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을 건강하게 하는 힘, 나눔의 또 다른 가능성을 믿습니다.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
인천문화재단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인천지부와 함께 인천에서 나눔의 삶을 실천하고 있는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들을 만나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아너 소사이어티>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고액기부자클럽으로 지역사회에 기부와 나눔의 뜻을 몸소 행하는 많은 분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여섯 번째 시간으로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백여덟 번째 아너,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박진식 이사장님을 만나봅니다.
올해 초 계양구에 자리 잡은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을 넘어 복합문화공간으로써 지역 사회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습니다. 병원이 단순한 진료기관을 너머 지역민들을 위한 공유 공간으로 거듭난 배경에는, 질병에 대한 예방에서부터 치료, 재활에 대해 고민하는 박진식 이사장님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의료인이자 경영인, 그리고 한 개인으로서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하는 공유와 나눔의 힘을 실천하시는 박진식 이사장님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Q. 안녕하세요. 소중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의 박진식입니다. 만나 뵙게 되어 반갑습니다. 의사로 진료를 시작한 지 20여년이 넘었네요. 어려서부터 봐 온 세종병원에서 의사로 임하게 된 것은 2008년부터이고, 2014년부터 이사장으로 병원을 이끌고 있습니다. 부천에 있던 세종병원이 올해 계양구에 분원이자 종합병원, 나아가 지역민을 위한 건강을 책임지는 기관으로 새롭게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이전부터 병원 차원에서 많은 기부와 나눔 활동을 해오면서 개인적으로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인천 아너 소사이어티를 알게 되어 지역을 위한 좋은 나눔에 동참하게 되었습니다.
Q. 인천을 위한 나눔문화를 만들어가는 중요한 역할을 맞게 되셨네요. 가장 최근에 가입한 인천 아너 소사이어티의 회원이세요. 의료인으로서 기부와 나눔에 대한 철학이 남다를 것 같습니다.
A. 나눔이라는 게 제일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아마 환자들이 아닌가 싶습니다. 육체적 고통이 가장 힘든데, 경제적으로 뒷받침이 안 되면 치료를 못 받던 시절이 있었지요. 지금도 여전히 일부 남아있지만 세종병원 개원 초창기에는 심장병 어린이들이 돈이 없어서 수술을 못 받고 죽어가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이 당시에 저희 병원 설립자인 박영관 회장께서 ‘심장병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모토를 가지로 기술 확보와 동시에 심장병 어린이 무료 수술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83년에 첫 번째 심장수술을 성공적으로 하고 그 이후로 꾸준히 소외계층에 아이들 중에 심장병 어린이들을 발굴해서 수술해주는 사업을 했어요. 82년부터 90년 사이가 아마 우리나라 경제가 가장 빨리 발전했던 시기이고,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되면서 우리나라 사람들 중에 정말 경제적으로 어려워서 수술을 못 받는 아이들은 많이 줄었습니다. 이것이 어렸을 적부터 제가 보아 온 세종병원의 모습입니다.
의사가 아마 가장 다양한 상황의 사람들을 보게 되는 것 같아요. 진료실에 앉아있으면 아주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이 건강검진을 위해서 오는 경우도 볼 수 있고, 또 어떤 경우에는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 큰 병이 있는데 이것을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치료를 고민하는 경우도 만나게 됩니다. 얼마나 서러울까…라는 동정심과 동시에, 몸이 아픈데 경제적인 이유로 치료 못 받는 사람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생겼어요. 그렇게 하나둘 기부사업을 진행해오게 되었습니다.
Q. 아픈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간절함이 기부의 시작이었군요. 같은 맥락으로 병원과 개인 차원에서 말씀하신 여러 활동들이 눈에 띕니다.
A. <사랑yes, 희망yes>라는 기부 프로그램을 만들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있습니다. 직원들도 참여하고, 저도 참여하면서 다함께 나눔을 실천하는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여기서 모이는 돈은 주로 심장병 아이들을 돕는 데에 쓰이고 있습니다. 이건 병원의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어요.
개인의 차원으로 돌이켜보면, 참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첫 시작은 6년 전 세이브 더 칠드런을 통해 신생아 모자뜨기 캠페인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제적인 여유도 생기고, 보다 큰 나눔은 없을까 또 생각하게 되었지요. 병원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있으면 사회복지사가 외부 지원기관을 연결하고 병원도 의료서비스를 지원하여 어려움을 해결해주곤 합니다. 그러한 지원기관 중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대해 알게 되면서 아너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기부를 하게 되면서 이런 인터뷰를 하는 것이 맞는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진료 현장에서 어릴 때부터 봤던 그런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지원, 제가 진료현장에서 봐 온 사회적인 약자, 현황들이 종합적인 계기가 된 것 같아요.
Q. 결국 공간은 사람의 철학을 따른다고 하는데, 이사장님의 ‘어려운 사람들과의 나눔, 그들의 건강’이라는 측면에서 조금은 색다른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이 탄생한 것 같습니다.
A. 메디플렉스(Mediplex)라는 이름이 사실 부르기 어려운데, 저희는 의료(Medicine)와 복합체(Complex)의 합성어인 이 단어를 매우 의미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인 급성기 병원의 형태로 진료를 제공하고 있는데, 질병 발생 전에 미리 예방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건강하게 살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또 질병을 앓고 난 후, 회복에 대한 지원도 있어야 되어서 급성기의 치료 뿐만 아니라 예방과정에서도 지역사회와 같이 하면서 그 지역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지역주민들이 회복과정을 더 즐기면서 할 수 있도록 하는 의미가 하나 있어요. 단순 뇌혈관, 심장질환 뿐만 아니라 다양한 병원의 전문성을 연계한 복합의료시설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하나는 ‘의사는 환자를 돌볼 뿐이고, 치료는 신이 하는 것. 결국 신의 영역이다.’ 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가 아무리 무슨 약을 써도 그 약을 통해서 우리 몸의 면역기능을 강화하는 것이지 약 자체가 치료를 직접 하는 경우는 많지 않거든요. 이런 환자의 치유과정을 돕는, 내부의 면역력을 돕는, 치유과정을 돕는 데는 병원 환경이 굉장히 큰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채광, 그리고 공원 이런 것들이 환자의 회복에 굉장히 중요하고, 또 이런 자연적인 요소 뿐만 아니고 예술적인, 오늘 공연한 음악, 미술 이런 것들이 환자들의 기분을 좋게 하면서 면역력을 향상시키고 그러면서 치유과정을 순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Q. 회복과정에 대한 고민, 내부의 면역력을 높이는 데에 문화예술이 가지고 있는 치유의 힘을 신뢰하시는 것이 매우 보기 좋습니다. 그래서인지 지하에 위치한 갤러리와 공연장이 눈에 띕니다.
A. 앞서 말했듯이 우리 병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급성기 질환의 예방과 재활까지, 여러 병원의 전문성을 종합한 곳, 환자의 치료과정에서 의료적인 것 뿐만 아니라 환경적인 부분을 통한 치유를 힐링 스페이스가 되자. 이게 저희가 추구하는 바이지요.
저는 우리 병원의 다양한 공간들이 잘 활용되어 주변에 있는 많은 주민들이 더욱 건강해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분들이 예술만을 즐기기 위해 병원에 오시는 것은 아니거든요. 병원이라는 곳은 아프면 오는 곳인데, 평소에 병원을 오면서 아, 아프지 말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건강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랍니다. 예술을 즐기러 모이는 사람들이 건강에 대해 다시 생각하고, 결국 지역사회가 건강해지고 병을 예방하는 것, 이외에도 지역 주민들을 위한 건강강좌를 진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문화콘텐츠를 가미한다면 사람들이 즐겁고 기억에 남는 곳으로 우리 병원이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Q. 병원 35년의 역사를 전시라는 형태로 풀어내어 일종의 문화행사를 만드신 부분도 인상 깊었습니다. 평소에도 문화예술에 많은 관심이 있으셨나요.
A. 대학교 들어가면서 메디컬 오케스트라가 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메디컬 오케스트라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악기를 다룰 줄 아는 게 없었지만, 배우기 시작하면서 다양한 소리를 내는 여러 가지 악기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굉장히 즐겼던 것 같습니다. 오보에라는 악기를 했는데, 리드 자체가 하나의 악기이기 때문에 이것은 아마추어들이 잠깐 배워가지고 리드를 만들 수가 없어요. 얼마 전 후배들과 모이는 자리가 있었는데, 옛 생각이 나더라고요. 30년 된 악기를 고쳤는데, 생활이 고달프다 보니까 연습을 잘 못하게 되네요.
그림은 세종병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많이 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전 이사장님께서 그림에 관심이 많으셔가지고 아주 큰 대작을 사시는 건 아니지만 보고 기분 좋은 그림들, 에너지가 나는 그림들을 사서 모으셨고, 저는 아닌데 보면 기분 좋거나 기운이 나는 그림들이 많아요. 여기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에도 곳곳에 보면 그림이 많아요.
Q. 함께 모여 화음을 만들어내는 오케스트라의 매력은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느낄 수 없지요. 경험을 바탕으로 의료인으로서 문화인으로서 진정한 힐링의 공간을 만들고 운영해나가고 계신 것 같습니다.
A. 제가 예술을 잘하는 사람이라면 직접 찾아가서 하겠지만 그것을 직접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많은 사례들에서 어려운 환경에 있는 아이들이 예술을 통해 비뚤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순화시킬 수 있는, 사회에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바꾸어주는 사례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미술을 하는 사람들이었을 수도 있고, 오케스트라를 같이 해서 그 아이들이 제자리로 다시 돌아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예술 나눔이라는 것도 첫 소개는 들려주고 보여주는 수준이겠지만, 그런 데에서 자극을 받은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사회에 각박한 상황…(요즘 사회가 무섭잖아요) 그러한 것들을 순화시킬 수 있는 매개가 되지 않을까. 예술이라는 것이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Q. 국제도시 인천의 비전을 보고, 세종병원이 올해 계양구에 분원이자 종합병원을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지역과 함께하는 세종병원의, 또 이사장님의 향후 비전, 계획이 궁금합니다.
A. 올해 세종병원에 있어 굉장히 의미 있는 해입니다. 혜원의료재단, 세종병원,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혜원은 할아버님의 호입니다. 할아버님께서도 산부인과 의사셨고, 아버님은 흉부외과 의사셨고, 저는 심장내과 의사입니다. 올해는 조고(祖考) 탄생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기도 하고, 또 세종병원 개원 35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고 메디플렉스 개원한 첫 해라는 세 가지 측면이 모두 의미 있는 해로 기념전시회를 기획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세종병원 역사에서 중요한 것이 새로운 의학 기술에 대한 도전 그리고 교육, 이러한 것들이었거든요. 저희가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개발 역사 중 하나는 인공심장 자체 개발이었습니다. 중소병원에서 인공심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인데 열정 많은 의사들이 모여서 만들었던 그런 역사, 교육을 위해서 매년 학회를 지원해서 심장부검 관련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 등이 자랑스러운 역사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것들을 박물관의 형태 또는 전시의 형태로 구성해 상시로 개방하고, 여러 사람들이 와서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만들어나갈 예정입니다. ‘역사’를 중심으로 조금씩 변경해가면서 최종적으로는 심장박물관을 건립하여 아이들이 와서 심장에 대해 이해하고 또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자기 병을 이해할 수 있는 공간, 의료를 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지식을 배울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저희 병원이 2009년에 2020비전을 세운 이후 이제 좋은 시설을 확보했으니,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곳에서 다양한 지역사회의 구성원들과 서로 윈윈 효과를 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날도 메디플렉스 세종병원 로비에서부터 여성합창단의 아름다운 합창화음이 들려왔습니다. 병을 고치기 위한 공간이 너머 지역 사회의 모두가 건강을 예방하고 힐링할 수 있는 허브로 자리 잡고자 하는 새로운 병원의 모습은 매우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우리 사회의 나눔, 그리고 기부는 단순히 남을 도와주는 것이 아닌 나와 남, 우리 모두가 건강해지는 또 하나의 방법임을 깨닫는 하루였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시간 내주신 메디플렉스 세종병원의 박진식 이사장님께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인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찾습니다.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 아트레인은 인천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개인 혹은 법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기업 후원의 경우, 기업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문화예술로 함께 만들어드립니다.
아트레인 참여 문의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032-455-7114, artrain@ifac.or.kr
인터뷰 정리 / 인천문화재단 유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