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스케 쿠로다 (黒田大祐)

분꽃나무에 대하여
가변설치, 전기선풍기, 조화, 영상, 2016

바람
가변설치, 전기선풍기, 나무, 복합매체, 2011

동풍(東風)
가변설치, 전기선풍기, 나무, 2014

다이스케 쿠로다는 교토에서 출생하여 일본 히로시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설치미술 및 미디어아트 작가이다. 그는 요코하마의 뱅크아트1929와 인천아트플랫폼이 맺은 협약에 따라 국제교류 프로그램의 입주작가로 선정되어 2017년 6월부터 8월까지 인천에 머문다.

“코노우라의 오오지지 신사 사총*에 자생하고 있는 분꽃나무는 형태상 특이하지만, 그 이유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새의 종자 산포로 인해 1회성으로 퍼진 것인지 아니면 과거 연속분포의 흔적으로 자연적 혹은 인위적인 식생변화로 인해 특정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것인지. 하지만 흥미로운 사실임은 분명하다.”
*사총: 일본 신사에서 신전과 신사 경내를 둘러싼 숲
카타모토 츠요시, 「쇼도시마의 분꽃나무에 대하여」(가가와 생물학회, 1979) 중 발췌

위 논문에서 설명하고 있는 분꽃나무는 한국 남부 지방과 일본 규슈의 쓰시마, 주·시코쿠, 세토 내해 주변의 한정된 지역에서 자생한다. 작가는 분꽃나무의 특이한 분포 지역에 착안하여 2016년 쓰시마섬과 경상도 지방 일대에서 현장 답사를 통한 연구를 진행하였다. <분꽃나무에 대하여>는 그러한 분꽃나무에 관한 리서치 기록으로 이뤄진 설치 및 영상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분꽃나무가 어디에서 왔는지 묻는다. 자연물과 문명화의 관계에 관한 궁금증을 갖는 그의 접근방식은 2012년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 발생한 것이다.

그의 대표작 <동풍(東風)>은 150개의 선풍기를 설치하여 이룬 작업으로서 죽어있는 공간들을 활성화시키는 ‘바람’을 만들어낸다. 교토 지역의 오래된 여관에서 전시한 2011년작의 <바람>도 더 이상 사람이 머물지 않는 공간에 진동과 바람을 생성한 작품이다. 이처럼 작가의 주요 모티프인 바람은 무언가를 활성화시키는 존재로서 주로 선풍기라는 오브제로 구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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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변설치, 자체제작 호버크래프트, 나무, 종이, 렌즈, 2013

어느 날 비행기
영상, 30분, 2010

히로시마의 돌들에게 묻기
영상(50분), 돌, 인터뷰, 2014

삿포로의 눈에게 묻기
영상, 15분, 2015

삿포로의 눈이 말을 한다
가변설치, 눈, 오디오, 2015

<선(仙)>은 작가의 박사학위논문의 주제이기도 했던 일본의 근대 조각가 헤이하치 하시모토(Heihachi Hashimoto)의 작품세계에 대한 깨달음을 계기로 제작되었다. 이 작품은 작가가 자체 제작한 호버크래프트 위에 그가 어린 시절에 살았던 집을 설치하여 집과 호버크래프트가 물에 뜬 상태에서 끊임없이 진동하도록 만들어졌다. 그 앞에는 가까이 있는 물체를 멀리 있어 보이게 하는 대형 오목렌즈가 있다. 렌즈 안에서의 호버크래프트와 그 위의 집은 미동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오목렌즈 실제의 설치물은 격렬하게 진동하고 있다. 멀리서 보았을 때는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물체가 가까이서 보면 생동하고 있는 상태를 그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그의 2010년작 <어느 날 비행기>는 퍼포먼스 및 영상작품으로 작가가 미리 비행기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실크스크린을 유리창 위에 대고 입김을 불면 잠시의 시간 동안 유리 위에 비행기가 새겨지는 장면을 영상으로 담았다. 작가는 히로시마를 가로지르는 모노레일 창문 위에 이러한 비행기를 새기는 일시적인 작업을 반복함으로써 역사를 전달하는 일이 지니는 어려움을 표현하고 하였다. 이처럼 그는 히로시마 지역에서 벌어진 역사적 사건들을 소재로 하는 작업들을 2012년까지 지속하였다. 

2014년의 <히로시마의 돌들에게 묻기>는 그가 새롭게 초점을 맞춘 자연물에 대한 관심과 기존의 역사성을 기반으로 하는 작업이 혼합된 형태로서 히로시마의 돌들을 인터뷰하는 컨셉으로 제작되었다. 이후 그가 진행한 <삿포로의 눈에게 묻기>와 <삿포로의 눈이 말을 한다>는 이후에 등장할 <분꽃나무에 대하여>와 같은 선상에 있는 작품으로서 삿포로에 내리는 혹은 내린 눈에게 질문을 하고 눈을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만들어졌다.

바람
가변설치, 조화, 철수세미, 인조모피, 기계, 2015

삿포로 풍경
가변설치, 실크스크린, 영상(7분), 2015

2015년의 <바람> 작품은 선풍기가 아닌 꿈틀거리는 조화(造花) 덩어리, 철수세미 덩어리, 인조모피 덩어리를 전시장 곳곳에 설치하여 또 다른 공간의 활성화를 시각화한 작품이다. 작품 속 오브제들이 실물 공간에 일으키는 신선한 바람은 기이하면서도 흥미로운 광경을 연출한다.

같은 해에 제작된 <삿포로 풍경>은 2010년작 <어느 날 비행기>와 같은 실크스크린-입김 기법을 활용한 작품으로서, 삿포로에 이주한 사람들이 각각 자기 고향에서 자생하는 나무를 심었다는 역사적 이야기를 재해석하였다. 작품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삿포로의 어느 우거진 숲이 보이는 창문 위에 자신의 실크스크린 나무를 입김으로 만들면 잠시 동안 그 나무는 삿포로의 실제 풍경과 어우러진다.

 

작가노트

나는 교토에서 태어났고 히로시마시립대 조소과에 입학하면서부터 히로시마를 기반으로 활동하였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주로 히로시마와 세토우치 지역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소재로 작업을 하였다. 그러나 원전 사고 이후에는 조화(調和), “문명화된 것들”과 “자연적인 것들”의 관계를 탐색하는 것을 주제로 하는 작업을 해왔다. 최근에는 쓰시마섬과 한국에서 현장 작업을 진행하였고 관련 지역에서 열리는 전시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하여 지리학적 특징과 문명화의 관계를 보여주는 키네틱 설치 작업을 선보였다. 이 작업들에서 나는 이미지와 전자제품을 활용하였다. 이외에도 나는 조각매체 연구와 더불어 일본의 근대 조각가 헤이하치 하시모토(Heihachi Hashimoto)에 관한 연구, 아티스트 콜렉티브 ‘팀 야메요’를 이끄는 활동, 대안미술공간 히로시마아트센터를 운영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인천아트플랫폼에 머무는 3개월(6~8월) 동안에는 인천의 지리학적 특징과 환경을 바탕으로 한 작업을 하고 있다. 오는 8월 12일부터 8월 20일까지 인천아트플랫폼 창고갤러리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라는 전시를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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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야메요
히로시마아트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