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큐레이션 2016.06.08~06.21
문학은 늘 인천을 다녀갔다.
서구 문물이 유입된 개항장, 일제강점기 대표 신흥도시, 해방 후 좌우 이념이 첨예하게 대립했던 곳, 북적대는 공업화의 상징 도시는? 바로 인천이다. 인천에 ‘이야기’가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경인일보가 국립 한국문학관 인천 건립을 희망하며 ‘문학도시 인천’에 관한 글을 연재했다. 흑인시, 통일문학, 해양문학, 노동문학 등의 용어와 “문학의 힘이 곧 이야기의 힘이라면, 인천보다 더 문학적 힘이 강한 도시는 없을 것이다.”라는 문장이 인상적이다.
한국근대문학관이 보관 중인 희귀도서와 2만9천여 점의 소장자료, 인천공항의 접근성까지 갖춰 ‘준비된 인천’이라는 수식이 낯설지 않다. 시설도 좋고 ‘세계 책의 수도’, ‘국제문학포럼’이라는 이력도 좋지만 가장 중요한 (인)문학적 사유를 놓쳐서는 안 된다. ‘인천이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깊이 있는 반성과 ‘과연 인천이어야 하는가’에 관한 공명한 질문이 계속돼야 한다.
‘냉면거리’ ‘달동네박물관’ ‘동화마을’…달라진 인천 버스정류소
지난 7일부터 인천의 버스정류장이 간판을 바꿔 달았다. 생활 주변에 있는 문화예술 시설을 알리고 문화 인프라에 대한 시민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 정류장 명칭을 변경했다. 부평향교, 학산소극장, 계산궁도장 등 문화, 관광, 체육시설 이름이 장소에 생기를 더한다. 현대아이파크와 해돋이도서관, 부개성일아파트와 부개도서관이 동시에 자리를 내준다. 지리적 위치(location)가 마을로 번지고, 사람과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의 장소(place)로 확장되길 바란다.
영상으로 보는 20**년 소설가 보보씨의 하루
이세돌과 대결한 알파고 덕분인지 인공지능이 낯설지 않다. ‘인간’ 소설가 보보씨는 로봇 요리사, 로봇 변호사, 로봇 피아니스트가 익숙한 세상에 살지만 로봇 소설가의 성공과 인기 앞에서 무릎 꿇고 만다. JTBC 뉴스 팀은 ‘인간은 필요 없다’의 저자 제리 카플란 스탠퍼드대 교수의 말을 캡션으로 달았다. “경제적 불평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미래엔 AI를 만들고 소유하는 사람들이 많은 이익을 가져가면서 부자는 더 부자가 될 거다. 반면 서민들은 로봇을 갖기는커녕 일자리만 잃게 될 수 있다.” 명색이(?) 소설가인데 ‘이제 내 한개다’(한계다), ‘보고십다’(보고싶다)라고 자막을 단 건 JTBC의 실수다. 보보씨는 AI에 진 게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진 건지도 모른다.
강남역 10번 출구, 1004개의 포스트잇
강남역 10번 출구와 구의역 스크린도어에 붙었던 수천 개의 포스트잇은 죽은 이들에게 전하는 ‘짧은 인사’에 멈추지 않는다. 그것은 기록이고 기억이며 이 땅의 역사다. 경향신문 사회부 기자들이 강남역 포스트잇 1004개의 촬영과 채록을 책으로 펴냈다. 수백 수천 명의 저자가 함께한 시민 공동 저작이다. 여성혐오에 대한 이슈부터 ‘남성혐오’ 반론, 남성혐오는 여성혐오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라는 반박까지, 최근 사회적 약자에 대한 개념과 쟁점이 화두다. ‘여성 혐오를 혐오한다’를 쓴 우에노 치즈코 교수가 한국을 방문했다.
그녀는 남성 위주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를 꿰뚫고, 한번도 약자인 적 없던 남성도 늙으면 약자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저는 반대로 초고령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합니다. 모두 예외 없이 약자가 되기 때문에요.” 저자의 시선이 흥미롭다.
[트렌드+] “비싼 돈 주고 왔는데.. 내 관람 방해하지마”
관람 중에 휴대폰을 꺼두는 것은 상식 아닌 상식이다. 하지만 반드시 좌석에 등을 붙이고 앉으라는 멘트는 친숙하지 않다. ‘관크’, ‘수굴’, ‘커퀴밭’이라는 단어를 아시는지. ‘관크’는 ‘관객 크리티컬’의 준말. 다른 관객으로 인한 관람 방해를 말한다. ‘수구리’는 좌석에서 등을 떼고 수그린 채 앉아 뒷사람의 시야를 가리는 행동이다. ‘커퀴밭’은 ‘커플 바퀴벌레 밭’으로, 애정 행위로 관람을 방해하는 커플이 많은 상황을 뜻한다. 비성숙한 관람 태도와 지나친 공연 민감증 사이의 장벽. 관객이 없으면 작품도 없다. 저 혼자서는 관객도 될 수 없다.
이재은(뉴스 큐레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