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미술프로젝트 <2007 홍예문프로젝트>

미래의 당신, 어떤가요?
“10년 후 미래의 당신, 잘 살고 있나요?” 지난 4월 7일 오후 3시 차이나타운 자유공원 광장에 어린아이부터 70세의 백발의 신사까지 작은 벤치 앞에 모였다. 바로 10년 전 공공미술프로젝트로 진행된 <2007 홍예문 프로젝트>의 ‘타임캡슐’을 개봉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김창기 작가의 「타임캡슐」 은 <2007 홍예문프로젝트>중 하나의 작업으로, 인천문화재단과 인천광역시 중구청 그리고 인천중구문화원이 함께했다. 자유공원 일대 주민들의 추억의 소장품을 담아 2007년 4월 7일부터 2017년 4월 7일까지 10년 후 개봉되는 ‘타임캡슐’을 제작한 것이다. 이 프로젝트는 공원의 역사적 특수성을 조명하며 그것이 타인의 역사가 아닌 우리 개인의 역사임을 되새기게 한다. 또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의미의 무형적 기능과 안락한 벤치의 기능을 한 곳에 마련한다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다.

“출석체크한다”라는 누군가의 기대에 찬 목소리와 함께 개봉된 타임캡슐 앞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열린 타임캡슐 안에는 강원도에서부터 서울, 부천 등 전국 각지에서 온 사람들의 10년 전 자신을 추억하는 소장품, 편지들이 들어있었다.

10년이란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녹아있듯 편지는 습기가 차 있었고 물건들은 세월의 빛을 바라있었다. 변색되어 내용물이 보이지 않는 편지를 받은 한 주민은 아쉬움에 그 편지지를 코팅해서 집에 가져가 다시 10년 후의 나에게 편지를 써야겠다고 말했다. 타임캡슐에는 10년 전 86세 할머니의 편지도 있었다. 지금은 96세이신 이 분의 타임캡슐은 가족들의 품에 돌아가 좋은 추억이 될 것이다. 모인 주민들은 자신의 10년을 추억하는 소중한 시간을 가족, 친구와 함께 가졌다.

10년 전 타임캡슐을 묻은 주인공들 중 오현경 씨의 개봉된 타임캡슐에는 증명사진 2장, 10년 전 자신에게 쓴 편지가 들어있었다. 그녀의 편지의 내용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지금 중학교 1학년이지만 이것을 볼 땐 대학생 일텐데 나의 꿈 선생님 그 꿈을 항해 달려가고 있는지 궁금해요.  지금은 몸이 많이 안 좋은데 건강 잘 챙겼으면 좋겠고 앞으로 좋은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좋겠어요.

오현경 씨는 타임캡슐을 개봉한 소감에 대해서 “10년이 지나서 제 자신이 많이 변화한 것 같다”라고 말하며 눈물을 보였다.
 

또 여기 10년 전의 타임캡슐을 연 한 부부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있다. 그 주인공은 부천에 사는 이동철, 김성진 부부이다. 10년 전 20대였던 부부는 결혼 초 임신한 아내와 뱃속 아기와 함께 이곳에 와서 10년 후의 자신들의 가정에 대한 기대를 담은 편지를 타임캡슐을 묻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오늘 어느새 부부의 허리춤만큼 훌쩍 큰 아이와 함께 든든한 한 가정의 모습이 되어 부부의 역사를 기억하러 이곳을 찾았다. 부부는 타임캡슐을 연 소감에 대해 “10년 전에는 뱃속의 우리 아기와 함께 왔었는데 지금은 아기도 커서 다 같이 타임캡슐을 열어보니 감회가 새롭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다양한 사연이 담긴 편지와 소장품들 중 재미있는 소장품이 있었다. 윤종필씨(CCS525 디렉터)는 10년 전 타임캡슐에 담배 한 개비를 넣었다. 그는 타임캡슐에서 담배를 꺼내며 “지금은 금연했는데 그때는 담배를 피웠나 보다 10년 후에 다시 열리는 타임캡슐에는 술을 넣겠다. 그렇게 한다면 술도 끊을 수 있지 않을까?” 라며 웃음을 보였다.

김창기 작가에게 이번 첫 번째 <2007 홍예문 프로젝트>를 끝마친 소감과 지금의 심경에 대해 물었다.

“저는 내용물이 거의 변형 없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었는데 제 생각과는 다르게 많이 변형된 모습을 보니까 너무 경솔히 생각하지 않았나 후회가 되네요 철저하게 보존될 수 있게 했어야 하는데 아쉽습니다.”라고 말하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Q. 10년 동안 이 프로젝트 기억해주신 사람들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을까요?
A. 10년이라는 세월이 내용이나 본인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변형이 된 것도 있겠지만 이번 이 시간을 통해 10년을 돌이켜보는 시간을 갖게 해줬다는 것에서 많은 위안이 된다.

이번 <2007 홍예문프로젝트>는 10년 전 자신의 모습을 추억하며 10년 전의 내가 10년 후의 나에게 ‘10년 후 미래의 당신 잘 살고 있나요?’라는 물음과 그동안 잘 살아왔다는 격려, 응원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개인의 역사를 되새기는 소중한 시간을 가지게 된다. 타임캡슐은 다시 차이나타운 자유광장 중앙 벤치에 묻어졌다. 이곳에 있었던 모두의 앞으로 10년의 역사가 담길 타임캡슐을 2027년 4월 7일 약속했던 장소에서 다시 열기를 기대하며 이 글을 마친다.


글/ 최승주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사진/인천문화재단, 최승주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사람을 사람답게 살게 하라” 인천시립극단 <열하일기만보>


지난 4월 7일부터 4월 16일까지 인천문화예술회관 소공연장에서 인천시립극단이 <열하일기만보>를 상연했다.
이번 <열하일기만보>는 강량원 예술감독이 부임한 후 시립극단이 처음으로 선보인 공연으로, 시립극단으로서 가지는 정체성과 역할에 대한 깊은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담겼다. 강량원 예술감독은 무작정 쉽고 재미있는 작품을 택하기보다 약간은 난해한 작품을 택해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동시에 무작정 질문을 던지는 것에 그치지 않고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이해를 돕는 몇 가지 전략 또한 선보였다. 만 20세 이상의 인천시민들로 ‘공연서포터즈’를 구성해 공연 제작 과정과 상연 전반을 경험하고 시민들에게 소개하도록 하였으며, 고미숙 고전평론가를 초청해 이번 공연과 관련한 인문학 강의를 진행했다. 상연기간 두 차례의 ‘관객과의 대화’를 준비해 관객들이 작품에 대해 질문할 수 있는 기회도 제공했다. 이처럼 관객들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욕심과 노력은 시민들과 ‘소통하는 시립극단’의 시작을 알렸다.


닫힌 사회를 향한 유쾌한 비판말(馬)로 환생한 연암 박지원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열하일기만보>는 18세기 중국의 열하를 배경으로 당대 조선사회 혹은 현대 한국사회의 모습을 비춘 우화이다. 마을 사람들은 사람 말(言)을 하는 말(馬) 연암의 등장에 놀라나, 이내 마을 밖의 이야기를 유쾌하게 전해주는 연암의 매력에 푹 빠진다. 마을의 두 원로는 마을 밖의 것들을 위험하고 쓸모없는 것으로 규정하고, 연암에게 말(言)을 하지 않고 말(馬)처럼 소리 내 울 것을 강요한다. 하지만 마을 원로의 말에 순종하며 살았던 사람들은 연암의 이야기를 들으며 마을의 관습과 제도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다.

“에이, 할아버지 얘기는 재미없어요.”
“맞아요. 만날 수수가 어떻고, 기장이 어떻고, 울타리가 어떻고.”

마을은 당대 조선사회를, 마을의 원로들은 성리학적 이념만을 따르며 청나라를 오랑캐로 규정하던 당시 사대부들을 상징한다. 마을 사람들이 주로 기르는 작물인 수수는 마을을 먹여 살리는 소중한 존재지만, 모래바람이 불면 수수 역시 잘 자라지 못해 마을사람들은 힘든 시기를 보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로들은 수수를 자랑거리로 삼으며 마을 바깥을 모두 배척하는 ‘선조어록’을 읊어댄다. 원로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마을사람들로 하여금 불행한 현실을 깨닫지 못하고 현실에 안주하도록 만든다. 말로 태어난 연암과 마을 원로 간의 갈등은 청나라의 실용적인 문물을 배우고 농업 뿐 아니라 상공업 발전에도 힘써야한다고 주장했던 연암 박지원과 이념을 핑계로 그런 연암을 무조건 배척하던 당대 사대부들에 대한 풍자이다. 현대 한국 사회에서 실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며 분란을 조장하고 분열을 일으키는 데 사용되는, 실체 없는 이념에 대한 풍자로도 읽힌다.

풍자적이고 우화적인 내용과 더불어 연극을 유쾌한 분위기로 이끌었던 것은 배우들의 몸동작이었다. 대사와 감정을 강조하기보다는 다양한 몸짓으로 인물을 표현함으로써 한층 더 극을 풍부하게 만들었다. 극에 담긴 깊은 주제의식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연극이라는 장르가 낯선 관객이라 할지라도 연극 관람의 즐거움을 깨닫기 충분했다.

사랑, 고통을 깨우치는 힘.만만은 마을의 창녀로, 과거 마을을 점령했던 오랑캐의 후손이다. 마을 사람들은 오랑캐로부터 겪은 수모와 치욕을 상징하는 하이힐을 만만에게 신기고 그녀를 윤간한다. 만만은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잘못으로 인해 고통받으면서도 그 부당함에 대해 인지하지 못한다. 오히려 마을 처녀들의 순결을 지켜내고 있다며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기까지 한다. 그러나 연암이 나타난 뒤,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만만을 윤간하던 거보는 만만에 대한 연민과 사랑을 깨닫게 되고, 만만 역시 자신을 향한 연암의 눈물이 사랑임을 깨닫고 이전에는 미처 몰랐던 부끄러움과 억울함과 고통을 느낀다.

늙은 여자 초매 역시 만만과 같이 마을 사람들의 주류에 속하지 못하고 겉도는 인물이다. 눈과 귀가 멀었던 초매는 연암이 마을에 등장한 이후 이상한 소리를 듣고, 이상한 냄새를 맡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큰 소리에 고통스러워하던 초매는 불모지와 같은 밭을 가는 남편 장복에게 연민을 느낀다. 그리고 만만의 발에서 하이힐을 벗겨낸다. 벗겨진 하이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만만은 처음으로 눈물을 쏟아내며 흐느낀다.

또한 연암은 마을사람들에게 마을이 이미 불모지가 되었음을 상기시키며, 마을을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 모래바람이 불면 굶주려야 하는 고통스러운 현실을 깨닫고 벗어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떠난다는 것은 단순히 공간을 벗어난다는 의미가 아니다.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현실을 타개하고자 하는 의지, 그리고 현실의 고통을 타개하기 위해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연암, 그 역시도 알쏭달쏭한최규석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JTBC 드라마 <송곳>에도 연암과 비슷한 인물이 등장한다. 노동운동가 고신은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사람들을 일깨워 노조를 만들고 노동운동을 하도록 만든다. 약자들에 대한 고신의 애정은 그들로 하여금 억압과 착취의 현실을 깨닫도록 하지만 현실의 고통과 맞서 싸우는 것은 결국 그들 스스로다. 고통에서 벗어나는 과정은 오히려 고통을 깨닫지 못했던 이전보다도 훨씬 괴롭다. 노동운동을 하다 목숨을 잃은 한 노동자의 아내는 고신을 향해 이렇게 절규한다. “제가 소장님 미워하는 거 아시죠. 소장님 정말 미워요. 내가 밤새도록 설득해서 겨우 아이들 아빠로 만들어놔도 소장님만 만나고 오면 꼭 소풍 전날 아이 같은 눈으로 이길 수 있다면서, 전부 지킬 수 있다면서……. 가만 두면 모래성처럼 조용히 쓸려갈 사람들을 왜 괜히 뭉쳐놔서 부서지게 만들어요.”

연암은 마을사람들로 하여금 고통의 상황을 인지하게 만들고, 현실로부터 벗어나기를 종용하나, 연암의 말 역시 아리송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이념’에 불과하다. 무작정 마을을 떠나는 것은 마을사람들에게 도달할 수 없는 이상과도 같다. 결국 현실의 고통을 느꼈던 사람들은 그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다시 현실에 안주하기로 결심한다. 고통의 현실로부터 만만을 데리고 도망치려던 거보는 실천하려던 의지가 좌절되자 연암을 향해 분노를 느낀다. “고통과 치욕 속에 빠져 있는 여자애 하나도 건져내지 못하는 게 이념이라면 그따위 이념은 필요 없어! 이런 이념은 죽여 버려야 해!” 거보는 분노하고 절규하며 연암의 목을 조르기에 이른다.

거보가 현실을 타개하려던 의지가 좌절된 이유는, 그 역시 현실의 문제와 맞서 싸우지 않고 현실에서 무작정 벗어나려 했음에 있다. 만만은 하이힐을 신은 채로 거보와 함께 마을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만만의 발에서 하이힐을 벗겨낸 초매는 새로운 황제가 되어 만만을 데리고 마을을 벗어난다. 사람들로 하여금 고통의 현실로부터 벗어나도록 만드는 것은 고통에 대해 깨우치게 하는 말도, 고통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의지도 아니며, 오직 고통으로부터 맞서 싸우는 실천뿐이라는 작품 전체의 주제가 여기서 드러난다.


<열하일기만보>를 관통하는 주제는 예술이 가지는 고민과도 맞닿아있다. 현실과 동떨어진 현학적인 말들만 쏟아내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 될 것인가, 관객들로 하여금 현실의 문제를 깨우치게 하는 작품을 만들 것인가, 예술은 현실과 직접 맞서 싸우는 실천이 될 수 있는가. 이번 공연은 시민을 위한 시립극단으로 새롭게 거듭나는 인천시립극단의 질문과 고민을 담은 것으로 보인다. 그 질문과 고민에 대한 해답을 앞으로의 공연에서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올해 이어질 인천시립극단의 공연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글 / 김진아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사진 / 인천시립극단 페이스북




찬란한 봄날을 애도하며

인천시립교향악단 362회 정기 연주회
지난 4월 7일 저녁, 인천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인천시립교향악단의 제362회 정기연주회에 다녀왔다. 올해로 창단 50주년을 맞이한 시립교향악단은 지난 2011년부터 모든 연주회를 시리즈로 구상하고 있다. <찬란한 봄날을 애도하며> 라는 다소 모순적인 제목으로 열린 이번 연주회 프로그램은 지휘자 정치용의 지휘 아래 라인홀트 글리에르(R. Gliere)의 「호른 협주곡」을 호른 연주자 김홍박과 협연한 후, 안톤 부르크너(A. Bruckner)의 「교향곡 제7번」을 연주하는 것으로 구성되었다.


연주회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우선 고백부터 해야 할 것 같다. 필자는 음악에 대해 완전 문외한이다. 클래식 공연을 단 한 번도 관람해 본 적이 없으며, 오케스트라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우리의 노다메 쨩(우에노 주리, 일본드라마 노다메칸타빌레의 여주인공)과 신이치 센빠이(타마키 히로시, 남주인공)의 ‘연애 대서사’를 그린 <노다메 칸타빌레>를 보고 주워들은 게 고작이다. 심지어 필자의 휴대폰 음악 플레이리스트에는 가수 아이유 씨의 앨범이 2년 째 바뀌지도 않고 그대로 들어있다. 이번 시립교향악단의 연주회도 처음이라 긴장이 되었는지, 1층 R석이 부담스러워 2층 S석 표를 예매했다. 물론 연주회가 시작되자마자 후회했지만 말이다. 이는 이번 연주회에 대해 필자가 하는 이야기가 절대 전문적인 수준의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그저, 일반 관객의 자유로운 해석쯤으로 귀엽게 읽어주길 바란다. 필자에 관한 부끄러운 얘기는 이쯤으로 하고, 다시 연주회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연주회를 관람한 관객 중 한 분이 지나가는 말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그런데 왜 봄날을 애도해?” 논리적으로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분명 <찬란한 봄날을 애도하며>라는 제목에는 어딘가 모순적인 면이 있다. 새싹이 돋고 벚꽃이 만개하는 ‘봄날’에 ‘애도’라는 낱말이 짙은 미세먼지처럼 우중충 내려앉아 있으니 말이다. 그러나 소설가 ‘이상’ 은 그의 작품 <12월 12일>에서 “모든 것은 모순이다. 그러나 모순된 것이 이 세상에 있는 것만큼 모순이라는 것은 진리이다. 모순은 그것이 모순된 것이 아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이상, 『이상 단편선 날개』; 「12월 12일」, 문학과지성사, 2005, p.88) 굳이 그것을 ‘진리’라고 과장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찬란한 봄날을 애도하며> 라는 글귀를 따라가는 것이 이 정교하게 짜인 오케스트라의 악보를 독해하는데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글리에르에서 부르크너로 이어지는 연주회의 프로그램이 이미 그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글리에르는 우크라이나 태생 20세기 러시아 낭만주의 작곡가로 그의 「호른 협주곡」은 호른 레퍼토리 중 가장 사랑 받는 작품 중 하나라고 한다. 러시아의 민속적 요소를 포함해 호른과 오케스트라가 서로 대화를 주고받는 형식은 특히 인상적이다. 마치 구소비에트 연방의 활기찬 민중행진 곁에서 덥수룩한 수염에 푸짐한 인상을 지닌 광대가 콧노래를 하는 듯하다. 호른이 굵직한 저음과 가느다란 고음을 오갈 때, 우리는 구슬픔과 익살스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반면, 부르크너의 음악은 웅장하고 두텁다. 그 중후한 화음은 신비로운 세계,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묘사한다. 특히 부르크너의 「교향곡 제7번 2악장」은, 그가 평생 경모해마지 않던 바그너의 죽음을 예감한 순간에 쓰였다고 한다. 염세와 절망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에 깊은 영향을 받았다는 바그너. 그런 그를 동경한 부르크너의 음악에서 느껴지는 비극적 파토스는 우연이 아니다. 그리고 우리는 부르크너에 대해 좀 더 해야 할 이야기가 있다.

미술사가로 유명한 에른스트 곰브리치(E. Gombrich)는 1945년 영국 런던의 BBC 월드 서비스에서 청취 요원으로 근무하고 있었다고 한다. 어느 날 그는 독일 라디오방송을 듣던 중 심상치 않은 조짐을 발견하고 이를 즉각 상부에 보고했는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독일 방송에서 곧 모종의 발표가 있겠다며 안톤 브루크너의 교향곡 7번 2악장을 내보내고 있다. 이 악장은 브루크너가 리하르트 바그너의 죽음을 추모하며 쓴 것이다. 바그너는 히틀러가 경모했던 작곡가이기도 하다. 이런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히틀러가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윤종, 「[서양 음악사의 뒤안길] 미술학자, 음악을 듣고 히틀러의 죽음을 맞히다.」 중 인용, 자세히 보기▶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제국의 몰락을 알렸던 부르크너의 「교향곡 제7번 2악장」.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가 글리에르와 부르크너의 음악을 듣는 건 어떤 의미인가? 찬란한 봄날을 애도한다는 이 모순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최근 서해에서는 새싹이 땅을 비집고 나와 고개를 빼꼼 들어내듯, 심연에 잠겨있던 허약한 종이배 하나가 수면위로 떠올랐다. 웅장하지만 녹이 슬어있었다. 봄날에 꽃처럼 바다 한가운데에서 피어난 종이배를 보며, 우리는 당분간 더할 나위 없는 애도를 표해야할 것이다. 봄과 애도, 이 모순을 우리는 철학용어를 빌어 아포리아(모순)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은 ‘막다른 골목’, ‘출구 없는 상황’을 뜻하는데, 이 어원은 종이배의 카타스트로프(파국)를 재현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 종이배는 카타스트로프(대단원)의 기호로서 ‘역전’을 예고하고 있다. 몰락에 대한 목도는 우리에게 또 다른 애도를 요구한다. 이 두 애도는 글리에르의 호른처럼 한편으론 구슬프게, 다른 한편으론 즐겁게 연주될 것이다.


글을 끝내면서 필자가 음악에 문외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해야겠다. 필자는 클래식 음악이 전하는 그 깊은 의미를 이해할 수 없다. 그리고 본 글의 내용은 이번 연주회를 연 시립교향악단의 목적과 하등 상관이 없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필자에겐 이번 시립교양악단의 연주회가, 최근 “소리 반, 공기 반”의 미덕을 가르치며 글로벌한 양식으로 정전화되고 있는 K-pop보다 우리의 삶에 더 가까워보였다. 삶을 초과하는 예술이란 산업을 겨냥한 탐미주의로 귀결될 뿐이다. 차라리 봄의 소리에 귀기울여보는 게 어떨까? ‘봄 위에서 노래함’이란 큰 주제로 시작된 시립교향악단의 봄 시즌 프로그램은 인천문화예술회관에서 두 차례 더 열릴 계획이다. <챔버 뮤직 페스타>는 4월 25일(화) 소공연장에서, <브람스 그리고 브람스>는 5월 26일(금) 대공연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필자도 다음엔 R석으로 표를 끊어보려 한다.

글/ 박치영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1960년대 인천 삶의 흔적 사진전 – 화교역사관

흔적, 되새김하다
‘1960년대 인천 삶의 흔적 사진전’이 지난 3월 8일부터 30일 까지 중구 북성동 화교역사관에서 열렸다, 문화기획자 유지우 씨가 소장한 인천의 ‘희귀’ 사진 20여점이 전시되어 뜨거운 관심과 더불어 많은 이야기를 남겼다. 이번 전시장에 내건 작품은 오래전에 미국 혹은 지인을 통해 입수한 미공개 원판 사진들이다. 고(故) 최성연 선생이 소장했다가 화도진도서관에 기증한 사진들과 비슷한 듯 다르다.

당시 촬영의 기회가 쉽지 않았을 항공사진들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1960년대 초의 항동, 신포동, 신흥동 등 중구 일대는 물론 사진 끄트머리에 걸친 송현동, 화수동, 만석동 그리고 주안 일대는 인천의 ‘그때 그 시절’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현재의 중부경찰서 상공 부근에서 조감(鳥瞰)한 사진에는 사라진 오례당 가옥, 무덕관, 대불호텔, 답동성당 언덕 길 등이 선명하다.

이 사진전의 특징은 ‘감상’이라기보다 ‘되새김질’이었다. 생면부지 관람객들 끼리 사진 앞에서 머리를 맞대고 흔적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가며 정담(때론 격론)을 나누기도 했다. 사라진 자신의 집이 담긴 흑백사진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어르신들도 있었다.

이 사진들은 단지 향수만 자극하는 것이 아니었다. 과거를 진(짠)하게 오늘 앞에 불러오면서 두 시간대를 충돌 시켰다. 사라진 것과 남은 것이 저마다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했다. 기억은 과거의 일뿐 아니라 우리 자신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것 그리고 기억을 생생하게 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공간임을 다시한번 깨닫게 했다.

항공사진 못지않게 눈길을 끈 사진은 ‘인천사람’이 담긴 사진들이다. 60년대 인천역 광장의 풍경이 고스란히 담긴 사진 한 장은 많은 것을 보여준다. 이곳에서 출발하는 서울행 시외버스 노선이 하인천-부평-소사-영등포-서울역임을 한 눈에 보여준다. 기차를 탈까 버스를 탈까. 경유 노선이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승객은 잠시 고민했을 것이다. 승객의 짐이나 화물을 실어 나르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지게꾼과 구루마꾼 그리고 쭈그려 앉은 노점상의 모습이 시간의 흐름을 뚜렷이 보여준다. 지금도 건재한 역 광장의 두 그루 나무만이 지난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1962년 6월 10일 ‘환’이 ‘원’으로 변경되는 화폐 개혁이 단행되었다. 당시 경동의 조흥은행 인천지점에서 구권을 신권으로 바꾸려는 시민들의 모습이 사진에 담겼다. 양산을 바쳐 들거나 애기를 들쳐 업은 채 길게 늘어선 줄이 배다리 까지 이어졌는지 끝이 안 보인다. 10환은 1원이 되었지만 바꿀 돈이 그리 많지 않았기 때문인지 그들의 표정은 느긋한 편이다. 차량은 한 대도 잡히지 않았고 구경 나온 듯 자전거 탄 모습이 유난히 도드라진다.

1966년 6월 1일 인천공설운동장에서 열린 인천항 제 2도크 축조 기공식에는 많은 사람들이 동원되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본부석 연단에 있기 때문에 어른들은 긴장한 듯 부동자세다. 뭣 모르고 부모님을 따라 온 아이들은 행사가 지루하기 짝이 없다. 몇몇 아이들이 몸을 꼬다가 카메라와 눈이 맞았다. 행사장에 ‘더 일하는 해’ ‘증산 수출 건설’의 선전탑이 당시 국가 정책 모토를 한 눈에 보여준다.

이밖에 수인선 협궤열차 시절이던 수인곡물시장, 기와지붕을 한 북성선린동사무소 개소식, 답동성당 언덕 아래 도로에서 열린 재일동포 추방반대 총궐기 대회, 자유공원 광장에서 진행한 한국스카우트연맹 단원 선서식, 공설운동장 담장 쪽에 있던 대동사 아이스크림 가게(공장)의 모습도 눈길을 오래 잡았다.

지금, 사진 속 많은 것이 사라졌다. 비바람을 견디지 못했거나 사람 손을 타서 없어졌다. 아무리 지우려 해도 시간은 장소에 흔적을 남긴다. 사진 속 남은 것들이 떠난 것들을 다시 불러들였다.

글 / 유동현· 굿모닝인천 편집장
사진제공 / 유지우 문화기획자




소설로 읽는 ‘지금 여기’의 인천

개항도시 인천은 300만이라는 인구에 비해 오늘날 ‘지금 여기’의 인천을 다룬 소설은 희한하게 적은 것이 현실입니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에는 서울 다음으로 소설 속 배경으로 많이 등장한 곳이 인천입니다. 인천은 항구가 있어 수많은 사람들이 들고나는 곳이었고, 바다와 섬이 있어 지친 심신은 달래주는 곳이었으며, 항구와 공장이 있어 생계를 위한 일터이기도 한 이른바 ‘기회의 땅’이기도 했습니다. 평범한 우리네 장삼이사들의 희노애락이 리얼하게 그리고 치열하게 살았던 곳이었고, 또한 지금도 이는 변함이 없습니다. 이번에 소개하는 이 작품집은 인천에 사는 여섯 명의 여성 작가들이 직접 인천에서 부딪치며 쓴 인천이야기입니다. 여섯 명의 작가가 쓴 모두 아홉 편의 짧은 소설 속에는, 인천의 항구와 부두, 신포동, 송도 신도시, 강화, 십정동 등 인천과 인천 사람들의 삶이 정겹고 발랄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아홉 편의 작품은 모두 독립된 단편이지만, 이들은 모두 인천에 대한 애정을 공통분모로 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우리네 삶의 공간인 인천과 그 속에서 복닥대며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들여다보는 소중하고 신통한 거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글/ 함태영 한국근대문학관 학예연구사




[큐레이션 콕콕] 혼족, 1인용, 1인가구… 확장되는 1인의 세계

신조어는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로운 것을 표현하기 위해 만들어집니다. 혼밥, 혼술, 혼영은 잘 아실 거예요. 혼자 먹고 혼자 마시고 혼자 영화를 보죠. 혼여(혼자 여행가기), 혼놀(혼자 놀기)의 조합도 있네요. 만들기 나름, 붙이기 나름, 줄이기 나름입니다. ‘혼족’의 세상. 1인 가구의 비율이 해가 갈수록 늘더니 1인용 물건과 식품이 쏟아져 나오고, 1인 식당, 1인 노래방도 일반화 됐습니다. ‘1’, ‘홀로’, ‘혼자’의 이미지는 더 이상 외톨이, 쓸쓸함, 외로움의 아이콘이 아닙니다. 확장되는 1인의 세계를 <큐레이션 콕콕>에서 짚어봅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에는 수의 신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주인공 뱅상은 어릴 때부터 숫자 1에 담긴 뜻을 배우기 시작하고, 어느 날 숫자 1에 관한 모든 것을 알게 됩니다.

1은 인간이 살고 있는 우주를 뜻한다. 만물이 우주 안에 있고 통일성 속에 있다.
1은 만물의 시작을 나타낸다. 그것은 빅뱅이나 나뉘기 전의 유일한 대륙이다.
1은 만물의 끝인 죽음을 나타낸다. 죽음이란 단일한 것이 단일한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1은 고독의 자각을 상징한다. 인간은 누구나 홀로 세상에 왔다가 홀로 떠난다.
1은 <자아>에 대한 자각을 상징한다. 인간은 저마다 하나밖에 없는 존재다.
1은 오직 하나의 신이 존재한다는 믿음이기도 하다. 만물을 통합하는 하나의 우월한 힘이 존재한다는 믿음인 것이다.
1에는 이토록 중요한 의미가 담겨 있다. 그래서 뱅상은 몇 년 동안 1의 다양한 측면에 관해서 공부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2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통계청 조사와 1인가구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1인가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약 24%, 그 중 절반 이상이 40대 이하라고 하네요. 그들 중 42%는 하루 두 번 혼밥을 먹고, 약 18%는 하루 세 끼를 혼자 먹습니다. 10명 중 7명은 ‘혼자 살기’에 만족하고, 남성보다는 여성의 만족도가 더 높습니다. (위키트리. 2017.2.24. 자세히 보기▶)

지난해 12월, 가천대신문은 1인 문화에 대한 학우들의 생각을 알아봤습니다. 총 328명이 설문에 참여했는데, ‘긍정적이다’라는 응답이 42.1%, ‘상관없다’가 30.5%였습니다. 부정적인 의견은 30%도 되지 않았네요. 구체적으로 이유를 밝힌 한 학생은 “다른 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온전히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습니다. 혼자 사는 유명인의 하루를 다루는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 1인분도 주문 가능한 1인 식당 등, 이제 ‘혼자’는 삶 속에서 형성돼 독특한 흔적을 남기는 하나의 문화가 됐습니다.(가천대신문. 2016.12.9. 자세히 보기▶)

중국집에 전화해서 “1인분도 되나요?”라고 묻는 것이 어쩐지 죄송스럽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1인 가구 400만인 현재, 오히려 이제는 중국집이 싱글들에게 러브 콜을 보낸다. 배달 음식 전단지에 꼭 빠지지 않는 단골 멘트와 함께. ‘1인분도 정성껏 배달해 드립니다.’ 바야흐로 싱.글.대.세.시.대. 그래서 만들었다.

지금은 아쉽게 들을 수 없지만 ‘장기하의 대단한 라디오’에서는 매주 토요일 [1인용 음악]코너를 운영해 특별한 상황에 혼자 있는 사람들, 그 순간에 필요한 음악을 틀어주기도 했습니다.

서초구는 1인 가구를 위한 문화교실을 운영하고, 1인 가구로 구성된 동아리에 활동비를 지원합니다. 1인 가구를 겨냥한 벽걸이용 미니 드럼세탁기의 매출은 해마다 증가하고, 은행은 혼족 마케팅인 ‘일코노미’ 전략을 폅니다. 1인과 이코노미(economy)가 결합한 신조어라고 하네요. 선거판도 1인 가구를 겨냥해야 유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큰손 된 혼족’이라는 표현도 등장합니다.


‘포미족’이라는 용어도 1인 시대와 관련 있군요.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 의 알파벳 첫머리를 딴 For me!, 한글로는 ‘포미족’이네요. 평소에는 알뜰한 소비를 실천하지만 자신에게 가치 있는 것에는 아낌없이 돈을 투자하는 소비자를 일컫습니다. 눈치 보지 않고, 나를 위해, 나의 행복과 만족을 위해 사는 거죠.

‘독거청년’이라는 말은 중국에서 나왔네요. 어쩔 수 없이 1인가구가 된 노인층과 달리 스스로 선택해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청년 1인가구를 말합니다. 데일리팝의 기사(자세히보기▶)는 독거청년의 생활환경이 아닌 고독에 초점을 맞추고 있네요.

독거청년은 인터넷을 보거나 핸드폰을 만지고, 밥을 먹는 등 생활의 대부분을 혼자하기 때문에 보통의 젊은 청년보다 더 고독함을 더 느낍니다.

“누구도 그들과 대화를 하지 않고 그들 또한 사람을 찾아 소통하길 거부하며 그것이 좋은 일이든 좋지 않은 일이든 모든 일을 마음속 깊이 담아두는 만큼 화려한 세계에 살고 있는 것 같아도 마음만은 화려한 세계와 멀리 떨어져있는 것이다.”

‘1인의 문제’가 아니라 ‘청년의 문제’에 무게 중심이 쏠린 것 같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가혹한 생활과 심리적인 압박으로 자기감정을 감추고 주도적으로 소통을 하지 않아 우울증을 앓거나 자살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네요. 청년 1인가구의 문제는 사회적 이슈이며 사회가 인식하고 개선해야 할 문제라고 꼬집고 있습니다.

‘혼자 온 사람들’이라는 이름의 깃발 아래 무려 300여명의 시민이 모였습니다. 지난해부터 지난 3월까지, 광화문 광장에 혼자 간 사람들은 ‘이상한 연대감’을 느끼며 ‘혼자가 아닌 혼자들’과 함께 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아는 사람들과 깃발 밑에 있는데 나는 어디에 있어야 할지 참 뻘쭘하셨죠? 우리 같이 ‘혼자 온 사람들’ 깃발에 모여 뻘쭘함을 없애 보아요!’

촛불집회에 같이 갈 친구를 구하지 못한 이예슬 씨는 ‘욱’하는 마음에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듭니다. 그래도 혼자면 어쩌지 하는 걱정은 기우, 혼자인 사람들이 깃발을 따라 왔고, 제각각인 혼자들을 끌어안았습니다. 단체 이야기방을 만들고, 여행도 다녀온 그들은 ‘혼자들의 촛불’을 담은 다큐멘터리도 만들 예정이라고 하네요. “혼자인 듯 혼자이지 않은 혼자들. 각자의 생각을 인정하는 이들의 느슨한 연대.” 재치 있고, 울림 있는 기자의 멘트를 곱씹어봅니다.(한겨레신문. 2017.3.17. 자세히 보기▶)

다시, 뱅상의 깨달음으로 돌아가 볼까요?

1은 <자아>에 대한 자각을 상징한다. 인간은 저마다 하나밖에 없는 존재다. (…) 뱅상은 몇 년 동안 1의 다양한 측면에 관해서 공부했다. 그러고 나서야 비로소 2의 의미를 배울 수 있었다.

글/ 이재은(뉴스 큐레이터)




문화예술정책동향

<인천시, 구․군 주요사업>

인천시, 2017년도 제1차 남북교류협력위원회 개최
인천광역시는 지난 달 제7기 남북교류협력위원회를 새로 구성하고, 통일아카데미 및 청소년 캠프 운영, 문화․체험․공감 기반의 통일어울마당 등 범시민 통일공감사업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인천시의회 “의정역량 강화·전문성 향상…’공부하는 의회’로”
제7대 인천시의회는 의정역량 강화와 전문성을 향상하고자 ‘공부하는 의회’ 만들기에 힘을 쏟고 있다. 특히 유관 단체 간의 문화·관광 증진 방안을 연구하며 중국으로 수출하는 인천기업을 지원·협력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예정이다.

2017년 새 학년, 새 학기 달라지는 인천교육
인천시교육청 주최로 인천의 초중고 학생이 참여하는 문화예술 축제를 연다. 축제는 창의공감교육과 학교 특색을 살리는 차원에서 학생들이 공연하는 오케스트라, 뮤지컬, 연극을 비롯해 다양한 학교문화예술 동아리들이 참여해 다채로운 축제를 만들어갈 계획이다.
↳ 인천시교육청, 2017년 새롭게 추진하거나 확대·변경하는 정책 사업은?   
    인천시교육청은 어린이 놀이교육 정책 시작을 비롯한 2017년 새 학기부터 추진하거나 확대, 변경하는 교육 정책 사업을 발표했다.

인천시, 올해 문화예술단체 지원사업 선정
인천시가 문화예술진흥위원회를 개최하고 문화성시 인천의 기반이 될 신규 단체들의 지원사업을 선정했다.

위치정보 기반 ‘스마트 도시’ 조성, 정보 습득·분석 ‘쉽고 빠르게’…인천이 똑똑해진다
인천시가 위치정보(GIS)를 기반으로 누구나 실시간으로 위치정보를 활용해 정보를 수집·분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인천시의회 청년정책연구회 출범 및 원탁회의 개최
인천시의회에서 청년 문화예술인, 청년 기업인 등 각 분야별 청년 20여명과 청년정책연구회 출범식 및 원탁회의를 개최했다. 

인천중구박물관·전시관 협의회·중구시설관리공단, 중구 문화예술 발전 위한 업무협약 체결
인천중구 내 각 박물관‧전시관이 서로 상생하여 문화예술 관광산업의 메카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지역 문화>

인천시 동구, 문화관광 콘텐츠 발굴 시동
인천시 동구는 주요 관광지를 연계한 체험 중심의 관광패키지 상품을 최근 개발했다.
↳ 배다리 ‘역사문화마을 조성’ 유산 훼손·사생활침해 우려
    인천 동구의 배다리 근대역사문화마을 조성계획이 문화영향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 “동구 ‘근대문화마을조성’ 계획 전면 재검토 해야“

<문화시설>

음원제작의 모든 것, 이 곳에서 가능하게… ‘BP음악산업센터’ 개관
부평아트센터 맞은편 송학사 건물을 리모델링한 ‘BP음악산업센터’가 개관한다. 센터 내 BP 사운드 스튜디오는 음악 믹싱부터 마스터링까지 음원 제작의 전 과정이 가능하다
↳ 인천시 부평에 음악산업아카데미 설립
    대중음악산업 인력을 양성하는 음악산업아카데미가 국내 처음으로 인천 부평에 설립됐다.

강화, 청소년 복합문화공간 ‘문화의 집’ 준공
인천시 강화군은 청소년 복합문화공간인 ‘강화 청소년 문화의 집’ 준공하였으며, 지역 청소년의 문화적 감성을 함양할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다.

경인선 5개역 주변에 역사문화 공간 조성
동인천역, 제물포역, 부평역, 송내역, 부천역 등 경인선 5개역 주변 역사문화 자산이 문화공간으로 조성된다.

남구, 문학산에 ‘역사 테마 전시관’ 조성
인천 남구 문학산에 미추홀 2천년의 역사와 문화를 품은 ‘역사 테마 전시관’이 조성된다.

아트센터 인천 개관 서두를 필요 있나
인천시는 올 연말 아트센터 인천의 개관을 목표로 업무를 추진하였으나 회계 실사와 운영비 갈등을 둘러싼 해법을 찾지 못하면서 이마저도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역사 · 문화>

인천시립박물관, 지표 및 발굴조사 통해 인천의 역사 재조명한다
인천시립박물관은 올 봄부터 문학산성 정밀 지표조사와 강화 건평돈대 발굴조사를 실시한다. 인천의 상징이자 비류백제의 전설이 담긴 문학산성은 2016년 전면 개방되면서 산성에 대한 실체를 밝힐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더불어 인천 남구청의 의뢰로 지난 2월 1일부터 문학산 정상을 둘러싸고 있는 문학산성의 현황을 파악하는 정밀지표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인천역 驛舍 박물관에 갇힌다
민간 자본으로 인천역을 복합 개발하려는 인천시가 역사 철거 계획을 확정했다. 역사 문화 자산이 개발 논리의 희생양이 된다는 우려 속에 보존과 철거를 둘러싼 논란이 재 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 우리나라 최초 철도역…”역사 보존해야”

<문화 도시재생>

‘국내 1호’ 경인고속도로 헐고 소통문화공간 만든다
경인고속도로가 일반도로로 전환되면서 이곳에 소통문화공간이 조성된다. 인천시는 올 9월까지 인천 기점-서인천IC 구간 도로와 도로시설물 일체의 관리권을 한국도로공사로부터 인수할 예정이며, 이에 따라 인하대 주변은 인천뮤지엄파크와 연계한 복합 문화 벨트로, 주안산업단지 등 공단 주변은 4차 산업혁명 베이스캠프로 조성된다. 
↳ 경인고속道 인천 기점~서인천 IC 일반도로화…문화 공간으로 변신

“인천 폐·공가 달라졌어요”…박물관·임대주택으로 ‘재활용’ 눈길
인천시가 ‘도시 슬럼화’의 주범인 원도심 내 폐·공가를 새로운 모습으로 바꿔 주민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폐공·가 맞춤형 관리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기타>

3회 인천프렌즈페스티발…젊은 팀 6개의 무대
대한민국연극제 인천 예선인 ‘35회 인천연극제’의 부대행사로 개최되는 ‘3회 인천 프렌즈 페스티발’은 기 선정된 6개 단체의 경합으로 꾸려진다.

병역 이행자 문화 향유 도움드려요
병역을 이행한 자들이 사람들이 다양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인천문화예술회관과 병무청이 업무협약을 맺었다.

문화예술 깃든 ‘인천관광’ 이룬다
인천관광공사와 인천가톨릭대학교는 문화예술을 접목한 관광 콘텐츠 개발을 위해 업무협약을 하였다.

인천청소년문화센터 ‘다락’, 말레이시아 밴드 청소년들과 문화교류활동
인천청소년문화센터는 ‘다락’소속 청소년문화예술동아리, 청소년다락봉사단, 청소년운영위원회, 대학생서포터즈 청소년들과 함께 교류활동을 진행했다. 

한국 최초, 인천 최고 100선 근대 문화의 터전 협률사
개항 이래 격동의 긴 시간동안 인천 문화예술의 큰 축으로 자리매김한 ‘협률사’는 문화예술인들의 혼이 담겨 있는 산실이자 인천 문화예술의 선구지로서 그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오늘날 인천의 문화예술 활동은 인천 문화예술의 산실인 협률사의 토양으로부터 출발했다 할 수 있을 것이다.
↳ 한국 최초의 공연장 인천 협률사를 아시나요

<전국>

문화창조융합본부 폐문…4차 산업혁명 체제로 전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대표 사례로 지목된 문화창조융합벨트의 운영을 총괄해온 문화창조융합본부가 폐문한다. 문화창조벤처단지와 문화창조아카데미는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전략 거점으로 활용된다.
↳ ‘최순실 국정농단 거점’ 문화창조융합본부 30일 폐지
    문화체육관광부는 남은 업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으로 이관하고 조직을 폐지한다고 밝혔다.

공연예술인들 노동조합 만든다 … 27일 출범
문화예술 정책을 바로잡고 공연예술인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서 필요성이 대두되었던 노동조합이 오는 3월 27일 출범한다. 이들은 공연예술계 최저임금제·기본소득 보장·기초예술진흥법 입법 등 요구할 것 예정이다.
↳ 공연예술인노동조합, 출범…”예술활동 통한 생계보장” 전개

실업, 자살, 노인복지와 문화예술교육정책
청년실업과 자살률, 그리고 노인복지 등을 포괄하는 문화예술교육이 선행되어야 시민의식이 성장할 수 있다.

외국인 이주민 삶 직접 청취하고 맞춤 정책 마련…”문화예술 증진”
국내 거주 외국인주민은 171만명으로  사회 곳곳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이주민들이 늘어나고 있다. 행정자치부가 마련한 간담회 자리에서 이들은 “외국인 이주민이 지역사회에서 융합되는 가장 쉬운 방법으로 문화예술 분야를 꼽으며, 이를 위한 정책이 확산”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차별·성폭력 없는 예술활동, 정부가 보장하라
여성문화예술연합은 문화체육관광부 담당자들과의 간담회에서 성차별 없는 문화예술활동을 위한 다양한 정책을 제안하였다. “정부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폭력을 경험하지 않는 예술 활동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고 이들은 강조했다. 
↳ 예술계 내 성폭력, 목소리가 힘이다
    예술계 내 인식의 변화와 제도적 개선을 체감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고 정책·제도를 확립하려면 많은 이들을 설득하고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연대가 필요하다.
    ↳ 여성예술인들, 문체부에 ‘성폭력 전담기구’ 요구


<추천자료>

2016년 문화관광축제 종합평가보고서
2016년 개최된 43개의 문화관광축제를 대상으로 진행된 종합평가보고서. 지자체 자체 설문조사 및 설문조사 분석 결과, 전문가 현장평가 등의 내용을 담고 있음.

문화기술(CT) 로드맵 2020 수립 연구
문화산업의 창의성, 독창성 및 활용성을 높이기 위한 문화기술 R&D에 대한 개념 범위 정립을 위해 연구를 진행함. 환경분석을 통해 도출된 이슈분석을 기반으로 SWOT분석 및 문화기술 로드맵 추진방향을 설정함.

경기도 지역특성을 고려한 생활문화지표 연구
경기도 지역 31개 시·군지역 생활문화의 특성을 면밀히 파악한 생활문화지표 보고서. 연구 내용을 바탕으로 인천에 맞는 생활문화지표 및 생활문화 평가시스템 구축의 사례로 살펴 볼 수 있음.

2016 공연예술실태조사 보고서
공연예술의 유통 부문인 공연시설과 창작·제작 부문인 공연단체, 공공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행정기관을 대상으로 2016년도 공연예술실태 조사 결과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음.

<새 정부, 새로운 문화정책, 새로운 구도> 심포지엄 자료집
한국문화예술경영학회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공동으로 개최한 심포지엄 자료집. 새로운 정책 구도 하에서 문화정책의 패러다임과 문화예술생태계의 전망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히 문화예술 정책의 최대 화두라고 할 수 있는 4차 산업혁명과 문화예술 정책 방향을 모색함.

2016 생활문화센터 성과공유회 자료집
전국에 속속 생겨나고 있는 생활문화센터 성과 및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성과공유회 자료집. 생활문화관련 다양한 사업에 대한 정보가 수록되어 있음.

2013~2015년 지역협력형사업 평가보고서
2013년에서 2015년까지 지역협력형사업 및 지역문화예술지원사업의 평가보고서. 각 지역의 사업 현황 및 평가를 살펴볼 수 있음.

2017 제1차 콘텐츠 정책포럼 자료집
1차 콘텐츠 정책포럼 발제문을 담았음. 2016년도 콘텐츠 산업의 결산 및 2017년도에 대한 전망, 각 분야별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한 정보가 수록됨.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술문화비평
기술과 사회의 관계 및 상호작용이라는 관점에서 4차 산업혁명을 성찰적으로 기술한 보고서. 시대의 변화에 따른 문화정책의 변화도 함께 읽어 낼 수 있음.

문화예술융합형 전통시장 육성방안 연구
전남지역 전통시장 현황, 실태 분석과 성공사례를 통해 문화예술융합형 전통시장의 발전 가능성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음. 사례 뿐 아니라 관련 법 및 정책에 대한 제언도 첨가됨.

발행일: 2017. 3. 31.
인천문화재단은 문화정책 관련 국내외 주요 이슈를 정리하여 격월간으로 문화정책동향을 발행합니다.
본 자료는 공익적 용도로 제작되었으나, 저작권 침해 소지에 대해 알려주시면 시정하겠습니다.
문의 :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 032-455-7136




이방인들의 도시, 베를린

이번 호 부터 ‘지구별 문화 통신’을 시작합니다. 인천문화재단은 다양한 국제교류사업을 지원해 오고 있습니다.
이러한 재단의 국제교류 사업을 통해 활동하는 예술가들이 다른 나라의 문화소식을 소개하는 코너로 운영될 예정입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줄리아, 나 베를린에 가게 됐어.”
“와우, 언제든 우리 집에 놀러 와, 며칠 지내도 되고.”

나는 줄리아를 쉐핑헨(schöppingen)의 한 레지던시에서 만났다. 쉐핑헨은 독일 북서쪽 뮌스터(Münster) 인근의 작은 마을이다. 비디오 아티스트인 그녀는 이미 존재하는 이야기, 혹은 숨겨져 있던 이야기를 모티프로 작업을 한다. 동갑이기도 했고 관심사도 비슷해 쉽게 친해졌다. 작년 여름 베를린에 잠시 갔을 때 줄리아의 집에서 일주일 정도 머물렀다. 그때 내가 본 베를린은 눈썹이 보일 만큼 짧은 앞머리가 유행이었고, 팔뚝만한 무스타파 터키 케밥(Mustafa’s Kebap)을 먹을 수 있는 곳이며, 거리를 걷다 보면 빈 벽이 보이지 않을 만큼 수많은 그래피티와 힙스터 같은 이들로 가득했다. 바람 불고 비가 흩뿌리는 거리를 걸으며 “아, 언젠가 다시 와야지. 그리고 나처럼 예술가로 사는 사람들을 만나 좀 더 그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올해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베를린에 다시 오게 되었다. 아! 베를린. 많은 사람이 예술가의 도시, 가난하지만 섹시한 도시라 지겹도록 말하는 곳이다. 하긴 쉐핑헨에서 만나는 예술가들 역시 다들 베를린에 산다고 했지. 예술가 아닌 이를 만나기가 더 힘든 곳, 내가 처음 느낀 베를린이다. 마치 도시 전체가 그들을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다. 그런데, 왜 이렇게 베를린에 예술가가 많이 살게 되었을까? 줄리아가 베를린으로 이사 온 건 2011년, 그때도 이미 베를린에는 수많은 예술가가 모여 살고 있었다고 한다. 알다시피 베를린은 다른 독일지역에 비해 렌트비가 싸다. 물론 물가가 저렴하고, 수많은 종류의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다. 그래서 작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더 많고, 이로 인해 사람들은 점점 더 모여 들었다. 그런데 정말 이게 다야? 이런 뻔한 이유 때문에 다들 베를린으로 온다고?

“승연, 난 베를린에 살지만 사실 내 영상 작업의 대부분을 베를린에서 찍진 않아. 촬영은 독일의 다른 도시, 다른 마을에서 하고 베를린의 내 스튜디오에서 편집하는걸 좋아해. 사실 베를린엔 예술가가 너무 많아. 그러다 보니 작품을 만들기 위해 지원을 받는 게 매우 어려워. 사실 지원을 받을 거라 기대하지도 않지. 그렇지만 여기선 여러 사람들에게 쉽게 작업에 관한 조언을 들을 수 있고, 작업실에 초대해 편집 중인 작업을 보여주며 의견을 들을 수 있거든. 물론 난 집에서 먹고 자고 하니 파자마를 입고 편집하러 옆방으로 갈 수도 있고. 하하.”

줄리아는 베를린에 살지만 작업의 배경은 베를린이 아니다. 하긴 나도 서울에 살지만 내 작업이 서울로 한정되지는 않는다. 서울에서 살고 있기에 서울에 관한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내가 서울에서 살았기 때문에 다른 지역에 갔을 때 그곳에서 느끼는 이질감을 작업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이 작업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하는 건 흥미롭다. 줄리아가 사는 지역은 베를린의 동독지역인 리히텐베르크(Lichtenberg)이다. 그녀가 전에 살던 베를린의 노이퀼른(Neukölln)지역이 힙하고 트렌디했다면, 리히텐베르크는 조용하고 평범한 동네다. 2015년 그녀는 이곳으로 이사 왔다. 줄리아의 집 주변을 둘러보다 보니 왠지 내가 상상하던 베를린의 이미지와는 좀 다르다.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도 베를린의 다른 지역에서 본 사람들과 달리 좀 더 거칠게 느껴진다. 그러나 동네를 좀 더 둘러보니 카페, 레스토랑, 수퍼마켓 등 필요한 건 다 갖춰진 곳이다. 여기 주민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오래 전부터 여기 살던, 베를린 출신 사람들? 아니면 다른 지역에서 옮겨 온 사람들인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줄리아, 네게 베를린은 어떤 곳일까? 혹 10년 후에도 베를린에 살고 있을까? 베를린에는 항상 많은 사람이 오가는 것 같아. 특히 예술가들 말이야. 그럼, 진정한 ‘베를리너’는 어떤 사람들일까?”

“글쎄, 난 베를린에 살지만 이곳이 내 고향이라곤 생각하진 않아. 베를린 같은 대도시에 살면서 내가 진정한 베를린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게 과연 가능할까? 흠, 10년 후에 아마 난 베를린에서 살고 있진 않을 걸. 아마 독일의 다른 작은 마을에 살고 있지 않을까? 지금 베를린의 내 집과는 달리 큰 집에 살며 동물들과 여유롭게 살고 싶어. 사실 작업을 하며 만족감을 느끼기 위해 꼭 베를린에서 살아야 할 이유는 없는 것 같아. 베를린 외 다른 여러 도시 또한 흥미롭고 매력적인 건 분명하니까. 그러나 아직까진 다른 도시가 나를 부르진 않네, 하하… 지금 난 베를린에서 행복해.”


많은 예술가가 살고, 오가고, 스쳐 지나는 곳, 베를린. 베를린은 이방인들의 도시일지도 모른다. 수많은 예술가가 작업을 위해,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영감을 얻기 위해, 베를린에 모여든다. 그 중 일부는 떠나가고, 일부는 남는다. 줄리아의 말처럼 이방인들이 모여 살기 때문에 베를린은 누군가의 고향이 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들이 베를린에서 사는 동안 베를린은 잠시나마 누군가의 고향이다. 2017년 봄에서 여름까지 베를린에서 살게 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잠시나마 이곳이 나의 따뜻한 고향이 되길. 다시 만나 반가워, 베를린.

참, 나의 베를린 친구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인 줄리아 (Julia Charlotte Richter)를 소개합니다.
(줄리아 홈페이지 가기)

글 / 이승연
사진 / 박준, 줄리아(프로필)

나는 사라져도 내 이야기가 이야기로 남는다면? 나는 이런 상상으로 작업을 이어간다. 미래의 이야기를 담은 상상의 작업으로 현재를 신화로서 기록하는 것, 이것이 기이한 듯 보이지만 명랑한 내 작업이다. 서울 및 런던, 독일에서 활동 중이며 현재 영국 작가 알렉산더 어거스투스와 함께 ‘더 바이트백 무브먼트’ 라는 이름의 아티스트 듀오로도 활동하고 있다. 현재 인천문화재단의 지원으로 베를린 ZK/U 레지던시에 입주 중이다. 이승연




금혜원

금혜원은 사진 매체를 중심으로 도시의 물리적이고 정서적인 환경과 그러한 환경으로부터 파생된 사회현상을 드러내는 작업을 발표해 왔다.  급속하게 변화하는 도시공간과, 지루하고 고독한 일상의 이면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는 현실을 드러내고 환기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최근에는 주목받지 못한 개인사와 공공의 기억을 연결하고, 현실과 허구를 조합하여 재구성하는 작업을 구상 중이다. 따라서 인천아트플랫폼 입주기간 동안에는 한국 근현대사 자료, 문학작품 등을 수집하고 발췌하여 이야기와 사진, 영상을 결합한 작업을 진행하고자 한다.







작가노트


나는 도시의 물리적 환경과 그러한 환경으로부터 발생하는 사회 현상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주로 표면과 이면이라는 양가적 속성이 충돌하고 공존하는 도시의 아이러니에 주목하여 작업을 하고 있다. 도시에 관한 사진 작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내가 살던 동네가 급격한 변화를 겪게 되면서부터이다. 익숙하던 일상의 풍경이 허물어지는 과정을 가까이에서 관찰하면서 장소의 역사와 개인의 기억이 훼손되고 지워지는 풍경을 마주하게 되었다. <Blue Territory>시리즈는 그렇게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자리의 공백과 균열을 나타내고자 한 작업이다. 이후 나는 도심의 지하세계를 다룬 <Speeding Light> <Urban Depth> 등의 시리즈를 통해 도시의 표면이 가리고 있는 생경한 일상을 드러내는 작업을 진행했다. 어두운 터널 속에서 이동하는 지하철의 모습을 포착하거나, 매일 쏟아지는 쓰레기를 삼키고 소화하는 비밀스러운 지하공간을 기록하는 등의 작업은 지하의 인공적 환경과 그 비가시성에 대한 관심사를 반영하였다. 이후 <Scene>이라는 연작으로 오랫동안 방치되고 은폐된 공간을 다룬 사진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렇게 공간을 중심으로 한 일련의 작업과는 다소 다른 접근이지만, 동시대 도시문화를 조명한 <Cloud Shadow Spirit>을 발표한 바 있다. 반려동물의 죽음을 기리는 다양한 방식과 태도를 다룬 이 작업은 현대인의 삶에 있어 반려동물이 차지하는 의미, 그리고 그들의 관계가 시사하는 오늘날의 사회적 정서적 현실을 드러내고자 한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한 사진 프로젝트들은 각기 독립적이지만 서로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각도로 도시의 현재를 조명하는 작업을 이어나갈 것이다.

작가정보 자세히 보기




소개합니다

[소식1] 인천의 창조적 문화 가치를 찾아서 인천문화재단 「문화정책 논문 공모전」

도시 이미지를 구축함에 문화예술의 잠재적인 영향력은 무한하다. 지자체에서도 문화예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지역 특색을 살린 ‘문화도시’를 꿈꾸지만, 창조적으로 문화예술의 비옥한 토양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인천은 개항장·관문 도시로서의 개방성과 다양성, 다수의 역사문화유산, 168개의 섬으로 구성된 해양문화, 10개의 자치구별 특색 있는 지역 문화, 송도·청라 신도시 등 경제자유구역이 공존하는 도시이고 이러한 복합적 환경 속에서 인천이 가진 문화적 가치는 무궁무진하다.

인천시 역시 ‘문화주권’ 실현을 위해 시민들과 문화예술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추진 중이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다양한 정책 제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문화재단은 이에 작금의 인천 문화정책의 점검해 보고 ‘문화 성시 인천’으로 나아가기 위한 정책개발 확립을 위한 『2017 문화정책 논문공모전』을 실시한다.

기존 논문 공모전의 경우, 상금 지급에 머물렀던 것에 반해 인천문화재단의 논문 공모는 선정 시 200만 원의 상금지원뿐 아니라 논문을 발전시킬 수 있는 전문가 콜로키엄을 진행하고, 여타 학술지에 게재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이 있을 예정이다. 또한, 목요문화포럼, 문화정책토론회 등 인천문화재단이 주최하는 토론회를 통해 정책 제안 발표 및 성과보고의 기회도 제공된다. 인천의 문화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므로 인천 시민 모두가 문화예술 감성을 꽃피울 수 있는 다양한 정책제안이 이루어지기를 기대해본다.

인천문화재단 정책연구팀

[소식2] 트라이보울에서 노래하는 희망의 메시지
 정호승 시인 초청 트라이보울 인문예술 아카데미 개최

송도의 복합문화예술공간 트라이보울에서 정호승 시인과 함께하는 인문예술아카데미 <봄, 다시 희망>이 오는 22일 오후 4시에 열린다.

정호승 시인은 1973년 대한일보 신춘문예에 시, 198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로 당선돼 등단한 뒤 시집 『슬픔이 기쁨에게』,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산문집 『정호승의 위안』, 『내 인생에 힘이 되어준 한마디』, 『우리가 어느 별에서』 등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국내 대표 서정 시인이다. 올해 열두 번째 신작 시집 『나는 희망을 거절한다』를 4년 만에 선보이기도 했다. 이번 인문예술 아카데미에서는 강연, 시낭독, 음악을 통해 희망의 울림을 전하고자 한다. 희망을 전달하는 음악은 유재하 음악경연대회에서 수상한 바 있는 재주소년이 함께한다.

청소년 이상 관람 가능하며, 트라이보울 홈페이지(www.tribowl.kr)로 사전 예약하여 선착순으로 입장할 수 있다.

정호승 시인이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와 재주소년의 아름답고 편안한 선율로 바쁜 일상의 위로가 되는 따뜻한 시간이 될 것이다.

인천문화재단 공간사업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