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생활문화예술의 플랫폼, 광역생활문화센터
문화예술은 더 이상 관람 대상이 아니라 행위의 주체가 됨으로써 삶을 풍요롭고 윤택하게 하는 핵심 요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합 기능의 공공시설에서 운영되는 생활문화 활동은 공간적 제약과 전문 문화예술인과의 연계 미흡은 물론 체계적인 정책 지원도 못 받아, 그동안 시민들의 생활문화에 대한 다양한 욕구가 충족되고 있지 못하는 현실이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2014년 정부는 문화융성 및 생활 속 문화 확산 국정과제에 의한 문화예술진흥법 3조의 생활문화 권장과 지역문화진흥법 8조의 생활문화시설 확충 및 지원 근거를 마련했고, 인천광역시도 생활문화지원 조례를 제정해 2018년까지 5개년 사업을 시행 중에 있다.
2014년, 인천아트플랫폼이 광역생활문화센터로 지정된 이후 인천의 행보도 활발하다. 동구 솔마루 생활문화센터와 남구 학산소극장 생활문화센터에 11억원, 2016년에는 중구 개항장 생활문화센터와 동구 송림동 생활문화센터, 연수구 청학지하보도 생활문화센터, 부평구 아트하우스 생활문화센터에 각 11억원의 예산이 지원 중이고, 2017년에는 옹진군 북도면 생활문화센터와 자월면 생활문화센터 등이 추진될 예정이다.
시민들의 생활문화 활동지원을 위한 공간 확보와 프로그램 지원은 긍정적이지만, 생활문화센터가 단순히 생활문화 공간이 부족한 지역의 공간 확보와 확보된 공간의 프로그램 운영에만 만족한다면 이는 생활문화센터 설립과 운영 취지에 일부만 충족할 뿐이다. 생활문화센터는 시민들의 다양한 생활문화 활동을 지원하고 다양한 활동을 위한 다양한 공간과 전문 문화예술 역량과 연계시켜주는 플랫폼 기능을 우선해야 한다. 특히, 광역생활문화센터는 현재 추진 중인 특정지역 주민의 생활문화 활동 공간과 프로그램 제공 기능과 역할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다음의 내용으로 전면 전환해야 할 것이다.
첫째, 인천 지역의 공공과 민간 등의 다양한 공간을 생활문화 활동 공간으로 활용하기 위한 조사와 조사된 공간을 시민과 단체 등의 활동 장소로 활용될 수 있도록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방안 모색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인천의 한 예술인이 서울의 한 웨딩홀에서 전시회를 연다고 해서 방문했다가 웨딩홀의 건축디자인과 내부 공간 활용에서 신선함을 느끼고, 웨딩 사업가인 대표는 공유 경제 예찬론을 들으면서는 놀랍기까지 했다. 공유도시 서울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는 서울시, ‘서울시 공유 촉진 조례’를 만들어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주고 있는 서울시의회, 미래지향적 사고로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젊은 기업인의 모습까지… 3박자가 맞아 떨어지는 서울이 부러울 따름이었다. 주말에만 이용되는 예식장을 평일에는 전시공간과 생활문화 활동 공간이 없는 시민들과 예술인들에게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고, 이를 처음부터 건축설계에 반영했다고 한다. 다행히 우리 인천에도 계양구에 심장병 전문병원을 건립하는 병원장이 병원 로비에 상설 전시공간을 만들어, 예술인들에게는 전시공간을 제공하고, 병원의 환자와 보호자 등에는 멋진 작품을 선보이는 계획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전문예술인만이 아니라 환자 또는 병원 관계자들의 생활문화 활동 공간으로도 활용되리라고 기대된다.
시민들의 생활문화 활동 욕구는 높아지고 다양해지고 있는데, 마땅히 연습할 장소나 활동 결과물을 함께 나누고 뽐내기 위한 공간은 얼마나 준비돼 있고, 얼마나 개방돼 있나 궁금해진다. 과연, 지역의 관공서, 학교, 체육시설, 공원 등 공공시설은 시민들의 생활 문화 공간으로 자신들의 공간을 제공하고 오픈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있다면 언제 어느 정도의 면적을 어떤 용도로 제공이 가능한지 등에 대해 어디서 정보를 구하고, 어디를 통해서 어떤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알 수 있을까? 이런 정보를 한눈에 찾아볼 수 있도록 광역 생활문화센터가 조사하고 정보를 구축하여 시민들이 활용케 해야 한다.
둘째로, 시민의 생활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분야별 전문 문화예술인들과 연계할 수 있도록, 인천지역의 다양한 전문 문화예술인과 단체들의 정보를 취합하고, 문화예술 및 문화예술 단체별로 프로그램 멘토 또는 협력 파트너로 시민의 생활문화 활동을 지원할 수 있도록 조사하고, 관련 정보를 구축하여 시민들과 동호회들이 필요시 연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천의 문화예술인들의 기본 현황과 멘토 또는 시민 생활문화 활동과 다양한 방식으로 연계와 협력을 희망하는 문화예술인들을 파악하여, 시민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해 인적 지원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어느 예술인이 언제 어느 분야의 전문성을 생활문화 지원을 위해 재능기부가 가능한지, 어느 예술인이 언제 어느 분야의 전문성을 어느 정도 교육비용으로 생활문화 활동 지원이 가능하지에 대한 조사와 정보화 구축, 그리고 운영이 필요하다.
끝으로, 생활문화센터는 시민의 생활문화 활동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을 비롯해, 점점 전문 예술인과 생활 예술인의 경계가 엷어지는 현대사회의 다양한 네트워크 구축의 장으로도 역할을 다해야 한다.
광역 생활문화센터와 지역별 생활문화센터는 본 설립 취지인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한 공간 정보 공유에서부터, 생활문화 활동 지원과 협력을 위한 전문 문화예술인에 대한 정보 공유와 프로그램 보급 지원, 끝으로 생활문화 활동 시민과 관련 동호회들의 정보 공유와 소통의 장으로 기능과 역할을 높여야 할 것이다. 시민과 동호회들의 생활문화 활동이 일반 시민에게 선보이고, 시민의 생활문화 활동 참여를 더욱 확대하는 계기를 만들어 생활 속에서 문화가 꽃피고 시민들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는 인천을 위해, 또 하나의 문화센터가 아닌 생활문화 활동을 풍부하게 하는 시민 생활문화 활동의 거점이자 플랫폼으로 업그레이드된 생활문화센터를 기대해 본다.
이한구 / 인천광역시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