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퍼포먼스뮤지컬 – 타이거 헌터

 

<타이거 헌터>의 재공연을 기다리며

지난 3월 10일부터 12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6년 전통예술 지역브랜드 신규 상설공연 공모에서 ‘전통예술 지역브랜드 상설공연’으로 선정된 한울소리의 미디어 퍼포먼스 뮤지컬 <타이거 헌터>가 공연되었다.

한국 전통 타악에 충실하면서도 이를 재해석하여 현대적 감성을 접목시킨 다양한 창작 작품으로 지역에서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한울소리에 대해서는 이미 알고 있었기에 <타이거 헌터>에 대해서 기대감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공연 관람 후 이 기대감은 더욱 커졌다.

<타이거 헌터>는 2014년 9월 발간된 소설가 손상익의 「총의 울음」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이다. 우리에게는 신미양요로 알려진 1871년 인천 강화에서 실제 벌어졌던 광성보 전투에 참가해 장렬하게 전사한 조선군-평안도와 함경도에서 차출된 범 포수들, 그들이 바로 타이거 헌터이다.

공연은 한국 전쟁 영상을 배경으로 군가를 부르며 등장하는 군인들과 1950년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한 미군 장교가 자신의 할아버지에게서 들었던 ‘타이거 헌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평화롭고 정겨운 범 포수 마을 사람들의 흥겨운 노래와 춤 그리고 인천 앞바다에 정박 해 있던 미국 함대를 상대로 용맹하게 맞선 범 포수들의 가슴 아픈 최후의 항쟁. 마지막으로 한국을 다시 찾은 미국 참전용사의 독백으로 끝이 난다.

창작 공연의 경우 역사적인 사실이나 실제 발생한 사건을 바탕으로 하는 이야기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관객들에게 좀 더 쉽게 어필할 수 있다. <타이거 헌터>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이미 발간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흡입력 있는 이야기는 관객으로 하여금 공연에 흥미를 갖도록 하였다. 완성도 높은 음악,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와 노래, 구성력 있는 안무는 <타이거 헌터>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무대 세트 대신 영상을 사용하여 극 중 장소나 상황의 변화를 표현하였으나 배우들의 동선, 움직임, 소품 등을 적절히 사용하여 세트의 부재로 인한 무대 위의 공간이 비어있음을 느낄 수 없었다. 배우들을 객석에서 등장하도록 하는 연출은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물어 관객들로 하여금 공연 <타이거 헌터>에 집중하여 몰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물론 아쉬운 점들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이 초연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공들여 준비한 공연임을 알 수 있었다.

개관 23년만의 리모델링을 마치고 처음 공개된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의 객석은 만석이었다. 공연이 끝난 후 배우들을 향한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한울소리의 <타이거 헌터>는 ‘지역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소재로 완성도 높은 공연예술 창작 콘텐츠를 발굴·지원함으로써 지역민의 문화 향유 기회 확대 및 지역문화예술 활성화’라는 사업 목적에 그야말로 부합하는 공연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480석 남짓한 공연장에서 3일 5회 공연만으로는 <타이거 헌터>의 매력을 많은 사람들과 공유할 수 없어 아쉬움이 크다. 하지만 이러한 마음은 서서히 설레임으로 바뀌고 있다. 초연 때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되어 반드시, 곧 재공연 될 <타이거 헌터>를 기다려본다.

인천문화재단 이혜진




단숨에 읽는 한국 근대문학사


한국근대문학관 지음 / 한겨레출판/ 2016. 01.
한국근대문학관 함태영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한국 근대문학의 역사

1890~1948년의 문학을 근대문학이라고 합니다. 이광수, 현진건, 정지용, 백  석, 서정주, 윤동주 등이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들입니다. 두 세대 전, 과거의 문학이지만, 한국 근대문학은 오늘날 현대문학의 밑바탕이 된 문학이자, 현대 한국문화의 가장 기본적인 원천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중요한 한국 근대문학을 평범한 일반인의 시각으로 쉽게 설명한 책이 그 동안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이에 인천문화재단 한국근대문학관에서는 문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도 쉽고 재미있게 우리 근대문학사를 이해할 수 있는 도록 겸 문학사를 편찬․간행하였습니다. 이 책은 우리 근대문학의 역사를 지루한 설명은 최소한으로 줄이고 큼직큼직한 사진과 그림으로 쉽고 재미있게 설명한 책입니다. 처음 근대문학이 시작된 조선 말기부터 해방의 감격에 이르는 기간에 진행된 한국 근대문학의 역사가 시와 소설을 중심으로 매우 흥미진진하게 서술되어 있습니다. 현재 대학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은 물론 앞으로 문학을 전공하고자 하는 학생들, 중고교에서 국어와 문학을 가르치는 선생님들, 우리 근대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들에게 훌륭한 한국 근대문학 입문서가 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일제 치하에서 시대를 고민하면서 창작에 전력을 다한 근대 문인들의 고투와 우리 문학의 역사를 감상해보시기 바랍니다.




[큐레이션 콕콕] 인천의 역사와 가치까지 매립되면 어쩌죠, 북성포구

인천의 역사와 가치까지 매립되면 어쩌죠, 북성포구

시간과 사건의 접점에서 탄생한 시끌벅적한 뉴스가 아닌 특별한 문화 이슈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큐레이션 콕콕’.
이번 주제는 북성포구입니다.

1890년, 서울에서 내려온 정흥택 형제는 인천 중구 신포동에 상설 어시장을 열었습니다. 소규모 방식과는 비교할 수도 없이 규모가 커진 수산물 유통시장은 일본인들의 욕망을 자극하고, 그들도 어시장 운영에 뛰어듭니다. 일제는 한인과 일본인이 운영하던 어시장을 제1공설시장으로 합병하고 인천부가 직영하도록 제도를 바꿉니다. 1930년대 초 일제가 북성동 해안 일대를 매립해 대규모 공판장과 어시장을 세우자 북성포구는 수도권 최대의 포구로 명성을 누립니다.
파시(波市)가 열릴 때면 대형 어선 100여척이 정박할 정도였다고 하네요. 하지만 1975년, 연안부두 일대가 매립되고 어시장이 신포동에서 연안부두로 이전하면서 북성포구는 쇠락하기 시작합니다.(네이버 오픈백과 mazi****님)

<인천북성포구살리기시민모임 제공>

쇠락의 징후는 악취를 동반했습니다. 바닷물에 밀려온 해저토가 제대로 빠져나가지 않고 켜켜이 쌓여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민원이 이어졌습니다. 북성포구 매립이 선거 공약으로 제시되기도 했을 정도였다네요. 지난해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북성포구 일대 7만여㎡를 매립해 준설토 투기장 조성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가 나섰습니다. 지역주민, 예술인, 환경·문화·청년운동가, 건축가 등으로 구성된 북성포구살리기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2016.11.22.발족)은 환경청에 ‘부동의’를 촉구하며 매립을 반대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시민모임은 북성포구의 환경개선을 위해서는 하수관로 정비와 하수정화시설 설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합니다. 갯벌은 오염정화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갯벌의 정화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하수관로 정비로 악취발생물질의 갯벌 유입을 차단하고, 하수정화시설로 해수가 드나들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시사인 2017.02.23  http://www.bp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36098)

<한은미, ‘쇠스랑이의 삶’>

북성포구 매립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송도, 청라 등 수많은 갯벌을 잃은 상황에서 북성포구마저 사라지게 될 것을 염려합니다. 시민모임 관계자 중 한 명은 “북성포구는 1883년 인천개항과 함께 한국근현대사의 온갖 영욕을 함께 했고, 지금까지 남은 인천 해안의 유일한 갯벌 포구다. 지금도 갯골을 따라 들어오는 어선들로 인해 선상파시가 열리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인천일보 2016. 11. 18 http://www.incheonilbo.com/?mod=news&act=articleView&idxno=736457)

시민모임은 북성포구 매립이 인천의 역사와 가치를 훼손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천개항창조도시 재생사업에 북성포구를 포함시켜 북성포구는 물론 주변지역도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자고 강조합니다. 이에 인천시는 “북성포구는 오염된 갯벌 악취를 지적하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열악한 주거환경을 개선시켜 달라는 주민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북성포구 전체 32만㎡ 중 가장 냄새가 심한 일부 7만㎡만 매립해 오수정비 시설을 만들 계획이라고 반박했습니다.
(경기일보 2016.11.22 http://www.kyeonggi.com/?mod=news&act=articleView&idxno=1272818)

<‘북성포구 매립사업’>

영상 두 편을 소개합니다. 북성포구 매립을 다룬 기호일보 영상과 (https://www.youtube.com/watch?v=lL9mU2oN8to) 지난해 5월 EBS 다큐 오늘에서 방송한  ‘북성포구를 아시나요’ (https://www.youtube.com/watch?v=tVUaVs-zWIs) 입니다. EBS 다큐 오늘은 1회가 아닌 시리즈로 북성포구를 다뤘네요.

북성포구의 의미를 알리고, 보존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전시도 열렸습니다. 지난 3월 4일부터 15일까지 사진공간 배다리에서 열린 <북성포구전>에는 사진작가 20명과 미술가 4명의 작품이 전시됐습니다.

포구는 시시각각 다양한 스크린을 펼친다. 갈매기를 척후병 삼아 물길 따라 들어오는 어선, 거센 바람에 이리저리 꺾이는 공장의 연기, 긴 낚싯대 드리운 강태공의 실루엣, 울퉁불퉁 식스팩 근육질의 갯벌, 먹구름을 나눠 가진 하늘과 바다. 공장 불빛과 뒤섞이는 붉은 노을 등.(중략) 매립은 직선을 의미한다. 예술가는 있는 그대로의 곡선을 원한다. 직선은 인간에게 속하고 곡선은 조물주에게 속한다. 직선 숭배에 결연히 맞서기 위해 그들은 붓과 카메라를 들었다. – 전시 서문 중에서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
<‘북성포구전’ 전시 포스터>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그곳은 어떤 모습일까요. 소설가 양진채는 「인천in」 에 ‘소설로 읽는 인천’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7년 1월 20일의 기사 제목은 ‘북성포구로 가는 길’이네요.(http://www.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m_no=2&sq=36289&thread=002002055&sec=3) 그는 민망하기도 하고, 반칙인 줄도 알지만 꼭 하고 싶은 얘기, 이 얘기 아니면 안 되겠다 싶은 얘기가 있어서 자신의 소설 <패루 위의 고래>를 가져왔다고 서두에서 밝힙니다.

포구로 들어온 배는 일곱 척이었다. 꽃게, 갑오징어, 병어, 젓갈용 멸치 등을 갑판 한가운데 펼쳐놓고 그 자리에서 팔았다. 그를 따라 흔들리는 널빤지를 밟고 올라섰다. 난데없이 나타난 포구이기는 했지만 골씨를 따라 배가 들어오는 광경, 싱싱한 생물을 배에서 바로 흥정해서 사는 모습 등을 구경하는 동안 못마땅한 마음이 사라졌다. 싱싱한 갑오징어나 꽃게, 낙지 등은 산 채로 함지박 안에 담겨 있었다. 배가 나란히 붙어 있어 건너다니며 구경할 수도 있었다. 값도 그날 들어온 배와 사러 온 사람들의 수에 따라 결정되고, 배가 막 들어왔을 때와 시간이 지난 후의 값이 또 다르다고 했다. 이 배 저 배를 건너다니며 물건을 보고 값을 묻던 사람들이 하나둘 검은 비닐봉지에 무언가를 사들고 뱃전을 나섰다. 병어를 잔뜩 사던 아주머니가 50년 가까이 이 도시에 살았지만 여긴 처음 와본다고 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포구이긴 한 모양이었다. 문득 똥바다요? 하던 아저씨가 떠올랐다. 그러니까, 이 동네의 바다가 똥바다로 불렸다는 걸 아는 사람 정도는 돼야 이 포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양진채, <패루 위의 고래> 중에서

작가는 오랫동안 인천에 살았지만 북성포구를 알게 된 것은 10년 안쪽이라고 고백합니다. 인천에 이런 곳이 숨어 있었다니 경이로운 심정이었다고요. 북성포구를 발견한 뒤로는 물때를 확인하고 일부러 그곳을 찾아 생새우, 꽃게, 병어 등을 삽니다. 어느 날은 아름다운 북성포구의 노을도 봅니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북성포구를 알고 있었고 찾고 있었다. 포구가 주는 떠남과 돌아옴의 여정, 비릿한 냄새, 염분이 묻어 있는 갯바람 등을 그 쓸쓸함으로 많은 사람을 달래주고 위로해주었다.”

<유광식, ‘선상파시(2011)’>

현덕(1909~?)은 우리나라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입니다.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운 집안 형편 때문에 인천과 가까운 대부도 당숙 집에서 어린시절을 보냈는데 조선일보 당선작인 <남생이> 외 다수의 작품을 동구 화평동 78번지에서 집필했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인천in 2014. 6. 25 http://www.incheonin.com/2014/news/news_view.php?m_no=3&sq=25577&thread=003001000&sec=1) <남생이> 첫 줄에 나오는 ‘호두형으로 조그만 항구 한쪽 끝을 향해 머리를 들고 앉은’에 나오는 호두형 포구가 있던 곳이 바로 북성포구 주변입니다. 작가 현덕은 인천문화재단 ‘2007 대표인물’에 선정되기도 했네요.

<남생이> 중 인천부두마을 전경. 이상권 그림.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촬영

인천시는 인천의 역사 및 문화유산, 자연환경 분야 등 인천만의 고유한 가치를 찾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인천시민으로서, 저 역시 인천의 발전과 성장을 환영하지만 인구 300만의 축포가 ‘매립의 역사’에서 탄생했다는 비판에도 귀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위에서 소개한 <북성포구전> 전시 서문 제목을 공개할까요? ‘북성포구, 거기 있어 줄래요’

이재은 / 뉴스 큐레이터

 




인천아트플랫폼 스튜디오 이사 스케치

촬영, 편집, 구성 : 시민기자 김유라




배다리, 도깨비마을이 아닌 책마을

 ‘역사의 숨결, 문화도시 인천 동구’ 라는 문구를 자주 보게 된다. 인천 원도심중 하나인 동구, 동구에서도 특히 배다리는 역사, 문화적 가치가 높다고 할 수 있겠다. 100년이 넘는 근대건축물들과 1960년대의 생활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건물들, 6~70년이 넘게 책방문화를 이끌고 있는 책방지기들을 통해 그야말로 배다리마을만의 숨결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 문화적 가치의 기준이 어디에 있느냐에 따라서 드러내는 방법도 다양하다. 최근 모 방송 매체의 드라마 촬영지로 배다리헌책방이 문화상품으로 소비되면서 배다리는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하루에도 몇 십 명씩 줄을 서서 책방 앞에서 인증샷을 찍고 있으며, 주말에는 밀려드는 차들로 인해 주차할 곳의 부족으로 불법주차까지 이뤄지고 있다. 찾아오는 사람이 드물던 썰렁한 동네에 관광객들이 몰려와 북적북적 활기찬 온기를 불어 넣어 주고 있으니 고마운 일이기는 하다. 어찌 보면 즐거운 비명이자 투정인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배다리는 책이 있는 마을, 책 읽는 마을보다 드라마 촬영지로 더 유명해져가고 있다.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은 그 지역의 특성과 동떨어져서는 곤란하다. 적어도 배다리 헌책방거리는 차이나타운 자장면거리와 포토존이 되어버린 동화마을에서의 소비 방식과는 달라야 하지 않을까? 관광객이 사진을 찍고, 기념하고, 즐기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자장면거리에서는 맛있는 자장면 집을 찾아다니며 맛을 즐기듯이 헌책방거리에서는 읽고 싶은 책, 오래된 보물 같은 책들을 찾아다니는 즐거움이 따로 있는 것이다.

어제는 히잡을 쓴 외국인 관광객이 드라마촬영지인 서점 앞에서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고 오지랖이 발동했다. 한국 드라마를 보고 말레이시아에서 왔으며, 서울에서 한 시간이 넘게 걸려 왔는데 힘들다고 한다. 그렇게 힘들게 와서 사진 몇 장 찍고 가는 것이 안타까워 마을 지도를 보여주며 마을을 소개하고 동네를 한 바퀴 돌아보기를 권했다. 볼 것과 보여줄 것이 없는 것이 아니다. 분별없이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 이벤트만을 내세워 겉핥기식 관광을 부추기는 일들은 자제해야 한다는 얘기다. 문화를 단지 싸구려 관광 상품처럼 ‘사람의 수와 돈의 가치’만으로 환산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밀려드는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것을 보여주려고 애쓰기보다는, 그 지역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문화들을 더 잘 드러내고, 가치를 재발견하는 작업들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동구청에서는 동네 주민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몇 년 동안 잘 농사지어왔던 텃밭 부지를 경작 금지시켰다. 배다리를 찾는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목적으로 꽃밭을 조성할 것이고, 이를 위해 포크레인으로 흙을 갈아엎겠다고 하여 주민들과 크게 마찰이 있었다. 한 번 스치고 지나가버리는 관광객들을 위해 주민의 삶을 뿌리채 흔들어놓는 우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유채꽃? 양귀비꽃? 어떤 꽃을 관광객이 좋아할까’를 고민하는 대신 해야 할 생각은 따로 있다. 관광객과 검증되지도 않은 경제 효과에 마음을 뺏겨 마을과 주민들을 구경거리로 만들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배다리를 역사문화마을로 가꾸며, 삶의 터전으로 삼고 살아오고 있는 주민들의 뜻을 헤아리고 북돋는 것이 우선돼야 할 것이다.

올해는 배다리마을이 산업도로 건설로 두 동강이 날 위기를 지켜낸 지 꼭 10년이 되는 해다. 그동안 마을공동체가 더 탄탄하게 형성되었고, 배다리 마을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담고 있는 많은 문화예술공간들이 자리를 잡았고, 오래된 책방들이 꾸준히 책 손길을 보태며 다듬어지고 있다. 책방이 단순하게 책만 사고파는 곳이 아니라,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꾸려오는 가운데 조금씩 조금씩 옷을 갈아입으면서 60년이 넘게 책방거리를 유지해나가고 있는 것이다.

기실, 이번 ‘도깨비’드라마 촬영지중 하나로 배다리가 뜨거워지면서 책방들도 시나브로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내 집에 놀러오는 손님을 맞을 준비를 스스로 하고 있는 것이다. 쌓여있는 먼지를 한 번 더 털어내기도 하고, 책을 편안히 볼 수 있게 자리 배치도 바꾸고, 삐걱거리는 책장도 손질하고… 일요일에 쉬던 책방도 밀려드는 손님들을 위해 격주로 문을 열고, 가게 앞 낡은 화분을 손보기도 하며 서서히 단장을 하고 있다. 반짝하는 관광 상품에 눈을 맞추는 대신 더 다양한 책을 갖추고 손님들을 배려하느라 책방의 책손들이 바쁘다.

‘역사의 숨결, 문화도시 인천 동구’의 역사와 문화는 단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온 몸으로 살아온 사람들의 켜켜이 쌓아온 삶의 흔적이며, 지금까지도 살아내고 있는 삶의 현장이다. 오래된 도시가 품고 있는 매력은 그 시간만큼 발품을 팔아야 느낄 수 있지 않을까? 배다리는 이상하고, 요상한 도깨비마을이 아닌, 가까이 보아야 예쁘고, 자세히 보아야 제대로 알 수 있는 곳이다. 느린 걸음과 여유로운 마음으로 천천히 발을 담그기를 권한다.

청산별곡 / 생활문화공간 달이네 운영자




강주현

<드로잉-뒤로넘어지는의자_65×90cm_피그먼트 프린트_2015>

<뒤로넘어지는의자_50×16×43cm_PVC, 레진_2015>

사진으로 치환된 결과물들의 다수는 오히려 실제와 기억의 경계를 흐릿하게 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계에 대한 고민들은 보이지 않는 차이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진다. 강주현은 일련의 사진작업들을 통해 사진과 조각, 드로잉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사진조각과 사진드로잉의 형식적 가능성을 실험한다. 제한된 프레임 안에서의 재현적 사진을 입체로 구현해 사진조각을, 사진을 중첩된 선들의 집합으로 재구성해 사진드로잉을 실현하는 것이다. 사진을 단순히 대상을 기록하는 수단으로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사진의 여러 가지 조형적 특성을 발굴하고 실험하여 대상을 구현함으로써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대상과 사진이라는 매체의 미세한 차이들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런 차이는 무언가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에 대한 경계를 허물게 할 것이다. 현재 <감정의 신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에 있는데, 이는 특정 대상에 작용하는 보이지 않는 차이를 투영하여 새로운 오브제들을 만들고 이에 관해 연구하는 작업이다.
인천아트플랫폼에서도 역시 경계의 위치에 존재하는 ‘차이’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실험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 단순히 보고 느끼는 이미지만이 아니라, 시간과 공간, 상상력이라는 요소들을 이용하여 새롭게 조합되거나 상상 속에서 만들어지는 대상으로서의 이미지로, 이미지의 개념을 새롭게 확장할 수 있도록 연구하는 것이다.


<드로잉-뒤로넘어지는의자_70×90cm_피그먼트 프린트_2015>

<뒤로넘어지는의자_49×17×43cm_PVC, 레진_2015>
<드로잉-세번돌려그리는선_85×100cm_피그먼트 프린트_2015>
<드로잉-엉키게그리는선_95×115cm_피그먼트 프린트_2015>
<드로잉-곧게엉키게다시곧게그리는선_120×360cm_피그먼트 프린트_2015>
작가노트

어린시절 나의 프레임엔 거센 바람에 춤을 추는 나무들과 하늘인지 바다인지 모를 아련한 해질녁 수평선이 가득했었다.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그러하듯 나는 그 순간이 영원하길 바랬다. 하지만 막상 사진으로 치환된 결과물들의 다수는 실재와 기억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경우가적지 않았다. 사진은 기억들을 기록하는데 유용하지만, 내가 대면했던 대상들에 대한 순간의 감정들은 재생시키지 못했다. 그리고 이런 고민들은 경계를 만들어내는 차이에 대한 물음으로 이어졌다. 이 둘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며 둘의 경계를 허물 수는 없을까, 그 차이라 불리는 것들을 만들 수 있다면 새로움에 대한 가능성이 열리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이런 사진에 대한 고민들과 일련의 사진작업들을 통해 사진과 조각과 드로잉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진조각, 사진드로잉의 형식적 가능성을 실험한다.
제한된 프레임 안에서의 재현적 사진을 입체로 구현해 사진조각을 실현하고, 사진을 중첩된 선들의 집합으로 재구성해 사진드로잉을 실현한다. 단순히 기록되는 사진이 아닌 실재와의 차이를 통해 새롭게 다가오는 대상을 구현한다. 그리고 이런 차이는 세상에 대한 경계를 허물게 하며, 나를 끊임없이 실험하게 한다.

http://blog.naver.com/jubal81k




2017년도 인천문화재단 신입사원 소개

문턱까지 찾아온 봄기운에 모두가 설레는 3월, 인천문화재단에서는 앞으로 인천의 문화예술 발전을 함께 고민해나갈 새 식구들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2017년 3월 6일자로 재단의 새내기가 된 네 명의 인재들을 소개합니다.

< 왼쪽부터 예술지원팀 윤지원, 정책기획팀 신효진, 생활문화팀 백지영, 축제문화팀 이영준 사원 >

Q. 입사를 축하드립니다. 지역 사회와 재단에 인사 부탁드려요.

(윤지원) 예술지원팀 윤지원입니다. 대학에서 불어불문학을 전공하고 부전공으로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프랑스로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프랑스 상공회의소에서 근무하면서 홍보&이벤트 업무를 담당했습니다. 문화예술분야에 관심이 많아 예전부터 아르바이트나 소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 관심분야를 쫓아 이렇게 인천문화재단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신효진) 미술경영과 문화재관리학을 전공하고 줄곧 문화관련기관에서 일하길 희망했어요. 한국문화예술회관연합회에 사랑티켓 사업 진행하던 중에, 사업이 문화예술위원회로 이관되면서 여러 문화예술 공공기관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공연기획 전문기업에서도 잠깐 일한 적이 있는데 상업성이 짙은 부분이 저랑 맞지 않더라구요. 2014년 여름부터 15년까지 서울문화재단에서 예술지원사업 업무를 진행했었고, 입사 전까지는 서울무용센터에서 있었습니다.

(백지영) 학부에서 한국사학과 문화관광학을 전공했어요. 문화관광연구원 위촉연구원과 학교 박물관 인턴을 경험하며 문화재단을 비롯한 관련기관에 관심이 있었어요. 좀 더 폭넓은 연구를 하고 싶어서, 대학원에서 인류학을 공부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인천문화재단에서 개최한 생활문화공동체 관련 포럼에 오게 되었는데, 주제가 굉장히 흥미로워서 논문도 동호회와 관련하여 썼어요.

(이영준) 대학원 재학 중에 재단 사업 담당 인력으로 근무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통합문화이용권 사업이 없어지면서 시민문화활동사업, 사랑티켓, 생활문화센터 홍보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재단의 여러 사업들을 자연스레 접할 수 있었습니다. 재단이 진행하는 사업들이 저희 가치관과 맞는 것 같아서 계속해서 머무르고 싶었는데,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쁩니다.

Q. 재단에 입사하는 데에 인천연고가 필수는 아니었어요. 하지만 나름, 각자가 갖는 인천과의 연결고리가 있을 것 같아요.

(윤지원) 인천에서 계속 살았지만 나의 도시에 대한 소속감을 갖게 된 건 몇 가지 계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인천달빛누리 투어’에서 단기인력으로 일하면서 문화해설사분들과 가까이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깨너머로 들은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친구들이 인천에 올 때면 일일 문화해설사 역할을 하곤 했답니다. 그리고 아트레인 사업 중 동네가이드북 제작에 에디터로 참여한 적이 있어요. 지역을 다시금 보게 되는 이러한 활동들을 통해 나의 도시, 인천에 대한 소속감이 짙어진 것 같아요.

(신효진) 인천연고는 없지만, 인천이 문화예술적으로 많은 가치를 갖고 있다는 데에는 동의해요. 인천은 생활밀착형 기획자가 많아야 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인천에 섬이 168개로 굉장히 많고, 문화예술적으로 소외될 수 있는 육지와 바다라는 환경을 가지고 있어요. 시민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높이는 데에 앞으로 기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백지영) 서울에서 태어나 줄곧 부천에서 살았어요. 역사를 전공하면서 개항장지구를 여러 번 답사왔던 경험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천에는 재단이 위치한 개항장 지구가 참 매력적이예요. 학부 전공인 한국사 중에서 근현대사를 좋아했는데, 당장은 아니겠지만 언젠가 기회가 되면 인천의 근현대사 관련, 역사와 문화를 접목한 콘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이영준) 인천에서 태어나서 초,중,고,대학시절을 모두 이곳에서 보냈어요. 어렸을 적, 남구 숭의동에 살았었는데, 재단이 위치한 이 동네가 가장 번화가였던 것도 기억이 나요. 인천만큼 특색있는 도시는 없다고 생각해요. 역사적으로, 문화적으로 여러 가지 자원이 풍부한 도시니까요. 이러한 인천의 다양성을 가지고 서로 어우러지는 가치를 만들어가는 것을 재단직원들과 함께 고민해가고 싶습니다.

Q. 각자 팀에 배치되어 업무를 받았을 거예요. 앞으로의 계획은 어떠한가요?

(윤지원) 미술은행 수장고 관리업무를 맡게 되었는데, 수장고를 처음 봐서 신기했어요. 새로운 업무가 재밌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 걱정도 되어서 기분이 묘해요. 재단의 주요 업무인 예술지원사업을 맡으면서 앞으로 많이 배워나가겠습니다.

(신효진)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과 함께 일할 수 있어서 좋은 것 같아요. 특히, 연구기관에서 근무해보고 싶었는데 정책기획팀에 배치되어서 정말 좋았습니다. 인천은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하는 곳이잖아요. 앞으로 이러한 도시 특성을 바탕으로 인천만의 문화콘텐츠에 대해 고민해보고 싶어요.

(백지영) 저는 생활문화팀에 배치되었는데요, 개인적으로 동호회에서 참여관찰을 하고 논문을 썼어요. 연구과정에서 특정 동호회의 활동모습을 보고 들었던 것을 되새겨보고, 나아가 실제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새롭게 배우고 얻는 것이 있을 것 같아 기대됩니다.

(이영준) 올해 축제문화팀에서 섬마을밴드 활성화 사업을 담당하게 되었어요. 인천시가 작년에 발표하여 주력하고 있는 문화주권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으니, 여러가지 사안들을 진행해 나가는 데에 적극적으로 임해볼 생각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바탕으로, 새로운 에너지가 더해진 재단의 활기찬 2017년을 기대해봅니다. 신입직원들의 설레는 시작에, 인천을 사랑하고, 인천의 문화예술을 함께 고민해나가는 분들의 많은 응원바랍니다.

 

인터뷰 / 정리 인천문화재단 유영이




부평작가열전 네 번째 이야기 화가의 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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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에 대한 어떤 기록 -『확장도시 인천』(김윤환 외 지음, 도서출판 마티 2016)

신경섭, Incheon Project, 2016, 확장도시 인천 (1)
인천은 확장이란 단어와 잘 어울리는 도시다. 비슷한 말로 확대, 팽창이라는 단어도 있다. 인천이 가진 자연환경을 활용하여 그 어느 도시보다 넓은 매립지를 조성하여 새로운 땅을 확보한 주로 외연의 성장을 의미할 때 자주 사용된다. 인천은 부평구와 계양구를 제외한 구, 군의 해안이나 내륙에 매립지가 조성되어 있다. 이 중 매립 면적이 가장 넓은 곳은 동아매립지가 조성된 인천 서구 지역이고 행정 면적 대비 매립 면적 비율이 높은 곳은 송도신도시가 조성된 연수구이다. 매립으로 넓어진 땅은 인천 전체 면적의 1/6을 차지하며 이 넓은 면적은 인천이 외부에 내세우는 자랑거리 중의 하나이다. 하지만 새로운 땅의 탄생은 상대적으로 잃어버린 것도 많다는 것, 기존의 생활 터전과 문화의 망실도 포함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많았다.

신경섭, Incheon Project, 2016, 확장도시 인천 (2)
그래서 ‘문화 연구자, 도시계획 연구자, 부동산 연구자, 건축가, 디자이너, 데이터 분석가 등이 진행한 도시 문화 리서치 프로젝트의 결과물’인『확장도시 인천』에서 확장을 어떤 식으로 다루는지 궁금해졌다. ‘20세기 후반 이후 지속적으로 팽창해온 인천의 내 ․조망하면서 산업화와 개발의 흐름에 따라 신시가지를 터전으로 삼아 등장한 중산층 문화의 다양한 형태들을 분석하기 위해 시작’됐다는 것이 기획 의도다.

앞면책은 기획 의도를 충실히 따라가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경인선 : 혼잡 연대기>는 1899년에 건설된 우리나라 최초의 철도인 경인선이 단순히 인천과 여타 도시들과의 물리적 이동만을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그 혼잡의 연대기만큼 역사적 공간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책에서는 경인선은 인천 발전과 성장의 초점이 되었고 현재 도시 재생 논의의 중요한 초점에도 경인선이 있음을 말하고 있으며 이는 여전히 진행형이며 앞으로 철도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이루어져야할 필요성까지 부여하고 있다.

인천은 전국 그 어느 도시보다 다양한 지역 출신들이 모인 곳이다.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 새로운 환경을 찾아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정착하고 살았다는 것은 인천의 매력이다. <인천, 노동자들의 도시 1968-1986>에서는 이러한 인천의 특성이 형성된 배경의 일부를 보여준다. 1968년 경인고속도로의 개통과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화가 이루어졌고 동일방직, 부평공단, 대우자동차공장 등으로 모여든 외지인들의 삶을 피상적이 아니라 개인의 육성을 통해 생생하게 전개하고 있다.

뒷면<확장하는 외지인의 도시 1·2>에서는 산업화와 개발의 흐름에 따라 신시가지를 터전으로 삼아 등장한 중산층 문화의 다양한 형태들을 분석하고 있다. ‘부평과 연수동 그리고 송도’ 세 지역을 인천 주거 문화와 중산층 형성과정에서 명확한 역할을 하는 곳으로 선정했다. 그 외에도 <어떤 ‘인천살이’의 즐거움, 1997-2015 : 맛집, 백화점, CGV, ‘센팍’> <사라진 아이들> <어쩌면 서울, 아마도 인천> <1999, 인천-홍대앞 왕복 4시간> <송도신도시 : New City for None Place on the New Place> 등의 소 주제를 통해 인천이라는 도시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먹고 보고 즐길 수 있는 새로운 문화생활을 할 수 있게 되었다거나, 인천에서 태어나고 자랐지만 정작 본인을 인천 사람이라 부르기가 어색하다는 개인의 경험담, 인천은 언제까지 가치를 인정받지 못해야하는지와 같은 인천 정체성에 대한 고민 등이 펼쳐진다.

한 도시의 확장은 그 속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도시의 규모가 바뀜에 따라 생활 패턴이 달라지고 그 구성원들이 체험하는 경험이 쌓이는 과정이 결국은 다시 그 도시의 모습을 만들어가는 것이다.『확장도시 인천』이 말하고자 한 것도 결국 이것이 아닐까? 인천은 규모와 인구 등 외적으로 끊임없이 성장해왔고 그만큼 내적 발전도 이뤄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래서 “당신이 살고 있는 그 지역에 대한 기록은, 이야기는 그래서 바로 당신이 먼저 시작해야 한다”고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여기 인천에 살고 있는 우리의 기록은 끊임없이 진행되어야 함을 이 책을 읽는 사람들 또한 공감할 것이다.

신경섭, Incheon Project, 2016, 확장도시 인천 (3)

신은미/한국이민사박물관장




그대가 알고 싶은 인천 이야기를 만나는 시간 – 문화의 길 총서 북 콘서트 ‘옛 경인가도와 개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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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수요일, 보슬비가 내리는 인천생활문화센터 칠통마당에 인천의 이야기 조각들로 꾸며진 보자기 두 개가 펼쳐졌다. 겨울비 때문에 한산하지 않을까 우려했던 콘서트장은 인천의 숨은 이야기를 들으러 온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북적거렸다. ‘문화의 길’의 시즌 2『시간을 담은 길』,『시대의 길목 개항장』북 콘서트는 어쿠스틱 통기타 동아리 ‘레노바레’의 공연으로 시작했다. 공연은 인천의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는 5곡의 노래로 구성됐는데 ‘연안부두’, ‘사랑밖에 난 몰라’, ‘하얀나비’ ‘사랑은 은하수다방에서’(인천 연인들의 명소였던 ‘삼화다방’의 이름을 넣은 ‘사랑은 삼화다방에서’로 개사), ‘고래사냥’까지 선곡도 실력도 심상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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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이후 두 책의 저자가 서로의 책에 대한 질의응답을 나누면서 북콘서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배성수의 ‘시간을 담은 길’에 등장하는 옛 경인가도는 중구, 남구, 남동구(부평구)를 거쳐 부천시와 연결되어 근대문화의 동맥 역할을 한 인천의 역사가 담긴 곳이다. 저자(배성수)는 책에 수록된 지도와 사진들에 대한 애정으로 자신의 책을 소개하면서 영화가 상영 중이지만 객석에 관객들이 없는 극장 사진과 공동묘지 사진이 가장 마음에 드는 사진이라고 소개했다. 산 자의 공간인 아파트와 죽은 자의 공간인 무덤을 분리한 공동묘지 사진이 필자 자신에게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유동현 저자는 자신을 ‘팝페라 가수’라고 소개하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대중화된 팝페라가수처럼 책을 통해 대중들에게 편안하고 재미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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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콘서트에서 있었던 질의응답을 일부 소개한다.

Q. 유동현 저자 책 서문에 쓸모없는 천 쪼가리 모아 예쁜 보자기로 만들고 싶다라는 구절이 감명 깊었다. 나는 인천에 태어나고 자라지 않아서 잘 모르는데 이런 천(자료)을 모으는데 특별한 비법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인천이 살만한 도시이고 충분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라는 것을 전하고 싶어서 여기저기 많이 돌아다녔다. 평상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눈여겨보고 모아놓았다가 기억을 꺼내서 연결한 것이다. 그만큼 인천은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도시이다. 여기 계신 분들도 인천의 이야기 조각들로 저보다 더 큰 이불보나 보자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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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배성수 저자는 길을 특별히 주제로 선정하게 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
A.
‘타박타박 인천’에서 활동할 때 길에 대한 재미를 느꼈다. 길이라는 곳은 공간을 나누고 그 공간은 다시 사람들로 채워지고, 그 사람들이 채워진 곳에는 길이 존재한다. 또한 한번 생겨난 길을 없어지지 않는다. 이런 길에 대한 생각 때문에 길을 주제로 선정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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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경인가로의 여러 길 중에 산티아고 순례길처럼 개인적으로 치유를 받았던 길이 있는가?
A.
신포동에서 싸리재를 넘어가는 길이 나에겐 힐링 코스면서 안타까운 길이다. 인천에 처음 왔을 때 본 신포동은 인상깊었던 곳이었는데 세월이 지나 옛날에 봤던 모습과 너무 달라서 인상에 남는다. 인천에서 살아오신 분들은 각자 경험에 따라 힐링의 길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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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동현 저자는 인천에서 살아서 그런지 글 곳곳에 개인적인 경험들이 잘 녹아있다. 그 경험들은 어디서 온 것인가?
A.
사실 저는 인천의 모든 구에서 살아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태어난 곳은 동구이고 중학교는 남구, 고등학교 때는 중구에 있었다. 결혼하고 5년 동안은 북구, 지금은 연수구에 살면서 직장은 남동구에서 다니고 있다. 이러한 운명적인 경험들이 있어 인천에 대한 이야기를 쓸 때 잘 녹아들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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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유동현 저자의 책에
사진 신부의 사진이 실렸는데 이 사진을 고른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A.이 사진은 애틋하기도 하고 자신만만해 보이기도 한다. 즉 모든 걸 품고 있는 사진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저 사진을 표지로 하려 했는데 세로 사진이어서 탈락했다. 그래서 개항장 이야기를 할 때 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제강점기에 사진 한 장 달랑 교환하고, 얼굴 한 번 보지도 못한 신랑을 찾아서 가는 사진 신부의 모습만 봐도 개항장의 이야기는 다 끝난 것이라고 생각을 해서 사진을 고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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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저자의 입장에서 책을 읽는 독자들이 좀더 관심있게 봐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는가
?
A.
(유동현) : 김정곤의 삶의 이야기를 다룬 부분을 주의 깊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그는 인천 바다가 만든 인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개항기 인천 제물포의 하역 상인으로 그가 가졌던 기발한 아이디어와 제물포해전의 러시아 함대를 사람을 동원해서 끌어내는 장면들은 지금 봐도 인상적이다. 김정곤이야말로 우리나라 역사를 함축적으로 나타내는 인물인 것 같다.

A.(배성수) : 저는 독자분들이 책을 모든 부분을 다 보셨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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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들의 사인회를 끝으로 이날의 북 콘서트는 마무리됐다. 콘서트를 보는 내내 저자들의 인천에 대한 깊은 애정과 관심이 느껴졌다. 흩어져있던 인천의 작은 이야기 조각들이 저자의 애정과 관심으로 이어져 예쁜 보자기로 탄생되었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 것도 같았다. 3월 15일(수) 배다리 아벨서점 시 다락방에 가면 문화의 길 총서 북 콘서트를 다시 한 번 만날 수 있다. 인천의 길과 개항장에 숨겨진 이야기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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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주 /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