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극장 미림 상설전시실 오픈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행사일/ 2017년 4월 14일(금)
사진/ 민경찬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한국근대문학관 낭독극장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행사일 / 2017년 3월 29일(수) 오후7시
사진/ 민경찬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인천 청년, 서로를 잇다.

지난 해 5월 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한 문화정책토론회 ‘문화도시 인천을 위한 청년들의 제안’에 모였던 많은 청년들은 입을 모아 ‘청년들이 한데 모이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인천에 사는 청년끼리도 분야와 이슈가 다양하기 때문에 잘 뭉치지 않고, 기관에서 주최하는 단발적인 행사를 통해 모인다고 하더라도 네트워크를 만들고 모임을 지속하기가 어렵다는 것이 골자였다. 그로부터 약 1년이 지난 지금, 인천에는 청년들이 스스로 조직하고 공통의 이슈를 찾아 이어가는 모임들이 형성되고 있다. 3월에 열린 인천의 청년 모임 두 곳을 찾아가보았다.

(“포토월입니다. 멋진 포즈 한 번 보여주세요!”)

첫 번째로 찾은 모임은 지난 3월 3일 저녁, 구월동의 인천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열린 ‘인천 청년 네트워킹 파티’였다. 청년인천의 주최로 열린 이날 파티에는 대학생, 정치인, 문화예술인, 청년창업가 등 다양한 분야의 청년 50여명이 모여 정치, 경제, 일자리, 젠더, 문화예술, 창업 등 폭넓은 주제의 청년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다소 무겁고 우울한 주제로 모였지만, 청년들이 조직하고 기획한 모임답게 재치와 활기가 넘쳤다. 행사장에 들어서자마자 재미난 문구로 가득한 포토월이 보였고, 모든 참가자들이 마치 영화제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포토월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포토월에는 ‘몸은 바쁜데 남는 돈은 없다’, ‘제일 바쁜 시기에 제일 한가해요’ ‘고양이>아기’ 등 청년들의 현실적인 고민들을 자조적으로 담은 ‘웃픈’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청년에게만 발언권을 드립니다.”)

이날 행사의 1부는 참여한 모든 청년들이 각자 관심 있는 청년문제의 키워드를 소개하고 설명하는 ‘3분 스피치’로 진행되었다. 각자의 발표시간 3분이 넘으면 닭 울음소리를 울리고, 뒤늦게 들어오는 지각자를 웅장한 등장음악으로 환영하는 등의 재미있는 구성도 눈에 띄었지만, 가장 인상적인 규칙은 청년에게만 발언권을 준다는 것이었다. 자리에 앉은 청년들이 돌아가면서 빠짐없이 발언권을 얻어 자신의 주장을 말하는 반면, 40세 이상의 중, 장년층 참여자들은 아무 말 없이 옆에 앉은 청년에게 마이크를 건네주어야 했다. 기존의 토론회에서 발언권을 얻지 못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청년들은 이번 행사의 규칙에 대해 통쾌함을 느끼며 그동안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가감 없이 쏟아냈다.

사회를 맡은 거리울림 백지훤 대표는 행사를 진행하기에 앞서 ‘행사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당신들 배후가 누구냐는 질문이었다, 청년들이 필드에서 당한 경험이 많아 의심이 많다. 이런 자리가 생기면 누가 또 우리를 들러리 세워 이용할지 의심부터 하고 본다’고 말하며 ‘우리의 배후는 우리다. 이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이 이전과 같이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청년들이 적은 청년들의 키워드”)

분야도, 관심사도 모두 다른 청년들이 한 자리에 모였지만 참여자들은 다르면서도 비슷한 서로의 고민에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청년기획협동조합의 정상섭 씨는 ‘문화예술인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지원사업 밖에 없다. 지원사업이 아니라 일자리가 필요하다. 청년 문화예술인들이 문화예술을 지속하면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인천발전연구원의 계약직 연구원으로 인천 남구의 청년정책을 위한 사전연구를 하고 있다는 조수미 씨는 ‘대부분의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장년층이기 때문에 장년층의 힘없이 청년층이 성공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 사업 내에서 손과 발이 되어 실행하고 노력하는 것은 청년층’이라며 ‘그 관계를 이해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싸운다면 모두가 발전하기 어렵기 때문에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심있는 키워드로 ‘청소년 인권’과 ‘동물권’을 꺼낸 수험생 오성용 씨는 청년 모임에 와서 ‘동물권’을 주장하는 데에 대해 ‘이 사회는 청소년과 청년을 비롯한 약자와 소수자가 살아가는 모습이 동물과 다를 바 없는 사회’라며 ‘나이와 경력에 따른 대상화, 사회적인 억압 없이 존중받으며 살고 싶다. 동물이나 사람이나 행복하게 살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치맥과 함께하는 네트워크 파티”)
청년인천의 이현정 대표는 ‘청년 문제라고 말하는 이슈들을 이전에도 생각을 하긴 했지만, 그저 개인의 문제라고 여겼다. 하지만 밖에 나와서 여러 청년들을 만나보니, 내가 겪는 어려움을 다른 많은 사람들도 겪고 있다는 것을 알았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라는 것을 인식했다’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가 힘든 것이 각자가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모임을 만들어 청년들의 문제를 공유하고 목소리를 모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모임을 주최한 이유를 설명했다.

청년인천은 2016년 봄에 활동을 시작한 이후 인천의 청년문제와 청년정책을 위한 ‘인천청년문화정책포럼’, 청년들이 즐기면서 자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부엉이 프로젝트’와 같은 활동을 이어왔다. 앞으로도 자신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여기며 혼자 힘겹게 살아가는 청년들을 만나 함께 목소리를 높일 것을 제안하는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청년인력소 네트워크 파티”)

3월 19일 일요일, 부평의 락캠프에서는 또 다른 인천청년들의 모임인 ‘청년인력소’의 세 번째 모임이 진행되었다. 청년인천의 네트워킹파티가 각자도생하던 인천 청년들이 연대하여 청년문제를 공론화하는 데에 목적을 두고 있었다면 청년인력소는 ‘쓰실 분, 하실 분’을 슬로건으로 실제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데에 목적을 두었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청년들을 연결하여 새로운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하고 싶었지만 함께 할 사람이 없어 묻혀두었던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할 파트너를 찾을 수 있는 자리이다.

매달 한 번씩 열리는 청년인력소에 참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페이스북 안내를 통해 참가 신청을 하고 참가비 만 원을 입금한 뒤 자신의 프로필을 제출하면 된다. 물론 프로필은 당일 그 자리에서 수기로 작성해도 되고, 참가비 역시 현장결제가 가능하다. 참여자들이 작성한 프로필은 하단에 붙은 문어발 같은 연락처 쪽지와 함께 게재된다. 프로필을 구경하다 비슷한 관심사를 가졌거나, 자신이 원하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을 발견하면 쪽지를 떼어 직접 연락하면 된다.

(“5분 테이블과 청년프로필”)
프로그램은 돌아가며 간단히 자기소개를 하는 ‘5분 테이블’과 미리 신청한 참여자의 공연 시간,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이루어진다. 참여자들의 성향에 따라 매번 모임은 다른 성격을 가진다. 두 번째 모임에서는 영상 관련 활동을 하는 참가자들과, 자신의 활동을 영상기록으로 남기고 싶은 참여자들이 모여 서로의 정보를 공유하고 일자리와 인력을 찾는 활동이 활발했다. 참여자들은 즉석에서 욕으로 캘리그라피를 하고, 행위 예술을 하는 등의 ‘욕 전시’를 기획하기도 했다. 세 번째 모임은 음악 활동을 하는 참가자가 많이 모여 뒤풀이 내내 기타를 치고 노래하며 콘서트장을 방불케 했다. 4월에 있을 다음 모임은 락캠프 근처 공원에서 봄 소풍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청년들이 필요에 따라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인 만큼, 청년들의 입장을 고려한 섬세한 배려도 눈에 띄었다. 입구에서 적는 참여자 인적사항에는 ‘이름’과 ‘오늘 기분’ 두 가지 항목만 있었다. 소속이 없거나 활동 분야가 다양해 인적사항을 적기 곤란했던 청년들을 배려한 것이다. 또한 참여자 등록을 마친 뒤 뽑기를 통해 앉을 자리를 정한다. 친한 참여자들끼리 함께 앉는 것을 방지해 혼자 오는 참여자를 배려하고, 새로운 청년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즐거운 뒤풀이”)

인천과 서울, 부천 등에서 활동하는 싱어송라이터 강헌구 씨는 ‘음악을 전공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같이 작업할 친구를 찾기가 어렵다.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으며 시너지를 낼 친구를 찾으러 왔다.’고 말했다. 친구를 찾기 어려운 데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인천에서 활동을 이어가려는 이유에 대해서는 ‘나고 자란 동네에서 친구들과 음악을 하고 싶다. 비틀즈도 리버풀의 작은 동네 펍에서 친구 네 명이 모여 활동하다가 전 세계에서 활동하는 밴드가 된 것’이라며 ‘지역에서 기반을 쌓고 메이저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역에도 좀 더 다양한 음악, 예술활동의 근거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 혁신파크에 위치한 사회적기업에서 문화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여은미 씨는 ‘집은 인천이지만 서울에서 일을 하다 보니 인천이라는 지역에 대한 애착이 없었다. 서울에는 청년들이 모일 공간이 많기 때문에 자주 마주치고 자연스레 네트워크가 생긴다. 인천에서도 많은 청년을 만나고 활동을 해보고 싶었는데, 마침 페이스북에서 청년인력소에 대한 홍보를 발견해서 찾아왔다.’고 말했다.

소파사운즈 인천에서 공연기획을 하고 있는 홍성현 씨는 ‘초, 중, 고, 대학교를 모두 인천에서 나왔기 때문에 모든 인적 네트워크가 인천에 있다. 인천에서 문화기획을 하고 싶지만 인천은 서울에 비해 문화기획에 대한 수요도 제도적 장치도 부족하다’고 말하면서 ‘실제로 현장에서 렌트하는 데 백만 원이 든다고 하면 업체와 입을 맞춰서 백이십만 원으로 간이영수증을 끊고, 이십만 원을 챙기는 식으로 기획비를 챙기는 모습을 많이 목격한다. 문화기획을 하는 데 필요한 것은 돈이다. 열정과 응원과 격려로는 부족하다. 어른들은 꿈이 밥 먹여주느냐고 말한다. 꿈이 있으면 세 끼 먹을 걸 두 끼만 먹고, 두 끼 먹을 걸 한 끼만 먹어도 버틸 수 있다. 하지만 아예 먹지 않고 살 수는 없다. 밥을 먹어야 꿈을 꾼다. 인천시가 시장개입을 통해 인천 문화기획의 수요와 공급이 서울로 새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지역의 문화기획이 가지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청년 시절이 가기 전에 진한 족적을 남기고 ‘우주의 아이돌’이 되고 싶어 청년인력소를 기획, 운영하고 있는 정예지 씨는 ‘기관의 지원을 받으려면 절차가 복잡하고 입맛을 맞춰야 하는 게 싫어 일단 저질렀다. 하지만 참가비로만 운영하기에는 재정에 어려움이 따른다. 커피지원, 주류지원, 공간지원 등 청년인력소의 본질을 헤치지 않는 선에서 작은 부분부터 지원받는 방법을 생각중이다’라고 밝혔다. 청년인력소는 지금 ‘쓰실 분’을 찾고 있다. ‘하실 분’에 해당하는 청년들은 많이 모였기 때문에 ‘쓰실 분’들을 더 많이 찾고 연계하여 참여자 모두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쓸 예정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을 북마크에 등록하면 ‘모으다 잇다 흔들다’라는 슬로건이 보인다. 인천 청년들이 만들어온 길, 그리고 앞으로 가야할 길을 보여주는 가장 좋은 슬로건이 아닐까.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모이기조차 어렵다고 호소했던 인천 청년들은 지금 스스로 모임을 조직하고, 필요에 따라 친구를 찾아 서로를 이어가고 있다. 모이고 이어진 인천 청년들에게는 이제 흔들 일만 남았다.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판을 뒤흔들어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은,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마련하고, 그 위에서 마음껏 역량을 펼치며 뛰어다닐 인천 청년들의 모습을 기대한다.

글/ 김진아 문화통신3.0 시민기자
사진/ 청년인천, 청년인력소 제공




인천의 공연장을 찾아서

인천지역 학생들을 위한 문화의 장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이창영 음향감독과 함께

인천문화재단은 지역 공연콘텐츠 강화, 공연장과 예술단체의 교류 활성화, 지역 우수 공연프로그램 향유 기회 증진 등을 목적으로 하는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은 본 사업에 오랫동안 참여해오고 있으며, 인천에서는 유일하게 교육청 소속 공연장으로서 학생, 학부모,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다양한 공연프로그램을 기획 및 상연하고 있다. 이곳을 방문해 상주예술단체 기획공연을 담당하는 이창영 음향감독을 만났다. 인터뷰가 의례 그러하듯 필자는 간략한 소개를 부탁했는데, 그는 가슴 아픈 기억 하나를 참조하며 말을 시작했다. 수많은 인천 청소년들의 목숨을 앗아간 1999년 ‘인현동 화재 참사’가 그것이다. 이 사건 후에 생겨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은 문화의 부재가 어떠한 비극을 낳는지, 문화의 의미가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이창영 음향감독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왼쪽 –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정문 / 오른쪽 –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2층 싸리재홀 로비)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 이창영 음향감독)
Q. 올해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공연장으로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 선정되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린다. A.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은 말 그대로 학생들을 위해 지어졌어요. 더욱 자세히 이야기하기 위해선 ‘인현동 화재 참사’라는 비극으로 돌아가야 해요. 내용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당시의 인현동 골목 호프집에 모인 수많은 학생이 화재로 목숨을 잃거나 중상을 입었어요. 그러면서 청소년들이 향유할 만한 놀이 공간, 문화 공간이 필요하다는 담론이 형성되었죠. 당시 인천 지역 15개 고등학교 학생대표들은 “호프집에 출입하지 말라고 다그치시기 전에 학생들이 모여 이야기할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해 달라”는 공동성명을 내기도 했죠. 그런 배경 하에서 설립된 게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 문화회관은 학생들에게 무조건 열려있는 공간이에요. 현재는 학생들의 문화적 정서 함양과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문화교육 등의 목적과 함께, 문화를 통해 학생들이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Q.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의 시설 중 가장 자랑할 만한 것엔 무엇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우리 문화회관의 특색은 공연장뿐만 아니라 당구장, 노래방, pc방, 체육관, 북카페 등 다양한 놀이시설이 있다는 거예요.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놀이시설과 공연문화가 합쳐져 청소년문화체육과 관련된 모든 것들이 원스톱으로 이뤄질 수 있는 청소년문화의 거점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그리고 그러한 시설 중에서도 가장 자랑할 만한 것은 역시 공연장이에요. 시간이 많이 지나긴 했지만, 이전만 해도 저희가 보유하고 있는 장비들은 인천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했어요. 현재 이러한 시스템들을 다시 현대화하는 사업이 진행 중이고, 아마 올 7~8월쯤이면 전부 가시화될 것 같아요.

(싸리재홀 – 대공연장)
Q. 공연장상주단체육성지원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계신 데, 사업을 통해 얻는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A. 주변 문화 기관들과의 소통이 더 활발해졌다는 게 가장 이 사업을 통해 얻은 성과라고 생각해요. 사실 이전에 예산이 예술단체에만 갔을 때는 이러한 사업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어요. 그래서 교육청 역시도 다른 기관들과 소통해야 할 특별한 이유를 찾지 못했었죠. 그런데 이 사업이 시작되면서 인식이 달라진 거죠. 단순 지원금만을 받는 것과 공연을 만들라는 건 차원이 다르잖아요. 그렇게 예산이 마련되니, 놀람과 함께 충격을 받은 거죠. 우리가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그렇게 외부기관들과 협력이 필요하구나라고 인식을 바꾸게 되었고, 거기에 따라 교직원분들 역시 공연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이게 가장 큰 성과에요. 대화의 계기가 만들어지면서, 문화공연에 대한 모니터링도 따라왔고, 담당 교사들과 사업담당자들의 생각이 바뀌었어요.

Q. 상주단체들과 협력 및 협업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꼈던 적은 언제였는지 궁금하다.
A. 작년일 거예요. 마무리를 잘했다는 보람. 구체적으로는, 솔직히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경우는 프로그램은 많지만 창작하기엔 어려운 부분이 있어요. 클래식이기 때문이죠. 그런데도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작년에만 가곡을 두 개 창작해냈다는 게 가장 보람찬 기억 중 하나에요. N.A. 컴퍼니 같은 경우에도 힘겨운 조건에도 불구하고 공연을 만들어 무대로 올리고 지속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게 뿌듯했어요. 그런 보람 때문인지 올해는 더 잘될 것 같다는 기대감이 들어요. 좀 더 발전할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것 같은 생각 말이죠.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앞으로 인천문화재단에서도 많이 도와주셨으면 해요.

Q. 오케스트라 얘기가 나왔는데, 이 곳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청소년 오케스트라도 있다고 알고 있다.
A. 인천 소재 초‧중‧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단원을 뽑아 오케스트라 활동을 통해 음악적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어요. 이 친구들은 다른 레슨 받는 친구들처럼 전문적으로 하는 친구들이 아니에요. 일반 학생들을 뽑아서 매주 한 번씩 교육하는데, 지휘자님의 끊임없는 노력 덕분에 깜짝 놀랄 정도로 아이들의 수준이 올라왔어요.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경우 1년에 한 번 기획공연을 하고 있어요.

Q. 올해는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뿐만 아니라 ‘전통타악 아작’과도 함께 하게 됐다. 이전 계양문화회관에 상주할 때부터 꾸준히 호평을 받아왔던 단체라 기대가 클 것 같다.
A. 그런 훌륭한 팀이 저희 쪽으로 와줘서 고맙죠. 사실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동안 잔치마당과는 7년째 같이 했는데, 한 공연장에 한 단체가 너무 오랫동안 상주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어요. 내부적으로 예산문제도 있었지만, 다른 공연장에도 기회를 주어야 하기도 했고 말이죠. 그런 과정을 겪으며 잔치마당과는 결별하게 된 것 같아요. 물론 이번에 함께하게 된 전통타악 아작 역시 청소년들에게 더 많은 공감을 갖고 무대를 올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주위에서 호평을 굉장히 많이 받는 팀이기도 하고요. 제가 봤는데도 굉장히 훌륭한 무대를 보여주시더라고요.

(왼쪽-밀레니엄심포니오케스트라 / 오른쪽-전통타악 아작)
Q. 타 공연장과는 달리 학생, 학부모, 교직원 관객들이 많이 찾을 것 같다. 이와 관련해 특별히 중점을 두는 사항이 있는지 알고 싶다. 
A. 자유학기제와 연계하는 경우엔 그 목적에 맞게 설정하는 데, 공연마다 성격이 조금씩 달라요. 그래도 가능하면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쪽으로, 예를 들어 수능공연 같은 건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방향으로 공연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결국, 학생들을 위한다는 목적엔 변함이 없어요. 물론 가끔 아이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공연들을 가져오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설문을 통해 문제점들을 지적을 해주세요. 그래서 계속 조율하면서 학생들을 위한 공연을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밀레니엄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전통타악 아작 등 상주단체도 마찬가지예요. 클래식과 전통음악은 교육적 목적으로 한 번쯤은 봐야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현재 동시에 존재하는 그런 장르들을 아이들이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거죠.

Q. 앞으로의 활동 목표는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이전부터도 생각해왔지만, 사실 지원금만으로는 단체가 움직이기 힘들다는 걸 알아요. 그래서 많이는 아니지만, 자체적으로 예산을 만들어 상주단체들이 공연을 한두 번은 더 할 수 있을 정도로 준비하고 있어요. 힘들게 만든 공연들인데 한 번만 하고 끝내긴 아쉽다는 거죠. 이건 말은 안 하지만 다들 같은 생각일 거예요. 다른 공연장들도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상주단체들은 자기들 작품이니까 발전시키고 더 투자하지만, 공연장은 이런 노력이 없으면 단지 예산만 받아다가 상주단체에게 주는 중간다리 역할 밖에 안 하는 거예요. 참여하는 게 없다는 거죠. 공연장이 자기 일을 다 한다면, 상주단체들에게 예산 부분을 도와주는 게 가장 큰 일일 거예요. 그러면 상주단체는 공연을 한 회라도 더 할 수 있고, 공연장은 관객들에게 한 번이라도 더 공연을 보여줄 수 있는 거죠. 이런 노력이 없으면 상주라는 의미가 무색해지지 않을까요. 서로 준비를 해야지 상주죠. 상주는 말이 상주지, 그 기간은 소속으로 봐야 하는 거예요. 그런 만큼 예술가들에게 배려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해요.

(학생교육문화회관에서 공연을 즐기는 인천의 학생들)
Q. 인천학생교육문화회관을 찾을 시민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린다.
A. 우리 문화회관을 찾는 시민들께는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어요. 가끔 티켓 문제 때문에 마찰이 생기기도 하는데, 사실 그분들 때문에 저희가 발전하는 거죠. 관심이 없으면 오시지도 않았을 거예요. 2004년 처음 문화회관이 지어졌을 때가 생각나요. 개관공연 때는 객석에 몇 명이 없었는데, 그때부터 문화회관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어요. 지금은 학생과 학부모님들, 그리고 학교에서도 굉장히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요. 노력했던 결과가 이렇게 돌아오는 것 같아요. 앞으로 지역적인 문제와 함께, 학생들의 문화 향유와 예술단체들의 창작활동을 위해 노력할거에요. 무엇보다 앞으로도 학생들에게 무조건 열려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글/ 박치영 문화통신3.0 시민기자




열광의 3월 프랑코포니 축제 “3월 30일 트라이보울”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민경찬 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영아티스트와 함께하는 벨라보체 BELLA VOCE 콘서트 “3월 18일 콘서트하우스현”

∗ 갤러리 사진을 누르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사진/ 민경찬 문화통신 3.0 시민기자




인천아트플랫폼 8기 입주 작가 ‘플랫폼살롱’

“반갑습니다.” 새로운 입주 작가들을 만나는 자리


‘살롱’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헤어살롱’, ‘뷰티살롱’과 같은 미용실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요즘은 미용실이나 다과점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하지만, 살롱이라는 단어는 본래 객실이나 응접실을 뜻하는 단어였다. 17-18세기에는 귀족 부인들이 응접실을 개방하고 다른 귀족들과 문인들을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하고 작품을 읽으며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던 사교모임을 의미하는 말이 되었다. 이후에는 문인뿐만 아니라 미술가들이 함께 참여하게 되면서 미술작품을 소개하고 서로 비평하는 자리로 발전했다.

지난 3월 29일 오후 2시,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 2층에서도 살롱이 열렸다. 고풍스러운 분위기의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샹들리에까지. 18세기 프랑스에서 열리던 살롱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놓은 듯 했다. 인천아트플랫폼의 ‘플랫폼 살롱’은 8기 입주작가 프리뷰 전시 <2017 IAP 단편선>과 함께 진행하는 행사로, 이제 막 입주한 작가들이 본인의 작업 전반에 대해 설명하고 대중 또는 다른 입주작가들과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다. ‘플랫폼 살롱’의 첫 날이었던 당일의 주인공은 시각예술 분야의 강주현 작가, 범진용 작가와 공연예술 분야의 서영주 작가였으며, 인천아트플랫폼 이영리 큐레이터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맨 처음 발표를 진행한 강주현 작가는 사진과 드로잉을 통해 경험한 감각을 담아낸 작업들을 소개했다. 작가는 제주도 바닷가 시골마을에서 나고 자라며 느꼈던 자연에 대한 감성을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사진 한 장에 담아내기는 역부족이라고 느꼈다. 대신 ‘사진조각’, ‘사진드로잉’과 같은 새로운 방식을 통해 사진을 변형하고 재구성하여 자신이 감각하고 경험한 대상을 구현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감각에 초점을 맞춘 작가는 오감을 느끼는 직업을 가진 운동선수, 미술가, 요리사 등을 인터뷰하였으며, 사진을 촬영하고 인화한 뒤 잘게 잘라 이어붙이는 형식으로 <DUPE-STYLE>이라는 작품을 만들었다.

이후 사물의 움직임에 초점을 두고, 움직임을 과학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을 고안했다. 애니메이션에서 연속동작으로 움직임을 보여주는 방식에 착안하여 선을 통해 움직임을 표현하는 설치 작업 <SKIN SUIT>을 진행했다. 그는 피부가 감정을 가장 마지막으로 드러내며 타인을 마주하는 가장 첫 번째 부분이며, 사진이 대상을 만나고 포착하는 순간이 피부와 같다고 인식했다. 또한 <떨어지는 의자> 작업에서는 드로잉의 결과물을 수많은 중첩을 통해 입체로 만들고 떨어지는 행위, 움직임을 표현하기도 했다. 버려진 오브제를 작은 선 단위로 쪼개 움직임을 표현하는 일련의 작품들을 보며 한 관객은 ‘몇 개월간의 수고로운 작업으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섬세한 그의 작업에서 노동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범진용 작가는 20년간 꿈 일기를 써오면서 마주한, 현실에 없는 인물들과 이야기를 작업으로 연결했다. 초기에는 유화를 이용하여 꿈속에 자주 등장하는 인물을 표현하거나 자각몽(루시드 드림)의 내용을 그림으로 그렸다. 이후에는 도시 하천이나 폐쇄된 공원 등 현실 속에서 버려진 공간을 포착하여 꿈속의 인물들을 현실 공간에 배치해보는 작업을 하기도 했다. 그는 보통 어두운 내용의 꿈을 작업으로 연결하는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적인 소모가 크기 때문에 현실의 버려진 풍경을 그리며 작업의 균형을 맞춘다고 말했다.

8기 입주작가로 이날 ‘플랫폼 살롱’을 방문한 김순임 작가 역시 꿈을 소재로 다양한 작업을 해왔다. 같은 소재로 작업한 범진용 작가의 작품들에 대해 김순임 작가는 ‘꿈의 스토리를 그대로 재현하기 위해 기억이 날아가기 전에 급하게 키워드를 적거나 드로잉으로 기록하고는 한다. 꿈을 소재로 한다는 점에서 범진용 작가의 작업과 공통점이 있지만, 범 작가의 작업은 즉각적인 꿈의 기록이라기보다 콜라주의 방식으로 엮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발표한 서영주 작가는 공연예술 분야 입주작가로, 지난해 인천아트플랫폼에 3개월 간 단기 입주했던 것을 계기로 올해 1년 더 인천에서의 활동을 이어가게 되었다. 작가는 통증과 상흔을 주제로 일관성 있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초기작 <페이퍼맨의 추락>에서 만든 종이인형을 지속적으로 작품에 등장시켜 자신을 대변하고 관객을 만나는 매개로 사용한다. 종이라는 재질이 지니는 연약함과 불안정함을 자아를 드러내는 데에 적합한 요소로 보았다. 작가는 무대 위의 퍼포먼스 뿐 아니라 공연 영상을 촬영하고 재구성하거나 설치 작업으로 연결하는 등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할 계획이다.


시각예술을 기반으로 시작해 공연예술 작업을 하고 있는 서영주 작가에 대해 동료 작가들은 ‘한 가지 분야를 선택하지 않은 채 경계가 모호한 작업을 이어간다면 각각의 분야에서 완성도에 대한 의문을 제기할 수 있겠다’는 우려를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서영주 작가는 ‘<다뤄지지 않은 상흔>에서 설치와 퍼포먼스를 동시에 진행한 것이 그렇게 보일 수 있지만, 퍼포먼스 이후의 설치작업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 ‘인천아트플랫폼에 입주하는 이번 1년 동안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정확히 짚어주셨다. 작업의 장르에 대한 분류는 이미 하고 있고, 이제 선택해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대답했다.

이처럼 ‘플랫폼 살롱’은 단순히 작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관객들, 동료 작가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더욱 발전적인 작품 활동을 모색하는 자리로 이어졌다. ‘플랫폼 살롱’은 오는 4월 14일까지 매주 수, 금요일 오후 2시 인천아트플랫폼 B동 전시장 2층에서 진행되며, 매 회 3-4개 팀이 한 시간씩 작품소개와 관객과의 대화 시간을 진행한다. 8기 입주작가들의 프리뷰 전시인 <2017 IAP 단편선>은 오는 4월 30일까지 이어진다. 관람시간은 낮 12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글/ 김진아 문화통신3.0 시민기자
사진/ 인천아트플랫폼 제공




인간의 불완전한 모순된 감정에 대해 말하다 <불완전한 인간> 전시


3월 23일부터 4월 28일까지 인천문화재단과 우리미술관이 주최한 ‘불완전한 인간’ 전시가 인천 동구 우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인간의 내면과 외면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의 생각부터 출발한 전시는 우리 모두가 불완전한 인간이란걸 보여준다. 자신 안에서 반복하여 고뇌하는 뇌와 마음 간의 이질적 상호작용, 내면과 외면의 온도 차이에 의한 불완전함으로 우리는 불완전한 인간이다. 이러한 불완전함은 느린데 빠르거나, 자연스럽지만 기계적인 느낌과 같은 모호한 감정들을 생성한다. 작가들은 이번 전시에 다양한 불완전한 감정들이 섞여있다고 말한다. 깨끗한 논리의 반영, 사회적 공간에 있지만 개인적인 것을 추구하는 감성, 세상을 움직이고 싶지만 그 또한 세상의 부품이라는 이율배반적 의미, 깨어있지만 꿈을 좇는 행위, 망각된 것을 다시 현재에 기억되게 만드는 노력이 그것이다. 이러한 작가들의 불완전한 인간의 모습이 표현된 작품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인세인박, [페미니스트])

인세인박 작가의 <페미니스트> 작품은 백설공주와 왕자의 입맞춤이 방송되는 텔레비전과 그 옆에 페미니스트라는 영문 글자가 물줄기로 인해 그려지게 되는 작품이다. 백설공주와 왕자의 입맞춤 밑에는 ‘그녀는 왕자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김유석, [Breath])

김유석 작가의 <Breath>이라는 작품은 외부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내부 센서를 통한 허파의 움직임으로 불안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작품에 가까이 다가가면 정상적인 허파의 움직임이 빠르고 불안하게 뜀박질하게 된다.

(박종영, [Marionette-eye])
박종영 작가의 <Marionette-eye> 작품은 나무 소재의 상반신의 사람 모양의 얼굴에 있는 눈이 센서에 의해 사람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작품이다. 해당 작품 옆에 똑같은 사람 모양의 얼굴에 피노키오를 형상화하는 꽃이 달린 코 또한 센서에 따라 움직인다.

(이탈, [This Work Has No Ideology])

이탈 작가의 <This Work Has No Ideology>는 작품 제목의 ‘This Work Has No Ideology’ 영문자 판넬들이 소음, 접촉이 발생하게 되면 흩날리게 되는 작품이다. 흩날리는 판넬들이 우리의 불안한 심리를 표현해 준다.

(송희정, [Eye_holes-3])

송희정 작가의 <Eye_holes-3>의 작품은 작가의 실제 꿈에서 나타났던 일들을 작품으로 형상화 한 것이다. 작가가 그날 꿈을 꾸었던 날 덮었던 이불로 꿈에서 나타났던 형상 그대로의 옷을 갑옷처럼 여자의 형상으로 만들었다. 또한 작가가 직접 꿈에서 일어났었던 일들을 영상과 음성으로 전달해준다.

이번 전시를 관람하며 인간의 불완전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인간은 누구나 서로 모순되는 이질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감정들은 작가들이 작품에 표현했던 것처럼 깨어있지만 꿈을 좇는 행위와 같이 우리는 현실에서 수많은 경험,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겪고 있다. 이러한 ‘이질적인 감정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인간이라는 존재는 창조될 때부터 불완전한 존재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질적인 감정들이 떠오르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는 이러한 감정들을 겪으며 그 자체로 이미 불완전하기도 하지만 이미 완성된 인간이다. 작가들이 불완전한 인간에 대해 표현한 이번 전시를 한번 둘러보는 건 어떨까?

 

글/ 최승주 문화통신3.0 시민기자




(잠자는) 범진용 되기

어디선가로부터 와서는 서서히 팽창해 나가다 이내 의식을 덮어버리는 움직임 때문에 자면서 꾸는 꿈을 어떤 신호라고 여긴 적이 있다. 알 수 없는 어떤 대상이 알려지지 않은 어떤 이유로 내게 지속적으로 보내오는 신호 말이다. 《조용한 방》(대안공간 듬, 2017. 04. 01. – 04. 29.)에 전시된 범진용의 회화 작업들을 처음 보았을 때 내가 상상적으로 감지했던 것은, 꼭 작가 자신이 아니어도 좋을 가상의 수신자, 송신된 감각들을 온전히 체험하리라고 상정된 환상 속에 실재(real)하는 누군가의 자리였다. 그의 그림들 앞에 서면 우리는 짧게 나마 그 수신인의 자리에 자신을 위치시키고 그와 함께 꿈 신호의 윤곽을 따라 그릴 수 있게 된다. 

전시명과 동명의 작품인 <조용한 방>을 포함한 범진용의 많은 회화 작업들이 큰 사이즈의 캔버스 위에 그려지기 때문에 화면 가까이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은 무대 배경과 같은 그림 속 공간 안으로 이끌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는, 눈앞에 놓인 대상에 의해 직접 촉발된 감각을 인식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꿈꾸고 있는 주체의 기억에 모호하게 남아 떠도는, 출처를 명확히 알 수 없는 감각을 메타적으로 경험하는 것에 가깝다. 그의 그림을 봄으로써 우리는 순간이나마 그 불투명한 꿈의 얼개를 체험할 수 있으며 마치 우리 자신의 존재론적인 지위가 감상을 매개로 변화하는 듯한 경험도 할 수 있다. 자신이 직접 꿈을 꾸고 있지 않은 순간에도 눈 앞에 놓인 꿈 이미지를 자기 것으로 성취하고 있다는 그런 감각 덕분에 이번 전시를 <존 말코비치 되기> 의 수면 버전, 즉 ‘(잠자는) 범진용 되기’라고도 불러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런 정보 없이 이번에 전시된 네 작품들만 보았을 때 그것들이 꿈에 관한 작업이라는 것을 단번에 알아차리기는 사실상 쉽지 않다. 《조용한 방》이 대안공간 듬의 2017년 기획 시리즈 <꿈, 판>의 일환으로 열리는 전시라는 점, 범진용이 <꿈 일기 드로잉>(2012) 등과 같이 꿈에서 보고 느낀 것들을 기록하는 작업을 이전부터 해왔다는 점, 그리고 작가 스스로 그 작업들이 꿈에 관한 것임을 표명했다는 점 이외에 전시된 작품에서 ‘작가 자신의 꿈’이라는 어떤 상태를 명시적이거나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내적인 요소를 발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그 이미지를 의식적인 상태에서 목격되거나 상상되고 조합된 여타의 이미지들부터 구분하도록 해주는 어떤 본질적인 요소는 없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애초에 꿈과 현실과의 경계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기실, 현실에서 인식한 것들은 종종 변형된 맥락으로 꿈속에 등장하기도 하며 꿈에서 겪은 경험이 예기치 않은 방식으로 현실의 사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그리고 잠에서 깬 우리가 꿈에서 본 것들을 기억에서 소환해 내는 과정 중에 참고하게 되는 것 또한 현실에 실제(actual)하는 대상들이다.

한편, 꿈을 꾸기 위해서는 우리가 우리 자신의 감각을 일정 정도 차단해야 하는 것처럼 그의 그림 속 인물 형상들은 대체로 눈, 코, 입과 같은 신체 기관이 없거나 흐려져 있어 식별이 불가능하다. 그들은 이미 꿈속에 있는 작가 자신의 감각의 대상이거나 현시이다. 예를 들어 <run>(2014)의 화면 한 가운데에 있는 ‘기어가면서 달리는 듯한’ 인물 형상은 두 팔과 다리 일부가 없다면 그저 하나의 흘러내리는 거대한 덩어리처럼 보일 뿐인데, 이는 꿈을 꾸고 있었던 작가 자신의 감각과 심적 상태를 표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작업실>(2013)에 등장하는 유일한 한 사람은 목과 얼굴이 어둠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조용한 방>(2014)에서도 우리가 식별할 수 있는 얼굴은 없으며, 대신 잘린 혀나 잇몸과 치아, 엿보는 듯한 눈알이 검고 작은 동그라미 안에 각각 분리되어 화면 위를 떠다닌다. 이렇게 불명확하거나 분절된 방식으로 신체 기관이 묘사되는 까닭은, 먼저 꿈의 광경들이 주로 꿈을 꾸는 이의 1인칭 시점으로 수렴되고 경험되기 때문일 것이다. 말하자면, 여타의 도구 없이는 누구라도 자신의 얼굴을 스스로 보지 못하기 때문에 꿈속에서는 작가 자신의 얼굴이나 스스로 행한 행위들을 굳이 구체적이거나 통합된 형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꿈에 등장하는 사건 속에서 어떤 인물이 특별한 개별자로서의 역할을 부여 받지 못한 경우 사건의 전개나 전반적인 분위기가 보다 더 중요하게 여겨지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세부 묘사는 종종 생략되곤 했을 것이다.

그의 그림들 속에서 인체 형상들이 단순화되는 것과는 달리 공간의 구성, 형태와 질감의 표현 방식은 한 작업 안에서도 꽤 다양하다. 예를 들어 두 개의 캔버스로 구성된 회화 작업인 <작업실>을 보자. 천장과 벽을 구분하는 선의 위치가 같고 석고 조각상이 두 캔버스의 중앙에 절반씩 걸쳐 그려져 있기 때문에 언뜻 보면 두 화면 속 공간들이 서로 이어져 있는 듯 보인다. 하지만 천장 가까이에 있는 흰 벽은 캔버스들 간의 물리적 경계면을 기준으로 끝이 나 있으며 바닥 타일의 크기나 빛이 떨어지는 방향도 두 캔버스에서 각기 다르게 나타난다. 표현방식의 측면에서 보자면 대여섯 가지 묽고 옅은 색의 물감으로 층을 만들어 한 필 한 필 촘촘히 그려 나간 벽면과 묘사된 장면 전체가 허물어 지는 듯 흘러내리는 물감, 그리고 추상표현주의를 연상시키는 거친 붓질의 그림 속 그림이 하나의 작품 안에 모두 들어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run>에서는 이집트 미술의 정면성의 원리를 따르며 그려진 한 손과 얼굴, 그리고 인상주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반짝이는 수면이 함께 한 화면 위에 있다. 형상의 측면에서 보자면, <조용한 방> 속 말과 인간의 이종결합된 형태에 주목해볼 만하다. 여러 차원이 서로 엉켜서 뒤틀려 있으며 이질적인 것들이 서로 혼종된 방식으로 자기 주변의 세계가 현상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그의 그림들은 이렇듯 우리가 꿈의 문턱을 넘는 순간 만나게 되는 새로운 감각의 지평을 드러낸다.

그의 작업에서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지점은 회화라는 정지된 매체 안에서 무언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run>에서 달리고 있는 사람의 경계 주위로는 바람이 스치고 지나가기라도 한 것처럼 물감이 조금 번져 있다. 전시 공간의 네 벽면을 하나씩 점유하고 있는 각각의 작업 속 인물형상들은 캔버스 경계를 가로 질러 한 방향으로 서로 맴돌고 있는 것 같다. 이번에는 이 전시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고 가장 크며 가장 긴 기간 동안 제작된 <조용한 방>을 살펴보자. 이 작업의 대략 위에서 사분의 일 지점에 지평선이 놓여있고 왼편엔 불, 오른편엔 전투경찰의 행렬이 교차하는 사선 구도로 놓여 있어 전체적으로 봤을 때 그림 중앙에 소실점이 있는 풍경처럼 시각적 중심이 가운데로 모이는 듯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찬찬히 보다 보면 전투경찰들의 움직임과는 정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추락직전에 놓인 배, 또 그 배의 움직임과는 정반대의 방향으로 솟아오른 말의 두상, 그 옆으로 잠시 낮아지다 다시 높아지는 기울기의 구름 등을 통해 이 그림 속에 참으로 역동적인 시각적 흐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일견 서로 관련 없어 보이는 이미지와 서사들의 비약적 연결도 무언가 진행되고 있다는 이 움직임의 감각에 한몫을 한다.

이토록 격동적인 움직임 속에 있는 침몰 직전의 배, 번지는 불, 불 가까이 모인 사람들, 불 옆의 물, 일군의 전투경찰이라는 기표와 2014년이라는 제작연도를 통해 우리가 추론할 수 있는 사건은 너무도 분명하다. 프로이트의 『꿈의 해석』에는 아버지가 죽은 아들의 관을 지키면서 꾼 꿈 이야기가 나오는데, 지젝은 라캉의 이론을 설명할 때 이 일화를 언급하며 “현실 자체가 자신의 꿈을 (꿈속에서 드러나는 실재를)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한 것” 이라고 말한다. 지젝의 논지를 따르자면 <조용한 방>은 잠재된 진실을 촉발하려는 것, 곧 외상적 실재를 드러내려는 무언가를 품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꿈에서 깨어나는 것은 그 진실과의 대면으로부터 도피하는 것이다. 우리가 이번 ‘(잠자는) 범진용 되기’를 통해 성취할 수 있는 가장 탁월한 기술은 바로, 꿈속에 내재된 이 반동적인 신호들을 기꺼이 수신하고도 재빨리 (안전하고 조용한) 현실로 도망치지 않는 것, 그리고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상태 속에서도 미묘하게 진행중인 이행의 방향을 예민하게 살피고 읽어내는 것이다.

(run, 45.5x53cm, oil on canvas, 2014)
(run, 91x117cm, oil on canvas, 2014)
(작업실, workroom, 117×182, oil on canvas, 2013)
(조용한 방, room of silence, 163x390cm, oil on canvas, 2014)
—————————————————————————————————————————–
[1] <존 말코비치 되기>는 1999년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연출한 영화로, 우연히 캐비닛을 옮기다 존 말코비치의 뇌로 가는 통로를 발견하게 된 크레이그와 그의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통로를 따라 가면 사람들은 존 말코비치의 뇌 속에 머물면서 그가 느끼는 모든 감각을 15분 동안 느낄 수 있다.
[2] 슬라보예 지젝, 박정수 옮김, 『HOW TO READ 라캉』, 웅진지식하우스, 2007, 89-91쪽

글/ 손송이 비술비평, 인천아트플랫폼 8기 입주 연구자, 1인출판사 ‘뜬구름’ 운영
사진/ 대안공간 듬 제공




[큐레이션 콕콕] 엽편소설, 담배짬소설, 초단편, 플래시픽션… ‘짧은소설’ 이야기

소설(小說)보다 더 ‘작은’ 소설이 있습니다. 단편소설하면 이 정도는 돼야지 했던 분량이 원고지 100매에서 70매, 그리고 15매로 줄어들고 있다네요. 나뭇잎에 빗댄 엽편(葉篇), 손바닥 크기 분량의 손바닥소설, 스마트폰 시대에 발맞춘 스마트 소설, ‘현상의 강렬한 단면을 보여준다’는 의미의 ‘플래시픽션’, 그밖에 미니픽션, 서든픽션, 마이크로픽션, 마이크로스토리, 쇼트쇼트스토리, 엽서소설, 프로즈트리(Prosetry), 담배짬소설, 커피잔소설이라는 명칭도 있습니다. 휴…. 작품의 분량으로, 이미지로, 재치로, 새로운 형태로, 시대를 반영한 이름 등등으로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네요.

짧은소설은 20세기 초 중남미에서 시작됐습니다. 보르헤스 등 세계적인 작가들이 작품을 남겼는데, 한 줄짜리 극단적 분량도 있었다고 합니다.

“깨어나보니 공룡은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과테말라 작가 아우쿠스토 몬테로소의 작품 ‘공룡’입니다. 시도, 아이디어 조각도 아닌 ‘소설’입니다. 일곱 단어로 된 이 글은 반론 없이 ‘픽션’으로 인정받았고, 몇 백 배 단어를 사용한 작품 해석이 쏟아졌습니다. 아래 패러디 문장을 한 번 보시죠.

“공룡이 깨어났을 때, 신들은 아직도 저기 있었다. 서둘러 나머지 세상을 창조하면서.”(에두아르도 베르티의 ‘또 다른 공룡’)
“작가가 생애에서 가장 짧은 단편을 쓰고 있었을 때, 죽음 역시 가장 짧은 작품을 쓰고 있었다. 이리 와.”(후안호 아바네스의 ‘결말’)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공룡은 저기 없었다.”(파블로 우르반이의 ‘공룡’) 

(아우구스토 몬테로소)

짧은소설은 오랫동안 본격 문학 장르로 인정받지 못했지만 신속성, 명료성, 간결성 등이 정보화 사회의 속도 및 영상문화와 결합해 주요 서사 장르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시사상식사전에는 “작가의 세계관과 문학작품으로서의 예술성을 응축시켜 놓는 데 가장 적절한 문학적 방법으로, 분량만으로는 콩트와 비슷하지만 극적 반전을 이루려는 콩트보다 문학적 깊이가 있다”고 소개되어 있네요.

우리나라의 짧은소설 흐름, 최근 쏟아져 나온 작품집 등을 언급하기 전에 프랑스에 있는 ‘소설 자판기’를 공개하려고 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문학작품이 나오는 일명 ‘짧은 이야기 배급기(Distributeur d’histoire courte)’네요.


(이야기 배급기)

기차역 대합실에 희한한 기계가 놓여 있습니다. 1분, 3분, 5분의 버튼 중 하나를 누르면 선택한 독서시간에 맞는 길이의 이야기가 영수증처럼 흘러나옵니다. 종이 위쪽에는 작품의 장르와 제목, 작가 이름이 인쇄돼 있고, 그 아래는 한 편의 작품입니다. 어떤 작품은 농담 같고, 어떤 작품은 한 편의 짧은 로맨스며, 한 편의 짧은 시도 있다고 하네요.

이 기계와 이야기를 공급하는 ‘short edition’은 프랑스의 소도시 그르노블에서 글쓰기 플랫폼을 운영하던 일종의 출판사였습니다. 작가로 등록된 사람들이 자유롭게 글을 올리면 회원들이 점수를 매겨 추천하고, 회사의 에디터들이 좋은 글을 골라 온라인으로, 또 팟캐스트로 공급하는 사업을 해왔다고 합니다. 누군가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 ‘단편소설 자판기’를 설치하면 어떨까 하는 아이디어를 농담처럼 이야기했고, 장난삼아(?) 실현한 농담이 예상 외로 히트를 칩니다.

(이야기 배급기)

승객은 열차를 기다리며 보내야 하는 시간을 스마트폰이 아닌 ‘문학’과 함께 보낼 수 있고, 철도회사는 예술작품 배급과 후원이라는 ‘의미 있는’ 사업으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며, 작가는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엄청난 기회를 얻었네요.

이 사건은 프랑스 언론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보도됐는데 뉴요커에 실린 기사를 본 샌프란시스코의 한 영화감독이 출판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러곤 기계를 주문하고 싶다고 말했죠. 그 감독이 누구냐고요? <지옥의 묵시록>, <대부> 등을 만든 사람이네요. 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그는 단편 문학은 영화를 구상하는 데 좋은 출발점이 된다며 기계에 관심을 갖은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자판기로 과자, 콜라, 커피가 아닌 예술 작품을 제공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너무나 좋았습니다.”
( 영상보러가기▶)

이 출판사의 설립자가 코폴라 감독의 메일을 받고 미국에 가서 그를 만나 기계를 설치하는 이야기가 담긴 영상입니다.
자판기를 통해 소개된 작품은 약 10 유로 내외의 고료를 받습니다. 많지 않은 금액이지만 여러 작품이 선정된 작가들도 많고, 무엇보다 다양하게 읽힐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작가들이 많다고 하네요.(14,264명의 작가와 20여만 명의 플랫폼 독자, 6만 여편의 작품이 있다) 2015년에 시작된 이 배급기는 현재 프랑스 전역 100여곳 이상의 기차역, 버스정류장, 지하철역, 쇼핑센터 등등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물론 자판기 이용료는 없고요.


한국 작가들의 초단편집이 줄줄이 출간됩니다. 지난해에 나온 소설가 이기호의 <웬만해선 아무렇지 않다>, 조경란의 <후후후의 숲>, 최민석의 <미시시피 모기떼의 역습>에 이어 김솔, 안영실, 구자명, 성석제의 책도 나와 있네요. 출판사 문학동네 관계자는 “소셜미디어 등으로 인한 단문(短文) 학습 탓에 독자들이 점점 긴 글을 외면한다”면서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기 위해서라도 짧게 여러 편을 쓰는 게 유리한 만큼 앞으로 초단편이 유망 장르가 될 것”이라고 말합니다.

“탁, 사건들을 하나의 장면으로 만들고 해석은 독자의 몫으로 돌려야 한다. 단편이 파헤치는 것이라면 콩트는 발견하는 것, 타격을 주는 것이다. 탁! 그렇게만.” (소설가 이기호)

“짧은 소설은 떠올렸던 몸피 자체의 보존성이 높다. 풍요로운 육체성은 못 갖추지만 정곡을 찌른다.”
(시도 쓰고 소설도 쓰는 이장욱)

“보통 소설에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단계가 있다면 초단편은 이 중 하나만 떼서도 쓸 수 있다. 짧다 보니 이미지나 즉물적 느낌이 강해 형식도 자유롭고, 단편과 중장편의 확장도 용이하다.” (소설가 조경란)

문학평론가 조재룡은 “장르별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분량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장르의 분열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 추세대로라면 소설은 더 짧아질 것이며 장르에 대한 개념도 점차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짧은소설에 대한 독자(댓글)의 반응은 어떨까요.

“난 이런 걸 소설로 보지 않는다. 짧은 글만 읽는다는 독자들은 원래 책을 안 읽는 사람일 뿐.”, “정말 한심한 작태이다. 단시간 내 흥미를 추구하는 독자층의 문제라고? 단지, 하나의 세계를 창조할 수준이 안 되는 저급한 돈벌이 추구일 뿐.”이라는 부정적 의견과 “무언가 대세가 된다는 건 시장의 수요가 있어서 그런 건데. 대세를 조작할 수도 없는 거고. 독자들이 짧은 글을 원한다는데 저런 흐름을 막을 수 있을까? 에헴 에헴 그건 소설이 아니야 이런 식으로? ㅋㅋ 팔릴 만하면 팔릴 것이고 아니다 싶으면 망하겠지. 시장원리로. 저런 책이 무슨 노벨문학상을 노리는 것도 아니고.” 등의 현실적 관점이 있네요.(아이디 ocad****, kung****, flow**** 님 등)

짧은소설이 부상한(혹은 21세기 문학을 주도하게 된) 이유는 온라인에서 유통과 소비가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담배짬소설’이나 ‘플래시픽션’ 등은 모두 글을 모으는 온라인 창구가 있습니다(smokelong.com, www.flashfictiononline.com, www.vestalreview.net, www.365tomorrows.com). 짧은 글에 주는 ‘마이크로 어워드’도 2007년부터 온라인에서 수상작을 발표했고요(www.microaward.org).

‘낙농콩단’(conte0303.tistory.com)에 ‘콩트’를 쓰는 김영준 씨가 사이트에 모은 10∼20장에 이르는 콩트는 233편에 이릅니다. 미니픽션 연구소(www.minifiction.com)는 2004년 10명의 회원으로 시작했습니다. 이제 일반인을 대상으로 미니픽션을 모집하고 책으로 발간하는 작업을 하고 있네요. 소설가 서진 씨가 운영하는 ‘1pagestory’도 일반인을 대상으로 A4용지 한 면에 들어가는 원고지 10장 분량의 원고를 모집합니다. 현재까지 730편의 글을 수집했다네요. 한 사람당 하나의 글만 등록되니 전부 730명의 글입니다(pagestory.egloos.com).

 문학평론가 조재룡은 “장르별로 반드시 지켜야 하는 분량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니고 장르의 분열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이 추세대로라면 소설은 더 짧아질 것이며 장르에 대한 개념도 점차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좋은 것은, 짧다면, 두 배로 좋다.”
스페인 작가 벨타사르 그라시안(1601-1658)의 말입니다. 그는 이런 말도 남겼네요.

“매사에는 양면이 있다. 가장 좋고 유리한 것도 그 칼날 쪽을 붙들고 있으면 고통이 되고, 반대로 불리한 것이라도 그 손잡이를 잡으면 방패가 된다. 매사를 불리하다 생각하며 근심하지 말고, 유리한 쪽을 바라보라.”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이탈리아 대표 알베르토 몬디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은 픽션보다 논픽션이 인기인 것 같더군요. 자기계발서나 에세이, 경제경영책이 많이 팔리는 것 같은데, 이탈리아는 그런 책이 인기가 없어요. 소설을 많이 보는 편이에요.”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코멘트를 들으면서 우리의 독서문화는 다소 건조하고 현실적이고 쓸쓸한데 이탈리아는 낭만적이네, 하는 얼토당토아니한 생각을 잠깐 했습니다. ‘서툰 부러움’ 같은 감정이 스쳤달까요.

한참 짧은소설 이야기를 했지만 길고 짧은 게 또 뭐 그리 대수겠습니까. 긴 게 좋으면 긴 걸, 짧은 게 좋으면 짧은 걸 읽으면 되지요. ‘어쨔던동’ 우리나라에서도 소설이 좀 인기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위 글은 다음과 같은 기사와 블로그 등을 참조하여 작성했음을 밟힙니다.]
– 코폴라 감독도 탐낸 ‘이야기 배급기’
  브런치 2017.2.25.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원고지 100장→50장→20장… ‘손바닥 소설’이 쏟아진다
  조선일보 2017.2.8.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좋은 것은, 짧다면, 두 배로 좋다
– 21세기 문학을 주도하는 ‘짧은 소설’
  한겨레21 2012.10.23.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 [요즘 무슨 책 읽으세요] 지금의 나로 이끈 다섯 번의 선택
  ‘비정상회담’의 이탈리아 대표 알베르토 몬디의 성장과 독서
  북클럽오리진 2017.3.10.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 이재은(뉴스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