 확장해서 섬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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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적도에는 초,중,고등학교가 각각 하나씩 있고, 학교들은 한 울타리 안에서 운동장을 비롯한 여러 시설들을 공유하고 있다. 영화에나 나올 법한 소나무 숲과 바다로 둘러싸인 학교 운동장에는 높은 장대 차이니스 폴이 서있었고, 아이들은 클럽(곤봉)을 던지고 받으며 뛰놀고 있었다.

“맨 길바닥을 걸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걷지만, 땅에서 1미터만 높이 올라와도 우리의 정신과 마음, 그리고 몸은 아주 달라지죠. 도전정신과 용기의 마음이 있어야만 우리의 몸도 움직일 수 있어요. 서커스가 바로 그런 거예요. 일상생활에 아주 작은 변화만 주면 새로운 몸과 마음을 가질 수 있게 되는 거죠.” 7년째 공중퍼포먼스를 연구하고 공연하는 단체 <프로젝트 날다>(대표 김경록)는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지원하는 학교순회사업으로 체험프로그램 ‘수직, 날다’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본격적으로 서커스를 이용한 교육프로그램 개발에 나서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에서 서커스라고 하면 아직 사람들은 동춘 서커스나, 중국의 기예단을 떠올리기 마련이에요. 하지만 서커스라는 장르는 볼거리 위주의 공연 이외에 교육프로그램으로 활용되기에도 큰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제로 유럽에서는 저소득층이나 사회 적응이 어려운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서커스를 활용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거든요. 학생들에게 신체적으로 우월한 부분을 발견하고 성취감을 느끼게 해서 사회에 진출하고 적응하는 것을 도와주는 거죠. 어린 아이들을 대상으로는 신체에 활력을 주고 창의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보는 기회를 제공할 수도 있어요.”

“바닥 바라보지 말고 친구 바라보세요, 배에 힘주고, 엉덩이 빼지 말고.”
나무와 나무 사이에 노란색 줄(슬랙라인)이 연결되어 있고, 선생님의 손을 잡은 아이들이 외줄에 올랐다. 긴장한 모습으로 줄에 올랐던 아이들은 맞은편에서 출발한 친구와 악수를 나누기도 하고, 줄에 앉았다가 눕기도 하며 여유를 부리기도 했다. 자신들의 키보다 세 배는 더 긴 차이니스 폴(중국 장대)을 보며 무섭다고 안 하겠다고 몸을 빼던 아이들도 선생님의 도움으로 장대에 오르자 금세 씩씩하고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양 팔을 벌려 멋진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아이들은 일상 생활에서는 쓰지 않던 감각들을 곤두세워 균형을 잡고 각기 다른 새로운 동작들을 만들어 냈다.

“친구를 믿으면 하늘을 날 수 있어요. 손을 꼭 붙잡고 친구에게 기대보세요.”
비가 오자 체육관 안으로 들어간 아이들은 두 명씩 짝을 지어 다양한 동작을 배웠다. 등을 마주대고 옆으로 걸어보기도 하고, 한쪽 다리를 맞대고 한 명씩 하늘로 뛰어오르기도 했다. 서로를 믿지 않으면 할 수 없는 동작들. 아이들은 서커스 동작을 통해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방법을 배워갔다. 선생님의 다리 위에 올라서서 두 팔을 펼치는 고난이도 동작도 해냈다. 밑에서 지지해주는 선생님을 믿고 양 손을 놓자 멋진 서커스 동작이 완성되었다.

“힘내라! 힘내라!”
체육관 안에서 서커스 올림픽이 열렸다. 앞구르기, 곤봉체조, 공 던지고 받기, 평행봉 건너기 등 지금껏 배웠던 동작들을 활용한 이어달리기였다. 두 명씩 짝을 지어 누가 빨리 도착하나 시합을 하면서, 아이들은 승부욕보다는 팀워크가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배웠다. 둘 중 한 명이 먼저 도착한다고 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서로를 도와줘야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게임. 말로 가르치지 않아도 아이들은 서로를 기다리고 도와주며 게임을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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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여기서 엉덩이춤을 출 거예요.”
마지막 시간은 우리만의 서커스를 만들어보는 활동. 아이들은 사흘 동안 배운 동작들을 떠올려 공연을 만들었다.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선생님과 함께 동작을 구상했다. 선생님이 알려주는 대로, 시키는 대로가 아니라 하고 싶은 동작들을 순서대로 이어붙였다. 여러 번의 연습 끝에 음악에 맞춰 선보인 서커스 공연. 관객은 없지만 아이들은 스스로 만든 서커스를 함께 즐기고 뿌듯해했다.

하루에 여섯 시간씩 사흘간의 프로그램을 마친 아이들은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입을 모아 재미있었다고 대답했다. 눈으로 보기만 했던 서커스 공연, 할 수 없을 것처럼만 보였던 서커스 동작들을 하나하나 직접 경험해보고 만들어보면서 아이들은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 수업 중간 중간 10분씩 주어진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은 공을 던지고 받으며, 곤봉을 손에 올려놓고 걸으며 놀았다.

“공연을 하는 단체이고, 서커스를 중심으로 교육프로그램을 만든 것이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에 대해 아쉬운 점도 많이 있어요. 아직까지는 공연 단체와 교육 단체라는 정체성 사이에서 혼란을 겪고 있기도 해요. 예상하지 못한 여러 가지 변수가 생겨 힘들기도 했구요. 이번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일상생활 속에서 서커스를 만들어보자’고 해서 거리에 놓인 파이프를 평행봉처럼 걸어보는 등의 활동을 기획했는데, 안전성을 이유로 학교 측에서 반대해 활동을 변경하기도 했거든요. 하지만 이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더욱 나은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김경록)”

새로운 시도에는 언제나 어려움이 따른다. 하지만 변화하려는 시도, 새로운 도전 없이는 발전도 있을 수 없다. 섬으로 문화예술교육을 확장시키려는 토요문화학교 담당자의 시도와 서커스라는 장르를 문화예술교육에 가져오려는 <날다>의 도전이 만나 이루어진 이번 프로그램은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끊임없이 시도하고 도전하는 그들이 날아 꿈에 닿는 그 날을 기대해본다.

글/시민기자 김진아, 사진/시민기자 민경찬




배우 황정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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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 황정순(黃貞順, 1925~2014)은 경기도 시흥군 수암면 출생이다. 3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외가가 있는 인천으로 와 영화학교에 다녔다. 본인의 구술(口述)에 의하면 늘 몸이 아파 학교를 겨우겨우 다녔다고 하는데 4학년 때, 영화학교의 일본인 선생이 싫어 인근 학교(창영학교인 듯)로 전학을 했다고 한다. 이 두 학교를 졸업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 무렵 서울 수학여행을 갔다가 유명한 와이즈 뮐러 주연의 ‘타잔’ 영화를 보고 배우에 대한 선망을 가지게 되었고 15세 때인 1940년, 사촌 언니가 사는 서울로 가출해 동양극장 내에 설립된 극단 <청춘좌>에 입단했다. 그 후 극단 <성군> , <자유극장> 그리고 라디오 성우를 거쳐 1950년 극단 <신협>의 창단 멤버로 활동했다.

“무엇보다도 사생활에 건실하다는 점이 기특하게 여겨진다. 여배우라 하면 이 세상 여자와는 좀 다른 지역에 사는 인간인 듯이 자처하여 냄새를 피우고, 활동사진 몇 개에 얼굴이 나타나기만 하면 명동 거리에 치맛바람을 일으켜 마지않는 요즘 세태, 아니 요지경 속 영화계에서는 보기 드문 여배우라는 것이다.”

1956년 영화 「자유부인」에서 ‘최고급품 사나이’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배우 주선태(朱善泰)가 황정순에 대해 평한 말이다. 그의 이런 지적이 아니더라도 출연한 수백 편의 연극과 영화에서 그녀가 온 국민에게 남긴 영원한 한국의 주부상, 여성상은 누구도 다시 흉내낼 수 없는 그녀만의 불멸의 캐릭터이다.

황정순이 인천에서 자라 한국 영화사의 큰 획을 그은 대배우요, 한국 여성상의 표본이 되었었다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인천은 행운이고 복이다. 그러나 아쉬운 것은 우리 인천의 영화사(映畵史)조차 단 한 마디도 그녀에 대해 기록해 놓은 것이 없다는 점이다.

김윤식/시인, 인천문화재단 대표이사




서커스놀이터 ‘날다’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동네방네 알림판(2016.07.19~08.01)

인천에서 벌어지는 문화예술 프로그램과 각종 행사들의 소식을 한번에 전해드립니다. 또한 좋은 소식이 있으면 함께 널리 알리고, 축하하고자 합니다. 매월 1주, 3주 화요일마다 발송되는 인천문화통신을 활용해 다양한 소식을 전하세요. 다음 문화통신은 각각 8.16(화), 9.6(화)에 발행됩니다.
알리고 싶은 행사 내용을 http://me2.do/xRtWJVeH 링크에서 입력하시면, 기간에 맞춰 실어드립니다. 많은 활용 부탁드립니다. #인천문화예술 #동네방네 #알림판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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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Incheon Vitamin Art`s Festival(7.28~8.6, 인천수봉문화예술회관)
인천비타민연극축제위원회에서 주최하는 2016 인천비타민연극축제가 7월 28일(목)부터 8월6일(토)까지 인천수봉문화예술회관 소극장에서 열린다. 11회를 맞은 인천비타민연극축제는 ‘연극, 주파수를 맞추다’라는 주제 하에 “하하 호호 주파수”, “정리 안 된 39금 주파수” , “잡히지 않는 주파수”, “단파와 초단파” 공연과 예술을 빙자한 무대 위 난장 토크쇼 “예술잡음”까지 다양한 작품을 준비했다. 관람료는 전석 3천원이며, 아이스커피가 제공된다.
☞ 문의 010-9195-3306, http://blog.naver.com/kwbpanto

 

07문화누리카드, 인천펜타포트 락페스티벌 입장권 할인
문화누리카드를 소지한 시민들에게 특별한 문화 혜택이 찾아온다. 문화누리카드를 소지한 인천 시민이라면 누구나 2016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의 입장권을 대폭 할인된 가격(기존 13만원→2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신분증을 지참하면 행사장 입구 엔티켓 부스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현장결제(문화누리카드만 해당)로 가능하다. 또한 13세 이하, 65세 이상은 무료 입장도 가능하다. 2016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은 8월 12일(금)부터 14일(일)까지 송도 달빛축제공원(연수구 센트럴로 350)에서 열린다.
☞ 문의 032-760-1035, http://www.ifac.or.kr/board/view.php?code=notice&sq=1693

 

02제 1회 무의도 청년 함세덕 연극페스티벌(8.12~8.14, 무의도 하나개해수욕장)
‘제 1회 무의도 청년 함세덕 연극제’가 오는 8월 12일(금)~14일(일) 중구 무의도 하나개 해수욕장 특설무대에서 열린다. 인천 출신 극작가 함세덕의 작품을 만나는 축제로 ‘무의도 기행’ 연극은 물론이고, ‘동승(童僧)’, ‘산허구리’, ‘해연(海燕)’이 낭독 공연으로 펼쳐진다. ‘작가 함세덕과 무의도 청년 함세덕 연극페스티벌’이라는 특강과 함께 페스티벌의 발전 방안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리고, 관객들이 이야기를 벽화로 그려보는 이벤트도 마련된다.

 

003갤러리 지오 개관 2주년
2014년 8월, 신포동에 오픈한 갤러리 지오(관장:고진오)가 개관 2주년을 맞았다. 구정이나 추석 당일을 제외하고 쉬는 기간 없이 연중 전시를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운영하고 있는 갤러리 지오는 누구나 들어올 수 있는 갤러리를 표방하지만, 유료 대관을 진행하는 갤러리이기도 하다. 이 공간은 2년여 동안 전시 경험이 없는 신진 작가부터 지역 원로, 중견작가, 크고 작은 단체전까지 다양한 기획 전시와 대관을 하는 공간이면서 인천 문화예술의 사랑방으로도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04배호, 스물아홉 청춘(8.15, 20:00, 자유공원)
플레이캠퍼스가 주관하고 홍예門문화연구소와 뜰콰르텟이 주최하는 배호 노래 공연 ‘배호, 스물아홉 청춘’이 열린다. 광복절인 오는 15일, 자유공원에서 열리는 이 공연에는 신인수(테너), 이덕기(베이스), 김준동(바리톤), 윤소미나(피아노) 등이 출연한다. 시민의,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음악회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공연은 인천을 오늘처럼 성장시킨 산업화의 주역과 인천의 미래를 이끌 청년을 잇는 가교로서 배호 노래를 재평가하는 자리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문의 032-777-8775, http://www.playcampus.com
 

 

5선율 흐르는 그림(8.19, 19:30, 송도 트라이볼)
‘로멘티카 아르떼’가 음악과 회화 장르가 결합된 신선한 하이브리드 예술 페스티벌 무대를 준비했다. 오는 19일(화)에 열리며, 서양 근대의 시대별 대표 음악과 회화 작품이 동시에 공연될 예정이다. 주최 측은 공연을 통해 음악과 미술을 함께 아우르고, 역사의 흐름 속에 예술을 바라보며 음악과 회화를 좀 더 즐겁고 쉽게 이해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성인 15,000원/학생 10,000원
☞ 문의 010-4725-6744, http://romantica-arte.kr

6문화예술공간 기반조성을 위한 문화정책(7.19, 16:00, 중구청)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와 인천아트마켓이 7월 19일 ‘지속가능한 문화예술 공간 기반 조성을 위한 문화정책’을 주제로 중구청 서별관에서 토론회를 열었다. 사라진 소극장 지원정책과 위기의 공연예술인(단체), 문화예술과 도시공간, 민간 문화예술공간 지원정책의 현황과 방향 등이 논의된 이날 토론회에는 장구보 인천대 사회적경제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김재익 인천시 문화예술과장, 황흥구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이희환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 공동대표, 허은광 인천문화재단 기획경영본부장, 강무성 아트홀 소풍 팀장 등이 참석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인천을 발견한 미술비평가 공주형

1인천문화재단은 2015년부터 문화예술 기부캠페인 ‘아트레인’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개항의 철길 위를 달리는 아트레인(ARTrain)은 시민과 예술가가 함께 문화예술이 풍요로운 도시 인천을 만들고자 합니다. 인천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기부자,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만나 이들이 말하는 아트레인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이번 인터뷰는 미술평론가이자 전시기획자로 미술과 삶을 함께 마주보기 위한 다양한 저서를 집필하고 있는 공주형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미술에 관한, 삶에 관한, 인천에 관한 대화를 지금부터 함께 나누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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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최근에 대학 강의를 중심으로 활동 중이신데 근황이 궁금합니다.

A. 한신대학교 교양대학에서 강의를 하면서 동아일보에 [생각하는 미술관]이라는 타이틀로 글을 계속해서 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대학에서 진행하는 노숙인 인문학교육에도 함께 참여하고 있어요. 8주의 인문학 강의를 진행하는데, 이 분들에게 자존감 회복과 사회 복귀를 위한 바탕이 될 수 있도록 미술과 인문학을 연계한 강의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학생들과의 수업과 연계하는 형태로 구성했는데, 이 수업의 결과를 전시 형태로 구성하려고 생각하고 있고, 8월 7일(일)에 인천아트플랫폼에서 하루 동안 선보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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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일반적인 대학 강의와는 다른 형태의 수업인데, 강의를 진행하는 입장에서 많은 생각과 느낌이 있었을 것 같아요.

A. 일단 보통 학생들에게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했어요. 사실 우리는 사회에서 압도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만을 듣잖아요. 하지만 그런 사람들의 이야기가 세상의 전부는 아니거든요. 학생들이 좀 더 넓은 시각으로 타인을 바라보고 생각할 수 있었으면 했어요. 그리고 이 강좌는 8주인데, 그 분들이 살고 있는 세상과 전혀 다른 내용으로 강의만 진행된다면 사실 그들의 삶에서 변화를 미칠 수 있는 부분은 없거든요. 이 분들이 변하기 위해서는 사회가 함께 변해야 해요. 그래서 그들의 삶과 사회가 연결될 수 있도록 학생들과 소통하는 지점을 만들고 싶었어요.
수업을 하면서 놀랐던 부분도 참 많아요. 색깔을 주제로 강의를 하는 날이었는데, 원작은 공개하지 않은 상태로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의 밑그림을 채색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자유롭게 각자의 방식대로 채색을 하는데, 온통 붉은 색으로 그림을 그린 분이 계셔서 대화를 해봤더니, 모든 게 다 불타버렸다는 설명을 해주시더라고요. 자신의 모습을 그림에 투영시킨 형태였죠. 마음이 참 무거웠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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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미술이라는 영역이 삶의 영역으로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것 같아요. 요즘 보면 도서관에서도 강의를 하시던데 이렇게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좌의 경우 준비해야 하는 지점도 조금은 다를 것 같아요.
A. 아무래도 미술 그 자체만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의 영역으로 점점 연결되어 이야기되는 게 사실이에요. 그래서 도서관에서도 미술과 함께하는 강좌도 늘어나는 것 같아요. 도서관에서 하는 강좌들은 일반적으로 연령대가 조금 높으신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주부들의 경우 가사일과는 조금 다른 경험을 위해 수강을 하시는데, 일상과는 다른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 그 자체에 관심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리고 일반적인 학생들의 강의보다 수업에 대한 열정도 많은 편이라 듣고자 하는 태도가 확실히 달라요. 각자 사회적인 위치나 삶의 영역이 달라서 강의에서 관심을 갖는 포인트도 다 다르고요. 덕분에 준비를 해야 하는 부분도 좀 많지만 이런 강의들을 하다보면 힘이 들어도 수업을 하는 데 제 스스로 동력을 얻게 되는 것 같아요.

6Q. 올해 상반기에는 새로운 책도 집필하셨는데 책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문명은 어떻게 미술이 되었을까?』라는 제목으로 3월에 책을 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술을 전공한 사람들이나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미술의 가치나 효용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없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아요. 이 부분을 이야기하지 않고서 미술을 말하면 헛말처럼 떠도는 형태거든요. 미술이 각 시대마다 요구하는 사회적 역할은 무엇이었는지, 그 역할에 따라 시대마다 등장하고 중심이 되었던 미술의 특징이 무엇이었는지 함께 말해보고 싶었어요. 그 흐름을 따라 읽다보면 당대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지금 우리의 모습도 들어있거든요.

Q. 인천에서 작업을 시작하신 계기가 인천아트플랫폼과의 만남이었다고 어느 기사에서 말씀하셨던데 그 이야기를 좀 부탁드릴게요.
A. 2009년 인천아트플랫폼이 개관할 당시, 연구 분야의 입주 작가로 들어오면서 인연이 시작되었어요. 오랫동안 서울의 갤러리에서 일했고, 서울에 있는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었어요. 1998년부터 인천에서 살았지만, 인천을 알 수 있는 기회는 없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저에게 인천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지역이라기보다 그냥 추상적인 장소였거든요. 서울로 출퇴근을 하는데 필요한 곳과 일상 생활권역 외에는 잘 알지 못했었는데, 인천아트플랫폼을 만나면서 달라졌어요. 인천에 이런 공간이 있고,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좋았어요. 그간 알고 있던 방법과 다른 형태로 미술을 만나고 소통할 수 있는 분들이 계신다는 사실이 놀라웠고, 흥미로웠어요. 그러면서 서울의 모든 일들을 정리하고 생활권을 온전히 인천으로 이전했습니다. 
  
Q. 인천아트플랫폼이 남다른 공간이자 또 다른 의미겠네요.
A. 말 그대로 멋있었어요. 역사책처럼 글로 배우는 역사의 산물이 아니라, 돌의 형태 하나만 보더라도 지역의 역사를 느낄 수가 있으니까요. 이곳에서 만난 작가들도 제가 그 동안 활동하면서 만났던 작가들과는 또 다른 느낌이었거든요. 생각할 것도, 경험할 것도 많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인천문화재단과 함께 인천의 미술을 긴 호흡으로 접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면서 공부를 많이 할 수 있었고, 인천에 계신 분들을 만나기 시작했죠. 이제는 인천이 고향인 남편과 함께 ‘인천’이라는 지역이 공통의 관심사이자 화제가 된 것 같아요. 돌이켜 생각해보면 인천아트플랫폼만큼 나에게 영향을 주거나 변화를 줄 수 있는 장소는 없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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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갤러리에서 활동한 시기를 포함해 인천에서도 참 많은 전시를 기획하고 진행하셨는데요. 지금까지 기획했던 전시 중에 가장 애착이 가는 전시가 있다면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요?

A. 딱 하나의 전시를 말한다면 2010년에 기획했던 <이사(移徙)사이(間)>라고 생각해요. 지금의 한국근대문학관이 리모델링에 들어가기 전에 공간을 활용해 진행했던 전시였는데요. 그 때 당시에 함께 했던 작가들이 많이 성장하는 모습도 보게 되었고, 미학적으로도 작품의 구성이 너무 좋았어요. 창고를 주관하던 사람들이 ‘이사(移徙)’가고 근대문학관으로 위용을 갖출 ‘사이’를 의미했던 전시였고요. 시간이 새겨진 공간이자 영광과 쇠락의 집합소였던 빈 창고의 속성을 작품으로 표출하려고 했었습니다. 사실 그 공간은 일반 화이트 큐브와는 전혀 다른 공간이죠. 그 어떤 미술 작품보다도 묵직했고, 그 자체만으로도 작가가 개입할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한 면이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전시 기획자의 입장에서는 작가들이 자신들의 작품으로 공간을 해석하고 표현해서 자신만의 작품으로 그 곳을 장악해주길 바라는 점이 있어요. 결과적으로 서로 다른 작가들이 각자의 예술적 방식으로 점령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인천에서 했던 전시기도 했지만 그런 예술적 결과물이 너무 좋았던 터라 가장 기억에 남아있어요. 그 때부터 예술적 관심 자체가 ‘장소’에 대한 부분을 많이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원래는 미술에서 출발했지만 장소라는 하나의 문제가 겹친 셈이죠. 이 장소라는 게 조금 확장한다면 공동체의 문제로도 볼 수 있고, 미술이 어떻게 공공의 역할을 할 수 있을까라는 관심까지도 확대된 것 같아요. 

Q.
아트플랫폼과의 만남을 시작해서 재단의 아트레인에도 함께 참여하셨는데요. 문화예술 기부를 위한 아트레인에 어떤 마음으로 함께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A. 저는 인천문화재단을 통해 정말 많은 것을 받았다고 생각해요. 아마 인천아트플랫폼을 만나지 않았다면 지금과는 다른 삶을 살았을 테고, 인천이라는 지역을 이렇게까지 알 수 없었을 테니까요. 재단에서 기획전을 준비하면서 인천에 계신 분들과 인사를 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인천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당연히 어떤 방식으로든 참여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거든요. 실제로 외국에 비해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기부가 현저히 낮은 게 사실이기도 하고, 문화예술 예산이 축소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기부문화를 확산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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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사실 아트레인을 시작한지 아직 만 1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지만, 많은 분들의 관심과 지지로 사업의 큰 틀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지역의 예술인이자 기부자의 입장에서 아트레인이 앞으로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갔으면 하는지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A. 아직 1년도 안된 초기 단계니까 앞으로 기부에 대한 성격, 관계에 대한 표현 등을 잘 보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문화영역답게 좀 더 쉽고, 재미있는 형태로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공감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문영역을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조금 더 시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세로 진행되기를 바랍니다.

인천아트플랫폼과의 인연을 시작으로 인천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보여주고 계신 선생님과의 시간이 참으로 뜻깊었습니다. 인천 문화예술의 확장과 발전을 위해 아트레인과 함께하며, 인터뷰를 위해 소중한 시간을 내어주신 공주형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6인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찾습니다.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 아트레인은 인천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개인 혹은 법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기업 후원의 경우, 기업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문화예술로 함께 만들어드립니다.
아트레인 참여 문의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032-455-7114, artrain@ifac.or.kr

정리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주현수




뉴스 큐레이션(2016.07.19~08.01)

월요일=정기휴관일, 모두 닫힘은 아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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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은 ‘예술인도 쉰다’. 생산적인 일로 방학의 하루를 채워보자고 마음먹고 발걸음을 옮겼지만 곳곳에서 ‘월요일은 정기휴관’이라는 문구와 마주한다. 20대 언론 ‘고함20’, 대학생 기자의 월요일 하루를 따라가 본다. 부암동의 서울미술관도 윤동주 문학관도 쉰다. 대한민국역사박물관도 닫았다. 세종대왕 동상 아래 ‘세종이야기’도 월요일에는 이야기를 들려주지 않는다. 미처 모르고 나왔다. 더위에 몸은 지치지만 누구 탓도 아니다. 다행히 시민청은 열려 있었다. 시민들이 찍은 한강 사진전, 시민이 참여해서 바꾸거나 꾸밀 수 있는 ‘사물을 읽다’전 관람. 애초의 의도에서 벗어났지만 기자는 ‘월요일이라고 모두 닫힘은 아님’을 깨닫고 그 속에서 의외의 즐거움을 맛본다. 예술은 특정 요일에 특별히 누릴 수 있는 게 아니다. 잠깐 앉았던 공기침대도 그에게는 예술이었다.

포스트잇 추모가 불러낸 ‘정동(情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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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진보적 지식 담론 영역에서 ‘정동(affect)’이라는 용어가 자주 출현하고 있다. ‘정서’와 다르고 ‘감정’이라는 단어와도 다른 정동은 ‘공기 중에 있는 어떤 것(something in the air)’으로 모호하게 표현되기도 한다. <문화과학>이 ‘정동과 이데올로기’라는 여름호 특집을 발간했다. ‘모든 이론은 회색’이고 한계가 있다지만 ‘정동’이 한국사회의 연구주제로 빠르게 떠도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우리 사회의 기괴한 작동 방식이나 내면 분석, 미래의 가능성을 응시하려는 이론적 갈증”에 정동이 어떤 역할을 할지 궁금하다. 세월호와 강남역, 구의역이 불러낸 ‘정동적 힘’이 지속의 방식으로 깊이 끓길 바란다.

포켓몬 고, 스토리가 파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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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스터는 달랐다. 초등생을 위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유년의 비밀과 신자유주의 시대의 인간을 그린 명작이었다. 아이들은 만화 속 괴물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어른이 주인인 사회에서 타자로서 존재하는 인물. 이인화 교수는 ‘포켓몬 고’ 게임의 인기를 스토리에서 찾는다. 모바일, 위치기반, 증강현실, 지적재산권의 융합이 게임을 탄생시켰지만 본질은 스토리에 있다는 것. 이제 게임 작가는 가상과 실제의 스토리텔링을 전개하며 ‘방대한 혼합 현실의 설계사’가 된다. 게임에 문외한인 탓에 “어떤 게임의 위대함은 사람들을 결합시키는 위대함이다. 게임은 사람들이 서로 좋아하게 만들고 사이좋게 하는 도구가 된다”는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았지만 진부해서가 아니라 ‘너무 핫해서(뜨거워서)’ 종종 놓칠 수밖에 없는 창조성이라는 단어가 위대하게 살아있음을 실감한다.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포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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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끝난 전시지만 의미 있는 작업인 것 같아서 소개한다.(지난 7월 22일부터 3일간 열렸다) 매향리의 연습용 포탄과 탄피로 만든 천여 점의 조각상이 ‘전쟁 없는 세상을 위한 프로젝트’전으로 서울광장에서 소개됐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들기도 했던 김서경, 김운성 부부조각가의 작품이다. 매향리는 주한미군의 공군폭격 훈련장이 있던 곳이다. 장기 투쟁 끝에 2005년 폐쇄되었지만 아직도 수십만 발의 포탄이 쌓여 있다. 포탄에서 새싹이 피어나고, 나비가 앉는다. 붙어있는 두 포탄이 키스를 한다. 다양한 글자가 새겨져있기도 한데 그 중에는 ‘死드’도 있다. 올해로 정전협정 63주년을 맞았지만 이 땅은 아직 평화롭지 않다. “우리 안에 드리워진 전쟁의 기운을 걷어내고 마음 속 깊은 곳에서 평화선언을 해야 합니다.” 2백여 점의 작품은 마을에 기증하고 남은 8백여 점은 지자체와 상의 후 상설전시장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5고운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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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운의 기억’. ‘곱다’는 뜻의 그 고운이 아니다. ‘고운’은 고등학생 운동의 준말. 고등학생 신분으로 매주 시위에 나가고, 전교조 소속 해직교사를 위해 종이비행기를 날리고, 민주 학생회를 만들기 위해 유인물을 뿌리다 학교에서 쫓겨났던 고등학생들이 사반 세기만에 만났다. 하명희, 박명균 두 작가가 1990년대 고교생 운동을 다룬 소설 <나무에게서 온 편지>와 <나는 언제나 술래>라는 책으로 그 시절을 회상한다. “어른들이 하지 못하니까 우리가 했던 것이다. 고교 시절에 대해 사과하거나 반성한다는 것은 우리 삶을 부정하는 것이다.”, “소설을 쓰면서, 내 삶에서 가장 좋은 자양분을 얻었던 때가 그 시절임을 깨달았다.” 고운을 했든 안 했든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 한때 세상을 뒤흔들었지만 지금은 아무도 기억해주지 않는 사람들. ‘고운 세대’가 입을 열기 시작했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우리의 ‘인식’은 수 없이 많은 오해들의 합이다.” – 프로젝트 그룹 ‘멜팅다츠’

 

“우리의 ‘인식’은 수없이 많은 오해들의 합이다.” – 프로젝트 그룹 ‘멜팅다츠’

‘멜팅다츠’는 연출, 극작, 무대 디자인, 음악 등 서로 다른 4가지의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인 프로젝트 그룹으로 인천아트플랫폼에 3개월(2017년 6~8월) 간 단기 입주 작가로 들어오면서 인천과의 첫 만남을 시작하였다. 리더인 연출가 이수은은 15년 넘게 해외에서 생활하면서 본인이 느낀 ‘인식’에 대한 선입견과 ‘한국인들은 이럴 거야’라는 외국인들의 편견에 대해 작업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된 모임 ‘멜팅다츠’는 처음 방문하는 도시에 대한 낯선 시각을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시민들과 함께 공유하고, 이를 공연으로 만들어 나가고 있다.
‘멜팅다츠’ 구성원들에게 인천에 대한 고정관념이나 선입견은 없다. 그들은 인천과 아무런 연고가 없을뿐더러 인천을 딱히 의식해본 적도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굳이 인천에 대해 ‘인식’이라는 어려운 주제로 작품 활동을 하려는 것일까? 이 질문에 구성원들 모두는 “전혀 모르기 때문”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인식’에 대한 작품 활동을 하는데 있어 선입견은 가장 큰 방해물이기 때문이란 말도 덧붙였다. 이들은 인식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한 채 오늘도 인천시민들을 만나 그들에게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1“인천 분이세요?”, “인천은 어떤 곳이에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인천에 대해 갖고 있는 오해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인천에 대한 평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들을 그냥 편하게 들려주시겠어요?” ‘멜팅다츠’는 인터뷰 대상과 평범하게 대화를 나눈다. 설문도 아니고 조사는 더더욱 아니다. 무리한 질문을 하지도 않으며 흑백처럼 단정적인 답을 바라지도 않는다. 그저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생각을 들어주고 그 생각을 노트에 옮겨 적을 뿐이다. 그렇게 하나, 둘 모인 시민들과의 인터뷰는 영상, 음악, 퍼포먼스 등으로 재구성되어 인천에 대한 인식이 어떻게 생성되는지를 보여주는 공연으로 탄생할 예정이다. 멜팅다츠는 ‘인천 시민들이 본인들의 터전인 인천에 대해 스스로 인식하고 있는 바’를 인터뷰하고 이야기를 들어왔다. 이 과정을 통해 멜팅다츠 자신은 인천에 대해 어떠한 인식을 구축해가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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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멜팅다츠’의 소개를 부탁한다.
A : 멜팅다츠는 이번에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하면서 만든 팀 이름이다. 저(연출가 이수은)는 무대 & 의상 디자이너, 퍼포먼스 아티스트로 2006년부터 여러 장르의 예술가들과 협업을 많이 했는데, 대부분 ‘콜렉티브 작업방식’을 추구했다. 그런데 이 작업방식은 팀 구성원들 간에 잦은 갈등을 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했고, 그럴 때마다 우리가 왜 다양한 장르의 작가들과 협업을 하는지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다양한 작가들의 작업방식을 공연 결과물에 녹여내는 것에 집중하기보다, 작업 주제나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지고 서로 소통하고 합을 맞추어 가는 과정에 초점을 두고 작업을 해 보고 싶었다. 공연예술이란 예술가와 예술가,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대화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 공연 프로젝트마다 형식, 장르, 작업 방식들에 자유롭게 접근하여 공연으로 실현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방식이나 새로운 개념을 원하는 건 아니다. 단지 작업의 중심을 제작 결과에서 제작 과정으로 옮겼을 뿐이다. 저와 허영균 작가가 먼저 팀을 결성하고, 손지희 무대 디자이너, 싱어송라이터 도재명 작가가 합류했다.

Q : ‘인천 사랑’ 단체티가 가지고 있는 의미와 사람들의 시선에서 느끼는 감정은 무엇인가?
A : 인천에서 작업하는 동안 쭉 입으려고 만들었다. 옷을 입는 것 자체로 ‘작업 모드’가 된다. 인천을 잘 모르기 때문에 ‘표어’처럼 인천 사랑을 내세웠다. 신기하게도 옷을 입으니 실제로 인천에 대한 애착이 생긴다. 또한 단기로 입주한 팀이기 때문에 아트플랫폼을 오가는 분들과 서로 인사하고 지내려면 눈에 잘 띄어야 한다는 생각에 옷을 맞추기도 했다. ‘인천 사랑’이라는 글이 적힌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우리에 대한 인천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처음에는 ‘어떻게 입고 다니지?’ 생각했는데 사람들과의 경계를 허무는 데 이 티가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셔츠를 입고 있을 때와 입지 않았을 때가 다르고, 입고 있을 때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는 태토가 더 적극적으로 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연스럽게 웃게 되는 효과도 있다. 옷을 입지 않았을 때는 아무 생각 없이 무표정이지만, 이 티셔츠를 입게 되면 작업을 준비하는 마음가짐은 물론이고, 웃는 표정과 열린 마음까지 자연스레 따라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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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인천 시민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텐데, 인천에 대한 선입견은 무엇이었나?
A : 인천 토박이가 적다는 이야기가 가장 많다. 타지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정착한 땅이라는 생각이 강하다. “인천 사람들은 바보다, 다 내어 주고 빼앗기고 그러고 산다. 인천은 서울쓰레기 매립지, 안 좋은 것은 다 인천으로 온다“ 이런 말을 들으면, 인천의 주변 도시와 인천의 지리적 한계(서울을 보완하는 역할), 인천을 구성하는 인구 성향(가령 외지인 유입, 화교, 실향민 등)이 복합적인 영향을 받아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거나, 의견이 모아지지 않는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반대로 그러한 다양성이, 결국 인천이 “개방적” 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된다고 생각한다. 인천 사람들은 ‘짜다’는 선입견이 있다고 멋쩍어하는 분들도 있었다. 이 단어도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현실에서 나온 것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우리가 인터뷰하면서 만난 인천 분들은 오히려 반대의 성향을 가진 분들이셨다.

Q : 각자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인데 추후 활동계획이 궁금하다.
A : 도재명은 현재 영화음악 작업 중이고, 허영균은 7월 26일부터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음악극 <보물섬> 드라마투르기로 작업에 참여한다. 허영균은 개인적으로 예술-공연예술출판사 1도씨를 운영하고 있는데, 하반기에는 각각 희곡집과 공연의 전 과정을 기록하는 책을 출판할 생각이다. 각각 1도씨 희곡선, 1도씨 추적선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다. 손지희는 7월 말에 대학로 ‘열린극장’에서 연극<사우나>, 9월에 국립민속국악원의 <나운규 아리랑> 무대 디자인을 준비하고 있다. 이수은은 ‘마술피리’를 대구오페라하우스에서 연출하고 10월 ‘대구오페라페스티벌’에서 ‘피델리오’ 협력연출, 11월에는 국악과 현대무용을 실험적으로 접목시켜는 공연 프로듀서로 참여한다. 독일 공연창작집단 <오퍼 디나모 웨스트 Oper Dynamo West> 창단멤버로 10년째 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공연 작업을 하는데, 내년에는 음악극<바하유람기>, 연극<마담 고질라(가제)>를 독일과 한국에서 공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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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 공연을 찾아주실 인천시민들께 꼭 하고 싶은 이야기는?
A : 정보나 사실이 아니라, 인천에 대한 이야기가 감각적으로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망상을 부추기는 공연일 수도 있으니, 오감을 열어두고 관람하길 바란다. 공연을 보기 전에, 스스로 ‘인천은 어떤 곳이지?’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그에 대해 먼저 생각해 본다면 공연을 즐기기 더 좋을 것이다. 객관적이고 통계적인,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수집하는 일이 우리의 최종 결과물은 아니다. 우리는 주관적 편견이 무엇이고 각각의 편견 조각들이 모여져, 편견의 구조로 만들어진 인천의 한 모습이 궁금하다. 관객들은 우리가 본 인천의 인상, 혹은 편견에 대해 솔직해지면 되는 그런 공연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관객도 우리도 <개항하는 마음 그 자체다.>

프로젝트 그룹 ‘멜팅다츠’는 인천아트플랫폼 단기 입주 작가로써 작품과 공연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인천에 대한 인천시민들의 인식을 그들에게 다시 보여주려 한다. 그 결과물은 오는 9월 <2016 인천아트플랫폼 오픈스튜디오> 기간 중에 인천아트플랫폼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다.

글 : 고승용(인천아트플랫폼)




서흥초 기타동아리-너랑나랑 기타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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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수요일 저녁, 아이들이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텅 빈 초등학교. 조용하던 음악실에 환한 불이 켜졌다. 아름다운 통기타 선율이 흐르고, 왁자지껄한 웃음소리가 더해진다. 인천 동구에 위치한 서흥초등학교에는 학부모와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기타동아리가 있다. 앙증맞은 책상과 의자에 앉아, 귀여운 그림이 가득한 칠판을 배경으로 기타를 연주하는 그들을 만나보았다. 시작은 작년이었다. 서흥초등학교가 행복배움학교(인천형 혁신학교)로 지정되면서, 학부모 회장인 이정휘 씨는 학교를 아이들과 선생님만의 배움터가 아니라 학부모들도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는 고민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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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휘 : 학부모 동아리를 만들고 활성화하기 위해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어요. 직장 생활을 하시는 학부모님들도 함께 할 수 있는 활동을 찾다보니 기타를 배워보자는 결론이 나왔죠. 학부모 대상이라고 하면 제한적인 부분이 있어 마을공동체의 느낌으로, 지역주민들도 참여하고, 우리 학교를 졸업한 친구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어요.

아이들의 엄마로, 주부 또는 직장맘으로 자신만의 시간 없이 바쁘게 지내던 그들은 하나 둘씩 기타동아리에 모여들기 시작했다. 

장동희: 학급의 학부모 모임에 갔다가 우연히 학부모회장 언니가 내미는 동의서를 받게 되었어요. 올해 3월에 신학기가 되고 뒤늦게 합류했어요. 원래는 악기를 다뤄본 적도 없는데 여기에 와서 처음 하게 된 거죠. 늦게 합류한 만큼 따라잡고 싶어서 다른 멤버들을 많이 괴롭혔어요. 옆에 언니들이 귀찮은 기색 없이 잘 가르쳐주고 도와주셔서 재미있게 하고 있어요. 

이애경 : 예전에 기타를 배웠었어요. 20대 때, 신포 지하상가 끝에 있는 악기점에서 악기를 사면 강습을 해주고는 했었죠. 그렇게 잠깐 기타를 배웠는데 시간이 지나니 기타를 배우거나 쳐 볼 기회가 아예 없는 거예요. 오래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아쉬운 마음을 항상 가지고 있었는데, 마침 학교에서 학부모 동아리를 만든다고 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정영선 : 큰 아이가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해서 기타를 하나 장만했는데, 아이가 금방 질려하면서 기타가 잠자고 있게 된 거예요. 마침 학교에서 기타를 가르쳐주고 함께 연습한다고 해서, 악기의 ‘악’자도 모르지만 용기를 내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차연정 : 어렸을 때 피아노를 배웠는데, 원해서 다닌 게 아니라 엄마의 강요로 다니다보니 흥미가 없었어요. 음악을 즐겼다기보다는 억지로 다녔던 거죠. 그동안 기타를 배우고 싶었는데, 시간이 안 돼서 못 배우다가 마침 저녁에 수업을 한다고 해서 찾게 되었어요. 노래를 듣고 부르고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인데, 기타수업과 함께 음악을 즐기면서 힐링을 하고 있어요. 또, 아이도 기타를 배우고 있는데 ‘너만 해라.’ 강요하는 게 아니라 같이 배우는 입장이 되니 서로 마음도 이해할 수 있고 이야기 거리도 많아지고 해서 대화가 편해진 것 같아요.

한준희 : 초등학교를 다닐 때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기타반도 있었는데, 중학교에 올라간 이후에 기타가 멋있고 재밌어 보였어요. 마침 엄마가 학부모 기타동아리 활동을 시작하면서, 같이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제안하셔서 참여하게 되었어요.

그녀들은 무언가를 배우고 자신들만을 위한 시간을 보내는 게 일주일에 한 번, 이 시간뿐이기 때문에 힘들어도 시간을 내서 참여하게 된다고 말했다. 익숙하지 않은 악기를 다루며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손에게 화도 나지만, 연습 끝에 함께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낼 수 있는 데에 희열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이렇게 모일 수 있는 이유는 단지 기타나 음악에 대한 열정 때문만은 아니었다. 함께 모여 기타를 연습하는 시간은 친한 언니, 동생들과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정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만든 데에는 기타반 강사 박수희 씨의 역할이 한 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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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희
: 저도 기타를 본격적으로 배운 지는 10년째에요. 지금 동아리 참여하는 분들의 나이에 시작을 했으니까, 어떻게 보면 늦게 시작한 셈이죠. 그때도 강좌를 들으면서 시작했는데, 동아리의 형태로 함께 묶이니까 그 멤버들과 10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기타를 치게 되었어요.배다리에서 기타교실을 열었었는데, 서흥초의 김창진 선생님께서 그 소식을 듣고 학부모 기타동아리의 강사가 되어주지 않겠냐고 제안하셨어요. 이전에 방과후학교 강사로 수업을 진행했던 경험이 있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차이가 많았어요. 수업을 듣는 아이들도 즐거워서 하기보다는 마지못해 오는 아이들이 많았고, 선생님들이 방과후 강사를 섭외하고 수업을 만드는 과정을 주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해 소홀히 하거나 강사를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학교는 달랐어요. 시스템도 훨씬 좋고 참여하시는 분들도 진짜 좋아서 오시는 분들이어서 저도 가르친다는 생각보다는 동아리의 일원으로 즐겁게 참여하고 있어요. 사실 소음을 발생시키는 동아리의 경우 공간을 마련하기가 굉장히 어려워요. 지원을 받기도 어렵고, 우리만의 공간을 가지려면 임대료도 드니까요. 공간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학교가 지역주민들에게 공간을 나누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특히 초등학교는 정말 가까이들 있잖아요. 하지만 학교가 동네 주민들하고 너무 격리되어있고, 문을 딱 걸어잠그고 열어주지 않으니까 아쉬웠는데 학교에서 이 수업을 제안해주었고, 학교와 지역주민 간에 교류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이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흔쾌히 오게 되었어요.

서흥초 학부모가 아닌 지역주민 김혜례 씨도 활발하게 참여하는 동아리 멤버 중 한 명이다.

김혜례 : 친한 동생의 소개로 참여하게 되었어요. 제가 운영하는 미용실에 손님으로 오던 동생이 미용실에 있는 기타를 보고 치냐고 묻기에 폼으로 갖다 놓은 거라고 대답을 했죠, 그랬더니 학교에서 기타 수업을 듣고 있는데, 함께 해보지 않겠냐고 묻더라고요. 고 1때 옆집 오빠가 기타를 치는 모습을 보고 그게 너무 멋있어서 아빠에게 기타를 사달라고 졸라 얻어낸 기타였어요. 아빠가 돌아가시고 나서 이 기타가 너무 소중하게 느껴지더라고요. 제가 잘 치지 않아 동생이 가지고 있었는데, 다시 돌려달라고 부탁을 했죠. 수요일이 미용실 쉬는 날이라 매주 참여하고 있어요.

올해로 두 해 째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기타동아리는 무대에 서서 다른 사람들에게 연주를 들려주는 것도 계획 중이다.

이정휘 : 11월 즈음에 학교 학예회가 있어요. 아이들 동아리 발표회인데 학부모들도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있어요. 작년에는 학부모 합창 공연을 했는데, 올해는 기타동아리 공연을 목표로 연습 중이에요. 또, 동구청에서 ‘나들이 강좌’라고 해서 수업을 열면 수강료를 지원해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올해 저희 동아리가 선정됐거든요. 10월 즈음 선정된 동아리들의 발표회가 있는데, 그 무대에도 설 예정이에요.

정금선 : 저는 저질 체력이기도 하고, 아이가 세 명이라 아이들 학원시간에 맞춰 집에 데려다주고 바로 수업에 오려면 힘들기도 해요. 하지만 연습하면 할수록 욕심이 나요. 하이코드를 잡아보고 싶다는 욕심도 나고, 11월에 있는 학예회 때도 사람들에게 엄마들이 이렇게 기타도 친다는 것을 보여주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연주를 해보고 싶어요.

엄마로, 아내로만 사는 삶에 지쳐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기 위해 취미로 시작했던 기타는 그녀들의 일상을 하나둘씩 바꾸기 시작했고, 더 멋진 엄마, 더 멋진 아내, 더 멋진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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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희
: 우리 아이가 어버이날에 편지를 썼는데, 엄마를 ‘기타 잘 치는 사람’이라고 써왔더라고요. 평상시에 기타 연습을 하는 모습이 아이에게 좋게 보였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학교에 있는 기타로 연습을 했는데, 한번 수업을 듣고 일주일이 지난 후에 다시 오면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더라고요. 20년 전 창고에 넣어두었던 기타가 떠올라서 집에 연락했더니, 다행히도 아직 기타가 있어서 다시 가지고 온 날부터 이를 악물고 연습을 했어요. 그런 모습을 아이도 자랑스러워 해주니까 더 자신감이 붙더라구요.

장동희 :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는데, 그러다 보니 저희 아이도 저와 똑같이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어려워하더라고요. 그래서 아이가 2학년이 되고부터 학부모 모임에도 조금씩 참여를 하기로 결심했고, 동아리 활동도 시작하게 되었어요. 아이들이 1학년일 때부터 이어져 온 학부모 모임에 뒤늦게 합류하다 보니 겉도는 느낌이 많았는데, 동아리에서는 가족처럼, 언니, 동생처럼 챙겨주니까 재미있게 활동을 하고 있어요. 언니들도 그렇고 선생님도 그렇고 용기를 많이 주시니까 더 열심히 연습하고 활동하게 돼요.

이춘화 : 남편이 브라질에 있는데, 12월에 한국에 들어와요. 기타를 배우면서 너무 어려워서 포기하고 싶을 때도 있었지만, 남편이 전화로 “기타 잘 배우고 있냐”고 물어봐 줄 때면 더 열심히 해서 한국에 들어왔을 때 연주를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또 같이 활동하는 분들이 잘 끌어주고 계셔서 어려워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함께 해야겠다 싶구요.

자신의 이름 대신 ‘진영 엄마’, ‘희진 엄마’로 불리기 일쑤인 엄마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서 그들의 이름을 듣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곳 기타동아리에서는 모두가 서로를 서로의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매 시간마다 출석부를 부르고, 새로운 사람이 올 때마다 자기소개를 하며 자연스럽게 서로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다는 사람들. 기타를 잡으며 엄마나 아내가 아닌 스스로를 다시 찾아가고 있는 그들의 행복한 웃음이 앞으로도 끊이지 않기를 바란다.

글 / 시민기자 김진아




‘여권 없는 해외여행’, 인천의 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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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은 아무리 작은 섬도 그 자체로 하나의 왕국이다. 그래서 섬으로의 여행은 여권 없는 해외여행이다! 잠깐만 배를 타도 일상을 벗어나 다른 세상과 만날 수 있다. 인천에는 168개나 되는 섬이 있고, 게다가 섬들은 수도권의 안마당이나 다름없다. 과거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는 위성 도시 인천의 문화정체성 확립에 방해자였다. 하지만 인천 섬들의 가치가 재발견된다면 서울은 오히려 인천의 든든한 후원자로 바뀌고, 서울을 비롯한 2,500만 수도권 인구의 일상 탈출 욕구는 인천 섬 여행 문화를 향유할 수요자 풀(Pool)의 마르지 않는 원천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숨겨진 인천 섬 왕국의 유물들을 발굴해 내는 일이야말로 인천 가치 재발견의 중요한 진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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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천시는 2조 3230억 원이란 거액을 투입해 인천 168개 섬들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섬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하기로 했다. 관(官) 주도와 개발 위주 사업이 아닌 주민 주도의 자연경관을 최대한 보존해 섬의 가치를 높이는 사업을 한다니 환영할 일이다. 인천시는 4가지 추진전략을 세우고 모든 섬을 1시간 내 접근이 가능하도록 백령도 공항 건설이나 영종도 제2연안여객터미널 확충 등 시설투자는 물론 인천의 섬들을 매년 12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애인(愛仁)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또 6차 산업을 육성해 섬의 경제기반을 조성, 주민 소득 증대에 기여하고 선착장 주변 문화 공간 확충과 해수담수화 시설, 신재생 에너지 자립 섬 조성사업 등도 계획하고 있다.

6차 산업 기반 조성을 통한 주민 소득 증대나 신재생에너지 자립 섬, 해수담수화를 통한 물 문제 해결 등의 인프라 구축은 섬들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들이다. 하지만 섬 관광의 측면에서 본다면 인천시의 섬 프로젝트는 일견 우려스러운 점도 적지 않다. 섬 문화 가치 발견보다는 시설투자와 물량주의 관광에 더 방점이 찍힌 것이 아닌가 싶어서다. 관광객의 무한 증가가 꼭 섬에 보탬이 되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인천의 이름난 섬들은 주말이나 성수기면 너무 많은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그들 중 절반 이상은 섬에 돈 한 푼 쓰고 가지 않는다. 섬의 수용 역량을 초과하는 관광객 유입은 오히려 섬에 독이 된다. 그래서 관광객을 무한정 늘리는 것보다는 관광객 차량 입도금지와 입도객 총량제 등을 도입해 재방문율을 높이기나 ‘체류시간 늘리기’처럼 전략을 수정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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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접근성 개선도 반드시 이루어져야할 숙원 사업이다. 하지만 가깝다고 좋은 것도 아니고 멀다고 꼭 나쁜 것만도 아니다. 가까우면 그만큼 일찍 돌아보고 빠져나간다. 먼 것이 매력일 수도 있다. 부러 오지를 찾아다니는 세상 아닌가. 그래서 섬의 접근성 개선을 위해서는 제2여객터미널 확충 등을 통한 섬 여행 시간 단축보다는 전천후 여객선 도입, 야간운항 허용과 시설지원, 여객선 공영제, 해사안전법 개정 등을 통한 안전성과 접근성 확보로 정책 방향을 바꾸는 것이 더 실효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백령도 같은 원도의 경우 소형공항 건설은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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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섬 프로젝트는 4개의 추진 전략이 있지만 결국 핵심은 섬 관광업의 활성화를 통한 주민소득 증대다. 그런데 아쉽게도 인천 섬만이 보여줄 수 있는 특별한 가치 재발견 전략이 부족해 보인다. 가깝다는 것 말고도 왜 인천 섬으로 가야 하는지에 대한 설득력이 있어야 섬 관광도 지속가능하다. 섬 선착장 주변 문화 공간 확충 같은 시설 투자보다 문화가치 재발견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또 ‘168개 애인 섬 만들기’ 같은 관광객 유인 전략은 실패한 여수의 ‘365 생일 섬 프로젝트’만큼이나 추상적이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 요구된다. 요즘 세계의 여행 추세는 에코투어리즘이 대세다. 변화하는 시대 트렌드에 맞는 컨셉의 정립이 필요하다.

이를테면 환경 파괴로 논란이 되고 있는 굴업도는 리조트 개발 포기를 선언하고 ‘인천 바다의 제주, 화산섬 굴업도’라는 컨셉의 에코뮤지엄 조성으로 가는 것은 어떨까. 과거 잘못된 개발로 파괴된 섬의 자연환경을 복원하는 것도 섬의 가치를 재발견해 인천 섬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방안의 하나다. 논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황금갯벌을 없애고 간척 사업을 했으나 논에 물을 댈 담수호가 소금 호수가 되는 바람에 황무지로 버려져 있는 백령도의 1백만평 간척지와 40만평의 백령호를 역간척을 통해 다시 갯벌로 환원시킨다면 어떨까. 천혜의 비경에 시너지 효과를 더한 백령도는 분명 생태 섬 관광의 메카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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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 2천의 와덴해 섬, 랑어욱이 역간척으로 성공한 대표적 사례다. 랑어욱은 1923년부터 시작된 간척으로 섬이 황폐화됐는데 1986년, 역간척을 택했다. 10년이 지나 갯벌 생태계가 복원되자 랑어욱은 생태관광의 메카가 됐다. 덕분에 독일에서 가장 가난 했던 섬마을은 생태관광만으로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마을 중 하나가 됐다. 인천시가 이런 사례에 주목해 섬 프로젝트를 보완한다면 고맙겠다. 그것만이 눈앞의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미래자원으로서 인천 섬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길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글 / 강제윤(시인, 사단법인 섬연구소 소장, 인천아트플랫폼 입주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