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형 생활문화센터, 새로운 출발을 기대하며

들어가며…
지역문화진흥법 제정 이후, 본격화된 생활문화 진흥의 주요 정책 사업을 생활문화센터 조성/운영활성화 지원사업이라 봐도 무방하겠다. 2014년 34개, 이듬해 36개, 2016년 5월 현재, 총 180여개가 지정, 조성, 운영 중이다. 규모의 확대가 흡사 ‘토요문화학교’ 급이다. 운영 조직도 강화되었는데, 기존 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에서 2016년 5월 전담운영기관인 생활문화진흥원이 설립되었다. 속칭 ‘드라이브’가 걸린 현 정부의 생활문화 주력사업인 셈이다. 인천에는 총 10개의 생활문화센터가 지정되었고, 얼마 전 남구의 ‘학산생활문화센터 마당’이 개관해 운영 중이다. 인천문화재단(이하 재단) 생활문화센터 개관 과정과 의미를 몇 가지 키워드로 살펴본다.

01

 

 

 

 


지정에서 개관까지

재단이 위탁운영 중인 인천아트플랫폼 두 개동(A동, H동)은 지난 2015년 8월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로부터 거점형 생활문화센터로 지정되었다. 문체부의 안내서에 따르면 거점형은‘생활권형 기능을 기본으로 하며, 생활문화 활성화를 위한 네트워크 허브기능 및 정보제공, 컨설팅 지원 등 멀티 플랫폼 역할 수행’으로 확인할 수 있다. 통상 생활권형은 동, 면을 범위로 한다. 지정 이후 공간 리모델링 공사와 함께 시민워크숍, 비전선포식 등 사전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다. 지난 3월 생활문화센터 개관준비계획에 따라, 시민준비위원회가 구성되어 총 13인의 시민들이 정책, 공간/조직, 프로그램, 네트워크 등 4개 분과로 위원회에 참여했다. 올 4월부터 인천생활문화센터는 시범운영을 통해 여러 운영 사항들을 점검하였고 곧 개관을 앞두고 있다. A동은 공연, 미술 등 장르 특성이 반영된 공간, H동은 인문학, 자료실, 북카페 등의 방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02
생활문화 그리고 IFAC
지역문화진흥법(1)은 생활문화를 ‘지역의 주민이 문화적 욕구 충족을 위하여 자발적이거나 일상적으로 참여하여 행하는 유형ㆍ무형의 문화적 활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재단 출범 초기 생활예술(문화)는 문화예술지원사업의 일부에 불과했다. 하지만 2015년을 기준으로 광의의 생활문화인 시민문화활동, 문화예술교육, 소외층 대상 문화복지 등은 재단 전체 사업예산의 70%(2)를 차지, 그 위상이 크게 달라졌다. 이미 생활문화는 문화정책의 화두이자 문화기본권의 상징과 같이 되었다. 재단은 사업구조 상 전문예술인(단체) 지원기관이라기 보다 오히려 시민 문화활동을 지원하는 생활문화 진흥기관에 더 가까워지고 있다. ‘운영비가 담보되지 않은 리모델링 사업’이라는 비아냥은 차치하고 지역, 특히 재단의 관점에서 생활문화센터 개관은 생활문화 활동의 물리적 교두보로써, 생활문화(시민 문화활동)의 진흥, 지원체계 정비의 분기로써 그 의미가 크다. 재단은 이미 조직을 신설(생활문화팀)하였고, 시민문활동지원, 문화공동체, 인천왈츠, 무지개다리사업 등을 포괄하여 생활문화센터와 적극적으로 연계하는 생활문화 진흥 구조, 체계를 준비 중에 있다. 나아가 문화예술교육, 문화복지(선택적) 영역의 연계 역시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이는 생활문화의 큰 틀을 완성한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예컨대, 경북 성주의 경우 문화예술교육, 통합문화이용권, 생활문화(센터) 등이 결합된 운영 사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1) 지역문화진흥법 2조 2항 / (2)2015 인천문화재단 연차보고서 35p.

03
민간위탁 그 너머

생활문화센터의 운영방식은 크게 직영(지자체), 민간위탁(문화재단, 문화원, 문화단체, 기타 등), 주민자율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지역에 따라 편차는 있으나 도시형 센터들은 주로 직영 내지 민간위탁이, 도시 외 유형에서는 주민자율(일부 직영-주민자율 병행)이 비중있게 관찰되고 있다. 주민자율형은 대부분 생활권형(면, 동 등)에서 두드러진다. 이 역시 여러 유형과 사례가 있겠으나, 기본적으로 자발적 참여와 시민 중심 운영을 표방하는 생활문화센터 운영취지가 충실히 반영된 사례일 터다. 하지만 이는 생활문화센터의 한계이기도 하다. 지역범위나 공동체가 일정 규모를 넘어설 경우, 앞선 취지를 구현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진다. 이에,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운영방식의 세부 조정 및 모델설정을 다시 검토해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인천의 경우, 이미 문화예술 현장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한 주민(시민) 자율형 생활문화 거점 운영사례가 보여지고 있다. 민간자율 운영방식이 행정과 적절히 결합, 보완적 협력을 이룬다면, 민간위탁 그 너머의 새로운 운영 모델로써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04거점형 생활문화센터 그리고 생활문화지원센터
인천에는 현재 3개의 거점센터가 존재한다. 거점형 생활문화센터는 문체부의 지침 상, 기초단위(군구)로 운영범위를 한정하고 있는데, 이는 생활밀착형 시설이 일정 범위(읍면동) 내에서 의미가 있다는 것과 맞닿아있다. 현 사업구조상 광역시도 단위의 거점 생활문화센터는 명확지 않은 셈이다. 하지만 지역 문화진흥의 관점에서 생활문화의 정책방향을 설정하고, 각 센터의 활동을 지원하고 매개하는 등의 역할을 수행하는 광역단위 지원센터를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이미 인천은 생활문화지원조례가 제정되어 있고‘생활문화지원센터’의 역할(3)을 설정해놓고 있다. 단, 군구별 센터와의 관계 고려, 민간 활동 주체들과의 협력 등을 전제로 해야 한다. 재단의 문화예술 진흥 정책과 민간의 자율성, 노하우 등이 결합된다면 새로운 생활문화의 민관협력 모델로써 의미가 크다. 특히 향후 센터지정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바, 생활문화센터의 운영(조직, 프로그램, 기타 등)을 지원할 민간 기구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하겠다
(3) 인천광역시 생활문화지원조례 2~3장

나가며
문체부가 추진하는 생활문화센터 조성운영 사업의 보완 또한 시급하다. 그간 시설 조성 중심의 실패사례를 반복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조성 후 운영 안정화(예산, 조직 등)는 커다란 숙제다. 정부 주도의 정책사업이 이러한 몇 가지 한계들로 지역 연착륙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이는 결국 중앙정부의 마중물 사업을 지역이 어떻게 소화하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인천은 생활문화와 관련한 다양한 자원과 역량들이 확인되는 곳이다. 문화자치의 관점에서 인천의 생활문화를 인천에 알맞게 안착시키기 위한 민-관의 협력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인천의 생활문화센터 지정과 운영을 계기로 이러한 논의와 협력이 활성화 되기를 기대해본다.

 

기획글 우상훈 인천문화재단 생활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