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트라이볼시리즈 피아니스트 조희연 리싸이틀

트라이보울과 함께하는 일상 속 <작은 음악회>

매달 문화가 있는 날 2017 트라이볼시리즈 작은음악회로 이번 달 7월에는 어릴 적부터 음악에 두각을 나타내고 국내외 다양한 독주회를 통해 실력을 인정받은 피아니스트 조희연씨의 공연이 이루어졌다. 피아니스트 조희연씨는 13세에 코리안 심포니와의 협연을 통해 데뷔한 피아니스트로 서울예술고등학교를 거쳐 김영호 교수의 지도 아래 연세대학교 음악대학 기악과 및 대학원을 졸업한 후 도미, 피바디 음악원에서 전문 연주자 과정 및 최고 연주자 과정을 졸업, 이어 2016년 에는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음악을 통한 관객과의 소통을 우선으로 연주활동을 이어온 그녀는 New York Concert Artist & Associates가 주최한 Emerging Artist Recital Series를 통해 뉴욕 카네기 홀 데뷔와 워싱턴 케네디 센터 Terrace Theater 리싸이틀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여러 국제 무대에서 관객들과의 만남을 가져왔다. 이번 피아니스트 조희연씨의 공연은 인천문화재단의 김세진씨와 함께 공연할 곡을 관객들에게 설명해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된 첫 번째 곡은 프랑스의 작곡가 프랑수아 쿠프랭의 곡 <시테르섬의 종> 은 귀여운 종소리가 연상되는 밝고 경쾌한 곡이다. 작곡가 쿠프랭은 생소할 수도 있지만 바로크 음악에서는 바흐나 비발디와 함께 당대 최고의 음악가이자 특히 피아노의 전신이라고도 할 수 있는 쳄발로라는 악기로 유명하다. 쳄발로 또는 프랑스에서는 클라브생으로 불리는 이 악기는 모양은 그랜드피아노와 비슷하나 피아노는 현을 해머로 치지만 쳄발로는 무두질한 가죽 등의 발목이 재크를 건반의 뒤끝으로 밀어올려 현을 튕긴다. 쿠프랭은 이 클라브생을 위한 음악으로 약 240여 곡정도 많이 사용했다. 클라브생을 위한 곡을 피아노로 연주를 하게 되면서 클라브생에서 연주될 때와는 많은 다른점들이 생기는데 해머가 현을 때려서 소리를 내는 피아노와는 달리, 클라브생은 현을 뜯어내는 소리를 내는 형태로 연주되어 경쾌하면서 명확한 특유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 또 건반이 2단으로 된 악기를 위해 작곡된 곡이기 때문에 피아노로 옮겨졌을 때는 다소 불편한 부분도 있을 수 있다. 대신 하프시코드에서는 기대할 수 없는 섬세한 셈여림이나 크레센도 디미뉴엔도 같은 음향 효과들은 피아노를 통해서는 조금 더 효과적으로 사용이 될 수 있다.

두 번째로 연주된 곡은 우리에게 익숙한 낭만주의의 대표적 작곡가 슈만의 곡 <밤에>이다. 그의 음악은 가곡도 그렇지만 피아노 레퍼토리에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음악사적으로 의미가 큰 작곡가이다. 연주된 환상 소곡집은 총 8곡으로 이루어져 있는 작품으로 그가 좋아했던 독일의 후기 낭만주의 작가 ETA 호프만의 ‘칼로의 수법에 의한 환상소품집’이라는 단편집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알려져있다. 환상소곡집은 8개 각각의 곡에 붙은 주제들에는 제목이 붙여져있는데 첫 번째 부터, <석양>, <비상>, <왜?>, <변덕스러움>, <밤에>, <우화>, <꿈의 얽힘>, <노래의 종말> 이있다. 그 중 연주되었던 5번째 곡 ‘밤에’라는 곡은 슈만의 음악 안에는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로 대표되는 두 자아가 극명하게 드러난 곡이다. 슈만의 음악에서 플로레스탄은 슈만의 외향적이고 열정적인 성향을 대변하고 오이제비우스는 반대로 내향적이고 사색적, 몽상적인 성향을 대변한다. 이런 두 가지 자아의 목소리가 담긴 다섯 번째 곡 <밤에>는 그리스 신화중에 <헤로과 레안더>라는 그리스 신화를 떠올리게 한다고 하는데, 슈만이 1838년 클라라에게 보낸 편지 내용 중에 이 곡이 언급된 부분이 있다.

이 곡을 쓰고 나서 ‘헤로(Hero)와 레안더(Leander)’의 이야기를 찾아내어 나는 무척 기뻤습니다. 레안더는 매일 밤 바다를 헤엄쳐 사랑하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는 등대까지 가곤 했지요. 그의 애인 헤로는 항상 횃불을 들고 기다렸고요. 얼마나 아름답고 낭만적인 전설입니까! 나는 <밤에>를 연주할 때마다 방금 이야기 한 영상이 떠오르지요. 먼저 그가 바다에 뛰어들고, 그녀가 부르면 그가 대답하고, 그가 먼저 뭍에 오르고, 그리고 달콤한 포옹과 노래, 곧 아쉬운 이별, 이윽고 모든 것을 밤이 어둠으로 감싸고….. 당신과 나 사이에도 이 이야기가 어울린다고 생각지 않소?”

슈만은 클라라와의 사랑에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기 때문에 아마 이 신화의 내용이 슈만에게 더 와 닿았을 것 같다. 슈만의 말대로 곡의 시작은 어두운 밤에 거친 바다를 헤엄치는 레안더가 연상이 되고, 중간에는 두 사람이 만나 노래를 하는데 이 부분을 플로레스탄과 오이제비우스의 성향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오이제비우스의 목소리이다. 들끓었던 플로레스탄의 자의식이 어느정도 소강이 되고 차분하면서도 낭만적이고 몽상적인 멜로디가 나오고. 그런데 다시금 아쉬운 이별을 하고, 어두운 밤, 몰아치는 파도 이런 것들이 다시 플로레스탄의 성격으로 묘사가 된다.

쿠프랭과 슈만의 곡에 뒤이은 공연의 2부의 주제는 ‘스페인’으로 드뷔시의 프렐류드 2곡이다. 이 두 곡 모두 스페인이라고 표현되는 열정적인 음률과 기타 소리를 모방한 것 같은 테크닉들이 인상적이다. 그 중 특히 첫 번째 곡, 직역을 하자면, <방해받은 세레나데> 이 곡 같은 경우는 악보에 quasi guitarra 기타를 연주하듯 이라는 지시어가 써있기도 한다. 이 음악에는 묘사된 이야기가 있는데 스페인 어느 작은 마을에 한 남자가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마음을 표현하고 싶어서 세레나데를 준비했지만 노래를 하는 내내 무언가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 남자의 성격이 대범하고 자신만만하지 않아 기타줄을 고르고, 그녀를 위한 연주를 시작하는데에도 한참이 걸린다. 간신히 노래를 시작하나 했는데, 어디선가 와장창 깨지는 소음 같은 것에도 방해를 받고 또 조금 노래를 하나 했는데 다른 노래가 불쑥 끼어든다. 맨 마지막에는 다시 한번 제대로 시작해볼까 하고 다시 기타줄을 고르는데, 그마저도 손을 삐걱해서 그만 화를 불쑥 내고 그만 둬버리는 스토리가 그려진다. 이런 방해요소들이 전반적으로 곡에서 드러나며 관객에게 흥미를 유발하는 곡이다.

다음 연주된 곡은 <와인 게이트>라는 제목이 붙어있는 곡으로 드뷔시가 스페인을 대표하는 작곡가중 한명인 파야에게서 받은 엽서에 그려진 문에서 영감을 받아 작곡되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와인 게이트는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라는 지방에 그라나다, 그 중에서도 알함브라라는 곳에 있는 무어인 (아랍계 이슬람교도)들의 궁전으로 통하는 문중에 하나의 이름이다. 그래서 그런지 약간의 아랍풍의 멜로디가 들리기도 한다. 스페인은 과거 수많은 민족의 침입을 받았는데 그중에 하나가 이 아랍계 민족인 만큼 굉장히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래서 이국적인 선율이나 조성들이 스페인 전통 음악에 많이 포함이 된다. 우리가 스페인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이 하바네라 춤곡인데 이 곡은 하바네라 리듬이 전반적으로 주축이 되어서 반주를 이룬다. 이런 스페인 요소를 바탕으로 하되, 색채나 이미지를 그려내는데 탁월한 드뷔시답게, 음향이나 톤의 강렬한 대조를 통해서 드뷔시가 받은 영감을 그려내고 있다.

이번 연주의 마지막 곡의 작곡가는 이사크 알베니즈로 스페인 음악을 국제적인 위치까지 끌어올린 음악가이다. 그는 1900년대 초반에 자국의 민족선율들을 요소요소에 첨부해 그 색깔을 드러내어 민족의 정기를 예술 속에 심어준 작곡가이다. 마지막 곡은 알베니즈가 작곡한 이베리아 모음곡 중 제 2권으로 <론데냐>, <알메리아>, 그리고 <트리아나>, 이 세곡 모두 그 안에 플라맹코를 포함한 안달루시아 지방 전통 음악 특유의 리듬이나 연주 악기 느낌, 혹은 선율 스타일 같은 특징들이 다 잘 나타나있다. <트리아나>는 플라멩코의 특징이 뚜렷하게 들리는데 이런 까닭은 트리아나는 세비야 지방에 집시들의 거주지였다. 그래서 주제 선율이 즉흥적이기고 화려하게 반주가 변주되는데 그 메인 선율이 바로 플라멩코 리듬에서 유래된 리듬이다. 우리가 스페인 하면 플라멩코 춤만큼이나 바로 떠오르는게 투우일텐데, 트리아나의 집시들 중에 투우사가 된 사람이 많았다고 한다. 곡에는 투우장의 행진에 사용된 파소 도블레라는 음악의 영향이 들리기도 하고 또 투우사가 발을 구르는 모습이 연상되는 플라멩코 리듬 음형도 들리기도 하는 등의 플라멩코의 특징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곡이다.

이번 피아니스트 조희연씨의 연주회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로 진행되어 관객들과의 소통을 이끌어내고 쉽고 재미있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왔다. 또한 중간 중간 설명되었던 곡에 대한 숨겨진 이야기들은 관객들의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도울 수 있었던 진행방식이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트라이보울에서 매달 문화가 있는 날 열리는 <작은 음악회>는 다음 8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씨의 연주회가 진행된다. 가족과 친구들과 함께 트라이보울에서 진행되는 연주회를 들으며 한 달을 마무리하면 좋을 것 같다. 

 

글/ 인천문화통신3.0 시민기자 최승주
사진/ 인천문화통신 3.0 시민기자 민경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