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서영

장서영은 텍스트를 이용한 영상, 이 영상과 연결되는 입체 작품을 통해 ‘존재감’에 대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작가는 주로 사회 구조 안에서 ‘(존재하지만) 없는 것처럼 취급되는 것’ ‘비가시적이기에 무효화되는 것’들의 존재 형태와 형식에 주목한다. 고유한 실체와는 무관하게 외부 조건에 의해서 존재의 양과 형태가 다르게 측정되고, 있음과 없음 사이에서 애매하게 진동하는 주체들을 다룬다. 그녀의 작품은 ‘있음을 없으므로’, 또 ‘없음은 있음’으로 전환시키며 사회적 인식과 인정, 사회적 가시성과 관계한다. 입주 기간에는 예술가의 작품 생산의 의미를 사회 안에서의 생산성이라는 개념과 연결지어 탐구해보고자 한다. 노동하지 않는, 따라서 사회에서 비가시적인 신체에 대한 탐구가 주를 이룬다. 사회의 구성요소이지만 ‘건강하고 생산적인’ 사회를 구성하지는 않는, 있지만 없는 신체가 간신히 존재하는 형식과 형태에 대해 작업하고 있다.

Circle, 싱글채널영상, 8분, 2017

Keep Calm and Wait, 싱글채널영상, 루프, 2017

Until Your Name is Called, 싱글채널영상, 26분 23초, 2017

블랙홀바디, 영상설치, 혼합매체, 가변크기(영상10분), 2016

이름없는병, 2채널영상, 루프, 2016

통증이 발현되는 순간 신체는 감각의 폐쇄회로 같은 것이 된다. 바깥 세계의 일들은 차단되고 오로지 신체 내의 통증만이 말을 걸어온다. 하지만 통증의 언어는 개인의 신체 안에서만 유효한 것이라서 신체 밖으로 말해질 수 없고 타인과 나눠질 수도 없다. 온갖 매체를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전달될 수 있는 영역이 점차 넓어지고(얇아지기도 하고) 있지만 통증/고통/아픔/병 만큼은 공유되거나 전달될 수 없는 폐쇄적인 성질을 그대로 유지한다. 이 영상은 육체로부터 탈출하는 ‘나’의 이야기다. 텍스트가 써지고 지워지면서 병든 몸에 갇힌 ‘나’의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영상 안에서 육체는 입고 벗을 수 있는 의상으로 표현된다. 이 의상들은 ‘나’를 구속함과 동시에 특정 모양의 행위를 유도한다. (장서영 작가노트 중)

납작한 세계의 구체, 영상설치, 가변크기(영상5분), 2016

레아는 누구인가?, 싱글채널영상, 3분30초, 2015

영원히 반복해서 익사하는 곰 이야기, 싱글채널영상_16분, 2013

북극곰 역할을 맡은 배우가 병풍 뒤에서 걸어 나와 어떻게 자신이 매번의 삶에서 익사하게 되었는지를 이야기한다. 각각의 삶에는 그가 알지 못하지만 그런데도 불구하고 준수했어야 하는 어떤 규칙들이 있었다. 그는 주어진 기준을 만족하게 하지 못했고 그 벌로써 매번 익사했다. 배우가 대사를 틀리거나 특정 규칙을 위반하면 경고음이 울리고, 배우는 이야기 속의 북극곰과 마찬가지로 상징적인 죽음을 맞이한다. 배우는 벌로써 모든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 한다. (장서영 작가노트 중)

 

작가노트

스스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 조건에 의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불안하고 애매한 것들에 관심이 있다. 분명히 존재하지만 인정받지 못해서 없는 취급 받는 것들, 바깥으로부터의 인식 없이는 끝없이 비가시적인 것들, 그런 것들이 존재하는 방식과 형태를 영상과 입체로 만든다. 텍스트, 나레이션, 움직이는 신체(의 특정 동작), 규칙과 조건 등이 작업 재료로 주로 쓰인다. 최근 작업은 사회에서 비가시적인 신체와, 그 신체가 속한 시간에 대한 것이었다. 생산 라인에 서지 못하는 신체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 기다림으로 소비하는 시간, 시간 바깥의 시간, 어떤 것이 끝나고 나서 다음 시작이 일어나기 전까지의 비어있는 시간을 원, 나선, 거울, 모니터 표면, 버퍼링, 병풍 등의 요소로 표현하였다. 특정 목적에 사용되지 않는 나머지 시간에 대해서 더 작업해보고자 한다. 나는 양감을 가진 것보다는 그것의 나머지 영역, 혹은 구멍 같은 것에 더 관심이 있다. 있다고 말하기도 그렇다고 없다기도 말하기도 모호한 상태를 포착해서 잘 표현하는 것이 작업의 목표 가운데 하나다.

작가정보 자세히 보기

[8기 장서영 개인전]
《블랙홀 바디 Black Hole Body》
– 전시장소 : CR Colle-ctive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로120 일심빌딩 2층)
– 전시기간 : 2017.09.05(화) – 10.12(목)
– 관람시간 : 12:00 – 18:00 / 일,월요일, 10.03(화) – 10.06(금) 휴관
-자세한 전시 정보 : 자세히 보러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