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희
정석희는 드로잉, 회화, 영상작품을 통해 인간 실존의 문제들을 담대하게 다뤄왔다. 그는 소소한 일상적 언어와 풍경을 통해 인간의 존재론에 대한 서사에서부터 현실과 비현실, 갈등과 대립 등 인간이 관계를 맺고 살아가면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폭넓은 관점으로 작업에 담는다. 특히, 작가는 수많은 형상을 반복적으로 ‘그리고’ ‘지우는’ 과정을 모아 하나의 영상 회화로 만드는 독특한 방식을 취하며 과연 ‘회화의 완성은 어디인가?’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해왔다. 그는 인간을 주제로 인간의 순수한 꿈과 일상, 깊은 사유 속의 심상들을 수백 장의 드로잉, 회화에 담아 하나의 영상으로 만들고, ‘영상 매체’를 통해 두터운 시간의 층위를 더하며 회화의 가능성을 실험해 나간다.
들불
영상 회화, 45개의 화화 이미지로 구성, 3분 7초, 가변크기, 2017
들불
영상 회화, 45개의 화화 이미지로 구성, 3분 7초, 가변크기, 2017
들불
영상 회화, 45개의 화화 이미지로 구성, 3분 7초, 가변크기, 2017
위 작품 <들불>의 ‘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세계, 그 안에 몸담은 모든 생명과 자연을 품고 있는 현장이며, ‘불’은 하나의 현상으로서 생명을 타오르게 하며,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기 위한 고통과 아픔, 희망을 이야기 한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는 작품을 통해 자연과 일상의 풍경을 통해 인간 존재의 본질에 대해 통찰하려는 것으로 이상향으로서의 들판이 갖는 공허함과 허무함, 그리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마주하는 과잉, 속도의 현상 이면에 존재하는 현대인들의 숙명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수백 장의 평면회화가 함축된 영상회화 안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물감의 흔적과 종이의 질감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날로그적 전통회화의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구럼비
영상회화, 152개의 회화 이미지로 구성, 2분 10초, 가변크기, 2014
구럼비
영상회화, 152개의 회화 이미지로 구성, 2분 10초, 가변크기, 2014
구럼비
영상회화, 152개의 회화 이미지로 구성, 2분 10초, 가변크기, 2014
flickering
영상회화, 241개의 회화 이미지로 구성, 3분, 가변크기, 2016
flickering
영상회화, 241개의 회화 이미지로 구성, 3분, 가변크기, 2016
flickering
영상회화, 241개의 회화 이미지로 구성, 3분, 가변크기, 2016
작가노트
나는 인간이 살아가는데 부딪히는 사소하거나 심각한 모든 문제의 근본적인 의문을 작업의 주제로 삼는다. 인간의 본질, 삶과 죽음, 불안, 고통, 소외, 근원적인 외로움 등의 실존적인 문제에서, 인간이 인간과 관계를 갖고 살아가면서 파생되는 정치, 사회, 환경적인 문제까지, 포괄적인 것에서 개별적인 것까지, 집단적인 것에서 개인적인 것까지를 담는다. 나의 영상회화, 영상드로잉 작업은 회화나 드로잉에 그 바탕을 두고 있고, 수없이 많은 그림이 그려지고 지워지면서 한 편의 영상회화, 영상 드로잉작업이 완성된다. 한 컷 한 컷 진행될 때마다 컷과 컷을 사진으로 찍고 그 과정의 흔적들은 소멸하면서 최종은 하나의 드로잉, 회화로 남는 것이다.
작업의 형태는 드로잉, 회화가 움직이며 변화하는 애니메이션의 형식으로 나타난다. 나는 작업을 하면서 완전한 이야기나 계획을 세우고 진행하지 않는다. 우연한 사유와 감각, 유동적인 흐름에 따라 작업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큰 서사의 틀 속에서 자유롭게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넘나든다. 나는 드로잉이나 회화가 이야기의 구조를 갖고 움직이며 변화하면서 사람들에게 감동과 새로움을 전달 해줄 수 있다는 것에 흥분과 큰 희열을 느낀다. 물론 그 작업의 과정은 무한한 인내와 끈기를 요구하지만, 나는 이 형식의 작업을 꾸준히 지속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계속 도전할 것이다.
* 정석희는 한성대학교에서 서양화를 전공,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으며, 뉴욕공대 대학원 커뮤니케이션학과 석사과정을 졸업하였다. 2016년 <시간의 깊이> (OCI 미술관, 서울)을 포함하여 13회의 개인전을 개최하였고, 2015년 <무심> (소마드로잉센터, 서울) 등 60여 회의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으며 현재 인천아트플랫폼 2017년도 입주작가로 활동 중이다.