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션 콕콕] 대통령의 여름 독서

본격적인 휴가철입니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문재인 대통령이 여름휴가에 어떤 책을 읽을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독서와 ‘가을’만큼이나 독서와 ‘여름휴가’는 낯설지 않은 조합입니다.

대통령의 독서 목록을 처음 공개한 건 김대중 전 대통령입니다. 독서광이자 연설가였던 그는 망명생활과 투옥기간 중에도 광범위한 독서를 했고 앨빈 토플러, 피터 드러커, 존 나이스빗 등 미래학자의 책을 주로 읽었습니다. 1999년 휴가 때는 『지식 자본주의 혁명』과 『우리 역사를 움직인 33가지 철학』, 『맹자』를, 2001년에는 『미래와의 대화』, 『비전 2010 한국경제』, 『배는 그만두고 뗏목을 타지』 등을 탐독했네요.

이명박 전 대통령은 달리는 차 안에서도 책을 읽고, 30여 분 만에 책 한권을 떼는 속독파였습니다. 휴가 독서 목록에 마이클 샌덜의 『정의란 무엇인가』를 넣었고 당시 100만부 이상 팔리기도 했죠. 『넛지』 같은 경영서와 『쉽게 읽는 백범일지』, 『로마인 이야기』 등의 교양서적도 읽었다고 알려졌습니다.

역대 대통령 중 특히 책 읽기를 강조한 사람은 노무현 전 대통령입니다. 재임 기간 공식석상에서 『변화를 두려워하면 1등은 없다』, 『대한민국 개조론』 같은 책을 추천하기도 하고, 2003년 여름휴가 때는 IBM의 기업혁신 과정을 다룬 『코끼리를 춤추게 하라』, 진보학자가 지은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물리서적 『파인만의 여섯가지 물리 이야기』 등을 독파하기도 했습니다.

한 칼럼니스트는 노 대통령을 “왕성한 지적 호기심을 갖고 있고, 독서의 내용을 현실 정치에 활용하려 했다. 장차관 워크숍이나 청와대 출입기자 간담회 같은 공식석상에서도 적잖은 책을 추천했다”며 ‘자유분방한 다독파’라고 부르기도 했습니다.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한국출판인회의는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는 문구를 내건 독서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세계는 인간중심, 문화중심의 사회로 바뀌고 있다. 이런 사회가 되려면 창의력과 상상력이 넘쳐나야 한다. 책이야말로 국민 창의력과 상상력의 근본 원천”이라고 강조하며 유력 후보들이 책 읽는 모습을 SNS 등에 올렸죠.

하지만 지난달 공개된 문재인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에 ‘독서’는 없었습니다. 67번에 ‘지역과 일상에서 문화를 누리는 생활문화 시대’가 있고 68번에 ‘창작 환경 개선과 복지강화로 예술인의 창작권 보장’이 있지만 독서와 도서관, 서점 관련 직접적인 언급은 없었다며 ‘독서신문’이 아쉬움을 토로했네요.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타 출판사 책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이유로 여름휴가에 읽는(읽을, 읽은) 책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이례적으로(?)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책은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의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인데요,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여름휴가 때 이 책을 읽었다며 “마음으로 공감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백악관은 해마다 대통령의 여름휴가 도서를 공개합니다. 2015년 ‘오바마의 책’ 6권은 제임스 설터가 34년 만에 내놓은 장편이자 유작 『올댓이즈』,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프랑스 소녀와 독일 소년의 엇갈린 삶을 그린 앤서니 도어의 『우리가 볼 수 없는 모든 빛』,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히리의 『저지대』, 환경과 인종 문제를 다룬 엘리자베스 콜버트의 『여섯 번째 대멸종』과 타너하시 코츠의 『세상과 나 사이』, 그리고 JP 모건, 록펠러 등의 일대기로 유명한 전기작가 론 처너가 쓴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의 일대기 『워싱턴: 한 사람의 일생』였습니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대부분 독서가였다고 하는데 책과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조지 부시 전 대통령도 ‘의외로’ 다독가였고, 백악관에서 2년간 186권을 완독했다고 합니다.

책을 읽는 대통령의 모습은 언제나 국민들에게 희망을 준다. 최근 컴퓨터와 인터넷의 보급과 더불어 국민들이 책을 멀리하자 정부 차원에서 많은 예산을 들여 독서 캠페인을 벌여 왔다. 그러나 대통령이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직접 보여주는 것보다 더 효과적인 독서 캠페인은 아마 없을 것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고 책 읽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는 국민은 자연스럽게 손에 책을 들게 될 것이다.”([김욱동 칼럼] 중에서)

‘대통령의 책’은 아니지만 여름 휴가지에서 읽으면 좋은 책이 각종 언론에 소개되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는 일찌감치 올 휴가철에 읽을 책 5권의 목록을 내놨는데 그 중에는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 마일리스 드 케랑갈의 소설 『살아 있는 자를 수선하기』가 있습니다.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3인방’ 무라카미 하루키, 베르나르 베르베르,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도 모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네요. 차례로 『기사단장 죽이기』, 『잠』, 『위험한 비너스』입니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발표한 하계 추천도서에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 ICT사업 관련 도서가 많습니다. 『1등의 전략』(히라이 다카시/다산3.0), 『보이지 않는 영향력』(조나 버거/문학동네), 『퍼펙트 체인지』(송재용 외/자의누리), 『필립 코틀러의 마켓 4.0』(필립 코틀러/더퀘스트), 『제4의 물결이 온다』(최윤식 외/지식노마드), 『플랫폼 레볼루션』(마셜 밴 엘스타인 외/부키),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의 미래』(KT경제경영연구소/한스미디어) 등이 있네요.

국립중앙도서관 사서와 서평가들이 추천한 ‘2017 휴가철에 읽기 좋은 책 100권’은 여기(국립중앙도서관 페이지 바로가기▶)를 참고하세요. 독서는 역시 여름입니다.

 

* 본문 내용 일부는 다음과 같은 기사에서 가져왔습니다.
1. [대한민국은 휴가 중②] 책과 함께 힐링 즐긴 역대 대통령들
    2017. 7. 10. 뉴스포스트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2. 故 노무현 대통령이 여름휴가 중 읽은 책들.. 휴가법
    2011. 8. 3. 사람세상 블로그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3. 한국출판인회의 ‘책 읽는 대통령을 보고 싶다’ 캠페인
    2017. 4. 21. 경인일보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4. [칼럼] 100대 국정과제, ‘독서’는 없었다
    2017. 7. 20. 독서신문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5. ‘007’ 탐독한 케네디… 부시는 ‘링컨 전기’ 섭렵
    2015.8.14. 경향신문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6. 朴 대통령 “결국 北은 자멸할 수밖에 없을 것”
    2016.10.5. 프레시안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7. [김욱동칼럼] 책 읽는 대통령
    2017. 7. 16. 세계일보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8. 여름 휴가철 책 고르기
    2017. 7. 14. 문화일보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9. 여름휴가, 책과 함께… KT경제경영연구소, 추천도서 발표
    2017. 7. 11. 디지털 데일리 (자세한 내용 보러가기▶)

 

글, 이미지 / 이재은 뉴스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