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을 사랑하고 인천을 기억하는, 와카이 슈지 한국닛켄(주) 대표
인천문화재단은 2015년부터 문화예술 기부캠페인 ‘아트레인’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인천문화통신 3.0에서는 인천의 문화와 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기부자인 아트레인의 탑승자들을 차례로 만나보고자 합니다.
이번호는 그 중에서도 좀 더 특별한 기부자와 만나보았습니다. 아트레인 최초의 외국인 기부자이자, 인천 시민 그 누구보다도 인천을 사랑한다고 자부하는 한국닛켄(주)의 와카이 슈지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인천 남동공단에 자리한 한국닛켄은 자동차 부품 제조에 필요한 금속 절삭 공구 전문업체로 30년 동안 인천에서 성장한 중견기업입니다. 대표적인 한일 기술협력 우수기업 한국닛켄은 올해 글로벌 선도기업 10곳에 선정되기도 한 저력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현대사의 흐름과 인천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는 와카이 슈지 대표님과의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Q. 한국닛켄(주)은 동구 만석동에서 시작해 지금의 남동공단에 이전하기까지 인천에서 성장한 기업입니다. 기업의 역사가 어느 덧 30년이 되었는데 사업을 시작한 초반의 기억을 듣고 싶습니다.
A. 제가 일본 닛켄의 해외 파견으로 한국을 처음 방문한 때가 74년도였습니다. 그리고 1987년에 만석동에 터를 잡고 한국닛켄이라는 별도 법인으로 경영을 시작하게 되었죠. 막 시작했던 그 당시에는 인천역 부근에 동아제분, 동일방직 정도가 있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만석동에 터를 잡았던 그 때는 주변에 아파트도 없었고, 지금의 만석비치타운 건물 앞엔 작은 개천도 있었어요. 그 곳에서 20년간 사업을 운영했고, 2007년에 현재의 남동공단 부지로 이전했습니다. 87년에 만난 만석동은 다른 곳에 비해 특히나 오래된 지역이었어요. 공장도 많지 않았고요.
Q. 경영자로써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당시 특별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경영 철학은 무엇이었나요?
A. 저는 한국닛켄이 만석동 부지에 터를 잡으면 ‘이 회사가 동네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적어도 회사가 있음으로 인해 지역 주민들의 고용 창출부터 가능하니까요. 아무래도 기계를 가동하는 공장이기에 기름을 사용하거나 공해, 소음 등을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사용한 오폐수나 기름이 단 한 방울도 외부로 유출되거나, 공해나 소음으로 지역 주민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철칙으로 회사를 운영했습니다. 반드시 우리의 회사가 지역에 도움이 되고, 회사와 지역이 함께 발전해야 한다는 원칙으로 20년을 동구와 함께 해왔던 것 같습니다. 당시에 만석 파출소, 만석초등학교와 매우 가깝게 지내왔어요. 시간이 지나면서 ‘만석동이라는 동네에서 회사를 받아주는구나’라는 것을 조금씩 느끼게 되었고, 이에 대한 고마움으로 여러 방면 지역에 도움이 되는 환원을 하고자 애썼던 것 같습니다.
Q. 인천은 제2의 고향이라는 말씀을 많이 들었습니다. 인천의 여러 지역 중 특별히 사랑하거나 아끼는 지역은 어디신가요?
A. 80년대부터 강화도를 참 좋아해서 자주 다녔어요. 자연이 그대로 있고, 역사적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지역이라고 생각해요. 특히 강화도 끝까지 가야 만나는 교동도를 가장 좋아합니다. 예전에는 초지대교도 없이 강화대교를 통해서 들어갔고, 교동도는 배를 타고 들어갔죠. 교동도는 북녘과 가까운 지역이다보니, 남북 분단 이후 농지 정리를 매우 잘해놨어요. 지하수 시설도 잘되어 있어서 아무리 가뭄이 와도 농지가 마를 날이 없어요. 1988년도 이후부터는 사람도 많아지고 가는 길목도 매우 막혀서 예전보다는 가는 경우가 드물지만, 참 좋아하는 곳입니다. 그리고 강화도만큼 아끼는 지역은 당연히 만석동이죠. 동인천, 신포동이 따라올 수 없는 오래된 느낌을 그대로 지닌 공간이에요. 아직도 가끔은 그 동네를 걸으며 옛 자취를 바라보곤 합니다. 인천의 역사에 관심이 많았어요. 덕분에 인천의 근현대 발전사나 역사적인 자료를 많이 찾아 봐왔고, 간직하고 있습니다.
Q.단순히 비교를 해 봐도 당시와 지금의 모습은 참 많이 변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표님이 체감하시는 한국 혹은 인천의 변화된 모습은 또 다른 의미일 것 같은데요.
A. 7~80년대에 비해 지금은 인천이나 한국 전체가 많이 발전했어요. 그런데 우리 한국의 현재 모습에서 아쉬운 점이 한 가지가 있습니다. 사회가 급격하게 발전하면서 주변을 돌아보고 나 혼자가 아닌 함께 산다는 의미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 혼자만 성장하는 것 보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나누고 배려해야 하는데, 고속성장의 그늘인건지 함께 사는 사회의 밸런스가 깨지는 것처럼 느껴져서 안타깝습니다. 세상을 살아간다는 것은 남과 함께 산다는 것이고, 함께 살기 위해서는 나의 이기심을 조금은 내려놓고 타인을 배려하거나 공감할 줄 알아야 하는데 이 부분이 예전보다 줄어든 것 같아요.
Q. 사실 대표님은 인천문화재단 외에도 한국 사회의 여러 분야에 기부를 하고 계십니다. 와카이 슈지 대표님께서 가지고 계신 기부철학은 무엇인가요?
A. 특별히 철학이나 신념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단지 기부란, 온전히 그 사람의 성의이고, 이 성의가 좋은 뜻에 올바르게 쓰이면 된다고 봐요. 그리고 무언가를 바라거나 기대하는 바 없이 마음이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것, 그게 기부문화인거죠. 기부를 하고 굳이 감출 필요는 없지만, 그냥 자연스럽게 하면 좋은 게 아닐까 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제가 인연을 맺은 게 올해로 벌써 44년이 되었어요.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렇습니다. 만약 그 때, 내가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 갔었더라면, 한국을 그때 몰랐어도, 지금처럼 행복하고 즐겁게 살 수 있을까라고 혼자 질문을 해 봐요. 하지만 아무리 스스로 되물어도 그 질문에는 자신이 없네요. 한국이 없었다면, 지금의 제가 없었을 테니까요. 인생을 돌아보며 느낀 것을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대한민국아, 고맙다.’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만큼 이 곳은 제게 소중한 곳이고, 그렇기에 마음으로 기부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 같아요.
Q. 대표님께서는 문화와 예술 분야에 다양한 취미활동과 관심을 갖고 계시죠?
A. 기본적으로 예술이라는 장르에 많은 관심이 있어요. 클래식 공연도 좋아하고, 사진, 회화, 도예 등 다양한 분야를 즐기며 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한국의 도자기에 관심이 많죠. 가만히 생각해보면 예술이란 ‘창조’적이잖아요. 이게 전문적인 범위에서 보자면 제조업과 같아요. 장인정신이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제조업으로 평생 외길을 걸어온 사람입니다. 제조업과 도자기만 놓고 보아도 이 둘은 모두 ‘창조’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도자기는 가마에 100개를 구워도 50% 도 안되는 작품만이 살아남습니다. 제조업도 비슷합니다. 불량률을 줄여야 하는 것, 0.01%의 불량도 없어야 하는 그 맥락에서 본다면 예술 행위나 이 작품들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있어요. 그래서 더 예술분야에 관심이 가고 찾게 되는 것 같아요. 창조라는 공통점, 예술 작품 그 자체도 좋지만 그 안에 담긴 작가의 노력이 보이는 것 같아서 관심이 많습니다.
Q. 지난해부터 아트레인에 함께 해 주고 계십니다. 문화예술을 후원하는 아트레인 기부금이 어떻게 쓰였으면 하시나요?
A. 제가 행정이나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사용처나 활용 방법은 전문가 여러분들의 판단에 전적으로 믿고 맡기니 특별한 의견은 없습니다. 인천광역시의 재정이 어려운 상황에 문화예술 분야에 보다 많은 기부금이 모이고, 이를 통해 더욱 많은 일들을 펼칠 수 있기를 희망해요. 작게나마 생각을 해 본다면 아트레인을 통해 모여진 기부금은 지금처럼 지역의 훌륭한 예술인을 성장시키고,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뜻 깊은 일에 계속해서 쓰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예술인들도 그 당시 그들에게 작품을 창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이들이 있었기에 훌륭한 예술이 탄생할 수 있었던 거라 생각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창작활동에 힘겹게 싸우고 있는 예술인들을 위한 좋은 밑거름이 되길 바랍니다. 인천문화재단의 아트레인이 보다 성장하고 많은 기업과 시민들이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함께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기업과 CEO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철학과 인천에 대한 남다른 애정으로 40여년의 이야기를 풀어주신 와카이 슈지 대표님께 이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글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주현수
인천 문화예술을 사랑하고 지지하는 아트레인의 탑승자를 찾습니다.
인천문화재단 문화예술 기부 캠페인 아트레인은 인천 시민 모두에게 열려있습니다. 개인 혹은 법인 누구나 참여가 가능하며, 기업 후원의 경우, 기업의 경영철학과 사회적 책임 실현을 위한 사회공헌 사업을 문화예술로 함께 만들어드립니다.
아트레인 참여 문의 : 인천문화재단 기획홍보팀 032-455-7114, artrain@ifa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